44화
그 시각 시합장 지하
이리야는 무척이나 지쳤는지 숨을 헐떡이며 벽에 기대었다. 벌써 10시간 이상 지하를 헤매고 다녔다. 지치지 않은 것이 도리어 이상하리라...
"하아... 정말 힘드네..."
어느 정도 쉰 이리야는 다시 일어서서 지하통로를 걸었다. 그러던 중 무척이나 익숙한 모습이 눈에 보이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 다카하타 선생님인가?"
이리야는 손에 들린 유리구슬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다카미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지원 왔다 이리야."
"늦었어요. 선생님! 본래는 더 일찍 와야 했던 것 아닌가요?"
이리야의 말에 다카미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미안, 미안, 시합이 방금 끝나서 말이지..."
"참..."
이리야가 허탈해 하고 있을 때 다카미치는 진지한 표정을 하며 물었다.
"뭔가 발견한 것이라도 있어?"
"아직까지는... 수십이 넘어가는 기계인형들을 제외하고는 말이지요."
"그래...? 흐음..."
다카미치는 고민에 빠졌다. 그 사이 이리야와 다카미치의 앞뒤로 갑작스럽게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리야와 다카미치는 재빨리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드디어 발견했다. 이리야."
"헤에~ 다카하타 선생님 까지 있었나?"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 마나와 차오였다. 이리야는 무척이나 긴장했다. 아무리 다카미치가 있다지만 저 두 사람을 상대로는 조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이리야는 손에 들린 유리구슬을 만지작거리며 다카미치에게 물었다.
"빠져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글쎄... 지금 상태로는 조금 무리일지도..."
"그래요?"
이리야는 다카미치의 말에 식은땀을 흘렸다. 두 사람 성격상 여기서 얌전히 놓아줄 만큼 허술하지도 않았다. 적어도 구속정도는 할 것이리라... 하지만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되었다.
'아직 정보도 못 물었는데 잡혔다가는 아르바이트비가 날아가잖아!!'
이리야는 결심한 듯 소매 쪽에 숨겨둔 몇개의 유리구슬을 꺼내 바닥에 떨구었다. 바닥에 떨어진 유리구슬은 강렬한 빛과 요란한 굉음을 냈다. 이리야는 그 틈을 타 도주를 시도했다. 다카미치는 그런 이리야의 의도를 눈치 챘는지 이리야의 도주를 돕기 위해 마나와 차오에게 발권을 날렸다.
견제정도 밖에 되지 않겠지만 이리야를 도망시키는 데에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크흠... 마나, 다카미치를 잡아주게나. 나는 이리야를 쫓을 터이니..."
마나는 차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글록 2정을 꺼내 다카미치에게 겨누었다. 다카미치도 마나를 제지하기 위해 발권의 자세를 잡았다.
"네기도령."
갑자기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네기는 기겁을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어느새 아까 시합을 마친 카에데가 서 있는 것이었다.
"네기도령, 크우넬의 전언일세."
"네, 저에게요?"
네기의 물음에 카에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결승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더군..."
"결승... 입니까?"
"그렇다네... 그나저나 슬슬 나가야 하지 않겠나? 다음시합이 네기도령의 시합인 것으로 알고 있다만...?"
"아 그랬지요."
그 말에 네기는 천천히 시합장을 향해 걸어갔다.
"자~ 그럼 대망의 2회전 제 2시합! 학원 내 유명인 꼬마선생님 네기 스프링필드 대 강철의 메이드 히스리!!"
카즈미의 선언에 네기와 히스리는 재빨리 시합장 위에 올랐다. 시합장에 오른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목례를 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히스리씨."
"오십시오! 네기군!"
"시작-!"
카즈미의 시작선언과 동시에 네기가 움직였다. 평소의 훈련으로 실력차가 어느 정도 인지 알고 있는 터라 탐색은 불필요 했다.
-무문팔극권 육대개 정 - 외문정주!
히스리의 배쪽을 향하는 네기의 정심주. 히스리는 암흑히스이권의 오의로 가볍게 흘리며 네기의 복부를 가볍게 쳤다. 네기는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참아내고 다시 한번 공격을 날렸다.
-무문팔극권 육대개 고 - 철산고!
쿵!
요란한 소리와 함께 히스리가 뒤로 밀려졌다. 워낙에 근접해 있던 터라 피할 수 없었던 탓이었다. 네기는 히스리가 물러난 틈을 타서 연속공격을 시도했다.
-무문팔극권 금강팔식 팔식연계
히스리에게 접근한 네기는 금강팔식의 여덟 초식을 순서대로 전개했다.
-충주, 천장, 복호, 강룡, 벽산, 호포, 권포장, 탐마장
순식간에 전개된 여덟초식. 히스리는 재빨리 암흑히스이권의 기술로 네기의 기술들을 흘려 넘겼다. 그리고 마지막 탐마장을 흘려 넘긴 히스리는 탐마장이 실패했을 때 생긴 빈틈을 향해 봉사수정파를 먹이려했다. 하지만 네기도 어느 정도 암흑히스이권을 구사할 줄 아는 터라 그대로 팔괘장의 보법을 밟으며 빈틈을 숨기고 히스리의 뒤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히스리도 전장을 전전한 전투의 프로... 네기의 행동정도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암흑히스이권 원월(圓月)
크게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히스리의 팔. 네기는 히스리의 팔을 받아내며 또 다시 접근했다. 하지만 이것은 히스리가 노린 것 중 하나였다.
-암흑히스이권 원월 연계 회류(回流)
세로의 움직임을 보이던 히스리의 팔이 갑자기 가로의 움직임으로 변했다. 너무나도 급작스런 히스리의 팔 움직임에 네기는 반응을 하지 못하고 옆구리를 내 주었다.
"큭!!!"
옆구리를 얻어맞은 네기는 신음성을 흘리며 날려졌다. 네기는 재빨리 자세를 잡으려 했으나 갑작스럽게 옆구리를 내주게 된 탓에 상당한 데미지를 입어 동작이 둔화되었다. 네기는 무영창 주문으로 회복을 하며 히스리에게 말했다.
"역시 굉장하네요. 히스리씨는..."
"네기군이야 말로... 그런 짧은 시간에 상당한 실력을 쌓았네요."
히스리는 얼굴에 묘한 감탄을 띄우며 말했다. 히스리로서도 네기가 이정도 까지 실력을 쌓았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조금은 전개해도 상관없겠군요."
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히스리가 바닥을 박찼다. 순식간의 네기와의 거리를 좁힌 히스리는 그대로 네기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어느 정도 회복한 네기는 재빨리 몸을 숙이며 히스리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히스리를 이기기 힘들었다. 게다가 네기는 아직 히스리에게 통할만큼의 위력을 지닌 무영창 주문이 없었다. 그렇다면 네기에게 남은 방법은 단 하나... 막강한 힘으로 단번에 끝을 내는 수밖에 없었다.
-무문팔극권 팔대초식 사대연계
맹호경파산(猛虎硬派山)으로 시작해 도산붕추(逃散崩墜), 패왕진(敗王晉), 통천포(通天包)로 이어지는 무문팔극권의 상급연계기술... 네기, 자신이 만들었지만 몸에 오는 부담과 그 위력 탓에 아직 시험조차 해보지 않은 극상 연계기.
-맹호붕천진(猛虎崩天晉)
네기는 몸에 오는 부담을 느꼈지만 그래도 히스리를 이기기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팔대초식중 하나로는 상대가 안 됨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콰광쾅쾅쾅!!
가히 폭발과도 같은 연격... 히스리는 네기의 연격을 맞고는 그대로 시합장 밖으로 날려졌다. 만약 상대가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분쇄되었을 만큼 패도적이고 위력적인 연격이었다.
날려진 히스리는 내장된 추진기로 허공에서 자세를 잡으며 네기에게 말했다.
"굉장한 연격이었습니다. 보통사람이라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군요. 하지만 이 정도 연격이라면 네기군의 몸에 상당한 부담이 되었겠지요?"
네기는 대답대신 씨익- 웃음을 보였다. 사실 네기로서도 방금의 연격이 상당히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최소한 한방을 날릴 만큼의 기력도 충분히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어진 히스리의 말에 네기는 휘청거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기숙사를 너무 비웠어요."
"앗-!! 히스리 선수!!! 시합포기!! 네기 스프링필드 선수의 승리입니다~!!!"
너무나 급작스런 시합포기 선언에 모두는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당사자인 네기조차도 그럴진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이겠는가? 히스리는 시합장에 올라와 네기를 얼떨떨한 표정을 하고 있는 네기를 보며 말했다.
"왜 여기서 시합을 그만 두냐는 표정이네요? 훗, 첫 번째 이유는 아까 말했듯이 기숙사를 너무 오래 비워두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히스리는 천천히 시합장을 내려가며 말을 이었다.
"계속했다가는 본격적으로 할 것 같았거든요."
히스리는 미소를 지으며 시합장을 내려왔다.
“흐음... 다카미치 선생님은 빠져나오지 못한 건가?”
마나와 차오, 두사람에게서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 이리야는 숨을 돌리며 주위를 살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로 보아 기계인형도 상당수 풀린 듯 싶었다.
“이거... 육체노동에는 취미 없는데...”
이리야는 투덜거리면서도 마력회로에 마력을 흘려 넣었다. 그리고 유리구슬을 하나 꺼내 그것을 촉매로 마술을 행했다.
“강화, 가속-!”
마술을 통한 신체강화와 신체가속. 몸에 꽤나 부담이 갈법한 마술조합이었다. 하지만 지하통로 곳곳에 배치된 기계인형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벽을 타기위해 신발에 흡착마술을 걸었다.
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 아마도 기계인형들이 이리야를 발견 한 듯 싶었다.
“하아... 귀찮게 되었어!”
이리야는 재빨리 통로 반대편에 있는 벽에 붙어 달렸다.
워낙에 빠른 속도였던 탓에 주위를 순찰하고 있던 기계인형들은 벽을 타고 달리는 이리야를 발견하지 못하고 수색을 계속했다. 그렇게 계속 달리던 이리야는 어느새 통로 끝에 다다랐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앞이 절벽이라는 것도 한박자 늦게 깨달았다.
“으아아아악~!!!!”
그리고 이리야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일까보냐!!!”
이리야는 품속에 있던 유리구슬을 꺼내 거기에 마력을 집어넣었다. 이리야의 마력이 들어간 유리구슬은 점점 더 빛을 발하더니 이내 형광등 정도의 빛을 뿜게 되었다. 이리야는 약식으로 주문을 영창하며 유리구슬을 밑으로 던졌다.
밑으로 던져진 구슬은 절벽을 가로지르는 다리에 부딪혀 깨졌다. 그리고 유리구슬 안에 새겨진 마술이 해방되며 이리야를 휘감았다. 중력감소의 마술이 이리야의 몸을 휘감으며 낙하속도를 줄였다. 다리에 착지한 이리야는 유리구슬을 꺼내 거기에 빛의 룬을 새기고 마력을 주입했다. 유리구슬은 하나의 빛 덩어리가 되어 이리야의 주위를 돌았다.
“여긴 어디인 거지?”
이리야는 주위를 살폈다. 아까 있던 지하통로와는 상당히 다른 곳이었다. 이곳 마법사들의 고대 유적이라도 되는지 곳곳에서 마력의 잔향이 느껴졌다. 이리야는 천천히 다리를 걸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문 앞에 도착했다. 힘으로 열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 이리야는 유리구슬을 꺼내 증폭의 룬을 새기고 마술을 담아 던졌다.
“폭발”
콰광!!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문이 박살났다.
이리야는 박살난 문을 뒤로하고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발견 할 수 있었다.
넓은 광장을 가득메운 기계인형과 거미형기갑, 그리고 거대로봇들을... 이리야는 이곳의 영상을 담은 후 이곳을 날려버리기 위해 품 안에 있던 유리구슬의 대부분을 꺼내 들었다.
“호오... 어느새 여기까지 온 건가해?”
갑자기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이리야는 고개를 돌렸다. 이리야의 뒤에는 능청스런 웃음을 짓고 있는 차오가 서 있었다. 이리야는 들고 있던 유리구슬들을 소매 속에 집어넣고는 고개들 돌리며 차오에게 물었다.
“무엇을 할 생각이지? 이런 기계인형의 대군으로?”
“글쎄... 무엇을 할 생각일까?”
능청스런 차오의 말에 이리야는 가까스로 화를 삭이며 주위를 살폈다. 마나는 없다. 그리고 여기있는 기계인형들도 아직까지 기동된 녀석은 없었다. 한마디로 지금은 차오 혼자!
‘절호의 기회라고 봐야하나...?’
이리야는 자신의 몸을 체크했다. 신체강화와 가속이 아직까지 풀리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격투기를 익히지 않은 자신도 충분히 차오를 제압 할 수 있을 듯 싶었다. 이리야는 재빨리 땅을 박차 차오에게로 향했다.
-고유시결계(固有視結界) 신체시가속(身體時加速)
이전 성배 속을 헤매고 있을 때 얼떨결에 얻게 된 고유시결계... 그것을 이용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차오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충격마술을 담은 일격을 차오에게 날렸다. 지금 이 동작을 모터카메라로 찍자면 10분의 1초... 어쩌면 100분의 1초 단위로 잡아야 겨우 찍을 수 있을 지도 모를 만큼의 빠름이었다. 그러나...
“느려.”
“아니?!!”
어느새 자신의 뒤를 잡고 있는 차오를 보며 이리야는 심하게 놀랐다. 신체부담을 각오하고 사용한 마술연계... 하지만 도리어 차오에게 뒤를 잡힌 것이었다.
“일단 잠들어 주게나.”
차오는 가볍게 이리야의 뒷덜미를 가격했다.
이리야는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끼며 그대로 쓰러졌다.
“본래는 울티마호라인 쿠페이와 사쿠라자키 세츠나의 시합이 되어야 하겠으나 지금 쿠페이선수가 부상 중인 관계로 바로 준결승전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럼 준결승전 제1시합!!! 마호라의 붉은 바람 에미야 시로 선수 대 모든 것이 수수께끼에 쌓여있는 크우넬 선더스 선수~!!!!!!!!”
카즈미의 선언과 함께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그 환호성 사이로 두 사람이 천천히 시합장에 오르고 있었다. 인간으로서 극에 달했다고 할 만한 두 사람... 인간을 넘어 영웅이라 불릴 정도의 능력을 지닌 두 사람이 지금 여기에 격돌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전력... 이라고 하기는 힘들겠지만 이 시합의 룰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하지요. 안 그랬다간 확실하게 질듯하니...”
크우넬의 말에 시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최선을 다 해야 할 겁니다.”
시로는 말이 끝나자마자 앞으로 튀어나가 크우넬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암흑히스이권의 기술을 사용했다.
-암흑히스이권 나선굉차륜
그러나 크우넬은 재빨리 시로의 손을 가격해 기술이 시전되기 전에 빠져나왔다. 그리고 빠져나오자마자 시로를 향해 중력마법을 전개했다. 아까 카에데에게 사용한 것보다 배 이상이나 강한 중력마법... 크우넬은 이것으로 끝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크우넬이 잠시 방심한 순간 크우넬의 중력마법이 그대로 무력화 되었다. 크우넬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시로에게 물었다.
“어떻게 한 것이지요? 마법사인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뭐... 아티펙트에 의한 것이라 해두지요.”
“그렇습니까...”
시로가 쉽게 대답해 주지 않을 것을 예감한 크우넬은 그대로 중력마법을 연속해서 사용했다. 그러나 시로가 팔을 휘두를 때 마다 크우넬의 중력마법은 모두 무위로 돌아가 버렸다. “이거... 도대체...”
“그럼 이번에는 제가 가지요.”
크우넬이 자신의 마법이 통하지 않아 당황하고 있는 사이 이번에는 시로가 팔을 들어 크우넬에게 향했다. 그러자 크우넬을 중심으로 반경 3m의 공간에 엄청난 중력장이 생성되었다. 중력10배의 중력장... 크우넬은 자신이 이 중력장에서 버티기 힘든 것을 알고 있기에 곧바로 자신의 의체를 마력으로 환원시켜 중력장에서 벗어난 후 시로의 뒤에 자신의 의체를 재 생성 시켰다. 그러나 시로는 그것을 눈치 챘는지 뒤쪽에 나타난 크우넬을 향해 손을 튕겼다. 그러자 날카로운 칼바람이 크우넬을 흩고 지나갔다. 다행이도 위력이 약한 탓에 장벽만을 흩고 지나갔지만 위력이 조금만 더 강했어도 자신의 의체에 손상이 갈 뻔 했었다.
“이거 위험한...”
그러나 크우넬이 불평할 틈은 주어지지 않았다.
“타풍륜(打風輪)”
시로의 외침과 함께 십수개의 바람의 바퀴가 생겨났다. 그것은 아주 절묘한 방위를 점하며 크우넬에게로 향했다. 크우넬은 장벽을 전개하려 했으나 그랬다가는 아까 시로가 전개한 중력장에 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크우넬은 재빨리 자신의 아티펙트 ‘이노치노 시헨’을 사용했다.
촤락-!
펼쳐진 책에 책갈피를 꽂아 재빨리 빼냈다. 순식간에 빛무리의 휩싸인 크우넬은 어느새 다카미치의 스승인 가토로 변해 있었다. 가토의 모습으로 변한 크우넬은 재빨리 그의 주특기인 발권으로 시로가 쏘아 보낸 타풍륜을 쳐냈다.
그러나 방심하기는 일렀다. 어느새 위로 점프한 시로는 아까 다카미치에게 사용했던 로 아이아스를 전개하고 있었다. 크우넬은 재빨리 발권을 날렸으나 현재 다카미치의 실력보다 조금 떨어지는 가토의 능력으로는 저것을 막기 힘들었다. 크우넬은 재빨리 에이슌으로 변한 후 시로의 뒤를 잡아 신명류로 공격하려 했다. 그러나 시로도 그것을 방비하고 있었는지 어느새 시로의 손에 들린 붉은 장대가 크우넬을 향하고 있었다.
-사살비연
-신명류 오의 백열앵화참
허공에서 격돌한 두명의 검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서로 이득을 보지 못한 채 물러난 두사람... 시로는 재빨리 장대를 들지 않은 손으로 크우넬을 향해 손을 튕겼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손끝에서 회오리가 생겨나 크우넬에게 쏘아졌다.
크우넬은 신명류의 검기로 재빨리 회오리를 베었다. 그러나 그 틈을 타 점근한 시로는 붉은 장대를 크우넬에게 찔러 넣었다.
“게이볼그!”
붉은 장대는 붉은 섬광이 되어 크우넬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크우넬은 아까 중력장을 탈출한 방법과 같은 방법을 사용해 붉은 섬광을 피했다. 이래서는 정말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크우넬은 아까 카에데를 상대할 때처럼 나기로 변했다. 갑자기 기질이 바뀐 것을 느낀 시로는 재빨리 풍륜(風輪)을 이용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크우넬도 그런 시로를 뒤쫓아 날아올랐다. 시로는 평범한 보구로는 상대할 수 없음을 깨닫고 ‘그것’을 투영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세이버를 떠올리며 만들어낸 보구... 수호의 개념을 담았지만 패도의 개념이 같이 담겨져 버린 은빛의 대검... 그 검의 이름은...
“세이브 더 퀸(수호할 여왕의 검)!”
갑자기 시로의 손에 들리게 된 조금은 둔중해 보이는 칼날을(사실 칼날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지닌 대검. 그 대검에서 은빛의 섬광이 일며 따라오고 있는 크우넬을 향해 쏘아졌다. 크우넬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섬광이 무척이나 위험한 것임을 느끼고 재빨리 방향을 틀어 피했다. 빗나간 은빛의 섬광은 경기장을 그대로 양단해 버렸다. 시로에게 근접한 크우넬은 재빨리 친우의 특기였던 마법을 시전했다.
-번개의 도끼
“크윽-!!”
크우넬이 사용한 번개의 도끼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시로는 그대로 시합장으로 떨어졌다. 크우넬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쓰러져있는 시로에게 말했다.
“하마터면 위험할 뻔 했습니다. 만약 그 섬광을 맞았다면... 생각조차 하기 싫군요...”
“하아... 뭐... 제한만 없었다면 내가 이겼겠지만... 어차피 졌으니 두말은 하지 않지.”
크우넬은 시로의 말에 은근히 동의했다. 아까 시합만 해도 질것 까지 예상했을 정도니 당연했다.
“크우넬 선수 결승 진출!!!”
어느새 10초를 센 카즈미의 선언과 함께 크우넬은 모습을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