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미션 종료… 코드 「케찰코아틀」 생명 반응 제로. FP입자의 완전 소멸을 확인."
숙주의 생명이 끊긴 이상, FP 입자에 의한 진화도 멈춘다.
머리가 녹아내리고, 쌔카맣게 변해버린 케찰코아틀을 바라보며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 직후, 비틀거렸다.
에너지 소모율 68%. 원래 크로스 파이어를 사용하는데에는 기본적으로 전체 30%의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이번에는 그 배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했다. 만약 이 자리에서 케찰코아틀을 놓치게 될 경우를 생각하여, 확실하게 죽여버리기 위해서.
소모한 에너지는 내버려두면 차오르지만, 적어도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는 무리일 것이다.
케찰코아틀을 다시 바라본다.
일곱의 주인 중 하나로 군림하던 대괴수는, 이제 움직이지 않는다. 앞으로도 영원히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위험한 진화는 멈췄고, 마을이나 다른 사람들을 위협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 정말로 해내버리셨네요."
"진짜로 해버릴거라곤 생각못했다고, 너…"
지금 가장 듣고 싶었던 목소리들이 뒤에서 들려왔다.
숨을 고르고, 힘든 표정을 지운다. 적이 쓰러진 이상 쓸데없이 걱정을 끼칠 필요는 없으니까.
그리고는 두 사람을 향해 몸을 돌렸다.
두 사람은,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점이 하나.
그녀들은, 뭐라고 해야할까. 어떻게 반응해줘야할지 모르는 얼굴─즉, 멍한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 괜찮, 나요…?"
조심조심, 디아나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걱정을 끼칠만큼 큰 데미지는 없습니다. 작은 데미지라면 있지만, 내버려두면 이틀이나 사흘 안에 없어질 정도고."
"아니, 그런 게 아니라…"
"……?"
무엇을 말하고 싶은건지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잠시 동안 그녀의 표정으로 유추하기 위해 노력해보았지만, 결국 디아나 쪽에서 말할 때까지 알아내지 못했다.
"그, 눈이…"
"… 눈인가요."
눈쪽은 공격받은 적도 없고, 지금도 딱히 시력이나 색감에 이상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손을 눈가로 가져갔다.
무언가가 이물감과 함께 만져졌다.
끈적거리고.
물기가 섞여있다.
손을 떼어내, 그것을 관찰했다.
적갈색의 어떤 액체.
얼핏 보기에는 피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 이것이 눈가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성분 분석 결과 피하수체. 자신의 몸 속에서 지금도 돌고 있는 액체다.
'하지만, 이게 어째서…?'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블랙 크로스를 꺼내기 전이라면 모를까, 꺼내고 난 이후에는 이렇다할 데미지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런 것이 나오고 있는 것일까.
그때, 툭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타격감이 느껴졌다.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라이네스가 기계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감사하지. 덕분에 살았다."
"아니오, 저는─"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이다.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지금,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 저는…"
"… 됐어. 이제 그만 돌아가도록 하지. 마을에 이야기해줘야할 것도 많고, 따로 조사해야할 것도 생겼고."
라이네스는 굳이 캐물으려고 하지 않았다.
7마리의 주인 중 하나를 쓰러트렸다. 이 녀석은 그렇게 엄청난 일을 해내고도.
무표정한 얼굴로, 울고 있었으니까.
끊임없이, 끊임없이.
─그것은 '흔적'이었다.
─일부분의 기억을 되찾고.
─그것을 대가로 잃어버린.
─이제는 느낄 수 없게 되버리고.
─잃어버린건지 어떤건지조차 알 수 없게 되버린.
─'어떤 감정'이 마지막으로 남긴, 최후의 흔적.
[…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저 녀석은. 녀석의 임무도 우리들과 마찬가지의 것일텐데.]
"동감입니다. 기껏 이 괴물뱀을 죽여놓고 물건을 입수도 안하고 그냥 가버리다니."
기계와 라이네스, 디아나가 사라지고 얼마 후.
케찰코아틀의 시신 옆에, 그들이 나타났다.
양복의 남자는 케찰코아틀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진짜로 살아있었네요, 저거. 아, 생물이 아니니까 살아있었다는 말은 맞지 않으려나."
[그러니까 말했을텐데. 고작 머리에 클린히트 한번 먹은 정도로 부서질 녀석이 아니라고. 그걸 무시한 건 너다.]
"네이, 네이. 제가 죽일 놈입니다, 그려."
양복 남자가 뒤에서 아무리 투덜거려도 신경쓰지 않고, 케찰코아틀의 머리에 손을 박아넣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아내 끄집어냈다.
[이걸로 5개째. 남은 건 브류나크와 다크 우드 뿐인가.]
"힘들었지요. 엄청 힘들었지요. 파프니르랑 버서커는 별 거 아니었는데 운골리언트는 무서웠어요 정말."
[넌 싸우지도 않았잖아.]
마치 꼭 자기가 고생했다는 것처럼 지껄이는 양복 남자에게, 살의마저 피워올리며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위험했던 것은 사실. 실버백과 파프니르, 버서커에게는 그럭저럭 승리를 거두었지만, 운골리언트 때는 위험했다. 전투력의 문제가 아니고, 다른 주인들과의 싸움에서 소모된 체력이 돌아오기도 전에 성급하게 싸움을 건 것이 문제였다. 결국 다른 세 사람까지 합세할 때까지 결판을 내지 못했었으니까.
"그래서, 어쩌실건가요? 이대로 뒷치기라도 하면 편해질 것 같은데."
[…… 그만두도록 하지. 녀석 혼자 뿐이라면 그렇게 해도 상관없겠지만, 원주민에게까지 손을 대는 건 본의가 아냐.]
그 순간 양복 남자의 표정이 굳었다.
"증~말. 이해를 못하겠네. 걸리는 사람들은 다 없애버리고 천천히 진행해도 될텐데요. 그야 마을 단위가 되면 혼자서는 무릴지 몰라도, 당신과 다른 사람들이 힘을 합치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남자는 하던 말을 중간에 끊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끊겨진' 거지만.
양복 남자가 그렇게 말했을 때, '그'가 무시무시할 정도의 살기를 터트린 탓이다.
[이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지휘권은 나에게 위임한다. 그게 조건이었을텐데.]
"… 그건 그렇죠. 뭐, 당신이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겠죠, 네."
[……]
'그'는 잠시 동안 양복 남자를 노려보다가 몸을 돌렸다.
이윽고 '그'의 모습이 사라지고, 양복 남자는 살기에서 해방되어 숨을 토해냈다.
"아아, 정말 무섭네요. 언제 겪어도 진짜 무서운 사람이에요. 쓰잘데없이 머리도 좋아서 다루기도 힘들고. 다른 성수들은 안그런데 백호(白虎) 씨만 저렇단 말이죠."
역시, 슬슬 '다섯번째'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남자는 그가 사라진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