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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짐승과 마을 이야기


12화



소식을 전하고 난 후, 마을은 슬픔에 잠겼었다.
야생과 언제나 가깝게 살아가고 있는 만큼, 밖으로 나간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버리는 것은 그다지 드문 일도 아니다.
하지만, 드문 일이 아니라고 해서 그 슬픔까지 희석되진 않는다. 단지 그것을 극복하는 속도가 빠를 뿐이다.


장례식이 끝난지 이틀 째.
어제까지만 해도 어두운 분위기에 휩싸여있던 마을도, 지금은 원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물건들을 내놓고 서로가 원하는 물건을 교환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들도 까불거리며 뛰어다닌다.


그런 마을의 광경을, 기계는 창문턱에 걸터앉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 평소대로 돌아온 것 같군요, 다들."


한 시간 정도 지켜봤을까. 기계가 내뱉은 감상은 그랬다.


"속으로는 다들 그리워하고 있을거예요. 슬픔을 잊어버린 게 아니라 가슴에 꼭꼭 담아두고 있는 거니까."


옆에 앉아 함께 있어주던 디아나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보면 그녀는 할 일이 없는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한가하게 뒹굴거렸던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고, 무엇보다 이렇게 함께 있는 것도 나쁜 기분은 아니다.


…… 나쁜 기분은, 아니다.


"그래도, 이렇게 다들 빨리 기운을 차린 것도 당신 덕분이에요. 시신이라도 찾지 못했더라면 더 오래 갔을테니까요."
"… 그런가요."


마을로 돌아왔을 때, 라이네스는 마을 사람들에게 두 사람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그 순간 그 자리에 모여있던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슬픔을 표했다.


어떤 이는 절규를.
어떤 이는 오열을.
어떤 이는 실신을.
어떤 이는 침묵을.
어떤 이는 애도를.


그 광경을 봤을 때 자신의 안에 있던 '무언가'가 움직였다.


가슴에 손을 올려보았다.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적어도 손으로 느껴지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무언가가 평소와 달랐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무언가가, 가슴 속에서 타오르는 듯한 느낌.
분명 손을 가슴에 얹었을 때나 자체적으로 점검을 했을 때는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도 그렇게 느꼈다.


그래서 행동했다. 라이네스와 디아나가 아직 잠들어있었던 새벽 무렵에 혼자서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그 전날 밤에 쓰러트린 케찰코아틀의 시체가 있는 곳까지 찾아갔다.


자신이 크로스 파이어로 태워버린 것은 어디까지나 머리 부분. 따라서 두 사람이 집어삼켜진 동체 부분은 무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상당히 근거도 무엇도 없는 생각이었다. 그토록 거대한 시체가 4시간 동안 방치되어있었다고 하면 다른 맹수들이 그걸 뜯어먹었어도 이상할 것이 없으니까. 마침 그 근처의 맹수들은 굶주려 있었고, 다 먹어치우진 못한다고 해도 부드러운 복부 부분은 가장 먼저 먹히는 부분 중 하나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가 도착할 때까지 케찰코아틀의 시신은 무사했다.
비록 몽땅 타버려서 가장 맛이 없을 머리 부분만은 망가져있었지만, 그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몸통이지 머리가 아니었으니까.
몸통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몸통에 달려들어 배를 갈랐다. 레이저 블레이드나 플라즈마 소닉을 사용했다간 안에 있는 두 사람까지 갈라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비늘만을 해제하고 그 뒤의 작업은 맨손으로 했다.


그런 일을 한 이유는 기계 자신도 몰랐다.
… 아니, 모른다고 하기보다, 그런 일을 할 이유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서지 않는데 자신이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그런 일을 해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다. 기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에는.
논리나 근거같은 것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당시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옳은 일이다'라고 생각했다.
이유같은 건 없었다. 단지, 그렇게 생각했다.


배를 찢고, 잔뼈를 부숴서 속을 갈라, 그 커다란 내장을 전부 헤집어 두 사람을 찾아냈다.
그 일련의 작업들을 맨손으로 해야했기 때문에, 전신이 피투성이가 된 것도 모자라 일을 전부 다 끝냈을 때는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을 시간이었다.
스스로도 자신에게 몇번이나 반문했다. 자신이 지금 이런 곳에서 뭘하고 있는건지.
그, '논리'의 소리를 모조리 무시하고 '감정'이 이끄는대로 행동했다.


그리고, 아침.
두 사람분의 시체를 엎고서 마을로 돌아왔을 때.
그 시체를,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넘겨주었을 때.
그들에게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용암처럼 부글거리던 가슴 속의 열이,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슬픔'… 그것의 개념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지만.'


인간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 중 하나. 자신, 또는 남의 불행이나 실패의 경험, 예측 또는 회고를 수반한 억울한 정서. 혈액순환이 약해지고, 호흡이 완만해지며, 안색이 창백해지고, 흔히 눈물을 흘린다… 고 하지만, 기계에게 있어서는 뜬구름 잡는 소리와 다를 바가 없다. 무엇보다도 저 자료 자체가 '인간'을 기준으로 한 거니까, 혈액도 없고 호흡 방식도 인간과 다른 자신으로서는 어떤 증상이 해당하는지 알 방법이 없으니까.


자신이 느꼈던 감정은, 그 가슴 속의 열은 '슬픔'과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것이 '슬픔'이었다면, 그토록 갑자기 나타났다가 빨리 사라져버리진 않았을 테니까.

 

 

 


'또 생각에 빠졌네.'


그건 그거대로 귀여우니까 상관없지만. 디아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물론, 단지 귀엽다고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은, 틀림없이 '좋은 사람'이다. 디아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해왔지만, 요 며칠의 건으로 확실하게 생각이 굳혀진 것이다.
케찰코아틀을 쓰러트릴 때의 그는, 확실히 무서웠다. 무서웠지만─ 그 이상으로, 좋아하게 되버렸다.


케찰코아틀을 쓰러트리고 난 후, 그의 눈에서 흐른 것.
그것은 마치, 피로 된 눈물처럼 보였다.


라이네스에게 들었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덤벼오는 맹수들도 죽여본 적이 없다고.
아마도, 케찰코아틀이 그가 최초로 빼앗은 생명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때 흘렸던 눈물은 역시 '슬픔'의 눈물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무엇이었을까.
디아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 '눈물'은, 그가 결코 단순한 골렘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은 차가운 금속으로 되어있어도, 그는 분명히 '따뜻'했다.
전부터 희미하게 쌓여왔던 호감들이, 지금은 확실하게 실체를 갖고 그녀의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지금이라면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자신은, 4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여우족의 디아나는.


이, 바보같을 정도로 착한 기계를.
용감하고, 총명하고, 올바르고, 성실하며, 동시에 상냥한 이 사람을.


아주아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


'그러니까…'


돕기로 했다.
다음에 또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이 사람이 울지 않도록.
자신과, 또 한 사람의 친우가 돕지 않으면 안된다.


사실은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는 스스로 해야한다고 믿은 일을 한 것 뿐이라고.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같은 일을 선택했을 거라고.
언제나 먹고 먹히는 야생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로, 눈물을 흘릴 필요는 없다고.


그것을 가로막은 것은 그녀가 그녀대로 갖고 있는 '자존심'이었다.
그 전까진 함께 싸웠다고 해도, 결국 마지막에 케찰코아틀과 싸워서 그 무시무시한 뱀 괴물을 쓰러트린 것은 그 혼자였다. 자신도 라이네스도, 단지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단지, 그에게 지켜지기만 했다.


지켜지기만 한 자신에게 그를 위로할 자격이 있을까. 혹시 더더욱 상처입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디아나도 충분히 상냥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미 그녀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 상태였다. 결국 그녀는 그 일에 대해서 어떤 말도 해주지 못했고, 오늘까지 끌고 오게 되었다.


그러니까, 강해지자. 몸도, 마음도.
지금까지는 게으름도 많이 피우고, 강해질 필요도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자신을 향해 공격해오는 맹수를 죽인 것만으로도 울어버리는 저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확고한 목표가 생겼다.

 

 

 


'…… 괜찮을까. 이 정도라면.'


괜찮다. 걱정할 것 없다.
기계는 몇번이고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케찰코아틀과의 싸움에서, 일부분의 기억이 돌아왔다.
데이터 베이스를 좀더 자세하게 열람할 수 있었고, 무장에 대한 기억도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이 이곳에 어째서 떨어졌는지까지도 기억해냈다.


그렇지만 기억나는 것은 거기까지. 그 이외의 것은 생각나지 않았다.
자신의 정확한 정체와 정확한 출신. 그리고 이곳에 온 목적.
과거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그림'이나 '영상'으로 몇개인가 떠올랐지만, 자세한 정보는 들어오지 않았다. 자신이 어딘가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는 듯한 '그림'은 떠올랐지만, 그 '어딘가'가 어디고 '무엇인가'가 뭐인지까지는 생각나지 않았다.


최소한 '연방' 소속이고 거기의 특무부대인 'A넘버즈'의 한 사람이었다는 것도 '정보'로서는 가지고 있지만, 정확히 무얼했는지도 모르겠고 실감도 없다. 마치, 자신은 그런 일을 한 기억도 인식도 없는데 일기장에는 '그런 일을 했다'고 적혀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말그대로, 반쪽 짜리 기억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걸로 좋다.


그것만으로도, 필요한 것은 전부 얻을 수 있었다.
블랙 크로스와 자신의 양쪽 허벅지 장갑 속에 수납되어있는 무기. 좀더 확실해진 정보와 전술 능력.
그것들이 있다면,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킬 수 있다. 기계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 이상의 기억같은 것은 필요없다. 찾을 생각도 없고, 찾을 필요도 없고, 찾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은 '지금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 '과거에 어디서' 태어나고 존재했는지는 지금의 자신과 관계없다. 아예 처음부터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쪽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곳에 온 '목적'. 이것 역시 필요없다. 만약 알게 된다면 좋든 싫든 그것을 의식하게 되버릴 것이고, 최악의 경우 지금의 모든 것들이 깨부숴질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싫었다.


……
……
… 지금 머리 속에 떠올린 가정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싫다'는 감정이 떠올랐다.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지극히 자연스럽게.


이것으로 좋다.
잃어버린 기억 중 필요한 것만을 되찾았는데도, 감정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이것은 그야말로 행운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떠올려본다.


라이네스를, 디아나를.
두 사람을 떠올리면 가슴 속 어딘가가 온기를 띄고 푹신푹신한 감촉이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이 감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잘 모르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떠올려본다.
이 마을을, 이 마을의 사람들을.
그것들을 떠올리면 놀라운 기분이 된다. 굳이 표현한다면, '쓸데없는 고민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되는' 듯한 기분.
이런 것을 '편안함'이라고 하던가.


괜찮다.
걱정할 것 없다.
아무런 문제도 없다.


필요한 기억을 찾았음에도 제대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잃어버린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계는 그렇게 안도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그것을, 기계는 깨닫지도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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