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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짐승과 마을 이야기


14화



사성수四聖獸.
세계의 서쪽을 통치하고 있는 「제국」 최강이라고 일컬어지는 암살부대의 명칭이었다.
그들이 만들어진 시기는 제국이 대부분의 국경을 점령당했을 때였으며,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국에서는 페이탈 프라이멀 입자를 이용한 연구를 시작,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백호, 청룡, 현무, 주작의 4인으로 이루어진 키메라 클론 부대. 그렇기 때문에 보통 인간이나 사이보그로서는 가질 수 없는 이능을 가질 수 있었다.


굳이 표현한다면 그들은 '인간 사이즈의 괴수'.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괴수급에 해당하는 전투력과 특수능력을 지닌 그들을 보통의 부대는 물론 연방의 주력 병기였던 사이보그조차 막아내지 못했고, 그때까지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고 있던 연방은 수많은 장군들과 고관들을 잃어버리고 제국 수도를 둘러싸고 있던 포위망을 풀고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이후 분기점이 되는 대전쟁이었던 7일 전쟁에서마저, 연방은 제국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전력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의해 많은 지휘관들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휴전 조약을 맺고 현재의 동 연방, 서 제국의 구도를 형성하게 되었다.


일개 부대이면서, 대륙의 운명을 바꿔놓은 존재.
그것이 사성수였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산'의 영역에서, 다크 우드를 공격하고 있었다.

 


[역시 물기가 많아서 그런가 생각했던 것만큼 잘 안되는데요…]


불길의 뱀을 내뿜어 다크 우드를 공격한 주작(朱雀)이 투덜거렸다.
본래 예정대로라면 그녀의 불로서 다크 우드를 완전히 태워버릴 터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나무임에 분명한 다크 우드의 몸체에 불이 붙질 않았다. 즉, 공격당한 부분이 타서 없어지긴 해도 추가로 불이 옮겨붙질 않았던 것이다. 이래서야 나무에다 대고 총을 쏘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저기, 보스. 귀찮은데 지난번처럼 불회오리라도 일으켜서 한꺼번에 없애면 안될까요?]
[각하.]
[엑?! 어째서요?!]


백호(白虎)는 주작을 한번 흘낏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다크 우드를 주시하며 말했다.


[저걸 다 태워버릴 정도의 규모로 불을 일으켰다간 이 산 전체에 화재가 발생한다. 뒷처리가 귀찮아져.]
[우우. 제국 땅도 아닌데 태워버리면 뭐 어때서요…]


주작은 백호의 말에 볼을 부풀리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게다가 그 정도로 규모가 큰 불을 제어하는 건 너라고 해도 부담이 커. 우리는─]


[네에!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내서 지금 이 상태로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뒤이어진 백호의 말에 얼굴이 확 밝아지며, 양팔을 불꽃의 날개로 바꿔 다크 우드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한발 앞서 다크 우드를 공격하고 있던 청룡(靑龍)과 현무(玄武)에게 합류하여, 함께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백호는 그것을 잠시동안 말없이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 우리는 나중에 브류나크와도 싸워야 하니까 힘을 아껴야 한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뭐, 어떤가요. 귀여우니까 좋다는 걸로 해두죠."


또 이놈인가.
내심 혀를 차며 고개만을 뒤로 돌리자, 그곳에는 요 근래 지긋지긋하게 얼굴을 맞대온 양복 남자가 서 있었다.
직함은 제국 특무 감찰관. 이름은 아마도─


[무슨 용무냐, 루퍼스.]
"폐하께 보고하는 일이 끝나서요. 지금 어떻게 되가나 볼까 하고."


청룡의 역린검(逆鱗劍)이 허공을 가른다.
푸른 빛의 반월로 이루어진 에너지체의 검은 다크 우드의 강철같은 강도를 가진 나뭇가지들을 모조리 잘라버렸다.
하지만 다크 우드는 금새 새로운 나뭇가지를 만들어내 공격했고, 그것을 현무가 자신의 검은 방패를 들고 가로막아 튕겨냈다.


[지금 네가 보고 있는 그대로다.]
"… 쬐끔 불리한 것처럼 보이는데, 기분탓인가요."


기분 탓이 아니다. 거기에 '쬐끔'이 아니라, 상당히 불리했다.
애초에 자신들은 대 인간, 대 군단을 상정하고 만들어졌지 대 괴수전을 대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니까. 그나마 주작은 나은 편이지만, 그녀가 최대 출력의 불을 퍼붓는다고 해도 저 다크 우드를 쓰러트릴 수 있을지 어떨지.


자신들이 지금까지 '주인'이라고 불리는 괴수들을 죽여온 것은 어디까지나 '부록'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들에게 있어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주인'들이 가지고 있는 '열쇠'. 죽이지 않고도 쉽게 빼낼 수 있는 부위에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일이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의 주인들은 죄다 머리니 심장이니 죽이지 않으면 빼낼 수 없는 부위에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죽였을 뿐이다.


저 다크 우드 역시, '열쇠'를 갖고 있다. 그것도 동체(라고 불러도 되는진 모르겠지만) 한가운데에 있는 두개의 푸른 눈 사이. 인간으로 치자면 미간에 해당하는 부분에.
어쩌면 하나같이 이리도 공격하기 힘든 부분에만 있는걸까. 한숨이 나왔지만, 지금은 공략법부터 생각해야 했다.


'역시 이 시점에선 내가 싸우는 수 밖에 없나.'


다크 우드의 눈과 미간은 수많은 나뭇가지들과 잎, 그리고 뿌리에 의해 지켜지고 있었다. 말했다시피 무슨 이유에서인지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던 탓에, 주작의 불꽃조차도 가지와 줄기를 하나하나를 돌파할 때마다 화력이 약해져, 최종적으로는 중심부에 닿지도 못한 채 사그라져야 했다.
주작이 최대 출력으로 불을 쏜다고 해도 뚫지 못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근거는 여기에 있다. 화력이 높은 불을 던지면 그만큼 많은 물과 가지를 동원할테니까, 결국 중심부까지 가진 못할 거라고.


청룡의 공격은 위력면에서 충분하지만 사정거리가 짧고, 현무의 무기는 카운터 이외엔 써먹기 어렵다.
결국, 다크 우드의 방어를 돌파할 수 있을 정도의 공격력과 가지 및 줄기들을 모조리 피해 중심부까지 다가갈 수 있는 민첩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은 백호 자신 뿐이었다.


"어라, 직접 하시게요?"
[뭔가 문제라도 있나.]
"아니오, 요 근래에 혼자 무리를 많이 하셨으니까 힘들지 않을까 해서요."


루퍼스는 속을 알 수 없는 능글능글한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몇번이나 생각했지만, 백호는 이 남자가 싫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이유같은 것은 백호 자신도 몰랐다. 그저 싫었다. 딱히 싫어할 이유가 없는데도.


마치, 자신의 본능이 이 남자를 혐오하는 것처럼. 만들어진 생물인 자신에게 그런 것이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 생각같아서는 이 녀석부터 베어버리고 싶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군'이고 '감찰관'인데 그럴 수는 없다.
곧 백호는 머리 속에서 쓸데없는 잡념을 떨쳐내고, 발톱을 세운 후 다크 우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제국
생겨난지 1000년에 달하며, 세계의 서쪽을 지배하는 국가의 명칭. 그냥 '제국'이라고만 불리고, 다른 이름은 없다. 이 세계에는 현재 2개의 국가만이 있고, 양쪽 다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따와 ​'​제​국​'​'​연​방​'​으​로​ 구분하고 있어 딱히 다른 이름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어나면서부터 특수한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 많았으며, 이들로 구성된 강력한 군대를 이끌고 있었으나 그 숫자가 결코 많을 수 없었던 탓에 연방에게 수도가 포위당하는 굴욕까지 겪었다.
그러나 그 이후 FP 입자를 이용한 키메라 클론들을 만드는데 성공하여 부족한 숫자를 보충, 연방과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 키메라 클론 중 가장 강력하고 가장 완성도 높은 것이 사성수)


연방
생겨난지는 700년 째. 세계의 동쪽을 통치하는 국가의 명칭. 역시 그냥 '연방'이라고 불린다.
초능력자들이 귀족으로서 그 이외의 사람들을 지배하는 제국에 반발하여 생겨난 국가이며, 무수한 평민 자본가들이나 부르주아들이 합류해 많은 자본을 지니고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조인간인 사이보그와 안드로이드를 양산하여 엄청난 숫자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본래 보통 인간보다 능력이 높은 안드로이드의 군대로 제국의 수도까지 진격했지만, 그 이후 제국의 키메라 클론들에게 대대적인 공격과 암살을 당해, 현재의 국경 부근까지 밀려났다.
그 이후, 가장 껄끄러운 존재인 사성수를 쓰러트리기 위한 특수 부대인 A넘버즈를 만들게 되고, 페이탈 프라이멀 입자가 사용된 키메라 클론들에게 치명적인 안티 페이탈 프라이멀 입자를 만들어내는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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