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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가x나노하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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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나카지마 스바루의 일기


 


6월 20일.

안녕하세요, 나카지마 스바루입니다.
네, 티아랑 같이 나노하씨에게 직살나게 두들겨맞은 그 스바루예요.
뭐, 그때 이후로 반성도 많이 하고 나노하씨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플러스가 되었으면 플러스가 됐지 마이너스는 없었다고 할 수 있겠죠. 육체적으론 엄청 피곤했지만.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닙니다. 왜 갑자기 관찰일기를 쓰게 되었느냐.


나노하씨가 유부녀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결혼한지 꽤 오래 됐다고.
처음 이 정보를 들었을 때, 우리는 무슨 헛소리냐라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감정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죠.

공포, 경악, 절규, 불신, 의혹.

'놀람'과 '믿을 수 없음'에 관련된 거의 모든 감정 표현들이 다 튀어나왔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입니다만.
혼란이 가라앉은 후, 우리들 신입 네 사람(저, 티아, 에리오, 캐로)은 의논 끝에 그 의문의 '남편'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과연 얼마나 간덩이가 배밖으로 튀어나온 인간이기에 저 '관리국의 하얀 마왕'과 결혼 한 것인지, 게다가 어떤 인간이길래 아직까지도 숨통이 붙어있는건지. 도저히 호기심을 억누를 방법이 없었어요.
일단 나노하씨와 가장 오래 알고 지냈다고 하는 유노 스크라이어 사서를 찾아가서 물어보았습니다.
… 나노하씨의 남편에 대해서 아냐고 묻자마자 얼굴이 파랑을 넘어 하얗게 변해버렸지만요.

"아, 아아… 그 사람 말이지… 충고 하나 할게. 목숨이 아까우면 절대 싸움 걸지마. 아니, 그 비슷한 행위도 하지마."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요. 같은 국원에게 싸움을 걸리가 없지 않습니까.
다음은 크로노 하라오운 씨.

"아, 너희들이 그 사람을 한번도 못본 건 당연해. 너희가 들어오기 한참 전부터 임무 받고 출장 가 있었거든. 1년 짜리였던가. 이제야 겨우 돌아오는 거지."
"… 기동 6과 임무 중에 그렇게 긴 임무도 있나요?"
"그 사람은 기동 6과가 아냐. 일반적인 국원도 아니고. 굳이 표현하자면 '그림자 대원'일까. 실제로 관리국 내부에서도 그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안돼. 겉으로는 절대 드러나지 않으면서, 비밀스럽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그늘의 히어로랄까."

히어로라고 하기엔 상당히 뭐하지만.
크로노 씨는 분명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다음은 야가미 하야테 대장.

"신기한 사람이야. 강한 것도 강한 거지만… 어떤 어려운 상황이 우리를 둘러싸도 그 사람이라면 반드시 어떻게든 해줄거다… 그런 느낌. 실제로도 그랬고. 그 사람이 나서서 해결되지 않은 일 따윈 없어."

… 밝게 웃고 있었지만, 진지했습니다.
그 안에 담긴 것은 저희들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신뢰.
다음 목표물은 페이트 씨.

"으음… 한마디로 뭐라고 하긴 힘드네. 하지만─ 멋진 사람이야."

위험해보였어요. 이 사람도 웃고 있긴 했는데 하야테 대장하곤 판이하게 달라요.
뭔가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해보이기도 했고, 얼굴도 빨갛게 ​상​기​되​어​있​었​습​니​다​.​
이 이상 물어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저희들은 신속하게 자리에서 빠져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물어볼 사람은 당연히 나노하씨.
…… 가 될 예정이었습니다만.

"흥~♪ 흥~♪"

페이트씨보다도 상태가 심각해보였습니다.
아니, 남편이 1년만에 돌아온다니까 즐거운 건 이해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평소의 나노하씨랑 갭이 너무 심합니다.
몸에다 이 옷을 갖다대보고 저 옷을 갖다대보며 콧노래를 흥얼흥얼.
… 나노하씨에게 물어보는 건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방해했다간 전보다 더 위험할 것 같아요.

우리들은 방에 모여, 모은 정보를 정리했습니다.

1. 엄청나게 강하다.
2. 현재 시공관리국의 그림자 대원으로, 그 정체를 아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3. 일단 그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신뢰'받고 있다(스크라이어 사서는 조금 애매하지만).

결론.

직접 보기 전까진 뭐라고 할 수 없다.

… 결국 이겁니까.

 

 

6월 21일.

아침 트레이닝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어떤 사람을 만났습니다.
꼭 은을 그대로 실로 만든 것 같은 장발을 꼬아만든 머리카락과, 흑색의 눈동자.
키는 저하고 비슷한 정도. 꽤 말라보입니다.
제복을 입고있긴 한데 와이셔츠와 넥타이, 그리고 제복 바지뿐.
멀리서 봤을 땐 여자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남자입니다. 가슴 보니 확실해요.

눈동자를 제외하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하얀 사람. 오로지 눈동자만이 빠져들었다간 죽어버릴 만큼 새카만 칠흑빛.

좋게 말하면 느긋해보이고, 나쁘게 말하면 게을러보이는 모습. 눈을 반쯤 감고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문득, 그 사람이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두리번 거립니다.
엄청나게 졸려보이는 표정. 더군다나 이리 비틀, 저리 비틀하는 것이 엄청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다가가 붙잡고 일으킵니다.

"괜찮은가요?"
"아, 조금 해맸거든. 그러다가 졸려서 그대로 자버렸지."

… 이 무슨 태평한 소리입니까. 길을 잃고 해매다가 그대로 자버려?
문득 생각해보니, 관리국에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실례지만, 관리국 소속입니까?"

자연히 경계심이 들어갑니다. 대답 여하에 따라서는 공격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 사람은 오히려 인상을 찌푸립니다.

"너 말야… 관리국 소속도 아닌 주제에 이런 데서 한가하게 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거야?"

… 맞는 말입니다.

"나야말로 궁금한데. 너, 처음보는 얼굴이잖아."
"아, 저는 나카지마 스바루라고 합니다. 기동 6과로 배속된지 얼마 안되서."
"…………… 기동 6과? 뭐야, 그건?"

잠시 정적.
그러니까 지금 이 사람은─

"기동 6과를, 모른다고 하는겁니까?"
"몰라, 그런 거."

… 뭐하는 사람일까요, 도대체.

 

 

"헤에… 잘도 그런 재미있는 걸 만들었네."

일단은, 기동 6과에 대한 것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시공관리국 내에서 독자적으로 행동하여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하는 조직. 그리고 저 역시 그 일원이지요.

"내가 없는 사이에 잘도─ 나만 따돌렸단 말이지."
"네? 지금 뭐라고?"
"아니, 아무것도."

하도 작아서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저러나 일이 재미있게 됐는걸. 하야테가 만들었다고 했으니까 당연히 볼켄리터들도 있을테고… 나노하와 페이트도 있는건가. 그 녀석들 눈도 높으니까 꽤 쓸만한 것들을 대원으로 받았을테고… 관리국으로서는 더할 나위없는 드림팀. 하지만 보나마나 내부 반발도 있을거니까 실제로 움직이는데엔 제약이 따르겠지. 반면 적들은… 내가 아는 놈들만 해도 만만찮은 놈들이 많단 말이지. 신이라고 할만한 놈들도 널리고 깔렸으니. 이야, 이거 이쪽이 위험한걸지도 모르겠는걸."
"… 저기 말이에요."

너무 빨리 말하는 바람에 반도 못알아들었지만, 분위기로 파악해봤을 때 별로 좋은 소릴 한 것 같진 않습니다.

"아, 미안. 혼자서 떠든 것 같네. 그래서, 어때?"
"뭐가요?"
"기동 6과 소속이라면서. 어때, 거기."

기동 6과… 한마디로 정리하긴 힘들지요.
하지만─

"힘든 일도 많고, 어려운 일도 많지만… 즐거워요.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도 들죠. '우리는 정말로 기동 6과에 필요한가'."

나노하씨도 페이트씨도… 그 이외의 다른 사람들도.
정말로 강합니다. 우리들하고는 비교하는 것이 모욕이 될 정도로요.
우리들은 방해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여기에… 정말로 우리들이 있을 자리가 있는걸까요."
"…… 미안하지만 말야."

그 사람은 조금 전까지의 웃음기는 깨끗이 지워버린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자기가 있을 자리는 결국 자기가 찾거나 만드는 수밖에 없어. 네가 거기에서 '있을 자리'가 없다고 느낀다면… 그건 순전히 네 잘못."

그 사람은 천천히 자리에 일어나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습니다.
태만한 자세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냉정한 상태 그대로.

"강해져. 그러면 있을 자리같은 건 저절로 생기게 돼."
"…… 냉정하네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항상 속으로만 생각하던 걸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었으니까.
아참, 그러고보니─

"당신, 이름도 못들었네요. 가르쳐줄 수 있어요?"
"제바. 아는 녀석들은 그렇게 불러. 원래는 좀 더 길지만, 다 열거하기 귀찮아."

그럼 제바씨로군요.
제바씨는 잠시동안, 아무 말도 없이 천장을 바라보다가…

"어떤 바보가 있었어."

입을 열었습니다.

"자신이 있을 자리를, 남에게서 빼앗는 법밖에 모르던 바보가."

어느 사이엔가, 저는 자리에 앉아서 제바씨의 말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 녀석은 말야, 자신의 자리를 '싸움' 이외의 방법으로는 만들 줄 모르는 녀석이었어.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남의 자리를 몽땅 빼앗아가면서, 자신의 자리로 만들었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았어. 그때의 그 녀석한텐 좋다거나 나쁘다는 것 따윈 없었으니까. 나중에는… 그 남의 자리를 빼앗는 과정, '싸움' 자체에 탐닉하게 됐지. 싸움 자체가 살아가는 목적이 되어버렸어."

"죽이고 부수고 죽이고 부수고 죽이고 부수고─ 오직 그것밖엔 없었어. 녀석에게는."

"그리고 그런 그 녀석의 앞에… '사랑하는 존재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자'가 나타났지."

"녀석은 그와 싸웠고, 멋들어지게 패배했어."

"어째서일까. 힘이라면 녀석이 더 강했고, 싸움의 경험도 녀석이 훨씬 많았는데."

"답은 간단해. 녀석은 혼자서 싸웠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으니까."

"똑같은 힘을 가진 존재 끼리의 싸움을 결판 짓는 건 정신력, 혹은 영혼의 힘이지. 혼자서 싸우는 녀석이, 다른 모든 것과 함께 싸우는 그에게 이길 수 있을리 없었어."

"녀석이 그걸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녀석의 주위엔 아무도 없게 된 후였고."

어째서일까요.
그 이야기가… 제바씨 본인의 이야기라고 느낀 것은.

"하지만 녀석에겐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왔어. 정말로, 마지막일 것 같은─ 여신님이 내려주신 기회가. 녀석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붙잡는데 성공했지. 그리고… 지금은 잘 살고 있어."

다시 이쪽을 향해 몸을 돌렸을 때.
제바씨는, 처음처럼 웃고 있었습니다.

"뭐, 결국 그런 거야. 넌 아직 어리니까 조급해하지 말라고. 지금 당장은 네가 있을 자리가 보이지 않아도… '기회'는 언젠가 반드시 찾아오게 되어있어. 그걸 놓치지 않으면, 너도 네 파트너도, 자리를 찾을 수 있겠지."
"… 너무 정론이라 화나는데요."
"정론이란 건 원래 그런거야."

… 하지만.
분명, 마음은 가벼워졌습니다.

"아, 참."
"…?"

아까부터 마음에 걸렸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제바씨는, 강한가요?"
"아, 강하지."

터무니없을만큼 당당하게 이야기합니다.

"나노하씨랑도 아는 사이고?"
"그게 왜?"

제바씨는 의아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봅니다.

"그럼, 나노하씨랑 비교해서 어느 쪽이 강해요?"

역시 나노하씨일까요.
하지만 제바씨는 표정이 변했습니다.
무표정─ 이긴한데, 뭔가를 골똘이 생각하는 듯한. 눈의 초점도 어딘가 어긋나있고요.
10초 정도, 그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제바씨는 조금 전과 같은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하는군요.

"내가 이겨."

 

 

티아와 같이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상황이 심각해졌습니다.
폐허가 된 도시를 조사하는 일로, 위험도도 낮은 일이었기에 저희 두 사람이 온 거였습니다만, 그 정보가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아, 하아…"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기계인형 하나를 주먹으로 박살냅니다.
티아 역시도, 앵커 암으로 몇대인가 부수는데 성공하지만…

"우리들, 싸우기 시작한지 얼마나 됐지?"
"해질 무렵부터 시작했으니까… 그럭저럭 1시간 정도."
"얼마나 쓰러트렸지?"
"4~50대 정도일까."
"근데 왜 끝이 안보여?!"
"나한테 묻지마."

그렇습니다.
엄청나게 부숴댔는데도 불구하고,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기계인형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우리쪽 지원은?"
"에리오와 캐로도 발목이 잡혀있어… 나노하씨와 페이트씨가 오고 있긴 하지만,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
"상황 나쁘네, 무지."
"카트리지 잔탄은?"
"1발. 넌?"
"… 4발. 페이스 배분 좀 하시지. 무작정 써대지 말고."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기계인형만도 백대 이상.
…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새카맣게 변했습니다.

 

 

하늘에 떠있던 달이 모습을 감추고.
주위의 사물들이 하나둘 '어둠'에 파묻히고.
저와 티아… 그리고 기계인형들만이 남았습니다.

"… 뭐야, 이거."

티아의 작은 중얼거림.
하지만 저도 같은 심정이었기 때문에, 대답은 해줄 수 없었습니다.

"하야테도 너무하는걸. 돌아오자마자 부려먹힐 거라곤 생각못했는데. 더군다나 상대는 부술 의미도 없는 고철덩어리들. 마가 낀 건가, 최근엔 이런 일들밖에 없잖아."

─제가, 알고 있는 목소리입니다.
딱 한번 들었을 뿐이지만, 굉장히 인상적인 만남이었기 때문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이 목소리의 주인은 분명─

"제바씨?!"
"… 너였어?"

제바씨는 아침과 마찬가지로, 주머니에 손을 넣은채 태만하기 짝이 없는 걸음으로 걸어왔습니다.

"아는 사람이야?"
"아니, 아는 사람이라고 할까… 딱 한번 봤을 뿐인데. 그보다! 제바씨가 여긴 왜 있는거예요?!"
"하야테 녀석이 여기로 가라고 하는 바람에."

막 부르고 있습니다. 부대장님 이름을 막 부르고 있어요. 게다가 '녀석'까지 붙여서.

"뭐, 이 이상 일이 귀찮아지는 것도 사양하고 싶으니까─ 끝내지."
"제정신인가요? 당신이 얼마나 강한지는 몰라도 이 숫자의 기계인형들을 '끝내고 싶다'고 해서 끝낼 수 있다고 보는겁니까? 다른 사람들이 지원올 때까지만 버티면─"

티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제바씨가 왼손을 휘저었습니다.


─동시에, 기계인형들이 산산히 터져나갔습니다.


이런 걸 번개 그물이라고 하는건가요.
하늘에서 뻗어내린 무수한 번개줄기들이 기계인형들을 때렸습니다.
열개나 스무개 정도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수백개'가 한꺼번에.

"다른 녀석들이 지원올 때까지─ 그 다음은 뭔데?"

…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저도 티아도, 눈앞의 광경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으니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요. 제바씨는 손 한번 휘저었어요. 네, 단지 그것 뿐입니다. 근데 '그것 뿐'인 행동에 번개들이 내려치더니 기계인형들을 전멸시켰어요. 이런 무지막지한 마법따윈 듣도보도 못했습니다. 혹시 그겁니까? 흔히들 초능력이라고 말하는거? 하지만 규모가 너무 다른데? 그 이전에 저런 짓을 하고도 지친 기색은 커녕 얼굴 표정 하나 안변한 이 사람은 뭡니까?

"엎드려."

티아와 저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췄습니다.
그 직후에, 아직까지 일어서있던 기계인형들이 일제히 불길에 휩싸여 ​'​증​발​'​해​버​렸​습​니​다​.​

"아…"

티아의 작은 감탄. 아니, 감탄이라기 보다는 단순히 외경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만.
손을 휘젓는다, 라는 행위만으로 벼락을 불러내고, 저희들이 그렇게 고전했던 기계인형들을 노려보는 것만으로 태워버렸습니다.
그걸 보고, 뭐라고 해야할까요.

──아침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나노하씨와 비교하면 어떤가, 라는 물음에 '내가 이겨'라고 한 대답.
그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지금 생각했습니다.

"제바씨… 당신은 대체─"
"두 사람 모두, 괜찮아?!"

지원으로 온 페이트씨가 저희들의 옆에 내려섰습니다.
─그리고, 페이트씨도 굳어버립니다.

"여어, 늦었네, 꼬맹아. 이쪽은 정리 끝이다."
"…… 제바, 씨?"

페이트씨도 이 사람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그보다 페이트씨를 꼬맹이라고 불렀어?!

"어, 언제 돌아온거예요?"
"오늘 아침에. 조금 해맸지만, 여기있는 꼬맹이… 스바루라는 이름이었던가. 아무튼 이 녀석 덕분에 겨우 제대로 찾아갔지. 근데 하야테가 없더라고.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야테 자식, 오자마자 나보고 여기로 가라고 하잖아."
"누군가요? 이 사람은."

─제가 할 질문을 티아가 대신 해줬습니다. 저도 대화를 해봤다고 해도, 10분 남짓한 정도. 제바씨의 정체를 모르는 건 마찬가지니까요.
페이트씨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이윽고 '괜찮겠지.'라고 중얼거리더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기동 6과 특별대원인 제바씨야. 풀네임은─"
"잠깐 기다려. 지난번까지만 해도 내 직함은 시공관리국 특수 유격대원인지 뭔지하는 거였을텐데."
"아, 하야테가 기동 6과만들 때 명단을 여기로 옮겼거든요."
"… 내 의사는?"
"관계없어요."

… 과연 부대장님. 이런 사람조차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겁니까.

"뭐, 그딴 건 넘어가고… 정식이름은 운 다그바 제바야. 최근에는 뒤에 타카마치라는 성이 붙었지만."

잠깐만 기다려봐요.
지금 뭔가 굉장히 익숙한 고유명사가 지나갔는데요.

"… 운 다그바 제바 타카마치?"
"으응. 이 사람이… 나노하의 남편이야."
"뭐, 원래는 내 성을 그 녀석에게 줘야 하는데… 나한테는 성이 없으니까 말야. 그래서 내가 그쪽으로 들어갔지."

… 10초 정도 의식이 날아갔었다는 건, 비밀.

 

 

이곳은 현재 시공관리국의 트레이닝 룸입니다.
이미 가상 시뮬레이션이 작동되어 대련 중인데─ 대련하고 있는 사람들이 제바씨와 나노하씨라는게 문제.
와놓고 돌아왔다는 말 한마디 없던 제바씨 때문에 머리꼭대기까지 화가난 나노하씨가 "조금, 머리 식히고 대화를 했으면 하는데."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그리고─

<많이 늘었는걸, 아내님.>
<당신이 둔해진 것 같은데.>

─저희 신입들에게 있어선, 악몽과도 같은 광경이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게, 상상도 못했던 일이니까요. 아무리 힘에 제한이 걸려있고 레이징하트도 통상 모드로밖에 사용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는 해도… 저 나노하씨를 '가지고 노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제바씨는 배리어쟈켓도 걸치지 않은 사복차림으로, 창 한자루 들고서 나노하씨의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가끔씩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 불과 번개의 향연.
처음의 자리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으며 여유만만한 제바씨와는 달리, 나노하씨는 호흡이 서서히 거칠어졌습니다.

<스타더스트 폴!!>

주변에 있는 물체들─ 건물의 잔해나 콘크리트 파편들이 일제히 떠올라 제바씨를 향해 날아갑니다.
하지만 제바씨는 그것들을 모조리 불태워 증발시켜버리고, 반격합니다.

<간다, 아내님. 어디 한번 ​막​아​보​시​지​!​!>​


「스플래시 드래곤」


… 이런 마법, 본 적 없습니다.
청색의 빛으로 만들어진 용이, 나노하씨를 향해 입을 벌리고 돌진.
하지만 그때에는 나노하씨도 자랑의 '포격'을 준비하던 중이었습니다.

<디바인 ​버​스​터​─​─​─​─​─​─​─​!​!>​

'포격'과 '용'이 부딪혀서 일어난 폭발은, 그 일대를 날려버렸습니다.
그 이후로도 한참동안 치고받다가, 시뮬레이션 장치가 연산 오버로 과열된 후에야 겨우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습니다.
저희들은 그것에 정신없이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나노하씨나 페이트씨도 강했지만… 제바씨의 힘은 완전히 다른 세상의 것이랄까,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한편으론 '저런 사람이니 나노하씨랑 결혼하고도 살았지'라고 납득이 된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만.

 

 

이후, 제바씨와 대화를 한다던가 질문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알아본 결과… 이 사람한텐 세상이 나노하씨로 시작해서 나노하씨로 끝납니다. 조금전까지 그렇게 치고받았던 것도, 두 사람에게 있어선 단순한 '식전운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무슨 이야기를 해도 나노하가 이랬고 나노하가 저랬고. 나노하라면 이랬을텐데, 나노하라면 저랬을텐데. 그저 나노하 나노하 나노하 나노하. 도대체 뭘 어떻게 세뇌했길래 이렇게 된 겁니까, 나노하씨.

 

 

6월 22일.

"… 뭐야, 그건."

제바씨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노하씨에게 찰싹 달라붙어있는 비비오를 바라보았습니다.
여기서 문제. 자기가 나가 있는 동안 듣도 보도 못한 딸을 하나 데리고 온 아내에 대해 남편이 품는 감정은 과연 어떤걸까요?

"… 너, 나 없는 새에 사고쳤어?"
"말같지도 않은 소릴."
"그럼 이건 뭔데."
"애한테 자꾸 ​'​이​거​'​'​그​거​'​하​지​마​.​"​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닐텐데."

… 공기가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무서워 죽겠어요.

"입양아예요. 괜히 이상한 상상하지 마세요."

다행히도 페이트씨가 중재에 나선 덕분에, 일이 커지진 않았습니다.

"입양이라… 그러고보니 그런 것도 있었지."
"… 그래서, 아직도 화났어?"
"설마. 너한테 딸이면 나한테도 딸이니까. 아까는 심술 좀 부려본 것 뿐이야."

제바씨는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와서, 비비오에게 다가갔습니다.
─사건은, 그때 일어났습니다.

"너, 이름은─"

비비오가, 제바씨의 손을 뿌리치고 나노하씨의 뒤에 숨어버린 것.
나노하씨와 페이트씨는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을 함께 보이고 있었고, 제바씨도 멍해져 있었습니다.
─비비오는, 잔뜩 겁먹은 얼굴로 나노하씨의 뒤에 파고들었습니다.

"저기, 제바… 이건─"
"…… 아니, 됐어. 당연한 거니까."

제바씨는 웃으면서 손을 거두고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그 웃는 얼굴이 우울한 것처럼 보인 건 착각일까요.

 

 

[인터루드]

"미안. 비비오한테도, 악의는 없으니까…"
"화 안났어. 그러니까 사과할 거 없어."

나노하는 거듭 제바에게 사과했지만, 제바는 가볍게 받아넘기고 있었다.

"아이들은 예민하니까 말야. 차원을 몇개씩이나 말아먹은 '괴물'이 다가간다면, 무서워하는게 당연한거야."
"당신은─"
"미안한데 말야, 나노하. 이제와서 '당신은 괴물같은게 아니야'라는 말 해봤자 약빨없다고? 나 스스로가 자신을 '괴물'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이상은─ 말이지."
"제바…"
"안심해. 노력은 할거니까."

[인터루드 아웃]

 

 

8월 1일

그 후에도 여러번,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바씨는 어떻게든 비비오와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만… 비비오는 제바씨가 다가오기만 해도 도망치기 바빠요.
한번은 붙잡고 이야기하려고 했습니다만, 제바씨가 거절하는 바람에 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자기 혼자서 해보고 싶다고.
옆에서 보면 안타까워질만큼… 제바씨는 노력했습니다.
… 결국 보상받지 못했지만요.

 

 

그리고 마침내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바씨가 돌아온지 두달 정도 지난 후의 일로… 비비오가 납치당한 것입니다.
범인은 그 망할 오렌지 박사. 설마 이딴 식으로 나올 거라고는 생각못했어요.
그리고 우리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공포가 천국으로 느껴질 정도의, 문자 그대로 '궁극의 공포'를 체감했습니다.

제바씨가 화냈어요.

물론 대놓고 날뛰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얼굴이 얼음덩어리처럼 변하면서, 입을 꾹 다물고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딱 한번, 눈이 마주쳤는데… 그 시선에 짓눌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몇초만 더 눈 맞대고 있었으면 죽었을지도 몰라요.
지금 현재 제바씨는

1. 딸 납치 당한 아버지의 분노.
2. 딸 납치당한 것 때문에 나노하씨가 실의에 빠지자 그에 따른 남편의 분노.
3. 지금까지 딸한테 ​거​절&​외​면​당​한​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분노.

… 대단합니다, 오렌지. 당신은 '비비오를 납치한다'는 행위 하나만으로 저 하얀 파괴신의 분노를 세제곱으로 끌어냈어요.
결국 제바씨는 다음 날 열이 머리 끝까지 뻗쳐서 혼자 쳐들어갔습니다. 말리는 사람들을 모조리 때려눕히고.
그리고 그 뒤를 나노하씨와 페이트씨가 따라갔어요.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이토록 무시무시한 생물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자기 키보다 큰 검 한자루만 들고 다 때려부수면서 오로지 일직선 전진.
가로막는 건 벽이고 함정이고 가제트 드론이고 넘버즈고 모조리 산산조각.
잡히는 대로, 보이는 대로, 닥치는 대로 박살내면서, 비비오를 찾아해맸습니다.
더군다나 그 뒤를 따르는 나노하씨 역시, 제한을 모조리 풀어버리고 포격난사.

왜 이 두 사람이 「시공관리국의 하얀 마신 콤비」 or 「삼쇄삼멸(분쇄 파쇄 옥쇄 섬멸 괴멸 소멸) 이인조」라고 불리는지 똑똑히 깨달았습니다.

특히 제바씨.
비비오를 납치당하고 화가 난 나노하씨가 사탄이고 친구가 화나자 덩달아 화를 내는 페이트씨가 메피스토라면, 이 사람은 처음부터 갤럭투스입니다. '공포'의 규모가 혼자만 우주 클래스로 놀고 있어요.
어쨌거나, 오렌지 박사는 가볍게 손가락 튕기기로 건드렸다가 핵폭탄으로 반격당한 셈이 되었습니다.
… 자업자득이죠, 뭘.

 

 

폐허의 위.
제바씨는 비비오를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비비오는 여전히 제바씨의 접근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전보다 훨씬 심했어요.

그도 그럴게, 지금의 제바씨는 자신의 하얀 몸이 새빨갛게 될 정도로 ​피​투​성​이​였​으​니​까​요​(​물​론​ 자기 피는 하나도 없지만).

제바씨는 검을 늘어뜨리고, 몇발짝 떨어진 곳에서 비비오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누구도 다가갈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얼마나 지났을까. 제바씨가 입을 열었습니다.

"무섭냐? 내가."

비비오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밖에 지켜줄 수 없어. 이런 식으로, '무언가를 부수는 방법'으로 소중한 걸 지키는 법밖에 모르니까."

얼굴에 묻어 흘러내리는 피를 닦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제바씨는 그저 담담하게 이야기할 뿐.

"그런 나를 무서워하는 건 당연한거야.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거짓말입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비비오가 도망칠 때마다 그렇게 우울해질리가 없을텐데.

"이런 바보가 '아빠 대신'이라서 미안. 이제부턴 가까이 안 갈게."

천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합니다.

… 잘못 됐어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잘못 됐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겠습니다.
이대로, 끝나는 겁니까? 정말로, 이대로?

"아, 그래도 말야. 아빠 노릇 하나 정도는 하게 해줘. 이번처럼 널 다치게 하려는 녀석을 부숴버리는 정도는─"

비비오가, 움직였습니다.
제바씨에게로 달려가, 그의 소매를 붙잡습니다.

"… 피 묻는다. 놔."

자신의 손에 피가 떨어지고 있는데도.
비비오는, 놓지 않았습니다. 제바씨가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까지.

 

 

8월 5일.

비비오 납치 사건도 일단락 났고, 제바씨가 비비오와 친해진 다음부턴 나노하씨네 가정사도 무사히 해결됐겠다 이제야 조금쯤은 편해지겠다, 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 다음 순간 지옥이 펼쳐졌어요.
응? 무슨 일 때문이냐고요? 잠깐 밖을 좀 내다봐주시기 바랍니다.

네,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인데도 번개가 마구 치고 있어요. 게다가 거기에 대항해 자주빛 광선포까지 발사되고.

이른바 '부부싸움'이라는 물건입니다만, 보통의 것과는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도대체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되​는​거​야​?​!>​
<디바인 버스─>
<잠깐만, 나노하!! 이유는 설명해줘야 할 거 아냐!!>
<그걸 모른다는 시점에서 당신은 맞아야 돼. 엑셀리온 ​버​스​터​─​─​─​!​!>​

자주빛의 포격이, 똑바로 제바씨를 향해 날아갑니다.
저라면 피할 생각부터 하겠지만 과연 제바씨는 다르더군요.

「카라미티 타이탄」

보라색의 빛으로 이루어진 거인이, 그 거대한 주먹을 휘두릅니다.
이윽고, 나노하씨의 엑셀리온 버스터와 부딪혀 상쇄되고, 사라집니다.

<왜 맞아야 되는건지 이해도 못하겠고!! 왜 화를 내는 건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더는 못참아!!>
<누가 참으래? 아아, 역시 대화가 너무 부족했어. 1년이나 떨어져있는게 아니었는데 말야. 이 기회에 당신도 나도 머리 좀 식히자구.>
<… OK, 마누라님. 지금 나랑 한번 해보자 이거지.>

… 일났습니다.
진짜로 큰일 났어요.
나노하씨의 레이징하트가 얼티메이트 모드로 바뀌고, 제바씨도 본래의─그론기라고 하는 고대 종족으로서의 모습이라고 하더군요. 그럼 저 사람은 고대종의 생존자라는 이야기가 되는데, 도대체 몇살인걸까요─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기동 6과는 이미 초비상사태. 하야테 부대장님 마저도, 안색이 새파랗게 되어있습니다.

「블래스터 페가수스」

아, 이번엔 녹색의 페가수스가 나타나 나노하씨를 향해 날아갑니다.
하지만 나노하씨가 살짝 피하는 바람에, 시공관리국의 결계와 충돌. 그 일대의 결계가 날아가고 관리국의 일부마저 붕괴됩니다.
물론, 두분께선 그런 거엔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 싸워댔지만요.

「스타라이트 브레이커」
「어메이징 마이티 킥」

 

 

시공관리국이 초토화될대로 초토화되고 나자, 겨우 두 사람의 부부싸움은 소강상태로 들어갔습니다.
네, 멈춘 것도 아니고 그냥 소강상태입니다.
그 동안 저희들은 몇십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건, 사소한 문제.

"저거, 어떻게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의 의견은, 하나뿐인 파트너에 의해 무참히 박살났습니다.

"네가 지금 저 공룡들 싸움에 끼어들겠다고? 마음대로 해, 안말리니까. 하지만 보통은 그런 걸 자폭이라고 부르지, 아마."

… 반박할 수 없는 현실이 슬픕니다, 네.
하지만 도대체 저 두 사람은 뭣때문에 싸우고 있는걸까요.

<도대체 말야, 비비오한테 뭘 가르친거야!! 무슨 소릴 어떻게 했길래 애가 '한방에 숨통을 끊을 수 있는 인간의 급소는'이라던가 '단검 한자루로 호랑이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이라거나 '살기로 사람 죽이는 법' 같은 소릴 하는 거냐구!!>
<그론기는 원래 그렇게 애들 가르친단 말야!! 그 수업들 다 마친 후에 맹수랑 싸우게 해서 살아남은 녀석한테만 운철로 만든 무기 주고 부족으로 인정하는 식으로!!>
<보통 사람은 애 그따위로 안 키워!!>
<그래서 말했잖아!! 육아는 너 혼자 하면 안되냐고!! 그랬더니 안된다면서!! 나도 같이 안하면 다음부터 나하곤 이야기도 안하겠다면서!! 그래서 하라는대로 '육아'했는데 뭐가 ​잘​못​된​거​야​?​!>​

… 과연. 이해했습니다. 나노하씨가 왜 저렇게 날뛰는지.
그러고보면 요 며칠, 가끔 비비오가 무섭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원흉은 따로 있었군요.

<그새 언어가 진화를 많이 했나, 요즘엔 살인병기 제조를 육아라고 ​표​현​하​나​봐​?>​
<난 그 방법밖에 모르는데 어쩌란 말야!!>
<그럼 책 읽고 공부라도 하던가! 서점이랑 서고에 가면 남아도는게 ​육​아​책​인​데​!​!>​
<… 기억 ​못​하​는​거​야​?>​
<​뭘​.>​
<나 지난번에 서고에서 자다가 실수로 불질러버리는 바람에 출입금지 당한거.>
<…… 서점은?>
<비슷한 이유로 출입금지.>
<​…​…>​
<​…​…>​
<… 자업자득이란 말, 알아?>
<알고는 있지. 내가 그런 꼴을 당하게 될거라곤 생각못했다는게 문제지.>
<그럼 계속 맞아도 할 말 없다는 거 알겠네?>
<잠깐만?! 이야기가 왜 그렇게─>

아, 디바인 버스터 직격입니다. 말하던 도중에 쏘다니, 역시 나노하씨도 화나면 굉장해요.

<…… 크아아아아앗!! 좋다고, 이 여편네!! 오늘 시공관리국 박살날 때까지 한번 해보자!!>

폭주했습니다. 제바씨도 마침내 폭주했어요. 양손에 대검 두 자루를 들더니 나노하씨를 향해 돌격해 들어갑니다.
나노하씨도 피하지 않고, 레이징하트를 들어올려 맞서서 마력을 전개하고 돌격.

이후, 이 날은 「시공관리국 사상 최대최악의 저지먼트 데이」라고 이름붙여졌으며, 하마터면 시공관리국이 통째로 멸망할 뻔 한 것을 면한 기념일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이 부부는 겨우 화해했습니다만… 이미 시공관리국이 전멸 일보직전까지 간 다음.

 

 


비록 이번엔 치고받는 일이 많았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지붕 아래에서 잘 지내고 있는 바보커플(보기에 따라선 단순히 '잘 지내는' 수준이 아닌 에로커플이긴 합니다만)의 이번 관찰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 이상 했다가 두 사람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목숨이 위태로울 것 같기도 하고요.

 

뭐, 나중에 또 이 부부때문에 '제 2차 저지먼트 데이'가 일어나긴 합니다만, 그건 조금 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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