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루이즈의 소환 열전


Original |

소재는 "가면 라이더 덴오".
​=​=​=​=​=​=​=​=​=​=​=​=​=​=​=​=​=​=​=​=​=​=​=​=​=​=​=​=​=​=​=​=​

13화 제로의 '이매진' 사역마'S


 


트리스테인 마법 학원에 있어서,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1년에 단 한번 있는 사역마 소환의 의식.
그리고 이 날은 루이즈 프랑소와즈 르 블랑 드 라 발리에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기도 했다.
메이지라면 누구라도 지니고 있는 이명. 그녀의 친구들은 '미열'이니 '설풍'이니 하는 칭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이명은 '제로의 루이즈'.

땅, 불, 바람, 물. 어떤 속성의 마법을 사용해도 어김없이 폭발만을 일으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마법 성공률 0%. 그 이명이 의미하는 바는 메이지로서 최악의 불명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오늘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루이즈는 스태프를 들어올리고, 천천히 주문을 외운다.

「우주의 끝, 어딘가에 있는 나의 하인이여」

여기의 누구보다도 훌륭한 사역마를 불러낸다.
아무도, 더이상 자신을 제로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사역마.
자신이 원하는 것은, 그런 사역마다.

「신성하고, 아름답고, 그리고 강력한 사역마여」

… 만약에, 실패하면 어떡하지?
한순간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곧바로 지워버린다.
실패따윌 할 수는 없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반드시 성공한다. 이 사역마 소환의 의식만은.

「나 마음 속으로 원하고 호소하니 나의 인도에 응답하라!!」

루이즈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허공에 울려퍼진다.
그리고, 정확히 3초 후.

 

 

─이제까지와는 규모가 다른 대폭발이 일어났다.

 

 

학생들도 교사들도 솟아오르는 먼지나 바람에 휘말려 땅바닥을 구르거나, 그렇게까지 가진 않아도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했다.
그 먼지 구름이 걷히고 난 다음에서야 루이즈는 간신히 그곳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역시 이렇게 되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과연 마법 성공률 제로의 루이즈. 하지만 설마설마했는데 사역마 소환까지 실패할거라곤."

사방에서 비웃음과 야유가 쏟아졌다.
루이즈는 울음을 참느라 새빨개진 눈동자를 숨기지 못한 채 외쳤다.

"아냐… 실패같은 거 안했어!!"
"하지만 실패했잖아. 사역마같은 건 어디에도 없는데."
"아니라니까! 분명히 나왔단 말야!!"

억지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외치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분명히, 뭔가가 나왔단, 말야…"

 

 

[아, 나오셨지. 이 몸께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이즈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바닥에서, 모래로 이루어진… '사람과 비슷한 형태의 무언가'의 상반신이 솟아나있다.
─그러나 기이한 것은, 그 '상반신'의 바로 위에 있는 허공에, '하반신'이 내려와있다는 것.
요컨대, 상반신은 바닥에서 솟아나고, 하반신은 허공에 떠있다는 소리다.

[이 몸, 등장!!]

'무언가'는 요란한 포즈를 잡으며 그렇게 소리쳤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자 투덜거렸다.

[아, 젠장. 역시 실체화 안한 몸으론 영 폼이 안나는구만. 자, 그럼… 어이, 거기. 날 불러낸 녀석. 너의 소원을 말해라. 어떤 소원이든지 한가지 들어주겠다. 네가 지불해야할 대가는 단 하나─]

'무언가'는 뭐라뭐라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루이즈의 표정이 점차 찌그러져가다가… 그것이 정점에 달했을 때, 그녀의 입에서 절규가 튀어나왔다.

"사람 살려!! 유령이다!!"

루이즈 이하 학생들과 교사들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며 대패닉.
이렇게 되자 놀라는 것은 오히려 '무언가' 쪽이다.

[야, 야! 어디 가냐?!]
"사, 사, 사람 살려!! 유령이 사람 ​잡​는​다​아​아​아​~​~​~​!​!​"​
[누가 유령이야, 임마!!]

그 '유령 소동'이 진정된 것은, 그로부터 수시간이나 경과한 후였다.

 

 

"… 진짜로 유령 아닌거겠지."
"아니라고 몇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냐, 이 기집애가."

눈앞에 있는 '빨간 ​도​깨​비​'​─​─​─​─​─​─​─​였​던​ 소년 모모타로스는 자신의 손등을 내려다보며 대꾸했다.
반면 루이즈의 기분은 점점 다운되고 있었다. 새빨간 머리카락이나 시건방진 태도나 꼭 어디의 누군가를 연상하게 했으니까.

"그나저나 참 신기하네. 사역마의 룬이라고 했냐. 계약도 안했는데 실체화됐잖아. 게다가 이매진에서 인간으로 변신하는 것도 가능해졌고."
"… 사역마 계약이라면 했잖아."
"아니 그거 말고. 이매진의 계약이다. 뭐, 이제와선 관계없는 일이니까 아무래도 좋지만."

모모타로스는 주먹을 몇번 부딪히고선 고개를 들어올려 루이즈를 바라본다.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지. 마침 할 일도 없던 참이고. 그래서, 그 '사역마'라는 건 뭘 하면 되는 거냐?"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역시 주인을 지키는 거지. … 너, 강해?"
"… 너 지금 이 몸에게 강하냐고 물었냐!!"
"우와앗?!"

갑자기 소리를 지른 것 때문에 루이즈는 놀라서 뒷걸음질 쳐버렸다.

"야야, 농담 마라. 이 몸이 강하지 않으면 누가 강하다는거냐, 앙?"
"………… 으음."

확실히, 원래의 모습을 보면 강해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인간과는 확연히 다른, 전투적으로 생긴 모습. 들고 있던 검 역시도, 흉악하기 그지없게 생긴 대검이다.

"… 됐어. 유령이 아니라고 하면 사역마로 하는데도 문제없을테고. 좋아. 이제부터라도 내가 하는 말에 복종하고 잘 따른다면 먹고 사는 문제만큼은 책임져줄─"
"응? 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냐?"

모모타로스는 루이즈의 앞에 놓여있는 탁자에 한쪽 발을 올려놓았다.

"사역마인지 뭔지, 내가 '되어주는' 거라고. 네가 나를 사역마로 '받아주는' 게 아니라."
"뭐, 뭐?!"
"애초에 말이지. 료타로같은 특이점도 아닌 주제에 이매진을 부려먹겠다는 심보가 마음에 안들어. 잘 들으라고. 난 말이지, 남한테 이래라 저래라 소리 듣는 것따윈 딱 질색이다. 너야말로 나한테 먹을 거하고 잘 곳 내놓으면 목숨 지켜주는 정도는 해주지."

루이즈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그리고, 그 상태로 몇초 정도 굳어있다가─

"뭐,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어?!"
"시끄러워, 기집애가."

모모타로스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는 시늉을 하며 루이즈의 말을 무시했다.
루이즈는 분노에 차 부들부들 떨다가… 마침내 스태프를 들어올렸다.

"이 무례한 ​똥​개​가​─​─​─​─​─​─​!​!​"​

"오~라. 해보자 이거냐. 말해두겠는데, 이 몸은 최초부터 클라이맥스라고!!"

앞으로도 수십, 수백번 일어날 두 사람의 '작은 다툼'.
그 최초의 것은, 모모타로스가 루이즈의 폭발을 검으로 '베어버리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뭐, 한밤중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된다는 것도 있어서, 벽 몇개를 날려버리는데에 그쳤지만.

 

 

"뭔가, 윗층은 굉장히 시끄러운데."

고상하게 앉아 찻잔을 들어올려 입으로 가져가던 백발과 백안의 소년은 아미를 약간 찌푸리고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 항상… 저래…"
"그런가. 바로 아래 층이어서야 고생이겠군, 그대도."

소년은 어깨를 으쓱하고 찻잔을 입에 댄다.
이 소년의 이름은 '지크'.
타바사가 불러낸 풍룡 실피드에 '빙의'되어있던 이매진이라는 존재다.
지금까지 실피드의 안에서 자고 있었다가, 깨어난 것은 바로 조금 전.
─그때의 모습은 지금처럼 '인간의 것'이 아니었지만.
뭐라고 해야할까… 마치 '새'를 닮은 모습을 한 '백색의 왕'이라고 해야할까.
타바사조차도 본능에 가까운 경외감이 들었을 정도로.

"어찌되었건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지. 그래서… 그대는 무엇을 위해 나의 힘을 원하는 건가."

지크는 아까 타바사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말했다.
타바사가 자신을 도와달라고 말한 것은, 지크가 그 힘을 아주 약간 드러내서 자신의 모습을 본 인간의 기억을 만지작 거린다던가 인간을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을만큼 작게 만든 것을 본 직후의 일이다.

"…… 복수."
"… 호오. 꽤나 험악한 이유로군."
"지금의 내 힘으론… 이길 수 없는 상대. 그래서… 당신의 힘을 빌리고 싶다."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타바사를 바라본다.
타바사 역시도, 눈을 돌리지않고 당당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런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좋겠지."
"…… 도와주는 것인가."
"아아. 인간의 복수같은 별볼일없는 일에 손을 내미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 일이긴 하나 그대는 내 동생의 주인이기도 하기에 힘을 빌려주는 것이다."

동생? 무슨 동생?
비록 표정에 드러내진 않았다고 해도 이번만큼은 타바사도 놀랐다.
지크는 창문 밖에서 머리만 이 안에 들이밀고 있는 실피드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느냐. 그건 그렇고, 너는 언제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 셈이냐. 인간의 말 정도는 할 수 있을터다."
[…… 우우, 오빠는 심술쟁이. 아직 언니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그걸 말해버림 어떡해!]

… 또 한번.
타바사는 눈을 크게 떴다.
이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실피드는 사람보다도 훨씬 높은 지능을 자랑하며, 강력한 선주마법을 쓰는 것은 물론 대기를 자유롭게 날아다니거나 그 숨결로 적을 태워버리는 등의 강력한 힘을 갖춘 전설의 고대룡, 운룡이었다.

"본래 이 세계는 나를 위하여 움직이는 것. 감사하게 생각하거라. 이 내가 가신을 위하여 움직이는 일은 매우 드무니까."

… 가신?
누가 누구의?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도, 타바사는 지크가 내민 손을 붙잡았다.

 

 

"저기저기, 나 앞으로 여기에 있어도 되지? 대답은 안들어."
"… 뭐야, 이 제멋대로 꼬마는?"

큐르케는 그녀의 사역마인 샐러맨더 '프레임'과 껴안고 뒹굴뒹굴하고 있는 보라색 머리와 같은 색 눈동자의 꼬맹이─ 자칭 류타로스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처음에는 보라색의 '괴물'이었는데 어느 틈엔가 이런 모습으로 변한 상태. 겉모습만 본다면 기껏해야 10살에서 12살 정도일까. 물론 나름대로 귀엽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이로 따져서 큐르케의 허용범위 밖이었기에 그녀에게는 별 감흥이 되지 않았다.

"저~기. 까만 누나."
"… 그래, 뭐니."
"사역마라는 거, 뭐하는 거야?"
"프레임한테 물어보렴."

사실은 대꾸하는게 귀찮았을 뿐이다.
하지만, 설마.

"흐응… 빨강아. 사역마가 뭐야? … 응. 응. 헤에… 주인말 잘 듣고 주인 대신 싸우는 거라고. 그럼 뭐 료타로한테 붙어있던 때랑 별로 다를 것도 없네."

─사역마와 이야기까지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너… 프레임의 말 알아듣는거야?"
"대충은."

류타로스는 프레임의 목과 머리를 만지작거리면서 큐르케를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내가 얘보다 강하니까, 왠만한 거라면 다 가르쳐주는데."
"샐러맨더보다 강해? 네가?"

사실이었다. 이매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혼자서 전투기급의 파괴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이매진이라는 존재니까.

'… 이건 좀 쓸만할지도.'

동물의 말을 알아듣고, 높은 무력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넓은 의미에서는 프레임에게 깃들어있는 존재처럼 보이기도 하고.
결론.

'데리고 있어서 손해볼 건 없을 것 같네.'

… 물론 그 계산에는, '기본은 좋으니까 몇년 후쯤에는 괜찮은 남자가 되어있을지 몰라'라는 것이 들어있지 않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데네브씨. 죄송하지만, 이것 좀 해주시겠어요?"
"아~ 미안. 지금 갈게."

트리스테인 학원의 조리실.
지금 이곳에는, 기존의 요리사와 하녀들 말고도 온몸을 흑색의 장속으로 감싼 녹발의 청년 하나가 있었다.

"마르코씨, 재료 가지고 왔어요."
"아, 고맙다 시에스타. 근데 저 친구… 어디서 데려온거냐?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 진작에 좀 데리고 오지 그랬냐."
"하, 하하, 아하하하하…"

말못해. 절대로 말못해.
몇일 전에 있었던 사역마 소환 의식에서 튀어나온 빛덩어리가 변한 '검은 귀신'이 사람으로 변신했다는 것따윈 말해봤자 믿지도 않을거야.

'뭐… 좋은 사람인 건 사실이지만.'

그땐 소스라치게 놀라 기절까지 했지만, 그때 자신이 일어날 때까지 안절부절못하면서 간호했던 거라던가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이 하는 부탁을 거절못하고 죄다 들어주느라 고생이라던가.
게다가 성실하고 요령피우지도 않고 부탁하면 부탁하는대로 들어주고 있기 때문에, 다들 '좋은 녀석' 내지는 '사람좋은 바보'라는 인상을 가지게 된 듯하다.
특히 요리장인 마르코의 경우엔

"너 요리에 소질있는데. 어떠냐, 데네브. 내 밑에서 요리 배워보지 않겠냐?"
"어, 정말입니까?! 그런 거라면야 얼마든지─"

… 참 빨리도 친해졌다.
데네브가 학원에 나타난지 하루. 이미 조리실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용인들과 친해진 상태다.
그야, 처음 그가 나타났을 때 공포와 경악마저 느꼈던 시에스타마저도 그런 감정들이 사라져버렸을 정도니까.

'이매진… 이라고 했던가.'

데네브는 자신을 가리켜, 이매진이라고 했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 아무렴 어때.'

저렇게 좋은 사람이고, 성실하기까지 한데.
시에스타는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카​아​아​아​아​악​!​!​]​

인간보다 몇배는 거대한 마물들의 몸이 하늘을 날아다닌다.
─단 하나의, 금색의 '곰'에 의해서.

[나의 강함에 네가 울었다!!]

마물들이 하나도 남지 않고 땅바닥을 뒹굴게 되고.
금색의 곰─ 킨타로스는 자신의 모습을 인간 소년의 것으로 바꾼다.
금색의 머리카락과 금색의 눈동자.

"우와… 굉장해요, 킨씨."
"음, 티파냐. …… ZZZ…"
"… 네, 그렇게 요란하게 싸워놓고 느닷없이 선채로 잠들어버리는 것도 굉장해요."
"아, 미안하군. 졸아버렸다."

티파는 무심코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보니 처음 만났을 때도 이랬지.
마을에 처음 보는 마물들이 쳐들어왔을 때.
그녀 혼자의 힘으로는 마물들을 막지 못하고, 결국 이판사판으로 사역마 소환의 마법을 사용했다.
그 안에서 튀어나온 것이 바로 이 킨타로스. 그는 엄청난 힘으로 그 마물들을 쓸어버렸고,티파와 마을과 아이들은 지켜졌다.
그 이후, 킨타로스는 티파의 사역마로서 그녀와 함께 하고 있었다.
나중에 킨타로스로부터 그는 '이매진'이라는 종족이며, 이번에 쳐들어온 마물들도 이매진인 것 같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그런 것쯤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킨타로스는 전혀 그녀를 무서워하지 않고 있다는 것.

평범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는 아이들과 '언니' 이외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보다도 기뻤다.

"그건 그렇고… 우리들 이외의 이매진은 전멸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이렇게나 몰려오는 건지 모르겠군."
"에, 전멸?"
"아. 이곳으로 오기 전에 조금 복잡한 일이 있었─ ZZZ…"
"우와, 우와! 이런데서 자면 안되요!"

티파는 어쩔 줄을 모르며,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잠들어버린 킨타로스를 부축했다.
… 이제 어떡한다…?

 

 

"오늘도 멋지게 성공이네."
"그렇군요, 누님. 일단은 '무적 콤비'니까."
"… 콤비인 건 사실이지만, 무적이 어쩌고 하는 건 창피하다고."

「토괴의 후우케」라고 알려진 여도적은 한숨을 내쉬며 얼마 전에 파트너가 된 소년을 바라보았다.
─물빛의 머리카락과, 같은 빛의 눈동자.
일반적으로 보면 벌레도 못죽일 것 같은 유약한 얼굴이었지만, 지금 그의 표정은 유들유들했다.
이 녀석의 이름은 우라타로스. 얼마전 후우케가 불러낸, '이매진'이라는 정체불명 종족 출신의 사역마다.
본래는 귀족들에게 쫓길 때 다급하게 불러낸 것에 지나지 않지만, 이 녀석의 힘은 확실히 도움이 됐다.
인간을… 아니, 보통의 메이지조차도 훨씬 능가하는 전투력은 물론이고… 그녀의 '본업'을 행하는데에도 크나큰 도움이 되어주었다.

'너도… 나한테 낚여볼래?'

─흔히 말하는 '사기'라는 능력으로.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는 후우케조차도 까딱 잘못하면 속아넘어갈 것 같은 연기력과 화술. 그것은 전투력 이상으로 도움이 되는 능력이었다.
어떨 때는 착하고 순진하기 짝이 없는 단순한 꼬마로, 어떨 때는 오만한 귀족으로, 어떨 때는 능수능란한 호스트로.
이 녀석은 '무엇으로든지' 변할 수 있었다.
… 그게 어쩔 때는 기분나쁘기도 했지만.

"묻고 싶은게 있는데."
"얼마든지."
"어째서 너는, 순순히 내 사역마가 된거지?"

보통 사역마의 의식은, 사역마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짐승' 수준의 지능을 가진 존재들만이 나오는 것이기도 하고. 지성이 높은 고등 종족이 나오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
물론 그것을 설명해준 적은 없지만, 이만큼 머리가 잘돌아가는 녀석이라면 눈치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녀석은 자신의 사역마가 되었다.

"뭐… 덴라이너에서 내리고 할 일이 없었으니까요."
"… 덴라이너?"
"아, 이쪽의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여행차량이라고 할까요. 요컨대 심심했다는 겁니다만."

우라타로스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당신처럼 '무언가 사정이 있어서 손을 더럽히는' 숙녀분을 내버려두는 것도 못할 짓이니까요."
"… 어디까지가 진심인거야."
"물론, ​처​음​부​터​입​니​다​만​?​"​

─어느 사이엔가, 우라타로스의 얼굴은 처음의 웃는 얼굴로 돌아가있었다.

"… 이상한 녀석."

후우케는 진심을 담아서… 하지만 악의는 없이 중얼거렸다.

 

 

갈리아 왕국. 시조 브리밀의 세 아들이 만든 나라 중 하나이며, 현재 내부 항쟁에 휩싸여있는 나라.
귀족의 수가 많아 군사력은 매우 강하다고 알려져있지만, 실제로는 정쟁이 끊이지 않아 그 체제는 굳건하지 못했다.
국왕인 조제프는 시조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여러가지 모략을 써서 비보를 모으고 있다.
… 얼마전부터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지만.

"이거냐. 네놈이 말한 건."

조제프의 발치에, 하나의 보석이 떨어졌다.

"… 아아."

조제프는 보석을 들어올리고, 이것을 가져온 남자를 바라보았다.
─껍질도 벗기지 않은 파인애플을 그냥 씹어먹고 있는… 마치 '도적'과도 같은 모습을 한 남자.

"어떻게 훔쳐온거지?"
"훔쳐온 적 없다. 가져온거지."

어딘지 모르게 불만에 가득찬 목소리.

"그러니까, 어떻게?"
"정문으로. 걸어가서. 가져왔다."
"막는 자들이 있었을텐데."
"밟았지."
"… 간단해서 좋군."

그랬다.
이 남자의 힘이 있는 덕분에, 비보와 시조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것이 한결 쉬워졌다.
이 남자의… '절대적'이라고 해도 좋을 무력 덕분에.

"그런데, 내가 말한 건 어떻게 됐지?"
"조사 중에 있다."
"… 됐어. 보물이 그렇게 금방 찾아지면 재미없기도 하니."
"궁금하군. 너 정도의 자가 찾는 보물이라는 건, 뭐지?"
"이 세계의 인간들에게는 필요없는 물건이다. … 그래도, 일단은 '주인님'이시니 이름 정도는 가르쳐주지."

「가오라이너」

남자─ 가오는, 심하게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그 이름을 입에 올렸다.

"내가 원하는 건… 「신」이 되는 거다."

시간조차 파괴하고, 지배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열차.
가오라이너의 힘으로.

 

 

"아아~ 여기도 따분한 동네네…"

머플러를 목에 감은 소년은 땅바닥에 몸을 굴리며 중얼거렸다.
─그의 주위에서는, 이형의 괴물들에 의한 대량 학살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곤란하잖아. 여기의 시간에 대해선 아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처음부터 다시 해야되는데."

​뒹​굴​뒹​굴​뒹​굴​뒹​굴​뒹​굴​.​
하지만 소년은 곧 상반신을 일으켰다.

"하지만 상관없나. 원래라면 소멸 루트 직행이었는데 어떻게 살아났으니."

로마리아 황국의 교황에 의해 불려온 이 소년은, 교황의 부탁에 따라 <시조의 비보>를 모으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시조에 대한 지식밖에 없다고 하지만, 신학 연구가 가장 앞서 나가 있으므로 오히려 갈리아의 조제프왕보다도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적어도 이 소년과 소년이 지배하는 '이매진'들이 있는 한, 인력에 있어서도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찾았다.]
"오, 이게 그거냐. 시조인지 뭔지의 정보가 있는 책."

소년은 책을 파라락 넘기며 대강 훓어보지만, 흥미를 잃고 뒤로 던져버린다.
이매진 하나가 허둥대며 그것을 받는다.

"하나도 모르겠잖아. 역시 재미없는 곳이야, 여기도. 빨리 부숴버리고 시간을 손에 넣지 않으면─"
[카이. 이 자들은 어떻게 하지?]

소년─ 카이가 고개를 돌리자, 사자의 이매진이 아직 살아있는 인간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한곳에 몰아넣고, 이매진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식.
카이는 그런 그들을 보며 웃었다.
너무나도 상냥하고, 너무나도 밝은… 사람들로 하여금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게 할 정도의 미소를.
그리고, 카이는 평소의 가벼운 말투 그대로 입을 열었다. 태연하게.


"나 지금… 저 녀석들 모조리 죽여버렸으면 좋겠다는 얼굴하고 있지?"


──마을 하나가 지도에서 지워지기까지, 불과 수십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계에서 온 방문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행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은, 좋은 영향을 주기도 했고.
─극도로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것이, 최종적으로 이 세계의 '시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계는 이미 클라이맥스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제로의 사역마 X 덴오 TV판 완결 이후 시점의 크로스 오버입니다.

 

 

1. 모모타로스
모티브는 「깡패」와 「오니」. 일반 상식이 상당히 결여되어있으며, 말보다 행동이 앞서고 생각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츤데레'의 성향이 강한 이매진으로, 적대하면 무섭지만 일단 동료가 되면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러운 녀석.
(단, 그 말투 때문에 오해가 생기는 경우는 책임지지 않는다. 나중에 제대로 사과하긴 하지만)
"이 몸, 등장!!"과 "이 몸은 최초부터 ​클​라​이​맥​스​라​고​!​!​"​가​ 입버릇. 무기는 검. 마스터는 루이즈.


 

2. 우라타로스
모티브는 「사기꾼」과 「거북이」. 연기력과 화술이 매우 뛰어나며, 그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지능까지 갖추고 있다.
모모타로스를 '선배'라고 부르고 있으며, 언제나 유들유들한 태도라 충돌이 잦다. 둘 다 좀더 어른이 되면 좋으련만.
(흔히 말하는 '낚시질'의 고수. 요컨대, 끝내주는 거짓말쟁이라는 것)
"너, 나한테 낚여볼래?"와 "말의 이면에는 바늘 천개, 천개의 거짓, 만개의 거짓말"이 입버릇. 무기는 석장. 마스터는 후우케.


 

3. 킨타로스
모티브는 「괴력」과 「곰」. 강력한 힘과 몸을 가지고 있으며, 우직하다 못해 멍청한 성격. 게다가 어디서든지 금방 잠들어버린다.
하지만 의리가 강한데다 한번 신세진 것은 어떻게든 갚는 성격. 게다가 동료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파워 캐릭터답게 단순무식의 극을 달린다. 그만큼 곧은 성격이기도 하지만.)
"나의 강함에 네가 울었다!"는 것이 입버릇. 무기는 도끼. 마스터는 티파니아.


 

4. 류타로스
모티브는 「어린애」와 「용」. 4명의 이매진 중 가장 강력하다. 어린애답게 순수하지만, 그 때문에 말도 못하게 잔인해지기도.
누구 말에 따르면 이용당하기 딱 좋은 성격. 오로지 재미 위주로 사고가 움직이지만, 친구가 되면 그 친구를 위해 싸우기도 한다.
(초기에는 어림도 없었지만, 나중에 갈수록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너, 없애버려도 돼? 대답은 듣지 않아."라는 것이 입버릇. 무기는 대형의 장총. 마스터는 큐르케.


 

5. 지크
모티브는 「왕님」과 「새」. 현재까지 나온 이매진 중 최강. 위의 네명이 전혀 상대가 못됐다. 게다가 다른 이매진에겐 없는 힘도 보유.
하지만 성격이 왕님 성격. 거만함과 자기중심주의가 극에 달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울화통터지게 만든다.
(별종의 이매진 중에서도 특히 별종에 속한다. 하긴, 누구 명령따윌 들어먹을 녀석이 아니긴 하군)
"강림, 만을 지니고서."와 "내가 움직이는 게 아니다. 세계가 나를 위해 움직이는거지."가 입버릇. 무기는 없는 듯. 마스터는 타바사.


 

6. 데네브
모티브는 「닌자」와 「소」… 라지만 사실 가정부에 가깝다.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고. 게다가 남 돌보기 좋아하는 성격.
데네브 캔디라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그것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한다(의외지만, 맛있기까지 하다고).
(말투라던가 행동거지가 많이 이상하긴 하지만, 의외로 남들과 쉽게 친해지는 성격)
"■■를 잘 부탁해."와 "미안!"과 "처음부터 말해두지."가 입버릇. 무기는 손가락마다 달려있는 총. 마스터는 시에스타.


 

7. 가오
최강의 덴라이더. 덴오 소드폼, 덴오 로드폼, 덴오 액스폼, 덴오 건폼, 제로노스 베가폼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는데도 순식간에 박살났다.
시간을 지배하는 '신의 열차' 「가오라이너」를 노리고, '신의 노선'을 얻으려 하고 있다.
이 양반만큼은 직접 보지 않는한 성격을 알기 어렵다. 말할 수 있는 건, 탐욕이 극에 달해있고 굉장히 오만하다는 정도.
아, 그리고 이 양반… 꼭 나올 때마다 뭔가를 먹고 있더라. 마스터는 조제프. 극장판 최종 보스.


8. 카이
이매진들을 지배하는 특이점. … 이라고 할까, 지배하는 능력을 지닌게 아니라, 이매진들이 그의 목적에 협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뭐, 확실히 카이가 우위에 있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덴라이너없이도 이매진을 과거로 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 목적은, 현재의 시간을 지워없애고 그 시간을 자신이 가지는 것. 하지만 어째서 그런 일을 하는지는 불명.
"… 나 지금, ■■하다는 얼굴 하고 있지?"가 말버릇. 마스터는 로마리오 교황. TV판의 흑막.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