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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의 소환 열전


원작 |

소재는 "슈퍼로봇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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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제로의 "푸른 마신" 사역마


 

루이즈는 자신의 사역마와 함께 넓은 평원에 섰다.
그녀의 눈에, 이쪽으로 돌격해오는 수십만의 적군이 있었다.
그녀의 사역마까지 합친다고 해도, 2:수십만. 도저히 상대가 될 리 없는 전력이었다.

하지만.
루이즈, 제로의 사역마라고 불리는 보라색 머리칼의 남자는 이 압도적인 전력 차를 앞에 두고도 웃고 있었다.

애초에 왜 이 남자가 루이즈의 사역마가 되는 것을 순순히 허락했는지.
본인 말로는 "남의 밑에서 일해본다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요. 재미없어지면 ​그​만​두​겠​지​만​.​"​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농담으로 치부하거나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 저런다고 했지만, 루이즈만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남자, 진심이다. 진심으로 '재미'만으로 사역마 계약을 받아들였으며, 그 '재미'가 없어지는 순간 떠날 것이다, 라는 것을.

그리고.
아마도, 지금이 그때인 것 같다는 것도.
남자의 뒤로, 거대한 '푸른 마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남자는 그것의 안으로 들어가버리고, '푸른 마신'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당신들의 존재, 이 우주에서 말살시켜드리도록 하지요.]

그것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내려진 사형 선고.
그리고, 모든 것의 파멸을 의미하는 종언의 말.

[축퇴포, 발사.]

떨어지는 것은, 절망.

 


─트리스테인이 지워졌다.
─알비온이 지워졌다.
─게르마니아와 갈리아도 지워졌다.
─로마리오도 지워졌다.
─대륙이, 깨끗이 날아갔다.

재앙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대륙이 있던 별이 날아갔다.

그리고…

이 별이 속해있던 태양계가 통째로 날아간 다음에야, 재앙은 간신히 멈췄다.
.
.
.
.
"핫?!"

루이즈는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 뭐였지? 지금 그 꿈."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뭔가 굉장히 무서운 꿈이었다는 것만은 기억난다.

"아, 안되지 안돼. 아침부터 이러면!"

루이즈는 스스로의 볼을 찰싹 때리고 정신을 차렸다.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역마 소환의 날.
그 동안 제로라고 불리며 환멸받던 것들을 한순간에 되갚아줄, 그런 멋지고 강한 사역마를 소환해야 했다.
루이즈는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마친 후, 방을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루이즈가 부른 것은, 한명의 인간 남자였다.
주위에서는 전부 '평민을 부르다니, 역시 제로의 루이즈'라거나 야유를 보내고 있었지만, 루이즈는 지금 그따위 것에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이빨이 따닥따닥 부딪히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입을 열었다.

"… 저기, 당신… 이름이 혹시 슈우 시라카와?"
"당신과는 분명 초면인 듯 합니다만, 어떻게 제 이름을?"

기억났다.
이 남자, 꿈에서 본 그 남자다.
그렇다면 혹시…
두려움을 억누르며, 다시 물었다.

"혹시 말인데, 정말로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네, 물어보세요."

 


"네오 그랑존이라는 거, 가지고 있어?"

 


아주 잠깐.
슈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 자리에 웃음 대신 자리잡은 것은, 전율스러울만큼의 냉정함과… 루이즈의 마음을 꿰뚫어볼 듯한 시선.
하지만 그것은 말그대로 잠깐으로, 계속 그의 얼굴을 보고 있던 루이즈만이 눈치챌 수 있었다.

"… 가지고 있기도 하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만… 어떻게 당신이 네오 그랑존을 알고 계신 겁니까?"

망했다.
루이즈는 그렇게 생각했다.
한편, 슈우는 슈우대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루이즈에게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이게 사역마 소환 의식이라고 했습니까."
"네, 네."

반사적으로 존댓말이 튀어나온다.
─꿈속에서 본 대로라면, 이 남자는 이 학원… 아니, 이 나라를 날려버리는 것쯤은 이야기거리도 못될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으니까.
필사적으로 양손을 휘젓는다.

"아, 아니. 하지만 내키지 않는다면 계약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아니, 계약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러니까 그냥 돌아가셔도 아무런 문제가─"
"그건 허락할 수 없습니다, 미스 발리에르. 사역마 계약 의식은 신성한 것이고, 그런 식은 용납될 수 없어요."

이 안경 ​대​머​리​가​아​아​아​아​아​!​!​
평소에는 '인자한 선생님'이라는 이미지가 박혀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만큼은 진심으로 증오스러웠다.
남의 속도 모르는 주제에!!
루이즈는 간절히 빌었다.
제발 무시해주세요. 나이가 들어서 노망이 나 저런 거예요. 지나가던 개가 짖었다고 생각하고 한번만 용서해주시고 제발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그냥 돌아가주세요.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여타 무수한 글에서 그랬듯.
그녀의 기대는, 최악의 형태로 배반당했다.

"승낙하도록 하지요."
"… 네?"
"남의 밑에서 일해본다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요. 재미없어지면 당장 그만두겠지만. 그래서, 그 계약이라는 건 어떻게 하는 겁니까?"

꿈에서 나온 것과 똑같은 말을 듣고, 루이즈는 절망했다.

 


"이렇게 된 이상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야."

루이즈는 꿈의 자세한 내용을 기억해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기억을 떠올렸다.
슈우가 잠시 산책을 나간 틈을 타서, 이미 희미해져가는 꿈을 기억해내고, 그 내용을 기억나는대로 필기해두었다.
이것은 이 세계의 미래를 결정하는 신성한 작업.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행여나 잘못 적지 않도록, 머리가 아플만큼 기억을 떠올려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그때서야 종이에 옮겨적었다.

<기슈의 결투신청>
<사역마 콘테스트>
<토괴의 후우케 습격>
<왈드의 배반>
<웨일즈 황태자의 죽음>
<​레​콘​키​스​타​의​ 알비온 장악>
<​트​리​스​테​인​으​로​의​ ​선​전​포​고&​공​격>​
<앙리에타 전하의 마을 잠입>
<학원 습격 사건>
<수십만 대군과의 교전>
etc, etc, etc.

기억나는 건 모조리 적었다.

"할 수 있는 건 나 밖에 없어… 앞일을 아는 건 나 뿐이니까."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어쨌거나 상대는 전율의 "푸른 마신"이니까.
하지만, 할 수밖에 없다.
세상의 멸망을 막을 수 있는 노력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미래를 알고 있는 그녀 뿐이기에.
어떻게 해서든 슈우가 '질리지' 않도록, 혹은 질려서 떠나더라도 이 세계만큼은 부수지 않고 가도록 해야한다.

 


─그날부터, 루이즈의 처절한 배드 엔딩 회피 작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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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로봇대전의 공전절후 라스보스, 슈우 시라카와 및 네오 그랑존이 소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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