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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의 소환 열전


원작 |

소재는 영화 "소림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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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제로의 "소림축구" 사역마


 

 

루이즈가 불러낸 여섯 사람은, 실로 무력했다.
기슈와 시비가 붙은 것까지는 ​'​시​나​리​오​'​대​로​였​지​만​,​ 이후의 전개로는 기슈에게 일방적으로 박살난 것이다.
피투성이가 되고 상처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슈도 학생들도 무덤덤하기 이를데 없는 표정.

"야, 야. 슬슬 시작할 때 안 됐냐?"
"응. 좀 있으면 파워업을 하든가 각성을 하든가 해서 기슈 박살내버릴걸."
"저 녀석도 불쌍하네. 매번 매번 매번 매번 최초부터 박살나고, 비슷하게 싸우다가도 깨지고, 다 이길 것 같아도 깨지고."
"본인 듣는데서 거기까지 말하는 건 좀."

"아니, 나는 문제없다, 친구들."

기슈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언제나 깨지고 언제나 전투력 측정. 그것이야말로 나의 존재의의. 그러니까 괜찮다네. 나는 전투력 측정할 때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니까!!"
"… 그건 무지하게 우울하다, 야."
"사소한 일은 집어치우고! 자, 그럼 이제 슬슬 시간 낭비 말고 본 실력을 보여주시게나, 사역마 친구들!!"

… 저런 거구나, 갈 때까지 간 인간이라고 하는 건.
루이즈는 1회차 때하곤 상~당~히~ 변해버린 기슈를 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서도.

"자, 그러면 슬슬 당신들도 본실력 발휘해주세요. 보다시피─"
​"​"​"​"​"​"​"​"​"​콜​!​ 콜! 콜! 사역마씨들 콜! 콜! ​콜​!​"​"​"​"​"​"​"​"​"​
"…… 다들 댁들이 어떤 광란을 보여줄 지 기대하고 있으니까."

루이즈는 맹렬하게 환성을 지르는 학생들 사이에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에 부응하듯이, 기슈의 발키리들에게 당해 쓰러져있던 여섯 명의 남자들이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 하지만, 일어난 이후의 자세가 이상하다.

가장 젊어보이는 남자는 다리를 하늘 높이 올려든 채, 그 발끝을 한 손으로 붙잡고 서 있었다.
어딘가 어눌해 보이는 남자는 머리를 땅에 박은 채, 두 손은 합장한 상태로 거꾸로 서 있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남자는 두 다리를 옆으로 벌린 채, 한 손만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다.
삼겹살로 보일만큼 뚱뚱한 남자는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진 상태로 ​오​른​'​발​가​락​'​만​으​로​ 서 있다.
또 한 남자는 몸을 뒤로 눕힌 채 오른발만으로 몸을 지탱, 왼발은 앞으로 쭉 펴서 몸과 평행이 되어있다.
마지막 남자는 좌선한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기둥을 붙잡고, 그 모습인 채로 공중에 떠 있다.

여섯 명은 마치 기도를 하듯이 눈을 감고, 손을 가슴 앞에 세웠다.
그리고, 1초도 유지하기 힘들듯한 저 자세들로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어디선가 '경 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건 착각일까.

기슈의 직감이 맹렬하게 경종을 울린다.
이 남자들은 위험하다. 뭔가 위험하다. 대단히 위험하다.
지금까지 셀 수 없을만큼 '위험한 상대'들과 마주해왔던 그의 직감은, '위험'을 파악하는 데에 지극히 특화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직감이 지금 경고해주고 있다. 도망쳐야 한다고.
하지만─

"남자에게는 물러서서는 안될 때가 있는 법… 게다가, 설령 이 상황에서 도망친다 한들 나중에 어떻게서든지 그들에게 당하게 될 터! 나중에 그렇게 될 바에야 차라리 지금 일찍 맞고 끝내련다! 발키리 돌격!!"

7대의 청동 골렘이 맹렬하게 돌진해 들어온다.
가장 먼저, 물구나무 선 남자를 향해 창을 내지른다.
하지만 그 남자는 '머리 힘만으로' 바닥을 박 차고 위로 뛰어올랐고, 뱅글뱅글 회전하다가 발키리 하나에게 머리부터 부딪힌다.
수직으로 떨어져 발키리와 '박치기'한 남자. 그리고, 발키리는 머리부터 둘로 쪼개졌다.

"박치기?! 박치기로 청동 골렘을 쪼갰어?!"

주위의 놀라움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다리를 옆으로 벌리고 있던 남자가 움직였다.
다리를 풍차처럼 회전하며, 주위의 골렘들을 차기 시작한다. 인간의 다리라면 틀림없이 부러질텐데도, 날려가는 것은 골렘 쪽이다.
게다가 골렘들의 공격은 그 '발차기의 결계'에 가로막혀 그에게 닿지도 못한다. 공격과 방어가 일체화된 기술.

다음으로, 뚱뚱한 남자가 움직였다.
쿵, 쿵, 쿵, 하고 지축을 뒤흔들며 뛰기 시작한다. 살이 출렁거리는 걸로 봐선 움직이기도 힘들어보이는데.
─그리고 다음 순간, 뚱보는 '허공을 밟고' 뛰어가기 시작한다. 이른바 허공답보라는 녀석인 것 같다.
그는 공중을 날며 발키리들을 체중으로 깔아뭉갰고, 발키리들은 속절없이 뭉개져간다.

몸을 뒤로 눕히고 있던 남자가 몸을 일으킨다.
이때다 싶어 발키리들이 달려들어 창을 내지르고 검을 휘두르고 방패와 철퇴를 날려 그의 몸을 강타한다.
─창은 꺾여지고 검은 부러지고 방패는 산산조각. 철퇴에 이르러서는 배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직후, 그가 숨을 크게 내쉬며 고함치자, 튕겨나간 철퇴는 당구공처럼 튕겨가며 골렘들을 부순다.

기둥을 붙잡고 공중에 떠있던 남자도 움직인다.
남아있는 발키리들이 한군데 모여, 들고 있던 창을 일제히 던진다.
─그 창이 몸에 닿기 직전, 남자의 몸이 수십개로 분열되더니 날아오는 창을 붙잡아 한데 모은다.
그리고 그는 한데 모은 창을 높이 띄운다. 마치 누군가에게 '던져주는' 듯한.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남자가 마침내 움직인다.
들고 있던 다리를 내리며, 이리저리 걷어차면서 움직인다. 단지 그것뿐인데, 다리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바람이 '터져버리는' 소리라고 해야할까. 가까이 다가가기 무서울 정도다.
그는 자신의 앞으로 떨어진 창무더기를 '있는 힘껏' 걷어찬다.
창무더기는 바람을 찢으며 날아, 중간을 가로막는 골렘들을 모조리 날려버린다.

 

─최종 목적지는 물론 기슈지만.

 

골렘들을 날려버리면서도 기세가 전혀 죽지 않은 ​창​무​더​기​는​─​─​─​─​─​─​─​─​─​ 기슈의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가, 학원벽을 폭발시킨다.
사역마들 사이에서 "아악~! 또 ​저​질​렀​다​~​!​"​라​던​가​ "뭐냐, 이번에도 빗나갔냐!"라거나 "쟨 왜 맨날 저래?"던가 이것저것 신소리가 터져나온다.
하지만─

"우왓, 굉장한 파괴력이잖아! 직접 발로 찬 것도 아닌데 성벽이 깨졌어!"
"뭐, 저 정도면 '인간' 사역마 중에선 상급인걸까."
"쓰는 기술로 봐선 무림 고수이려나. 아니, 좀 다른데?"
"뭐 어때. 다들 재밌잖아!"

─학생들의 반응은 환성으로 가득 차 있다.
덧붙여서

"훌륭한 파괴력이로다, 사역마 제군들. 그 정도라면 이번 회차도 걱정할 필요없겠군. 저번엔 정말 대책없이 약한 자가 나와서 트리스테인이 멸망할 뻔했던 적도…"

기슈는 담담하게 미소를 띄며 그렇게 평가했다.
…… 뭐, 다리는 여전히 달달 떨고 있었지만.

 


그리고 그 이후.

 


─트리스테인의 전 국민이 소림 무공으로 무장하여 맨주먹으로 레콘키스타의 군대를 날려버리고 갈리아를 밀어버릴 때까지, 3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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