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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제로의 "흡혈마왕" 사역마
소녀는 단지 기도했을 뿐이다.
그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거기에, 조금 더 바란다면 아이들에게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
거기에, 조금 더 바란다면 이야기 속에나 나올 법한 왕자님이나 기사님같은 사람을.
─그리고, 세계는 소녀의 기도를 이루어주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소녀는 자신의 기도를 후회하며 오열하고 있다.
"제발…"
울면서, 눈앞의 사람을 바라본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을.
"죽지 말아주세요…!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자신이 불러냈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소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따위'가 분수에 맞지도 않는 소원을 빈 탓이다.
그러니까 이 사람을 살려내지 않으면 안된다.
티파니아의 필사적인 간호 끝에, 남자가 눈을 뜬 것은 그가 소환되어온지 5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
살아있었던 건가, 자신은.
손을 앞으로 뻗어 그것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틀림없이 자신의 손이다. 자신의 적들에게 있어서는 '절망'으로 일컬어졌으며, 정작 자신이 원했던 것은 무엇 하나도 붙잡을 수 없었던… 적을 죽일 때 이외엔 조금의 쓸모도 없었던 손.
… 그렇다고 해도, 자신은 어째서 살아있는 걸까. 자신에게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원한과 복수와 함께, '왕의 문장'을 아들에게 넘기고 죽었어야 했을텐데.
"깨어났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울음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몸이 움직이질 않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수조차 없는 상태. 그렇기에 고개만을 간신히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했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한 사람의 소녀.
그의 눈으로도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을 한 금발의 소녀.
하지만 그가 놀란 것은 그의 아내조차 객관적으로 봤을 때 한 수 접어줘야할 미모 때문이 아니다.
'귀가…'
보통 인간들의 그것보다 훨씬 길다.
그는 간신히 기억을 떠올려, 자신의 종족들이 지상에 올라오기 전에 있었다가 멸종됐다고 하는 종족… 엘프에 대해서 기억해냈다.
하지만 그들은 신대 시절을 지나서 숫자가 급격히 감소했고, '검과 마법의 시대'가 끝났을 때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을텐데.
"아, 아직 움직이면 안되요!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아서…"
'… 그런가.'
이 녀석이었던가. 자신을 살려낸 것은.
그는 티파니아로부터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게 된다.
확실히 티파가 자신을 살려냈다고 하는 것은 예상대로. 그러나 그 이후의 이야기는 그의 예상조차도 가볍게 초월했다.
티파가 사용한 '소환의 법'으로 인해 자신이 여기에 오게 됐다는 것.
이 세계는 자신이 있던 세계도, 그렇다고 '마계'도 아닌 다른 세계라는 것.
99% 죽어있던 자신을 살려내기 위해서 그녀가 자신을 '사역마'라고 하는 존재로 만든 것.
'그래서였나. 이 녀석에게 살의가 일어나지 않던 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는 겨우 수긍했다.
하지만 티파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좋은 일'이 아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당신이…"
아, 또 운다. 이걸로 일곱번째인가.
이야기하던 중간(특히 자신을 불러왔다고 하는 대목부터) 계속 울었기 때문에 상황 설명을 듣는데만 6시간 넘게 걸려버렸다.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처음으로 티파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 내 상처는 너 때문이 아니다."
"… 네?"
그랬다.
그가 죽어가고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의 'King of Vampire'에게 받은 데미지 때문. 그리고 결정타는 아내를 죽이려고 날렸던 공격을 갓난 아기이면서도 너무나도 쉽게 반사해버린 자신의 아들─ '최강의 왕'이 될 자에게 되려 당한 반격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녀석이 죄의식을 느낄 필요따윈 눈꼽만큼도 없다.
"오히려, 지금 이 경우엔 생명의 은인이라고 해야겠지. 감사를 표한다."
나한테는 안어울리지만, 이라고 작게 덧붙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소녀는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사람을 두려워하고, 사람들을 피하기만 했던 자신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은 이 사람과 만나서 다행이었다, 라고 생각했다.
'자, 그럼─'
이젠 어쩐다.
티파에게 들은 바로, 자신이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없는 모양이다.
확실히 전의 세계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면 지금도 분노와 증오가 한없이 치밀어오른다. 분노만으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고 하면 티파나 근처의 인간 꼬마들마저 몇백번 죽여버리고도 남았을 정도로.
하지만 돌아갈 방법이 없다, 라고 판명이 나버리자 그 감정들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쉽게 사그라들었다.
잘하면, 잊어버리고 이 세계에서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가슴과 복부에 통증이 밀려왔다.
'… 하긴. 지금 다른 걸 생각할 때가 아니지.'
우선은 상처를 치료받고.
티파에게는 제대로 사례한 후에 생각하도록 하자.
─하지만 만약 '그'가.
─같은 시각, 전혀 별개의 장소에서.
─'그'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아간 남자가.
─티파가 아닌 다른 '허무의 계승자'에게 소환되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부상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그 핏빛 날개를 펼쳐 밤 하늘을 날아올랐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다시 만나고, 세계마저 뒤흔들 전투─ 아니, '전쟁'을 벌이게 되지만… 그것은 좀 더 나중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