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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아르바이트를 맡아 버렸다


처음에 생각했던 초안을 올려 봅니다.

위험한 아르바이트를 맡아 버렸다 7.5화


“성공한 겁니까?”

“성공했어! 완벽해!”

게펜타이너 씨는 격한 춤으로 자신의 심정을 대변했다. 근육이 울퉁불퉁한 남자가 땀을 흩뿌리며 추는 덩실덩실 춤이란 실로 볼 필요가 없다. 난 얼굴에 튕긴 몇 방울의 땀을 손등으로 닦은 후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그것’을 지그시 노려보았다. 아까까지 화석이었던 돌무더기에서 꿈틀대는 ‘그것’은 눈앞의 마법사 따위는 5초만에 찜쪄먹을 정도로 -나를 예로 들자면, 2초 정도도 자신없다- 남자다운 얼굴과 장대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돌아가면 운동을 시작해 볼까? 저런 탄탄한 몸을 앞에 두니 빈약한 내 육체가 민망스럽다 못해 죄송스러울 정도이다. 저 훌륭한 이두박근, 삼두박근, 대흉근, 쩍쩍 갈라진 복부, 무릎을 꿇고 싶은 물건…… 그만하자.

‘그것’을 향해 게펜타이너 씨가 외쳤다.

“말하라! 너는 말할 수 있다!
들어라! 너는 우리의 말을 들을 수 있다!
보아라! 너의 눈이 보지 못할 것은 없다!
생각하라! 지금 이 순간, 너는 사고할 수 있는 자이다!
지금, 나와 동등한 객체로 이 자리에 있는 너의 이름은 크로만이다!“
 
이런 무심한 작자 같으니. 화석을 발굴한 지역의 이름을 그대로 갖다붙이다니, 이름짓기가 그렇게 귀찮았나? 어쨌든 지명받은 크로만은 완전히 일어나 우뚝 서더니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입을 열었다.

“여기는 어디인가?”

“여기는 나의 공방이다. 나는 너에게 일시의 생명을 부여한 자로, 게펜타이너라 부르면 된다. 원래대로라면 정식으로 내 모든 이름을 말해주고 종속시켜야 하겠지만, 이 자리에 있는 너는 나와 동등한 입장이기에 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가. 일단 감사한다. 그런데 일시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너를 되살린 것은 인과율에 어긋나기 때문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사흘, 세 번째 달이 지고 다음의 해가 떠오를 때 너는 그 빛을 받고 소멸할 운명이다.”

시한부 사형선고를 받은 크로만은 별다른 동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엉덩이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그런데 아까보다 몸이 지저분해진 것 같은데? 구릿빛 근육들 위로 뭔가 이상한 문자와 그림들이 나타나 있다. 아까까진 없었던 것들이 서서히 몸 전체에 떠오르는 모습을 우리는 넋을 잃고 지켜보았다. 저 시대에 붉은 물감이 있었을 리 없으니, 조달할 수 있는 건 아마도 피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도 저게 사람의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즉석에서 조달 가능한 재료감으로 취급당하는 건 사양이다.

“저거 뭘까요? 문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겠군. 몸 전체에 문신이라니, 내 예상 밖이야. 그래서 복원속도가 늦은 것 같군.”

게펜타이너 씨는 크로만에게 다가가 문신을 살짝 만지려 했다. 그러자 거대한 손이 게펜타이너 씨의 손을 쳐냈다. 힘이 들어갔는지 게펜타이너 씨의 팔 전체가 위로 치솟았다. 반항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는 눈을 치켜뜨며 크로만을 바라보았다. 마법사보다 머리 하나는 더 높은 곳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건드리지 마라.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겐 중요한 것이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네가 살던 시대가 기억나지 않는단 말인가?”

“그렇다.”

“그건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다. 육체복원에 비해 다른 마법들이 늦게 듣고 있는 것 같으니, 오늘 밤이나 내일쯤엔 네 기억이 되살아날 게다. 그나저나 중요한 거라니 미안하군. 이건 건드리지 않으마.”

“고맙다.”

의외로 그가 고집을 부리지 않은 덕에 문제는 금방 해결되었다. 좀 머쓱하게 내 옆으로 돌아온 그는 작게 소근거렸다.

“저녀석, 부끄러움을 타는군. 귀여운데?”
 
원래 이 소설에는 미소녀가 아니라 근육 떡대 원시인이 등장할 예정이었습니다.
인류보다 우월한 고대인이 현재의 인류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뤄보고 싶었죠.
언젠가 이 시리즈에 이어서 써 보고 싶은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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