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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브러브 IF ~데토네이터 오건~


원작 |

4화


오건이 유우코와 만난지 4일 째 되는 날.

"……"
"불만 많은 표정인걸. 괜찮아, 내가 봐도 예뻐."
"어째서 제가 이런 모습이 되지 않으면 안되는 건지 설명을 요구하고 싶습니다, 유우코."
"어라, 아니면? 그 철덩어리 모습으로 ​나​돌​아​다​니​겠​다​고​?​"​
"철덩어리라면 이 별에도 전술 보행 전투기인지 하는 게 있는 걸로 압니다만."
"그거에 비하면 넌 콤팩트 사이즈인데다 사람이 들아가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니까 엄청 눈에 띄어."
"… 당신에게 모든 걸 위임하긴 했습니다만, 어째서 다른 사람들에게 숨길 필요가 있는겁니까."
"당연히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지. BETA만으로 벅찬 이 상황에서 이바류더인지 뭔지하는 또다른 세력이 몰려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 건 나 정도밖에 없거든. 상층부 사람들한테는 언젠가 알려야겠지만, 그것도 아직은 일러."
"그것에 대해서는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왜 굳이 인간의 형태로… 게다가 전 남성체입니다만."

유우코의 앞에 위사복을 입고 있는 백금발의 소년은 어딘지 어색해보이는 움직임으로 자신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하기야, 눈높이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고 손과 발의 길이도 굉장히 짧아졌으니까.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른다.

"네 라이프 데이터는 인간과 매우 비슷해. 이것엔 나도 놀랐지만… 아무튼, 네 그 '솔리드 아머'라는 금속제 갑옷으로 이루어진 육체 안에는 신경조직같은 것들도 잔뜩 들어있었고. 무엇보다도, 너 자신에게 외부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변환' 커맨드가 있었던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야. 이바류더는 다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걸까."
"… 그것은 저도 잘. 애초에 이바류더는 다른 종족으로 변신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흐음, 어째서? 정보수집이라던가 할 땐 편할 텐데."
"하지 않습니다."
"… 뭐? 싸울 때 적의 정보를 수집하는 건─"
"그것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미지의 적과 아무런 예비지식이 없이 맞서 싸워 이기는 것'이 이바류더의 기본 전투 방식이니까요."
"어이, 잠깐 기다려. 그럼 피해가 굉장할텐데?"
"지금까지 이바류더 측에서 사상자가 나온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요컨대 '그 정도도 못하고 죽는 바보는 이바류더에 필요없다'라는 느낌이군요."
"…… 여러 가지 의미로 질려버렸어, 너희들한테는."

유우코는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쉰 후, 몇장인가의 서류를 소년에게 내밀었다.
소년은 그것을 받아들고, 익힌지 얼마 안된 이 나라의 문자를 읽어나갔다.
─그리고, 실로 괴이쩍은 것을 본 듯한 표정으로 유우코를 본다.

"뭔가요, 이건."
"이곳에서의 네 계급은 소령. 힘들었어. 세상에 있지도 않은 인간을 만들어내고 국제연합군 소령 지위까지 올리는 건. 정말 오랜만에 연줄 동원 다 해봤다니까. 덧붙여 가명도 지어놨으니까 앞으로는 자기 소개할 때 '신도 토모키'라고 하도록 해."
"…… 그 말씀인 즉, 저에게 BETA와 싸우라고 하는 겁니까."
"불만이야?"
"아니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할 생각이었고. '지구'와 '인류'에게 위협을 가져오는 존재라면 이바류더가 아니더라도 싸울 생각이다.
─그러나 그거하곤 별개로 따져야할 문제가 하나 있다.

"인류의 모습으로 연합군과 함께 싸우라는 소리는 전술기를 타고 싸우란 이야기로 들립니다."
"응, 그거 맞아. 문제 있어?"
"어째서 제가 저보다 약한 인형병기같은 걸 타서 싸우지 않으면 안되나요."

그래, 그게 제일 큰 문제다.
솔리드 아머를 인간의 육체로 바꿨다고 해서 스펙까지 인간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건 아니다. 물론 형태가 바뀌고 무장을 못쓰게 되어 꽤나 약화되버린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인간에 비할 바는 아닌 것이다. 막말로 전술기 한둘 쯤 지금 이 모습으로도 맨손해체 해줄 수 있다.

"너무 그러지 말라고. 네 눈에는 고철인형으로밖에 안보이겠지만 그래뵈도 현 인류 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이니까. 일단 시뮬레이션이라도 한번 해보고 따져보지 그래?"
"……"

─1시간 후.

"약하고 물렁하고 느리고 둔한데다 균형감각 불안정까지. 이 별의 사람들은 잘도 저런 물건으로 싸우는군요."

솔직하게 말하겠다. 그녀로서는 오건─ 아니, 토모키가 제대로 조종하지 못해 허둥대는 꼴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난이도도 최고로 올렸고.
하지만 토모키는 '유례없는 최고점'으로 통과하고 내려와서는 한다는 소리가 저거다. 그것도 그렇게나 흔들어댔는데 표정 변화조차 없다.

"너, 솔직히 까발려봐. 다른데서 이런 거 조종한 적 있어?"
"인간형 병기는 아니지만 이바류더도 보조 메카닉을 사용할 때가 있으니까요. 하위의 워리어 시절에는 자주 몰아봤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어딘지 모르게 그리운 빛을 띄우는 소년을 한대 때리고 싶어졌다.
… 아무튼, 이거라면 더이상의 훈련따윈 필요없겠다.
그날 부로 신도 토모키는 A-01 특수부대에 배속되었다.

그리고.
2개월이라는 시간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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