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마브러브 IF ~데토네이터 오건~


원작 |

5화


"어~이. 토모키. 오늘도 보모 신세냐."
"시비걸러 온거라면 얌전히 돌아가주시길, 하야세 중위. 보시다시피 지금의 저는 바쁩니다."
"시비 아니라고. 오늘이야말로 그 동안 진 거 전부 되갚아주려고 했는데, 그래서야 시뮬레이션도 무리겠네."

어딘지 모르게 비웃는 듯한 얼굴과 말투로 말하는 파란색 포니테일의 그녀는 하야세 미즈키 중위. 특수 임무부대 A-01, 통칭 '발키리즈'의 돌격전위다.
토모키와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이가 좋지 못했는데, 그것은 그녀가 전술기 시뮬레이션으로 세운 기록을 토모키가 한순간에 깨트려버린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이후로 몇번이나 덤볐고(심지어 실제 전술기를 사용한 훈련에서까지), 그때마다 꺾였지만 최근 들어 승률이 늘었다. 토모키가 전술기를 몰면서 가지게 된 전적은 16전 14승 2패. 그 중 2패가 그녀로 인해 생긴 것.
좌우지간, 지금의 토모키는 그녀의 도전같은 걸 받아줄 여유가 없다. 유우코를 제외하면 이 기지 내에서 유일하게 그의 정체를 알고 있으면서, 그러고도 거리낌없이 접근해오는 소녀… 카스미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시간이니까.

"고생이구나, 너도."
"… 지금같이 사석에서는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바깥에서도 그런 호칭이면 곤란합니다만. 일단 제가 상관이고."
"신경쓰지마, 신경쓰지마. 그 정도 구분은 하고 있으니까."

계급 상으론 두개나 차이가 나는데, 그녀가 토모키를 대하는 건 동기들을 대할 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친한 동료라고 하면 누구하고든지 말을 놓고 지내는 모양이다. 계급에 관계없이.

"그러고보니 이건 진지한 이야기지만, 대답안해줘도 상관없어."
"……?"
"너 도대체 어디서 온거야?"

그녀의 의문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녀가 알고 있는 '실력좋은 위사' 중에, 신도 토모키라는 이름은 없었다.
발키리즈 셋이 제휴해서 겨뤄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라면 자료가 있는 게 당연할텐데도.
토모키는 입을 다물었다.

"……"
"……"
"……"
"… 뭐, 됐어. 요컨대 기밀이라는 거네."
"죄송합니다."
"괜찮아. 네 성격 정돈 파악했다고. '거짓으로 말할 바엔 차라리 입을 다문다'잖아? 그래도… 언젠가는 말해달라고."
"예. 말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가장 먼저 알려드리죠."

미즈키가 자리를 떠나고, 카스미가 조용히 토모키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 저는 괜찮습니다. 그보다 당신은 괜찮습니까?"
"……(끄덕)"

야시로 카스미, 그녀는 타인의 기억과 마음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리딩 능력자다. '뇌'만 남아있는 현 상태의 00 유니트를 돌보고 있는 것도 그녀이며, 토모키를 알게 모르게 돌봐주는 것도 그녀. 겉으로 보기엔 십대 초중반의 소녀지만, 그녀가 지니고 있는 능력으로 인해 정신연령은 이미 그 나이 또래의 소녀만큼이 아니다.

─그런 그녀에게도, 토모키의… 전사 오건의 기억을 읽는 것만은 쉽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
아무리 지금은 지구의 편에 섰다고 해도, 아무리 그 전부터 이바류더답지 않은 생각과 행동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는 엄연히 이바류더의 데토네이터다. 지금까지 수백개에 달하는 행성을 파괴했으며, 그 위에 살고 있던 자들을 학살한 존재. 그에 대한 기억은 단 하나도 지워지지 않은 채 오건의 머리에 고스란히 담겨있으며… 그것은 인간의 정신으로는 반의 반도 감당하기에 벅찬 물건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카스미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은 훈련 때를 제외하면 거의 항상 붙어있다.
… 덕분에 '보모'라느니 '로리콘'이라느니 심한 소리를 듣고 있지만, 전자는 넘어가도 후자의 경우 오건이 그 단어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그냥 지나갔다. 만약 알았다고 해도 성격상 문제가 커질 일은 없었겠지만.
토모키는 카스미의 손을 붙잡고 걸음을 옮겼다.
카스미의 은발과 비슷한 백금발에 청색 눈동자.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남매(라기보단 자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벌써 2개월, 지구의 시간은 빨리 흐른다는 느낌입니다…"

BETA와의 전투경험도 꽤 생겼다. 유우코에게조차 비밀로 하고, 오건의 모습으로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 날뛴 적도 몇번 있고.
예상대로라고 할까, BETA의 전투력은 지금까지 오건이 싸워온 적들과 비교해도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데토네이터 서너명만 있으면 사망자 없이 하이브 한둘 정도는 함락시킬 수 있을 정도로(숫자가 많으니 시간이야 몇일 잡아먹겠지만).

─만약 이바류더들을 설득하기만 하면─

'… 힘들겠지.'

이바류더들은 하나같이 호전적이다못해 광폭하다. 싸움시에는 그야말로 광전사가 될 정도로.
그런 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우선 이바류더들이 잃어버린 '마음'부터 되찾지 않으면 안된다.
이 2개월.
한 일이라고는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고, 그들과 훈련하고, 노닥거리거나 가끔 싸우고, 어쩌다 작전에 투입되어 BETA와 싸운 것 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혹은 느꼈더라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떠올릴 수 있다.

'점점 인간처럼 되가고 있다.'

카스미는 그렇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카스미의 말을 들었을 때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들이, 오랜 세월 침략과 방랑을 반복해왔던 이바류더들이 잃어버린 것이라고.
그러나 그것을 이바류더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우선 이곳에서 이바류더들을 멈추지 않으면 안된다.

적의 전력은 강대, 반면 이쪽에서 싸울 수 있는 전력은 거의 전무.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 목숨이 있는 한… 나는 도망치지 않고 지켜내겠다.'

 


카스미는 그런 소년을, '전사 오건'의 얼굴을 하고 있는 토모키를 불안한 얼굴로 올려다본다.
이 기지에서─ 아니, 이 별에서 그의 정체와 과거를 알고 있는 것은 자신과 유우코 뿐.
하지만 그의 마음에 직접적으로 닿아있는 것은 자신 뿐.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바류더를 떠났고, 어떤 마음으로 이 별과 이 별의 사람들을 지키려고 하는지 알고 있는 것도 자신 뿐이다.
그러니까… 그를, 이 고결하고도 용맹하며 긍지높으면서 누구보다도 상냥한 전사를 지켜주지 않으면 안된다.
그의 손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토모키가, 오건이 '동족'의 강하를 느낀 것은.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