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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브러브 IF ~데토네이터 오건~


원작 |

6화


랭그는 폐허가 되버린 도시 한가운데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히 말해두건데, 그가 한 짓은 아니다. 이곳은 그가 오기도 전부터 이런 몰골이었으니까.
게다가 그는 조금 전 자신에게 덤비는 겁없는 벌레 몇마리를 가루도 안남기고 분쇄해버린 다음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건가… 이 별은 분명 '인간'이라는 종족이 지배하고 있을텐데.]

어째서 자료와 다른건지, 랭그가 알 수는 없었다.
게다가 표적인 오건에게서도 반응이 없다. 이 별에 내려올 때 신호를 날렸으니까 이 별에 있다면 틀림없이 반응할텐데.

[오건… 어디에 있나… 이 별에, 이 땅에 도대체 뭐가 있다고 하는거냐…]

팔짱을 낀 채 주변 둘러보기를 계속하던 그의 눈에.
BETA 출현의 보고를 받고 이곳을 향해 출동한 전술기 몇대가 보였다.
과연, 확실히 이 별에 '인간'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저건…

[이 별의 무기인가. 재미있군.]

 


【지구】

"보고를 받았어. '지금까지 확인된 적 없는 형식의 BETA'가 나타나서 근처 부대랑 교전 중이라더군. 새카만 색에 인간형, 게다가 어느 정도 메카닉으로 보이는 외양까지. 확실히 이건 '미지의 적'인걸. 짐작가는 거 있어?"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이바류더─ 그것도 데토네이터 클래스입니다."
"… 역시나인가. 그래도 느닷없이 ​데​토​네​이​터​급​이​라​니​,​ 너무하는걸."

워리어급이나 스카우터급 한둘이라면 어떻게든 인류의 힘으로 쓰러트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데토네이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설령 일본의 모든 전력을 끌어모은다고 해도 대적하는 게 고작이겠지. 데토네이터 하나를 상대하는데!

"… 그래서, 갈 생각이겠지."
"네. 「이바류더로부터 이 별을 지킨다」. 그걸 위해서 저는 이곳에 있는 거니까."
"좋아. 다른 세력의 상층부에는 확실하게 전해두도록 하지. 「또 하나의 '갑옷'이 나타나겠지만 하얀 건 우리 편이니까 공격하거나 놀라지 말 것」. 이 정도면 될까?"
"충분합니다."

토모키는 몸을 돌리고 유우코의 방을 나왔다.
지구에 온지 2개월. 드디어, '진짜 싸움'의 서막이 시작된 것이다.
─나오기 직전, 뒤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

"너한테는 아직 도움받을 것도, 들을 것도 많아. 그리고… 놀리는 재미가 하나 없어져버리는 것도 싫으니까, 죽지 말라고."

상대는 같은 계급의 데토네이터. 설령 오건이라고 해도,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그것은 오건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대답해버렸다.

"저는 지지 않습니다. 누가 상대라고 해도."

 


"이거나…"

미즈키가 타고 있는 전술기, 시라누이의 두 손이 한대 겹쳐진다.
분명히, '때리기 위한' 자세라고 볼 수 있다.

"─먹어라, 괴물아!!"

아래쪽에서부터 위로.
겹쳐진 두 주먹이 올려쳐져, 표적을 때린다.
표적의 크기는 3m를 조금 넘긴다. 인간을 기준으로 해서는 엄청나게 큰 거지만, 15m 이상의 전술기에게는 무릎 근처다. 표적은 멋지게 올려쳐져 붕괴되다 만 건물의 중간에 박혀 고정된다.
그리고, 그런 표적을 향해 나머지 사람들의 총공격이 개시된다.
기관총, 유탄, 대 BETA 전용의 특수탄환 등 가지고 있는 탄환의 대부분을 쏟아버린다.
어째서 저렇게 작은, BETA로 분류하면 소형종 밖에 되지 않을 적에게 이렇게까지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발키리즈가 여기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십수여대의 전술기가 박살나서 나뒹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하나에게 저렇게 됐다고 하면, 방심은 절대 금물.
수십초간의 사격끝에, 탄창 하나가 완전히 비어버렸다. 그제서야 사격이 중지된다.

"이만큼 때려박았으면─"

그 순간 완전히 무너져버린 건물의 잔해를 치우고, 랭그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들과 싸우기 전과 다름없이, 상처 하나 없는 모습.

"뭐야 이 자식은?!"
'… 이 정도의 물건인가. 이 별의 병기는.'

랭그가 몸을 움직이고, 미즈키와의 거리가 한순간에 좁혀진다.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하지 않았는데, 어느 사이엔가 거리가 좁혀져있다. 그만큼의 속도.
그 검은 손을 뻗어, 시라누이의 어깨를 붙잡는다. 그리고는 그대로 들어올려 던져버린다.

​"​우​와​아​아​아​앗​?​!​"​

15m의 거체가 하늘을 부유했다가 추락한다.
시라누이의 밑에 깔린 건물의 터가 완전히 무너지고, 그러고도 시라누이는 한동안 뒹굴었다.

"미즈키!!"

쓰러진 전술기는 간신히 오른손을 들어올려 V자를 떠올린다. 아직 살아있군. 대장인 이스미 미치루를 비롯한 다른 발키리 부대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아직 싸움은 계속 되고 있다.

"그보다… 저거, 진짜로 BETA인걸까. 처음보는데. 인간형이고."
"확실히, 지금까지 분류된 어떤 급에도 속해있지 않아요."
"방어력은 끔찍하게 높은데 스피드와 파워까지 대형종 이상이야. … 있어도 되는거야? 저런 거?"
"이 많은 전술기들이 상처 하나 못입히고 쓰러진 게 이해됐어요…"

산개해서 견제를 하면서도, 영격후위(건 인터셉터) 무나가타 미사에 중위, 제압지원(블라스트 가드)의 카자마 토우코 소위, 포격지원(임팩트 가드)의 카시와기 하루코 소위, 강습소거(건 스위퍼)의 스즈미야 아카네 소위가 차례대로 말한다.
지금 그녀들이 싸우는 것은 파워, 스피드, 운동성, 내구력. 어느 것 하나 종래의 BETA를 월등히 뛰어넘는 '언노운 에너미'. 새삼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러나 그보다도 그녀들을 경악시킨 일은 그 직후에 일어났다.

[… 과연. 이 별의 언어는 이런 식이었나.]
"…… 말했어?!"

정체불명의 적으로부터 나온 '언어'는, 틀림없이 '인간의 말'이었다.

"어떻게…?"
[배운거다. 지금 너희들에게서.]

지금까지 한 얼마안되는 몇마디를 듣고?
게다가 발음상으로도 거의 네이티브에 가깝다. 언어 구사와 발음만 놓고 보면 일본인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이 별의 병기가 고작 이 정도라고 하면 너희들에게 볼일따윈 없다. 오건은 어디에 있나.]
"… 오건…?"

처음 듣는 단어가 나왔다.
─랭그의 뒤에 있는 지면을 뚫고, 지금껏 숨어서 기회를 노리던 BETA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탱크급이라고 부리는 소형종으로, 군용트럭 정도의 크기에 위사를 씹어먹는 공격을 주로하는 위협적인 종.
그것이 지금 이빨을 벌리고 랭그의 뒤에 나타난 것이다.

그것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을 뻗어 붙잡은 후 위로 던져올린다.
조금 전 미즈키의 시라누이를 던져올렸을 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만큼 높이 올라간다.
그리고 랭그는 허우적거리는 BETA를 향해 왼손을 뻗었다. 물론, 여전히 그쪽은 보지도 않은 채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냐, 오건… 왜 대답하지 않나!!]

왼손목에서부터 붉은 색의 빛이 뿜어진다.
직경으로 치면 랭그의 어깨넓이보다도 넓어, '빛의 기둥'이라고 불러도 될만한 열선포.
그것은 탱크급의 BETA를 집어삼키고, 불과 1초만에 ​'​소​멸​'​시​켜​버​린​다​.​

"저런 것도… 있었어…?"

정신을 차리고 전술기를 일으킨 미즈키의 넋이 나가버린 듯한 말.
이 녀석은 BETA가 아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괴물'이다.
지금까지 그녀들이 상대로 싸워온 존재들을 압도하는, 절대적인 '폭력'.
그것의 결정체가, 눈앞에서 적의와 살의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나오지 않겠다면 좋다… 이 별의 인간들을 하나하나 때려죽이다보면 언젠가는 나오겠지.]
"뭐─"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그러나 상대는 의욕만만이었다.

[너희같은 벌레놈들도, 놈을 끌어내는데에는 사용할 수 있겠지. 영광으로 생각해라.]

조금 전 BETA를 흔적도 없이 소멸시켜버린 왼팔을, 그녀들에게로 향한다.
거의 동시에 모두가 움찔했지만, 조금 전의 위력으로 보건대 도망친다고 해도 사정거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죽을 각오로 달려드는게─
미즈키를 비롯한 전위 멤버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백색의 '빛'이, 그녀들과 랭그의 사이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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