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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브러브 IF ~데토네이터 오건~


원작 |

7화


빛이 걷히고.
먼지 구름이 사라졌을 때.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하얀 갑옷'.
그녀들이 싸우던 '검은 갑옷'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형태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 모습은 '그'가 처음 이 지구에 떨어졌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 라이프 데이터는 오건…! 그렇지만 그 모습은─ 그렇군. 추격대와 싸우면서 파손된 몸을 이 별의 기술로 새로운 솔리드 아머로 바꾼건가.]

그러고보면, 지금 그의 디자인은 '생물'적인 특성이 배제되고, 전술기와 같은 '기계'적인 특성만이 남아있었다.
오건은 살짝 고개를 돌려, 뒤쪽에 있는 발키리즈에게 말했다.

[A-01 부대, 무사한가.]
"잠깐만, 이 목소리…"
"설마─ 신도 소령?!"

처음보는 갑옷에게서 아는 사람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 저건 기계화 보병의 일종인가. 아니, 하지만 사람이 들어갈만한 공간은 안보이는데? 게다가 기존의 장갑복과는 너무 다르다.

[전원, 무사한가?]
"아, 네! 현재로서는 부상자도 나오지 않았고…"
[그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별에서, 처음으로 만난 '동료'들을 잃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전력으로 날아온 보람이 있었다.

[뒤는 맡기고 물러나라. '저것'과 싸울 수 있는 건, '저것'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는 나 뿐이다.]
"… 같은 힘이라니, 신도 소령! 그건 대체…"
[상관 명령이다. 물러나라.]

욱, 하면서도 발키리즈가 물러나자, 오건은 고개를 돌려 랭그를 바라본다.

[랭그… 언젠가 당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오건… 어째서냐. '이바류더의 용사'라고까지 불린 네가 어째서…! 이 별에 도대체 뭐가 있다는거냐.]
[말했을 터다. 이 별에는, 이 지구에는… 우리 이바류더가 잃어버린 것이 있다고!]

오건의 뱅가드가 잠긴다.
우연일까, 지금의 이 상황은 '그때'와 똑같다.
랭그가 앞에 있고, 자신은 '사람'을 지키기 위해 그때처럼 랭그의 앞에 서 있다.
잠시 실소를 지으며, 오건은 푸른 빛에 감싸여 하늘로 날아올랐다.
랭그 역시 그 뒤를 따르듯, 붉은 빛에 감싸여 오건을 쫓아오른다.
남겨진 사람들은 그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본다.

"이바… 류더…?"

 


분명히 말해서, 랭그는 약한 상대가 아니다. 전투력에 있어서는 오건과 호각 이상.
힘을 아껴서는 대적조차 하기 힘들고, 최초부터 '죽일 작정'으로 싸우지 않으면 이쪽의 목숨이 위험하다.
한번 결심하면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다. 어찌되었던 오건 역시 전투종족 이바류더이고, 전투에 대한 마음가짐을 정한 이상 그것이 흔들리는 일은 없다.
공중에서 몇번이나 몇번이나 부딪히고 떨어지던 '푸른 빛'과 '붉은 빛'이, 강하게 정면충돌한다.
오건의 오른손목에서 튀어나온 커터와, 랭그의 오른손목에서 튀어나온 커터가 부딪혀, 서로를 밀어내며 일시적인 교착 상태에 빠진다.

[지켜야할 것이 없는 당신에게는 알 수 없다… 이 별에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이 있다는 것조차도!]
[…… 흥.]

랭그는 오건의 말을 무시하고 순간적으로 근력을 증폭시켜 오건을 밀어냈고, 날려간 오건은 부딪힌 건물의 벽 한쪽을 완전히 붕괴시켰다.

[오건, 이 나에게 이길 수 있겠나!]
[설령 이 몸이 박살나더라도… 지켜보일테다! 이 별을!]

벽에서 몸을 뽑아낸 오건은 랭그를 향해 달려들며 오른팔의 컷터를 휘두른다.
─그것을 너무나도 쉽게 피해버린 랭그는, 동작이 커져 빈틈이 생긴 오건의 복부에 주먹을 꽂는다.
한번 꽂고, 두번 꽂고, 세번, 네번, 다섯번 여섯번.
허리가 굽어진 오건의 등에, 두 주먹을 때려박는다.
오건의 몸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추락했고, 랭그는 그런 오건을 향해 왼팔을 내뻗는다.
곧이어, 지금까지 몇번이나 그 위력을 보였던 랭그의 팩서 캐논이 발사된다.
그것에 맞서, 밑으로 떨어지던 오건도 몸을 틀어 이마에 있는 붉은 장갑을 열어젖힌다. 그리고 그곳에서 똑같이 팩서 캐논을 발사해, 랭그의 공격을 받아낸다.
공중에서 붉은 빛과 하얀 빛의 광선기둥이 부딪히고, 대폭발을 일으켰다.

팩서 캐논을 막아낸 후, 오건은 다시 공중으로 올라가 랭그와 교전한다.
주먹을 날리고, 다리를 휘두르고, 컷터를 내지른다.
하지만 어느 공격도 한참 빗나가, 랭그에게는 스치지도 못했다.

[하아아아앗!]

오건은 오른주먹을 전력으로 날렸다. 맞기만 하면 전술기도 일격에 분쇄되버리는 위력.
─물론, 맞을 때의 이야기로, 펀치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가로지른다. 그리고 사라졌던 랭그는 오건의 위에서 나타나, 오건의 등을 무릎으로 찍어 함께 밑으로 떨어진다.
대각선으로 추락한 오건은 한 빌딩의 옥상을 대파시키고, 옆으로 튕겨져 떨어진다.
그리고 랭그는 그 뒤를 쫓아, 왼팔의 팩서 캐논을 발사한다. 이번에는 조금전과 같은 집속포의 형태가 아닌 산탄형으로.
반물질로 이루어진 개틀링 공격을 피해, 오건은 바로 옆의 건물로 뛰어든다.
폐허가 된 방의 벽에 등을 기대고, 오른팔에 붙어있는 또 하나의 무장, 빔 건을 앞으로 내밀어 랭그가 뒤따라들어올 것을 경계한다.
하지만 랭그는 추격해오지 않았고, 그 사이 오건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어째서지…?'

어째서 공격이 이렇게까지 빗나가는걸까.
확실히 랭그는 강하지만, 이 정도까지 뒤질 리는 없다. 분명히 무언가 다른 요소가 있다.
랭그가 오건의 공격을 피할 때, 분명 그는 오건이 공격을 내지르는 것과 거의 동시에, 혹은 약간 더 빨리 움직였다.
마치 오건의 움직임 자체를 알고 있는 것처럼─

'… 그건가!!'

이바류더는 '솔리드 아머'라고 불리는 갑옷을 육체로 하고 있는 생물이다.
그리고 솔리드 아머는 그것을 장착하고 있는 이바류더 자신의 사념을 동력으로서 움직인다(사념으로 인해 생기는 전자 펄스 자체를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다는 설도 있긴 하지만, 자세한 것은 이바류더들 자신도 알지 못한다).
그 능력에 특화된 존재라면… 상대의 사념을 읽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오건 자신은 물론 다른 이바류더들 중에서도 그런 걸 할 수 있는 자가 있다는 걸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 순간 오건이 기대어있던 벽이 무너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튀어나온 랭그는 왼주먹을 들어올렸고, 오건은 재빠르게 몸을 돌려 오른팔의 빔건을 난사한다.
하지만 랭그는 그마저도 모조리 피해버렸고, 팩서 캐논의 힘이 담겨있는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친다.
그 일격으로 생겨난 충격파와 에너지가 그들이 있던 빌딩을 깨끗이 날려버렸고, 그 자리에는 거대한 공동만이 생겨났다.

 


'크, 으윽…!!'

오건은 자신의 몸 위에 떨어진 빌딩의 잔해를 치우고 몸을 일으켰다.
직접적으로 데미지를 받진 않았지만, 하도 이리 튕기고 저리 튕겨져 부딪혀댄 통에 머리가 울렸다.
고개를 들어올리자, 공동의 위에서 랭그가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기까지다, 오건. 그렇게 원한다면 이 별과 운명을 함께 해라!]

랭그는 왼주먹을 내밀고, 팩서 캐논의 에너지를 충전한다.

'이렇게 되면, ​해​보​는​수​밖​에​…​!​!​'​

확신은 없다. 하지만, 그 이외에 다른 방법도 없다.
오건은 자리에서 일어나 랭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쳇…!]

아직 에너지 충전이 완료되지 않은 랭그는 왼팔을 거두고 위로 날아올랐다.
이윽고 오건이 자신을 따라붙자, 곧이어 날아올 오른주먹을 피하기 위해 몸을 왼쪽으로 옮긴다.

─옮기자마자, 오건의 왼주먹이 랭그의 얼굴에 꽂힌다.

[아니…?!]

랭그의 몸이 날려가, 둘의 거리가 벌어졌다.
오건과 랭그는 서로를 향해 오른팔을 들어올렸고, 산탄형의 빔건을 난사했다.
랭그의 빔은 거의 전부 빗나가는 반면, 오건의 탄환은 몇발인가가 랭그의 몸에 맞았다.

[바보같은…!]

─잠시 당황한 사이, 어느새 거리를 좁힌 오건의 주먹이 랭그의 복부에 꽂혔다.

[카…!]

분명히 오건의 사념을 읽고, 그대로 행동했는데 어째서?!

[오른쪽을 생각하고 왼쪽으로 움직인다… 위라고 생각하고 아래로 움직인다. 사념은 읽을 수 있어도 움직임 그 자체를 읽을 순 없을거다!!]
[닥쳐!!]

랭그는 뒤로 떨어져 거리를 벌리면서 빔 건을 난사한다.
─조금 전과는 완전히 반대 상황. 오건은 그 탄환들을 모조리 피해내며 빠르게 거리를 좁혀간다.

[랭그!!]

랭그는 사념 읽기를 그만두었고, 승부는 간신히 원점이 된다.
여기서부터는 순수한 전투력의 대결.
랭그의 검과 오건의 검이 다시 한번 부딪힌다.
각각의 에너지 필드에 휩싸인 둘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며 몇번이나 부딪히고, 그 정점에서 다시 한번 부딪혔다.

[약한 자는 사라지고 강한 자만이 남는다… 그 당연한 걸 왜 모르는거냐!!]
[그게 틀렸다고 하는거다!! 이 별은, 우리들은…!!]

두 철인의 검이 동시에 깨지고.
둘의 에너지가 정면으로 충돌한 여파로, 거대한 폭발이 또 한번 일어난다.
공중에서 터졌기에 망정이지 지상에서 터졌다면 이 폐허가 된 도시의 절반 정도가 날아가버렸을지도 모른다.

폭발이 걷히자, 오건과 랭그는 각자 서로 마주보고 있는 빌딩의 옥상 위에 착지한다.
둘 모두, 솔리드 아머의 여기저기가 깨지고 금이 간 상처투성이의 모습. 핵미사일에조차 데미지를 받지 않는 장갑이 이만큼이나 파괴될 정도로, 둘은 전신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다.
두 이바류더의 전사는 엉망으로 파괴된 몸을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겨우 지탱하면서 숨을 돌리고 남아있는 힘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오건… 도대체 이 별의 무엇이 너를 이렇게까지…!]
'사념 에너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게 빗나가면 끝장이야…!'

잠시간의 대치.
그리고,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위로 날아올랐다.
오건은 이마의 장갑을 열고, 랭그는 왼팔을 들어올린다.
다시 한번, 그리고 아마도 마지막이 될 팩서 캐논이 서로에게 날아간다.

두 빛은 부딪히지 않고, 서로의 주인들을 향해 날아갔다.
오건의 것보다 약간 더 빨랐던 랭그의 빛이 오건의 어깨를 스쳤다. 그의 오른쪽 어깨 장갑이 완전히 날아가고, 오건은 지면을 향해 추락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랭그는 악의로 가득한 미소를 짓는다. 이제 자신이 오건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면 오건의 숨통을 끊는 건 간단하다.
랭그는 오건의 '빛'을 피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콰앙, 하고.
─내려오던 랭그의 몸이, 밀려났다.

[뭐…!]

한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인식조차 못하고 있던 랭그는, 자신의 몸을 강타한 물건을 바라본다.
그것은, 중간부터 부러져나간 한 자루의 검.
그것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아까 자신이 들어서 내동댕이쳤던 커다란 고철덩어리가 물건을 집어던진 자세로 이쪽을 향해있다.

​[​네​놈​드​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피할 수 없다.
랭그는 자신의 눈앞까지 접근해온 '빛'을 바라보며, 분노에 가득한 절규를 내지른다.
그리고… 랭그의 몸은 '빛'에 휩싸여, 원자단위까지 분해되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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