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그날의 싸움은, 세계의 정세를 뒤흔들어놨다.
갑자기 나타나 전술기 한부대를 몰살시킨 '정체불명의 갑옷'을, 또 하나의 '정체불명의 갑옷'이 쓰러트렸다.
그 싸움의 영상 자료는 국제연합군, 제국군, 미군, EU연합군 등의 상층부에게 전달되었고, 그들을 패닉상태에 몰아간다.
얼터너티브 4 계획의 책임자인 유우코도 이 자리에 있었다. 단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이유로 얼굴을 굳혔지만.

'이 머리굳은 바보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 가능하면 화려하게 날뛰어주는 걸 바라긴 했지만, 이건 너무 화려하잖아.'

예상이 약간 어긋났다. 수천명에 달하는 이바류더 중 데토네이터는 약 백여명. 그 놈들이 다 저 정도라고 하면 다른 병력 필요없이 데토네이터들만 내려와도 지구는 몇일 안에 멸망한다. 개개인의 역량 차야 당연히 존재하겠지만, 어차피 지구인의 눈으로 보면 다 거기서 거기의 괴물들이다.

'그 녀석 혼자서 막을 수 있으려나…'

보이지 않게 한숨을 내쉬며, 유우코는 세계의 수뇌들에게 오건에게서 받은 정보의 대부분을 밝혔다. 대부분'만'을.
전투종족 이바류더에 대한 것, 그 이바류더가 이 지구를 목표로 결정한 것, 그것을 막기 위해 이바류더의 전사 오건이 탈주한 것, 그리고 그 이바류더가 지구에 도착하기까지, 앞으로 1년 반 정도가 남아있다는 것까지도.
술렁거림이 커졌다.

"이 에일리언들은 도대체 왜 하필 지구를 노리는건가?!"
"BETA만으로도 인류의 존망이 위험하건만…!!"
"이 오건이라는 이바류더는 믿을 수 있는건가? 만약 그가 스파이라면─"
"그의 힘은 영상으로 확인했잖나. 그가 지구의 적이라면 번거롭게 스파이일같은 걸 할 필요도 없네."

대체로 이런 반응이 일반적이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유우코는 영상을 바꾸었다. 거기에 나타난 것은, 그녀가 수리하고 보강한 '오건'의 3차원 도면이었다.

"외장은 초고질 오버륨 808. 지구 상의 일반 화기로는 데미지조차 줄 수 없고, 이론 상으로는 G폭탄으로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비록 이걸로 다소의 중상은 입힐 수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전술기로는 상대할 수 없죠."

인류 미발견 원소인 그레이11을 이용한 무기. 아주 적은 양의 일부만으로도 섬 하나를 지워버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고 있는, 현 시점에서의 인류 최강의 무기이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저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현시점에서 인류가 이바류더에게 승리할 가능성은 「제로」.

"… 그들에 대한 대책은 없는건가요."

일본의 정이대장군, 코부인 유우히의 질문.
일본인들에게 있어서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지극한 영광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유우코는 그런 종류의 인간도 아니거니와 그런 것에 대한 인사 치례를 할 시간도 없다.

"이긴다는 확신은 없지만… 해볼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그건 어떤 것입니까?"

유우코는 버튼을 눌러 화면을 바꾼다.
─나타난 것은, 오건과 비슷하지만 다른… '만들어지고 있는' 갑옷.

"현재 시험 제작 중인 지구제의 솔리드 아머, 오건 타입 시작기 제 1호입니다."
"언제부터 이런 것을…?"
"그런 건 따질 필요없어. 코우즈키 박사, 이 녀석은 양산 가능한건가?"
"처음부터 그걸 목표로 하고 만들었으니까요. 팩서 캐논을 비롯한 빔 병기는 지구제의 물건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지만, 신체 능력의 운동성과 파워는 오리지널 오건의 70%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회의장은 놀라움과 탄성에 휩싸인다.
이것이 양산되기만 한다면 이바류더와 싸우는 것은 물론 30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BETA를 지구에서 내몰아버리는 것도 꿈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요코하마 기지는 이런 중대 사항을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던건가."
"혹시 솔리드 아머와 그 오건이 가져다 준 테크놀러지를 독차지 할 생각이었던건지?"
"당치도 않은 말씀을. 확신도 없는 상태에서 공개했다가 불러올 혼란을 경계했기 때문입니다."

미군 대표들의 반론을 깔끔하게 받아넘기고,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해나갔다.
… 물론, 가장 중요하고도 무서운 일은 아직까지 말하지 않았지만 딱 한 사람.
코부인 유우히만은, 그녀가 무엇인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래서…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일이 있지 않습니까."

한밤 중의 요코하마 기지.
그녀는 측근인 츠쿠요미만을 데리고 그곳을 방문하여, 유우코에게 물었다.
유우코는 어떻게할까 고민하다가, 상대가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말했다.

"뭐, 그다지 큰일은 아닙니다. 솔리드 아머끼리의 전투에서 승리한다해도, 저쪽은 모든 전세를 한번에 뒤집어버릴 카드가 있다는 것만 빼면."

전투혹성 조마에 장비되어있는 초대형의 「반물질포」.
평소에는 구체인 조마가 '포격 형태'로 변환되어, 조마 전체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발사하는 최대 최강 최악의 무기.
오건의 기억속에서도, 그것이 사용된 전례는 많지 않다. 오건이 본 것은 딱 두번. 목표가 된 행성은 예외없이 '소멸'했다.

"무서운 일이로군요… 이쪽은 어떻게 해도 승기가 없다는 건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들에게는 '그'가 있으니까요."

'그'라고 하는 단어를 썼음에도, 유우히는 그것이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알아차렸다.

"믿고 있는건가요? 그 전사 오건을."
"설마. 하지만… 그 사람좋은 바보라면 어떻게든 해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저도 한번 꼭 만나봤으면 좋겠군요. 그 '인류와 지구의 희망'을."
"만날 수 있을겁니다.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미안합니다, 유우코 박사. 지난번에 말한 것 중에서 빼먹은 게 있─"

그 순간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의 소년이 들어왔다.
말할 것도 없이 지금 그녀들이 입에 올리고 있는 '그'이다.

"어라, 너 카스미는 어떻게 하고?"
"재워뒀습니다. 동화책 3권 필요했지만. 아무튼 지난번의 말이지만, 팩서 캐논 이외에도 중요한 무기가 하나…"
"잠깐 기다려라, 네놈! 감히 이 분의 앞에서 무례하게─"

츠쿠요미는 불같이 화를 내며 검을 뽑아들 것 같은 기세로 소리쳤지만, 유우히가 조용히 그녀를 제지한다.

"기다리세요."
"하, 하지만─"
"이 기지에서 불청객은 우리들인걸요."

유우히는 조용히 기다리려고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되진 않았다. 이미 그가 그녀들의 존재를 알아차렸기 때문에.

"…… 못보던 분들입니다만."
"제국 국무 전권 대행인 정이대장군 코부인 유우히 전하와 그 수행원인 근위군의 츠쿠요미 마나 중위다."
"… 잠깐만. 다시 한번만. 누구라고?"
"이바류더 식으로 말하면, 대총통 밑의 총사령관과 그 호위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단번에 이해했다.
유우히는 자신쪽에서부터 소개했다.

"코부인 유우히라고 합니다."
"신도─"

무의식적으로 '이쪽'에서의 이름을 밝히려다가 멈추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짜 이름'을 밝히는 건 눈앞의 이 여성에게는 무지막지한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정도의 '무언가'가, 이 소녀에게는 있다.

"… 전(前) 이바류더의 데토네이터 「오건」입니다. 이쪽에서는 '신도 토모키'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만."
"토모키라고 불러도 될까요?"
"… 내키시는대로."

안 좋다.
뭐가 안 좋냐면, 이 자리에 있기가 싫어졌다는 것이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이런 사람과 만나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꽤나 동요가 컸다.
하지만 한두번 심호흡을 한 뒤, 동요가 완전히 가라앉고 눈을 다시 떴을 때.
그는 평소의 '전사'로 돌아와있었다.
유우히와 츠쿠요미는 내심 놀라고 있다. 좀더 뭐랄까… '크고 위엄있고 강한' 사람을 연상하고 있었는데, 눈앞에 있는 건 정반대의 인상이다.
─그렇지만, 그녀들은 '그'의 안에 있는 한 자루의 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꺾이지 않고 부러지지 않고 굽어지지 않으며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검을.

"우선은… 동족을 떠나 저희들을 돕는다는 커다란 결단에 대한 감사를."
"나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으로 제국으로부터 감사받을 이유같은 건 없습니다."
"아니오. 이것은 지위와 국적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의 감사입니다. 게다가 '신도 토모키' 소령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듣고 있어요. 극동에서는 상대를 찾아보기 힘든 에이스 파일럿이라고."
"함께 해온 동료들을 속여온 일이 되었을 뿐입니다."

솔직히 말해, 자신이 '인간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동료들의 앞에서 밝혔을 때 진심으로 증오받거나 살의를 받는 정도는 각오했다.
자신은 인간이 아니고, 단지 인간을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스펙으로 그녀들 이상의 조종을 보인 것 뿐이다. 말하자면 타고난 힘으로 그녀들의 각오나 노력을 짓밟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지금에 와서는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동료들은 너무나도 쉽게 그를 용납했다.
… 미즈키에게 한대 맞긴 했지만, 그것조차 "뭐, 언젠간 자기 입으로 말해준다고 했고, 지금이라도 말했으니까 됐어."라고 말해졌다.

"…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마, 당신이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듣고, 또 대답해온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하십시오, 라고 '그'가 끄덕였다.

"당신은 어째서 우리들을 위해 싸워주는 것입니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들이 잃어버린 것이 이곳에 있기 때문에."

파괴와 침략만으로 모든 것을 지탱하는 지금의 이바류더에게, '미래'는 없다.
그가 이바류더와 싸우는 것은, 지구 인류만이 아니라 이바류더를 구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주시길."

설령─

"이 몸이 부서지더라도, 이 별과 당신들은 반드시 지켜냅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한기였다.
그는 진심이다. 정말로 몸이 부서지고 목숨을 잃어버린다고 해도, 이 별과 인류를 위해서 싸울 것이다.
유우히 역시 '전사 오건'의 기억에 대한 자료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 '그'의 발언과 맞물려, 그가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유추해냈다.

그는,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바류더의 일원으로서 살육과 파괴를 반복해온 자신을.

그는, 이제서야 겨우 찾아낸 것이다.
기나긴 싸움의 나날 속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지켜야할 것'을.

그렇기 때문에… 그것에 모든 것을 건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영혼을, 목숨을.
동족들을, 그리고 거기서 얻은 모든 영광과 명예를 버리고 지구에 왔다.
세상의 어느 인간이, 그 처럼 알지도 못하는 자들을 위해서 아무 거리낌없이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아니면서 인간을 지키려고 하는 그가, 누구보다도 인간다웠다.

─자신들은, 그의 싸움을 돕는 것조차 할 수 없는걸까.

강대한 전투력을 지닌 이바류더에게 있어, '인간'이라고 하는 건 약하디 약한 생물. 전술기를 탄다고 해도 그 차이는 좁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역시도, 그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을 각오─ 죽는다 해도 싸울 각오까지 하고 있고.
알지도 못하는 별을 위해서 자신의 종족 전체를 적으로 돌린 그는 분명 어리석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그가 품고 있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상이지만…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이상을 위해 싸워나가고 있다.

…… 인간이었으면 좋았을걸.

한순간이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오건'의 정체가 드러난 이후부터, 그는 더이상 전술기를 타지 않게 됐다.
본격적으로 데토네이터의 모습으로 싸우기 시작했으며, 그가 노력해준 덕분으로 극동에 위치한 BETA 하이브는 대부분 함락이 끝났다.
─심지어, 오리지널 하이브까지도.
하지만 오건은 오리지널 하이브의 최심부에 위치한 “상위 존재”와의 대화를 통해, BETA가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