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반물질포 발사 준비.]
오건이 쓰러지고, 망연해있던 이바류더들에게 떨어진 명령은 그것이었다.
[… 조아… 님…? 지금 뭐라고…?]
[조마를 반물질포 발사 형태로 변형시키고, 발사하라고 했다.]
[지, 진심이십니까?!]
[너희들도 죽고 싶은거냐.]
화면 너머로 보고 있을 뿐인데도, 조아의 위압감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거기에서, 그가 진심으로 한 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도전자가 쓰러지고, 이바류더의 총사령관은 지금도 이 조아다. 명령에 따르지 못하겠다는거냐.]
[그, 그렇지만 저 별은… 저 별은 우리들의─]
[아직도 못알아듣겠나, 멍청이들이!!]
조아는 주먹으로 옆에 있는 소행성을 때렸다.
물론 소행성은 가볍게 산산조각났고, 그것은 데토네이터들마저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우리들이 이런 금속의 몸을 가지게 된 것도… 영원히 우주를 방랑하는 신세가 된 것도… 싸움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의 의지마저 지탱할 수 없게 된 것도!! 전부 저 별의 인류가 우리들을 버렸기 때문이다! 이건 '복수'다! 그것도 아주 정당한! 잔말말고 어서 준비해!!]
[예, 예!!]
데토네이터들은 어쩔 수 없이, 떨리는 손으로 조마의 시스템을 조작했다.
<그만두세요, 조아…!>
그때 이바류더들의 머리 속에, 소녀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조아의 앞에 작은 소녀의 영상이 투영된다.
그녀가 바로, 이바류더의 총수 미크.
<저 별에는… 무언가 굉장히 신경쓰이는 것이 있습니다… 이대로 그것의 정체도 모른 채─>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더더욱 파괴해야 합니다! 뭘 꾸물거리나! 어서 쏘지 못해!!]
조마의 형태가 변형된다.
구체의 금속덩어리에서, '포구'의 형태로.
그것이 끝나자, 커다랗게 뚫린 구멍의 한가운데에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거리가 멀어서 위력은 좀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지구상에 있는 모든 인류를 지워버리는데엔 지장없다.
[인류를, 지구라고 하는 별을 이 우주에서 영원히 소거하는거다!!]
오랜 시간.
정말로 오랜 시간동안 기다려온 복수의 순간이, 마침내 왔다.
[이걸로… 모든 것이 끝난다…]
발사될 때까지, 앞으로 3분.
이 일격으로 모든 것이 '없었던 일'이 되고, 자신들은 또다시 우주를 방랑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돌이킬 수는 없다. 그에게 있어 지구란, 인류란 '용서할 수 없는 존재'였으니까.
─앞으로 2분.
─앞으로 1분.
─앞으로 30초.
─앞으로 20초.
─앞으로 10초.
[자, 지구와 연관된 과거를 지우고 우리들의 미래를 불러올 빛이여!! 모든 것을 지워없애라!!]
─반물질포, 발사.
[그렇게… 놔둘 것 같으냐아아아아!!]
지금까지 죽은 듯이 소행성 위에 쓰러져있던 오건이 일어나, 반물질포의 앞에 선다.
그리고, 두 팔을 넓게 벌리고 그 몸의 형태를 十의 것으로 만든다.
─그런 그의 등 뒤로, 지금 막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일출…!! 이걸 기다리고 있었나…!! 하지만, 코어도 없는 몸으로…!!]
그랜드 크로스 어택.
태양의 빛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오건 최강 최후의 필살기.
오건의 부서지다 남은 가슴의 장갑판이 펼쳐져 중력 렌즈가 전개되어, 태양빛을 그 몸에 집중시킨다.
그 몸의 자세가 십자가의 그것이기 때문에, 그랜드 크로스라고 불리는 능력.
그리고, 그 위력은
─지금 보다시피, 행성 하나를 무(無)로 돌릴 수 있는 반물질포를 상쇄시킬 수 있을 정도다.
[저, 죽다 만 놈이…!!]
조아는 그랜드 크로스 어택을 써서 반물질포를 상쇄시킨 후 근처에 있는 소행성에 추락한 오건을 보며 이빨을 갈았다.
도대체 저 놈은 어디까지 자신을 방해해야 속이 풀리는 걸까. 아니, 그보다 코어도 없이 그랜드 크로스 어택을 쓰고서도 살아있다니.
[… 뭐, 됐다. 이번에야말로, 그 몸을 원자단위까지 분해시켜주마!!]
지구를 없애는 것은 그 다음에 해도 상관없다. 그리고… 그때야말로 방해자가 없을 것이다.
조아는 붉은 빛에 휩싸여, 오건이 떨어진 소행성을 향해 돌진했다.
【통합 시점】
인류와 이바류더는, 말을 잃어버린 채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조아의 공격에 코어가 날아가는 치명상을 입고도 지구를 구했으며.
무리하고도 무모한 그랜드 크로스 어택의 사용으로 아머의 장갑이 녹아내려 처참한 모습이 되었으면서도.
일어서려고 하면 갑옷의 파편들이 떨어지고 다리가 부서지며, 팔로서 지탱하려고 하면 팔이 부서지고 있는데도.
결국 다시 일어서버리는 '하얀 전사'의 모습을.
조아가 에너지 필드에 감싸인 채 이쪽으로 날아오는 게 보였다.
지금의 몸 상태로, 저 공격을 받았다간 문자 그대로 산산조각.
─할 수 있는 공격은, 단 한번.
천천히,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다.
일부러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낼 수 있는 속도 자체가 그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걸로 끝이다, 오거어어어언!!]
조아가 그 오른주먹을 쥐고 뒤로 젖힌 채 날아온다.
저쪽도, 이 싸움을 이 이상 오래 끌고 싶은 생각은 없는 거겠지.
─오른팔을 위로 뻗어올린다.
─그것을, 아래로 내려 조아를 향해 겨눈다.
─왼손으로는 오른팔을 받히고.
─오른팔로는, 전력을 다해 남은 에너지를 '힘'으로 바꿔 날린다.
조아의 몸을 감싸고 있던 붉은 에너지 필드가 한순간에 날아가고, 오건의 에너지가 조아를 밀어내면서 구속한다.
조아는 전신에 힘을 퍼트려 그 구속을 깨기 위해 움직이지만─ 몸은 앞으로 날아가려고만 할 뿐 날아가지도 않고, 그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벽이 사방을 막고 있어 움직일 수 없는 듯한 느낌.
[이런 바보같은…!! 저 부서지기 일보직전의 몸 어디에 이런 힘이 남아있었다는거냐…!!]
조아의 몸이 허공에 고정되버리고, 그의 공격 또한 멈춰버린다.
그리고, 오건은 자신이 내고 있는 출력에 견디지 못해, 몸 여기저기에 금이 가고 부서져가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공격을 할 수 있는 것은 이걸로 마지막이다.
오건의 부스터가 점화된다.
부서져가고 있는 몸은, 그 급가속마저 버텨내지 못하고 파편이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멈출 생각은 없다. 단지, 몸이 완전히 가루가 되기 전에 이 주먹이 꽂히길 바랄 뿐.
조아의 몸이 한순간 웅크려졌다가 크게 펼쳐진다.
그 여파로, 오건이 걸어놓았던 구속이 파괴되버린다.
그렇지만 이미 가속에 들어간 상태였기에, 그것을 보면서도 오건은 돌진을 멈출 수 없었다.
[멍청한 놈!!]
조아의 흉갑이 양 옆으로 벌어진다.
오건의 그랜드 크로스 어택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팩서 캐논 이상의 위력을 지닌 광선 병기가 그 안에 들어있다.
문자 그대로 '비장의 수단'이라 한 발밖에 쓸 수 없지만, 이 거리라면 절대 빗나가지 않는다.
─정정. 오건은 돌진을 멈출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멈추지 '않는' 것이었을 뿐.
조아의 흉갑 안에 있는 렌즈에 에너지가 모이려는 순간.
오건이 내민 왼손목에서부터 사출된 커터가, 렌즈에 박힌다.
[크오오오옷?!]
모아두었던 에너지가 흩어지면서, 렌즈가 폭발한다.
그 때문에 조아의 자세가 무너졌고… 결과적으로 오건의 공격에 대한 반응을 늦춰버린다.
그리고.
마침내.
오건의 주먹이, 조아의 가슴을 뚫고 등을 관통한다.
[어리석은 놈… 정말로 우리가 저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거냐.]
오건을 매도하고 있었지만, 이미 그의 목소리에선 광기도 증오도 느껴지지 않고 있다.
죽음을 앞두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들과 같은 인간이었던 우리다. 그렇다면, 우리들에게도 가능하겠지.]
[……]
가슴이 관통되고도 조아는 쓰러지지 않고 서 있었다.
오건은 아무 말없이 서있는 그에게 말했다.
[그들은… 우리를 버린 게 아니야.]
32년 전.
그들이 지구에서 실종된 시간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후, 지구는 어마어마한 전란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2년 뒤, 인류는 BETA의 공격을 받고… 전 인류의 60% 이상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었다. 구하러 오지 않은 게 아니야. 올 수 없었던 거다.]
[…… 그랬었나.]
하지만.
그런 것따윈 이제 아무 상관없게 됐다.
천천히.
균열을 거듭해온 댐이 무너지는 것처럼.
조아의 몸이, 부서져간다.
[이바류더의 규율에 따라… 지금 이 순간부터, 이바류더의 총사령관은… 너다…]
팔이 떨어지고, 어깨가 떨어지고.
무릎이 부서지고, 떨어질 듯 말 듯 했던 흉갑이 떨어진다.
[네놈에게 그것이 가능하다면, 끝까지 해봐라. 인간과… 이바류더의 미래를…]
수천년 동안 이바류더를 이끌어온 총사령관 조아.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것을 확인한 오건은, 몸을 돌리다가 한번 넘어진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금 당장 조아의 뒤를 따라간다 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몸으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몇분 후에 죽게 된다.
─하지만, 그 전에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다.
[우리들의 방랑은 끝났다…]
목소리를 전파로 바꿔, 이바류더들에게 전송한다.
물론 그의 말은 이바류더만이 아니라 인류와 BETA에게도 들리고 있었지만.
[우리들은, 마침내 돌아왔다. 우리들의 고향으로.]
아까부터 불안했던 왼팔이 부서져서 땅에 떨어진다.
그럼에도, 그는 선언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들의 고향에서, 우리들의 동족들을 멸망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저들을 쓰러트리고… 앞으로도 덤벼올 그들과 싸운다. 그것이… 우리들에게 남아있는 '싸움'이다.]
[진군을 재개하라!! 목표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BETA 하이브!! 월면에 존재하는 놈들의 '기지'는 지구 표면의 하이브를 제거한 다음 총력으로 공격한다!!]
[총사령관 「오건」의 명령 아래, 일어서라!! 그리고 싸워라, 이바류더의 용사들이여!!]
그 말을 끝으로.
그의 전신에 퍼져있던 균열이 거미집처럼 늘어나면서.
마침내, 허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