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마브러브 IF ~데토네이터 오건~


원작 |

2화


시간은 무한의 다양성으로 이루어져있고, 모든 가능성을 망라한 세계는 그만큼 무한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무한한 세계 중 하나인 “이 세계”의 지구는, “전쟁” 중이었다. 그것도, 비유하가 아닌 진짜 전시하(戰時下).
그것도, “인간과 인간”의 전쟁이 아니라, “지구인과 우주인”이 서로 죽고 죽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 싸우고 있다.

1964년.
인류는 월면기지에서 처음으로 지구외기원종 [BETA]와 접촉하였고, 교전이 시작되어 인류의 존망을 건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BETA는 월면기지에서 중국, 소련을 침략함으로서 인류의 판도를 침식, 1998년 봄 카슈칼 해안 동쪽에서 침입해온 BETA는 일본 해안에 상륙했다.
그들은 큐슈, 시고쿠 중부 지방에 침입했고, 단 1개월로 일본 인구의 30%인 3600만명이 희생되었다.
그리고 이 때에, 세계 인류의 60% 이상이 살해되었다.
현재 지구의 총인구는 약 10억명.

이런 세계에서도.
인간은 싸우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구는 살아남은 거의 모든 인간이 군인으로서 징병되고, 종족 단위로서 BETA에 맞서고 있었다.

물론 싸우는 것만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모든 종류의 방책을 세우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얼터너티브 계획.
BETA의 언어, 사고 해석에 의한 의사소통 계획인 얼터너티브 1.
생물적으로 BETA의 종족으로서의 특징을 조사하는 얼터너티브 2.
ESP를 이용하여 BETA의 마음을 읽어 대화하는 얼터너티브 3.
결과적으로 이 세 가지 계획은 모조리 실패했다.
이 계획들로서 알아낸 것은, BETA는 기존의 생물학으로는 도저히 분류가 불가능한 생태를 가지고 있으며, 지구 인류를 비롯한 탄소생명체를 “생명체로서 여기지 않는다”는 것 뿐이었다.
이리하여 시작된 계획이, 대 BETA 첩보원 육성 계획 얼터너티브 4.
「인류면서 탄소 생명체가 아닌 생명체」를 만들어, 인류라는 존재를 증명함과 동시에 BETA의 정보를 끌어낸다고 하는 계획.
이것은 코우즈키 유우코 박사와 일본 주도로 이루어진 계획으로서, 이 계획의 결과에 따라 인류와─ 지구의 미래가 변하게 되는 것이다.

『… 정보 제공에 감사한다.』
"뭐, 그런거야. 기껏 여기까지 와준 건 고맙지만… 지금의 지구에 그런 녀석들과 싸울 수 있는 전력은 없어."

유우코는 그렇게 말하며 의자에 앉았다.
이곳은 그녀의 개인 연구실. 그녀만의 방이며, 그녀만의 작업실. 그녀의 허락이 없으면 이 기지 내의 누구도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비밀 대화를 나누는데 있어서는 최적의 장소다.
그리고 그녀는 미리 타놓았던 커피를 입으로 가져가며, 눈앞에 있는 '하얀 갑옷'을 바라본다.

몇일 전 느닷없이 나타난 이 녀석은 자신의 이름을 '오건'이라고 밝혔다.
물론 처음 만났을 때는 대화고 뭐고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때 때마침 이 녀석이 '컴퓨터'라고 하는 인터페이스에 관심을 가진 것이 다행이었다. 그때부터 오건은 유우코로부터 받은(것 이라기 보다 반 강제로 강탈한) PDA의 문자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알고 있냐, 망할 자식아. 그거 원래 군용품인데다 시험 제작품, 그것도 수제라서 세상에 딱 두개밖에 없는 거야… 라고 아무리 유우코가 이를 갈아봤자 오건은 이 쬐끄만 단말기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도무지 내놓을 생각을 않으니.
어쨌거나 지금 당면한 문제는 그것이 아니니까 일단 넘기도록 하고… 유우코는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젠장, 지구는 BETA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단 말야. 근데 이제와서 제 3의 세력, 그것도 대책없는 파괴자 집단이라고? 농담마."
『…… 미안하다.』
"아니, 너한테 따진 거 아냐. 네가 아니었으면 오는 것도 모르고 당했을테니까. … 안다고 해봤자 달라진 건 없지만."

유우코는 고민해야했다. 이 별에서 오건과 처음으로 만나고, 대화가 가능한 유일한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하지만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얼터너티브 4 계획을 진행시키는 것만으로도 힘든 현 시점에서 이바류더 대책같은 건 떠올릴 수 없었다. 게다가 오건이 그녀의 컴퓨터로 전송해준 자료에 의하면, 이바류더는 BETA를 훨씬 능가하는 전력을 지니고 있다. 포악성도 뒤지지 않을 정도고. 아니, 상대의 별을 통째로 날려버릴 때도 있다는 걸 감안하면 더 질이 나쁜걸까.
문득 그녀는 고개를 들어올려, 눈앞의 하얀 갑옷을 올려다보았다.
어쩌면…

"네가 정해준 정보는 고맙게 받겠어. 그런데… 넌 이제 어쩔거지?"

오건은 한동안 가만히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손가락을 움직여 PDA의 버튼을 눌렀다.
거기에 뜬 화면은 이랬다.

『나는 이미 이바류더에서 빠져나왔다. 돌아갈 생각은 없어.』
"진심이야? 당신이 전송해준 기억에 따르면 당신은 이바류더에서도 ​상​위​계​급​이​었​을​텐​데​.​ 그걸 다 걷어차버리고 얼마 못가 멸망할 게 뻔한 별에 붙겠다고?"

데토네이터 오건.
​데​토​네​이​터​(​D​e​t​o​n​a​t​o​r​)​란​,​ 수많은 이바류더 중에서도 특히 용맹하고 강인한 ​'​돌​격​대​장​'​들​에​게​만​ 주어지는 칭호다. 게다가 오건은 그 데토네이터들 중에서도 “이바류더”의 용사라고 칭해졌으며, 대총통의 친위대장임과 동시에 차기 헤드 데토네이터로 지목되었을 만큼 뛰어난 전사였다.
그런데도 이 녀석은 그 모든 걸 버리겠다고 하고 있다.
오건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그 이유도 너에게 넘겨준 기억 안에 들어있었을 거다.』
"봤지만, 겨우 그것만으로? 본 적도 없는 인간 꼬마가 '도와달라'고 한마디한 것 때문에? 아니면 이 지구가 정말로 당신들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서?"
『둘 모두다. 그리고 나한테는 그걸로 충분해. 이 별이 사라지면… 우리들이 잃어버린 것들도 영원히 찾을 수 없게 돼.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일일이 마침표나 '…'같은 건 안 찍어도 될텐데. 저렇게까지 가르쳐준대로 따르다니, 착실한 학생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분명히 승산은 지극히 낮다.
하지만 제로는 아니고, 설령 제로라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멸망을 기다리는 건 그녀의 성격과 맞지 않는 일이다.
게다가… 눈 앞의 이 녀석을 어떻게든 하면 돌파구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럼 좋아. 실컷 부려먹어줄테니까 도망치지 말라구."
『나는 이 별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러니까 너를 믿고 전부 맡기도록 하지.』

─이바류더의 지구 도착까지, 앞으로 2년.
작은 연구실 안에서, 단 두명 뿐인 동맹이 체결됐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