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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브러브 IF ~데토네이터 오건~


원작 |

9화


─1년 5개월 후.
이바류더의 지구 도착까지, 앞으로 5개월.
00 유니트는 완성 직전이고 솔리드 아머 프로젝트는 궤도에 올랐으며 기존의 전술기들 역시 오건이 가져온 테크놀러지로 대대적인 강화작업이 이루어져, 이바류더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 수준까지 강화되었다.
유우코가 계산하기로, 현존하는 군대 전부가 솔리드 아머와 강화전술기로 무장하기까지 앞으로 4개월하고 몇일.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다(현재는 시험 형식으로 발키리즈와 제국군의 몇명만 쓰고 있을 뿐이지만).
… 하지만, 이바류더와 싸워서 이기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토모키는 기지의 밖으로 나와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에 떠있는, 무수하게 많은 별들이 전부 '적'.

"10의 37승… 이었나."

“상위 존재”와의 대화를 통해 알아낸, 우주에 퍼져있는 오리지널 하이브들의 숫자.
게다가 그 밑에 붙을 “하위의 하이브”와, 일반 BETA의 숫자까지 합치면 오건조차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숫자가 나와버린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토모키의 몸이 백색의 빛에 휩싸인다.
그 안에서, 그의 몸은 분해와 재생을 반복한다.
'빛'이 걷히고 남은 것은… '희망'이라고 일컬어지는 강철의 전신(戰神).

'지구'의 데토네이터 오건.

토모키는 하늘의 한 구석…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을 이바류더들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해야할 일은 정해졌고, 각오도 끝났다. 남은 것은 실행에 옮기는 것 뿐.

[………]

그대로 하늘로 날아오르려던 전사는 문득 움직임을 멈췄다.
몸을 절반 정도 뒤로 돌리자, 토끼 인형을 끌어안고 있는 소녀가 서있다.

[카스미…]

알아차리고 있었던가. 리딩 능력에 들키지 않도록 그렇게 조심했는데.
소녀는 말없이 전사를 바라보고, 전사 역시 말없이 소녀를 바라본다.
침묵끝에, 먼저 입을 연 것은 소녀.

"혼자서… 싸울 생각이죠…?"
[…… 아아.]
"어째서…! 모두와 함께 싸우면─"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당초에는 그럴 예정이었다.
하지만, BETA들의 '힘'과 '규모',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어떤 것들'의 존재까지 알아버린 이상… 이바류더와의 싸움에서 인류의 힘을 소모시킬 수는 없다.
아무리 솔리드 아머를 손에 넣고, 아무리 힘을 강화시킨 전술기들이 있다고 해도 그 테크놀러지의 근본은 이바류더. 말하자면 '원본'과의 싸움이다. 이길지 어떨지도 알 수 없고, 이긴다 하더라도 그 피해가 어떨지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혼자서 싸운다고, 이길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방법은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방법'을 떠올렸고, 카스미는 반사적으로 그것을 읽어들였다.
─읽으면 읽을수록, 카스미의 얼굴은 창백해져갔다.

"그런 게… 하지만 그건…!"
[가능합니다. 일단은 ​'​이​바​류​더​'​니​까​.​]​

거기까지 말한 후, 전사는 몸을 완전히 돌렸다.

[… 당신은,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저를 이 별로 이끈 건, 00 유니트… 아니, '카가미 스미카'라는 소녀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더이상 싸우면서 상처입게 하지 않기 위해 이 '전사'를 불러왔다는 것도.
물론 그 역시, 그것에 대해서는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있다.

[나중에 그녀가 00 유니트로서 깨어나면… 감사한다고 대신 전해주십시오.]
"……!!"

그녀가 이곳으로 이끌어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는, 지금도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파괴와 살육을 반복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지구를 멸망시킨 다음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녀가 여기로 불러준 덕분에.
이곳에서 싸우게 해준 덕분에, 자신은 무수히 많은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을 얻었다.
그러니까, 그녀에게 분노하거나 책망할 생각같은 건 조금도 없다.

"죽을 생각… 이에요?"
[… 나는 죽으러 가는 게 아닙니다. 인간도 이바류더도…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만들기 위해 가는 겁니다. 살아서 돌아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그렇다.
어쨌거나 자신은, 살아서 돌아오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만신창이가 되고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도, 이기고 돌아오기만 하면… 지구와 이바류더의 미래가 겹쳐질테니까.

 


백색의 전사는 조용히 위를 향해 날아갔다.
'생명'과 '미래'를 지켜내기 위해서.
그리고 소녀는, 그것을 붙잡을 수 없었다.

 


"……"
"가버렸네, 저 녀석."

카스미의 뒤로, 유우코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녀 역시, 하늘을 벗어나 우주로 향한 전사를 바라보고 있다.

"… 언제부터?"
"제일 처음 나와있던 건 나야. 저 녀석이 나오길래 얼떨결에 숨어버렸지만."
"그게 아니라… 토모키가 떠나려고 한다는 거…"

아, 그거였던가.

"예전부터 감은 잡고 있었어. 저 녀석… 정말로 중요할 때는 자기 혼자 모조리 짊어져버리는 녀석이니까."

정말로 손해보는 성격이다. 토모키도, 자신도.

"… 붙잡지 않습니까?"
"각오할 거 다 하고 가겠다는 걸 무슨 수로 말려."

바보같은 녀석이다.
정말로, 바보같은 녀석.
한번 의지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면 될 것을, 왜 이제와서 혼자로 돌아가려고 하는건지.
이제와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다리는 일 뿐이다.
솔리드 아머 양산체제가 확립되는 것을, 전술기 강화 도안이 끝나는 것을, 그리고… 전사가 돌아오는 것을.

'아무리 엉망진창으로 부서져도, 돌아오기만 하라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고쳐줄테니까.
… 덧붙여, 혼도 좀 단단히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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