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IRREGULAR HUNTER - X


원작 | , ,


엑스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머리 속에서, 이렇게 빨리 듣게 될 줄은 몰랐거니와 적어도 오늘은 듣고 싶지 않았던 소리가 울렸던 탓이다.
이레귤러 반응 3체. 거기에 추정 전투레벨 A+. 즉 전원이 이레귤러 헌터 부대장급 이상.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몸 상태에서는 싸우긴 커녕 마주치고 싶지도 않은 상대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지 않으면 안된다.


나타난 이레귤러가 마그마 드래곤이라면 그래도 아직은 낫다. 분별없이 민간인에게 폭력을 휘두를 자가 아니니까.
그러나 이번의 이레귤러는 3체. 그 중의 하나가 마그마 드래곤이든 아니든, 내버려뒀다간 우미나리 시를 괴멸시켜버릴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저, 오늘 굉장히 즐거웠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옆에서 함께 걷고 있던 스즈카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왔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 수 있으니까요."
"… 괜찮겠어?"
"그럼요! 여기라면 집도 그다지 멀지 않고, 길도 잘 알고… 또 사람도 많으니까요."


엑스는 잠시 말없이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아리사와의 첫 만남의 계기가 '납치'였던 만큼, 이런 여자아이를 혼자서 보내는 것에는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지만…


"… 내 휴대폰 번호는 알고 있지?"
"네? 아, 네. 아리사한테 받았어요. 그러니까…"


스즈카가 내밀어준 휴대폰에, 자신의 번호가 들어가있는 것을 확인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휴대폰을 다시 소녀의 손에 쥐어준다. 그 작은 손을, 자신의 손으로 꼬옥 쥐어주면서.
그것이, 얼마나 소녀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행동인지도 모른채로.


"뭔가가 생긴다면, 바로 연락해줘. 나라도…"


잠시 멈추었다가, 엑스는 굳은 결의가 담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도와줄테니까."
"……!"


지금의 그 말은, 반칙이었다.
비록 이 소년이 이 말을 자신에게 들려주길 바라긴 했지만, 들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즈카는 할 말을 잊어버리고, 그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스즈카? 아픈 곳이라도 있어?"
"에, 아니오. 괜찮아요… 그럼, 제가 위험할 때 전화하면 꼭 와주는 거예요?"
"… 응. 꼭 갈게."


자신은 알아버렸다. 아니, 다시 한번 기억해내버렸다.
하야테를, 아리사를, 스즈카를, 그리고 그 이외의 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전해주는 온기를.
그것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는 것조차도 두렵고 무서웠다.
그러니까 자신은 더이상,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갈테니까."

 

 

 


엑스와 헤어지고 나서, 스즈카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헤어지기 직전에 느꼈던 심장의 두근거림이 아직도 멎지 않았고, 붉어진 얼굴은 아직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 소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소년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기뻤다.
그것만으로도, 이번의 외출은 대성공. 더이상 욕심부리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에스코트 받고 싶지만…


"이런 걸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스즈카는 자신의 집, 츠키무라 가(家)의 저택 앞으로 걸어오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만약 그 소년이 '이것'을 봐버렸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흥미는 있지만,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보여주지 않는 쪽을 택하고, 그와 도중에서 헤어진 것이다.


그녀의 눈에 비치고 있는 것은 저택의 담장.

 


─그곳에는, 더 들어갈 구석도 없을만큼 빽빽하게 악의로 가득찬 문장들이 새겨져있었다.

 

 

 


IRREGULAR HUNTER - X



13화


 

 

 


엑스는 레이더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달렸다.
그가 있던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것은 '고용량의 마확인 에너지'. 우연인지 어떤건지, 레이더에 표시되고 있는 3명의 이레귤러도 그쪽으로 모이고 있었다.
에너지의 확인을 먼저 할 것인가, 아니면 이레귤러 하나하나를 각개격파할 것인가. 그 두 가지의 길 사이에서 엑스는 갈등했지만, 그 갈등은 결코 오래 가지 않았다.
'에너지'의 위치라고 생각되는 장소에서,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번이 아니라 두번, 또 세번째의 폭발. 내버려뒀다간 얼마나 더 큰 피해로 번질지 몰랐기에, 부득이하게 엑스는 곧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최악의 경우, 이레귤러 셋을 동시에 상대할 각오까지 하면서.
안좋은 일은 반드시 연달아서 터진다. 오랜 경험으로 얻은 교훈을 다시금 되새기며, 엑스는 이를 갈았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던 몸을, 전투형태로 바꾼다.
소년의 몸을 청색과 백색의 아머가 휘감는다. 발, 다리, 허리, 복부, 가슴, 어깨, 팔, 손의 파츠로 나누어진 부분들이 차례차례 장착되고, 끝으로 헬멧이 씌워짐과 동시에 마스크 가드가 채워진다.
전에 루시퍼전에서 파괴되었던 헬멧은, 현재 간신히 '모양'만 수복된 상태. 헬멧 파츠 본래의 기능은 아직 되찾지 못했기에, 지형의 스캔과 에너미 유닛의 색적은 전적으로 엑스 자신의 내장 회로에 의지해야 했다.


모습이 바뀜에 따라 이동하는 속도도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그 속도, 초속 30m 이상. 그 스피드로 빌딩과 빌딩을 넘나들고 있는 한, 지금의 시간대를 감안하면 인간의 눈에 그다지 띄지 않는다. 무엇보다 폭발이 일어난 장소 근처라면 폭발쪽에 정신이 팔려서 건물 위를 돌아다니는 그림자같은 것엔 아무도 신경쓰지 않겠지만.


그렇지만, 목표 위치까지 200m를 남긴 시점에서 엑스는 크나큰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 자신에게 있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 있는 문제점을.


"사람이… 없어?"

 

 

 

 

['폭주체'?]
<네… 쥬얼 시드는 근처에 있는 생물의 소망을 이루어주는 힘을 지니고 있지만, 그 대상의 감정에 따라서는 폭주해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자신이 그걸 가지고 있었을 당시 그렇게 강한 감정은 가지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자칫 잘못했으면, 자신도 저런 꼴이 될 뻔했다는 이야기니까.
지금의 마그마 드래곤은 엑스보다 먼저 '폭주체'를 관찰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째서냐고 하면, 하필 저놈의 폭주체가 나타난 곳이 마그마 드래곤의 은신처 근처였기 때문이다. 본래 리니스가 말하던 일에 끼어들 생각따윈 눈꼽만큼도 없었던 마그마 드래곤이었던만큼, 지금 이 일은 대단히 귀찮은 상황이었다.
리니스는 세번째 폭발 이후 재빨리 결계를 쳐내 바깥을 보호했고, 그러고는 탈진해서 지금은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그마 드래곤은 그런 그녀를 데리고 소리를 없애고 숨어있는 중이다.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되요… 저, 결계는 전공이 아니라서 제한 시간도 얼마 없고, 잘못 맞았다간 부서져버릴지도… 도시 한복판에서 저런 게 날뛰었다간 ​큰​일​이​에​요​!>​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된다, 고 해도 말이지.]


마그마 드래곤은 고개만을 바깥으로 내밀어서 상대를 살폈다.


─밤 하늘을 날고 있는, 저 녹색의 괴조를.


측정 스피드는 시속 800Km 이상. 움직이는 것만으로 강풍이 일어나, 유리창이 깨져나가고 자동차가 날려간다. 게다가 아까 슬쩍 보기로는 입에서 무언가를 뱉어 건물이니 철탑이니 하는 것을 잘라대고 있다.
공중전은 마그마 드래곤의 영역이 아니다. 그것만으로도 상대하기 껄끄러운데, 저 녀석은 격투 능력으로 상대하기엔 너무 거대하기까지 하다. 대충 재도 마그마 드래곤의 다섯배 이상. 16~17m 정도로 추정되며, 꼬리까지 합치면 그보다 더 될 것이다. 상대하기 싫은 이유라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은 저런 괴조보다 쓰러트리지 않으면 안되는 상대가 있다. 저런 녀석에게 힘을 낭비하고 싶진 않으니까.


<드래곤! 정말로 구경만 할 거예요?!>
[공중전은 전공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해서…!>


… 저번부터 느꼈지만, 상당히 시끄러운 여자다.
마그마 드래곤은 손가락으로 귀를 파내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조금 있으면 나 대신 싸워줄 녀석이 나올거고 말이지.]


마그마 드래곤은 지난번의 싸움에서 엑스의 본질까지 변하진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가 아는 엑스는 저런 것이 날뛰는 걸 내버려둘 남자가 아니다. 특히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면 더더욱.
… 하지만.


<… 저기, 드래곤.>
[응?]
<제가 쳐놓은 결계는, B랭크 마도사 이상의 마력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들어올 수도 없게 ​되​어​있​는​데​요​.>​
[……]
<​…​…>​


마그마 드래곤은 조용히 이마에 손을 갖다대고 한숨을 쉬었다.


[곤란하군.]
<​곤​란​하​죠​.>​


역시 직접 손을 쓸 수밖에 없는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마그마 드래곤은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그 순간 마그마 드래곤의 몸이 굳었다.
잠시 후, 여전히 고개를 바깥으로 내민 채 리니스에게 말을 걸었다.


[리니스. 네가 친 결계라는 건, 마력 없는 녀석들은 정말로 못들어오는건가.]
<네. 누군가 마도사가 데리고 들어오지 않는 한은요. 그런데 그건 왜…?>


마그마 드래곤은 조용히 어깨 위의 리니스를 잡아서 들어올려, 바깥을 볼 수 있도록 위치를 바꾸어주었다.


[그럼 저건 뭐냐.]
<…… 에?>

 

 

 


…… 이상하다.
인간은 하늘을 날지 못한다. 지금까지 이 세상에서 살아온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그것은 절대적인 규칙이었다. 가끔 엄청나게 단단한 몸을 갖고 움직이지 않는 날개를 가진 짐승이 이 하늘을 지나갈 때가 있지만, 그것은 엄청나게 거대했다. 아마 지금의 자신보다도 더 클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저것'은 하늘을 날고 있다. 다른 인간들처럼 앞발이나 뒷발이 있는데도, 그 머리는 자신과 비슷하고 그 등에는 날개도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뭐하는 녀석인지 도저히 정체를 알아볼 수가 없다.


……
……
…… 아무래도 좋을까.
자신은 이 힘으로 인간들에게 복수한다. 그것을 방해하는 녀석은 전부 '적'이다.


막강한 힘을 얻었다고 해도, 결국 그 근본은 작고 약한 짐승. '폭주체'는 지금까지 상상도 못해본 '힘'을 얻어 들떠있었다. 그 힘을 휘두를 생각에, 자신을 죽기 일보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인간들에게 복수할 수 있다는 생각에.
힘에 사로잡힌 짐승은, 그저 날뛰고 있었다. 날뛰고 싶어할 뿐이었다.


이미 이 주변에 인간이라곤 존재하지 않음에도, 그것을 이상하다고 느끼지도 못한 채로.

 

 

 


「스톰 토네이도」


포구로 변한 오른팔에서 맹렬한 기세의 회오리가 뿜어져나와, 괴조를 뒤덮어버린다. 한순간이지만, 회오리는 괴조를 붙잡아 움직임도 이동도 멈추게 했다.
그러나 단지 그 뿐. 괴조는 8개의 금속제 날개 중 접혀져있던 나머지 4개를 모조리 펼쳐버리는 것만으로 회오리를 '찢어'발기고 구속을 풀었다.


[에너지의 총량이… 너무 다르군.]


스톰 이글은 짧게 혀를 차며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른다. 그 직후, 그가 서 있던 장소를 괴조의 절단파가 덮쳤다. 총 12층이었던 빌딩은 8층으로 줄어들었고, 산산조각난 잔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개의 레플리로이드와, 전함에 필적하는 출력을 가진 전투기급 괴조. 정면으로 싸우기에는 상대가 나빠도 너무 나빴다.


'하지만 저 녀석은 대체…?'


얼핏 보기엔 기계와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움직임은 생물처럼 유연했다. 무엇보다도 인간이 탑승할 수 있는 물건으론 보이지 않고. 이 세계로 온 이후 나름대로 알아본 바로는, 이 세계에 저런 물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계의 과학력으로는 불가능할텐데도.


물론, 스톰 이글로서는 알 수 없었다.
지금의 저 괴조는, 쥬얼 시드의 힘을 얻은 한 마리의 작은 새가 평소부터 동경하던 '거대한 강철의 새'─ 비행기를 흉내낸 모습이라고 하는 것을.
어찌되었건 파워와 출력에 있어서는 당연히 자신보다 훨씬 우위. 하물며 저 거구에 스피드조차 자신보다 빠르다. 가능하다면 절대 붙고 싶지 않은 상대.
그렇지만─


'… 할 수밖에, 없나…!!'


저것에서부터 느껴지는 것은 무한한 '적의'. 지금 이 순간에도, 눈에 띄는 모든 것을 공격하고 있다.
한번 밑바닥까지 떨어졌었다고 해도, 결국 그는 '이레귤러 헌터'.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전사'다.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있음에도 저런 것을 내버려두고 도망칠만큼 썩지 않았다.
결심을 굳힌 스톰 이글은 날개를 펼치고 다시 날아올라, 괴조를 향해 날아간다. 스펙에 있어서는 저쪽이 압도적. 정면승부를 해봤자 승산은 없다. 그렇다면, 이레귤러 헌터로서 익히고 사용해왔던 전술을 총동원해서 그 차이를 뒤집을 뿐이다.


공중을 멤돌며 초음파 메스를 쏴대고 있던 괴조는 스톰 이글을 발견하자마자 그를 향해 돌진했다. 시속 800Km 이상의 스피드로 내려꽂히는 그 기세는 문자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심판의 창.
그것을 보고도 겁먹는 일 없이, 스톰 이글은 괴조를 향해 날개를 휘둘렀다. 그와 함께 일어난 강풍이 날아오는 괴조를 덮어버리고, 괴조의 돌진 속도를 늦춘다. 그렇지만 이내 그 강풍조차 갈라버리면서, 괴조는 더욱 기세를 더해 돌격해온다.


─그 순간, 강풍 속에 섞여있던 깃털들이 괴조에게 부딪히며 폭발을 일으켰다.


​[​K​I​A​A​A​A​A​A​A​A​A​A​A​A​A​A​A​A​A​A​A​A​?​!​]​


생각지도 못했던 통증에 괴조는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지금까지의 스톰 이글은 바람을 일으키거나 회오리를 이용해 움직임을 막으려고만 했을 뿐, 적극적인 공격은 하지 않았기에 괴조의 입장에서는 이 싸움이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입은 데미지다(상대의 스펙을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그런 능력만 사용한 측면도 있고).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급브레이크를 건 직후 다시 가속한다. 지금 괴조의 머리 속을 점령하고 있는 것은 '분노'. 지금의 이 힘을 가지기 전, 불합리한 폭력에 의해 겪어야 했던 고통이 지금의 공격으로 인해 되새겨진 탓이다.
조금 전까지는 파괴충동과 적의 뿐이었지만, 이번에는 '살의'까지 섞어서 몸을 움직인다.


[… 기대 이상, 인걸…!]


흥분해주길 바라고 한 도발이지만 말하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몸을 움직여 아슬아슬하게 괴조와 충돌하는 것은 피했지만, 그 후폭풍만으로도 스톰 이글의 몸이 날려간다.
바람을 일으키느라 반쯤 접혀있던 날개를 최대한으로 펼쳐, 몸을 허공에 고정시키고 자세를 바로잡는다. 그가 몸을 돌려 괴조를 향했을 때, 괴조는 이미 저 아래 쪽에서 방향을 틀어 다시 이곳을 향해 돌진해오고 있는 중이었다.
저 거구임에도 악몽같은 스피드에, 농담같은 선회력과 파워. 싸우면 싸울수록, 스펙의 차이가 여실히 전해져온다.


─이미 각오했던 바니까, 이대로 밀어붙인다.


대각선의 아래 쪽에서 돌격해들어오는 괴조를 피해, 수직의 아래쪽으로 피해 날아간다.
한순간 목표를 잃었던 괴조와 스톰 이글의 거리가 눈깜짝할 사이에 다시 벌어지지만 목표의 위치를 찾자마자 곧바로 방향을 꺾어 다시 추격해 들어간다.
스톰 이글은 신체가 아스팔트의 도로에 닿을 듯 말 듯한 거리를 유지하며 저공으로 비행했고, 괴조는 그 뒤를 따라 똑같이 저공으로 날고 있었다. 물론 크기가 다른만큼 유유히 비행하고 있는 스톰 이글과 달리 괴조의 경우 자동차나 신호등이나 건물들이 날개에 부딪혀, 상당한 방해를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랑곳없이, 오히려 속력을 높인다. 마치 칼날처럼 변한 날개로, 방해되는 모든 것들을 잘라버리면서.


앞서서 날아가던 스톰 이글은 몸을 반 정도 뒤로 돌려, 입을 벌렸다.
물론 아까처럼 혼잣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공격'을 하기 위해서다. 벌려진 입에서부터 금속으로 된 구체가 발사되었고, 뒤에서 따라오던 괴조를 향해 날아가다가 산산히 깨져나갔다.
그리고 깨져버린 철구에서, 작은 새 형태의 메카니로이드 4체가 튀어나와 괴조에게 부딪혀 폭발했다.


​[​K​I​A​A​A​A​A​A​A​A​A​A​A​A​A​A​A​A​A​A​A​A​!​!​]​


평소 이미지에 나쁘다는 이유로 그다지 쓰지 않는 무기이지만 효과는 좋았다. 깃털 폭탄을 받았을 때 이상의 통증을 느낀 괴조는 더더욱 광분했고, 이번에는 괴성까지 지르며 초음파 메스를 사방에다 난사하기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초음파 메스는 어디까지나 직진밖에 하지 않는다. 적어도 어디의 누군가가 쏘는 호밍 레이저처럼 날아가던 중에 갑자기 방향을 꺾어 덮쳐오거나 처음부터 어지럽게 날아다니다가 갑자기 속도가 붙어 돌진해오는 타입의 공격은 아니다. 확실히 속도는 빠르지만 피하지 못할 정도의 스피드도 아니고, 무엇보다 스톰 이글의 눈에는 초음파조차 보이고 있으니까 피하는 것에 문제는 없었다.


공격을 피하던 중, 전면에 빌딩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방향을 직각으로 꺾어, 수직 상승했다.
뒤쪽에서 흥분해 날뛰느라 그것을 미처 보지못한 괴조는 빌딩과 정면충돌. 빌딩은 굉음을 내며 무너져, 그대로 괴조의 위에 떨어졌다. 이번에는 괴조 본인의 스피드도 있었기 때문에 그 충격은 조금전까지 '깔짝깔짝' 깎아가는 방식이었던 스톰 이글의 공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1차는 성공. 이걸로 쓰러져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K​I​A​A​A​A​A​A​A​A​A​A​A​A​A​A​A​A​A​A​A​A​!​!​]​


[… 그럴 리 없지, 역시.]


잔해를 해치고 날아오르는 괴조를 보며 스톰 이글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공중으로 올라온 괴조의 모습은 아까 전보다 훨씬 더 흉악했다. 안그래도 거구였던 몸이 한층 부풀어져있고, 금속제라고 생각했던 몸체에 '혈관'과 '신경'으로 보이는 것들이 튀어나와있다. 몸 여기저기에 있던 전각들도 숫자가 늘어낳고, 크기도 아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 아무래도 정말로 화나게 해버린 것 같다. 화낼 거라는 걸 알고 한 짓이니까 후회는 안하지만,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약간 겁 먹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은 알고 있다. 절망적일 정도의 전력 차이에도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던 '용사'를.


[확실히 '너'는 강하고, 빠르다. 아마 나보다 훨씬 더.]


괴성을 지르며 솟구쳐 올라오는 괴조에게, 스톰 이글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상대가 듣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듣지 않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 자신의 결의를 다지기 위한 것이니까.


[하지만.]


'저쪽'의 세계에서 죽을 때, 얼마나 한탄했던가.
'이쪽'의 세계에서 그 '용사'를 다시 만났을 때, 스스로가 얼마나 부끄러웠던가.
그렇기에 자신은 이제 어떤 '힘'의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는다. 쓰러지지 않는다.
그, '사신' 시그마를 쓰러트린 '용사'처럼.


[하늘은, 네놈만의 영역이 아냐!!]


오른팔을 포구로 바꿔, 아래쪽의 괴조에게 겨눈다.
왼손으로 그것을 받쳐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하고, 두 장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데까지 펼친다.
그리고, 기다렸다. 괴조가 자신에게 다가오기를.


─2초. 스톰 이글이 태세를 취하고 나서, 괴조가 스톰 이글의 코앞으로 다가올 때까지의 시간이다.
괴조에게서 가장 가까운 부위는 스톰 이글의 발이었다. 그로부터 괴조가 벌리고 있는 입까지, 불과 50Cm도 되지 않는다.
이미 포구의 에너지는 충전이 끝난 상태. 이것저것 할 것없이, 스톰 이글은 차지시켜둔 에너지의 대부분을 쏟아부었다.


「스톰 토네이도 MAXIMUM BLAST “HIGHEST WIND”」


한점에 집중시킨 최대 파괴력은 200MPH. 통상 F3급으로 불리는 토네이도와 동급의 위력.
하이에스트 윈드. 스톰 이글의 전투사 속에서도 몇번 사용해본 적 없는 최강의 무기가, 이세계에서 사용되었다.


─그럼에도, 부족했다.


​[​K​I​A​A​A​A​A​A​A​A​A​A​A​A​A​A​A​A​A​A​A​A​!​!​]​
[새삼 놀라는 것도 우습지만, 이 자식은 대체 정체가 뭐야…!!]


날아오르고 있었다. 전신에서부터 푸른 빛을 뿜어내며, 토네이도를 밀어올리면서 날아오르고 있었다.
사용자의 의지와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세상을 멸망시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일컬어지는 “쥬얼 시드”. 괴조의 힘의 근원인 그것이 괴조에게 전해주고 있는 힘은 이미 하이에스트 윈드조차 웃돌고 있었다.


어차피, 알고 있었지만.


예상했던 그대로다. 몇번인가 토네이도를 날렸을 때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 녀석에게는 말도 안되는 제너레이터가 붙어있는 것 같다. 생물로서도 기계로서도, 지금까지 괴조가 보여준 만큼의 에너지 용량을 가지고 있다는 건 말이 안된다(그 푸른 용사와 붉은 영웅은 예외 중 예외니까 제외한다 치고. 물론 그 둘도 에네르겐이 있어야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하이에스트 윈드로도 쓰러트릴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쓰러져준다면 좋았겠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음 플랜으로 넘어가면 그만이다.
스톰 이글은 하이에스트 윈드의 규모를 축소시킨다. 물론 규모가 줄어든 만큼 파괴력도 집중되어 일점에 대한 위력은 높아지지만, 지금 스톰 이글이 노리고 있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괴조와 스톰 이글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줄어든 토네이도는 무시무시한 압력으로 괴조를 밀어내고 있다. 아니, 반대. 괴조로부터 스톰 이글을 밀어내고 있다. 괴조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져봐도, 스톰 이글과의 거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조금 전까지의 하이에스트 윈드같은 넓은 범위의 토네이도라면 찢어버리고서라도 제쳐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토네이도는 오직 괴조의 머리에만 영향을 주고 있을 뿐으로 날개를 어떻게 놀려도 떨쳐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달리는 말의 앞에 당근을 매달아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마침내 참지 못한 괴조가 입을 벌렸다.
그리고 그것은 스톰 이글이 기다리고 있던 순간이기도 했다.

 


괴조가 입을 벌리고, 초음파 메스를 발사하기 직전.


스톰 이글 역시 입을 벌리고, 다시 한번 철구를 발사한다.


괴조의 머리를 향해 떨어져내리던 철구가 폭발하면서, 그 파편이 괴조의 '눈'을 두들긴다.


그리고, 철구의 안에서 나온 메카니로이드들이 이어서 괴조의 '눈'에 부딪힌다.


​[​K​I​A​A​A​A​A​A​A​A​A​A​A​A​A​A​A​A​A​A​A​A​A​A​A​A​A​A​A​A​!​!​]​


비명과 함께, 괴조는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한순간 시력을 잃어버리고, 움직임을 급속도로 멈춰 사방을 향해 초음파 메스를 난사한다.
그 덕분에 스톰 이글은 토네이도를 해제하고도 무사히 몸을 빼내, 원래의 목적을 향해 움직일 수 있었다.


보통으로 눈을 노리고 쏴도, 이 녀석은 분명히 피하거나 막아낸다. 아니, 이 녀석과 자신의 스피드 차이를 감안하면 역공당할 확률도 높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쉽게 피할 수 있는 직선적인 공격밖에 하지 못하도록 격앙시키고, 확실하게 맞출 수 있도록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었다.


─괴조를 화나게 해, 이성을 잃어버릴만큼 흥분하게 만든 것도.
─최강의 무기인 하이에스트 윈드를 미끼로 사용했던 것도.
─그 모든 것이, 오직 이 순간을 이용하기 위해서.


[분명 내가 가진 무기로 네놈을 쓰러트리는 건 무리겠지만 말이다…]


그 대신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기라면, 잔뜩 있다.
그래. 이 주변에는─


[그러니까, 네놈이 쓸데없이 뱉어낸 것들을 이용해야겠다!]


─괴조가 계속 토해내고 있는 초음파 메스들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아무리 건물조차 두부처럼 썰어버리는 절단력을 지니고 있다곤 해도 어차피 근본은 '음파'. 공기를 매개로 하여 전달되는 '진동'에 지나지 않는다. 바람을 만들어내서 움직일 수 있는 자신에게, 이것만큼 이용하기 좋은 공격은 없다.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초음파 메스를, 몸을 비틀어서 피해낸다. 하지만 그저 피하는 것만은 아니다. 스톰 토네이도의 응용으로, 포구에서 발사시킨 바람으로 메스의 방향을 바꾼다. 물론 출력은 최대로, 이 메스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방향이 틀어지지 않을 정도로 크니까. 당연하지만, 괴조의 눈을 가려놓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느긋하게 방향을 바꾸고 있을 틈도 없었을 것이다.
180도 방향을 바꾼 한개의 메스가, 자신을 만들어낸 주인에게로 날아간다.

 


─메스는, 소리도 없이 주인의 날개를 잘라 추락시켰다.

 


잘려나간 날개는 좌측의 3장. 남은 날개는 좌우 합쳐서 5장.
그것만으로는 거체를 지탱하지 못하고, 괴조는 땅에 떨어졌다.

 

 

 


<​굉​장​해​…>​
[생각보다 잘 하잖아, 저 녀석.]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리니스와 마그마 드래곤은 감탄사를 내뱉았다.
특히 마그마 드래곤은 일찍이 같은 이레귤러 헌터 소속이었으며, 직접 만난 적도 몇번인가 있다. 그때부터 한번 정도 싸우고 싶다고 생각했었지만, 「시그마의 날」 이후 있었던 토벌 작전에서 스톰 이글이 엑스에게 쓰러졌고,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대결이 되었다.
그때 엑스와 스톰 이글이 싸우던 영상 자료 역시 본 적은 있지만…


[그땐 내숭을 떤 거란 말이지, 저 자식.]


그 압도적인 스펙 차이를 뒤집고, 상대를 하늘의 영역에서 떨어뜨렸다. 과연 이레귤러 헌터 제 7 공수부대장. '대장'자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지금이야 굴지의 전사이자 세계를 몇번이나 구해낸 영웅이라곤 하지만 그 당시의 엑스는 미숙하기 그지 없었던데다 본인 스스로의 싸움을 싫어하는 성향이 맞물려 전투 랭크는 B로 평가되었었다. 스펙으로나 전술 능력으로나, 그 당시의 엑스에게 질 리가 없었던 스톰 이글였던 만큼, 역시 그때는 엑스를 봐준 게 틀림없다.


<그런데, 아직 보고만 있을건가요? 저거, 변신하기 ​시​작​했​는​데​.>​


날개를 잃고 바닥에 떨어진 괴조는 천천히 그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왼쪽에 하나, 오른쪽에 넷이었던 날개가 아래쪽으로 내려온다. 왼쪽의 날개는 왼쪽 앞발, 오른쪽 첫번째 날개는 오른쪽 앞발. 두번째 날개는 왼쪽으로 넘어가서 왼쪽 뒷발, 세번째 날개는 오른쪽 뒷발. 마지막 남은 날개는 '꼬리'가 된다.
뒷발과 꼬리만으로 일어서고, '낫'과도 같은 형태를 한 앞발을 들어올렸다.


─이것은, 예전의 기억.
─'새'가 예전에 먹었던 먹이들 중, 가장 강했던 '녹색의 벌레'의 기억을 바탕으로, 육체를 재구성한 것이다.


[멋있게 변했잖아. 모델은 아마도 사마귀일까.]
<그러니까 그렇게 차분히 관찰할 시간이 있으면 가세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뭐, 확실히. 지금이라도 내가 가세하면 승산도 높아지겠지. 육박전이라면 특기고.]
<​그​렇​다​면​─>​


스톰 이글과는 "전" 이레귤러 헌터였던 동지다. 따라서, 가세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자신의 '역할'이 아니다.


한참 전부터, 오직 '한 사람'만을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가 그의 머리 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푸른 용사의 존재를 느끼고 있던 마그마 드래곤은, 사납게 미소지었다.


[정의의 용사 역은, 나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녀석이 있으니까 말이야.]

 

 

 


슬래시 비스트는 달리고 있었다. 오직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애초에 한참 철로를 이동 중이던 수송용 열차조차 '달려서' 따라잡아 올라탔을 정도의 스피드를 가진 그이다. 진심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아스팔트로 이루어진 도로 정도는 쉽게 파괴된다. 그 뿐만이 아니고, 자동차도 뒤집어지고 걸리는 표지판도 꺾여버린다.
당연히 거리는 대혼란. 뭔지모를 '노란 것'이 휙하고 지나갔다 싶으면 그 부근이 초토화되어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슬래시 비스트는 단순하다. 레플리포스에 입대했던 이유조차 "그냥 달리고 싶어서"라는 심플하다못해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을 정도로.
비록 능력을 인정받아서 일개 병사에서 지휘관으로 승진하여 보급부대 수비 임무를 하고 있었지만, 그로서는 달릴 수만 있다면 이념도 사상도 상관없었다. 레플리포스가 반란을 일으키자 걱정은 커녕 되려 "마음껏 날뛸 수 있게 됐다!"라고 기뻐했을 정도로, 본래부터 이레귤러 기질이 농후했던 자였다.
그러나 그는 단순하지만 결코 '바보'는 아니다. '푸른 보석'에 의해서 눈을 떴을 때 이쪽 세계로 넘어왔고, 이곳이 아르카디아가 아니며 문명도 100년~150년 정도 뒤쳐진 곳이라는 것도 이해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이날 이때까지 잠자코 숨어있었던 것이고.


하지만, 하지만이다.
분명 그는 바보가 아니었지만, 인내심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만큼 욕망에 충실하다. 그런 그가 근 1개월 동안 욕구를 꾹꾹 눌러 지내왔던 것이다. 물론 거기에도 당연히 한계가 있고, 본래부터 끓는 점이 낮은 그가 이날 이때까지 참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것이 결국 오늘 폭발했고, 보는대로 지금 신나게 폭주하는 중.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접어든 다음부턴 사양않고 날뛰어주고 있다.


─그 폭주의 끝에, 생각지도 못했던 재회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나노하! 쥬얼 시드가 어디있는지 알아냈어! 여기서 별로 안멀어!>
"응, 지금 바로 준비할게!"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폭주체와 맞서서 봉인해온 두 사람은 이번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행동했다.
실제로 몇번 당할 뻔한 적도 있었기에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데도 가지 않으면 안된다.


<벌써 누군가가 결계를 쳤어… 저번의 그 검은 ​아​이​일​지​도​.>​
"…이번에는,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

 

 

 


"… 알프."
<확인했어. 하지만 벌써 결계가 쳐져 있는데.>
"… 저번의 그 하얀 아이일까?"


그것은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저 안에서 쥬얼 시드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걸로 봐서, 누군가가 '쥬얼 시드에 맞서기 위해' 결계를 쳤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상관없을까. 저번의 그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번에야말로 두번 다시 방해하지 못하도록 결판을 낸다.


모든 것은, 그녀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어머니를 위해서.

 

 

 


"제독! 쥬얼 시드 반응 확인했습니다!"
"위치는?"
"상세 위치는 현재 확인 중입니다."


곧이어 스크린에 영상이 투영된다.
─쥬얼 시드의 반응이 나타난 장소를 투영해야할 스크린이었지만, 그곳에는 오직 불투명한 장막만이 비추어졌다.


"벌써 결계가 펼쳐져있습니다만, 상당히 불안정합니다. 저 안에서 폭주체가 날뛰고 있다면 오래 버티진 못할 거예요."
"… 누군가가 폭주체를 발견하고는 급하게 결계를 친 모양이네. 폭주체 때문에 피해가 나오지 않은 건 다행이야."


관리외 세계에서의 마법 사용은 불법이다. 하지만 지금 이 경우처럼 마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피해를 막을 수 없는 경우엔 묵인해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저런 '불가피한 불법'을 단속하는 것보다는 폭주체의 제압이 우선이다.


"크로노. 부탁할게."
"예, 제독."


제독이라고 불린 여인의 말에, 칠흑색 복장의 소년이 대답한다.


"크로노 하라오운 집무관, 지금 출격합니다."

 

 

 


「폭풍의 새」는 홀로 「폭주하는 힘」과 맞서고 있다.
「폭염의 용」은 진정으로 쓰러트리고 싶은 상대를 기다리고 있다.
「금색의 사자」는 욕망이 이끄는대로 달리고 있다.
「하얀 소녀」와 「검은 소녀」는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인다.
「시공을 넘는 배」는 사명을 위해서 움직인다.
그리고, 「푸른 유성의 용사」는 아직까지 이변을 느끼지 못한 채 달리고 있다.

 


서서히, 서서히.
운명의 열쇠를 가진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자각은 가지지 못한 채로.

 

 

 


───to be continue

[NEW BOSS DATA]

NAME : SLASH BEAST
원 레플리포스 육군 소속. 오직 '달리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레플리포스에 입대한 단순회로의 소유자. 원래는 일개 병사 출신이지만 그 능력을 인정받아 지휘관으로 승진, 보급부대 수비 대장의 지위를 역임하고 있었다. 레플리포스 반란이 일어났을 때 뛸듯이 기뻐했었던 것을 볼 때 천성적인 이레귤러.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반란에 참가한 스톰 이글이나, 본의 아니게 대형 사고를 쳐서 이레귤러로 분류된 마그마 드래곤과는 달리 순수 이레귤러에 가깝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