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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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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는 단 한명의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이것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달려가면서 관찰한 것을 볼 때, 문제의 '에너지체'가 있는 지점은 지금 사방팔방으로 건물이 썰리고 도로가 부서지는 '재해'를 겪고 있는 중이었다. 사람이 없다면, 피해도 단지 재산 피해 정도로 그칠 테니까. 요컨대 인간들을 지키는 것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고 '에너지체에 대한 대응'에만 신경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지금 내 힘으로 제압이 가능한가, 로군.'


화력적인 문제라면 걱정없다. 버스터의 출력에도 문제가 없고, 파괴력에 있어서는 이 세상과 저 세상의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할 수 있다면 이런 힘따윈 갖고 싶지 않았지만).
단지 문제는, 현 상태에선 컨트롤이 엉망진창이라는 것.
아르카디아에서 루시퍼와 싸웠을 때 입었던 부상. 그것이 이쪽 세계로 넘어온 직후 루시퍼와 재전했을 때와 마그마 드래곤과 일시 교전했을 때 입은 추가 데미지로 악화. 그 이후 천천히 회복되다가 얼마 전 시그넘의 자전일섬을 방아쇠로 성대하게 폭발했다. 그 결과로 밸런스 회로가 망가졌고, 그것이 전투는 커녕 일상 생활에조차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붙잡은 물건을 부수거나 아무것도 없는데서 넘어지는 건 예사고, 특히 요리처럼 세심한 밸런스를 요구하는 행위는 더더욱 힘들었다.


'그렇다고 도망칠 생각은 없지만.'


자신이 어떤 상태이고 향하는 곳이 어떤 전장이든, 자신은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한다. 있는 세계가 바뀌었다고 해도 그것만은 변하지 않는다.
도착지점까지, 남은 것은 빌딩 하나. 엑스는 그 빌딩을 향해서 점프하고, 또 점프하여 벽을 타고 올라간다. 전투형 레플리로이드 중에서도 한정된 전사밖에 사용할 수 없다고 일컬어지는 기술로, 최후의 빌딩을 넘어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곳에서 보게 된 것은, 거대한 사마귀를 닮은 괴생물체.


그것은 빌딩의 옥상에서 떨어져내리는 엑스를 보자마자 열렬히 환영해주었다. 그 입을 벌리고, 초음파 메스를 발사하는 것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격을 확인하자마자 엑스는 발 밑의 부스터를 점화해, 떨어지던 도중 단 한번만 위로 솟아올랐다. 공중 대쉬라고 불리는 기술로, 현재의 엑스는 이것을 한번에 총 4회 실시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공격을 피하는 것 정도는 간단하다.


… 간단할, 터였다.
점화된 부스터는 왼쪽 발의 하나 뿐. 오른쪽 발의 부스터는 불이 붙는 듯하더니 반응이 없어져버렸다.


"엇…?!"


당황하면서도, 다시 한번 대쉬. 이번에야말로 양쪽 발의 부스터가 추진력을 뿜어내면서 엑스의 몸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밑으로 실로 아슬아슬하게 메스가 훓고 지나가, 뒤에 있는 건물에 一자 형의 상처를 냈다.
빌딩의 한가운데에 일어난 먼지 구름이 가라앉을 무렵, 엑스는 바닥에 착지했다. 착지하면서도 하마터면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지만.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쁜 상황일지도.
마스크의 아래로 창백하기 짝이 없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몸을 일으켜, 오른팔을 버스터로 바꾼다.
그나마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감을 극한까지 올려서 움직이면 어느 정도 평상시처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물론 그 상태에서도 긴장을 조금이라도 늦추면 또 방금같은 꼴이 나겠지만.


​[​K​I​A​A​A​A​A​A​A​A​A​A​A​A​A​A​A​A​A​A​A​A​A​A​A​A​A​!​!​]​


괴조는 비명에 가까운 포효를 터트리며, 그 거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로 덤벼들었다.
그것을 옆으로 몸을 굴려 피해내며, 엑스는 버스터를 발사했다. 발사된 6발의 에너지탄은 그대로 괴조의 허리 부분에 착탄. ─본래는 한점만을 노리고 쏜 탄환들이지만, 목표로 한 곳에 적중된 탄은 3발. 나머지는 중구난방으로 흩어졌고, 덕분에 원래 목적이었던 '일점 집중을 통한 관통'은 할 수 없었다. 물론 집중되지 않았다고 해도 하나같이 보통의 강철판이라면 가볍게 관통할 수 있는 위력이 담긴 탄이었지만, 괴조의 껍질은 관통하지 못한채 사라졌다.
그리고 몸을 피하면서 땅 위에 뒹굴어버린 엑스를 향해, 괴조의 꼬리가 날아온다.


'이런 것쯤,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 몸 상태만 멀쩡했더라면.
회피하려고 다리를 움직이는 순간 발밑의 자갈을 밞고 미끄러져, 성대하게 넘어졌다. 그리고 그런 엑스의 머리 위로, 척 보기에도 맞았다간 '아프다'정도론 끝나지 않을 파괴력이 담긴 걸로 보이는 꼬리가 떨어져내리고 있다.


「스톰 토네이도」


─옆에서 발생한 소형의 토네이도가 꼬리를 막아내고, 그 틈을 타 '무언가'가 엑스를 낚아채 위로 상승했다.
토네이도를 뭉개버린 꼬리는 그대로 바닥을 내리쳐 아스팔트 바닥을 산산히 깨부숴놓지만, 이미 그 자리에 엑스는 없었다.
그리고 엑스는, 100년 하고도 더욱 오래 전에 죽었다고 생각했던 동료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스톰 이글?!"
[인사는 나중에. 지금은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야.]


그의 말대로.
괴조는, 엑스를 붙잡고 날아오른 스톰 이글을 향해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IRREGULAR HUNTER - X



14화


 

 

 


​[​K​I​A​A​A​A​A​A​A​A​A​A​A​A​A​A​A​A​A​A​A​A​A​A​A​A​A​!​!​]​


다시 한번 괴조의 입에서 초음파 메스가 발사된다. 시간차를 두고 발사된 메스는 전부해서 네발.
그러나 그 모두를 피해가면서, 스톰 이글은 괴조와 거리를 벌리고 다른 건물의 옥상 위에 착지. 엑스도 함께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제서야 두 사람은 간신히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 당신도 이 세계에… 언제부터?"
[1개월하고 조금 전일까.]


역시, '이쪽'으로 온 시간대는 자신이나 마그마 드래곤과 비슷한 모양이다. 문제는 원인인데… 자신의 경우엔 루시퍼와의 싸움에서 일어난 대폭발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마그마 드래곤은 스스로 '푸른 보석'으로 인해 여기에 온 것 같다고 말했었다.
자신의 시대에 스톰 이글은 이미 파괴된 레플리로이드였다는 걸 감안하면, 아마도 원인은 마그마 드래곤과 같은 것이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 문제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 스톰 이글. 저것은─"
[글쎄. 나도 저게 날뛰기 시작했을 때 왔기 때문에 정체는 몰라. 내버려두면 피해가 커질 것 같아서 싸우기 시작했지만…]


스톰 이글은 말꼬리를 흐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비록 사람은 없었지만, 지금의 거리가 보여주고 있는 참상으로 볼 때 그다지 피해를 억제했다고 자부하긴 힘들었다. 썰려나가고 무너져내린 빌딩만도 수 채. 파괴당한 거리는 이미 폐허를 연상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 어떻게 된 거야. 원래의 너라면 조금 전의 공격정돈 피할 수 있었을텐데?]
"… 이쪽으로 넘어온 뒤에,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 밸런스 회로가 망가졌어."


지금의 스톰 이글은 '적'이 아닌 '아군'이다. 틀림없이 예전에, 같은 「이레귤러 헌터」의 동료로서 싸우던 때의 그이다.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엑스는 크나큰 약점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털어놓을 수 있었다.


[… 성가시군, 그거. 싸울 수는 있어?]
"사격이라면 어떻게든. 근접전이 되면 자신없지만."


그 사격조차, 지금은 난사가 되면 명중률 60% 이하지만. 스톰 이글은 신음성을 흘리며 고개를 돌려, 괴조쪽을 바라본다.
여전히 앞발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날뛰는 것처럼 보였지만, 두 사람의 눈에는 그것이 페이크라는 것이 확실하게 들어왔다. 증거라고 할까, 괴조는 고개는 전혀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그 눈은 엑스와 스톰 이글을 끊임없이 찾고 있었다. 특히, 지금의 괴조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증오하는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엑스의 경우 조금 전까지 싸우고 있던 스톰 이글보다도 더욱 '죽이고 싶은' 대상이었다.
스톰 이글과 엑스는 몸을 낮춰 괴조의 시야에서 벗어나며 의논을 계속했다.


"적의 능력은?"
[고속 비행, 초음파 메스, 그리고 보다시피 지금은 근접 전투 능력까지 생긴 상태. 거구라서 어지간한 공격은 안먹히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에너지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무리야. 하이에스트 윈드도 안먹히던데.]


이번엔 엑스 쪽에서 신음성을 흘렸다. 스톰 이글과 함께 싸우면서 그 위력을 익히 본 적이 있는 엑스로서는 당연한 반응.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시그마의 반란 당시 스톰 이글이 자신에게 하이에스트 윈드를 쓰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가 자신을 봐준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여하간, 스톰 이글의 그것이 통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 이하의 부대장급들의 힘도 통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지금의 엑스의 상태로 봐서 통용될만한 공격은…


'지금 밸런스로 체인지 했다간 뭐가 나올지 무섭고, 보통으로 믿을 수 있는 건 풀 차지 슛 뿐인가.'


─그래, 그게 문제였다. 원래라면 슬래시 비스트의 풋 파츠로 바꾸고 좀더 빨리 올 생각이었지만, 나오라는 건 안나오고 플레임 맘모스라던가 캐쉬 크라우피시라던가 '발걸음이 느린' 녀석들의 파츠만 자꾸 튀어나오는 바람에 결국 원래의 대쉬 파츠밖에 쓸 수 없었다.
나중에, 진짜로,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하다. 이 사태에서 벗어나면 꼭 조치 취해야지. 그런 결심을 하면서, 엑스는 입을 열었다.


"스톰 이글. 나 태우고 날아다닐 수 있겠어?"
[… 과연, 그런거군. 그런 거라면 문제없지.]


지금의 엑스에겐, 화력은 있지만 기동력에 불안이 있다. 스톰 이글에겐, 기동력은 더할 나위없지만 폭주체를 쓰러트릴 화력이 없다.
즉, 지금 엑스의 말은 스톰 이글에게 공투를 하자고 제안하는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믿을 수 있겠어? 적이었던 내 위에 타서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물어보는 스톰 이글에게.
엑스는, 실로 이상한 것을 들었다는 얼굴로 돌아보며 반문했다.


"동료끼리, 믿을 수 있고 없고 질문할 이유가 있어?"


그, 지극히 순수한 '의문'만이 담긴 얼굴을 보고.
스톰 이글은 잠시 말을 잃었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런 녀석이었지, 너는. 정말로… 100년이나 지났는데도 하나도 안변했구나.]


그러나 스톰 이글은 모르고 있었다.
만일, 2개월 쯤 전에 엑스와 만났더라면 이런 대화를 할 틈도 없이 엑스에게 공격받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고작 1개월 반 정도의 시간으로, 엑스가 잃어버렸던 감정들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 결정났으면─"
[… 시작하지.]


스톰 이글과 엑스.
두 이레귤러 헌터는, 괴조가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는 것과 동시에 행동을 시작했다.

 

 

 


괴조가 입을 벌려, 메스를 발사한다.
스톰 이글이 엑스의 손을 붙잡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과 동시에, 그들이 서있던 빌딩이 케이크처럼 잘려나가 무너졌다.


[아까부터 생각했지만 저 기술, 우리들의 장갑으론 못막는다고 보는 게 좋겠군.]
"네에. 가이아 아머라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쓸 수 없고."


왼손은 스톰 이글의 오른발을 붙잡은 채, 오른손의 버스터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보통으로 발사하는 버스터 슛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확인됐으니까.
이동과 회피에 대해서는 스톰 이글에게 완전히 맡겼고, 파괴력도 풀 차지까지 하면 아까의 탄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올라간다.


'그럼 문제는 내가 조준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 인데.'


아무리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날개가 있고, 적의 장갑을 뚫을 수 있는 화력이 있다고 해도 맞추지 못하면 아무 쓸모도 없다.
결코 빗나가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라던가 하는 시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B급주제에.]


헌터 랭크 B급이었던 건 100년도 전의 일이고 지금은 SSS를 넘어서 무(武)급 헌터지만, 이라는 반론이 목구멍까지 치솟아올라왔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


위에서 작게 코웃음치는 듯한 소리 뒤에, 스톰 이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나 유쾌한 인물이었던 그와 동료로 있을 때에도, 그다지 들어본 적 없는 진지한 목소리가.


[녀석의 공격을 피하는 것도, 원하는 곳까지 이동하는 것도 나한테 맡겨라. 너는 쏘는 것에만 집중하고 빗나가는 것에는 신경쓰지마라. 몇발을 쏴도 좋으니까 녀석을 쓰러트리는 것만 생각해. 네가 녀석을 맞출 수 있게 서포트하는게, 이번의 내 임무인 모양이니까.]


'전' 이레귤러 헌터 제 7 공수부대장 스톰 이글.
그와의 마지막은, 괴롭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레플리로이드 시그마가 반란을 일으키고, 그것을 막기 위해 엑스가 투입되었을 당시, 스톰 이글은 시그마에게 패배하여 그의 군문에 소속되어있던 상태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싸웠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동료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만날 때 '적'의 입장이었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 싸움의 끝에 엑스는 스톰 이글을 파괴했다.


하지만.
그렇게 끝났음에도 엑스의 친우는, 그 후에도 스톰 이글을 '친구'이자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스톰 이글과 '그'가 가졌던 우정이 거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스톰 이글이 동료였을 때부터 보여주었던 인격이 가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그'가, 스톰 이글을 믿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도 믿을 수 있다.


엑스는 숨을 고르고, 아래 쪽에 있는 괴조를 내려다보았다.
괴조는 지금 막 2장의 거대한 날개를 펼쳐 위로 날아오르려하던 중이었다.


"녀석의 비행 속도는 어느 정도지?"
[글쎄. 원래는 날개 8장에 내가 잘라버려서 2장으로 줄어든 거니까 아까보단 느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크기도 두께도 아까 것보다 훨씬 더 커.]
"그만큼 날개 쪽의 방어력도 높아졌다는 거겠군."


괴조가 크게 훼를 치며 날아오르는 것과 동시에, 풀 차지의 버스터 슛이 발사된다.
노렸던 곳은 머리. 본래의 엑스라면 빗나갈 리 없는 거리였지만, 지금의 슛은 목적지에서 크게 벗어나 괴조의 등판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K​I​A​A​A​A​A​A​A​A​A​A​A​A​A​A​A​A​A​A​A​A​A​A​A​A​A​!​!​]​


물론 그럼에도 데미지는 있어서, 괴조는 날아오르려다 말고 비명을 질렀다. 새카맣게 파헤쳐진 등판에서는 끊임없이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고, 괴조는 비명을 그쳤다. 두개의 발을 움직여 위로 '뛰어'올랐고, 앞에 있는 빌딩에 달라붙었다. 그리고는 반대쪽에 있는 빌딩을 향해 뛰어올라, 더욱 높은 곳에 달라붙는다.
그것을 반복하면서, 날개를 펼친다. 빌딩의 옥상 위에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뛰어오를 때, 그 기세를 이용하여 날개를 완전히 펼쳐서 휘둘러 하늘로 날아오른다.


[… 머리 쓰는데, 저 자식.]


스톰 이글이 혀를 차는 것과 동시에, 2차 풀 차지 슛이 발사된다. 하지만 그때 쯤에는 이미 괴조도 준비가 끝난 상태. 입에서 초음파 메스를 뱉어내, 엑스의 풀 차지 슛을 상쇄시킨다.


"… 상당히 고출력인데, 저 초음파."
[어이어이. 난 아까 그거 하이에스트 윈드까지 써서 겨우 반사시킨거라고. 그런 거랑 출력에서 맞먹어놓고 불평하지마.]


엑스는 스톰 이글의 발언에 상당히 놀랐다. 정확히 말하면, 발언의 내용보다는 발언 자체에.
─괴조가 뱉어낸 메스는 한발이 아니었다. 그 중 한발은 엑스의 풀 차지 슛과 상쇄됐지만, 그 뒤를 이어 초음파 메스가 빗발치듯이 날아왔다.
그리고 스톰 이글은 엑스를 붙잡은 채 공중을 날아다니고 회전하면서, 단 한발도 맞지 않고 모조리 피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저런 헛소리를 할 여유가 있다니.
물론 지금까지 하늘을 날며 제공권에서 엑스를 압도한 레플리로이드는 여럿 있었다. 레플리포스의 스톰 아울도 그 중 하나고, 종류는 다르지만 스페이스 호넷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의 스톰 이글은 그들 이상의 움직임과 '자유도'를 지니고 있다. 100년이 지난 현대에 만들어진 조류형 레플리로이드들조차 흉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곡예까지 해내면서.


'뭔가, 이상한데.'


100년 전의 싸움에서 스톰 이글이 자신을 봐주면서 싸웠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엑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포텐셜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지금 스톰 이글이 보여주고 있는 전투력은─


'… 아니, 그만두자.'


지금은 '동료'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마음을 다 잡고, 다시 한번 차지를 시작했다.
스톰 이글은 몇번이고 빗나가도 마지막에 맞추면 좋다고 말해줬지만, 벌써 2발이나 빗맞췄다. 게다가 풀 차지 슛의 위력은 방금 전 괴조도 스스로의 몸으로 뼈저리게 느꼈을테니까, 지금까지처럼 몸으로 받아내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이 상황에서.
고속으로 움직이는 괴조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은.
그리고 그 괴조의 약점을 향해, '정확히' 풀 차지 슛을 적중시킬 방법은.
지금 거론된 일련의 과정을 행하는 동안 적의 공격을 받지 않을 방법은.
그 모든 행위에 더이상 거리가 부서지지 않을 방법은.


엑스의 AI는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 비정상적인 사고 속도를 풀가동시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과 평소라면 생각하지도 않았을 터무니없는 가능성들까지 모조리 끄집어내 조합하고 보충하고 개량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몇가지의 답을 꺼냈다.

 

 

 


<저렇게 힘 차이가 크게 나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있어…!>


리니스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저 괴조의 전투력은, 그녀조차 서적으로밖에 본 적없는 거룡에 필적한다. 아니, 쥬얼 시드의 힘이 더해지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그것조차 능가할지도 모른다. 그 앞에서 인간 사이즈의 생명체 둘 정도는 벌레 이하의 존재나 마찬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두 사람의 투지는 꺾이지 않았다. 그렇기는 커녕, 끊임없이 역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원래 그런 녀석들이니까. '이레귤러 헌터'라는 건.]


질 나쁜 녀석들도 많이 섞여있었지만. 마그마 드래곤은 그렇게 덧붙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래곤? 혹시─>
[말해두지만 가세할 생각은 없다.]


역시나인가. 리니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내쉬려고 했다.


마그마 드래곤은 일어선 채로, 전면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저 두 사람이 괴조와 싸우고 있는 방향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


[한가지 말하는걸 잊을뻔했는데. 딱히 녀석들을 돕고 싶지 않은 건 아냐.]


─그렇다. '전투장'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어야할 곳에서.
─무언가가, 엄청난 기세로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다.


양손을 들어올려 주먹을 말아쥐고, 그것을 서로 부딪힌다.
그곳에서 작은 금속음이 울리는 것을 들으며, 리니스는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마그마 드래곤과 함께 지내오면서,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실로 무서우리만큼 사나운 미소.


[이쪽도 더이상 누구를 돕느니 마느니 할만큼 좋은 형편이 아니라서지.]

 

 

 


[… 진심이냐.]
"진심이야. 그러니까 해줘."


스톰 이글은 엑스의 말을 듣고 고민했다.
이, 작전이라고 하기도 뭐한 무모한 짓거리를 말려야할지, 아니면 지금 당장 이 정신나간 자식을 어딘가로 던져버리고 혼자 싸워야할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엑스는 정신이 나간 것도 아니고 착란을 일으킨 것도 아니다.


[확실히 말이지. 네가 말한대로 녀석을 제압하면서 급소도 맞추고 공격도 받지 않고 거리도 부수지 않는 방법이라면 그거밖에 없겠지만 말야…]


엑스가 진심이라는 것을 느낀 스톰 이글은 신음을 흘리면서도, 날아오는 초음파 메스를 피해냈다.


[최소한 그 중에 하나는 포기하면 안되겠냐.]
"안돼."


즉답. 스톰 이글의 한숨이 커졌다.
확실히 지금 엑스가 말한 것이 성공한다면 저 괴조를 쓰러트릴 수 있다. 그것도 거리에 피해를 주지 않을만큼 놀랍도록 단시간에.
하지만 성공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 오히려, 성공하는 쪽이 이상할만큼 확률이 낮다. 실패하면 제압하는 것도 무리고 급소를 맞추기도 힘든데다 자동적으로 공격도 받게 되고 그 탓에 거리도 무너지게 된다.
0% 아니면 100%. 그 말에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 미리 묻겠어. 다른 플랜은 있어도 안할 생각이겠지?]
"당연한 소릴."


그 말에 결국 각오를 굳혔다.


[말해두는데… 이걸로 실수해서 떨어지거나 하면 난 너 안돕는다? 이 플랜대로라면 그럴 틈도 없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작전의 발안자는 나야. 그러니까 내가 위험에 빠진다고 해서 당신까지 끌어들일 생각은 없어."
[… 이미 충분히 끌어들였어, B급.]


그렇게 받아쳐준 후, '작전'을 시작했다.
괴조는 엑스와 스톰 이글을 향해 돌진해오면서 초음파 메스를 난사하고 있다. 그것을 지켜보며, 스톰 이글은 움직였다.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스피드로, 괴조의 초음파 메스를 피해낸다. 그러나 아까처럼 체력의 소모가 극소화된 아슬아슬한 움직임의 회피가 아니라, 크게 호를 그리는 듯한 비행으로.
괴조가 발사한 메스는, 스톰 이글이 그리는 호를 지나갈 뿐 스톰 이글 자신을 맞추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 문제지.'


지금 스톰 이글이 하고 있는 회피는, 말하자면 '선'의 움직임이다. 그 움직임이 괴조의 눈에 완전히 익숙해지는 순간, 틀림없이 스톰 이글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회피보다 앞선 공격을 날릴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지금 이순간에도, 괴조의 초음파 메스 난사는 점점 스톰 이글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방향으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엑스와 스톰 이글이 노리는 것이기도 했다.
초음파 메스의 움직임과 스톰 이글의 움직임. 그 둘의 시간 차이가 점점 좁혀졌고, 마침내 스톰 이글이 메스에 닿기 직전까지 따라잡히자, 그는 급격히 행봉을 바꿨다.


─양쪽 발로 붙잡고 있던 엑스를, 몸을 크게 휘둘러서 위로 던져올렸다.


「스톰 토네이도」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오른팔을 포구로 바꿔 엑스를 향해서 토네이도를 발사하기까지 했다.
그 동안 엑스는 총 3번의 공중 대쉬로 더욱 위로 솟구쳐 올랐지만, 마지막 네번째에서 이번에도 한쪽 발의 부스터가 점화되지 않는 바람에 균형이 무너졌다. 그리고 그런 엑스를, 토네이도가 떠받치고 더욱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했다.
토네이도를 엑스에게 쏜 스톰 이글은 결과를 보지도 않고 다음 행동에 들어갔다. 이 무모하긴 커녕 바보스럽기까지 한 작전은 스피드가 생명이니까.


곧바로, 괴조를 향해서 돌진했다.


물론 괴조도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엑스를 포착했지만, 그 직후에 스톰 이글이 보인 행동에 눈을 빼앗겼다.
'선'에서 갑자기 '점'으로 바뀐 스톰 이글의 움직임에 괴조는 잠깐동안 혼란에 빠졌다. 물론 그 사이에도 초음파 메스를 발사했지만, 제대로 조준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공격이었기에 피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아무리 '힘'을 얻었어도 결국 그 근본은 작은 새. 지금 이 사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해결방법을 찾을만한 '지능'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스톰 이글의 계획을 돕는 결과를 가져왔다.

 

「오버 드라이브」


지극히 짧은 시간 동안, 그 출력의 한계를 넘는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기능.
그것을 사용하는 것과 동시에 스톰 이글의 몸이 에네르겐의 푸른 빛에 감싸였고, 그 몸을 고속으로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푸른 빛을 띈 선풍이 생겨나 그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거대한 토네이도로 변한다.


「HIGHEST WIND Ver.2」


토네이도를 일으켜 적에게 날리는 통상의 하이에스트 윈드와는 달리, 그 스스로가 토네이도의 중심이 되어 적에게 부딪히는 기술. 본래라면 이대로 괴조에게 부딪혀야겠지만, 지금 이 기술을 꺼낸 용도는 정면충돌을 위해서가 아니다.
거대한 회오리는 괴조에게 부딪힐 듯이 날아가다가, 느닷없이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전진한 시점에서 다시 방향 전환. 다시 전진, 다시 전환. 그런 식으로, 회오리는 괴조의 주변을 엄청난 기세로 '회전'했다.
그것을 시작한지 불과 수초. 회오리는 괴조를 완전히 감쌌고, 괴조의 주변에는 회오리로 이루어진 구체가 만들어졌다.
이른바, 회오리로 만들어진 '감옥'. 그것도 괴조의 사이즈에 정확히 맞춰, 날개를 펴거나 발을 움직이거나 목을 돌릴 공간조차 없게 만든 감옥이었다.


감옥에 갇힌 괴조는 지금 날개를 반쯤 펴다 말고 다리를 완전히 뻗어놓은데다 목도 메스를 뱉기 위해 늘려놓은 상태였다. 그런 자세로 꼼짝도 못하게 갇혔으니 몸에 힘을 제대로 넣을 수 있을 리가 만무. 게다가 이 상태라면 초음파 메스를 발사해도 되려 반사당해 괴조 자신이 당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괴조를 완전히 묶어놓을 수는 없다.


아까 전에 사용했던 Ver.1. 그것을 돌파했던 괴조의 힘.
그것을 감안할 때, 이 감옥으로 붙잡아놓을 수 있는 것은 불과 십수초에 지나지 않는다.


​[​K​I​A​A​A​A​A​A​A​A​A​A​A​A​A​A​A​A​A​A​A​A​A​A​A​A​A​!​!​]​


괴조의 몸에서 다시 한번 청백색의 빛이 뿜어져나온다.
그것과 함께, 괴조의 날개와 목이 점점 펴지고 그에 따라 회오리의 감옥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농담같은 파워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에너지 출력.
새삼스럽게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지금의 이 상대는 일개 레플리로이드가 혼자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리고, 엑스와 스톰 이글은 바로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상으로 강하게 괴조를 구속하면, 틀림없이 아까 하이에스트 윈드를 풀어헤칠 때 사용했던 그 힘을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전신으로 퍼지는지 알아낸다.
이 작전에서 스톰 이글의 역할은, 다름아닌 그것이다.
괴조의 움직임을 묶고, 동시에 그 눈으로서 괴조의 에너지가 흐르는 방향을 파악한다.


그 덕분에.
스톰 이글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푸른 빛'으로 빛나고 있는 아주 작은 '무언가'가 괴조의 목 윗쪽에 숨겨져있고.
거기서부터 발생된 '푸른 빛'이 전신으로 퍼지면서, 저 괴조가 무시무시한 괴력을 발휘하는 것을.


[지금이다, 엑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스톰 이글은 하이에스트 윈드를 해제했다.
목표로 했던 회오리가 사라지고, 방향을 잃어버린 괴조의 힘은 사방으로 방출되어, 잠시 동안 그 주인을 허공에 부유하게 만들었다.


─위로 올라가지도 않고, 아래로 떨어지지도 않는, 아주 잠시 동안의 '속도 0'의 상태.


─지금 이곳보다 훨씬 더 상공으로 올라가있는 엑스가 바라던 상태.


지금까지 허공으로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과정에서 계속 차지를 해온 엑스는 오른팔의 포구를 괴조에게 겨누었다.
저만큼 크고 정지해있는 표적이라도, 지금의 회로 상태로는 빗맞출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엑스는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버스터를 발사했다.


「풀 차지 버스터 SHOT GUN」


먼저, 통상의 풀 차지 슛을 아래 쪽의 괴조에게로 발사한다.
그리고 곧바로 그 뒤를 이어, 미들 차지 슛을 발사한다. 앞서 날린 풀 차지 슛을 향해서.
미들 차지 슛과 부딪히자, 풀 차지 슛은 산탄처럼 쪼개어졌다.


그 수, 다섯.


통상 풀 차지보다 약간 더 작은 커다란 광탄이 하나.
그리고 미들 차지와 비슷한 크기의 광탄이 넷.
총 다섯개의 에너지탄이, 아래 쪽의 괴조를 향해 유성처럼 떨어져내렸다.
작전 파트 1. 「아무리 조준을 못해도 많이 쏘다 보면 맞는다」.


먼저, 작은 탄환 두개가 양쪽 날개에 착탄됐다. 날개 쪽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괴조가 몸부림쳤다.
다른 작은 탄환 중 하나는 빗나갔다. 그러나 이 탄환은 지상에 닿는 일 없이 허공에서 에너지를 다하여 소멸됐다.
커다란 탄환은 괴조의 등판에 부딪혔다. 그것도 두 거대한 날개가 연결되는 부분을.
마지막의 작은 탄환은, 괴조의 뒷목 부분에 명중됐다.


​[​K​I​A​A​A​A​A​A​A​A​A​A​A​A​A​A​A​A​A​A​A​A​A​A​A​A​A​!​!​]​


괴조는 길게 비명을 내지르며, 지면을 향해 추락했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스톰 이글은 쏜살같이 날개를 펴고 부스터까지 사용하여, 떨어져내리는 엑스를 받아냈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반회전시키며, 엑스를 아래쪽으로 집어던졌다. 문자 그대로 '있는 힘을 다해서'.


[목 윗쪽에 푸른 보석이 있다! 아래에서 보면 보여! 그게 녀석의 제너레이터야!]


그 말만을 하고서.
실제로는 엑스를 붙잡고 몸을 회전시켜 아래를 향해 던져버리는 짧은 순간 동안 한 말이기 때문에 실제로 엑스가 들은 것은 '… 보여! 그게─' 까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어딜 노려야할지 알 수 있었다.


괴조는 떨어지는 와중에도 자세를 바로잡고 지면과 충돌하기 일보직전에 몸을 정지시켰다.

하지만 괴조가 고개를 다시 위쪽으로 돌리기도 전에, 분노로 가득찬 포효를 터트리기도 전에.


─하나의 푸른 유성이, 하늘에서부터 괴조의 바로 아래쪽에 떨어졌다.

그렇다. '착지'한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떨어'졌다.
처음부터 제대로 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엑스는, 불완전한 균형 감각으로 착지하는 것보다 그대로 몸으로 떨어지는 것을 택했다.
물론 고공에서 스톰 이글에게 던져지고 중력에 이끌려 바닥에 쳐박힌 충격은 컸다. 엑스조차, 그 고통으로 한순간 숨을 쉬는 것도 신음을 흘리는 것도 하지 못했을 정도로.


그러나 엑스는 그 고통을 느끼는 것보다도, 참는 것보다도, 받아들여서 비명을 지르는 것보다도 먼저 손을 움직였다.
처음의 풀 차지 슛을 쏘고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차지시켜 놓은 오른손을. 인간에게는 불가능할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끊임없이 싸움으로 보내온 지난 세월동안 쌓여온 반사신경의 프로그램 덕분이다.


지면에 떨어져서 지금 이 시점까지, 1초도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엑스의 눈에도 똑똑히 보였다. 자신의 바로 위에 있는 괴조의 얼굴. 그보다 밑에 있는 목 부분에서 푸른 빛을 발하고 있는 '무언가'가.
작전 파트 2. 「조준을 못한다면 조준하지 않아도 될 때까지 거리를 좁힌다」.
추락한 엑스와 괴조의 목 사이의 거리는, 불과 5m. 아무리 밸런스 회로가 엉망이라도 지금 이 거리라면, 저 표적의 크기라면 절대로 빗나가지 않는다.


괴조가 무언가를 생각하기도 전에.
머리보다 먼저 위험을 느낀 몸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엑스의 오른팔에서, 엑스 자신보다도 거대한 푸른 빛의 탄환이 발사된다.


그리고 그 탄환은, 빗나가는 일 없이 괴조의 목에 적중되었다.

 

 

 


슬래시 비스트는 달렸다.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기묘한 도로에서, 그 욕망을 뿜어내기 위해 무작정 전속력으로 달렸다.
눈앞에 자동차가 있든 신호등이 있든, 전혀 신경쓰지 않고 달렸다. 그는 그저 달릴 수만 있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았다. 장애물이 있다면 부수면 되니까.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뒤지지 않는 몸집을 지닌 '무언가'가 나타나서 자신의 앞에 섰을 때도, 피하기보다는 돌파하는 쪽을 택했다.

 


​[​■​■​■​■​■​■​■​■​■​■​■​■​■​■​■​■​■​■​■​■​■​■​■​■​■​■​!​!​]​

 


누가 내질렀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물러나있던 리니스가 귀를 막고 눈을 감아버렸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포효가 터져나오고.


'용'과 '사자'는, 정면으로 충돌했다.


가장 먼저 굉음…이라기보다는 폭음에 가까운 소리가 울렸다.
돌진해오던 슬래시 비스트는 그대로 들이받고 지나가려 했고, 마그마 드래곤은 그것을 받아내 버티고 있었다.


슬래시 비스트가 돌진하면서 그 발길질에 도로가 파헤쳐지고.


마그마 드래곤이 버티면서 발톱이 아스팔트를 파고 들어가버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래시 비스트의 돌진은 멈추지 않았고.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뒤로 계속 밀려나는 마그마 드래곤의 발톱에 의해 지면이 갈라졌다.


슬래시 비스트의 태클을 마그마 드래곤이 록업으로 막는다. 한쪽은 밀고, 한쪽은 막는 구도.
지극히 원시적이면서도 단순한 힘의 격돌. 그것이 불과 수십초 가량 지속되었을 뿐인데, 이미 리니스의 눈에 보이는 거리는 대파 상태였다.


하지만, 그 힘 겨루기에도 이윽고 끝이 다가왔다.
슬래시 비스트의 돌진력과 그것을 제지하는 마그마 드래곤의 각력을 버티다 못한 도로가 반쯤 내려앉아버리고 나서야, 겨우 슬래시 비스트의 돌진이 멎었다.


─처음 마그마 드래곤이 슬래시 비스트와 부딪힌 장소에서부터, 약 20m 떨어진 곳에서.


슬래시 비스트의 입에서 까드드드득하고 이빨을 씹어부술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폭발 일보직전이라는 느낌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 뭐야, 너.]
[여기부터 앞은 출입 금지다.]


마그마 드래곤은 입을 여는 것과 동시에 슬래시 비스트를 밀어냈고, 슬래시 비스트 또한 마그마 드래곤을 쳐냈다.
둘은 각기 반대 방향으로 수미터 가량 날려갔고, 둘 사이의 거리는 삽시간에 5m 이상 벌어졌다.
… 그렇다곤 해도, 잠깐이라곤 하지만 동료로서 함께 싸웠던 자신을 기억못할 거라고는. 과연 듣던대로 달리는 것밖에 관심없는 바보인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그마 드래곤은 말을 이었다.


[저쪽은 저쪽대로 시끄러워서 말이지. 여긴 못지나간다.]
[…… 그딴 걸…]


슬래시 비스트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자세를 낮추자, 마그마 드래곤은 두 팔을 들어올려 가슴 앞으로 가져갔다.
그 순간 슬래시 비스트는 그 무지막지한 다리 힘으로 폭발적인 추진력을 발생시켜, 지면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내가 알 게 뭐냐!!]


마그마 드래곤의 눈으로도 포착하기 쉽지 않은 스피드로 달려들며, 슬래시 비스트는 그 커다란 손톱을 휘둘러왔다.
그것을 손으로 받아내는 것과 동시에, 마그마 드래곤은 무릎을 움직여 슬래시 비스트의 얼굴을 노렸다.
하지만 그것을 본 슬래시 비스트는 재빠르게 붙잡힌 손을 빼내고 몸을 뒤로 덤블링시켜 피해냈고, 덤블링과 동시에 섬머솔트로 반격했다.
마그마 드래곤은 그것을 팔을 교차시켜 십자 막기로 막아냈지만, 그 마그마 드래곤의 거구조차 몇미터나 뒤로 날려가버릴 정도의 위력.
비록 지금 슬래시 비스트가 구사하고 있는 건 제대로된 '격투술'이라고 보기엔 힘들었지만…


'야성에 가까운 '직감'과 눈으로 보고 나서 대응해도 늦지 않는 스피드의 조합이라는 건, 생각보다 골치아프군.'


상대의 힘에 대해선 아까 충돌했을 때 충분히 겪었다고 생각했다. 막아냈다곤 해도, 설마 자신이 수십미터나 뒤로 밀려날 거라곤 생각도 못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의 '힘'은 그 체격에서 나오는 힘이나 손톱같은 게 아니라, 저 다리에서 나오는 각력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엄청난 스피드. 확실히 지난번 엑스가 자신과 싸웠을 때 교체했던 파츠 중에는 이 녀석의 풋 파츠도 있었다. 그만큼 엑스도 이 녀석의 스피드는 인정한다는 이야기. 달리는 것밖에 모르는 바보라고 얕볼 수 있는 녀석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내줄 순 없단 말이지.]


힘을 아끼면서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렇게 판단하고, 마그마 드래곤은 본격적인 전투 자세를 취했다.
무엇보다 엑스 역시 저쪽에서 거대한 괴물과 싸우느라 힘을 소모했을 것이 자명한 일. 그 와중에 자신만 멀쩡한 상태로 싸울 기분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여기서 이 녀석과 싸우게 되서 잘됐다고 생각한다면 모를까.


[내 앞의 길을… 가로막지마!!]
[뚫고 가봐라. 가능할 경우의 이야기지만.]


슬래시 비스트가 분노로 가득한 포효를 토해내고.
마그마 드래곤이 그에 맞서 자세를 낮췄다.

 

 

 


─그 순간, 리니스가 쳤던 불안정한 결계가 깨지고.


─새로운 결계가 덧칠되듯이 나타났다.

 

 

 


"… 이글."
[뭐야, B급. 난 지금 이런 바보같은 짓을 사전 연습도 없이 성공시킨 나 자신에게 열심히 칭찬하는 중이라고.]
"그것도 좋지만 말야… 이거 어떻게 하지?"


말했지만, 괴조의 크기는 20m에 육박한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다곤 하지만 이런 걸 길거리 한복판에 놔뒀다간 어떻게 될지.


"산산조각 낸다고 해도 뒷처리가 문제고… 어딘가로 끌고 가서 처리하기도 그렇고."


생각해보면 처리해야할 문제는 산더미처럼 있다.
우선, 어째서 이 주변에만 사람들이 없는건지도 궁금하고, 이토록 거대한 괴물이 날뛰었는데도 경찰이나 군대가 오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했다.
그래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느 시점에서부터 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되었는지.


─그것을 생각하기도 전에, '사고'는 일어났다.

 

 

"썬더 레이지!!"

 

 

느닷없이 떨어진 금색의 벼락.
그것은 스톰 이글의 등에 직격되었다.


​[​카​아​아​아​아​아​아​악​?​!​]​


괴조를 처리하는 문제로 생각 중이던 스톰 이글은 거의 무방비나 다름없는 상태로 번개에 직격당했고, 그대로 날려가 앞쪽의 건물에 쳐박혔다.


"이글?!"


엑스는 재빨리 오른팔을 버스터로 바꾸고, 번개가 날아온 방향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 순간 날아오는 발차기를, 왼팔로 막아내고 그쪽을 향해 버스터를 겨누었다.
용케도 '발사'까지 하지 않은 것은, 자신을 공격한 실루엣이 '사람'의 형상이었기 때문이다.


"제법이잖아, 너. 둘 다 날려버릴 생각이었는데."
'… 인간, 여자?'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마찬가지로 도발적인 말을 내뱉은 것은, 틀림없이 사람으로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달랐다. 머리 부근에는 '인간의 귀' 대신 개의 것으로 보이는 귀가 있었고, 뒤쪽에는 꼬리까지 있었다.


무언가의 위장인가, 아니면 정말로 인간과 다른 종족인가.
그러나, 그녀가 지금 자신들에게 적대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버스터를 해제하고, 손으로 바꿔서 그녀의 발목을 붙잡아 있는 힘껏 내던진다. 좀전에 왼팔로 느낀 충격으로 보건대 쟈피라와 거의 비슷하거나 그보다 약간 아래인 각력. 그 정도의 운동 능력을 지닌 존재라면, 마음껏 내동댕이쳐도 될 것이다.
즉, 밸런스고 뭐고 조심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


"우왓?!"


엑스의 손에 붙잡혀 날려가는 여성은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소리를 내더니, 곧바로 자세를 틀어 건물 벽에 착지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위로 타고 올라가, 옥상까지 도달한다.


─그곳에는, 그녀 이외에도 또 한 사람의 '인간'이 있었다.


금발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흑색의 망토를 두른… 하야테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소녀가.
그 손에는, 칠흑색의 도끼가 쥐어져있었다. ─아직까지도, 금색의 스파크를 띄고 있는 도끼가.


"페이트, 조심해. 저 녀석… 뭔가 이상해."


수이(獸耳)의 말에, 소녀는 말없이 옥상 위에서 엑스를 내려다보았다.


'… 안 좋은데.'


방금 그 전격은 저 소녀가 사용한 것인가.
무방비였다곤 하지만 전투형 레플리로이드를 한방에 날려버린 화력. 그때 날려간 스톰 이글은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그것을 감안하면, 아까 괴조를 쓰러트릴 때 지면에 그대로 쳐박혔던 충격이 아직도 몸속을 뒤흔들고 있는 지금의 엑스가 상대하기엔 부담스러울 정도다.


"당신들은 누구고, 무슨 목적으로 우릴 공격한거지?"


소녀는 손가락을 들어올려 엑스의 뒤쪽─ 정확히는 쓰러져있는 괴조를 가리켰다.


'… 이 녀석을…?'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것. 그게 필요해."


엑스로서는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엑스도 스톰 이글도, 괴조의 힘을 괴조 자신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제너레이터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즉, 괴조의 그 막강한 괴력이 '쥬얼 시드'라고 하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주어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녀석은 이 거리에서 날뛰고 있던 것을 우리가 상대하고 있었던 거지만, 그런 이 녀석이 뭘 갖고 있었다는거지?"

 

 

 


<… 페이트. 이 녀석─>
<… 응. 이 사람, 쥬얼 시드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아.>


게다가 지금 그가 하는 말로 보면, 단순히 '괴물이 날뛰면서 거리를 파괴하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해 나온' 것에 지나지 않는 걸로 보인다. 어쩌면 이 세계의 경찰이라거나 군인같은 걸지도(상당히 큰 착각이지만).
… 이건, 대응 방법을 바꿔야할지도 모르겠다.


"그 아이가 날뛰게 된 원인, 내가 제거할 수 있어."
"…… 이쪽은 동료가 공격당했다. 신용할 수 없어."


엑스는 오른손을 다시 버스터로 바꾸고, 소녀와 그 옆의 수이(獸耳)를 향해 겨누었다.


… 하지만, 쏠 수 있을까.
저 소녀를, 인간을.
자신이 과연 쏠 수 있을까.


대답은 NO. 그렇게 정해져있다.


설령 이 세상 최악의 극흉인이라고 해도 쏠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른다. 직접 그런 상황과 맞닥뜨리지 않는 한은.
하물며 지금의 상대는 인간 소녀. 자신이 쏠 수 있을 리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이것은 단순한 위협. 실제로 전투로 들어간다면 맨손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


한편, 페이트와 알프 측도 나름대로 열심히 고민하고 있었다.


<… 페이트. 이 녀석 그냥 ​쓰​러​트​려​버​리​면​─>​
<안돼. 저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고 폭주체와 싸운 것 뿐이야. 원래라면 우리들이 해야할 일인데.>


알프의 제안을 일축한 페이트는 그대로 옥상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하고, 자신의 도끼─ 바르디슈의 끝을 내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걸음을 옮겨, 엑스를 향해서… 아니, 그의 뒤에 있는 괴조를 향해서 걸어갔다.
엑스는 한순간 오른팔의 버스터에 힘을 가했지만, 곧바로 풀었다. 소녀에게서는 적의도 투지도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페이트는 괴조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 손을 올렸다.


"쥬얼 시드 시리얼 XX, 봉인!"


『Sealing』


페이트가 외치고.
바르디슈에게서 기계음성이 흘러나온 후.
찬란한 금색의 빛이 터지듯이 흘러나와, 괴조를 감쌌다.


몇초 정도가 지났을까.
빛이 사라졌을 때는, 하늘로 날아가는 작은 새와 소녀의 손에 쥐어진 작은 푸른 보석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것을 본 엑스는 간신히 생각해냈다. 확실히 저것은, 괴조의 목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던 것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그 보석이 바르디슈의 금색 코어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페이트는 몸을 뒤로 돌려, 엑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 무슨?"
"당신들의 싸움, 끝부분이었지만 봤었어. 그래서 이걸 노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공격해버렸어."


요컨대, 그녀들은 이것을 찾고 있었는데 자신과 스톰 이글이 그걸 노린다고 생각해서 공격했다는건가.
그런 저쪽 멋대로의 사정에 말려들었다는 것에 살짝 울컥했지만, 불과 수초만에 가라앉혔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괴조가 사라졌다는 거니까.


"… 이글은, 괜찮은거야?"
"비살상 설정이었으니까, 아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비살상 설정이라니, 그럼 살상 설정도 있다는건가. 흉흉한 이야기다.
엑스는 잠시 페이트를 노려보다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 뭐, 됐어. 원래라면 처음 보는 사람한테 냅다 번개를 날린 거에 대해서 설교하고 싶지만 지금은 저쪽으로 날려간 동료가 걱정이고… 그 녀석 처리도 곤란해하고 있던 중이었으니까 비긴걸로 해둘까."


그 말을 들은 페이트는 살짝 놀라움이 담겨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애초에 그녀에게 있어서, 쥬얼 시드를 원하지 않는 상대라면 '적'도 아니고 '경계 대상'도 아니다.


"하지만, 한가지만 가르쳐줬으면 하는데. 어째서 이 근처의 사람들이 전부 사라진건지 알고 있어?"
"아, 그건─"

 


"거기까지다, 전투기인!! 쥬얼 시드에서 손을 떼!!"

 


페이트가 결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엑스는, 공중에서부터 떨어져내린 얼음 송곳들에게 두들겨졌다.

 

 

 


"우선은 하나…!"


남은 것은 저쪽의 불법 마도사로 보이는 검은 소녀와, 사역마로 보이는 여자 뿐이다.
상대의 실력은 미지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해서도 안된다.
시공관리국의 집무관으로서, 범죄자에게 패배한다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되니까.


크로노 하라오운은 지팡이형의 디바이스, S2U를 들어올려, 지금 막 이쪽을 돌아보고 있는 소녀와 여자를 향해 겨누었다.
그리고, 최후의 경고를 날렸다.


"거기의 마도사! 쥬얼 시드는 봉인 지정의 로스트 로기"

 


"무슨 짓을 한 거냐, 이 빌어먹을 꼬맹이가!!"

 


경고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바로 등 뒤에서 노성(怒聲) 터졌다.
크로노가 몸을 뒤로 돌려,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보려고 하는 순간.

 

─소년의 머리 위로, 불꽃에 휩싸인 두개의 주먹이 떨어져내렸다.

 

 

 


비록 적중되기 직전에 요상한 푸른 벽을 치는 바람에 위력이 꽤 떨어지긴 했지만, 결국 마그마 드래곤의 투 핸드 스매싱은 크로노를 강타했다.
그리고 클린 히트로 강타당한 크로노는 대각선 아래쪽으로 추락하여, 빌딩의 중간에 벽을 뚫고 쳐박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그마 드래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엑스가 아까의 괴조와 싸운 것은 엑스 자신의 성향을 생각했을 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넘길 수 있어도, 지금의 이것은 상황이 다르다.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지도 모를 녀석이, 자신의 상대에게 기습을 걸고 공격을 날렸다. 그것도 도저히 '위협용'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번 말했지만, 마그마 드래곤은 다른 이레귤러들보다 자제심이 있다는 것 뿐이고, 선인이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한번 '적'이라고 판단했다면.
한 사람의 전사로서 적의를 가지고 전장에 섰다면.
그 상대가 아이든 여자든 봐주지 않는다.


'쫓아가서 몇대 더 때릴까.'


그런 생각까지 하면서, 마그마 드래곤은 지면으로 내려왔다.

 


"네놈이야말로 아이 상대로 무슨 짓이냐!!"

 


마그마 드래곤의 두 발이 지면에 닫으려는 순간.
맹렬히 불어닥친 폭풍이, 마그마 드래곤의 거체를 날려버렸다.

 

 

 


스톰 이글이 정신을 차린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수십초 전이다.
즉, 그는 엑스가 크로노에게 공격당하는 장면은 보지 못하고, 오직 크로노가 마그마 드래곤에게 격추당하는 장면밖에 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스톰 이글의 눈에는, "이레귤러에게 느닷없이 공격당한 소년"으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스톰 토네이도로 마그마 드래곤을 날려버린 것이고.


'하지만 지금 그 녀석은 이레귤러 헌터 백병전 부대의 대장 아니었나?'


그러나 냉정히 머리를 식히고 생각해보니, 저 용머리가 아는 얼굴이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잠깐 메모리를 뒤져본 결과, 확실히 기억에 있는 자였다. 이레귤러 헌터 제 14 백병전 부대의 대장. 이름은 마그마 드래곤.
자신이 시그마의 반란에 참가하고 엑스에게 파괴당하던 그 순간까지, 이레귤러 헌터로서 이레귤러와 맞서싸우던 남자였다.


'그런 녀석이, 왜 갑자기 저런 아이를 공격한거지?'


알고 싶긴 했지만, 지금으로선 인명이 우선이다. 마침 목격자(페이트와 알프)도 있으니까 정확히 어디로 떨어졌는지 물어보면─

 


"남의 상대 가로채놓고 한눈팔면 안되지."

 


느닷없이 옆에서 들린, 살기가 잔뜩 실린 목소리.
스톰 이글은 곧바로 팔을 들어올리며, 몸을 옆으로 트는 그 순간, 코앞까지 다가온 무릎을 발견했다.

 

 

 


슬래시 비스트의 상단 무릎 돌려차기는 스톰 이글의 가드에도 불구하고 그를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을 담고 있었다. 수인형 레플리로이드 중에서는 그리 큰 편이 아니라고는 해도 2m가 넘고 100Kg 이상의 체중을 가진 스톰 이글이 그 일격에 날려가서 그쪽 방향의 건물의 쇼윈도를 깨트리고 들어가버렸을 정도니까.


슬래시 비스트가 스톰 이글을 공격한 것은 지극히 간단한 이유때문이었다.
자신과 싸우고 있던 마그마 드래곤이 느닷없이 몸을 뒤로 돌리더니 뛰어올라, 왠 꼬마를 때려서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 마그마 드래곤은 또 무너진 건물 속에서 나타난 스톰 이글에 의해 날려가버렸다.
덕분에 정작 슬래시 비스트는 무시당한 꼴이 되었고, 그에 분개하여 스톰 이글을 공격했다. 단지 그 이유 뿐.


무시당한 것에 대한 분노는 어느 정도 풀렸지만, 원래부터 그가 가지고 있던 욕망─ '달리고 싶다'는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마그마 드래곤이 막기 전처럼, 계속 달리기로 결정했다. 이 도시가 부서지든지 말든지, 전혀 신경쓰지 않기로 하고.


몸을 낮추고, 두 손으로 바닥을 짚어 크라우칭 스타트의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는 있는 힘을 다해 지면을 박차, 그 무지막지한 각력을 폭발시킨다.

 


"내 동료한테, 손 대지마!!"

 


옆에서 들어온 엑스의 숄더 프레셔에 의해, 그대로 함께 튕겨져 날아가, 바닥을 뒹굴어버렸지만.

 

 

 


크로노가 날렸던 얼음의 송곳.
그것에 두들겨져, 얼음의 기둥 속에 갇혀있던 엑스가 기둥을 부수고 밖으로 나왔다.
기둥 속에서도, 슬래시 비스트가 스톰 이글에게 공격을 하던 것은 똑똑히 볼 수 있었던 엑스는 주저없이 슬래시 비스트를 향해 돌진했다.

 


─엑스와 함께 뒹굴어버린 슬래시 비스트는 곧바로 엑스를 걷어차고 일어났다.


─걷어차여 날아간 엑스는, 이번에야말로 자세를 바로잡고 일어나, 제대로 전투 태세를 취했다.


─무릎차기에 맞고 건물 속에 쳐박혔던 스톰 이글이 돌풍을 일으켜 잔해를 떨치고 일어났다.


─토네이도에 휩쓸려, 빌딩의 최상층까지 날려갔던 마그마 드래곤이 전신에서 작열을 일으키며 건물에서 뛰쳐나왔다.


─마그마 드래곤의 공격에 바닥을 뚫고 지하도까지 떨어졌던 크로노는 몸을 추스리고 밖으로 나왔다.


─일련의 과정을 지금까지 보고 있던 페이트와 알프는, '쥬얼 시드'라는 이름을 직접 거론한 크로노를 향해 무기를 겨눈다.


─그리고 '쥬얼 시드'와 인연을 가진 또 한 사람의 소녀가, 지금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앞으로 일어나게 될 커다란 사건.
그것과 인연을 맺게 될 모든 이들이, 모이고 있다.

 


바로 지금, 이 자리로.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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