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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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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마치 나노하는, 불과 몇주일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소녀였다.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즐겁고, 그러면서도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런 소녀.


─하지만, '마법'과의 만남이 그녀의 미래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자신의 이름을 '유노'라고 밝힌 페릿을 만나고, 그에 의해 레이징 하트를 만나고.
쥬얼 시드라고 하는 로스트 로기아와의 만남이 그녀의 운명을 뒤틀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자신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유노가 쥬얼 시드를 모으는 것을 돕기로 했고, 그 속에서 지금까지 찾지 못했던 그녀 자신의 길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와중에 만난 검은 소녀.
그녀는 나노하에게 지극히 차갑고 냉정하게 '쥬얼 시드에 관련하지 마라'고 이야기했지만, 나노하나 유노도 그것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노하는 다시 한번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만나서 이번에는 제대로 마주하고 싶었다. 그러지 않으면 그 소녀가 어떤 것을 끌어안고 무엇을 위해서 쥬얼 시드를 원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테니까.


"나노하. 쥬얼 시드 반응은 이 앞이야."


나노하의 어깨 위에 매달려있던 유노가 그렇게 말하며 앞쪽을 가리켰다.
그렇지만 그 목소리에도 표정에도, 평소에는 없었던 긴장이 잔뜩 담겨 있었다.


"벌써 결계가 쳐져있어… 지난번의 그 아이일지도 몰라."
"응…!"


유노의 말에 나노하는 작지만 강한 각오를 굳혔다.
저번에 만났을 때는 무언가 말을 꺼낼 틈도 없이 냉정하게 거절당했지만, 오늘은…
한 사람+ 한 마리는 곧 미리 펼쳐져있던 결계 속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조금 전까지 사람과 자동차로 메워져있던 거리에서,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저 멀리에서부터, 벼락이 떨어지고 회오리가 일어나며 얼음이 솟구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생각도 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지난번의 '그 아이'가 폭주체와 싸우고 있는 것일수도 있고, 어쩌면 지금까지 없었던 다른 일이 벌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뭐가 어떻게 됐든, 자신과 가족, 친구들이 살고 있는 이 우미나리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


그렇기 때문에 나노하는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 수 있었다. 한번 '이것'이라고 정하면 결코 피하지도 물러나지도 비틀리지도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강점인 동시에 단점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나노하와 유노가, 문제의 지역까지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는, 지금까지의 나노하로서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던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IRREGULAR HUNTER - X



15화


 

 

 


​[​G​A​O​O​O​O​O​O​O​O​O​O​O​O​O​O​O​O​O​!​!​]​


슬래시 비스트가 포효를 내지르며 돌진해, 어깨를 들이댄다.
그에 맞서서, 마그마 드래곤 또한 몸을 굳건하게 고정시키고 마찬가지로 어깨로 부딪힌다.
무시무시할 정도의, 폭발에 가까운 굉음이 들리면서, 강렬한 충격파가 일어나 주변 건물들의 창문을 전부 깨트려버렸으며, 그 충돌 지점 주변의 땅이 내려앉아버린다. 그럼에도 사자와 용은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은 채, 자신의 힘으로 상대를 밀어내려 한다.
보통의 마도사나 보통의 레플리로이드라면 끼어들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초파워끼리의 정면대결.


─하지만, 여기에 모여있는 이들은 전부 '보통의 마도사'도 아니고 '보통의 레플리로이드'도 아니다.


「스톰 토네이도」
「스팅거 스나이프」


오른쪽에서 스톰 이글의 포구가 뿜어낸 회오리가 날아온다.
왼쪽에서는 크로노의 디바이스로부터 발사된 마력의 칼이 쏟아진다.
물론 그 두 종류의 공격이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지금 대격돌 중인 마그마 드래곤과 슬래시 비스트.


[쳇…!]


둘은 거의 동시에 혀를 찬 후 어깨를 떼어내고 떨어졌다. 그 직후, 그 자리를 회오리와 칼날이 덮쳐 초토화. 덧붙여 원래는 유도형이었을 스팅거 스나이프는 회오리에 휩쓸려, 마력을 잃어버리고는 사라졌다.


스톰 이글과 크로노는 공격이 빗나간 것을 확인하자마자 자신들이 원래 서 있던 자리에서 이탈했다. 누가 어느 쪽으로 올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파악했던 성향대로라면 곧바로 ​반​격​해​들​어​올​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이 예상했던 그대로 마그마 드래곤은 스톰 이글에게로, 슬래시 비스트는 크로노를 향해 돌진했다.

 

 

 


날개를 펼치고 위로 날아오른 스톰 이글을 쫓아, 마그마 드래곤은 위로 뛰어올랐다.
아무리 그의 도약력이 높다곤 해도 어차피 '도약'. 하늘을 마음대로 '비행'할 수 있는 스톰 이글을 쫓아갈 수 있을 리 없지만, 마그마 드래곤은 그것을 어렵지 않게 해내버렸다.


바로, 양 옆에 있는 건물의 벽을 교대로 박차 위로 올라 얻는 추진력으로 인해서.
엑스도 사용하고 있는 '벽 차기'로 불리는 곡예. 확실히 이것은, 레플리로이드 중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이가 얼마 되지 않는 기술이었다.


[이 자식, 벽 차기까지 한다고?!]


나도 그건 못하는데. 뒷말은 집어삼키면서 스톰 이글은 재빠르게 두 팔을 교차하여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십자 막기 위로, 마그마 드래곤의 펀치가 떨어졌다. 분명히 가드 위로 받아냈음에도 무시할 수 없는 충격을 느끼며, 스톰 이글은 아래로 내려갔다.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스톰 이글을 보며, 마그마 드래곤은 무시무시할 정도의 흉폭한 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이레귤러 헌터 제 7 공수부대장 스톰 이글… 한번 정도는 싸워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괴조 다음엔 배틀 중독이냐!]


이 세계에 온 이후 쉬운 상대는 하나도 없다. 그런 푸념을 속으로 늘어놓으면서 스톰 이글은 마그마 드래곤을 향해 입을 벌렸다.
그리고 그 벌려진 입 속에서, 4개의 철구가 맹렬한 기세로 발사되었다.


[이런 것쯤…!]


하지만 마그마 드래곤은 코웃음을 치며 주먹을 뻗어, 4개의 철구를 차례대로 깨부순다.
그 부서진 철구 속에서, 작은 새 형태의 메카니로이드가 튀어나와 마그마 드래곤의 얼굴을 향해 쇄도한다.


─그 순간 마그마 드래곤 역시 입을 벌렸고, 그대로 불을 뿜어내 메카니로이드들을 태워버린다.


불길에 휩싸인 새들은 그 속에서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사라져갔고, 스톰 이글과 마그마 드래곤은 잠시 거리를 벌린 채 대치했다.


[네놈의 그 무기라면 아까 괴조와의 전투에서 봤다. 게다가… 나한텐 안 통해.]
[… 그 고생 하는 걸 보면서도 안 도와줬단 말이지, 망할.]


물론 마그마 드래곤으로서도 변명을 하려면 변명할 거리는 있다. 그때의 마그마 드래곤은 슬래시 비스트와 싸우고 있던 중이었으니까. … 그 전에는 단지 끼어들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을 뿐이기에 끼어들려고 하면 얼마든지 끼어들 수 있었다는 점은 애써서 무시하기로 했다.
어쨌든 마그마 드래곤은 스톰 이글의 말에 변명이나 반론을 제기하는 것보다도, 그의 안면을 향해 오른쪽 주먹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것을 택했다.


스톰 이글은 몸 전체를 옆으로 틀어 주먹을 회피하는 것과 동시에 다리를 휘둘러 마그마 드래곤의 복부를 노렸지만, 마그마 드래곤은 그것을 무릎을 들어올리는 것만으로 막아냈다. 공격을 막아낸 발을 아래로 내리면서 강하게 내딛고, 그와 함께 전신에서 열기를 뿜어낸다. 바닥이 부서지면서 생겨난 파편들이, 그 열풍에 휩쓸려 사방으로 날려가기 시작했다.

 


"우왁?! 뭐야, 이거?! 뜨겁잖아!!"
"갑자기 옆에서 이런 게…?!"
"어디서 날아온거야?!"
"앗 뜨거?! 돌인데 반쯤 녹았어!? 그 상태로 날아오잖아!!"
"어디의 누구냐, 이런 산탄을 퍼붓는 녀석이?!"

 


… 그것들이 사방에 민폐를 끼치고 있었지만, 물론 그런 것에 신경쓸 이유는 없다.


[내 앞에서 하필 '바람'을 쓰다니, 배짱 좋은데.]


「스톰 토네이도」


마그마 드래곤이 일으킨 열풍과, 그 열풍에 뒤섞여있던 콘크리트 파편들이 전부 회오리에 집어삼켜져 하늘로 올라간다.
─그리고, 스톰 이글이 토네이도를 일으킨 틈을 타, 마그마 드래곤은 옆으로 돌아가 접근한다.
그것을 발견한 스톰 이글이 날개를 휘둘러 붉은 그림자를 가른다. 독수리의 날개와 용의 주먹이 격돌하고, 굉음과 함께 사방이 부서진다. 날개는 주먹을 쳐내지 못하고, 주먹 또한 날개를 부수지 못한다. 두 사람의 움직임이 멈췄지만 그것도 잠시, 곧이어 서로를 향한 공격이 쏟아진다.


연타, 연타, 연타, 연타, 연타, 연타, 연타, 연타, 연타, 연타.
불타는 용의 두 주먹이 날개를 부수기 위해 끊임없이 쏟아진다. 스톰 이글은 몸을 뒤로 옮겨 피해내는 것과 동시에 입을 벌리고는 다시 한번 철구들을 발사한다. 그것을 확인한 즉시 마그마 드래곤은 그 철구들마저 공격의 범위 안에 집어넣고 폭풍처럼 권격을 날린다. 용의 주먹에 두들겨진 철구는 안에 들어있는 메카니로이드 채로 파괴. 연타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독수리의 몸을 파괴하기 위해 날아온다.


그와 동시에 독수리의 허를 찌르며, 용은 입을 벌리고 불을 토해낸다. 그 느닷없는 공격에 독수리의 자세가 무너지고, 그것을 노려 용의 관수(貫手)가 독수리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간다. 독수리는 일부러 발을 미끄러뜨리고 몸을 낮춰, 아슬아슬하게 관수를 피하고는 마그마 드래곤의 복부를 걷어차 그 반동으로 용의 공격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마그마 드래곤 역시, 복부가 발에 채이기 직전 스스로 몸을 굽혀 충격을 완화시켰다.


서로서로 거리를 덜리고 뒤로 물러나 착지 하자마자, 마그마 드래곤은 다시 스톰 이글을 향해 쇄도한다. 그것을 확인한 스톰 이글은 두 날개를 크게 홰쳐, 소형의 깃털 미사일들을 뿜어낸다. 깃털들은 마그마 드래곤의 몸에 닿자 작은 폭발들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 모든 타격을 무시한 채, 폭염의 용은 전진해나간다. 스톰 이글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자마자 강하게 몸을 회전시켜 뒷돌려차기. 스톰 이글이 십자 막기의 형태로 들어올린 두 팔에 명중된다. 막았음에도 스톰 이글의 몸을 뒤로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이 담겨있었지만, 당연한 일로 그 일격만으로 용의 공격이 끝날 일은 없다. 뒷돌려차기를 하며 몸을 회전시킨 반동을 이용하여 몸을 공중으로 띄우고, 그 자세에서 다른 발로 뒤꿈치 내려찍기. 그것이 스톰 이글의 어깨에 꽂힌다.


[윽…!!]


스톰 이글의 입에서 억누르지 못한 통증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추가타를 먹이기 위해, 마그마 드래곤은 다시 한번 주먹을 들어올려 어퍼컷. 스톰 이글의 복부에 꽂힌 주먹은 바람의 독수리를 공중으로 띄워올렸다.
그리고, 마그마 드래곤은 한껏 자세를 낮춘다. 얼마 전의 전투에서 엑스를 침몰시켰던 승룡권(昇龍拳). 그것이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사용되었다.


​[​승​룡​권​昇​龍​拳​!​!​]​


스톰 이글의 눈은 자신을 향해 뛰어오른 마그마 드래곤을 정확히 포착한다. 머리로 생각하기 이전에 그의 몸이, 전사로서 살아오는 동안 단련될대로 단련된 감각이 지금의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르고도 확실한 방법을 택해 행동한다.


포구로 바뀐 오른팔이 토네이도를 발사한다. 자신의 바로 옆을 향해서.


그 토네이도의 출력으로 인해, 스톰 이글의 몸이 옆으로 비껴나간다. 마그마 드래곤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고, 이번 것으로 끝내버릴 작정으로 날렸던 필살의 일격은 크나큰 빈틈을 자신의 주인에게로 가져다 주었다.
자신을 지나쳐서 그대로 올라가는 마그마 드래곤의 발목을 붙잡아, 스톰 이글은 몸을 크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1회, 2회, 3회. 회전이 4회째에 달했을 때, 스톰 이글은 잡고 있던 마그마 드래곤을 지면으로 크게 휘둘러 내동댕이쳤다.


[칫…!!]


지면을 향해 떨어지면서 짧게 혀를 찬 마그마 드래곤은 몸을 접을 수 있는데까지 접은 후 지면에 낙하. 충격을 최대한으로 줄여낸 그의 몸은 통증을 견뎌내어 추락 직후에 행동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몸이 땅에 닿는 것을 느낀 마그마 드래곤은 그대로 몸을 펼치고 두 손으로 땅을 때려 뒤로 덤블링. 그 순간 마그마 드래곤이 추락했던 지점에 스톰 이글의 발톱이 꽃힌다. 피하지 않았다면 머리에 적중되었을 공격이 지면을 부순다.
그 상태로 몇번인가 더 뒤로 몸을 회전. 마그마 드래곤은 일단 거리를 벌렸다.


'…… 쉽진 않겠군.'


서로에게 같은 생각을 가지며, 용과 독수리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느닷없이 불어닥친 열풍과 콘크리트 파편들의 폭격이 있었지만, 슬래시 비스트에게 있어서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보급부대라는 그의 임무 특성상, 그는 사막에서도 달렸고 북극에서도 달렸다. 즉, 이 정도의 환경 변화 정도로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


그의 눈은 오직, 눈 앞에 있는 작고 검은 적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G​A​O​O​O​O​O​O​O​O​O​O​O​O​O​O​O​O​O​O​O​O​!​!​]​


달린다.
입에서는 포효를 내뿜으며, 다리를 움직인다.
금색의 질풍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소년 집무관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것을 정면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소년─ 크로노 하라오운은 마음을 다잡았다.


「스팅거 스나이프」


청백색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동선이 나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조금 전의 썼던 것은 약식이지만, 지금의 이것은 정식. 조금 전의 칼날과는 발사 속도에 있어서도 공격 속도에 있어서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런 공격을, 슬래시 비스트는 가볍게 피해냈다.


'… 응?!'


하지만 피해냈음에도, 슬래시 비스트는 위화감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 위쪽을 바라보자, 조금 전 피해냈던 나선이 하늘에서 여전히 소용돌이치고 있다.


"스나이프 샷!"


크로노의 목소리와 함께, 크로노의 스토리지 디바이스 S2U에서부터 푸른 빛이 터진다.
그 순간 하늘에서 소용돌이치던 푸른 빛이 한데로 합쳐지고, 한 줄기의 광선이 되어 지면으로 떨어진다.
크로노가 자랑으로 여기는 사격 마법의 하나. 지금까지 수많은 범죄자들을 검거하는데 사용된 마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관리국의 집무관으로서 범죄자 포획을 맡아온 소년 크로노의, 실책이라고 할 수도 없는 실책이 하나.

 


─그것은, 이번의 상대가 지금까지 한번도 크로노가 상대해본 적 없는 타입이라고 하는 것이다.

 


피해낸다.
위에서 떨어지는 빛줄기를, 몸을 뒤로 옮겨서 피해낸다.
그것을 따라 추격해오는 빛줄기를, 몸을 바짝 낮춰서 피해낸다.
저 뒤쪽에서 나선을 그리며 돌아오는 빛줄기를, 위로 뛰어올라 피해낸다.
앞쪽으로 날아갔다가 방향을 전환해오는 빛줄기를, 앞으로 달려가면서 몸을 틀어 피해낸다.
뒤쪽에서 다시 돌아오는 빛줄기를, 보지도 않고 뒤쪽으로의 덤블링으로 피해낸다.


그 모든 행위들이, 육안으로는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스피드로 이루어진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금색의 빛'이 '청색의 빛'을 피해내는 정도로밖엔 보이지 않을 정도니까.


'무슨 운동 능력이…!'


보통 전투기인에게는 각각 하나씩 IS라고 불리는 선천 고유 기능이 있다. 그로 인해 일반 마도사들로서는 가지기 어려운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눈앞의 사자는 딱히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저 녀석은 순전히 신체 속도만으로 스팅거 스나이프를 피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스팅거 레이」


스팅거 스나이프의 빛이 슬래시 비스트를 추적하는 사이, 크로노는 다른 마법을 준비했다.
위력은 적지만, 속도와 배리어의 관통 능력은 스팅거 스나이프 이상. 이것으로 한 순간이라도 틈을 만든다면 잡을 수 있다.


S2U로부터 푸른 빛의 광탄 여러개가 발사되어, 저쪽에서 스팅거 스나이프를 피해내고 있는 슬래시 비스트를 향해 날아간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한 슬래시 ​비​스​트​는​─​─​─​─​─​─​─​─​─​─​─​─​─​─​─​─​ 웃었다.


저 금색의 사자는 웃고 있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광탄을 향해서.
그리고 그렇게 느낀 직후.


'…… 더 빨라졌어?!'


슬래시 비스트의 몸이 사방으로 튕겨진다.
건물의 벽으로, 바닥으로, 위의 가로등으로, 다시 건물의 벽으로, 바닥으로.
수없이, 수없이, 수없이, 수없이, 수없이, 수없이.
마치 거리 한가운데에 금색의 선이 그어진 것처럼, 더욱더 스피드를 높여가며 몸을 사방으로 움직여 광탄과 빛줄기를 피해낸다.


그 과정에서, 스팅거 스나이프의 빛줄기와 스팅거 레이의 광탄은 서로 부딪혀 충돌하여 사라졌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슬래시 비스트는 그 스피드 그대로 크로노를 향해 달려간다.
그 몸통 박치기는 설령 전차라고 해도 충돌했다간 날아가버릴 정도의 파괴력. 맨 몸의 인간에게 사용한다면 가루도 남기지 않고 '폭사'시킬 수 있다.


그것을 보며 소년집무관은 침착하게, 왼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라운드 실드」


크로노의 손 앞에, 원형의 마법진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마법의 방패 위로, 슬래시 비스트의 보디 프레스가 덮쳐들었다.
마법진이 스파크를 일으키고, 크로노의 이빨이 입술을 파고든다. 이제껏 포격 마법을 막아냈을 때나 느껴봤던 막대한 충격량이 방패를 타고 전해진다.


그러나 결국 슬래시 비스트는 라운드 실드를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와 이를 갈았다.


[이상한 거나 써대긴…!]


위험했다. 소년집무관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상대는, 일반 전투기인을 까마득히 넘어서는 스피드와 파워를 함께 가지고 있다. 방심했다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당한다.


사자는 다시 한번 포효를 터트리며 달려온다. 달려오다가 몸에 급격하게 브레이크를 걸고, 오른발을 휘둘렀다.
그 발이 대기를 가르며 생긴 진공파가, 크로노를 향해서 날아온다.
이번에는 방어 마법을 치지 않고 비상마법으로 날아올라 피해낸다.
빗나간 진공파는 크로노의 뒤쪽에 있는 가로수들을 줄줄이 썰어나간다.


"인간을 향한 살상 설정의 마법은 금지다. 모르지는 않을텐데?"
[… 하? 마법?]


크로노의 '경고'에도 슬래시 비스트는 코웃음을 쳤다.
아니, 오히려… '무시'하고 있는 쪽에 가깝다.


[마법 좋아하시네. 지금 잠꼬대 하냐, 꼬마?]
"… 뭐라고?"
[좀전에 네가 쓴 그 호밍 레이저같은 건 꽤 재미있었지만, 마법? 이건 동화가 아니라고.]


… 이쯤에서, 크로노는 자신이 중대한 오해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에 생각이 미친다.
설마 이 녀석들─


'마법을… 모르는건가?'
​[​G​A​O​O​O​O​O​O​O​O​O​O​O​O​O​O​O​O​O​O​O​O​!​!​]​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있을 시간은 없었다. 슬래시 비스트는 거세게 포효하며 위로 뛰어오른다.


"… 지금은 하는 수 없나…!"


마법에 대해서 모른다고 해도, 이 정도로 적대적인 행동을 해오는 전투기인… 아니, 전투기인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존재에게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관리국의 법률이 어쩌고 하는 것을 떠나, 지금 당장 맞서지 않으면 살해당할지도 모르니까.


「블레이즈 캐논」


S2U에서 흘러나오는 여성의 목소리.
그 직후, S2U로부터 붉은 스파크를 동반한 푸른 빛의 기둥이 발사된다.
​블​레​이​즈​(​불​꽃​)​라​는​ 이름 그대로, 강렬한 열량을 동반하는 직사형 포격 마법. 관리국 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이는 상당수 있지만, 이만큼 단시간에 능숙하게 사용하며, 장시간 방출로 인한 빈틈이 없도록 조정할 수 있는 이는 드물다.


─그렇지만.


[그런 정직하게 직선으로 날아오는 포격, 누가 맞아주냐!!]


슬래시 비스트의 몸이 튕겨졌다.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의 벽을 부서지도록 강하게 걷어차, 반대쪽 건물의 벽을 향해 뛰어오른 것이다.
크로노의 포격은 슬래시 비스트에게서 멀어져 지면에 착탄. 그 사이에 슬래시 비스트는 계속해서 건물의 벽을 박차는 '벽 차기' 기술로 크로노에게 다가왔다.


'큰일, 당했─'
「액티브 프로텍션」


전차조차 둘로 쪼개버릴 수 있는 참격이 실린 발차기가, 소년의 머리를 향해 떨어진다.
S2U에 의해 발휘된 프로텍션으로 푸른 빛의 벽이 만들어졌지만, 이 녀석의 위력이라면 분명히 파괴당한다.
크로노의 생각대로, 슬래시 비스트의 발꿈치 내려찍기는 급조의 프로텍션을 돌파하고, 계속 쇄도해온다.

 


─그리고, 크로노의 앞까지 올라와 두 팔을 교차시켜 들어올린 엑스의 두 팔과 격돌한다.

 


강철과 강철이 부딪히는 굉음이 울려퍼지고, 슬래시 비스트의 공격은 엑스와 크로노를 함께 떨어뜨린다.


「홀딩 네트」


도로를 사이에 놓고 서있는 건물의 벽에 4개의 푸른 마법진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사이를 푸른 빛들이 가로질러 하나의 그물을 형성했고, 그물은 추락하는 엑스와 크로노를 받아내었다.
크로노가 네트를 해제하고 엑스와 함께 지면에 착지하는 것과 동시에, 슬래시 비스트도 그 맞은 편에 떨어지듯이 착륙한다.
크로노는 S2U를 들어올려, 몸을 일으킨 엑스와 함께 슬래시 비스트를 견제하며 입을 열었다.


"… 어째서 나를?"


조금 전의 공격. 받았더라면 분명 크로노는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런 공격을 팔로 막아냈다고 하면, 막아낸 자에게도 상당한 데미지가 있을 터.
하물며 크로노는 바로 십여분 전에 그를 문답무용으로 공격한 상대. 그럼에도 그를 위해 끼어들었다는 것은─


"당신이 인간이기 때문에."


엑스는 이레귤러 헌터다.
그렇기 때문에, 이레귤러로부터 인간을 지키는 것이 그의 사명.
설령 그 인간이 바로 조금 전에 자신을 공격한 상대라고 해도, 인간인 이상 이레귤러에게 공격받는다면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 한가지 묻고 싶다. 당신은, '쥬얼 시드'에 대해서 알고 있나?"
"… 아까 저 아이도 그런 게 있다고 말했지만."


확인 끝.
결국 그의 눈앞에 있는 이 전투기인─ 아니, 정체모를 '무언가'는 마법과는 상관없을지 모른다. 물론 쥬얼 시드의 폭주체가 날뛴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이미 관계자라고도 할 수 있지만─


[─생각났다.]


사자의 입에서, 무시무시할 정도로 낮은 음성이 흘러나온다.
슬래시 비스트는 손을 들어올려 엑스를 가리키고, 분노와 증오로 가득한 감정을 담아 말했다.


[너, 나를 부순 그 녀석이구나. 모습은 꽤 변했지만, 네놈만은 잊을 수 없지.]
"… 여기에서 벗어나. 말려들게 될거야."


금색의 사자가 송곳니를 드러낸다.
푸른 유성의 용사는 손을 포구로 바꾸고 겨눈다.


─그리고 두 '이형'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페이트는 이미 손으로 쥬얼 시드를 집어 올렸다.
지금 눈앞의 상황은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오히려 지금의 이 혼란은 그녀가 쥬얼 시드를 회수할 수 있게 도와준 셈이 되었다. 그녀로서는 어머니에게 가져다줄 쥬얼 시드만 가지면 되는 거니까.


─그렇지만.


"페이트! 이 틈에…"
"…… 응."


"찾았다! 그런데…"
"뭐야, 지금 이 상황은?"


페이트가 쥬얼 시드를 갖고 돌아가려는 찰나.
─지난번에 만났던 '하얀 소녀'가, 그때 함께 있던 페릿과 나타났다.


"너는…!"
"아, 그때 그… 그거, 쥬얼 시드?!"


칫, 하고 알프는 짧게 혀를 찼다.
그제서야 페이트는 쥬얼 시드를 바르디슈 안에 집어넣었지만, 이미 들킨 상태. 발뺌하는 것은 무리다.


"그치만 지금 이거…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야?"


유노의 나지막한 중얼거림대로, 나노하는 지금 페이트만이 아니고 다른 쪽에도 신경이 쏠려있었다.
정면에서는 페이트가 쥬얼 시드를 챙겨넣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붉은 용머리의 거인과 독수리 날개의 거인(2m 이상의 체구를 가진 둘은, 나노하의 입장에선 거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이 서로 싸우고 있다.
다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그쪽에서는 무시무시한 사자 거인과, 정반대로 작은 체구의 사람 둘이 마주보고 있다.


"에, 또…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은 뭘까. 어딜 어떻게 끼어들어야할까. 나노하의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페이트가 몸을 돌려 돌아가려고 하는 순간, 나노하의 망설임이 사라졌다.


"잠깐만!"
'… 할 수밖에 없나.'


나노하가 부르는 소리에, 페이트는 바르디슈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이곳에서 싸우면, 저쪽의 독수리나 저 파란 사람에게도 피해가 갈지 모르니까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지만─


"나는, 나노하! 타카마치 나노하! 너의 이름, 가르쳐주지 않을래?!"

 

 

 


"저 아이는… 민간 마법사인가."


하지만 이 세계에 마법은 없었을텐데. 한순간이지만 크로노의 머리 속도 복잡해졌다.
처음에는 마도사와 전투기인이 쥬얼 시드를 둘러싸고 싸울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완전한 대혼전. 여기서도 저기서도 다른 곳에서도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은 지금 이 상황에서, 어느 쪽을 우선해야할까.
문득 고개를 들어올려, 조금 전 자신을 구해준 푸른 철인을 본다.


체격으로 보건대, 아마 자신과 연령적으로는 차이가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서 저 거대한 금색 사자와 싸우고 있었다.


슬래시 비스트의 발톱을 피해내고는 그의 머리를 향해 버스터 샷 연사. 슬래시 비스트가 그것을 무시하고 주먹을 휘둘러오면 몸을 바닥에 쓰러트린 채 굴려서 회피. 다시 일어나면서 발차기로 슬래시 비스트의 다리를 걷어차지만 슬래시 비스트에게는 데미지 경미. 슬래시 비스트가 내뻗은 손에 의해 엑스의 얼굴이 붙잡힌다.


엑스는 오른손의 버스터를 자신의 얼굴에 닿아있는 손의 손목에 갖다대고는 그대로 발사. 4번의 작은 폭발과 함께 슬래시 비스트는 엑스의 얼굴을 놔버리지만 그 대신 엑스의 복부를 걷어차 날려버린다.


'평소였다면 이 정도쯤…!'


평소였다면.
1개월하고 조금 전의, 아르카디아에서의 자신이었다면.
분명 슬래시 비스트는 강한 이레귤러이고 얕볼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엑스에게는 '최강의 레플리로이드'라는 칭호와 함께 지금의 슬래시 비스트조차 쓰러트릴 수 있는 힘이 갖춰져 있었다.
그때의 자신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이기느냐 지느냐의 기로에 놓인 고전을 강요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자신은 어디까지나 지금의 자신.
그때의 자신의 힘은, 지금의 자신에게는 없다.
그러니까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전력을 쏟아붓는다. 그리고, 슬래시 비스트를 쓰러트린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엑스는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소년집무관도 각오를 굳힌다.


"에이미."
<크로노. 설마해서 묻는거지만… '마법'과 관련된 일이 아닌 이상, 우리들에게 현지인끼리의 싸움에 끼어들 권리는 없어.>


파트너의 목소리에는 지금까지 몇번 들어본 적 없었던 비통함마저 담겨있었다.
그녀라고 해서, 크로노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 저렇게 두들겨 맞는 걸 내버려두고 싶을 리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규정이다. 그것은 크로노도 잘 알고 있다. 아니,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시공관리국의 집무관으로서, 대부분의 규정은 숙지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목숨을 구해지고도 가만히 있을 정도의 철면피는 아냐. … 끼어든다."


단호하고도 단호한 결정.
잠시동안 말을 잃은 소년의 파트너는 다급하게 외친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치만! 규정이…!>
"… 에이미. 잊었어?"


걱정이 가득 담긴 소녀의 말에, 크로노는 이렇게 되돌려준다.
분명, 보통의 규정대로라면 아무리 심정이 앞선다고 해도 현지인에게 손을 대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크로노에게는 방법이 있었다.
관리국의 규정 대부분을 기억하고 있는 크로노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방법이.


"<관리국에 협력한 인물을 보호하기 위한 긴급행위>. 그것도 규정에 명시되어 있다."
<…… 그렇구나! 그런 샛길이 있었어!>


기본적으로 관리국의 직원은 관리외 세계의 일에 간섭해선 안된다.
하지만, 조금전의 엑스는 관리국의 집무관 크로노 하라오운의 생명을 구했다. 그것은 해석하기에 따라서 관리국에 협력했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런 엑스를 지키기 위해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긴급행위'에 속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긴급행위'는 어디까지나 지성을 가지지 않은 맹수나 혹은 재난일 경우를 이야기한다. 지금처럼 '또다른 현지인으로 보이는 존재에 의한 공격'에 대해서는 딱히 명시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규정 위반인지 규정 준수인지 어느 쪽으로든 갈라질 수 있다. 요컨대 지금 이 상황은 상당히 아슬아슬한 경계선상에 놓여져 있는 셈이다. 크로노를 질투하고 있는 이들이나 머리굳은 이들의 귀에 들어갈 경우엔 틀림없이 귀찮은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고.


지금은 생각이 아닌 행동을 해야할 때. '나중에 생길 귀찮은 일'보다 '눈앞에 닥쳐있는 현실'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머지 않은 미래의 자신들에게 귀찮은 일을 떠넘겨버린 두 사람은 곧바로 행동을 시작했다.


<좋아. 크로노, 해버려!>
"말하지 않아도…!"


소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소년집무관은, 사자와 유성의 싸움에 끼어들었다.


"잠깐 이쪽도 봐주실까!"
「스팅거 레이」


엑스에게 정신이 팔려있던 슬래시 비스트는, 느닷없이 쏟아지는 광탄을 피하지 못하고 두들겨맞고 날려간다.
그 사이 크로노는 엑스의 왼쪽 팔을 붙잡고 그대로 비상마법을 사용해, 바로 옆 건물의 옥상 위로 올라간다.


"당신…"
"이걸로 조금 전의 빚을 갚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가세하겠다."


S2U를 들어올린 크로노는 엑스에게서 몸을 돌렸다.
자신의 등을 상대방에게 완전히 노출시킨 행동. 보통이라면 자살행위나 다름없지만, 크로노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자신의 등 뒤에 있는 이 소년(아마도)은, 틀림없이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맨 처음의 공격은 틀림없는 내 실책이었다. 용서해줘."
"…… 신경쓰지 않아, 그런 건."


크로노의 말에 대답한 엑스는 몸을 일으킨다.
바닥을 향해 몇번 발을 굴리고, 손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한다.


─아직, 전투는 속행할 수 있다.
그렇게 판단한 엑스는 걸음을 옮겨 크로노와 나란히 섰다.

 


​[​G​A​O​O​O​O​O​O​O​O​O​O​O​O​O​O​O​O​O​O​O​O​!​!​]​

 


저 아래 쪽에서, 사자가 광란하는 듯한 포효가 들려온다.
마치 이곳까지 흔들릴듯한, 흉폭함으로 꽉꽉 들어찬 거친 포효.
엑스는 가면 아래쪽의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이미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조심해. 녀석은 강하다."
"아아. 조금 전에 뼈저리게 느꼈어. 방심따윈 안한다."

 

 

 


빠각, 하고.
마그마 드래곤의 정권이 스톰 이글의 안면을 강타한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기에 충격을 줄일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담겨 있는 위력은 스톰 이글의 몸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스톰 이글도 그냥 맞고 날려가진 않았다. 그 짧은 순간에 휘두른 발톱이 마그마 드래곤의 가슴을 할퀴고, 마그마 드래곤의 몸을 정반대 방향으로 날려버렸으니까.


'근접전은 불리해…!'


그 이전에, 이레귤러 헌터 백병전부대 대장과 주먹으로 붙어줄만큼 멍청하진 않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이용해서 거리를 벌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 반면, 마그마 드래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거리를 좁히지 않으면 안된다. 마그마 드래곤에게도 원거리 공격이라고 하는 건 있지만, 스톰 이글의 그것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단순히 거리가 벌어진다면 모르되 하늘로 날아가버리기라도 하면 낭패다.


마그마 드래곤이 달리는 것과 동시에 스톰 이글이 날개를 펼친다.
불운하게도, 현재 스톰 이글이 쳐박혀있는 곳은 건물의 안. 이곳에서 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든 뒤로든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정면에서는 마그마 드래곤이 달려오고 있는 중이다.


선택 사항은 오직 한가지. 몸을 일으켜, 날개를 휘둘러 몸을 뒤쪽으로 날린다. 그리 천정이 높은 건물은 아니었기에 천장에 매달려있던 이런저런 장식물들과 부딪혔지만 지금 그런 것에 신경쓰고 있을 여유는 없다.


한편, 마그마 드래곤은 생각처럼 좁혀지지 않는 거리에 초조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머리속으로 한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거리를 좁힐 수 없다면, 차라리 지금 녀석이 어디로도 도망치지 못할 때 공격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후 마그마 드래곤은 제자리에 멈춰섰다.


'저 녀석, 무슨 생각… 을?!'


마그마 드래곤의 몸을 불길이 휘감기 시작한다.
조금 전까지의 붉은 불길이 아닌, '푸른 불꽃'.
그 푸른 청염이 마그마 드래곤을 완전히 감싸고도 확장되어, 주위를 녹여간다.
그리고 그것을 본 순간, 무시무시한 위압감이 스톰 이글의 감각을 찔렀다.


위험하다.
위험하다.
위험하다.
'이것'은 정말로 위험하다.
저 푸른 불꽃이 무엇인지. 저것으로 무엇을 할 생각인지.
알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저것을 그냥 허용했다간 아웃이라는 경보신호만이 머리속에서 맹렬하게 울린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유용한 대비책은─


스톰 이글은 오른팔의 포구에 남아있는 모든 에너지를 끌어모아 충전시킨다.
이것으로 오늘 하루에만 세번 사용하는 셈이 되지만, 저것을 막을 수 있다면 사소한 문제다.


마그마 드래곤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방출된 푸른 화염도, 점차 압축되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운데로 모은 마그마 드래곤의 양 손 사이에서 푸른 빛의 구체를 형성했다.
이미 그것은 더이상 '불꽃'이 아니라, 순수한 에너지의 집합체.


차지가 끝나고, 압축이 끝나고.
두 레플리로이드는 거의 동시에 서로를 향해 힘을 터트린다.

 


「스톰 토네이도 MAXIMUM BLAST “HIGHEST WIND”」


「파동권破動拳」

 


모든 것을 날려버릴 바람의 폭풍.
모든 것을 부숴버릴 힘의 폭풍.
두 가지 전혀 다른 종류의 '폭풍'과 '폭풍'이, 정면에서 충돌한다.


─그 여파만으로, 두 사람이 있던 빌딩은 아래쪽부터 부서지고, 결국 내려앉게 된다.

 

 

 


"이야기를─ ​에​에​에​에​에​에​에​엣​?​!​"​


나노하가 뭐라고 더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페이트가 바르디슈를 쥔 손에 힘을 주고 몸을 돌리는 순간.
두 사람의 바로 아래 쪽에 있는 빌딩이, 소음과 먼지를 일으키며 무너져갔다.


「「프로텍션」」


나노하의 레이징하트와 페이트의 바르디슈가 같은 순간 방어막을 쳐, 자신들의 주인과 그 동료를 지킨다.
간발의 차이로 프로텍션이 쳐지고, 건물로부터 생겨난 파편들이 그 위를 쉴 새 없이 두들겼다.


"지금 건… 아까 그 두 사람일까…?"
"아마도."


하지만 마력의 느낌은 없었다. 설마하니 맨손으로 했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질량 병기일 확률이 높고, 마도사가 아니라면 이 일에 말려든 현지인일 가능성마저 있다.
… 이 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커졌을지도.


잔해를 뚫고, 스톰 이글과 마그마 드래곤이 일어난다.
아무렇지도 않게 몸 위에 쌓인 먼지와 잔해를 털어내는 마그마 드래곤과 달리, 스톰 이글은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붙잡은 채 비틀거렸다.


'역시 출력이 떨어졌나…'


상쇄시키는데엔 성공했지만 그 대신 충격파가 모조리 이쪽으로 쏟아졌다. 그것은 곧 위력에 있어서 저쪽이 위였다고 하는 것.
분명 마그마 드래곤은 굴지의 실력자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전투기술이 높이 평가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단순한 격투전용의 레플리로이드인 마그마 드래곤이, '전투'가 아닌 '전쟁'마저 상정하여 만들어진 스톰 이글보다 출력에서 앞설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린 이유라면 단 한가지. 조금전까지 괴조와의 싸움에서 소모한 에너지가 상당히 컸다는 것이다. 더불어서 신체의 데미지도.
보통의 상대라면 실력과 파워 플레이로 찍어눌러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겠지만, 마그마 드래곤이 상대라면 이만큼의 패널티조차 치명적이 된다.


[저 괴조와 싸운 몸으로 여기까지 버틴 건 인정해주지. 하지만─ 끝이다.]


본래 마그마 드래곤에게 있어서, 지금 스톰 이글과의 싸움은 어디까지나 '번외'.
어디까지나, 엑스와의 싸움을 앞두고 감각을 되찾기 위한 '전초전'에 지나지 않는다.


마그마 드래곤의 주먹에 불길이 맺힌다.
스톰 이글은 통증을 참으며 오른팔을 들어올린다.


어느 쪽이 먼저 움직이느냐에 따라, 싸움의 향방도 달라질 것이 분명한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싸움은.
─앞으로 조금 더 이어지게 된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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