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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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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말했던대로, 녀석에겐 리미티드가 너무 버거웠어.]
<그렇게 말하는 너도 녀석이 리미티드를 버텨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은 것 같은데.>


그야 당연하지.
엑스는 싫어하지만, 그를 얕보는 짓은 안한다. 그가 한방 먹었을 정도의 물건이라면 자신도 똑같은 꼴을 당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없다.


─심지어는 지금 자신과 통신하고 있는 이 녀석조차도 카피당했을 정도니 말 다했지.


<믹스 포르테라고 했던가. 그 물건의 힘은 어땠지?>
[……]


대답하기 싫었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으면 이야기 진행이 되지 않겠지.


[한대 맞았어.]
<네가 말이냐. 그건 놀라운데.>
[암만 쓰레기같은 놈이라도 다섯 놈이나 붙이면 쓸만한 게 나온다는 거겠지. 원래라면 몰라도, 지금의 저 녀석으론 좀 벅찰지도.]


이건 거짓말이다. 파워와 스피드로 봐서 지금의 엑스가 이길 확률은 희박했다.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엑스는 이기지 못하고 믹스 포르테는 살아남아 지상을 쑥대밭으로 만들 확률이 가장 높다.


[뭐, 저런 거에 당한다면 녀석도 거기까지라는 이야기겠지.]

 


<그건 ​거​짓​말​이​군​.>​

 


말을 하자마자 부정당했다.


<확률이 어쩌고 하는 걸 떠나서, 너는 녀석이 이길 거라고 절대적인 확신을 갖고 있다. 아니,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해도 좋아. 그렇지 않다면 너는 지금 당장 달려들어가서 믹스 포르테를 ​박​살​내​놨​을​테​니​까​.>​
[……]
<아마도 이 세상에서 엑스의 승리를 가장 믿고 있는 건 다름아닌 네 녀석일걸. 나도 ​마​찬​가​지​지​만​.>​


승산이 어쨌느니 객관이 어쨌느니 확률이 어쨌느니 그런 건 아무 상관없이, 엑스가 이긴다.
여기의 이 둘은 엑스의 그런 힘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뭐니뭐니해도 그 몸으로 직접 몇번이고 체험을 했으니.
그러니까, 부정하지 못했다. 하지 않았다.


<침묵인가. 그것도 괜찮지.>
[… 돌아간다.]


속마음을 간파당해 생겨난 불쾌한 기분이 전신을 휘감았다.
씹어뱉듯이 말하면서, 그는 발걸음을 돌렸다.

 

 

 


IRREGULAR HUNTER - X



27화


 

 

 


​【​W​O​O​O​O​O​O​O​O​O​O​O​O​O​O​O​O​O​O​O​O​O​!​!​】​


거대한 발을 움직이고 지축을 뒤흔들며 달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도는 빨랐다. 엑스와 알프조차 간신히 피해냈을 정도로.


「파이어 웨이브」「일렉트릭 스파크」「부메랑 커터」「아이스 브레스」


오른손에서 화염이, 왼손에서 냉기가, 발에서는 전격이, 머리에서는 칼날들이 발사된다.
현재 믹스 포르테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리미티드는 총 4기. 그 리미티드들이 각기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여, 동시에 4개까지 중복 스킬 사용이 가능하다. 예전에 엑스도 이것과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때조차 2개 동시 사용이 한계였다.


엑스는 가장 먼저 날아온 칼날들을 팔에서 만들어낸 검들로 쳐냈다. 그 후 일렉트릭 스파크는 손을 바닥에 꽂아넣고 그대로 들어올려 전류의 흐름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나머지 두 개의 공격들은─


"라운드 실드!!"


엑스의 앞에, 주황빛으로 이루어진 원형의 방패가 생겨나 화염과 냉기를 막아낸다.


"괜찮아?!"
"…응, 고마─"


그 순간 엑스는 알프를 손으로 쳐내 밀어냈다.

 


─그것에 대해서 알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믹스 포르테의 발이 엑스를 짓밟았다.

 


"이 자식, 엄청나게 빨라?!"


공격을 날린 직후에 움직였다고 해도, 이 속도는 비정상으로 빠르다.


"크, 으윽…!!"


엑스는 믹스 포르테에게 밟힌 채 일어나려고 했지만, 믹스 포르테가 발에 더욱 힘을 가하자 그대로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
지금의 이 상황은 대단히 나쁘다. 엑스 자신의 시간도, 정원이 붕괴해버릴 때까지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상대를 쓰러트려야 하는데…


​【​너​의​】​【​문​제​】​【​알​고​】​【​있​다​.​】​


믹스 포르테를 지배하고 있는 4개의 리미티드들이 일제히 떠들었다.


​【​시​간​이​】​【​없​겠​지​.​】​【​이​곳​에​도​】​【​너​한​테​도​.​】​
【그 문제가】【육체적 문제인지】【정신적 문제인지】【그건 모르지만.】
【네가】【서두르는 걸로 봐서】【남은 시간은】【꽤나 짧겠지.】
【하지만】【그 ​안​에​】​【​우​리​들​을​】​【​쓰​러​트​리​고​ 탈출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 남은 시간은 3분 30초 남짓.
그 시간 동안, 믹스 포르테를 쓰러트릴 수 있을까.


─지금은 그때와 달리, 익스 아머조차 없는데.

 


​【​【​【​【​불​가​능​하​겠​지​.​】​】​】​】​

 


그 말과 함께 믹스 포르테는 발을 치우고, 그 대신 주먹을 내리쳤다.
하지만 그 순간 크로노가 날린 마력의 광탄이 주먹의 옆부분을 때려 방향을 틀었다.
엑스는 그 틈을 이용해 몸을 필요최저한도로 일으켰고, 그대로 대쉬. 믹스 포르테의 주먹은 바닥을 후려쳤다.


​【​언​제​까​지​】​【​그​렇​게​】​【​도​망​칠​ 수】【있을까.】


공격이 빗나갔음에도 믹스 포르테는 오히려 웃어보였다.
… 아무래도 이 녀석은, 다른 이레귤러들의 데이터를 흡수하면서 그들의 나쁜 성향까지 가져간 것 같다.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엑스는 점점 초조해갔다.

 

 

 


아무리 봐도, 지금 싸움은 이쪽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렇게나 강했던 푸른 소년조차도 압도적으로 고전. 알프와 관리국의 집무관까지 있음에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저쪽이 끝나면 분명히 이쪽을 노리겠지.


"… 다녀올게요."


페이트는 바르디슈를 들어올리고 프레시아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그때까지 죽은 듯이 가만히 앉아, 그저 아리시아의 시험관을 끌어안고 있던 프레시아가 입을 열었다.


"… 어째서지?"
"……?"
"어째서 우리를 구한거니?"


페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설마, 그런 짓을 하면 딸로 인정받을 것 같았니? 내가 너를 받아들일 것 같았냐고!!"
"………"


페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천만에! 변하는 것 따윈 없어! 아무것도! 네가 단순한 인형이라는 것도, 내가 너를 싫어하는 것도!!"


페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시한 헛수고하지 말고 빨리 여기에서 사라져… 나는 엘하자드로 갈거야! 그리고… 모든 걸 되찾겠어! 과거도 미래도, 단 하나뿐이었던 행복도…!!"


아무리 프레시아가 비웃어도, 아무리 광기로 가득한 웃음을 터트려도.
페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와 아리시아를 구한 이유같은 건.


단지, 몸이 그렇게 움직였던 것 뿐이다.
이해타산과 관계없이,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도 먼저 몸이 움직여 그녀들을 구했다.
그것에 무슨 이유를 어떻게 붙여야할까.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페이트는 전장으로 뛰어들어, 혼전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뒷모습을, 프레시아는 이해불가능의 어떤 것을 본 듯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바보같은 짓을… 바보같은 짓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저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아무리 자신이 그렇게 되도록 교육했다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이 그렇게 되도록 행동했다곤 하지만 어떻게 저렇게까지.


"아무리… 너 같은 게 아무리 그런다고 해도… 나는─"

 


─갑자기, 눈앞에 새하얗게 됐다.

 


시야가 돌아왔을 때의 자신은 넘어져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볼도 상당히 아프고.


"이제 그만 해주세요…!!"


목소리가 들어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리니스가 손을 들어올린 채로 서있었다.
… 이 아이도, 이런 얼굴과 목소리를 할 줄 아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저 아이가 왜 저렇게 당신을 위해서 싸우고 상처를 입는건지!!"


물론 알고 있다. 저 바보같은 인형이 자기 입으로 지껄이기까지 했으니까.
그런 정신을 심은 것도 자신이고, 그렇게 되길 바란 것도 자신이니까.


하지만 그것도 이젠 필요없다. 그래서 버렸다. 그것뿐인 이야기.
그것… 뿐일텐데…


리니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송곳니에 입술이 찢어질 정도로 강하게.
그리고는 거칠게 프레시아를 붙잡고 고개를 돌려, 강제로 저쪽을 향하게 했다.


"눈 똑바로 뜨고 확실하게 보세요! 귀를 열고 확실하게 들으세요! 저 아이가 하는 일을, 저 아이가 하는 말을!"


─'인형'은 싸우고 있었다.


설령 프레시아 자신의 몸이 정상이었다고 해도, 가능하면 싸우고 싶지 않은 괴물을 상대로.
용감하게 디바이스를 들어올리고, 정면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공포라면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공포를 이겨내고 싸우고 있다.

 


─다름아닌,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사실은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당신도 느끼고 있잖아!! 그런데도 왜 그렇게 몰라주는거야?! 아니, 왜 보려고 하지 않는거야?! 저 아인 당신의 딸인데, 가족이잖아!! 당신이 아무리 심한 일을 하고 심한 소리를 퍼부어도!! 사람과 사람의 사이는, 가족이라는 건 그렇게 간단히 잘라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아무리 당신이 부정하고 부정해도, 당신이 저 아이의 어머니라는 건 변하지 않아!! 사람이 아닌 나도 아는데, 왜 그렇게 간단한 걸 알려고 하지 않아?!"

 


"너야말로… 너야말로 함부로 지껄이지마!!"

 


지금까지 옷깃을 붙잡혀있던 프레시아가 노성을 질렀다.


"내가… 내가 이 날 이때까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지난 세월이 나한테는 어떤 지옥이었는데!! 그 모든 걸 참고 견딘 건 오늘을 위해서였어…! 그게 부서져버릴지도 모르는데, 나한테 저 아일 보라는거야?! 내 모든 걸 바친 엘하자드로의 길이 끊어져버릴지도 모르는데?! 나도… 나도 알고 있어!! 모를 리가 없잖아!!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래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지금 나는 아리시아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힘들어!! 다른 곳에 신경쓸 여유같은 건─"

 

 

"어머니!!"

 

 

프레시아의 혼신을 담은 외침이 끊어졌다.
돌아보자, 자신과 아리시아를 향해 날아오는 파편들이 보였다.


─이미, 마법을 쓰기엔 너무 늦었다.

 

 


「라이트닝 웹」

 

 


그 순간 프레시아와 리니스의 바로 앞에 펼쳐진 전기의 그물이 파편들을 막아냈다.


"아…!!"
[… 안늦은 것 같군.]


두 사람의 뒤에서, 웹 스파이더가 걸어나왔다.


"스파이더 씨…?! 하, 하지만 어떻게 여기에─"
[사소한 건 신경쓰지마.]


웹 스파이더는 앞으로 걸어나왔고, 앞쪽을 응시했다.
그의 눈은, 정확히 믹스 포르테를 향하고 있었다.


[프레시아 테스타롯사.]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흠칫거렸다.
고개를 들어올리자, 웹 스파이더는 여전히 그녀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지. 나는… 당신을 죽이기 위해서 여기에 왔다.]


리니스의 안색이 창백해졌지만, 프레시아는 동요하지 않았다.
만약 지금도 죽일 생각이라면, 이렇게 말을 하는 대신 바로 공격했을테니까. 아니, 그보다는 방금 그물로 자신을 구해줄 필요가 없었다.


[이레귤러인 당신을 죽이고, 마찬가지로 이레귤러 판정을 받고 이곳에서 죽는다. 그럴 생각이었지만… 사정이 달라졌군.]


딱 한번.
웹 스파이더는 고개만을 살짝 뒤로 돌려 프레시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본심을 토해낸 지금의 당신은 이레귤러로 보이지 않는군.]


그렇게만 말하고, 웹 스파이더는 몸을 날려 싸움에 끼어들었다.

 

 

 


리니스의 말이 옳다는 것은 알고 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훨씬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돌이킬 수 없었던 것 뿐이다.


아리시아는 자신의 모든 것. 그것을 위해서, 이 모든 일을 해왔다.
자신의 속에서 피어오른 광기에 의지하고, 눈에 보이는 진실을 외면하면서.
머리속에서 자꾸만 떠오르는, 엘하자드란 단순한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애써서 부정해가면서.


이제와서, 무슨 얼굴로 원래대로 돌아가란 것인가.


잘못을 뉘우치거나 할 수는 없다. 적어도 지금은 안된다.
그것을 자신의 입으로 말할 때야말로, 자신이 해왔던 모든 일들이 붕괴되버리는 순간일테니까.


그렇지만.


"페이트…"


그 한마디가 입에서 나오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탄환과도 같은 기세로 달려든 웹 스파이더는 엑스를 공격하려는 믹스 포르테의 허리쪽에 꽂혔다. 그와 함께 믹스 포르테의 자세가 무너져버렸고, 엑스를 노린 공격은 빗나간데다 반격까지 허용했다.


페이트와 알프의 합동 공격. 뒤를 이어진 크로노의 사격.
모든 것을 견뎌낸 믹스 포르테는 다시 움직이려다가 리니스가 원거리에서 사용한 라이트닝 바인드에 구속. 묶여져버린 괴물의 복부에는 엑스의 주먹이 꽂혔고, 믹스 포르테는 그대로 구속을 끊고 뒤로 날려갔다.


─하지만 그것 뿐. 쓰러지지도 않은 채 버텨내고, 다시 이쪽을 향했다.

 


​【​■​■​■​■​■​■​■​■​■​■​■​■​■​■​■​■​■​■​!​!​】​

 


악마가 포효했다.
어떠한 공격에도 어떠한 마법에도 눈 깜짝할 사이에 재생해버리며, 이 괴물은 끊임없이 전의를 불태워왔다.


확실히 엑스는 100년 전에도 '믹스 포르테'라고 불리는 개체를 파괴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조차 혼자서 싸운 것은 아니었고, 누구보다도 신뢰할 수 있는 친우가 함께 싸워주었다. 그랬기에 이런 강적을 상대로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다.


믹스 포르테가 다가와서 날뛴다.
그 거대한 손과 발을 마구 움직이며, 엑스를 노렸다.


<우선은, 조금 전같은 산발적인 공격말고 집중으로!>


엑스는 크로노에게 그렇게 전달했고, 크로노는 다시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자신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는 엑스. 그렇게 판단한 믹스 포르테는 이 싸움이 시작된 이래로 엑스를 중점적으로 공격했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반사적인 반격이외엔 거의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엑스에 비해서 다른 사람들은 꽤 여유가 있는 편이었고.
그렇기에, 엑스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선공의 기회를 갖기 쉬웠다.


"라이트닝 바인드!"
"체인 바인드!!"
「라이트닝 웹」


알프의 구속 마법과, 리니스가 원거리에서 사용한 구속 마법, 그리고 전기 거미줄이 다시 한번 사용되었다.
본래였다면 이런 구속은 금방이라도 끊어버리고 날뛰었겠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크로노가 빠르게 다음 행동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Blaze Cannon.』


아까부터 마력을 충전한 S2U로부터 발사된 열선이 믹스 포르테에게 적중된다. 열선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악마는 다시 한번 뒤로 날려갔고, 바인드들은 미처 견디지 못해 끊어졌다.


"썬더어 ​레​이​지​이​이​이​이​!​!​"​


그 뒤를 이은 페이트의 공격.
블레이즈 캐논이 끝나갈 무렵, 페이트의 손에서 발사된 수많은 번개줄기들이 그 뒤를 이어 믹스 포르테를 때렸다. 날려가려던 것이 멈추려던 찰나에 다시 공격을 받게 되어, 믹스 포르테는 벽에 부딪힐 때까지 날려갔다.


또다시 뒤를 이은 엑스의 공격.
미들 레벨까지 차지된 버스터 샷이 뇌격이 멎은 직후 믹스 포르테에게 적중되었다. 벽에 부딪힌 믹스 포르테는 그 충격으로 인해 한층 더 깊이 벽을 파고 들었다.


『Scythe Slash.』


여기서, 페이트가 마력의 칼날을 전개하고 돌진. 믹스 포르테를 향해 내리쳤다.

 

 

 


다르다.
저 녀석은 아니다.


저 녀석은 지금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한발 떨어져 제 3자의 입장에서 보고 있었던 덕분일까.
이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보다도,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을 빨리 눈치챘다.


그리고.


페이트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 역시─

 

 

 


고개를 뒤로 넘기고 있던 믹스 포르테가 고개를 앞으로 내리며 입을 벌리고 이빨을 드러냈다.
정확히, 페이트가 자신을 향해서 바르디슈를 내리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리고는 손을 들어올려 자신에게로 떨어지는 마력 칼날을 잡아냈다.


"……!!"


그제서야, 모두가 눈치챘다.


이 녀석은 조금 전까지 받은 데미지를, 모두 회복했다는 것을.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단지 데미지를 회복했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금방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또다른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믹스 포르테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그것을 조종하는 리미티드도.


이레귤러들의 신체로 구성된 믹스 포르테의 육체는 생명체로 쳤을 때, 이미 '죽어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혹은 단순한 '탑승물'같은 것이 되어있는 것이라고 표현해도 좋다.
그리고 리미티드들은 그 '탑승물'에 앉아 조종하고 있는 것이기에, 아무리 '탑승물'이 다치고 부서져도 아플 리 없다.
고통을 느끼지 않으니 데미지로 인해 판단이 흐려지거나 시야가 막히거나 할 일은 없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단체 집중 공격을 받아도.
상처가 재생되어 낫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아픈 척'하면서 함정을 파놓고 기다릴 수 있는 것이다.

 


'당했다…!! 예전 녀석하곤 너무 달라…!!'


이것은 자신의 실수다.
지난 세월동안 그렇게도 전투경험을 많이 쌓아왔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자신이 혼자서 행한 전투. 지금처럼 누군가 다른 사람과 함께 싸워본 것은 너무나도 오랜만이고, 하물며 그것이 '인간'이었던 적은 100년 동안 단 한번도 없었다. 그때문에 일으켜버린 터무니없는 실수다.
그것을 자각하고, 엑스는 곧바로 부스터를 켜고 내달렸다.


하지만, 늦는다.


믹스 포르테는 이미 바르디슈를 붙잡은 채로 다른 손을 움직여 휘두르고 있다.
페이트가 바르디슈를 놓으면 바르디슈만 부서지고 끝날지 모르지만, 그녀가 바르디슈를 놓을 리 없다.


어떻게 해도 늦는다. 자신의 속도로도.
아마, 이 자리의 어느 누구라고 해도 지금부터 움직여서는 늦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트가 붙잡히기 전부터 움직이고 있던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썬더 레이지」

 


페이트의 것보다 훨씬 많고, 훨씬 강력해보이는 보라색의 번개줄기.
그것들이 믹스 포르테에게 적중된다. 그것도 믹스 포르테에게 붙잡힌 페이트는 피해가면서, 오로지 저 악마만을 두들겼다.


​【​■​■​■​■​■​■​■​■​!​!​】​


괴물이 손을 놓친다.
그와 함께 밑으로 떨어지는 페이트를, 엑스가 받아들고 다시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믹스 포르테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난 엑스는 간신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지금의 뇌격은…?'


​"​어​머​니​…​…​…​…​?​"​


엑스가 놓아준 페이트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저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프레시아 역시 비슷한 표정으로 페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지금의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조차 모르고 있겠지.


"아니… 이건… 나는…!"


무엇인가 말하기 위해서 입을 들썩거리지만, 결국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나는… 지금 뭘한거지…?'


저'것'은 이미 버리기로 한 인형일텐데.
자신에게 있어서 저'것'은 더이상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폐품'에 지나지 않을텐데.


그런데도 자신의 몸은 움직였다.


저 악마의 손에 바르디슈가 붙잡히고.
다른 한 손이 움직여 휘둘러졌을 때.


분명, 저런 것을 맞았다간 죽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 일격만으로, 산산히 부서지고 가루가 되버릴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나자,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페이트가 자신의 눈앞에서 죽는다.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에.


'나는…'


아직도 마법을 발사하고 남은 마력이 빛나고 있는 자신의 손과 디바이스를 바라본다.

 


─정말로, 자신이 페이트를 구한 것인가.

 


서서히, 서서히.
그녀가 지금 이 날까지 봉인하고 외면해왔던 감정의 벽이.


금이 가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크로노 군! 페이트 짱! 들려?!>


그때, 염화가 걸려왔다.


<이쪽은 유노 군이랑 함께 구동로 봉인에 성공했어! 그쪽은?!>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여기 뿐인가…!"


갑작스럽게 벌어진 전투로 인해 잊고 있었지만, 나노하와 유노는 자신들의 일을 훌륭하게 완수했다.
그 희소식에, 크로노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리고, 엑스는 벽에서 몸을 뽑아내고 있는 믹스 포르테를 경계하며 크로노에게 말했다.


"… 크로노."
"아, 그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빨리─"
"달라…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여기서 나가달라는 거야."
"뭐… 어?!"


생각지도 못했던 엑스의 말에 크로노는 반사적으로 되물어버렸다.


[그 말대로다. 이제 남은 것은 저 괴물 뿐이지만… 이건 우리들 이레귤러 헌터의 일. 너희들의 일은 끝났어. 지금이라면 저 여자도 같이 가는 걸 거부하지 않을 것 같고.]
"바보같은 소리하지마! 구동로는 봉인됐다고 해도 아직 차원진은 진행되고 있다고!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당신들까지─"
"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그 시간안에 쓰러트리고 탈출할테니까. 그리고… 사람들이 있으면 쓸 수 없는 무기도 있거든."
"……!!"


한순간 움찔했던 크로노지만, 곧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제 겨우 15세가 된 소년 집무관의 얼굴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 그리고 무력감이 가득했다.


"…… 우리들은, 방해만 됐던건가."
"그렇지 않아.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주변에 사람이 있고 없고 간에 써선 안될 힘이지만, 지금 여기라면 거리낄 거 없겠지."


고민할 시간은 결코 오래 주어지지 않았다.
크로노는 자기 자신의 감정을 접어두고, 이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판단을 내렸다.


"… 부탁한다."


크로노는 이를 갈면서도 뒤로 물러났다.


"… 고마웠어. 그리고… 절대 다치지 말고 돌아와!"


알프는 그렇게 말하며 페이트와 함께 물러났다.


"……"


페이트는 주저함이 가득 담긴 얼굴이었지만, 한번 고개를 숙이고는 알프와 함께 프레시아와 아리시아를 안아서 들어올렸다.
페이트와는 반대로, 리니스는 믿음이 담긴 얼굴로 인사를 한 다음 물러났다.

 

 

 


모든 '인간'들이 빠져나가고, 남은 사람은 엑스와 웹 스파이더 뿐.


"… 너도 갔으면 했는데."
[동지끼리 매정한 말 하지마. 그보다, 뭐냐 그 '사람이 있으면 쓸 수 없는 무기'라는 건.]

 


"없어, 그런 거."

 


[… 뭐?]
"그거 거짓말. 히든 카드라면 있지만, 딱히 누군가 있어도 상관은 없고."


이 자식이.
무심코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원래 이런 녀석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


벽에서 몸을 완전히 뜯어낸 믹스 포르테가 소리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돌진해오진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공격해올 것이라는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계획은?]
"자세한 건 하면서 이야기할게. 그럼─── 간다!!"


믹스 포르테가 달려들어 눈깜짝할 사이에 거리를 좁히고, 두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치는 것과 동시에 두 헌터는 양 옆으로 뛰어 거리를 벌렸다.


'이대로 내버려뒀다간 녀석은 어디의 어떤 세계로든 전이할 거고, 그 세계에 있어 엄청난 위협이 될거야… 지금 여기서 무슨 수를 써서든 쓰러트리지 않으면 안돼…!!'


자신에게 남은 시간은 앞으로 130초. 차원진 발동까지는 그보다 3배 정도 남아있다.
믹스 포르테를 쓰러트리고, 아스라로 귀환하려면 적어도 앞으로 120초 안에 쓰러트려야 한다.


승산은 낮다.
그렇지만 웹 스파이더에게도 말했듯이 사용해볼만한 수단은 아직 남아있다.


'가능하면, 이런 짓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제와서 뭘하든, 너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믹스 포르테의 등 뒤가 열린다.
마치 날개처럼 펼쳐진 그곳에는, 또 하나의 보조 부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스터가 점화되면서, 지금까지 이상의 스피드로 믹스 포르테가 달려들었다.
물론 그 목표는 웹 스파이더가 아닌 엑스다.


[빨라……!]


웹 스파이더가 거미 메카들을 내보내지만, 전부 믹스 포르테를 놓쳐버리고 바닥에 꽂혀 폭발을 일으킨다.
그것들을 모조리 무시한 채로, 오직 엑스만을 향해 돌진에 돌진, 돌진.
그것을 믹스 포르테의 머리 위로 뛰어넘어 피한 후, 거꾸로 떨어져내리면서 버스터 슛. 빛의 탄환들은 믹스 포르테의 부스터에 맞고 폭발했다.


그렇게 부서진 부스터조차도, 순식간에 재생.


거기에, 믹스 포르테의 모습도 변해갔다.
더욱 더 거대하고, 더욱더 많은 뿔을 가지고, 더욱더 흉폭한 모습으로.


이미 이것은 '기계'라고 부르기도 뭣하다.

 


【【【【어차피 네놈들은 레플리로이드. 기계이기에 정해진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레플리로이드를, 그리고 기계의 한계를 초월한 존재! 그래… 우리들이… 우리들이야말로 이 세계를 지배할 왕으로서 태어난 거다!!】】】】

 


더욱 거대해진 부스터가 불을 뿜는다.
점점 거대해져가면서도, 속도는 느려지긴 커녕 빨라진다. 게다가 4대의 리미티드가 서로서로 보조하고 있기 때문에, 빈틈이 생기거나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일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없애지 않으면 안된다.

 


「BLAST」

 


엑스의 전신이 푸른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이 힘은 지금까지 엑스가 사용한 능력들처럼 '아머'를 불러내어 엑스의 능력을 강화하는 힘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아머'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힘. 파이어, 스톰, 어스 등 별개의 아머들과 함께 사용되면서, 그 아머들의 힘을 더욱더 증폭시킨다.


당연히, 지금 엑스가 착용하고 있는 파이트 아머의 힘과 스피드도 더욱더 올라간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엑스가 소리높여 외친다.
믹스 포르테의 속도를 뛰어넘어, 그 안으로 파고들면서.


손에 만들어진 검을 이용해, 단번에 믹스 포르테를 관통해버리며 날아갔다.


【【【【데이터에도 없는 힘이…?!】】】】


'앞으로 30초…!!'


블래스트로 인해 전투력은 조금전보다 훨씬 상승했지만, 그 대신 메뉴얼 모드의 유지 시간은 더욱 짧아졌다.
그 시간 안에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엑스 자신도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된다.


​【​【​【​【​■​■​■​■​■​■​■​!​!​】​】​】​】​


다시 한번 악마가 포효했다.
그 거대한 주먹이 엑스를 향해 뻗어진다.
속도에 있어서는 믹스 포르테도 지금의 엑스보다 약간 더 느린 정도. 엑스는 피하지 못하고 주먹을 받아냈다.


─그렇게 맞아 뒤로 밀려나는 것과 함께 손을 휘둘러, 믹스 포르테의 팔을 잘라낸다.


'……!!'


자신에게도 데미지는 있다.
입에서 의사체액이 뿜어져나올 정도로. 그리고 무엇보다, 아팠다.


하지만 아파하는 것은 나중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지금은 눈앞의 괴물을 쓰러트리는 것이 우선.


팔을 잃고 뒤로 밀려난 믹스 포르테가 팔을 재생시키는 작업을 하면서 다리를 휘둘렀다.

 


그 다리를 피하고 안으로 달려들면서, 아직 완전히 재생되지 않은 복부의 구멍을 다시 한번 관통해 더욱 크게 만들었다.

 


【【【【있을 수 없다… 힘도 스피드도 우리들이 훨씬 위일텐데 ​어​째​서​…​!​!​】​】​】​】​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강한 육체를 가지고, 그것을 인형처럼 다루며 적을 부순다.
하지만 그것은 달리 말하자면, 목숨을 걸고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단순한 이야기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자와.
목숨을 걸지도 않고 이기려는 자.
그, 지극히 단순한 차이가 만든 결과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힘과 속도에만 의존해서는 그 차이를 뒤집을 수 없다.


​【​【​【​【​어​째​서​냐​…​!​!​ 어째서 이런 힘이 있는데도 너는…! 몸을 그렇게 부숴가면서까지, 도대체 어째서?!】】】】


리미티드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저런 힘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들에게 맞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디에도 사용할 수 있었을텐데.


결국 리미티드 역시, 폭주를 일으키고 있는 프로그램의 조합 덩어리. 엑스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결심했다…! '답'을 찾아낼 때까지 그 아이와 함께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로…! 그러니까 지켜낸다! 이 세계도, 그 아이와 가족들도!!"

 


「BLAST FULL CHARGE」

 


"하지만 너희들은 여기서 끝이다!! 너희들의 그 욕망, 이 자리에서 끝내주마!!"

 


엑스의 몸을 감싼 푸른 색의 빛과 스파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지면을 가르며, 믹스 포르테를 향해 달려들었다.

 


믹스 포르테의 몸이 열리면서, 무수한 화염과 얼음, 전기의 덩어리와 칼날, 그리고 진공파가 발사되어 엑스를 공격한다.

 


「라이트닝 웹」

 


엑스의 앞에 펼쳐진 전기 그물이 엑스를 향한 공격들을 막아내주었다.
하지만 결국 버티다 못한 그물은 찢어졌고, 수많은 공격들이 엑스를 두들겼다.

 


─번개의 구슬이 어깨의 장갑을 날리고.


─얼음의 창이 허벅지를 꿰뚫고.


─화염이 팔을 태우고.


─진공파가 어깨와 허리를 베고지나가며.


─칼날이 얼굴 한쪽을 갈랐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멈춰서는 안된다. 그래서는 이 녀석을 쓰러트리지 못하니까.
오직 그 일념 하나만으로 공격들을 맞아가면서도 버텨냈다.

 


「FIGHT FULL CHARGE」

 


그 한 마디의 키워드로.
파이트 아머가 원래부터 지니고 있던 모든 힘이, 블래스트로 인해 증폭된 모든 힘이, 엑스의 오른팔 하나에 집중된다.


엑스의 오른주먹이 위로 솟구친다.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처럼.


그리고, 푸른빛에 휩싸인 주먹은 그대로 믹스 포르테의 가슴에 적중되어.

 

 

─거대한 구멍을 뚫었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리미티드가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이 조종하는 '육체' 부분.
그 육체 안에 숨어있는 리미티드들이 상처를 입을 경우엔 당연히 그들도 고통을 느끼고 비명을 지른다.


가슴에 엑스보다도 커다란 구멍이 뚫린 믹스 포르테는 비명을 토해내다가, 폭발했다.

 

 

 


『블래스트 모드 해제.』
『STORM.』
『시간 제한 경과. 메뉴얼 모드 해제.』


블래스트가 해제되자마자 파이트 아머에서 스톰 아머로 바꾸고, 그 직후 메뉴얼 모드가 해제된다.


'이제 남은 건 여길 빠져나가기만 하면─'


다행히 정원의 붕괴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밸런스를 잃어버렸지만, 단지 이동하는 정도라면 문제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갑옷이라면 밸런스 회로가 없다고 해도, 직진해서 날아가는 정돈 할 수 있으니까.


"남아있습니까, 헌터 엑스!"


그때, 아까 크로노가 뚫고 들어온 입구에서 린디가 들어왔다.


"린디 제독. 여긴 어떻게…"
"차원진을 진정시키느라 아직 남아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도 이젠 한계… 빨리 빠져나가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그러면─"

 

 


​【​아​직​【​끝​【​나​지​】​않​았​】​어​【​어​어​어​】​어​어​어​어​어​!​!​】​

 

 


─폭발로 인해 상반신만 남은 믹스 포르테가 달려들어왔다.


"?!?!"


이것에만큼은 엑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엑스가 한 공격에 실수는 없다. 굳이 한가지를 꼽자면─ 리미티드라는 존재 자체가, 삐뚤어진 욕망과 사고로 가득한 것이라는 걸 간과했다는 정도.
그 집념은,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고통'을 견딜 수 있게 만들었다. 더이상 재생은 하지 못했지만, 그 몸을 움직이는 것은 아직 가능했다.

 


거대한 입이 엑스를 향해 벌어졌다.


엑스는 그 입을 향해 오른손의 버스터를 들어올려 발사했다.

 


─발사되지, 않았다.

 


메뉴얼 모드가 해제되면서, 그 불완전한 밸런스로 돌아왔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믹스 포르테의 입은, 엑스의 바로 앞까지 접근했다.

 

 

 


그리고 그 이빨이 물어뜯은 것은, 중간에 끼어든 웹 스파이더였다.

 

 

 

"…… 스파이더!!"
[크, 욱… ​으​으​아​아​아​아​아​아​아​악​!​!​]​


씹혔다.
믹스 포르테의 거대한 입이 웹 스파이더의 몸을 절반이 넘도록 집어삼킨 채로, 씹어서 물어뜯고는 그대로 고개를 휘둘러 내던졌다.


가슴의 중간부터 끊어진 웹 스파이더는 그대로 날려가, 엑스들이 있는 곳과는 반대 방향의 벽에 부딪혀 떨어진다.

 

 

 


​"​…​…​…​…​…​…​…​!​!​"​


엑스가 이쪽을 향해 손을 뻗으면서 뭐라고 떠드는 것 같다.
하지만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더이상은 아무것도 안들리고.


이쪽으로 오려는 것 같지만, 린디가 그런 엑스를 붙잡고는 푸른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아마도 아스라로 전송된 거겠지.


그것이 좋다.
상반신, 그것도 머리 이외의 우측은 거의 날아가버린 자신이 이미 늦었다는 것은 웹 스파이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쓸​데​없​는​】​【​방​해​를​】​【​하​다​니​】​【​…​…​.​】​
​【​하​지​만​】​【​상​관​없​다​.​】​【​우​리​는​】​【​부​활​한​다​.​】​
​【​네​놈​을​】​【​물​어​뜯​고​】​【​먹​어​치​워​서​】​【​빼​앗​는​ 파츠로.】


그렇게 말하며, 믹스 포르테는 점점 기어오기 시작했다.
똑같이 상반신만 남았지만, 상대는 자신 정도는 한입에 집어삼킬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이번 경우에는 화가 된 것 같지만.


[…… 너.]
​【​뭔​가​.​】​【​유​언​】​【​같​은​ 거라도】【남길 거냐?】


비웃는 듯한 어조가 섞여있는 걸로 봐서, 아직도 눈치를 못챈 것 같다.

 


[자기가, 뭘 집어삼켰는지, 확인은, 해봤냐?]

 


믹스 포르테가 굳어버리는 것이 여기까지 보였다.
그의 시선을 따라 눈을 움직여, 그가 보고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가슴.
정확히는, 조금 전 믹스 포르테가 물어뜯어 절단나버린 곳.


─그곳에서는, 아직도 상당한 숫자의 거미 메카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뒤늦게 자신이 무엇을 집어삼켰는지 깨닫고,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는 법이라지.


믹스 포르테의 내부로 기어들어간 거미 메카들이, 일제히 폭발해버리고.

 


믹스 포르테는 리미티드들과 함께,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웹 스파이더는 무너져가는 정원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도 슬슬 시야가 흐려져 곧 블랙 아웃 될 것 같고, 한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만큼 기력이 없지만.


[…… 뭐, 됐, 나……]


목적은 완수했다. 이것으로 간신히 미션 성공.
… 그렇다곤 해도, 이것은 그가 스스로에게 부과한 미션이었지만 아무렴 어떨까. 해냈는데.


자신은 이제, 마음놓고 죽을 수 있다.
이레귤러 헌터의 일원이었던 자로서, 레플리포스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해도 될만한 일을 해냈으니까.


웹 스파이더는 웃음을 터트리며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용사'를 구해낸 '거미'는.

 


두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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