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으시겠습니까, 주인 하야테.'
'응?'
'책을 완성하게 되면, 당신은 절대적인 힘을 얻게 됩니다. 당신의 이 다리를 고치는 일도…'
그녀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녀의 주인에게 말했다.
그녀의 주인, 야가미 하야테는 태어날 때부터 다리를 움직이지 못했다. 이 세계의 의료 기술로도 회복되지 않았으며, 샤멀의 회복 마법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원인 불명의 마비.
그러나 그녀가 알고 있는 한 완성된 어둠의 서가 가진 힘은 절대적인 것.
그 어둠의 서의 힘이라면, 이 소녀의 다리도 나을 수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야기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주인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데이. 이대로도.'
'그렇지만……'
'괜찮다니께. 그, 뭐고… 책을 완성할라믄, 엄청 많은 사람들한테 폐를 끼치게 된다 아이가.'
'그건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단 한마디.
'책을 완성해라'고 한마디만 한다면, 수호기사들은 얼마든지 몸을 바쳐서 싸울텐데도 그녀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소녀는 시그넘의 품에 안긴 채, 조용히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내는 있제… 그런 힘같은 거 없어도 된데이. 엑스 군도 있고, 시그넘도 있고, 모두가 있고… 그러니께, 내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하단기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주인은 정말로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자염일섬(紫炎一閃)」
불길을 휘감은 검이 내려쳐진다.
불꽃을 다루는 괴수인 화룡을 그 주인 채로 갈라버리며, 폭발을 일으켰다.
그 일격만으로 화룡을 불러낸 마도사는 완전히 의식을 잃어버렸고, 시그넘은 그런 마도사로부터 링커 코어를 빼내어 수집했다.
이것으로 몇명째이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세려고 하면 셀 수도 있지만, 세지 않았다.
주인과의 맹세를 깨트리며, 아집만으로 어둠의 서를 완성시키려는 자신들에 의한 희생자.
그들을 일일이 세어서, 어디에 쓸까.
'주인 하야테…'
그녀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직도, 모아야할 페이지는 많이 남았다.
지금 이 페이스대로라면 언제쯤에나 어둠의 서를 완성할 수 있을지.
[수집은 별로 진척이 안된 모양이군.]
"?! 누구냐!!"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레반틴을 들어올린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들렸는데─'
[기운이 넘치는군. 그러지 않으면 곤란하긴 하지만.]
또다시, 바로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과 수십센티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바로 뒤에서.
생각할 것도 없이, 시그넘은 검을 휘둘렀다.
시그넘의 바로 뒤에 서있던 '검은 것'은 검을 피해 뒤로 물러났지만, 그 몸을 감싸고 있던 새카만 망토의 끝자락이 베였다.
그러나, 본래는 목을 베어버릴 작정으로 휘두른 검이었는데.
'지금의 공격을 피한데다, 이렇게 가까이 올 때까지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양손으로 레반틴을 쥐고, '검은 자'에게 겨눈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칠흑색의 망토로 감싼 자. 남자인지 여자인지 그것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그넘은 지금 이 자에게서 기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바로 눈앞에 있고.
조금 전 검으로 망토 끝을 잘라버리기까지 했는데도.
이 '검은 자'에게서는 기묘한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까.
눈으로는 똑똑히 보였지만, 지극히 옅어보인다고 해야할까. 거리감도 존재감도, 대단히 희박했다.
[경계하지 말라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겠지만, 나로서는 너와 싸울 생각이 없다.]
"그런 것치고는 접근 방법이 대단히 기분나빴지만."
'검은 자'의 어깨가 흔들렸다. 웃고 있는건가.
[그건 사과하지. 하지만,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적대할 생각은 없다.]
"… 그렇다면 무슨 용무인거냐. 접근하는 방식도 그렇고, 네놈이 하는 말 자체도 그렇고. 순수한 목적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데."
과연. 이 짧은 순간에 거기까지 파악하다니, 단지 검을 휘두르기만 하는 멧돼지는 아니라는건가.
그렇지만, 자신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잘된 일이다.
[물론, 나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라고는 하지 않겠다. 그러나 너희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러 왔다는 건 확실하지.]
"……"
[미리 말해두지만, 검을 치울 필요는 없다. 네가 말한대로, 이런 방식으로 나타나는 자를 경계하는 건 당연한거니까.]
시그넘의 칼 끝이, 아주 약간이지만 흔들렸다.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이 열화의 맹장이.
물론 그 망설임은 아주 작은 것.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링커 코어의 수집에 애를 먹고 있는 것 같아서 말야. 유감스럽게도 너희들은 가까운 곳에 아주 좋은 먹이가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더군.]
IRREGULAR HUNTER - X
39화
<─이상의 이야기다. 어떻게 생각하지?>
시그넘은 다른 볼켄리터들에게 연락을 걸어, 조금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곧바로 비타가 입을 열었다.
<믿을 수 없다고, 그런 이야기. 시그넘도 그렇게 느꼈다고 방금 말했잖아?>
<… 그래.>
느낄 수 없었던 건 '신용'만이 아니다.
그 이외의 이것저것.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을 여러가지 것들이, 그 '검은 자'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었다.
누군가가 조종하는 괴뢰병이고, 그 뒤의 흑막이 말을 전달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도 걸리는 점이 있었다.
그때 그 '검은 자'에게서, 단 한순간 느꼈던 '악의'.
그것은 누군가를 건너뛰어서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만큼 농도짙은, 꺼림칙하기 짝이 없는 악의.
본래라면 그런 자가 하는 말따윈 신경쓰지 않았겠지만…
<그러나 문제는, 그 남자가 가져온 정보다. 그에 의하면…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도시에도, 상당히 큰 마력을 가지고 있는 자가 있는 모양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가 말한 것이 사실이고, 자신들이 그 마도사의 링커 코어를 수집하면 그녀들이 바라는 어둠의 서의 완성에도 한발 가까워질 것이 분명하다.
<그 이야기가 진짜일 경우에도 문제고, 함정일 경우에도 문제네… 시그넘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거야?>
샤멀의 말에 시그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 이야기가 정말이라면 더할 나위없다. 우리들에게는 시간이 부족하니까. 어둠의 서가 완성되는 시간이 단축된다면 더할 나위없어.>
<함정일 경우에는?>
그렇게 질문했지만, 쟈피라 역시 돌아올 대답정도는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쟈피라 역시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녀들과 같은 대답을 할테니까.
<물론, 정해져있겠지.>
시그넘이 검을 들어올림에 따라.
다른 볼켄리터들도 손을 들어올렸다.
<우리들은 자랑스러운 베르카의 기사. 함정이 있다면, 그 함정 채로 박살낼 뿐이다.>
[볼켄리터가 행동을 개시했습니다. 아무래도 당신의 말대로 움직일 모양이군요.]
[함정이 있다고 해도 상관없다는 거겠지. 그 정도 기세가 아니면 나한테도 곤란해.]
뭐니뭐니해도 그들에게는 이제부터 열심히 싸워주길 바라니까.
예전 레플리포스 때에도 생각했지만 저렇게 머리가 굳은 인간들은 오히려 다루기 쉽다.
그레이엄처럼 신념을 가진 자는 그 신념을 자극하면 되고, 볼켄리터들처럼 스스로의 의지로 신념을 깨부순 이들은 지금 그들이 원하고 있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것을 내밀면 된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이토록 쉽게 걸려들다니.
[엑스도 눈치챘다. 더이상 녀석도 보고만 있진 않겠지.]
[그러나 녀석은 마도사가 아닙니다. 볼켄리터들이 이 도시에서 행동한다면 틀림없이 결계를 펼치고 움직일텐데요.]
[지금까지 잠들어있던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녀석에게도 지금의 너희들과 마찬가지로 마력이 있다. 결계를 통과하는 정도는 문제없어. 녀석이 나타나면, 그때야말로 너희들이 움직일 때다.]
비트와 바이트가 고개를 숙였다.
문득, 비트가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린다.
[그렇다면, 시그마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물론, 나에게도 할 일은 있다.]
계획을 세워놓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 책략가따윈 망하게 되어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시그마는 자신의 발을 움직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아직 남아있는 마지막 이레귤러에게 볼일이 있거든.]
"으~으으읏…!"
야가미 하야테는 지금 도서관에 있다.
과거, 그녀가 엑스와 처음으로 함께 갔던 장소. 그때는 엑스를 도와주기 위해서 이곳으로 왔었다.
물론 딱히 그런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이곳에 자주 온다. 책을 좋아하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은 조금 곤란했다.
보고 싶은 책은 있었지만, 손이 닿질 않는다.
어떻게든 계속 뻗어보면 닿을 것도 같지만, 휠체어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그녀에게는 이것도 상당한 모험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렇게 생각하며, 하야테는 손을 위로 뻗었다.
그 순간 휠체어의 손잡이를 붙잡고 몸을 지탱하고 있던 왼손이 미끄러지면서, 그녀의 몸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엇차."
떨어지는 하야테의 몸을, 엑스가 한손으로 받아냈다.
"아, 고맙데이~"
"보고 싶은 게 위에 있으면 꺼내달라고 하면 됐을텐데."
그렇게 말하며 엑스는 하야테가 원하던 책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계속 신세지면 미안하니께."
"그럴 필요없다니까, 정말로."
자신에게는 미안해할 필요도, 고마워할 필요도 없다.
자신에게 있어서는 하야테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니까.
엑스는 하야테의 뒤로 돌아가, 휠체어를 붙잡고 밀어주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30초 후였다.
엑스를 아는 사람과 마주친 것은.
"아, 엑스 씨!! 안녕하세요."
엑스를 향해 인사하는 소녀, 츠키무라 스즈카.
그리고 그녀의 뒤에서, 파린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응, 안녕. 잘 지내고 있어?"
"네. 그 뒤로는 이렇다할만한 일도 없었으니까요."
그녀는 모른다.
그때 그녀가 만났던 어떤 소년이 사실은 그 몇일 전에 그녀의 집을 습격했던 이레귤러 VAVA이고.
하고 많은 사람 중에 고르고 골라 하필 스즈카의 휴대폰으로 엑스를 불러냈다는 것을.
하지만 엑스는 그것을 말해줄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까. 나중에 기회를 봐서 인상착의를 알려주며 조심하라고 한마디만 전해주면 된다.
그때, 하야테가 엑스의 옷소매를 잡았다.
"… 엑스 군."
"아, 미안. 이쪽은 츠키무라 스즈카. 여러가지로 신세를 많이 졌어. 스즈카, 이쪽은 야가미 하야테. 내가 식객으로 있는 집의 주인이야."
스즈카와 하야테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곧 미소를 띄우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응, 여기서 자주 본 얼굴이네."
"사실은 나도. 나는 츠키무라 스즈카. 인사하게 되서 반가워."
"내는 야가미 하야테. 히라가나로 하야테. 이상한 이름이제."
"아니, 정말로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해. 이쪽은 파린 씨. 우리 집의 고용인이야."
"안녕하세요, 파린이라고 합니다~"
곧이어, 소녀 둘과 여성 한 사람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엑스는 그녀들만의 공간에서 벗어났다.
'… 뭐, 괜찮을까.'
하야테에게 친구가 생긴다는 건 좋은 일이고.
게다가 스즈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상냥하고, 친절한 소녀. 하야테의 친구가 되준다면 더할 나위없다.
'기회를 봐서 아리사나 나노하도 소개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스즈카들과 헤어지고 난 후.
엑스는 하야테의 휠체어를 밀며, 도서관의 밖으로 나왔다.
"이야기 즐거웠어?"
"응! 무지하게!"
동갑내기의 소녀와 친구가 되었다는 건, 역시 그녀에게도 즐거운 일이었던 것 같다.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엑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스즈카짱하고는 이래저래 잘 맞을것 같데이. 좋아하는 책이나 취미도 그렇고."
"그건 다행이네."
하야테가 소중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스즈카에게도 지금까지 신세를 진 것이 많이 있다.
그런 두 사람이 친구가 됐다면 자신에게도 기쁜 일이다.
"그래도 뭐, 제일 닮은 점이라 카믄…"
"응?"
하야테는 고개만을 뒤로 살짝 돌려,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걸었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 탓일까, 그녀의 얼굴이 붉어져있다.
"스즈카 짱도 내처럼, 엑스 군을 무지하게 좋아한다는 거."
"응. 나도 두 사람을 좋아해."
자신치고는 잘 대답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하야테는 자신을 바라보다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 내가 어른이 되도 이 모양이믄, 스즈카 짱만 아니라 내도 무지하게 고생하긋네…"
"어? 지금 뭐라고 했어?"
"아~아~니. 아무것도 아니데이."
어째서인진 모르겠지만, 하야테는 꽤나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대화를 나눌 무렵, 바깥의 주차장에서 시그넘과 샤멀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들을 발견한 하야테가 기쁜듯이 소리쳤다.
"시그넘, 샤멀! 기다리고 있었나?!"
시그넘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네 사람은 함께 귀가길에 나섰다.
"저녁밥으로 시그넘이랑 샤멀은 뭐 먹고 싶은 거 없나?"
"그렇군요… 주인 하야테의 요리라면 뭐든지 좋으니까 고민됩니다만."
"마켓에서 재료를 보고 결정하도록 할까요?"
"응, 그러자!"
하야테의 말을 시그넘이 받고 샤멀이 제안한다.
그리고 하야테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에 따라 엑스도 휠체어의 방향을 집에서 마켓 쪽으로 틀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그러고보니까… 비타는 오늘도 어디 나갔나?"
한순간.
하야테의 입에서 그 질문이 나왔을 때.
두 사람의 얼굴이 굳었던 것을 엑스는 놓치지 않았다.
"밖에서 놀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쟈피라가 같이 있으니까 걱정할 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시그넘의 대답에 하야테가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최근 밖에서 노는 빈도가 높아졌지만, 쟈피라가 같이 있다고 하면 문제없겠지.
그때 샤멀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조금 떨어져있다고 하더라도… 저희들은 언제나 하야테짱의 곁에 있답니다."
그녀다운 상냥함이 담긴 말.
그 뒤를 시그넘이 이었다.
"네. 그녀의 말대로입니다. 저희들은 언제나, 당신의 곁에서."
"… 응."
하야테는 쑥쓰러워하면서도, 고마움을 담아 대답했다.
샤멀의 말에도, 시그넘의 말에도 거짓은 없다.
거짓은… 없을 터다.
그런데도.
무엇일까, 이 불안감은.
엑스는 가슴 한쪽 구석이 저려오는 것을 느끼며, 조금 걸음을 빨리 했다.
<긴급 사태다.>
스톰 이글에게서 그런 무전이 온 것은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난 후 저녁이 지나갈 무렵이었다.
<무슨 일이야? 설마 VAVA나 시그마가…>
<아니, 이레귤러는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어쩌면 그 이상의 문제일지도 몰라. 저번에 봤던 마도사의 결계라는 물건이 나타났어.>
레플리로이드는 마법을 쓸 수 없다. 따라서 결계를 펼치는 일도 가능할 리 없다.
그렇다면 이 일은, '인간'이 관련된 일이라고 하는 것.
<어떡할거냐, 엑스. 이대로 지켜볼건가?>
<…… 글쎄.>
스톰 이글에게 재촉당하지 않아도, 엑스는 고민 중이었다.
이것이 인간들끼리의 문제로 일어난 것이라면 자신들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쥬얼 시드 사건 때는 부멜 쿠완거를 비롯한 이레귤러들이 섞여있었기 때문에 간섭했지만, 만약 프레시아가 이레귤러들과 손을 잡은 상태가 아니었더라면 자신들이 나설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도 몰랐겠지.
<… 잠깐만, 엑스. 지금 결계 안에서 뭔가가 고속으로 움직이고 있어.>
스톰 이글은 맹금류를 모티브로 한 레플리로이드. 그 모습처럼, 시력도 매우 뛰어나다.
물론 그의 시력으로도 결계 범위 밖에서 안의 모습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없어야할 공중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하늘을 날고 있는데, 방향은…… 빌어먹을.>
<이글?!>
스톰 이글이 욕설을 내뱉는 것이 들려왔다.
<나노하의 집이다. 직선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엑스의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제길!>
<잠깐만, 이글!! 어떻게 할 생각이야?!>
<뻔한 걸 뭘 물어! 아는 사이인데 당하게 둘 순 없잖아!! 난 먼저 들어가겠다!!>
그 말을 남긴 채 스톰 이글은 통신을 아웃시켰다.
엑스가 몇번이나 불렀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어때, 비타. 찾을 것 같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저번부터 가끔씩 나오는 묘하게 거대한 마력 반응… 그 녀석을 잡으면 한번에 20페이지 정돈 나올 것 같은데 말야."
시그넘이 그 '검은 녀석'에게 들었던 대로, 이 도시 한정으로 수색망을 펼쳤다.
그러자 정말로 '검은 녀석'의 말처럼 몇번인가 강력한 마력이 감지된 것이다.
비타와 쟈피라는 지금 그 자세한 위치를 찾고 있다.
"흩어져서 찾자. 어둠의 서는 맡겨두겠다."
"OK, 쟈피라. 너도 잘 찾으라고."
"걱정하지마."
쟈피라가 어디론가 날아가고, 비타는 그라프 아이젠을 들어올렸다.
"봉쇄 영역 전개."
『Gefangnis der Magie.』
비타의 말에 그라프 아이젠이 응답하고.
곧이어, 이 일대에 봉쇄 결계가 펼쳐진다.
이미 이곳은 원래의 우미나리 시와는 다른 공간.
결계가 펼쳐짐에 따라, 사람도 자동차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생겨난다.
─이것이, 스톰 이글이 본 '마도사 결계'의 정체다.
영역을 펼친 비타는 눈을 감고 집중하여, 탐색에 정신을 쏟았다.
그리고, 얼마나 흘렀을까.
원래라면 아무것도 없어야할 봉쇄 영역의 안에서.
─분홍색으로 밝게 빛나는 '빛'을 발견했다.
"사냥감, 발견! 가자, 그라프 아이젠."
『Jawohl.』
탐색을 멈추고, 비타는 비행을 시작한다.
붉은 빛의 마력이 흩어지며, 그녀의 속도를 높인다.
─목표는 물론, 방금 찾아낸 커다란 '빛'.
[… 엑스가 움직였다. 가자.]
마도사 결계가 펼쳐지고.
스톰 이글이 결계 내부로 진입하며.
그의 연락을 받은 엑스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들의 목적은, 적어도 저 결계 안에서의 일이 끝나는 동안 엑스를 접근시키지 않는 것.
그것뿐만이라면 가능하다.
시그마는 "쓰러트릴 수 있다면 쓰러트리도록"이라고 말해졌지만.
'쓰러트릴 수 있다면, 이라…'
비트는 반사적으로 주먹을 움켜쥔다.
죽음의 사자, 나이트메어 폴리스도 상당히 얕보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보여주는 것이 좋겠지. 자신들의 새로운 주인에게.
그가 부활시켜 부하로 삼은, 자신들의 힘을.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