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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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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후우…"


어딘가의 무인 세계.
이곳에서 비타는 지금 막 싸움을 끝낸 직후였다.
상대는 이 세계에 살고 있는 거대한 사막곤충형 괴수. 갖고 있는 마력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자체 전투력이 높아서 상대하기 싫은 상대였다.


어둠의 서는 마도사, 혹은 그 이외 마력을 가진 생물의 링커 코어를 수집하여 페이지 수를 늘리는 것으로 완성된다.
즉, 어둠의 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싸워서 쓰러트리고 링커 코어를 빼앗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물론 목숨을 빼앗으면 더욱 빨리 페이지 수를 늘릴 수 있지만, 그것만큼은 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본래라면 이런 괴수보다 마도사의 링커 코어를 수집하는 쪽이 이득이지만, 가급적 이쪽에서 먼저 부딪히고 싶진 않았다.
마도사보다 효율이 낮은 괴수를 사냥하면서, 페이지를 빨리 채운다. 그럴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가지, '사냥'의 횟수를 늘리는 것 뿐이다.


"하나도… 안 힘들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이끌면서도, 비타는 그녀의 디바이스─ 그라프 아이젠을 들고 움직였다.
어둠의 서의 침식은 나날이 진행되고 있다. 그것을 생각하면, 늑장부리고 있을 여유따윈 없는 것이다.


비타는 생각했다.
처음 하야테와 만났을 때는, "이번의 주인은 정말 괴상한 녀석이군"이라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아마, 다른 수호기사들도 그 정도 감상이었겠지.
그녀를 비롯한 수호기사들에게 있어서, '주인'이 어떤 사람인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어떤 인간이 주인이든, 자신들이 해야할 일은 그 주인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는 것. 그것 뿐이었으니까.
천년에 달하는 세월을 그렇게 보내왔기에, 이번에도 단순히 '주인을 모시기만 하는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의 주인, 야가미 하야테는.
지금까지의 주인들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지금까지의 주인들처럼, 강압적으로 명령하지도 않고.
지금까지의 주인들처럼, 도구로서 보는 것도 아닌.


'인간'으로서 바라봐주고, '가족'으로서 받아들여주었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가 지금까지 자라온 성장과정에 기인한 탓이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보여준 상냥함이 수호기사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되진 않는다.


주인 하야테와, 그 주인에 맞먹을만큼 상냥한 또 한 사람의 소년.
두 사람과의 생활은, 수호기사들을 뿌리부터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과 함께 있으면, 웃음도 화남도 즐거움도 슬픔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렇게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도대체 얼마나 오래 전의 일이었을까.


식사는 맛있고, 잠자리는 따뜻하고.
밤에 침대에 들어가고 나서도 아침이 올 때까지 계속해서 이야기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노닥거리거나, 이것저것 여러가지 일들도 해보거나.
지금까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생활이, 당연한 것처럼 이어졌다.


비타만이 아니다. 수호기사들 전원이 바라고 있었다.
지금의 이 생활이, 언제까지고 이어지길.
자신들이 느끼는 이 평화가, 깨어지지 않길.


"질 것… 같아…?!"


새로운 괴수들이 모습을 드러냄에 따라.
그라프 아이젠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런 상처들따윈 아프지도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가고 있는 하야테를 생각하면.


"웃기지, 마…!!"


비타도, 수호기사들도.
하야테를 잃고 싶지 않았다.


어떤 죄를 범한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입힐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해도.
설령 그 행복했던 생활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그럼에도, 살리고 싶었다.


그러니까.


"방해… ​하​지​마​아​아​아​아​아​아​아​!​!​"​


철퇴의 기사는 앞으로 나아간다.
모든 죄를 짊어지며, 오직 한 사람만을 구하기 위해서.

 

 

 


[그래. 그걸로 됐다.]


어차피 그녀도 그녀의 동료들도.
운명에 놀아나기 위해 존재하는 불쌍한 꼭두각시 인형들.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용당하고 있는, 가여운 인형들.


어둠의 서의 침식이 진행됨에 따라.
수호기사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제, '기타 등등'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터.


4명의 수호기사.
그들에게 지켜지는 야천의 왕.
그들을 막으려는 세력.
그들을 이용하려는 세력.


그리고, 그들 사이에 낀 유성의 용사.


[모든 것은, 사신의 욕망을 위해서.]

 

 

 


보이지 않는 사신의 실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춤을 춘다.
자신들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IRREGULAR HUNTER - X



38화


 

 

 


최근 들어서 모두의 행동이 이상해졌다. 엑스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언제나 하야테의 옆에 붙어있던 비타가 외출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그것만이라면 상관없을 것이다. 바깥에서 노는 취미를 들이는 건 나쁠 거 없으니까.


그러나 그보다 더욱 기이한 것은, 샤멀과 쟈피라의 행동.
쟈피라는 거의 언제나 하야테의 눈이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엑스 자신의 시야도 피하려는 듯이 사각에서만 움직이며─, 하야테를 지켜보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긴다면 2초 안에 달려올 수 있는 거리에서.
일을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지만, 지금 하는 걸로 봐선 더이상 일은 나가지 않는 것 같다.


샤멀의 경우도 거의 비슷하다. 아침에 나가는 것은 출근 시간과 같지만, 그 뒤로는 멀리 나가는 척하다가 돌아와서 쟈피라와 합류하여 하야테를 지켜본다. 그러다가 퇴근 시간이 되면 집에 돌아오는 '척'하면서 들어오고.


그리고 시그넘과 비타도. 비타의 경우 저녁 식사 전까진 어떻게 간신히 들어오지만, 시그넘의 경우엔 하야테가 잠든 다음에 들어오는 일도 간혹 있었다. 전에는 한번도 없었던 일인데.


물론 하야테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엑스도 이 저택에 설치해둔 장치들이 아니었다면 눈치채지 못했을지 모른다.


'…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도대체 무슨 일인걸까.
하야테와 자신에게 숨겨가면서까지 하려는 일이.
수호기사들이 엑스의 성격을 파악한 것처럼, 엑스 역시 기사들의 성격정도는 환영식 이후 일주일 안에 모조리 파악했다. 그 올곧은 성격들에 자신은 둘째치고 하야테에게까지 숨기려한다는 것은 심상치않은 일이다.


'하필 이럴 때…'


안그래도 VAVA와 시그마의 문제로 골치가 아픈데, 엎친데 덮쳤다.
이 이상 머리가 아플 일은 늘어나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짧게 고민한 끝에, 엑스는 수호기사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그들이 나갈 때 몰래 뒤따라간다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언제나 하야테의 옆에는 한 사람이 남아있다는 걸 생각하면 금새 들통날 것이다.


'… 괜찮겠지. 시그마도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고.'


움직이지도 않고 있는 적보다는, 걱정되는 가족들부터 어떻게 하자.

 

 

 


손에 쥐어진 파일들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에 첨부되어있는 영상 자료들까지도 빠트림없이.
하나같이, 경악을 감출 수 없는 것들 뿐이었다.


"… 한가지 묻고 싶지만."


그레이엄은 고개를 들어올려, 눈앞의 이들을 노려보았다.
소리소문도 없이 자신에게 찾아와, 지금 이 자료를 들이민 이들은 2명.


하나는 사람과 비슷한 체구였지만, 다른 하나는 그보다 3배는 커보였다.
그래. 지금 본 영상 자료 속의 거대한 강철 코끼리보다도 더욱 크다. 인간형임에도 불구하고.


[뭐지?]


작은쪽─이라곤 해도 그레이엄보단 크지만─이 대답했다.


"어째서 나에게 이런 자료를 넘겨준거지?"


이 자들이 이런 걸 주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이다.
지금 자신이 주시하고 있는 소녀의 곁에 있는 소년이, 터무니없는 조커라는 사실을.
끝까지 모르고 계획을 진행했더라면 그 소년에 의해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을 알려준 것일까.


[글쎄. 당신은 아무래도 좋지 않나? 어둠의 서를 영원히 봉인할수만 있다면.]


확실히 그 말대로다.
지금까지 수많은 세계를 멸망시키고, 수많은 생명들을 집어삼켜온 어둠의 서.
과거, 자신이 신뢰하던 동료들과 부관의 목숨까지 빼앗은 저주스러운 로스트 로기아.


그것을 영원히 봉인하기 위해서, 자신은 지금까지 일을 꾸며왔다.
어떤 오명을 뒤집어쓰고, 어떤 대가를 치루게 한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을 감수할 생각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존재에 대해서 알려준 것은 오히려 고마워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만.
노련한 제독인 그레이엄으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이 나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치, 잘 짜여진 연극에 끌어들여진 것 같은 위화감.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 우리들 역시 어둠의 서의 원한을 가진 자들… 당신의 계획이 성공하길 바랄 뿐이야. 게다가, 당신에게는 이제 뒤로 돌아갈 길이 없을텐데.]
"………… 그렇군. 분명 그렇지."


그레이엄은 그렇게 말하며, 자료를 담은 메모리 디스크를 움켜쥐었다.


[우리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당신이 예정대로 계획을 진행하는 것이다. 녀석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당신의 계획이 종반으로 접어드는 순간, 놈의 상대는 우리들이 한다.]
"… 당신들이 보여준 자료에 의하면 그 소년의 전투력은 어지간한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는데. 당신들에게 그런 힘이 있다는 건가?"


쥬얼 시드의 폭주체와 싸울 때의 영상에는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점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 5체의 ​전​투​기​인​─​그​레​이​엄​의​ 눈으로─들과 싸울 때의 영상.
시간의 정원에서 있었던, 거대 괴물과의 전투 영상.
그 이후에 있었던 용 형태의 전투기인과의 전투 영상.
바로 얼마 전에 있었다고 하는, 전신 화기형 전투기인과의 전투 영상.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싸우면 싸울수록 그는 점점 강해졌다.
(정확히는 회로가 회복되어가면서 원래의 힘을 되찾아가는 거지만)
백전연마의 그레이엄이 봐도, 엑스를 1 : 1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존재같은 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설령 관리국의 자랑이자 역사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전설의 3제독이 전성기 때 실력으로 협공한다고 해도 감당할 수 있을지 어떨지.


[과연. 그런 의문을 품는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군. 그러나 제독. 당신은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작은 쪽'의 말과 함께.
'큰 쪽'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직후 터져나온 것은, 무시무시하기까지 한 위압감.
그레이엄조차, 숨쉬는 것을 잊은 채 식은땀을 흘렸다.


[놈의 힘에 대해서는 당신보다 우리가 훨씬 더 잘 알아. 그러니 이쪽에 대해선 신경끄시지.]


그 말을 끝으로 '작은 쪽'이 몸을 돌린다.
'큰 쪽'은 그때까지도 그레이엄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작은 쪽'이 계속해서 걸어가자 그도 곧 몸을 돌려 뒤를 따라갔다.
이윽고, 크고 작은 두 기인들이 사라지자.


그제서야 그레이엄은 숨을 토해냈다.
이날 이때까지 관리국원으로서 살아온지 30년 이상.
지금까지 수많은 악인이나 괴수들을 상대해왔지만, 저만큼 싸울 생각도 없으면서 압도적인 살기를 뿜어내는 외도(外道)들은 본 적도 없다.


"아버님…!! 괜찮으세요?!"


의자에 앉아 심호흡을 하는 그레이엄을 보며, 그의 사역마인 고양이 자매─ 리제 로테와 리제 아리아가 다가와 부축했다.
본래 그녀들은 저 두 기인들이 나타나자마자 공격하려고 했지만, 그레이엄이 그것을 막고서 둘과 이야기를 나누는 쪽으로 갔기 때문에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아아, 신경쓰지 마라… 이 정도로 어떻게 되진 않으니까."
"그렇지만 아버님… 저 녀석들이 하는 말, 믿을 수 있을까요…?"


아리아가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레이엄 자신도 반신반의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 아니, 됐다. 우리들은 저 자들을 믿는 게 아니야. 어디까지나, 우리들의 계획대로 하는거다."


저 자들에게 어떤 생각이 있고 어떤 일을 꾸미고 있든지.
이미, 되돌아갈 길따윈 없다.


그레이엄에게도.
그리고 그 소녀… 야가미 하야테에게도.

 

 

 


[하지만 역시 제독은 제독이더군요. 저희들의 말을 받아들이면서도 저희들에 대해선 아직 신용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만.]
<아니, 지금은 그걸로 됐다. 아무리 너희가 그렇게 말했다고 해도, 이제부터 그 남자는 분명 엑스를 계산에 넣고 계획을 진행하기 시작할테지. 그 남자 정도의 능력이라면 엑스도 상당히 ​힘​들​어​질​걸​.>​


전투력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계획을 꾸며온 그 남자의 용의주도함. 그리고 계획을 짜내는 머리.
그것들이 발휘되면 발휘될수록, 엑스는 궁지에 몰리고 행동에 제약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시그마. 그 남자는 저희들에 대해서도 경계하기 시작할겁니다.]
<그렇겠지.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적극적인 행동은 못하겠지. 뭐니뭐니해도 그 남자에게는 인력이 딸리거든. 직접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이래봐야 자신의 사역마인 그 고양이 쌍둥이 정도. 방금전 너희들이 힘을 보였으니까 그 남자도 너희들과 싸우게 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느​꼈​을​거​다​.>​


리제 로테와 리제 아리아의 힘은 말할 것도 없이 상급이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S랭크의 마도사도 포획할 수 있다고 하니까.
그러나 마도사와의 싸움과 레플리로이드와의 싸움은 엄연히 종류가 다르다. 어느 쪽이 더 어렵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마도사와의 싸움에 익숙하다고 레플리로이드에게 꼭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여기의 두 사람.
도플러 타운의 관리가 「나이트메어 폴리스」의 2인.


작은 쪽은 고속전투형의 비트.
큰 쪽은 중량파워형의 바이트.


이 둘은, 각각이 로테와 아리아 이상의 전투력을 갖고 있다. 단순히 수치적으로 따지면 부멜 쿠완거들보다도 위다.
뭐니뭐니해도 그들은, Dr.도플러가 혼신의 힘을 쏟아 만들어낸 전투특화형 ​레​플​리​로​이​드​였​으​니​까​.​


[경계는 하되 직접 전투는 걸어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까.]
<그대로다. 너희들은 계획대로 움직이면 돼. 쓸데없는 생각은 할 필요없다.>
[알겠습니다. … 저희들의 모든 것은, 당신의 야망을 위해서.]


과거, Dr.도플러의 수하로서 도플러 타운을 지배했던 나이트메어 폴리스.
그들은 지금, '사신'의 충실한 전사로서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역시 괴수들을 사냥하는 것만으로는 페이지가 그렇게 빨리 모이지 않는군…"


쟈피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시그넘과 비타가 백방으로 노력하고, 샤멀과 그가 열심히 서포트를 해도 페이지 수집 속도는 그다지 올라가지 않았다. 원래부터 링커 코어를 지니고 있을 정도의 괴수들은 그만큼 강력하기도 하고, 그런 녀석들은 쓰러트리는데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노력만큼의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
아무리 링커 코어가 있어도 결국 괴수는 괴수. 그렇게 높은 마력은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인간 마도사는 효율이 좋다. 괴수 이상의 마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사냥하기에 용이한 편이니까.
물론 강력한 마도사일수록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들은 베르카의 기사.
그리고, 베르카의 기사에게 1 : 1에서 패배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역시 인간을 노리는 쪽이 낫겠지만…'

 


"자요. 목 마르죠?"

 


볼에 음료수캔이 닿는 서늘한 감촉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고맙─"


반사적으로 받아들였지만, 곧바로 쟈피라는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이 목소리는, 그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인물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천천히.
음료수를 받아들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엑스가 자신의 몫까지 음료수를 들고 생글생글 웃고 있다.


"…… 엑스."
"몇시간 째 서 있었잖아요. 이렇게."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음료수 캔을 따고 들이킨다.
그것을 보며, 쟈피라는 반사적으로 캔을 우그러뜨릴 뻔 했다. 하지만─


'… 이렇게 경계할 이유가 없군.'


자신은 무엇을 경계하고 있었던걸까.
자신들에게 있어서 세상에서 제일 경계할 필요가 없는 사람 둘 중 하나가 이 소년인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쟈피라는 자신도 음료수 캔을 따 마시기 시작한다.


잠시간의 침묵.
그리고 그 침묵은 쟈피라에 의해 깨졌다.


"… 언제부터 알았지?"
"3일 전쯤부터요."


자신들이 '사냥'을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이다.


"어떻게?"
"이런 일을 몇일이나 반복하고 있으면, 싫어도 알아차리게 되요."


감춘다고 애쓰긴 한 모양이지만.
그렇게 말하며 엑스는 캔을 뭉개고 거리의 쓰레기통을 향해 던져 골인시킨다.
쟈피라 역시 음료수를 전부 마신 후, 같은 흉내를 내어 쓰레기를 처리했다.


"… 무슨 일인가요?"


─한순간이지만, 갈등했다.
이대로 말해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자신들은 요 열흘동안 엑스를 속이고 있었다. 그 내내 죄책감도 느꼈고.
말해버리면, 그것도 사라지게 될테지. 그것은 상당히 강한 유혹이었다.


하지만 쟈피라는 마음 속으로 그 생각을 부정했다.
이 소년을 끌어들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첫 만남에서의 전투.
그리고 그 이후에 있었던 여러번의 대련.
이 소년은 자신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힘을 지니고 있으며, 그 바닥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런 힘을 가진 이 소년을 끌어들이면, 페이지 수집 작업도 한결 편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생각은, 쟈피라 자신을 포함한 볼켄리터 전원의 만장일치로 기각됐다.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며, 또한 단순하다.

 


─이 소년에게, 누군가를 공격하여 링커 코어를 강탈한다는 일이 가능할 리 없다는 이유다.

 


"… 말해주실 생각은 없나 보네요."
"…… 그래."


다시 이어진 엑스의 말에, 쟈피라는 간신히 그렇게 대답할 수 있었다.


가능하면 이대로 계속, 눈치채지 못해주길 바랬다.
손을 더럽히는 것은 자신들만으로 충분하니까.
하야테의 일로 슬퍼하는 것은 자신들뿐이면 되니까.


이 소년에게는, 그 모습 그대로인 채로 주인의 옆에 있어주길 바랬다.


'그것도 이젠 틀린 모양이지만.'


무언가가 있다.
그것을 확신한 이상, 이 소년은 분명 행동을 시작할 것이다.


과연, 이 소년은 모든 것을 알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이 용감하고, 총명하고, 강인하고, 다정하며, 긍지높은 소년은.


만약, 자신들이 하는 일이 알려지고.
하야테의 침식이 깊어진 원인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머리로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해도 이 소년은 수호기사들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 하야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만의 하나.
이 소년이 자신들에게 적의를 가지게 되고.
이 소년과 주인이, 자신들을 더이상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버린다면.


─지금까지 경애해온 주인.
─지금까지 존경해온 소년.


이 두 사람에게마저, 버림받게 된다면.


너무나도 두렵고 끔찍한 생각.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생각해버리게 된다.
이 두 사람이 그럴 리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


"… 하야테와 관련된 일인가요?"


순간적이지만 심장이 덜컹했다.
놀란 얼굴로 소년을 돌아보자, 소년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저도 바보는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여기까지 할 정도로 큰일이라면, 저로선 그 정도밖엔 생각할 수 없으니까."
"그건 아니군. 설령 주인 하야테가 아니라, 너와 관련된 일이라고 해도 우리들은 이 정도는 할 거다."
"그건 영광이네요. 마음만 받아둘게요."


… 진심이었는데. 쟈피라는 내심 투덜거렸다.
잠시 동안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교환하지 않은 채, 조금 전까지 쟈피라가 바라보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야가미 가(家)의 집.
그 정원에서, 하야테는 빨래를 널고 있었다.
이쪽에서는 저곳이 보이지만, 저곳에서는 이곳이 보이지 않는다. 구조물상의 문제로.


"한가지만이라도 알려주지 않겠어요?"
"…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엑스는 고개를 돌려 쟈피라의 눈을 들여다본다.
쟈피라는 피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지만, 피할 수 없었다.
이윽고, 엑스의 입이 열린다.

 


"왜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건가요?"

 


… 대답할 수 없다.
엑스는 '한가지만이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이 질문은, 쟈피라로서는 가장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이었다.


결국 쟈피라는 엑스로부터 고개를 돌려버렸다.
엑스는 잠시 동안 그런 쟈피라의 옆얼굴을 바라보다가, 역시 고개를 돌린다.


"조금… 쓸쓸하네요."


엑스가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허무감이 깃든, 쓸쓸한 웃음을.


"시그넘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비타도 갑자기 많이 나가기 시작했고, 샤멀 씨와 쟈피라 씨도 일을 그만둔 것 같고."
"……"
"모두가 무언가를 생각하고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아무 말도 없다는 건… 역시 좀 그렇네요."
"……"
"뭐, 여러분들이 그렇게까지 저를 신용할 수 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

 


"아니야!!"

 


엑스의 그 말에만은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용하지 않는다고?
엑스에게 가진 감정은, '신용'이라는 레벨이 아니다.
오히려, 주인 하야테를 제외하면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신뢰'하고 있다.


"그런 게… 아니야… 너를 신용하지 않는다던가,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고…!"
"……"


쟈피라의 침통함으로 가득한 외침에 잠시 놀란 얼굴을 하던 엑스는 말을 멈추었다.
이윽고, 하야테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옛날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


쟈피라가 돌아보건 말건, 엑스는 신경쓰지 않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에, 어떤 아이가 있었어요. 자신이 무엇때문에 태어났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몰랐던 아이가."


엑스의 눈은, 어딘가 먼 곳을 보는 것처럼 초점이 흐려졌다.
쟈피라는 귀를 기울여, 엑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이윽고 그 아이가 살던 곳에선 사람들을 괴롭히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지요. 아이는 누구보다도 믿을 수 있는 친구와 함께, 둘이서 싸워나갔어요."


어떤 전장이라도.
어떤 상대라도.
아무리 힘들고 괴롭고 슬프고 아픈 일을 겪어도.


두 사람은, 그 모든 시련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 친구는 모습을 감췄죠.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거든요."


원래부터 그에게는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다.
…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여러가지 사정들이.


"친구가 사라진 이후에도, 그 아이는 혼자서 계속해서 싸워나갔어요. 친구하고 약속했었거든요. 친구가 돌아올 때까지, 자신이 사람들을 지키겠다고."


그렇기에 싸웠다.
전신전령을 다해서, 사람을 지키고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지만… 친구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어요. 아주… 오랫동안."


그 오랜 시간동안, 싸움은 계속 이어졌었다.
사람들을 위협하는 이들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았고, 아이의 싸움도 계속되었다.
그것은 괴로움과 슬픔으로 가득한 싸움의 나날.


하지만.
무엇보다도 괴로웠던 것은.


"… 괴로웠던 건…?"


자신도 모르게, 쟈피라는 그렇게 질문해버렸다.


─그것에 대답하며, 소년이 지은 미소를.


─쟈피라는 아마도, 앞으로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슬프고 괴로웠던 건… 아무리 싸우고 부숴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되가는 자기 자신의 마음이었어요."

 


오한이 쟈피라의 몸을 감쌌다.
그렇지만 엑스는 다시 집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요. 그 아이의 싸움의 끝에도, 기적은 있었어요."
"…… 기적, 이라고…?"
"네. 기적. 정말로… 기적이라고밖엔 표현할 수 없는 일이었죠."


아이에게, '가족'이 생긴 일이다.
태어나서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것.
'친구'는 있었지만, '가족'은 없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대해야할지,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랐지만.
점차 아이는 그 가족들에 섞여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됐던 아이의 마음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옛날, 친구가 있었을 무렵처럼.
즐거울 땐 웃고, 슬플 땐 울고, 화날 땐 화내고.


스스로도 놀랄만큼, 아이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갔다.
바로, 새로운 장소에서 얻은 새로운 가족들 덕분에.


지금의 그 아이가 마음을 되찾게 된 것은 모두, 새로운 가족들 덕분.


그렇기에 아이는, 가족들에게 너무나도 고맙고 고마웠다.

 

 

 


"그래서 그 아이는 이렇게 결심했답니다."


엑스는 얼굴에서 표정을 지우고, 쟈피라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설령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떤 괴로운 일이 닥치게 된다고 해도… 이 가족들은, 여전히 자신의 가족이라고."

 


"……!!"


그 말을 끝으로.
엑스의 '옛날 이야기'는 끝을 맺었다.
엑스는 쟈피라의 반응을 보지도 않은 채, 몸을 돌렸다.


"그럼 전 먼저 들어가볼게요. 언젠가는, 지금의 일에 대해서 꼭 듣고 싶네요."

 

 

 


얼마 지나지 않아, 엑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순간 쟈피라의 주먹이, 옆의 벽을 두들겼다.


"… 바보같군."


바보같을 정도로 사람좋은 녀석이라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호인일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의 이야기.
엑스 자신은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쟈피라는 알 수 있었다. 티가 많이 나기도 했고.


지금 그 이야기는 분명───


"누가 누구한테 고마워 한다는거냐…"


고마워해야할 것은 자신들인데.
속이고 있는 것을 사과해야하는 건 자신들인데.


어째서, 저 녀석은 저렇게까지.


어떻게 저렇게 한결같이, 다른 사람을 위할 수 있는 건가.

 


결국, 쟈피라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수십분 후의 일이었다.

 

 

 


<좋은 이야기를 하는데. 과연 너 답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자신은, 이런 '좋은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옛날 이야기에는 좋은 결말만 기다리고 있는게 아니지. 그걸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될 것 같군.>

 

 

 

 

'사신'은 소리없이 미소를 짓는다.
끝없는 악의를 담아, '용사'를 향해서.

 

 

 

 

───to be continue

 

NAME : 비트(BIT)
원판 명은 바쥬리라 BB. Dr.도플러 직속의 「나이트메어 폴리스」. 속공형 레플리로이드로 도플러의 명을 받아 엑스를 처치하러 온다. 링을 던져 엑스를 묶고 광검으로 돌격하거나 유도탄을 쏘는 패턴을 갖고 있다.
 

NAME : 바이트(BYTE)
원판 명은 만드레라 FF. Dr.도플러 직속의 「나이트메어 폴리스」. 파워형 레플리로이드. 돌진하여 벽을 쳐서 공격하거나 주먹을 휘둘러 엑스를 천장으로 날려버리는 등 주로 근접공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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