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모든 것이 끝나버린다… 이런 슬픔이 몇번이나 반복될 것인가… 주인이여. 당신의 소원을 이루겠습니다."
'어둠의 서'의 발 밑에, 흑빛의 마법진이 생겨난다.
"사랑스런 수호자들을 상처입힌 자들을… 지금, 파괴하겠습니다."
『Gefangnis der Magie.』
그녀의 앞에 펼쳐진 책이 빛을 발하고, 그녀를 중심으로 거대한 결계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과거, 수호기사들이 사용했던 봉인 결계. 하지만 규모도 위력도 그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슬레이프니르. 날개를 펼쳐라."
그녀의 조용한 말과 함께, 그녀의 등 뒤에 있던 검은 날개들이 한층 커지며 펼쳐졌다.
날개가 몇번 움직이고, 그녀의 몸이 공중에 떠올라 그녀가 파괴해야할 '적'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그녀는 주인의 의지에 따라, 모든 것을 파괴하는 존재.
자신은 '어둠의 서'.
자신의 모든 힘은 주인의 뜻 그대로.
─이렇게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만나뒀으면 좋았을텐데.
IRREGULAR HUNTER - X
45화
시공관리국의 어떤 방.
무장국원들이 지키고 있는 이곳에서, 크로노는 한 노인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롯테와 아리아를 포함한 채로.
"아리아와 롯테의 행동은 당신의 지시였군요, 그레이엄 제독."
그레이엄이 말을 하기도 전에 그의 뒤에 서있던 롯테와 아리아가 말했다.
"아니야, 크로노!"
"이건 우리들의 독단이야. 아버님은 관계없어."
사실은 두 사람도 알고 있다.
자신들이 뭐라고 하든, 설령 그레이엄이 정말로 결백하다고 한들 같이 말려들어가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을.
그렇기에 하다못해, 그의 명예만이라도 지키려고 했다.
─그러나 그레이엄은 그런 두 사람에게 고개를 저었다.
"롯테, 아리아. 그만 됐다. 크로노는 이미 다 알고 여기까지 온 거야. 그렇지 않나?"
크로노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 11년 전 어둠의 서 사건 이후. 제독님께서는 독자적으로 어둠의 서의 전생 위치를 찾고 계셨지요. 그리고… 관리국보다 먼저 찾아냈습니다. '어둠의 서'와, 현재의 주인인 야가미 하야테를."
하지만 완성 전에 어둠의 서와 그 주인을 제압해도 의미는 없다.
왜냐하면 어둠의 서에 있는 전생 기능으로 인해, 주인을 붙잡고 어둠의 서를 파괴해도 금새 다른 세계로 날아가버리니까.
그렇기에 그는 지금까지 지켜봐오면서 어둠의 서의 완성을 기다렸다.
"발견하신 거군요. 어둠의 서를 영구 봉인하는 방법을."
얼마 전에 봤을 때만 해도, 그레이엄은 나이가 어울리지 않는 패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한순간에 늙어버린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외형은 변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그에게서는 어떤 위엄이나 압박감도 느낄 수 없었다.
─이번 일은 하야테나 그 관련인들만이 아니라, 그에게서도 기력을 빼앗아갔던 것이다.
"… 양친을 잃고 불편한 몸을 가진 그 아이를 보고 마음은 아팠지만… 이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했네. 고독한 아이라면 그만큼 그 아이가 없어져도 슬퍼하는 사람은 적어지지."
하야테의 사진을 보며, 그레이엄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크로노가 한장의 사진을 내려놓았다.
롯테와 아리아가 그 일가족을 관찰하면서 찍은, 모두가 찍혀져있는 사진.
그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즐겁고 행복해보였다.
"그 애 아버지의 친구라고 하며 생활의 원조를 하신 것도 제독님이군요."
"영원한 잠에 들게 하기 전까지만이라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네. … 위선이지만."
그 아이에게 행복한 가족과 생활을 주었다. 최후에는 모두 빼앗을 생각이면서.
그것은 하야테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훨씬 더 지독한 일이 아니었을까.
결국 자신은, 그녀에게 원조를 하면서 죄책감을 덜려고 했던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 봉인 방법은 어둠의 서를 주인과 함께 봉인시켜 차원의 틈새나 빙결 세계에 가둔다. 그런 거군요?"
"그래. 그러면 어둠의 서의 전생 기능은 작동하지 않지."
"지금까지의 주인들도, 아르캉시엘로 증발시켰어! 그거랑 다를 거 없잖아!"
"크로노.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우리들을 풀어줘. 동결시킬 수 있는 건 폭주가 시작된 순간의 몇분 뿐이야!"
그 시점에서는 아직 어둠의 서의 주인은 영구 동결을 당할만한 범죄자가 아니다. 결국 위법.
그리고 무엇보다도, 법이나 양심의 문제 이전에 그레이엄의 계획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동결하는 것은 어려워도 그 해제는 그리 어렵지 않다. 녹여버리기만 하면 되니까.
어디에 숨겨도, 아무리 지켜도 언젠가는 반드시 누군가가 손에 넣어 쓰려고 할 것이다.
자신은 알고 있다. 옛 추억을 되찾기 위해, 과거를 되찾기 위해 실존하는지 어떤지조차 의심스러운 세계를 목표로 하여, 차원세계를 말려들게 할 뻔했던 한 사람의 여성… 아니, 한 사람의 '어머니'를.
설령 그레이엄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누군가는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그 힘을 원하는 자가 있는 한은.
그렇게 말하고, 크로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장이 걱정되기에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럼…"
"… 아리아. 듀렌달을 그에게."
떠나려는 크로노를 바라보며, 그레이엄은 아리아에게 말했다.
듀렌달. 그것은 자신들이 어둠의 서를 봉인하기 위해 현 시점에서의 최신 기술과 기능을 쏟아부어 만든 비장의 카드.
그런 것을 넘겨주라는 말에, 아리아와 롯테가 놀란 얼굴을 했다.
"우리에게 이젠 기회가 없어. 갖고 있어봐야 도움이 안되지."
그레이엄은 대기 형태를 하고 있는 듀렌달을 크로노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어떻게 쓸지는 자네에게 맡기도록 하겠네. 빙결의 지팡이, 듀렌달이다."
"……"
크로노는 손을 들어올려, 그것을 받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말해둘 게 있네. 하야테 군과 함께 살고 있던 그 소년과 관련된 일이네만."
그레이엄은 그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간결하게 요점만을 정리하여 이야기했다.
─그, '검은 남자'에 대한 것도.
"그 남자가 뭘 노리고 있는진 몰라. 하지만 그걸 위해서 그 소년이 방해가 된 것이라는 것만은 확실해. 그래서 우리를 이용해 그를 공격하게 했고, 그 틈을 타 그를 지워버린거지. 그리고…"
"… 엑스가 없어진 지금, 그 남자가 행동할지도 모른다는 거군요."
그레이엄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조심하게."
엑스는 일어나서 노멀 아머를 걸친 후, 밖으로 나온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니, 행동은 했다. 일어나자마자 리미티드와 융합한 스톰 이글을 보고 곧바로 버스터를 겨누었지만, 스톰 이글 자신과 리미티드의 이야기─융합하게 된 경위─를 듣고 나서 잠시 생각한 끝에 몸을 돌려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그대로 이동을 개시했고, 스톰 이글은 그 뒤를 따라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엑스의 몸은 만전.
리미티드가 기생하고 있는 동안 완전 휴면 상태로 들어갔기에, 신체의 모든 부상과 밸런스 회로까지 완전히 회복된 상태다.
[… 엑스.]
"……."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 대강은 짐작하고 있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자신이 잠들어있는 동안 몇일이 지나버렸고, 지금은 크리스마스 이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얼마나 벌어졌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렇게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가고 있는 중이고.
여기까지 들은 스톰 이글도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자신도 시그마에게 당한 이후부터는 비몽사몽간에 운좋게도 엑스를 찾아온 것이었으니까,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그렇기에, '얼마 전까지의 상황'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을 이야기했다.
'어둠의 서'에 관한 것.
그것이 완성되면, 세계가 멸망한다는 것.
그럼에도 볼켄리터들이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페이지를 수집했다는 것.
그 과정에서, 자신들과 만나 충돌했다는 것.
특히 샤멀이 스톰 이글의 마력을 부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엑스의 눈이 아주 잠깐 커졌었다.
【조금】【좋을까.】
엑스에게는 들리지 않게, 리미티드가 스톰 이글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 무슨 일이야.]
【네가】【말한】【그 4명.】【내가 알기론】【저 「몸체」와】【같이 살고】【있는 걸로 보였는데.】
한순간 스톰 이글의 움직임이 굳었었다.
… 이 자식,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정말】【이야.】【저 「몸체」】【안에 있을 때】【몇번 봤어.】
그 말을 듣고 스톰 이글은 자신을 따라오는 엑스를 돌아보았다.
… 헬멧은 물론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었기에, 표정은 알 수 없었다.
[… 엑스.]
"…… 모르겠어."
스톰 이글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던 엑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녀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는 들었고, 그게 잘못된 일이라는 것도 알아. 붙잡아서 심판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도. 하지만…"
엑스는 자신의 가슴에 왼손을 가져갔다.
인간으로 치자면 심장이 있어야할 부분.
물론 그곳에서 심장박동이 느껴진다던가 할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에게는 '심장'이라는 기관이 없으니까.
그럼에도.
자신의 가슴 속은.
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웠다.
"… 지금은, 그냥 다시 만나고 싶은 것 뿐이야. 생각은 그 다음에 할래."
[… 그런가.]
그것도 괜찮을지 모른다.
엑스가 지금 보이고 있는 반응, 그리고 리미티드로부터 들은 '그들이 잠들어있을 때의 엑스를 대하는 태도'. 그것을 종합해보면, 엑스와 그들은 서로에게 있어 소중한 존재였음이 틀림없다.
─스톰 이글로서도 지금 엑스의 심정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그에게도 한때 '소중한 존재'라고 하는 것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내버려두도록 하자.
엑스가 스스로 결론을 내릴 때까지.
─그 순간, 눈앞에 '검은 장막'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 지금 그건?!]
"… 결계 공간."
그렇다면 현장은 이 근처에서 가까울 터.
두 사람은 주변을 두리번 거려, 이 결계 공간의 중심부를 찾았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향해서, 아래 쪽에서부터 무수한 광탄들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STORM」
엑스는 스톰 아머로 교체한 후, 자신의 주변에 폭풍을 일으켜 광탄들을 튕겨냈다.
스톰 이글은 자신의 날개를 접어 방패처럼 사용했고, 리미티드에 의해 강화된 날개는 광탄들을 상처 하나 없이 튕겨냈다.
두 레플리로이드가 각자의 방식으로 공격을 막아내고, 곧 광탄들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거대한 사족 보행의 괴물.
인간형의 상반신과, 괴수형의 하반신을 가진.
초대형의 레플리로이드.
스톰 이글은 몰랐지만, 엑스는 그것을 알아보고 신음을 흘렸다.
"…… 설마 저 녀석이…"
[너 저걸 아는거냐?]
"예전에 조금."
Dr.도플러를 쓰러트리기 위해 도플러 타운으로 들어간 자신을 가로막았던 최후의 장벽.
고속전투형의 비트와, 파워전투형의 바이트가 합체한, 나이트메어 폴리스 최강의 전투형태.
"고드카머신 O 이네이리."
[강한가?]
"상당히 성가셔. 무엇보다, 시그마가 나를 막으라고 부활시킨 레플리로이드 둘이 합체한 형태니까."
【죽】【이】【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스톰 이글은 물론, 바로 옆에 있던 엑스조차 얼굴을 찌푸릴만큼 큰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스톰 이글의 왼쪽 가슴에서 얼굴을 드러낸 리미티드가 소리친 탓이다.
【죽이자】【부수자】【없애자!!】
[… 저기 말야.]
【시그마가】【부활시킨】【거라며!!】【그럼 저걸】【부수면】【시그마를】【엿먹이는 게】【되는 거잖아!!】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운건지.
한숨을 쉬면서도 스톰 이글은 말했다.
[넌 잘 모르겠지만, 저 놈은 시그마가 우릴 막으라고 보낸 걸거야. 저놈을 상대한다는 건 시그마의 계획에 걸리는 거라고.]
【그렇】【겠지.】【내가】【그 정도】【생각도】【못할까봐.】
생각하고 있었던가.
리미티드의 말에 조금 놀랐다.
【아무 생각도 안하고】【죽이자는 게】【아냐.】【너랑 나】【둘이서 저 놈을】【부수고】【「몸체」가 가면】【돼.】【시그마도 엿먹이고】【계획은 계획대로】【물거품으로】【만들어주고.】【일석이조.】【그럼】【되잖아?】
분명히 말해두지만, 자신은 리미티드에게 이런 말을 가르친 적이 없다. 도대체 어디서 배운걸까.
… 그러나, 이런 것을 생각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확실하다.
[… 이런 이야기다. 엑스, 넌 이 앞으로 가도록 해.]
"…… 괜찮겠어? 아무리 리미티드로 강화됐다고 해도 저 녀석은…"
고드카머신의 힘을 직접 체험해본 엑스로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스톰 이글은 과거에 차일 펭귄 리미티드를 쓰러트린 적이 있다. 그 전투력에서 다시 리미티드로 강화됐다면 엑스 자신도 경시하지 못할 정도로 강해졌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녀석도 의욕만만이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걱정하지마. 두번 다시 꼴사나운 모습은 안보일테니까.]
"… 알았어. 그럼 부탁할게."
엑스는 날개를 펼치고 결계의 중심 부분─ 지금 막 섬광이 터진 곳으로 향했다.
고드카머신이 엑스를 향해 손을 들어올리지만, 그 앞을 스톰 이글이 가로막았다.
[네 상대는 이 쪽이다!!]
「스톰 토네이도」
다섯개로 늘어난 포구가 장착된 오른팔을 겨누고, 그대로 토네이도를 발사한다.
그 순간 각각의 포구에서 발사된 다섯개의 토네이도가 뒤얽혀, 그대로 고드카머신에게 부딪혔다.
[■■■■■■■■■■■■■■■!!]
이미 시그마에 의해 이성이 파괴되었지만, 고통은 느낄 수 있다. 다섯개의 회오리는 고드카머신의 동체를 직격했고, 바이트보다도 배는 커다란 거체가 뒤로 날려가 건물과 부딪혔다.
마치, 하이에스트 윈드를 보는 듯한 파괴력.
지금 것은 단순히 보통의 스톰 토네이도를 쓰는 방식대로 쓴 것 뿐인데도 이런 위력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누구보다도 놀란 것은 다름아닌 스톰 이글 자신이었다.
[…… 끝내주는데. 예전하곤 비교도 안돼.]
【내가】【붙어있으니】【당연한거지.】
[하지만, 전에 쿠완거들이 리미티드를 썼을 땐 이 정도까진─]
【그딴】【복제랑】【같이 취급】【하면】【암만】【파트너라도】【화낼거다.】【진심으로.】
… 언제 파트너가 됐다는 거냐.
그렇게 말할 뻔했지만, 굳이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확실히, 지금의 기분은 나쁘지 않았으니까.
[좋아, 가자 리미티드!!]
【오오!!】
레플로이드와 리미티드.
서로가 서로의 의사를 존중하며 교환하는 '공존'의 방식을 택한.
본래라면 존재할 리 없었을 최초의 콤비는 합체머신을 향해 돌진했다.
흑빛의 어둠과 금빛의 섬광이 충돌했다.
페이트는 바르디슈를 하켄폼으로 전환하여 '어둠의 서'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었고, 그녀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얼핏 보기엔 대등해보일지도 모르지만, '어둠의 서'는 현재 한손에는 책을 쥔 채 나머지 한 손으로만 페이트를 상대하고 있었으며, 그나마도 페이트는 열세에 몰리고 있었다.
하지만 페이트를 공격하는 그 빈틈을 노려 유노가 녹빛의 쇠사슬로 발을 붙잡고, 알프가 주황빛의 링 바인드로 팔을 붙잡았다.
"… 부숴라."
『Breaker.』
겨우 붙잡는데 성공했지만, 그녀가 단 한마디의 말을 내뱉고 책이 빛을 발하자, 그 바인드들은 산산히 부서져 흩어졌다.
─그러나, 이것으로 시간은 벌었다.
『Plasma Smasher.』
"파이어!!"
『Divene Buster Extension.』
"슛!!"
거리를 벌려 '어둠의 서'의 양 옆에 선 나노하와 페이트가 그녀를 향해 포격을 개시했다.
중견의 마도사들조차도 사용하기 어려운 위력을 담은 금빛과 분홍빛의 마력포가, '어둠의 서'의 좌우 양 옆에서 날아왔다.
그것을 보면서도, 그녀는 표정조차 흐트러트리지 않고 한마디를 내뱉을 뿐이었다.
"방패."
『Panzer Shild.』
책을 허공에 띄우고 양 옆으로 팔을 펼치자, 흑빛의 마법 방패들이 나타나 나노하와 페이트의 포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그녀는 단순히 공격을 막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미 반격까지 시작했던 것이다.
─완벽한 오해였지만, 그녀의 주인이 소중히 여기던 볼켄리터들을 상처입힌 이 두 소녀를 '파괴'하기 위해서.
"칼로서 피로 물들여라. 빼앗아라, 블러디 대거."
포격을 막고 있던 린포스에게서 무수한 핏빛의 단검들이 나타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것들은 양옆으로 갈라져, 나노하와 페이트를 향해 부딪혔다.
나노하와 페이트가 있는 장소에서 폭발이 일어남과 동시에, 포격도 멈춘다.
간발의 차이로 그 공격을 막아낸 후, 나노하와 페이트는 연기를 뚫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그런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절망의 섬광」.
'어둠의 서'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고, 그 손의 앞에는 커다란 분홍빛의 마법진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 앞에 분홍빛의 구체가 생겨나고, '별빛'과도 같이 마력을 흡수하며 점점 커져갔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설마… 저건…?"
"별이여, 모여라. 모든 것을 꿰뚫는 빛이 되어라."
나노하가 가진 최강, 최대, 최고의 포격.
스타라이트 브레이커.
그것을 지금, '어둠의 서'가 사용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을 깨닫자마자 알프는 유노를, 페이트는 나노하를 붙잡은 채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속도로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날았다.
"꿰뚫어라, 섬광."
"저 녀석, 나노하의 마법을 쓰다니!!"
"나노하는 한번 수집당했어… 그때 복사당한거야!"
가까이에서 맞았다가는 방어하더라도 당한다. 회피 거리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스타라이트 브레이커의 위력을 체험해본 페이트는 그렇게 판단하고, 나노하를 붙잡은 채 더욱더 속도를 높였다.
그 순간.
『Sir. there are noncombatants on the left 300 yards.』
(왼쪽 300야드에, 일반 시민들이 있습니다.)
바르디슈의 말에, 한기를 느꼈다.
"아리사 짱! 역시 아무도 없어!"
"아, 정말!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사람들은 없어지고 주위는 어두워지고 뭔가 빛나고 있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결계가 펼쳐질 당시 바깥으로 배제되지 않고 휘말려버린 스즈카와 아리사는 현재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뭔가가 번쩍하더니 사람들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자신들 뿐. 게다가 저 멀리 하늘에서는 분홍빛의 구체가 빛나며 점점 커지고 있었다.
아리사는 생각다못해 스즈카의 손을 붙잡고 몸을 돌렸다.
"일단 도망치자. 가능한 한 멀리."
불길한 예감이 사라지질 않았다.
아름다운 빛이었지만, 저것을 보고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두려워졌다.
"저기, 실례합니다! 위험하니까 그대로 있어주세요!"
두 사람의 귀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게다가 이 목소리는, 아는 목소리다.
스즈카와 아리사가 몸을 돌리자, 그곳에는─
"… 나노하?"
"… 페이트 짱?"
아리사와 스즈카는 물론이고, 나노하와 페이트도 잠시 동안 멍해졌다.
설마 이런 곳에서 친구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스타라이트 브레이커."
'어둠의 서'의 말과 함께.
멸망을 부르는 별빛이 발사된다.
『Wide area Protection.』
나노하와 페이트가 펼친 장벽에, 스타라이트 브레이커가 부딪혔다.
'이, 압력은…!!'
이렇게도 거리가 벌어져있는데, 엄청난 파괴력.
나노하가 사용할 때의 스타라이트 브레이커보다도 강하다.
두 사람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자신들만이 아니다.
반드시 지켜야할 친구들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장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BLAST FULL CHARGE」
「STORM FULL CHARGE」
"「그레이티스트 허리케인」!!"
푸른빛과 뒤섞인 거대한 녹색의 회오리가 스타라이트 브레이커의 옆에서 부딪혔다.
'큭…!!'
강하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스톰의 풀 차지에, 블래스트의 풀 차지까지 더한 최대급의 폭풍으로 측면에서 부딪혔음에도, 스타라이트 브레이커는 사라지지도 막히지도 않았다.
─그러나, 방향은 틀어졌다.
용의 몸과도 같이 거대한 빛의 기둥이, 아주 약간 각도가 틀어졌고.
곧, 하늘을 향해 뻗어져나갔다.
스타라이트 브레이커가 사라지고.
눈을 감고 있던 아리사와 스즈카가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들의 앞에 서있는 나노하와 페이트를.
─지금 막 하늘에서 날개를 접고 내려온 엑스를 바라보았다.
"지금 곧 안전한 데로 옮길테니까, 잠시만 더 기다려줘."
"저기… 나노하 짱, 페이트 짱…! 엑스 씨도…!"
"잠깐만, 기다려!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너희들, 또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그렇게…!!"
그렇게, 무서운 것과 싸우고 있었던 건가.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아리사와 스즈카의 몸이 흰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뒤늦게 조치를 취한 에이미가 두 사람을 전투 지역에서 떨어진 곳으로 옮긴 것이다. 어둠의 서가 펼친 결계를 깨트릴 수는 없었기에 여전히 위험했지만, 지금 유노와 알프가 그곳으로 가고 있다.
이것으로 간신히, 숨을 돌릴 틈이 생겼다.
"엑스 씨…! 와주셨군요!"
"… 상황은?"
"아, 네. 지금 '어둠의 서'가 깨어났고, 하야테 짱이 그 안에─"
<나노하 짱, 페이트 짱! 크로노의 전언이야! '어둠의 서'의 주인… 야가미 하야테에게 투항과 철수를 요청하래!>
에이미의 통신을 듣고 엑스가 움찔했지만, 그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다.
나노하와 페이트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곧 염화를 보내기 시작했다.
<하야테 짱, 그리고 '어둠의 서' 씨! 그만둬주세요! 기사들을 다치게 한 건 저희가 아니에요!>
<기사들… 시그넘들과 저희들은…!>
하지만.
'어둠의 서'는.
'그녀'는, 냉정하게 잘랐다.
"나의 주인은… 이 세상이… 자신이 사랑하는 자들을 빼앗은 이 세상이 악몽이었기를 바랬다. 나는 그저 그걸 이룰 뿐."
한번 더, 엑스가 움찔했다.
그것을 알지 못한 채, '그녀'는 마저 말을 이었다.
"주인에게는 평온한 꿈 속에서… 영원한 잠을. 그리고… 사랑하는 기사들을 빼앗은 자들에게는, 영원한 어둠을."
손을 뻗는다.
그 순간 '그녀'의 발 밑에, 또다시 마법진이 생겨났다.
"'어둠의 서' 씨!!"
나노하의 외침을 들은 '그녀'는, 한순간 얼굴이 일그러졌었다.
아주 약간, 슬픔이 당겨있는 듯한 표정.
"… 너도 나를 그 이름으로 부르는건가."
나노하가 그 말 뜻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바닥을 뚫고 수많은 괴수들이 모습을 드러내 촉수를 뻗어 나노하와 페이트를 묶었다.
"… 그래도 상관없어."
자신은 그저, 주인의 바램을 이룰 뿐.
─하나가, 부족하다.
묶여있는 것은 나노하와 페이트 뿐.
조금 전까지 그녀들의 뒤에 있던 엑스는 보이지 않았다.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머리 위에서 권격(拳擊)이 떨어졌다.
'그녀'가 손을 들어 마법진을 펼쳐 그것을 막는 사이 촉수들이 느슨해졌고, 그 틈을 타 나노하와 페이트가 탈출한다.
그 주먹의 주인은 말할 것도 없이, 블래스트로 속도를 높여 '그녀'의 위로 올라갔다 떨어져내린 엑스다.
"… 당신은…"
"…… 그만둬."
엑스의 목소리는 결코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힘이 담겨있었다.
"그런가. 깨어난건가. 다행이군."
"그만두라고 했어, 「야천」…!!"
"… 그 이름으로 불린 것도, 얼마만인지."
'그녀'가 손을 움켜쥐는 것과 동시에, 마법진이 빛과 함께 폭발했다.
그렇게 마법진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 반동으로 엑스도 뒤로 튕겨졌다.
그런 엑스의 머리 위에서, 거대한 지네형의 괴수가 공격해들어오지만 엑스는 단 일권(一拳)으로 그것을 막아내, 떨어지던 것보다 더한 기세로 튕겨냈다.
"이게 하야테가 바라는 거라고 말하는 건가… 이런 파괴를, 하야테가?!"
엑스의 목소리에는, 말할 수 없을만큼 많은 감정들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잇듯이, 나노하와 페이트가 필사적으로 말을 걸었다.
"소원을 이룰 뿐이라니… 그런다고 하야테 짱은 정말로 기뻐하는 거야?! 마음을 닫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주인의 소원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만 존재해도, 당신은 그걸로 좋은거야?!"
"… 나는 마도서. 그저 도구일 뿐이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붉은 눈동자에서는, 차가운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떠한 표정의 변화도 없었지만, 눈물만은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하지만 말할 수 있잖아! 마음이 있잖아! 그렇지 않다면 이상해! 정말 마음이 없다면, 운다던가 할 수 없다고!"
"이 눈물은 주인의 눈물. 나는 도구다. 슬픔따윈 없다."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 '그녀'를 보며, 페이트는 이를 악물었다.
"배리어 자켓 퍼지!"
『Sonic form.』
페이트의 배리어 자켓이 사라지며, 필요최저한의 옷만이 걸쳐진다.
시그넘과의 마지막 싸움에서도 사용했던, 속도만을 중시한 최종 형태.
"슬픔이 없다니… 그런 말을, 그런 슬픈 얼굴로 말해도 누가 믿을 것 같아?!"
"당신에게도 마음은 있어! 슬프다고 해도 괜찮아! 당신의 마스터는, 하야테 짱은… 반드시 그 말에 대답해줄 상냥한 아이라고!"
"그러니까 하야테 짱을 풀어주고 무장을 해제해! 부탁이야!"
두 소녀의 필사적인 호소가 이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에겐 전달되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시가 흔들리며, 바닥이 갈라지고 불길이 치솟아오른다.
진동이 점차 심해지고, 나노하와 페이트가 그쪽을 바라보았다.
"빠르군. 벌써 붕괴가 시작되었나… 나는 곧 의식을 잃는다. 그러면 곧바로 폭주가 시작되겠지. 의식이 있는 동안… 주인의 의지를 이루고 싶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나노하와 페이트의 주변에, 핏빛의 단검들이 생겨났다.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라."
─그 사격을, 페이트는 모두 피해가며 나노하를 구해냈다.
"이 고집불통…!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
페이트는 블러디 대거를 피했던 속도 그대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페이트를 보며, 들어올린 손의 앞에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페이트의 바르디슈가, 마법진에 부딪힌다.
바르디슈는 마법진을 뚫지 못하고 튕겨나왔지만, 놀랄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페이트의 몸이, 금색의 입자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페이트 짱!"
"너도 나의 안에서, 잠들도록 해."
『Absorption.』
완전히 금색 빛으로 바뀐 페이트는, 책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모든 것은 평온한 잠 속으로."
「FIGHT」
그녀의 바로 앞에 생성된 마법진에, 오른발이 떨어진다.
마법진과 부딪힌 발뒤꿈치는 스파크를 일으키다가 튕겨졌다.
"…… 어째서 방해를 하는거지? 당신은… 누구보다도 나의 '주인'을 위했을텐데."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녀'는 아무런 높낮이가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 여기까지 오는 동안… 계속해서 생각했어. 그리고… 이제서야 결론이 났지."
스톰 이글에게 이야기의 전말을 듣는 순간부터.
지금 '그녀'의 앞에 서있는 이 순간까지.
정말로, 머리가 깨질 정도로 아프게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나는… 하야테가, 그녀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죄를 지어도… 미워할 수 없어. 미워할 수 있을 리가 없어."
그것이, 엑스가 내린 결론.
자신들을 배신했던 스톰 이글과 웹 스파이더를 미워하지 않았던 것처럼.
수만명의 목숨을 빼앗은 마그마 드래곤을 미워할 수 없었던 것처럼.
결국 자신은, 그녀들을 증오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걸로 됐다. 조용히 멸망을 기다리면─"
"하지만, 이것과 그것은 다른 문제야."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엑스가 머리를 들어올렸다.
파이트 아머로 바뀌면서 헬멧과 마스크가 사라지고 헤드기어만 남았기에, 지금의 엑스는 얼굴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슬픔으로 가득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나는… 「이레귤러 헌터」. 누가 무슨 이유가 됐든 사람을… 세계를 희생시키려고 한다면… 그걸 막지 않으면 안돼."
"… 이 세계의 멸망이, 나의 주인의 바램이라고 해도 말인가."
고개를 끄덕였다.
……
고개를, 끄덕였다.
울면서, 긍정했다.
본래라면, 보다 빨리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페이트가 흡수당하기 전에.
일이 이 지경까지 오기 전에.
수호기사들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때 이미, 이렇게 결론을 내렸어야 했다.
"그러니까, 싸우겠어!! 당신이 상대라고 해도!!"
「BLAST FULL CHARGE」
「FIGHT FULL CHARGE」
「승룡권 : EX」
이 형태로 가능한, 최강의 일격으로.
엑스는 '그녀'의 정면을 향해 달려들었다.
"…… 그렇군."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부수어버릴 듯한 기세로 날아오는 엑스를 보며, '그녀'는 조용히 장벽을 펼쳤다.
곧 '그녀'의 장벽과 엑스의 주먹이 충돌하고, 끊임없이 빛과 스파크를 뿜어냈다.
─견디지 못한 장벽이 금이 가고 있는데도.
─'그녀'는, 엑스를 똑바로 직시하고 있었다.
"당신은, 언제나 그랬다… 언제까지라도 올곧고, 어디까지라도 상냥한… 타인을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접을 수 있는 사람이었지."
그렇기 때문에, 하야테는 그에게 마음을 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볼켄리터들은 그에게 마음을 열었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장벽이 깨지고.
엑스의 주먹이,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는.
그 주먹을 피해내고, 두 팔을 뻗어 엑스를 끌어안았다.
"!!"
주먹이 크게 빗나가고, 자세를 추스를 틈도 없이 붙잡혔다.
그리고.
─이번에는, 엑스의 몸이 푸른 빛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무슨 경위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에게는 존재하지 않아야할 '마력'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런 것도 가능하지."
"무슨 짓을…!!"
"당신도 잠들도록 해. 내 안에서, 당신이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당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만나도록 해."
나노하가 어떻게 반응할 틈도 없이.
엑스가 어떻게 움직일 틈도 없이.
엑스가 어떻게 움직일 틈도 없이.
『Absorption.』
─푸른 유성의 용사는, '어둠의 서'안으로 끌려들어갔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