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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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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톰 토네이도 MAXIMUM BLAST “HIGHEST WIND”」

리미티드의 힘에 의해, 몇배로 강화된 폭풍이 몰아친다.
그것도 한줄기가 아니라, 다섯개가 동시에.

​[​■​■​■​■​■​■​■​■​■​■​■​■​!​!​]​

자신을 향해 뭉쳐져 날아오는 회오리를 보며 고드카머신이 광검을 내리쳤다.
광검에 의해 베여진 회오리는 2개 뿐, 나머지 세개는 방향을 틀어피하더니 그대로 고드카머신의 가슴에 집중되었고, 3방향에서 압력을 받고 있는 고드카머신의 가슴 장갑이 점차 파괴되어갔다.

고드카머신은 그 네개의 다리로, 날려가려고 하는 거구의 몸을 지탱하려고 한다.
하이에스트 윈드의 파괴력조차도 버텨내며, 이 거대한 나이트메어 폴리스는 지면에 발을 붙이고 있었다. 계속 뒤로 밀려나고는 있었지만, 공중에 뜨거나 날려가진 않았다.
그리고 하이에스트 윈드가 소멸될 때까지, 네 발의 발톱으로 지면을 붙잡고 버텼다.
회오리에 밀려나던 그 자세에서 제대로된 전투태세를 취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1초 미만.

─스톰 이글도 리미티드도, 그틈을 놓치지 않았다.

「스톰 크래시」

오른팔을 앞으로 내뻗어, 회오리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회오리로 자신의 몸을 감싼 채, 돌진하여 고드카머신의 가슴에 부딪혔다.
하이에스트 윈드로 인해 부서져버린 장갑. 그 틈새로 스톰 이글의 몸이 부딪혔다.
고드카머신이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회오리를 붙잡았다. 그러나 그렇게 붙잡는 순간 손마저도 회오리에 휘말려 파괴되고, 팔꿈치까지 날아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톰 이글은 고드카머신의 가슴을 관통하고 등으로 튀어나오며 지상에 착지했다.

​[​■​■​■​■​■​■​■​■​■​■​■​■​!​!​]​
【이 자식 아직도 움직이는데.】

리미티드가 말할 것도 없이, 스톰 이글은 이미 다음 행동에 들어가있었다.
오른팔의 포구를 들어올리고 가슴이 관통당하고도 움직이는 고드카머신을 향해 겨눈다.

[잘 가라, 나이트메어 폴리스. 이번엔 절대로 돌아오지마.]

「스톰 토네이도」

다섯 줄기의 회오리가 관통된 가슴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며, 고드카머신의 몸을 내부부터 갈기갈기 찢어나갔다.
 
 
 

[…… 내 힘이지만 소름끼치는군.]
【엄밀히는】【내 힘이지.】

리미티드의 목소리에서 상당히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기색이 느껴진다.
한순간 태클을 걸어주고 싶은 마음이 피어올랐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확실히 이건 자랑스러워해도 될 정도의 힘이니까. 예전의 스톰 이글이었더라면, 고드카머신은 커녕 합체하기 전의 비트나 바이트에게도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시​그​마​】​【​잡​으​러​ 가자.】
'… 시그마가 거기에 있는지 어떤지도 모른다는 이야긴 안하는게 나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스톰 이글은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IRREGULAR HUNTER - X


46화


 
 
 

페이트와 엑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남아있는 것은 오직 '그녀' 뿐.

"… 에이미 씨?! 이건─"
<확인했어! 페이트 짱의 바이탈은 건재! 엑스 군 쪽은 잘 알 수 없지만, 둘 다 현재는 '어둠의 서'의 내부에 갇혀있을 뿐이야. 지금 구할 방법을 알아볼게!>

나노하는 '그녀'를 경계하면서 에이미와 연락을 취했고, '그녀'는 그것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나의 주인도, 그 아이도, 그도. 영원히 깨지 않을 잠 속에서 끝없는 꿈을 꾼다. 생과 사… 그 사이의 꿈. 그것은 영원하다."

지금까지 '어둠의 서'를 손에 넣었던 역대의 주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그녀'에게 받아들여진 세 사람 역시, 영원히 깨지 않을 꿈속에서 살게 된다.

어떠한 멸망도, 어떠한 끝도 맞이하지 않은 채, 영원히.
'그녀'에게 있어서는, 그것만이 자신의 주인에게 선사할 수 있는 ​'​구​원​'​이​었​으​니​까​.​

─하지만.

"… 영원이라는 건… 없어."

눈앞의 소녀는, 눈앞의 하얀 마도사는 그것을 부정했다.

영원한 꿈.
영원한 잠.
그런 것은 모두 단순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따윈 없다.

지금 '그녀'가 하고 있는 것은 그냥 '도피'일 뿐이다.

"모두 변해가… 변해가지 않으면 안돼! 나도, 당신도!"

조금 전까진 '그녀'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던 나노하가 소리치며 레이징하트를 들어올렸다.
지금의 소녀에게 남아있는 것은 오직 친구들을 구하겠다는 '결의'. 이미 공포는 어디에도 없었다.
 
 
 

"… 군."
"……."
"─스 군."
"……."

"엑! 스! 구우운!!"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눈을 뜨기 직전에 하야테가 숨을 크게 들이쉬는 장면을 보자마자 청각을 차단시켜버린 판단은 실로 옳은 것이었다.
어쨌거나 지나치게 소리를 지른 하야테는 콜록콜록 거리다가 침대 위에서 내려갔고, 엑스는 차단시켰던 청각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 케, 콜록… 치사하네, 또 귀 막았제?!"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그야 빨리 안일어나니까. 다들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하야테는 몸을 일으켰고, 문쪽을 향해 걸어갔다.
……
……
… 지금 잠깐 노이즈가 꼈던 것 같은데.

"엑스 군, 빨리 온나. 다들 기다리고 있다니까."
"아, 응."

침대에서 일어나 하야테를 따라 걸었다.
가는 길에 화장실에 들러 가볍게 세면과 세수를 끝내고 밑으로 내려가니, 이미 시그넘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있는 중이었다.

"… 너, 늦어. 뭐하다 이제 온 거야."

조금 전의 하야테 못지 않게 볼을 부풀린 얼굴로 비타가 그렇게 말했다.

"신경쓰지 말아요, 엑스 군. 비타 짱도 방금 앉았는걸요."
"즉, 자기가 늦었다는 걸 티내지 않기 위해 화내는 척하고 있는거지만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 보면 코미디지."
"거기, 시끄러!"

샤멀과 식탁 밑의 쟈피라가 한마디씩하자 비타가 소리쳤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엑스조차도.

"뭐, 무리도 아니지. 어제는 대규모 소탕 작전이 막 끝난 직후였으니까."
"…… 에?"

시그넘의 말에, 엑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대규모 소탕 작전?

"무슨 반응이 그런 거냐. 네가 이야기해준 거잖아. 덕분에 앞으로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너도 기뻐했을텐데."

희미하게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 생각났다. 확실히 어제는 일주일간에 걸친 이레귤러 소탕 작전이 종료된 날이었다. 시그마와 엑스가 정면에서 돌입했고, 부멜 쿠완거와 VAVA가 뒤쪽에서 기습, 여기에 다른 부대에서 지원을 나온 스톰 이글과 마그마 드래곤이 양 옆에서 공격하여 수백체에 달하던 이레귤러들을 일시에 소탕했었다.
엄밀히 따지면 이레귤러라고 하기보단 바이러스에 걸려 난동을 부리던 ​'​기​계​장​치​'​들​─​자​동​차​라​거​나​ 로봇 ​암​이​라​거​나​─​이​었​지​만​.​ 애초에 레플리로이드도 아니었고.
그리고 그 일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서는 하야테들에게 그것을 보고했고, 그대로 침대 위에 쓰러져 잠들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축하파티도 겸했다는 거 아이겠나."

하야테가 가슴을 펴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 과연. 어쩐지 식탁이 꽉 차 있었던 건 그런 연유였던가.

"그런 이유다. 덕분에 주인 하야테만이 아니라 우리까지 거들어야했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시그넘에게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느껴졌지만, 그보다 먼저 물어봐야할 게 있다.

"… 시그넘 씨. '우리까지 거들었다'니, 혹시나 해서 묻는거지만…"
"걱정마라. 샤멀은 칼로 야채만 다듬었다. 다른 거엔 손 못대게 했어."

아, 그럼 안심☆
그렇게 생각하고 자리에 앉은 엑스였지만, 지금의 대화는 샤멀도 고스란히 듣고 있었다.

"잠깐만, 시그넘?! 그럼 나한테 야채 자르는 것만 맡겼던 건?!"
"… 그걸 굳이 내 입으로 말해야 하는건가, 샤멀."
"너무해?!"

그 일련의 교환을 지켜보면서.
엑스는 자신이 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역시, 즐겁다. 이렇게 웃어보는 것도 얼마나 오랜만인지.

'… 오랜만?'
"엑스 군? 뭐하노?"

하야테가 그렇게 말을 걸어오자, 엑스는 곧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조금 전 무엇을 생각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잘 먹을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페이트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아무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신과 같은 침대에 누워있는 알프와 또다른 소녀를 발견했다.

자신과, 놀랍도록 닮은 소녀.
아니, '닮은' 정도가 아니라─ '똑같다'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소녀에게서 눈을 떼, 다른 곳을 돌아본다.

밤 하늘의 별들을 그린듯한 그림이 그려진 천장.
밝은 색조의 벽과 중세의 방을 옮겨놓은 듯한 장식물.
이곳은 어디일까. 그렇게 생각하던 중에 문쪽에서 똑똑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페이트, 알프, 아리시아. 아침이에요."

지금의 목소리.
분명히 페이트도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옆에 있던 소녀가 일어나고, 페이트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잘 잤어? 페이트."

그리고 이어서 문이 열리며, 한 소녀가 걸어들어왔다.
─페이트의 스승이자 언니와도 같은 존재.
프레시아의 사역마, 리니스.

"모두들 잘 잤어요?"
"네~"

아직까지 잠에 취한 목소리로 아리시아가 대답했다.
반면 알프는 아예 아직 이불 밑에서 나오지도 않고 있었다.

"졸려…"
"두 사람 모두, 밤 늦게까지 안잤던거죠?"
"조금 뿐이야, 조금 뿐."
"정말, 항상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페이트를 좀 본받았으면 좋겠네요. 특히 아리시아는 언니니까."

리니스의 웃음섞인 말에 아리시아가 볼을 부풀렸다.
그리고 페이트는 창문으로 다가가 커텐을 걷는 리니스를 향해 말했다.

"… 저기… 리니스?"
"네? 왜 그러세요, 페이트?"

틀림없이, 그녀의 기억에 있는 리니스였다.
아직까지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페이트는 아리시아를 돌아보았다.

"아리, 시아…?"

하지만.
아리시아도 알프도, 오히려 페이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엇을 궁금해하고 있느냐는 것처럼.

"방금 했던 말 취소! 오늘 아침에는 페이트도 잠이 덜 깬 것 같네요."

리니스의 말에, 아리시아도 알프도 웃음을 터트렸다.
페이트는 아직까지 무엇이 무엇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 다들 옷 갈아입으세요. 아침 식사 준비 다 됐으니까. 프레시아는 벌써 기다리고 있다구요?"

리니스의 이 말이.
페이트의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다.

"…… 어머니?"
 
 
 

─분홍빛과 흑빛이 또다시 교차했다.
'그녀'의 왼주먹이 나노하의 방패를 후려쳐 깨트리고, 이어서 오른주먹이 휘둘러졌다.

『Schwarze Wirkung.』

'책'의 영창과 함께, 그녀의 오른주먹이 칠흑의 빛에 감싸였다.
그것을 나노하는 레이징하트를 들어올려 막아내지만, 그것 채로 밀려나 바다 속으로 추락했다.

이것으로 끝인걸까.

하지만 바다 속으로 빠진 나노하는 곧바로 다시 상승해 올라왔다.
숨을 몰아쉬고 힘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럼에도 큰 부상은 보이지 않았다.
나노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아스라에 통신을 걸었다.

<린디 씨, 에이미 씨! 전투 장소를 바다 쪽으로 옮겼어요! 도시의 화재 ​부​탁​드​릴​게​요​!>​
<걱정하지 마렴. 지금 재해 담당 국원이 가고 있어.>

그렇다면 걱정할 것 없을 것이다.
나노하는 심호흡을 하여 숨을 가다듬고,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어둠의 서 씨는 고집쟁이지만 어떻게든 말은 통할 것 같아요. 조금만 더 하게 해주세요!>
<…… 무리하지 말라는 말은 해도 듣지 않겠지?>

린디의 말도, 지금만큼은 한귀로 듣고 흘려야 했다.
다 써버린 카트리지 탄창을 떼어내고, 새 탄창을 갈아끼웠다.

남은 탄창은 앞으로 3통. 카트리지 18발.
과연 이것을 다 쓰기 전에, 스타라이트 브레이커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I have a method.』

그때, 레이징하트가 의견을 제시해왔다.

『Call me ​'​E​x​c​e​l​l​i​o​n​ mode'.』

─하지만, 그것은.
에이미로부터 절대 사용해선 안된다고 경고받은 것.

"안돼! 그건 본체를 보강할 때까지 쓰면 안된대! 내가 컨트롤에 실패하면, 레이징 하트가 망가져버린다고!"

『Call me.』

나노하는 반박했지만, 레이징하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불굴의 마음, 그 이름 그대로.
나노하를 위해서, 그녀의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
이 디바이스는 지금까지, 몇번이고 자신의 위험을 감수해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Call me. My master.』

다시 한번 레이징하트가 나노하를 불렀다.
나노하는 그런 디바이스를 바라보며, 갈등하고 있었다.

"너도 이제 잠들어라."

'그녀'는 그런 나노하를 향해 선고했다.

"… 언젠가는 잠들거야. 하지만 그건 지금이 아니야."

그리고 나노하는 '그녀'를 향해 그렇게 대답했다.

지금은 쓰러질 때도 아니고.
잠들어야할 때도 아니며.
물러날 때는 더더욱 아니다.

"나는, 모두를 구할거야! 하야테 짱도 페이트 짱도 엑스 씨도, 그리고 당신도!"

누군가가 들었다면, 코웃음을 쳤을지도 모를 이야기.
모두를 구한다는 것따윈, 철없는 아이의 공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 이 소녀.
타카마치 나노하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얀 소녀는 결심을 굳히고, 외쳤다.

"레이징하트, 엑셀리온 모드! 드라이브!"

분홍빛에 휩싸인 레이징하트가 그 모습을 바꾸었다.
보다 길어지고, 보다 단단해지며, 보다 '창'과 같은 형태로.

반복되는 슬픔도.
나쁜 악몽도.

그 어떤 것도 분명, 끝낼 수 있다.

소녀는 그 신념을 담아, 창을 들어올렸다.
그녀는 그것을 위해서 이곳에 서 있는 것이었으니까.
 
 
 

눈앞에 커다란 모니터가 펼쳐져있었다.
아르카디아에서는 이미 70년도 전에 단종된 모델.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이라면 박물관에 있거나 지나친 수리와 보강으로 엉망이 되었어야 정상이지만, 신기하게도 지금 엑스의 앞에 있는 모니터는 대단히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나온지 얼마 안된 신품같은 느낌으로.

'…… 70년 전?'

스스로 생각하고도 엑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바보같은 생각을. 이 모니터는 바로 어제 나온 물건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을 리가 없지 않은가.

'정신차려야지.'

잠시 심호흡을 하고, 생각을 정리했다.
자신은 엑스. 이레귤러 헌터다. 이곳은 헌터 베이스. 제 17부대 소속의 기지다. 그리고 지금은, Dr.케인에 의한 브리핑 중이고.

"… 엑스. 어디가 아프기라도 한거냐? 그렇다면 억지로 참석할 필요는─"
"아니오. 아무것도 아니에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바로 옆에 앉아 방금 귓속말을 걸어온 이 남자가 엑스의 직속 상관인 「시그마」다.
Dr.케인이 만들어낸 최강의 레플리로이드인 동시에 이레귤러 헌터의 18개 부대에서 가장 뛰어난 헌터들만 모아놓은 정예 중의 정예인 제 17부대의 대장. 그런만큼 Dr.케인의 신임도 높고, 부하들에게서도 존경받으며 그 자신도 정의감으로 불타는 훌륭한 전사다.

"네가 착실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무리는 하지 마라."
"네."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해서 브리핑을 받았다.
Dr.케인이 설명하고 있는 이번의 임무는 언제나 그랬듯이 이레귤러의 파괴다.
최근 들어서는 이레귤러의 출현 빈도 자체가 급속도로 떨어졌고, Dr.케인의 목표였던 '인간과 레플리로이드의 공존'도 점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단계였다. … 이건 엑스의 꿈이기도 했지만.

그리고 이것은 소탕 작전이 있었던 후 처음으로 나온 이레귤러 사건이다.
폐쇄된 북부 연구소에 이레귤러가 나타났다는 것이며, 이레귤러 헌터에 파견 요청이 와있는 상태다.

엑스가 손을 들었다.

"그, 이레귤러에 대한 정보는 있습니까?"
"유감이지만 아직 들어온 게 없단다. 모습도, 능력도. 하지만 그 연구소에는 아직까지 위험한 폐기물들이 남아있어서 경비 로봇들을 배치해뒀는데… 경보 장치가 울리기도 전에 전부 침묵됐더구나. 어지간한 레플리로이드라도 어려운 일인데."

그렇다면 역시 이것은 자신이 가지 않으면 안되는 일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아, 그럼 그쪽으론 제가 가도록 하겠습니다.]

엑스의 맞은 편에 앉아있던 레플리로이드 카르마가 몸을 일으켜 말했다.

"음, 좋네. 그럼 연구소는 자네에게 맡기도록 하지. 그럼 오늘의 회의는 이것으로 끝내도록 하자."

Dr.케인이 그 말을 남기고 퇴실.
시그마를 비롯한 다른 대장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르마… 이 일은…"

엑스는 주저하면서도 카르마에게 말을 걸었다.
원래는 자신이 해야하는 일인데도, 왜 그가 자진해서 맡은 것인가.
그런 의미가 담긴 말에, 카르마는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신경쓰지마, 신경쓰지마. 우리쪽 부대는 소탕 작전에 참가안해서 힘이 남아도니까. 게다가 넌 어제까지 작전에 참가하느라 집에도 못들어갔잖아?]
"… 응."
[그러니까, 가족들 곁에 있어주라고. 연구소 일은 나한테 맡겨둬.]

그렇게 말하며, 카르마는 가슴을 두들겼다.

─가족들의 곁에, 있어줄 수 있다.

그것에 안도하면서도 엑스는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고마워. 그리고, 조심해."
[신경쓰지 말라니까. 소탕 작전도 끝났는데 이제와서 대단한 녀석이 남아있을 리 없잖아?]

카르마는 엑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렇게 말했다.
 
 
 

고풍스러움으로 가득한 식당.
그곳에, 한 사람의 여성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어머니, 좋은 아침~!"
"좋은 아침, 프레시아~!"

아리시아가 달려가며 그렇게 말했고, 여성 또한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아리시아, 알프. 좋은 아침."

프레시아 테스타롯사.
과거 '대마도사'라고 일컬어졌으며, 아리시아의 어머니이자─ 페이트의 어머니.
그녀를 향해 걸어오며, 리니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었다.

"프레시아, 오늘은 곤란하네요. 폭풍이 불거나 눈이 올지도 모르겠어요."

프레시아는 리니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사이에, 리니스는 기둥 뒤에 숨어있는 페이트를 불러냈다.

"페이트? 자, 어서. 그런 데서 장난치지 말고."

생각을 끝마친 프레시아도, 고개를 들어올려 페이트에게 말을 걸었다.
─더할 나위없는 상냥함을 담아서.

"페이트? 왜 그러니? 혹시 무서운 꿈이라도 꿨니?"

상냥한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밤새 무슨 꿈을 꾼건지, 지금이 꿈이나 환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페이트, 공부 너무 지나치게 했다던가? 요즘에 무리하는 것 같았기도 하고."

리니스도 아리시아도, 진심으로 걱정을 담아 페이트에게 말을 걸어왔다.
적어도, 페이트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페이트, 이리 오렴."

프레시아의 부름에, 페이트는 쭈뼛거리면서도 한발 한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프레시아가 손을 들어올렸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지만─

─페이트의 얼굴은, 프레시아의 체온에 따뜻하게 감사였다.

"……?!"
"정말로 무서운 꿈을 꾼 것 같구나… 하지만 이젠 괜찮단다. 엄마도 리니스도 아리시아도, 모두 네 곁에 있으니까."
"우, 프레시아! 나도!"
"그래, 그래. 알프도."

어머니.
그녀의 따뜻하고도 따뜻한 손.
그것이, 페이트의 불안감을 녹여주고 있었다.

"뭐, 아침 다 먹을 때쯤이면 악몽에서도 깨겠죠."
"그럼 다들 자리에 앉아 식사하도록 하렴."
"네에~!"

식사시간이 된다.
페이트도 얼떨결에 자리에 앉았고, 다른 사람들이 식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따뜻하고, 맛있는 식사.
─떠들썩한 아리시아와 알프.
─그것을 뒷정리하고 있는 리니스.

─그것을 지켜보며, 따뜻하게 미소를 짓는 프레시아.

'… 아니야. 이건…'

페이트의 눈이 프레시아를 향했다.

'어머니는… 나한테 이렇게 웃어준 적이… 한번도 없었어…'

페이트의 눈이 아리시아와 리니스를 향했다.

'아리시아는 이제 없어… 리니스도… 이렇게 함께 살 수 있을 리 없어…'

하지만.
하지만 이것은.

'이건, 꿈이야… 그렇지만…'

어느 사이엔가 식사가 끝나고, 네 사람은 모두 함께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모두 함께 마을로 갈까?"
"아, 좋네요 그거~"
"페이트에겐 새 신발을 사주지 않으면 안되니까."
"에, 페이트만? 치사해~!"
"마도 시험 만점받은 상이에요. 아리시아도 열심히 해주세요."
"그렇다고~"
"… 우우."

프레시아와 리니스와 알프에게 몰리고, 아리시아는 페이트의 곁으로 다가갔다.

"페이트, 다음 시험까지 보충 수업 부탁해도 될까?"
"으, 응…"

간신히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트렸다.
프레시아도 리니스도 아리시아도 알프도, 페이트의 곁에 모여 그녀를 걱정해주었다.

결국,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비록, 꿈이라는 걸 알아도.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어도.

─이것은, 그녀가 그토록 바라고 원했던 시간이었다.

이, 가족들이 모인 따뜻하기 그지없는 시간.
몇번이고, 몇번이고 꿈꾸던 시간.
 
 
 

'졸려…'

야가미 하야테는 감겨오는 눈을 억지로 뜨고 있었다.
희미하게 보이는 시야 속에, 한 사람의 여인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아름다운.

하지만, 너무나도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여인이.
 

"그대로 주무십시오. 나의 주인이여. 당신의 소원은 전부 제가 이루겠습니다. 눈을 감고, 마음 편히 꿈을 꾸십시오."
 

자꾸만 눈이 감겨왔다.
몸도 마음도 편안해서 부유감에 휩싸이며, 지금 당장이라도 생각하는 걸 그만두고 잠들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몰려왔다.
하야테는 그 유혹에 따라, 천천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 나는… 뭘 바란 걸까…?'

생각만 했을 뿐인데도.
하야테의 의문에 대한 대답이 돌아왔다.
방금 전 그 여인의 목소리다.

"꿈을 꾸는 것. 슬픈 현실은 모두 꿈이 됩니다. 평온한 잠을."

'… 그런, 거야…?'

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눈꺼풀이 무거워져서, 희미하게나마 보이던 시야마저도 어두워졌다.

그럼에도.
하야테는 생각하는 것을 계속했다.

'내… 진짜… 소망… 내가… 바라던 행복은…'
 
 
 

"카르마의 부대를 전멸시켰다는 이레귤러는 어디에 있나."
"시, 시그마 대장!!"

카르마 부대의 생존자들은 연락을 받고 찾아온 시그마를 보며 간신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장인 카르마는 파괴당했고, 이 두 레플리로이드 이외의 부대원들은 전멸. 간신히 연구소의 입구를 폐쇄하여 그 이레귤러가 나오지 못하게 막은 상태다.

그 직후 본부에 지원을 요청하긴 했지만, 설마 시그마가 직접 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한 최강의 레플리로이드이자 최고의 이레귤러 헌터.
그가 온 이상, 어떤 이레귤러라고 해도 상대가 될 리 없다.

"네, 네! 지금 녀석은 저 연구소 안에 갇혀있는 상태입니다!"
"으음, 수고했다. 이 다음은 내가 맡도록 하겠다. 너희들은 여기서 대기해라."
"대, 대장님이 직접 말씀이십니까?!"

같이 돌입할 생각으로 장비를 챙기고 있던 두 레플리로이드가 놀라며 소리쳤다.
그런 둘을 보며, 시그마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 이상 너희들의 희생을 늘릴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나 혼자 들어가겠다."

시그마는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이윽고 손을 뻗어 폐쇄된 문을 열고, 불도 켜지지 않은 내부로 들어갔다.
보고를 받은 이레귤러를 찾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렸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 이레귤러는, 시그마의 바로 앞에 있었으니까.

"너냐, 내 부하들을 파괴했다는 이레귤러가."

몸을 돌리고 있던 이레귤러는 천천히 뒤로 돌며, 시그마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시그마는 그 이레귤러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한가지만 묻지. '너'는 누구냐."
 

이레귤러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답하건 하지 않건 신경쓰지 않고, 시그마는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이 세계는 '그녀'가 '그'의 기억을 읽어 재구성한 세계. 따라서 '그'에게 있어서 이상적인 세계로 만들어져있다. 인간과 레플리로이드가 공존하고, 이레귤러가 존재하지 않고, 옛 동료들이 정상적인 상태로 존재하며, 야가미 하야테와 볼켄리터들까지 '그'의 가족으로서 존재하는 세계."

"……"

"그러나 너의 존재는 예정에 없다. 원래라면 이 '이상의 세계'에 존재하지 않아야할 이레귤러인 너는 도대체 누구냐."

여전히, 이레귤러에게서 대답은 없었다.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키던 시그마는 인상을 굳혔다.

"아무래도 입을 열 생각은 없는 것 같군."

이레귤러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대답하지 않겠다면 좋다. 어차피 없애버려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니. 이 '이상의 세계'는 '그'를 위해 준비한 것. 너같은 이물이 끼어들 장소가 아니다. 사라져라!!"

시그마는 그렇게 소리치며 이레귤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면서.

'붉은 이레귤러'는,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엑셀리온의 형태로 했지만, 그럼에도 나노하가 열세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몇번이고 부딪히고 몇번이고 찌르고 몇번이고 막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힘은 나노하보다 훨씬 우위에 있었다.

"한 패턴의 공격, 그런 게 통할 것 같았나."
"… 통할거야…! 레이징하트가 힘을 주고 있어! 목숨과 마음을 걸고 대답해주고 있어!!"

레이징하트가 카트리지를 로드한다.
한발, 두발.
그와 함께, 레이징하트의 양날에서부터 날개가 펼쳐진다.

"울고 있는 애는, 구해주라고!!"

레이징하트를 뻗고, 발밑에 마법진을 만든다.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외쳤다.

"엑셀 차저, 스트라이크 프레임!"
『Open.』

레이징하트의 창날, 그 사이에서부터 분홍빛의 광검이 생겨나 한층 더 뻗어나왔다.
그것을 '그녀'에게 겨눈 채, 나노하는 굳게 이를 악물었다.

"엑셀리온 버스터 A.C.S!! 드라이브!!"

레이징하트의 양날에서 펼쳐진 여섯장의 날개.
그것이 무시무시한 속도와 돌파력을 낳아,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방어막을 펼쳐 레이징하트를 막아냈다.

"닿아줘!"

아주 조금.
방어벽이 뚫리고, 광검이 방어벽 안으로 들어갔다.

"브레이크!!"

레이징하트가, 탄창에 남아있는 카트리지를 모두 로드해 그 힘을 한번에 폭발시켰다.
그것을 보며, '그녀'가 처음으로 '놀라움'의 감정을 얼굴에 띄웠다.

"슛!!"

돌파된 방어벽의 한점.
그곳을 향해 일점집중시킨 엑셀리온 버스터가 '그녀'를 덮쳤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나노하는 그 반동으로 만신창이가 된 채 밀려났다.

'거의 제로 거리… 배리어를 뚫고서 엑셀리온 버스터 직격… 이걸로도 안된다면…'
『Master.』

레이징하트의 말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곳에는, 상처 하나 없는 '그녀'가 여전히 공중에 떠있었다.
 

"… 좀더 힘내지 않으면 안되겠네."
『Yes.』

이토록 불리하고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소녀와 그녀의 분신은, 꺾이지 않았다.
 
 
 

「스톰 토네이도」
 

"!!"

바로 옆에서 날아온 다섯 줄기의 회오리에, '그녀'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곧 왼손을 펼쳐 방어벽을 만들었고, 회오리는 한참동안이나 방어벽을 뚫기 위해 날뛰다가 사라졌다.

"… 지금 것은."
[농담이겠지… 지금 그걸 그 타이밍에서 막았다고?]
【암만 봐도 고드뭐시기보다 훨씬 세보이는데. 너 상대 잘못 고른 거 아냐?】

천공의 귀공자가 날개를 훼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나노하는 그의 목소리가 낯익은 것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 이글 씨?! 그치만 모습이─"
[아, 이거? '파워업'이라는 거란다, 꼬마야.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말하고.]
【속지 마라, 꼬마. 이놈한테 힘을 준 건 나니까. 즉, 대단한 건 이 놈이 아니고 나라는 이야기─】
[넌 닥쳐!!]
"에에?! 지금 그 목소린 또 누구─"

잠시 동안의 혼란이 있었지만, 곧 스톰 이글은 '그녀'를 바라보며 나노하에게 말을 걸었다.

[상황은?]
"제대로 이야기하자면 길지만, 저게 '어둠의 서' 씨가 완성된 모습이래요. 하야테 짱이랑 페이트 짱도 흡수됐고, 그리고 엑스 씨도─"
[…… 엑스까지?]

스톰 이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 그 안에서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냐, 엑스.'

부리를 갈며, 스톰 이글은 오른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밝은 햇살이 비치던 초원에, 갑자기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리저리 뒹굴며 책을 읽고 있던 아리시아가 하늘을 보며 몸을 일으켰다.

"어라, 비가 올 것 같네. 페이트, 이제 집에 가자~!"

아리시아는 바로 옆의 나무에 기대어 앉아있는 페이트를 향해 말했지만, 페이트는 고개를 저었다.

"… 미안, 아리시아. 나는 조금 더 여기에 있고 싶어."
"에?"

아리시아는 잠시 놀란 얼굴을 했지만, 곧바로 미소를 띄웠다.

"그래? 그럼 나도 같이!"

아리시아는 활달하게 달려와, 페이트의 옆에 앉았다.

잠시 동안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두 사람.
이윽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두 사람 이외의 모든 것이 비에 젖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페이트가 입을 열었다.

"… 있지, 아리시아."

알고 있었던 사실.
알고 있었지만, 입밖으로 꺼내기 두려웠던 사실.
하지만, 꺼내지 않으면 안되는 사실.

"이건… 꿈인거지?"

페이트와 아리시아는 같은 세계에 존재할 수 없다.
아리시아가 살아있었다면 페이트가 태어날 일은 없었다.

프레시아도, 저렇게 다정하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결코.

"다정한 분이셨어. 다정했기 때문에 더 크게 잘못되신거야. 죽어버린 나를 되살리기 위해서."

페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시아로부터 모든 것을 앗아갔던 사고.

그것이 없었더라면.
아리시아가 죽을 일도 없었고.
프레시아가 망가질 일도 없었으며.

─자신이 태어날 일도, 없었다.

"있지, 페이트."

그렇게 생각하며 더욱더 움츠러드는 페이트를 향해, 아리시아가 말을 걸어왔다.

"꿈이라도 괜찮잖아? 여기에 있지. 계속 같이."
 

─그것은.

─거절하기엔 너무나도 달콤한 유혹이었다.
 

"나, 여기서라면 살아갈 수 있어. 페이트의 언니로 지낼 수 있어. 엄마랑 알프랑 리니스랑, 모두 함께 지낼 수 있어. 페이트가 바라던 행복, 모두 줄게."
 

모두가 살아있고.
모두가 다정하며.
모두가 함께 있을 수 있는 세상.
이 세상에서의 생활을, 영원히 이어갈 수 있다.

─그것을 받아들이면,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 나는…… 왜 여기에……?'

엑스는 고개를 들어올려, 연구소를 바라보았다.
카르마의 부대가 파견되었다가 전멸했다는 장소.
그 이후, 시그마가 투입됐다고 하는 장소.

시그마는 강하다.
아마, 지금의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때의 시그마는, 누구보다도 강하고 누구보다도 정의로우며 누구보다도 용감한 사람이었으니까.
그가 이곳에 왔다면, 걱정따윈 할 필요없다.

'… 지금? 이때?'

─왜 그런 단어들을 떠올린 걸까.

엑스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목에 무언가가 걸린 듯한, 무언가를 잊어버리고 있는 듯한.

그럼에도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낼 수 없었다.

"나는… 왜 여기에 온걸까."

집으로 돌아가, 하야테들과 함께 있을 생각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곳에 서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엑스는 몸을 돌렸다.
이곳에 시그마가 있다면, 이 사건은 그의 관할. 자신이 끼어들 문제가 아니니까.
 

─그 순간, 무언가가 엑스의 앞에 떨어졌다.
 

농구공과 비슷한 크기의, 둥근 물건.
처음에는 무엇인지 못알아봤지만, 그것을 알아보는 순간 엑스의 눈이 커졌다.
 
 

시그마의, 머리.
 
 

얼굴의 인공 피부가 절반 쯤 벗겨지고, 동체에서 떨어진채 이곳으로 던져졌다.
그것을 알아차리자마자, 엑스는 자신도 모르게 연구소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연구소 안은 어두웠다.
하지만, 엑스의 시력으로는 안에 있는 것을 살피는데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본래 이 연구소 자체가 그리 커다란 크기가 아니었기에, 엑스는 그리 오래 걷지 않고 중심부에 도달할 수 있었고.
걸어가는 동안, 산산히 부서진 채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는 레플리로이드들의 잔해─시그마의 것도─도 발견했다.

─그리고, 보였다.

붉은 갑옷.
붉은 장갑.
붉은 부츠.
붉은 헬멧의 아래로 나와있는 금색의 머리카락.
자신을 향해 등을 돌리고 있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틀림없다.
이 녀석이, 카르마의 부대를 전멸시키고.
지금 시그마를 파괴한, 보고에 있었던 '붉은 이레귤러'.

그리고 그는 자신의─

'… 내… 뭐였지?'

지금 뭔가 떠오를 것 같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이레귤러가 몸을 돌렸다.

그 에메랄드 빛의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또 한번 목에 무언가가 걸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체, 이 느낌은…'

위험하다.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지금 이 느낌을 계속 느껴선 안된다.

그랬다간, 틀림없이 잃어버리게 된다. 모든 것을.

엑스가 한발짝 물러서자, 이레귤러도 한발짝 다가왔다.

"너는, 대체…!!"

공포.
엑스가 지금 이 이레귤러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은 그것에 가장 가까웠다.

하지만 그 공포는 이 이레귤러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이대로 이 이레귤러와 마주함으로서 생겨날 일에 대한 '공포'.
그 '생겨날 일'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엑스는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이레귤러 자체만을 놓고 보면.
또 하나의 감정도 느껴지고 있었다.
 
 

─그것은, '그리움'이라고 불리는 감정.
 
 

이레귤러가 입을 열었다.

"… 상당히 늦었군, 엑스."

아는 목소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이레귤러는 분명 오늘 처음 만난 것일텐데도.

그 이전에.

자신은, 이곳에 오지도 않았어야 했다. 전에도 그랬으니까.

'… 지금도?!'

또다.
기시감, 데자뷰.
뭐라고 말해도 좋지만, 분명 엑스는 이 일에 대해서 어떤 감각을 느꼈다.

자신이, 이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이레귤러는.
조용히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 뭐?"
 
 
 

"언제까지 이런 곳에서 자기 자신한테 거짓말하며 꿈이나 꾸고 있을거야? 라고 내 오리지널이라면 한대 후려쳤겠지."
 
 
 

이 이레귤러는.
이 '것'은.

엑스가 가진, '그'에 대한 기억.
엑스의 기억에 있어, '그'가 너무나도 크나큰 존재감을 지니고 있기에.
'그녀'의 기억 조작에서조차 벗어나버린 것.

'그녀'가 만든 이 '꿈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녀'의 조작에도 사라지지 않은 기억의 파편.

생각났다.
설령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흐르고, 어떤 조작이 자신의 기억에 가해져도.
'그'에 대한 기억만은, 누구도 어떻게 할 수 없다.

이 기억의 주인.
그 이름은─
 
 
 

"… 오랜만이야. 제로."
 
 
 

───to be continue
 
 
요컨대
 
엑스에게 있어서 제로에 대한 기억이 너무나 넘사벽이라 '그녀'의 기억 개편조차 씹어버리고 단독 행동 중
 
이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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