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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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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명칭, 「린포스」를 인식. 관리자 권한의 사용이 가능해졌습니다."

바깥의 '그녀'─ 린포스가 파괴됨으로서, 하야테의 권한이 돌아왔다.
아마도 린포스에게 붙잡혀있던 다른 사람들도 바깥으로 돌아갔겠지.

"하지만, 방어 프로그램의 폭주는 멈춰지지 않습니다. 관리에서 분리된 거대한 힘이 곧 날뛰기 시작할 겁니다."
"… 뭐, 그건 우리가 어떻게든 해야제."

하야테의 앞에 '어둠의 서'─ 아니, 린포스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진 야천의 마도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야테는 그것을 꼬옥 끌어안으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 갈까? 린포스."
"네, 나의 주인이여."

린포스의 몸이, 책의 형태로 변환되었다.

『관리자 권한을 발동. 방위 프로그램의 진행에 끼어들었습니다. 몇분 정도지만, 폭주 개시를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모습을 바꾼 린포스의 말에 하야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정도면 충분해."

하야테의 주위에.
4개의 빛의 구슬이 떠올랐다.
적색과, 자주색과, 녹색과, 청색의 빛.

"링커 코어 소환. 수호기사 시스템 파손 수복."

하야테의 말에 따라, 소환된 빛들─ 링커 코어들이 더욱더 커지며 밝은 빛을 발하고, 그것은 곧 현실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하야테는, 잃어버린 가족들을 되찾기 위한 최후의 주문을 소리내어 말했다.

"돌아와줘, 나의 기사들."
 
 
 

처음으로 알게된, 진실의 무거움.
시공을 넘어 새겨진 슬픔의 기억.

과거의 아픔을 마음 속에 조용히 녹여버리기 위해서.
가슴에 켜진 새로운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깊은 어둠에 사라지지 않도록.
맺어진 인연을 지키기 위해.

야천의 왕과 축복의 바람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문을 열었다.
 
 
 

[봐라, 리미티드. 멋지게 돌아왔잖아, 저 녀석들.]

바다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해안가의 언덕 숲.
그곳에 추락한 스톰 이글은 그 눈으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야천의 왕의 각성.
용사와 뇌광의 귀환.

이것으로, 자신이 해야할 일은 모두 끝났다.

[그러니까 말야… 너도 더이상 쓸데없는 일 안해도 돼.]

잘려나간 양팔과 오른다리, 그리고 왼쪽 날개.
그 절단부에서 끊임없이 새 '팔'과 '다리'와 '날개'가 만들어져갔지만, 만들어지던 도중에 부서져서는 재가 되버린다.

【제길, 제길제길제길! 왜 재생이 안되는거야?! 이런 상처따윈 내 힘이라면 금방이라도…!】
[그러니까 그만두라고… 아마 그걸걸. 하도 많이 부서져서 재생력 초과? 그런 느낌으로.]
【네놈 목숨이 걸린 일이라고!! 그런데 그런 소리가 나오냐?!】
[하핫, 그러고보니 그랬군…]

시야가 흐려지고 잠이 쏟아지기 시작하는데도.
스톰 이글은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로 이야기했다.

[미련이 없다고 하면 사기치는 거겠지만… 천만다행히도 후회는 안남겼어.]

세상에는 미련을 가진 것도 후회를 남긴 것도 잔뜩 놔둔 채 죽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들에 비하면, 적어도 후회할 것이 남지 않은 자신은 조금 더 나은 게 아닐까.

[미안하군… 시그마를 쓰러트리는데 협력해주기로 해놓고 이 꼴이라. 유감이지만, 다른 녀석을 알아봐.]
【바보같은 놈…】

리미티드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알게 된 동료"를 잃어버리는 걸로 생긴 상실감으로 오는 것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천공의 귀공자는 더할나위없는 만족감을 느끼며, 천천히 몸에서 힘을 빼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두번 다시 그 눈이 떠지는 일은 없었다.
 
 
 

IRREGULAR HUNTER - X


48화


 
 
 

대지가 흔들리고 대기가 흔들리며 바다가 흔들렸다.
조금 전, 나노하와 페이트와 엑스가 날려버린 방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칠흑색의 거대한 반구형 장막이 생긴 탓이다. 모든 것을 뒤흔들고 있는 이 힘의 파동은, 틀림없이 저것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주변의 바다에서는 마치 수룡(水龍)과도 같은 촉수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구체를 지키듯이 둘러쌌다.

야천의 서의 주인이, 방어 프로그램과 완전히 분리되면서 남겨진 '힘의 덩어리'.
그것이 지금의 저것이었다.

<얘들아! 엑스 군! 아래 있는 검은 덩어리가 폭주가 시작되는 곳이 될거야! 크로노군이 도착할 때까지 무턱대고 다가가면 안돼!>
"네!"

나노하가 고개를 끄덕이고, 알프와 유노가 곧이어 합류했다.
그때까지도, 엑스는 칠흑의 구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게… '그녀'와 볼켄리터들을 오랫동안 괴롭혀온 원인…'

지난 천년 동안 수없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 모든 세계들을 멸망으로 이끈, 진정으로 저주받은 '어둠'.
확실히 얼티메이트를 걸치고 있는 지금의 엑스였기에 느낄 수 있었다.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검고', '강력한' 힘.
순수한 힘만이라면 얼티메이트를 걸친 엑스 자신조차 웃돈다.

과거, 엑스가 상대했던 적 중 가장 강했던 3인의 이레귤러.
시그마나, 완전체 루시퍼를 상대로 싸웠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위압감.

굳이, 가장 비슷한 상대를 뽑는다면.
 

'… 그때의 제로하고 제일 비슷하군.'
 

딱 한번.
엑스는 자신의 친우인 제로와 세계를 걸고 싸운 적이 있다.
대지에 떨어지는 유라시아를 파괴하는데 실패하고, 시그마 바이러스에 지나치게 접촉하여 폭주한 제로를 상대로.
노바 스트라이크조차도 받아쳐버리는 힘을 갖고 있던 그를 상대로 억누를 수 있었던 것은 '기적' 이외의 무엇도 아니었다.
그 일 직후 제로는 자신이 가진 힘과 자신의 속에 숨겨진 파괴 충동을 우려해 스스로를 봉인했고, 결코 깨어나지 않을 잠에 빠져들었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엑스는 지난 100년 간 혼자서 싸워올 수 밖에 없었고.

지금 방어 프로그램의 폭주가 보여주고 있는 힘은, 질적으로는 그때의 제로와 비슷했다.
오직 보이는대로 부수고 잡히는대로 죽이고 닥치는대로 없애기 위한, 파멸만을 위한 힘.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자신의 얼티메이트 아머도 꽤 비슷한 힘이다.
자신을 만들어준 아버지인 Dr.라이트는 이 갑옷을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이 갑옷을 지독하게 싫어했다.

왜냐하면 이것 역시, 오직 싸우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힘이니까.
싸움 이외에는 어디에도 사용할 수 없는 '파괴의 힘'. 그것이 얼티메이트 아머다.

'… 할 수 있을까.'

자신은.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어둠'을 막기 위해.
세계를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힘'으로 맞서려 하고 있다.

Dr.라이트가 이걸 알면 뭐라고 했을까.
 

─'어둠'을 경계하고 있을 무렵, 변화가 생겼다.
 

볼켄리터들이 사라졌던 빌딩.
그 위에, 4가지 색의 베르카식 마법진이 나타났다.
자주색, 적색, 청색, 녹색의 마법진.

그리고, 그 마법진을 통해.
하야테의 부탁을 듣고, 수호기사들이 돌아왔다.

적색의 마법진에서 비타가.
청색의 마법진에서 쟈피라가.
녹색의 마법진에서 샤멀이.
자색의 마법진에서 시그넘이.

그리고 네 사람은 곧바로 이동하여, 전투장의 하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의 구체'에서 떨어진 하늘에 생겨난 백색의 마법진.
그것을 사방에서 둘러싸는 형태로.

"비타 짱!"
"시그넘도!"
"쟈피라, 샤멀…"

나노하와 페이트, 엑스가 그들의 이름을 부른다.
수호기사들은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는 야쳔의 주인 아래 모인 기사들."

열화의 장이 검을 들어올린다.

"주인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영혼 다할 일 없으리라."

호수의 기사가 반지를 드러낸다.

"이 몸에 생명이 있는 한, 우리는 그대 밑에 있으리라."

방패의 수호수가 주먹을 움켜쥐고.

"우리의 주인. 야천의 왕. 「야가미 하야테」의 이름 아래."

철퇴의 기사가 철퇴를 휘두른다.
 

그리고, 그 네 사람이 둘러싸고 있는 마법진에서.
린포스가 만들어준 스태프와 갑주를 걸친 하야테가 모습을 드러냈다.

"야천의 빛이여, 내 손에 모여라! 축복의 바람, 린포스! 셋 업!!"

갈색이었던 그녀의 머리카락이 은발로 변하고, 네 장의 검은 날개가 생기며 배리어 자켓이 추가로 입혀진다.

야천의 왕과, 그녀를 수호하는 4명의 수호기사.
 

그들이 지금 이 자리에.
완전히 부활했다.
 
 
 

"하야테…"

울먹거리는 비타의 말에, 하야테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죄송합니다…"
"하야테 짱, 우리들은…"

시그넘과 샤멀이 사과의 말을 입에 올리려고 했지만, 하야테가 그것을 막았다.

"괜찮데이. 다 알고 있응께. 린포스가 가르쳐줬어. 그리고… 사과할 상대는 내 만이 아니제?"

볼켄리터들이 일제히 엑스를 돌아보았다.
그들이 알지 못하는 모습의 엑스.
칠흑색의 갑옷을 걸치고, '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엑스.

쟈피라는 그런 엑스를 향해 말했다.

"… 엑스. 우리는…"

하지만 하야테와 마찬가지로, 엑스는 고개를 저었다.

"하고 싶은 말도 많고, 해야할 말도 많이 있어요. 이 일이 끝나면, 이때까지 미뤄왔던 이야기들을 전부 듣고 말하고 싶어요. 하지만, 우선은…"

엑스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모두를 향해 웃었다.

자신의, 소중한 가족들을 위해서.
 

"잘 돌아왔어요, 모두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비타는 하야테에게 매달려 울음을 터트렸고, 샤멀도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으며 시그넘과 쟈피라도 침묵을 지키면서 감정이 북받쳐오르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노하 짱이랑 페이트 짱한테도 미안하데이. 우리 애들이 이거저거 많이 힘들게 했제?"

하야테는 근처로 다가온 나노하와 페이트에게도 사과했지만,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
"모두가 다시 만나게 되서 다행이야."

이 가족들의 재회에, 나노하와 페이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아직.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찬물을 끼얹어서 미안하지만, 시공관리국 집무관 크로노 하라오운이다. 시간이 없으니 간결하게 설명하지."

아스라에서 지금 막 전송으로 온 크로노가 모두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일제히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자 약간 당황했지만, 크로노는 곧 감정을 추스리고 설명을 시작했다.

"저 검은 덩어리, 어둠의 서의 방위 프로그램이 몇분 뒤에 폭주를 시작해. 우리는 그걸 어떤 방법을 써서든지 멈추지 않으면 안돼. 현재 정지시킬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있는데…"

크로노는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의 손에는, 그레이엄으로부터 넘겨받은 듀렌달이 대기 상태의 카드 형태로 들려져있다.

"첫째. 극히 강력한 빙결 마법으로 정지시킨다. 둘째. 궤도상에 대기하고 있는 함선 아스라의 마도포 「아르크 앙 시엘」로 소멸시킨다. 이거말고 다른 좋은 방법은 있어? 어둠의 서의 주인과 그 수호기사 모두에게 묻고 싶어."

마도사와 기사와 용사는 서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우선, 샤멀이 손을 들어 말했다.

"저기… 첫째 방법은 아마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주인없는 방위 프로그램은 마력 덩어리같은 거니까요."
"동결시켜도 코어가 있는 이상 재생 기능은 멈추지 않아."

샤멀의 말을 시그넘이 끝맺었다.
그리고 비타가 두 팔을 X자로 교차시키며 발언했다.

"아르크 앙 시엘도 절대 안돼! 이런 곳에서 그런 걸 쏘면 하야테의 집까지 날아가잖아!"

그 말을 들은 나노하가 깜짝 놀란다.

"그, 그렇게 굉장한거야?"
"발동 지점을 중심으로 백수십 킬로미터 범위의 공간을 왜곡시키며 반응 소멸을 일으키는 마도포… 라고 하면 알아듣겠어?"

백수십 킬로미터.
하야테의 집과 우미나리 시는 물론 이 나라 자체에 심각한 파장을 몰고 올 범위다.
안색이 새파래진 나노하와 페이트가 당장에 반대했다.

"저기, 나도 그거 반대!"
"나도! 절대 반대!"

두 사람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같은 의견인 것 같다.
그것을 보며 크로노는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 내고 싶어서 낸 의견인 줄 아나.

"… 나도 함장님도 그런 거 쓰고 싶지 않아. 하지만 저것의 폭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피해는 그보다 훨씬 커질거야."
"폭주가 시작되면 닿은 것을 침식해서 무한히 퍼져가니까."

크로노의 말에 덧붙여진 유노의 설명대로라면, 확실히 저것은 골치아프다.

"엑스 군. 뭔가 의견 읍나?"
"… 단순히 파괴력으로 날려버리는 것만이라면 「얼티메이트 슈퍼 노바」라고 하는 게 있지만."
"잠깐만, 이름부터 무서운데 그거."

100년 간의 전투 속에서 강화에 개량을 거듭해온 얼티메이트 아머의 최종기.
노바 스트라이크조차도 웃도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는 그것이라면, 파괴력 면에선 문제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르크 앙 시엘보단 못하다고 해도, 최저로 출력을 낮춰도 여기서 보이는 건 전부 다 날아가버릴거야. 지평선까지."
"… 절대 쓰면 안되는 거 알제?"
"물론."

얼티메이트 슈퍼 노바는 파괴력이 큰 대신 범위도 터무니없이 넓다.
노바 스트라이크는 파괴력이 있어도 범위가 좁다.
새삼 생각하지만 이 갑옷, 힘의 편차가 너무 커서 은근히 쓰기 힘들다.

<얘들아, 독촉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폭주 임계점까지 15분 남았어! 결론 빨리!>

에이미의 통신이 들려왔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크로노는 수호기사들을 돌아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

"뭔가 없을까?"
"미안하군.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폭주와 맞선 경험은 우리에게도 없어."
"하지만 어떻게든 멈추지 않으면 안되니까… 하야테 짱의 집이 사라지는 건 싫고…"
"… 아니, 그런 레벨의 이야기가 아닌데 말이지…"
"하다못해 전투지점을 좀더 먼 곳으로 만들 수 있다면…"
"바다라도 공간 왜곡의 피해는 생겨."

마음이 급해지자, 이런저런 이야기가 마구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성질이 급한 알프는 듣다 듣다 못해 결국 폭발했다.

"아, 정말! 어수선해서 짜증나네. 모두 힘을 합쳐 쾅하고 날려버리면 안돼?"
"… 아, 알프…"
"이건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유노와 크로노가 그런 알프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곳에.

알프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세 소녀가 있었다.

"… 쾅하고… 날려버려…?"
"여기서 쏘면 피해가 크니까 쏠 수 없어…"
"하지만 여기가 아니라면─"

나노하와 페이트와 하야테는 곧 서로를 바라보다가, 생각을 하나로 합쳐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나노하가 대표로 크로노에게 이야기했다.

"크로노 군! 아르크 앙 시엘이라는 거, 어디서든 쏠 수 있어?"
"어디서든이라니… 예를 들면?"

크로노의 반문에, 페이트와 하야테가 대답했다.

"지금 아스라가 있는 곳."
"궤도상… 우주 공간에서!"

세 사람의 의문에 대답해준 것은 일련의 대화를 통신으로 전해듣고 있던 에이미였다.

<관리국의 테크놀러지를 얕보면 곤란하지! 물론 쏠 수 있어! 우주에서든 ​어​디​에​서​든​!>​
"어이?! 잠깐 기다려봐! 설마 너희들…!"

옆에서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당황해하는 크로노를 보며.
세 소녀는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전투 지점에서 떨어진 시내.
이곳은 아직까지 방위 프로그램이 유지하고 있는 결계 공간 속에 포함되어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만이 남겨진 아리사와 스즈카는 먼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아리사였다.

"… 빛, 사라졌네."
"응. 바다에 아직 검은 게 남아있지만…"

도대체 뭐인걸까.
설마 이런 게 이대로 계속되는 것은 아닌걸까.

한순간 그렇게 생각했지만, 두 사람은 곧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 없다.
왜냐하면, '이런 것이 계속되지 않기 위해서' 그들은 싸우고 있는 것일테니까.

나노하도.
페이트도.
그리고 두 소녀가 연정을 품고 있는 푸른 유성의 용사도.

그러니까, 틀림없이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두 사람은 서로 손을 붙잡았다.
 
 
 

<정말이지, 무모하다고 할까 대단하다고 할까.>

아이들의 발상에, 화면 속의 린디는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녀의 앞에서 열심히 컴퓨터를 두들기고 있는 에이미 또한 기가 막힌 듯한 얼굴이다.

<​계​산​상​으​로​는​ 실현 가능하다는 게 또 무섭네요. 크로노 군! 이쪽의 준비는 OK! 폭주 임계점까지 앞으로 10분!>

에이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크로노가 다시 한번 모든 이들을 돌아보며 상황을 정리했다.

"… 실로 개인의 능력에 의지하는데다 도박성 높은 계획이지만, 뭐… 해볼 가치는 있어."

우선 여기있는 모든 사람들이 전력으로 방위 프로그램을 공격하여 껍질을 파괴한다.
그렇게 해서 노출되는 코어 유닛을 전송 마법으로 궤도상까지 올린 후, 아르크 앙 시엘로 마무리.

문자 그대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전술이지만, 성공하기만 한다면 지구에는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고 사건을 종결시킬 수 있다.

"방위 프로그램의 배리어는 마력과 물리의 복합 4층식. 우선 그걸 깨야 해."
"배리어를 뚫으면 본체로 향해서 우리의 일제 포격으로 코어를 노출."
"그리고 유노 군의 강제 전이 마법으로 아스라 앞에 전송!"
<남은 건 아르크 앙 시엘로 증발… 이라는 거네.>
<잘 되기만 한다면 정말로 이게 ​베​스​트​네​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고, 작전의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크로노는 지금의 이 광경을, 어떤 인물에게 보내며 통신을 걸었다.

<제독님. ​보​이​십​니​까​?>​
<아, 잘 보이네.>

그레이엄 제독.
그리고 리제 로테와 리제 아리아.
세 사람도, 지금의 이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둠의 서는 저주받은 마도서였습니다. 그 저주는 많은 인생을 먹어치우고는 그와 연관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틀어지게 해왔습니다. 그것 때문에 저희 어머니도, 다른 수많은 피해자의 유족들도 이렇게 되지 말았어야 할 인생을 나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어둠의 서'가 먹어치운 수많은 세계.
그 속에서 희생된, 더욱 많은 생명.
이제와서 그 어떤 방법을 쓴다고 해도, 그것이 없었던 일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나, 과거는 바꿀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은 싸워서 미래를 ​바​꾸​겠​습​니​다​.>​

그레이엄이 알고 있는 크로노는, 정의로웠지만 조금 독선이 강하고 한번 정한 고집을 바꾸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것이, 불과 수개월만에 여기까지 성장한 것이다.

그레이엄은 믿기로 했다.
이 어린 소년과 같은 젊은 패기들이 모여,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걸.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어둠의 서'의 저주를 끊어버릴 수 있을 거라고.
 
 
 

아르크 앙 시엘이 충전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이쪽도 공격의 준비를 끝냈다.
나노하와 페이트의 부상은 샤멀이 치료마법으로 전부 치유해주었고, 전원이 만전 상태로 방위 프로그램의 폭주와 맞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 시작된다."

천천히, 검은 구체가 파열되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어둡고 탁하며 끈적끈적한 원념으로 가득한 힘의 파동이 여기까지 전해졌다.

"야천의 마도서를 저주받은 어둠의 서라고 부르게 만든 프로그램… 어둠의 서의… '어둠'."

하야테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검은 구체가 완전히 사라지고, 폭주가 시작된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어둠의 서의 어둠'.
거대한 짐승의 머리와 네개의 다리, 거대한 4개의 뿔과 칠흑빛의 날개를 가진 파괴의 짐승.
그 머리 부분에는, 보라빛의 피부와 백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이 소리를 울려퍼트리고 있었다.

─울고 있는 것일까, 노래를 하는 것일까. 이제와서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체인 바인드!!"
"스트래글 바인드!!"

알프의 주황색 쇠사슬이 '어둠'의 정면에 솟아나있는 수룡(水龍)들의 절반을 묶었다.
유노가 만들어낸 녹색 빛의 끈들이 나머지 절반의 수룡들을 구속하고 마법을 해제시켰다.

"묶어라, 강철의 멍에!!"

쟈피라의 앞에 떠오른 백색의 마법진.
그 안에서 나온 강철의 빛이, '어둠'의 근처에 솟아나있는 수룡들을 일소한다.

이것으로 더이상, '어둠'의 본체를 지키고 있는 것은 없다.

"제대로 맞추라고, 타카마치 나노하!"

처음에는 이름도 제대로 부르지 않았던 비타가, 자신의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주었다.
나노하는 그것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비타 짱도!"

비타가 그라프 아이젠을 높이 들어올리고 소리쳤다.

"철퇴의 기사 「비타」와 강철의 백작 「그라프 아이젠」!!"

그라프 아이젠의 카트리지 실린더가 카트리지를 소비하고, 그대로 형태가 바뀐다.

​『​G​i​g​a​n​t​f​o​r​m​.​』​

해머의 머리 부분이, 기존의 형태에서 거대한 배틀 해머의 형태로 바뀐다.
그 이름처럼, 거인이 휘두르는 망치로.

"굉천폭쇄!!"

그것을 들며 휘둘러,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그 순간 그라프 아이젠의 크키가 비대해져, '어둠'의 본체와 거의 비슷한 크기가 된다.

"기간트 슐라크!!"

거인의 철퇴는 그대로 밑으로 떨어져내려, '어둠'의 첫번째 방어벽을 강타했다.
그 순간 유리창에 금이 가듯 균열이 생긴 물리 방패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산히 깨져나갔다.

"「타카마치 나노하」와 「레이징하트 엑셀리온」! 갑니다!"
『Load ​c​a​r​t​r​i​d​g​e​.​』​

레이징하트는 순간적으로 4개의 카트리지를 로드해, 빠른 속도로 탄피를 배출했다.
빛의 날개가 전개된 자신의 창을 빙글빙글 회전시키다, 그대로 '어둠'을 향해 겨눈다.

"엑셀리온 버스터!!"

그 순간 낌새를 알아차린 '어둠'이 칼날로 이루어진 촉수를 뻗어오지만, 레이징하트가 발사한 배럴 샷에 의해 전부 파괴되었다.

"브레이크 슛!!"

배럴 샷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 마법의 장벽이, 뒤이어진 4개의 분홍빛 기둥에 직격되어 파괴되었다.

"다음, 시그넘과 테스타로사!"

'어둠'이 포효하는 것과 동시에 샤멀이 지시를 내린다.
본래 베르카의 기사는 근접전에 특화된 전투가 자랑이지만, 시그넘과 비타는 근거리부터 중거리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는 특별 타입이다.

"검의 기사 「시그넘」의 영혼. 불꽃의 마검, 「레반틴」. 검과 사복검에 이은 또 하나의 모습."

높이 들어올린 레반틴의 자루 끝에 자신의 검집을 장착시켰다.
그 순간 레반틴의 모습이 한자루의 활로 바뀌며, 카트리지를 로드해 탄피를 배출했다.

​『​B​o​g​e​n​f​o​r​m​.​』​

시그넘은 자주색의 마법진을 발밑에 생성시키고, 화살을 만들어 활의 시위에 매겼다.
마법진이 불꽃에 휩싸이며, 화살은 '어둠'을 향해 겨누어졌다.

"날아라, 매여!"
『Sturm falken.』

실체의 화살이 자주색 마력에 뒤덮혀, '빛의 화살'로 바뀌고.
시그넘이 시위를 놓음에 따라 섬광처럼 날아가 물리장벽에 꽂혔다.

공격을 받은 장벽은 곧 폭발을 일으키며 깨졌다.

"「페이트 테스타로사」와 「바르디슈 잔버」! 갑니다!"

페이트가 몸과 함께 검을 회전시키면서 발밑에 금빛의 마법진을 생성시키고, 그와 함께 바르디슈도 카트리지를 로드하며 탄피를 배출했다.
한번 검을 휘두르면서 생긴 검풍으로 '어둠'의 촉수가 잘리고, 회오리 형태의 바인드가 '어둠'을 묶었다.

검을 높이 들어올려,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의 힘을 검에 담아 소리친다.

"꿰뚫어라, 뇌신!!"
『Jet Zamber.』

금색 빛의 광검이 길게 늘어나 하늘을 가르며, 마지막 남은 장벽과 함께 '어둠'의 본체의 일부도 절단했다.

'어둠'의 머리, 거기에 있는 여인이 높게 소리를 지른다.
여전히 노래인지 오열인지 비명인지 알 수 없었지만, 조금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것이 영향을 미쳤다.

바다 속에서 또다른 수룡들이 모습을 드러내, 광선을 발사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다.

"방패의 수호수 쟈피라! 포격따위, 하게 놔두지 않겠다!!"

쟈피라가 두 팔을 교차시켰다가 펼치는 순간.
바다 속에서부터 뻗어져나온 거대한 백색 빛의 칼날들이 뻗어나와 나타난 수룡들을 모조리 잘라냈다.

"다음, 하야테 짱!"

이미 쟈피라가 막아줄 것이라 예상하고 있던 샤멀은 주저없이 지시를 내렸다.
하야테는 눈을 감고 왼손에 든 '린포스'를 들어올려 주문을 외웠다.

"저 멀리서 오라. 겨우살이의 가지. 은월의 창이 되어 꿰뚫어라!"

하야테의 발밑에 은색의 마법진이 펼쳐지고, 그와 함께 '어둠'의 측면 하늘에서도 같은 문양이 생겨났다.

"석화의 창, 미스틸테인!!"

하야테가 오른손의 지팡이를 휘두르는 순간.
'어둠'의 옆에 생겼던 마법진에서 일곱발의 빛의 창이 발사되어 '어둠'의 본체를 관통해 바다까지 꿰뚫었다.
꿰뚫린 부분은 곧바로 석화되버렸고, 노래를 부르던 여인 또한 그 모습 그대로 돌이 되어 무너져내렸다.
 

─그렇지만, 그 부분이 붕괴되자마자 '어둠'은 또다시 변형을 시작했다.
 

원래 있던 짐승의 머리가 아래로 내려가고, 새롭게 거대한 괴어(怪魚)의 머리가 나타나며 촉수들이 뻗어져나왔다.
점점 더, 악몽과도 같은 모습이 된다.

<역시 보통 공격은 안통해! 데미지를 입는 즉시 ​재​생​해​버​려​!>​
"하지만 공격 자체는 통하고 있다. 계획 변경은 없어! 가자, 듀렌달!"

비명을 지르는 에이미에게 냉정하게 답하며, 크로노는 그레이엄으로부터 받은 디바이스 듀렌달을 작동시켰다.

『OK,Boss』

크로노는 조용히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웠다.
어둠의 서를 영원히 봉인하기 위해 준비되었던, 그레이엄 최후의 카드.

"유구한 동토, 얼어붙은 관의 땅에서 영원한 잠을 주리라."

크로노의 발밑에 하늘색의 마법진이 생겨나고, 그를 중심으로 눈보라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어둠'이 몸을 담고 있는 바다가 얼어붙으며, '어둠' 자신도 얼음 덩어리가 되어갔다.

"얼어붙어라!!"
『Eternal Coffin.』

듀렌달의 말과 함께, 얼음의 관이 '어둠'을 감쌌다.
순식간에 얼어붙은 통째로 '어둠'. 이 마법은 말그대로 이 지역을 영구 동토로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그럼에도, '어둠'은 움직였다.
 
 
 

괴어의 머리를 부수며.
새로운 존재의 상반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반신만인데도 3m가 넘는 거구.
암회색의 몸에, 반쯤 부서진 '껍질'안에서 드러난 코일과 온갖 기계장치.
작은 사람 같은 것은 한입에 집어삼킬 수 있을 것처럼 입이 크고, 그 안에는 무시무시한 이빨들이 가득 들어차있었다.

'귀신'과도 같은 모습의 괴물.

"우왓, 저거?!"

하야테는 비명을 질렀다.
왜냐하면 그녀는 저 모습을 한 괴물을 알고 있으니까.
 

─엑스와 처음 만난 날.
 
 
그가 자신을 구해주며, 싸워서 쓰러트렸던 괴물이다.

"아, 저거 아마 나 때문인 것 같네."
"엑스 군?!"

엑스는 '어둠'의 머리에서 솟아난 귀신─ 최흉의 레플리로이드 '루시퍼'의 카피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린포스에게 흡수당했을 때 어둠의 서는 그의 기억을 읽었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최악의 적 중 하나인 '루시퍼'. '어둠'이 그것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나마 시그마나 제로가 구현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엑스는 전투 준비를 갖췄다.
본래 그는 나노하와 페이트, 하야테가 마지막으로 포격을 가할 때 합류해서 힘을 더해줄 예정이었지만, 저것이 나왔다면 이야기는 별개다.

"저건 내가 어떻게든 할게. 모두는 계획의 마지막 단계를 준비해줘."
 
 
 

아르카디아에서, 얼티메이트 아머를 사용해서야 간신히 쓰러트릴 수 있었던 이레귤러.
그 루시퍼와의 싸움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이곳에서 재개되었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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