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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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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의 역사 속에는.
딱 3번, '측정 불가'의 이레귤러가 등장한 적이 있다.

최악(最惡)의 이레귤러 「시그마」.
시그마의 날 때부터 시작하여, 가장 오랜 세월 동안 인류와 레플리로이드를 괴롭혀온 존재로, '시그마 바이러스'라고도 불리고 있다. 100년이 지난 현대에 와서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현존하는 이레귤러 중 절반이 이 시그마 바이러스에 영향을 받은 존재라고 한다.
가장 오래된 이레귤러이자 가장 광범위한 피해를 입힌 이레귤러이기도 하며, 가장 지독한 이레귤러이기도 했다.

최강(最强)의 이레귤러 「제로」.
'붉은 섬광의 영웅' 제로가 이레귤러화했던 존재. 활동 기간을 따지면 하루도 채 되지 않는 극히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났을 뿐이지만, 처음 등장 시에는 이레귤러 헌터 부대 하나를 몰살시키고 당시 헌터였던 시그마조차 격파한 전적이 있다.
2번째 등장 당시 '푸른 유성의 용사' 엑스에 의해 봉인되었지만, 이후 '영웅 제로'도 행방이 묘연해졌다.

최흉(最凶)의 이레귤러 「루시퍼」.
시그마와 제로 이후 98년만에 등장한 측정 불가의 이레귤러. 한 매드 사이언티스트에 의해 만들어지고 2년동안 활동하였으며, 앞의 시그마나 제로와는 달리 철저하게 '인간박멸'을 위해 만들어졌다. '멸망을 불러오는 타천사'라고 일컬어졌다.
사신의 협곡 전쟁 최후의 국면에서 엑스의 노바 스트라이크와 정면 충돌한 끝에 파괴되었다.

[─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란 말이지.]

실제로 루시퍼는 엑스가 이 세계로 넘어올 때 함께 붙어왔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야 완전히 파괴되었다.
… 결국 그는 '최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인간을 죽이기 위해 움직이다가 최후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 세계로 넘어왔을 때의 루시퍼는 이성도 자아도 남아있지 않은 시체나 다름없는 존재. 능력도 무장의 대부분도 잃어버린 폐기 일보직전의 고철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상 루시퍼를 쓰러트린 것이─

[저거다. 봐라. 저것이… 아르카디아 최고의 용사다.]

VAVA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 일레인이 눈을 돌렸다.
칠흑색의 갑옷을 걸친 유성의 용사. 확실히 그로부터 느껴지는 위압감은 여기까지 짓누르고 있다.
스펙적으로 볼 때, 얼티메이트 엑스를 능가하는 존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레귤러 제로의 경우엔 얼티메이트 엑스를 힘으로 눌러버렸고, 시그마의 경우엔 그 특유의 지략으로 얼티메이트를 봉쇄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서있었던 것은 언제나 엑스였다.

[알겠냐, 일레인. 아르카디아에 태어난 수많은 레플리로이드 중에서, '저것'과 정면으로 겨룰 수 있는 존재는 단 셋 뿐이었다. '저것'과 같은 경지에 올라 같은 곳을 볼 수 있었던 것이, 고작 셋 뿐이었다는 거다.]

하마터면 물을 뻔했다.
당신은 어땠냐고.
하지만 일레인은 그가 자신에게 말을 하고 있지만, 의견을 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저 녀석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그 셋과 동등의 힘을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야기지.]

언젠가 반드시.
자신이 도달하지 않으면 안되는 높이.
VAVA는 주먹을 움켜쥐며, 한없는 증오를 담아 엑스를 노려보았다.
 

─올라가줄테다.
 

루시퍼를, 시그마를, 제로를 넘어서.
엑스를 쓰러트릴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높이까지.
 

이 지옥의 밑바닥에서 기어올라, 반드시 도달해줄테다.
 

반역자는 그렇게 되새기며 몸을 돌렸다.
그 뒤를 이어, 자동인형의 소녀가 따라붙고.

이윽고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IRREGULAR HUNTER - X


49화


 
 
 

​[​■​■​■​■​■​■​■​■​■​■​■​■​■​■​■​■​■​■​■​!​!​]​

카피 루시퍼가 괴성을 지르며 팔을 휘두른다.
그에 따라, 방위 프로그램의 촉수들이 움직여 엑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엑스 버스터」

오른팔을 포구로 바꾼 후, 광탄을 난사했다.
발사된 탄환들은 한발한발이 정확히 촉수들에게 적중되어 폭발을 일으켰고, 순식간에 촉수들을 무력화시켰다.
얼마 전까지 갖고 있었던 정확도의 부족이나 밸런스의 붕괴는 더이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

촉수나 수룡들의 힘으로는 엑스를 막을 수 없다.
그렇게 판단한 방위 프로그램은 모든 전투력과 전술 지휘 능력을 카피 루시퍼에게 맡겼다.
이윽고 카피 루시퍼는 괴어의 머리를 손으로 붙잡고 그대로 힘을 가해, 머리에 묻혔던 자신의 하반신을 바깥으로 끄집어냈다.
방위 프로그램의 본체가 루시퍼에게로 옮겨졌고, 남겨진 '찌꺼기'인 괴어의 몸체는 아직도 마력이 유지되고 있는 이터널 코핀에 의해 완전히 얼어붙었다.

하늘로 솟구쳐오른 엑스는 수직으로 급강하하며 루시퍼를 향해 떨어졌고, 루시퍼는 몸을 틀어서 오른주먹을 밑으로 내렸다가 떨어지는 엑스를 향해 어퍼컷의 형태로 올려쳤다.

엑스의 두 주먹과 루시퍼의 오른 주먹이 부딪혔고,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엑스의 몸이 튕겨져날아갔다.
루시퍼 역시 뒤로 밀려나긴 했지만, 발톱으로 괴어의 머리를 붙잡아 부숴가면서 버텨낸 결과 밑으로 떨어지진 않았다.
그런 루시퍼를 향해서 버스터 샷. 순식간에 20발 이상의 탄환을 발사했지만, 루시퍼 역시 그에 맞춰 입을 벌리고는 똑같은 숫자의 에너지 탄을 발사하여 받아쳤다.

엑스는 날개의 일부분을 검으로 바꾼 후 오른손으로 쥐고는 루시퍼를 향해 내려쳤다.
강한 쇳소리를 일으키며 루시퍼는 오른손의 손톱으로 그 검을 받아냈다.
그 뒤를 이어 이번엔 루시퍼가 왼손의 손톱을 세워 엑스를 향해 날리자, 엑스는 또 한자루의 검으로 그것을 막아냈다.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기 위해 힘을 가해 교착 상태가 되자, 루시퍼는 엑스를 향해 입을 벌리고 불을 뿜어냈다.

그것을 본 엑스는 발에 있는 대쉬 부스터와 등에 달린 날개의 부스터를 사용해 급가속, 하늘로 솟아올라 불길을 피해낸다.
그 직후 루시퍼가 몸을 앞으로 숙여 자신의 등을 엑스에게 보였고, 그 등에서 무수한 숫자의 창과 화살이 솟아났다.

"……!"

엑스가 이를 가는 것과 거의 동시에, 루시퍼가 등에 있는 창과 화살을 전부 발사하여 엑스를 공격했다.
날아오는 창과 화살들을 쳐내거나 피해냈지만, 그 중 몇개는 미처 대응하지 못해 왼팔에 박혔다.

'이런 것 쯤…!'

왼팔에 박힌 창들을 오른손으로 뽑아내 내던졌다.

─그 짧은 순간을 이용해 도약하여, 엑스의 바로 옆까지 뛰어오른 루시퍼가 그 거대한 통나무같은 팔을 휘두른다.

엑스는 오른팔을 들어올리고 왼손으로 그걸 받쳐낸 방어 자세로 막아냈지만, 루시퍼의 팔은 그 가드 채로 엑스를 날려버렸다.
아래 쪽으로 떨어진 엑스는 얼어붙은 바다에 추락했다가 곧바로 다시 올라왔다. 그 직후, 엑스가 떨어진 자리에 루시퍼가 착지했다. 엑스를 쳐서 떨어뜨린 후 밟아뭉개버릴 생각이었던 모양이지만 엑스가 재빨리 피해냈기 때문에 그 공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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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바다가 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포효.
그와 함께 루시퍼의 전신에서 무기들이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어깨에서, 등에서, 늑골에서, 무릎에서.
수많은 실체병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 창, 언월도, 메이스, 모닝스타, 도끼, 슬렛지 해머, 체인쏘, 드릴, 그 이외에도 셀 수 없을만큼 많은 근접 무기.
미사일 런처, 화염 방사기, 헤비 머신건, 샷건, 레이저건, 개틀링건, 그 외에도 셀 수 없을만큼 많은 화력 병기.

그 모든 무기들이, 전부 엑스를 향해 겨누어져있었다.
 
 
 

"뭐고뭐고뭐고뭐고 저기 뭐고오오!! 저거 반칙 아이가?! 몸 안에 무기만 들어차있나?! 쟈 뭐고 도대체?!"

하야테가 비명을 올리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지금까지 무기 백과사전에서 정도밖에 본 적없는 무기들이 루시퍼의 몸에서 솟아나왔으니까. 그것도 실로 엄청난 숫자로.

그녀들로서는 알 길이 없었지만, VAVA가 가진 그 엄청난 화기 무장도 루시퍼의 이것을 모델로 한 설계였다. 차이점이라면 루시퍼와는 달리 근접 무장을 포함하는 대신 오로지 중화기만으로 꽉꽉 채웠다는 정도.

"… 주인 하야테. 저희들도 가세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역시 그럴까.
하야테는 한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상황은 어딜 봐도 엑스가 불리해보였으니까.

하지만.

"… 좀 더 두고 보자."

엑스는 자신에게 맡기라고 했다.
저 녀석은 자신에게 맡기고, 계획의 마지막─ 최대급의 포격을 준비하라고.

그가 자신에게 맡기라고 한 이상.
자신들은 지켜보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겠지.

'그렇제, 엑스 군?'
 
 
 

'다행히 끼어들진 않는군.'

엑스는 하야테들이 움직이지 않고 포격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냐하면, 지금 엑스도 루시퍼도 전력으로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루시퍼는 고릴라같은 외형이나 그 흉악한 무장들과 달리 근접전투형이 아니다.

조금 전의 공방을 봤듯이 근접전투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루시퍼의 전문은 따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은 나노하들의 허를 찌르기 위함.
즉, 만약 나노하들이 자신들의 싸움에 끼어들려고 한다면 그 순간 숨겨두었던 무기를 꺼내 일소할 생각인 것이다.

물론 엑스도 있고, 나노하들도 실력이 실력이니까 그렇게 쉽게 당하진 않겠지만 이 루시퍼라는 이레귤러의 포텐셜을 생각하면 상당히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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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처럼 나노하들이 끼어들지 않자, 결국 루시퍼는 포효를 터트리며 숨겨둔 카드들을 꺼냈다.
 

─그의 등 뒤에 펼쳐지는 13장의 광익(光翼).
이것을 통한 원거리 빔 공격을 사용한 ​광​막​(​光​幕​)​이​야​말​로​,​ 루시퍼의 진짜 무기였다.
 

빛으로 된 날개들이 일제히 빔을 뿜어낸다.
그 수, 날개 한장당 200발. 온 하늘이 빔의 그물로 뒤덮혔고, 그것은 금새 엑스를 공격해왔다.
만약 나노하들이 끼어들었더라면, 지금 이 그물의 목표는 엑스가 아니라 그녀들이 되었을 것이다.

공격 범위 360도 전방위. 사정거리 150m. 한번에 날릴 수 있는 빔의 수는 최대 3600개. 이 능력으로 루시퍼는 신생 이레귤러 헌터 제 11부대를 단 한번의 공격으로 1초만에 전멸시켰다.

「노바 스트라이크」

엑스의 전신을 칠흑의 빛이 휘감았고, 엑스는 미사일과도 같은 기세로 루시퍼를 향해 날았다.
곧 3600발의 빔이 일제히 엑스에게로 집중되었고, 엑스의 노바 스트라이크는 그 모든 공격을 받아가면서도 돌격했다.

노바 스트라이크의 빛에 의해 빔들이 굴절되어 튕겨지고, 그렇게 튕겨진 빔들이 루시퍼의 조작에 의해 다시 돌아와 부딪히길 반복하여, 에너지량이 전부 사라질 때까지 노바 스트라이크와 충돌했다. 3600개의 빔들이 전부, 한꺼번에.

그 공방일체의 기술에 의해, 노바 스트라이크의 위력은 한발 앞으로 나아갈수록 계속해서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결국 루시퍼의 바로 앞까지 도착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 순간, 루시퍼의 양손이 스스로의 가슴을 찌르고.
그대로 껍질을 벌려, 가슴에 있는 거대한 에너지포를 끄집어냈다.
 

「데모닉 캐논」
 

에너지가 차지되고, 루시퍼의 가슴에서부터 고출력의 입자빔포가 발사되었다.

"큭…!!"

광막에 의해 힘이 거의 소모되버린 노바 스트라이크는 발사된 입자빔에 의해 완전히 밀려났고, 엑스는 겨우겨우 노바 스트라이크를 해제한 후 그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몸의 손상을 확인한다.
얼티메이트 아머의 손상은 16%. 노바 스트라이크의 힘에 의해 입자빔을 상쇄시켰다곤 하지만, 생각보다 손상이 적었다. 자칫 잘못했다면 지금의 반격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자칫 잘못했다면.

─지금의 것이, 진짜 루시퍼의 공격이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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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걸로 확신했어."

루시퍼의 포효를 냉정하게 무시하며 엑스는 말을 이었다.

"확실히 지금의 당신은, 내 기억속의 루시퍼와 거의 같아."

직접 전투와 후방 화력 지원.
그리고 전술 지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투 타입'들을 소화해낼 수 있는 레플리로이드.

형태도, 능력도.
그리고 저 흉포함까지도.

눈앞에 있는 루시퍼는 오리지널과 거의 흡사했다.

그러나.

"하지만, '거의 같을' 뿐이야. 역시 당신은… 진짜 루시퍼가 아니야."

분명 방위 프로그램─ 어둠의 서의 '어둠'은 엑스의 기억을 읽었다.
그리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엑스가 가장 상대하기 괴로웠던 적 중 하나인 루시퍼를 구현화했다.

하지만 단지 그것 뿐.

지금 여기에 있는 루시퍼 카피는 어디까지나 '어둠의 서의 힘'으로 오리지널 루시퍼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르카디아의 초과학력으로 만들어진 루시퍼와, 눈앞에 있는 '마법'의 힘으로 만들어진 루시퍼.
그 둘은 비슷했지만 결국 다른 존재다.

조금 전의 공방 때도, 진짜 루시퍼였다면 데모닉 캐논이 아니라 최종 필살기인 「티얼스 오브 루시퍼」를 사용해서 엑스를 쓰러트리려고 했을 것이다. 데모닉 캐논을 웃돌고, 풀 차지 노바 스트라이크와 정면으로 충돌하여 시공 파괴를 일으켰던 그 강력한 무기로.

지금의 이 루시퍼가 TOL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 그것은 아주 간단하다. 왜냐하면 이 녀석에겐 TOL을 위한 제일 중요한 기관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TOL. 티얼스 오브 루시퍼는, 지상의 루시퍼와 평소에는 우주에 대기하고 있는 인공위성 「고르곤의 눈(Eye of the ​G​o​r​g​o​n​)​」​과​의​ 합공기다. 지상으로 내려와 거울의 형태로 펼쳐진 고르곤의 눈을 향해 루시퍼가 광막을 일점 집중으로 발사하고, 그것을 수십배로 증폭시켜 하늘로 올려보낸 후 유성우처럼 떨어뜨리는 기술이다. 당연히 이 세계에는 고르곤의 눈이 있을 리 없고, 여기의 이 루시퍼도 TOL을 사용할 수 있을 리 없다.

다른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본래의 이성을 가지고 있었을 때의 루시퍼는 지휘관 타입으로도 행동이 가능할 정도로 높은 지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이용한 전술이나 언변을 구사한 심리전까지도 행해왔다. 지금의 이 녀석처럼 날뛰기만 하는 야수가 아니다.

"확실히 지금의 당신도 강해. 단지 강하기만 할 뿐이야. 그런 걸 상대로 질 생각은 없어."

자신의 힘은 모두를 지키기 위한 힘.
단지 파괴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힘과는, 짊어지고 있는 것이 다르다.

자신이 지켜야 하는 모든 것.
자신이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모든 것.

"지금부터 보여주겠어… 나의, 모든 힘을!!"

친우와의 재회.
이 세계에서 만난, 소중한 가족들과 친구들.

그들로 인해 깨닫게 된, 새로운 강함.
그것을 얻은 지금.
 

─엑스는, 100년 전의 그 '강함'을 완전히 되찾았다.
 
 
 

리미티드는 스톰 이글에게서 떨어졌다.
필요최저한의 부품들만을 모아, 자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스스로의 몸을 개량했다.
그 결과 가면에 네개의 발이 달린 듯한 형태가 되버렸지만, 외형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리미티드가 떨어진 그 순간, 스톰 이글의 몸은 완전히 재로 변해, 바람에 흩날렸다.
… 그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이걸로 그의 육체를 어디의 누군가가 가져가서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으니까.

【… 그러면.】

스톰 이글의 데이터는 자신에게 있다.
이제 적당량의 기계들을 흡수해서 새로운 육체를 만들면, 거기에 이 데이터를 부과해 "스톰 이글 리미티드"와 같은 힘을 가진 또 하나의 레플리로이드로 재탄생할 수 있다.

시그마를 향한 복수를, 멈추지 않아도 된다.

리미티드는 곧 몸을 움직여,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루시퍼가 포효하며 또 한번 광막을 펼친다.
그 광막을 향해 엑스는 연속으로 버스터 샷을 쏘고, 광막의 일부를 상쇄시켜 구멍을 뚫는데 성공했다.
그 뒤를 이어 구멍을 메우듯이 새로운 광막이 생겨났고, 그것을 계속해서 버스터 샷으로 관통한다.

오리지널 루시퍼를 공략할 때는 이 방식으로 계속해서 루시퍼의 에너지를 소모시켰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안될 것이다. 이 녀석에게는 어둠의 서의 힘이 있기 때문에, 출력 자체만은 오리지널 루시퍼보다 높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와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오직 하나, 근접전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다.
오리지널 루시퍼든 카피 루시퍼든, 원거리 전으로 돌입하게 되면 이 일대가 초토화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 그것을 막기 위해서도 거리를 좁혀, 접근전으로 결판을 내지 않으면 안된다.

날아오는 광막들을 버스터 샷으로 맞춰, 정확히 자신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만든다.
그것을 통과하다가 날개가 광막에 스쳐 잘리거나 녹아내렸지만, 거기에 신경쓰고 있을 틈은 없다.

그러는 동안에도, 루시퍼의 발밑에 있는 괴어가 동결된 몸을 움직이며, 점차 재생을 계속하고 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그렇다면…!'

「노바 스트라이크」

다시 한번 엑스의 몸을 흑색의 빛이 감싸고, 흑빛의 창으로 변한 엑스가 루시퍼를 향해 돌진했다.
그것을 본 루시퍼는 또다시 아까처럼 광막을 펼치는 걸 멈추고, 3600발의 광선을 하나로 합쳐 노바 스트라이크를 저지하는데 사용했다.

단 한발의 창과, 수천발의 광선의 정면충돌.
하지만 그 한발의 창은, 수천발의 광선을 밀어내며 전진하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루시퍼는 다시 한번 가슴을 펼치고, 에너지포를 드러냈다.
 

「데모닉 캐논」
 

아까 전과 완전히 똑같은 상황.
루시퍼는 주저없이 데모닉 캐논을 최대 출력으로 발사했고, 광선들에 의해 약해진 노바 스트라이크를 지워없앴다.
 

─그래. '지워서', '없앴다'.
 

이 순간 루시퍼는 의문을 안았다.
노바 스트라이크는 차지하고.

자신을 여기까지 몰아붙은 이 '존재'가, 이 한방으로 지워질만큼 약했는지?

그것을 인식한 순간 루시퍼는, 고개를 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데모닉 캐논이 발사되는 그 짧은 순간에 노바 스트라이크의 에너지를 자신과 분리하여 방출한 후 아쿠아 아머로 교체하고, 스팅 카멜레온의 능력으로 몸을 투명화시켰던 엑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루시퍼가 조금 전에 날려버린 것은 노바 스트라이크의 에너지 뿐으로, 엑스 자신은 이미 그 자리에서 이탈한 다음이었던 것이다.
엑스는 곧바로 얼티메이트 아머로 다시 교체한 후 주먹을 날렸고, 루시퍼는 왼손바닥을 펼쳐 전자기장의 배리어를 만들어 그 공격을 받아냈다.

​"​하​아​아​아​아​앗​!​!​"​

엑스의 주먹과 루시퍼의 배리어가 부딪혀 스파크를 일으킨다.
 

─곧, 배리어를 깨트리고 루시퍼의 안면을 강타했다.
 

5m에 달하는 거구가 뒤로 두발짝 물러나고.
그 틈을 이용해 엑스는 괴어의 머리 위에 착지하여, 루시퍼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사이에 자세를 바로잡은 루시퍼가 오른손을 휘둘러 손톱으로 엑스를 공격했다.
왼쪽 날개가 손톱에 스쳐 부서지는 것으로 아슬아슬하게 피한 엑스는 다리를 휘둘러, 루시퍼의 가슴을 걷어차 부순다.

서로가 서로를 공격한 충격으로 뒤로 물러났다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다시 서로에게로 달려들었다.

루시퍼의 전신에 퍼져있는 근접무기들과 화기들. 그것들이 일제히 움직여, 엑스를 공격했다.
검과 창이 내질러지고 화살이 발사되며 철퇴와 도끼가 내려쳐지고 전기톱과 언월도가 휘둘러진다.
미사일 런처가 소형 미사일을 발사하고 화염방사기가 불을 뿜으며 개틀링건이 탄환을 토해냈다.
 

그 모든 공격을 무시한채.
 

엑스는 달려들어서, 손을 뻗었다.
루시퍼 역시 두 팔을 뻗었고, 루시퍼와 엑스는 서로가 서로의 양손을 맞잡은 채 힘 겨루기에 들어갔다.

루시퍼의 손바닥에서 튀어나온 검날들이 엑스의 손을 관통했지만, 엑스는 그것을 견뎌내고 루시퍼의 손을 악력으로 뭉개버린 후, 그 상태로 손을 붙잡아 루시퍼의 양팔을 팔꿈치까지 뜯어냈다.

팔의 단면에서 칠흑의 액체를 뿜으며, 괴성을 토해내고 뒤로 물러나는 루시퍼.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엑스는 다시 한번 루시퍼의 다리를 걷어찼다.

걷어찬 그 반동으로 몸을 위로 띄워, 루시퍼의 어깨에 올라탄 후 어깨를 손으로 붙잡아 부순 후 뜯어냈다. 뜯어내 손으로 쥔 루시퍼의 팔을 휘둘러, 루시퍼의 머리를 때렸다.
비틀거리는 루시퍼가 뜯겨진 어깨 부분에서 스파이크를 만들어내,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엑스의 복부에 어깨를 부딪혔다.

피를 닮은 의사 체액을 토해내며, 엑스는 이를 악문다.
복부에 어깨가 부딪힌 상태에서 손으로 스파이크를 붙잡고 몸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 기세를 이용해, 무릎으로 루시퍼의 머리를 때렸다.
목에서 거의 떨어질 지경이 된 머리인데도, 루시퍼는 끝까지 공격을 거듭했다. 입을 벌리고 불을 뿜어내는 것과 동시에 엑스를 물어뜯기 위해 이빨을 들이밀었다.

엑스는 불을 뒤집어쓰고, 그 직후에 왼팔을 루시퍼의 상어같은 이빨에 물어뜯겼다. 왼팔의 장갑이 벗겨졌다.

그 순간 엑스의 몸에서 흑색의 빛이 방출되고, 그 힘으로 루시퍼의 이빨이 모조리 부서진다.
그런 와중에조차 루시퍼는 다리를 움직여, 무릎에 나있는 스파이크로 엑스를 공격하기 위해 들어올린다. 무릎은 엑스의 왼쪽 옆구리에 명중된다.

루시퍼와 비교해서 작은 체구인 엑스의 몸이 날려가려고 하지만, 엑스는 손으로 루시퍼의 몸을 붙잡아 그것을 방지한다. 엑스가 날려가지 않기 위해 붙잡은 루시퍼의 장갑이 찢겨지고, 루시퍼의 괴성은 한층 더 커진다.

"아머 코드, 얼티메이트! 풀 차지!"

손을 놓고 지면에 착지한 엑스가 소리친다.
그리고, 앞의 두번과는 농도가 다른 '검은 빛'이 엑스의 몸을 휘감는다.

'어둠'이 만들어낸 꿈을 깨고 나온 그 힘.
이날 이때까지 수많은 이레귤러들을 매장시켜온 힘.

그것이, 두 팔과 무기들을 잃어버린 루시퍼의 바로 아래 쪽에서 사용되었다.

"노바 스트라이크!!"

관통된다.
노바 스트라이크의 힘을 담은 엑스의 펀치에 의해.
적중된 루시퍼의 가슴이 관통되고, 루시퍼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이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있다.
 
 
 

"가자, 페이트 짱! 하야테 짱!"

나노하의 말에, 두 사람의 소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엑스가 자리를 이탈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준비하고 있던 힘을 터트렸다.

​『​S​t​a​r​l​i​g​h​t​ breaker.』

앞으로 내밀어진 레이징하트가 주문을 영창한다.
그와 함께, 사방에서 별빛과도 같은 분홍색의 마력들이 모인다.

"전력전개! 스타라이트!!"

페이트가 보다 길어진 뇌광의 검을 휘두른다.
하늘에서 떨어진 번개의 힘이, 바르디슈 잔버에 깃들었다.

"뇌광일섬! 플라즈마 잔버!!"

하야테가 높이 들어올린 지팡이에, 백색의 빛이 밝게 빛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밤의 어둠과도 같은 마력들이 모여서 하나로 합쳐진다.

'미안해…'

하야테는 무릎을 꿇어버린 루시퍼와, 그 발밑에서 발악하고 있는 괴어를 바라보았다.

가능하다면.
정말로, 할 수만 있다면.
 

저 아이도, 구해주고 싶었는데.
 

'잘 자…!'"울려라, 종언의 피리! 라그나로크!!"

삼각형의 마법진이 생겨나고.
각각의 끝부분에서, 백색의 구체들이 생겨나 점점 마력을 흡수해 커져간다.
 

그리고.
이 세 사람의 공격이.
 

한 점에 집중되어, 발사된다.
 

"""브레이커───!!"""
 
 
 

분홍빛의 포격.
황금빛의 뇌격.
백은빛의 천격.

세 종류의 포격이, 동시에 방위 프로그램을 두들겼다.
 
 
 

"본체 코어 노출! 붙잡았… 다!!"

세개의 포격을 받고 껍질이 부서져, 방위 프로그램의 코어가 노출된다.
그리고 그 코어를, 샤멀이 여행의 거울로 붙잡아 위치를 고정시켰다.

"장거리 전송!"
"목표, 궤도상!"

그것을 유노와 알프가 전송 마법으로 감쌌다.
여행의 거울에 붙잡힌 코어의 위 아래로, 연두색과 주황색의 마법진이 생겨나 완전히 구속했다.
 

"""전송!!"""
 

세 가지 색에 휩싸인 코어는 궤도상으로 빨려들어가듯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붙잡혀 올라가는 중에도 엄청난 스피드로 재생하며 생체 부품을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그것도 이것으로 끝.

이제 남은 것은, 아르크 앙 시엘로 완전히 증발시키는 것 뿐이다.
 
 
 

─그럴, 터였다.
 
 
 

<기다렸다. 이 순간을!!>
 
 
 

"전송이, 중간에 멈췄어?!"

샤멀의 말에.
지상의 마도사들은 물론, 아스라의 크루들마저 당혹감에 휩싸였다.

아무리 재생 중이라 질량이 늘어났다고 해도, 세 사람의 마력이라면 문제없이 궤도상까지 올려보낼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 코어는 대류권과 성층권의 경계 부분에서 더 올라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드디어, 손에 넣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시그마가, 코어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세계를 멸망시킨 어둠의 힘, 내가 ​가​져​가​주​마​!​!>​
 
 
 
시그마는 희열로 가득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레이엄에게 일시적으로 협력하여 어둠의 서를 부활시킨 것도.
엑스를 가사 상태에 빠트려, 그 계획을 미연에 막지 못하게 한 것도.

모두, 지금 이 순간 노출된 코어를 붙잡아 흡수하기 위해서.

분명 보통의 방법으로는 어둠의 서의 '어둠'을 제어할 수 없다. 그러긴 커녕, 역대의 주인들처럼 잡아먹힐 뿐이다.

하지만 자신은 인간이 아니다. 하물며 생명체나 보통의 프로그램도 아니다.
자신은 '시그마 바이러스'. 이것이 어떤 존재든,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물건이라면 변질시켜서 흡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으로 자신은, 진정한 의미의 '사신'이 될 수 있다.
모든 차원세계의, 모든 인간들에게 파멸과 죽음을 선사할.
 

진정한 '사신'이자, '파괴신'이 탄생한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시그마의 웃음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코어를 붙잡은 시그마의 등 뒤에.

─엑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떻, 게……?>

"너라면… 분명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어."
 

그래서, 루시퍼를 날려버린 그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엑스는 힘을 모으며, 시그마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의 서의 '어둠'과, 재액의 '사신'을 한꺼번에 없애버리기 위해서.
 
 
「ULTIMATE BLAST FULL CHARGE」
 
 
얼티메이트 아머의 칠흑빛이 폭발하듯이 터져나온다.
그 위를 감싼 블래스트의 백은빛이 섞여들듯이 합쳐진다.

흑과 백.
두 가지 힘이 하나로 합쳐져.
 

─몇배로 증폭된 얼티메이트 아머의 힘이 엑스의 손에 모였다.
 

<바보같은 짓을…?! 그만둬!! 그런 몸으로 그런 짓을 했다간 네놈도 무사하지 ​못​한​다​고​!​!>​
 

조금 전까지 루시퍼와의 격전으로 인해 손상될만큼 손상된 몸.
그런 힘으로 얼티메이트 아머의 풀 파워를, 블래스트로 증폭시켜 사용한다.

그 리바운드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시그마는, 그렇게 소리치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너는 내가, 언제 그런 거 신경쓰면서 싸우는 거 본 적 있어?"
 
 
 
─엑스가 웃으면서 한, 지금의 이 말과 완전히 똑같은 생각을.
 
 
 

「ULTIMATE ​S​U​P​E​R​N​O​V​A​」​
 
 
 

흑백의 빛에 휩싸여, 시그마와 코어가 함께 대기권을 뚫고 궤도상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린디는 빠르게 지시를 내리고, 에이미도 행동에 들어갔다.

"아르크 앙 시엘, 배럴 전개!!"

아스라의 주포, 아르크 앙 시엘의 발사를 위한 3개의 마법진이 전개 되고, 마력이 집중되기 시작한다.

"파이어링 록 시스템 오픈! 명중 확인 후, 반응 전까지 안전 거리까지 대피합니다!"

곧이어, 전송 마법과 얼티메이트 슈퍼노바에 휘말려 궤도상까지 떠오른 '어둠'과 '사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둘은 융합을 시작하고 있었지만, 방금의 엑스가 날린 일격에 의해 엄청나게 손상되어, 재생하고 있는 상태로 노출되었다.
 

"아르크 앙 시엘, 발사!!"
 
 
린디가 열쇠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모든 것을 무로 돌려버리는 마력소멸포가 발사되었다.
 
 

<이, 놈, ​엑​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공간이 찢겨지고.
왜곡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일어난 반응소멸이 '어둠'과 '시그마'를 휘말았다.
 
 

─그 뒤에는,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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