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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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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그것은, 작은 기적.
기도는 아득히 천공의 저편으로.
눈물은 무지개가 되어 빛으로 변하고.
기나긴 밤은 종말을 고하고.

여행을 떠날 때 하는 '안녕'이라는 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하는 말.
 
 
 

<효과 공간 내의 물체, 완전 소멸! 재생 반응 없습니다!>
<준 경계 태세를 유지. 조금 더 반응 구역을 ​관​측​합​니​다​.>​

린디의 지시에 에이미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통신을 켰다.

<그런 이야기니까, 현지의 모두들… 수고했어! 상황 무사히 종료됐어! 앞으로 잔해의 회수나 시가지 수복 등 이것저것 남았지만, 너희는 아스라로 돌아와서 좀 쉬래!>

에이미의 말에, 모두가 간신히 한숨을 내쉬고 긴장을 풀었다.
디바이스를 전투형에서 대기 상태로 바꾸고, 피로에 젖었지만 그래도 안도로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피해가 심한 곳 이외에는 원래대로 돌려놨으니까, 나노하의 친구들도 원래 장소로 ​돌​아​갔​을​거​야​.>​
"그렇군요… 다행이다."

그 시각, 스즈카와 아리사는 또다시 갑자기 변해버린 풍경─아무도 없던 거리에 사람들과 자동차가 나타나는 등─에 난리를 피우고 있었지만, 나노하들로서는 그것을 알 리 없었다. … 설령 알았다고 해도 상관없었겠지만.

이제야말로, 모든 것이 끝났다.
이제서야 그 사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콰직, 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상당히 큰 소리였기에, 모두가 한꺼번에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지금 막 하늘에서 내려온 엑스가 서있었다.

"엑스 군! 역시 무사했─"

엑스를 보자마자, 하야테는 화색이 되어 그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때.
 

─또 한번, 콰직하는 소리가 들렸다.
 

"…… 에?"

하야테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렇게 소리를 내뱉는 순간.
 

엑스의 몸을 감싸고 있던 칠흑의 갑옷이, 산산히 깨져나갔다.
 

갑옷을 잃어버린 용사는 천천히 뒤로 기울어졌고.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IRREGULAR HUNTER - X


50화


 
 
 
 

엑스가 바다에 추락하고, 그 뒤를 잇듯이 하야테가 의식을 잃었다.
간신히 두 사람 모두 구출해내 아스라로 옮겼고, 두 사람은 곧 의무실로 옮겨졌다.

하야테가 쓰러진 것은 단순한 탈진과 쇼크 때문이기에 크게 걱정할 것 없었지만, 당장 시급한 문제는 따로 있다.

"역시… 파손은 치명적인 부분까지 이르렀어."

하야테와 엑스가 쓰러져있는 아스라의 의무실.
이곳에서 린포스는 수호기사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방어 프로그램은 정지했지만, 뒤틀린 기초 구조는 그대로야. 나는… 야천의 마도서 본체는 머지 않아 방어 프로그램을 재생시키고 또다시 폭주하겠지."

방어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일부.
그녀 자신이 남아있는 한, 방어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재생된다.

"역시나인가…"
"수복은 불가능해?"

대충 짐작을 하고 있던 시그넘의 한탄에 이어 샤멀이 질문을 던지지만, 린포스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무리야. 관제 프로그램인 내 안에서, 야천의 서 본래의 모습은 사라졌어."
"… 원래의 모습을 모르면 되돌릴 수도 없다는 거군."

린포스의 말에, 쟈피라가 이를 갈듯이 말했다.
잠들어있는 하야테를 바라보던 시그넘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 주인 하야테는 괜찮은건가?"
"아무 문제 없다. 나에 의한 침식도 완전히 멈췄고, 링커 코어도 정상 작동하고 있어. 불편한 다리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치유되겠지."

그렇다면 이제 걱정할 것은 없다.
그렇게 생각한 수호기사들은 거의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뭐… 잘된 걸로 칠까?"
"아. 이제 미련은 없다."

자신들이 없어도, 자신들의 주인을 지켜줄 용사는 있다.
엑스가 쓰러진 원인은 최후에 사용한 흑백의 섬광의 리바운드로 인한 것이다.
갑옷이 산산조각나버린 것에는 놀랐지만, 다행히도 외상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라면… 엑스라면 문제없겠지. 주인 하야테의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다."

단순한 프로그램으로서, 지금까지 수많은 죄를 저질러온 몸으로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행복을 누려온 지금, 더이상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샤멀과 시그넘의 말을 잇듯이, 비타가 이야기했다.

"방어 프로그램이 없는 지금, 야천의 서를 완전히 파괴하는 건 어렵지 않아. 파괴해버리면 두번 다시 폭주할 일도 없겠지. … 우리들도 소멸하겠지만."
"… 미안하군, 비타."
"왜 사과하는데. 별로 상관없어.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 정도는… 모두들 알고 있었잖아?"

외형은 어려보인다고 해도 그녀 또한 볼켄리터의 한 사람.
이미, 각오는 되어있다.
 

─하지만, 린포스는 그녀들의 각오를 막았다.
 

"아니. 너희들은 남는다. 사라지는 건… 나 혼자 뿐이야."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처음으로 웃었다.
 
─지독히도 쓸쓸하고, 지독히도 어두운 미소를.
 
 
 

"…… 야천의 서의 파괴?"
"어째서?! 방어 프로그램은 파괴됐잖아!"

나노하와 페이트가 크로노의 말에 강하게 의문을 표했지만 크로노는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대답했다.

"어둠의 서… 아니, 야천의 서의 관제 프로그램으로부터의 진언이야."
"관제 프로그램이라면… 나노하와 페이트들이 싸웠던?"

알프의 반문에 크로노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 뒤를 이어서 유노가 추가 설명을 시작했다.

"방어 프로그램은 한번 파괴됐지만, 야천의 서 본체가 금새 프로그램을 재생시켜버린대. 이번에는 하야테도 침식될 가능성이 높아. 야천의 서가 존재하는 한, 위험은 사라지지 않아."
"그래서 관제 프로그램은 방어 프로그램이 사라진 지금, 자신을 파괴해달라고 부탁했어."

그것은 즉.
자신을, 죽여달라는 이야기.

"그런…!!"
"그렇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시그넘들도…!"

"아니. 우리들은 남는다."

그때, 볼켄리터들이 들어오면서 말했다.

"방어 프로그램과 함께, 우리 수호기사 프로그램도 본체에서 풀려난 것 같다."
"그래서… 린포스가 나노하 짱들에게 부탁이 있대."
"… 부탁?"

자신들에게?
 
 
 

비타는 자고 있는 하야테의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다.

"… 하야테의 행복이, 우리들의 가장 큰 행복. 그러니까 린포스도 웃으면서 가겠대. 꿈속에서라도 좋으니까… 칭찬해줘, 그 애를."

그렇게 말하며, 비타는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
얼마나 지났을까.

엑스의 손끝이, 살짝 움직였다.

의식은 있었다.
린포스가 하는 이야기나 볼켄리터들의 이야기, 그리고 비타가 한 말도 확실하게 들었다.

단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얼티메이트의 반동이 이렇게까지…!'

아르카디아에 있을 때에는 노바 스트라이크나 얼티메이트 슈퍼노바를 사용해도 이렇게까지 반동이 돌아온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지금 이렇게 됐다면, 역시 이유는 블래스트에 있다고밖엔 생각할 수 없다.
블래스트는 얼티메이트 이외의 다른 아머들과 함께, 이 세계에서 린포스와 힘을 합쳐 만든 갑옷. 다시 말해, 원래는 엑스에게 없었던 힘이다.

그런 블래스트를, 안그래도 강력한 힘을 가진 얼티메이트와 합쳐서 사용했다.
물론 그 덕분에 무방비 상태였다곤 해도 저 시그마조차 일격에 우주 밖으로 날려버릴 수 있었던 거지만, 그만큼 엑스의 몸에 돌아온 반동도 컸던 것이다.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린포스의 성격은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진심이다. 진심으로 죽음을 맞으려 하고 있다. 하야테를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어쩌면, 그러지 않고 끝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우미나리 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그리고 그 인근 동산의 공원.

이곳에서 린포스는 야천의 서를 든 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을 영원히 봉인해줄 사람들을.

주인 하야테를 비롯한 가족들은 아스라에서 내렸고, 그 중 두 사람은 아직까지 잠에 빠져있었다.
그리운 집의, 침대 속에서.

이걸로 자신은 그 두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동안에 사라질 수 있다.

뒤쪽에서 눈을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린포스가 몸을 뒤로 돌리자, 나노하와 페이트가 이곳에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와줬구나."
"… 린포스, 씨…"

그 이름으로 불러주는건가.
린포스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소녀들을 맞이했다.

"… 당신을 하늘로 돌려보내는 건, 우리들만으로 좋은가요…?"
"너희들이기 때문에 부탁하고 싶어."

그녀들 덕분에, 자신은 주인 하야테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주인 하야테를 먹지 않고 끝날 수 있었고, 기사들도 무사할 수 있었다.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 그래서 마지막은… 너희가 나를 끝내줬으면 해."
"하야테 짱에게…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요?"
"주인 하야테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런 건.
너무나도, 슬픈 이야기다.
나중에 이 일을 알게 될 하야테도 슬퍼할 것이고, 수호기사들도 눈물을 흘릴 것이다.
지금 이 일을 하려고 하는 자신들조차도, 가슴에 메여오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린포스 자신에게는, '죽음'과 다름없는 일일 것이다.

"너희들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바다보다 깊이 사랑하며… 그 행복을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 사람들과 만난다면 말야."

발자국 소리와 함께, 볼켄리터들이 걸어올라왔다.
숙연한 얼굴로 다가오는 그들을 보며.
린포스는 입을 열었다.

"그럼 시작할까. … '어둠의 서'의 종언을."
 
 
 

하야테가 눈을 뜬 것은 바로 조금 전.
당연히 그때는 이미 봉인 의식이 시작되고 있던 중이었고, 그것을 누구에게서 전해들을 방법도 그럴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느끼고 있었다.
그녀와 연결되어 있는 린포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녀가 어떤 결심을 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몸을 침대에서 일으켜 휠체어에 옮겨탔고, 정신없이 집을 나섰다.

'하야테도, 움직였나…'

몸을 움직이지 못해도 의식은 있다.
엑스의 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동 회복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늦는다. 이대로는 어떻게 해도 시간을 맞출 수 없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어떻게 해도.

'…… 아니.'

바보같은 생각을 했다.
정말로, 바보같은 짓을.

이제와서, 몸이 망가지는 것따윌 신경쓰다니.

엑스는 몸속의 기관과 전류를 움직여, 다른 부분의 치료보다 오른팔의 치료를 우선적으로 했다.
불과 십여초만에 오른팔이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들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손가락이 문제없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엑스는, 그 오른손을 자신의 가슴 속에 박아넣었다.
 
 
 

린포스를 중심으로 하여 생긴 삼각형의 마법진.
그 양쪽의 끝에 나노하와 페이트가 분홍빛과 금빛의 마법진을 펼치고 있었고, 삼각형의 가장 윗부분에는 볼켄리터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Ready to set.』
『Stand by.』

두 소녀가 각자의 디바이스를 들어올리자, 레이징하트와 바르디슈가 봉인의 준비를 시작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희들에게도 신세를 많이 졌다."

린포스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두 디바이스에게도 그렇게 인사했다.
그녀는, 마음 편히 웃고 있었다.

『Don't worry.』
『Take a good journey.』

두 디바이스의 작별 인사에, 린포스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제 곧 최후가 될 그녀의 모습에.

나노하도.
페이트도.
볼켄리터도.

아무런 말없이, 그녀를 지켜보며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여기에.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사람이 단 한명 있다.
 
 

"린포스!! 얘들아!!"
 
 

린포스가 감았던 눈을 뜨고.
나노하와 페이트가 고개를 돌리고.
볼켄리터들이 숙였던 머리를 들어올렸다.

저 멀리서, 하야테가 필사적으로 휠체어를 움직이며 다가오고 있다.

"하야테!"

그것을 보며 비타가 당장 마법진에서 뛰쳐나가려고 하지만, 그것을 린포스가 억눌렀다.

"움직이지마! … 움직이지 말아줘. 의식이 멈춘다."

그러는 사이에도, 하야테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추위로 인해 손이 새빨갛게 되고, 숨을 몰아쉬면서도 멈추지 않고 이곳까지 도착했다.

"안돼! 그만둬! 린포스, 그만둬!"

하야테는 모든 마음을 담아서 소리쳤다.
이제야 겨우 만난, 이제야 겨우 함께 살 수 있게 된 가족.
그녀가 스스로 택한 길이라고 해도, 내버려둘 수 없었다. 내버려둘 수 있을 리 없다.

"파괴같은 거 하지마! 내가… 확실하게 억누를게! 이런 거, 하지마!!

그렇기에 소리쳤다.
그녀가 죽지 않기를, 살아가기를 결심해주길 바랬으니까.

그런 사랑스러운 주인을 보며, 린포스는 미소를 지었다.

"주인 하야테, 괜찮습니다."
"괜찮지 않아!! 하나도, 괜찮지 않아!!"

절규하듯이 소리치는 하야테를 달래는 것처럼.
린포스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상당히 오랜 세월을 살아왔습니다만… 마지막의 마지막에, 저는 당신에게 아름다운 이름과 마음을 받았습니다. 기사들도 당신의 곁에 있을테니,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걱정이라니, 그런…!!"
"그러니까 저는… 웃으면서 갈 수 있습니다."

마침내, 하야테는 견디지 못하고 눈물을 머금으며 외쳤다.

"말 안 듣는 애는 싫어! 마스터는 나야! 내 말을 들어! 내가 반드시 어떻게든 할게! 폭주같은 거 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그 약속은, 이미 충분히 지켜주셨습니다."
"… 린포스!!"

그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야테의 말을 듣지 않기로 했다.

"주인의 위험을 제거하고, 주인을 지키는 것이 마도의 그릇의 역할. 당신을 지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을… 제가 선택하게 해주세요."

하야테의 눈에서, 고여있던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계속 슬픈 일만 겪고는… 겨우… 겨우… 구원받았잖아?!"
"제 의지는, 당신의 마도와 기사들의 영혼에 남을 겁니다. 저는 언제나 당신의 곁에 있겠습니다."
"그런 건 아냐! 그런 건 아니잖아! 린포스!!"

하야테도 자신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론 알고 있다고 해도.
그녀의 가슴은, 지금 이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말을 들어주십시오, 나의 주인이여."
"린포스!!"

하야테가 휠체어를 앞으로 움직였다.
그때, 휠체어의 바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하야테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것을 보면서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움직여버리면 의식이 깨져버리니까.

"어째서야… 앞으로… 난 훨씬 더… 앞으로… 훨씬 더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데…!!"

앞으로 넘어져서 오열하는 하야테를 향해.
린포스가 한걸음 두걸음 걸어가, 한쪽 무릎을 꿇어 그녀의 앞에 앉았다.

그녀의 오른손이 움직여, 그녀의 주인의 볼을 감쌌다.

"괜찮습니다. 저는 이미…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마도서니까요."

이 세상과 저 세상 어디에, 마도서를 위해 이렇게까지 울어주는 주인이 있을까.
이름을 받았고, 마음을 받았다.
자신을 위해, 울어주고 있으며 안타까워 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수없이 죄를 저질러온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과분한 행복.

정말로 자신은, 어느 세상의 어느 마도서보다도 행복한 존재다.
 
 
 

─그 순간, 위에서부터 추락한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사방으로 눈이 흩날렸다.
 
 
 

"!!"

무엇이 나타난걸까.
한순간 인식하지 못했지만, 곧 눈들이 가라앉으면서 떨어진 것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다행이다… 아직 안 늦었나…!"

─유성처럼 나타난 푸른 용사였다.

"엑스… 일어난 모양이군."

가장 먼저 그의 모습을 확인한 린포스는 몸을 일으키며 엑스를 맞이했다.
딱 하나, 미련이라고 할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 소년을 마지막까지 보지 못하고 간다는 것.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 마지막 미련까지 이룰 수 있었다.

설마, 이것만큼은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이루어질 줄이야.

하지만.

곧, 린포스를 비롯한 모두의 인상이 굳었다.
 

"엑스 군… 가슴에 그거?!"
 

하야테가 비명에 가깝게 말한 것처럼.
지금 엑스의 가슴을 감싸고 있는 갑옷은 파괴된 상태였고, 그 안에 있던 가슴은 상처투성이에 강제로 이어붙인 듯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시간에 맞추려고 무리를 좀 했어. 별 거 아냐."

아무리 내버려두면 재생된다곤 해도, 스스로 심장부를 손으로 후벼파내고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수작업으로 이어붙인다는 건 상당한 중노동이었다. 가능하면 다신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만.
엑스는 크레이터에서 몸을 일으키고, 린포스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야천─ 아니, 린포스."
"다행이군, 엑스. 사라지기 전에 만나서, 정식으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가 있었기에, 주인 하야테는 오랜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가 있었기에, 방어 프로그램을 쓰러트리고 그것을 가로채려던 '무언가'를 없앨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수호기사들과 함께 있을 것이기에, 린포스는 아무런 걱정없이 떠날 수 있었다.

"… 린포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짐작하고 있어. 당신이 이러는 건… 하야테를 위해서, 라는 것 이외엔 없을테니까."
"그 말대로다."
"그것이 당신의 선택이라면… 나는 그걸 막지 않아."
"엑스, 군?!"

막아줄 거라고 생각했던 엑스의 말에, 하야테는 최후의 희망이 부서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엑스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당신이 사라지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좋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건 곤란한데."

하루나 이틀 정도 있는다고 해서 방어 프로그램이 그렇게 금방 재생하는 건 아니지만.

"시험해야할 게 있어. 그게 성공한다면, 당신이 사리지지 않고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 뭐, 라고?!"

있을 수 없다.
그런, '아무도 다치지 않고 끝날 수 있는' 꿈같은 방법은.

「SPIRT」

용사의 갑옷이 모습을 바꾼다.
짙은 청색이었던 부분이 하늘색으로.
그의 등 뒤에서는, 빛으로 된 두 장의 날개가 생겨났다.

"여섯번째 아머 「스피릿」. 이 힘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 그건 당신이 갖고 있는 레플리로이드의 데이터를 리얼라이즈 시키는 것 아니었나?"

지금까지 봐온 스피릿 아머의 능력과 약간이지만 읽어냈던 엑스의 기억을 바탕으로 린포스는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엑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스피릿 아머를 만들면서 얻은 예상치못한 부산물이야. 실제 내가 계획했던 스피릿 아머의 능력은 그게 아니야."

예전에 엑스는, 스스로의 손을 소울 바디로 바꿔서 어둠의 서에 접속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스피릿 아머의 진짜 능력은, 그것을 보다 강화시킨 것.

"내 정신을 직접 사이버엘프─ 레플리로이드의 정신체로 바꿔서 당신의 안으로 들어간 다음 당신의 안에 있는 뒤틀림을 직접적으로 제거하고 수정한다. 그게 지금부터 시험하고 싶은 거야."
"하지만, 그런…!!"

하야테도, 수호기사도, 그리고 린포스 자신도.
이때까지 그에게 받은 은혜는 헤아릴 수 없다.
그런데 최후에 와서까지…!

"… 엑스 군."

그때, 하야테가 끼어들었다.

"그거, 가능한 기가? 그렇게 하면 린포스는 괜찮아지는 기가?"
"해보지 않으면 몰라. 하지만… 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해."

그의 생각이 옳다면.
린포스를 포함한 그 누구도 사라지지 않아도 된다.

만약 그의 생각이 틀렸다면.
그렇다고 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원래 봉인될 예정이었던 것이 아주 조금 뒤로 밀려나는 것 뿐이다.
 

─가능하다면.
 

정말로, 사라지지 않고도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면.
그녀 역시─ 모두와 함께 살고 싶었다.

"… 그럼, 할게."
"……"

린포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엑스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SPIRT FULL CHARGE」
 
 
 

"… 여, 기는…"

린포스의 내부 세계라면, 전에도 와본 적이 있다.
고대의 왕국과도 같은, 오래되었지만 아름다운 도시.
 

─하지만, 지금 이 광경은 무엇일까.
 

확실히 '도시'인 것은 그때와 똑같다. 조형물 중에는 그때 봤던 것과 똑같은 것들도 있으니까, 그때와 같은 도시일 것이다.
그러나 그때와는 확실히 다른 점이 있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의 이 도시는 불타고 무너진 '폐허' 상태였다.

'방어 프로그램이 사라진 영향인가, 아니면…'

다른 무슨 이유가 있는걸까.
엑스는 오른팔을 버스터로 바꾸면서 걸음을 옮겼다. 물론, 린포스를 저주받은 어둠의 서라고 불리게 만든 원인을 직접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다.

'스피릿 아머'의 힘으로 사이버엘프가 되어 린포스의 세계로 들어온 지금의 엑스는 노멀 아머의 상태.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엑스가 실질 전투 랭크 SSS의 힘을 가진 이레귤러 헌터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실제로 하야테와 처음 만난 날, 반파되었다곤 하지만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던 루시퍼를 쓰러트렸을 때의 아머도 이것이었으니까.

즉, 야천의 서를 '어둠의 서'로 개변시킨 버그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엑스에게는 그것을 격파할 자신이 충분히 있었다.
 
 

─광장한 가운데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좀 늦었군."

흑보라빛의 망토를 두른 거한이 엑스를 보며 서있었다.
상황적으로 본다면 저것이 린포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버그인 거겠지.
 

문제는, 저것이 엑스가 알고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것도, 바로 하루 전에 쓰러트린.

"시그마…!!"

엑스에게 이름을 불린 최악의 이레귤러는, 흉폭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간단히 당해주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이 안에 살아있었을 거라고는.
시그마는 여전히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이미 네 녀석의 공격을 받았을 때, 나는 방어 프로그램과 어느 정도 동화되어있었다. 덕분에 그 아르크 앙 시엘인지 뭔지하는 걸 맞기 직전에, 이곳으로 대피해올 수 있었던거지."
"그런 건 불가능해! 린포스는 방어 프로그램과의 연결을 잘라냈었는데!"
"잊은거냐. 나는 '바이러스'다. 설령 단 하나라도 잘려지지 않은 회선이 있다면, 그걸 통해 이동하는 건 문제도 아니야. 덕분에, 이 안에 있던 '버그'라는 물건은 내가 먹어치울 수 있었고!!"

망토 속에서, 시그마가 오른손을 펼쳐서 내뻗었다.

─그리고 그 오른손에서 만들어진 백색의 광구가 엑스를 향해 날아왔다.

엑스는 미들 차지 버스터로 그것을 막아냈지만, 엑스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그것은, 분명히─

"그래. '마법'이지."
"무슨, 바보같은…!!"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엑스는 곧 기억해냈다.
레플리로이드인 시그마에게, 마력이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지금의 시그마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린포스 내부의 공간에 있는 존재. 무엇보다 그는 방어 프로그램과 한번 융합했으며, 그 과정에서 마력을 얻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

"그런 거다. 원래는 다른 꼬마들이 이 여자를 봉인하려고 들면 그 틈을 노려 다시 한번 폭주시켜버릴 예정이었다만, 네놈이 끼어든 덕분에 그 계획은 취소하는 수밖에 없었지."

그것은 이상하다.
엑스가 왔다고 해도 폭주시키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을텐데 어째서?

"아무리 이 여자를 다시 폭주시킨다고 해도 네놈이 있다면 중간에 막혀버릴 우려가 있지. 다른 놈들이 말했듯이 방어 프로그램이 없는 지금, 야천의 서 자체를 부숴버리는 일은 간단하니까. 그렇게 되면 이번에야말로 나까지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이상 그런 도박은 할 수 없거든."
"… 그래서… 나를 여기로 불러들였다고…?"
"그래. 여기라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네놈을 쓰러트리는 게 가능하니까."

시그마는 '어둠의 서'가 사용했던 흑빛의 마력을 뿜어내며 소리쳤다.

"어디 다시 한번 꺼내보시지! 얼티메이트 아머를!!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승부를 가리는거다!!"
"……."

스피릿 아머를 비롯한 다른 아머들은 지금의 엑스가 장착하고 있는 '노멀 아머'가 변형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스피릿 아머의 힘으로 사이버엘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엑스로서는 다른 아머들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얼티메이트 아머는 다르다.

그것은 다른 아머들과는 달리 노멀 아머와 따로 존재하는 별개의 갑옷이며, 이 세계에서 불러내는 것도 가능했다. '데이터'가 곧 힘이 되는 이 전뇌 공간에서는, 현실에서의 파손같은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하려고 한다면 지금의 엑스는 얼티메이트 아머를 걸치고 시그마와 싸우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엑스는 얼티메이트 아머를 꺼내지 않았다.
 
 
 

"역시 그렇군. 할 수 없겠지, 네놈이라면!! 이 세계는 어디까지나 그 여자의 내부 세계!! 이런 곳에서 얼티메이트 아머와 내가 부딪히면, 이 여자 자체가 소멸되버릴 위험이 있다!! 이 여자를 구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네놈이 그걸 알면서 얼티메이트 아머를 사용할 수 있을 리 없지!! 그렇다고 해서 다른 아머를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사이버엘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상 다른 레플리로이드의 데이터를 리얼라이즈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지금의 엑스에게 남은 것은 노멀 아머.
그리고, 오른팔의 버스터.
이 두가지 뿐이다.

시그마는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엑스가 모든 힘을 잃고 가장 약해지는 이 순간을.
그리고 자신이 어둠의 서의 힘을 손에 넣고, 가장 강해지는 이 순간을.

"처음부터… 계산 내의 일이었다는 건가…!! 내가 방어 프로그램과 융합한 너를 날려버렸을 때 그렇게 쉽게 당했던 것도, 이미 린포스 본체의 안에 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에…!!"

확실히 그렇다.
어둠의 서의 '어둠'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았겠지만, 상대는 다름아닌 엑스.
'어둠'을 흡수한 자신이 당했을 때를 대비해서, 시그마는 처음 '어둠'과 접촉했을 때 이미 린포스의 본체로 옮겨온 다음이었다. 그 뒤에는 설령 '어둠'을 흡수한 몸체 쪽이 당해버린다고 해도, 이 안에 자신의 바이러스가 남아있으니까 문제될 것이 없고.

하지만.

"그건 조금 다르군, 엑스."

시그마는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믿고 있었던 거다. 너라면, 반드시 이 여자를 구하기 위해 이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그리고 이 여자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위험해지는 것을 감수하고 얼티메이트 아머를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이 세상의 그 어느 누구보다도!! 이 내가!! 너를 믿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엑스는 훌륭하게도 그 믿음에 부합해주었다.
100년 전부터 변한 게 없는, 그 물러터진 마음으로.
 

"자, 이걸로 마지막 싸움이다!! 이길 수 있겠나, 엑스!! 아무것도 지니지 못한 그 몸으로, 아르카디아의 초과학과 '어둠'의 힘을 함께 지니고 있는 지금의 이 나에게!!"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시그마를 보며.
엑스는, 처음으로.
 
 
 

─승산이 없다, 고 판단했다.
 
 
 

───to be continue
 

 
NAME : 시그마(일러스트 : 참지네 씨)
아르카디아 역사상 최악의 이레귤러. 100년 전 원래는 이레귤러 헌터의 지휘관으로서 모든 레플리로이드에게 있어서 존경과 경외의 대상이 되었던 최강의 레플리로이드인 동시에 그 자신도 정의감과 의무감에 불타던 최고의 헌터였지만, 인간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켜 수많은 이레귤러들을 선동하여 '시그마의 날'이라는 대사건을 일으켰다.
그런 그의 야망은 엑스와 제로라는 용사와 영웅에 의해 분쇄되었지만, 그의 몸은 이미 바이러스가 되어 몇번이고 되살아나 싸움을 반복했다.
지금의 시그마는 바이러스 상태로 '야천의 서' 내부에 들어와, 그녀를 변질시켰던 버그를 먹어치우고 그 힘을 손에 넣은 상태.
 

에 또, 그니까 지금 이 상황이 어떤 환장할 상황이냐 하면
 

속성 무기 없고 다른 아머 없고 기본 버스터만 가진 '게임 시작 직후' 상태로 최종보스전에 들어간 상태
 

… 뭐, 어떻게든 되겠지(담배 모양 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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