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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렐!

ぱられる!


원작 |

역자 | 淸風

패럴렐 1 ‘후쿠자와 유키의 비범한 평범’


 아침 햇살이 커튼 틈새로 찔러 들어와, 오늘도 역시 좋은 날씨임을 당당히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방의 주인은 침대 위에서 코를 골며 숙면하고 있었다. 원래 자명종이 세트 되었던 시간은 진작에 지났고, 아무래도 다시 잠이 든 것처럼 보인다.
 행복한 듯한 표정으로 꿈나라의 생활을 구가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걸 버텨 서서 내려다보는 사람이 한 명.
 허리에 손을 대고 눈썹을 치켜세우고 있는 모습은 귀여운 이목구비와 더해져, 미스매치면서도 또 다른 귀여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단지,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지금도 아직 이불을 안은 채로 풀려있는 표정으로 잠든 채다.
 소녀는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일어나, ​유​키​―​―​―​―​―​―​!​!​!​!​”​

 폐활량을 최대한으로 살려 큰 소리를 내며, 그와 동시에 침대에 뛰어올라 힘찬 기세로 배 위에 올라탄다.
“쿠학!”
 묘한 신음 소리가 난다.
 하지만 거기서 봐주진 않는다.
“이봣! 언제까지 자고 있을 거니, 빨리 일어나. 지각해 지각! 새 학기가 막 시작되었는데 벌써 지각하고 싶은 거니?!”
 올라탄 채로 팔을 휘둘러 내리며 투닥투닥 두드린다.   아래에 깔려있는 사람이 간신히 눈이 뜨였는지 공격에서 피하려 하지만,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혀 있기에 피할 수도 없다.
“우와, 그만, 그만! ……이제 일어났으니까!”
“진짜?”
“진짜, 진짜.”
“정말, 어쩔 수 없다니까.”
 안되겠네 하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과 태도로 소녀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대로 창가로 걸어가서 한순간에 커튼을 열어젖힌다. 아침 햇살이 방 안을 비추고, 거슴푸레한 밤의 분위기를 띠고 있던 방이 한순간에 생기를 띠고 빛을 낸다.
 유키도 간신히 이불을 떨쳐내고, 침대 위에서 상반신을 일으킨다.
“멋대로 들어오지 말라고 말했잖아, 요시노.”
“뭐야, 내가 안 왔으면 못 일어났던 주제에. 정말로 유키는 손이 많이 간다니까……어, 꺄악!”
 요시노는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버렸다.
“무, 무, 무슨 꼴 하고 있는거야!”
 말을 듣고 자신의 모습을 살펴봤지만, 그다지 평소와 다른 부분은 없다. 위는 티셔츠, 아래는 팬티인 잘 때 모습.
“뭐야, 새삼스럽게. 아니 그보다, 부끄러우면 들어오지 말라니까.”
 불만을 말하면서도 역시나 조금은 부끄러워서 이불로 숨긴다.
“아, 아니야. 뭐, 뭔가 굉장한 일이 되어 있었어!!”
 더더욱 얼굴을 붉히며 소리치는 요시노.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없었지만, 얼굴을 숨기면서도 손가락 틈으로 흘긋흘긋 살피는 듯한 눈길의 앞을 보고 이해했다.
 갑자기 머리에 피가 오른다.
“앗……하, 할 수 없잖아, 아침이니까!!”
 창으로 들어오는 상쾌한 아침해를 맞으면서.

 오늘도 역시 평소와 변함없는 아침을 맞이한다.


 바로 얼굴을 씻고, 아침 식사인 빵과 요구르트를 위에 담고, 이를 닦는다. 그 사이에도 요시노와 어머니가 사이 좋은 듯 이야기를 하는 게 신경 쓰이는 유키. 교복 상의에 팔을 넣고, 가방을 집어 당기며 거실로 뛰어든다.
“정말로, 매일 고마워. 요시노 쨩. 언제나 도움받네.”
“아뇨, 역시 제가 없으면 유키는 어쩔 수 없으니까요.”
“멋대로 남 이야기로 신나하지 마.”
 요시노가 뒤를 돌아보자, 땋은 머리가 흔들린다.
“뭐야, 내가 없으면 매일 지각해 버리는 주제에.”
“시끄럽네, 이상한 참견 하지 마.”
 둘이서 서로 노려보고 있자, 엄마가 즐거운 듯 사이에 끼어든다.
“정말로 둘은 사이가 좋네. 나도 안심이야. 요시노 쨩이 유키에게 시집와 준다면.”
 그러자 둘은 입을 맞춰서
““우리들은 그런 게 ​아​니​야​(​에​요​)​!​!​”​”​
 하고 소리치면서 집을 빠져나가는 거였다.

 집을 나서자마자 달리는 두 사람. 학교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의 거리지만,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는 시간이 아니다.
“어라, 레이 쨩은?”
“오늘은 아침 훈련.”
“큰일이구나, 언제나.”
 아침밥을 막 먹은 유키는 아직 움직임이 둔해서, 요시노가 가냘픈 몸을 휘날리며 앞을 달려간다.
“유키! 그렇게 천천히 달리면 늦어!”
 돌아보면서 바로 입을 빼쭉여 온다.
 요시노는 기운은 있지만 발은 빠르지 않아서, 얼마간 몸이 깨 있지 않아도 따라가는 건 어렵지 않다.
 유키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소꿉친구의 흔들리는 땋은 머리를 눈에 넣은 채로 기계적으로 발을 번갈아 옮긴다.
“……저기, 요시노.”
“뭐야. 그다지 달리지도 않았는데 배가 땡긴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
“아니, 그런게 아니라.”
 치마에서 빠져나온 가는 다리.
 그리고.
“그렇게 척척 걸으면, 팬티 보여.”
 갈색과 빨간색이 섞인 체크무늬 치마는 학교 지정 치마보다 길이가 굉장히 짧아서, 그 때문에 격렬하게 움직이면 금단의 성역이 보여버릴 위험성도 높다. 그렇다고 할까, 슬쩍 보인 건 하양과 물색의 줄무늬.
 그 한마디를 들은 요시노는 발끈해서
“……이, 짐승!!”
“우에엑?!”
 달려온 유키에게 카운터로 가방의 무거운 일격을 먹인 거였다.


 학교에 도착한 건 지각 직전이었다.
“기, 기다려, 유키. 나, 이제, 무리…….”
 처음에 뛰쳐나간 탓인지, 요시노는 학교가 보여왔을 즈음에는 체력도 바닥나서 휘청휘청거리고 있었다. 체력이 없는 주제에 페이스도 생각하지 않고 ‘돌진 돌진’하며 뛰어다니는 요시노는 자주 이런 꼴이 되어 버린다.
 쓰러질 것 같은 요시노의 손을 잡고 끌고 가듯이 교실에 도착한 건, 그야말로 지각 직전의 타이밍이었다. 아침부터 체력을 쓰고, 첫 시간째 고전 수업을 마치고, 간신히 첫 쉬는시간이 되었다.
 수업중에 기운이 없었던 사람도 이 시간이 되면 순식간에 활력을 되찾게 되기에, 그런 인물이 유키에게 다가온다.
“여, 유키치. 오늘도 사이 좋게 부부끼리 등교입니까.”
“누, 누가 부부야!!”
 쳐들어온 코바야시의 말에 반응 한 건 평소처럼 유키가 아니라 요시노 쪽이었다. 이골이 나 있기에 유키는 이야기를 흘릴 수 있지만, 천성적으로 성급한데다 어느 의미 솔직한 요시노는 매번 놀리는데 바로 반응해 버리는 거다.
“정말로, 너희는 언제나 사이 좋네.”
 덥네 더워 하며, 손으로 부채질하는 듯한 모습으로 장난기 있는 미소를 띄워 오는 건, 반 친구이자 요시노랑 친하기도 한 츠타코였다.
 내비두면 되는데도 반론하지 않곤 참을 수 없는 게 요시노고, 화를 내면 낼수록 악순환에 빠지는 게 특기다.
“유키하고는 단순히 지긋지긋한 악연이라니까. 우연히 집이 가까워서 소꿉친구가 된 것 뿐이니까. 이상한 식으로 보는 거 그만 둬!”
“그런 소릴 하면서도 오늘 아침도 둘이서 사이좋게 손을 잡고 등교했잖아. 보란 듯 과시하면서.”
 그로기 상태인 요시노의 손을 잡고 질질 끌 듯 달린 건, 확실히 옆에서 보면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유키 입장에서는 상대가 요시노니까 의식지도 않고 한 행동이지만.
“그, 그건……!! 유, 유키가 잡아 온건 걸!”
“바보, 딱히 좋아서 잡은 게 아니라니까. 지각할 것 같은 상황이어서, 요시노가 끌고 가 달라고 말했잖아?”
“그, 그런 걸 말할 리 없잖아! 싫다 참, 유키는. 남 탓으로 하고.”
“뭐야. 지각 안 하고 마친 건 내 덕이잖아.”
 하고, 둘이서 평소같은 대화를 하고 있자.
“이야―, 역시 두 사람의 부부싸움을 보면 차분해지네에. 다른 반이 된 작년의 1년간은 쓸쓸했다고.”
 왠지 코바야시는 감개깊게 홀로 끄덕이고 있다.
“그래? 내 쪽은, 바꾼 보람 없는 멤버라고 생각하는데.”
“정말로. 유키의 얼굴은 보는 것도 질렸는데, 또 같은 반이라니.”
“그런 말을 해 봐야, 요시노는 반편성 결과를 봤을 때 굉장히 기쁜 듯한 표정을 지은 주제에.”
“그, 그런 표정같은 거 지은 적 없어! 말 만들어 내지 마, 츠타코.”
“아, 예령이야. 자리에 돌아가자.”
“자, 잠깐. 그러니까 나는 그다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새 학기가 시작되고 1주일 정도가 지났다. 작년에 다른 반이 되었던 코바야시도 같은 반이 되어서, 정말로 친숙한 멤버들이 결집해 버렸다.
 아직 홀로 뿌우뿌우 화내고 있는 요시노를 남기고 유키는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모두, 어, 언제나 즐거워 보이네.”
“아, 미안. 시끄러웠어?”
 옆자리의 마미 양이 이야기 걸어왔다. 그녀하고는 확실히, 중학교 때 한 번 같은 반이 된 적이 있다.
“으으응, 그런 거 아니냐. 사이가 좋네.”
“뭐어, 초등학교 때부터의 관계니까. 거기다 요시노는 태어났을 때부터야. 곤란하게도.”
“좋겠다…….”
“에?”
“으아아아, 아, 아무것도 아니야.”
 거기서 다음 수업의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다.
“어라, 다음 수업은 문법이었나? 이런, 교과서 까먹었다.”
“저기……나랑 같이 볼래?”
 슬쩍 교과서를 넘겨온다. 편 페이지는 칼라풀하고 귀여운 글자로 이런저런 메모가 되어있다.
“더, 더러워서 미안.”
“아니, 이건 보기 편하네, 대단해. 다음번에, 빌려주지 않을래?   나, 노트 쓰는 거 서투르니까.”
“이, 이런거라도 괜찮다면, 언제나.”
“오오, 고마워. 자, 수업인가…….”
 하나의 교과서를 둘이서 보기에, 필연적으로 몸이 평소보다 가까워진다. 마미의 언동은 수업 중 내내 어딘가 안정되지 못한 상태였다.



 오전 수업이 끝나, 점심을 맞이하자 모두의 기분도 개방적이 된다. 도시락을 꺼내거나 학생식당에 달려가거나, 제각기 움직이는 학생들.
 한편 유키 일행은 어떤가 하면.

 점심방학이 시작되고 3분쯤 지나서. 교실 앞문에서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오는, 키 큰 사람. 슬쩍 보면 남학생이 들어왔다고 생각해 버리겠지만, 틀림없이 여자 교복을 몸에 감싸고 있다.
“기다렸지, 요시노, 유키 군.”
“으―, 배고파― 레이 쨩.”
“예이예이, 바로 준비할 테니 기다려―.”
 손에 든 가방에서 도시락통을 꺼내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책상 위에 늘어놓는다. 순식간에 책상 위에 각양각색의, 보기에도 화려한, 식욕을 돋우는 도시락으로 장식된다.
“오늘은 유키 군이 좋아하는 라이스 고로케 치즈 맛이야.”
 한 학년 상급생인 레이가 상급생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도시락을 유키에게 내민다. 여자 검도부의 에이스이자 여자 교복을 몸에 두르지 않으면 미소년으로 착각될 법한 용모를 가진, 실제로 여자에게 인기 넘치는 레이.
“오늘은 자신작이야. 어때, 유키 군?”
“아니, 레이 쨩의 음식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니까.”
“에, 저, 정말? 헤헤, 기쁜데.”
“아, 그 계란말이 내꺼―.”
 사이좋게 식사를 하는 세 사람을 뱀눈을 하고 바라보는 코바야시와 츠타코. 같은 책상에 앉으면서도, 언제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소녀 두 사람과 소꿉친구라니, 같은 남자로써 이 환경 차이는 대체 뭘까.”
“대체, 어느쪽이 정실이 되려나?”
 같은 이야기를.



 방과 후, 청소당번으로 화학실을 청소하고 있는 도중 츠타코가 자루걸레에 턱을 올린 채로 요시노에게 눈을 돌린다.
“그래서, 실제로 유키 군하고는 어떤 거야?”
“어, 어떻고도 저떻고도 없어. 왜 다들 나랑 그 녀석을 들러 붙이고 싶어하는 거야. 소꿉친구인 것뿐이고, 아무것도.”
 화난 태도를 보이면서도 얼굴이 발그레 붉어진 데 대해 츠타코는 쓴웃음을 지어 버린다.
“그래도, 적어도 우리 학교에서는 다들 안다고. 요시노는,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는데도 유키 군이 있으니까 다들 고백 못 하는 거야.”
“그런 거, 내가 알 바 아닌 걸.”
 뺨을 부풀리면서도 걸레로 탁자를 쓱쓱 닦는다.
“그런 소리 해도 좋은 거야? 요시노 만이 아니야.”
“에? 뭐가?”
 거기서 거드름 피우듯 츠타코는 안경 위치를 가운뎃손가락으로 조정한다. 렌즈를 넘어 보이는 눈은 마치 마녀의 눈동자처럼 수상하다.
“유키 군도, 여자한테 인기가 있어.”
“엣―, 거짓말. 어째서 그 녀석이? 그럴 리 없잖아.”
 껄껄대며 요시노가 웃는다.
 전혀 믿지 못하는 모습이긴 하지만.
“정말이라니까. 봐, 유키 군은 굉장히 잘생겼!   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귀엽게 생겼고 남들하고 잘 어울리고, 거기에다 상냥하잖아.”
“뭐, 뭐어, 확실히. 잘 어울리는게 유일한 장점 같은 거니까. 상냥하다고 하는 건, 그거야. 어수룩하니까.”
“뭐,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유키 팬이 많아. 그래도 요시노라는 상대가 있으니까 아무도 고백하지 못하는 거야.”
“그러……니까, 아니라고 하는―데―.”
“계속 그런 소리를 하고 있으면, 정말로 머지않아 남한테 뺏겨 버릴거야……아아, 그래, 봐보도록 해.”
 창 너머에 휙 눈길을 향하는 츠타코.
 요시노도 다가가서 밖으로 눈을 향해 보자.
 교사의 옆, 학원에 있는 화단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나란히 웅크려 앉아있다. 한 명은 요시노가 잘못 볼 리 없는, 유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옆반의 토도 시마코. 어울리고 있다고 하기 힘든 체육복 차림으로, 흙투성이가 되면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아, 그러고 보면 두 사람 같은 위원회였나.”
“위원회라니?”
 유키가 어느 위원에 속해 있었는지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신학기가 시작되고 이러저런 위원을 고르고 있었지만, 요시노는 자신이 체육제 실행위원이 된 것 외에는 흥미가 없었다.
​“​환​경​정​비​위​원​회​야​.​”​
 굉장히 수수한 위원이라고 생각했지만, 유키답다고도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도.
 창문 너머로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본다.
“사이 좋아 보이네.”
 역시 체육복 차림을 한 유키는, 시마코의 옆에 앉아서 화단의 흙과 싸우고 있었다.
 때때로 둘이서 뭔가를 이야기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다.
 요시노가 그리 본 적 없는 미소였다.
“위원회 활동이라는 공동 작업, 화단이라고 하는 다른 학생이 잘 오지 않는 비밀스러운 곳에서 둘 만의 작업. 그야 친해지기도 하겠지.”
 아직 4월이라고는 해도, 오늘은 날씨도 좋다. 밖에서 활동하고 있으면 나름대로 더워지기도 하겠지. 그 탓인지 땀이 흐르기 시작한 건지 유키는 뺨이나 이마를 손으로 닦는다.
 하지만 흙투성이가 된 목장갑으로 닦았기 때문인지, 얼굴이 진흙으로 더러워져 버린 모양이다. 시마코가 유키의 얼굴을 보고 웃기다는 듯 대굴대굴 웃고, 지적당한 유키는 낯을 붂히고 있다.
 한바탕 웃은 뒤, 시마코는 체육복에 넣어 두었던 타올을 손에 잡고 부끄러운 듯이 거절하려고 하는 유키의 반대를 찍어눌러, 그 타올로 유키의 얼굴을 닦아주고 있다.
“아, 아, 앗―――――!! 뭐, 뭐야 저 녀석, 수줍어하고선!!”
“뭐어, 상대가 학원 1·2를 다투는 미소녀인 토도 시마코 양이니, 유키 군이 끔뻑 넘어가는 것도 이상할 거 없어.”
“뭐, 뭐…….”
 걸레를 움켜쥐는 요시노.
“그래도 시마코 양은 어딘가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런 얼굴로 웃을 수도 있었구나……처음 봤어.”
 요시노도 중학교 때부터 그녀에 대해 알고 있다. 굉장한 미소녀긴 하지만 어딘가 속세에서 떨어진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남자도 여자도 선선히 말을 걸기 힘들었다. 그런 미소녀임에도 누구에게서 고백받았다거나 누가 고백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이야기한 적도 몇 번 있었지만, 어딘가 만들어낸 것 같은 미소였지 저렇게 자연스러운 표정을 본 기억은 없었다.
“이거, 어쩌면…….”
“뭐, 뭐야, 대체 뭐야?”
 요시노가 조바심을 내자
“어머머~? 요시노, 딱히 유키 군하고는 아무런 사이도 아닌 거 아니었나?”
“그,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봐, 유키의 보호자로서는 이상한 여자에게 속지 않도록 지켜보지 않으면.”
 팔짱을 끼고 잘난 듯한 소리를 말하고 있지만, 걱정하고 있는 게 손에 잡힐 정도로 빤히 보인다. 츠타코는 무심코 웃음이 나올 것 같다. 그리고 그만, 이 알기 쉬운 친구를 놀리고 싶어져 버린다.
“시마코 양이라면 미인이고 성적도 좋고 차분한데다, 불만 느낄 부분 없지 않아?”
“그런 건 모르는 거잖아. 그 미소의 아래에 어떤 새까만 걸 생각하고 있을지도.”
“그런. 만화의 세계도 아니고.”
“물러, 현실의 세계야말로 무서운 거야. 유키는 어수룩하니까, 쉽게 속아 버릴 거고……어라, 잠깐, 유키는?!”
 창 밖에 눈을 향해 보지만 이미 두 사람의 모습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작업이 끝나 돌아간 거겠지.
“어떡할래? 찾을래?”
 엇나간 안경을 고치면서 츠타코가 물어보자.
 요시노는 엉뚱한 쪽을 향하며.
“……딱히. 단지, 오늘은 좀 쇼핑 뒤에 돌아갈 예정이니까, 유키에게 짐 당번을 시킬 예정이었으니까.”
“아―, 요는 찾으러 간다는 소리구나. 예이예이, 알겠습니다. 가자.”
“잠깐……딱히 그 두 사람이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니까!   잠깐, 츠타코, 알고 있니?”
“알고 있다니까. 자, 빨리 안 가면 시마코 양에게 뺏겨 버린다?”
“모르고 있잖아, 차암!”
 꺄약 꺄악 하며 소란스럽게 치맛자락을 나부끼며 아가씨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무대는 사립 릴리안 학원.
 일찍이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일관된 사립 아가씨 학원. 하지만 소자녀화 시대의 파도는 거스르지 못해, 학생수가 적어짐에 따라 수년 전에 공학화 수순을 밟았다.


 아직 벚꽃피는 계절, 소년소녀의 빛나는 듯한 이야기는 막이 오른다.



<판명 스테이터스>
  시마즈 요시노 (new)     ··· 소꿉친구, 드셈, 심술꾸러기
  시마쿠라 레이 (new)     ··· 소꿉친구, 연상, 보이시
  타케시마 츠타코 (new)  ··· 참견쟁이, 안경
  토도 시마코 (new)       ··· ???
  야마구치 마미 (new)    ··· ???



<발생 이벤트>
  요시노 ‘평소의 기상풍경’
~추신~
 인기, 혹은 속편요망이 제일 많았던 “패럴렐?!”이 돌아왔습니다. 설정도 미묘하게 바꾼 새로운 출발입니다. 컨셉은 그야말로 미소녀 게임적인 우당탕탕 러브코메디……가 되는 걸까요?
 기세만으로 시작해서 다음 내용이나 마무리 같은 건 생각하고 있지 않기에, 누구랑 들러붙을지는 불명입니다. 그렇다고 할까, 거기까지 그릴 수 있을지도 불명.
 그런 걸로 괜찮으시다면, 함께해 주세요...

역자의 말:
 유키 시리즈 시마코 편과 패럴렐중에 고민하다가 패럴렐을 골랐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왜냐면, 시마코가 나왔으니까요. 이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격이네요.
 작가분께서는 누구 루트가 될지 본인도 모르겠다고 하셨지만, 아무래도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하는 건 작가분의 최애캐인 황장미들인 모양입니다. 요시노도 귀엽지요. 추억이 한가득을 보고 저도 황건당에 가입할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래도 토코가 제일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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