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패럴렐!

ぱられる!


원작 |

역자 | 淸風

패럴렐 6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장마에 들어갔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비에 기분도 우울해질 것 같지만, 매일매일 뭐든 해프닝같은 게 일어나서 질릴 일도 없다.
 다만, 유키 입장에선 좀 더 조용하게 차분한 생활을 영위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악우인 코바야시에게 그 소리를 말해보면.
“사치야, 멍청이야.”
 라는 듯하다.
 유키 입장에서도 생각해봐 줬으면 싶지만, 밖에서 보면 선망의 눈초리를 향하게 되는 입장인 모양이다.
 하지만 오늘 또한, 요시노의 무릎치기나 팔꿈치치기나 펀치등을 먹고, 아침부터 피곤한 상태다.
 그렇기에 유키는 책상에 엎어져서 자고 있었다.
 물론 수업중이다. 물론, 선생님은 교탁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원래는 제대로 수업을 듣는 게 학생의 본분이다.


 옆자리의 마미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언제 눈치챌지 모르니 깨우는 게 낫다고는 생각하지만, 모처럼 기분 좋은 듯이 잠들어 있는 걸 깨우는 건 불쌍한 기분도 든다. 거기에 무엇보다, 유키의 자는 얼굴은 사랑스럽다.
 수업을 받으며, 마미는 그만 옆자리를 슬쩍슬쩍 보느라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자, 그럼 다음 문장의 번역을 시켜 볼까―. 으음, 오늘은.”
 영어 선생님인 세이가 출석부에 눈을 향한다.
 거기서 마미는 퍼뜩 생각났.
 흔한 경우지만, 세이도 역시 학생을 지명할 때 날짜와 출석번호를 엮는다. 그리고 오늘은 15일. 유키의 출석번호는 남자 15번.
“후, 후쿠자와 군. 이, 일어나는 게 좋아.”
 작은 소리로 말해보지만, 전혀 깨닫는 형색이 없다.
“그럼―, 15번, 후쿠자와 유키!”
 이러쿵저러쿵하는 동안, 시원스레 지명되어 버렸다.
“후, 후, 후쿠자와 군, 안 일어나면!”
 샤프 꼬다리로 팔을 찔러 보지만, 역시 일어나는 기미는 없다.
“어이―, 후쿠자와 유키, 없냐―.”
 뒷쪽 자리에서 엎어져 자고 있는 탓인지, 앞에서는 잘 안 보이는 모양이다. 세이가 유키의 모습을 찾아 고개를 돌리고 있다.
“후쿠자와 군.”
 대답하지 않았기에, 다른 반 친구들도 미심쩍게 여긴 건지 유키의 자리 쪽으로 눈길을 모으기 시작했다.
 애타는 마미는, 조금 쎄게 유키의 몸을 흔들었다.
 그러자.
“응―, 뭐야……좀 더 자게 해줘, 요시노…….”
 딱 정적이 돌아온 교실 안에, 유키의 잠꼬대인지 잘 모를 말이 울려퍼졌다.
“뭐?!”
 소리를 낸 건 요시노일까.
 한편, 환성인지 비명인지 잘 모를 소리도 들린다.
“서, 설마 유키치 녀석, 매일 아침마다 요시노 쨩이 깨워주고 있는 게…….”
“에, 뭐야뭐야, 역시 요시노는 시집생활?”
“우와, 요즘 ​고​등​학​생​은​…​…​그​래​서​,​ 실제는 어떤 거야, 요시노 쨩?”
 마지막 한 마디는 세이가 한 거다. 교사가 솔선해서 그러면 대체 어떡하려고.
 한편 요시노는 자리에서 일어나, 새빨간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다.
“아, 아냐……, 나, 나, 나!”
 뭘 말하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그런 상황도 모르고, 유키의 잠꼬대는 태연히 이어졌다.
“아직 통학시간에 ​맞​으​니​까​…​…​애​초​에​,​ 어제도 요시노가 꽤 재워주지 않았으니까…….”
 아까보다도 훨씬 크나큰 충격이 교실 안을 내달렸다.
 마미는 입을 딱 벌린 채로 경직되었다.
“꺄―, 요시노는 밤에도 적극적이구나!”
“요, 용서 못해 후쿠자와 녀석!”
“뭐야뭐야, 요시노 쨩, 대체 어떤 걸 한 건지 선생님한테 가르쳐 주지 않을래―?”
 마지막 한 마디는 역시 세이의 말이다. 말이 안 되는 것까지야 아니더라도, 교사가 한 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아, 아니야! 어제는 같이 게임을 한 것뿐이니까!”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며 역설하는 요시노.
 하지만, 매일 아침마다 깨우러 가는 것에 대해선 부정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그쪽은 사실인 걸까.
 수업도 제쳐놓고 큰 소란이 되어서, 간신히 유키도 주위의 상태를 깨달은 건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응……뭐야, 시끄럽네.”
 입가에 묻은 침을 손등으로 닦는다.
 잠이 덜 깬 눈으로 교실 안을 둘러본다.
“저기……뭔가 있었어, 야마구치 양?”
 하는 물음을 들은 마미는.
“――몰라!”
 약간 화난 듯, 고개를 돌린 거였다.

 덧붙여서 이 소동은, 옆 반에서 수업을 하고 있었던 요코가 참지 못해서 찾아올 때 까지 이어진 거였다.



“아―정말, 유키 바보바보, 바보니까 바보!”
 흥분한 요시노가 화가 섞인 목소리를 낸다.
 때는 점심시간, 장소는 안뜰.
 평소대로라면 교실에서 책상을 붙여 다들 함께 밥을 먹겠지만, 바로 전 수업의 소동으로 더는 참지 못하게 된 요시노가 안뜰로 피난해 온 거다.
“평소의 버릇이 나온 거잖아, 귀엽지 않아?”
 매점에서 사 온 샌드위치를 한입 물며, 츠타코가 말한다.
“귀, 귀엽거나 하지 않은걸. 덕분에 내가 얼마나 낯부끄러운 꼴이 되었는지…….”
 손에 든 주먹밥을 찌부러뜨리려는 듯한 요시노.
 장마철이기도 해서, 날씨는 그리 좋지 않다. 습도도 높아서 질척질척 거리기에, 안뜰에 학생들의 모습은 생각보다 적었다.
“이제 와서 별 상관 없잖아. 다들, 그냥 분위기 타고 떠든 것 뿐이야.”
“어, 어째서 그런 걸 아는 거야.”
 입을 빼쭉이는 요시노.
 확실히, 요시노와 유키는 소꿉친구고 그 탓으로 지금까지 떠들썩해진 일은 있었다. 단, 그래도 매일 아침 깨우러 가고 있다는 건 아무에게도 가르쳐 준 적은 없었다. 그런 걸 알려졌다간, 지금까지보다 더 말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아니―, 이제와서 그 정도로 덜덜 떨지 말라니까. 오히려 다들 ‘아, 역시 그랬구나’ 정도로밖에 느끼지 않는다고.”
“에, 그, 그래?!”
“응. 1학년 때부터 이미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 그런 거 아니라는데.”
 뺨을 부풀리는 요시노.
 옆에서 츠타코는 웃는다.
“아무도 안 믿는다니까, 그런 말. 그보다, 아직 그런 소리 하고 있니? 적당히 사귀어버려.”
“그러니까, 그런 게.”
“레이 씨랑 사귀게 된다?”
“………….”
 말이 없어지는 요시노.
 요시노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계속 함께 살아왔고, 게다가 레이랑은 같은 여자. 유키랑 함께 있는 것보다 긴 시간을 함께했다.
 그러니, 레이가 유키를 단순한 소꿉친구라든가, 남동생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상으로, 호의를 안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소리를 듣진 않았고, 노골적인 행동을 보인 적도 없지만, 알 수 있는 거다.
“적당히, 솔직해 지면?”
 상냥한 눈과 말투로, 타이르는 츠타코.
“으, 으~~~~~~!”
 젓가락을 꾹 쥐며 신음하는 요시노.
 이윽고.
“……그, 그러니까, 나랑 유키는 그런 게 아니니까.”
 그 말을 듣고, 츠타코는 ‘아이고야’이라는 듯 고개를 흔든다.
“참말, 얼마나 고집이 센지……”
 말을 하는 중에, 츠타코의 입이 멈췄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츠타코의 눈길을 따라가 보자, 한 명의 여학생이 안뜰을 질러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허리까지 닿을 것 같은 길고 검은, 아름다운 머리카락. 꼿꼿이 편 등에선, 걷는 모습만으로도 기품이 느껴졌다.
“우와……여전히, 알고 있는데도 무심코 넋을 잃는다니까.”
“정말, 팬이 많은 것도 알겠어, 우리 학생회장.”
 토도 시마코와 함께, 학원 No. 1의 미소녀를 겨룬다는 소릴 듣는 릴리안 학원의 학생회장.
“그래도 조금,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가 있지.”
“확실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 모습은 교사 안으로 사라져 갔다.
“하지만 그 사람은, 뜬소문 같은 건 전혀 없지?”
“응, 결벽증이라는 느낌이 드니까―.”
“그보다 요시노, 유키 군 이야긴데.”
“그러니까 그건…….”
 소녀들은 소녀다운 대화를 이어나가는 거였다.



 한편 유키는, 잽싸게 점심밥을 해치우고 교사 안을 배회하고 있었다.
 스스로는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잠꼬대가 굉장한 파문을 부른 모양이어서, 반 친구들이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다가온다. 요시노와 츠타코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어딘가로 가 버렸기도 해서 다가오기 쉬워 진건지, 특히 남자들이 사양없이 찾아온다.
 다들 입으로 꺼낸 말은, 요시노에 대해서.
 진절머리난 유키는 뒤를 코바야시에게 맡기고 교실에서 빠져나가 버렸다는 거다.
“그런데, 어디로 갈까.”
 대피해온 건 좋지만, 갈만한 곳이 없다. 애초에, 점심시간에는 코바야시나 요시노 등과 떠들거나 카드 게임을 즐기거나 하는 동안에 시간이 흘러갔다.
 이렇게 혼자서 학원 안을 걷고 있다고 해서, 재밌는 것도 특별히 없다. 고민을 하다 도서관에라도 가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려 걸음을 옮긴다.
 거의 도서관 같은 데는 가지 않기에, 어디였는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이동하고 있었던 게 실수였던 거겠지. 복도의 모퉁이를 돌려던 참에, 사람과 어깨를 부딪쳐 버렸다.
“앗!”
 상대의 손에서 바인더가 떨어진다.
“죄송해요, 주의가 부족해서.”
 당황하며 바닥에 떨어진 바인더를 주워들어 상대에게 건넨다.
“아뇨, 저야 말로…….”
 받아 들려고 한 상대의 손이 어중간한 곳에서 멈춘다. 이상하게 생각해 고개를 들어보자, 유키의 눈 앞에 서 있는 건 초가 붙을 정도의 미소녀.
“저기……?”
 눈앞의 미소녀는, 왠지 몸이 굳어져 유키를 보고 있다. 유키가 주운 바인더를 받아들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자 소녀의 등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몇 사람의 여학생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사치코 님, 괜찮으신가요!”
“상처는 없으신가요!”
“사치코 님께 부딪치다니, 그 무슨 실례인가요.”
 여학생들이 갑자기 유키를 비난한다. 아무래도, 미소녀의 추종자 같은 걸까.
 한편, 사치코라 불린 소녀 쪽은.
“아, 당신은 저번의.”
 눈앞에 있는 유키에게만 들릴 법한 자그마한 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사치코의 검고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보고 문득 떠올랐다. 옥상 급수탑에서 떨어져 내린 여자를.
“어라, 혹시나 저번에 옥상에서――.”
 급수탑에 올라가 있었나요, 라고 말을 이으려 했지만, 유키의 말은 사치코에게 막혔다.
“다, 다른 데를 보고 걷는 건 위험해요. 벌로 학생회실 청소를 해 주세요.”
“하아?!”
“반론은 받지 않겠어요.”
“에, 잠깐, 그.”
 바로 몸을 돌려 걸어나간다. 그 등으로 말 없이 압력을 거는 듯해서, 뒤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기분에 빠진다.
“저기, 그, 사치코 님?”
 따라다니던 여자애들도 당황하고 있었지만, “당신들은 돌아가도 좋아요.”라는 사치코의 한 마디에, 떨떠름한 느낌으로 서로 흩어졌다.
 그렇게, 어느덧 유키는 홀로 학생회실에서 사치코와 마주보는 꼴이 되었다.
 왜 이런 상황이 되어 버렸는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처음으로 들어온 학생회실 안은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다. 평소엔 학생회 등과는 연이 없고, 학생회장 등은 별로 신경 쓸 필요도 없었기에, 똑바로 얼굴을 마주치는 건 처음이었지만, 그 미모에는 압도당할 것만 같다.
 무심코 옆얼굴에 넋을 잃는다. 이렇게나 아름답다면, 동경하는 여학생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느낀다.
“저기, 그래서, 어디를 청소 하면 괜찮나요?”
“에? 청소?”
 왠지, 사치코는 이상한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치만, 그래서 불려 온게 아닌지.”
“아, 응, 그렇구나.”
 잘 빠진 손가락을 턱에 대고 수긍한다.
“…………?”
 왠지, 말없이 이쪽을 바라본다.
 기분 탓인지 뺨에 붉은빛이 비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반응은 설마, 내가 마음에 드는 걸까. 그래서 단둘이 되기 위해 학생회실에 호출한게 아닌가 하고, 유키가 생각하려 한 참에.
“……당신.”
“아, 예!”
 정면에서 바라봐와서, 몸이 굳어진다.
 사치코는 반걸음, 이쪽으로 다가온다.
“……저, 저번의 일, 남에게 말했니?”
​“​저​번​이​라​니​…​…​급​수​탑​의​?​”​
 그렇게 입에 담자, 사치코의 뺨에 붉은빛이 더더욱 불어났다.
“아뇨, 딱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요.”
“그래…….”
 명확히 안심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대체, 그런 곳에서 학생회장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바쁜 상황을 달래기 위해서 낮잠이라도 잤던 걸까.
“그렇다면 괜찮은데. 설마, 내가 서투른 걸 극복하려고 하기 위해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다는 게 모두에게 알려지면, 다들 어떻게 생각할지.”
“――에. 아아……혹시나 ​고​소​공​포​증​…​…​인​가​요​?​ 그, 그래서, 급수탑에 올라서.”
 상상한다.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 점심시간에 홀로 슬며시 급수탑 위에 오르는 미인 학생회장.
 아름다운 탓에, 머릿속에 그려진 이미지가 지나치게 언밸런스해서 유키는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아, 하하핫, 그, 그래서 그런 곳에 있었나요?”
 유키의 웃음소리가 실내에 퍼진다.
 너무 웃어서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억누를 수가 없었다. 학생회장은 미인이지만 엄하고 조금 무섭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기에, 더더욱 웃기다 느껴 버리는 걸지도 모른다.
 마치 발작한 것 처럼 계속 웃어, 간신이 잦아든 뒤 문득 눈길을 올려보자.
​“​~​~​~​~​~​~​~​~​~​으​!​!​!​!​”​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몸을 떨고 있는 사치코의 모습.
 이게 곤란하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나, 나, 나가세요!!”
 실내를 흔들법한 소리가 울려, 유키는 달아나듯이 학생회실을 뒤로했다.



 하루의 수업을 모두 마치고, 방과후가 되었을 때 유키는 코바야시를 불러서 물어보았다. 지금의 학생회장은 대체 어떤 인물인지를.
“뭐야 너, 오가사와라 씨를 모르는 거야?”
 돌아온 건 놀란 표정과 목소리.
 그렇게 유명하냐고 뒷말을 재촉하자, 청산유수처럼 흐르는 코바야시의 말솜씨.
 가로되, 지금의 학생회장인 오가사와라 사치코는 미목 수려하고 성적도 우수, 앞에 ‘초’가 붙을 정도의 미소녀기에, 예능계에서 몇 번이나 스카우트가 왔다든가, 아니, 헐리우드의 감독이 직접 설득하러 왔다든가, 야단스런 소문이 따라다닐 정도라는 것.
 그건 과장이라고 해도, 실제로 여학생 중에 열광적인 팬은 많은 모양이고, 물론 남학생에게도 인기가 있지만, 실제로 다가가려고 하는 남자는 거의 없는 모양이다.
 오가사와라 집안이라고 하는, 일본 전체에 이름이 알려진 명가의 외동딸이라는 진짜 아가씨여서, 다가간 남자는 모르는 사이에 처리되어 버린다든가, 지나치게 미인이어서 역으로 다가가기 힘들다든가, 어쨌거나 남자를 막는 오라가 온몸에서 나오고 있는 것 같다는 모양이다.
“여자 추종자들도 있고, 거기에다 그녀 자신도 남성혐오증이라고 하는데.”
“헤에…….”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있겠지만, 유키 스스로는 사치코에 대해서 ‘다가가기 힘들다’는 이미지를 그리 받지 않았다.
“뭐야, 유키치. 너 설마, 오가사와라 씨를 노리려는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분명히 초 역 신데렐라겠지만, 절대 무리라니까, 관둬.”
“아무도 그런 소리 안 했잖아.”
 코바야시를 팔꿈치로 쿡쿡 치면서, 사치코가 남들에게 그런 이미지로 비쳐지고 있다고 하면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은 남들에게 할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유키의 등을, 코바야시가 두드린다.
“너, 얌전히 요시노 쨩이랑 알콩달콩 해. 대체 뭐가 불만이야?”
 추궁당해서 한 순간, 대답에 막힌다.
 딱히, 요시노에게 불만이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닌 거다. 하지만 여기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면 요시노와의 관계를 인정해 버리는 것만 같아서, 일단 떠오른 말을 입에 담는다.
“뭐냐니, 애초에 요시노 녀석, 거칠고, 요리도 못하고, 재봉도 못하고, 청소 세탁같은 가사류도 죄다 못하고, 화도 잘 내고 오기 있는데다가 제멋대로고, 시대극이나 격투기를 좋아해서 바로 나한테 기술을 걸어오고, 다들 진짜 요시노를 모르는 거야.”
 고개를 흔든다.
 하지만 유키의 그런 말을 들어도 코바야시는 표정을 바꾸지 않는다. 오히려 턱을 괸 얼굴에는 여유의 미소마저 보인다.
“……그래서? 그런 진짜 모습을 알고 있는 너는, 그런 요시노 쨩에게 불만이야?”
 그 말을 듣고, 다시 말이 막힌다.
“별로, 불만 같은 건,”
“그럼, 가사를 제대로 하고, 청초하고 어른스럽고 얌전하고, 연애이야기를 좋아하고, 눈치 빠른 요시노 쨩이라면?”
“엑, 뭐야 그거 기분 나빠. 그런 거 요시노가 아냐. 확실히 잔뜩 말했었지만, 그게 싫다는 의미가 아냐. 뭐냐, 아까 말한 것 같은 여자애가 요시노고, 나는 그런 요시노 쪽이, 뭐라고 할까, 뭐어, 마음에 들고.”
 거기까지 말하자, 코바야시가 히죽 웃었다.
 그리고 눈길을 유키의 등으로 보낸다.
“……그렇대, 요시노 쨩.”
“엣?!”
 코바야시의 말에 뒤를 돌아보자, 주먹을 쥐고 머리 위로 들어, 지금 바로 쳐내리려고 하는 자세로 굳어진 요시노가 있었다.
 그 얼굴이 새빨개져 있는게, 화내고 있는 탓이 아니라는 건 표정을 보고 알았다. 그 순간, 유키의 얼굴에도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굉장히 부끄러운 걸 입에 담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후후, 잘됐네, 요시노.”
 요시노의 비스듬히 뒤쪽에 서 있던 츠타코가 요시노의 양어깨를 안는듯한 자세로 고개를 가까이 대, 웃으면서 그런 소리를 말한다.
 새하얀 피부를 붉게 물들인 요시노는, 숨이 부족한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기만 할 뿐.
“자, 그럼 우리들은 먼저 돌아갈 테니까.”
“에, 자, 잠깐 기다려, 츠타코.”
“그럼, 유키치.”
“어이, 코, 코바야시.”
 불러세워 보지만, 코바야시도 츠타코도 멈춰 서지 않고 떠나가 버렸다. 교실을 나갈 때 짐짓 일부러 미소를 띄우면서.
 한편, 남겨진 유키와 요시노는.
“에에, 돌아갈까.”
 의자에서 일어나서 가방을 손에 들고 요시노의 얼굴을 보지 않도록 하며 말한다. 그 외에 할 말이 없다.
“으, 응.”
 역시 유키와 반대쪽을 향하며 수긍하는 요시노.
 유키가 먼저 교실을 나서고, 한 걸음 뒤에 요시노가 따른다. 거의 말 없이 복도를 걸어, 신발장에서 신을 갈아신고 밖으로 나간다.
“……별로, 깊은 의미는 없으니까. 단지, 진심을 말한 것 뿐이고.”
“아, 알고 있어. 어차피 나는, 거칠고, 여자애답지 않고.”
 땋은 머리를 손으로 만지며 입을 빼쭉이고 있다.
“……그래도, 그런가. 유키는 그런 내가 좋다는 거구나.”
“하아?!”
 그쪽을 보자, 왠지 득의만만하게 작은 가슴을 펴고 있는 요시노.
“바보, 왜 그렇게 되는 거야!”
“그치만, 아까 거 들으면 그런 소리잖아. 뭐어 확실히, 내 매력을 가까이서 느끼고 있다면 어쩔 수 없겠네.”
“어이 이봐, 뭘 우쭐거리고 있어. 아무도 그런 소리 안 했잖아, 착각하지 마.”
“유키도 참, 수줍어 한다니까.”
“장난치지 말라니까, 어이 기다려, 도망치지 마.”
“아하하, 바보 바보―.”
 사랑스런 혀를 내밀며, 메롱을 하며 도망가는 요시노.
 가볍게 혀를 치고 쫓아가는 유키.
“우쭐거리지 마, 아까 건 역시 취소야, 조금은 청초하고 얌전해 져라.”
“모르거든―.”
 둘이 떠들듯 달려간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는, 다른 두 사람의 모습.
“오―오―, 하고있어 하고있어. 아직 학교 부지 안인 거, 알고 있는 걸까.”
“정말, 아무 데서나 저렇게 염장질을 하니까 모두 떠드는 건데.”
 코바야시와 츠타코가, 쓴웃음 지으며 바라보고 있다.


 장마 사이의, 평소와 변함없는 일상이었다.




<판명 스테이터스>
  오가사와라 사치코 (new) ··· 학생회장, 아가씨


<발생 이벤트>
  사치코 ‘학생회장의 비·밀’
~추신~
 사치코 님 등장. 그게 사치코 님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만, 별로 상관없습니다. 그런 세계관이까. 그보다, 등장인물 너무 많아. 수습 할 수 있을 리가 없어!
 하지만 어디까지나 요시농은 소꿉친구 캐릭터기에 언제나 곁에 붙어 나옵니다. 예에, 헤로인이니까요~

역자의 말:
 오랜만의 패럴렐입니다. 대략 반달만에 올리게 되었네요. ……그나저나 요시농 귀엽네요.

 제목인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는 MANISH의 ​素​顔​の​ま​ま​K​I​S​S​し​よ​う​의​ 가사입니다.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