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예~ 오늘도 천재인 이몸은 익사이팅하고, 아디오스하고~♪"
음정 박자 모조리 안맞는 엉터리 노래를 부르는 녹발의 남성은 일렉기타를 연주하며 인조 데우스 마키나, 자칭 파괴로봇이라 불리는 기체를 손보고 있었다.
기계의 신, 혹은 귀계신이라 불릴만큼 그 구조가 복잡하고 난감한 데우스 마키나의 정비 및 각종 작업을 위해서는 수많은 인력과 자재가 필요하지만 지금 이 남자는 그 모든 작업을 홀로 행하고 있었다. 물론 보조작업용 로봇이 존재하고 있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 이 남자는 홀로 모든것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박사- 파괴로봇을 산다는 사람이 왔는데 어떻게 해야하나로보?]
갑작스럽게 들려온 소녀의 목소리에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통신기를 잡았다. 한창 흥이 오른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방해를 받은 탓인지 말투는 거칠기 그지 없었다.
"난 지금 바쁘니까 금액보고 적당히 넘겨버려."
[알았다 로보~ 그나저나 박사, 이번엔 어떤가 로보?]
"흥, 이번이야 말로 최고의 걸작이 나올거다. 기대하고 있으라고"
[기대하겠다로보!]
소녀의 말이 끝나기 무셉게 끝난 통신.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빨리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있는 데우스마키나... 아니 파괴로봇은 채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내의 의지가 반영된 탓인지 흉흉한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여기, 슈퍼 웨스트 무적로보 28호 GXD '거함거포의 애찬가'의 발신기다로보. 만약 파괴로봇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이걸 누루면 된다 로보."
소녀가 넘긴 발신기를 받아든 사내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사실 물건을 직접 건네받는게 아니라면 누구라도 저러한 표정을 짓는게 당연한 일이었다.
"물건은 확실한거지?"
"걱정마라로보. 이래뵈도 웨스트 공방은 뒷세계 최고의 신뢰도를 자랑한다 로보. AS는 안해주지만 사후보장은 확실히 해준다 로보."
"흐음..."
미심쩍어하는 사내였지만 그래도 실제로 최고의 신뢰도를 자랑하는 웨스트 공방이었기에 믿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데우스 마키나를 구할만한 곳이 딱히 있는것도 아니었기에 그로서는 믿을 수 있던 믿을 수 없던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금은 어디있는가로보?"
"여기, 3억 달러. 이거면 충분한가?"
100달러 짜리 지폐로 꽉꽉채워진 돈상자를 몇박스씩 들고온 사내가 돈을 넘기자 소녀는 그 돈들을 가볍게 받아 옮기더니 화사한 미소로 답했다.
"잘 받았다로보. 웨스트 공방은 언제나 열려있으니 이용바란다로보-"
오늘도 웨스트 공방은 절찬리의 운영중이였다.
"정말인지, 상식이란 없는건가 저녀석들"
"사교놈들에게 상식을 바라는 것인가 네놈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소녀를 보며 쿠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사교놈들이 아무리 상식이 없다지만 대낮 도로변에서 총기를 난사해대며 자신들을 찾을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물론 그때문에 경찰이 다수 동원되고 있었지만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미친듯이 날뛰는 사교의 무리들 때문에 아캄시티의 경찰들은 때아닌 수난을 겪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들리지 않는 사과는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만."
신랄하기짝이 없는 알의 말에 뜨끔하는 쿠로였지만 그렇다고 지금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나섰다간 알 아지프를 추적하는 사교도들에게 걸려 곤욕을 치를게 분명했으니까.
"정말인지 너도 참 미련한 녀석이다. 상당한 술자인듯 한데 나랑 계약하면 한번에 문제가 해결될 것을"
알 아지프는 쿠로를 한심하다는 투로 말하며 계약을 종용했다. 오랜만에 수준급 술자를 본 알로서는 쿠로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상성도 좋았기에 더더욱 그랬다. 좋은 마도서는 그만큼 좋은 술자를 바란다. 그래야 자신이 지닌 힘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탓이었다.
하지만...
"안해, 더구나 그 마도서가 네크로노미콘이라면 더더욱"
"그대 무엇때문에 그렇게 마도를 피하는 거지?"
"말했잖아. 마도의 공포를 엿봤다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그 공포를 엿본 마도서가 네크로노미콘의 사본이라는 것은 말할 수 없었다. 그때일을 언급하거나 상기할때마다 몸에, 정신에 새겨진 상흔이 이로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쿠로를 괴롭게 만들었다. 그런것의 원본이 바로 옆에 있었다.
사본이 그정도인데 원본인 네크로노미콘 원전은 어떠할까?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만약 네크로노미콘 원전인 알 아지프와 계약해 그 마도를 접하게 된다면 사본에 의해 능욕당하고 상처입은 그의 정신은 단숨에 무너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아무것도..."
"찾았다!!"
옛날 일을 회상하기 무섭게 들려오는 사교도의 외침. 자신들이 있는 곳을 들킨 쿠로는 재빨리 섬광탄과 다우징을 이용해 사교도들의 눈을 피해서 도주하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에 당하지 않고 앞을 가로막는 녀석도 몇 있었지만 여지없이 쿠로의 일격에 뻗어버렸다.
부실한 식사로 인해 유약해보이는 쿠로의 육체였지만 지난 2년간 일로인해 단련된 육체와 마술적 강화의 조합은 왠만한 격투가조차 단번에 보낼 수 있을정도였다.
단련된 격투가 마저 그럴진데 마술조차 접하지 못한 일반 사교도가 쿠로의 일격을 버티기에는 여러모로 무리였다. 하지만 아무리 쿠로라 할지라도 계속되는 물량속에서
"역시 공주님쪽으로 가는게 나으려나..."
일단 데우스 마키나의 존재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원전 마도서... 그것도 최상위급인 사령비법서 네크로노미콘을 얻은 이상 보고하고 그것을 의뢰인인 하도우 재벌에 넘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 쿠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도 그렇고 앞으로 벌어질 사태도 모두 쿠로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일단 공주님쪽으로 가는게 좋겠군"
"공주님이라니?"
"내 의뢰인, 하도우 재벌 총수의 손녀. 하도우 루리.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녀에게 가는게 좋겠어. 지금 상태는 이래저래 위험하니."
"하도우 재벌에서 왜 날... 그쪽에는 나의 아이인 리틀 에이다가 있을터이만"
"리틀 에이다가 네크로노미콘 사본이었어?"
"몰랐던건가?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 솔직히 기계어로 만들어진 녀석이란 게 불만이라면 불만이지만."
그게 사살이라면 데몬베인에 이만큼 상성좋은 마도서는 없을 것이다. 자그마치 사본이 아닌 원전이니까- 물론 그 그릇에 비해 마도서가 과할 수도 있었지만 하도우 재벌에서 만든 데우스 마키나였다. 아무리 원전마도서라고 하나 그 그릇이 작다고는 생각지 않는 쿠로였다.
'물론 그 이전에 데우스 마키나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확인해야겠지만.'
직접적으로 물어보기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있었다. 마도서라고는 하나 그녀또한 인격체, 자존심이 상하면 어떠한 짓을 벌일지 몰랐다.
더구나 근처에 있는 마도서 성격을 생각하자면...
"골치아프군"
"뭐가 문제지?"
"아니,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모색중이었어.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솔직히 난감하잖아. 소모적이고"
이대로 마을을 돌며 도망친다해도 결국 저 사교도 손에 잡히거나 아니면 위험에 처할 확률이 높았다. 결국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변화는 금방 찾아왔다. 무척이나 나쁜 의미로-
투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들려온 폭음, 그것은 마치 바로 옆에서 작렬한 천둥과도 같은 요란한 소리였다. 그리고 폭음이 들린 직후 휘몰아치는 바람. 뜨거움을 싣고 있는 이 바람이 평범한 바람이 아니란 것은 쿠로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건..."
"데우스 마키나인가!"
재빨리 시야가 확보될 만한곳으로 달려간 두사람은 수많은 건물 너머에 있는 거대한 로봇을 볼 수 있었다. 막대한양의 화기를 달고 있는 로봇은 엄청난 탄우를 흩뿌리며 도시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었다.
"미친...!"
"누가 만들었는진 모르겠지만 현대의 유약하기 짝이 없는 이름만 데우스 마키나 녀석들 중에서도 상당한 힘을 지닌 데우스 마키나군"
데우스 마키나라 불리고 있기는 하지만 현존하는 데우스 마키나들의 대부분은 사실 개념상으로 따지자면 일반적인 거대로봇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보통의 로봇과 데우스 마키나의 구분점이 되는 것은 마도서의 마력이 사용되는가 아닌가 여부. 그것이 데몬베인이 만들어진 이후 새로 내려진 데우스 마키나의 정의였다. 물론 마도서의 마력이 사용된다 하더라도 보통은 자체적인 출력을 강화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지만 저 데우스 마키나의 경우 하늘을 수놓은 포탄,탄우마다 마력 코팅을 하고 있었다.
"제법이군-"
"그런 말 할때냐!"
도시 전역으로 쏟아지는 탄우와 미사일, 자신들 쪽으로도 미사일과 탄우가 쏟아지는 것을 확인한 쿠로와 알은 재빨리 도망치려 했으나 어느새 탄우가 쿠로와 알 주변에 착탄한 뒤였다.
"꺄악-!"
"젠장!!"
무너지는 대지에서 쿠로와 알은 절규하며 나락의 어둠속으로 떨어졌다.
"3억달러의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군. 탄약값만 아니라면 이걸 내 데우스 마키나로 삼는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웨스트 공방에서 구입한 슈퍼 웨스트 무적로보 28호 GXD '거함거포의 애찬가'는 어지간한 데우스 마키나를 넘어서는 강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원전 마술서에 존재하는 진정한 데우스 마키나에 비하면 모자람이 있었으나 이것만해도 왠만한 데우스마키나는 가볍게 넘어서고 있었다. 이정도 성능이면 프나레 데우스에 출전하는 데우스 마키나급의 성능- 만약 원전 마도서의 데우스 마키나를 얻지 못한다면 이걸 자신의 데우스 마키나로 쓰는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3억달러는 이 데우스마키나의 값어치의 반도 못될지도-"
어쨌건 자신의 손에 들어온 힘이니 유용하게 써주겠다고 생각한 사교교주는 반쯤 초토화된 거리를 보며 신도들을 향해 수색을 명했다. 물론 이렇게 초토화된 거리에서 그들을 찾을거라 생각할 순 없었지만서도 찾으면 찾은대로 아니면 아닌대로 좋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구구구구구구구구-
"무... 무슨 일인거지?"
신도들에게 수색을 명하고 쉬고 있던 교주는 갑작스런 진동에 놀라며 주변을 돌아보며 진동의 근원을 찾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허공에서부터 찬란한 빛을 발하며 열리는 빛의 문, 그곳에어는 전고 50m의 강철거인이 모습을 드러내며 그의 데우스 마키나 위에 내리 앉았다.
수십분전 지하 수백M 밑 공동
"여긴..."
"지하다, 무슨 시설인듯한데 자세히는 모르겠군"
알의 말에 정신을 차린 쿠로는 알이 일으킨 미약한 빛에 의존해 주위를 살펴보았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굴, 아니 통로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떨어진거지?"
"대충세도 수백m정도일려나 마술로 무사히 착지하기는 했지만서도."
"도와줘서 고마워. 그나저나 정말 여긴 어디지?"
이리저리 살피며 배선이 모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알과 쿠로는 통로와는 다른 아주 거대한 공간을 볼 수 있었다.
통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공동, 그곳에는 올려다보기 힘들정도로 거대한 거체의 로봇, 데우스 마키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건..."
"데몬베인이군. 수십년전에 본거랑은 또 틀린데?"
"이게... 데몬베인?"
TV로 몇번 보기는 했지만 실물은 처음보는 쿠로였다. TV로 봤을때는 몰랐지만 직접 마주했을때 느낀 이 엄청난 압박감은 여태까지 보아온 여느 데우스 마키나들과는 차원이 틀렸다.
"뭐야 이건... 마치"
"진짜 데우스 마키나 같다고?"
알의 말에 쿠로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데우스 마키나를 본 것은 미스카토닉대학 음비학부 시절 라반 슈뤼즈베리 교수의 암브로시우스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데몬베인은 그 어느것보다도 암브로시우스와 비슷했다.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럴지도 모르지, 데몬베인은 진짜 데우스마키나를 목표로 해 만든 가장 원전 데우스 마키나에 가까운 데우스 마키나니까 말이야. 인류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만든 마를 베는 검- 외도의 지식을 사용해서 만든 외도의 법을 사용하고 외도를 사냥하는 마를 베는 검. 그것이 바로 데몬베인이야- 어떤의미로 보자면 오로지 이것만이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데우스 마키나라는 거지"
"묘하게 잘 아네?"
"나도 이걸 만드는데 관여했으니까 말이야."
"네가?"
외도의 지식을 담고 외도의 법을 행하는 외도의 정수인 마도서. 그런데 그러한 마도서가 마를 사냥하는... 어떤의미로는 자신을 부정하는 이 데우스 마키나를 만드는데 관여했다는 말이됐다. 아이러니다 못해 어처구니 없는 말이었다.
쿠궁쿵쿵-
갑자기 위쪽에서 들랴오는 진동음에 알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결론을 내린듯 입을 열었다.
"또 난리군. 지금쯤이면 마을의 반이 무너졌으려나?"
"뭐?"
"그녀석 제대로 된 데우스 마키나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강력하니까 지상은 지금쯤 난리겠지-"
"방법이 없는거야?"
쿠로의 물음에 알은 어절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나와 계약하는거야. 너정도의 자질을 가졌다면 나와 계약하고 곧장 데우스 마키나를 움직일 수 있겠지."
"음..."
알의 말에 쿠로는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타개책은 오직 알 아지프, 네크로노미콘과의 계약뿐. 하지만 지금의 쿠로로서는 다시 마도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 쿠로의 심정을 눈치챈 것인지 알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강요는 하지 않아. 아무리 자질이 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싸우게하고 싶진 않아. 그런건 너무나도 많이 봐 왔으니까."
4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외도의 마와 싸워온 알 아지프는 수많은 술자를 많나고 수천이 넘는 죽음을 봐왔다. 어떤사람은 몇십년동안 자신과 함께 했으나 어떤사람은 자신의 술자가 된지 단 하루만에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2000명에 가까운 술자를 만났지만 대부분 1년이 조금 시간. 그렇기에 술자조차도 알 아지프에게 있어선 도구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두 술자와의 만남으로 인해 알 아지프는 여태까지 자신이 해왔던 행동을 약간이나마 뒤돌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의 의지로 싸움에 몸을 던진 사람들 뿐만이 아닌 그녀 자신때문에 싸움에 몸을 던진 사람도 상당수 있었다는 것을-
"아니, 내 책임도 있으니까. 그리고 언젠가는 극복해야할 문제야"
사실 극복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물러설 방도가 없었다. 이렇게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서 이를 외면한다는 것은 쿠로로선 무리였다. 설령 공포를 다시 마주한다 하더라도
"계약하겠어. 알 아지프"
"그런가, 그렇다면 다이쥬지 쿠로. 나는 그대와 계약한다."
알은 쿠로의 손을 맞잡은 후 계약의 패스를 몸에 새기며 계약의 인을 그 입술로 영혼에 새겼다. 그리고 두사람은 빛에 휘감겨 그 공동에서부터 사라졌다.
"하아,.."
벌써 몇번이나 한숨을 내쉬는 하도우 루리를 보며 그녀의 집사인 윈필드는 조금 걱정이 되는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이쥬지님이 걱정되십니까 아가씨?"
"무... 무슨 말을 하는걸까요? 윈필드는."
유래없이 당황하며 처음보는 반응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루리, 그런 루리를 보며 윈필드는 장난스럽게 옛날일을 언급했다.
"그러고보면 다이쥬지님은 아가씨와 같은 미스카토닉 대학 출신이었죠? 그때의 다이쥬지님은 어땠습니까?"
"대학시절의 쿠로입니까... 좀 궁상맞긴 하지만 이래저래 챙겨주는 호인으로...랄까 왜 제가 이런 얘길 하고 있는거죠!!"
자신도 모르게 윈필드의 말에 휘말려 과거사를 이야기 할뻔한 루리는 화를내며 윈필드에게 펜을 집어던졌다. 물론 그것에 맞아줄 윈필드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가씨, 윈필드님-"
"무슨일이죠 치아키?"
"지금 데우스 마키나가 나타나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데우스 마키나의 등장 소식을 접한 하도우 루리는 재빨리 집사인 윈필드와 함께 지하사령부로 내려왔다. 내려오기 무섭게 반기는 것은 엉망진창이 된 도시의 영상과 메이드들이었다.
"오셨습니까 아가씨."
"여기서는 사령관으로 불러주세요. 상황은?"
"현재 적 데우스 마키나 1차 공세후 잠잠합니다."
"적에 대한 정보는 있습니까?"
루리의 물음에 오퍼레이터 중 한명이 대답했다.
"정보에 따르면 사신 즈아위아를 숭배하는 신흥 사교집단이라 합니다."
"종교만큼 골치아픈 것도 없죠. 리틀 에이다만 멀쩡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녀석들의 목적은?"
"그것까진 잘... 다만 뭔가를 찾는듯하던데..."
한 오퍼레이터가 말을 흐리며 대답하던중 격납고 쪽에서 울리는 신호에 재빨리 기기를 조작해 격납고 쪽 상황을 살폈다.
"격납고 이상사태 발생! 허수전개 캐터펄트가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설마 침입자입니까?"
"불명입니다. 현재 조작계통이 데몬베인 내부쪽이 최우선으로 되어 있는 탓에 컨트롤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
"전력을 차단하세요. 전력을 차단하면 허수전개 캐터펄트도 멈출겁니다."
"이미 시도했습니다만 데몬베인 본체로부터 막대한 전력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말에 루리는 심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데몬베인은 데우스 마키나, 기동에는 당연히 마도서를 필요로 합니다. 리틀 에이다를 사용할 수 없는 현재 데몬베인을 기동할 수 있을만한 마도서가 없는데..."
"데몬베인의 마도회로를, 현재 리틀 에이다 이상의 고밀도 정보가 마도회로에 순환중입니다. 마력도 리틀 에이다 이상의 출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무슨-"
이해를 초월한 사태에 모두가 당황하는 사이 격납고를 살피던 오퍼레이터는 다급히 현재 상황을 확인하며 외쳤다.
"허수전개 캐터펄트 작동- 모든 구성원소가 무한속도에 도달했습니다. 데몬베인, 편재화를 시작합니다."
"알, 이건 대체? 그리고 여긴"
쿠로는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창백하기 짝이없는 피부에 은발에 가까운 백발. 그리고 창백한 피부를 감싸고 있는 칠흑의 갑옷. 그리고 몸에 넘치는 마력- 그리고 머릿속에 휘도는 외도에 대한 지식. 게다가 지금 쿠로가 있는곳은 매우 특이했다. 반투명한 구형에 기계형 조작계가 있는, 일반의 데우스마키나와 매우 틀린 조종석이었다.
"마기우스 스타일이다. 술자가 마도를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행사하기 위한 형태지, 그리고 여긴 데몬베인의 안이다."
의아해하는 쿠로의 의문에 알은 곧장 대답했다. 마치 고양이귀와도 같은 헬멧을 한 알 아지프는 그대로 데몬베인에 대한 색인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색인은 의외로 쉬웠다. 자신의 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리틀 에이다의 흔적을 따라가면 됐으니까. 게다가 그녀 자신이 데몬베인 개발에 관여하기도 했었고.
알의 말에 쿠로는 의아함을 떠올리며 말했다.
"알, 너 네크로노미콘이잖아. 네 데우스 마키나가 있지 않아?"
"아이온은 3년전에 무리한 기동으로 기술 자체를 소실해 버려서 말이야... 엑세스!"
알의 외침과 함께 데몬베인의 구동계가 반응했다. 데몬베인이 눈 뜬것을 확인한 알은 그대로 격납고 시스템에 접속해 허수전개 캐터펄트를 작동시켰다.
"지금 곧장 그 데우스 마키나에게로 날아간다. 충격에 대비하라고"
"어떻게..."
"여기 딱 좋은게 있더군 허수전개 캐터펄트- 이런게 있을줄이야"
"자, 잠깐!"
쿠로가 뭔가를 외치려 했지만 알은 그것을 무시한채 허수전개 캐터펄트, 즉 눈 앞에 있는 바위로 뛰어들었다.
"반응이... 사라졌다?"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허수전개된 물질이 확률이라는 개념으로 이 공간에 존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달까...."
"그래서! 어디로 간거죠?"
"앗, 타키온 카운터가 작동되었습니다!"
"―선택된 확률사상으로부터 출현 위치를 역산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길."
"..."
잠시간의 기다림이 끝나고 계산을 마친 오퍼레이터가 다급히 외쳤다.
"역산결과 나왔습니다! 적 데우스 마키나가 있는 구획 상공 500m... 엣?!"
"무슨짓을 할 생각인걸까요?"
"글쎼요... 저 데우스 마키나와 싸우려는게 아닐까요?"
"데몬베인, 실재 공간에 사상고정화! 충격파 발생!!"
오퍼레이터의 외침과 함께 상공에서 발생한 충격파로인해 지상에서 엄청난 먼지가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 엄청난 먼지로 인해 가려진 카메라로 부터 먼지 사이로 찬란한 금광이 비쳐와 지하기지를 비추었다.
마를 베는 검 데몬베인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음정 박자 모조리 안맞는 엉터리 노래를 부르는 녹발의 남성은 일렉기타를 연주하며 인조 데우스 마키나, 자칭 파괴로봇이라 불리는 기체를 손보고 있었다.
기계의 신, 혹은 귀계신이라 불릴만큼 그 구조가 복잡하고 난감한 데우스 마키나의 정비 및 각종 작업을 위해서는 수많은 인력과 자재가 필요하지만 지금 이 남자는 그 모든 작업을 홀로 행하고 있었다. 물론 보조작업용 로봇이 존재하고 있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 이 남자는 홀로 모든것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박사- 파괴로봇을 산다는 사람이 왔는데 어떻게 해야하나로보?]
갑작스럽게 들려온 소녀의 목소리에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통신기를 잡았다. 한창 흥이 오른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방해를 받은 탓인지 말투는 거칠기 그지 없었다.
"난 지금 바쁘니까 금액보고 적당히 넘겨버려."
[알았다 로보~ 그나저나 박사, 이번엔 어떤가 로보?]
"흥, 이번이야 말로 최고의 걸작이 나올거다. 기대하고 있으라고"
[기대하겠다로보!]
소녀의 말이 끝나기 무셉게 끝난 통신.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빨리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있는 데우스마키나... 아니 파괴로봇은 채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내의 의지가 반영된 탓인지 흉흉한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2화 마를 베는 검
"여기, 슈퍼 웨스트 무적로보 28호 GXD '거함거포의 애찬가'의 발신기다로보. 만약 파괴로봇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이걸 누루면 된다 로보."
소녀가 넘긴 발신기를 받아든 사내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사실 물건을 직접 건네받는게 아니라면 누구라도 저러한 표정을 짓는게 당연한 일이었다.
"물건은 확실한거지?"
"걱정마라로보. 이래뵈도 웨스트 공방은 뒷세계 최고의 신뢰도를 자랑한다 로보. AS는 안해주지만 사후보장은 확실히 해준다 로보."
"흐음..."
미심쩍어하는 사내였지만 그래도 실제로 최고의 신뢰도를 자랑하는 웨스트 공방이었기에 믿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데우스 마키나를 구할만한 곳이 딱히 있는것도 아니었기에 그로서는 믿을 수 있던 믿을 수 없던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금은 어디있는가로보?"
"여기, 3억 달러. 이거면 충분한가?"
100달러 짜리 지폐로 꽉꽉채워진 돈상자를 몇박스씩 들고온 사내가 돈을 넘기자 소녀는 그 돈들을 가볍게 받아 옮기더니 화사한 미소로 답했다.
"잘 받았다로보. 웨스트 공방은 언제나 열려있으니 이용바란다로보-"
오늘도 웨스트 공방은 절찬리의 운영중이였다.
"정말인지, 상식이란 없는건가 저녀석들"
"사교놈들에게 상식을 바라는 것인가 네놈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소녀를 보며 쿠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사교놈들이 아무리 상식이 없다지만 대낮 도로변에서 총기를 난사해대며 자신들을 찾을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물론 그때문에 경찰이 다수 동원되고 있었지만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미친듯이 날뛰는 사교의 무리들 때문에 아캄시티의 경찰들은 때아닌 수난을 겪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들리지 않는 사과는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만."
신랄하기짝이 없는 알의 말에 뜨끔하는 쿠로였지만 그렇다고 지금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나섰다간 알 아지프를 추적하는 사교도들에게 걸려 곤욕을 치를게 분명했으니까.
"정말인지 너도 참 미련한 녀석이다. 상당한 술자인듯 한데 나랑 계약하면 한번에 문제가 해결될 것을"
알 아지프는 쿠로를 한심하다는 투로 말하며 계약을 종용했다. 오랜만에 수준급 술자를 본 알로서는 쿠로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상성도 좋았기에 더더욱 그랬다. 좋은 마도서는 그만큼 좋은 술자를 바란다. 그래야 자신이 지닌 힘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탓이었다.
하지만...
"안해, 더구나 그 마도서가 네크로노미콘이라면 더더욱"
"그대 무엇때문에 그렇게 마도를 피하는 거지?"
"말했잖아. 마도의 공포를 엿봤다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그 공포를 엿본 마도서가 네크로노미콘의 사본이라는 것은 말할 수 없었다. 그때일을 언급하거나 상기할때마다 몸에, 정신에 새겨진 상흔이 이로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쿠로를 괴롭게 만들었다. 그런것의 원본이 바로 옆에 있었다.
사본이 그정도인데 원본인 네크로노미콘 원전은 어떠할까?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만약 네크로노미콘 원전인 알 아지프와 계약해 그 마도를 접하게 된다면 사본에 의해 능욕당하고 상처입은 그의 정신은 단숨에 무너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아무것도..."
"찾았다!!"
옛날 일을 회상하기 무섭게 들려오는 사교도의 외침. 자신들이 있는 곳을 들킨 쿠로는 재빨리 섬광탄과 다우징을 이용해 사교도들의 눈을 피해서 도주하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에 당하지 않고 앞을 가로막는 녀석도 몇 있었지만 여지없이 쿠로의 일격에 뻗어버렸다.
부실한 식사로 인해 유약해보이는 쿠로의 육체였지만 지난 2년간 일로인해 단련된 육체와 마술적 강화의 조합은 왠만한 격투가조차 단번에 보낼 수 있을정도였다.
단련된 격투가 마저 그럴진데 마술조차 접하지 못한 일반 사교도가 쿠로의 일격을 버티기에는 여러모로 무리였다. 하지만 아무리 쿠로라 할지라도 계속되는 물량속에서
"역시 공주님쪽으로 가는게 나으려나..."
일단 데우스 마키나의 존재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원전 마도서... 그것도 최상위급인 사령비법서 네크로노미콘을 얻은 이상 보고하고 그것을 의뢰인인 하도우 재벌에 넘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 쿠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도 그렇고 앞으로 벌어질 사태도 모두 쿠로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일단 공주님쪽으로 가는게 좋겠군"
"공주님이라니?"
"내 의뢰인, 하도우 재벌 총수의 손녀. 하도우 루리.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녀에게 가는게 좋겠어. 지금 상태는 이래저래 위험하니."
"하도우 재벌에서 왜 날... 그쪽에는 나의 아이인 리틀 에이다가 있을터이만"
"리틀 에이다가 네크로노미콘 사본이었어?"
"몰랐던건가?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 솔직히 기계어로 만들어진 녀석이란 게 불만이라면 불만이지만."
그게 사살이라면 데몬베인에 이만큼 상성좋은 마도서는 없을 것이다. 자그마치 사본이 아닌 원전이니까- 물론 그 그릇에 비해 마도서가 과할 수도 있었지만 하도우 재벌에서 만든 데우스 마키나였다. 아무리 원전마도서라고 하나 그 그릇이 작다고는 생각지 않는 쿠로였다.
'물론 그 이전에 데우스 마키나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확인해야겠지만.'
직접적으로 물어보기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있었다. 마도서라고는 하나 그녀또한 인격체, 자존심이 상하면 어떠한 짓을 벌일지 몰랐다.
더구나 근처에 있는 마도서 성격을 생각하자면...
"골치아프군"
"뭐가 문제지?"
"아니,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모색중이었어.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솔직히 난감하잖아. 소모적이고"
이대로 마을을 돌며 도망친다해도 결국 저 사교도 손에 잡히거나 아니면 위험에 처할 확률이 높았다. 결국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변화는 금방 찾아왔다. 무척이나 나쁜 의미로-
투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들려온 폭음, 그것은 마치 바로 옆에서 작렬한 천둥과도 같은 요란한 소리였다. 그리고 폭음이 들린 직후 휘몰아치는 바람. 뜨거움을 싣고 있는 이 바람이 평범한 바람이 아니란 것은 쿠로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건..."
"데우스 마키나인가!"
재빨리 시야가 확보될 만한곳으로 달려간 두사람은 수많은 건물 너머에 있는 거대한 로봇을 볼 수 있었다. 막대한양의 화기를 달고 있는 로봇은 엄청난 탄우를 흩뿌리며 도시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었다.
"미친...!"
"누가 만들었는진 모르겠지만 현대의 유약하기 짝이 없는 이름만 데우스 마키나 녀석들 중에서도 상당한 힘을 지닌 데우스 마키나군"
데우스 마키나라 불리고 있기는 하지만 현존하는 데우스 마키나들의 대부분은 사실 개념상으로 따지자면 일반적인 거대로봇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보통의 로봇과 데우스 마키나의 구분점이 되는 것은 마도서의 마력이 사용되는가 아닌가 여부. 그것이 데몬베인이 만들어진 이후 새로 내려진 데우스 마키나의 정의였다. 물론 마도서의 마력이 사용된다 하더라도 보통은 자체적인 출력을 강화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지만 저 데우스 마키나의 경우 하늘을 수놓은 포탄,탄우마다 마력 코팅을 하고 있었다.
"제법이군-"
"그런 말 할때냐!"
도시 전역으로 쏟아지는 탄우와 미사일, 자신들 쪽으로도 미사일과 탄우가 쏟아지는 것을 확인한 쿠로와 알은 재빨리 도망치려 했으나 어느새 탄우가 쿠로와 알 주변에 착탄한 뒤였다.
"꺄악-!"
"젠장!!"
무너지는 대지에서 쿠로와 알은 절규하며 나락의 어둠속으로 떨어졌다.
"3억달러의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군. 탄약값만 아니라면 이걸 내 데우스 마키나로 삼는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웨스트 공방에서 구입한 슈퍼 웨스트 무적로보 28호 GXD '거함거포의 애찬가'는 어지간한 데우스 마키나를 넘어서는 강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원전 마술서에 존재하는 진정한 데우스 마키나에 비하면 모자람이 있었으나 이것만해도 왠만한 데우스마키나는 가볍게 넘어서고 있었다. 이정도 성능이면 프나레 데우스에 출전하는 데우스 마키나급의 성능- 만약 원전 마도서의 데우스 마키나를 얻지 못한다면 이걸 자신의 데우스 마키나로 쓰는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3억달러는 이 데우스마키나의 값어치의 반도 못될지도-"
어쨌건 자신의 손에 들어온 힘이니 유용하게 써주겠다고 생각한 사교교주는 반쯤 초토화된 거리를 보며 신도들을 향해 수색을 명했다. 물론 이렇게 초토화된 거리에서 그들을 찾을거라 생각할 순 없었지만서도 찾으면 찾은대로 아니면 아닌대로 좋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구구구구구구구구-
"무... 무슨 일인거지?"
신도들에게 수색을 명하고 쉬고 있던 교주는 갑작스런 진동에 놀라며 주변을 돌아보며 진동의 근원을 찾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허공에서부터 찬란한 빛을 발하며 열리는 빛의 문, 그곳에어는 전고 50m의 강철거인이 모습을 드러내며 그의 데우스 마키나 위에 내리 앉았다.
수십분전 지하 수백M 밑 공동
"여긴..."
"지하다, 무슨 시설인듯한데 자세히는 모르겠군"
알의 말에 정신을 차린 쿠로는 알이 일으킨 미약한 빛에 의존해 주위를 살펴보았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굴, 아니 통로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떨어진거지?"
"대충세도 수백m정도일려나 마술로 무사히 착지하기는 했지만서도."
"도와줘서 고마워. 그나저나 정말 여긴 어디지?"
이리저리 살피며 배선이 모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알과 쿠로는 통로와는 다른 아주 거대한 공간을 볼 수 있었다.
통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공동, 그곳에는 올려다보기 힘들정도로 거대한 거체의 로봇, 데우스 마키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건..."
"데몬베인이군. 수십년전에 본거랑은 또 틀린데?"
"이게... 데몬베인?"
TV로 몇번 보기는 했지만 실물은 처음보는 쿠로였다. TV로 봤을때는 몰랐지만 직접 마주했을때 느낀 이 엄청난 압박감은 여태까지 보아온 여느 데우스 마키나들과는 차원이 틀렸다.
"뭐야 이건... 마치"
"진짜 데우스 마키나 같다고?"
알의 말에 쿠로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데우스 마키나를 본 것은 미스카토닉대학 음비학부 시절 라반 슈뤼즈베리 교수의 암브로시우스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데몬베인은 그 어느것보다도 암브로시우스와 비슷했다.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럴지도 모르지, 데몬베인은 진짜 데우스마키나를 목표로 해 만든 가장 원전 데우스 마키나에 가까운 데우스 마키나니까 말이야. 인류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만든 마를 베는 검- 외도의 지식을 사용해서 만든 외도의 법을 사용하고 외도를 사냥하는 마를 베는 검. 그것이 바로 데몬베인이야- 어떤의미로 보자면 오로지 이것만이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데우스 마키나라는 거지"
"묘하게 잘 아네?"
"나도 이걸 만드는데 관여했으니까 말이야."
"네가?"
외도의 지식을 담고 외도의 법을 행하는 외도의 정수인 마도서. 그런데 그러한 마도서가 마를 사냥하는... 어떤의미로는 자신을 부정하는 이 데우스 마키나를 만드는데 관여했다는 말이됐다. 아이러니다 못해 어처구니 없는 말이었다.
쿠궁쿵쿵-
갑자기 위쪽에서 들랴오는 진동음에 알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결론을 내린듯 입을 열었다.
"또 난리군. 지금쯤이면 마을의 반이 무너졌으려나?"
"뭐?"
"그녀석 제대로 된 데우스 마키나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강력하니까 지상은 지금쯤 난리겠지-"
"방법이 없는거야?"
쿠로의 물음에 알은 어절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나와 계약하는거야. 너정도의 자질을 가졌다면 나와 계약하고 곧장 데우스 마키나를 움직일 수 있겠지."
"음..."
알의 말에 쿠로는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타개책은 오직 알 아지프, 네크로노미콘과의 계약뿐. 하지만 지금의 쿠로로서는 다시 마도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 쿠로의 심정을 눈치챈 것인지 알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강요는 하지 않아. 아무리 자질이 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싸우게하고 싶진 않아. 그런건 너무나도 많이 봐 왔으니까."
4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외도의 마와 싸워온 알 아지프는 수많은 술자를 많나고 수천이 넘는 죽음을 봐왔다. 어떤사람은 몇십년동안 자신과 함께 했으나 어떤사람은 자신의 술자가 된지 단 하루만에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2000명에 가까운 술자를 만났지만 대부분 1년이 조금 시간. 그렇기에 술자조차도 알 아지프에게 있어선 도구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두 술자와의 만남으로 인해 알 아지프는 여태까지 자신이 해왔던 행동을 약간이나마 뒤돌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의 의지로 싸움에 몸을 던진 사람들 뿐만이 아닌 그녀 자신때문에 싸움에 몸을 던진 사람도 상당수 있었다는 것을-
"아니, 내 책임도 있으니까. 그리고 언젠가는 극복해야할 문제야"
사실 극복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물러설 방도가 없었다. 이렇게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서 이를 외면한다는 것은 쿠로로선 무리였다. 설령 공포를 다시 마주한다 하더라도
"계약하겠어. 알 아지프"
"그런가, 그렇다면 다이쥬지 쿠로. 나는 그대와 계약한다."
알은 쿠로의 손을 맞잡은 후 계약의 패스를 몸에 새기며 계약의 인을 그 입술로 영혼에 새겼다. 그리고 두사람은 빛에 휘감겨 그 공동에서부터 사라졌다.
"하아,.."
벌써 몇번이나 한숨을 내쉬는 하도우 루리를 보며 그녀의 집사인 윈필드는 조금 걱정이 되는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이쥬지님이 걱정되십니까 아가씨?"
"무... 무슨 말을 하는걸까요? 윈필드는."
유래없이 당황하며 처음보는 반응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루리, 그런 루리를 보며 윈필드는 장난스럽게 옛날일을 언급했다.
"그러고보면 다이쥬지님은 아가씨와 같은 미스카토닉 대학 출신이었죠? 그때의 다이쥬지님은 어땠습니까?"
"대학시절의 쿠로입니까... 좀 궁상맞긴 하지만 이래저래 챙겨주는 호인으로...랄까 왜 제가 이런 얘길 하고 있는거죠!!"
자신도 모르게 윈필드의 말에 휘말려 과거사를 이야기 할뻔한 루리는 화를내며 윈필드에게 펜을 집어던졌다. 물론 그것에 맞아줄 윈필드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가씨, 윈필드님-"
"무슨일이죠 치아키?"
"지금 데우스 마키나가 나타나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데우스 마키나의 등장 소식을 접한 하도우 루리는 재빨리 집사인 윈필드와 함께 지하사령부로 내려왔다. 내려오기 무섭게 반기는 것은 엉망진창이 된 도시의 영상과 메이드들이었다.
"오셨습니까 아가씨."
"여기서는 사령관으로 불러주세요. 상황은?"
"현재 적 데우스 마키나 1차 공세후 잠잠합니다."
"적에 대한 정보는 있습니까?"
루리의 물음에 오퍼레이터 중 한명이 대답했다.
"정보에 따르면 사신 즈아위아를 숭배하는 신흥 사교집단이라 합니다."
"종교만큼 골치아픈 것도 없죠. 리틀 에이다만 멀쩡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녀석들의 목적은?"
"그것까진 잘... 다만 뭔가를 찾는듯하던데..."
한 오퍼레이터가 말을 흐리며 대답하던중 격납고 쪽에서 울리는 신호에 재빨리 기기를 조작해 격납고 쪽 상황을 살폈다.
"격납고 이상사태 발생! 허수전개 캐터펄트가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설마 침입자입니까?"
"불명입니다. 현재 조작계통이 데몬베인 내부쪽이 최우선으로 되어 있는 탓에 컨트롤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
"전력을 차단하세요. 전력을 차단하면 허수전개 캐터펄트도 멈출겁니다."
"이미 시도했습니다만 데몬베인 본체로부터 막대한 전력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말에 루리는 심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데몬베인은 데우스 마키나, 기동에는 당연히 마도서를 필요로 합니다. 리틀 에이다를 사용할 수 없는 현재 데몬베인을 기동할 수 있을만한 마도서가 없는데..."
"데몬베인의 마도회로를, 현재 리틀 에이다 이상의 고밀도 정보가 마도회로에 순환중입니다. 마력도 리틀 에이다 이상의 출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무슨-"
이해를 초월한 사태에 모두가 당황하는 사이 격납고를 살피던 오퍼레이터는 다급히 현재 상황을 확인하며 외쳤다.
"허수전개 캐터펄트 작동- 모든 구성원소가 무한속도에 도달했습니다. 데몬베인, 편재화를 시작합니다."
"알, 이건 대체? 그리고 여긴"
쿠로는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창백하기 짝이없는 피부에 은발에 가까운 백발. 그리고 창백한 피부를 감싸고 있는 칠흑의 갑옷. 그리고 몸에 넘치는 마력- 그리고 머릿속에 휘도는 외도에 대한 지식. 게다가 지금 쿠로가 있는곳은 매우 특이했다. 반투명한 구형에 기계형 조작계가 있는, 일반의 데우스마키나와 매우 틀린 조종석이었다.
"마기우스 스타일이다. 술자가 마도를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행사하기 위한 형태지, 그리고 여긴 데몬베인의 안이다."
의아해하는 쿠로의 의문에 알은 곧장 대답했다. 마치 고양이귀와도 같은 헬멧을 한 알 아지프는 그대로 데몬베인에 대한 색인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색인은 의외로 쉬웠다. 자신의 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리틀 에이다의 흔적을 따라가면 됐으니까. 게다가 그녀 자신이 데몬베인 개발에 관여하기도 했었고.
알의 말에 쿠로는 의아함을 떠올리며 말했다.
"알, 너 네크로노미콘이잖아. 네 데우스 마키나가 있지 않아?"
"아이온은 3년전에 무리한 기동으로 기술 자체를 소실해 버려서 말이야... 엑세스!"
알의 외침과 함께 데몬베인의 구동계가 반응했다. 데몬베인이 눈 뜬것을 확인한 알은 그대로 격납고 시스템에 접속해 허수전개 캐터펄트를 작동시켰다.
"지금 곧장 그 데우스 마키나에게로 날아간다. 충격에 대비하라고"
"어떻게..."
"여기 딱 좋은게 있더군 허수전개 캐터펄트- 이런게 있을줄이야"
"자, 잠깐!"
쿠로가 뭔가를 외치려 했지만 알은 그것을 무시한채 허수전개 캐터펄트, 즉 눈 앞에 있는 바위로 뛰어들었다.
"반응이... 사라졌다?"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허수전개된 물질이 확률이라는 개념으로 이 공간에 존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달까...."
"그래서! 어디로 간거죠?"
"앗, 타키온 카운터가 작동되었습니다!"
"―선택된 확률사상으로부터 출현 위치를 역산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길."
"..."
잠시간의 기다림이 끝나고 계산을 마친 오퍼레이터가 다급히 외쳤다.
"역산결과 나왔습니다! 적 데우스 마키나가 있는 구획 상공 500m... 엣?!"
"무슨짓을 할 생각인걸까요?"
"글쎼요... 저 데우스 마키나와 싸우려는게 아닐까요?"
"데몬베인, 실재 공간에 사상고정화! 충격파 발생!!"
오퍼레이터의 외침과 함께 상공에서 발생한 충격파로인해 지상에서 엄청난 먼지가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 엄청난 먼지로 인해 가려진 카메라로 부터 먼지 사이로 찬란한 금광이 비쳐와 지하기지를 비추었다.
마를 베는 검 데몬베인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출처:기신대전 데몬베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