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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주인공들의 좀비 서바이벌 다이어리


Original |

2화


 

 

드라큘라 백작(흡혈귀 드라큘라)
흡혈귀. 1897년 영국. 아브라함 반 헬싱 일행에게 퇴치.


『8월 11일 월요일(사태 발생 30일차). 비』


… 라는 이유로, 우리들은 교환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무슨 이유냐).
이라곤 하지만, 딱히 쓸 건 없는데. 수백년만에 간신히 부활해서 좋아라~ 하고 있는데 왠 걸어다니는 시체들이 입을 헤~ 벌리고 달려드는 바람이 기분이 굉장히 나빠졌다는 것만 빼면.
뭐, 솔직히 놀란 건 사실이다. 구울과 좀 비슷하긴 하지만 그보다 더 야만적이고, 꽤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데다(물론 이 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보통 인간보다는 확실히 빨랐다) 힘도 제법 봐줄만 했다. 뭐니뭐니해도 나무로 된 문을 그냥 맨손으로 잡아뜯어냈을 정도니.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질린 건, 그 숫자였다. 믿기지 않지만 최근에 얻은 정보에 의하면 인간들은 60억명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숫자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놈들이 인간의 변종이라면, 수십억 단위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뭐, 그렇더라도 이 몸에게 위협은 되지 않는다. 이 세상 좀비가 전부 이 몸에게 덤빈다고 해봐라. 눈 하나 깜짝하나.
…… 무섭잖아, 제길. 상상하지 말자, 상상하지 말자.


장난질은 여기까지 해두고, 지금의 이 상황은 이상하다. 이 몸이 얻은 정보에 의하면 이 사태는 고작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일. 60억이나 되는 인간이 하룻밤 사이에 괴멸 직전에 놓였다, 고 하는 것이다. 이 몸이 알고 있는 어떤 대악마도, 어떤 대암흑술도 이런 짓이 가능하게 할 수는 없다. 정확히 말하면 "못할 건 없지만 하룻밤 사이에는 무리무리"라는 거지만. 저 사탄조차도 이 세상을 멸망시키려면 일주일은 걸린단 말이다. 대체 한달 전 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건 기회일지도 모른다.
지난번엔 헬싱 일행에게 방해받고 패배했지만 이토록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몸의 오랜 야망─── 『세계 정복』이.

 

 

 


 

에르체베트 바토리(바토리)
흡혈귀. 1560년 루마니아. 1614년에 사망.


『8월 12일 화요일(사태 발생 31일차). 구름 땡큐♡』


… 이건 또 왠 시대 착오 바보래. 요즘 시대에 아직도 저런 소릴 하는 녀석이 있었나.
아무렴 어때. 난 내 할 일만 하면 되는거지.


세계 정복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꿈에 빠져있는 얼간이는 일단 무시하기로 하고. 나는 살아있는 인간─특히 처녀─의 수색에 나서기로 했다. 성밖을 떠나서 내 발로 걸어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하지만 반쯤은 예상대로라고 할까, 살아있는 인간이라곤 머리카락 한올 보이지 않았다. 앞의 바보가 얻어서 교환일기에 첨부해놓은 정보에 의하면 이 "좀비 사태"가 발생한지 오늘로 한달 째. 아직까지 살아있는 인간을 찾기란 매우 힘든 일일 것으로 예상된다.


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을 찾으러 돌아다니면서 수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 아무래도 지금 이 상황에서 살아남은, "인간이 아닌 녀석들"은 나와 앞의 바보만이 아닌 것 같다. 익숙한 얼굴들도 있고, 이름만은 들어본 녀석들도 있고, 아예 처음 만나는 녀석들도 있었다.


우선, 내일 다시 접촉해보기로 하자.

 

 

 


 

더 ​크​리​쳐​(​프​랑​켄​슈​타​인​)​
인조인간. 북극까지 갔다가 행방불명.


『8월 14일 목요일(사태 발생 33일차). 만물을 축복하는 태양이 대지를 비추는 날』


한기마저 느낄만큼 요염하고 아름다운 여인에게서 일기장을 받은지 이틀 째. 유감스럽게도 나 역시, 아직까지 목숨이 붙어있는 자를 만나지는 못했다.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죽음의 축복을 받지 못한 추악한 것들 뿐. 나는 분명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존재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적어도 나는 그들과는 달리 스스로 생각하고 자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나을지 모른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새삼 기억을 되새겨보니 확실히 나도 "인간이 아닌 이들"을 몇명인가 만나긴 했다. 몇몇은 이쪽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공격을 해올만큼 호전적이었지만, 내가 그들처럼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것을 알고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이들도 있다.
개중에는 우호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와 사고 능력의 차이라는 것 때문에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지만.
…… 살아있는 자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숨어있을만한 곳을 찾긴 했다. 저번에는 인기척을 느끼기도 했으니 아마 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숨어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앞의 두 사람처럼 식인을 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거기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 나는 이래뵈도 꽤 인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야 원치않게 탄생한 것도 사실이고 온갖 멸시와 혐오를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이 그들의 잘못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이런 추악한 외모에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지성이 갖추어져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그들의 속 좁음이 문제였을 뿐이다.


아무튼, 내일은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레더페이스(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식인마. 1974년 텍사스에서 식인가족과 함께 생활 중.


『8월 15일 금요일(사태 발생 34일차). 망할 비』

 


거기 어딘지 불어라.

 

 

 


 

마이클 마이어스(할로윈)
살인마. 1978년에 정신병동에서 탈출.


『8월 18일 월요일(사태 발생 37일차). 구름은 싫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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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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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누나 어딨어

 

 

 


 

미이라(투탕카멘의 저주)
고대악령. 최저 3천세 이상으로 추정.


『(상형 문자라 해독 불가능)』

 


(온갖 벌레와 동물만 그려져있다)

 

 

 


 

​츄​바​카​브​라​(​츄​바​카​브​라​의​ 공포)
괴생물. 남미에서 목격된 미확인 흡혈괴물.


『(손톱으로 긁어놨다)』

 


(스크래치 아트)

 

 

 


 

???(지퍼스 크리퍼스)
고대악령. 얼마 전까지 박제 신세였던 식인괴물.


『지퍼스~♪ 크리퍼스~♪ 그 눈알 어디서 났니♬』


지퍼스~♪ 크리퍼스~♪ 그 눈알 어디서 났니♬ 지퍼스~♪ 크리퍼스~♪ 그 눈알 어디서 났니♬
지퍼스~♪ 크리퍼스~♪ 그 눈알 어디서 났니♬ 지퍼스~♪ 크리퍼스~♪ 그 눈알 어디서 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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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스~♪ 크리퍼스~♪ 그 눈알 어디서 났니♬ 지퍼스~♪ 크리퍼스~♪ 그 눈알 어디서 났니♬

 

 

 

 

​프​레​데​터​(​프​레​데​터​)​
외계인. 각종 하이테크 웨폰으로 무장한 우주전사.


『(외계문자. 해독 불가능)』

 


(알아볼 수 없는 문자들이 꼼꼼히, 그리고 예쁘게 쓰여져있다.)

 

 

 


 

부기맨(스플래터 하우스)
개조인간. 양손 대신 달린 전기톱이 트레이드 마크. 불사신계.


『8월 24일 일요일(사태 발생 43일차). 구름 약간.』

 


앞의 놈들 제대로 못쓰겠냐.

 


이 무슨 처참한 꼴인가. 그래도 용케 한장씩만 사용했기 때문에 일기장 전체를 보는데에는 문제가 없다.
정말이지, 이런 놈들하고 용케 교환일기가 성립된다는 거에 놀랬다. 철가면을 뒤집어쓴 외계인이 갑자기 코앞에 나타나서는 나에게 일기장을 내밀고 볼펜도 같이 쥐어줬을 때는 훨씬 더 놀랐지만서도.


미스터 프랑켄이 생존자들의 위치를 안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사실이지만, 솔직히 그걸 꼭 들어야할 이유는 없다. 왜냐. 이 집에 다가오는 인간들을 모조리 죽이라는 명령을 받긴 했지만 정작 그 명령을 내린 닥터는 이미 옛날 꽃날에 저세상으로 갔거덩. 게다가 나도 엄밀히 따지면 미스터 프랑켄과 같은 "인조인간". 따라서 인간을 먹어야할 필요성은 없다. 인간 수준의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살아가는데엔 아무 지장없으니까.
물론 인간이 못먹는 것도 먹을 수 있지만. 이를테면 바위라거나 바위라거나 바위라거나 바위라거나.


앞의 일기들을 보니까 미스터 프랑켄이 왜 생존자들의 위치를 적어두지 않았는지 뼈저리게 이해할 수 있었다. 생존자를 찾는 이유가 하나같이 '먹어치우기 위해서'니까, 자칭 인간 애호가인 미스터 프랑켄이 그걸 알려줄 리는 없겠지.
뭐, 같은 인조인간으로서 이런 사실을 발설해버린 미스터 프랑켄이 꽤 걱정되긴 하지만, 그 양반도 누구한테 꿇릴 양반은 아니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지.


자, 그럼 난 이걸 누구한테 갖다줄까.

 

 

 


 

​엘​리​게​이​터​(​엘​리​게​이​터​)​
식인마. 거대한 체구를 바탕으로 인간을 공격하는 야성의 전사.


『8월 25일 월요일(사태 발생 44일차). 드물게 맑음.』


그렇다고 나한테 가져오냐, 네놈은(웃음).


일단 모처럼 받은 교환일기고 하니 이어써보기로 할까나.
내가 사는 곳은 하수도다. 생존자가 있다면 당연히 물을 쓰게 될테고, 그 사용된 물들은 거의 대부분이 이곳으로 흘러들어오게 된다.
즉, 나는 미스터 프랑켄이 말하는 생존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대강은 눈치채고 있다는 사실.


그러나, 그 위치를 알려줄 생각은 나 역시 없다. 적어도 나는 인간을 먹든 좀비를 먹든 별로 상관없거든. 솔직히 맛은 별 차이없… 다고 할까, 사실대로 말하자면 좀비 쪽이 좀 더 맛있다. 거 뭐냐, 다들 "살아있는 게 더 맛있다"라는 편견에 빠져있는 것 같지만, 그게 틀릴 때도 있는 법이거늘. 중요한 맛 성분 중 하나인 아미노산은 인간이 죽고 얼마쯤 지난 후에 생긴단 말이다!!


… 잠깐 이야기가 빗나갔는데, 내가 지금 하려고 하는 건 식인논평이 아니니까 여기까지로 해두자.
자, 그러면 나는 이걸 어디의 누구한테 넘겨볼까나~

 

 

 


 

잭 더 리퍼(잭 더 리퍼)
살인마. 오로지 여성들만을 죽인 칼잡이.


『8월 26일 화요일(사태 발생 45일차). 많이 흐림』

 


니놈들 손 없잖아. 무슨 수로 쓴 거야.

 

 

 


 

엘리엇 스펜서(헬레이저)
질 ​가​르​니​에​(​웨​어​울​프​)​
찰스 리 레이(사탄의 인형)
조나스 미트라(스킨워커)
하이드(지킬 ​박​사&​하​이​드​)​
프레디 크루거(나이트메어 온 헬름 스트리트)
제이슨 부히스(13일의 금요일)


『8월 31일 일요일(사태 발생 50일차). 별이 보인다』


어째 뉴비들이 많이 보인다 했더니 이놈들 진짜 웃기는 놈들이다. 일기를 악어한테 갖다주는 놈도 그렇고 그걸 받아서 이어 쓰는 악어도 그렇고. 아니, 그보다 확실히 이 놈들이 첨부해놓은 사진으로 볼 때 이 놈들에겐 '손'이 없다. 즉, 지금 이 일기는 본래라면 쓰여졌을 리 없는 일기라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 걸까.


… 뭐, 됐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저 녀석들과 힘을 합치면, 아무리 이런 세상이라도 발칵 뒤집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이라도 당장 정모하자고 일기에 적어두…


…… 잠깐.

 


잠깐만 기다리라고!! 전부 썰면 된다 라니?! 누가 이 하키 마스크 좀 말려!

 

어이, 기다려!! 우와아아, 하이드랑 질이랑 조나스를 메달고 걸어가고 있어!! 저거 진짜 원래 인간이었던 거 맞냐?!

 

 


젠장, 전부 같이 달려들어서 때려눕혀!!!!

 

 

 


덤.

 

 

 


 

쿠니카이 ​사​쿠​리​(​데​모​노​포​비​아​)​
중학생. 가족 없음. 몇안되는 취미는 오컬트.

 


… 어라.
나, 살아있어?


미궁에서는 볼 수 없었던 햇빛이 쨍쨍하게 내리쬔다.
무수하게 당했던 함정이 아니라, 정말로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태양.


이곳은… 미궁 속이 아니야.
정말로 밖으로 나왔다. 나올 수 있었다. 혹시 이것도 꿈이나 환각이 아닐까 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죽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녀석'이 없었다. '그림자 인간'도 없다.

 

​"​만​세​~​~​~​~​~​~​~​!​!​"​


정말로 있는 힘을 다해서 소리쳤다.
아니, 그야 왜 이런 대로 한복판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건지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아무렴 어때. 돌아왔는걸!!


이제 더이상 무서워할 필요없는거지? 더이상 숨어지낼 필요없는 거지? 더이상 도망다녀야할 필요없는거지? 더이상, 죽으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는거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고, 충분히 행복했다.


하지만, 여기는 어딜까. 분명 집 근처는 아닌데.

 

 

 


우선, 저기서 걸어오고 있는 하키마스크를 쓴 사람한테 물어보자.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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