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에서는 원작캐보다 강한 오리캐가 등장합니다.
여러분, 재밌게 봐 주세요.
이름은 「죠마세」라고 합니다.
완벽한 구체의 형태를 한 만월이 밤하늘에 떠올라 있다.
달의 마력은 요괴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보름달이 뜬 밤의 달빛은 그 빛을 쬐는 요괴의 힘을 최대로 증폭시킨다.
그런 점을 따지고 보면, 오늘의 밤하늘의 달은 훌륭한 보름달이 뜬 아름다운 밤이었다.
그러나─.
「최악의 밤이네.」
유카리는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부정적인 말을 내뱉었다.
아마 그녀 자신이 생각하는 한, 오늘밤은 최악의 조건이 모두 갖추어진 밤이었다.
만월은 요괴의 힘을 증대시킨다.
그것은 물론 유카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달의 힘을 아군에게 더 크게 작용하게 하는 능력에 특화한 종족 또한 있다.
─흡혈귀.
만월의 밤에는 그 무엇보다도 무서운 괴물로 변모하는 요괴가, 그 만월인 오늘 밤 환상향을 침략하려 한다.
홍마관의 스칼렛 백작─ 그 이름은 대륙의 지배자로서 요괴 세계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인구가 증가하고 기술력이 진보하던 밖의 세계. 이미 인간의 세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곳에서, 스칼렛은 사회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그는 폭군으로서 유명했다.
중세 시대에나 볼법한 끔찍한 광경을, 그의 주위에서는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사람도 요괴도 구별없이 학살하고, 먹어치우고, 범하며, 간단히 버린다.
그런 무서운 괴물이, 이 환상향에 스스로의 본거지 채로 전이해 왔던 것이다.
분명한 침략이었다. 이미, 저택이 전이해온 장소 주변의 요정들은 몰살당하고 요괴는 부하가 됐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최악의 괴물에게 최강의 힘을 하사하는 보름달이 하늘 높이 떠오른 밤.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유카리는 그들의 침략 행위를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정말로, 최악이네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무수한 괴물이 잠복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 흡혈귀의 본거지로 향하는 것은 그 야쿠모 유카리라고 하는 틈새 요괴 한 마리.
그리고, 그녀를 무녀가 한 명 뒤따르고 있었다.
「그렇군」
기분을 고쳐 잡으려 농담을 건 상대는, 하쿠레이의 무녀.
환상향 역사상 최악의 침략자를 상대로 하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식신마저 동반시키지 않았던 유카리가, 곁에서 싸우는 것을 허락한 유일한 인간.
「……적은 많다, 유카리」
마법의 숲을 헤쳐 나와 눈앞에 드러나 있는 적색의 저택을 노려보며 무녀는 중얼거린다.
그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처럼 그 거체를 자랑하는 홍마관은, 그 적색이 정말로 피로 칠해진거 아냐? 라고 착각하게 될 정도로 농후한 독기와 마력으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시야에 들어오지 않아도, 그 안에서 잠복해 있는 무수한 마귀의 존재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닫힌 대문 너머에는 이미 수많은 요괴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저택의 영토 내에 들어가는 것조차 용서되지 않았어야 할 잡졸들 뿐 이었지만, 그 요괴들은 모두 환상향에서 살다가, 그저 어쩔 수 없이 홍마관에 굴복하게 된 불쌍한 요괴들이었다.
무서운 카리스마와 저만한 수를 간단히 굴복시킬 정도의 폭력─.
오늘 하룻밤, 녀석들 맘대로 되게 놔둔다면 그 수는 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 최악의 조건만이 모여 버리고만 밤에, 승부를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환상향은 미묘한 밸런스에 의해서 구축되어 있다. 밖의 세계와 같이, 인력이나 자원이 풍족한 것 또한 아니다.
그런 상황에 저런 대군세가 환상향을 습격한다면, 인간을 포함한 취약한 인요들은 유린되고 생태계는 무너져 결국 이 비경은 붕괴해 버린다.
확실히 오늘 밤은, 결전의 밤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최악의 날은 아니다.」
그런 벼랑 끝에 서있는 처지면서도, 옆의 인간의 작은 미소를 유카리는 볼 수 있었다.
말없이 시선을 돌리자, 무녀도 같이 유카리의 얼굴을 보고 있다.
주고받은 서로의 시선에, 초조나 절망감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었다.
유카리는 스스로가 대요괴라고 하는 자부심으로 여유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무녀는 취약한 인간이면서 그 얼굴에 미소마저 띄우고 있다.
「오늘 밤은, 나와 너. 두 인요가 모였으니까」
그러니까, 아무 문제없다─. 분명 수백은 될 적을 앞에 두고 무녀는 웃었다.
「——그래, 확실히 그 말대로네.」
그녀의 절대적인 자신에 이끌려, 유카리도 웃는다.
이 결전의 밤에, 그녀를 데려 온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인간과 요괴. 넘을 수 없는 경계를 가진 두 명의 사이엔, 기묘한 신뢰 관계가 싹터 있었다.
걸음을 재개한다.
거대한 저택과 그 안쪽에서 북적거리는 요괴의 무리를 앞으로, 느긋한 속도로 두 명은 걷는다.
눈앞에서 이형의 존재들의 포효는, 단순한 미풍 이하의 것이었다..
걱정도, 공포도 필요 없다.
약자의 무리를 향해, 두 명의 강자가 걷는다.
「……정정할께요.」
유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태평하게 중얼거렸다.
「오늘 밤은, 꽤 좋은 밤이 될 것 같네요.」
◇
어째선지「초등학생이 만든 것 같은 무적 로봇」를 새끼 손가락 만으로 쓰러뜨릴 것 같은 무지막지하게 강한 대륙의 지배자가 환상향을 침략하러 온다고 해서 유카리에게 “오늘 밤 죽을 각오하고 오세요”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홍마관에 거주하는 스칼렛家라 불리는 유명한 흡혈귀들이 침략해 왔다고 하던데.
이것이 원작의 과거로서 언급되던, 소위「흡혈귀 이변」이 틀림없는 것 같다.
즉 홍마관의 당주인 레밀리아・스칼렛이, 드디어 환상들이 한 것이다.
나는 유카리의 권유를 흔쾌히 승낙했다.
─아니, 알고 있다고? 이게 레밀리아와의 친목회 같은게 아니라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전투가 된다는 것 정도는 말이지.
이 이변 때 흡혈귀가 유카리에게 퇴치당해서 이변 해결이라는 전개가 원작의 스토리 이므로 홍마관과의 전면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결말을 알고 있으니까 안심했다는 바보같은 이유가 아니라, 나는 순수하게 유카리의 힘이 되고 싶어서 뒤따라온 것이다.
물론, 호기심도 약간은 있다.
강한 놈하고 붙어보고 싶다는 사이야인 같은 욕망을 가진 건 아니다만, 홍마관의 멤버와 대면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그리고, 유카리가 시리어스한 분위기라 걱정 된다는 이유도 있고 말이지.
그녀의 몸을 걱정하는 건 한참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단순한 침략자 취급인 홍마관을 문답무용으로 「아름답고 잔혹하게 해주겠어!」라며 붕괴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렇게 되면 타임 패러독스로 역사가 바뀌어 버리는 거 아냐?.
그러나, 막상 와보니 생각보다 훨씬 뒤숭숭한 느낌이다.
그야말로 최종보스가 대기타고 있는 던전 같은 느낌의 홍마관 앞에는 이미 대량의 잡졸 요괴들이 잠복해 있었다.
덧붙여서 어째서 잡졸인지 판별 할 수 있냐면, 저 녀석들 전부 인간 모습이 아닌걸.
무섭게 생긴 놈들뿐이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런 놈들이 약하다는 법칙 같은 게 있다.
그러므로, 생각보다 여유를 가지고, 나는 유카리에게 명대사와 함께 나를 어필하고 함께 적지로 나아가고 갔다.
……만약 된다면 「나와 너로 더블 라이더니까」(역자 : 가면라이더 스피리츠에서 나오는 대사)라고 말하고 싶었다만, 유카리에게는 이런 네타 대사 말해봤자 못 알아들을 테니까.
「흐음……아무래도 백작님은 여흥을 바라는 것 같네요. 하지만, 어울려줄 의리는 없어요.」
드디어 대문 앞에서 서서 ‘첫 전투인가?’ 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갑자기 옆의 유카리가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웃는 얼굴인 채 무서운 살기를 발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몰라 무서워.
「일반인이 받으면 기절할 겉 같은 살기」라는 묘사 자주 봤는데, 그거 사실이다.
유카리를 중심으로 폭풍같이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피부로 찌릿찌릿하게 느껴진다.
솔직히, 나도 쫄아버릴 뻔 했지만, 살기 이상으로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는 유카리의 옆 얼굴이 무지 멋있어서, 잊어버리고 말았다.
위험해, 유카링 무지 예뻐.
이 무슨 마성의 미모. 일러스트 태그를 붙인다면 「못 이길 것 같다.」를 붙여야 할 것 같았다.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의심받으므로, 곁눈질로 힐끔힐끔 보고 있자니, 어느샌가 살기는 그쳐 있었다.
그리고, 문 앞의 소요괴의 무리도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꽁지 빠지게 도망친 것 같다. 아니, 그야 그런 살기 받으면 무리도 아니지만.
「후우, 환상향의 요괴의 질도 꽤 낮아졌네요. 그러니까 바깥세계의 요괴 따위한테 좋을 대로 휘둘린 거겠지만.」
방금전의 그 숫자는 거짓말이라 생각 될 정도로 깨끗해진 문 앞을 보고 비웃으며 내게 살짝 윙크해주는 유카리. 뿅가죽네.
살기에 위축되지 않았던 것을 칭찬해 주는 것 같다.
아니, 그……죄송합니다.「예쁘다……핫!」같은 느낌으로, 유카링만 정신없이 보다보니 끝나있을 뿐입니다.
어쩐지 거북한 속마음을, 싸움을 대비하고 있는 것 같은 성실한 표정으로 숨기며, 우리들은 홍마관으로 진격했다.
그러나, 모두 도망갔다고 생각한 문 앞에 한 사람의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조금은 근성 있는 문지기도 있는 것 같네요.」
「……」
거대한 창을 쥔 채 그 살기를 버티고 이쪽을 노려보는 다홍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한 명.
저건……틀림없다.
그녀는 홍 메이링이다.
대단해, 옛날부터 홍마관의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었던 거구나.
메이링에 관해서는 공식 설정이 적은데다, 그 정체나 경력은 거의 2차 창작 안에서의 추측이나 상상뿐이었는데.
그런 그녀의 과거를, 현실에서 확인 할 수 있어서 나는 내심 감동했다.
으읏, 왠지 무지 기쁘다. 이런 건 생전의 나는 반드시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난 홍마관의 문지기, 홍 메이링. 이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면, 이 나를 쓰러뜨리고 가라.」
혼자 텐션이 올라있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메이링은 우리에게 창날을 향했다.
에—, 창 쓰는구나.
중국 권법의 달인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으니까, 서양의 창을 쥔 모습에 위화감을 느꼈다.
그렇지만, 메이링의 탄막놀이가 아닌 실전실력은 어떤지 전혀 모르니까, 제멋대로 기대한거려나?
어쨌든, 지금의 문제는 메이링과의 전투다.
분명하게 말해서, 이쪽이 훨씬 유리하다.
나에게는 오랜 세월의 수행과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실전을 반복해 온 경험이 있다. 애매한 표현이나 불필요한 겸손을 빼고 단언할 수 있다.
지금의 메이링보다, 내가 더 강하다.
물론 유카리가 상대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승부 자체는 문제없지만…….
「주제를 파악하는게 어때?」
유카리에게 맡기면 안 된다고! ……저거 "아름답고 잔혹하게 이 세상에서 없애줄게." 라며 지워버릴 생각 만만이잖아!?
나는 유카리를 손으로 말리고, 맡겨달라는 듯이 응시했다.
유카리는 딱히 오래 고민하지 않은 채, 작게 어깨를 들썩이고는 살기를 거두어 주었다.
고마워요. 그 상태로, 당주인 레밀리아를 만나도 문답무용으로 소멸시켜 버린다던지 자중 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내가 상대다.」
「……얕보는 게 아냐, 인간 주제에!」
뭐—, 굉장히 강한 요괴 상대로 각오하고 있다가 갑자기 인간이 참견한거니까, 그렇게 되면 얕보인다고 생각하는게 보통이겠지.
격양된 채로 재빠르게 발을 디뎌 찔러지는 창을, 나는 근소한 차이로 회피했다.
보여……내게도 적이 보인다!(역자 : 아무로 레이의 대사 중 하나)
농담을 하고 있기는 해도 정말로 메이링의 공격이 제대로 보인다.
별로 공격이 느린 것은 아니다. 단지 패턴이 단순하다.
아마도 창이 무기라는 건 족쇄 밖에 되지 않는 거 아닐까. 양손을 창대만 쥐고 있는데다가 찌르기 외의 공격은 하지 않는다. 발차기도 창을 제대로 쓰려면 거리를 벌려야 하므로 닿지 않는다.
격투기로 싸우는 게 차라리 지금보다 나을거라고 생각한다.
이리저리, 단조롭게 뻗어오는 창날을 바닥으로 주저앉아 회피하며 다리 후리기를 건다.
「발밑이 빈틈 투성이다.」
「큭, 젠장……!!」
‘전투 중에 말해보고 싶었던 대사 베스트 3’에 들어가는 말을 자연스레 말할 수 있어서 기뻤다.
간신히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은 메이링은, 추가타로 다가오는 나의 지르기를 피하기 위해 품에 파고들려고 했다.
나이스 판단. 그렇지만, 메치기라면 어떨까─나!!
「커헉!?」
「여기까지다」
등부터 땅바닥에 부딪혀 신음소리를 내는 메이링의 목덜미에 수도를 갖다 대서 결판냈다.
메이링은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보고 있다.
자세는 좋다! 그러나 상대가 좋지 않았어! ——같은 느낌으로 조금 조언을 해 주기로 했다.
「……평상시에 창을 사용하는 건 아닌 걸로 보인다만. 손에 익지 않는 무기는 단순한 족쇄 밖에 되지 않는다. 어떤 달인이라 한들 행동이 단순해지고 만다.」
아랑전에서 봤던 것 같은 대사를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하는 나.
「원래 네게 무기는 어울리지 않았다. 공격을 파고들어와 간격을 좁히는 버릇이 있다. 아마 네 전공은 근거리의 격투전이 특기겠지.」
「크읏……」
「——하지만, 치고 빠지는 자세와 속도는 훌륭했다. 좋은 센스다.」
너무 들떠서, 시리어스한 표정으로 너무 말해버렸다. 게다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캐치 프레이즈도 더해서.
그러나, 내용 자체는 실제로 메이링의 움직임을 보고 해석해서 나온 결과다.
메이링에 문지기를 맡긴 녀석은, 그녀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 인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잡병이니까 우선 무기를 쥐어줬을 뿐인건가?
자세히 보면, 메이링의 모습은 꽤 엉망진창이다. 머리카락도 여기저기 뻗쳐서 더러워져있고, 동방 캐릭터의 필수 아이템이라고 말해도 될 모자 또한 없다.
응, 의외로 옛날에는 취급 안 좋았구나.
그럼 미래의 메이링은 엄청 우대받는 걸까? 언제부터 취급이 바뀐거지?
홍마관은 전체적으로 우아한 이미지가 있으니까, 부하를 노예취급하다니, 상상 할 수 없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자니, 괴로운 듯 신음하고 있던 메이링이, 떨리는 손으로 나의 팔을 쥐고 있었다.
「좋은─ 센스……?」
마지막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메이링은 그대로 기절했다. 마지막에 조금 기뻐보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조언을 바탕으로, 보다 강해져 주면 좋겠다. 2차 창작에서 흔히 보이던 「사실은 강한 메이링」은 좋아하니까.
딱히 배틀광 같은 건 아니지만, 장래 메이링과 대련이라던가 해보고 싶다─라는 자그마한 기대를 품에 안고서, 나는 문으로 향한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유카리가「당신도 무르네요 」라며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갑자기 잘난 얼굴로 조언하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좀 봐주세요.
말하고 있는 때는 뇌내 보이스가 싱크로하고 있었지만, 입 다물면 평소로 바뀌는 이상한 성격 하고 있는 나. 너무 자아도취 상태에 빠져있었다. 반성.
본격적인 전투를 앞두고, 전혀 관계없는 장소에서 정신에 데미지를 받고있는 나였다.
아, 문이 마음대로 열렸다.
◆
침입자를 막을 것이라 생각된 거대한 철문이 좌우로 열린다.
자신이 있다는 건지, 아니면 침입을 허용하는 것도 놀이의 하나라는 건지. 어느 쪽이던 유카리에게는 어느 쪽이던 상관 없었다.
스스로를 절대적인 강자라고 거드름 피우는 적을 내부에서 찢어발기는 것은 의외로 쉬운 일이니까.
쓰러진 문지기를 뒤로하고, 유카리는 무녀와 함께 저택의 내부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그녀라지만─ 유카리는 방금 전의 대화를 상기하고는 쓰게 웃었다.
최악의 침략자와 결판을 내러 간 장소에서, 설마 그런 대화가 있을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하쿠레이의 무녀면서 적대한 요괴를 퇴치하지 않고, 설득해서, 그 미래를 기대한다.
자신이 말 한대로, 그녀가 무른 것만은 아니다.
단지, 이 무녀는 괴짜다.
그것은 누구보다도 유카리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권모술수에 찌든 것 같은 대요괴를 상대로 순수한 호의를 보이는 인간이니까.
(뭐, 그 요괴는 아직 젊어요. 별로 죽이고 싶은 것도 아니니, 방치해도 문제없겠죠.)
옷차림으로 봤을 때, 그 문지기 요괴는 적들도 급히 끌어모은 요괴 중 하나였던 것 같다.서양보다는 환상향(이쪽) 근처의 요괴.
얼마 안 되는 걱정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정원에 가까워지자 유카리는 의식을 되돌렸다.
정돈된 잔디나 화단, 달빛을 반사하는 분수 등으로 장식된 정원은 그 권위를 알려주는 것과 같이 장대한 멋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역시 악마의 저택이다.
홍마관의 정면에는, 스칼렛 본인의 부하일 터인 병사들이 편대를 짜고 대기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인간의 병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눈동자에 생명의 빛은 사라져있고, 옷에서는 숨길 수 없었던 썩은내가 넘쳐흐르고 있다.
(시귀<Ghoul>인가─)
흡혈귀에게 피를 빨아 먹혀 죽은 뒤 노예가 되어버린 움직이는 시체들.
본래, 시귀란 것은 흡혈귀의 식사 뒤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 같은 것이며, 무질서하게 배회하며 인간을 덮치는 것이 본질이다.
그런 뿌옇게 흐려진 의식을 통솔하여, 군인으로서 사용하는 지배력은, 과연 대단하다 할만 했다. 육체의 붕괴를 억제하기 위해 방부처리도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썩은내를 없애기 위해 쓴 것 같은 장미 향수의 냄새로 볼 때, 이용하기 보다는 아마 단순한 겉멋 때문.
철저하게, 그러나 불필요하게 시체에 손을 댄다. 그 시귀들의 주인은, 사망자의 존엄 따위 눈꼽 만큼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인물인 것 같다.
유카리의 평탄한 표정 아래서, 적에 대한 짜증이, 한층 더 증가했다.
중세의 성을 연상케하는 고풍스러운 저택의 앞에서 줄서있는 시귀들은, 전원 예외 없이 근대 병기와 방어구로 무장하고 있었다.
「역시, 밖의 세계의 기술을 반입했군요……」
옛 문명에서 아직까지 진보하지 않는 환상향에 결코 있을 수 없는 총기들을 본 유카리는 골머리를 썩혔다.
적의 전력에 문제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투가 끝난 후, 저 화기의 처분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저런 고도의 무기를 하나라도 환상향에 남길 수는 없다.
높은 기술력과 호기심을 가지는 갓파들이 얻는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양산되서, 문명의 밸런스를 무너뜨려 버린다. 게다가 악의 없는 행동이라 더 좋지 않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없애버리는 것이 최선이다.
「정말이지, 문제를 잔뜩 만들어 주는구나.」
적의 군세를 대충 둘러본 유카리는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야쿠모 유카리에게 있어서 눈앞의 적들은 겨우 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정연하게 열을 맞춘 편대의 옆을 손바닥으로 가리듯 손을 뻗는다. 그것을 그대로, 어루만지듯이 옆으로 휘두른다.
단지 그것만으로, 적은 사멸했다.
손바닥이 휘둘러지는 것만으로, 그 앞에 서있던 시귀들은 실이 끊어진 인형과 같이 털썩 털썩 쓰러진다.
전투는 없었다.
단지 한번의 휘두름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던 홍마관의 전력은 전멸 했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시체. 생과 사의 경계가 애매한 존재는, 그 둘 사이의 괴리도 크니까 간단해요.」
그렇게 조소한다.
경계를 조종하는 능력 앞에서, 그들은 인간보다 취약한 존재였다.
죽었는데 움직인다는 모순. 이미 생과 죽음의 경계가 애매해져있는 존재를 본래의 죽음으로 되돌리는 정도는, 식은 죽을 먹는 것 보다 간단한 일이다.(역자 : 원문 : 느슨하게 묶인 끈을 푸는 것보다 간단한 일이다.)
최초의 선언대로, 적의 여흥이나 기대를 싹 무시하고 눈앞의 적을 싸그리 일소시켜버린 유카리는, 뛰쳐나오기 시작한 적의 기세에 시선을 돌렸다.
시귀가 전멸하고, 또 다른 모습의 군세가 모습을 나타낸다.
옆에서 들려오는 전투의 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흡혈귀의 하인으로 유명한 늑대 인간(웨어 울프)가 하쿠레이의 무녀를 덮치고 있었다.
인간 따위는 가볍게 초월한 속도로 덮쳐오는 괴물들을, 무녀는 손쉽게 분쇄한다.
송곳니를 드러내고 돌진해 온 늑대 인간을, 위에서 후려갈겨 머리를 박살낸다, 사각에서 가해진 일격을 받아치고 턱을 쳐올려 기세를 잃은 상대의 목을 꺾는다.
정말로 어느 쪽이 더 괴물인지, 라고 짜게 식은 시선을 향하며, 등 뒤를 맡긴 유카리는 다른 사냥감을 찾았다.
육체가 파괴되는 소리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며 주위를 둘러보자, 공중에서 비행 중인 인형(人形)의 그림자를 여럿 찾아냈다.
(꽤 실력있는 마법사가 한 명. 그리고……흡혈귀가 여럿. 동족까지 부하로 만든거군요.)
유카리는 반 정도는 감탄했으며, 반 정도는 기막히다고 느꼈다.
적의 흡혈귀들은, 모두 의식이 지배된 시귀 따위가 아니다. 자립한 의사를 가지면서도, 이 저택의 주인을 따르는 것이다.
흡혈귀는, 그 강대한 힘에 비례하는 높은 프라이드를 가진 요괴다. 약자를 내리깔아보는 측이며, 타인을 섬기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 흡혈귀들 조차 따르게 하는 스칼렛 백작이란 남자는 그만한 카리스마와 그 이상의 힘이란 권위를 가진 흡혈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하의 흡혈귀들에게서는 숨길 수 없는 「억압된 공포」가 비쳐졌다.
폭군이라 불리는 이유의 일각을 확인하며, 유카리는 그들에게 섞여서 이쪽을 응시하는 마법사를 보았다.
아직 어린, 연보라색의 긴 머리카락과 병약해 보일 정도로 흰 피부를 가진 덧없는 인상의 소녀다.
그러나, 그 실력은 현재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라 유카리는 판단했다.
흡혈귀의 동료로서 마녀라는 존재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유카리는 그 마법사의 침체된 눈동자에서 무엇인가를 감지했다.
(목과 입안─아마 혀네요, 마법식을 확인. 소리를 억제하고 있는걸까?
인체에 새길만한 건 아닐 텐데. 아마 저게 해제되어도 후유증이 남겠어……)
그 마법사는, 아무래도 동료이면서 대등한 존재로서 받들어지는 것은 아니어 보인다.
몸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지만, 그것도 아마 당주의 취미.
주문을 외우기 위해 발성이 제한되어있고 단지 마법을 사용하는 도구로서 만들어져 있다.
장식이라고 생각한 목걸이도, 다른 의미를 가진 것이라고 파악할 수 있었다.
유카리 속의 짜증이, 또 하나 증가했다. 적의 당주를 죽여야 할 이유가 늘었다.
그것을 겉으로 내보이지 않고 조용하게 날아올라, 유카리는 자신에게 덮쳐오는 적과 전투에 돌입했다.
◇
우와~ 유카링 무쌍이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새삼스레 느끼는 거지만 유카링이 너무 강해서 쫄았다.
아니 보라고? 완전무장의 군대를 멀리서 손을 휘두른 것만으로 전멸이라니 치트도 이런 치트 없지 않아?
나 같은 게 덤비는 순간 즉사당하는 거군요. 압니다.
그러나, 환상향에서 살고있어서 까먹고 있었던 건데, 밖의 세계의 문명은 평범하게 발달하고 있었구나.
총 가진 녀석들이 이쪽 노리고 있었을 때는 무지 쫄았어. 아무리 나라도 총에 맞으면 죽는다고?
인외종에게 총은 효과가 있기는 커녕 반대로 사망 플래그지만 난 그냥 인간인걸.
나라도 총은 못피할 것 같고, 재생 같은게 가능한 요괴와는 달리 머리나 심장에 바람구멍이라도 나는 순간 나 죽습니다. 진짜로.
뭐—, 그런 생각 외의 강적도 유카링에게 일소 당했지만.
그 뒤를 이어 나타난 적들을, 유카리는 공중에서 우아하게 싸우고 있다.
사벨이라던가 레이피어라던가, 그야말로 귀족이라는 느낌이 팍! 하고 오는 무기를 든 흡혈귀 복수 상대로 여기저기로 비행하며, 마법사의 후방 지원을 틈새로 무효화한뒤, 발해지는 탄막은 무지 화려했다.
뭐야 저거, 저기만 싸움이 이차원이잖아.
하지만, 하나 유리한 것이 있다면, 적측 인물들 아무래도 탄막을 사용할 수 없는 것 같다.
요점은 마력이나 영력을 탄환으로 형성해서 발사하면 어떻게든 사용 가능한 기술인데. 그런 발상 자체가 없는 건지, 육탄전이나 마법, 흡혈귀의 능력을 사용한 사역마의 원거리 공격 밖에 하지 않는다.
물론 그것들도 충분히 위험하지만, 유카리의 탄막도 미래에나 나올 탄막놀에에서나 쓸법한 탄막이 아니라 살상력은 충분하고. 공격량은 오히려 압도적이다.
그렇게 굉장한 공중전 아래에서는, 내가 흡혈귀에게 부려지는 늑대 인간들을 다스 단위로 수수하게 패죽이고 있다.
패 죽여서 던지고 찢어서 던지고……귀찮으니까, 도중부터 패기만 했다.
이 녀석들 정말 끈질기다.
신체 능력은 인간 따위 무다무다고, 평범한 검은 씨도 안먹힐 것 같을 정도로 단단하다. 손톱은 날카로워서, 몇 번 정도 가볍게 베였다. 게다가 생명력도 높다.
그러니까, 때릴 때마다 영력을 사용해서 즉사시키고 있지만.
그리고, 아무리 빠르다 한들 텐구보다는 느리다.
그 아이들 개인차는 있지만 초음속 넘어가는 녀석도 있는걸.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샤메이마루 아야라던가.
그런 텐구와의 전투 경험도 있는 나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대단한 적은 아니었다.
텐구의 경우,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눈으로 쫓을 수 없는데다가 움직일 때의 충격파 만 맞아도 튕겨나가 버리고, 제대로 싸우면 어쩔 수가 없어. 위험해서 죽을 뻔 한 적도 있었고. 감속하지 않는 대포알을 상대로 싸우는 느낌이고.
그런 놈들에 비교해서, 아직 생물 레벨의 속도로 움직이는 녀석들은 사실 꽤 편한 상대다. 덮쳐오는 녀석들을 패죽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입니다.
모처럼 도우러 왔는데 유카리 쪽은 적과의 전력차이가 엄청나다.
……아니 뭣보다, 저 놀라운 솜씨의 마법사는 역시 파츄리지.
생각보다 훨씬 병약한 인상의 소녀다. 지금도 그대로 토할 것 같은 얼굴로 영창하고 있기도 하고.
메이링과의 전투 후 깨달은 건데, 지금 홍마관은 조금 심한거 아니야? 노동 기준법이라던가 어떻게 된 건지 대충 1시간 정도 캐묻고 싶어.
그렇게 사고를 어지럽히며 , 덤벼오는 적을 단순한 육괴로 만들며 주먹을 마구 휘두르고 있자니, 갑자기 박수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시선을 옮기자, 박수를 치고 있던 녀석은 홍마관에서도 가장 높은 시계탑의 정상에 서있었다.
……뭐…라고…?!
나는 전율하고 말았다.
전혀 예상 할 수 없었어. 설마, 이 상황에서「꽤 하는구나.」같은 대사랑 같이 박수치면서 등장하는 부끄러운 짓 하는 놈이 실재하다니.
중2병이라는 생전의 지식을 떠올린 나는 오한과 헛웃음이 같이 나오는 상태가 되버렸다.
그렇지만, 다른 녀석들은 모두 평범하게 긴장하고 있는 같아서 나도 조용히 지켜봤다. 어째 딱 봐도 보스 등장 씬이고.
「훌륭하군. 패배자들이 도망쳤을 뿐인 촌구석이라고 경시했었다만, 꽤 즐거웠다.」
대사도 포함해서, 어째 말로는 잘 표현하지 못할 것 같은 녀석이었다.
강한 흡혈귀인 것은 알 수 있다.
나이스 댄디라는 단어를 그대로 끌어낸 것 같은 노신사. 카이저 수염에 외눈안경. 단정히 꾸며진 흡혈귀의 교과서 같은 모습이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흐~음, 당신 흡혈귀지.」라고 납득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우리들의 위에서 홍마관의 정상에서 서있던 모습에서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포지션에는 원래 레밀리아가 들어가야 하는 거 아냐?
「거기다, 우리들 인외의 연회에 속에 인간이 끼어들다니. 재미있군. 실로, 재미있다」
중요한 일이므로 두 번 말했습니다.
왠지 나 주목 받은 것 같다.
「과연, 네가 이 땅의 수호자라는 하쿠레이의 무녀인가.
그 만큼의 힘을 가지면서도, 숫처녀라니 정말 탐나는군. 외형도 나쁘지는 않다. 어떤가, 나의 것이 되지 않겠는가?」
그것도 성적인 의미로 주목 받은 것 같다.
응, 그러한 성적 충동에 관한거라면 나 관심 없으니까 그런 인식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지는 않지만─내 대답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나가 죽어」라는 느낌이려나?
「그 아름다운 생을 쓸데없이 보내고 싶지는 않을 테지.
나의 것이 된다면, 이런 비경에서 데려가, 네게 궁극의 영화와 쾌락을 보여주마.」
이미, 녀석은 나에게 이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아아, 알았다.
저 녀석은 역시 거물이지만, 유카리는 너무 부담되니까 나한테 말을 돌린 거다.
나는 아직도 남아있는 주위의 적을 무시하고, 아득히 위쪽에 멈춰서있는 흡혈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래, 그걸로 좋다. 나의 발밑에 무릎 꿇어라. 장수하고 싶다면, 영리한 선택이─」
「——장수만을 바란다면, 인간은 짐승과 다를 바가 없다.」
자신만만한 표정을 한 녀석에게, 나는 어떤 사람의 어떤 명대사를 외쳤다.
「단 한줄기의 아름다운 길, 그 길을 달려 나가기에 인간이라 한다.」
아주 조용해진 공간에서, 나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단 하나 뿐인 몸을 아끼지 않고 , 나의 몸은 나아간다. 단 세 글자, 불퇴전. 그것을 마음속의 꽃이라 한다.」
동요하는 얼굴을 내비치는 흡혈귀를 직시하며 대사를 끝마쳤다.
……위험해, 멋져 뭐야 이 대사. 이 대사 생각한 사람 진짜 멋지다. 거기에 이거 꽤 통쾌한 기분이야.
기합을 넣는 것 외의 효과로 보스전으로 돌입할 각오마저 끝마쳐 버린 나는, 전에는 느껴보지 못할 전의를 불태우며 도약했다.
단 한번의 도약으로 홍마관의 지붕까지 도달한다.
「……큭!? 이 내게 거역할 셈이냐! 지배되어야할 가축 주제에 교만하구나!」
「그 썩어 빠진 인식, 모두 네놈에게 돌려주마!」
왜일까 방금 전의 여유롭던 태도에서 조금 초조해 보이는 나이스 댄디. 왜 이제 와서 쫄고 있는 거야 이 녀석.
뭐—, 최종보스인 레밀리아와 싸우기 전의 중간보스전이라는 느낌으로, 일단 이 착각 바보를 패볼까.
뭐랄까, 조금 전의 그 대사로 유카리를 포함한 주위에게 주목도가 엄청 올라가서 이 정도도 못하면 실망시켜 버릴 것 같고.
새삼스레 말하는 거지만, 내 앞에 있는 흡혈귀도 결코 약하지 않은 거지. 성격 이 좀 문제라고는 해도 오히려 강한 측에 드는 녀석이지?.
하지만, 이제 물러서지 않아.
유카리, 내게 맡겨줘. 이 정도에서, 장난은 그만뒀다는 느낌으로 전력을 내고싶다.
……잠깐, 이거 아무리 봐도 사망 플래그 아냐?
◆
문득 정신을 차린 유카리는, 자신이 아주 잠시뿐이기는 해도 그녀의 발언에 압도되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저게, 그녀의 진정한 모습─)
괴이가 뛰노는 밤의 어둠을 찢으며, 눈앞의 악의에 대해 일절의 타협마저 없이 올바른 분노로 주위를 압도하는 자.
괴물을 쓰러뜨리는 인간이란 것은, 저런 존재다.
그 입에서 나온 말은, 이미 일종의 힘으로까지 승화되어 주위의 인외의 존재에게도 위협을 느끼게 했다. 그것은 유카리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군이면서 공포스럽다. 요괴로서 사는 이상 피할 수 없다.
(역시, 내게 있어서 그녀는─아니 지금은 전투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그리고, 인간과 흡혈귀가 전투를 개시한 순간, 주위도 정신을 차렸는지 허공에 투쟁의 기운이 감돈다.
방금 전까지 싸우고 있던 적에 가세하여, 지상의 늑대 인간들도 유카리를 덮쳐온다.
(예상 밖이에요. 설마, 이렇게 전개될 줄은……)
유카리는 조금 초조해 하고 있었다.
그것은 대립되는 적이 늘어나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런 것은 사소한 일이다.
문제는, 그 남자─홍마관의 당주
「스칼렛 백작」이 직접 등장해서, 하필이면 무녀 쪽을 상대로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애시당초, 백작이 나온다면 스스로 결판을 낼 예정이었다.
그 남자는 그 언동대로, 욕망 투성이에, 오만하고, 교만한 강자의 전형적인 인물이었지만, 그에 알맞은 실력을 겸비하고 있다.
특히 상황이 나쁘다. 만월 아래에서의 흡혈귀의 불사성은 엄청난 것이다.
방금 전부터 줄곧 싸우고 있는 부하 흡혈귀들을 보면, 그 귀찮음을 실감 할 수 있었다.
팔이나 다리는 물론, 머리를 날려 버려도 재생해 버린다. 녀석들의 생명력은 달빛에 직결되기라도 한걸까?
스스로의 몸을 돌아보지 않고 혹사시켜 마법의 영창을 계속하는 마법사의 맹공도 있으므로, 유카리는 지구전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도 저 아래에서는 두 명의 격전이 계속 되어 간다.
늑대 인간조차 즉사시킬 정도인 무녀의 맹공을 맞아 그 부위를 도려내질 정도의 공격에 피탄당함에도 불구하고 백작은 여유만만한 미소를 띄우고 재생한다.
흡혈귀의 완력이 뒷받침 되는 묵직한 반격은, 무서운 속도와 위력을 가지고 무녀를 덥쳐오지만, 무녀는 냉정한 판단으로 공격을 흘려 넘긴다. 하지만, 그녀는 일격이라도 맞는다면 죽는다.
뭣보다, 흡혈귀의 힘은 순수한 완력만이 아니다.
전신을 박쥐의 무리로 뒤바꾸어, 사방에서 둘러싸 조금씩 갉아내는 것처럼 그녀를 상처 입힌다.
배후로 다시 모여서 실체화하면, 사각에서 재빠르게 불의를 틈타 기습당해서, 등을 얕게 베이고 선혈이 흩날린다.
그럼에도 무녀는 전혀 기죽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적확하게 반격으로, 상대의 안면을 부수고, 내장을 도려낸다─. 그렇지만, 모든 공격이 소용없다는 듯이 순식간에 원래대로 재생해 버린다.
마의 존재에게 유효한, 영력을 사용한 타격이 전혀 효과가 없다.
만월이, 강력한 흡혈귀의 불사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저 재생력을 봐서는 은제 무기 등의 흡혈귀 특유의 약점조차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가능성이 있다면, 역시 달빛의 극에 위치한 햇빛.그러나, 새벽은 아직 멀다.
혹은, 요괴가 가지는 속성이나 성질을 무시하는 반칙같은 능력.
(경계 조작─ 그러나, 저 정도로 명확하게 불사의 속성이 고착한 존재를 상대로는 간섭이 어려워요.)
그러니까, 본래 싸움은 이 반대로 행하고 싶었던 것이다.
일대일에 집중 할 수 있다면, 그 괴물이 방심한 틈을 타 일순간에 사멸하는 것이 가능했을지도 모르는데.
유카리의 속내에 다시 한번, 몇 안 되는 초조함이 겹겹이 쌓인다.
――초조? 하지만……어째서?
현상타파를 위해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던 유카리의 사고에 일순간 공백이 생겼다.
나는 어째서 초조해 하는거지? 이 초조한 감정은 어디서 오는 거지? 걱정? 이대로 싸움이 진행되면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건가?
(……그녀가, 죽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들자, 유카리는 자기 자신을 의심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한거지? 누구를 걱정정했다고? 그녀가 죽으면, 뭐가 어때서─)
유카리의 자각 없는 고뇌.
그 틈을, 적은 놓치지 않았다.
날아오는 화염의 마법을 깨닫고, 재빨리 회피한다. 그러나, 얼마 안 되는 사고의 공백은 유카리의 판단력을 무디게했고, 그 틈을 노린 흡혈귀의 사벨이 유카리를 찔렀다.
마검이라고 생각되는 칠흑의 칼날이 유카리의 가슴에 깊게 꽂힌다.
그리고, 그 칼끝이 등으로─ 빠져나오지 않는다.
칼날은 육신에 박히는 일 없이, 직전에 발생한 틈새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대로 팔도, 어깨도.
「——상당히, 오랜만에 느껴보네」
틈새가 닫힌다.
팔을 뿌리부터 이차원의 틈새에 먹혀버린 흡혈귀는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 상처는 재생하지 않는다.
「역시 고민 같은 것도 할 수 있구나, 나도」
고통에 허덕이는 흡혈귀의 남은 사지를, 다시 한번 열린 틈새가 삼켰다.
「낮선 기분이네요. 이 기분, 당신들로 풀게요.」
고기덩이로 변해버린 적을 마지막으로 더욱 더 거대한 틈새가 삼켜, 완전하게 소멸된 것을 확인하고, 유카리는 남은 적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남겨진 자들은, 정체모를 공포에 움츠리고 있다. 그 마법사마저, 눈동자에 공포를 내비치며.
난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반드시 웃고 있다. 그녀가 좋아한다고 말한, 진심을 숨기는 은자의 미소를.
유카리는 여분의 사고를 배제할 수 있도록, 눈앞의 싸움에 집중했다.
집중, 하기위해─무의식적으로, 한 번 더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시야에는, 사역마로 보이는 거대한 흑견(黑犬)의 입에 물린 무녀의 모습이 있었다.
◇
굉장해—.사망 플래그의 힘 굉장해—.
지금의 나, 소소하게 대핀치.
평소 상대하는 적이라면 백번 정도 죽을 만큼 공격했지만, 적은 백번 모두 재생한다.
흡혈귀의 재생력을 얕보고 있었다.
일단, 비장의 카드라던가, 더 공격력이 높은 기술이야 많지만「통하지 않는다」같은 게 아니라 「통해도 데미지가 없다」같은 거라 의미가 없다.
이거 무리 게임 아냐!? 라고 마음속에서 외쳐봤다, 그렇게 멋지게 말했는데 유카리에게 도움을 청하면 부끄러워 죽을지도 모른다.
「자, 이제 그만 죽어라.」
최초의 동요도 사라져서, 완전히 여유를 되찾았다……에-그게 이름 모르니까 「댄디」라고 불러도 괜찮지?
어쨌든, 그 녀석에게 서서히 밀리고 있었다.
흡혈귀가 강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까, 역으로 생각하자면 흡혈귀 특유의 약점을 공략하지 않으면 이길 기회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약점 공략이라니 어떻게?
조금 전부터 영력을 담아서 인체의 급소란 급소는 마구 파헤쳐버리고 있는데도 전혀 효과없고, 십자가도 마늘도 없는걸. 애시당초 그런 전통적인 놈이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대로 가다간 치명상 입을지도─라니, 잠깐만 생각하는 틈에 씹혔다!?
「큭……!」
「하하하, 좋은 몸을 하고있군.」
몸의 일부를 사역마로 바꿔서 공격할 수 있다는걸 깜박하고 있었다.
박쥐떼로 변신해서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것에 신경을 너무 쏟았다. 그 틈을 찔려, 거대한 개로 변신한 녀석의 몸이 나의 어깨를 물었던 것이다.
어깨라기보다는, 아무리봐도 우반신 째로 씹히고있다. 한손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풀어 버릴 수가 없다.
물렸다기보다, 압착기에 짓눌리는 것 같은 무거운 충격이 반신을 압박한다.
이빨이 육체에 박히고, 뼈가 삐걱거린다.
아프다. 무지 아프다. 그렇지만 아파할 틈은 없다.
이대로는 뼈가 분쇄되서 그대로 몸을 양단당할지도 모른다. 몸이 삐걱거리는 소리란 건 정말로 들리는 거였구나.
「절망과 후회 속에서 죽어라.」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적은 나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거절한다!
치명상을 입었지만, 그 충격과 고통이 나에게 하나의 타개책을 생각나게 했다.
조금 전부터 흡혈귀의 약점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지만, 딱 하나 있었다. 최고의 공격 수단이.
─그래! 흡혈귀에게 효과 충실한 공격 수단이 있었던 것이다!
호흡의 리듬을 바꾼다.
습득한 것은 극히 최근. 단순하게 몸을 단련하는 것이 아니라서 습득에 상당히 애먹었지만 어떻게든 할 수 있었다.
독특한 호흡을 반복하는 것으로, 체내에서 에너지의 물결을 만들어내, 그것을 순환시킨다!
「그아아아아아악!!!!』
「무, 뭐라고……!?」
나의 몸을 물고 있던 사역마가 단말마를 울리며, 튕겨 나갔다.
그 입은 안쪽으로부터 녹기 시작하고 있다.
녹은 지점부터 기화해서 재가 되는 모습을 본 적은 동요하고 있었다.
뭐—, 갑자기 불사신의 육체가 녹아버리면 그렇겠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야 그럴 수 밖에, 다른 만화의 기술인걸.
지금의 나의 몸에 흐르는 에너지의 파동은, 태양의 빛의 파동과 같다.
스탠드 배틀이 너무 유명해서, 조금 묻혀진 능력이지만, 이 능력은 애시당초 대(對) 흡혈귀용의 기술이다.
그렇다, 이 마지막 순간에 적에게 유효한 공격 수단을 찾아낸 것이다.
어깨의 출혈이 심하다, 그것을 견디며 호흡을 정돈한다. 순환하는 힘을 주먹에 담고, 나는 단번에 반격에 들어섰다.
흡혈귀에게 유효한 공격이 뭐냐고?
─「파문」을 사용하면서, 되는대로 패버리면 OK다!!
◆
「히익……히이이이익!!?」
스칼렛 백작은, 자신의 비명이라는 것을 지금 처음으로 들었다.
취약한 인간이 내뻗은 주먹이, 뺨에 묵직한 충격을 준다.
단지 그것뿐이라면, 바로 아까 전같이 회복된다. 그럴 터였다.
하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감각은 상처가 낫는 감각이 아닌, 작열.
일격을 먹은 뺨을 태울 것만 같은 열기. 게다가 그 열기는 식지않고 오히려 전신에 퍼져나간다.
「……무, 뭐냐 이건─!?」
육체가 찢어발겨지는 고통과도, 뼈가 분쇄되는 고통과도 다른, 참기 어려운 격통이 신경에 직격한다.
그것은 그 어느 것 보다도 생명의 위기를 느끼게 만드는 격통이었다.
이 아픔. 이 열.
「태, 태양이라고……!?」
흡혈귀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것과 같은 빛과 열을, 그는 떠올렸다.
눈앞의 인간은, 태양의 힘을 주먹에 담아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
「말도 안 돼……말도 안 돼!!!」
스칼렛 백작은 혼란스러웠다.
절대적 우위에 있던 자신이 밀리고 있다는 사실과 그 사실을 이루고 있는 것이 단순한 인간인 진실, 그리고 돌연 눈앞에 내밀어진 「스스로의 죽음」이라는 현실─ 그 모든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쌓아 올린 긴 세월의 역사와 영화가, 그 상황을 이해하는 것을 거부했다.
스스로가 폭군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자신은 빼앗는 존재다. 빼앗기는 존재는 결코 아니다. 그런 「운명」이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 오만한 사상이 지금 이 순간 뒤집혔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신속의 권격이, 명치에 박혔다.
스칼렛 백작의 몸은 나뭇잎처럼 간단히 날아갔다.
발판으로 사용하던 지붕 위에서 튕겨 나와 공중으로 내던져진다.
지면에 추락하기 직전 특유의 부유감을 느끼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명치를 시작으로 기어 올라오는 것 같은 그 열기와 격통이 체내를 유린하고 있었다.
용해하고, 기화되서, 연기를 피워 올린 뒤 재가 되기 시작하는 스스로의 몸을 보고, 스칼렛 백작은 또 다시 비명을 질렀다.
지면에 떨어졌다.
척추가 부러졌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그의 불사신일 터인 육체는, 연약한 인간 여자가 휘두른 두 번의 철권에 의해 사멸하려고 하고 있었다.
「하앗, 하앗, 후웃……으아아아아악!!!」
이미 호흡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폐가 불타오르는 감각을 느낀다.
스스로의 권위의 상징인 홍마관을 올려다보자, 죽어 가는 그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하쿠레이의 무녀가 지붕에서 도약하는 것이 보였다.
주먹을 쥐고, 일직선으로 낙하해 온다.
그 모습에 사신의 모습을 본 스칼렛 백작은 마음속부터 공포에 떨었다.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품격을 내팽개치고 그는 단지 살아남기 위한 모든 수단을 모색 했다.
그리고, 평상시는 단순한 장식품으로서 허리춤에 걸치고 있던 물건을 뽑아냈다.
화려한 장식과 각인이 새겨진 리볼버. 45구경 권총─ 인간이 사용하는 장난감이라고 비웃던 그것을, 필사의 감정을 담아 표적에게 겨눈다.
방아쇠를 당기자, 폭염과 함께 탄환이 발사되었다.
총탄에 맞으면, 인간이라면 반드시 죽는다.
울려 퍼지는 총성과 무거운 반동을 느끼며 그는 무심코 안도의 미소를 띄웠다.
그리고, 다음 순간 시야에 비친 광경에 미소는 눈녹든 사라졌다.
이마를 노린 총격. 그 이마 앞에서, 무녀는 쥐고 있지 않았던 것이 확실한 왼손으로 주먹을 쥐고있었다.
천천히, 왼손이 펼쳐져간다.
그 손에서, 원래대로라면 그녀의 뇌수를 관통해야 했을 탄두가 힘을 잃은 채로 허무하게 떨어진다.
「─」
스칼렛 백작은 죽기 직전 입을 열었지만 결국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낙하의 속도를 실은 혼신의 일격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
……이래봬도, 상당히 지쳤어요.
어쩐지 그리운 대사가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 나의 전신에 피로와 탈진감이 스며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원인은 말할 필요도 없다. 씹힌 우반신에 전신전력의 힘을 집중해서, 끝에 낙하 분의 운동 에너지까지 실은 주먹을 박은 탓이다.
출혈이라던가 이미 위험영역이다. 팔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고, 뼈도 아마 금이 갔거나, 부서져 있는 것도 있지 않을까?
파문의 호흡을 유지하고 있으니, 어떻게든 자가 치유력을 높이고 데미지를 최대한 참고 있지만, 원래 회복보다는 전투에 사용하는 능력이니까 이거.
정신적인 면에서도, 집중력을 극한까지 사용했기 때문에 이제 한계.
그렇다기보다 해버렸구나. 나, 드디어 총알을 맨손으로 잡아 버렸어.
총탄은 음속이라던가 넘지 않던가? 지금의 나, 텐구 잡을 수 있는 건가?
이것은 새로운 각성에 자부심을 가져야 할지, 터무니없어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나도 지금 내가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고.
아프고, 나른하다. 어쨌든, 지금의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은 그 뿐이었다.
만신창이기는 해도, 우선 사건을 일단락 시킬 수 있었으니 조금은 힘을 빼도 괜찮겠지.
예의 댄디남은, 내 눈앞에서 죽어 가고 있었다.
「크헉……! ……커흑……킥……」
될 대로 한 파문을 쳐넣어서, 심장을 파괴했다.
이랬는데 살아 있으면, 저 녀석은 흡혈귀가 아니라 궁극 생물이라고 불를 셈이었는데, 다행히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크게 바람구멍이 열려버린 가슴을 중심으로 전신이 녹으면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재로 변한다.
그런데도 재생력이 있는 탓에 빨리 사라지지 않고 가끔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응, 이런 괴로워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 할 만큼 변태는 아니야 나.
그렇지만, 다시 파문을 모아 끝을 내줄 여유도 없다.
리듬이 꼬여가는 호흡을 정돈하면서, 나는 단지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몽롱해지기 시작한 의식 속에서, 겨우 정신을 다잡고 주위를 살폈다.
유카리는……이 쪽도 끝난 것 같다. 다행이다.
그 격렬한 공중전은 끝나고, 밤하늘은 다시 정적을 되찾고 있었다.
지상에 착지한 유카리가, 나의 시선을 깨닫고,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스마일 예뻐요, 치유됩니다.
그토록 많았던 적은 어느새 전부 사라져 있었다. 지면에 쓰러져 있는 것은 움직이지 않는 시체 뿐.
설마, 유카리가 전부 한 건가? 역시 대요괴 진짜 무쌍이네.
중요한 파츄리는……다행이다, 살아있다. 지면에 웅크려서 쿨럭쿨럭 거리고 있기는 해도 일단 살아있어.
아—……그리고, 그 밖에도 레밀리아나 홍마관 패밀리도 신경쓰인다..
플랑은 어때? 이 시대라면 아직 지하에 있는 건가?
……아니 그전에, 도대체 뭘까.
그 만큼 홍마관의 낯선 거주자들이 전부 죽고, 사전에 알고 있었던 캐릭터만 살리다니 이걸로 괜찮은 건가 나.
어쩔 수 없었을 뿐이지 원작 캐릭터만 우선한게 아니라고?
쳇, 어쩐지 평상시에는 생각하지 않는 일들이 자꾸자꾸 떠오른다…….
상처 때문인가? 뇌까지 올라가는 피가 적어서 혈압이 내려가 부정적인 생각만 하기라도 하나?
머릿속이 멍해서, 사고에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다. 그전에 어디까지 폭주하는 거냐 내 사고.
─문득, 시선을 돌려보자 흡혈귀는 완전하게 재가 되어 있었다.
저런걸 봐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이 재가 레밀리아라면 어땠을까? 비슷한 느낌일게 당연하잖아, 같은 첫 대면인 흡혈귀인데.
진짜, 어째서야……이제 슬슬 죽지 않으려나, 나.
「——■■■」
하쿠레이의 무녀가 된 이래, 부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내 이름이 불렸다.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눈으로 그쪽을 돌아보자, 어느새 옆에 유카리가 다가와있다.
「유카…리…」
「 이제 그만 쉬세요.」
아마, 상처 난 채로는 방해되니까 그렇게 말한 것일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듣기로 했다.
이제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잘게요. 잤다 일어나면, 아마 회복하고 있겠죠. 여러 가지.
실이 끊기듯, 몸 위쪽부터 차례차례로 몸이 힘을 잃고, 마지막에 양 다리에 남아있던 힘이 빠진다.
몸이 무너짐과 동시에, 의식이 꺼져가는 것을 묘하게 분명할 정도로 느끼며, 나는 몽롱해지는 오감으로 이쪽으로 달려오는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다.
레밀리아였다.
흡혈귀의 잔재인 재를 손에 들고, 뭐라고 외치고 있다.
잘 들리지 않는다. 안되겠어. 슬슬 기절할 것 같아─.
……뭐? 아버님이라고?
◆
유카리는 쓰러지는 무녀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냈다.
다쳐서 피가 흐르는 몸이 옷에 닿아 옷을 더럽힌다.
대륙의 지배자인 흡혈귀를 맨손으로 소멸시킨 무서운 인간은, 아무 저항도 없이 대요괴의 품에 들어왔다.
─이 요괴의 천적을, 죽인다면 지금 밖에 없다.
뇌리에 떠오른 생각을 자각하고, 유카리는 자조했다.
뭘 이제 와서. 쓰러지는 그녀를 부축했을 때는, 그런건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던 주제에..
「좀 더, 가볍고 가녀린 쪽이 취향이에요.」
기절한 무녀에게, 들리지 않을 농담을 건넨다.
쓰러지기 직전의 그녀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알았다. 의외로 덧없는 여성이란 것을.
상처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이쪽을 응시하던 그녀의 눈은 어딘가 자신을 자조하는 것 같은 약함이 깃들어 있었다.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껴서 손을 뻗을 수 있었다.
품 안에서, 아직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나 자신도 깨닫지 못하게 안도하고, 유카리는 재차 주위의 상황을 확인했다.
침략자와의 결전은, 무사히 환상향의 승리로 끝났다.
전투의 규모는 커지지 않았고, 오늘 밤의 싸움의 자세한 내막은 대대적으로 알려질 걱정도 없다. 완벽 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승리 조건을 채운 것이다.
저택의 담 안쪽에 쓰러져 있는 것은 시체 뿐.
그 밖에, 본래 체격의 반이하로「소멸당한」흡혈귀들이 널려 있었지, 모두 행동 불능에 다 죽어가고 있는 녀석들 뿐이었다.
새벽이 된다면 모두 사라지겠지만, 유카리는 확실히 끝맺기 위해, 그들의 심장 부근에 틈새를 열어 동나무로 만들어진 말뚝을 박았다.
단말마조차 내지 않은 채, 모든 흡혈귀가 재가 되어 소멸했다.
조금 남아있던 늑대인간들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당주가 죽었으니, 이 관에서 도망간 건가.
쫓아가서 죽일 필요는 없다. 그대로 짐승으로서 살아간다면, 이 환상향은 환영한다.
그들이 환상향을 받아들인다면, 환상향 또한 그들을 받아들인다. 가령, 침략자였어도.
그래. 환상향은 상냥하기도 하고 잔혹한 장소이기도 하다.
「자 이제……」
유일하게 생존한 마법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싸움이 종료한 뒤 힘이 다했는지, 지면에 웅크려서 난폭한 호흡을 반복하고 있었다.
유카리는 그 쪽으로 손을 내밀려 했다가 곧바로 생각을 바꿨다.
죽이지 말고 두자.
그 소녀가 포로였던 것은 틀림없다. 싸우는 의지나 투지가 이미 존재하지 않는 이상, 눈엣가시로 여길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도, 이 홍마관의 거주자가 어느 정도 살아남아 주는 것이, 향후에 편해진다.
유카리는 승리자이며, 사후처리를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된다.
정말 세상 살기 힘들다고 한숨을 내뱉으며, 우선은 부상을 입은 무녀를 부축해서 유카리는 오늘 밤의 전장을 떠나기로 했다.
「아버님!?」
돌연,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관으로부터 뛰쳐나온, 새로운 흡혈귀의 기색을 감지하고, 유카리는 한순간에 전투를 준비했다.
아직 생존자가 있었던 건가. 게다가, 혈연의.
유카리는, 스칼렛 백작에게 두 명의 딸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냈다.
조금 귀찮게 됐네, 라고 중얼거리며 당주의 잔재를 향해 달려오는 어린 흡혈귀를 내려본다.
언뜻 봐서, 백작의 혈통을 받은게 확실한 나름 강력한 흡혈귀라는 것을 눈치 챘지만, 적의는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부친이 죽어버렸으니 복수를 생각하는게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이다.
「……어째서」
흡혈귀의 소녀는, 일찍이 양손으로 퍼올린 아버지였던 재가 손가락의 틈새로 빠져나가는 특유의 허무한 감각을 느끼듯이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유카리는 위화감을 느꼈다.
소리에 전혀 슬픔의 감정이 들어있지 않았다.
믿을 수 없다는 어조의 혼잣말은「누가 아버지를 죽인거야?」가 아닌, 더 순수한「어째서 죽은 거야?」같은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유카리는 그 아이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리고, 곧바로 납득했다.
소녀의 가는 목에, 장식품처럼 달린 목걸이─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육친을 잃었다고는 할지언정, 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지배자로서의 카리스마. 괴롭힌 당한 자 특유의 체념의 기운.
즉, 홍마관의 당주는 소문대로 폭군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래, 스스로의 가족에게마저.
「……어째서, 여기까지 와서」
─살해당한거야?
대답할 수 없는 재를 향한 혼잣말은, 마음대로 죽은 것을 꾸짖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소녀는 적이 아니다.
이미 마음이 꺾여 있다.
유카리는, 눈앞의 작은 존재에게서 완전하게 흥미를 잃었다.
다친 무녀의 몸을 양손으로 상냥하게 안아 올려 치료 할 수 있는 장소 까지 옮기기 위해 틈새를 연다.
「——아, 그렇네요.」
떠나기 전에, 문득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소녀를 되돌아본다.
「죽은 당주의 대신으로 이 저택의 당주가 되세요..
거주자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물려받는 건 당신이던, 또 다른 사람이던, 맘대로 하세요.」
듣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흡혈귀 소녀를 향해서, 담담하게 요구만을 고한다.
반응은 기대하지 않았는지, 이내 등을 돌린다.
「다음에, 이후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물으러 올게요」
그렇게 말한, 유카리는 틈새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향후의 사항만이 떠올라, 그 해결 방법을 정리해 나간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 만큼 쌓여있다.
그러나, 우선은 무녀를 치료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머리맡에서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떤 반응을 할까?
오늘 밤은 꽤 일했다. 여러 가지 골머리를 썩힐 일도 많았고, 조금 정신적 피로도 쌓였다.
그러니까 지금은, 이렇게 조금 정도는 마음대로 생각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못된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유카리는 홍마관을 떠났다.
─멸망한 사람과 남겨진 사람. 그들과 그녀들의 인연이나 전투의 화근. 그리고 미래.
싸움의 후에 방치된 것은 많다, 그러나 지금의 유카리에게 있어서 그것들은 자신의 사고를 할애할 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여러분, 재밌게 봐 주세요.
이름은 「죠마세」라고 합니다.
그 3 「흡혈귀 이변」
완벽한 구체의 형태를 한 만월이 밤하늘에 떠올라 있다.
달의 마력은 요괴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보름달이 뜬 밤의 달빛은 그 빛을 쬐는 요괴의 힘을 최대로 증폭시킨다.
그런 점을 따지고 보면, 오늘의 밤하늘의 달은 훌륭한 보름달이 뜬 아름다운 밤이었다.
그러나─.
「최악의 밤이네.」
유카리는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부정적인 말을 내뱉었다.
아마 그녀 자신이 생각하는 한, 오늘밤은 최악의 조건이 모두 갖추어진 밤이었다.
만월은 요괴의 힘을 증대시킨다.
그것은 물론 유카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달의 힘을 아군에게 더 크게 작용하게 하는 능력에 특화한 종족 또한 있다.
─흡혈귀.
만월의 밤에는 그 무엇보다도 무서운 괴물로 변모하는 요괴가, 그 만월인 오늘 밤 환상향을 침략하려 한다.
홍마관의 스칼렛 백작─ 그 이름은 대륙의 지배자로서 요괴 세계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인구가 증가하고 기술력이 진보하던 밖의 세계. 이미 인간의 세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곳에서, 스칼렛은 사회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그는 폭군으로서 유명했다.
중세 시대에나 볼법한 끔찍한 광경을, 그의 주위에서는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사람도 요괴도 구별없이 학살하고, 먹어치우고, 범하며, 간단히 버린다.
그런 무서운 괴물이, 이 환상향에 스스로의 본거지 채로 전이해 왔던 것이다.
분명한 침략이었다. 이미, 저택이 전이해온 장소 주변의 요정들은 몰살당하고 요괴는 부하가 됐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최악의 괴물에게 최강의 힘을 하사하는 보름달이 하늘 높이 떠오른 밤.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유카리는 그들의 침략 행위를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정말로, 최악이네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무수한 괴물이 잠복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 흡혈귀의 본거지로 향하는 것은 그 야쿠모 유카리라고 하는 틈새 요괴 한 마리.
그리고, 그녀를 무녀가 한 명 뒤따르고 있었다.
「그렇군」
기분을 고쳐 잡으려 농담을 건 상대는, 하쿠레이의 무녀.
환상향 역사상 최악의 침략자를 상대로 하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식신마저 동반시키지 않았던 유카리가, 곁에서 싸우는 것을 허락한 유일한 인간.
「……적은 많다, 유카리」
마법의 숲을 헤쳐 나와 눈앞에 드러나 있는 적색의 저택을 노려보며 무녀는 중얼거린다.
그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처럼 그 거체를 자랑하는 홍마관은, 그 적색이 정말로 피로 칠해진거 아냐? 라고 착각하게 될 정도로 농후한 독기와 마력으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시야에 들어오지 않아도, 그 안에서 잠복해 있는 무수한 마귀의 존재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닫힌 대문 너머에는 이미 수많은 요괴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저택의 영토 내에 들어가는 것조차 용서되지 않았어야 할 잡졸들 뿐 이었지만, 그 요괴들은 모두 환상향에서 살다가, 그저 어쩔 수 없이 홍마관에 굴복하게 된 불쌍한 요괴들이었다.
무서운 카리스마와 저만한 수를 간단히 굴복시킬 정도의 폭력─.
오늘 하룻밤, 녀석들 맘대로 되게 놔둔다면 그 수는 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 최악의 조건만이 모여 버리고만 밤에, 승부를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환상향은 미묘한 밸런스에 의해서 구축되어 있다. 밖의 세계와 같이, 인력이나 자원이 풍족한 것 또한 아니다.
그런 상황에 저런 대군세가 환상향을 습격한다면, 인간을 포함한 취약한 인요들은 유린되고 생태계는 무너져 결국 이 비경은 붕괴해 버린다.
확실히 오늘 밤은, 결전의 밤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최악의 날은 아니다.」
그런 벼랑 끝에 서있는 처지면서도, 옆의 인간의 작은 미소를 유카리는 볼 수 있었다.
말없이 시선을 돌리자, 무녀도 같이 유카리의 얼굴을 보고 있다.
주고받은 서로의 시선에, 초조나 절망감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었다.
유카리는 스스로가 대요괴라고 하는 자부심으로 여유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무녀는 취약한 인간이면서 그 얼굴에 미소마저 띄우고 있다.
「오늘 밤은, 나와 너. 두 인요가 모였으니까」
그러니까, 아무 문제없다─. 분명 수백은 될 적을 앞에 두고 무녀는 웃었다.
「——그래, 확실히 그 말대로네.」
그녀의 절대적인 자신에 이끌려, 유카리도 웃는다.
이 결전의 밤에, 그녀를 데려 온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인간과 요괴. 넘을 수 없는 경계를 가진 두 명의 사이엔, 기묘한 신뢰 관계가 싹터 있었다.
걸음을 재개한다.
거대한 저택과 그 안쪽에서 북적거리는 요괴의 무리를 앞으로, 느긋한 속도로 두 명은 걷는다.
눈앞에서 이형의 존재들의 포효는, 단순한 미풍 이하의 것이었다..
걱정도, 공포도 필요 없다.
약자의 무리를 향해, 두 명의 강자가 걷는다.
「……정정할께요.」
유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태평하게 중얼거렸다.
「오늘 밤은, 꽤 좋은 밤이 될 것 같네요.」
◇
어째선지「초등학생이 만든 것 같은 무적 로봇」를 새끼 손가락 만으로 쓰러뜨릴 것 같은 무지막지하게 강한 대륙의 지배자가 환상향을 침략하러 온다고 해서 유카리에게 “오늘 밤 죽을 각오하고 오세요”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홍마관에 거주하는 스칼렛家라 불리는 유명한 흡혈귀들이 침략해 왔다고 하던데.
이것이 원작의 과거로서 언급되던, 소위「흡혈귀 이변」이 틀림없는 것 같다.
즉 홍마관의 당주인 레밀리아・스칼렛이, 드디어 환상들이 한 것이다.
나는 유카리의 권유를 흔쾌히 승낙했다.
─아니, 알고 있다고? 이게 레밀리아와의 친목회 같은게 아니라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전투가 된다는 것 정도는 말이지.
이 이변 때 흡혈귀가 유카리에게 퇴치당해서 이변 해결이라는 전개가 원작의 스토리 이므로 홍마관과의 전면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결말을 알고 있으니까 안심했다는 바보같은 이유가 아니라, 나는 순수하게 유카리의 힘이 되고 싶어서 뒤따라온 것이다.
물론, 호기심도 약간은 있다.
강한 놈하고 붙어보고 싶다는 사이야인 같은 욕망을 가진 건 아니다만, 홍마관의 멤버와 대면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그리고, 유카리가 시리어스한 분위기라 걱정 된다는 이유도 있고 말이지.
그녀의 몸을 걱정하는 건 한참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단순한 침략자 취급인 홍마관을 문답무용으로 「아름답고 잔혹하게 해주겠어!」라며 붕괴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렇게 되면 타임 패러독스로 역사가 바뀌어 버리는 거 아냐?.
그러나, 막상 와보니 생각보다 훨씬 뒤숭숭한 느낌이다.
그야말로 최종보스가 대기타고 있는 던전 같은 느낌의 홍마관 앞에는 이미 대량의 잡졸 요괴들이 잠복해 있었다.
덧붙여서 어째서 잡졸인지 판별 할 수 있냐면, 저 녀석들 전부 인간 모습이 아닌걸.
무섭게 생긴 놈들뿐이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런 놈들이 약하다는 법칙 같은 게 있다.
그러므로, 생각보다 여유를 가지고, 나는 유카리에게 명대사와 함께 나를 어필하고 함께 적지로 나아가고 갔다.
……만약 된다면 「나와 너로 더블 라이더니까」(역자 : 가면라이더 스피리츠에서 나오는 대사)라고 말하고 싶었다만, 유카리에게는 이런 네타 대사 말해봤자 못 알아들을 테니까.
「흐음……아무래도 백작님은 여흥을 바라는 것 같네요. 하지만, 어울려줄 의리는 없어요.」
드디어 대문 앞에서 서서 ‘첫 전투인가?’ 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갑자기 옆의 유카리가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웃는 얼굴인 채 무서운 살기를 발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몰라 무서워.
「일반인이 받으면 기절할 겉 같은 살기」라는 묘사 자주 봤는데, 그거 사실이다.
유카리를 중심으로 폭풍같이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피부로 찌릿찌릿하게 느껴진다.
솔직히, 나도 쫄아버릴 뻔 했지만, 살기 이상으로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는 유카리의 옆 얼굴이 무지 멋있어서, 잊어버리고 말았다.
위험해, 유카링 무지 예뻐.
이 무슨 마성의 미모. 일러스트 태그를 붙인다면 「못 이길 것 같다.」를 붙여야 할 것 같았다.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의심받으므로, 곁눈질로 힐끔힐끔 보고 있자니, 어느샌가 살기는 그쳐 있었다.
그리고, 문 앞의 소요괴의 무리도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꽁지 빠지게 도망친 것 같다. 아니, 그야 그런 살기 받으면 무리도 아니지만.
「후우, 환상향의 요괴의 질도 꽤 낮아졌네요. 그러니까 바깥세계의 요괴 따위한테 좋을 대로 휘둘린 거겠지만.」
방금전의 그 숫자는 거짓말이라 생각 될 정도로 깨끗해진 문 앞을 보고 비웃으며 내게 살짝 윙크해주는 유카리. 뿅가죽네.
살기에 위축되지 않았던 것을 칭찬해 주는 것 같다.
아니, 그……죄송합니다.「예쁘다……핫!」같은 느낌으로, 유카링만 정신없이 보다보니 끝나있을 뿐입니다.
어쩐지 거북한 속마음을, 싸움을 대비하고 있는 것 같은 성실한 표정으로 숨기며, 우리들은 홍마관으로 진격했다.
그러나, 모두 도망갔다고 생각한 문 앞에 한 사람의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조금은 근성 있는 문지기도 있는 것 같네요.」
「……」
거대한 창을 쥔 채 그 살기를 버티고 이쪽을 노려보는 다홍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한 명.
저건……틀림없다.
그녀는 홍 메이링이다.
대단해, 옛날부터 홍마관의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었던 거구나.
메이링에 관해서는 공식 설정이 적은데다, 그 정체나 경력은 거의 2차 창작 안에서의 추측이나 상상뿐이었는데.
그런 그녀의 과거를, 현실에서 확인 할 수 있어서 나는 내심 감동했다.
으읏, 왠지 무지 기쁘다. 이런 건 생전의 나는 반드시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난 홍마관의 문지기, 홍 메이링. 이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면, 이 나를 쓰러뜨리고 가라.」
혼자 텐션이 올라있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메이링은 우리에게 창날을 향했다.
에—, 창 쓰는구나.
중국 권법의 달인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으니까, 서양의 창을 쥔 모습에 위화감을 느꼈다.
그렇지만, 메이링의 탄막놀이가 아닌 실전실력은 어떤지 전혀 모르니까, 제멋대로 기대한거려나?
어쨌든, 지금의 문제는 메이링과의 전투다.
분명하게 말해서, 이쪽이 훨씬 유리하다.
나에게는 오랜 세월의 수행과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실전을 반복해 온 경험이 있다. 애매한 표현이나 불필요한 겸손을 빼고 단언할 수 있다.
지금의 메이링보다, 내가 더 강하다.
물론 유카리가 상대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승부 자체는 문제없지만…….
「주제를 파악하는게 어때?」
유카리에게 맡기면 안 된다고! ……저거 "아름답고 잔혹하게 이 세상에서 없애줄게." 라며 지워버릴 생각 만만이잖아!?
나는 유카리를 손으로 말리고, 맡겨달라는 듯이 응시했다.
유카리는 딱히 오래 고민하지 않은 채, 작게 어깨를 들썩이고는 살기를 거두어 주었다.
고마워요. 그 상태로, 당주인 레밀리아를 만나도 문답무용으로 소멸시켜 버린다던지 자중 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내가 상대다.」
「……얕보는 게 아냐, 인간 주제에!」
뭐—, 굉장히 강한 요괴 상대로 각오하고 있다가 갑자기 인간이 참견한거니까, 그렇게 되면 얕보인다고 생각하는게 보통이겠지.
격양된 채로 재빠르게 발을 디뎌 찔러지는 창을, 나는 근소한 차이로 회피했다.
보여……내게도 적이 보인다!(역자 : 아무로 레이의 대사 중 하나)
농담을 하고 있기는 해도 정말로 메이링의 공격이 제대로 보인다.
별로 공격이 느린 것은 아니다. 단지 패턴이 단순하다.
아마도 창이 무기라는 건 족쇄 밖에 되지 않는 거 아닐까. 양손을 창대만 쥐고 있는데다가 찌르기 외의 공격은 하지 않는다. 발차기도 창을 제대로 쓰려면 거리를 벌려야 하므로 닿지 않는다.
격투기로 싸우는 게 차라리 지금보다 나을거라고 생각한다.
이리저리, 단조롭게 뻗어오는 창날을 바닥으로 주저앉아 회피하며 다리 후리기를 건다.
「발밑이 빈틈 투성이다.」
「큭, 젠장……!!」
‘전투 중에 말해보고 싶었던 대사 베스트 3’에 들어가는 말을 자연스레 말할 수 있어서 기뻤다.
간신히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은 메이링은, 추가타로 다가오는 나의 지르기를 피하기 위해 품에 파고들려고 했다.
나이스 판단. 그렇지만, 메치기라면 어떨까─나!!
「커헉!?」
「여기까지다」
등부터 땅바닥에 부딪혀 신음소리를 내는 메이링의 목덜미에 수도를 갖다 대서 결판냈다.
메이링은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보고 있다.
자세는 좋다! 그러나 상대가 좋지 않았어! ——같은 느낌으로 조금 조언을 해 주기로 했다.
「……평상시에 창을 사용하는 건 아닌 걸로 보인다만. 손에 익지 않는 무기는 단순한 족쇄 밖에 되지 않는다. 어떤 달인이라 한들 행동이 단순해지고 만다.」
아랑전에서 봤던 것 같은 대사를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하는 나.
「원래 네게 무기는 어울리지 않았다. 공격을 파고들어와 간격을 좁히는 버릇이 있다. 아마 네 전공은 근거리의 격투전이 특기겠지.」
「크읏……」
「——하지만, 치고 빠지는 자세와 속도는 훌륭했다. 좋은 센스다.」
너무 들떠서, 시리어스한 표정으로 너무 말해버렸다. 게다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캐치 프레이즈도 더해서.
그러나, 내용 자체는 실제로 메이링의 움직임을 보고 해석해서 나온 결과다.
메이링에 문지기를 맡긴 녀석은, 그녀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 인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잡병이니까 우선 무기를 쥐어줬을 뿐인건가?
자세히 보면, 메이링의 모습은 꽤 엉망진창이다. 머리카락도 여기저기 뻗쳐서 더러워져있고, 동방 캐릭터의 필수 아이템이라고 말해도 될 모자 또한 없다.
응, 의외로 옛날에는 취급 안 좋았구나.
그럼 미래의 메이링은 엄청 우대받는 걸까? 언제부터 취급이 바뀐거지?
홍마관은 전체적으로 우아한 이미지가 있으니까, 부하를 노예취급하다니, 상상 할 수 없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자니, 괴로운 듯 신음하고 있던 메이링이, 떨리는 손으로 나의 팔을 쥐고 있었다.
「좋은─ 센스……?」
마지막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메이링은 그대로 기절했다. 마지막에 조금 기뻐보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조언을 바탕으로, 보다 강해져 주면 좋겠다. 2차 창작에서 흔히 보이던 「사실은 강한 메이링」은 좋아하니까.
딱히 배틀광 같은 건 아니지만, 장래 메이링과 대련이라던가 해보고 싶다─라는 자그마한 기대를 품에 안고서, 나는 문으로 향한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유카리가「당신도 무르네요 」라며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갑자기 잘난 얼굴로 조언하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좀 봐주세요.
말하고 있는 때는 뇌내 보이스가 싱크로하고 있었지만, 입 다물면 평소로 바뀌는 이상한 성격 하고 있는 나. 너무 자아도취 상태에 빠져있었다. 반성.
본격적인 전투를 앞두고, 전혀 관계없는 장소에서 정신에 데미지를 받고있는 나였다.
아, 문이 마음대로 열렸다.
◆
침입자를 막을 것이라 생각된 거대한 철문이 좌우로 열린다.
자신이 있다는 건지, 아니면 침입을 허용하는 것도 놀이의 하나라는 건지. 어느 쪽이던 유카리에게는 어느 쪽이던 상관 없었다.
스스로를 절대적인 강자라고 거드름 피우는 적을 내부에서 찢어발기는 것은 의외로 쉬운 일이니까.
쓰러진 문지기를 뒤로하고, 유카리는 무녀와 함께 저택의 내부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그녀라지만─ 유카리는 방금 전의 대화를 상기하고는 쓰게 웃었다.
최악의 침략자와 결판을 내러 간 장소에서, 설마 그런 대화가 있을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하쿠레이의 무녀면서 적대한 요괴를 퇴치하지 않고, 설득해서, 그 미래를 기대한다.
자신이 말 한대로, 그녀가 무른 것만은 아니다.
단지, 이 무녀는 괴짜다.
그것은 누구보다도 유카리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권모술수에 찌든 것 같은 대요괴를 상대로 순수한 호의를 보이는 인간이니까.
(뭐, 그 요괴는 아직 젊어요. 별로 죽이고 싶은 것도 아니니, 방치해도 문제없겠죠.)
옷차림으로 봤을 때, 그 문지기 요괴는 적들도 급히 끌어모은 요괴 중 하나였던 것 같다.서양보다는 환상향(이쪽) 근처의 요괴.
얼마 안 되는 걱정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정원에 가까워지자 유카리는 의식을 되돌렸다.
정돈된 잔디나 화단, 달빛을 반사하는 분수 등으로 장식된 정원은 그 권위를 알려주는 것과 같이 장대한 멋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역시 악마의 저택이다.
홍마관의 정면에는, 스칼렛 본인의 부하일 터인 병사들이 편대를 짜고 대기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인간의 병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눈동자에 생명의 빛은 사라져있고, 옷에서는 숨길 수 없었던 썩은내가 넘쳐흐르고 있다.
(시귀<Ghoul>인가─)
흡혈귀에게 피를 빨아 먹혀 죽은 뒤 노예가 되어버린 움직이는 시체들.
본래, 시귀란 것은 흡혈귀의 식사 뒤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 같은 것이며, 무질서하게 배회하며 인간을 덮치는 것이 본질이다.
그런 뿌옇게 흐려진 의식을 통솔하여, 군인으로서 사용하는 지배력은, 과연 대단하다 할만 했다. 육체의 붕괴를 억제하기 위해 방부처리도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썩은내를 없애기 위해 쓴 것 같은 장미 향수의 냄새로 볼 때, 이용하기 보다는 아마 단순한 겉멋 때문.
철저하게, 그러나 불필요하게 시체에 손을 댄다. 그 시귀들의 주인은, 사망자의 존엄 따위 눈꼽 만큼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인물인 것 같다.
유카리의 평탄한 표정 아래서, 적에 대한 짜증이, 한층 더 증가했다.
중세의 성을 연상케하는 고풍스러운 저택의 앞에서 줄서있는 시귀들은, 전원 예외 없이 근대 병기와 방어구로 무장하고 있었다.
「역시, 밖의 세계의 기술을 반입했군요……」
옛 문명에서 아직까지 진보하지 않는 환상향에 결코 있을 수 없는 총기들을 본 유카리는 골머리를 썩혔다.
적의 전력에 문제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투가 끝난 후, 저 화기의 처분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저런 고도의 무기를 하나라도 환상향에 남길 수는 없다.
높은 기술력과 호기심을 가지는 갓파들이 얻는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양산되서, 문명의 밸런스를 무너뜨려 버린다. 게다가 악의 없는 행동이라 더 좋지 않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없애버리는 것이 최선이다.
「정말이지, 문제를 잔뜩 만들어 주는구나.」
적의 군세를 대충 둘러본 유카리는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야쿠모 유카리에게 있어서 눈앞의 적들은 겨우 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정연하게 열을 맞춘 편대의 옆을 손바닥으로 가리듯 손을 뻗는다. 그것을 그대로, 어루만지듯이 옆으로 휘두른다.
단지 그것만으로, 적은 사멸했다.
손바닥이 휘둘러지는 것만으로, 그 앞에 서있던 시귀들은 실이 끊어진 인형과 같이 털썩 털썩 쓰러진다.
전투는 없었다.
단지 한번의 휘두름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던 홍마관의 전력은 전멸 했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시체. 생과 사의 경계가 애매한 존재는, 그 둘 사이의 괴리도 크니까 간단해요.」
그렇게 조소한다.
경계를 조종하는 능력 앞에서, 그들은 인간보다 취약한 존재였다.
죽었는데 움직인다는 모순. 이미 생과 죽음의 경계가 애매해져있는 존재를 본래의 죽음으로 되돌리는 정도는, 식은 죽을 먹는 것 보다 간단한 일이다.(역자 : 원문 : 느슨하게 묶인 끈을 푸는 것보다 간단한 일이다.)
최초의 선언대로, 적의 여흥이나 기대를 싹 무시하고 눈앞의 적을 싸그리 일소시켜버린 유카리는, 뛰쳐나오기 시작한 적의 기세에 시선을 돌렸다.
시귀가 전멸하고, 또 다른 모습의 군세가 모습을 나타낸다.
옆에서 들려오는 전투의 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흡혈귀의 하인으로 유명한 늑대 인간(웨어 울프)가 하쿠레이의 무녀를 덮치고 있었다.
인간 따위는 가볍게 초월한 속도로 덮쳐오는 괴물들을, 무녀는 손쉽게 분쇄한다.
송곳니를 드러내고 돌진해 온 늑대 인간을, 위에서 후려갈겨 머리를 박살낸다, 사각에서 가해진 일격을 받아치고 턱을 쳐올려 기세를 잃은 상대의 목을 꺾는다.
정말로 어느 쪽이 더 괴물인지, 라고 짜게 식은 시선을 향하며, 등 뒤를 맡긴 유카리는 다른 사냥감을 찾았다.
육체가 파괴되는 소리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며 주위를 둘러보자, 공중에서 비행 중인 인형(人形)의 그림자를 여럿 찾아냈다.
(꽤 실력있는 마법사가 한 명. 그리고……흡혈귀가 여럿. 동족까지 부하로 만든거군요.)
유카리는 반 정도는 감탄했으며, 반 정도는 기막히다고 느꼈다.
적의 흡혈귀들은, 모두 의식이 지배된 시귀 따위가 아니다. 자립한 의사를 가지면서도, 이 저택의 주인을 따르는 것이다.
흡혈귀는, 그 강대한 힘에 비례하는 높은 프라이드를 가진 요괴다. 약자를 내리깔아보는 측이며, 타인을 섬기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 흡혈귀들 조차 따르게 하는 스칼렛 백작이란 남자는 그만한 카리스마와 그 이상의 힘이란 권위를 가진 흡혈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하의 흡혈귀들에게서는 숨길 수 없는 「억압된 공포」가 비쳐졌다.
폭군이라 불리는 이유의 일각을 확인하며, 유카리는 그들에게 섞여서 이쪽을 응시하는 마법사를 보았다.
아직 어린, 연보라색의 긴 머리카락과 병약해 보일 정도로 흰 피부를 가진 덧없는 인상의 소녀다.
그러나, 그 실력은 현재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라 유카리는 판단했다.
흡혈귀의 동료로서 마녀라는 존재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유카리는 그 마법사의 침체된 눈동자에서 무엇인가를 감지했다.
(목과 입안─아마 혀네요, 마법식을 확인. 소리를 억제하고 있는걸까?
인체에 새길만한 건 아닐 텐데. 아마 저게 해제되어도 후유증이 남겠어……)
그 마법사는, 아무래도 동료이면서 대등한 존재로서 받들어지는 것은 아니어 보인다.
몸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지만, 그것도 아마 당주의 취미.
주문을 외우기 위해 발성이 제한되어있고 단지 마법을 사용하는 도구로서 만들어져 있다.
장식이라고 생각한 목걸이도, 다른 의미를 가진 것이라고 파악할 수 있었다.
유카리 속의 짜증이, 또 하나 증가했다. 적의 당주를 죽여야 할 이유가 늘었다.
그것을 겉으로 내보이지 않고 조용하게 날아올라, 유카리는 자신에게 덮쳐오는 적과 전투에 돌입했다.
◇
우와~ 유카링 무쌍이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새삼스레 느끼는 거지만 유카링이 너무 강해서 쫄았다.
아니 보라고? 완전무장의 군대를 멀리서 손을 휘두른 것만으로 전멸이라니 치트도 이런 치트 없지 않아?
나 같은 게 덤비는 순간 즉사당하는 거군요. 압니다.
그러나, 환상향에서 살고있어서 까먹고 있었던 건데, 밖의 세계의 문명은 평범하게 발달하고 있었구나.
총 가진 녀석들이 이쪽 노리고 있었을 때는 무지 쫄았어. 아무리 나라도 총에 맞으면 죽는다고?
인외종에게 총은 효과가 있기는 커녕 반대로 사망 플래그지만 난 그냥 인간인걸.
나라도 총은 못피할 것 같고, 재생 같은게 가능한 요괴와는 달리 머리나 심장에 바람구멍이라도 나는 순간 나 죽습니다. 진짜로.
뭐—, 그런 생각 외의 강적도 유카링에게 일소 당했지만.
그 뒤를 이어 나타난 적들을, 유카리는 공중에서 우아하게 싸우고 있다.
사벨이라던가 레이피어라던가, 그야말로 귀족이라는 느낌이 팍! 하고 오는 무기를 든 흡혈귀 복수 상대로 여기저기로 비행하며, 마법사의 후방 지원을 틈새로 무효화한뒤, 발해지는 탄막은 무지 화려했다.
뭐야 저거, 저기만 싸움이 이차원이잖아.
하지만, 하나 유리한 것이 있다면, 적측 인물들 아무래도 탄막을 사용할 수 없는 것 같다.
요점은 마력이나 영력을 탄환으로 형성해서 발사하면 어떻게든 사용 가능한 기술인데. 그런 발상 자체가 없는 건지, 육탄전이나 마법, 흡혈귀의 능력을 사용한 사역마의 원거리 공격 밖에 하지 않는다.
물론 그것들도 충분히 위험하지만, 유카리의 탄막도 미래에나 나올 탄막놀에에서나 쓸법한 탄막이 아니라 살상력은 충분하고. 공격량은 오히려 압도적이다.
그렇게 굉장한 공중전 아래에서는, 내가 흡혈귀에게 부려지는 늑대 인간들을 다스 단위로 수수하게 패죽이고 있다.
패 죽여서 던지고 찢어서 던지고……귀찮으니까, 도중부터 패기만 했다.
이 녀석들 정말 끈질기다.
신체 능력은 인간 따위 무다무다고, 평범한 검은 씨도 안먹힐 것 같을 정도로 단단하다. 손톱은 날카로워서, 몇 번 정도 가볍게 베였다. 게다가 생명력도 높다.
그러니까, 때릴 때마다 영력을 사용해서 즉사시키고 있지만.
그리고, 아무리 빠르다 한들 텐구보다는 느리다.
그 아이들 개인차는 있지만 초음속 넘어가는 녀석도 있는걸.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샤메이마루 아야라던가.
그런 텐구와의 전투 경험도 있는 나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대단한 적은 아니었다.
텐구의 경우,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눈으로 쫓을 수 없는데다가 움직일 때의 충격파 만 맞아도 튕겨나가 버리고, 제대로 싸우면 어쩔 수가 없어. 위험해서 죽을 뻔 한 적도 있었고. 감속하지 않는 대포알을 상대로 싸우는 느낌이고.
그런 놈들에 비교해서, 아직 생물 레벨의 속도로 움직이는 녀석들은 사실 꽤 편한 상대다. 덮쳐오는 녀석들을 패죽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입니다.
모처럼 도우러 왔는데 유카리 쪽은 적과의 전력차이가 엄청나다.
……아니 뭣보다, 저 놀라운 솜씨의 마법사는 역시 파츄리지.
생각보다 훨씬 병약한 인상의 소녀다. 지금도 그대로 토할 것 같은 얼굴로 영창하고 있기도 하고.
메이링과의 전투 후 깨달은 건데, 지금 홍마관은 조금 심한거 아니야? 노동 기준법이라던가 어떻게 된 건지 대충 1시간 정도 캐묻고 싶어.
그렇게 사고를 어지럽히며 , 덤벼오는 적을 단순한 육괴로 만들며 주먹을 마구 휘두르고 있자니, 갑자기 박수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시선을 옮기자, 박수를 치고 있던 녀석은 홍마관에서도 가장 높은 시계탑의 정상에 서있었다.
……뭐…라고…?!
나는 전율하고 말았다.
전혀 예상 할 수 없었어. 설마, 이 상황에서「꽤 하는구나.」같은 대사랑 같이 박수치면서 등장하는 부끄러운 짓 하는 놈이 실재하다니.
중2병이라는 생전의 지식을 떠올린 나는 오한과 헛웃음이 같이 나오는 상태가 되버렸다.
그렇지만, 다른 녀석들은 모두 평범하게 긴장하고 있는 같아서 나도 조용히 지켜봤다. 어째 딱 봐도 보스 등장 씬이고.
「훌륭하군. 패배자들이 도망쳤을 뿐인 촌구석이라고 경시했었다만, 꽤 즐거웠다.」
대사도 포함해서, 어째 말로는 잘 표현하지 못할 것 같은 녀석이었다.
강한 흡혈귀인 것은 알 수 있다.
나이스 댄디라는 단어를 그대로 끌어낸 것 같은 노신사. 카이저 수염에 외눈안경. 단정히 꾸며진 흡혈귀의 교과서 같은 모습이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흐~음, 당신 흡혈귀지.」라고 납득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우리들의 위에서 홍마관의 정상에서 서있던 모습에서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포지션에는 원래 레밀리아가 들어가야 하는 거 아냐?
「거기다, 우리들 인외의 연회에 속에 인간이 끼어들다니. 재미있군. 실로, 재미있다」
중요한 일이므로 두 번 말했습니다.
왠지 나 주목 받은 것 같다.
「과연, 네가 이 땅의 수호자라는 하쿠레이의 무녀인가.
그 만큼의 힘을 가지면서도, 숫처녀라니 정말 탐나는군. 외형도 나쁘지는 않다. 어떤가, 나의 것이 되지 않겠는가?」
그것도 성적인 의미로 주목 받은 것 같다.
응, 그러한 성적 충동에 관한거라면 나 관심 없으니까 그런 인식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지는 않지만─내 대답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나가 죽어」라는 느낌이려나?
「그 아름다운 생을 쓸데없이 보내고 싶지는 않을 테지.
나의 것이 된다면, 이런 비경에서 데려가, 네게 궁극의 영화와 쾌락을 보여주마.」
이미, 녀석은 나에게 이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아아, 알았다.
저 녀석은 역시 거물이지만, 유카리는 너무 부담되니까 나한테 말을 돌린 거다.
나는 아직도 남아있는 주위의 적을 무시하고, 아득히 위쪽에 멈춰서있는 흡혈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래, 그걸로 좋다. 나의 발밑에 무릎 꿇어라. 장수하고 싶다면, 영리한 선택이─」
「——장수만을 바란다면, 인간은 짐승과 다를 바가 없다.」
자신만만한 표정을 한 녀석에게, 나는 어떤 사람의 어떤 명대사를 외쳤다.
「단 한줄기의 아름다운 길, 그 길을 달려 나가기에 인간이라 한다.」
아주 조용해진 공간에서, 나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단 하나 뿐인 몸을 아끼지 않고 , 나의 몸은 나아간다. 단 세 글자, 불퇴전. 그것을 마음속의 꽃이라 한다.」
동요하는 얼굴을 내비치는 흡혈귀를 직시하며 대사를 끝마쳤다.
……위험해, 멋져 뭐야 이 대사. 이 대사 생각한 사람 진짜 멋지다. 거기에 이거 꽤 통쾌한 기분이야.
기합을 넣는 것 외의 효과로 보스전으로 돌입할 각오마저 끝마쳐 버린 나는, 전에는 느껴보지 못할 전의를 불태우며 도약했다.
단 한번의 도약으로 홍마관의 지붕까지 도달한다.
「……큭!? 이 내게 거역할 셈이냐! 지배되어야할 가축 주제에 교만하구나!」
「그 썩어 빠진 인식, 모두 네놈에게 돌려주마!」
왜일까 방금 전의 여유롭던 태도에서 조금 초조해 보이는 나이스 댄디. 왜 이제 와서 쫄고 있는 거야 이 녀석.
뭐—, 최종보스인 레밀리아와 싸우기 전의 중간보스전이라는 느낌으로, 일단 이 착각 바보를 패볼까.
뭐랄까, 조금 전의 그 대사로 유카리를 포함한 주위에게 주목도가 엄청 올라가서 이 정도도 못하면 실망시켜 버릴 것 같고.
새삼스레 말하는 거지만, 내 앞에 있는 흡혈귀도 결코 약하지 않은 거지. 성격 이 좀 문제라고는 해도 오히려 강한 측에 드는 녀석이지?.
하지만, 이제 물러서지 않아.
유카리, 내게 맡겨줘. 이 정도에서, 장난은 그만뒀다는 느낌으로 전력을 내고싶다.
……잠깐, 이거 아무리 봐도 사망 플래그 아냐?
◆
문득 정신을 차린 유카리는, 자신이 아주 잠시뿐이기는 해도 그녀의 발언에 압도되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저게, 그녀의 진정한 모습─)
괴이가 뛰노는 밤의 어둠을 찢으며, 눈앞의 악의에 대해 일절의 타협마저 없이 올바른 분노로 주위를 압도하는 자.
괴물을 쓰러뜨리는 인간이란 것은, 저런 존재다.
그 입에서 나온 말은, 이미 일종의 힘으로까지 승화되어 주위의 인외의 존재에게도 위협을 느끼게 했다. 그것은 유카리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군이면서 공포스럽다. 요괴로서 사는 이상 피할 수 없다.
(역시, 내게 있어서 그녀는─아니 지금은 전투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그리고, 인간과 흡혈귀가 전투를 개시한 순간, 주위도 정신을 차렸는지 허공에 투쟁의 기운이 감돈다.
방금 전까지 싸우고 있던 적에 가세하여, 지상의 늑대 인간들도 유카리를 덮쳐온다.
(예상 밖이에요. 설마, 이렇게 전개될 줄은……)
유카리는 조금 초조해 하고 있었다.
그것은 대립되는 적이 늘어나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런 것은 사소한 일이다.
문제는, 그 남자─홍마관의 당주
「스칼렛 백작」이 직접 등장해서, 하필이면 무녀 쪽을 상대로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애시당초, 백작이 나온다면 스스로 결판을 낼 예정이었다.
그 남자는 그 언동대로, 욕망 투성이에, 오만하고, 교만한 강자의 전형적인 인물이었지만, 그에 알맞은 실력을 겸비하고 있다.
특히 상황이 나쁘다. 만월 아래에서의 흡혈귀의 불사성은 엄청난 것이다.
방금 전부터 줄곧 싸우고 있는 부하 흡혈귀들을 보면, 그 귀찮음을 실감 할 수 있었다.
팔이나 다리는 물론, 머리를 날려 버려도 재생해 버린다. 녀석들의 생명력은 달빛에 직결되기라도 한걸까?
스스로의 몸을 돌아보지 않고 혹사시켜 마법의 영창을 계속하는 마법사의 맹공도 있으므로, 유카리는 지구전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도 저 아래에서는 두 명의 격전이 계속 되어 간다.
늑대 인간조차 즉사시킬 정도인 무녀의 맹공을 맞아 그 부위를 도려내질 정도의 공격에 피탄당함에도 불구하고 백작은 여유만만한 미소를 띄우고 재생한다.
흡혈귀의 완력이 뒷받침 되는 묵직한 반격은, 무서운 속도와 위력을 가지고 무녀를 덥쳐오지만, 무녀는 냉정한 판단으로 공격을 흘려 넘긴다. 하지만, 그녀는 일격이라도 맞는다면 죽는다.
뭣보다, 흡혈귀의 힘은 순수한 완력만이 아니다.
전신을 박쥐의 무리로 뒤바꾸어, 사방에서 둘러싸 조금씩 갉아내는 것처럼 그녀를 상처 입힌다.
배후로 다시 모여서 실체화하면, 사각에서 재빠르게 불의를 틈타 기습당해서, 등을 얕게 베이고 선혈이 흩날린다.
그럼에도 무녀는 전혀 기죽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적확하게 반격으로, 상대의 안면을 부수고, 내장을 도려낸다─. 그렇지만, 모든 공격이 소용없다는 듯이 순식간에 원래대로 재생해 버린다.
마의 존재에게 유효한, 영력을 사용한 타격이 전혀 효과가 없다.
만월이, 강력한 흡혈귀의 불사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저 재생력을 봐서는 은제 무기 등의 흡혈귀 특유의 약점조차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가능성이 있다면, 역시 달빛의 극에 위치한 햇빛.그러나, 새벽은 아직 멀다.
혹은, 요괴가 가지는 속성이나 성질을 무시하는 반칙같은 능력.
(경계 조작─ 그러나, 저 정도로 명확하게 불사의 속성이 고착한 존재를 상대로는 간섭이 어려워요.)
그러니까, 본래 싸움은 이 반대로 행하고 싶었던 것이다.
일대일에 집중 할 수 있다면, 그 괴물이 방심한 틈을 타 일순간에 사멸하는 것이 가능했을지도 모르는데.
유카리의 속내에 다시 한번, 몇 안 되는 초조함이 겹겹이 쌓인다.
――초조? 하지만……어째서?
현상타파를 위해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던 유카리의 사고에 일순간 공백이 생겼다.
나는 어째서 초조해 하는거지? 이 초조한 감정은 어디서 오는 거지? 걱정? 이대로 싸움이 진행되면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건가?
(……그녀가, 죽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들자, 유카리는 자기 자신을 의심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한거지? 누구를 걱정정했다고? 그녀가 죽으면, 뭐가 어때서─)
유카리의 자각 없는 고뇌.
그 틈을, 적은 놓치지 않았다.
날아오는 화염의 마법을 깨닫고, 재빨리 회피한다. 그러나, 얼마 안 되는 사고의 공백은 유카리의 판단력을 무디게했고, 그 틈을 노린 흡혈귀의 사벨이 유카리를 찔렀다.
마검이라고 생각되는 칠흑의 칼날이 유카리의 가슴에 깊게 꽂힌다.
그리고, 그 칼끝이 등으로─ 빠져나오지 않는다.
칼날은 육신에 박히는 일 없이, 직전에 발생한 틈새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대로 팔도, 어깨도.
「——상당히, 오랜만에 느껴보네」
틈새가 닫힌다.
팔을 뿌리부터 이차원의 틈새에 먹혀버린 흡혈귀는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 상처는 재생하지 않는다.
「역시 고민 같은 것도 할 수 있구나, 나도」
고통에 허덕이는 흡혈귀의 남은 사지를, 다시 한번 열린 틈새가 삼켰다.
「낮선 기분이네요. 이 기분, 당신들로 풀게요.」
고기덩이로 변해버린 적을 마지막으로 더욱 더 거대한 틈새가 삼켜, 완전하게 소멸된 것을 확인하고, 유카리는 남은 적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남겨진 자들은, 정체모를 공포에 움츠리고 있다. 그 마법사마저, 눈동자에 공포를 내비치며.
난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반드시 웃고 있다. 그녀가 좋아한다고 말한, 진심을 숨기는 은자의 미소를.
유카리는 여분의 사고를 배제할 수 있도록, 눈앞의 싸움에 집중했다.
집중, 하기위해─무의식적으로, 한 번 더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시야에는, 사역마로 보이는 거대한 흑견(黑犬)의 입에 물린 무녀의 모습이 있었다.
◇
굉장해—.사망 플래그의 힘 굉장해—.
지금의 나, 소소하게 대핀치.
평소 상대하는 적이라면 백번 정도 죽을 만큼 공격했지만, 적은 백번 모두 재생한다.
흡혈귀의 재생력을 얕보고 있었다.
일단, 비장의 카드라던가, 더 공격력이 높은 기술이야 많지만「통하지 않는다」같은 게 아니라 「통해도 데미지가 없다」같은 거라 의미가 없다.
이거 무리 게임 아냐!? 라고 마음속에서 외쳐봤다, 그렇게 멋지게 말했는데 유카리에게 도움을 청하면 부끄러워 죽을지도 모른다.
「자, 이제 그만 죽어라.」
최초의 동요도 사라져서, 완전히 여유를 되찾았다……에-그게 이름 모르니까 「댄디」라고 불러도 괜찮지?
어쨌든, 그 녀석에게 서서히 밀리고 있었다.
흡혈귀가 강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까, 역으로 생각하자면 흡혈귀 특유의 약점을 공략하지 않으면 이길 기회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약점 공략이라니 어떻게?
조금 전부터 영력을 담아서 인체의 급소란 급소는 마구 파헤쳐버리고 있는데도 전혀 효과없고, 십자가도 마늘도 없는걸. 애시당초 그런 전통적인 놈이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대로 가다간 치명상 입을지도─라니, 잠깐만 생각하는 틈에 씹혔다!?
「큭……!」
「하하하, 좋은 몸을 하고있군.」
몸의 일부를 사역마로 바꿔서 공격할 수 있다는걸 깜박하고 있었다.
박쥐떼로 변신해서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것에 신경을 너무 쏟았다. 그 틈을 찔려, 거대한 개로 변신한 녀석의 몸이 나의 어깨를 물었던 것이다.
어깨라기보다는, 아무리봐도 우반신 째로 씹히고있다. 한손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풀어 버릴 수가 없다.
물렸다기보다, 압착기에 짓눌리는 것 같은 무거운 충격이 반신을 압박한다.
이빨이 육체에 박히고, 뼈가 삐걱거린다.
아프다. 무지 아프다. 그렇지만 아파할 틈은 없다.
이대로는 뼈가 분쇄되서 그대로 몸을 양단당할지도 모른다. 몸이 삐걱거리는 소리란 건 정말로 들리는 거였구나.
「절망과 후회 속에서 죽어라.」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적은 나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거절한다!
치명상을 입었지만, 그 충격과 고통이 나에게 하나의 타개책을 생각나게 했다.
조금 전부터 흡혈귀의 약점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지만, 딱 하나 있었다. 최고의 공격 수단이.
─그래! 흡혈귀에게 효과 충실한 공격 수단이 있었던 것이다!
호흡의 리듬을 바꾼다.
습득한 것은 극히 최근. 단순하게 몸을 단련하는 것이 아니라서 습득에 상당히 애먹었지만 어떻게든 할 수 있었다.
독특한 호흡을 반복하는 것으로, 체내에서 에너지의 물결을 만들어내, 그것을 순환시킨다!
「그아아아아아악!!!!』
「무, 뭐라고……!?」
나의 몸을 물고 있던 사역마가 단말마를 울리며, 튕겨 나갔다.
그 입은 안쪽으로부터 녹기 시작하고 있다.
녹은 지점부터 기화해서 재가 되는 모습을 본 적은 동요하고 있었다.
뭐—, 갑자기 불사신의 육체가 녹아버리면 그렇겠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야 그럴 수 밖에, 다른 만화의 기술인걸.
지금의 나의 몸에 흐르는 에너지의 파동은, 태양의 빛의 파동과 같다.
스탠드 배틀이 너무 유명해서, 조금 묻혀진 능력이지만, 이 능력은 애시당초 대(對) 흡혈귀용의 기술이다.
그렇다, 이 마지막 순간에 적에게 유효한 공격 수단을 찾아낸 것이다.
어깨의 출혈이 심하다, 그것을 견디며 호흡을 정돈한다. 순환하는 힘을 주먹에 담고, 나는 단번에 반격에 들어섰다.
흡혈귀에게 유효한 공격이 뭐냐고?
─「파문」을 사용하면서, 되는대로 패버리면 OK다!!
◆
「히익……히이이이익!!?」
스칼렛 백작은, 자신의 비명이라는 것을 지금 처음으로 들었다.
취약한 인간이 내뻗은 주먹이, 뺨에 묵직한 충격을 준다.
단지 그것뿐이라면, 바로 아까 전같이 회복된다. 그럴 터였다.
하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감각은 상처가 낫는 감각이 아닌, 작열.
일격을 먹은 뺨을 태울 것만 같은 열기. 게다가 그 열기는 식지않고 오히려 전신에 퍼져나간다.
「……무, 뭐냐 이건─!?」
육체가 찢어발겨지는 고통과도, 뼈가 분쇄되는 고통과도 다른, 참기 어려운 격통이 신경에 직격한다.
그것은 그 어느 것 보다도 생명의 위기를 느끼게 만드는 격통이었다.
이 아픔. 이 열.
「태, 태양이라고……!?」
흡혈귀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것과 같은 빛과 열을, 그는 떠올렸다.
눈앞의 인간은, 태양의 힘을 주먹에 담아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
「말도 안 돼……말도 안 돼!!!」
스칼렛 백작은 혼란스러웠다.
절대적 우위에 있던 자신이 밀리고 있다는 사실과 그 사실을 이루고 있는 것이 단순한 인간인 진실, 그리고 돌연 눈앞에 내밀어진 「스스로의 죽음」이라는 현실─ 그 모든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쌓아 올린 긴 세월의 역사와 영화가, 그 상황을 이해하는 것을 거부했다.
스스로가 폭군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자신은 빼앗는 존재다. 빼앗기는 존재는 결코 아니다. 그런 「운명」이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 오만한 사상이 지금 이 순간 뒤집혔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신속의 권격이, 명치에 박혔다.
스칼렛 백작의 몸은 나뭇잎처럼 간단히 날아갔다.
발판으로 사용하던 지붕 위에서 튕겨 나와 공중으로 내던져진다.
지면에 추락하기 직전 특유의 부유감을 느끼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명치를 시작으로 기어 올라오는 것 같은 그 열기와 격통이 체내를 유린하고 있었다.
용해하고, 기화되서, 연기를 피워 올린 뒤 재가 되기 시작하는 스스로의 몸을 보고, 스칼렛 백작은 또 다시 비명을 질렀다.
지면에 떨어졌다.
척추가 부러졌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그의 불사신일 터인 육체는, 연약한 인간 여자가 휘두른 두 번의 철권에 의해 사멸하려고 하고 있었다.
「하앗, 하앗, 후웃……으아아아아악!!!」
이미 호흡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폐가 불타오르는 감각을 느낀다.
스스로의 권위의 상징인 홍마관을 올려다보자, 죽어 가는 그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하쿠레이의 무녀가 지붕에서 도약하는 것이 보였다.
주먹을 쥐고, 일직선으로 낙하해 온다.
그 모습에 사신의 모습을 본 스칼렛 백작은 마음속부터 공포에 떨었다.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품격을 내팽개치고 그는 단지 살아남기 위한 모든 수단을 모색 했다.
그리고, 평상시는 단순한 장식품으로서 허리춤에 걸치고 있던 물건을 뽑아냈다.
화려한 장식과 각인이 새겨진 리볼버. 45구경 권총─ 인간이 사용하는 장난감이라고 비웃던 그것을, 필사의 감정을 담아 표적에게 겨눈다.
방아쇠를 당기자, 폭염과 함께 탄환이 발사되었다.
총탄에 맞으면, 인간이라면 반드시 죽는다.
울려 퍼지는 총성과 무거운 반동을 느끼며 그는 무심코 안도의 미소를 띄웠다.
그리고, 다음 순간 시야에 비친 광경에 미소는 눈녹든 사라졌다.
이마를 노린 총격. 그 이마 앞에서, 무녀는 쥐고 있지 않았던 것이 확실한 왼손으로 주먹을 쥐고있었다.
천천히, 왼손이 펼쳐져간다.
그 손에서, 원래대로라면 그녀의 뇌수를 관통해야 했을 탄두가 힘을 잃은 채로 허무하게 떨어진다.
「─」
스칼렛 백작은 죽기 직전 입을 열었지만 결국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낙하의 속도를 실은 혼신의 일격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
……이래봬도, 상당히 지쳤어요.
어쩐지 그리운 대사가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 나의 전신에 피로와 탈진감이 스며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원인은 말할 필요도 없다. 씹힌 우반신에 전신전력의 힘을 집중해서, 끝에 낙하 분의 운동 에너지까지 실은 주먹을 박은 탓이다.
출혈이라던가 이미 위험영역이다. 팔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고, 뼈도 아마 금이 갔거나, 부서져 있는 것도 있지 않을까?
파문의 호흡을 유지하고 있으니, 어떻게든 자가 치유력을 높이고 데미지를 최대한 참고 있지만, 원래 회복보다는 전투에 사용하는 능력이니까 이거.
정신적인 면에서도, 집중력을 극한까지 사용했기 때문에 이제 한계.
그렇다기보다 해버렸구나. 나, 드디어 총알을 맨손으로 잡아 버렸어.
총탄은 음속이라던가 넘지 않던가? 지금의 나, 텐구 잡을 수 있는 건가?
이것은 새로운 각성에 자부심을 가져야 할지, 터무니없어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나도 지금 내가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고.
아프고, 나른하다. 어쨌든, 지금의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은 그 뿐이었다.
만신창이기는 해도, 우선 사건을 일단락 시킬 수 있었으니 조금은 힘을 빼도 괜찮겠지.
예의 댄디남은, 내 눈앞에서 죽어 가고 있었다.
「크헉……! ……커흑……킥……」
될 대로 한 파문을 쳐넣어서, 심장을 파괴했다.
이랬는데 살아 있으면, 저 녀석은 흡혈귀가 아니라 궁극 생물이라고 불를 셈이었는데, 다행히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크게 바람구멍이 열려버린 가슴을 중심으로 전신이 녹으면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재로 변한다.
그런데도 재생력이 있는 탓에 빨리 사라지지 않고 가끔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응, 이런 괴로워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 할 만큼 변태는 아니야 나.
그렇지만, 다시 파문을 모아 끝을 내줄 여유도 없다.
리듬이 꼬여가는 호흡을 정돈하면서, 나는 단지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몽롱해지기 시작한 의식 속에서, 겨우 정신을 다잡고 주위를 살폈다.
유카리는……이 쪽도 끝난 것 같다. 다행이다.
그 격렬한 공중전은 끝나고, 밤하늘은 다시 정적을 되찾고 있었다.
지상에 착지한 유카리가, 나의 시선을 깨닫고,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스마일 예뻐요, 치유됩니다.
그토록 많았던 적은 어느새 전부 사라져 있었다. 지면에 쓰러져 있는 것은 움직이지 않는 시체 뿐.
설마, 유카리가 전부 한 건가? 역시 대요괴 진짜 무쌍이네.
중요한 파츄리는……다행이다, 살아있다. 지면에 웅크려서 쿨럭쿨럭 거리고 있기는 해도 일단 살아있어.
아—……그리고, 그 밖에도 레밀리아나 홍마관 패밀리도 신경쓰인다..
플랑은 어때? 이 시대라면 아직 지하에 있는 건가?
……아니 그전에, 도대체 뭘까.
그 만큼 홍마관의 낯선 거주자들이 전부 죽고, 사전에 알고 있었던 캐릭터만 살리다니 이걸로 괜찮은 건가 나.
어쩔 수 없었을 뿐이지 원작 캐릭터만 우선한게 아니라고?
쳇, 어쩐지 평상시에는 생각하지 않는 일들이 자꾸자꾸 떠오른다…….
상처 때문인가? 뇌까지 올라가는 피가 적어서 혈압이 내려가 부정적인 생각만 하기라도 하나?
머릿속이 멍해서, 사고에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다. 그전에 어디까지 폭주하는 거냐 내 사고.
─문득, 시선을 돌려보자 흡혈귀는 완전하게 재가 되어 있었다.
저런걸 봐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이 재가 레밀리아라면 어땠을까? 비슷한 느낌일게 당연하잖아, 같은 첫 대면인 흡혈귀인데.
진짜, 어째서야……이제 슬슬 죽지 않으려나, 나.
「——■■■」
하쿠레이의 무녀가 된 이래, 부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내 이름이 불렸다.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눈으로 그쪽을 돌아보자, 어느새 옆에 유카리가 다가와있다.
「유카…리…」
「 이제 그만 쉬세요.」
아마, 상처 난 채로는 방해되니까 그렇게 말한 것일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듣기로 했다.
이제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잘게요. 잤다 일어나면, 아마 회복하고 있겠죠. 여러 가지.
실이 끊기듯, 몸 위쪽부터 차례차례로 몸이 힘을 잃고, 마지막에 양 다리에 남아있던 힘이 빠진다.
몸이 무너짐과 동시에, 의식이 꺼져가는 것을 묘하게 분명할 정도로 느끼며, 나는 몽롱해지는 오감으로 이쪽으로 달려오는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다.
레밀리아였다.
흡혈귀의 잔재인 재를 손에 들고, 뭐라고 외치고 있다.
잘 들리지 않는다. 안되겠어. 슬슬 기절할 것 같아─.
……뭐? 아버님이라고?
◆
유카리는 쓰러지는 무녀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냈다.
다쳐서 피가 흐르는 몸이 옷에 닿아 옷을 더럽힌다.
대륙의 지배자인 흡혈귀를 맨손으로 소멸시킨 무서운 인간은, 아무 저항도 없이 대요괴의 품에 들어왔다.
─이 요괴의 천적을, 죽인다면 지금 밖에 없다.
뇌리에 떠오른 생각을 자각하고, 유카리는 자조했다.
뭘 이제 와서. 쓰러지는 그녀를 부축했을 때는, 그런건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던 주제에..
「좀 더, 가볍고 가녀린 쪽이 취향이에요.」
기절한 무녀에게, 들리지 않을 농담을 건넨다.
쓰러지기 직전의 그녀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알았다. 의외로 덧없는 여성이란 것을.
상처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이쪽을 응시하던 그녀의 눈은 어딘가 자신을 자조하는 것 같은 약함이 깃들어 있었다.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껴서 손을 뻗을 수 있었다.
품 안에서, 아직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나 자신도 깨닫지 못하게 안도하고, 유카리는 재차 주위의 상황을 확인했다.
침략자와의 결전은, 무사히 환상향의 승리로 끝났다.
전투의 규모는 커지지 않았고, 오늘 밤의 싸움의 자세한 내막은 대대적으로 알려질 걱정도 없다. 완벽 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승리 조건을 채운 것이다.
저택의 담 안쪽에 쓰러져 있는 것은 시체 뿐.
그 밖에, 본래 체격의 반이하로「소멸당한」흡혈귀들이 널려 있었지, 모두 행동 불능에 다 죽어가고 있는 녀석들 뿐이었다.
새벽이 된다면 모두 사라지겠지만, 유카리는 확실히 끝맺기 위해, 그들의 심장 부근에 틈새를 열어 동나무로 만들어진 말뚝을 박았다.
단말마조차 내지 않은 채, 모든 흡혈귀가 재가 되어 소멸했다.
조금 남아있던 늑대인간들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당주가 죽었으니, 이 관에서 도망간 건가.
쫓아가서 죽일 필요는 없다. 그대로 짐승으로서 살아간다면, 이 환상향은 환영한다.
그들이 환상향을 받아들인다면, 환상향 또한 그들을 받아들인다. 가령, 침략자였어도.
그래. 환상향은 상냥하기도 하고 잔혹한 장소이기도 하다.
「자 이제……」
유일하게 생존한 마법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싸움이 종료한 뒤 힘이 다했는지, 지면에 웅크려서 난폭한 호흡을 반복하고 있었다.
유카리는 그 쪽으로 손을 내밀려 했다가 곧바로 생각을 바꿨다.
죽이지 말고 두자.
그 소녀가 포로였던 것은 틀림없다. 싸우는 의지나 투지가 이미 존재하지 않는 이상, 눈엣가시로 여길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도, 이 홍마관의 거주자가 어느 정도 살아남아 주는 것이, 향후에 편해진다.
유카리는 승리자이며, 사후처리를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된다.
정말 세상 살기 힘들다고 한숨을 내뱉으며, 우선은 부상을 입은 무녀를 부축해서 유카리는 오늘 밤의 전장을 떠나기로 했다.
「아버님!?」
돌연,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관으로부터 뛰쳐나온, 새로운 흡혈귀의 기색을 감지하고, 유카리는 한순간에 전투를 준비했다.
아직 생존자가 있었던 건가. 게다가, 혈연의.
유카리는, 스칼렛 백작에게 두 명의 딸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냈다.
조금 귀찮게 됐네, 라고 중얼거리며 당주의 잔재를 향해 달려오는 어린 흡혈귀를 내려본다.
언뜻 봐서, 백작의 혈통을 받은게 확실한 나름 강력한 흡혈귀라는 것을 눈치 챘지만, 적의는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부친이 죽어버렸으니 복수를 생각하는게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이다.
「……어째서」
흡혈귀의 소녀는, 일찍이 양손으로 퍼올린 아버지였던 재가 손가락의 틈새로 빠져나가는 특유의 허무한 감각을 느끼듯이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유카리는 위화감을 느꼈다.
소리에 전혀 슬픔의 감정이 들어있지 않았다.
믿을 수 없다는 어조의 혼잣말은「누가 아버지를 죽인거야?」가 아닌, 더 순수한「어째서 죽은 거야?」같은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유카리는 그 아이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리고, 곧바로 납득했다.
소녀의 가는 목에, 장식품처럼 달린 목걸이─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육친을 잃었다고는 할지언정, 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지배자로서의 카리스마. 괴롭힌 당한 자 특유의 체념의 기운.
즉, 홍마관의 당주는 소문대로 폭군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래, 스스로의 가족에게마저.
「……어째서, 여기까지 와서」
─살해당한거야?
대답할 수 없는 재를 향한 혼잣말은, 마음대로 죽은 것을 꾸짖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소녀는 적이 아니다.
이미 마음이 꺾여 있다.
유카리는, 눈앞의 작은 존재에게서 완전하게 흥미를 잃었다.
다친 무녀의 몸을 양손으로 상냥하게 안아 올려 치료 할 수 있는 장소 까지 옮기기 위해 틈새를 연다.
「——아, 그렇네요.」
떠나기 전에, 문득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소녀를 되돌아본다.
「죽은 당주의 대신으로 이 저택의 당주가 되세요..
거주자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물려받는 건 당신이던, 또 다른 사람이던, 맘대로 하세요.」
듣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흡혈귀 소녀를 향해서, 담담하게 요구만을 고한다.
반응은 기대하지 않았는지, 이내 등을 돌린다.
「다음에, 이후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물으러 올게요」
그렇게 말한, 유카리는 틈새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향후의 사항만이 떠올라, 그 해결 방법을 정리해 나간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 만큼 쌓여있다.
그러나, 우선은 무녀를 치료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머리맡에서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떤 반응을 할까?
오늘 밤은 꽤 일했다. 여러 가지 골머리를 썩힐 일도 많았고, 조금 정신적 피로도 쌓였다.
그러니까 지금은, 이렇게 조금 정도는 마음대로 생각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못된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유카리는 홍마관을 떠났다.
─멸망한 사람과 남겨진 사람. 그들과 그녀들의 인연이나 전투의 화근. 그리고 미래.
싸움의 후에 방치된 것은 많다, 그러나 지금의 유카리에게 있어서 그것들은 자신의 사고를 할애할 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