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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선대록

東方先代録


원작 |

역자 | DanteSparda

므흣한 플랑이, 므흣하게 되는 편.

역자 머리말 : 이번 편은 텐션의 저하에 따라 번역 질이 여기저기서 차이날 수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개정 할 테니 죄송하지만 좀만 참아주시고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5 「홍마향」


  다섯 명 중, 그 광경에 제일 충격을 먹은 것은 마리사였다.

  레이무가 피탄 당했다.

  추락한다.

「레이무!」

  땅바닥 위로 나가떨어진 레이무에게 다가가, 울부짖듯이 호소했다.
  누군가에게 패배해서, 부상을 입은 것도 놀라운데 살해당한다니, 눈곱만큼도 상상 할 수 없었던 광경이,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있었다.
  얼마나 출혈이 심했는지, 온몸이 붉게 보여서 대체 어디에 상처를 입었는지 한눈 못 알아볼 정도였다.
  거기에, 마리사 또한 혼란에 빠져서 레이무의 상처를 냉정하게 판별하지 못하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맥은 뛰고 있어요, 정신을 잃었을 뿐.」

  어느새 마리사의 옆에 앉은 사쿠야가, 마리사를 대신해 냉정하게 레이무의 손목을 잡고, 상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두 명이 있던 위치도, 플랑도르의 옆이 아니라, 거리를 벌리고 있던 파츄리의 근처에 옮겨져 있었다.
  시간정지 능력을 사용해서, 최소한도나마 더 안전한 장소로 두 사람을 옮긴 것이다.

「상처는 다행히 왼팔 뿐. 근육을 당했지만, 뼈까지 상처를 입지는 않았어요.」
「치명상이네……」
「아뇨. 그것보다, 그 정도 높이의 상공에서의 낙하로 인한 경추부상이 위험했어요. 무의식적으로 체공해서 낙하속도를 감속한 것 같네요.」
「그 한 순간에 말이지, 대단한 아이인걸. 역시 그 무녀의 딸이라는 걸까.」

  레이무의 부상을 설명하는 사쿠야의 말에, 파츄리가 강 건너 불구경하는 어조로 감탄사를 내뱉는다.
  사쿠야의 지혈과 함께 파츄리가 치유마법을 영창하는 광경에서 눈을 돌리고, 마리사는 플랑도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레이무의 무사를 확인 했다지만, 그 원흉이 있어서야 안심 따위는 불가능하다.
  다음은 또 어디로 그 분노를 표출할지 모를 광기에 취한 흡혈귀는, 예상 외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자신의 오른손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라—?」
「……플랑」

  혼자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플랑도르에게, 레밀리아가 신중에 신중을 가하며 말을 걸었다.

「어라아~?」
「방으로 돌아가. 알고 있는 거니?  저 여자는……」
「뭔가 이상해~」
「플랑?  듣고 있니?」
「저기, 봐봐.」

  플랑은 그렇게 말하며 조심스레 옆까지 다가온 레밀리아에게 시선을 돌려, 천천히 오른손을 들이대고─

「에?」
「콰~앙」

  움켜쥐었다.

  다음 순간, 레밀리아의 수려한 얼굴이 붉은 안개가 되어 폭산한다.
  목에서 바로 위의 신체가 깔끔하게 날아가버린 레밀리아의 몸이, 흔들흔들하며 비틀거리다, 추락하기 직전 재생한다.
  부서진 두부(頭部)가, 흡혈귀 특유의 불사성에 의해 순식간에 재생된다.

「아하핫, 이번에는 성공했다!  역시 제대로 부숴지는걸!」
「크윽……플랑, 무슨 짓이야!?」

  머리는 완전하게 복원됐으나, 레밀리아의 얼굴은 창백하기 이를데 없었다.
  지금은 단지 파괴당했을 뿐이다. 하지만, 플랑도르의 능력은 물리적인 의미 말고도, 흡혈귀의 재생 능력까지 통째로 육체를 파괴할 수 있다.
  만약 당한다면, 재생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

「응, 아까 전에는 조금 조준 실패~! ─그러니까, 이번엔 제대로 죽일거야.」
「플랑, 그만두라고 했잖니!」

  플랑도르의 시선은 변함없이 레이무를 향해 있었다.
  쓰러진 레이무와 그 주위에서 얼쩡거리는 마리사와 홍마관의 주민들에게 시선을 옮긴 플랑도르의 팔을 레밀리아가 잡아챘다.
  시선을 잡힌 팔에 향한 플랑도르는, 이내 광기에 진하게 물든 시선을 레밀리아에게 향했다.

​「​언​니​…​…​방​해​야​.​」​

  팔을 뿌리치는 정도의 레벨이 아니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손톱을 늘려, 그대로 친언니의 육신을 베기위해 휘두른다.
  레밀리아는 그 일격을 한쪽 팔을 희생해 방어하며, 플랑도르에게 호소했다.

「그만둬, 그 인간을 죽이면 용서하지 않아!」
「어라라, 왜?  어째서? 저기, 언니. 아버님은 살해당한거지?」
「그런 녀석은, 죽어도 쌌어!」
「어라?  어째서?」
「플랑, 그 작자에게 무슨 짓을 당했는지 잊은 거니!?」
「기억하고 있는걸, 아버님한테 무슨 일을 당했는지. 그렇지만, 그래도. 아버님인걸.」
「플랑, 너……」
「아버님인걸, 「가족」인걸!」

  레밀리아는, 플랑의 외침에 무심코 숨을 삼켰다.
  달빛이 반사되어 훤히 들여다보이는 플랑도르의 눈동자는, 너무나도 순수해서, 반대로 광기라는 색채에 물들여진 것으로 보였다.

「「가족」을 살해당하면, 화내야 하는 거지?  언니가 그렇게 가르쳐 줬잖아. 」

  그렇다. 그 말 대로다.

  그야말로 먼 옛날이야기다. 어머니를 잃었을 때의 일을 플랑도르에 이야기해주며, 그 때 가족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었다.
  가족을 상처 입히고 살해당했다면, 화내도 좋다. 화내야 마땅하다.

​「​어​머​니​를​…​…​죽​인​건​,​ 그 남자야!」

  플랑도르의 너무나도 순수하며 번뇌에서 벗어난 물음에 참지 못해서, 레밀리아는 격정을 토해내며 외쳤다.

「그렇지만, 나 어머님에 대한 건 아무것도 몰라.」

  다시, 말을 잃었다.

  어머니는 플랑도르를 낳은 직후 살해당했다. 자신의 여동생은 어머니의 애정은 커녕, 얼굴조차 모르는 것이다.

「어머님을 알고 있는 건, 먼저 태어난 언니 뿐.」
「아…………」
「내가 알고 있는 건, 아버님 밖에 없는걸.」

  플랑도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레밀리아의 가슴을 쑤셨다.
  정체 모를 무언가에 저항하려던 전신의 힘이,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하고 빠져나간다.
  팔을 잡는 악력이 느슨해진 순간, 플랑도르는 주저없이 레밀리아의 얼굴을 때려 날렸다.
  그대로 날아가는 몸을 향해, 수십, 수백의 마력탄을 연달아 때려 박는다.
  탄막놀이를 위한 멋이나 양을 중시한 것이 아닌, 힘을 응축해 살상력을 향상시킨 탄막이, 레밀리아의 몸을 찢어발긴다.

「언니가 내게 가르쳐줬지?  뭐든지 알고 있는 언니가!」

  광기의 미소가 어느새 분노의 감정이 뒤섞인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변해있었다. 잔뜩 오무린 입가가, 억지웃음을 짓는 것처럼 비뚤어져있다.
  마치 친언니를 진심으로 원망하는 듯 강력한 맹공이 레밀리아를 덮친다.
  폭발과 함께 피물보라와 육신이 공중에서 휘날리고, 재생되는 신체를 새로운 공격이 다시한번 파괴한다.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그러나,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레밀리아의 몸을 찢어발겨도, 플랑도르의 분노는 전혀 가라앉지 않는다.

「……레밀리아는, 어째서 반격하지 않는 거야?」

  사투를 멀찍이서 바라보던 마리사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레이무의 치유에 정신을 쏟아 붇고 있던, 파츄리가 대답했다.

「반격하지 않는 게 아냐. 할 수 없는 거지.」
「플랑도르의 능력 때문에?」
「확실히, 그 아이의 능력은 파괴에 특화되어 있어. 그 능력은 절대적으로 방어가 불가능.  그렇지만, 반격 할 수 없는 이유는, 레미 개인의 사정이야. 여동생인 플랑에게, 빛을 지고 있으니까」

  자신이 죽기 일보직전인데도 저항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빚인거야?

  마리사는 시선으로 그렇게 물었다.
  그 눈빛에 담긴 뜻을 알아본 것인지 한숨이 되돌아왔다. 기가 막혀서 그런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한탄하는 음색으로, 파츄리는 설명했다.

「그 아이는 아버지에게 학대받고 있었다는건 알고있지?
  레미는 그 반대. 플랑이 학대받고 있을 때, 언니인 레미는 학대는 커녕, 스칼렛가의 장녀로서 최고의 보호와 교육을 받고 있었어.」
「……뭐라고?」
「차별이야, 그 작자는 일부러. 학대받는 여동생의 앞에서, 언니를 우대했어.
  그 이외의 일은, 레미에게 강요하지 않았어. 학대받는 여동생을 언니가 돕거나 위로하려고 하는 일도 말리지 않았어. 단지, 바라보고 즐기고 있었을 뿐.」

  담담한 어조로 설명하며, 파츄리는 무의식적으로 스스로의 목젖 부근을 쓰다듬고 있었다.
  찝찝하고 불쾌한 감각이 과거의 기억과 함께 되살아난다.
  이미 재가 되어 사라진 그 남자의 저주가, 아직도 이 홍마관을 뒤덮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아니, 착각 따위가 아니다.

「부모의 자격이 없는 그 남자 대신, 레미는 플랑에게 몇 번이나 대화를 시도해 봤던 것 같아. 자기애도 도덕도 가르쳤다고 했어.
  그렇지만, 그게 쉽게쉽게 받아들여질 리 없지. 언니는 아버지에게 상냥하게 대해지고 자신은 모르는 모친마저 알고 있어. 그런 상황을, 그 남자는 일부러 만들어 놓은거야.」
「썩어빠진 자식……!」
「확실히 그 말 대로. 결국 그 남자는 대가를 치렀어. 그렇지만, 지금 와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
  레미는, 플랑에게 반격 할 수 없어. 플랑에게 씻을 수 없는 죄악감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플랑도, 더 이상 유일한 육친인 레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

  파츄리는 안타깝다는 어조로 힘 없이 고개를 젓고, 마리사는 피가 배일 정도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침묵하고 있는 두 명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사쿠야가 일어섰다.

「사쿠야, 가는 거지?」
「……저는, 모든 것이 끝난 후에 홍마관에 주워진 몸입니다.
  사정은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 몸은 레밀리아 아가씨에게 바친 것. 과거나 미래와는 관계없이, 그 분을 지키기 위한 검입니다.」

  충의가 담긴 눈으로 작게 미소 지은 사쿠야는, 레밀리아와 플랑도르의 전장으로 돌입하기 위해 날아올랐다.  

「나는……어떻게 해야 돼?」

  너무나도 필사적인 목소리로 묻는 마리사에게, 파츄리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너와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야, 라고. 원래는 그렇게 단언해야 한다. 인간인 그녀에게는, 이 홍마관은 이미 사지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 한마디를 고하는 것은 파츄리에겐 불가능했다.
  마리사처럼, 파츄리 자신도 이 상황이 진심으로 반갑지 않았다.
  너무나도 슬픈 목소리로, 답이 없는 언쟁을 이어나가는 자매를 말려줄 누군가를 기대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우선, 팔의 치료를 끝내줄 수 있어?」

  고뇌하는 두 명의 사이로, 제삼자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레이무!  괜찮아?」
「머리가 어지러워.」

  마리사의 품 안에서 눈을 뜬 레이무는, 자신의 한쪽 팔의 상태를 무시한 채, 얼굴을 찡그리고는 투덜댔다.

「그게 아니잖아!?  그 왼팔 근육이 보인다고? 아프지 않아?」
「아프지 않을 리 없잖아. 터무니없을 만큼 아파.」
「당연하잖아, 보고 있기만 해도 이쪽이 아파질 지경인데.」
「그렇지만, 가족 중에 훨씬 더 아플 것 같아 보이던 사람을 몇 번이나 봐왔으니까.」

  평상시와 똑같은 어조로 얼버무리려고 한 것 같지만, 레이무의 이마에는 비지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으며 두 눈은 충혈 되어 있었다.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격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것을, 비명이 튀어나오기 직전 이를 악물고 삼키며 버티고 있다.

「과연, 어머니의 무뚝뚝한 얼굴은 이렇게 만들어진 거구나.」

  고통을 피하기 위한 현실도피라고 생각할 만큼 뜬금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레이무의 말에 끄덕이고 있었다.
  무뚝뚝하다고나 할까 늠름하다고나 할까. 기왕 미인인거 더 웃고 다니면 좋을텐데. 아니, 그건 레이무도 같구나.
  현재 상황에 아무 의미도 없는 잡념을 떨치며, 마리사는 자신이 아직도 혼란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자각했다.
  상반신을 일으킨 레이무를, 파츄리는 냉정하게 관조(觀照)한다.

「팔을 치료해서, 어쩌려는 거야?  플랑과 싸울 생각?」
「저 녀석이 능력으로 나를 죽일 수 없었던 건, 조준이 빗나갔기 때문이 아냐. 내겐 그러한 능력과 기술이 있어.」

  방어를 무시하는 파괴 능력. 그 능력의 발동 순간 죽음을 예감한 레이무가 펼친 결계가, 피해를 팔 한 개로 끝나게 했던 것이다.

「그 능력을, 나라면 무효화할 수 있어. 그걸 완전히 발휘하기 위해선, 양팔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놔야 돼.」
「양팔을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건데?」
「보름달 아래의 흡혈귀를 죽이려면 , 한쪽 팔로는 힘들어.」

  눈을 날카롭게 치켜뜬 파츄리의 시선을, 냉철하고도 곧은 시선으로 마주보며, 레이무는 단 한순간의 주저도 없이 답했다.
  환상향을 위협하는 존재는 배제한다. 그것이 환상향의 관리자인 하쿠레이의 무녀의 책무.

  미혹 같은 건 없었다.

「플랑을, 죽일 생각이구나.」
「어이, 레이무. 저 녀석은……」
「그래 알고 있어, 뭔가 사정이 있다는거지?」

  레이무는 불만담긴 어조로 말하는 마리사의 말을, 가차 없이 끊었다.

「요괴의 생명은, 인간보다 훨씬 긴 하나의 밧줄 같은 거야.
  비틀리고, 얽혀버리면, 푸는 건 어려워. 시간이 지날수록 매듭은 단단해져가. 천천히, 얽힌걸 풀어갈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두 사람의 눈을 차례로 노려본다.

「타인인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방법은, 얽힌 부분부터 잘라 버리는 거야.」

  그렇게 말을 끝낸 레이무의 얼굴은, 평상시의 그녀를 아는 마리사에겐 너무나도 무섭고 오싹하게 보였다.
  자신에게 부과된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신이든 귀신이든 베어버릴 무정한 무녀가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레이무는 입을 다문 채, 파츄리를 조용히 응시했다.
  자신의 생각은 말했다. 멈추고 싶다면, 치료를 멈추면 된다.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면, 레이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다르다. 상처를 입은 채 플랑도르에 게 도전해서, 분명 어느 한쪽은 죽는다.

  파츄리는, 눈앞까지 떠밀려온 두 선택 중 그 어느 것도 고르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최선의 선택은 뭘까?

  고독한 플랑도르의 마음에 말을 걸기 위해한 ​이​로​정​연​(​理​路​整​然​)​ 한 말이 떠올랐지만, 그런 것은 단순한 문자와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녀의 상처입은 마음에 발을 디디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가령, 그것이 마음의 상처를 열어제껴, 상처를 넓히는 행위가 된다고 해도.
  그렇지만, 지금 여기에는 그 「누군가」가 없다.
  타인의 마음에 발을 디딜 수 있는「권리」같은 것이 만약 존재한다면, 그것을 누구보다도 필수적으로 가져야할 부모님은 죽었으며, 유일하게 남은 친언니는 죄악감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레밀리아는 플랑도르에게 자신의 마음을 호소한다는 행위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플랑도르에게 상처 입는 것을 자신에게의 벌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그 누구도 없다. 지금의 플랑도르의 곁에는, 정말로 그 누구도 없는 것이다.

  레이무의 선택은, 오히려 지금 제일 올바른 선택이 아닐까─ 자신의 이성이 그렇게 속삭이는 것을 느끼며, 파츄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플랑의 마음을 열고 들어가줄 누군가 있다면…….

「내가 가겠어」

  이번엔 두 명의 시선이, 마리사에게 집중됐다.

「어디에?  뭐하러?」
「플랑도르에게, 시간 벌러.」

  레이무의 감정이 담기지 않은 시리도록 차가운 시선을 쬐면서도, 마리사는 웃었다.

「어느 쪽이 됐건 레이무의 팔은 빨리 낫지는 않는 거지?
  레밀리아를 감싸면서 싸우고 있는 사쿠야로선,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시간 벌기 정도는, 인간인 나라도 할 수 있다구.」
「갖고 놀아지는 걸로, 끝날 뿐이야」
「그걸로 좋아. 아이는 즐겁게 놀면 돼. 그러니까 시간 지나는 것도 잊을 정도로 신나게 놀아 주고 오겠어.」

  마리사의 미소는, 스스로는 깨닫지 못했겠지만 점점 오그라들고 있었다.
  공포심에 마음에 주저 앉기 전에, 마리사는 등을 돌려 흡혈귀들의 전장으로 뛰쳐나갔다.
  파츄리는 무심코 그 등을 불러 세우려 했지만, 결국 입술을 되씹으며, 크게 쉼호흡을 한 뒤 레이무의 치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급하게 하지 않아도 돼.」

  레이무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이, 이유 모를 초조감을 약간이나마 품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사쿠야의 결사의 원호나 외침에도 반응하지 않은 채, 레밀리아는 침묵한 채로 플랑도르의 표적이 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던 그것은 그저 변명 밖에 되지 않는다. 저항한다면 그것이 여동생의 또 다른 상처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끝없이 언니에게 분노를 부딪치고 부딪치던 플랑도르는, 오히려 시간이 지나갈수록 격렬하게 맹공을 이으며, 광기에 잠식된 얼굴에서는 미소가 이미 사라져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무의식중에 상처 입히고 받으며, 다투고 있었다.

「아아아아아──!  귀찮아!!!」

  팔뚝으로 은제 나이프를 막은 플랑도르는, 다른 한쪽의 손으로 머리를 박박 긁었다.
  복잡하게 얽힌 자매의 심경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격렬함을 늘리는 전장 속에서 사쿠야는 단지 혼자서 미혹을 드러내지 않고, 냉정하고 적확하게 공격을 회피하고 있었다.
  난무하는 마력탄이나 공격들을, 시간정지 능력을 사용해 회피한다.
  보름달의 가호를 받는 흡혈귀에게 결정적인 공격 수단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레밀리아를 지키며 상황을 계속 대치시키고 있었다.

「이제 그만 사라져버려!!!」

  짜증이 끝에 달한 플랑도르가 아우성친다.
  냉정함을 잃은 상대만큼 다루기 쉬운 것은 없다고 사쿠야는 판단하고 있었지만, 그 기준은 인간이었다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플랑도르의 손에서 불길이 솟아올라, 거대한 검의 형태를 만들며 곧게 자라났다.

  그것을 힘차게 휘두른다.

  주위가 말려들어가는 공격에 대비하며, 사쿠야는 냉정하게 시간을 정지시키고, 휘말려 들어갈 법한 위치에 있는 레밀리아를 안아 플랑도르의 사각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능력을 해제하는 순간, 굉장한 격통과 열기가 몸으로 침투했다.

「무슨……!?」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목과 폐가 타오른다.
  플랑도르의 불길의 검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열로 주위의 공기를 뜨겁게 작열시키고 있었다. 인간을 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사쿠야는 폐로 넣어 버린 것이다.
  두 번째의 호흡을 할 수 없다. 두 눈이 아프다. 한순간에 의식이 몽롱해지는 감각을 느끼며, 사쿠야는 추락했다.

「사쿠야, 정신차려! 사쿠야!」

  낙하하기 직전 레밀리아가 사쿠야를 품에 껴안아서 추락을 저지했지만, 그 품 안에서 사쿠야는 기절하고 있었다.
  플랑도르가 불길의 검을 휘두르려 하는 것이 보였다.
  비록 자신이 공격을 견딜 수 있다한들 인간인 사쿠야는 자칫 잘못하면 죽어 버린다.
  레밀리아의 마음에 최초로 공격에 대한 공포와, 사쿠야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이성이 강한 저항감을 불러일으켜 마침내 몸에 자극을 주었다.
  스스로의 마력으로 창을 만들어,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플랑도르에게 쏘아내려던 순간, 측면에서 별모양을 닮은 무수한 탄막이 두 명의 사이를 지나쳐갔다.

「……우와아」

  가지각색의 별이 흘러가는 광경을 보고, 플랑도르의 눈에서 단 한순간 광기가 사라지고, 순수하고 맑은 어린아이 특유의 감탄사가 새어나온다.
  자신의 주변에 발사한 탄막의 잔재를 휘감고, 마리사가 재빨리 두 명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지금의 별은 네가 한거야?  무지 예뻐~」
「칭찬 받아서 영광이야, 아가씨. 나와 놀아 준다면, 더 보여 줄 수 있다구?」
「놀아?  인간은 너무 약한걸. 어떻게 놀면 되는 거야?」
「가르쳐 줄게. 오늘 막 물살을 타기 시작한, 유행의 최첨단을 가는 놀이라구!」

  마리사가 보란듯이 자신의 눈 앞에 스펠카드를 내밀며 탄막을 발사한다.
  다채로운 모양과 색상을 가진 탄막은, 살상력 자체는 미소했지만, 압도적인 물량으로 플랑도르를 감싸 간다.

「우와, 예쁘다~」

  피탄 당하면서도 기뻐하며 전신으로 탄막을 맞고있는 플랑도르가, 스펠카드・룰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했다.

  하지만, 주의는 끌 수 있었던 것 같다.

  마리사는 마음속으로 예상대로 일이 풀려가는 것을 보며 쓰게 웃고는, 그와 동시에 내가 도대체 무슨짓을 하고 있는지를 되새기며 후회스런 감정을 담아 울었다.
  식인요괴 앞에서, 나팔을 불며 관심을 끌고 있는 기분이었다.

「으-응, 이렇게 하는 걸까나?」

  흥을 타기 시작한 플랑도르가, 마리사를 흉내내듯 탄막을 만들어서 내뿜는다.
  그 탄막은 아름다움이나 규칙성을 배제하고 단순히 살상력 만에 특화된 물량 공세에 지나지 않았다.
  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세례를, 마리사는 필사적으로 회피하며 비행한다.

「젠장, 세계의 요소를 능숙하게 운용하면 이길 수 있다면서! 말이 틀리잖아!?」

  방대한 마력량에 모든 것을 맡긴 힘 밀기 위주의 탄막에 욕설이 절로 나왔다.
  기적과 같은 회피를 이어가던 마리사는, 그것이 주사위를 굴려 같은 눈을 계속 나오게 하는 레벨의 행운에 지나지 않는다고 자각하고, 정면 대결 이외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저기 플랑! 게임 종목을 변경하지 않을래!?  저택 안에서 체스라도 하자구!」
「아하하하, 그런건 언니나 좋아하는 놀이인걸!  나, 그런 건 싫어!」
「내 이야기를 들어!  나는, 너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구!」
「나도야. 나도,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

  생과 사의 경계를 왕복하던 중, 마리사는 간신히 플랑도르에게 시선을 돌릴 수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런데, 시야에 비치는 플랑도르의 얼굴은 가면과 바꿔쓴 것 같이 표정이 뒤바뀌어 있었다.

「그렇지만……」

  바로 조금 전까지 천진난만한 아이를 상대로 놀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세상의 모든 것에 절망한 것 같은 얼굴의 망자(亡者)가 그곳에 있었다.

「누구도, 나를 보고 이야기해 주지 않는걸!」

  절규와 함께, 플랑도르에게서 살기가 담긴 무수한 탄막이 넘쳐흐르듯 발사됐다.
  몸을 피할 수 있는 얼마 안되는 틈새조차 없었다. 단지 압도적인 힘을 가진 죽음의 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마스터 스파크!」

  회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마리사는 미니 팔괘로를 겨누고, 발사했다.
  직선 궤도로, 광범위하게 발사된 극대의 마력포가 플랑도르의 탄막을 삼켰다.
  그러나, 표적을 관통하고 파괴하기 위해 고밀도로 생성된 살상용 탄막은, 그 마력의 파도에도 지워지지 않고 마리사를 향해 쇄도한다.

  ─반칙이잖아 저거!?

  마리사는 욕설조차 말하지 못한 채, 말없이 죽음에 삼켜지려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지상에서 눈부신 빛이 솟아올라, 굉음과 함께 거대한 해일과 같이 플랑도르의 탄막을 싸그리 지워버렸다.

「뭐, 라고!?」

  자신의 마스터 스파크와 닮은 강대한 힘의 분류가 지나가는 것을 본 마리사는 혼란에 빠졌다.
  자신이 구사일생 한 것이나, 자신에게 아군이 나타난 것 이상으로 놀란 점은, 그 빛의 해일이 완전히 미지의 일격이었다는 점이다.
  마력도 영력도 아니다. 마스터 스파크 이상의, 단지 방대한 에너지라고 밖에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공격이 행해진 지상의 일점에 집중된다.

  그 장소에 있던 것은, 단 한 명의 인간이었다.

「레이무의, 어머니……?」

  마리사는 망연하게, 양손을 상하 거꾸로 붙이고 앞으로 쭉 내밀고 있는 기묘한 자세(역자 : 한마디로 에네르기 파 자세)를 취하고있는 선대무녀를 응시했다.

  놀라움과 동시에, 납득이 가버렸다.

  이 혼란이 뒤섞여, 격화되는 전장 속에서 난입할만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의 적격자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조금 전의 공격을 쏘아냈다고 생각되는 자세를 풀고, 그녀가 곧은 눈빛으로 응시하는 곳에는, 똑같은 눈빛으로 지상을 내려다보는 플랑도르가 있었다.

「……넌」

  플랑도르의 얼굴이 비뚤어진다. 미소를 지으면서도 분노로 물들여진 눈동자. 그것들이 서로 뒤섞인 광기의 표정으로.

「찾았다.」

  오른팔을, 천천히 선대무녀에게 향한다.

「드디어 찾았다.」

  레밀리아가 그것을 응시한다.
  경고를 말하려고 했지만, 선대무녀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목을 막히게 한다.

「너를 부수면, 무언가 바뀔 거야. 반드시. 아마. 절대로」

  근거 없는 확신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며 오른손을 펼친다.
  그 움직임을 보고, 선대무녀는 느긋한 동작으로 두 손을 모아 합장했다.
  그 움직임에 포함되어있는 의도를,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다.

「꾸~욱」

  방어도 회피도 불가능한 파괴의 손, 그녀의 생명을 움켜쥔다.
  능력이, 발동된다.

  그 순간.

「콰─앗!!?」

  충격.

  폭음과 함께, 플랑도르는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뒤늦게,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전원이 경악했다.
  땅이 흔들리고 모래먼지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간신히 선대무녀의 공격이 먼저 선공을 가해서 행해진 것이라 이해했다.

「……지금, 뭘 한 거지?」

  멍한 얼굴로 중얼거린 마리사의 의문이, 플랑도르를 포함한 전원의 심경을 대변하고 있었다.
  단지 한 사람. 그 상황을 일으킨 선대무녀 본인만은, 그대로 변함없이, 합장한 채 멈춰 서있었다.
  운석이 떨어진 것 같은 크레이터 자국의 중심에서, 플랑도르가 일어섰다.

「크읏……!」

  그 느릿느릿한 행동은 여유로움 때문이 아니라, 그 반대로 혼란과 동요에 지배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온몸에서 피어오르던 광기는, 미지에의 경악이라는 감저에 비틀려 있었다.

「……너, 뭐야!」

  다시 오른팔을 들어 올린다.
  이번에는 다른 무언가를 느낄 여유 따위는 가지지 못했다. 단지 눈앞의 적을 파괴하는 것에 있을 수 없을 만큼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플랑도르의 격렬한 살의를 비웃는 것 같이, 다시 한 번 충격이 그녀를 덮쳤다.

  그 누구도 공격을 알아챌 수 없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속도로, 무언가에 맞고 날아간 것 같은 굉음이 울린 뒤, 플랑도르가 쓰러져있던 광경을 본 후에야, 간신히 인식 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홍마관의 벽에 격돌해서, 와르르 쏟아지는 기와조각과 돌에 매장 당했다.

  한편, 그 누구도 지각하지 못한 공격의 뒤, 선대무녀는 어느새 합장하고 있던 오른손을 앞으로 내뻗고 있었다.
  그 일련의 움직임이, 플랑도르를 덮친 공격과 관계가 있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그 뿐이다.
  선대가 「정신 차리고 보니」공격하고 있었고, 플랑도르가 「정신 차리고 보니」그 공격에 직격당해서 나가 떨어져 있다.

  그 누구도, 눈앞의 현상을 따라 잡을 수 없었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파츄리가 이마에 땀을 맺고, 자그마한 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녀의─ 선대무녀의 공격은, 플랑도 알아챌 수 없는 속도로 , 플랑보다 먼저 선공을 가해. 능력이 발동하기 전에 끼어들어 멈춰버린 거야.」

  확실히 필승법이다, 라고. 그것을 듣고 있던 모두가 전율했다.
  다시 선대가 전혀 실체를 알 수 없는 「공격태세」로 돌아옴과 동시에, 기와조각과 돌무더기 속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튀어 나왔다.

하나.
  둘.
  셋.
  넷.

  사람의 그림자가 증가한다.

「위험해, 플랑도르가 분신을 사용했어!」

  레밀리아는 무심코 외쳤다.
  네 명으로 분신한 플랑도르는, 그 모두가 환영 같은 애매한 것이 아니고, 확실한 실체를 가지고 있었다.
  강대한 힘을 품은 채, 네 명의 동일한 능력을 가진 흡혈귀는 눈 깜짝할 순간에 산개해 선대무녀를 둘러쌌다.

「아하하하, 이번에야말로 망가져 버려!」

  넷의 광기가 서로 공명해 불협화음이 된다.
  온갖 것을 파괴하는 능력을 품은 오른손이 4개. 피할 수 없는 위치에서 동시에 쥐여진다.
  그것을 보고 있던 모두가, 궁지에 몰려 각각의 판단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하려 한다.

  그렇지만, 역시─ 그 누구보다도 먼저 움직인 것은 선대무녀의 손이었다.

  기도하는 것처럼 합장한 뒤, 오른 주먹을 지른다.
  단지 그 뿐인 동작을 극한까지 자연스럽게, 낭비 없이, 소리 없이, 그리고 빠르게 실행한다.
  그 일련의 동작에 뒤이어, 그녀의 전신에 휘감긴 힘도 올바른 동작으로 흘러들어가, 직후 작렬한다.

  다른 자들이 파악할 수 있던 것은, 마지막에 일어난 결과 밖에 없었다.

  네 명의 플랑도르가, 바로 위에 덮쳐온 충격에 거의 동시에 땅에 쳐 박힌다.

「……어?」
「진짜냐……」

  그 모든 것을 주시하고 있던 레밀리아와 마리사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어느 정도 냉정함을 찾은 레이무와 파츄리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들이 본 것은, 역시 플랑도르가 땅에 쳐 박히던 순간뿐이었다.
  그리고, 그 전원이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단 한순간 그 시야에 보인 것을 착각이라고 느껴 버린 것이다.

  공격이 나가는 순간, 선대무녀의 등 뒤에 네 개의 팔을 휘두르는 거대한 관음상이 보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이 레이무.」

  네 명에서 한 명으로 돌아와서, 위를 향해 쓰러진 채,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는 플랑도르를 지긋이 응시한 후, 마리사는 레이무 곁으로 돌아왔다.

「네가 말했던, 저 녀석의 능력을 무효화 할 수 있는 기술이란거, 설마……」
「그럴 리 없잖아」

  선대무녀에게 떨리는 손가락을 향하며 자신까지 괴물 보듯 하는 마리사를 레이무가 기가 막힌다는 것처럼 부정했다.
  물론, 기가 막힌 것은 마리사를 향한게 아닌, 그만큼 터무니없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것이었다.

「그건 나도 처음 봤어」
「그거 말고 또 볼게 남았다는거냐……」

  어느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왼팔의 상태를 확인한다. 이미 그 팔을 휘두를 기회는 없어졌지만.
  싸움은 끝났다.
  그러나,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도 알 수 없는, 아마 공격의 자세일 합장을 푼 선대무녀는, 쓰러진 플랑도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레이무가 그것을 쫒듯이 뒤를 따른다. 이 상황의 해결을 선대무녀에게 맡길 셈인가, 혹은 자신의 판단을 확정짓기 위한 것인가.

  마리사와 파츄리가 얼굴을 마주보며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이번 이변의 폭주 원흉인 플랑도르의 곁으로, 모두가 집결하고 있었다.







  홍마관에 도착해보니, 우리 딸과 그 친구들이 서로 죽일 기세로 싸우고 있었습니다.
  어, 혹시 나 때문?  이거 나 때문이야?  책임질 수밖에 없는 거야?
  홍마관의 하늘 위에서는 플랑─아니, 역시 서로 본적도 없으면서 별명부터 부르면 ​안​되​려​나​─​플​랑​도​르​와​ 그 이외의 전원이 전투 중이었다.
  마리사가 탄막을 뿌리며 플랑도르와 싸우고, 기절한 사쿠야를 껴안은 레밀리아가 무서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멀리 떨어진 지상에서는 다친 레이무와 그것을 치료하는 파츄리가 있었다.  

  레이무의 상처를 본 순간엔 정말로 간이 떨어질 뻔 했다. 다행히, 대사는 외치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 모든 피해의 원흉인 플랑도르는, “최고로 High하다!!“ 라는 느낌으로 마구 날뛰고 있었다.
  아니 플랑, 그건 탄막놀이가 아니잖니. 이미 단순한 제압 사격 아냐?

  이 무슨 아수라장.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전투에 내가 과거에 저질렀던 일이 원인이라는 것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우선 두 명을 말린 다음 점핑 큰절부터 시작할까!

  그런 느낌으로 힘차게 달리나가려고 했을 때, 플랑도르가 절규와 함께 더욱더 흉악한 탄막을 흩뿌렸다.

「아무도, 나를 보고 이야기해 주지 않는걸!」

  그 비통한 절규가, 뜬금없이 나의 가슴을 후벼 팠다.
  ……어째서 어린애가 저런 표정을 짓는거야?
  약간 혼란에 빠져있던 머리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그러나, 느긋하게 생각에 빠질 틈은 없다. 흩뿌려진 탄막은 마스터 스파크마저 관통해, 죽음의 비가 되어 마리사를 덮친다.

  분명 차가워졌을 머리가 다시 한 번 혼란에 빠졌다.

  폭탄무효에 잔기 상관없이 일격사라던가 반칙 아냐!?

  마리사를 흔적도 없이 소멸시키기 위해 속도를 높히는 탄막을 향해, 나는 당황해서 내 공격을 쏘아냈다.
  위 아래로 붙여서 앞으로 내민 양손에서, 마스터 스파크와 닮은 빛의 분류가 방출되어 마리사를 덮치던 탄막의 측면에서 단번에 휩쓸었다.

  서, ​성​공​했​다​…​…​위​험​했​어​~​.​

  무심코 비장의 카드 중 하나를 사용해 버렸다. 이 기술, 실전에서 써본 건 처음인걸.
  뭐, 자세만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기술의 원본은 그거다 그거.
  압축한 힘을 한숨에 해방해서 발사하는 고화력, 광범위의 원거리 공격. 마스터 스파크도 포함해서 비스무리한 기술이 많은데다, 원본의 기술명은 송구스러워서 자칭할 수 없으니까, 나는 편의상「하쿠레이 파」라고 부르고 있다.

  ……아니, 쪽팔려서 기술명을 크게 외친 적은 없으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거기에 이 기술은 확실히 강하지만, 체력을 소모하는 효율이 은근히 안 좋은데다 파괴력이 너무 엄청나서 탄막에 쓰기에는 무지 위험하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딱히 써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비장의 카드 인 것은 변함없다. 왜냐면, 로망있잖아, 이 기술. 소년만화 애독자의 꿈이기도 하고.

「드디어 찾았다.」

  그 공격 뒤,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몰라 플랑도르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역시 나를 보고는 우호적인 감정 따위는 눈곱만치도 없는 미소를 띄웠다.
  응, 기뻐 보이는 미소지만, 어딜 봐도 사냥감을 찾아낸 맹수가 지을 것 같은 미소구나.

「너를 부수면, 뭔가가 바뀔 거야. 반드시. 아마. 절대로」

  역시 아버지를 살해당해서 원망하고 있는 걸까, 라고 생각하던 나는, 그 말을 듣고 의문을 안았다.
  뭐지?  나를 죽이고 싶다는 느낌은 나지만, 부모의 복수에 불타오르는 느낌은 아니다.
  그것보다도, 그 목소리에는 패기 대신, 무언가에 쫒기는 것 같은 체념이 느껴졌다.

  이건, 내 죄책감에 의한 제멋대로의 착각인걸까?

  모르겠다.
  모르겠어, 하지만……미안해, 플랑도르. 나는 네게 죽어줄 수는 없어.

  결판은 낸다. 대가도 사후, 확실히 치른다. 분명, 이 세계에는 염라대왕님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의 난 아직, 레이무의 어머니인걸.

  죽을 수는 없어!

「꾸~욱」

  플랑도르의 오른팔이 내게 겨눠진다.
  그녀가 가진「온갖 것을 파괴하는 정도의 능력」은 일단 당하면, 방어 불능에 회피도 불가능한 치트스러운 능력이다.

  그렇게 되면, 내게 죽음을 피할 방법은 없다.

  그러니까, 여기서 또 다른 비장의 카드를 사용한다.

  그대로 멈춰서서, 두 손을 가슴의 앞에 천천히 모아 합장한다.

「콰─앗!!?」

  플랑도르의 목소리가 내가 내뻗은 일격에 삼켜져 사라진다.
  수련 외길 수십 년. 매일같이 하고 또 한 감사의 정권지르기 만 번의 수련이 결실을 본 끝에 완성한 것이, 이 불가시의 일격이었다.
  메이링 때도 그랬지만, 요컨대, 인간이 요괴를 확실하게 쓰러뜨릴 수 있는 방법은「움직이기 전에 쓰러뜨린다.」라는 선수 필승의 방법 뿐이다.

  흡혈귀를 죽이려면 , 관 속에서 자고 있을 틈에 심장에 말뚝을 박는 것이 제일 확실한 방법인 것처럼. 수많은 능력을 가진 강력한 요괴 상대로는, 어떻게든 상대의 수단을 없앤 채 공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 수단이, 이것.

  네테로 회장의 수련 방법으로 얻은, 극한까지 단련한 동작의 속도로 흐름에 힘을 싣고 패버리는, 상대에게 감지도 예측도 허용하지 않는 공격.
  지금까지, 실전에서 제일 많은 공을 세운 기술이다.
  덧붙여서, 이 점을 잊고 대요괴와 정면으로 투닥투닥거리면, 흡혈귀 이변 때의 나처럼 되어 버리므로 주의.

  아니, 그 때는 그 자리의 분위기나 텐션이 High해 져서 무심코……데헷?

  그런 식으로, 다양하게 필요 없는 것들도 생각해버렸지만, 이미「몸에 새겨졌다」라는 말 외에는 표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연달아 내뻗어지는 나의 공격은, 플랑도르에게서 모든 선공을 빼앗고 있었다.
  죽일 생각은 없지만, 위력을 제어하는 것도 어려운 기술이라, 홍마관의 벽에 박혀버렸다.
  그 때, 이번에는 플랑도르가 네 명으로 분신했다. 원작에서 나오는 예의 스펠카드가 되는 기술이다.

  과연, 이것으로 표적은 네 개로 증가했다.

  네 명을 동시에 쓰러뜨리지 않는 이상 넷 중 하나의 능력은 반드시 발동되고, 나는 즉사한다는 거군요. 불합리해, 그거 진짜로 불합리하다고.


  ─그러니까, 네 명 전부 동시에 쓰러뜨린다.


  힘껏 내려찍은 오른팔에서 뿜어진 네 개의 충격파가 플랑도르들을 내려찍는다.
  자 이제 끝.
  아무리 흡혈귀라도 당분간은 못 움직일 것이다.

  지금의 기술은 당연히 ​회​장​의​「​백​식​관​음​」​이​지​만​,​ 실은 끝에 「흉내」가 붙는다.
  왜냐하면, 나는 회장같이 천수관음상을 구현화 시킬 수 없으니까. 그건 정말로 구현화 된 불상이 직접 패는 거다.

  그 세계의「넨」은, 단순하게 인체에서 나오는 에너지라기보다는, 어떤 종류의「법칙」같은 거다.
  그러니까, 당연히 수련으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 비슷하게「파문」을 사용할 수 ​있​는​데​도​「​유​파​문​(​스​탠​드​)​」​을​ 사용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애시당초, 나는 내가 쓰는「힘」이 뭔지, 사실 그다지 이해하지 못했다.

  유카리가 하쿠레이의 무녀로서의 수행을 봐 줄 때는, 그걸「영력」이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아까 전처럼 멀리 떨어진 적을 패버릴 때의 ​충​격​파​라​던​가​,​「​하​쿠​레​이​ 파」를 사용할 때 방출되는 포격이라던가, 뭔가 다른 종류의 힘 같다.
「파문」정말로 또 다른 종류의 인체 에너지고.

  뭐—, 나로선「육체의 연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힘」이라고만 알 수 있다면, 부르는 법이나 파악하는 법은 그다지 아무래도 좋다.
  마력이던 영력이던 스트레칭 파워(역자 : 일본의 스트레칭 맨 하이퍼 라는 방송에서 나오는 특수한 힘. 일본 위키 참조.)던, 사용할 수 있다면 뭐든지 좋습니다.

  만화마다 부르는 법이 다를 뿐이지, 대부분 서로 같은 거고.
  어쨌든, 더 이상 문제가 커지기 전에 전투를 끝낸 나는, 다시 한 번 플랑도르와 이야기를 시도해 보기 위해, 그 아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우선 진심을 확인해야 한다.
  나를 원망하고 있니?  나를 어떻게 하고 싶은 거니?  앞으로, 어떻게 할거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있을 지도 모른다.
  어찌됐던, 그리 손쉽게 풀릴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말이지. 잠시 두통이 생기는 것을 참고 다가가기 직전, 갑자기 옆에서 레밀리아가 끼어들었다.

  결연한 표정 속으로, 얼마 안되는 두려움이 뒤섞인 시선을 이쪽에 향한 채, 쓰러진 플랑도르를 감싸듯이 마주선다.
  ……어, 어째서 그렇게 반응하는 거야? 아프다, 마음속이 아프다고.

「선대무녀─. 당신과는 그다지 원만한 관계가 아니지만, 당신에게 도움 받은건 사실이야. 감사하고 있어.」

  그런 말을 들은 나는, 속으로 혼란에 빠졌다.
  아버지를 살해당해서 원망받고 있다고 생각한 상대에게, 어째선지 갑자기 감사받고 있다고 들어 버렸다.

  모르겠어. 전혀 상황을 모르겠습니다.
  유, 유카링. 옆에 없어요?  누군가 내게 설명해줘!

「그렇지만……부디 플랑까지 죽이진 말아줘. 이번 사건의 책임은 모두 내게 있어.」

  갑작스런 발언에, 나는 혼란의 극한에 다달았다.
  죽인다니 뭐야 그거, 몰라 무서워.
  안 죽여. 안 죽일 거야, 오히려 이쪽에서 사과할 테니까 일단 대화부터 시작하는 건 어때요?

  아래로는 발 끝 부터 위로는 얼굴까지, 동요로 경직돼서 움직일 수 없게 돼버린 나는, 간절한 눈빛의 레밀리아를 앞에 두고 단지 가만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주위의 설명을 기대할 수도 없는게, 레이무라던가 모두가 일이 굴러가는 걸 지켜보고 있을 뿐이고.

  저기, 제발 부탁인데 누구라도 좋으니까 알기 쉽게 설명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아무래도 괜찮잖아. 죽여도.」

  솔직히, 내게는 전혀 이해가 불가능한 상황인데, 거기에 폭탄이 투하되었다.
  위를 향해 누운 채,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은 플랑도르를 향해, 레밀리아가 눈을 돌린다.

「무슨 말이야, 플랑!?」
「그 인간은 무녀고, 요괴를 퇴치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는 거지.
  그렇다면, 이변을 질질 끌어서 오래가게 만들고, 하쿠레이의 무녀를 죽이려고 한 나를 퇴치하는 게 당연한걸.」
「플랑……혹시 일부러 그런……」
「어느 쪽이라도 괜찮았어. 그 녀석을 죽여도, 다른 누군가를 죽여도, 아무도 죽일 수 없더라도. 뭐가 어떻게 바뀔지 전혀 모르니까.」

  플랑도르는 땅바닥에 내버려진 종이처럼,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어투로 말했다.
  역시, 내게는 이 아이들의 사정이나 기분을 전혀 모르겠다.
  단지, 추측일 뿐이지만……이 아이는, 몹시 지쳐버린 게 아닐까 생각됐다.

「아버님이, 평범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알고있어.」

  아무래도, 그 남자는 이 아이들에게 그다지 훌륭한 부모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약간이지만 이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내가 이 아이들에게서 아버지를 빼앗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빠져 버린 것은 틀림없고, 가족으로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을 잃은 것 또한 틀림없다.
  그것이 두 명에게 있어서 길(吉)일지 흉(凶)일지는, 나로선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걸. 내게는 아버님 밖에 없었는걸. 하지만, 그 아버님도, 이미 없어졌으니까.」

  플랑도르는 웃고 있었다.
  광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아이가 실컷 운 뒤에 짓는 것 같은 힘없는 미소.

「내 옆엔, 이제 아무도 없는걸.」

  나는 플랑도르의 그 말에, 무심코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다, 달라……플랑, 난……」
「아무도……」

  필사적으로 말을 걸려고 하는 레밀리아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나는, 마음속에서부터 솟구치는 뜨거운 감정을 식히며, 플랑도르의 말을 들었다.

「내가 없어져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 테니까.」

  ─옙, 인내의 한계 왔다──!!!!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이 꼬멩이!?
  나는 플랑도르의 멱살을 잡고 , 놀랐는지 크게 열린 눈을 바로 앞에서 노려보았다.

「그딴 바보 같은 말을 하는 게 아냐!  이 망할 놈이!  그딴 말 다시는 해봤단 봐라! 네가 그딴 말을 그만둘 때까지, 널 때리는 걸 멈추지 않겠어!」

  ……저질렀다.
  저질러 버렸다.
  무심코 솟구친 감정을 그대로 담아 소리질러 버렸다. 게다가 흥분해서, 딴사람의 대사와 직접 하는 말을 구별할 수 없다.
  게다가, 생각나는 대로 외쳐버려서 앞뒤가 안 맞는다. 때리는 걸 멈추지 않겠다니, 방금 전에 실컷 때리고 멈췄잖아. 바보냐 나.

  그렇지만…… 아이가 ,「죽어도 ​괜​찮​다​」​거​나​「​아​무​도​ 슬퍼하지 않아」라던가 말하면 안 된다고.

  저기 옆에서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널 걱정하고 있는 레밀리아에게 더 신경을 쏟아봐. 친언니잖아.

  갑자기 소리 질러버려서 미안하지만, 지금만은 나도 분명하게 화내고 있다.
  자신 혼자서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을 잔뜩 짊어지고, 혼자서 멋대로 죽는 건 절대로 용서 못할 일이니까.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내가 화나는 것은, 이런 어린애에게 그런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꼬이고 꼬인 사연 모두였다.
  그것보다, 부모!  자식 농사를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네놈들, 제일 이해해줘야 하잖아!! 어린애한테 이런 표정을 시켜버리면 어쩌자는 건데─!?  이런 말하게 냅두지 말라고─!

  나 이제 못참겠어. 부모라는 자식 튀어 나와 봐, 한 대 후려갈겨 줄테니까!
  구체적으로는 심장에 바람구멍을 뚫어 줄─ 벌써 해버렸잖아─!  그 망할 댄디, 더 패버릴걸!!

  아니, 기다려봐.
  흥분하고 있을 상황이냐. 진정해라 나.
  부모가 어땠던 간에 지금은 아무래도 좋다.
  지금, 중요한 것은 플랑도르다. 내가 분노를 풀 장소를 찾아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다.

「……」

  나의 분노한 표정에, 플랑도르는 멍하게 이쪽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건 이쪽도 같다. 이 다음으로 할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대로 설교해야 할지, 위로해야 할지.
  어느 쪽이건 틀렸다고 생각했다. 플랑도르에게 자기만족이나 동정심을 느끼게 할 뿐이다.
  나는 이 아이의 부모가 아니다. 딴사람이다. 종족마저 다르다.

  그러나, 나는 이 아이를 꾸짖었다.
  옆에 아무도 없다며 쪼그려 앉아서 한탄하는 이 아이에게 고함쳐가며 무리하게 이쪽을 보게 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와서 뒤로 물러날 수는 없다.

「자신이 죽어봤자,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다니……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다.」

  결국, 내가 간신히 입에 담을 수 있던 말은, 그런 당연한 말 뿐이었다.
  그런 말 말고도, 여러 가지 말해야 할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모르는 사정도 감안해서 서로 대화하고, 거기에 레밀리아도 함께─.
  그러나, 지금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플랑도르를 똑바로 마주보고, 대화하는 것. 그 자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서로, 그저 마주보며, 잠시 침묵이 돈다.

「…………으」

  플랑도르가, 스러질 것 같은 신음소리를 냈다.
  또, 잠시 동안 침묵이 장소를 지배한다.
  나는 그대로 플랑도르의 말을 기다렸다.

​「​죄​송​…​…​해​요​…​…​」​
「……응?」
「이제……그런 말 안할게요.……」

  플랑도르는, 정말로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 같은 작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꾸중을 듣고 제대로 사과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꾸짖은 내가 할 행동은 정해져 있다.

「그래. 장하구나, 플랑」

  나는 자연스럽게 이 아이를 그렇게 부르며, 살그머니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네가 죽으면, 슬퍼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마라.」

  네 언니인 레밀리아나, 지금은 아닐 지도 모르지만 머지않아 반드시 그렇게 될 홍마관의 모두. 그리고 나도 포함해서.
  플랑은 쓰다듬어지며, 멍하니 나를 올려보다가, 이윽고 그 눈에 눈물이 맺히고, 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응, 옳지옳지.

  잘못했다면, 혼나고, 사과하고, 그것을 칭찬받으면 된다.
  부모의 교육과 사랑은,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플랑에게 주는 녀석이 지금까지 없어서,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는다면……OK, 알았다.

  내가 한다.

  나머지의 인생을 모두 걸어서라도, 하면 된다. 내가 이 아이의 마음에 디딘 한 걸음은, 반드시 그 정도로 무거운 것이라고 자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까 전부터 등뼈가 삐걱삐걱거리고 있지 않나?
  달라붙는 것은 괜찮은데, 흡혈귀의 완력을 생각해서 배려해주면 ​기​쁠​텐​─​데​에​에​에​에​엑​!​?​







  그것은, 플랑도르가 보낸 495년간의 야박한 시간의 호수에 내던져진 파문이었다.
  눈앞의 인간에게 혼났을 때, 그녀가 최초로 느낀 것은 순수한 놀라움이며, 곧바로 여러가지 의문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혼난다는 경험은, 사실 처음이었다.

  부친은 자신을 볼 때 언제나 잔혹한 미소를 짓고, 언니는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전하려고 할 뿐, 자신을 무서워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랑도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혼났던 것이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맞는다고 들었는데도, 그것은 조금 전의 싸움 중 무녀가 행한 그 주먹질이나, 아버님이 웃으면서 자신에게 하던 행위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딸을 상처 입혀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족이 상처 입으면, 화를 내야 하니까.

  그렇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왜, 이 사람은 이렇게도 똑바로 내 눈을 보고 있는 걸까?
  이 사람의 시선과 말에선「분노」나 ​「​혐​오​감​」​,​「​모​욕​」​같​은​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진지하게, 자신을 혼내고 있다.

  그렇게 해주고 있다

  텅텅 비어있던 플랑도르의 마음속에서, 뜨거운 감정이 복받쳐 왔다.
  이렇게나 강하고, 커다란 감정이 자신의 몸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건지 궁금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곧은 시선에 재촉 받은 것 같이, 플랑도르는 입을 우물거렸다. 뭔가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의 무녀에게 할 말을 찾으며, 그 단서마저 찾아낼 수 없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공허했던 시간에 아연실색 했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느끼고 못했던 495년간의 시간에 대해 슬픔조차 느꼈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걸까?

  이럴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 실속 없는 날들을 난 지내온 건가?

  필사적으로 생각한 끝에, 플랑도르가 떠올린 것은 언니인 레밀리아에게 배운 말이었다.
  가족을─소중한 사람이 상처입으면, 화낸다.
  죽어도 괜찮다, 라고.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려고 한 행위가, 눈앞의 인간을 화나게 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정말로 화내 주었던 것이다.

  가족도, 뭣도 아닐 텐데.

​「​죄​송​…​…​해​요​…​…​」​

  자연스럽게 자신이 해야 할 말이 입으로부터 나오고 있었다.
  동시에 가족인 언니를 떠올리고 있었다.
  어째서, 그녀가 언제나 자신에게 필사적으로 말을 걸려고 한 건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그런 말 안할게요……」

  그렇게 사과하는 플랑도르의 머리를, 상냥한 손바닥이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

  ─장하구나.

  눈앞의 사람은 그렇게 말하며 칭찬해 주었다. 단지 몇 마디, 사과했을 뿐인데.
  아버님에게 재미로 혼나서 맞고 존재하지 않는 잘못을 빌며 아첨 떨듯이 사과했을 때와는 달랐다.
  자신을 위해 진심으로 화내주는 사람에게, 잘못한 것을 이해하고 사과해서, 칭찬받았다.

  첫 경험이었다.

  가슴의 안쪽에 계속 쌓여서 그대로 불타버릴 것 같은 뜨거운 감정의 소용돌이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긴 것처럼 힘이 빠졌던 전신에 힘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나도 강한 충동을, 참지 못해서, 눈앞의 인간에게 달려들듯이 달라붙었다.
  두 눈에서 넘쳐흐르는 열에 견디기 위해, 그 사람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전신으로 느껴지는 상대의 따뜻한 체온과 등에 감긴 팔의 감촉이, 감정을 억누르기는 커녕 마지막 족쇄를 벗겨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참지 않아도 된다.

  플랑도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인의 팔에 안겨서─울었다.







「이 아이를 나의 양녀로 들이고 싶다만.」
「안 됩니다. 각하에요.」

  힘차게 외친 내 결의는, 웃는 얼굴의 유카리에게 시원스레 각하당했다.
  뭐, 라고!?……이렇게 까지 부탁하면 반드시 허락해준다고 생각했는데! 나는「설득력」이 부족한 건가?
  주위에 모인 아이들의 시선도 놀랍다거나 기가 막히다는 시선 뿐이라, 나와 내 품에 안겨있는 플랑도르 밖에 아군이 없다.

  아, 너무 갑자기 부탁한 건가. 무심코 부끄러워졌다.

「일단, 당신은 잠깐 조용히 하고 계세요.
  이미 충분하게 혼란스러우니까, 이 이상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지 말아줘.」

  그렇게 유카리가 기가 막히단 표정으로 단언했다. 너무해애~.
  그 후, 갑작스레 등장한 유카리는, 만난 적이 있는 사람과 처음 만난의 사람들의 반응을 싸그리 무시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이번 이변과 그 종식에 관해서 서로 대화의 장을 제안했다.
  솔직히, 사태의 수습에 대해 그 어떤 계획도 전무했던 내가 그 의견에 찬성하자, 잠시 후 전원이 홍마관의 응접실에 모이게 되었다.
  홍마관 안에서 발언권이 있는 자는 전부 모였기 때문에 메이링도 참여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사쿠야만이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별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조금 전까지 싸우고 있었다거나, 폭주해 버리거나 갑자기 튀어 나온 첫 대면인 대요괴를 보고 혼란스러워 하거나 해서, 정말 카오스 한 상황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지만 우선 어떻게든 모두가 제대로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그럼, 우선 이번 이변에 관한거네요.」

  환상향의 대표자라고도 말할 수 있는 유카리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레​밀​리​아​・​스​칼​렛​.​ 하쿠레이의 무녀와의 결투에 대해서, 패배를 인정하고 붉은 안개를 없애겠습니까?」
「아아. 나의 패배야.」
「좋아요. 그럼, 이번 이변은 이걸로 해결.」

  그야말로 형식적이며 재빠른 일처리에 하나의 문제가 해결됐다.
  뭐, 둘 사이의 사정을 알고 있는 나로선, 오히려 제일 납득 가는 전개지만.
  석연치 않다는 얼굴을 한 마리사와 어째선지 유카리를 무지 경계하고 있는 레이무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냥 넘겨 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음은 스펠카드・룰을 깬 사람에게의 벌. 우선은 홍 메이링」
「어, 그건 무시하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
「레밀리아, 당주로서 내릴 처벌은?」
「일주일간, 홍마관의 화장실 청소」
「알겠어요, 그럼 이 문제도 이걸로 해결.」
「에에엣!?」

  메이링에게 줄 벌도 초스피드로 결착. 너무 무책임하잖아 어이.

「자 이제, 마지막으로 플랑도르・스칼렛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이번 이변 제일의 문제점이 단상위로 올랐다.
  룰을 무시한 것도 그렇지만, 하쿠레이의 무녀인 레이무를 죽이려고 했던 것이 사태를 크게 만들고 있다.
  하쿠레이의 무녀란, 이번 스펠카드・룰을 만든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환상향의 관리자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환상향을 둘러싼 대결계의 요점이 되는 직무이기도 하다.
  그 무녀를 죽이려고 했다는 것은, 이 환상향 그 자체를 위협하는 것과 다름없다, 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사실 무녀의 취급은 의외로 소홀하다.
  뭐, 나와 레이무가 그렇듯 타인이라도 대를 잇는 것이 가능하니까, 그대로 결계의 파괴에 직결되는 것도 아니고, 애시당초 내가 현역일 무렵은 죽을 뻔 한 적도 드물지 않았다. 주로 수련 탓에.

  어찌됐건 요점은, 하쿠레이의 무녀란 이 땅의 존망에 관련된 중요한 역할이며, 그러므로 환상향의 요괴는 무녀를 중시하고,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요괴에 의해 발생한 이변은, 절대자인 하쿠레이의 무녀가 개입하는 것으로 머지않아 해결된다. 말하자면 당연하고도 완벽한 흐름이다.
  불합리하게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환상향은 그런 불합리의 순환으로 성립되고 있다.

  그 전제를, 환상향의 주민이면서 파괴하려고 한 것이, 플랑의 죄 몫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사실을 은폐하거나……혹은 유카리가 어떠한 처벌을 대외적으로 보여 환상향의 요괴들에게 경고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봉인이나 퇴치는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내가 밖의 지식과 상식을 소유한 인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에 온정을 낄 여지가 조금은 있어도 되는 게 아닐까.

  플랑에게는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고려하는 것은, 그다지 큰 실수가 아닐 것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부탁해야 할까?

  이렇게 앞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내가 플랑의 양부모가 되서, 책임을 가지고 향후의 교육을 포함한 일체를 책임진다. 라는 제안은 어이없게 각하 되었다.

  어째서야.

  설명이 부족하기는 했지만,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친언니인 레밀리아에게서 갈라 놓는다는 점이 안 좋은 걸까.
  그렇게 되면, 레밀리아도 함께 양녀로 들이는 것은 어때?

  아니, 홍마관 당주의 부모가 인간이라는 것은 문제가 많은 건가?  부하도 있고.

「……그렇다면, 차라리 홍마관의 거주자 모두가 양녀로 들어오는 것은 어떤가?」
「어떤가, 가 아니잖아요.」

  묭한 표정으로 의견을 말하자, 유카리에게 머리를 얻어 맞았습니다. 아픕니다.

「오늘따라 네 어머니 이상하네.」
「아—, 나도 저런 모습 처음으로 봤어」
「직접 보는 건 두 번째지만, 뜻밖의 면도 있구나.」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일지도……」
「메이링, 진정해.」

  주위에서 이러쿵저러쿵 좋을 대로 말해지고 있다.
  플랑은 입을 다문 채, 이쪽을 힐끔힐끔 보고는, 때때로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거나 한다. 오메 뿅가죽네.
  유카리는 두통을 느꼈는지, 이마를 가볍게 누르고는, 심기일전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면 플랑도르・스칼렛의 처벌에 대한 것은.
  당주이며 육친인 ​레​밀​리​아​・​스​칼​렛​에​게​ 일임합니다. 향후의 그녀의 관리와 그 책임에 대한 것도 같음. 이번 이변에서 일어난 사태는, 은폐하겠습니다.
  이것으로 괜찮을까나, 레밀리아?」
「……상당히, 무른 뒤처리네.」
「두 번째는 없어요─.
  게다가, 거기 선대무녀에겐 뭔가 걸리는 게 있는 것 같으니까요. 엄벌을 내려서 이 이상 귀찮은 설명을 들어봤자 지치는걸요.」

  게슴츠레하게 나를 보는 ​유​카​링​.​「​곤​란​해​요​」​가​ ​아​니​라​「​지​쳤​어​요​」​에​ 가깝다, 나에게 기가 막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죄송함다. 그렇지만, 그 상냥함이 감사함다.

「당신도 정말이자,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나요?
  경솔한 발언은 삼가세요. 생각 없는 발언보다 먼저, 자신이 주위에 어떻게 보이는지를 이해해 줘요.」

  그 유카리가 조금이지만 정말로 화내고 있다.
  알고 있다, 나는 유카리의 생각만큼 둔한 인간은 아니다.
  플랑을 양녀로 들이겠다는 발언이 얼마나 비상식적인 일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래도, 다.
  플랑의 향후를 감당할 각오 없이, 플랑을 혼내거나 껴안거나 한 것이 아니다.
「아이를 올바른 미래로 ​이​끈​다​.​」​,​「​자​신​의​ 의사로 미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다.」양쪽 모두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어머니의 힘든 점이다. 각오는 됐나?  나는 되어있다─.

「……전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네요.」

  내가 생각해도 확고한 결의를 가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선지 유카리에는 안 통했다.
  어, 이래도 안 돼?

「그러니까, 좀 더 주변 사람을 배려하세요. 이제 레이무에게 감시받는 건 지긋지긋해요, 나.」
「친한 듯이 부르지 마, 요괴」

  기가 막힌 것을 넘어 탈진상태에 빠져버린 유카리와, 어째선지 사나운 표정의 레이무.
  어?  유카리의 설명에 더해서, 레이무에겐 그녀가 나처럼 양친 같은 것이라고 설명은 했을 텐데.
  갑자기 친해져버려도 부모로서 부럽지만, 어째서 반대로 저렇게까지 싫어하는 거지?
  요괴라는 점을 제외해도 필요 이상으로 유카리에게 적의를 표출하는 레이무와 그 딸에게서 이따금 받는 항의 섞인 시선의 이유를 알지 못하고, 나는 그대로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유카리 말대로인가?

  으음, 모르겠어…….







「——정말이지, 소란스러운 밤이었어.」

  모였던 모든 인요가 돌아가, 방 안에 레밀리아와 단 둘이 된 파츄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날이 새려 하고 있다.

「플랑은?」
「자고있어. 지하의 봉인은 고치지 않았지만」
「아, 그건 내일부터 없어도 괜찮아」

  불안정한 정신을 원인으로 제어가 불가능한 강대한 힘을 가진 플랑도르가 날뛰는 것을 막기 위해, 지하의 방에 봉인을 펼쳐놓은 것은 파츄리였다.

  더 이상 그 필요가 없다, 고는 쉽게 단언할 수 없다.

  그 소녀는, 너무나 긴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다. 미쳐 버릴 정도로.
  495년분의 고통이, 고작 하룻밤에 모두 치유될 리는 없다. 그녀가 빼앗긴 것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으로, 평화로운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오늘 만은.

  오늘 밤만은 괜찮을 것이다.

  분명 오늘 밤만은, 그 아이는 악몽을 꾸지 않는다.

「……495년간, 나는 도대체 뭘 했던 걸까?」

  이 방 안에 친구외의 존재 없는 것을 확인하고, 레밀리아는 자조적인 어조로 중얼거렸다.
  오늘 밤,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 홍마관에 깃든 아버지의 저주를, 조금이라도 뿌리치기 위해 이변을 일으킨 결과, 최선이라고도 생각되는 <​지​금>​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지금을 손에 넣게 해준 것은,
  긴 세월에 걸쳐, 스스로 풀기는 커녕 계속 속박될 수밖에 없었던, 자신과 여동생의 저주를 쳐부순 것은 짓궂게도 인간이었다.
  레밀리아는 자신의 무력함과 한심함을 한탄했다.

「당신도 마찬가지로, 부모를 잃은 아이였다는 거야.」

  친구를 염려한 파츄리는 담담한 목소리로 고했다.

「무력한 아이였으니까 용서된다고?」
「아이는 부모로부터 자립해 어른이 되는 거야.」
「흐응, 나보다 연하인 주제에 잘도 말하는구나.」
「그저 살아온 세월이 마음의 성장을 도울 수는 없어. 플랑이 살아온 495년의 세월이, 그 성장에 조금도 공헌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지.」

  레밀리아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아 넘기며, 자신이 말한 내용을 고쳐 생각한 것처럼 고개를 젓는다.

「아니 조금 달라.
  적어도, 네게서 들은 말 덕분에 플랑은 무언가를 배우고 있었어. 그렇지 않으면, 필시 선대무녀의 말에도 대답할 수 없었을거야.」
「뭐야 그게……위로라도 할 생각이야?」
「난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

  파츄리의 담담한 어조에서는 차가움이 느껴졌지만, 오히려 그것이 서투른 위로의 의미를 느끼게 하지 않았기에, 진실로서 레밀리아의 마음에 닿았다.  
  레밀리아는 자조를 멈추고 지금까지의 사건이나 오늘 밤 일어난 일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무서웠던 아버지.

  상처입은 여동생.

  억압되던 날들.

  그리고 갑작스런 해방.

  그리고 오늘 밤, 갑작스레 주어진 자유 속에서 멍하니 잠시 멈춰서있을 수밖에 없었던 자신에게, 억지로 강요된 변화.

「응석부리지 마, 인가……」

  하쿠레이의 무녀에게 들은, 용서 없는 말이 줄곧 가슴에 남는다.

「부모와 자식 모두, 흡혈귀에게 엄격한 녀석들인걸」

  그렇게 중얼거리는 불만 가득한 친우의 옆얼굴로 시선을 돌리며, 파츄리는 무심코 쓴웃음 지었다.







  홍마관에서의 대화가 끝나고, 유카리로부터 이변에 개입한 것에 대한 가벼운 잔소리나 메이링과의 재회의 약속을 받고, 나는 레이무와 마리사 두 명과 함께 귀가길에 들어서 있었다.
  서로 사는 장소는 다르지만, 그 자리에서 해산하지 않고 자연스레 세 명이서 새벽 직전의 길을 걷고 있다.
  나를 사이에 두고 세 명이서 나란히 걷는다. 옆의 마리사는 아까 전까지 했던 싸움의 흥분이 남아 있는지, 적극적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요, 그 광선은 뭐냐던가, 등에 관음님이 보였다라던가─에, 그거 정말?

  어쨌든, 그렇게 좋은 의미로 소란스러운 마리사와는 반대로, 레이무는 쭉 입을 다문 채 걸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홍마관에서 서로 이야기하고 있을 때도, 딱 필요 최저한도 밖에 이야기하지 않은 듯 한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나에게 전혀 말을 걸어 주지 않는다.

  어째서야…….
  어째서 , 우리 딸이 날 무시하고 있는거야?  나 뭔가 레이무가 화날만한 일 했던가?

  겉으로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벌벌 떨며 힐끔힐끔 레이무를 보고 있자니, 그것을 눈치챈 마리사가 ​왠​지​「​맡​기​라​구​」​라​고​ 하는 것 같은 웃는 얼굴로 끄덕였다.

「이봐 레이무. 너도 뭔가 이야기하라구. 한 달에 한 번 밖에 만날 수 없는 사람이잖아. 그렇게 등 돌리고 있지만 말고 좀 더 친근하게 대해보는 게 어때?」
「응?  그다지 등 돌리고 있지 않은데?」

  등 돌리고 있는 건 아닌……거 맞지?  기분이 안 좋은다는 건 확실히 알겠는데.
  레이무는 싸늘한 시선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마리사는 전혀 기죽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게 웃었다.

「안심하라구. 네 어머니는, 너를 사랑하고 있어.」
「왜 기분이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만, 그 말 대로다.」

  우선, 마리사의 말과 함께 진지하게 감정을 털어놨지만, 레이무는 골이 아프다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었다.
  뭔가요 이 유카리 같은 반응.
  오늘의 난 완전히 바보취급당하고 있다. 이래봬도 제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있는데…….

「무적의 무녀라고는 들었어도, 의외로 평범하게 실망하기도 한다고?  너무 어머니를 괴롭히지는 마.」

  그렇게 말하고는, 마리사는 손에 쥔 빗자루에 걸터앉아서,「그럼 다음에 봐!」라며 손을 흔들고 날아가 버렸다.
  그 뒷모습을, 레이무는 노려보고 있었다.
  어쩐지, 불필요하게 상황을 휘저어놓고 도망간 것 같다고 느끼는 건 나 뿐인가.

  우선, 우리들도 돌아가자, 라고 레이무를 재촉했다.

  단 둘이서 걷는 길.

  제일 말수가 많았던 마리사가 없어진 탓에, 침묵이 계속 된다.

  으-음, 화제를 못 찾겠어.

  그러고 보니, 레이무의 팔의 상처는 괜찮은 건가?  일단, 붕대를 감아놓기는 했지만, 파츄리의 말대로라면 이제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근육이 드러나 보일 정도의 중상이었다고 한다.
  레이무에게는 공식 치트 능력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불측의 사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구나. 라고 실감했다.

  하쿠레이의 무녀란, 환상향의 룰에 지켜지는 존재인 것과 동시에, 그것을 지키기 위한 실력을 가지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역할이다.
  위험한 일은, 지금부터 얼마든지 일어날 것이며, 레이무는 스스로 그 위험 속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된다.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위험에 뛰어드는 것이, 그대로 레이무의 신변의 안전과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
  하쿠레이의 무녀라는 의무에 저항을 느끼고 있다면 무리하게 강요하지 않겠지만, 레이무 자신이 바라고 있기도 하고, 천직이기도 하다.

  결국, 내가 마음대로 안달복달 하고 있을 뿐이다. 독선적이라고 생각되려나?

「……어머니」

  이모저모 고민하는 나였지만, 갑자기 레이무가 말을 걸어 왔다.
  이러쿵저러쿵 해도, 레이무가 나를 소홀이 할 일은 없다.
  자그마한 일이지만, 조금 기쁘다.

「나는, 어머니에게 혼난 적 있었던가?」

  응—?  어쩐지 갑작스런 화제구나.
  그러고 보니, 나 정말로 레이무를 혼내거나 한 기억이 없다.
  애시당초,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치는 똑똑한 아이인데다, 사람으로서의 도덕적 윤리관도 확실히 잡혀 있다.
  뭐, 요괴에게는 조금 심하게 대하는게 가끔씩 걸리는 정도구나.
  그런 느낌으로 대답하자, 레이무는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얼굴로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내게 정말 화를 낼만한 일은, 어떤 일이야?」

  어머, 그것은 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구나.
  속직히 말해서, 레이무가 나를 진심으로 화나게 한다는 것은 상상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마을에서 대학살을 하거나 플랑과 같이 자신을 가볍게 생각한다거나.
  모두 레이무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단언 할 수 있는 일 뿐이다.

  그런 확고한 신뢰가 있었다.

  그것 말고도, 레이무의 질문에 비슷한 ​답​이​라​면​.​그​렇​지​─​.​

「화낸다, 라는 거하고는 다를지도 몰라. 단지, 내가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있다.」
「그게 뭔데?」

  그다지 특별한 건 아니지만.

「나보다, 불행하게 되는 것.」

  부모의 소망은, 이런 것 뿐입니다.
  다쳐도, 생명의 위험에 처해도, 그것이 레이무 자신이 선택한 길이라면 어쩔 수 없다.
  나는 그저, 부모로서 마음대로 걱정하고,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도와주고 싶을 뿐이다.
  레이무가 선택한 대답이나, 그 손에 잡은 결과에 의해, 행복하다고 느껴 준다면 그것으로 좋다.

「……그렇구나」

  제대로 된 질문의 답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레이무는 뭔가 납득했는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하아, 다행히도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레이무에게 미움 받은 채로라면, 내 정신HP가 마이너스로 떨어집니다.

  ……에, 어머나?

  어느샌가 레이무가 나의 손을 잡고 있다.

  봐라, 차가울 정도의 튕김 뒤에 태연한 듯이 자리 잡은 이 부끄부끄.……내 딸은 정말이지, 진짜로 가볍게 볼 수 없구나!
  속에서 노래를 부를 정도로 기분이 좋아져서, 나는 레이무의 손을 굳게 잡았다.
  레이무와 나. 두 명이서 나란히 손을 잡고, 마을이 보이는 장소까지 걷는다.

  아침 해가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햇빛에 비추어지는 풍경은, 붉은 안개가 사라지고 실로 오랜만에 환상향 특유의 맑은 경치를 나타낸다.
  그것을 바라보며, 나는 이번 이변이 해결됐다는 것을 실감했다.
작자 후기



이로서 동방홍마향 편은 종료입니다.

지금와서 다시 보니, 홍마관에 관한 독자 해석과 설정 탓에 상당히 시리어스한 이야기가 되버렸군요.

동방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충분히 이해하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여러 세계관이나 캐릭터의 파악법, 그것이 동방 2차 창작의 참맛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도 그런 참맛 중의 하나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는 시리어스에 조금 슬픈 이야기도 함께였습니다만, 향후의 이야기는 좀 더 편한 마음가짐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싶네요.


역자 후기


이야, 버프가 걸리니까 마음가짐이 달라지네요. 선대무녀님의 lol 챔프 설정을 만들어주신 사자심왕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 기뻐할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약 6일만에 드디어 선대록 최신화가 떴습니다.

전 번역하면서 읽을 생각이니 되도록 네타는 자제해 주세요.

제목은 홍마향 막간입니다.

오타, 오역 제보는 언제나 환영합니다.

PS : 오늘의 관점 포인트. 넨도 없이 혼자서 백식관음 흉내를 내시는 괴수 ​선​대​무​녀​님​(​.​.​.​)​,​ 죄송합니다라며 울먹거리는 플랑,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파워풀한 쿨츤데레 레이무양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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