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는 홍마관의 과거와 후일담이 나오는 편입니다.
라는건 뻥이고 사실「홍마관에서 메이링이 여러 의미로 최강」설을 확인해보는 편.
단편집 같은 형식입니다.
【홍 메이링의 후일담과 전날담】
마치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다.
이 홍마관도 그렇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그 날을 기점으로 크게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홍 메이링은 이전까지의 자신과는 다르다.
어떤 의문도 없이 먹이와 잠자리를 받으며 사용당하는 것에 반항의 의지조차 가지지 못했던 자신이 아니다.
단 하나. 그 사람에게 인정되었다는 자부심이 자신에게 남아있는 한, 두 번 다시 그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 때의 자신으로 돌아가 버리면, 나를 인정해 준 그 사람을 깎아내리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 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나는 나 자신만의 의지로 움직인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시. 그 사람과 마주쳤을 때, 이름을 자칭하기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강해지자.
얼마 전, 야쿠모 유카리가 홍마관을 찾아왔다.
이 환상향이라 불리는 땅을 침략해온 홍마관의 당주는 퇴치 당했지만, 당주의 장녀인 레밀리아 아가씨가 차기 당주자리를 잇고, 향후의 취급에 대해 대화하러 온 것 같다.
나 같은 일개 문지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다.
아니……나는 이제, 이 홍마관과는 전혀 무관한 요괴가 된다.
오늘 밤 당장이라도 홍마관에서 나갈 생각이니까.
이전의 당주를 따랐던 건 충성심 때문이 아니라, 그저 하루 끼니만을 얻기 위해 일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이상 하루 끼니와 잠자리로만 만족 할 수는 없다.
강해지고 싶다. 그리고, 이 세계에 대해 더욱 깨우치고, 성장해서, 머지않아 그 사람과 마주설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당주가 죽고, 많은 부하들도 죽거나 도망쳐버린 이 저택은 이제부터 한동안 바쁘다가, 결국 쇠퇴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그 사실에 동정심은 생기지만, 그 이상의 정을 느낄 만큼 은혜를 입은 것도 아니다.
그 이변의 얼마 안되는 생존자들에겐 미안하지만, 내가 이 문을 지키는 것도 오늘까지다.
자, 이제 이곳을 나가서 어디로 갈까?
이곳은 환상향. 내게 있어, 수수께끼로 둘러싸인 땅이다. 불안감은 있지만, 그 이상으로 흥미롭기도 하다.
이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목적지 없는 방랑 중의 우연이었지만, 이번엔 수행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가전 여행 또한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조금 나쁜 생각이 떠올랐다.
그만큼이나 혹사당했는데, 퇴직금 정도는 받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경비병이 적어졌다고는 한들, 저택 내의 가구 같은 것은 너무 크니까 제외.
여기는 일단, 지하 도서관에라도 잠입해서, 팔릴 것 같은 책을 몇 권정도 실례하자.
그 도서관을 사용하는 것은 음침한 마법사 단 한 명.
대단한 물건도 그리 없을 테니, 그나마 양심적인 상냥한 퇴직금이다.
어젯밤에 홍마관을 나갈 생각이었지만, 어째선지 지금도 저택 안에 남아있었다.
왜냐면, 어젯밤 도서관에 잠입했을 때, 그 마법사와 얼굴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발견되었을 뿐이라면 차라리 낫겠지만, 그녀는 피를 토하며 죽어가고 있었다.
예상외의 사건에, 나는 매우 당황했다.
이럴 바에 차라리 도둑이 들지 않게 감시하고 있는 마법사하고 만나는 편이 좋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장 쪽이 아니라, 목이나 입안에 상처가 나서 출혈하고 있는 것까지는 파악했다.
상처가 난 이유는 둘 째 치고, 피 때문에 기도가 막혀 산소 결핍을 일으키고 있었으므로, 당황해서 피를 빨아낸 뒤 호흡을 안정시키고 재우고 정신을 차려보니 치료와 간호에 전념해서 날이 새고 있었다.
눈을 뜬 마법사에게 갈라진 목소리로 감사인사를 들었지만, 매우 복잡한 기분이었다.
그 사건으로부터 며칠 뒤. 나는 아직도 홍마관에 있었다.
마법사인 파츄리・노우렛지는, 그 때 자신에게 걸린 목소리를 억제하는 각인을 없애려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지식이 전무한 내겐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었지만, 무리하게 없애려고 한 결과, 목과 혀에 큰 데미지를 받았다고 한다.
혀는 그렇다 쳐도 목은 위험했다. 호흡조차 괴로워 보인다.
파츄리는 치유마법을 사용하면 곧바로 회복한다며, 자신의 마법을 억제하는 자도 없을 겸 자신을 가지고 시도했지만……목과 혀에 데미지를 입은 채, 만족스럽게 목소리도 낼 수 없으면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리 없다.
지금도 필담으로 대화를 하고 있으니 오죽할까.
파츄리에게 다시 시선을 돌려보니, 침대 속으로 파고들어가 이불을 머리까지 덮었다.
이렇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계속 치료하기로 했다.
저택의 주위를 답사해보니, 약초의 군생지역을 찾았으므로, 채취해서 달인다.
상당히 옛날 이야기지만, 내가 태어난 고향에서 본 적 있는 약초다.
그러고보니, 환상향이 있는 곳은 홍마관이 있던 대륙이 아니라, 나의 고향인 바다를 건넌 동방인가, 혹은 가까운 장소에 있는 것일까.
어쨌든, 내 지식이 쓸모 있는 생활이 될지도 모른다. 꽤 살맛나는 좋은 장소 같다.
달인 약초는 죽을 정도로 쓰지만, 파츄리의 입에 무리하게 쑤셔 넣어 먹이고, 이것을 반복한다.
사실, 외상에 사용하는 약초니까 쓴건 어쩔 수 없다.
입속이 마비되고 쓴 맛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며 불만스럽게 중얼중얼 거리고는 있지만 안이거라도 해주는게 어디냐. 응석부리는게 아냐, 콩나물 마법사.
다시 며칠이 지났다. 어째선지 아직 나는 홍마관에 있다.
보라콩나물이 밥을 잘 먹지 않는다.
미각이 마비돼서 맛이 없다며 중얼거리고 외면하고 있지만, 영양섭취도 하지 않고 상처의 치유가 될 리 없다.
야쿠모 유카리와의 대화가 어떻게 끝을 맞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부터 홍마관은 주위에 결계를 펼치고 그 요괴에 관리 받는 장소가 되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취급될지 모르겠지만, 관리자로서의 책임은 확실한지 식료나 필요 물자를 보내 주고 있다.
식료 중 쌀이 섞여 있어서, 야채와 약초를 섞어 질퍽질퍽하게 될 때까지 익힌 죽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면 파츄리도 먹기 쉬울 것이다. 정말이지, 남을 돕는 것도 힘들다.
뭐라고, 이번엔 뜨거워서 먹을 수 없다고? 장난치나, 머리에 엎어버린다.
그렇게 잘나보이는 얼굴로 「후-후-해줘」라니, 내가 니 엄마냐.
……식혀줄테니까, 먹는 건 혼자서 하라고!
새삼스레 말하는 건데, 난 왜 아직도 이 홍마관에 남아 있는 걸까?
인간 시종은 당주의 매료의 마법이 풀린 뒤 폐인이 돼서 죽고 남겨진 얼마 안 되는 수의 요정 메이드들과 함께 청소를 하면서 자문했다.
그 죽기 직전의 보라콩나물과 만난 뒤부터 오늘까지, 무심코 휩쓸려서 정착해 버렸다.
그 날의 운은 대흉(大凶)이었던 건가?
그녀의 간호 탓도 있지만,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진 저택에서는 요정 메이드들도 거의 대부분이 받은 교육을 잊고 있는지 전혀 일을 하지 않아서, 그 관리도 어느새 맞고있는 처지가 되었다.
일단, 내가 생활하는 장소라 솔선수범하게 일하고 있자니, 어느새 메이드장 같은 취급이 되어 있었다.
어쩐지 자꾸자꾸 늪에 빠지는 것 같다.
나에게는 이런 일 외에도 해야 할 것이 있는데…….
최근 그 사람에게 지도받은 것을 떠올려서, 격투기를 아류긴 해도 단련하기 시작했다.
원래, 나는 요괴로 갓 태어났을 무렵에 자신의 약함을 조금이라도 보충하기 위해, 현지에 서 전해지던 인간의 권법을 본대로 흉내 내는 것으로 몸에 익히고 있었다.
인간의 기술은 의외로 얕볼 수 없는 것이여서 이때 몸에 익힌 무술 덕에 나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뭐, 결국 어중간하게 익힌 힘 때문에 강한 요괴에 쫓아다니다 당도한 곳이 여기지만.
홍마관에 주워지고 나서는, 겨우「인간의 재주를 몸에 익힌 요괴」라는 동물원 동물 보는 것 같은 시선 밖에 받지 못했지만, 그 사람은 그런 내 힘을 간파하고, 단련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 말해 줬던 것이다.
변덕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들었던 말이 지금의 나의 큰 지침이 되어있다.
이 권법은, 내 자부심이다.
아 맞다, 문지기 이외의 일이 증가한 뒤, 귀찮은 일 뿐이지만, 하나 좋은 일이 있었다.
매일 같이 홍마관에서의 일을 한 뒤, 권법의 단련도 빼먹지 않고 하다보니, 이따금 그것을 보고 있던 파츄리가 도서관에서 동양의 무술 무예지도서 몇 권정도를 찾아내 주었다.
그것을 보고, 아류였던 권법을 보다 깊게 수행할 수 있게 됐으니 운이 좋았다.
그 보라콩나물을 먹이고 재운 보람이 있었다.
대신에, 더 맛있는 음식을 해달라던지, 약초를 달인 약 대신 허브티를 마시고 싶다던지, 불평불만이 늘어 버렸지만, 솔직히 이번 일은 정말로 고마워서 마지못해 따르기로 했다.
대륙의 요리라……먹은 적도 없는데. 예전에 먹었던 것은 빵이나 야채스프 같은, 음식같지도 않은 음식 뿐이었고. 그 방면의 요리책도 찾아 볼까.
그리고, 그 상처를 입은 후 천식을 앓게 되었으므로 목에 좋은 약을 정기적으로 마셔야 한다. 차 대신 마시기엔 너무할 정도로 쓰겠지만.
예이예이, 불만은 듣지 않아요? 파츄리님.
일년이 지났다.
새로운 당주가 된 레밀리아 아가씨는 방에서 두문불출한 채 식사도 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있다.
아버지를 잃었으니까 당연한걸까?
그렇다고는 해도, 평범한 부모에게의 정이 원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난 애초에 밑바닥 출신이라 레밀리아 아가씨와의 접점이라곤 전무하고, 의외로 전 당주가 있던 무렵부터 친분이 있다는 파츄리님 대화를 시도해봤지만 큰 반응은 얻을 수 없었다.
거기다, 여동생 플랑도르・스칼렛도 지하에 갖혀있단다, 게다가 이쪽은 정신병 까지. 필요에 따라 봉인처리도 되어있다고 하고.
장래가 불안한 자매다.
뭐, 그런게 아버지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파츄리님에게 예전 당주에게 받던 처사를 이따금 들었던 적이 있는데, 들을 때 마다 구역질이 나오는 것 같았다.
홍마관의 일은, 일단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다. 내 지시에 따르는 요정들도 많이 생겼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일하는 자들을 통괄하는 역할일 뿐이지, 권좌 위에서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다.
권좌가 텅텅 비어있는 홍마관은, 단순한 주거구 이상의 의미가 없는 상태다.
당주가 저런 상태여서야, 이 저택도 이 이상 길게 존속하지는 못할 것이다.
상당히 길게 머물고 말았지만, 역시 슬슬 이 저택에서 나가는 편이 좋은 걸까.
……그러나, 나는 생각해 내 버렸다.
은혜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지만, 레밀리아 아가씨를 생각하고 있자니, 최근 깨달은 것이 있다.
이「홍 메이링」라는 이름은, 홍마관에 와서 받은 것이다.
이름도 없는 요괴가 문지기라는 사실을 들은 당시의 레밀리아 아가씨가 장난으로 내게 붙인 것이 이 이름이다.
문지기는 홍마관에 방문하는 자가 최초로 보는 거주자. 그런 자에게 이름이 없다니 품위가 없다며─ 당시는 귀족 특유의 멋 부리기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아버지에게 억압받고 있던 그녀가 기분전환이라도 하려고 한 거겠지.
하지만, 지금은 이 이름에 마음속 깊이 감사하고 있다.
그 사람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내 이름을 자칭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머지않아 재회했을 때 재차 자칭할 수 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내가 가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연. 그렇다면 이것은, 내가 레밀리아・스칼렛에게 입은 은혜다.
그 쪽에서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으로 내가 홍마관에 남을 이유를 확실히 할 수 있었다.
특별히, 여기를 나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파츄리님도 신경 쓰이고, 당분간은 이 저택에 남아서 일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어떻게 할까?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문제가 아직도 산처럼 쌓인 것을 떠올렸다. 경솔했던 걸까.
우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방에 틀어박힌 레밀리아 아가씨를 방에서 끌어내는 것부터 시작할까.
어느 날, 홍마관에 인간 소녀가 찾아왔다.
이 장소에는 결계가 쳐져 있으므로, 그 결계를 뚫고 들어온 이 소녀가 어떠한 이능력을 가진 것은 명백하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쇠약해져 있었으므로, 며칠간 조금씩 돌보고 있었는데, 레밀리아 아가씨가 이 소녀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아서 , 홍마관의 메이드로서 교육시키게 되어 버렸다.
건강해지면 마을에라도 데려다 주려고 했는데, 괜찮은 걸까?
흡혈귀나 마법사가 사는 저택에 인간이라……사실 마음이 썩 내키지 않지만, 이상한 기대를 품은 내가 있었다.
이 홍마관과 나 자신을 극적으로 뒤바뀌게 한 것도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소녀가 홍마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상상하지 않고서야 배길 수 없었다.
이름은, 아가씨의 명명으로「이자요이 사쿠야」로 정해졌다.
이변을 일으킨다고 한다.
함락과 재생으로 벌써 수십년, 마침내 홍마관의 결계가 풀리는 날이 온 것이다.
레밀리아 아가씨와 야쿠모 유카리의 사이에서 뭔지 모를 뒷거래가 있던 것 같지만, 내가 신경 쓸 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변 해결을 위해 이 곳으로 올「하쿠레이의 무녀」에 대한 흥미가 돋았다.
유감스럽게도, 그 사람은 몇 년 전에 하쿠레이의 무녀를 은퇴하고, 현역에서 물러났다고 들었다.
거기에, 이번 이변을 기회로 환상향에는 새로운 결투의 룰이 생기게 되서, 예전과 같은 피튀기는 사투는 할 수 없게 되었다 한다.
스펠카드・룰이라는 것도 꽤 재밌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지금까지의 단련의 성과를 낼 수 없는 싸움이 되는 것은, 그 사람의 은퇴도 포함해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나는 그렇게 나약한 의지로 그 사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살려서, 이 새로운 룰 위에서라도 힘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 후에 올 하쿠레이의 무녀와 정면에서 싸운다.
……그렇게 돼서, 밑바닥부터 시작해, 정신이 들어 보니 꽤 오랜 시간 동안 머물러 버린 저택의 관리자로서의 지위에서 내려와, 일개의 문지기로 돌아가기로 했다.
레밀리아 아가씨나 사쿠야를 시작으로, 뜻밖에 주위의 반대도 많았지만, 파츄리님이 간절히 부탁해서 억지로 의견을 수렴시켜 주는 것에 성공했다.
나의 속내를 이해하고 있는 파츄리님 과는, 역시 이야기가 통한다.
단지, 파츄리님 자신도 그다지 찬성하는 것 같지 않다.
에에, 아직 옛날 하인 근성이 남아서요. 라고 말을 돌렸지만 기분이 나쁜 것 처럼 보여서, 마시고 있던 홍차를 바닥에 뿌리더니 대신에 약탕을 준비해 오라고 말했다.
……어, 어째서?
어쩐지 주위의 예상외의 반응에 당황하면서도, 나는 일찍이 서있던 장소로 돌아왔다.
이번 이변을 해결하러 오는 차세대 하쿠레이의 무녀는, 그 사람의 딸로서 자라온 후계자란다.
분명, 그 실력은 대단하겠지.
설령 그 사람 본인이 아니더라도, 그 가르침을 받은 무녀를 상대로 전력으로 싸우는 것 또한 나에게 있어서 많은 의의가 있는 일이다.
솔직히 말해, 질투심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내가 그 사람에게 바라고 있던 것을, 그 소녀는 모두 손에 넣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잡념을 떠올리며 이길 수 있는 상대도 아닐 테고, 뭣보다 내 자신에게 납득 할 수 있는 싸움이 가능할 리도 없다.
이변 개시까지 남겨진 시간을, 스스로의 육체와 정신의 단련에 사용하자.
요괴와 달리, 인간은 한정되어있는 짧은 시간을 살며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지를 계승하고, 그대로 죽어 사라진다.
바라건데, 한정되어있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간인 그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에 다시 한 번 싸워, 그 날부터의 성과와 함께 이 이름을 다시 한 번 말할 수 있도록.
만약 그 꿈이 실현된다면, 이 홍 메이링. 이름도 없는 요괴로서 태어난 생애에서, 제일의 기쁨일 것이다─.
◆
【이자요이 사쿠야의 의문】
홍마관의 거주자들은, 거의 대부분 상당한 연륜을 자랑하는 인외의 괴물 뿐이다.
그래서, 요정 메이드들을 포함해 이 관에서 가장 풋내기인 이자요이 사쿠야는, 홍마관이 걸어온 역사의 대부분을 모르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항상 의문으로 생각하는 것이 몇가지 있다─.
「오늘, 오랜만에 옛날 꿈을 꿨어요. 역시, 이전 이변에서 선대를 만나서 그런 걸까요?」
「다양한 사건의 시발점이 된 인간이니까. 그것보다, 결국 그 무녀는 그렇게 부르기로 한거야?」
「예, 역시 제게 있어선 경의를 표해야 할 상대니까요.」
오후의 티타임.
메이링과 파츄리라는, 사쿠야에게 있어선 드문 조합의 두 명이 담소하고 있었다.
사쿠야는 그런 두 명을 위해 차를 끓이며, 그녀들의 대화를 몰래 듣고 있었다.
한 쪽은 홍마관의 문지기로서 야외 근무. 한 쪽은 지하 도서관에서 사서 비슷한 일을 하는 둘.
평범하게 하루를 보낼 뿐이라면, 얼굴을 맞댈 기회가 흔치 않을 두 명이다.
그러나 실제로 두 사람을 보면, 그 흔치 않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메이링은 파츄리에게 거리낌 없이 말을 걸고, 파츄리는「사식의 마법」에 의해 식사가 필요 없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맞을 때는 이렇게 메이링과 같이 간식시간을 같는다.
도대체, 두 명은 어떤 사이일까?
사쿠야가 모르는 것 중 하나였다.
「파츄리님, 차를 따르겠습니다.」
「고마워, 사쿠야」
「아, 사쿠야씨. 저는 홍차로 부탁드릴게요. 저렇게 쓴건 잘 마실 수 없어서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사쿠야는 메이링의 부탁에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메이드장과 문지기. 지위로서는 후자가 낮지만, 사쿠야는 메이링을 존경하고 있었다.
자신도 어릴 적엔 상당히 신세를 지기도 했으며, 메이링은 홍마관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있었을 때, 중심이 되어 성실하게 일하고 있었다고 들었다.
파츄리와의 관계도 이 쯤 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때로는, 당주인 레밀리아와도 대등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홍차를 따르자, 메이링은 다과와 함께 즐거운 모습으로 음미했다.
이렇게 솔직한 반응도, 그만 보살펴주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고보니, 이 차도 메이링 때문에 먹기 시작한거네.」
티컵이 아닌 다기그릇에 담긴 색이 진한 차를 들이키며, 파츄리가 그리운 목소리와 함께 미소지었다.
이것 또한 평소에 감정을 겉으로 내보이지 않는 파츄리로선 드문, 특별히 친한 상대에게만 보이는 표정이었다.
「중독된건가요?」
「좋아서 마시는 게 아냐. 어디까지나 습관일 뿐.」
「제대로 된 약재도 얻었으니까, 그런 씁쓸한 약탕, 무리해서 마실 필요도 없을 텐데요.」
메이링의 의견에, 사쿠야는 속으로 동의했다.
파츄리에게 따른 차는, 홍마관의 부근에서 채취한 약초를 달여 만든 약물이다.
레시피는 메이링의 수제이며, 한 번 사쿠야 또한 마셔본 적이 있었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썼다. 향기도 좋은 편이 아니라. 도저히 즐기기 위해 마실 만한 것은 아니다.
약효도 그렇게 효과적인 것도 아니라, 대신할 물건을 마을에서 사 여러 종류의 약을 구입해 보았지만, 파츄리는 그 어느 것에도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별로, 무리해서 마시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며, 담담한 얼굴로 약탕을 계속 입에 대는 것은 , 사쿠야에게 있어서도 익숙한 반응이었다.
파츄리와 메이링의 과거사는 도대체 어떨까?
사쿠야가 모르는 것 중 하나였다.
「메이드장, 손님이 오셨습니다」
요정 메이드 한 명이 들어와 용건을 전했다.
「누구죠?」
「하쿠레이의 선대무녀 라고 했습니다. 문지기장과 재회를 약속해서 방문하셨다고.」
「에, 와주셨나요!?」
옆에서 듣고 있던 메이링이 힘차게 일어섰다.
「아, 갈게요! 지금 가요, 제가 마중나갈게요!」
남은 홍차를 급하게 들이키고는, 그대로 뛰쳐나간다.
어안이 벙벙한 사쿠야와 요정 메이드와는 반대로, 파츄리는 평소대로 느긋한 속도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선대무녀의 마중은, 우선 메이링에게 맡겨 둬. 여러 모로 관계가 깊은 상대니까. 물러가도 좋아요」
「아, 네. 실례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쿠야」
「예」
「저녁놀이 질쯤이면 레미도 일어날테니까, 그때까지 선대에게 여기에서 머물러달라고 해줘.
적당하게 틈을 봐서, 그녀를 도서관으로 안내해 줘. 나도 조금, 대화를 해보고픈 상대야. 혹시라도 일처리에 실수하지 말고.」
「예, 알겠습니다.」
망설임 없이 대답하기는 했지만, 일로 돌아왔으면서도 사쿠야의 의문은 끝이 없었다.
사쿠야는 흡혈귀 이변이나 홍무이변에서 싸운, 선대무녀를 모른다.
확실히 경의를 표해야 할 상대인 것은 알고있다.
그녀 덕분에 지금의 홍마관이 있는 것이며, 바로 요전에도 자신의 주인인 레밀리아 아가씨나 그 여동생님이신 플랑도르 작은 아가씨에게 큰 변화를 준 것도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러나 직접 그 자리에서 보지 못한 사쿠야는 선대무녀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홍마관의 주민은, 모두 어딘가 한 부분에서 선대무녀를 크게 느끼고 있다.
당주는 경의를 표하며 총명한 마법사가 흥미를 안았으며, 오랜 세월 홍마관을 시중들어 온 문지기가 가장 믿으며 따르는 인간.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사쿠야가 모르는 것 중 하나였다.
홍마관의 메이드장 이자요이 사쿠야가, 자신이 사는 이 장소에서 모르는 것은, 의외로 많았다.
◆
【위대한 나의 스승】
「훌륭한 정원이다」
「감사합니다」
정원을 둘러보며 중얼거린 선대의 말에, 메이링은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
잔디나 정원수의 관리는 메이드들이 하고 있지만, 화단의 꽃들은 메이링이 예전부터 조금씩 취미로 기르고 있던 것으로, 지금도 손질은 빠뜨리지 않는다.
견학을 위해, 홍마관의 뜰을 느긋이 걷는 선대의 뒤를 시종처럼 따르던 메이링은, 이 시간을 보석과 같이 귀중하게 느끼고 있었다.
앞을 걷는 선대의 모습을 바라본다.
등이 꼿꼿히 펴져 아름다운 자세다.
다리의 움직임은 무인답게 틈이 없다. 그런 소소한 점을 깨달을 수 있게 된 자신이 조금 자랑스럽게 생각된다.
발걸음에 맞춰 흔들리는 긴 흑발은, 자신의 붉은 머리카락과는 달라서 신선하다.
온화한 햇볕 아래서 선대는 딱히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걷고 있기는 하지만, 어딘가 날이 서있는 것 같은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단지, 걷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많은 것을 생각하는 걸까?
메이링은,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둘이서 계속 걷고 싶었다.
이 사람과 같은 것을 보고, 듣고, 시간을 함께 한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홍마관을 나와서, 무사수행을 하려던 때도 있었지……)
오늘 아침 꾼 꿈에서, 그런 일을 떠올렸다.
만약, 그 때 홍마관을 나왔다면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을까.
현재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런 만약의 가능성을 망상한다.
이 사람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면?
맥락 없는 생각이 질리지도 않고 떠오른다.
분명히, 줄곧 바라고 바라던 이 사람과의 재회가 실현됐기 때문이다.
하나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욕을 부린다, 정말로 욕심쟁이다.
그렇지만, 멈출 수 없다.
지금, 바로 눈앞에 있는 선대의 등. 메이링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으려 하고 있었다.
(한 번 더, 대련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고는 곧바로 자신의 바보 같음에 머리를 저었다.
그 희망은, 그때의 이변에서 완벽하게 실현되었을 것이다.
자신이 방심했다거나 하는 어리석은 변명을 댈 생각은 없다.
자신은 선대의 단 일격에 패배했다. 그것이 전부고 결과다. 그리고, 충분히 보답 받았다.
─「그래도」「그렇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을 어떻게도 멈추지 못하며, 메이링은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렇게 그저 따듯한 분위기 속에서 산책하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역시 메이링에게 선대와「무술」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처음으로 만났을 때처럼.
상냥한 눈보다, 강한 의지를 품은 그 눈을.
부드러운 언동보다, 지금 당장이라도 일격에 적을 쓰러뜨릴 기세를.
메이링은 선대와 대등하기보다, 대적하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
「메이링」
퍼뜩 정신을 차린 메이링은, 어느샌가 선대가 뒤돌아서서 자신을 침묵한 채 응시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날카로운 시선이, 자신의 제멋대로인 망상을 간파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자신도 모르게 전신이 긴장한다.
선대는 약간 표정이 굳어진 채 조용히 말했다.
「차봐라」
「네?」
당황하는 메이링을 무시하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리고 답을 듣지 않고는, 한 번 더 재촉했다.
「차보라고 했다.」
메이링은 선대의 의도를 헤아릴 수 없었다.
단지, 그 짧은 말에서 느껴지는 엄격함은 이해할 수 있었다.
혹시, 바로 조금 전까지 제멋대로 상상하던 망상을 그녀가 눈치채준 걸까?
스스로도 너무 기회주의적이라 생각되는 해석에, 희미한 기쁨을 느끼면서 메이링은 자세를 잡았다.
한 호흡 쉬고, 날카롭게 발을 내뻗었다.
실전을 상정해서, 가차없이 머리 직격 코스를 노렸다.
그러나, 얕다.
선대는 가볍게 상반신을 살짝 뒤로 빼서 회피했다.
자세를 풀고, 선대의 얼굴로 시선을 돌려보니, 선대의 얼굴에는 메이링에게 경고하는 것 같은 날카로운 눈빛이 있었다.
「뭐냐 그건? 구경거리인가?」
「아……저기」
「기합을 넣고, 정신을 집중해라.」
엄격한 말투에, 메이링은 자신에게 수치심을 느꼈다.
선대의 눈에, 그 발차기는 너무나도 무른 것으로 보인 것이다.
그 때, 발을 내뻗기 직전까지 상상하고 있던 것을 생각하니, 그것도 당연했다. 실전을 상정하고 있었지만, 정신이 느슨해져 있었다.
역시 선대는 자신의 생각을 간파하고, 그에 응하기 위해, 자신을 지도해 주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거기에 볼품없이 응했던 것이다.
메이링은 자신에게의 분노와 함께 기합을 다시 넣었다.
자세를 잡고 선다.
이번엔 잡념은 생각치 않는다.
깊게 발을 디디고, 함성과 함께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발차기를 휘둘렀다.
이것도 다시 한 번, 회피 당했다. 순수한 기량 차이로 인한 결과다.
그러나, 자세를 푼 선대의 눈에서는 변함없는 엄격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기합을 넣으라했지. 분노를 담으라 한 적은 없다.」
마디마디를 강하게 발음하며, 혼내는 어조로 말한다.
모두 간파되어 버린 것이라 메이링은 느꼈다.
미숙한 자신을 향한 분노가 공격에도 드러난 것이다.
메이링은 심호흡을 한 뒤, 마음을 진정시켜 동시에 정신을 전투태세로 바꾸고는, 이번에야말로 완벽한 상태를 갖추었다.
따뜻한 햇볕아래서, 꽃으로 둘러싸인 정원에서, 그 곳만이 마치 전장처럼 공기가 긴장된다.
정적을 찢고, 발차기가 대기를 가른다.
방금 전까지의 발차기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것이 보통의 무술가라면 일격으로 생명마저 취했을 것이 분명한, 필살의 발차기였다.
선대도, 앞의 2회와는 달리, 회피가 아니라, 손으로 발차기의 궤도를 손쉽게 빗겨내 회피에 성공한다.
전력의 일격을 사용한 뒤의 잡념을 없애며, 자세를 푼 메이링에게, 선대는 딱딱히 굳어져있던 표정을 풀었다.
「잘했다. 무언가 느낀게 있나?」
「저기 그러니까……」
조금 전까지의 긴박한 공기가 한순간에 풀리고, 갑작스레 당한 질문의 대답을 내기위해 골똘히 생각하던 메이링의 이마에 가볍게 충격이 달린다.
놀라서 눈을 깜박거리는 메이링을, 선대는 노려보는 것처럼 응시했다.
「생각하지 마라, 느껴라」
그 짧디 짧은 한 마디 말이, 메이링의 마음속에 크게 울려 퍼졌다.
그것은 확실히 지당한 말이었다.
스승이 없어 스스로 무술을 익히기 위해 읽었던 많은 무예지도서에 쓰여진 방대한 문장이, 지금의 단 한마디에 모여있는 것 같았다.
몸의 단련을 받은 것도, 기술을 가르침 받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진리가 주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달을 가리키는 것과 같다. 손가락에 집중하는게 아니다, 그 앞으로 의식을 돌려라.」
「……네!」
「좋다」
지금까지 아류로 권법을 갈고닦아온 메이링에게 있어, 누군가에게 지도를 받는다는 것은 첫 경험이었다.
게다가, 사사받은 상대가 오랜 세월에 걸쳐 경애하던 인물이다.
메이링은 지금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속마음을 숨기고, 예를 다해 머리를 깊게 내렸다.
순간, 무방비인 후두부를 얻어맞아, 당황해서 머리를 올린다.
「설령 인사를 할 때도 적에게서 눈을 떼지 마라.」
선대는, 스승으로서는 엄격한 사람이란 것을 실감했다.
그 엄격함을, 무술을 아는 사람으로서 오히려 기쁘다고 느끼며, 충고를 따라 틈을 보이지 않도록, 다시 고개를 숙인다.
머리를 올리고, 재차 선대의 얼굴을 올려보자, 그 위에는 웃는 얼굴이 지어져있었다.
「그렇다. 그걸로 좋다」
만족한듯 끄덕이고, 미소짓는다.
메이링이 처음으로 보는 상냥한 표정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감동과 기쁨을 억제하지 못하고, 메이링도 또 흘러넘치듯 웃는 얼굴을 띄웠다.
◆
【파츄리・노우렛지의 우울】
새삼스레 생각하지만, 이렇게 놓고 보니 더더욱 파악하기 힘든 인물이라고 파츄리는 생각했다.
선대무녀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정면에서 책을 읽고 있다.
사쿠야는 딱 맞는 시간대에 그녀를 이곳으로 초대했다.
그렇다고는 한들, 이곳은 장서의 수만이 자랑인 도서관. 환영 할 수 있을 만큼 충실한 설비가 없다. 줄 것이라고 해봤자 역시 책 정도다.
의외, 라고 말하면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선대는 읽고쓰기가 가능한 인간이었다.
마을에는 아이에게 학문을 가르치는 서당이라는 것도 있다고는 들었지만, 마을 전체의 문맹 퇴치율은 그렇게 높지는 않으며, 책을 취급하는 상점도 적다.
그러나, 선대는 전문서적이 많은 이 도서관의 책 몇 권을 쉽게 읽었으며 현재 읽고 있는 책에 이르러선 서양의 책이었다.
그녀의 부탁으로 가져온 종이와 펜을 옆에 두고, 책을 읽으며 때때로 해석한 내용을 쓰는 것을 보니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외래어의 공부도 겸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책」
「응?」
「자주, 읽는 거야?」
「그렇지는 않다. 그다지 기회가 없으니까.」
서로 평소에는 말 수가 적기 때문인지, 어딘가 이상한 공백이 차있는 대화였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파츄리는 대답의 의미를, 책을 얻기 어려운 인간 마을의 상황 때문이란 것을 깨달았다.
「만약, 그쪽이 원한다면. 도서관의 책을 대출해가도 괜찮아.」
「……마리사가 자주 빌려가지 않나?」
「어머나, 알고 있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중구난방 하지만, 동시에 얕볼 수 없는 인물이라고 파츄리는 생각했다.
마치 난해한 마도서와 같은 상대다, 라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흥미를 안는다.
고요함만으로 가득 찬 광대한 도서관에는,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와 두 명의 대화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이 도서관에서, 느긋하게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소문의 선대무녀님은, 의외로 책벌레였었나요?」
갑작스레 제삼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파츄리는 싫은 느낌을 받으며 책에서 고개를 들었다.
내실에서 장서명부정리를 명령했음이 분명한, 자신의 사역마가 담담한 얼굴로 서있었다.
「소악마, 널 부르지는 않았는데.」
「아니요, 상당히 오랫동안 독서에 집중하고 계서서, 목이 마르시지 않을까 해서요.」
소악마라는 이름의, 파츄리의 사역마로서 일하는 악마 소녀는, 동의를 얻지 않았음에도 마음대로 타온 홍차를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차가 필요할 때는 사쿠야에게 부탁할거야.」
「선대무녀님과 친해질 기회라고 생각해서요. 자아, 식기 전에 드셔주시겠어요?」
상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웃는 얼굴에는 뒤에는 능구렁이가 족히 수십 마리 이상 들어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파츄리는, 컵에 손을 대지 않고 탐색마법을 사용한다.
과연, 내용물은 보통 홍차다.
다만, 선대의 앞에 놓인 홍차에서는 이물질이 감지되었다. 아마 어떠한 약이다.
소악마의 악의를 알아차리고, 경고의 의미를 담아 노려봤지만, 그녀의 흥미는 선대의 반응에만 향해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은 그녀의 나쁜 버릇이며 성격이기도 하다.
악마란, 사람을 도발하고, 유혹해, 마지막엔 파멸시키는 것에서 쾌락을 얻는 위험한 종족이다.
「손대지 마, 그 홍차 뭔가 들어있어.」
「알고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미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듯, 선대는 컵을 그대로 물렸다.
「어머나, 마음에 드시지 않으셨나요?」
소악마가 도발하는 어조로 물었다.
그 행위에, 대단한 의미 같은 건 없겠지.
상대가 화내던, 경계하던, 혹은 잘못해서 마셔버리던─.
홍마관의 거주자 대부분이 경의를 표하는 눈앞의 인간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맹수를 관찰하는 기분으로 대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그러니까 소악마와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라고. 자신도 말릴 수 없는 이 사역마의 행동에 파츄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우선, 빨리 내실로 돌려보내고 선대에게 사죄하기 위해 말을 꺼내려 했다.
그보다 먼저, 선대가 소악마에게 미소 지었다.
「한 번 더, 다시 따라다오.」
「……예?」
소악마는 멍하니 선대를 응시했다.
「목이 마르다」
「…………예.」
선대의 본심을 파악하기 위해, 소악마는 잠시간 벌레라도 씹은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빠져 있었지만, 이윽고 단념했는지 다시 홍차를 따라 올렸다.
파츄리는 사죄를 철회하기로 했다.
역시, 선대가 한 수 위다. 소악마로는 상대조차 안 될 것이다.
정체 모를 이물질을 탄 음료를 낸 상대에게, 단지 담력만으로 한 번 더 따라주는 것을 부탁한 것은 아니다.
선대의 태도는 자연스러운 그대로이며, 소악마에게 경계심을 갖기는 커녕 되려 편안하게 대하고 있다.
소악마 자신도, 자신의 악의로는 털끝만큼도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파츄리는 당장이라도 웃음이 나올 것 같은 얼굴을 책으로 가렸다.
자신과는 달리 지혜나 마법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것과는 다른, 그저 대담한 태도의 선대에게 소악마가 느꼈을 패배감을 상상하고, 파츄리는 속으로 쓰게 웃었다.
이윽고, 다시 내온 차를 그저 음미하며, 해가 질 때까지 독서를 계속하고 있자니, 잠자리에서 깬 레밀리아가 왔다.
흡혈귀에게 있어선, 지금부터가 아침이다.
「잘 와 줬어요, 선대. 늦어져서 죄송해요.」
「아니, 이쪽이야말로 시간대를 헤아리지 않고 와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내게 있어서는 아침 식사가 되지만, 마침 시간도 맞으니 식사라도 함께하지 않겠어요?」
「맛있는 음식을 기대하겠다. 인간용의 식사로.」
「후후, 물론이에요.」
파츄리는 이러한 대화에서도, 선대의 이상한 인품을 감지할 수 있었다.
레밀리아는 흡혈귀다. 인간의 피가 섞인 음식을 먹는다.
그것을 이해하고, 같은 인간이면서도, 눈앞의 요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담력이, 선대무녀에게는 갖춰져 있었다.
이것은,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감성일 것이다.
이별과 재회의 말을 주고받으며, 도서관을 떠나가는 등을 파츄리와 소악마 두 명은 마중했다.
「……뭔가요, 저 사람?」
문이 닫힌 후, 소악마는 사교성이 좋아 보이는 웃는 얼굴을 지우고 낙담으로 가득 찬 표정을 띄웠다.
그녀의 주인인 파츄리에겐, 그것이 나약한 목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선대무녀가 어떤 인간인가, 파악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악마에게도 우호적인 인간.」
「……파츄리님, 놀리고 있죠?」
「응」
─왜냐면, 그런 곤란한 얼굴을 한 널 보는 건 처음이니까.
뒷말은 가슴에 담아 두었다.
소악마는 더욱 더 기분이 나빠진 듯, 뺨을 부풀렸다.
타인을 놀리는 것은 좋아하지만, 놀림 받는 것은 싫어하는 성격이다.
「정말로, 어째서 그렇게 무방비한건가요? 두 번째 홍차도 전혀 경계하지 않았어요.
악마라구요, 저? 약한 물건이라지만……보통, 약 넣었던 사람한테 다시 한 번 차 시중 같은거 부탁하나요?」
「당신의 본질을 간파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신경 쓰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지…….그녀의 심리를 이해 할 수 없는 시점에서 이번엔 네 패배네.」
「실력에 뒷받쳐진 자신감이라는 건가요…….결국, 두 번째 홍차도 효과 없었고」
「기다려봐. 너, 저거에도 뭔가 했어?」
「예, 컵 쪽에 장난을 조금.
그렇지만 이상해요. 여성에겐 분명 효과 있을 저주를 걸어놨는데, 맥박 정상, 발열 없음. 조금이라도 끈적끈적해져야 정상일텐데요.」
「그런 저주구나…….너 정말로 성격 나쁘네.」
결국 아무 일도 없었지만, 결과가 달랐다면 터무니없을 정도의 대문제가 됐을지도 모른다.
파츄리는 책의 모서리로 소악마의 머리에 제재를 가했다.
「아야야……그런데, 도대체 정신머리가 어떻게 되어있는거죠? 저 사람. 성욕이 없나요?」
「몰라. 50년 이상 순결을 유지해온 진짜 무녀인걸, 정신도 인간을 초월한 거 아닐까?」
「……에엣!? 처녀인가요, 그 사람! 그렇지만, 분명 현재 하쿠레이의 무녀가 딸이라고……!」
「피는 연결되지 않았다던데.」
소악마는 멍하게 입을 열고 있다가, 잠시 후 공포심이 절로 달리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독기 섞인 공기를 휘감은 채「크케케케!」라며 절대로 인간의 성대로는 낼 수 없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확실히 악마답다면 악마답게 보이는 그 광경에, 파츄리는 전력으로 싫은 예감을 느꼈다.
「실로, 훌륭해요! 뭔가요, 그 초(超)성녀!
남성 경험 전무, 심신 둘다 강함 그 자체에, 한 아이의 어머니, 그런데 젊고 아름답다니! 그 상처 투성이인 몸도 개인적으로 굿이에요!
매우 먹음직스러워 보여요! 저, 악마로서 불이 붙어버렸어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그 무녀를 함락해 보겠어요!!」
「함락하지 않아도 괜찮아.」
파츄리의 맥빠진 딴지를 완전히 무시하며, 소악마는 기괴한 흉소를 퍼트리며, 속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귀찮은 일─이 되진 않을 것이다.
결국, 선대무녀가 소악마보다 한 수 위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 텐션이 높아진 사역마를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천식을 앓는 병약한 마법사 쪽이었다.
파츄리는 우울하게 한숨을 토했다.
◆
【스칼렛 자매의 신세계】
「치사해~!!! 어째서 언니만!?」
레밀리아의 예상대로, 늦잠을 자버린 플랑도르는 설명을 받은 후, 방문을 쳐부수며 들어왔다.
그 얼굴은 분노로 새빨갛게 되어 있었지만, 광기에 찌든 플랑의 얼굴을 아는 레밀리아에게 있어선 그저 사랑스럽게 보일 뿐이었다.
담담한 표정으로 사나온 표정을 받아 넘긴다.
「어쩔 수 없잖니, 네가 늦잠을 자버린거니까.」
「억지로라도 일으켰어야지! 그 사람이 왔다고 했으면, 절대로 일어났을텐데!」
플랑도르는, 이미 귀가했다고 보고를 받은 선대무녀를 언급하며 분개했다.
확실히, 그 이변 이래 플랑도르는 선대무녀를 매우 그리워하고 있었다. 억지로라도 일으켜 주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단지, 레밀리아로서는 플랑의 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플랑도르는, 최근 매우 잘 잔다.
일찍이, 악몽을 꾸고 일어나, 미친 것처럼 울부짖는 소리가 지하실에서 울려 퍼지던 무렵을 생각하면, 이렇게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기회는 귀중하게 생각되고 만다.
「선대라면, 또 다음 밤에 시간을 맞춰서 온다고 약속했어.」
「우우~, 그렇지만 「또 다음」인거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레밀리아를 노려본다.
그러나, 불만을 품기는 했지만, 플랑도르는 스스로의 감정을 제대로 억누르고 있었다.
아직도 어린아이의 선을 빠져나지 못했지만, 그녀는 자제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495년간의 정체로부터 크게 발돋움하는 여동생의 성장을, 레밀리아는 내심 기뻐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선대가 네게 준다는 선물을 맡고 있었네.」
최초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을, 레밀리아는 마치 방금 막 생각난 것 같은 어조로 말했다.
곧바로 플랑도르의 눈이 반짝인다.
「어, 뭔데뭔데!?」
「이거야. 수제 같아.」
레밀리아가 내민 봉투를 낚아채듯이 가져가서는, 흥분을 억누르며 신중하게 내용물을 꺼낸다.
곰 모양의 봉제인형이었다.
가죽용의 천은 튼튼한 것을 사용하고 있지만, 크기가 작고 귀여운데다, 손재주가 좋게 단추와 끈으로 얼굴도 만들어져 있다.
「우와! 귀여워!」
「부수면 안 된다?」
감동한 나머지, 불쌍하게도 (흡혈귀의 근력으로)힘껏 껴안긴 봉제인형을 가리키며, 레밀리아가 충고했다.
플랑도르가 당황해서 팔에서 힘을 뺀다.
「선대가 말했어.「소중히 다루거라. 혹시라도 망가트리면 혼내러 가겠다」라던데.」
「……응, 소중히 할게」
플랑도르는 한순간 불안해보이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바로 꽃이 핀 것 같은 밝은 미소를 띄웠다.
선대의 전언에 포함된 진심을 이 아이는 이해 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이해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좀 더 성장한 뒤가 될까?
레밀리아는 잠시 즐거운 표정으로 상상하고는, 동시에 그런 배려를 해 준 선대무녀에게 재차 감사했다.
플랑도르는 아직 정신적으로 어리다. 그 이변의 밤에, 다시 흡혈귀로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못을 저지르기도 할 것이다.
자신의 중요한 것을, 자신의 손으로 파괴해 버릴 때가 있을 지도 모르다.
그 봉제인형은, 그런 플랑도르에게 주어진 최초의 과제가 아닐까. 라고 레밀리아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대는 그 후의 일도 예견하고, 그 전언을 남겼을 것이다.
앞을 예견한 혜안에, 레밀리아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이길 수 없네, 정말이지……)
자신은 플랑도르의 언니다. 지금부터, 다시 한 번 그 입장을 자각하고, 그에 걸맞게 행동하려한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어머니가 되는 것은 할 수 없다.
지금, 여동생에게 있어서 제일 그 역할에 가까운 것은, 그 누구도 아닌 그녀인 것이다.
「응, 언니」
「왜 그러니?」
레밀리아는 속내에 품은 서글픈 감정을 눈치 채이지 않게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
「하쿠레이의 아주머님과 같이 밥먹은 거지? 무슨 이야기 했어?」
「별로, 중요치 않은 이야기.」
레밀리아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성의 없어보일지도 모르지만, 정말로 특별할 것 없는 평온한 식탁이었다.
선대무녀에겐 처음 봤을 서양 음식에 관한 감상이나, 때때로 이 홍마관에 관한 질문. 평소에 어떻게 지내고 있어? 좋아하는 음식은? 취미는─.
마치 안지 얼마 안 된 사람들끼리 할 만한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였다.
극히 자연스럽게 그런 대화와 식사를 즐기다보니, 자신들의 입장을 생각해 낸 것은 식후의 차를 전부 마신 후였다.
인간과 흡혈귀.
무녀와 요괴.
아버지를 죽인 사람과 아버지를 살해당한 사람.
구원한 사람과 구원받은 사람.
두 명을 나누는 벽은, 그야말로 무수한데도 불구하고, 레밀리아는 그것을 자각할 때까지 눈앞의 인간과 어색함 하나 느끼지 않고 담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했어.」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가 나중에 와서 실감하고 있었다.
그 무녀에겐,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나 기피감 같은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오래된 친구인 것 마냥 거리낌 없이 다가온다.
하쿠레이 레이무와 같다. 그녀도 똑같이, 무서운 흡혈귀 상대로 겁먹지 않고, 단지 있는 그대로 요괴로서 본연의 자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역시 부모와 자식이라고나 할까.
단지 유일한 차이는, 그 대응이 차가운지 상냥한지의 차이 뿐이었다.
생각에 빠져있는 레밀리아와는 반대로, 플랑도르는「헤에」라며 순순히 납득하고 있었다.
「……그런데, 플랑. 선대의 호칭은, 그걸로 괜찮니?」
플랑도르가 그녀를「아주머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약간 예상외였다고 생각하면서 레밀리아는 물었다.
그토록 좋아하는 상대니까─「어머니」라거나 그렇게 불러버리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부르는 것을 들어버리면, 자신이 매우 복잡한 심경이 될 것은 틀림없다.
레밀리아에게 있어서 어머니란 기억에 남아있는 인물이며, 그 사람 이외의 존재를 어머니라고 부를 일은 없다.
그러나, 피가 연결된 여동생에게 있어서, 레밀리아가 기억하는 인물은 그저 낯선 타인이며, 어떤 친밀감도 없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대신 플랑도르에게 있어 지금 그 위치에 있는 것은, 자신을 사랑을 담고 혼내고, 칭찬해 준 그 무녀였다.
그러니까, 플랑도르가 어머니로서 인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라고.
만약, 그것이 자매의 사이에 치명적인 균열이 된다고 해도, 레밀리아로선 납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응, 괜찮아」
레밀리아의 고뇌를 알고 있다는 듯이, 플랑도르는 조금 쓸쓸한 듯, 그럼에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그 사람을「어머님」이라고 불러버리면, 분명 언니가 곤란한거지?」
「플랑……」
여동생의 기특한 대답에, 레밀리아는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
무심코 흘러넘칠 것 같은 눈물을 견디며 급하게 바깥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밤하늘이 보였다.
환상향의 밤은, 별이 매우 아름답다.
당연한 듯이 존재하는 밤하늘을, 지금 처음 보는 것 같은 신선함을 느꼈다.
「……저기, 플랑. 선대무녀가 하쿠레이 신사에 방문하는 날이, 한 달에 한 번 있는 것 같아.」
─그 날 밤에, 둘이서 신사에 놀러가 볼래?
아무렇지도 않게 제안하자, 그 직후 방안에서 소녀의 날카로운 환성이 울려 퍼진다.
레밀리아와 플랑도르. 두 명의 앞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
【오늘의 선대】
오늘은 진료소 문을 빨리 닫는다고 말하자, 상당히 아쉬워하는 할머니에게 이별을 고하며, 나는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후후후, 죄송해요. 몸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끌려 다니는 나라도, 이번만큼은 지금이 우선이다.
전의 이변 때 메이링과 재회의 약속을 한 나는 오늘, 홍마관에 방문할 예정이다.
간단한 선물이 들어간 봉투를 챙기며, 한 번 왕복했던 길을 서두른다.
감정이 고양되고 있다.
홍마관이라 하면, 환상향의 유명 지역 중 하나.
특히 생전의 기억을 가진 내게 있어, 동방의 무대 중 하나를 방문한다는 것은 관광 명소를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성지 순례라고 말해도 괜찮을지도.
이변 때는 견학은 커녕 상황이 너무 긴박해서 그다지 즐길 수 없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그저 놀러가는 거라서 귀찮은 일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응, 평화 최고!
점점 고조되는 기분을 억누르며, 나는 홍마관으로 가는 길을 일직선으로 달렸다. 너무 들뜬 것 같아서 자중하고, 10걸집 달리기로.
약속이 있다고는 한들, 사전 동의 없이 방문해도 괜찮을지, 대문 앞까지 와서 겨우 깨달았지만, 그런 불안을 단방에 날려버릴 만큼 환영을 받았다.
문지기 대역으로 보이는 요정에게 전언을 부탁하자, 곧바로 메이링이 달려와서, 몹시 기뻐보이는 웃는 얼굴로 마중 나왔다.
게다가, 스스로 정원을 안내해 준다고 해서. 맘놓고 부탁하기로 했다.
뭐랄까 그전에, 메이링을 가이드로 홍마관을 견학 할 수 있다니, 어디의 초호화 관광 상품이냐 이거?
모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쥐님이 서식하는 공원을 돌아다니는 기분으로, 자중이라는 철가면 속에 웃는 얼굴을 숨긴 채,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저택 내부를 산책했다.
행선지를 말한 뒤, 나머지는 그저 뒤를 따라오는 메이링에게서 종자의 이상향을 보면서, 나는 아름다운 정원에 발을 디뎠다.
한마디로 말하면, 위험하다.
도대체 무슨 평가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의 감동이 내 가슴에서 솟구쳤다.
환상향의 건축물은 기본적으로는 일본식이므로, 서양풍의 정원이 신선하게 비친다는 점도 있을지 모른다.
거기에 더해서, 예술적이며 다양한 색채.
특히 분수. 생전의 지식 덕택에 그것이 분수라고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조형의 레벨이라던가 너무 다르다. 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할 것만 같은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관리자의 정성을 보여주듯 손질이 골고루 되어있는 잔디나 정원수. 그 배경이 되는 장엄한 홍마관.
시야에 비치는 광경을 그림으로 그려 액자에 장식해 두는 것만으로 하나의 예술품이 될 것만 같은 아름다움이었다.
그 후 안내된 곳에 있던 화단의 꽃들은, 메이링이 예전부터 직접 돌보고 있다고 한다.
굉장해—, 메이링 굉장해—.
나는, 농작물 밖에 기른 경험 없다고? 근처의 농가를 돕와서, 무라던가 감자 같은 것 외에는 길러본 적 없으니까.
완전히 이세계를 걷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감동과 동시에 의미 없이 긴장해버려서, 표정도 굳어져간다.
걷는 것 하나도, 이곳에선 보기 흉한 행동은 용서받지 못할 것 같아서 마음대로 각을 잡아 걷고 있다.
메이링을 데리고, 천천히 정원을 걷는다.
날씨도 좋고, 따뜻한 공기 속에서 무의미한 긴장도 자연스럽게 빠져나갔다.
아, 좋다. 이대로 메이링과 계속 걷는 것만으로도, 나라면 분명 꼬박 하루쯤은 문제없이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느낌으로 기분이 풀려버려서 그랬던걸까?
……먼가가 씌었다.
나를 존경하는 것처럼 보이는 메이링의 태도와 그 잘 어울리는 중화풍의 의상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영감이 떠오른 것이다.
메이링은 절대로 이「재료」를 모를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진정해라, 나.
─하지만, 해보고 싶어.
짧은 갈등 끝에, 결국 나는 자신의 욕망에 따랐다.
「차봐라」
「네?」
「차보라고 했다.」
했다아아───!
모 쿵푸 영화에서 유명한 씬을 흉내내서, 진지한 표정으로 뜬금없는 소리를 말하기 시작한 나.
당연하달까, 메이링은 당황했지만, 그럼에도 말한 대로 따라 주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이미 내 마인드는 메이링의 사부. 나는 이제 멈추지 않는다.
전생의 내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무술을 즐기는 내게 있어서 그 시츄에이션은 동경이다.
갑자기 영문 모를 말을 듣고 동요하는 메이링을 질타해서, 무술 지도 같은 것을 해봤다.
우왓!? 마지막 발차기는 조금 위험했다……너무 들떠버린 벌인가?
어쨌든, 여기까지 예정대로에 말을 끝낸 나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그 명언을 말했다.
「Don't Think. Feel(생각하지 마라, 느껴라)」
……후우.
이 대사 하고 싶었을 뿐이지, 라는 마음속 딴지를 가슴 깊이 묻어버리며, 나는 견실한 표정 아래로 기묘한 만족감을 얻고 있었다.
아아, 순수하게 받아들여주는 메이링의 웃는 얼굴이 눈부셔…….
그 후 나는 도서관에 안내받았다.
안내역인 사쿠야에게 설명받은 내용인데, 레밀리아가 아직 취침중이므로, 도서관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것은 내 실수였다.
그러고보면 레밀리아는 흡혈귀니까 평소 활동시간은 밤이구나.
동방 2차 창작 작품 안에서는 내용 형편상, 레밀리아가 태양이 떠있을 때 활동하는 것이 당연했었으니 착각하고 있었다.
뭐, 나로선 홍마관에서 보낼 수 있다면 짬을 때우기는 커녕, 평생 즐길 수도 있으므로 전혀 문제없습니다.
게다가, 시간을 때울 장소는 홍마관의 도서관, 그것도 파츄리가 스스로 마중해준 것이다.
메이링 때도 느낀건데, 이건 도대체 무슨 호화 투어냐고요. 뭐야 이거, 돈 안내도 괜찮아?
도서관이니까 할 것이라면 독서 뿐이지만, 책장이 나란히 줄서있는 저택 안은 이것대로 또 다른 정취가 있어서, 책을 읽기엔 안성맞춤인 고요하고 마음이 침착해지는 공간이었다.
파츄리에게 마법으로 검색받고, 몇 권인가 선택한 책을 읽는다.
일본의 책이므로, 글자를 읽지 못해서 고생하지도 않았다.
무심코 달아오른 난, 이번엔 서양쪽의 책을 손에 들어 봤다.
이쪽은 역시나라고 할까 스무스하게 읽는 것은 어렵지만, 공부할 겸 도전해 보았다.
생전의 기억에 외국어의 지식이 있던 덕분에 어느 정도 읽을 정도의 수준은 되었지만, 역시 사전레벨의 지식은 가지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무심코 자각하는 걸 잊어 버린건데, 이 생전의 지식은 환상향 거주자의 평균 학력을 반영하면 대단한 치트구나. 의무 교육은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독서와 공부조차 신선하게 느껴져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잊고 즐기고 있자니, 갑자기 소악마가 나타났다.
첫 대면의 내게도 감이 온다, 뭔가를 숨긴 것 같은 가장된 웃음. 그런 표정으로 차를 권한다.
대체로 부정적인 측면에서 예상하고 있자니, 아니나 다를까 그 홍차엔 무언가 넣어져 있는 것 같았다.
전혀 기가 죽지 않은 소악마의 불손한 태도를 보며, 나는 몰래 감동하고 있었다.
헤에, 진짜 소악마는 이런 성격이였나─.
아니, 원작의「소악마」라는 캐릭터는 4면의 중간보스로 등장했을 뿐이고, 개인의 설정은 전무.
따라서, 그 성격이나 용모 등의 캐릭터라이즈(キャラクタライズ)는 모두 2차 창작이며, 명확한 설정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는 사람에 의해 천차만별의 모습이 있고, 나 자신의 기억에서도 다양한 타입의 소악마가 존재하고 있었다.
생전의 세계에서는 결코 모를, 소악마라는 존재의 명확한 모습이 지금 내 눈앞에 있다.
그것은 감동받을 점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나를 노리고 행해진 일이 악의를 뿌리로 하는 것이며, 아무래도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악마다운 성격이라는 것은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소악마는 오히려 웰컴이다!!
복흑 속성의 잔혹계 소악마 따위, 나는 생전에 이미 마스터하고 있다! 동인지적인 의미로.
한 잔 더 달라고 해서, 죠르노 처럼 전부 마셔 버렸다.(역자 : 엔하위키에서 아바차 검색)
어쩐지 입을 댄 순간 주술적인 것이 감지돼서 잠깐 쫄았지만, 효과는 없는 것 같으니까 상관없고.
그 다음엔 레밀리아의 저녁 식사에 초대되거나 해서, 황송할 정도로 극진한 환영을 받았다.
촛대로 비추어진 테이블 위에는 매우 호화로운 서양 음식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려져 있고, 정면에는 레밀리아가 앉아있는, 내게 있어선 완전히 미지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어쩐지 아직까지 끈질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이거 진짜로 수만금을 줘도 실현 불가능한 꿈과 같은 상황인거지.
음식은 매우 맛있는데다, 평소에는 일식이므로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레밀리아와는 유명 스타한테 말거는 기분으로 질문을 섞으며 대화했다.
나를 대하면서 조금 태도가 너무 거리낌 없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적대 관계로 인식되어 있지 않았다면, 기본적으로는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것이 내 본심이다.
나에게는 생전의 기억이 있는 탓에, 아무래도 이 환상향이라는 세계를 밖에서 봤을 때의 시점을 가져 버린다.
이 세계가 앞으로 맞이할 미래 중 하나를 「이야기」로서 알고 있기에, 여기에 사는 인 요와 접촉해서, 사이가 좋아지고 싶다고 생각해 버린다.
……실은 첫 대면인 상대에게 너무 허물없다든가 생각되는 거 아닐까, 매번 불안해요.
식사를 끝내고 심신 모두 만족한 나는, 마지막으로 플랑에게 줄 선물을 건네주었다.
플랑은 아직도 자고 있는 것 같다.
그 아가씨와도 만나고 싶었지만, 시간대를 잘못 선택한 내 자업자득이므로 어쩔 수 없다.
선물은 손수 만든 봉제 곰인형이다.
실은 나, 재봉이 취미기도 하다.
사실 이 세계에서 미지의 것과 조우했을 때, 생전의 기억이나 지식에 의지하기 십상이었던 내가 유일하게 예비지식 없이 손을 댔던 것이 이 재봉이다.
단지, 내 전생에서 재봉의 경험이나 지식이 없었을 뿐이지만, 진정한 의미로 첫 경험이었던 나는 바늘구멍에 실을 넣는것도 고전해서, 손대중으로 작업하고는 실패했다.
이러한 악전고투의 연속으로 얻은 기술은, 내게 있어 매우 감개 깊게 생각되버려서, 정신이 들고 보니 취미가 되어 있었다.
레이무의 어릴 적엔, 옷을 수선하는 것이 일과기도 했고.
마을의 헌책방에서 외국의 재봉 교과서를 우연히 찾아낸 나는, 이번 선물을 생각해 냈던 것이다.
튼튼한 천을 사용해서 조금 표면이 거칠지만, 이 천이라면 조금 휘둘러도 끊어지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조금 아쉽다고는 생각하지만, 플랑은 아마 가까운 장래 이 봉제인형을 부술지도 모른다.
내가「창작된 이야기」를 풍부하게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힘의 제어가 능숙하지 않은 인물이 자신의 중요한 것을 부수고 마는 비극이라는 것은, 생각보다는 흔히 있는 클리셰다.
그렇지 않아도, 플랑과 같은 어린 아이가 자신을 제어하는 법을 몸에 익히려면 , 한, 두 번 정도 실패를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그 때 받을 깊은 후회심, 정신적 성장을 재촉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떤 일이던 경험이 우선이다. 구르지 않으면, 일어서는 법도 고통을 참는 법도 모른다.
부모는, 상당히 여러가지를 계산해서 아이를 교육해야 한다고.
그러니까 플랑에게 해줄 전언도 남겨두고, 나머지는 레밀리아에게 맡기기로 했다.
플랑을 제외한, 홍마관의 중요 인물들 대부분의 마중을 받는디는 사치스러운 이별을 끝마쳐 나는 귀로에 들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벌써 밤이 되어 있었다.
즐거운 시간은, 눈 깜짝할 순간에 지나가버리는구나.
환상향의 아름다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고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떠오를 정도의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라는건 뻥이고 사실「홍마관에서 메이링이 여러 의미로 최강」설을 확인해보는 편.
단편집 같은 형식입니다.
막간 「홍마선대록」
【홍 메이링의 후일담과 전날담】
마치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다.
이 홍마관도 그렇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그 날을 기점으로 크게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홍 메이링은 이전까지의 자신과는 다르다.
어떤 의문도 없이 먹이와 잠자리를 받으며 사용당하는 것에 반항의 의지조차 가지지 못했던 자신이 아니다.
단 하나. 그 사람에게 인정되었다는 자부심이 자신에게 남아있는 한, 두 번 다시 그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 때의 자신으로 돌아가 버리면, 나를 인정해 준 그 사람을 깎아내리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 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나는 나 자신만의 의지로 움직인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시. 그 사람과 마주쳤을 때, 이름을 자칭하기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강해지자.
얼마 전, 야쿠모 유카리가 홍마관을 찾아왔다.
이 환상향이라 불리는 땅을 침략해온 홍마관의 당주는 퇴치 당했지만, 당주의 장녀인 레밀리아 아가씨가 차기 당주자리를 잇고, 향후의 취급에 대해 대화하러 온 것 같다.
나 같은 일개 문지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다.
아니……나는 이제, 이 홍마관과는 전혀 무관한 요괴가 된다.
오늘 밤 당장이라도 홍마관에서 나갈 생각이니까.
이전의 당주를 따랐던 건 충성심 때문이 아니라, 그저 하루 끼니만을 얻기 위해 일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이상 하루 끼니와 잠자리로만 만족 할 수는 없다.
강해지고 싶다. 그리고, 이 세계에 대해 더욱 깨우치고, 성장해서, 머지않아 그 사람과 마주설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당주가 죽고, 많은 부하들도 죽거나 도망쳐버린 이 저택은 이제부터 한동안 바쁘다가, 결국 쇠퇴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그 사실에 동정심은 생기지만, 그 이상의 정을 느낄 만큼 은혜를 입은 것도 아니다.
그 이변의 얼마 안되는 생존자들에겐 미안하지만, 내가 이 문을 지키는 것도 오늘까지다.
자, 이제 이곳을 나가서 어디로 갈까?
이곳은 환상향. 내게 있어, 수수께끼로 둘러싸인 땅이다. 불안감은 있지만, 그 이상으로 흥미롭기도 하다.
이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목적지 없는 방랑 중의 우연이었지만, 이번엔 수행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가전 여행 또한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조금 나쁜 생각이 떠올랐다.
그만큼이나 혹사당했는데, 퇴직금 정도는 받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경비병이 적어졌다고는 한들, 저택 내의 가구 같은 것은 너무 크니까 제외.
여기는 일단, 지하 도서관에라도 잠입해서, 팔릴 것 같은 책을 몇 권정도 실례하자.
그 도서관을 사용하는 것은 음침한 마법사 단 한 명.
대단한 물건도 그리 없을 테니, 그나마 양심적인 상냥한 퇴직금이다.
어젯밤에 홍마관을 나갈 생각이었지만, 어째선지 지금도 저택 안에 남아있었다.
왜냐면, 어젯밤 도서관에 잠입했을 때, 그 마법사와 얼굴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발견되었을 뿐이라면 차라리 낫겠지만, 그녀는 피를 토하며 죽어가고 있었다.
예상외의 사건에, 나는 매우 당황했다.
이럴 바에 차라리 도둑이 들지 않게 감시하고 있는 마법사하고 만나는 편이 좋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장 쪽이 아니라, 목이나 입안에 상처가 나서 출혈하고 있는 것까지는 파악했다.
상처가 난 이유는 둘 째 치고, 피 때문에 기도가 막혀 산소 결핍을 일으키고 있었으므로, 당황해서 피를 빨아낸 뒤 호흡을 안정시키고 재우고 정신을 차려보니 치료와 간호에 전념해서 날이 새고 있었다.
눈을 뜬 마법사에게 갈라진 목소리로 감사인사를 들었지만, 매우 복잡한 기분이었다.
그 사건으로부터 며칠 뒤. 나는 아직도 홍마관에 있었다.
마법사인 파츄리・노우렛지는, 그 때 자신에게 걸린 목소리를 억제하는 각인을 없애려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지식이 전무한 내겐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었지만, 무리하게 없애려고 한 결과, 목과 혀에 큰 데미지를 받았다고 한다.
혀는 그렇다 쳐도 목은 위험했다. 호흡조차 괴로워 보인다.
파츄리는 치유마법을 사용하면 곧바로 회복한다며, 자신의 마법을 억제하는 자도 없을 겸 자신을 가지고 시도했지만……목과 혀에 데미지를 입은 채, 만족스럽게 목소리도 낼 수 없으면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리 없다.
지금도 필담으로 대화를 하고 있으니 오죽할까.
파츄리에게 다시 시선을 돌려보니, 침대 속으로 파고들어가 이불을 머리까지 덮었다.
이렇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계속 치료하기로 했다.
저택의 주위를 답사해보니, 약초의 군생지역을 찾았으므로, 채취해서 달인다.
상당히 옛날 이야기지만, 내가 태어난 고향에서 본 적 있는 약초다.
그러고보니, 환상향이 있는 곳은 홍마관이 있던 대륙이 아니라, 나의 고향인 바다를 건넌 동방인가, 혹은 가까운 장소에 있는 것일까.
어쨌든, 내 지식이 쓸모 있는 생활이 될지도 모른다. 꽤 살맛나는 좋은 장소 같다.
달인 약초는 죽을 정도로 쓰지만, 파츄리의 입에 무리하게 쑤셔 넣어 먹이고, 이것을 반복한다.
사실, 외상에 사용하는 약초니까 쓴건 어쩔 수 없다.
입속이 마비되고 쓴 맛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며 불만스럽게 중얼중얼 거리고는 있지만 안이거라도 해주는게 어디냐. 응석부리는게 아냐, 콩나물 마법사.
다시 며칠이 지났다. 어째선지 아직 나는 홍마관에 있다.
보라콩나물이 밥을 잘 먹지 않는다.
미각이 마비돼서 맛이 없다며 중얼거리고 외면하고 있지만, 영양섭취도 하지 않고 상처의 치유가 될 리 없다.
야쿠모 유카리와의 대화가 어떻게 끝을 맞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부터 홍마관은 주위에 결계를 펼치고 그 요괴에 관리 받는 장소가 되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취급될지 모르겠지만, 관리자로서의 책임은 확실한지 식료나 필요 물자를 보내 주고 있다.
식료 중 쌀이 섞여 있어서, 야채와 약초를 섞어 질퍽질퍽하게 될 때까지 익힌 죽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면 파츄리도 먹기 쉬울 것이다. 정말이지, 남을 돕는 것도 힘들다.
뭐라고, 이번엔 뜨거워서 먹을 수 없다고? 장난치나, 머리에 엎어버린다.
그렇게 잘나보이는 얼굴로 「후-후-해줘」라니, 내가 니 엄마냐.
……식혀줄테니까, 먹는 건 혼자서 하라고!
새삼스레 말하는 건데, 난 왜 아직도 이 홍마관에 남아 있는 걸까?
인간 시종은 당주의 매료의 마법이 풀린 뒤 폐인이 돼서 죽고 남겨진 얼마 안 되는 수의 요정 메이드들과 함께 청소를 하면서 자문했다.
그 죽기 직전의 보라콩나물과 만난 뒤부터 오늘까지, 무심코 휩쓸려서 정착해 버렸다.
그 날의 운은 대흉(大凶)이었던 건가?
그녀의 간호 탓도 있지만,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진 저택에서는 요정 메이드들도 거의 대부분이 받은 교육을 잊고 있는지 전혀 일을 하지 않아서, 그 관리도 어느새 맞고있는 처지가 되었다.
일단, 내가 생활하는 장소라 솔선수범하게 일하고 있자니, 어느새 메이드장 같은 취급이 되어 있었다.
어쩐지 자꾸자꾸 늪에 빠지는 것 같다.
나에게는 이런 일 외에도 해야 할 것이 있는데…….
최근 그 사람에게 지도받은 것을 떠올려서, 격투기를 아류긴 해도 단련하기 시작했다.
원래, 나는 요괴로 갓 태어났을 무렵에 자신의 약함을 조금이라도 보충하기 위해, 현지에 서 전해지던 인간의 권법을 본대로 흉내 내는 것으로 몸에 익히고 있었다.
인간의 기술은 의외로 얕볼 수 없는 것이여서 이때 몸에 익힌 무술 덕에 나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뭐, 결국 어중간하게 익힌 힘 때문에 강한 요괴에 쫓아다니다 당도한 곳이 여기지만.
홍마관에 주워지고 나서는, 겨우「인간의 재주를 몸에 익힌 요괴」라는 동물원 동물 보는 것 같은 시선 밖에 받지 못했지만, 그 사람은 그런 내 힘을 간파하고, 단련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 말해 줬던 것이다.
변덕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들었던 말이 지금의 나의 큰 지침이 되어있다.
이 권법은, 내 자부심이다.
아 맞다, 문지기 이외의 일이 증가한 뒤, 귀찮은 일 뿐이지만, 하나 좋은 일이 있었다.
매일 같이 홍마관에서의 일을 한 뒤, 권법의 단련도 빼먹지 않고 하다보니, 이따금 그것을 보고 있던 파츄리가 도서관에서 동양의 무술 무예지도서 몇 권정도를 찾아내 주었다.
그것을 보고, 아류였던 권법을 보다 깊게 수행할 수 있게 됐으니 운이 좋았다.
그 보라콩나물을 먹이고 재운 보람이 있었다.
대신에, 더 맛있는 음식을 해달라던지, 약초를 달인 약 대신 허브티를 마시고 싶다던지, 불평불만이 늘어 버렸지만, 솔직히 이번 일은 정말로 고마워서 마지못해 따르기로 했다.
대륙의 요리라……먹은 적도 없는데. 예전에 먹었던 것은 빵이나 야채스프 같은, 음식같지도 않은 음식 뿐이었고. 그 방면의 요리책도 찾아 볼까.
그리고, 그 상처를 입은 후 천식을 앓게 되었으므로 목에 좋은 약을 정기적으로 마셔야 한다. 차 대신 마시기엔 너무할 정도로 쓰겠지만.
예이예이, 불만은 듣지 않아요? 파츄리님.
일년이 지났다.
새로운 당주가 된 레밀리아 아가씨는 방에서 두문불출한 채 식사도 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있다.
아버지를 잃었으니까 당연한걸까?
그렇다고는 해도, 평범한 부모에게의 정이 원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난 애초에 밑바닥 출신이라 레밀리아 아가씨와의 접점이라곤 전무하고, 의외로 전 당주가 있던 무렵부터 친분이 있다는 파츄리님 대화를 시도해봤지만 큰 반응은 얻을 수 없었다.
거기다, 여동생 플랑도르・스칼렛도 지하에 갖혀있단다, 게다가 이쪽은 정신병 까지. 필요에 따라 봉인처리도 되어있다고 하고.
장래가 불안한 자매다.
뭐, 그런게 아버지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파츄리님에게 예전 당주에게 받던 처사를 이따금 들었던 적이 있는데, 들을 때 마다 구역질이 나오는 것 같았다.
홍마관의 일은, 일단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다. 내 지시에 따르는 요정들도 많이 생겼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일하는 자들을 통괄하는 역할일 뿐이지, 권좌 위에서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다.
권좌가 텅텅 비어있는 홍마관은, 단순한 주거구 이상의 의미가 없는 상태다.
당주가 저런 상태여서야, 이 저택도 이 이상 길게 존속하지는 못할 것이다.
상당히 길게 머물고 말았지만, 역시 슬슬 이 저택에서 나가는 편이 좋은 걸까.
……그러나, 나는 생각해 내 버렸다.
은혜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지만, 레밀리아 아가씨를 생각하고 있자니, 최근 깨달은 것이 있다.
이「홍 메이링」라는 이름은, 홍마관에 와서 받은 것이다.
이름도 없는 요괴가 문지기라는 사실을 들은 당시의 레밀리아 아가씨가 장난으로 내게 붙인 것이 이 이름이다.
문지기는 홍마관에 방문하는 자가 최초로 보는 거주자. 그런 자에게 이름이 없다니 품위가 없다며─ 당시는 귀족 특유의 멋 부리기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아버지에게 억압받고 있던 그녀가 기분전환이라도 하려고 한 거겠지.
하지만, 지금은 이 이름에 마음속 깊이 감사하고 있다.
그 사람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내 이름을 자칭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머지않아 재회했을 때 재차 자칭할 수 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내가 가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연. 그렇다면 이것은, 내가 레밀리아・스칼렛에게 입은 은혜다.
그 쪽에서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으로 내가 홍마관에 남을 이유를 확실히 할 수 있었다.
특별히, 여기를 나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파츄리님도 신경 쓰이고, 당분간은 이 저택에 남아서 일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어떻게 할까?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문제가 아직도 산처럼 쌓인 것을 떠올렸다. 경솔했던 걸까.
우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방에 틀어박힌 레밀리아 아가씨를 방에서 끌어내는 것부터 시작할까.
어느 날, 홍마관에 인간 소녀가 찾아왔다.
이 장소에는 결계가 쳐져 있으므로, 그 결계를 뚫고 들어온 이 소녀가 어떠한 이능력을 가진 것은 명백하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쇠약해져 있었으므로, 며칠간 조금씩 돌보고 있었는데, 레밀리아 아가씨가 이 소녀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아서 , 홍마관의 메이드로서 교육시키게 되어 버렸다.
건강해지면 마을에라도 데려다 주려고 했는데, 괜찮은 걸까?
흡혈귀나 마법사가 사는 저택에 인간이라……사실 마음이 썩 내키지 않지만, 이상한 기대를 품은 내가 있었다.
이 홍마관과 나 자신을 극적으로 뒤바뀌게 한 것도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소녀가 홍마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상상하지 않고서야 배길 수 없었다.
이름은, 아가씨의 명명으로「이자요이 사쿠야」로 정해졌다.
이변을 일으킨다고 한다.
함락과 재생으로 벌써 수십년, 마침내 홍마관의 결계가 풀리는 날이 온 것이다.
레밀리아 아가씨와 야쿠모 유카리의 사이에서 뭔지 모를 뒷거래가 있던 것 같지만, 내가 신경 쓸 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변 해결을 위해 이 곳으로 올「하쿠레이의 무녀」에 대한 흥미가 돋았다.
유감스럽게도, 그 사람은 몇 년 전에 하쿠레이의 무녀를 은퇴하고, 현역에서 물러났다고 들었다.
거기에, 이번 이변을 기회로 환상향에는 새로운 결투의 룰이 생기게 되서, 예전과 같은 피튀기는 사투는 할 수 없게 되었다 한다.
스펠카드・룰이라는 것도 꽤 재밌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지금까지의 단련의 성과를 낼 수 없는 싸움이 되는 것은, 그 사람의 은퇴도 포함해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나는 그렇게 나약한 의지로 그 사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살려서, 이 새로운 룰 위에서라도 힘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 후에 올 하쿠레이의 무녀와 정면에서 싸운다.
……그렇게 돼서, 밑바닥부터 시작해, 정신이 들어 보니 꽤 오랜 시간 동안 머물러 버린 저택의 관리자로서의 지위에서 내려와, 일개의 문지기로 돌아가기로 했다.
레밀리아 아가씨나 사쿠야를 시작으로, 뜻밖에 주위의 반대도 많았지만, 파츄리님이 간절히 부탁해서 억지로 의견을 수렴시켜 주는 것에 성공했다.
나의 속내를 이해하고 있는 파츄리님 과는, 역시 이야기가 통한다.
단지, 파츄리님 자신도 그다지 찬성하는 것 같지 않다.
에에, 아직 옛날 하인 근성이 남아서요. 라고 말을 돌렸지만 기분이 나쁜 것 처럼 보여서, 마시고 있던 홍차를 바닥에 뿌리더니 대신에 약탕을 준비해 오라고 말했다.
……어, 어째서?
어쩐지 주위의 예상외의 반응에 당황하면서도, 나는 일찍이 서있던 장소로 돌아왔다.
이번 이변을 해결하러 오는 차세대 하쿠레이의 무녀는, 그 사람의 딸로서 자라온 후계자란다.
분명, 그 실력은 대단하겠지.
설령 그 사람 본인이 아니더라도, 그 가르침을 받은 무녀를 상대로 전력으로 싸우는 것 또한 나에게 있어서 많은 의의가 있는 일이다.
솔직히 말해, 질투심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내가 그 사람에게 바라고 있던 것을, 그 소녀는 모두 손에 넣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잡념을 떠올리며 이길 수 있는 상대도 아닐 테고, 뭣보다 내 자신에게 납득 할 수 있는 싸움이 가능할 리도 없다.
이변 개시까지 남겨진 시간을, 스스로의 육체와 정신의 단련에 사용하자.
요괴와 달리, 인간은 한정되어있는 짧은 시간을 살며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지를 계승하고, 그대로 죽어 사라진다.
바라건데, 한정되어있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간인 그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에 다시 한 번 싸워, 그 날부터의 성과와 함께 이 이름을 다시 한 번 말할 수 있도록.
만약 그 꿈이 실현된다면, 이 홍 메이링. 이름도 없는 요괴로서 태어난 생애에서, 제일의 기쁨일 것이다─.
◆
【이자요이 사쿠야의 의문】
홍마관의 거주자들은, 거의 대부분 상당한 연륜을 자랑하는 인외의 괴물 뿐이다.
그래서, 요정 메이드들을 포함해 이 관에서 가장 풋내기인 이자요이 사쿠야는, 홍마관이 걸어온 역사의 대부분을 모르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항상 의문으로 생각하는 것이 몇가지 있다─.
「오늘, 오랜만에 옛날 꿈을 꿨어요. 역시, 이전 이변에서 선대를 만나서 그런 걸까요?」
「다양한 사건의 시발점이 된 인간이니까. 그것보다, 결국 그 무녀는 그렇게 부르기로 한거야?」
「예, 역시 제게 있어선 경의를 표해야 할 상대니까요.」
오후의 티타임.
메이링과 파츄리라는, 사쿠야에게 있어선 드문 조합의 두 명이 담소하고 있었다.
사쿠야는 그런 두 명을 위해 차를 끓이며, 그녀들의 대화를 몰래 듣고 있었다.
한 쪽은 홍마관의 문지기로서 야외 근무. 한 쪽은 지하 도서관에서 사서 비슷한 일을 하는 둘.
평범하게 하루를 보낼 뿐이라면, 얼굴을 맞댈 기회가 흔치 않을 두 명이다.
그러나 실제로 두 사람을 보면, 그 흔치 않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메이링은 파츄리에게 거리낌 없이 말을 걸고, 파츄리는「사식의 마법」에 의해 식사가 필요 없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맞을 때는 이렇게 메이링과 같이 간식시간을 같는다.
도대체, 두 명은 어떤 사이일까?
사쿠야가 모르는 것 중 하나였다.
「파츄리님, 차를 따르겠습니다.」
「고마워, 사쿠야」
「아, 사쿠야씨. 저는 홍차로 부탁드릴게요. 저렇게 쓴건 잘 마실 수 없어서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사쿠야는 메이링의 부탁에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메이드장과 문지기. 지위로서는 후자가 낮지만, 사쿠야는 메이링을 존경하고 있었다.
자신도 어릴 적엔 상당히 신세를 지기도 했으며, 메이링은 홍마관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있었을 때, 중심이 되어 성실하게 일하고 있었다고 들었다.
파츄리와의 관계도 이 쯤 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때로는, 당주인 레밀리아와도 대등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홍차를 따르자, 메이링은 다과와 함께 즐거운 모습으로 음미했다.
이렇게 솔직한 반응도, 그만 보살펴주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고보니, 이 차도 메이링 때문에 먹기 시작한거네.」
티컵이 아닌 다기그릇에 담긴 색이 진한 차를 들이키며, 파츄리가 그리운 목소리와 함께 미소지었다.
이것 또한 평소에 감정을 겉으로 내보이지 않는 파츄리로선 드문, 특별히 친한 상대에게만 보이는 표정이었다.
「중독된건가요?」
「좋아서 마시는 게 아냐. 어디까지나 습관일 뿐.」
「제대로 된 약재도 얻었으니까, 그런 씁쓸한 약탕, 무리해서 마실 필요도 없을 텐데요.」
메이링의 의견에, 사쿠야는 속으로 동의했다.
파츄리에게 따른 차는, 홍마관의 부근에서 채취한 약초를 달여 만든 약물이다.
레시피는 메이링의 수제이며, 한 번 사쿠야 또한 마셔본 적이 있었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썼다. 향기도 좋은 편이 아니라. 도저히 즐기기 위해 마실 만한 것은 아니다.
약효도 그렇게 효과적인 것도 아니라, 대신할 물건을 마을에서 사 여러 종류의 약을 구입해 보았지만, 파츄리는 그 어느 것에도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별로, 무리해서 마시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며, 담담한 얼굴로 약탕을 계속 입에 대는 것은 , 사쿠야에게 있어서도 익숙한 반응이었다.
파츄리와 메이링의 과거사는 도대체 어떨까?
사쿠야가 모르는 것 중 하나였다.
「메이드장, 손님이 오셨습니다」
요정 메이드 한 명이 들어와 용건을 전했다.
「누구죠?」
「하쿠레이의 선대무녀 라고 했습니다. 문지기장과 재회를 약속해서 방문하셨다고.」
「에, 와주셨나요!?」
옆에서 듣고 있던 메이링이 힘차게 일어섰다.
「아, 갈게요! 지금 가요, 제가 마중나갈게요!」
남은 홍차를 급하게 들이키고는, 그대로 뛰쳐나간다.
어안이 벙벙한 사쿠야와 요정 메이드와는 반대로, 파츄리는 평소대로 느긋한 속도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선대무녀의 마중은, 우선 메이링에게 맡겨 둬. 여러 모로 관계가 깊은 상대니까. 물러가도 좋아요」
「아, 네. 실례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쿠야」
「예」
「저녁놀이 질쯤이면 레미도 일어날테니까, 그때까지 선대에게 여기에서 머물러달라고 해줘.
적당하게 틈을 봐서, 그녀를 도서관으로 안내해 줘. 나도 조금, 대화를 해보고픈 상대야. 혹시라도 일처리에 실수하지 말고.」
「예, 알겠습니다.」
망설임 없이 대답하기는 했지만, 일로 돌아왔으면서도 사쿠야의 의문은 끝이 없었다.
사쿠야는 흡혈귀 이변이나 홍무이변에서 싸운, 선대무녀를 모른다.
확실히 경의를 표해야 할 상대인 것은 알고있다.
그녀 덕분에 지금의 홍마관이 있는 것이며, 바로 요전에도 자신의 주인인 레밀리아 아가씨나 그 여동생님이신 플랑도르 작은 아가씨에게 큰 변화를 준 것도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러나 직접 그 자리에서 보지 못한 사쿠야는 선대무녀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홍마관의 주민은, 모두 어딘가 한 부분에서 선대무녀를 크게 느끼고 있다.
당주는 경의를 표하며 총명한 마법사가 흥미를 안았으며, 오랜 세월 홍마관을 시중들어 온 문지기가 가장 믿으며 따르는 인간.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사쿠야가 모르는 것 중 하나였다.
홍마관의 메이드장 이자요이 사쿠야가, 자신이 사는 이 장소에서 모르는 것은, 의외로 많았다.
◆
【위대한 나의 스승】
「훌륭한 정원이다」
「감사합니다」
정원을 둘러보며 중얼거린 선대의 말에, 메이링은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
잔디나 정원수의 관리는 메이드들이 하고 있지만, 화단의 꽃들은 메이링이 예전부터 조금씩 취미로 기르고 있던 것으로, 지금도 손질은 빠뜨리지 않는다.
견학을 위해, 홍마관의 뜰을 느긋이 걷는 선대의 뒤를 시종처럼 따르던 메이링은, 이 시간을 보석과 같이 귀중하게 느끼고 있었다.
앞을 걷는 선대의 모습을 바라본다.
등이 꼿꼿히 펴져 아름다운 자세다.
다리의 움직임은 무인답게 틈이 없다. 그런 소소한 점을 깨달을 수 있게 된 자신이 조금 자랑스럽게 생각된다.
발걸음에 맞춰 흔들리는 긴 흑발은, 자신의 붉은 머리카락과는 달라서 신선하다.
온화한 햇볕 아래서 선대는 딱히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걷고 있기는 하지만, 어딘가 날이 서있는 것 같은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단지, 걷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많은 것을 생각하는 걸까?
메이링은,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둘이서 계속 걷고 싶었다.
이 사람과 같은 것을 보고, 듣고, 시간을 함께 한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홍마관을 나와서, 무사수행을 하려던 때도 있었지……)
오늘 아침 꾼 꿈에서, 그런 일을 떠올렸다.
만약, 그 때 홍마관을 나왔다면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을까.
현재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런 만약의 가능성을 망상한다.
이 사람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면?
맥락 없는 생각이 질리지도 않고 떠오른다.
분명히, 줄곧 바라고 바라던 이 사람과의 재회가 실현됐기 때문이다.
하나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욕을 부린다, 정말로 욕심쟁이다.
그렇지만, 멈출 수 없다.
지금, 바로 눈앞에 있는 선대의 등. 메이링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으려 하고 있었다.
(한 번 더, 대련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고는 곧바로 자신의 바보 같음에 머리를 저었다.
그 희망은, 그때의 이변에서 완벽하게 실현되었을 것이다.
자신이 방심했다거나 하는 어리석은 변명을 댈 생각은 없다.
자신은 선대의 단 일격에 패배했다. 그것이 전부고 결과다. 그리고, 충분히 보답 받았다.
─「그래도」「그렇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을 어떻게도 멈추지 못하며, 메이링은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렇게 그저 따듯한 분위기 속에서 산책하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역시 메이링에게 선대와「무술」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처음으로 만났을 때처럼.
상냥한 눈보다, 강한 의지를 품은 그 눈을.
부드러운 언동보다, 지금 당장이라도 일격에 적을 쓰러뜨릴 기세를.
메이링은 선대와 대등하기보다, 대적하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
「메이링」
퍼뜩 정신을 차린 메이링은, 어느샌가 선대가 뒤돌아서서 자신을 침묵한 채 응시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날카로운 시선이, 자신의 제멋대로인 망상을 간파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자신도 모르게 전신이 긴장한다.
선대는 약간 표정이 굳어진 채 조용히 말했다.
「차봐라」
「네?」
당황하는 메이링을 무시하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리고 답을 듣지 않고는, 한 번 더 재촉했다.
「차보라고 했다.」
메이링은 선대의 의도를 헤아릴 수 없었다.
단지, 그 짧은 말에서 느껴지는 엄격함은 이해할 수 있었다.
혹시, 바로 조금 전까지 제멋대로 상상하던 망상을 그녀가 눈치채준 걸까?
스스로도 너무 기회주의적이라 생각되는 해석에, 희미한 기쁨을 느끼면서 메이링은 자세를 잡았다.
한 호흡 쉬고, 날카롭게 발을 내뻗었다.
실전을 상정해서, 가차없이 머리 직격 코스를 노렸다.
그러나, 얕다.
선대는 가볍게 상반신을 살짝 뒤로 빼서 회피했다.
자세를 풀고, 선대의 얼굴로 시선을 돌려보니, 선대의 얼굴에는 메이링에게 경고하는 것 같은 날카로운 눈빛이 있었다.
「뭐냐 그건? 구경거리인가?」
「아……저기」
「기합을 넣고, 정신을 집중해라.」
엄격한 말투에, 메이링은 자신에게 수치심을 느꼈다.
선대의 눈에, 그 발차기는 너무나도 무른 것으로 보인 것이다.
그 때, 발을 내뻗기 직전까지 상상하고 있던 것을 생각하니, 그것도 당연했다. 실전을 상정하고 있었지만, 정신이 느슨해져 있었다.
역시 선대는 자신의 생각을 간파하고, 그에 응하기 위해, 자신을 지도해 주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거기에 볼품없이 응했던 것이다.
메이링은 자신에게의 분노와 함께 기합을 다시 넣었다.
자세를 잡고 선다.
이번엔 잡념은 생각치 않는다.
깊게 발을 디디고, 함성과 함께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발차기를 휘둘렀다.
이것도 다시 한 번, 회피 당했다. 순수한 기량 차이로 인한 결과다.
그러나, 자세를 푼 선대의 눈에서는 변함없는 엄격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기합을 넣으라했지. 분노를 담으라 한 적은 없다.」
마디마디를 강하게 발음하며, 혼내는 어조로 말한다.
모두 간파되어 버린 것이라 메이링은 느꼈다.
미숙한 자신을 향한 분노가 공격에도 드러난 것이다.
메이링은 심호흡을 한 뒤, 마음을 진정시켜 동시에 정신을 전투태세로 바꾸고는, 이번에야말로 완벽한 상태를 갖추었다.
따뜻한 햇볕아래서, 꽃으로 둘러싸인 정원에서, 그 곳만이 마치 전장처럼 공기가 긴장된다.
정적을 찢고, 발차기가 대기를 가른다.
방금 전까지의 발차기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것이 보통의 무술가라면 일격으로 생명마저 취했을 것이 분명한, 필살의 발차기였다.
선대도, 앞의 2회와는 달리, 회피가 아니라, 손으로 발차기의 궤도를 손쉽게 빗겨내 회피에 성공한다.
전력의 일격을 사용한 뒤의 잡념을 없애며, 자세를 푼 메이링에게, 선대는 딱딱히 굳어져있던 표정을 풀었다.
「잘했다. 무언가 느낀게 있나?」
「저기 그러니까……」
조금 전까지의 긴박한 공기가 한순간에 풀리고, 갑작스레 당한 질문의 대답을 내기위해 골똘히 생각하던 메이링의 이마에 가볍게 충격이 달린다.
놀라서 눈을 깜박거리는 메이링을, 선대는 노려보는 것처럼 응시했다.
「생각하지 마라, 느껴라」
그 짧디 짧은 한 마디 말이, 메이링의 마음속에 크게 울려 퍼졌다.
그것은 확실히 지당한 말이었다.
스승이 없어 스스로 무술을 익히기 위해 읽었던 많은 무예지도서에 쓰여진 방대한 문장이, 지금의 단 한마디에 모여있는 것 같았다.
몸의 단련을 받은 것도, 기술을 가르침 받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진리가 주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달을 가리키는 것과 같다. 손가락에 집중하는게 아니다, 그 앞으로 의식을 돌려라.」
「……네!」
「좋다」
지금까지 아류로 권법을 갈고닦아온 메이링에게 있어, 누군가에게 지도를 받는다는 것은 첫 경험이었다.
게다가, 사사받은 상대가 오랜 세월에 걸쳐 경애하던 인물이다.
메이링은 지금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속마음을 숨기고, 예를 다해 머리를 깊게 내렸다.
순간, 무방비인 후두부를 얻어맞아, 당황해서 머리를 올린다.
「설령 인사를 할 때도 적에게서 눈을 떼지 마라.」
선대는, 스승으로서는 엄격한 사람이란 것을 실감했다.
그 엄격함을, 무술을 아는 사람으로서 오히려 기쁘다고 느끼며, 충고를 따라 틈을 보이지 않도록, 다시 고개를 숙인다.
머리를 올리고, 재차 선대의 얼굴을 올려보자, 그 위에는 웃는 얼굴이 지어져있었다.
「그렇다. 그걸로 좋다」
만족한듯 끄덕이고, 미소짓는다.
메이링이 처음으로 보는 상냥한 표정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감동과 기쁨을 억제하지 못하고, 메이링도 또 흘러넘치듯 웃는 얼굴을 띄웠다.
◆
【파츄리・노우렛지의 우울】
새삼스레 생각하지만, 이렇게 놓고 보니 더더욱 파악하기 힘든 인물이라고 파츄리는 생각했다.
선대무녀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정면에서 책을 읽고 있다.
사쿠야는 딱 맞는 시간대에 그녀를 이곳으로 초대했다.
그렇다고는 한들, 이곳은 장서의 수만이 자랑인 도서관. 환영 할 수 있을 만큼 충실한 설비가 없다. 줄 것이라고 해봤자 역시 책 정도다.
의외, 라고 말하면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선대는 읽고쓰기가 가능한 인간이었다.
마을에는 아이에게 학문을 가르치는 서당이라는 것도 있다고는 들었지만, 마을 전체의 문맹 퇴치율은 그렇게 높지는 않으며, 책을 취급하는 상점도 적다.
그러나, 선대는 전문서적이 많은 이 도서관의 책 몇 권을 쉽게 읽었으며 현재 읽고 있는 책에 이르러선 서양의 책이었다.
그녀의 부탁으로 가져온 종이와 펜을 옆에 두고, 책을 읽으며 때때로 해석한 내용을 쓰는 것을 보니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외래어의 공부도 겸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책」
「응?」
「자주, 읽는 거야?」
「그렇지는 않다. 그다지 기회가 없으니까.」
서로 평소에는 말 수가 적기 때문인지, 어딘가 이상한 공백이 차있는 대화였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파츄리는 대답의 의미를, 책을 얻기 어려운 인간 마을의 상황 때문이란 것을 깨달았다.
「만약, 그쪽이 원한다면. 도서관의 책을 대출해가도 괜찮아.」
「……마리사가 자주 빌려가지 않나?」
「어머나, 알고 있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중구난방 하지만, 동시에 얕볼 수 없는 인물이라고 파츄리는 생각했다.
마치 난해한 마도서와 같은 상대다, 라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흥미를 안는다.
고요함만으로 가득 찬 광대한 도서관에는,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와 두 명의 대화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이 도서관에서, 느긋하게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소문의 선대무녀님은, 의외로 책벌레였었나요?」
갑작스레 제삼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파츄리는 싫은 느낌을 받으며 책에서 고개를 들었다.
내실에서 장서명부정리를 명령했음이 분명한, 자신의 사역마가 담담한 얼굴로 서있었다.
「소악마, 널 부르지는 않았는데.」
「아니요, 상당히 오랫동안 독서에 집중하고 계서서, 목이 마르시지 않을까 해서요.」
소악마라는 이름의, 파츄리의 사역마로서 일하는 악마 소녀는, 동의를 얻지 않았음에도 마음대로 타온 홍차를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차가 필요할 때는 사쿠야에게 부탁할거야.」
「선대무녀님과 친해질 기회라고 생각해서요. 자아, 식기 전에 드셔주시겠어요?」
상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웃는 얼굴에는 뒤에는 능구렁이가 족히 수십 마리 이상 들어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파츄리는, 컵에 손을 대지 않고 탐색마법을 사용한다.
과연, 내용물은 보통 홍차다.
다만, 선대의 앞에 놓인 홍차에서는 이물질이 감지되었다. 아마 어떠한 약이다.
소악마의 악의를 알아차리고, 경고의 의미를 담아 노려봤지만, 그녀의 흥미는 선대의 반응에만 향해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은 그녀의 나쁜 버릇이며 성격이기도 하다.
악마란, 사람을 도발하고, 유혹해, 마지막엔 파멸시키는 것에서 쾌락을 얻는 위험한 종족이다.
「손대지 마, 그 홍차 뭔가 들어있어.」
「알고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미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듯, 선대는 컵을 그대로 물렸다.
「어머나, 마음에 드시지 않으셨나요?」
소악마가 도발하는 어조로 물었다.
그 행위에, 대단한 의미 같은 건 없겠지.
상대가 화내던, 경계하던, 혹은 잘못해서 마셔버리던─.
홍마관의 거주자 대부분이 경의를 표하는 눈앞의 인간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맹수를 관찰하는 기분으로 대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그러니까 소악마와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라고. 자신도 말릴 수 없는 이 사역마의 행동에 파츄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우선, 빨리 내실로 돌려보내고 선대에게 사죄하기 위해 말을 꺼내려 했다.
그보다 먼저, 선대가 소악마에게 미소 지었다.
「한 번 더, 다시 따라다오.」
「……예?」
소악마는 멍하니 선대를 응시했다.
「목이 마르다」
「…………예.」
선대의 본심을 파악하기 위해, 소악마는 잠시간 벌레라도 씹은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빠져 있었지만, 이윽고 단념했는지 다시 홍차를 따라 올렸다.
파츄리는 사죄를 철회하기로 했다.
역시, 선대가 한 수 위다. 소악마로는 상대조차 안 될 것이다.
정체 모를 이물질을 탄 음료를 낸 상대에게, 단지 담력만으로 한 번 더 따라주는 것을 부탁한 것은 아니다.
선대의 태도는 자연스러운 그대로이며, 소악마에게 경계심을 갖기는 커녕 되려 편안하게 대하고 있다.
소악마 자신도, 자신의 악의로는 털끝만큼도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파츄리는 당장이라도 웃음이 나올 것 같은 얼굴을 책으로 가렸다.
자신과는 달리 지혜나 마법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것과는 다른, 그저 대담한 태도의 선대에게 소악마가 느꼈을 패배감을 상상하고, 파츄리는 속으로 쓰게 웃었다.
이윽고, 다시 내온 차를 그저 음미하며, 해가 질 때까지 독서를 계속하고 있자니, 잠자리에서 깬 레밀리아가 왔다.
흡혈귀에게 있어선, 지금부터가 아침이다.
「잘 와 줬어요, 선대. 늦어져서 죄송해요.」
「아니, 이쪽이야말로 시간대를 헤아리지 않고 와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내게 있어서는 아침 식사가 되지만, 마침 시간도 맞으니 식사라도 함께하지 않겠어요?」
「맛있는 음식을 기대하겠다. 인간용의 식사로.」
「후후, 물론이에요.」
파츄리는 이러한 대화에서도, 선대의 이상한 인품을 감지할 수 있었다.
레밀리아는 흡혈귀다. 인간의 피가 섞인 음식을 먹는다.
그것을 이해하고, 같은 인간이면서도, 눈앞의 요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담력이, 선대무녀에게는 갖춰져 있었다.
이것은,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감성일 것이다.
이별과 재회의 말을 주고받으며, 도서관을 떠나가는 등을 파츄리와 소악마 두 명은 마중했다.
「……뭔가요, 저 사람?」
문이 닫힌 후, 소악마는 사교성이 좋아 보이는 웃는 얼굴을 지우고 낙담으로 가득 찬 표정을 띄웠다.
그녀의 주인인 파츄리에겐, 그것이 나약한 목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선대무녀가 어떤 인간인가, 파악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악마에게도 우호적인 인간.」
「……파츄리님, 놀리고 있죠?」
「응」
─왜냐면, 그런 곤란한 얼굴을 한 널 보는 건 처음이니까.
뒷말은 가슴에 담아 두었다.
소악마는 더욱 더 기분이 나빠진 듯, 뺨을 부풀렸다.
타인을 놀리는 것은 좋아하지만, 놀림 받는 것은 싫어하는 성격이다.
「정말로, 어째서 그렇게 무방비한건가요? 두 번째 홍차도 전혀 경계하지 않았어요.
악마라구요, 저? 약한 물건이라지만……보통, 약 넣었던 사람한테 다시 한 번 차 시중 같은거 부탁하나요?」
「당신의 본질을 간파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신경 쓰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지…….그녀의 심리를 이해 할 수 없는 시점에서 이번엔 네 패배네.」
「실력에 뒷받쳐진 자신감이라는 건가요…….결국, 두 번째 홍차도 효과 없었고」
「기다려봐. 너, 저거에도 뭔가 했어?」
「예, 컵 쪽에 장난을 조금.
그렇지만 이상해요. 여성에겐 분명 효과 있을 저주를 걸어놨는데, 맥박 정상, 발열 없음. 조금이라도 끈적끈적해져야 정상일텐데요.」
「그런 저주구나…….너 정말로 성격 나쁘네.」
결국 아무 일도 없었지만, 결과가 달랐다면 터무니없을 정도의 대문제가 됐을지도 모른다.
파츄리는 책의 모서리로 소악마의 머리에 제재를 가했다.
「아야야……그런데, 도대체 정신머리가 어떻게 되어있는거죠? 저 사람. 성욕이 없나요?」
「몰라. 50년 이상 순결을 유지해온 진짜 무녀인걸, 정신도 인간을 초월한 거 아닐까?」
「……에엣!? 처녀인가요, 그 사람! 그렇지만, 분명 현재 하쿠레이의 무녀가 딸이라고……!」
「피는 연결되지 않았다던데.」
소악마는 멍하게 입을 열고 있다가, 잠시 후 공포심이 절로 달리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독기 섞인 공기를 휘감은 채「크케케케!」라며 절대로 인간의 성대로는 낼 수 없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확실히 악마답다면 악마답게 보이는 그 광경에, 파츄리는 전력으로 싫은 예감을 느꼈다.
「실로, 훌륭해요! 뭔가요, 그 초(超)성녀!
남성 경험 전무, 심신 둘다 강함 그 자체에, 한 아이의 어머니, 그런데 젊고 아름답다니! 그 상처 투성이인 몸도 개인적으로 굿이에요!
매우 먹음직스러워 보여요! 저, 악마로서 불이 붙어버렸어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그 무녀를 함락해 보겠어요!!」
「함락하지 않아도 괜찮아.」
파츄리의 맥빠진 딴지를 완전히 무시하며, 소악마는 기괴한 흉소를 퍼트리며, 속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귀찮은 일─이 되진 않을 것이다.
결국, 선대무녀가 소악마보다 한 수 위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 텐션이 높아진 사역마를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천식을 앓는 병약한 마법사 쪽이었다.
파츄리는 우울하게 한숨을 토했다.
◆
【스칼렛 자매의 신세계】
「치사해~!!! 어째서 언니만!?」
레밀리아의 예상대로, 늦잠을 자버린 플랑도르는 설명을 받은 후, 방문을 쳐부수며 들어왔다.
그 얼굴은 분노로 새빨갛게 되어 있었지만, 광기에 찌든 플랑의 얼굴을 아는 레밀리아에게 있어선 그저 사랑스럽게 보일 뿐이었다.
담담한 표정으로 사나온 표정을 받아 넘긴다.
「어쩔 수 없잖니, 네가 늦잠을 자버린거니까.」
「억지로라도 일으켰어야지! 그 사람이 왔다고 했으면, 절대로 일어났을텐데!」
플랑도르는, 이미 귀가했다고 보고를 받은 선대무녀를 언급하며 분개했다.
확실히, 그 이변 이래 플랑도르는 선대무녀를 매우 그리워하고 있었다. 억지로라도 일으켜 주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단지, 레밀리아로서는 플랑의 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플랑도르는, 최근 매우 잘 잔다.
일찍이, 악몽을 꾸고 일어나, 미친 것처럼 울부짖는 소리가 지하실에서 울려 퍼지던 무렵을 생각하면, 이렇게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기회는 귀중하게 생각되고 만다.
「선대라면, 또 다음 밤에 시간을 맞춰서 온다고 약속했어.」
「우우~, 그렇지만 「또 다음」인거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레밀리아를 노려본다.
그러나, 불만을 품기는 했지만, 플랑도르는 스스로의 감정을 제대로 억누르고 있었다.
아직도 어린아이의 선을 빠져나지 못했지만, 그녀는 자제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495년간의 정체로부터 크게 발돋움하는 여동생의 성장을, 레밀리아는 내심 기뻐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선대가 네게 준다는 선물을 맡고 있었네.」
최초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을, 레밀리아는 마치 방금 막 생각난 것 같은 어조로 말했다.
곧바로 플랑도르의 눈이 반짝인다.
「어, 뭔데뭔데!?」
「이거야. 수제 같아.」
레밀리아가 내민 봉투를 낚아채듯이 가져가서는, 흥분을 억누르며 신중하게 내용물을 꺼낸다.
곰 모양의 봉제인형이었다.
가죽용의 천은 튼튼한 것을 사용하고 있지만, 크기가 작고 귀여운데다, 손재주가 좋게 단추와 끈으로 얼굴도 만들어져 있다.
「우와! 귀여워!」
「부수면 안 된다?」
감동한 나머지, 불쌍하게도 (흡혈귀의 근력으로)힘껏 껴안긴 봉제인형을 가리키며, 레밀리아가 충고했다.
플랑도르가 당황해서 팔에서 힘을 뺀다.
「선대가 말했어.「소중히 다루거라. 혹시라도 망가트리면 혼내러 가겠다」라던데.」
「……응, 소중히 할게」
플랑도르는 한순간 불안해보이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바로 꽃이 핀 것 같은 밝은 미소를 띄웠다.
선대의 전언에 포함된 진심을 이 아이는 이해 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이해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좀 더 성장한 뒤가 될까?
레밀리아는 잠시 즐거운 표정으로 상상하고는, 동시에 그런 배려를 해 준 선대무녀에게 재차 감사했다.
플랑도르는 아직 정신적으로 어리다. 그 이변의 밤에, 다시 흡혈귀로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못을 저지르기도 할 것이다.
자신의 중요한 것을, 자신의 손으로 파괴해 버릴 때가 있을 지도 모르다.
그 봉제인형은, 그런 플랑도르에게 주어진 최초의 과제가 아닐까. 라고 레밀리아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대는 그 후의 일도 예견하고, 그 전언을 남겼을 것이다.
앞을 예견한 혜안에, 레밀리아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이길 수 없네, 정말이지……)
자신은 플랑도르의 언니다. 지금부터, 다시 한 번 그 입장을 자각하고, 그에 걸맞게 행동하려한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어머니가 되는 것은 할 수 없다.
지금, 여동생에게 있어서 제일 그 역할에 가까운 것은, 그 누구도 아닌 그녀인 것이다.
「응, 언니」
「왜 그러니?」
레밀리아는 속내에 품은 서글픈 감정을 눈치 채이지 않게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
「하쿠레이의 아주머님과 같이 밥먹은 거지? 무슨 이야기 했어?」
「별로, 중요치 않은 이야기.」
레밀리아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성의 없어보일지도 모르지만, 정말로 특별할 것 없는 평온한 식탁이었다.
선대무녀에겐 처음 봤을 서양 음식에 관한 감상이나, 때때로 이 홍마관에 관한 질문. 평소에 어떻게 지내고 있어? 좋아하는 음식은? 취미는─.
마치 안지 얼마 안 된 사람들끼리 할 만한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였다.
극히 자연스럽게 그런 대화와 식사를 즐기다보니, 자신들의 입장을 생각해 낸 것은 식후의 차를 전부 마신 후였다.
인간과 흡혈귀.
무녀와 요괴.
아버지를 죽인 사람과 아버지를 살해당한 사람.
구원한 사람과 구원받은 사람.
두 명을 나누는 벽은, 그야말로 무수한데도 불구하고, 레밀리아는 그것을 자각할 때까지 눈앞의 인간과 어색함 하나 느끼지 않고 담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했어.」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가 나중에 와서 실감하고 있었다.
그 무녀에겐,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나 기피감 같은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오래된 친구인 것 마냥 거리낌 없이 다가온다.
하쿠레이 레이무와 같다. 그녀도 똑같이, 무서운 흡혈귀 상대로 겁먹지 않고, 단지 있는 그대로 요괴로서 본연의 자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역시 부모와 자식이라고나 할까.
단지 유일한 차이는, 그 대응이 차가운지 상냥한지의 차이 뿐이었다.
생각에 빠져있는 레밀리아와는 반대로, 플랑도르는「헤에」라며 순순히 납득하고 있었다.
「……그런데, 플랑. 선대의 호칭은, 그걸로 괜찮니?」
플랑도르가 그녀를「아주머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약간 예상외였다고 생각하면서 레밀리아는 물었다.
그토록 좋아하는 상대니까─「어머니」라거나 그렇게 불러버리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부르는 것을 들어버리면, 자신이 매우 복잡한 심경이 될 것은 틀림없다.
레밀리아에게 있어서 어머니란 기억에 남아있는 인물이며, 그 사람 이외의 존재를 어머니라고 부를 일은 없다.
그러나, 피가 연결된 여동생에게 있어서, 레밀리아가 기억하는 인물은 그저 낯선 타인이며, 어떤 친밀감도 없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대신 플랑도르에게 있어 지금 그 위치에 있는 것은, 자신을 사랑을 담고 혼내고, 칭찬해 준 그 무녀였다.
그러니까, 플랑도르가 어머니로서 인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라고.
만약, 그것이 자매의 사이에 치명적인 균열이 된다고 해도, 레밀리아로선 납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응, 괜찮아」
레밀리아의 고뇌를 알고 있다는 듯이, 플랑도르는 조금 쓸쓸한 듯, 그럼에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그 사람을「어머님」이라고 불러버리면, 분명 언니가 곤란한거지?」
「플랑……」
여동생의 기특한 대답에, 레밀리아는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
무심코 흘러넘칠 것 같은 눈물을 견디며 급하게 바깥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밤하늘이 보였다.
환상향의 밤은, 별이 매우 아름답다.
당연한 듯이 존재하는 밤하늘을, 지금 처음 보는 것 같은 신선함을 느꼈다.
「……저기, 플랑. 선대무녀가 하쿠레이 신사에 방문하는 날이, 한 달에 한 번 있는 것 같아.」
─그 날 밤에, 둘이서 신사에 놀러가 볼래?
아무렇지도 않게 제안하자, 그 직후 방안에서 소녀의 날카로운 환성이 울려 퍼진다.
레밀리아와 플랑도르. 두 명의 앞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
【오늘의 선대】
오늘은 진료소 문을 빨리 닫는다고 말하자, 상당히 아쉬워하는 할머니에게 이별을 고하며, 나는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후후후, 죄송해요. 몸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끌려 다니는 나라도, 이번만큼은 지금이 우선이다.
전의 이변 때 메이링과 재회의 약속을 한 나는 오늘, 홍마관에 방문할 예정이다.
간단한 선물이 들어간 봉투를 챙기며, 한 번 왕복했던 길을 서두른다.
감정이 고양되고 있다.
홍마관이라 하면, 환상향의 유명 지역 중 하나.
특히 생전의 기억을 가진 내게 있어, 동방의 무대 중 하나를 방문한다는 것은 관광 명소를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성지 순례라고 말해도 괜찮을지도.
이변 때는 견학은 커녕 상황이 너무 긴박해서 그다지 즐길 수 없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그저 놀러가는 거라서 귀찮은 일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응, 평화 최고!
점점 고조되는 기분을 억누르며, 나는 홍마관으로 가는 길을 일직선으로 달렸다. 너무 들뜬 것 같아서 자중하고, 10걸집 달리기로.
약속이 있다고는 한들, 사전 동의 없이 방문해도 괜찮을지, 대문 앞까지 와서 겨우 깨달았지만, 그런 불안을 단방에 날려버릴 만큼 환영을 받았다.
문지기 대역으로 보이는 요정에게 전언을 부탁하자, 곧바로 메이링이 달려와서, 몹시 기뻐보이는 웃는 얼굴로 마중 나왔다.
게다가, 스스로 정원을 안내해 준다고 해서. 맘놓고 부탁하기로 했다.
뭐랄까 그전에, 메이링을 가이드로 홍마관을 견학 할 수 있다니, 어디의 초호화 관광 상품이냐 이거?
모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쥐님이 서식하는 공원을 돌아다니는 기분으로, 자중이라는 철가면 속에 웃는 얼굴을 숨긴 채,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저택 내부를 산책했다.
행선지를 말한 뒤, 나머지는 그저 뒤를 따라오는 메이링에게서 종자의 이상향을 보면서, 나는 아름다운 정원에 발을 디뎠다.
한마디로 말하면, 위험하다.
도대체 무슨 평가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의 감동이 내 가슴에서 솟구쳤다.
환상향의 건축물은 기본적으로는 일본식이므로, 서양풍의 정원이 신선하게 비친다는 점도 있을지 모른다.
거기에 더해서, 예술적이며 다양한 색채.
특히 분수. 생전의 지식 덕택에 그것이 분수라고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조형의 레벨이라던가 너무 다르다. 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할 것만 같은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관리자의 정성을 보여주듯 손질이 골고루 되어있는 잔디나 정원수. 그 배경이 되는 장엄한 홍마관.
시야에 비치는 광경을 그림으로 그려 액자에 장식해 두는 것만으로 하나의 예술품이 될 것만 같은 아름다움이었다.
그 후 안내된 곳에 있던 화단의 꽃들은, 메이링이 예전부터 직접 돌보고 있다고 한다.
굉장해—, 메이링 굉장해—.
나는, 농작물 밖에 기른 경험 없다고? 근처의 농가를 돕와서, 무라던가 감자 같은 것 외에는 길러본 적 없으니까.
완전히 이세계를 걷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감동과 동시에 의미 없이 긴장해버려서, 표정도 굳어져간다.
걷는 것 하나도, 이곳에선 보기 흉한 행동은 용서받지 못할 것 같아서 마음대로 각을 잡아 걷고 있다.
메이링을 데리고, 천천히 정원을 걷는다.
날씨도 좋고, 따뜻한 공기 속에서 무의미한 긴장도 자연스럽게 빠져나갔다.
아, 좋다. 이대로 메이링과 계속 걷는 것만으로도, 나라면 분명 꼬박 하루쯤은 문제없이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느낌으로 기분이 풀려버려서 그랬던걸까?
……먼가가 씌었다.
나를 존경하는 것처럼 보이는 메이링의 태도와 그 잘 어울리는 중화풍의 의상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영감이 떠오른 것이다.
메이링은 절대로 이「재료」를 모를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진정해라, 나.
─하지만, 해보고 싶어.
짧은 갈등 끝에, 결국 나는 자신의 욕망에 따랐다.
「차봐라」
「네?」
「차보라고 했다.」
했다아아───!
모 쿵푸 영화에서 유명한 씬을 흉내내서, 진지한 표정으로 뜬금없는 소리를 말하기 시작한 나.
당연하달까, 메이링은 당황했지만, 그럼에도 말한 대로 따라 주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이미 내 마인드는 메이링의 사부. 나는 이제 멈추지 않는다.
전생의 내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무술을 즐기는 내게 있어서 그 시츄에이션은 동경이다.
갑자기 영문 모를 말을 듣고 동요하는 메이링을 질타해서, 무술 지도 같은 것을 해봤다.
우왓!? 마지막 발차기는 조금 위험했다……너무 들떠버린 벌인가?
어쨌든, 여기까지 예정대로에 말을 끝낸 나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그 명언을 말했다.
「Don't Think. Feel(생각하지 마라, 느껴라)」
……후우.
이 대사 하고 싶었을 뿐이지, 라는 마음속 딴지를 가슴 깊이 묻어버리며, 나는 견실한 표정 아래로 기묘한 만족감을 얻고 있었다.
아아, 순수하게 받아들여주는 메이링의 웃는 얼굴이 눈부셔…….
그 후 나는 도서관에 안내받았다.
안내역인 사쿠야에게 설명받은 내용인데, 레밀리아가 아직 취침중이므로, 도서관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것은 내 실수였다.
그러고보면 레밀리아는 흡혈귀니까 평소 활동시간은 밤이구나.
동방 2차 창작 작품 안에서는 내용 형편상, 레밀리아가 태양이 떠있을 때 활동하는 것이 당연했었으니 착각하고 있었다.
뭐, 나로선 홍마관에서 보낼 수 있다면 짬을 때우기는 커녕, 평생 즐길 수도 있으므로 전혀 문제없습니다.
게다가, 시간을 때울 장소는 홍마관의 도서관, 그것도 파츄리가 스스로 마중해준 것이다.
메이링 때도 느낀건데, 이건 도대체 무슨 호화 투어냐고요. 뭐야 이거, 돈 안내도 괜찮아?
도서관이니까 할 것이라면 독서 뿐이지만, 책장이 나란히 줄서있는 저택 안은 이것대로 또 다른 정취가 있어서, 책을 읽기엔 안성맞춤인 고요하고 마음이 침착해지는 공간이었다.
파츄리에게 마법으로 검색받고, 몇 권인가 선택한 책을 읽는다.
일본의 책이므로, 글자를 읽지 못해서 고생하지도 않았다.
무심코 달아오른 난, 이번엔 서양쪽의 책을 손에 들어 봤다.
이쪽은 역시나라고 할까 스무스하게 읽는 것은 어렵지만, 공부할 겸 도전해 보았다.
생전의 기억에 외국어의 지식이 있던 덕분에 어느 정도 읽을 정도의 수준은 되었지만, 역시 사전레벨의 지식은 가지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무심코 자각하는 걸 잊어 버린건데, 이 생전의 지식은 환상향 거주자의 평균 학력을 반영하면 대단한 치트구나. 의무 교육은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독서와 공부조차 신선하게 느껴져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잊고 즐기고 있자니, 갑자기 소악마가 나타났다.
첫 대면의 내게도 감이 온다, 뭔가를 숨긴 것 같은 가장된 웃음. 그런 표정으로 차를 권한다.
대체로 부정적인 측면에서 예상하고 있자니, 아니나 다를까 그 홍차엔 무언가 넣어져 있는 것 같았다.
전혀 기가 죽지 않은 소악마의 불손한 태도를 보며, 나는 몰래 감동하고 있었다.
헤에, 진짜 소악마는 이런 성격이였나─.
아니, 원작의「소악마」라는 캐릭터는 4면의 중간보스로 등장했을 뿐이고, 개인의 설정은 전무.
따라서, 그 성격이나 용모 등의 캐릭터라이즈(キャラクタライズ)는 모두 2차 창작이며, 명확한 설정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는 사람에 의해 천차만별의 모습이 있고, 나 자신의 기억에서도 다양한 타입의 소악마가 존재하고 있었다.
생전의 세계에서는 결코 모를, 소악마라는 존재의 명확한 모습이 지금 내 눈앞에 있다.
그것은 감동받을 점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나를 노리고 행해진 일이 악의를 뿌리로 하는 것이며, 아무래도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악마다운 성격이라는 것은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소악마는 오히려 웰컴이다!!
복흑 속성의 잔혹계 소악마 따위, 나는 생전에 이미 마스터하고 있다! 동인지적인 의미로.
한 잔 더 달라고 해서, 죠르노 처럼 전부 마셔 버렸다.(역자 : 엔하위키에서 아바차 검색)
어쩐지 입을 댄 순간 주술적인 것이 감지돼서 잠깐 쫄았지만, 효과는 없는 것 같으니까 상관없고.
그 다음엔 레밀리아의 저녁 식사에 초대되거나 해서, 황송할 정도로 극진한 환영을 받았다.
촛대로 비추어진 테이블 위에는 매우 호화로운 서양 음식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려져 있고, 정면에는 레밀리아가 앉아있는, 내게 있어선 완전히 미지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어쩐지 아직까지 끈질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이거 진짜로 수만금을 줘도 실현 불가능한 꿈과 같은 상황인거지.
음식은 매우 맛있는데다, 평소에는 일식이므로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레밀리아와는 유명 스타한테 말거는 기분으로 질문을 섞으며 대화했다.
나를 대하면서 조금 태도가 너무 거리낌 없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적대 관계로 인식되어 있지 않았다면, 기본적으로는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것이 내 본심이다.
나에게는 생전의 기억이 있는 탓에, 아무래도 이 환상향이라는 세계를 밖에서 봤을 때의 시점을 가져 버린다.
이 세계가 앞으로 맞이할 미래 중 하나를 「이야기」로서 알고 있기에, 여기에 사는 인 요와 접촉해서, 사이가 좋아지고 싶다고 생각해 버린다.
……실은 첫 대면인 상대에게 너무 허물없다든가 생각되는 거 아닐까, 매번 불안해요.
식사를 끝내고 심신 모두 만족한 나는, 마지막으로 플랑에게 줄 선물을 건네주었다.
플랑은 아직도 자고 있는 것 같다.
그 아가씨와도 만나고 싶었지만, 시간대를 잘못 선택한 내 자업자득이므로 어쩔 수 없다.
선물은 손수 만든 봉제 곰인형이다.
실은 나, 재봉이 취미기도 하다.
사실 이 세계에서 미지의 것과 조우했을 때, 생전의 기억이나 지식에 의지하기 십상이었던 내가 유일하게 예비지식 없이 손을 댔던 것이 이 재봉이다.
단지, 내 전생에서 재봉의 경험이나 지식이 없었을 뿐이지만, 진정한 의미로 첫 경험이었던 나는 바늘구멍에 실을 넣는것도 고전해서, 손대중으로 작업하고는 실패했다.
이러한 악전고투의 연속으로 얻은 기술은, 내게 있어 매우 감개 깊게 생각되버려서, 정신이 들고 보니 취미가 되어 있었다.
레이무의 어릴 적엔, 옷을 수선하는 것이 일과기도 했고.
마을의 헌책방에서 외국의 재봉 교과서를 우연히 찾아낸 나는, 이번 선물을 생각해 냈던 것이다.
튼튼한 천을 사용해서 조금 표면이 거칠지만, 이 천이라면 조금 휘둘러도 끊어지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조금 아쉽다고는 생각하지만, 플랑은 아마 가까운 장래 이 봉제인형을 부술지도 모른다.
내가「창작된 이야기」를 풍부하게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힘의 제어가 능숙하지 않은 인물이 자신의 중요한 것을 부수고 마는 비극이라는 것은, 생각보다는 흔히 있는 클리셰다.
그렇지 않아도, 플랑과 같은 어린 아이가 자신을 제어하는 법을 몸에 익히려면 , 한, 두 번 정도 실패를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그 때 받을 깊은 후회심, 정신적 성장을 재촉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떤 일이던 경험이 우선이다. 구르지 않으면, 일어서는 법도 고통을 참는 법도 모른다.
부모는, 상당히 여러가지를 계산해서 아이를 교육해야 한다고.
그러니까 플랑에게 해줄 전언도 남겨두고, 나머지는 레밀리아에게 맡기기로 했다.
플랑을 제외한, 홍마관의 중요 인물들 대부분의 마중을 받는디는 사치스러운 이별을 끝마쳐 나는 귀로에 들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벌써 밤이 되어 있었다.
즐거운 시간은, 눈 깜짝할 순간에 지나가버리는구나.
환상향의 아름다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고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떠오를 정도의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