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에피소드 한정으로 주인공 시점이 없습니다.
딱히 본작 주인공을 바꾸려는건 아니니까 안심해 주세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언제 그것을 깨닫게 됐을까.
길가에서 동물의 시체를 보았을 때일까.
어머니에 이끌려, 마을의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일까.
본인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어리디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그런 자그마한 사건 때문이었다.
──저게, 죽음.
남은 기억도 어슴푸레한 그 때, 레이무가 느낀 것은 막연한「이해」 뿐이었다.
과연. 저게 죽음이구나.
그렇지만, 그게 어때서?
레이무는 단지 그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느껴져야할 감정을 전혀 품지 않았다.
머지않아 자신에게 닥칠 죽음에의 공포도, 생명이 없어진 것에 대한 슬픔도 없다.
사람은 죽는다.
단지, 그렇게 이해했다.
하쿠레이 레이무라는 인간이 지닌,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특성이, 그녀에게 죽음에 대한 감정을 없어지게 했다.
죽는다는 것은 딱히 무서운 것이 아니며, 슬픈 일도 아니다.
만약, 자기 자신에게 반드시 피할 수 없는 그 순간이 찾아온다 해도, 자신은 그저 담담히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레이무는 그 때 직면한 죽음이라는 현실의 앞을 지났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세월이 지난 뒤, 레이무는 재차 죽음과 서로 마주 보았다.
어느 날 밤, 레이무는 갑작스레 잠에서 깨었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보내고, 여느 때처럼 어머니의 곁에서 잠에 빠졌다.
왜 그 날이었는지는 모른다.
단지, 레이무가 죽음이라는 것을 이해한 뒤 보낸 날들 중, 그 날 그 순간에 어떤 이유도 없이 뇌리에 떠올랐던 것이다.
눈을 떴을 때, 시간은 당연히 한밤중이었다.
하쿠레이 신사의 주변에서 들리는 벌레의 소리, 바람의 소리. 자연 속의 밤의 정적.
어두운 곳에서 뜨인 시야에는, 하늘에 떠있는 달빛에 비추어진 천정 밖에 비치지 않는다.
레이무는, 갑자기 고독감을 느꼈다.
덮쳐졌다, 라고 말하는 것이 올바를지도 모른다.
밤의 정적과 어둠이, 마치 실제로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만 같이 전신으로 느껴지는 압박감.
자신은 지금, 혼자다.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느꼈다.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불안해졌다.
레이무는 그 때, 자신도 모르게 작은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두려움에 떠는 아이처럼.
무의식중에 몸을 기울여 곁에서 자고 있을 어머니를 찾았다.
찾을 수고도 없이, 바로 옆에서 어머니는 자고 있었다.
평소와 똑같이, 함께 잠자리에 들었으니 딴 곳에 있을 리도 없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자는 모습을 보고 레이무가 느낀 것은 안심감이 아닌, 불안감이었다.
무술을 익힌 어머니는, 잘 때도 움직이지 않고, 호흡이 안정되어 숨소리도 조용하다.
마치 이 정적 속에 녹아가는 것만 같은 조용한 호흡. 미동도 하지 않는 자세.
이불에 가려져서 호흡에 따른 가슴의 움직임마저 모를 정도다.
레이무는 자신의 감정이 격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누운 채 움직이지 않는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불안감이 점점 커진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어머니의 이불에 손을 걸친다.
「……엄마」
작게 불러봐도, 어머니는 눈을 뜨지 않는다.
냉정히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다. 레이무의 소리는 너무나 작아서, 정말로 속삭이는 정도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정체모를 감각에 전신이 굳어져있던 레이무에게 있어서, 그것은 전력을 째낸 호소였다.
그 소리에 어머니는 답하지 않는다.
귀를 기울여보면 숨소리는 들렸을 것이며, 가슴에 손을 대보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레이무는 대답해주지 않는 어머니의 상태를 보고, 단번에 불안감이 부풀어 올랐다.
가슴 속에서 커진 그것이 폐를 압박하자, 가슴이 답답해지고, 몸에서 자유를 빼앗았다.
레이무가 그 때 느끼고 있던 것은, 틀림없이 공포였다.
「엄마, 일어나」
──부탁이니까.
레이무는 자신도 모르게 기도하며, 필사적으로 소리를 짜내고 있었다.
역시 작은 소리였지만, 수면 중에도 주변의 기척에 민감한 어머니는, 그것을 눈치 채고 이내 눈을 떴다.
「……응? 레이무구나, 왜 그러니?」
눈을 가볍게 뜨면서, 몸을 일으킨다.
움직이고 있다.
살아 있다.
너무나도 당연한 그 사실을 확인한 레이무는 안심하는 것과 동시에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전신으로 느끼고 있던 정체모를 공포는 거짓말처럼 사라졌지만, 그 대신 필사적으로 견디고 있던 힘이 그대로 눈물로 변해 넘쳐흘렀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정말로,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단지, 머릿속에선 터무니없을 정도의 수많은 감정들이 격렬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눈을 뜨니 오열하며 울기 시작한 레이무를, 어머니는 당황해서 껴안았다.
「왜 그러니? 악몽이라도 꾼 거니?」
레이무는 품속에서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부정인지, 그렇지 않으면 그저 몸이 반응할 뿐인지, 본인도 몰랐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 느끼고 있는 것을 알 수 없다.
레이무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첫 경험이었다.
그러니까, 어찌 할 수도 없었다.
그저, 한결같이 어머니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괜찮아, 엄마는 여기 있단다……」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 레이무에게, 어머니는 온몸으로 그런 레이무를 포옹하며 흐느끼며 눈물 흘리는 작은 등을 상냥하게 토닥였다.
말을 나누지 않아도 레이무속에 있는 불안의 정체를 알고 있듯이, 그렇게 안겨있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마음이 침착해진다.
──지금, 난 어머니를 곤란하게 하고 있어.
조금 돌아온 이성이, 자신을 꾸짖으며 레이무를 몰아세웠다.
어머니에게 설명해야 한다.
자신이 왜 이런 한밤중에 일어나서 울고 있었는지. 분명 의미 없는 행동을 한 어리석은 이유를 설명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터인데, 레이무의 마음속에서는 이성보다 감정이 웃돌고 있었다.
이미 없어졌음이 분명한 공포의 여운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듯, 어머니에게 안긴 채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늘은 함께 자자.」
레이무의 자책하는 마음을 지워 없애는 어머니의 상냥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렸다.
껴안긴 채 이불속으로 들어와져서 어머니의 몸과 겹쳐진다.
그 순간 더 없을 안심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속마음에는 사라지지 않는 감정이 남아 있었다.
아무리 몸을 따뜻하게 해줘도, 몸 안에 작고 차가운 무언가가 뿌리내려 버리고 말았다.
무서웠다.
레이무는 처음으로「죽음」이라는 것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껴안겨서 느낄 수 있는 안심감도, 언젠가 사라진다.
사람은 머지않아 죽으며, 분명 눈앞의 어머니도 죽어서 자신의 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울며 아우성쳐도 피할 수 없는, 머지않아 다가올 현실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해했을 뿐 받아들이는 것 따위는 불가능했다.
어린 마음에서 흘러넘친 감정이, 레이무의 몸을 지배해 모든 제어를 앗아갔다.
레이무는 그 날 밤새, 어머니의 몸에 안겨 울 수밖에 할 수 없었다.
이윽고, 울다 지친 어린아이의 몸에 수마가 덮쳐와 레이무의 의식은 평온하게 막을 내렸다.
다음날. 눈을 뜬 레이무는, 자신이 어머니에게 달라붙어 자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는, 그대로 얼굴을 붉히며 급하게 일어났다.
같이 일어난 어머니가 보기 드문 놀리는 것 같은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더욱더 얼굴을 붉히면서 방을 뛰쳐나갔다.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 거북한 아침의 인사를 한 뒤, 식사를 하고─ 그리고, 평소처럼 당연한 일상이 지나 간다.
그 때 느꼈던 격렬한 감정의 파도는, 지금은 그저 기억에 남아있을 뿐, 이제는 떠올리지 못하고 어슴푸레하게 생각날 뿐이다.
세월이 지나고 레이무는 아이에서 소녀로 성장했다.
그 때 이후, 레이무가 운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오늘도 하쿠레이 신사에서 혼자 눈을 뜨고, 무녀로서의 일상을 지내며, 그리고 혼자 잠자리에 든다.
이젠 슬프거나 무섭다는 감정은 느끼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밤에 느끼고 이해한 것은, 결코 피할 수 없는, 머지않아 덮쳐올 현실이었다.
◆
「……춥네」
계절은 겨울을 넘어 달력으 보면 이미 봄이 시작될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휘몰아치는 찬바람과 경내에 아직까지 녹지 않은 채 남아있는 흰 눈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여기서 맑은 하늘이라도 보인다면, 어느 정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레이무가 올려다본 하늘은 구름으로 흐려져 있었다.
「역시, 이변이네」
레이무는 포기하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예전부터 그런 예상은 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증명하는 이 이상 기후도 파악하고 있었다.
금년은 봄의 시작이 늦었을 뿐이야 라며 현실도피를 하는 것도 이제 한계다.
평소에는 추위 탓에 적극적으로 움직일 기력을 잃어버렸지만, 이번엔 그 추위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위압감을 가하고 있다.
「뭐, 이런 추위가 계속 되면 귀찮기도 하니까.」
오늘날까지 춥다고 투덜댈 뿐이던 모습이 거짓말이라는 듯이 레이무는 당당한 걸음으로 방으로 향했다.
이변을 예상하고도, 매일같이 그것을 무시한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난로 앞에서 야무지지 못하게 온기를 받으면서도, 일절의 흔들림 없이 힘을 집중해 써내린 수십장의 부적.
맑은 물(清水-시미즈-)로 연마한 퇴마침.
그리고, 하쿠레이의 비보로서 전해 내려오는「음양옥」두 개.
하쿠레이의 무녀가 이변해결을 하기 위해 필요한 무장을 갖춘 레이무는, 살을 에는 듯 한 차가운 공기를 느끼며, 경내로 걸어 나왔다.
「──그럼 일단 어디로 가야 하려나.」
당연히, 레이무는 이 이변의 흑막은커녕 원인마저 모른다.
본디부터 내려오는 무녀의 직감에 따라서 흐르는 대로 날아갈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멍하니 생각하고 있자니 갑자기 머리에 한 장소가 떠올랐다.
「잠깐, 마을에 가 볼까?」
애매한 자신의 마음을 속이듯이 혼자 중얼거린다.
이변해결을 위한 행동은 아니다.
이 긴 추위 속에서 갑자기 마을에 돌아간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선대의 다리가 이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레이무가 안 것은, 대략 한 달 전이었다.
간호할 동안, 이제 상처가 나으면 모두 원래대로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그 감정은 불안으로 바뀌고, 붕대를 풀어도 제대로 설 수 없는 어머니를 보고 확신했다.
충격도 받았으며, 침체하기도 했다.
걱정도 물론 하고 있었지만, 결국 다리의 부자유 외에는 상처의 후유증도 없었으며, 선대는 지팡이를 짚으며, 위태위태한 발걸음이긴 했으나 마을에 스스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마을에 있는 어머니의 생활을 무의미하게 걱정하는 일도 줄어들었지만, 잊은 것은 아니다.
한 달. 그래, 그로부터 한 달이다.
평소에는 어머니가 직접 신사에 방문해서, 하룻밤 묵어가는 날이다.
그럼, 움직일 수 없는 어머니 대신 딸이 마을에 가도, 이상할 건 없다.
레이무는 스스로의 정당성에 납득하고는, 혼자 끄덕이며 마을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레이무!」
하늘로 날아서, 찬바람을 온몸에 받으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자니, 갑자기 말이 걸려왔다.
마리사가 엄청난 속도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대로 충돌하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의 기세로 레이무에게 가까워져, 급정지한다.
분명히, 마리사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레이무! 자, 잠깐만…… 침착하게, 들어줘」
「너나 침착하지 그래?」
「이 바보가, 말장난 할 분위기로 보이냐!?」
불가사의한 광경이었다.
자기는 침착하라고 말하면서도 초조해하는 마리사와는 반대로, 레이무는 그저 조용히 기가 막혔다.
이 이변에 관계된 이야기겠지, 라며 가벼운 기대를 안고는 조용히 말을 재촉한다.
「어쨌든, 큰일이야. 나와 함께 마을로 가자」
「안 그래도 지금부터 갈 생각이었는데…… 뭔가 있었어? 이 추위의 원인이 거기에 있기라도 해?」
「아냐! 알겠지, 진짜로 침착하게 들으라고……」
마리사는 그렇게 말하고선 오히려 자신을 진정하게 하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는,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어머님이 돌아가셨어.」
◆
「……하쿠레이 레이무인가. 잘 와줬다.」
진료소에 들어온 두 명을 마중한 것은, 어두운 표정을 한 케이네였다.
레이무도 마리사도, 케이네와는 그냥 얼굴만 아는 사이며 딱히 친하지는 않다.
거기에 레이무는 어머니인 선대무녀가 그녀와 같은 인간마을의 수호자로서 관계가 있었기 때문 서로 알게 됐던 것이다.
케이네에게 안내받으며 레이무는 안쪽의 방으로 들어갔다.
원래대로라면, 선대가 식사나 취침에 드는 생활을 위한 장소.
그곳에, 레이무의 어머니가 있었다.
「발견한건 오늘 아침이다. 선대님의 다리가 불편하셔서, 진료소가 열리기 전에 한 번 들리는 것이 일과였다」
레이무는 균형 잡힌 발걸음으로, 이불 위에 누워있는 선대의 옆으로 다가갔다.
마리사에게서 소식을 들었을 때도, 마을로 왔을 때도, 그리고 이렇게 현실을 직시했을 때도, 레이무는 침착하고 있었다.
「누군가 침입한 흔적은 없다. 이 방도, 진료소도 어질러지지 않았었다. 그러니 원인은 모른다」
앉아서, 살그머니 목덜미에 손을 댔다.
차가웠다. 체온 따위는 없었다.
호흡도, 고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몇 번이나 불렀는데도 일어나지 않았다. 자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만」
허망한 목소리로, 케이네는 자세한 내용을 말했다.
그 말은 레이무의 귀에 들리고 있었으나, 머릿속에 남지는 않았다.
목에서 손을 떼서, 그대로 가슴 위로 옮겼다.
가볍게 몸을 흔들어 본다.
어떤 반응도 돌아오지 않는다.
「……엄마」
무의식중에 어렸을 적처럼 어머니를 불렀다.
그러나, 다르다.
지금 자신은 이미 아이가 아니다.
레이무는 자신의 행동에 어떤 의미도 없는 어리석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입 밖으로 내뱉으려 했던 호소를 씹어 삼키고, 일어섰다.
「레, 레이무……」
마리사는 말을 걸었지만, 그 이상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으며,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 수 없다.
그런 마리사를 무시하며, 레이무는 케이네에게 다가갔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라고?」
「시체의 처리를 말하는 거야. 어떻게 할 거야?」
레이무의 간단한 말에, 케이네는 격렬한 분노를 느꼈다.
레이무를 노려보며 그 뺨을 후려갈기려 손을 든 순간─ 자신을 응시하는 레이무의 눈에 단번에 압도됐다.
조용하지만, 두려울 정도의 기세가 두 눈에 깃들어 있었다.
「마을의 거주자보다 먼저, 마리사를 통해서 내게 알린 거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물었어.」
「그건…… 내가, 이 사실을 숨기겠다. 내 능력을 사용해서…… 이 진료소 채로……」
진실을 꿰뚫어볼 것만 같은 기세를 품은 눈에 압도당한 케이네는 말을 더듬으면서도 순순히 답했다.
카미시라사와 케이네에겐「역사를 먹는 정도의 능력」을 지녔으며, 이를 사용해 선대의 죽음을 주변에게서 숨길 작정이었다.
선대무녀는 현역을 은퇴한 뒤에도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 죽음을 일시적이라도 숨기려는 생각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은폐한 뒤엔 어떻게 이번 사건을 해결할 셈일까.
케이네의 능력은 특정한 장소, 인물, 사상에 관한 인식을 조작하는 것이며, 「먹는다」라고 표현되기는 해도 그 자체에 간섭할 수 있는 능력은 아니다.
인간의 죽음 그 자체를 없는 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대체 언제까지 그것을 숨길 생각일까.
그런 구체적인 내용을 케이네는 설명하지 않았으며, 레이무도 굳이 들으려하지 않았다.
그저, 그대로 입을 다문 케이네의 창백해진 얼굴을 당분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 알았어.」
그 눈으로 대체 어떤 진실을 간파했한 건지, 레이무는 혼자서 납득하고는, 케이네의 옆을 빠져나가 출구로 발을 옮겼다.
당황한 마리사가 레이무를 쫓는다.
「어이 어디에 가는 거야!?」
「안개의 호수. 잠깐 확인할 게 있으니까 다녀올게」
「확인하러, 라니……뭘 말이야!? 그 전에, 어머님을 두고 갈 셈이야!?」
「따라오지 않아도 괜찮아.」
「그러니까, 조금 기다려……」
「레이무!」
뒤쫓아오는 마리사를 무시한 채, 진료소를 나가려고 문에 손을 올린 레이무를 케이네가 불러 세웠다.
뒤돌아 보니, 무언가 각오한 것만 같은 비장한 표정의 케이네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무언가를 호소하는 듯한 눈이었다.
레이무에는 그「뭔가」가 어쩐지 모르게 이해됐으나, 일부러 그것을 무시했다.
「뭐야?」
「너는……알고 있었나? 내가……」
「넌 거짓말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네.」
레이무는 케이네가 가진 능력을 놀리듯이 작게 웃었다.
반 이상은 그저 감이었지만, 케이네의 모습에 처음부터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레이무가 카미시라사와 케이네라는 반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선대무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하나 이상한 점이 이 장소에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
원인도 알지 못한 채, 호감을 가졌던 인간이 갑작스레 죽은 것을 본 그녀는, 어떻게 저렇게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일까.
깊게 슬퍼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다.
그러나, 혼란에 빠지진 않았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혼자 혼란에 빠져있는 마리사를 내버려두고, 두 명은 입을 다문 채 서로를 응시했다.
「……너는, 어머니의 다리에 대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나?」
케이네는 한탄하듯이 물었다.
「그 사람은, 이 마을의 수호자이며 훌륭한 무인이기도 했다. 내가 아는 한 가장 고결한 인물이겠지.
대체, 얼마나 단련을 거듭하고 거듭해야 그런 힘과 기술을 몸에 익혔을 지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경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래, 알고 있어. 그래서 존경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알겠지?
그 사람은, 이제 제대로 걷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진료소에 들려보면, 언제나 의자에 앉아있을 뿐, 거기서 일어서는 것조차 귀찮은 것처럼 말이다. 밖을 돌아다니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다리가 엉켜 넘어지는 것을 몇 번이고 본 적도 있다!」
케이네는 입술을 깨물며, 통곡하듯이 외쳤다.
그 눈물은 대체 어떤 감정에서 오는 걸까, 라고. 레이무는 냉정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뭐?」
레이무의 대답은, 케이네의 뜨거워진 마음에 냉수를 퍼붓는 것만 같이 차가웠다.
「그런 어머니를 보고, 넌 불쌍하다고 느끼기라도 한 거야?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외면하고 싶어졌어?
그 사람의 다리에 난 상처가 불합리한 현실이고, 원래대로라면 일어나선 안 되는, 수정되어야 할 역사라고 생각하기라도 했어?」
레이무가 내뱉는 말의 한마디 한마디가 깊게 틀어박혀, 케이네는 다른 의미로 얼굴이 하얗게 됐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죄인같이 머리를 늘어뜨리고는 입가를 가리고 떤다.
어머니에게 범해버린 용서되지 않는 죄를 그 딸에게 들켜 버리고 말았다. 정체모를 죄악감이 케이네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앞으로 50년 정도 지나면, 나도 똑바로 걸을 수 없게 돼. 나이를 먹고 쇠약해지는 건,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야. 어머니도, 그걸 알고 있고.」
그것만을 말하고는, 레이무는 다시 발을 옮겨, 진료소에서 나갔다.
그 어조는 그저 담담할 뿐 결코 케이네를 책망하는 말은 아니었으나, 그녀 자신에겐 레이무가 한 말이 족쇄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떠나는 레이무의 등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두 명이 나눈 대화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 하고 있던 마리사도, 이윽고 뜻을 정했는지 레이무의 뒤를 쫓아 나갔다.
그리고, 케이네만이 그 자리에 남겨졌다.
마치 남겨진 아이 같이, 케이네는 혼자 그곳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
「저기, 레이무. 그럼 하나만이라도 좋으니까, 대답해줘.」
마을을 떠난 레이무의 뒤를 쫒으며, 그 목적지가 조금 전에 말한 대로 안개의 호수라는 것을 확인한 마리사는 옆에서 나란히 비행하며 물었다.
평소처럼 방문한 마을에서 들은 선대무녀의 죽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전혀 이해가 불가능했다.
그 중에 간신히 나온 결론을 말했다.
「어머님은 죽지 않은 거지. 그렇지?」
「아니, 죽어 있었어. 심장도 움직이지 않았고, 체온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럼, 왜 그렇게 침착한 건데!?」
「그렇지만 위화감이 분명히 있었으니까. 몸이 너무 차가웠어.」
정신줄을 놓기 직전인 마리사를, 레이무의 냉정한 소리가 잡아챘다.
「……그건 대체 무슨 뜻이야?」
「그 말대로야. 죽어서 체온을 잃었다고 하기엔, 몸이 너무 차가웠어. 마치 얼음처럼」
「그런가, 그래서……!」
「그래,……그렇지만, 틀려」
어느샌가 주위가 안개로 둘러싸여 있었다.
지상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아마 호수의 상공에 겨우 도달했을 것이다.
두 명은 동시에 비행을 멈췄다.
차가워진 하늘의 공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드는 무언가가, 앞에서 냉기를 뿜어내고 있다.
「너에겐 저런 짓은 불가능해, 치르노」
처음으로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주변 일대를 지배할 정도의 힘을 내뿜는 얼음의 요정이 그곳에 있었다.
봄이 오지 않는 이번 이변을, 치르노는 완전한 아군으로 만들고 있었다.
애초에, 자신이 냉기를 발생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었지만, 이미 차가워진 세계가 그것을 더욱 돕고 있다.
그 표정도 처음 봤을 때의 인상을 지워 없애는 것처럼, 어린아이다운 활기는커녕, 날카롭게 갈아진 것처럼 기세등등했다.
「……역시 왔구나, 레이무」
「서로 이름으로 부를 만큼 사이좋았던가?」
「너 같은 건 무지 싫어」
「그래. 뭐, 말이 통하는 건 다행이네.」
레이무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장애물을 그저 냉정한 태도로 일관했다.
치르노의 탓에 이미 아픔이 느껴질 정도로 추워진 주변의 공기에 당황해서 대처하는 마리사를 내비둔 채 레이무는 이미 대처를 끝마치고 있다.
주변에서 떠있는 두 개의 음양옥이, 그대로 간이결계가 되어 냉기를 막고 있었다.
「선대무녀를─」
레이무는「어머니」라는 통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옆에서 듣고 있던 마리사로선 매우 신경 쓰였다.
「얼린 건, 네가 아니야. 그건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얼른 나와. 가까이 있는 거지?」
「이야기가 복잡해져버렸네」
레이무의 말에 대답하는 자가 있었다.
치르노의 옆에,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그때, 겨울의 폭풍우가 두 개가 된 것 같이 찬바람이 휘몰아친다.
마법장벽과 방한도구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살을 에듯이 전해지는 그 추위에, 마리사가 크게 눈썹을 찡그린다.
「난 그 인간의 사체를 냉동했을 뿐이라고?」
그건 흰 요괴였다.
치르노가 스스로 냉기를 내뿜는다면, 그 요괴는 주변의 한기를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작스레 덮쳐든, 찬 공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레이무는 상대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겨울에 관련된 요괴 같네. 냉기 그 자체를 다룰 수 있다면, 계절에 관련된 요괴겠네.」
「정답. 나는 겨울의 요괴 「레티 화이트락」이야」
「선대무녀를 얼린 건 너야?」
「그것도 정답. 그렇지만,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해. 나는 이 요정과는 첫 대면. 거래를 해서, 이미 죽어 있던 그 인간의 육체를 보존하기 위해 능력을 사용했어.」
「알고 있어. 그건 단순히 차갑게 만들어서 얼린 게 아니니까. 피부에 서리조차 생기지 않았으니까. 육체를 동결시켜「정지」시키고 있는 거지── 적어도 그 요정에겐 불가능한 처리야.」
레이무의 담담한 설명에 레티는 놀란 듯 눈을 치켜떴으나, 제일 놀란 건 옆의 마리사였다.
이 녀석은, 그 정도로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었던 건가?
자신의 어머니가, 죽어있음에도, 동요조차 보이지 않고──.
「무섭네, 하쿠레이의 무녀는.」
레티의 중얼거림에, 마리사는 흠칫했다.
레이무에게 일순간 안은 감정을, 간파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그 인간을 원래대로 돌리라고 한다면 거절할게.
이 요정과 계약한 보수로 여름에는 쾌적한 생활 장소를 제공받기로 해서 말이지. 어기고 싶지 않아」
「이대로 겨울이 계속 되면, 여름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으려나?」
「아핫, 그건 멋진 일이네. 그렇지만 안 돼. 계절은 변하는 거니까.」
레티가 미소짓자, 흉포하게 날뛰던 바람이 뚝하고 그쳤다.
「가을이 끝나지 않으면 겨울은 오지 않아. 겨울이 끝나지 않으면, 봄부터 시작해서 다시 겨울이 찾아올 리도 없고.
세월은 흐르고 계절은 바뀌는 것. 그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 누구에게도 멈출 권리 따윈 없어. 그렇지?」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치르노의 어깨에, 레티는 살그머니 손을 얹었다.
치르노는 닿기도 싫다는 듯이 그 손을 뿌리쳤다.
「뭘 말하고 싶은 거야!?」
「넌 알고 있을 거야. 아니, 모르면 안 돼. 치르노, 너도 요정이라면 자연의 이치를 이해해 주렴」
「이 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 쓸데없는 말도 하지 마! 계약했잖아, 이 몸과의 약속이잖아!?」
치르노는 생떼를 쓰는 것처럼 마구 아우성쳤다.
그러나, 어린아이의 떼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흉악한 힘을 지니고 말았다.
보다 밀도가 올라간 냉기를 받으며 레티는 곤란하단 듯 미소 짓고는, 시선을 레이무에게 향했다.
「……미안해. 보는 대로, 나로서는 이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어.」
「상관없어, 애초에 이쪽 문제니까. 그것보다, 너도 요괴라면 요정을 상대로 굳이 그렇게 친하게 대할 필요는 없잖아?」
「인간 주제에 상당히 딱딱한 성격이네. 좀 더 따뜻함을 가져봐.」
「겨울의 요괴가 말하기엔 짓궂어, 그 말」
레이무의 찡그린 얼굴을 보고 쓴웃음을 지은 레티는 치르노의 거절에 따르듯이, 살그머니 그 자리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레이무와 치르노가 바로 정면에서 마주본다.
적의를 드러내는 치르노와는 반대로, 레이무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그저 마주보고 있다.
「뭐, 사정은 있어 보이지만, 일단 단서는 네 쪽으로 결정이네. 전부 말해 줬으면 하는데?」
「시끄러워 , 너 같은 건 박살내줄 테니까!」
「박살내서, 어쩔 건데? ……아니, 들어도 쓸데없겠네. 뭣보다 무의미해. 너로선 나를 쓰러뜨릴 수 없으니까」
「이길 수 있어! 이 몸은 너보다 강해! 너보다 훨씬, 훨씬 강해질 거야! 스승이……, 스승이 이 몸을 단련시켜줄 테니까!!」
스펠카드를 내밀며 결투가 시작되었다.
역시, 처음 만났을 때의 치르노와 지금의 치르노는 모든 면에서 달랐다.
직접 싸워보지도 않았던 마리사의 눈에도, 확실하게 실력이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격렬한 탄막이 하늘을 더욱 얼려버리듯이 퍼져, 레이무를 덮친다.
그러나, 거기에 대항하는 레이무 또한 엄청난 실력이었다.
무수한 빙탄을 차례차례 회피한다.
변함없네, 저래서야 전혀 맞을 것 같지 않은걸. 라고 중얼거리며 마리사는 안심감이나 믿음직함과 동시에 절망마저 하고있었다.
「대단하구나─, 저 무녀」
「그래」
왠지 곁에서 함께 관전하고 있던 레티에게 묘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돌린다.
「……그런데 너는 정말로 이 봄이 오지 않는 이변의 원인이 아닌 거야? 겨울의 요괴라며. 얼른 자백하는 게 어때?」
「사실 내가 흑막입니다─는 거짓말이지롱~」
레티는 살짝 혀를 내밀며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었다.
◆
홍마관에서는, 주인이 직접 종자의 외출을 마중하고 있었다.
자신의 나이프에, 메이링에게서 받은 머플러, 파츄리님이 주신 사격보조용의 별 모양 마구(魔具), 플랑도르의 응원, 그리고 주인의 마중─.
홍마관이 총출동해 전해준 호의를 고맙다고 절실히 생각하기도 하지만, 왠지 부끄러워서 홍조를 띄는 뺨을 추위의 탓이라고 사쿠야는 자신에게 변명하고 있었다.
「그럼, 아가씨. 다녀오겠습니다.」
「파츄리에게서 좌표는 들었지? 그곳으로 가봐. 적은 쓰러뜨리고, 아군을 이끌어, 이 이변의 원흉을 해치우도록.」
「알겠습니다.」
사쿠야가 향할 곳에 있는 무언가를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 레밀리아의 말.
그러나, 깊게 생각하지 않은 채, 충실한 종자는 그저 기대에 답하기 위해 날아올랐다.
그다지 걱정은 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사쿠야의 등을 당분간 바라보고 있던 레밀리아는 파츄리가 기다리는 발코니로 돌아왔다.
「난방용 연료가 떨어지기 전에 돌아왔으면 좋겠네.」
「추우면 일부러 밖에 나오지 않아도 괜찮지 않아?」
「그다지 춥지는 않아. 마법을 사용하고 있으니까」
「빨리 도서관으로 돌아가. 한기는 천식의 적이잖아.」
「최근, 소악마의 텐션이 너무 폭주하고 있어서 옆에 있으면 지쳐. 선대와 악마의 계약을 한다고, 의욕이 넘쳐서……」
「정말로 썩었네, 그 오물.」
지친 듯이 한숨을 내쉬는 파츄리의 앞에서, 레밀리아가 벌레를 씹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선대무녀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녀와 관계가 깊은 이 홍마관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레밀리아와 같이 조금 기분이 가라앉은 정도라면 차라리 낫고, 메이링은 그것을 안 이후 전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으며, 플랑도르는 필사적으로 허세를 부리고 있다.
소악마에 이르러선 파츄리의 말대로. 일을 주지 않으면, 몰래 빠져나가 선대에게 악마의 계약을 하게 할 생각으로 가득 차있었다.
선대를 문병하러 갔을 때엔, 모두에게 어딘가 긍정적인 분위기였다.
중상이지만, 살아있다.
그것이 기뻐서, 모든 걱정을 단지 그 사실 하나로 지워 없앴다.
인간과 요괴는 다르다.
물론 선대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그 사실을, 그 때는 레밀리아마저 잊고 있었다.
인간은 시간과 함께 강해지며, 또한 약해지는 존재다.
그것을 그녀들이 이해하기엔, 역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레밀리아가 특히 메이링과 플랑도르를 조용히 지켜보려고 결정하고 있을 때, 이번 이변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외에 또 다른 사건도, 레밀리아는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스칼렛 가문의 혈통 대대로 전해지는「운명을 조종하는 정도의 능력」이라고 했던가. 사용하는 것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 당신의 아버지는, 이 능력으로 홍마관을 번창시켰다고 들었는데.」
「「조종한다」라는 건, 그 작자가 허세를 부린 거야. 운명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레밀리아는 마치 원망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것이 그 남자에 대한 건지, 이 계승된 능력 그 자체에 대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생명 하나가 한 개의 실이라 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운명이라는 이름의 실은, 그야말로 무수히 존재하며, 복잡하게 얽혀 있어.
예를 들자면, 하나의 운명을 끝까지 보았다고 해서, 그 중에 몇 가닥의 다른 실이 얽혀서, 비틀려, 그래서 알 수 없는거야 이 실이 과연 맞는 실인지조차──」
「미래를 바꾸기는커녕, 아는 것조차 어렵다는 거네.」
「정말이지 복잡괴기한 능력이야. 이래서야 파괴에 특화되어 있다고는 해도, 부수는 것으로 운명에 간섭하는 게 가능한 프랑의 능력이 훨씬「조종한다」라는 말에 어울릴지도 몰라」
「그렇지만, 이번 이변에서 넌 뭔가를 읽은 거지?」
레밀리아는 망설임 없이 끄덕였다.
「그래, 선대의 운명이 보였어. 이번 이변에 어떤 형태로든 관계되어 있어.」
「사쿠야를 보낸 그곳에 있다면 관계됐다기보다, 이미 중심에 있는 거 아냐?」
「아니 그 말은 조금 틀려. 이변 그 자체와 선대에게 닥친 사건은, 또 다른 것으로 보였어. 어쨌든,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 그곳에서 말이지.」
그 눈에 비치는 운명의 실을 더듬으며, 레밀리아는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을 올려보았다.
환상향의「봄」을 맡는 성분이, 구름 너머에 있는 곳으로 빨려 들여가듯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실도 같이──.
「그것이 만약 죽음에 닿았다 해도, 다시 이 세상으로 되돌아와,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그것 또한 운명의 일부로서 계속돼서. 결코 멈추지 않아.」
레밀리아는, 아직도 끊이지 않고 이어진 선대의 운명을 확실히 보고 있었다.
◆
탄막놀이는 레이무의 승리로 끝났다.
치르노는 선전했다.
만약, 자신이 그곳에 있었다면 궁지에 몰렸을 위기가, 마리사도 몇 번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조차 레이무는 간단히 해치웠다.
무적이다. 오늘의 레이무는 왠지 평소보다 훨씬 감이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추락하는 치르노를 쫓아서, 제일 먼저 레티가 다가갔다.
「……역시 너, 그 요정에게 너무 잘 대해주고 있지 않아?」
「기특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점을, 넌 인정해 주지 않는 거니?」
「요괴에게 인정을 부탁받는 이쪽 입장도 생각해 줬으면 하는데.」
상냥하게 부축한 치르노를 품에 안은 자세를 취한 레티를 보며, 레이무는 흥미 없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변함없이 이변에는 무자비한 한걸—, 하고 짜게 식은 눈으로 노려보며 마리사가 곁에 나란히 부유한다.
결판은 났다.
승자가 패자에게 가진 권리가 행사될 시간이다.
「자, 슬슬 대답해 줬으면 하는데. 너를 꼬드긴 녀석이 누군지 말해.」
레이무는 냉철한 목소리로 일의 핵심을 화두에 올렸다.
그토록 선대무녀를 좋아하던 치르노가, 선대무녀의 살해에 가담하는 짓을 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치르노에게 뭔가 수를 쓴 것이다.
그「누군가」의 정체를 알 필요가 있다.
「이 몸은, 꼬드겨진 적 없어……!」
「그럼, 너는 네 바람으로 선대무녀를 죽였다는 거야?」
「웃기지 마! 스승이 죽다니 그럴 리 없잖아! 스승은 죽지 않았어, 언젠가 눈을 뜰 거야! 그 다리도, 언젠가 제대로 나아!!」
──역시, 생각대로구나.
레이무는 물론, 마리사도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선대의 죽음은, 원한이나 사건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막연히 느끼고 있었지만, 그것이 방금 확실해 졌다.
「즉, 선대무녀는 언젠가 다시 눈을 뜨고, 다리도 낫는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네」
「그래!」
「그렇게 믿고 싶겠지만. 너 같은 요정과는 달리. 인간이 살아 있을 수 있는 건 한 번 뿐이야. 한 번 죽고, 리셋 뒤 컨티뉴 같은건 불가능해.」
「거짓말……거짓말이야! 스승은, 앞으로도 이 몸과 같이……!」
「그만 눈치 채, 망할 요정.」
솟구치는 분노를 무리하게 견디다 못해 무겁게 변해버린 꾸짖음을 내뱉음과 동시에 레이무가 퇴마용 부적을 치켜들었다.
그 앞을 레티가 끼어들어서 말린다.
「기다려! 침착해, 나도 알고 있는 걸 이야기할게.」
「……말해봐」
「지금, 환상향에 일어나고 있는 봄이 찾아오지 않는 이변. 이 이변의 원인을 쫓아. 그게, 당신이 가진 의문의 답이 될 거야.」
「여기서 대답하는 건 어때?」
「나도, 그 인간에 관해 알고 있는 건 적어.
단지, 그곳엔 우리들 외에도 강력한 요괴가 있었어. 그 녀석이, 그 인간에게서 영혼을 빼내서 죽인거야. 나는, 그 후의 처리를 맡았을 뿐」
「영혼을……확실한 거지?」
「그 정도 밖에 알 수 없었어. 외상을 전혀 입히지 않은 채, 잠에 빠지듯이 죽음에 이르게 했어. 엄청난 요괴야.」
새롭게 밝혀진 사실에 듣고, 마리사는 숨을 삼키고는, 가만히 서있는 레이무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반드시, 그녀에겐 자신이 모르는 것이 보이고 있을 것이다.
자신으로선, 지금의 이야기에서 선대가 살해당했다는 것이라고 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일이 그 정도로 단순하다면, 이건 그저 단순한 비극으로 끝난다.
그러니까 제발──.
「이변의 원인을 쫒는다, 라는 건 무슨 소리야?」
「이 이변은 누군가 겨울을 길어지게 하는 게 아니고, 봄이 되기 위해 필요한 환상향의「성분」을 누군가가 빼앗고 있는 거야. 그리고, 빼앗긴 봄이 사라지는 장소가……」
레티는 하늘의 한쪽을 가리켰다.
마리사에겐 단순한 하늘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레이무는 달랐다.
잠시 눈을 치켜 뜨더니, 바로 옆에 서있던 마리사도 눈치 못 챌 정도의 작은 미소를 짓는다.
「영혼이라……그렇구나.」
용무는 끝났다는 듯, 레이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레티가 가리킨 방향으로 날아갔다.
이래서야 평소와는 반대인걸, 이라고 투덜대며, 평소에는 자주적으로 행동하는 마리사가 끌려가듯이 뒤를 쫓는다.
남겨진 레티는, 한숨을 내뱉으며 품속의 치르노를 내려보았다.
원통한 눈물을 흘리며 비뚤어진 그 얼굴을 숨기듯이, 살그머니 손을 얹었다.
한편, 겨우 레이무를 따라잡은 마리사는 옆에서 다시 사건의 진행을 물었다.
「어때? 뭔가 알 수 있었어? 저 녀석이 가리킨 곳에는 뭐가 있는 거야?」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따라오지 않아도 돼. 여기부터는, 정말로 위험하니까.」
「이제 와서 생각난 건데, 애초에 내가 마을에 온 건 이변해결 때문이라구. 봐봐, 이거」
마리사는 품에서 작은 병을 꺼내, 유리 너머로 그것을 보였다.
벚꽃잎이 한 장 들어가 있다.
그러나, 레이무는 힐끔 눈길만 줬음에도 그것이 단순한 꽃잎이 아니라는 것을 간파했다.
「현세의 물건이 아니네. 어디에 있던 꽃잎이야?」
「……이 녀석의 정체를 알려고, 나는 꼬박 하루 동안 연구했는데. 그렇게 쉽게 알아채버리다니」
「하늘에서 떨어진 거야?」
「응, 근처에 벚꽃은 없었는데 말이지. 아마, 이게 레티라는 녀석이 말한「봄」아닐까?」
「분명. 맞는다면, 지금부터 갈 곳에 산만큼 쌓여 있어」
「어딘데?」
「명계」
그 말을 들은 마리사는 흠칫하고 놀라며 눈을 크게 치켜떴다.
환상향에는 유령이나 망령이 존재한다.
그것들은 본래 현세를 방황해야 할 존재가 아니며, 가야할 곳이나 머무를 곳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명계다.
마리사도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죽은 사람이 있어야 할 장소다. 살아있는 인간이 가도 될 장소는 아닌 것이다.
오싹한 느낌이 등골을 달리고, 꿀꺽 군침을 삼켰지만, 뜻을 굽히지 않고 물었다.
「거기에, 어머님의 영혼도 있을까?」
마리사는 자신이 생각해 낸 결론이, 단순한 예측이 아니길 빌었다.
「그래. 외상을 입히지 않고 상대를 죽이는 방법은, 독이던 저주던 많이 있어.
그렇지만, 그 요괴는 영혼을 빼앗았다고 했지. 산 인간에게서 영혼을 빼내는 건, 평범한 방법으로는 무리야. 대초에 영혼이 빠진 몸을 보존할 이유도 없고 말이지.」
「치르노는 언젠가 눈을 뜬다고 했으니까……」
「아마, 되돌릴 수 있을 거야. 빼앗은 영혼을, 몸으로」
「좋았어! 이야기가 단순하게 됐다구! 내 취향이야!」
마리사는 무심코 환성을 질렀다.
지금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레이무의 뒤를 따라가고만 있었으나, 이제야 확실히 길이 보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어렵지 않은 똑바른 길이.
「만만치 않은 적뿐일 테지만 말이지.」
레이무는 냉정하게 덧붙였다.
「다리가 불편하다고는 해도, 최강의 하쿠레이라고 불린 무녀를 상처 하나 없이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요괴가 얼마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건 즉, 범인인 그 요괴에게, 선대가 방심했다는 거야.」
선대무녀가 방심했다는 것은 요컨대, 범인은 낮이 익은 자. 그 중에서도, 강력한 요괴.
그런 자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레이무의 표정은, 희망을 찾아서 풀리기는커녕, 더욱더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 긴장감이 전염된 듯, 곁에 있던 마리사도 새로운 불안을 품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죽음에 직면해도 일절의 동요도 보이지 않고, 냉철할 정도로 행동했으니, 지금 여기서 희망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희망을 찾아냈음에도 레이무의 마음은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았다.
담담하게 움직이고, 담담하게 해낸다.
명계로 향하는 이유는 여럿 있었지만, 그중 어느 쪽이 지금의 레이무를 움직이게 하는지, 마리사로선 알 수 없었다.
──저기, 레이무. 넌 지금, 어머님을 도우러 가는 거야?
──아니면, 그저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이변을 해결하러 갈 뿐인 거냐?
마리사로선, 그렇게 묻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윽고 구름을 빠져나오니 그 앞에는 명계로 통하는 강력한 결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벚꽃잎이 이 일대를 감싸고, 소용돌이치고 있다.
마치 거기에 모인, 수많은 기대마저 삼켜버리듯이──.
딱히 본작 주인공을 바꾸려는건 아니니까 안심해 주세요.
10화 「춘설이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언제 그것을 깨닫게 됐을까.
길가에서 동물의 시체를 보았을 때일까.
어머니에 이끌려, 마을의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일까.
본인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어리디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그런 자그마한 사건 때문이었다.
──저게, 죽음.
남은 기억도 어슴푸레한 그 때, 레이무가 느낀 것은 막연한「이해」 뿐이었다.
과연. 저게 죽음이구나.
그렇지만, 그게 어때서?
레이무는 단지 그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느껴져야할 감정을 전혀 품지 않았다.
머지않아 자신에게 닥칠 죽음에의 공포도, 생명이 없어진 것에 대한 슬픔도 없다.
사람은 죽는다.
단지, 그렇게 이해했다.
하쿠레이 레이무라는 인간이 지닌,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특성이, 그녀에게 죽음에 대한 감정을 없어지게 했다.
죽는다는 것은 딱히 무서운 것이 아니며, 슬픈 일도 아니다.
만약, 자기 자신에게 반드시 피할 수 없는 그 순간이 찾아온다 해도, 자신은 그저 담담히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레이무는 그 때 직면한 죽음이라는 현실의 앞을 지났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세월이 지난 뒤, 레이무는 재차 죽음과 서로 마주 보았다.
어느 날 밤, 레이무는 갑작스레 잠에서 깨었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보내고, 여느 때처럼 어머니의 곁에서 잠에 빠졌다.
왜 그 날이었는지는 모른다.
단지, 레이무가 죽음이라는 것을 이해한 뒤 보낸 날들 중, 그 날 그 순간에 어떤 이유도 없이 뇌리에 떠올랐던 것이다.
눈을 떴을 때, 시간은 당연히 한밤중이었다.
하쿠레이 신사의 주변에서 들리는 벌레의 소리, 바람의 소리. 자연 속의 밤의 정적.
어두운 곳에서 뜨인 시야에는, 하늘에 떠있는 달빛에 비추어진 천정 밖에 비치지 않는다.
레이무는, 갑자기 고독감을 느꼈다.
덮쳐졌다, 라고 말하는 것이 올바를지도 모른다.
밤의 정적과 어둠이, 마치 실제로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만 같이 전신으로 느껴지는 압박감.
자신은 지금, 혼자다.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느꼈다.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불안해졌다.
레이무는 그 때, 자신도 모르게 작은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두려움에 떠는 아이처럼.
무의식중에 몸을 기울여 곁에서 자고 있을 어머니를 찾았다.
찾을 수고도 없이, 바로 옆에서 어머니는 자고 있었다.
평소와 똑같이, 함께 잠자리에 들었으니 딴 곳에 있을 리도 없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자는 모습을 보고 레이무가 느낀 것은 안심감이 아닌, 불안감이었다.
무술을 익힌 어머니는, 잘 때도 움직이지 않고, 호흡이 안정되어 숨소리도 조용하다.
마치 이 정적 속에 녹아가는 것만 같은 조용한 호흡. 미동도 하지 않는 자세.
이불에 가려져서 호흡에 따른 가슴의 움직임마저 모를 정도다.
레이무는 자신의 감정이 격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누운 채 움직이지 않는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불안감이 점점 커진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어머니의 이불에 손을 걸친다.
「……엄마」
작게 불러봐도, 어머니는 눈을 뜨지 않는다.
냉정히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다. 레이무의 소리는 너무나 작아서, 정말로 속삭이는 정도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정체모를 감각에 전신이 굳어져있던 레이무에게 있어서, 그것은 전력을 째낸 호소였다.
그 소리에 어머니는 답하지 않는다.
귀를 기울여보면 숨소리는 들렸을 것이며, 가슴에 손을 대보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레이무는 대답해주지 않는 어머니의 상태를 보고, 단번에 불안감이 부풀어 올랐다.
가슴 속에서 커진 그것이 폐를 압박하자, 가슴이 답답해지고, 몸에서 자유를 빼앗았다.
레이무가 그 때 느끼고 있던 것은, 틀림없이 공포였다.
「엄마, 일어나」
──부탁이니까.
레이무는 자신도 모르게 기도하며, 필사적으로 소리를 짜내고 있었다.
역시 작은 소리였지만, 수면 중에도 주변의 기척에 민감한 어머니는, 그것을 눈치 채고 이내 눈을 떴다.
「……응? 레이무구나, 왜 그러니?」
눈을 가볍게 뜨면서, 몸을 일으킨다.
움직이고 있다.
살아 있다.
너무나도 당연한 그 사실을 확인한 레이무는 안심하는 것과 동시에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전신으로 느끼고 있던 정체모를 공포는 거짓말처럼 사라졌지만, 그 대신 필사적으로 견디고 있던 힘이 그대로 눈물로 변해 넘쳐흘렀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정말로,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단지, 머릿속에선 터무니없을 정도의 수많은 감정들이 격렬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눈을 뜨니 오열하며 울기 시작한 레이무를, 어머니는 당황해서 껴안았다.
「왜 그러니? 악몽이라도 꾼 거니?」
레이무는 품속에서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부정인지, 그렇지 않으면 그저 몸이 반응할 뿐인지, 본인도 몰랐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 느끼고 있는 것을 알 수 없다.
레이무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첫 경험이었다.
그러니까, 어찌 할 수도 없었다.
그저, 한결같이 어머니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괜찮아, 엄마는 여기 있단다……」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 레이무에게, 어머니는 온몸으로 그런 레이무를 포옹하며 흐느끼며 눈물 흘리는 작은 등을 상냥하게 토닥였다.
말을 나누지 않아도 레이무속에 있는 불안의 정체를 알고 있듯이, 그렇게 안겨있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마음이 침착해진다.
──지금, 난 어머니를 곤란하게 하고 있어.
조금 돌아온 이성이, 자신을 꾸짖으며 레이무를 몰아세웠다.
어머니에게 설명해야 한다.
자신이 왜 이런 한밤중에 일어나서 울고 있었는지. 분명 의미 없는 행동을 한 어리석은 이유를 설명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터인데, 레이무의 마음속에서는 이성보다 감정이 웃돌고 있었다.
이미 없어졌음이 분명한 공포의 여운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듯, 어머니에게 안긴 채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늘은 함께 자자.」
레이무의 자책하는 마음을 지워 없애는 어머니의 상냥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렸다.
껴안긴 채 이불속으로 들어와져서 어머니의 몸과 겹쳐진다.
그 순간 더 없을 안심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속마음에는 사라지지 않는 감정이 남아 있었다.
아무리 몸을 따뜻하게 해줘도, 몸 안에 작고 차가운 무언가가 뿌리내려 버리고 말았다.
무서웠다.
레이무는 처음으로「죽음」이라는 것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껴안겨서 느낄 수 있는 안심감도, 언젠가 사라진다.
사람은 머지않아 죽으며, 분명 눈앞의 어머니도 죽어서 자신의 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울며 아우성쳐도 피할 수 없는, 머지않아 다가올 현실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해했을 뿐 받아들이는 것 따위는 불가능했다.
어린 마음에서 흘러넘친 감정이, 레이무의 몸을 지배해 모든 제어를 앗아갔다.
레이무는 그 날 밤새, 어머니의 몸에 안겨 울 수밖에 할 수 없었다.
이윽고, 울다 지친 어린아이의 몸에 수마가 덮쳐와 레이무의 의식은 평온하게 막을 내렸다.
다음날. 눈을 뜬 레이무는, 자신이 어머니에게 달라붙어 자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는, 그대로 얼굴을 붉히며 급하게 일어났다.
같이 일어난 어머니가 보기 드문 놀리는 것 같은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더욱더 얼굴을 붉히면서 방을 뛰쳐나갔다.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 거북한 아침의 인사를 한 뒤, 식사를 하고─ 그리고, 평소처럼 당연한 일상이 지나 간다.
그 때 느꼈던 격렬한 감정의 파도는, 지금은 그저 기억에 남아있을 뿐, 이제는 떠올리지 못하고 어슴푸레하게 생각날 뿐이다.
세월이 지나고 레이무는 아이에서 소녀로 성장했다.
그 때 이후, 레이무가 운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오늘도 하쿠레이 신사에서 혼자 눈을 뜨고, 무녀로서의 일상을 지내며, 그리고 혼자 잠자리에 든다.
이젠 슬프거나 무섭다는 감정은 느끼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밤에 느끼고 이해한 것은, 결코 피할 수 없는, 머지않아 덮쳐올 현실이었다.
◆
「……춥네」
계절은 겨울을 넘어 달력으 보면 이미 봄이 시작될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휘몰아치는 찬바람과 경내에 아직까지 녹지 않은 채 남아있는 흰 눈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여기서 맑은 하늘이라도 보인다면, 어느 정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레이무가 올려다본 하늘은 구름으로 흐려져 있었다.
「역시, 이변이네」
레이무는 포기하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예전부터 그런 예상은 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증명하는 이 이상 기후도 파악하고 있었다.
금년은 봄의 시작이 늦었을 뿐이야 라며 현실도피를 하는 것도 이제 한계다.
평소에는 추위 탓에 적극적으로 움직일 기력을 잃어버렸지만, 이번엔 그 추위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위압감을 가하고 있다.
「뭐, 이런 추위가 계속 되면 귀찮기도 하니까.」
오늘날까지 춥다고 투덜댈 뿐이던 모습이 거짓말이라는 듯이 레이무는 당당한 걸음으로 방으로 향했다.
이변을 예상하고도, 매일같이 그것을 무시한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난로 앞에서 야무지지 못하게 온기를 받으면서도, 일절의 흔들림 없이 힘을 집중해 써내린 수십장의 부적.
맑은 물(清水-시미즈-)로 연마한 퇴마침.
그리고, 하쿠레이의 비보로서 전해 내려오는「음양옥」두 개.
하쿠레이의 무녀가 이변해결을 하기 위해 필요한 무장을 갖춘 레이무는, 살을 에는 듯 한 차가운 공기를 느끼며, 경내로 걸어 나왔다.
「──그럼 일단 어디로 가야 하려나.」
당연히, 레이무는 이 이변의 흑막은커녕 원인마저 모른다.
본디부터 내려오는 무녀의 직감에 따라서 흐르는 대로 날아갈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멍하니 생각하고 있자니 갑자기 머리에 한 장소가 떠올랐다.
「잠깐, 마을에 가 볼까?」
애매한 자신의 마음을 속이듯이 혼자 중얼거린다.
이변해결을 위한 행동은 아니다.
이 긴 추위 속에서 갑자기 마을에 돌아간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선대의 다리가 이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레이무가 안 것은, 대략 한 달 전이었다.
간호할 동안, 이제 상처가 나으면 모두 원래대로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그 감정은 불안으로 바뀌고, 붕대를 풀어도 제대로 설 수 없는 어머니를 보고 확신했다.
충격도 받았으며, 침체하기도 했다.
걱정도 물론 하고 있었지만, 결국 다리의 부자유 외에는 상처의 후유증도 없었으며, 선대는 지팡이를 짚으며, 위태위태한 발걸음이긴 했으나 마을에 스스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마을에 있는 어머니의 생활을 무의미하게 걱정하는 일도 줄어들었지만, 잊은 것은 아니다.
한 달. 그래, 그로부터 한 달이다.
평소에는 어머니가 직접 신사에 방문해서, 하룻밤 묵어가는 날이다.
그럼, 움직일 수 없는 어머니 대신 딸이 마을에 가도, 이상할 건 없다.
레이무는 스스로의 정당성에 납득하고는, 혼자 끄덕이며 마을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레이무!」
하늘로 날아서, 찬바람을 온몸에 받으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자니, 갑자기 말이 걸려왔다.
마리사가 엄청난 속도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대로 충돌하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의 기세로 레이무에게 가까워져, 급정지한다.
분명히, 마리사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레이무! 자, 잠깐만…… 침착하게, 들어줘」
「너나 침착하지 그래?」
「이 바보가, 말장난 할 분위기로 보이냐!?」
불가사의한 광경이었다.
자기는 침착하라고 말하면서도 초조해하는 마리사와는 반대로, 레이무는 그저 조용히 기가 막혔다.
이 이변에 관계된 이야기겠지, 라며 가벼운 기대를 안고는 조용히 말을 재촉한다.
「어쨌든, 큰일이야. 나와 함께 마을로 가자」
「안 그래도 지금부터 갈 생각이었는데…… 뭔가 있었어? 이 추위의 원인이 거기에 있기라도 해?」
「아냐! 알겠지, 진짜로 침착하게 들으라고……」
마리사는 그렇게 말하고선 오히려 자신을 진정하게 하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는,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어머님이 돌아가셨어.」
◆
「……하쿠레이 레이무인가. 잘 와줬다.」
진료소에 들어온 두 명을 마중한 것은, 어두운 표정을 한 케이네였다.
레이무도 마리사도, 케이네와는 그냥 얼굴만 아는 사이며 딱히 친하지는 않다.
거기에 레이무는 어머니인 선대무녀가 그녀와 같은 인간마을의 수호자로서 관계가 있었기 때문 서로 알게 됐던 것이다.
케이네에게 안내받으며 레이무는 안쪽의 방으로 들어갔다.
원래대로라면, 선대가 식사나 취침에 드는 생활을 위한 장소.
그곳에, 레이무의 어머니가 있었다.
「발견한건 오늘 아침이다. 선대님의 다리가 불편하셔서, 진료소가 열리기 전에 한 번 들리는 것이 일과였다」
레이무는 균형 잡힌 발걸음으로, 이불 위에 누워있는 선대의 옆으로 다가갔다.
마리사에게서 소식을 들었을 때도, 마을로 왔을 때도, 그리고 이렇게 현실을 직시했을 때도, 레이무는 침착하고 있었다.
「누군가 침입한 흔적은 없다. 이 방도, 진료소도 어질러지지 않았었다. 그러니 원인은 모른다」
앉아서, 살그머니 목덜미에 손을 댔다.
차가웠다. 체온 따위는 없었다.
호흡도, 고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몇 번이나 불렀는데도 일어나지 않았다. 자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만」
허망한 목소리로, 케이네는 자세한 내용을 말했다.
그 말은 레이무의 귀에 들리고 있었으나, 머릿속에 남지는 않았다.
목에서 손을 떼서, 그대로 가슴 위로 옮겼다.
가볍게 몸을 흔들어 본다.
어떤 반응도 돌아오지 않는다.
「……엄마」
무의식중에 어렸을 적처럼 어머니를 불렀다.
그러나, 다르다.
지금 자신은 이미 아이가 아니다.
레이무는 자신의 행동에 어떤 의미도 없는 어리석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입 밖으로 내뱉으려 했던 호소를 씹어 삼키고, 일어섰다.
「레, 레이무……」
마리사는 말을 걸었지만, 그 이상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으며,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 수 없다.
그런 마리사를 무시하며, 레이무는 케이네에게 다가갔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라고?」
「시체의 처리를 말하는 거야. 어떻게 할 거야?」
레이무의 간단한 말에, 케이네는 격렬한 분노를 느꼈다.
레이무를 노려보며 그 뺨을 후려갈기려 손을 든 순간─ 자신을 응시하는 레이무의 눈에 단번에 압도됐다.
조용하지만, 두려울 정도의 기세가 두 눈에 깃들어 있었다.
「마을의 거주자보다 먼저, 마리사를 통해서 내게 알린 거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물었어.」
「그건…… 내가, 이 사실을 숨기겠다. 내 능력을 사용해서…… 이 진료소 채로……」
진실을 꿰뚫어볼 것만 같은 기세를 품은 눈에 압도당한 케이네는 말을 더듬으면서도 순순히 답했다.
카미시라사와 케이네에겐「역사를 먹는 정도의 능력」을 지녔으며, 이를 사용해 선대의 죽음을 주변에게서 숨길 작정이었다.
선대무녀는 현역을 은퇴한 뒤에도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 죽음을 일시적이라도 숨기려는 생각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은폐한 뒤엔 어떻게 이번 사건을 해결할 셈일까.
케이네의 능력은 특정한 장소, 인물, 사상에 관한 인식을 조작하는 것이며, 「먹는다」라고 표현되기는 해도 그 자체에 간섭할 수 있는 능력은 아니다.
인간의 죽음 그 자체를 없는 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대체 언제까지 그것을 숨길 생각일까.
그런 구체적인 내용을 케이네는 설명하지 않았으며, 레이무도 굳이 들으려하지 않았다.
그저, 그대로 입을 다문 케이네의 창백해진 얼굴을 당분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 알았어.」
그 눈으로 대체 어떤 진실을 간파했한 건지, 레이무는 혼자서 납득하고는, 케이네의 옆을 빠져나가 출구로 발을 옮겼다.
당황한 마리사가 레이무를 쫓는다.
「어이 어디에 가는 거야!?」
「안개의 호수. 잠깐 확인할 게 있으니까 다녀올게」
「확인하러, 라니……뭘 말이야!? 그 전에, 어머님을 두고 갈 셈이야!?」
「따라오지 않아도 괜찮아.」
「그러니까, 조금 기다려……」
「레이무!」
뒤쫓아오는 마리사를 무시한 채, 진료소를 나가려고 문에 손을 올린 레이무를 케이네가 불러 세웠다.
뒤돌아 보니, 무언가 각오한 것만 같은 비장한 표정의 케이네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무언가를 호소하는 듯한 눈이었다.
레이무에는 그「뭔가」가 어쩐지 모르게 이해됐으나, 일부러 그것을 무시했다.
「뭐야?」
「너는……알고 있었나? 내가……」
「넌 거짓말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네.」
레이무는 케이네가 가진 능력을 놀리듯이 작게 웃었다.
반 이상은 그저 감이었지만, 케이네의 모습에 처음부터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레이무가 카미시라사와 케이네라는 반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선대무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하나 이상한 점이 이 장소에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
원인도 알지 못한 채, 호감을 가졌던 인간이 갑작스레 죽은 것을 본 그녀는, 어떻게 저렇게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일까.
깊게 슬퍼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다.
그러나, 혼란에 빠지진 않았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혼자 혼란에 빠져있는 마리사를 내버려두고, 두 명은 입을 다문 채 서로를 응시했다.
「……너는, 어머니의 다리에 대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나?」
케이네는 한탄하듯이 물었다.
「그 사람은, 이 마을의 수호자이며 훌륭한 무인이기도 했다. 내가 아는 한 가장 고결한 인물이겠지.
대체, 얼마나 단련을 거듭하고 거듭해야 그런 힘과 기술을 몸에 익혔을 지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경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래, 알고 있어. 그래서 존경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알겠지?
그 사람은, 이제 제대로 걷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진료소에 들려보면, 언제나 의자에 앉아있을 뿐, 거기서 일어서는 것조차 귀찮은 것처럼 말이다. 밖을 돌아다니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다리가 엉켜 넘어지는 것을 몇 번이고 본 적도 있다!」
케이네는 입술을 깨물며, 통곡하듯이 외쳤다.
그 눈물은 대체 어떤 감정에서 오는 걸까, 라고. 레이무는 냉정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뭐?」
레이무의 대답은, 케이네의 뜨거워진 마음에 냉수를 퍼붓는 것만 같이 차가웠다.
「그런 어머니를 보고, 넌 불쌍하다고 느끼기라도 한 거야?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외면하고 싶어졌어?
그 사람의 다리에 난 상처가 불합리한 현실이고, 원래대로라면 일어나선 안 되는, 수정되어야 할 역사라고 생각하기라도 했어?」
레이무가 내뱉는 말의 한마디 한마디가 깊게 틀어박혀, 케이네는 다른 의미로 얼굴이 하얗게 됐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죄인같이 머리를 늘어뜨리고는 입가를 가리고 떤다.
어머니에게 범해버린 용서되지 않는 죄를 그 딸에게 들켜 버리고 말았다. 정체모를 죄악감이 케이네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앞으로 50년 정도 지나면, 나도 똑바로 걸을 수 없게 돼. 나이를 먹고 쇠약해지는 건,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야. 어머니도, 그걸 알고 있고.」
그것만을 말하고는, 레이무는 다시 발을 옮겨, 진료소에서 나갔다.
그 어조는 그저 담담할 뿐 결코 케이네를 책망하는 말은 아니었으나, 그녀 자신에겐 레이무가 한 말이 족쇄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떠나는 레이무의 등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두 명이 나눈 대화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 하고 있던 마리사도, 이윽고 뜻을 정했는지 레이무의 뒤를 쫓아 나갔다.
그리고, 케이네만이 그 자리에 남겨졌다.
마치 남겨진 아이 같이, 케이네는 혼자 그곳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
「저기, 레이무. 그럼 하나만이라도 좋으니까, 대답해줘.」
마을을 떠난 레이무의 뒤를 쫒으며, 그 목적지가 조금 전에 말한 대로 안개의 호수라는 것을 확인한 마리사는 옆에서 나란히 비행하며 물었다.
평소처럼 방문한 마을에서 들은 선대무녀의 죽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전혀 이해가 불가능했다.
그 중에 간신히 나온 결론을 말했다.
「어머님은 죽지 않은 거지. 그렇지?」
「아니, 죽어 있었어. 심장도 움직이지 않았고, 체온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럼, 왜 그렇게 침착한 건데!?」
「그렇지만 위화감이 분명히 있었으니까. 몸이 너무 차가웠어.」
정신줄을 놓기 직전인 마리사를, 레이무의 냉정한 소리가 잡아챘다.
「……그건 대체 무슨 뜻이야?」
「그 말대로야. 죽어서 체온을 잃었다고 하기엔, 몸이 너무 차가웠어. 마치 얼음처럼」
「그런가, 그래서……!」
「그래,……그렇지만, 틀려」
어느샌가 주위가 안개로 둘러싸여 있었다.
지상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아마 호수의 상공에 겨우 도달했을 것이다.
두 명은 동시에 비행을 멈췄다.
차가워진 하늘의 공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드는 무언가가, 앞에서 냉기를 뿜어내고 있다.
「너에겐 저런 짓은 불가능해, 치르노」
처음으로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주변 일대를 지배할 정도의 힘을 내뿜는 얼음의 요정이 그곳에 있었다.
봄이 오지 않는 이번 이변을, 치르노는 완전한 아군으로 만들고 있었다.
애초에, 자신이 냉기를 발생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었지만, 이미 차가워진 세계가 그것을 더욱 돕고 있다.
그 표정도 처음 봤을 때의 인상을 지워 없애는 것처럼, 어린아이다운 활기는커녕, 날카롭게 갈아진 것처럼 기세등등했다.
「……역시 왔구나, 레이무」
「서로 이름으로 부를 만큼 사이좋았던가?」
「너 같은 건 무지 싫어」
「그래. 뭐, 말이 통하는 건 다행이네.」
레이무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장애물을 그저 냉정한 태도로 일관했다.
치르노의 탓에 이미 아픔이 느껴질 정도로 추워진 주변의 공기에 당황해서 대처하는 마리사를 내비둔 채 레이무는 이미 대처를 끝마치고 있다.
주변에서 떠있는 두 개의 음양옥이, 그대로 간이결계가 되어 냉기를 막고 있었다.
「선대무녀를─」
레이무는「어머니」라는 통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옆에서 듣고 있던 마리사로선 매우 신경 쓰였다.
「얼린 건, 네가 아니야. 그건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얼른 나와. 가까이 있는 거지?」
「이야기가 복잡해져버렸네」
레이무의 말에 대답하는 자가 있었다.
치르노의 옆에,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그때, 겨울의 폭풍우가 두 개가 된 것 같이 찬바람이 휘몰아친다.
마법장벽과 방한도구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살을 에듯이 전해지는 그 추위에, 마리사가 크게 눈썹을 찡그린다.
「난 그 인간의 사체를 냉동했을 뿐이라고?」
그건 흰 요괴였다.
치르노가 스스로 냉기를 내뿜는다면, 그 요괴는 주변의 한기를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작스레 덮쳐든, 찬 공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레이무는 상대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겨울에 관련된 요괴 같네. 냉기 그 자체를 다룰 수 있다면, 계절에 관련된 요괴겠네.」
「정답. 나는 겨울의 요괴 「레티 화이트락」이야」
「선대무녀를 얼린 건 너야?」
「그것도 정답. 그렇지만,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해. 나는 이 요정과는 첫 대면. 거래를 해서, 이미 죽어 있던 그 인간의 육체를 보존하기 위해 능력을 사용했어.」
「알고 있어. 그건 단순히 차갑게 만들어서 얼린 게 아니니까. 피부에 서리조차 생기지 않았으니까. 육체를 동결시켜「정지」시키고 있는 거지── 적어도 그 요정에겐 불가능한 처리야.」
레이무의 담담한 설명에 레티는 놀란 듯 눈을 치켜떴으나, 제일 놀란 건 옆의 마리사였다.
이 녀석은, 그 정도로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었던 건가?
자신의 어머니가, 죽어있음에도, 동요조차 보이지 않고──.
「무섭네, 하쿠레이의 무녀는.」
레티의 중얼거림에, 마리사는 흠칫했다.
레이무에게 일순간 안은 감정을, 간파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그 인간을 원래대로 돌리라고 한다면 거절할게.
이 요정과 계약한 보수로 여름에는 쾌적한 생활 장소를 제공받기로 해서 말이지. 어기고 싶지 않아」
「이대로 겨울이 계속 되면, 여름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으려나?」
「아핫, 그건 멋진 일이네. 그렇지만 안 돼. 계절은 변하는 거니까.」
레티가 미소짓자, 흉포하게 날뛰던 바람이 뚝하고 그쳤다.
「가을이 끝나지 않으면 겨울은 오지 않아. 겨울이 끝나지 않으면, 봄부터 시작해서 다시 겨울이 찾아올 리도 없고.
세월은 흐르고 계절은 바뀌는 것. 그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 누구에게도 멈출 권리 따윈 없어. 그렇지?」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치르노의 어깨에, 레티는 살그머니 손을 얹었다.
치르노는 닿기도 싫다는 듯이 그 손을 뿌리쳤다.
「뭘 말하고 싶은 거야!?」
「넌 알고 있을 거야. 아니, 모르면 안 돼. 치르노, 너도 요정이라면 자연의 이치를 이해해 주렴」
「이 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 쓸데없는 말도 하지 마! 계약했잖아, 이 몸과의 약속이잖아!?」
치르노는 생떼를 쓰는 것처럼 마구 아우성쳤다.
그러나, 어린아이의 떼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흉악한 힘을 지니고 말았다.
보다 밀도가 올라간 냉기를 받으며 레티는 곤란하단 듯 미소 짓고는, 시선을 레이무에게 향했다.
「……미안해. 보는 대로, 나로서는 이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어.」
「상관없어, 애초에 이쪽 문제니까. 그것보다, 너도 요괴라면 요정을 상대로 굳이 그렇게 친하게 대할 필요는 없잖아?」
「인간 주제에 상당히 딱딱한 성격이네. 좀 더 따뜻함을 가져봐.」
「겨울의 요괴가 말하기엔 짓궂어, 그 말」
레이무의 찡그린 얼굴을 보고 쓴웃음을 지은 레티는 치르노의 거절에 따르듯이, 살그머니 그 자리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레이무와 치르노가 바로 정면에서 마주본다.
적의를 드러내는 치르노와는 반대로, 레이무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그저 마주보고 있다.
「뭐, 사정은 있어 보이지만, 일단 단서는 네 쪽으로 결정이네. 전부 말해 줬으면 하는데?」
「시끄러워 , 너 같은 건 박살내줄 테니까!」
「박살내서, 어쩔 건데? ……아니, 들어도 쓸데없겠네. 뭣보다 무의미해. 너로선 나를 쓰러뜨릴 수 없으니까」
「이길 수 있어! 이 몸은 너보다 강해! 너보다 훨씬, 훨씬 강해질 거야! 스승이……, 스승이 이 몸을 단련시켜줄 테니까!!」
스펠카드를 내밀며 결투가 시작되었다.
역시, 처음 만났을 때의 치르노와 지금의 치르노는 모든 면에서 달랐다.
직접 싸워보지도 않았던 마리사의 눈에도, 확실하게 실력이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격렬한 탄막이 하늘을 더욱 얼려버리듯이 퍼져, 레이무를 덮친다.
그러나, 거기에 대항하는 레이무 또한 엄청난 실력이었다.
무수한 빙탄을 차례차례 회피한다.
변함없네, 저래서야 전혀 맞을 것 같지 않은걸. 라고 중얼거리며 마리사는 안심감이나 믿음직함과 동시에 절망마저 하고있었다.
「대단하구나─, 저 무녀」
「그래」
왠지 곁에서 함께 관전하고 있던 레티에게 묘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돌린다.
「……그런데 너는 정말로 이 봄이 오지 않는 이변의 원인이 아닌 거야? 겨울의 요괴라며. 얼른 자백하는 게 어때?」
「사실 내가 흑막입니다─는 거짓말이지롱~」
레티는 살짝 혀를 내밀며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었다.
◆
홍마관에서는, 주인이 직접 종자의 외출을 마중하고 있었다.
자신의 나이프에, 메이링에게서 받은 머플러, 파츄리님이 주신 사격보조용의 별 모양 마구(魔具), 플랑도르의 응원, 그리고 주인의 마중─.
홍마관이 총출동해 전해준 호의를 고맙다고 절실히 생각하기도 하지만, 왠지 부끄러워서 홍조를 띄는 뺨을 추위의 탓이라고 사쿠야는 자신에게 변명하고 있었다.
「그럼, 아가씨. 다녀오겠습니다.」
「파츄리에게서 좌표는 들었지? 그곳으로 가봐. 적은 쓰러뜨리고, 아군을 이끌어, 이 이변의 원흉을 해치우도록.」
「알겠습니다.」
사쿠야가 향할 곳에 있는 무언가를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 레밀리아의 말.
그러나, 깊게 생각하지 않은 채, 충실한 종자는 그저 기대에 답하기 위해 날아올랐다.
그다지 걱정은 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사쿠야의 등을 당분간 바라보고 있던 레밀리아는 파츄리가 기다리는 발코니로 돌아왔다.
「난방용 연료가 떨어지기 전에 돌아왔으면 좋겠네.」
「추우면 일부러 밖에 나오지 않아도 괜찮지 않아?」
「그다지 춥지는 않아. 마법을 사용하고 있으니까」
「빨리 도서관으로 돌아가. 한기는 천식의 적이잖아.」
「최근, 소악마의 텐션이 너무 폭주하고 있어서 옆에 있으면 지쳐. 선대와 악마의 계약을 한다고, 의욕이 넘쳐서……」
「정말로 썩었네, 그 오물.」
지친 듯이 한숨을 내쉬는 파츄리의 앞에서, 레밀리아가 벌레를 씹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선대무녀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녀와 관계가 깊은 이 홍마관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레밀리아와 같이 조금 기분이 가라앉은 정도라면 차라리 낫고, 메이링은 그것을 안 이후 전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으며, 플랑도르는 필사적으로 허세를 부리고 있다.
소악마에 이르러선 파츄리의 말대로. 일을 주지 않으면, 몰래 빠져나가 선대에게 악마의 계약을 하게 할 생각으로 가득 차있었다.
선대를 문병하러 갔을 때엔, 모두에게 어딘가 긍정적인 분위기였다.
중상이지만, 살아있다.
그것이 기뻐서, 모든 걱정을 단지 그 사실 하나로 지워 없앴다.
인간과 요괴는 다르다.
물론 선대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그 사실을, 그 때는 레밀리아마저 잊고 있었다.
인간은 시간과 함께 강해지며, 또한 약해지는 존재다.
그것을 그녀들이 이해하기엔, 역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레밀리아가 특히 메이링과 플랑도르를 조용히 지켜보려고 결정하고 있을 때, 이번 이변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외에 또 다른 사건도, 레밀리아는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스칼렛 가문의 혈통 대대로 전해지는「운명을 조종하는 정도의 능력」이라고 했던가. 사용하는 것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 당신의 아버지는, 이 능력으로 홍마관을 번창시켰다고 들었는데.」
「「조종한다」라는 건, 그 작자가 허세를 부린 거야. 운명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레밀리아는 마치 원망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것이 그 남자에 대한 건지, 이 계승된 능력 그 자체에 대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생명 하나가 한 개의 실이라 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운명이라는 이름의 실은, 그야말로 무수히 존재하며, 복잡하게 얽혀 있어.
예를 들자면, 하나의 운명을 끝까지 보았다고 해서, 그 중에 몇 가닥의 다른 실이 얽혀서, 비틀려, 그래서 알 수 없는거야 이 실이 과연 맞는 실인지조차──」
「미래를 바꾸기는커녕, 아는 것조차 어렵다는 거네.」
「정말이지 복잡괴기한 능력이야. 이래서야 파괴에 특화되어 있다고는 해도, 부수는 것으로 운명에 간섭하는 게 가능한 프랑의 능력이 훨씬「조종한다」라는 말에 어울릴지도 몰라」
「그렇지만, 이번 이변에서 넌 뭔가를 읽은 거지?」
레밀리아는 망설임 없이 끄덕였다.
「그래, 선대의 운명이 보였어. 이번 이변에 어떤 형태로든 관계되어 있어.」
「사쿠야를 보낸 그곳에 있다면 관계됐다기보다, 이미 중심에 있는 거 아냐?」
「아니 그 말은 조금 틀려. 이변 그 자체와 선대에게 닥친 사건은, 또 다른 것으로 보였어. 어쨌든,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 그곳에서 말이지.」
그 눈에 비치는 운명의 실을 더듬으며, 레밀리아는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을 올려보았다.
환상향의「봄」을 맡는 성분이, 구름 너머에 있는 곳으로 빨려 들여가듯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실도 같이──.
「그것이 만약 죽음에 닿았다 해도, 다시 이 세상으로 되돌아와,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그것 또한 운명의 일부로서 계속돼서. 결코 멈추지 않아.」
레밀리아는, 아직도 끊이지 않고 이어진 선대의 운명을 확실히 보고 있었다.
◆
탄막놀이는 레이무의 승리로 끝났다.
치르노는 선전했다.
만약, 자신이 그곳에 있었다면 궁지에 몰렸을 위기가, 마리사도 몇 번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조차 레이무는 간단히 해치웠다.
무적이다. 오늘의 레이무는 왠지 평소보다 훨씬 감이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추락하는 치르노를 쫓아서, 제일 먼저 레티가 다가갔다.
「……역시 너, 그 요정에게 너무 잘 대해주고 있지 않아?」
「기특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점을, 넌 인정해 주지 않는 거니?」
「요괴에게 인정을 부탁받는 이쪽 입장도 생각해 줬으면 하는데.」
상냥하게 부축한 치르노를 품에 안은 자세를 취한 레티를 보며, 레이무는 흥미 없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변함없이 이변에는 무자비한 한걸—, 하고 짜게 식은 눈으로 노려보며 마리사가 곁에 나란히 부유한다.
결판은 났다.
승자가 패자에게 가진 권리가 행사될 시간이다.
「자, 슬슬 대답해 줬으면 하는데. 너를 꼬드긴 녀석이 누군지 말해.」
레이무는 냉철한 목소리로 일의 핵심을 화두에 올렸다.
그토록 선대무녀를 좋아하던 치르노가, 선대무녀의 살해에 가담하는 짓을 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치르노에게 뭔가 수를 쓴 것이다.
그「누군가」의 정체를 알 필요가 있다.
「이 몸은, 꼬드겨진 적 없어……!」
「그럼, 너는 네 바람으로 선대무녀를 죽였다는 거야?」
「웃기지 마! 스승이 죽다니 그럴 리 없잖아! 스승은 죽지 않았어, 언젠가 눈을 뜰 거야! 그 다리도, 언젠가 제대로 나아!!」
──역시, 생각대로구나.
레이무는 물론, 마리사도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선대의 죽음은, 원한이나 사건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막연히 느끼고 있었지만, 그것이 방금 확실해 졌다.
「즉, 선대무녀는 언젠가 다시 눈을 뜨고, 다리도 낫는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네」
「그래!」
「그렇게 믿고 싶겠지만. 너 같은 요정과는 달리. 인간이 살아 있을 수 있는 건 한 번 뿐이야. 한 번 죽고, 리셋 뒤 컨티뉴 같은건 불가능해.」
「거짓말……거짓말이야! 스승은, 앞으로도 이 몸과 같이……!」
「그만 눈치 채, 망할 요정.」
솟구치는 분노를 무리하게 견디다 못해 무겁게 변해버린 꾸짖음을 내뱉음과 동시에 레이무가 퇴마용 부적을 치켜들었다.
그 앞을 레티가 끼어들어서 말린다.
「기다려! 침착해, 나도 알고 있는 걸 이야기할게.」
「……말해봐」
「지금, 환상향에 일어나고 있는 봄이 찾아오지 않는 이변. 이 이변의 원인을 쫓아. 그게, 당신이 가진 의문의 답이 될 거야.」
「여기서 대답하는 건 어때?」
「나도, 그 인간에 관해 알고 있는 건 적어.
단지, 그곳엔 우리들 외에도 강력한 요괴가 있었어. 그 녀석이, 그 인간에게서 영혼을 빼내서 죽인거야. 나는, 그 후의 처리를 맡았을 뿐」
「영혼을……확실한 거지?」
「그 정도 밖에 알 수 없었어. 외상을 전혀 입히지 않은 채, 잠에 빠지듯이 죽음에 이르게 했어. 엄청난 요괴야.」
새롭게 밝혀진 사실에 듣고, 마리사는 숨을 삼키고는, 가만히 서있는 레이무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반드시, 그녀에겐 자신이 모르는 것이 보이고 있을 것이다.
자신으로선, 지금의 이야기에서 선대가 살해당했다는 것이라고 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일이 그 정도로 단순하다면, 이건 그저 단순한 비극으로 끝난다.
그러니까 제발──.
「이변의 원인을 쫒는다, 라는 건 무슨 소리야?」
「이 이변은 누군가 겨울을 길어지게 하는 게 아니고, 봄이 되기 위해 필요한 환상향의「성분」을 누군가가 빼앗고 있는 거야. 그리고, 빼앗긴 봄이 사라지는 장소가……」
레티는 하늘의 한쪽을 가리켰다.
마리사에겐 단순한 하늘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레이무는 달랐다.
잠시 눈을 치켜 뜨더니, 바로 옆에 서있던 마리사도 눈치 못 챌 정도의 작은 미소를 짓는다.
「영혼이라……그렇구나.」
용무는 끝났다는 듯, 레이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레티가 가리킨 방향으로 날아갔다.
이래서야 평소와는 반대인걸, 이라고 투덜대며, 평소에는 자주적으로 행동하는 마리사가 끌려가듯이 뒤를 쫓는다.
남겨진 레티는, 한숨을 내뱉으며 품속의 치르노를 내려보았다.
원통한 눈물을 흘리며 비뚤어진 그 얼굴을 숨기듯이, 살그머니 손을 얹었다.
한편, 겨우 레이무를 따라잡은 마리사는 옆에서 다시 사건의 진행을 물었다.
「어때? 뭔가 알 수 있었어? 저 녀석이 가리킨 곳에는 뭐가 있는 거야?」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따라오지 않아도 돼. 여기부터는, 정말로 위험하니까.」
「이제 와서 생각난 건데, 애초에 내가 마을에 온 건 이변해결 때문이라구. 봐봐, 이거」
마리사는 품에서 작은 병을 꺼내, 유리 너머로 그것을 보였다.
벚꽃잎이 한 장 들어가 있다.
그러나, 레이무는 힐끔 눈길만 줬음에도 그것이 단순한 꽃잎이 아니라는 것을 간파했다.
「현세의 물건이 아니네. 어디에 있던 꽃잎이야?」
「……이 녀석의 정체를 알려고, 나는 꼬박 하루 동안 연구했는데. 그렇게 쉽게 알아채버리다니」
「하늘에서 떨어진 거야?」
「응, 근처에 벚꽃은 없었는데 말이지. 아마, 이게 레티라는 녀석이 말한「봄」아닐까?」
「분명. 맞는다면, 지금부터 갈 곳에 산만큼 쌓여 있어」
「어딘데?」
「명계」
그 말을 들은 마리사는 흠칫하고 놀라며 눈을 크게 치켜떴다.
환상향에는 유령이나 망령이 존재한다.
그것들은 본래 현세를 방황해야 할 존재가 아니며, 가야할 곳이나 머무를 곳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명계다.
마리사도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죽은 사람이 있어야 할 장소다. 살아있는 인간이 가도 될 장소는 아닌 것이다.
오싹한 느낌이 등골을 달리고, 꿀꺽 군침을 삼켰지만, 뜻을 굽히지 않고 물었다.
「거기에, 어머님의 영혼도 있을까?」
마리사는 자신이 생각해 낸 결론이, 단순한 예측이 아니길 빌었다.
「그래. 외상을 입히지 않고 상대를 죽이는 방법은, 독이던 저주던 많이 있어.
그렇지만, 그 요괴는 영혼을 빼앗았다고 했지. 산 인간에게서 영혼을 빼내는 건, 평범한 방법으로는 무리야. 대초에 영혼이 빠진 몸을 보존할 이유도 없고 말이지.」
「치르노는 언젠가 눈을 뜬다고 했으니까……」
「아마, 되돌릴 수 있을 거야. 빼앗은 영혼을, 몸으로」
「좋았어! 이야기가 단순하게 됐다구! 내 취향이야!」
마리사는 무심코 환성을 질렀다.
지금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레이무의 뒤를 따라가고만 있었으나, 이제야 확실히 길이 보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어렵지 않은 똑바른 길이.
「만만치 않은 적뿐일 테지만 말이지.」
레이무는 냉정하게 덧붙였다.
「다리가 불편하다고는 해도, 최강의 하쿠레이라고 불린 무녀를 상처 하나 없이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요괴가 얼마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건 즉, 범인인 그 요괴에게, 선대가 방심했다는 거야.」
선대무녀가 방심했다는 것은 요컨대, 범인은 낮이 익은 자. 그 중에서도, 강력한 요괴.
그런 자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레이무의 표정은, 희망을 찾아서 풀리기는커녕, 더욱더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 긴장감이 전염된 듯, 곁에 있던 마리사도 새로운 불안을 품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죽음에 직면해도 일절의 동요도 보이지 않고, 냉철할 정도로 행동했으니, 지금 여기서 희망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희망을 찾아냈음에도 레이무의 마음은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았다.
담담하게 움직이고, 담담하게 해낸다.
명계로 향하는 이유는 여럿 있었지만, 그중 어느 쪽이 지금의 레이무를 움직이게 하는지, 마리사로선 알 수 없었다.
──저기, 레이무. 넌 지금, 어머님을 도우러 가는 거야?
──아니면, 그저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이변을 해결하러 갈 뿐인 거냐?
마리사로선, 그렇게 묻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윽고 구름을 빠져나오니 그 앞에는 명계로 통하는 강력한 결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벚꽃잎이 이 일대를 감싸고, 소용돌이치고 있다.
마치 거기에 모인, 수많은 기대마저 삼켜버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