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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선대록

東方先代録


Original |

Translator | DanteSparda

전편에서 부재중이셨던 주인공씨의 한마디.
선대 「기다렸지!」

11화 「백옥루」


  진료소의 안, 케이네는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마치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입구의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케이네는 초췌한 얼굴을 들어올렸다.

「너희들은……」

  치르노와 레티. 케이네로서는 첫 대면인 요정과 요괴가 그곳에 있었다.

「이곳이, 선대무녀의 진료소가 맞는 걸까?」
「아……그런가, 너희들이 그 요괴가 말했던 협력자인가」
「그래, 선대무녀의 사체를 보존한 장본인이야. 이름은 레티. 이 아이는 치르노」
  친근한 듯 미소 짓는 레티에게 케이네는 딱히 흥미를 드러내지 않고, 치르노에 이르러선 입을 굳게 다문 채 딱딱한 표정을 짓고는 한마디 말조차 건네지 않았다.

  치르노는 조용히 진료소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하쿠레이의 무녀가, 그 아이를 만나러 왔었어. 탄막놀이를 해서, 지고 말았지. 여러 가지 혼나기도 했고 말이야.」

  치르노의 행동을 막을지 어째야할지 헤매던 케이네에게, 레티가 짧게 사정을 설명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냥 선대무녀를 만나고 싶어진 것 같아서 온 것 같아.」
「……그런가」

  그 말에, 케이네는 치르노를 말려야 한다는 생각을 완전히 잃었다.
  그 사람을 그냥 만나고 싶다─ 그것은 케이네 또한 같았다.

  목소리를 듣고 싶다.
  이번 일에 대해, 모든 것을 고백한 뒤, 용서를 빌고 싶었다.
  아니면, 험담을 들어도 상관없었다.
  단지, 지금은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그 뜻을 알고 싶다.

  그러나,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스승」

  바로 누운 선대를 내려다보며, 치르노는 작은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당연히, 영혼이 빠져나간 선대는 대화가 불가능한 빈껍질이며 그저 조용히 그곳에 있을 뿐이다.

  치르노의 마음속에서부터 불안과 공포가 솟구쳐 올라, 시야가 흐려지고, 코 안쪽이 시큰거렸다.
  이를 악물며, 필사적으로 그것을 견딘다.
  넘쳐흘러 버렸을 때는 이미 늦는다, 참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줄곧 자신에게 속이고 있던, 선대가 눈을 뜨고 다리도 낫고, 그리고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와 앞으로도 계속 함께 있을 수 있다는 몽상이 사라지고 눈을 돌리고 있던 사실이 현실로서 다가오는 것이 두려웠다.

  사실은, 치르노도 이해하고 있었다.
  선대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인간─ 그 죽음이라는 종착점이, 자신과의 이별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이 자신이 두려워했던 현실 그 자체니까.

「아냐……그럴 리 없는걸……!」

  치르노는 필사적으로 부정하려 했으나, 눈물이 자꾸자꾸 흘러넘쳐 멈추지 않았다.
  방에서 들려오는 오열에, 레티는 눈을 내리깔고 케이네는 다시 고개를 떨궜다.
  특히 케이네는 치르노의 감정을 뼈저릴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

  진료소의 안은 조용하다.
  밖에서는 사람의 기척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느껴지지 않는다.
  레티와 치르노가 이곳에 올 수 있었다는 것은, 케이네 자신이 여태까지 진료소의 역사를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럴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망연자실하고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이 외의 손님이 단 한 사람도 방문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
  케이네는 문득 의문을 품고는, 무심코 진료소의 입구를 응시했다.

  정확히 그 때였다.
  진료소에 사람이 다가오지 않는 원인이 얼굴을 내밀었다.

「어머, 보아하니 일은 벌써 끝나 있는 것 같네.」
「……카자미 유카」

  낯선 요괴를 무시하고,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케이네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유카는 조소를 흘렸다.

「결국, 넌 그 요괴의 권유를 받은거네.」
「그래……」
「그리고, 후회하고 있어」
「…………그렇다」

  모두 다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만 같은 눈빛과 놀리는 미소를 받은 케이네는 그저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선대무녀에 관한 이번 사건.
  자신은 참여하는 것을 선택했고, 같은 권유를 받았음이 분명한 유카는 거절했다.
  그 뿌리에 있는 감정의 선악은 예외라 치더라도 선대무녀를 향한 집착은 유카가 더 강할 텐데.

  두 명에게는 그런 입장의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케이네는 적의를 품고 있던 유카에게 반대로 빚이 느껴질 정도의 후회심에 시달리고 있었다.

「내가, 틀렸었다……」

  케이네는 참회 하듯이 유카에게 중얼거렸다.
  그 말에 유카는 당연하다는 듯 코웃음 쳤다.
  그러나, 그 외에 다른 험담을 하지는 않았다.

「유카……?」
「치르노도 있었구나. 어머머, 왜 그렇게 보기흉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안쪽에서 나온, 눈물과 콧물로 더러워진 치르노의 얼굴을 보고, 유카는 쓴웃음 지었다.
  평상시의 치르노라면, 바보취급하지 말라며 화를 냈을 텐데, 지금은 그저 기댈 곳을 찾아낸 것처럼 유카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앙!  유카-!」
「어머, 정말이지. 너도 울보네.」

  유카는 미소 지으며 달려오는 치르노에게 양팔을 펼쳐 안고는, 그대로 다리를 잡아 마루에 내던졌다.

「우게엣!?」
「응석부리지 마, 이 코흘리개」

  우후후, 라며 웃는 유카를 케이네와 레티가 짠 눈빛으로 응시했다.

「무, 무슨 짓이야!?」
「그런 상냥한 포옹은 네 스승에게나 바래.
  아, 맞다. 미안해. 그 스승을 얼음 덩어리로 만든 건, 누구도 아닌 너였구나.」
​「​우​읏​…​…​죄​송​해​요​」​
「내게 사과해봤자 쓸모없어. 애초에, 뭘 후회하고 있는 거야?  그게 네 바람이었잖아.」
「하, 하지만……」

  유카의 용서 없는 말에 치르노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우물거렸다.

  후회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자신이 한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안 것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 됐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나오지 않는다.
  그것을 알지도 모르는 유카에게 매달려서 올려본다.

「너는, 왜 그 요괴의 권유를 거절한 거야 ?」

  케이네 또한 같은 의문을 유카에게 품고 있었다.

  유카는 잠깐 생각하듯이 시선을 돌리고는 ─딱히 대답할 내용에 대해 고민한 것이 아니라, 조금 놀린 다음 대답해줄까 고민했을 뿐이지만─ 작게 웃으며, 할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인 선대의 상처에 대해 나도 고민하지 않았던 건 아니야.
  그녀석이 인간이란 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머지않아 내가 바라는 싸움을 할 수 없게 될 정도로 약해져버리겠지. 그 염려가 이번에 다리의 상처란 구체적인 형태로서 나타나 버린 거야.」

  유카는, 케이네와 치르노가 품고 있던 불안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맞히었다.

  인간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
  불안이 현실이 되어 나타나자, 두 명은 어쩔 수 없이 공포를 느낀 것이다.

「우리들 요괴와 인간은 달라. 그녀석도 예외가 아니라, 간단하게 뭔가를 잃고, 그것이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리지.」
「……그래. 하지만, 그걸 되찾을 수 있다고 그 요괴는 우리들에게 말했다」
「그래. 실제로, 그건 가능하겠지. 그 묘하게 수상한 녀석이 생각한 꾀니까.
  그렇지만, 나는 그걸 좋게 보지 않아. 왜냐면, 그렇게 잃어버린 것을 갈아 끼우며 살아가봤자, 선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될 테니까」

  유카는 미소를 지으며, 진지한 눈빛으로 케이네와 치르노를 교대로 응시했다.

「약하고 망가지기 쉽고, 수명도 짧은 인간. 그렇게 덧없는 존재면서, 선대무녀는 극한의 영역까지 자신을 단련했어.
  내게는 인간의 행복 따위는 이해할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지만, 더 쉽고 가치 있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었겠지. 그런데도 대체 무슨 생각으로 짧은 인생의 대부분을 사용하면서까지 그렇게 힘을 바랬을까─」

  기가 막힌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한숨을 내뱉는다.

「정말로, 그 멍청함에는 나도……아주 조금이지만 경의를 가지고 있어」

  유카는「아주 조금」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그렇게 말했다.
  카자미 유카라는 요괴의 오만함, 불손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케이네는, 그 발언에 놀라고 있었다.
  선대무녀에게 적의와 살의만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아주 조금이라고는 해도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니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많은 한계로 가로막힌 삶 속에서 손에 넣은 인간의 힘. 예전의 나라면 비웃었겠지만, 지금이라면 인정해 줄 수 있어.
  그러니까, 나는 그 녀석에게 집착하는 거야. 약한 인간 주제에 나한테 이겼으니까, 그 굴욕감은 이미 마음에 깊게 새겨져버렸어.
  선대무녀는 인간이 아니면 안 돼. 그녀석의 힘은 인간이라는 존재 그 자체. 다리를 잃었다는 사실조차, 그 녀석에게는 인생에서 생기는 사건 중의 하나일 뿐이겠지. 분명 그 녀석은 더 강해지려고 할 거야.」
「……네 입에서, 그분을 믿는다는 발언이 나올 줄이야.」
「어머, 의외야?  그렇지만, 인정하지 않은 상대를 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게다가,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하네. 나는 너희들과는 다르게, 그 녀석에게 그런 감정을 품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내가 지금 제일 걱정하고 있는 건, 선대의 힘이 가장 강해졌을 때를 파악하는 것. 정신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육체적인 단련과 세월의 축적으로 얻은 경험, 기술이 합쳐진 최적의 시기, 최고의 타이밍에 정면으로 싸우는 거지.」

  그렇게 단언하며, 사나운 미소를 짓는 유카의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들은 케이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경의를 품었다.

  그녀가 선대에게 대하는 태도는 변함이 없을 터인데, 이상하게 지금은 혐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선대를 향한 신뢰와 이해라는 점에 대해서, 적어도 지금의 자신보다도 위에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어려운 이야기는, 잘 모르겠지만」

  유카가 한 말의 의미를,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치르노는 조용히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올렸다.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됐어도, 스승은 살아 있어. 그러니까, 이 몸이 방해 하면 안 돼」

  치르노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눈물의 흔적을 남긴 채, 자기 자신에게 타이르듯이 내뱉었다.
  더 이상 그 눈동자에 고뇌는 없었다.

「바보치고는, 제대로 이해했구나.」

  유카는 왠지 만족한 듯 미소 지었다.

  결국, 인간과 인간이 아닌 자, 종족의 차이에 의한 이별과 그 슬픔은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들은 남겨진 사람의 마음속에서 끝맺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떠나가는 자를 말려들게 해서는 안 된다.
  짧은 생을 사는 인간의 고귀함을, 요괴들이 마음대로 참견해서는 안 된다.

  치르노는 막연히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이다, 라고. 옆에서 듣고 있던 케이네는 납득했다.

  유카는 손수건을 꺼내 치르노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에엣, 고마워」
「정말이지, 그런 보기흉한 얼굴은 하지 마. 그렇지 않아도 약한 녀석이 더 한심하게 보이니까」
「응. 저기, 이거저거 어려운 말로 하긴 했어도, 그건 즉 유카도 스승이 무지 좋다는 거야?」
「우후후훗」

  유카는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치르노의 몸을 잡고는, 다시 마루에 내던졌다.

「아팟!?  무슨 짓이야─!」
「전혀 이해 못한데다가 얼빠진 말을 하니까야, 바보」

  아까까지와는 반대로 유카에게 덤벼드는 치르노의 목소리가 조용하던 진료소를 채운다.

  이미 조금 전까지 떠돌던 답답한 분위기는 사라져 있었다.
  치르노만큼 단순하게 자신의 감정을 정리할 수 없었던 케이네도, 그저 자책할 뿐이던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 오기 전에 하쿠레이의 무녀가 날아가는 것을 봤는데」

  양팔을 빙빙 돌리며 돌진하는 치르노의 머리를 눌러 세우던 유카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말했다.

「그래, 분명 선대의 영혼이 있는 명계로 향했을 거다.」
「이번 이변의 원인도 거기에 있고 말이지. 하는 김에 이변도 같이 해결해 주면 고맙겠네」
「그 다음에, 라. 너는, 선대의 영혼이 돌아온다고 믿고 있는 건가.」
「믿는다던가, 그런 말은 그만뒀으면 하는데……뭐, 그녀석이니까 당연하단 듯이 돌아오겠지. 너희들의 속셈은 간단히 피해서 말이야.」
「그래, 그렇겠지…… 분명히 그렇다.」

  케이네는 납득하고는,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처럼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나는 완전히 외부인이니, 이제 돌아가도 괜찮을까?」
「넌 누구?」
​「​레​티​・​화​이​트​락​이​라​고​ 해. 단순한 겨울의 요괴니까, 그렇게 무의미하게 살기 날리는 거 그만뒀으면 하는데.」
「아, 선대를 얼리는 역할의 요괴구나. 좋아, 여기에 남아있어.」
「아니, 내 말 들었어?  돌아가고 싶은데……」
「그래, 각하야. 어차피 곧바로 선대의 몸을 원래대로 되돌릴 테니까 그냥 여기남아」
「……돌아가고 싶어.」







  명계의 백옥루.

  그 거대한 저택은, 더욱더 광대한 평지의 일각에 세워져 있었다.
  마당에는 한 그루의 벚나무가 보인다.
  보통의 크기는 아니다. 이미 거목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괴물 같은 벚꽃이었다.

  실제로, 그 벚꽃은 현세의 것이 아니다. 이 명계에서 살아있는 존재는, 식물을 포함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 벚꽃을 가리듯이 펼쳐진 결계가, 그것이 봉쇄되어야 하는 것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7할 개화, 라고 해야 하려나.」

  꽃놀이를 하기엔 너무나도 이상한 벚꽃을 툇마루에서 바라보는 백옥루의 주인 사이교우지 유유코는 상황의 진행을 확인했다.
  옆에는, 저택의 정원사이며 유유코의 종자이기도 한 콘파쿠 요우무가 대기하고 있다.
  단 두 명의 주종이, 이 광대한 저택의 거주자였다.

「지상에서는 순조롭게「봄」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그 벚꽃도 만개가 하겠죠.」
「나쁘지 않네. 지상에서의 방해는 어때? 슬슬「봄」을 빼앗긴 영향이, 현저히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을 텐데.」
「현재는 없습니다」
「현재는, 말이지.」
「설령 방해를 해와도, 문제 없습니다」

  절대적인 자신감을 품고 단언하는 요우무에게, 유유코는 애매한 미소로 답했다.
  이 고지식한 소녀는, 사물에 대해서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조금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녀 자신의 실력에 뒷받침됐다기보다, 자신의 책임감으로 지지하고 있는 면이 크다.
  그 벚꽃을 피우라는 것을, 절대로 지켜야할 명령이라도 된다는 듯이 따르고 있다.
  유유코 자신에게,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꽃의 아름다움에, 그렇게 답답한 사정을 씌워서야 풍류가 없다.
  저 벚나무에 꽃이 가득 피는 것을 보고 싶다. 그리고, 그 후에 있는 무언가를─ 단지 그뿐인 순수한 호기심 때문에 움직인 것이다.

「그래, 그렇구나. 그것에 관해선 맡길게, 요우무」
「네」

  그러나, 유유코는 그 화제를 입에 담지 않았다.
  열심히 일하는 자신의 종자를 귀엽다고 생각한다. 나쁘게 말하자면, 그 미숙하면서도 필사적인 자세를 보고 즐기고 있다.

  물론, 놀리려는 생각은 요만큼도 없다.
  이것도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구나, 라고 마음대로 납득하며, 유유코는 태평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고 보니, 그 무녀는 아직 그곳에 있니?」

  문득, 바로 요전날 이 백옥루의 식객이 된 한 명의 망령을 유유코는 생각해 냈다.

「네.그 벚꽃 앞에서, 좌선을 한 채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다」

  조금 경계를 드러내며 요우무는 대답했다.
  갑자기 나타난 태생도 알 수 없는 자가 이 저택의 거주자가 되며 이후 자신이 돌보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르는 상대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거기에 더해 그 행동까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너무 이상합니다」
「얘도 참, 그건 네가 멋대로 그렇게 생각할 뿐이잖니?」
「그렇지만, 아무리 유유코님의 친구분의 부탁이라고 한들, 정체도 모르는 사람을 이 중요한 시기에 맞아들이다니 위험합니다. 이번 건의 요점인, 그 벚꽃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상하구요.」
「그녀는 뭔가 알고 있는 걸까……. 아니요 그럴 리는 없네.」

  유유코는 가볍게 고개를 젓으며, 그 생각을 부정했다.

「어쨌든, 그녀는 한 번 죽어서 망령이 된 몸. 생전의 일 따위 기억하지 못할 거야.」

  ─이 나와 같이.

「실제로 피해가 없는 이상, 좋아하게 내버려 두자. 생전에 어떤 힘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망령이 된지 얼마 안 된 몸으로는 무녀의 힘도 거의 사용할 수 없을 테고 말이지」
「설령 육체를 잃었다고는 해도, 그 몸가짐을 보니 평범한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됩니다만……」
「그렇다면, 오히려 안심이네. 무인이라면, 영체라는 사실은 제일 큰 족쇄니까. 그렇지 않으면, 요우무는 그 무녀에게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설마요!  누가 상대라도, 제 검은 벨 수 있습니다!」

  유유코의 명백한 말 돌리기에, 요우무는 시원스럽게 당해버렸다.
  두 명의 대화는, 대체로 이런 흐름이다.

  그 때, 요우무와 유유코가 동시에 이변을 감지했다.

​「​…​…​침​입​자​입​니​다​」​
「그런가 보네. 방해자의 등장이야.」
「설마, 갑자기 결계를 찢고 들어올 거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귀찮은 상대가 될 것 같구나」

  유유코는 결계가 찢어진 방향을 보며, 요우무에게 대응을 맡긴다는 의미를 담아 끄덕였다.
  봄이 빼앗긴다는 사건은 지상에 있어서 이변이며, 그런 이변에는 하쿠레이의 무녀가 해결에 나선다고 들었다.
  환상향의 관리자라는 무녀의 실력은,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았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렴. 환상향의 새로운 룰을 잊지 말고.」
「네」

  내심「요우무에게는 아직 버거운 상대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유유코는 웃는 얼굴로 전송했다.
  요우무 자신은 마치 토벌에 나서는 무사와 같은 분위기였지만, 유유코는 묘하게 마음이 풀려있었다.

「이걸로 된 거야, 유카리?」
「그래, 네 생각대로 즐기면 돼. 이변이란 그런 거니까.」

  등 뒤의 허공에 물은 질문에, 갈라짐이 생겨나 대답했다.
  틈새에서 상반신만을 드러낸 유카리가, 떠난 요우무를 대신하여 유유코의 옆에 자리잡는다.

「그나저나, 명계의 공주님은 하는 게 일일이 호화롭네. 단순한 꽃놀이를 위해, 환상향 전체를 말려들게 해서 봄을 약탈하자고 하다니.」
「어머, 단 하룻밤 겸소한 꽃놀이를 할 뿐. 다음날에는 모두 원래대로 돌아갈 거야.」
「겸소하게라. 애초에 그 괴물나무로 꽃놀이를 즐기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야」

  대요괴와 망령공주.
  그 범상치 않은 대화는, 타인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유유코는 말을 끝맺고는, 가만히 유카리를 응시했다.

「……저기, 유카리. 이건 정말로 그저 꽃을 피우는 것만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인 거야?」

  그 질문을 받고 생긴 한순간의 동요를, 유카리는 간신히 속으로 억누르는 것에 성공했다.

「어머, 넌 그럴 작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그 외에 뭔가 바라는 거라도 있는 거야?」
「그럴지도 모르겠네. 단지, 뭐랄까…… 왠지, 그 벚꽃을 만개시켜선 안 되는 거 아닐까 생각돼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 무녀 때문이야.」

  유유코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유카리를 점점 초조하게 만들었다.

  이번 이변은, 유유코의 흥미에 의해 벌어진 것이다.
  단순한 꽃놀이 이외의 목적이 있다고 한들, 그 벚꽃에 관해 가장 중요한 비밀을 알고 있을 리는 없다.

  그러나, 혹시 그녀는 자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을, 사실 전부 간파하고 있는 게 아닐까?
  평소에는 생각지도 않는, 근거 없는 불안이 솟아오른다.
  유카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어딘가 진정하지 못하고 동요하고 있는 지금의 자신을 자각했다.

「이상한 인간. 네가 연연하는 기분도, 왠지 모르게 알 것 같네.」
「……그녀가, 무슨 말이라도 한 거야?」
「아니. 어머, 표정이 변했네.」

  자신의 얼굴을 보고 웃는 유유코의 반응에, 당황해 양손으로 얼굴을 더듬는다.

「불안해 보이는 표정이었어. 드문 일인걸, 네가 그렇게 귀여운 반응을 하다니」
「놀리지 마 정말이지……」
「후후, 친구 입장에서 조금 질투가 났을 뿐이야.
  그렇네, 그래서 네가 집착하는 무녀씨 말인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것도 당연하네, 망령이 되서 생전의 기억을 잃었으니까.」
「그래, 그렇구나」
「그렇지만, 그래서 이상해.
  여기가 어딘지도, 자신이 누군지도 묻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고는, 그 벚꽃을 보더니,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은 채 여태까지 뭔가에 집중하고 있어.」
「그래……」
「그 벚꽃,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모두 알고 있는 것만 같은…… 그런 이상한 무녀라고 생각했어.」

  유유코의 이야기를 들은 유카리는 복잡한 감정을 품으며 눈을 감았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의심과 후회.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걸까?

  그런 스스로의 질문을, 마음의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어쨌든, 그 답은 이 이변이 끝날 때 나올 것이다..

「저기, 유카리. 네가 데려온 그 망령은, 대체 누구야?
  아무것도 묻지 말고 여기에 살게 해달라고 네가 부탁했잖아. 네가 부탁한 거니 맡고 있기야 하겠지만, 이유 정도는 알고 싶어.」
「……그건」

  이곳에서도 보이는 거대한 벚꽃──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마주보며 뿌리에 앉아있는 무녀의 등에 유카리의 의식이 향했다.
  여러 감정과 생각이 솟아올라, 뒤섞인다.
  애태워지는 감정과 함께, 대면하고 싶지 않은 꺼림칙함이 유카리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를 방문할 하쿠레이의 무녀가, 반드시 가르쳐줄 거야.」

  자신도 많고 많은 의문에 대한 답을 바라듯, 그렇게 애매하게 대답했다.







「……이봐, 레이무. 나는 결계 방면은 잘 모르지만, 저승과 이 세상을 막던 걸 부숴버리면 절대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하늘에 구멍이 뚫린다── 그 기묘한 표현이 들어맞는 광경이 마리사의 눈앞에 있었다.

  레이무의 뒤를 따라 계속 날고 있자니, 마법장벽과도 닮은 술식을 느끼고, 이게 현세와 명계를 나누는 결계구나 라는 감개를 품을 새도 없이, 레이무가 그것을 파괴해 버린 것이다.

「어쩔 수 없잖아. 살아있는 인간이 명계까지 가려면 , 그 경계를 애매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돌아갈 때에는 제대로 고치고 돌아가자구. 죽은 사람이 길을 잃고 지상에서 헤맬지도 모르니까.」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 정도는 알겠지.」

  레이무는 괘념치 않고, 저승의 경계로 이동했다.

  명계로 이어지는 길. 위로 올라가는 중인데도 마치 지하로 파고들어가는 것 같은 어둠이 깊게 퍼진다.
  지상에서 느끼고 있던 추위와는 또 다른, 등골을 기는 오싹함을 마리사는 느꼈다.
  지상에서는 당연하게 느껴져야 할「생자의 기척」
  이곳에서는, 그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위화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이곳은 다른 세계다.

  그렇게 실감하는 마리사의 시선 끝에, 그것을 확정 짓듯이 하늘에 있을 수 없는 길고 거대한 돌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국으로 이어진 계단이려나?」
「계단을 오르는 것만으로 극락에 갈 수 있다면, 죽은 사람도 고생하지 않아. 명계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혼이 잠시 머무르는 장소」일 뿐, 천국이나 지옥이 아냐」
「그럼, 이 앞에서 염라가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거구나. 안심했다구」
「나도 이 앞에 뭐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 이변의 주모자는 있겠지」

  마음속에 뿌리 내린 공포심을 속이듯이, 레이무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움직인다.
  전혀 기죽지 않은, 평소 그대로인 태평한 모습을 보며, 마리사는 믿음직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이 녀석은 무서운 게 없는 걸까 하는 기막힘도 솟아오른다.

  그래, 모친의 죽음마저도──.

  아니, 이제 와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주변의 경계에 집중해라. 라고 마리사는 자신을 타일렀다.
  레이무의 대체 어느 점이 그렇게 불안하게 느껴지는 건지, 자신도 몰랐다.
  그런 고뇌를 억지로 멈추듯이, 돌계단을 따라 날고 있던 두 명의 앞에 어떤 인물이 나타났다.

「거기서 멈춰 인간. 이 앞에 있는 백옥루는 죽은 자 외에는 환영하지 않는다」

  칼을 뽑으며, 낭랑히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요우무가 말한다.

「너희들이 가진 봄을 두고, 냉큼 사라져라.」
「이건 괜찮은 전개인 걸. 누군지도 모르는, 알기 쉬운 적이 튀어나다구.」
「정말로 고맙네. 정보를 알려줘서, 이제 쓰러뜨리면 장해물도 배제되니 딱 좋아.」

  보통의 인간이라면 자기도 모르게 움츠릴 날카로운 검기를 내뿜는 요우무, 그러나 그와 마주한 두 명은 보통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큰 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다지 참을성이 좋은 편이 아닌 요우무의 이마에 핏대가 솟는다.

「이쪽을 깔보는 건가. 결투의 룰 같은 게 없었다면, 베어 버릴 수 있었는데.」
「어머, 명계에도 제대로 스펠카드・룰이 전해졌구나. 감동이야.」
「설령 진검승부가 아니어도, 나의 칼은 둔해지지 않는다. 자, 어느 쪽부터 쓰러지고 싶지?」

  요우무의 도발에, 기세 좋게 카드를 꺼내드려 한 마리사를 말리고 레이무가 앞으로 나왔다.

「뭐야, 네가 할 거야?」
「네가 하면 시간이 너무 걸려.」
「실력이 부족하다고 말하지 않는 건, 네 상냥함이라고 믿고 싶은 걸.」
「그렇게 실망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길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래서야 승부는 관계없어. 저런 고지식한 녀석은 결판이 나도 끈질기게 들러붙으니까.」

  레이무는 처음 대면했을 때의 인상과 감으로 멋대로 판단한 것이지만, 그 말은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주인에게 충성하는 충의의 사무라이─ 적어도, 요우무가 목표하는 마음가짐은 그랬으며, 자신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적이 여럿이라도 이곳을 지나가게 할 생각은 없다.
  그 누가 상대라도 막을 각오가 있었다.
  그 집착이 상당히 귀찮은 것이라고, 레이무는 판단했다.

「결판을 낸다면 재빠르고,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안 돼.」

  담담하게 중얼거리는 레이무의 옆얼굴을 본 마리사는 한기를 느꼈다.
  치르노와 결투할 때도 본, 이변해결사 하쿠레이 무녀의 얼굴이다.
  그 얼굴에는 일절의 용서도 자비도 존재하지 않는다.
  노골적인 살기나 적의 등은 갖지 않았지만, 반대로 그래서 느껴지는 평탄한 공포가 있다.
  탄막놀이를 솜씨겨루기라고 생각하는 마리사와는 달리, 지금의 레이무에게 있어서 싸움은 「작업」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 시작할까. 이름을 알려주는 편이 좋아?  나는 하쿠레이 레이무. 이변을 해결하러 온, 하쿠레이의 무녀야」
「무녀……너도 무녀인가.」

  그 말을 들은 레이무의 눈동자가 약간 흔들렸다.

「……그래, 그렇구나. 역시. 알았어, 승부 뒤에 들을 테니까.」
「뭘 혼자서 납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다 이긴 것처럼 말을 하는게 아니다.
  나는 백옥루의 정원사, 반인반령의 콘파쿠 요우무!  요괴가 단련한 이 누관검이 베지 못하는 것은, 별로 없다!」

  말하자마자, 손에 쥔 칼로 허공을 베었다.
  번쩍이는 검의 궤적을 따라 발사된 변칙적인 탄막이 레이무를 덮친다.

  본래, 탄막놀이는 살상이 목적이 아니며 그렇기에 어느 정도 힘을 조절해서 행해지는 것이지만, 요우무의 탄막은 실제의 위력은 둘째치고, 그에 서린 검기에 의해서 위압해오는 예기를 갖고 있었다.
  마주서면, 맞으면 죽어 버릴 것만 같은 착각에 붙잡혀 무심코 움직임이 움츠려지고 만다.

  그러나, 이번 상대는 하쿠레이 레이무였다.
  어떤 중압에도 얽매이지 않는 레이무는, 다가오는 탄막을 허공을 떠도는 나뭇잎처럼, 부드럽게 회피한다.

  자신이 발사한 탄막이 아직 제 일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레이무의 움직임을 본 요우무에게 전율이 흘렀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적과 대치해 긴장된 정신이 공격하라 명령한다.

  요우무는 가차 없이 탄막을 발했다.
  자신이 자랑하는 명검을 휘두를 때, 속도를 조절해 종횡무진 탄막이 흐트러져 뿜어진다.
  피할 곳을 없애는 물량과, 정확무비하게 적을 노린 일격이 적을 향해 날아간다.
  이전의 홍무이변에서 싸운 레밀리아와는 다르게, 단순한 폭력의 폭풍우가 아닌, 기술에 의해 세련된 탄막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말이지, 오늘의 레이무는 감이 좋네……」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던 치르노와 싸울 때하고는 달랐다. 마주보고 있지도 않은데 마리사는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저 요우무라는 녀석은 강적이다.
  적어도, 자신이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상대라는 것을 이 탄막을 보고 깨달았다.

  그런데도, 지금의 레이무에게는 그것조차 적수가 되지 않는다..
  춤춘다, 라는 표현이 걸맞는 절도 있는 움직임으로, 레이무는 탄막을 회피한다.

  거기에, 일부러 전혀 반격을 하지 않는다.

「큭……!  네 녀석, 날 얕보는 거냐!?」

  첫 번째 스펠카드가 끝날 때까지 맞추기는커녕 반격조차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한 요우무가 소리쳤다.
  짜게 식은 눈빛으로 레이무가 답한다.

「아니, 좋은 공격이었다고 생각해?」

  남 일처럼 말하는 모습이, 요우무의 신경을 더욱 자극한다.

「그래, 자랑해도 괜찮을 만큼 좋은 검이야.」
「……무슨 뜻이지?」
「네의 힘은「검술」이야?  아니면 그「검」이야?」

  너무나도 사양 없는 명백한 도발에, 마리사는 무심코 말해버렸네 저 녀석─ 이라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신경에 거슬리기는커녕 블록 워드다.

  아니나 다를까, 요우무의 눈동자에 살기가 가득 차올랐다.
  머리에 오른 피가, 단번에 이성의 족쇄를 뜯어낸 것 같은 엄청난 기세다.

「네놈───!!」

  기합과 함께, 솟구치는 격정을 구현화한 것 같은 탄막이 레이무를 향해 밀려왔다.
  그것 또한 얼음처럼 냉정하게 회피한다.

「……속셈을 알겠다」

  마리사는 레이무의 목적을 파악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저 녀석, 마음을 꺾을 생각이야.

  레이무의「빠르고, 철저하게」라는 말의 의미는, 상대에게 완전한 패배를 새기는 것이다.
  승부가 난 뒤에, 뒤쫓을 힘조차 남기지 않고 철저하게 재기불능으로 만들 생각이다.
  잔혹함이나 난폭함 같은 공격적인 의지는 전혀 품고 있지 않은데도, 두려울 정도의 무자비함이 있었다.

  왜 그렇게까지 장해물의 배제를 서두르는 걸까.
  이변해결을 위한, 그것이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취하는 극히 평범한 자세인 걸까.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어쨌든, 이 승부는 끔찍한 결과를 남기고 말 것이다.

  실력이 어중간한 자는 그만큼 차이에 민감하다.
  약하니까 멋을 신경 쓰지 않고 달려드는 단순한 자신과는 다르다.
  레이무는 상대에게 스펠카드를 마지막 한 장까지 사용하게 할 생각 따위는 없다.
  자신이 지는 것을 확신한 승부를, 대체 언제까지 계속하려는 걸까.
  상대가 너무 나쁘다.

  서서히 필사적인 표정이 드러나기 시작한 요우무의 얼굴을 보며, 마리사는 동정했다.







  틈새 너머로 탄막놀이를 관전하던 유카리는, 작고 한숨을 내뱉었다.

「네 종자, 질 것 같아.」
「어머, 그렇구나.」

  시선을 벚꽃에 향한 채, 유유코가 미소로 답한다.

「차가운 반응이네.」
「요우무는 이번이 첫 실전이야. 연습은 제대로 하고 있지만, 상대가 없었으니까. 여기에는 유령 밖에 없고, 사람의 형태를 가진 망령은 나뿐.」
「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는 걸까?」
「이기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 같네.」

  대답하는 유유코는 태평해보였으나, 그녀 나름의 배려가 숨겨져 있었다.
  이미 주종이라기보다 모녀와 가까운 둘을 보며, 유카리는 미소를 지음과 동시에 뇌리를 스친 두 무녀의 관계를 생각하고는, 다시 우울한 기분이 되었다.

  이제는 몇 번을 반복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시선을 벚꽃의 앞에 있는 무녀의 등으로 돌린다.

  자신의 딸이 가까이 와있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을까?
  물론, 알 리가 없으며, 딸도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그녀에게 자신조차 깊이를 알 수 없는 면이 있다는 것은 유카리도 알고 있다.

  스스로의 의심도 더해져,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달려가 대화를 하고 싶은 감정과 그녀를 마주봤을 때 거부당할 것만 같은 공포가 유카리를 괴롭히고 있다.

「……네 종자가 당했을 때는, 우선 내가 그 아이들을 맞이할게.」

  유카리는 고뇌에서 도망치듯이 그렇게 제안했다.
  유유코가 의문을 품은 얼굴로 응시한다.

「어머, 유카리는 어느 쪽이냐고 물으면 이변을 해결하는 쪽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어느 쪽도 아니야. 단지, 이번은 하쿠레이의 무녀와 조금 이야기할 필요가 있어서야.」
「나는 도움받는 입장이니 상관은 없지만……」
「그럼, 조금 다녀올게.」

  얼굴을 돌려 틈새 속으로 몸을 가라앉힌다.
  문득, 움직임을 멈추고 유유코가 있는 쪽을 보지 못한 채 독백하듯이 말했다.

「어떤 결과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일이 끝나면 조금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해.」

  대답을 듣지 않고, 유카리는 그대로 틈새를 닫았다.
  이번 사건이라는 것이 이변에 관한 건지, 이야기라니 대체 뭐에 관한 건지, 아무 것도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으나, 유유코는 단지 미소로 친구의 부탁을 듣고 있었다.

  종자와 친구가 떠나간 저택에서 나와 무수한 꽃잎이 흩날리는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곁으로 조용히 다가간다.
  뿌리에서 좌선한 채, 한치도 움직이지 않는 무녀의 옆에 잠시 멈춰 섰다.
  엄청난 크기의 거목을 마주보며,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그 모습은 마치 이 요괴벚꽃을 경계하고, 감시하는 것만 같았다.
  살그머니 얼굴을 들여다봤지만, 그 눈은 감긴 채 유유코가 앞에 있어도 뜨이지 않았다.
  시선을 옮겨, 가지를 들썩이며 소란을 피우는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올려보니,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거목의 기세가 상당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벚꽃과 마주하다니, 대단한 관록이네.」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기대하지 않고 중얼거린다.

「당신은 누구?  무슨 생각을 하고 지금 여기에 있는 걸까?」

  유유코는 자신의 질문이, 누구에게 향하는 것인지 애매한 것이라고 자각하고 있었다.
  시선은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뿌리를 향한 채, 되돌아오지 않는 말을 이어 나간다.

「나는 생전의 기억도 없이, 꽤 긴 세월동안 백옥루에 머물렀어.
  평화롭고 아무 불편도 없는 날들이지만, 때때로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해. 나는 존재하는 것에 집착하기 때문에 뿌리가 없으니까. 망령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려나」

  자문자답의 영역에 빠진 독백을, 누군가가 대답해 주기를 바라며 내뱉는다.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뿌리. 그 안쪽에 향해있던 시선을, 자신과 같은 망령에게 돌린다.

「당신도, 나 같은 기분일까?」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그 물음에, 무녀는 갑작스레 입을 열었다.

「나, 삶을 위해 죽음을 택하지 않으리.
  이상적인 그릇이 채워지지 않더라도 굴하지 않으리니.
  이 선택, 죽는다 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내뱉어진 말이 맑게 울려 퍼지고, 그 말을 들은 유유코는 눈을 크게 떴다.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충격이,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텅 비어있다니, 터무니없다.
  죽어서 망령이 되었음이 분명한 눈앞의 무녀에게서 내뱉어진 말은, 확고한 생자의 말이며 언령으로 충만했다.

  유유코는 자신도 모르게 떨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 눈물이 도대체 어떤 감정에서 흘러넘치는 건지, 자신도 모른다.
  망령이 되어 처음일지도 모르는, 마음이 흔들린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명계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의 고귀함을 느끼게 하는 말에 감동하고 있었다.

  육체를 잃고, 그 영혼이 저승으로 왔을지언정, 그녀는 아직 죽은 자가 아니다.
  그녀의 마음은, 아직 죽지 않은 것이다.

「……그래」

  눈물을 닦으며, 다시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올려본다.

「당신은, 나와는 달라. 아직 망령이 되어서는 안 돼. 해야 하는 것, 돌아갈 장소가 있어……」

  혼자서, 납득하듯이 중얼거린다.
  자세한 것은 아무것도 몰랐지만, 유카리가 고뇌하며, 답을 찾아 헤매고 있다는 것을 유유코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 원인이 이 무녀라는 것도.
  그리고 지금, 그저 직감이지만, 유카리가 가진 미혹에 대한 답을 확실히 알아냈다.

  ──이 무녀를, 이곳에 데려온 것은 실수다. 라는 것을.

  이변의 해결과 함께, 유카리 자신이 말하던「결과」가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다.
  유유코는 그렇게 확신했다.







  나는 지금, 혼란에 빠져 있었다.
  잡념을 없애며,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 이렇게 좌선한 채 집중하고 있지만, 여태까지 대단한 효과는 얻을 수 없었다.

  ──모르겠다.

  ──떠올릴 수 없다.

  몇 번이고 자문자답을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은 어슴푸레한 채, 정보를 얻어낼 수 없었다.
  초조함이 솟아오른다.

  나는, 생각해내야만 한다.
  이대로 잊은 채로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알고 있는데 생각할 수 없다.
  사고가 공회전을 이어나간다.
  중요한 걸 잊어버린 것 같은데.
  안 된다, 떠오르지 않는다…….


  ──진료소에서 유카리에게 영혼 같은 것을 뽑혔을 때 까지 밖에 생각해 낼 수 없어!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백옥루에 있었던 일에 대한 거다만.

  모르겠어.
  진짜로, 상황을 전혀 모르겠어.
  엄청 당황해서 「있는 그대로 지금 일어난 일을 이야기 하겠다」라고 무심코 말해버릴 정도였다고. 참았지만.

  일단, 유카리가 그런 일을 벌인 이유도 모르겠고, 그 후 내가 이 명계의 백옥루에서 식객취급 받을 때 까지 있었던 일도 모르겠습니다.
  진짜로 누구든 좋으니까 가르쳐 주세요.

  눈을 뜨니 갑자기 사이교우지 유유코가 나와서, 말 그대로 꽃이 피는 것 같은 미소와 함께 「지금부터 함께 살게 됐어요. 잘 부탁해, 동료씨」라는 환영인사 비스무리 한 말을 들은 것이다.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대답조차 잊은 채, 내심으로 “시에엑”* 같은 포즈를 잡고 있었다.
  동료씨라니, 요컨대 지금 나는 유유코와 같은 망령이라는 건가?
  역시 그 때 나는 유카리에게 살해당해 버린 거야?

  하나 둘씩 솟구치는 의문과 충격으로 머릿속이 뒤죽박죽하게 되버려서,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휘청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유유코와 인연이 깊은 벚나무를 찾아내고, 문득 생각난 대로, 그 근처에 앉아 상황정리를 위해 평소에 하던 명상을 시작했다.

  이건 꽤 편리하다.

  맨 처음 시작했을 때는 대충 모습만 따라했을 뿐이었지만, 지금은 이 자세가 제일 집중력이 높아지고,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니 내 안에서 흐르는 힘 같은 것을 느끼거나 컨트롤 하는데 제일 적합한 자세가 됐던 것이다.
  컨디션이나 호흡을 정돈하는데 꽤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혼란에 빠진 자신을 침착하게 하기 위해 좌선하고 동요를 가라앉히며, 기억을 정리하고 있었다만──.

  응, 안 돼.
  의문은 산만큼 솟아나오는데 아무 대답도 나오지 않는다.

  내 기억대로라면 아침 일찍 유카리가 찾아와서, 아침식사를 권유한 것 까지는 분명히 기억난다.
  그 후, 내가 등을 돌렸을 때 유카리가 뭔가─아마, 경계 조작─를 한 것을 느낀 순간, 의식이 몽롱해지고는, 이내 사라졌다.
  그 때, 뒤로 끌려가는 감각이 느껴지고, 한순간 내 시야에 나의 뒷모습이 보였다.
  착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혹시 유체이탈 같은 상태였던 걸까.
  그렇다면, 내가 유유코의 ​말​대​로​「​동​료​씨​」​─​─​즉​ 망령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는 상황 또한 설명이 가능하다.

  ……아니, 설명이 가능하다고는 해도, 절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뭣보다도, 유카리에게 공격받았다고나 할까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나, 뭔가 유카리에게 살인동기가 될 만한 일이라도 저지른 건가……?

  솔직히, 살해당한 것보다, 그 이유가 더 신경 쓰인다.
  혹시 그건가?  역시 저번에 지저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린 일이 나중에 큰문제가 되버린 건가?
  그래서 사건의 발단인 나를 처벌, 이라니…… 뭐야 그거, 나비효과라도 되는 거냐.

  그, 그렇지만…… 정말로 그게 이유라면 어쩌지?
  사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
  어떻게든 사토리에게 연락이 닿는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그렇지만 어떻게 연락하지?  아 , 정말이지!  도와줘, 사토링!

  하지만 처벌, 내 영혼을 뽑아서, 망령으로 만들어 이곳에 체류시킨 이유를 모르겠다.
  응, 어쨌든 유카리와 만나서 이야기하는 편이 좋겠다. 자세한 사정을 설명 받을 필요도 있으니까.
  그리고, 뭣보다도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될지가 궁금하다.

  아마, 지상은 내 사망 사건으로 큰 소란이 일어났을 것이다.
  상처가 낫고, 마을에 돌아온 뒤의 생활은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늘었다.

  뭐, 린노스케는 지팡이를 사용하면 걸을 수 있다고 들었지만, 당연히 제대로 걸을 수 있게 될 때 까지 나름 시간이 걸렸다.
  평소에는 온전히 서있을 수도 없어서 진찰을 할 때는 줄곧 앉아만 있었고, 훈련을 위해 밖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이때도 여러번 넘어졌다.

  물론, 이런 고난은 젊었을 적 바보 같았던 수행의 나날에 비교하면 아무렇지도 않지만, 그런 나를 지켜보는 케이네에게 걱정을 끼쳐 버려서, 정말로 마음이 괴로웠다.

  처음에는 넘어져도 잘 일어나지 못하고 있으면, 보기 힘들었는지 케이네가 도와줬다.
  역시 조금 부끄러워서「실패해 버렸다. 데헷」같은 느낌으로 속이려고 했었는데, 왠지 케이네가 진짜 울것 같은 얼굴이어서 그만뒀다.
  아니─, 그렇게까지 걱정하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구.

  그 이후로, 진료소가 문을 열기 전에 이상이 없는지 들려주기도 했고, 정말로 케이네에게는 매우 감사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이런 상황이 돼서 폐를 끼치게 된 것을 정말로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매일 아침 들린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내 시체의 첫 발견자가 된다는 것이다. 여러 의미로 정말로 미안합니다.

  게다가 레이무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까.
  분명 슬퍼할 거야.

  물론, 이 환상향은 명계마저 왕래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니까, 원작에서 유유코와 교류가 있던 것처럼, 죽음으로 이별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대체 무슨 위로가 될까.

  나는 레이무의 어머니, 레이무보다 먼저 죽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건 그 아이를 내버려두고, 무책임하게 죽는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그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지켜본 뒤에, 부모의 역할을 끝내고 죽는 것이 내가 바라는 훌륭한 죽음이다.

  망령이 되서 존재하는 것이 인생의 일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망령은 망령. 죽어버린 존재다.
  생명이란 살며, 그 후 죽는다.
  나는, 아직 살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여태까지 생각해서 나온 향후의 행동 방침은 「유카리와 대화를 나누고, 가능하면 소생한다」라는 어정쩡한 결론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환상향. 죽은 사람이 소생하는 것 또한 의외로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버렸다. 대단해, 환상향.
  우선, 나에 관한 일은 그렇게 결론 났지만, 이제 그 다음 문제로 화제를 옮기자.

  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관한 일이다.
  눈앞에서, 아마「사이교우지 아야카시」라는 이름일 것이 분명한 무시무시하게 거대한 벚나무가, 벌써 7할 정도 피어있다.

  지상에 있었을 무렵엔, 달력을 분명 봄인데 상당히 추워서 예상하고 있었지만……이건 ​「​동​방​요​요​몽​」​이​구​나​,​ 아무리 봐도.

  봄이 되어도 피지 않는 요괴벚꽃을 만개시키려는 유유코의 생각으로 시작된 이 이변은, 환상향의 봄을 빼앗는 것으로 겨울을 길어지게 만들어 그 결과 이변해결사들이 움직인다는 스토리였다.

  즉, 얼마 안 있으면 이 백옥루에 레이무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건 내게 있어서도 좋은 일이지만, 동시에 시간 제한도 끝나가고 있다.
  이 벚나무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유유코가 이 벚꽃을 피우려 한 이유는, 낡은 책에서 이 벚나무 밑에 누군가가 봉인되어 있다는 것, 사이교우지 아야카시가 피지 않는 것은 그 봉인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즉, 유유코는 이 벚꽃을 개화시켜서 결과적으로는 봉인을 풀려 하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전생의 기억을 가진 나니까 아는 거지만── 봉인되어 있는 누군가란, 사실 유유코 자신의 사체인 것이다.

  옛날, 이 벚꽃은 필 때마다 사람을 살해하는 흉악한 요괴벚꽃이었다. 그 영향을 받아 같은 인간을 죽여버리는 능력을 얻어버린 생전의 유유코는 한탄하며 슬퍼해, 벚나무 아래에서 자살했다.
  그리고 전생해서 괴로움에 빠지지 않기 위해, 육체를 열쇠로서 이 나무를 봉인한 것이다.
  사이교우지 유유코와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에는, 그런 과거가 있는 것이다.

  고로, 이 벚나무는 결코 만개해서는 안 되며, 원작에서는 이변을 해결하는 것으로 그것을 막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게임의 지식.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서는 현재진행형으로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봉인이 풀리는 중이다.
  원작 그대로의 흐름, 이라고 말하고 싶다만, 솔직히 그런 이유로 안심할 만큼 나는 낙관적이지 않다.
  사소한 실수로 레이무 일행이 늦어서, 사이교우지 아야카시가 만개해버리는 사태가 있을 수도 있다.
  그「사소한 실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뭣보다, 이렇게 정면으로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라는 녀석과 대면하고 있으니 분명하게 실감했다.

  이 ​녀​석​은​…​…​위​험​하​다​!​

  뭐랄까 딱히 자세하게 표현할 수가 없지만, 정말로 위험천만하다고 말할 정도로 위기감이 느껴진다.
  사람을 살해한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내가 지금, 망령이라서 아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복숭아색 꽃잎이 흩날리는 아름다운 모습과는 정반대로, 뿜어지는 기세는 독기와 같은 답답함과 위압감으로 가득하다.

  이런 건 살아있는 인간이 즐기기는커녕, 보는 것조차 해로운 녀석이다.

  절벽 아래나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깊은 곳을 들여다 볼 때, 떨어지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빨려 들여갈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것보다 배는 강한 충동이, 이 벚꽃을 보고 있으면 느껴진다.

  이 벚꽃은 생자를 죽인다.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유유코의 사정을 둘째치더라도, 절대로 이런 괴물의 봉인을 풀 수는 없다.
  그렇게 결의한 나는 뿌리에 좌선한 채,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앉아있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육체를 잃어버려서 그런지, 아무래도 몸의 움직임에 위화감이 느껴진다.
  다리의 불편함은 사라졌지만, 육체에 모두 남기고 온 것처럼 모든 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뭐, 내 기술이라고 해봤자 무식한 격투기나, 나도 어떤 힘을 사용하고 있는 건지 모르는 다른 만화의 기술뿐이니까, 납득되지만.
  실제로, 아까부터 실험해 보는 중인데 이 상태로는 파문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뭣보다 나는 하쿠레이의 무녀로서는 재능이 전무해서, 봉인이나 결계 같은 기술에는 무지 서투르다.

  설령 내가 생전과 같은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한들, 봉인이 풀릴 것 같은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에게 할 수 있는 거라고 해봤자, 차서 부러트리거나 베서 쓰러트리거나 때려 꺾어버리거나─ 뭐가 됐건 박살내는 방법뿐이다.
  몸 안의 힘을 여러모로 시험해보니, 영력만은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어쨌든 명상에 명상을 거듭해 그 힘을 모아, 뭔가 도움이 될 만한 때에 사용할 순간을 파악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이런 무력한 상태로, 괴물벚꽃과 마주하는 것은 솔직히 무섭다.

  그렇다고 해서, 눈을 떼어 놓는 것도 역시 무섭다. 지상이 봄에 가까워지고 있는 탓일까, 그에 비례하듯이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개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불규칙한 타이머가 붙은 시한폭탄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 결과, 나는 백옥루에서 눈을 뜨고 나서 줄곧, 이렇게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노려보며 앉아있는 것이었다.

  레, 레이무─!  빨리 와줘─!!  라고 속으로는 급박하게 소리치고 있는 나.
  그런 느낌으로 아무도 모르게 허우적거리고 있자니, 지금 이 긴박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유유코가 여유를 부리며 곁으로 다가왔다.

  우웃, 사실대로 말하고 이변을 멈춰 줬으면 하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자신의 사체를 본 망령은 소멸한다고 하니 그럴 수도 없다…….

  쓸데 없는 것을 말하지 않게 굳게 입을 닫고, 사이교우지 아야카시 쪽에 의식을 집중한다.

「당신은 누구?  무슨 생각을 하고 지금 여기에 있는 걸까?」

  보잘것없는 무녀입니다. 이 이변을 무사하게 극복하고, 집에 돌아가서 딸을 껴안아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친해지고 싶습니다.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지만, 유유코님과 차라도 마시면서 여유롭게 대화하고 싶어요.

「나는 생전의 기억도 없이, 꽤 긴 세월동안 백옥루에 머물렀어.
  평화롭고 아무 불편도 없는 날들이지만, 때때로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해. 나는 존재하는 것에 집착하기 때문에 뿌리가 없으니까. 망령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려나」

  유유코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이, 왠지 모르게 어둡다는 것이 느껴졌다.
  왜, 그녀는 처음 본 것과 다름없는 내게 그런 말을 하는 걸까.
  나는 자신이 망령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망령이 된 이유도 유유코와는 다르다.
  그녀에게는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으며, 긴 세월 동안 망령으로서 계속 존재해왔던 것이다.
  내가 그에 대해, 다 안다는 듯이 말하거나 억측할 수는 없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단지, 유유코가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봉인을 풀려고 한 근본적인 동기. 무의식중에 생전의 자신으로 지금의 자신을 메워 그 공허함을 없애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당신도, 나 같은 기분일까?」

  담담한 목소리로 내뱉은 질문을, 나는 물론 부정한다.
  내게는 아직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망령이 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 결의의 굳셈을, 유유코에게도 알려주기 위해─ 그리고, 잘 풀리면 유카리와의 대화에서도 도움을 받자는 생각으로, 나는 위대한 명언을 해주기로 했다..

「나, 삶을 위해 죽음을 택하지 않으리.
  이상적인 그릇이 채워지지 않더라도 굴하지 않으리니.
  이 선택, 죽는다 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말한 거지만, 정말로 마음속까지 울린다.

  단순히 겉멋만 든 것이 아니다. 인간의 결의가 담겨있는 말이다.
  결사의 각오를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며, 살기위한 발버둥을 격려하는 말이기도 하다. 내게 있어선 후자의 의미가 크다.
  유유코에게 들려주기 위한 대사였지만, 다른 때처럼 나조차 힘을 얻어서, 왠지 각오완료해 버린 것 같다.

  조금 전까지 몸에 남아있던 무기력함은 없어지고 서서히 위압감을 늘려가는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기세에 대항하며, 나는 다시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와 마주했다.

  레이무는 반드시 온다.
  그리고, 결전의 시간은 가깝다.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단지 조용히 기다린다.


  ──레이무의 용기가 환상향을 구한다고 믿으며!

  …………이상한 말은 하지 않으려 했다만, 어째 자기 무덤을 판 것 같은데. 이거.
작자후기

Q:어째서 선대무녀는 생전의 기억을 가진 채로 망령이 될 수 있는 건가요?
A: 선대「이제까지 겉치례로 저승문을 왕복한 게 아니라고!」(역자 : 원문은 저승을 겉치례로 보지 않았으니까.)

쓰면서 생각하는겁니다만, 탄막전투가 묘하게 묘사하기 어렵습니다.
「맞아도 죽지는 않지만 긴장감도 필요」라는 분위기의 구현이 의외로 어려워요.
역시, 제게는 살을 찢어발기고 뼈를 분쇄하는 사투 밖에 없는 걸까요…….

뭐, 이번엔 레이무를 중심으로 각 캐릭터의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두고 있으므로, 배틀이 없는 채, 요요몽 에피소드가 완결날지도 모릅니다.

선대무녀의 외모

이름 「선대무녀」

키:동방캐릭터 중에서도 톱클래스로 크다.
동방에서는 키 관련으로 동인설정이 상당합니다만, 카나코나 야쿠모 유카리등 비교적 키가 큰 캐릭터와 대등하거나 큰 정도.

머리카락:흑색의 장발. MUGEN의 선대 무녀는 일자 앞머리 였으므로, 차별화를 위해 조금 부스스한 이미지로.

​얼​굴​(​표​정​)​:​기​본​은​ 입을 닫은 무뚝뚝한 얼굴. 눈 부분은 그림자가 지거나, 각도가 맞으면 숨겨지기도 해서 타인 시점에서는 잘 안 보인다는 느낌.
얼굴의 표현이 애매한 편이 착각계로서의 갭이 보다 커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몸:슬렌더한 근육질. 양팔은 상처투성이. 구체적으로는 요괴소년 호야의 표씨랑 도로헤도로의 마음정도로 너덜너덜. 가슴은 꽤 큰편.

​복​장​:​M​U​G​E​N​에​서​ 나오는 선대무녀의 디자인이 훌륭했기 때문에, 이제 그걸로 고정입니다. 야하기도 하니까요!

나중에 쓰고 있는 주인공의 인상은 이런 식으로 할까.
명확하게 한 캐릭터로서 독립시켜버리면 그리기 어려워지므로, 고유의 이름은 붙이지 않고, 얼굴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쓰고 있는 쪽에서 보는 거지만, 다른 분들은 어떠시죠?
독자분들이 보면, 다른 인상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역자후기

예, 그렇습니다. 저는 역자님과 메일을 주고받아 번역을 공식허가 받은 것입니다. 여러분.
앞으로도 선대님은 내꺼야! 누구한테도 안넘겨줘!

....아니 이게 아니라, 어쨌든 요요몽편도 거의 완결인데....

약팔지 마시죠 작가님. 당신이 전투씬 없이 에피소드를 완결낼 리 없잖아(...)

*1 1960년대에 유행한 개그. 자세한 사항은 링크 1에.

중간에 나온 선대님의 대사는 일본의 비행슈팅게임 이카루가에서 나오는 대사입니다.
번역하느라 ​고​생​했​어​요​(​.​.​.​)​

덤으로 말하는건데 저 외모 추가 버전 아무래도 그림그리라고 하는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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