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몽 에피소드 최종편입니다.
이 이야기를 투고하면서, 가장 고민한 것이 있었습니다.
──이대로 시리어스하게 가야하나!? 그렇지 않으면 어디선가 개그를 쳐야하는 건가!?
왜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고민해야 하는지 이제 와선 더이상 모르겠지만, 결국 시리어스입니다.
──실패다!
나를 덮쳐오는 사이교우지 아야카시가 발사한 죽음의 탄막을 막아선 레이무의 결계에 지켜지면서, 나는 자기 자신을 매도했다.
젠장, 무슨 꼴이냐!
이래서야 나는 레이무의 방해일 뿐이 아닌가.
레이무와 유유코의 탄막놀이가 시작된 뒤, 그 압도적일 정도로 환상적인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나는, 잠시 후 사이교우지 아야카시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챘다.
저 둘을 보자니 탄막놀이는 레이무쪽이 더 우세해보였는데, 정말이지 타이밍 한번 좋게 끼어드는 구나.
……아니, 역시 내 잘못일까나.
레이무가 스펠카드를 순조롭게 회피하는 것을 보며 「성공인가!?』라던가 속으로 외친 게 잘못이려나?
무셔—. 플래그 무셔—.
농담은 그만두고, 주변이 점점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요기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몸속에서 가다듬고 있던 영력을 주먹에 집중시킨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에게서 뿜어져 나온 무차별 탄막이 레이무를 기습하려고 한순간, 나도 행동을 시작했던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영력은 그저 주먹에 두르고 팼을 뿐이라,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불안했지만, 어떻게든 이미지대로 발사할 수 있었다.
힘차게 지른 주먹에서 발사된 영력의 산탄이,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탄막을 단번에 쓸어버린다.
그저 힘 조절만으로 시도했다면, 이렇게 잘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대한 선구자님에게 감사하자.
역시, 영력에 원거리 공격이라면 이거잖아.
고마워요, 사범님. 저도 당신처럼 늙고 싶습니다.
뭐, 변함없이 위력이 탄막용이 아니라 스펠카드로는 사용할 수 있을 리 없지만.
아니 그전에, 이 기술은 근거리에서 더 쓸모 있는 기술이니, 오히려 육탄전에서 쓸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증가했을 뿐인가?
변함없이 습득하는 기술이 너무 편중되어 있구나.
……뭐, 이러쿵저러쿵 해도 이 기술도 다음부터 단련할 거지만.
우선, 모아놓은 영력의 대부분을 소비한 이 공격 덕에, 레이무를 끝까지 무사히 지킬 수 있었다.
탄막놀이의 방해를 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 방해를 막을 셈이다.
이 이변을 해결하는 것은 레이무, 너다.
힘내라, 레이무. 네가 넘버원이다.
나는 끝까지 지켜보고 있을 거라구!
「레이무!!」
그런 수많은 뜻을 담아 이름을 부른다.
레이무는 한순간 놀란 듯 멈칫거렸지만, 곧바로 자신의 책무를 수행했다.
유유코에게 다가가, 봄으로 날려 버린다.
그 일격으로 탄막놀이의 결판이 났다.
──그러고 보니, 레이무가 이변 해결을 위해 싸우는 모습은 지금 처음 봤다.
탄막을 피하는 일련의 동작부터 시작해서, 최후의 일격까지, 훌륭한 전투였다.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수행을 시작했던 그때부터 지금의 레이무가 될 때까지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실로 감개 깊다.
강해졌다.
그리고, 성장했구나…… 레이무.
그러나, 그렇게 감동할 수 있었던 것은 얼마 안 되는 틈뿐이었다.
잊고 있던 사이교우지 아야카시가 활성화하기 시작한다.
완전하지 않다고는 해도, 모아진 「봄」에 의해 벚꽃은 8할 이상이 개화했으며, 그에 따라 요기와 독기 같은 기분 나쁜 힘이 넘쳐흐르고 있다.
내가 한순간에 쓸어버린 탄막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압도적인 물량의 죽음이 단번에 흩뿌려졌다.
그 대부분은 하늘을 향해 날아가, 결과적으로 레이무가 표적이 되어 버린 데다가, 지상을 표적으로 한 것들도 있다.
당연하지만, 나는 직격 코스.
탄막놀이 같은 룰에 따른 것이 아닌, 그저 상대를 죽이기 위한 탄막을 마주본 나는 망령이 된 몸으로 과연 어디까지 피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준비를 끝마쳤고──.
그리고 지금, 나는 레이무에게 지켜지고 있다.
음양옥 두 개 중 하나를 내 쪽으로 보내고, 레이무는 남은 하나로 결계를 쳐 탄막으로부터 몸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지상과 공중에 흩뿌려진 탄막은 양도 밀도도 다르다.
같은 음양옥을 기점으로 한 결계라 한들, 레이무쪽의 결계는 거대한 해일 같은 힘의 파도에 휩쓸려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실패다.
이게 대채 무슨 꼴이냐, 나.
레이무를 도운다면서, 방해를 하고 있을 뿐이잖아!
어……어쨌든 간에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젠장, 육체만 있었다면. 주저 없이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부러뜨려서라도 멈출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지금 없는 것에 한탄한들 무의미하다.
어떻게든 지금 가능한 것으로 상황을 해결해야만 한다. 느긋하게 후회하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다.
그렇지만, 망령이 되어버린 지금의 내가 쓸 수 있는 힘이라 봤자, 사전에 확인한 대로 영력 이외에 다른 힘을 쓰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건 알고 있다.
그 영력도, 그 산탄을 발사했을 때 예상 이상으로 소모해 버렸다.
남아있는 힘으로 다시 한 번 그 기술을 사용해봤자, 나까지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힘에 휩쓸리기 직전인 지금 이 상태에서는 임시방편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뭔가…… 이 쥐어짜내고 남은 찌꺼기 같은 영력을 증폭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음양옥.
지금도 내 눈앞에서 결계를 펼쳐 나를 지켜주고 있는 하쿠레이의 비보에 시선을 돌린다.
역시, 이게 열쇠인가?
그렇지만, 이건 두 개가 함께 모여야 효과가 배증된다.
과연 한 개로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아니, 알고 있다.
이미 타개책은 생각해냈다.
단지, 불확실한 요소나 장해가 너무 많다.
──음양옥에 영력을 담아 그것을 「황금의 회전」으로 돌려 「무한하게 계속되는 힘」을 더한다.
육체와 함께 모든 기술을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이「황금의 회전」만은 일종의 법칙으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최대의 문제가 있다.
아직도 뿜어져 나오는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죽음의 탄막을 막는 결계를, 일시적으로 해제하지 않으면 음양옥은 사용할 수 없다. 그것이 가능한 타이밍이 찾아올지 않을지 모르는 것뿐이라면 차라리 낫다…….
나는 「황금의 회전」── 즉 「황금장방형의 궤적」으로 회전시키는 것을 아직 할 수 없는 것이다.
지저에서 유우기와 싸웠을 때 우연히 사용했던 이 회전은, 수행을 시작한 뒤부터 상당히 난항을 겪었다.
이 회전의 기준이 되는 「황금장방형」이란 자연이나 생명에 감춰진 스케일이며, 우선 그것을 깊이 관찰해서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 유산으로 등록될 정도로 훌륭한 미술품을 만든 예술가들만이 눈치 채던 것이다.
나는 그 스케일을 찾아낼 수 없었다.
아마 원작 같이 죽기 직전의 위기에 몰렸을 때와 같은 집중력이나 감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이 더욱 치명적인 장해지만── 이곳은「명계」이며, 「황금장방형의 스케일」이 숨겨진 자연이나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죽음의 세계다.
주변의 정원수나, 눈앞의 거대한 벚나무마저, 현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들에게 생명은 없다.
게다가 나 자신조차 망령.
……안 된다.
다시 생각해 보자니, 역시 이 방법은 문제가 많다.
애초에 이 「황금 장방형」은 현세의 생명 전부가 가진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인간의 육체에 스케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기도 하니까.
젠장, 적어도 가능성을 갖고 싶었다.
이 명계에서, 뭐든지 좋으니까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 기다려봐.
있어.
이 명계에도 생명이 있었다.
게다가, 근거는 없지만 「황금 장방형」을 품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
이것이라면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그 아이를 10년 이상 봐왔으니까.
시험해 볼 가치는 있다.
아니, 반드시 할 수 있다.「황금의 회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자랑스러운 딸인 레이무를 보면서 시도한다면!
◆
「마스터 스파크!」
팔괘로에서 발사된 섬광이, 탄막을 삼킨다.
그러나, 사이교우지 아야카시가 뿜어내는 힘은 탄막놀이에서 쓰이는 폭탄 정도로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마리사가 발사한 포격의 섬광이 사라진 자리에는, 변함없는 속도로 날아오는 무수한 죽음의 광탄이 있었다.
「또냐구!?」
조금 전에도 경험한 자신의 약함에 욕설을 내뱉는다.
이것이 인간인 자신의 한계라는 건가.
인외의 힘에 비하면, 규칙을 따른 결투를 위해 갖춘 힘이나 기술 따위는 간단하게 굴복해버리고 마는, 이 가냘픈 지력이 자신의 전부인가.
일순간 회피를 잊고 다가오는 탄막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던 마리사를 구한 것은, 능력을 발동시킨 사쿠야였다.
눈 깜짝할 순간, 과정은 날아가고 결과만이 남는다.
마리사를 지키듯이 펼쳐진 나이프를 본뜬 탄막이, 시간정지의 해제와 동시에 일제히 발사되었다.
출력으로는 훨씬 더 우위를 점한 마스터 스파크로도 없앨 수 없었던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힘을, 복수의 탄막을 한 번에 박아 넣는 방법으로 하나하나 소멸시킨다.
「주의 부족이야, 마리사」
「미안해. 겨우 살았다구」
맞은 상대를 상처나 고통으로 끝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즉사시키는 두려울 정도의 탄막이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가까워져갈수록 밀도가 높아진다.
주의 산만하게 돌진했다가 위험에 빠질 뻔 했던 마리사를, 사쿠야가 상공으로 끌어올렸다.
「저건 맞으면 근성 같은 걸로 버틸 수 있을만한 게 아니야.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해.」
경고하듯이 말하며, 마리사의 눈앞에 손에 쥔 나이프를 들이댔다.
사쿠야의 자랑스러운 수집품 중 하나인 그 나이프의 날 부분이 끔찍한 모습으로 썩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스펠카드・룰을 무시하고 탄막을 베어버리는 것으로 접근 할 수 없을까 해서 시험해 본 결과가 이것이다.
그 광탄은 죽음의 힘을 품고 있다.
현세의 것을 침식해서, 죽여 버린다.
인간인 사쿠야와 마리사로서는 단 한발이라도 치명상이 될 정도로 위험하다.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저기에는 레이무가 있단 말이야.」
그러나, 그것은 지금 그 죽음의 탄막에 삼켜지기 직적인 레이무 또한 같다.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와 가장 가까운 장소에 있는 레이무는 이미 벽이 되어버린 빛의 파도에 둘러싸여 결계 덕분에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이다.
「어쨌든, 한순간 만이라도 좋으니까. 이 탄막을 지우고, 레이무를 움직일 수 있게 해 줘야 돼」
「무리하면, 네가 먼저 죽을지도 모르는데?」
「우리들 뿐이여봤자 궁지에 몰렸다는 사실은 변함없잖아. 그 요괴벚꽃을 봉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레이무가, 지금 제일 가까이 있다고」
감정적으로 외치면서도,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는 뜻이 있다는 것에 사쿠야는 감탄했다.
이런 점이, 키리사메 마리사라는 소녀의 비범한 면이다, 라고 생각한다.
단지 친구를 위해 감정을 우선시할 뿐이 아니라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냉정하게 노력할 줄 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할 생각이야? 스펠카드용 봄으로는 저 탄막을 지울 수 없어.」
「아까 네가 쓴 봄으로도 안 돼? 어떻게 한 거야?」
「파츄리님에게 받은, 이 서포트용 마구로 만든 마력의 나이프를, 시간 정지로 다중 전개해서 일제히 발사한 거야.
전개할 수 있는 나이프의 양, 위력 모두 저게 한계. 탄막 속으로 돌진할 수 있을 정도의 제압력은 낼 수 없어. 평범한 나이프는 말할 필요도 없고.」
「과연, 대충 예상대로라 안심했다구」
사쿠야의 설명에, 마리사는 오히려 미소를 띠으며 수긍했다.
「사쿠야, 네 능력은 아마 자신에게 닿은 것이라면 시간을 멈춘 세계 속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은데…… 어때?」
사쿠야는 무심코 눈을 치켜뜨며 마리사를 바라봤다.
「예를 들면, 나를 능력의 영향에서 비껴나가게 하는 것도 가능하지?」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갑자기, 자신이 가진 능력의 특성을 간파당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발동 자체를 보이지 않는 사쿠야의 능력은, 강력함과 동시에 파악을 할 수 없다는 점에 의해 은닉성 또한 우수하다.
시간을 멈춘다는 막연한 효과만이 인식될 뿐, 그 멈춰버린 세계를 체험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상, 지속 시간이나 범위 같은 구체적인 성능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 능력의 일면을, 마리사는 정확하게 분석한 것이다.
「……맞아. 내게 닿은 것은 임의로 시간 정지를 해제할 수 있어.」
사쿠야는 간신히 평정을 가장하며, 마리사의 질문에 긍정했다.
만약, 질문한 자가 마리사가 아닌 낯선 타인이었다면, 경계치를 최대로 올리거나 입막음을 위해 행동했을지도 모른다.
이 능력은 사쿠야의 생명줄이다.
전투원인 사쿠야에 있어서, 자신의 능력을 폭로당하는 것은 강한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그런 사쿠야의 내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리사는 만족한 듯이 미소를 띄웠다.
「됐어! 좋다구, 이제 일발 역전의 전략을 펼칠 수 있어.」
「근데, 어떻게 내 능력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거야? 네게 보여줬던 건, 전에 했던 탄막놀이에서 몇 번 정도였을 텐데?」
「그야 네 스펠카드를 공략하려고 무지 연구해서 그렇지」
마리사는 어이없다는 듯이 단언했다.
확실히 실전 속에야 말로 많은 힌트가 있다.
정지된 세계의 안에서 사쿠야 만이 움직일 수 있다면, 입고 있는 옷이나 던지고 있는 나이프는 어떤가?
표적이 멈춰 있따면, 왜 그대로 공격하지 않는 걸까?
그러한 요소를, 마리사는 놓치지 않고 기억해, 매일 같이 연구, 분석해온 결과 진실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너무나도 단순하고, 그리고 명확한 대답이었다.
사쿠야는 그 날, 탄막놀이에서 상처를 입었으면서도, 적인 파츄리에게 강의를 받으며 필사적으로 뭔가를 적고 있던 마리사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모습이야말로 마리사의 일상일 것이다.
사쿠야가 품고 있던 얼마 안 되는 경계심이 사라지지고 자연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왜 웃는 거야?」
「아니……그저 네게 존경심이 들어서 말이야.」
「무, 뭐라는 거야 갑자기?」
갑작스레 튀어나온 칭찬에 마리사는 뺨을 붉혔다.
그러나, 궁지에 몰려있는 현재 상황을 곧바로 떠올리고는,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사쿠야에게 다시 시선을 향했다.
「좋아. 그럼 내 작전을 가르쳐줄게. 사쿠야의 협력이 필요한 작전이야. 그러니까──」
「알겠어, 도와줄게.」
끝까지 물을 필요도 없었다.
사쿠야는 당연하다는 듯이 마리사의 제안을 수락했다.
사쿠야는 지금 이 순간 키리사메 마리사가 자신과 대등한 존재라고 인정했던 것이었다.
◆
그리고, 사태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결계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계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 레이무는, 이쪽을 향해 고속으로 다가오는 기척을 감지했다.
대국적(大局的)인 지금의 곤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큰 흐름이 변할 수 있는 기척이다.
이미 신의 영역까지 달한 감에 의한 것이었다.
레이무는 자신의 감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레이무!」
이쪽으로 날아드는 친구의 목소리를 알아채자, 기묘한 안도감이 느껴지며 자연스레 쓴웃음이 지어졌다.
「간다구-!!」
마리사가 한 외침의 의미를 레이무는 곧바로 이해했다.
잠시 후 올 순간에 대비한 결계를 해제할 준비와 그 직후 이 장소에서 움직이기 위해 자세를 가다듬는다.
그리고, 마리사의 목소리가 들린 뒤 몇 초 후. 상황을 말 그대로 타파하기 위한 일격이 쏘아졌다.
아니, 일격이 아니었다.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발해진 두 발 째의 마스터 스파크가, 십자포화가 되어 레이무의 눈앞까지 다가온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탄막을 단번에 삼켜버린 것이다.
그 교차점에서 폭발적으로 위력이 향상된 포격은, 죽음의 탄막을 완전하게 지워버렸다.
이것이 마리사의 전략이었다.
사쿠야의 시간 정지에 의한 일제 공격을, 자신의 마스터 스파크로 재현한 것이다.
한발을 공격한 직후에 시간을 멈추고 다른 방향에서 두발 째를 발사한 뒤, 시간을 움직인다.
그것이 봄 두발의 동시 사용을 가능케 하고 있다.
또, 거기에 더해 사쿠야도 되는 대로 탄막을 쏘아대고 있다.
시야를 메울 정도의 물량을 자랑하던 탄막이 한순간이나마 완전하게 사라져 레이무의 눈앞에 길이 열렸다.
그 순간이 찾아오는 것을, 반쯤 확신하고 있던 레이무는 이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번에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본체까지 접근해, 음양옥을 중심으로 남아있는 모든 부적을 전개, 봉인결계를 생성한다.
다시 힘을 발휘할 틈 따위 주지 않는다.
그 힘의 발생원 째로 봉인한다.
처음부터 있던 봉인에 겹치게끔 만들어진 레이무의 결계가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구속하기 시작하자, 그에 저항하는 힘이 서로 맞부딪쳐 불똥을 튀긴다.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다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나, 지금은 레이무가 공격하는 측이다.
이대로 밀고 나간다면 레이무의 승리였다.
「……칫, 한걸음 부족해.」
그 때 레이무는 처음으로 욕을 내뱉었다.
자신의 힘도 포함해, 가지고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한 공세, 그러나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는 계속 발버둥 친다.
레이무는 냉정했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이상, 힘으로 밀어붙일 수만은 없다.
이대로 대항이 계속 되면, 단 한 명의 인간과 오랜 세월 봉인되어 온 요괴벚꽃의 무한할 정도의 힘 중 어느 쪽이 이길지는 눈에 선하다.
뭔가, 부족한 한걸음을 채우기 위한 것이 필요하다.
이 상황을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한층 더 강한 힘이──.
「레이무!」
고비의 순간, 한 번 더 그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받아라아아!!」
그 순간 시선을 돌린다.
지상으로 향하던 탄막이 사라진 순간, 그곳에 있던 선대 무녀도 또한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 자리에서 레이무를 제외하고 음양옥을 다룰 자격이 있는, 선대 하쿠레이의 무녀다.
펼쳐져있던 결계를 해제하고, 남겨진 영력을 모두 음양옥에 쏟아 붇는다.
그리고, 그것에 「황금의 회전」을 더한다.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하쿠레이 레이무라는 생명 속에 숨겨진「황금 장방형」의 스케일을 찾아내, 그 속에 그려진 무한한 소용돌이의 궤도를 따라 정확하게 음양옥을 회전시킨다.
그러한 지식이 없는 레이무에게 있어서, 그 현상은 인지를 뛰어넘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음양옥의 회전에 맞춰, 담겨진 영력이 점점 더 증폭해가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것을 중심으로 태풍이라도 생길 것만 같은 힘의 흐름이 날뛴다.
그야말로 무한이라고도 생각되는 힘의 덩어리가 된 음양옥을 레이무를 향해서 발로 차 날렸다.
정확하게는 레이무의 눈앞에서 맞부딪치는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와 레이무의 힘의 교차점을 향해, 무한한 힘을 품은 음양옥이 뛰어들었다.
대항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회전하는 음양옥은, 자신에게 담겨진 힘과 서로 겨루던 두 힘 모두를 휩쓸어, 그것들을 나선 모양으로 엮어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중심을 향해 단번에 박혔다.
레이무의 지식이나 뛰어난 감으로도,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판단만은 늦추지 않았다.
회전하는 음양옥과 자신이 가진 음양옥. 그 두 개를 병렬로 늘어놓고, 그것을 기점으로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봉인한다.
이미 저항은 무의미하다.
「이제 그만 지라고, 죽음의 벚꽃!」
힘찬 기합과 함께, 레이무가 펼친 봉인결계가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완전하게 봉인했다.
──지금 이 순간, 환상향의 「봄」을 빼앗은 명계의 이변이 끝났다.
◇
벚꽃의 꽃잎이, 전보다 한층 더 많이 춤추며 져가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눈앞의 요괴벚꽃에게서 핀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이 환상적인 광경만은 솔직하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미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에게서 죽음의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즉, 레이무가 풀려버린 이 나무의 봉인을 다시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꽃은 아직 상당량이 나무에 피어 있지만, 이것들도 얼마 안가 완전히 질 것이다.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는 다시 피지 않는 벚꽃나무로 돌아왔으며, 지상에는 늦어진 봄이 찾아왔다.
이것으로 이변 해결, 이라는 것이다.
조금 전의 격전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조용해졌을 때, 나는 맥이 빠져버려 멍하니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올려보고 있었다.
「──어머니」
그런 내 곁으로 레이무가 천천히 내려온다.
옷이 군데군데 넝마가 되어 버렸지만, 외상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것을 확인하니 무심코 마음이 놓여 버리는 나는, 과보호성향이 강한 부모일지도 모르겠는걸.
레이무를 한 사람 몫의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인정하고 지위를 양보하고 관계되지 않기로 결심했었는데, 이 꼴이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나는 레이무의 엄마인걸.
「훌륭한 솜씨였다」
「에……」
생각해보니 레이무가 이변을 해결하기 위해 싸우는 걸 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의 홍무이변 때는 흐지부지 해결됐고.
예상 이상의 싸움이나 예상외의 트러블. 그런 문제가 연달아 일어나는 중에서도 레이무는 훌륭하게 이번 이변을 해결한 것이다.
나는 그것이 매우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가슴을 피고 말할 수 있다.
이 아이가 내 자랑스러운 딸이라고.
「훌륭해 졌구나, 레이무」
여러 말이 머리에서 떠올랐지만, 그 생각들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서, 결국 나는 제대로 전해지길 빌며 수많은 감정을 담아 한마디 칭찬을 했다.
그리고, 그 후에는 그저 미소 지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걸로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조금이라도 전해졌을까?
레이무는 왠지 멍하게 내 말을 듣고는, 가만히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응, 뭐랄까 회화가 이어지지 않는구나.
좀 침착하게 생각해보니 안건데, 지금 이 상황은 레이무에게는 의문투성이일 것이다.
아마, 레이무는 지상에서 내가 죽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을 테지만, 그 죽은 사람이 망령이 되서 이런 곳에 있는 이유 따위는 알수 업겠지.
안심해다오 레이무.
나도 전혀 모른 단다!
그러니까, 물어봐도 딱히 대답할 방법이 없지만, 아니 그 전에 이 어째서 이렇게 침묵이 이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왜 그러는걸까? 혹시, 걱정하고 있었는데 멀쩡하게 망령하고 있어서 기가 막히기라도 한 걸까?
눈을 뜨고 나서부터 레이무와 만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태가 끝난 다음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생각해두지 않았었다.
으─음, 어떻게 할까?
어느새 유유코도 없어져 버렸고, 이제 나 돌아가도 돼?
아니, 물론 레이무와 함께 지상에 있는 우리 집으로 말이지.
돌아가는 걸로 해결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어쨌든 어수선한 상황+혼란 덕분에 지쳐버렸으니, 한숨 쉬고 싶다.
그렇지 안으면, 적어도 누군가 사정을 아는 녀석이 여기와서 설명좀 해 줘── 라는 나의 절실한 소망이 이루어진 것일까.
서로 바라보고만 있던 나와 레이무의 옆에, 갑작스레 틈새가 생겨났다.
「이번 이변 해결, 매우 훌륭했어. 하쿠레이의 무녀」
나타난 것은 유카리와 잠에 빠진 유유코를 업은 란이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인물의 등장에 나는 시선을 옮겼지만, 그 유카리가 마치 나를 피하듯이 레이무 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이거, 상처받습니다만…….
역시, 내가 뭔가 유카리가 화날만한 일이라도 해버린 건가?
속으로 안색이 새파랗게 변해버린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유카리와 레이무는 변함없이 혐오감을 드러내며 반쯤 노려보듯이 마주하고 있다.
「……다음은, 네 차례야」
「그래, 알고 있어」
「원래대로 되돌려도 상관없다, 라고 알아들어도 돼?」
「그 말대로야. 빨리 선대를 지상으로 데리고 돌아가렴.」
어쩐지 서로 말이 통하는 두 명.
어롸─? 혹시 사정을 모르는 건 나뿐이야?
「유카리……」
「역시, 기억이 남아 있었구나. 정말이지, 너는 나로서도 예측 불가능이네」
무심코 이름을 중얼거린 내게 유카리는 어째선지 쓴웃음으로 답했다.
그러나, 그 미소가 조금 슬퍼 보인 것은 내 기분 탓일까?
여러 가지 듣고 싶은 것들이 있었지만, 지금의 유카리는 왠지 약하게 느껴져서, 말을 걸기가 무안하다.
뭐랄까 무슨 말을 해도 유카리를 꾸짖는 것처럼 되버릴 것 같아서, 나는 입을 다물고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미안해. 모두, 원래대로 되돌릴게.
다음에, 다시 네 집에 방문할게. 그 때에 대가를 치를 테니까.」
유카리는 할 말이 없다는 듯이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것은 즉, 유카리가 내게 손을 댄 것은 제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는 걸까.
역시 나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우선 무엇보다 「대가」라는 단어가 불안하게 들렸다.
적어도, 지금의 내게는 유카리에게 대가 같은 걸 치르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전에, 그 말에 반응해서 등 뒤의 란이 무서운 눈으로 저를 노려보고 있으니까 오히려 이쪽이 무섭다구요.
「그렇지만, 지금은 안 돼…… 정말로 미안해. 너를 뵐 낮이 없네.」
그렇게 말하고는, 마지막으로 깊게 고개를 숙이더니, 유카리는 나의 시선을 뿌리치듯이 등을 돌려 걸어갔다.
유유코를 업은 란이 그 뒤를 따른다.
방향을 보니 우리들과 함께 지상으로 돌아가지 않고 백옥루에 머물 생각인 것 같다.
나는, 그녀들을 쫓아갈 수 없었다.
유카리가 그것을 바라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 떠날 때에 살기를 품고 노려본 란이 무지 무서웠으니까.
옛날부터 희미하게 느끼던 거지만, 나는 란에게 미움 받고 있구나.
결국, 나는 유카리에게 단 한마디도 대답하지 못한 채 남겨져 버렸다.
으─응, 그렇지만 일단 레이무에게 지상으로 데리고 돌아가라고 말하기도 했으니까 이대로 돌아가도 된다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돌아가자, 어머니」
내 의문에 대답하듯이, 레이무가 말했다.
「진료소로 돌아가면, 어머니는 되살아날 수 있어.」
「……무슨 말이니?」
「어머니가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세한 사정은 그 틈새 요괴가 다음에 다시 이야기해줄 거라고 생각해.
어쨌든, 지금 어머니는 망령이지만 아직 죽지 않았어. 생전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거야. 그렇게 들었으니까.」
레이무의 간단명료한 설명을 듣고, 나는 맥이 빠지면서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뭐, 이게 거짓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까.
고민하고 있었던 사태가 나도 모르는 사이 시원하게 해결되어버려서 허탕 쳤다는 느낌도 있지만, 뭣보다 바라던 현세로의 복귀가 가능하게 되었으니, 일단 솔직하게 기뻐해야 하려나.
덕분에 레이무를 혼자 두고 죽어버리는 거 아닐까하는 걱정도 사라졌다.
레이무가 말하는 사정을, 이 다음에 유카리에게서 들을 필요는 있겠지만 우선 나는 끄덕이며, 속마음을 나타내는 미소를 지었다.
「알았다. 그럼, 이만 돌아갈까. 레이무」
「응……」
그렇게 재촉하고 나는 걸으려고 했다.
그러나, 중요한 레이무가 따라오지 않는다.
왜 그런가 싶어서 뒤돌아보니, 레이무는 뭔가 고뇌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발 밑을 보고 있었다.
「레이무, 왜 그러니?」
내 물음에도 레이무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아랫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몇 번 도리질 치더니, 이윽고 답이 나온듯 얼굴을 올린다.
나를 바라보는 그 눈동자에는, 어째선지 비장한 결의가 엿보이고 있었다.
「……저기, 어머니. 나, 지금부터 어머니를 화나게 할 거야」
갑작스레, 그렇게 말한 레이무에게 나는 크게 동요했다.
「그러니까, 제대로 내게 화내줘」
화나게 한다, 라.
이건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법으로서는 딱히 좋은 말이 아니다.
혹시, 나는 지금부터 딸에게 매도당하는 건가? 라고 조금 피해망상이 섞인 예상이 머리를 스쳐지나가자, 당황해서 그 생각을 뿌리친다.
아니아니, 다르다고.
아마, 레이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다……아마도 아닐 거다.
식은땀이 솟아오르기 시작하고, 속으로는 두근거리면서, 이어질 말을 기다린다.
「──나는, 어머니보다 먼저 죽고 싶어」
예상외의 말에, 내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어머니는, 내가 어른이 되면 파문을 멈춘다고 했지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사용해줬으면 해.
내가 어머니가 죽는 걸 보는 건 싫어. 너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 숨을 쉬지 않는 어머니를 봤을 땐, 몸속이 얼어버린 것 같이 차가워졌어.」
피를 토해내듯이 말하는 레이무의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레이무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
그러나, 지금의 내게는 그걸 걱정할만한 여유가 없다.
그저, 지금까지 한번도 듣지 못했던 레이무의 심경고백이 너무나 충격적이라,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사라지고 혼자서 살아가다니……괴로워. 생각할 수 없어.
왠지 나를 지탱하고 있는게 끊어져서, 멀리 날아가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분명 지금까지의 내가 아니게 될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되기 전에 나는 죽고 싶어. 뜻하지 않은 사고라도 요괴 퇴치 중 실패해서라도, 뭐든지 괜찮아. 뭣하면, 어머니에게 살해당해도──!」
찰싹, 하고 높은 소리가, 정적 속에서 크게 울려 퍼졌다.
어느새 레이무는 말하는 것을 멈추고 얼굴을 돌리고 있다.
아니, 다르다.
내가 멈추게 한 것이다.
레이무의 뺨을 쳐서, 그 이상 말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 때 나는,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도 레이무에게 향하는 강한 분노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말았다.
「아……」
다시 정신을 차린 나는, 그저 멍한 목소리 밖에 낼 수 없었다.
손바닥에는, 레이무를 때린 감촉이 확실하게 남아 있다.
그것이 뺨이 붉게 부어버린 레이무의 얼굴에서 눈을 떼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
…무슨…짓, 을.
나는……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미안하……」
솟구치는 후회와 죄악감 때문에 충동적으로 사과하려고한 순간, 그 말을 삼켰다.
이 바보 녀석, 사과해서 어쩔 생각이냐……!?
나는 어째서 레이무를 때린 거냐.
단순히 감정에 휩쓸려서 그런 게 아니다, 전하고 싶은 뜻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아이를 바로잡기 위해 혼낸 걸 사과하는 부모가 어디에 있다는 거냐?
이 아이를 생각해서 화냈다면, 설령 후회에 찌부러진다 해도 끝까지 해라.
하지 못하면, 나는 레이무의 부모로서 실격이다. 이 후, 자칭할 자격 따위는 없다.
나는 자기 자신을 질책하며,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두 번 다시, 절대로……두 번 다시, 그런 바보 같은 말은 하지 마라!」
잘 말하기는커녕, 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려웠다. 목이 죄어들고, 막힘없이 말이 내뱉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서, 나는 레이무를 엄하게 혼냈다.
생각해보니, 그건 나와 레이무에게 있어 첫 경험이었다.
이 아이가 나를 화나게 한 것도, 이 아이를 혼내는 것도.
──이 아이를, 때린 것도.
「…………미안해요」
레이무는 고개를 숙인 채, 힘없이 대답했지만, 곧바로 얼굴을 들어올려 곧게 내 눈동자를 바라봤다.
그 얼굴은, 후회와 고뇌로 가득했다.
그리고 분명, 나도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들이 서로 바라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서로 괴로워하며 혼내고, 혼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보면, 기묘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내게 있어 주변 사람 따위 아무래도 좋다.
단지, 눈앞에 있는 레이무의 존재만이 마음을 차지하고 있었다.
「미안해요, 어머니……」
흘러넘치는 눈물을 견디느라 맹맹한 목소리로── 그럼에도 레이무는 다시 네 얼굴을 바라보며 사과했다.
레이무는 반드시, 조금 전 자신이 한 말 모두를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옛날부터 총명한 아이였다.
내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이해하던 아이다.
그렇지만, 방금 레이무가 말한 것이, 거짓말이나 감정에 휩쓸려서 그런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반드시, 그것 또한 레이무의 본심임이 틀림없다.
나를── 어머니를 잃는 공포를, 이 아이도 보통 아이처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반항할 수 없는 충동에 자극받은 나는 레이무를 강하게 껴안고 있었다.
이 행위에, 대단한 의미나 고귀함 따위는 존재하지 않겠지.
왜냐하면, 나는 레이무의 기분을 아플 정도로 이해하면서도, 그에 응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레이무의 공포나 슬픔을 지워 주고 싶다.
이 아이가 바라지 않는 건,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하지만, 역시 나는 어머니니까.
이 아이를 위해, 언젠가 죽어야 할 인간이니까──.
「어머니의 마음, 제대로 알고 있어……」
「그래. 나도, 네 마음은 알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네. 알고 있는데, 잘못된 걸 바래버린다니」
「잘못되지 않았다. 나도,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주고 싶으니까.」
「안 돼, 어머니」
「그래, 그렇구나. 안 된다.」
나도, 레이무도, 뭐라 말할 수 없었다.
단지, 이렇게 마음도 몸도 하나가 되기를 바라듯이 강하게 얼싸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야 말로 이룰 수 없는 바람이겠지만.
「장래 같은 건, 이제까지 생각한 적도 없고……지금도 상상할 수 없어.
언젠가 누군가와 결혼해서, 아이를 만들지도 모른다니,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아.」
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레이무는 독백하듯이 말한다.
「그렇지만, 나…… 언젠가, 어머니 같은 부모가 되고 싶어.」
──그래. 분명 될 수 있을 거야. 나보다도, 훨씬 좋은 어머니가 말이지.
그리고 그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나도 레이무도 뭐라 말하지 못하고, 그저 시간과 마음이 허락하는 한 얼싸안고 있었다.
벚꽃의 꽃잎이 주위에서 떠돌며 서글프게 져간다.
그것은 생명의 마지막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나는 그에 붙잡힐 생각은 없다.
나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다.
머지않아 이별의 때는 오겠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아직 이 아이와 함께 살기 위한 시간이 남아 있다.
안겨있는 레이무의 존재를 두 팔로 느끼며, 나는 망령이 되고 처음으로 마음속깊이 소생하는 것을 바랬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자신의 죽음을 포기한 채 받아들이고 있었을 때와는 다르다.
──레이무를, 빨리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 껴안아 주고 싶다.
단지, 그런 바람만이 있었다.
◆
아름다운 광경이네, 라고 사쿠야는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속 어딘가에서 저 모녀를 솔직하게 축복할 수 없는 기분이 드는 건, 아마 얼마 안 되는 「질투」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신으로선, 저 광경을 만들어 내는 건 불가능하니까.
「내버려두면, 저대로 계속 얼싸안고 있을 것 같네. 슬슬 멈추게 해야 하려나」
「멋없는 짓은 그만두라구.」
레이무와 선대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중얼거린 사쿠야에게, 배후의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아 있던 마리사가 말했다.
저 나무는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와는 다른, 백옥루의 광대한 뜰에 심어진 평범한 벚꽃이다.
사쿠야는 아직도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마리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제 좀 괜찮아?」
「의식은 제대로 돌아왔어. 그렇지만, 왠지 몸이 나른한걸……」
「터무니없는 짓을 해서 그런 거야.」
마리사가 피로한 원인은 단순한 마력 고갈 탓이다.
팔괘로는 그 자체에 힘이 있는 것이 아니고, 마리사의 마력을 연소시켜 화력을 발휘하는 마도구다.
레이무를 원호할 때 최대 출력의 마스터 스파크를 연발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마력량의 한계를 넘어 소모한 탓이었다.
몽롱해지는 의식 속에서, 마리사는 모든 것을 맡긴 레이무가 훌륭하게 이변을 해결하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큰 만족감과 함께, 아주 조금이지만 불만도 남았다.
이번 이변의 자신은 왠지 여러 의미로 조역취급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거야? 네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마리사의 활약을 아는 증인으로서 사쿠야는 걱정하고 있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말에, 고마운 마음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끼며, 마리사는 옆에 놓여져 있던 모자를 다시 썼다.
「괜찮아. 다음에 신사에 갔을 때, 잔뜩 생색내줄 테니까」
「……마리사는 기특하네」
「뭣!? 뭐야, 아까 전부터 이상하다구!」
「소리 지르면 안 돼. 현기증이 날지도 몰라.」
「그럼, 부끄러운 말을 하지 말라고 바보!」
뺨을 붉히며, 도망치듯이 사쿠야에게서 얼굴을 돌린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시야에 레이무와 선대 무녀의 모습이 보였다.
어머니와 딸.
저 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매우 안타까운 기분이 들고 만다.
아무리 바래도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것을 보고 있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
사쿠야에게 시선을 돌릴 수도 없던 마리사는 모자의 챙으로 눈을 가리듯 깊게 눌러썼다.
그 광경은, 자신에게는 조금 많이 눈부시다.
「……레이무는 말이지」
옆에서 듣는 사람은 사쿠야 밖에 없다.
그것을 알면서, 마치 혼잣말을 하듯이, 마리사는 말했다.
「물건이라든가 인간관계라든가, 어쨌든 다양하게 집착이 없는 성격이야.
생각해보라구? 저런 구석지에 있는데다가 인기 없는 신사에 혼자서 살고 있어. 그다지 취미도 없고, 멋내서 꾸민 적도 없지.
그저 만족할 줄 알 뿐이야, 라고 말했던가. 그렇다곤 해도, 너무 욕심이 없다구. 가끔 농담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투로, 새전을 내놓으라고 할 뿐이야.
몸 하나만 달랑 가지고 순수하게 사는 녀석이라 선인이나 요괴인 줄 알았다고」
얼버무리듯이 이야기하다가, 목소리에 점점 선망이 담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저 녀석은 정말로 중요한 걸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어.」
그 한마디에, 마리사의 속마음이 모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있는 레이무가, 부러웠던 것이다.
단지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쿠야는, 마리사가 품은 레이무를 향한 선망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었다.
사쿠야는 마리사가 친가에서 의절당했다는 것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일은 알고 있다. 사쿠야는 부모님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같은 고독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그럼에도 지금은 동료를 가진 자로서 사쿠야는 마리사에게 친근감을 느꼈다.
「……그렇구나」
동의한다는 어조의 대답을 하며,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너 같은 친구도 가지고 있으니까.」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마리사에게 시선을 보내자니, 더 깊게 모자를 눌러 쓰고 시선을 피하는 움직임이 비쳤다.
명백하게 안 보이는 척, 들리지 않는 척을 하고 있었지만, 사쿠야에게는 마리사가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좀 더 놀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면서도, 그것을 뿌리치며 시선을 돌린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멈출 수 없었지만.
「치사한 아이네. 레이무는」
「……아, 정말이지 치사한 녀석이야.」
레이무를 멀리서 바라보는 사쿠야와 마리사.
세 명의 사이에 있던 벽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사쿠야는 처음으로 레이무의 이름을 불렀으며, 그것이 생각 외로 간단하게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기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우리들은, 먼저 돌아갈까.」
마리사의 곁으로 다가가, 손을 내민다.
「……그래. 기분이 내키면, 저 둘도 돌아오겠지」
못된 장난꾸러기 같이 웃으며, 마리사는 그 손을 맞잡아주었다.
사쿠야의 힘을 빌려 일어선 마리사가 그대로 함께 날아오른다.
이변이 종결된 백옥루와 다시 봉인된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뒤로 하며, 마리사와 사쿠야는 조용하게 떠났다.
「저기, 마리사. 가는 길에 홍마관에 들렸다 가지 않을래?」
「뭐야, 대접이라도 해줄 거야?」
「그것도 있지만. 몸이 차가워졌잖아, 따뜻한 홍차와 과자라도 들고 가는게 어때?」
「오, 좋아. 그럼 신세지겠다구. 하는 김에, 파츄리에게 책도 빌리고 싶고」
「그리고 욕실과 갈아입을 옷도 빌려 줄게.」
「……아─, 으─, 저기……」
「물론, 몰래 말이지」
「고, 고맙다구……」
「둘 만의 비밀이라는 거네. 후후, 멋져.」
「멋지다고?」
「그래, 이런 여자아이끼리 비밀을 공유하는 건 처음이니까. 동경해왔는 걸?」
「아니, 상황이 이상하잖냐.」
마리사의 신묘한 한마디에, 사쿠야는 무심코 큰 소리로 폭소하고 말았다.
◆
백옥루에는 이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본래, 명계에 있어서는 안 되는 자들이 모두 떠난 후, 유유코는 눈을 떴다.
하쿠레이의 무녀와의 탄막놀이에서 지고, 사이교우지 아야카시가 빛을 뿜어낸 다음부터 기억이 없다.
자신의 목적은 달성된 건가 하는 의문이 솟아올랐지만, 마당을 보고 모든 것을 깨달았다.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에게서 느껴지던 맥동은 이미 완전하게 정지하고, 잔재 같은 벚꽃의 꽃잎이 춤추며 지고 있었다.
이변은 해결된 것이다.
「어쩐지, 지쳐버렸네」
이번 이변을 일으킬 땐, 반쯤 놀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렇다곤 해도 모든 노력이 헛수고로 끝나버린 결과에는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 많은 사건에 몇번이고 마음이 흔들렸다.
특히, 그 두 무녀──.
망령인 자신에게는, 그야말로 섬광처럼 눈부신 인간들이었다.
그녀들이 남긴 영향은 컸다.
이미 반 이상의 꽃이 져버린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멍하니 보고 있던 유유코는, 뜰의 한쪽 구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부터 계속, 끊이지 않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요우무가 수련하는 소리였다.
조금도 쉬지 않고, 옥구슬 같은 땀을 흘리며 무서운 표정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하쿠레이의 무녀와의 싸움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깨달았을까.
요우무가 단련하는 풍경은, 이 백옥루에서는 일상적인 것이지만, 평상시와 다른 것이 있었다.
그저 강해지기 위한 의지를 품은 얼굴이 아니다.
무언가에 쫒겨 도망치기 위해 몰두하는 굳은 얼굴이다.
유유코가 아는 한, 적어도 지금의 요우무는 자신의 검에게서 도망치고 있다.
그 손에 잡힌 것이 평소 차고 다니는 두 칼이 아니라 단순한 목검이라는 점이 그것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혼자서 극복하는 건 힘드려나……」
너무나도 우직하고 서투른 요우무의 모습을 응시하며 유유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우직한 것 또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우무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기뻐하는 한편,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움도 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응석을 받아주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괴로워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저기, 유카리. 명계 입구의 결계 말인데, 당분간 그대로 놔둬 주지 않을래? 지상에 몇 번 정도 볼 일이 생길 것 같으니까」
개인적인 흥미가 이유지만, 한 번 더 그 무녀들과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한 유유코는 같이 툇마루에 앉아있던 친구에게 부탁했다.
대답은 없다.
유카리 역시 유유코처럼 멍하니 춤추며 져가는 벛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광경에 슬픔을 느낀 유유코와 달리, 유카리의 시야에는 현실의 광경 같은 것은 비치지 않았다.
「마음이 딴 데로 가버렸네.」
「들리고 있어. 결계 이야기지.」
「그거 들리고 있을 뿐이잖아. 귀에 들린 말을 머리로 처리하고 입으로 말하고 있을 뿐.」
「……대화하는 방법으로서 뭔가 잘못된 점이라도 있는 걸까?」
「일이 끝나면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한 건 너잖아?」
유유코는 말투로 드러나는 미묘한 차이를 강조하며, 유카리를 지적했다.
「친구니까, 그렇게 부담 같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그렇구나. 미안해.」
유카리는 솔직하게 사과하며, 간신히 얼버무리는 것을 멈췄다.
허약하게 보이는 옆얼굴을 바라보며 유유코는 만족하고 끄덕였다.
이제 와서 속이지 않아도 괜찮다.
속사정을 전혀 이야기해 주지 않은데다가, 납득하지도 못했지만, 유카리가 매우 침체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하게 알수 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돕고 싶다는 솔직한 감정만이 있었다.
「유카리?」
그녀가 이쪽을 볼 때까지, 유유코는 굳게 참으며 기다렸다.
「네가 제일 신경 쓰고 있는 걸, 이야기해주지 않을래?」
유카리는 그 말에 부끄럽다는 듯이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잠시 후, 뜻을 결정한 듯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녀를 망령으로 만든 건 육체가 치료될 때 까지라고 말했어.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유카리는 그저, 자신의 속마음을 내뱉듯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녀라는 건 아마 선대 무녀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치료라는 부분은 설명 부족이라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유유코는 말을 끊지 않았다.
친구가 바라는 대로, 그저 듣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마 달라. 나는 치료 같은 건 사실 아무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그녀의 다리가 나은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10년, 20년이 지나면 또 걸을 수 없게 될 거야. 그 때, 나는 그녀에게 어떤 「치료」를 해줘야 할까?」
유카리는, 매우 지친 듯이 한숨을 내뱉었다.
「유유코처럼, 인간을 그만두고, 요괴인 내 옆에 계속 있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지도 몰라.」
「……무리야.」
「그래, 무리야. 알고 있어. 알고 있었을, 텐데.
전부 레이무의 말 대로야. 그녀가 살아가는 모습에 매료당해서. 대등해지고 싶다고 생각 했어. 그저 위로받는 상대로서 곁에 둔다는 바보 같은 일을 생각한 게 아냐.」
마지막 말을 내뱉을 때는, 마치 고함치는 것 같았다.
무엇에 대한 분노인지, 유카리 자신도 몰랐다.
이해도, 제어도 불가능한 감정의 파도가 밀려왔다. 아마 평범하게 요괴로서 살았다면, 평생 느낄 수 없을 터인 감정의 파도가.
「인간과 요괴가 공존하는 이 환상향<세계>이 잔혹하다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을 텐데……」
유카리는 자조하는 미소를 지었다.
인간과 요괴가, 뭔가의 실수로 마음이 통했던 이야기.
그 결말은, 항상 비극으로 끝맺어졌다.
뭔가의 실수로 일어난 사건은, 역시 잘못된 것이었다.
요괴를 사랑한 인간. 그 반대. 인간의 아이를 주워, 정을 준 요괴. 부모가 요괴라는 것을 안 인간── 그 시작에 차이는 있어도, 결국「이별」로 끝나버린 많은 사건을, 유카리는 몇 번이고 봐왔다.
때때로 끼어들어서, 그들이나 그녀들을 타이른 적도 있다.
그 모든 것이, 이제는 경솔한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바라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스스로 현실과 대면했던 적은 없었다.
인간이 죽는다는 당연한 현실을, 야쿠모 유카리는 처음으로 두렵다고 느낀 것이다.
「……미안해. 이미 대답은 나와 있어. 단지, 내가 납득하는 걸로 끝날 이야기야. 이제 와서 유유코에게 말해도 방법이 없는 걸.」
「그렇구나. 내게는 이야기의 사정도 잘 모르겠고, 적당하게 해줄 말도 떠오르지 않아. 하지만──」
유유코는 손을 뻗어, 유카리의 손을 잡았다.
「방법이 없다면, 납득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딱히 참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
서로 맞잡은 손을 가만히 응시하던 유카리는, 이윽고 눈 안쪽에서 느껴지는 열기의 정체를 이해했다.
「그렇네」
무의식중에 견디고 있었던 것의 정체를 간신히 알수 있었다.
안 순간에는, 이미 어쩔 수 없어져 버렸다.
유유코에게서 얼굴을 돌리며, 반대로 손에는 힘을 줘서 유유코의 손을 마주 잡는다.
「유유코. 나, 조금 울게.」
그리고, 유카리는 인간이 일생에 한 번은 흘려야만 하는 눈물을 흘렸다.
이 이야기를 투고하면서, 가장 고민한 것이 있었습니다.
──이대로 시리어스하게 가야하나!? 그렇지 않으면 어디선가 개그를 쳐야하는 건가!?
왜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고민해야 하는지 이제 와선 더이상 모르겠지만, 결국 시리어스입니다.
13화 「소녀환장」
──실패다!
나를 덮쳐오는 사이교우지 아야카시가 발사한 죽음의 탄막을 막아선 레이무의 결계에 지켜지면서, 나는 자기 자신을 매도했다.
젠장, 무슨 꼴이냐!
이래서야 나는 레이무의 방해일 뿐이 아닌가.
레이무와 유유코의 탄막놀이가 시작된 뒤, 그 압도적일 정도로 환상적인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나는, 잠시 후 사이교우지 아야카시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챘다.
저 둘을 보자니 탄막놀이는 레이무쪽이 더 우세해보였는데, 정말이지 타이밍 한번 좋게 끼어드는 구나.
……아니, 역시 내 잘못일까나.
레이무가 스펠카드를 순조롭게 회피하는 것을 보며 「성공인가!?』라던가 속으로 외친 게 잘못이려나?
무셔—. 플래그 무셔—.
농담은 그만두고, 주변이 점점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요기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몸속에서 가다듬고 있던 영력을 주먹에 집중시킨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에게서 뿜어져 나온 무차별 탄막이 레이무를 기습하려고 한순간, 나도 행동을 시작했던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영력은 그저 주먹에 두르고 팼을 뿐이라,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불안했지만, 어떻게든 이미지대로 발사할 수 있었다.
힘차게 지른 주먹에서 발사된 영력의 산탄이,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탄막을 단번에 쓸어버린다.
그저 힘 조절만으로 시도했다면, 이렇게 잘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대한 선구자님에게 감사하자.
역시, 영력에 원거리 공격이라면 이거잖아.
고마워요, 사범님. 저도 당신처럼 늙고 싶습니다.
뭐, 변함없이 위력이 탄막용이 아니라 스펠카드로는 사용할 수 있을 리 없지만.
아니 그전에, 이 기술은 근거리에서 더 쓸모 있는 기술이니, 오히려 육탄전에서 쓸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증가했을 뿐인가?
변함없이 습득하는 기술이 너무 편중되어 있구나.
……뭐, 이러쿵저러쿵 해도 이 기술도 다음부터 단련할 거지만.
우선, 모아놓은 영력의 대부분을 소비한 이 공격 덕에, 레이무를 끝까지 무사히 지킬 수 있었다.
탄막놀이의 방해를 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 방해를 막을 셈이다.
이 이변을 해결하는 것은 레이무, 너다.
힘내라, 레이무. 네가 넘버원이다.
나는 끝까지 지켜보고 있을 거라구!
「레이무!!」
그런 수많은 뜻을 담아 이름을 부른다.
레이무는 한순간 놀란 듯 멈칫거렸지만, 곧바로 자신의 책무를 수행했다.
유유코에게 다가가, 봄으로 날려 버린다.
그 일격으로 탄막놀이의 결판이 났다.
──그러고 보니, 레이무가 이변 해결을 위해 싸우는 모습은 지금 처음 봤다.
탄막을 피하는 일련의 동작부터 시작해서, 최후의 일격까지, 훌륭한 전투였다.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수행을 시작했던 그때부터 지금의 레이무가 될 때까지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실로 감개 깊다.
강해졌다.
그리고, 성장했구나…… 레이무.
그러나, 그렇게 감동할 수 있었던 것은 얼마 안 되는 틈뿐이었다.
잊고 있던 사이교우지 아야카시가 활성화하기 시작한다.
완전하지 않다고는 해도, 모아진 「봄」에 의해 벚꽃은 8할 이상이 개화했으며, 그에 따라 요기와 독기 같은 기분 나쁜 힘이 넘쳐흐르고 있다.
내가 한순간에 쓸어버린 탄막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압도적인 물량의 죽음이 단번에 흩뿌려졌다.
그 대부분은 하늘을 향해 날아가, 결과적으로 레이무가 표적이 되어 버린 데다가, 지상을 표적으로 한 것들도 있다.
당연하지만, 나는 직격 코스.
탄막놀이 같은 룰에 따른 것이 아닌, 그저 상대를 죽이기 위한 탄막을 마주본 나는 망령이 된 몸으로 과연 어디까지 피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준비를 끝마쳤고──.
그리고 지금, 나는 레이무에게 지켜지고 있다.
음양옥 두 개 중 하나를 내 쪽으로 보내고, 레이무는 남은 하나로 결계를 쳐 탄막으로부터 몸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지상과 공중에 흩뿌려진 탄막은 양도 밀도도 다르다.
같은 음양옥을 기점으로 한 결계라 한들, 레이무쪽의 결계는 거대한 해일 같은 힘의 파도에 휩쓸려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실패다.
이게 대채 무슨 꼴이냐, 나.
레이무를 도운다면서, 방해를 하고 있을 뿐이잖아!
어……어쨌든 간에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젠장, 육체만 있었다면. 주저 없이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부러뜨려서라도 멈출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지금 없는 것에 한탄한들 무의미하다.
어떻게든 지금 가능한 것으로 상황을 해결해야만 한다. 느긋하게 후회하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다.
그렇지만, 망령이 되어버린 지금의 내가 쓸 수 있는 힘이라 봤자, 사전에 확인한 대로 영력 이외에 다른 힘을 쓰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건 알고 있다.
그 영력도, 그 산탄을 발사했을 때 예상 이상으로 소모해 버렸다.
남아있는 힘으로 다시 한 번 그 기술을 사용해봤자, 나까지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힘에 휩쓸리기 직전인 지금 이 상태에서는 임시방편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뭔가…… 이 쥐어짜내고 남은 찌꺼기 같은 영력을 증폭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음양옥.
지금도 내 눈앞에서 결계를 펼쳐 나를 지켜주고 있는 하쿠레이의 비보에 시선을 돌린다.
역시, 이게 열쇠인가?
그렇지만, 이건 두 개가 함께 모여야 효과가 배증된다.
과연 한 개로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아니, 알고 있다.
이미 타개책은 생각해냈다.
단지, 불확실한 요소나 장해가 너무 많다.
──음양옥에 영력을 담아 그것을 「황금의 회전」으로 돌려 「무한하게 계속되는 힘」을 더한다.
육체와 함께 모든 기술을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이「황금의 회전」만은 일종의 법칙으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최대의 문제가 있다.
아직도 뿜어져 나오는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죽음의 탄막을 막는 결계를, 일시적으로 해제하지 않으면 음양옥은 사용할 수 없다. 그것이 가능한 타이밍이 찾아올지 않을지 모르는 것뿐이라면 차라리 낫다…….
나는 「황금의 회전」── 즉 「황금장방형의 궤적」으로 회전시키는 것을 아직 할 수 없는 것이다.
지저에서 유우기와 싸웠을 때 우연히 사용했던 이 회전은, 수행을 시작한 뒤부터 상당히 난항을 겪었다.
이 회전의 기준이 되는 「황금장방형」이란 자연이나 생명에 감춰진 스케일이며, 우선 그것을 깊이 관찰해서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 유산으로 등록될 정도로 훌륭한 미술품을 만든 예술가들만이 눈치 채던 것이다.
나는 그 스케일을 찾아낼 수 없었다.
아마 원작 같이 죽기 직전의 위기에 몰렸을 때와 같은 집중력이나 감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이 더욱 치명적인 장해지만── 이곳은「명계」이며, 「황금장방형의 스케일」이 숨겨진 자연이나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죽음의 세계다.
주변의 정원수나, 눈앞의 거대한 벚나무마저, 현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들에게 생명은 없다.
게다가 나 자신조차 망령.
……안 된다.
다시 생각해 보자니, 역시 이 방법은 문제가 많다.
애초에 이 「황금 장방형」은 현세의 생명 전부가 가진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인간의 육체에 스케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기도 하니까.
젠장, 적어도 가능성을 갖고 싶었다.
이 명계에서, 뭐든지 좋으니까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 기다려봐.
있어.
이 명계에도 생명이 있었다.
게다가, 근거는 없지만 「황금 장방형」을 품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
이것이라면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그 아이를 10년 이상 봐왔으니까.
시험해 볼 가치는 있다.
아니, 반드시 할 수 있다.「황금의 회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자랑스러운 딸인 레이무를 보면서 시도한다면!
◆
「마스터 스파크!」
팔괘로에서 발사된 섬광이, 탄막을 삼킨다.
그러나, 사이교우지 아야카시가 뿜어내는 힘은 탄막놀이에서 쓰이는 폭탄 정도로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마리사가 발사한 포격의 섬광이 사라진 자리에는, 변함없는 속도로 날아오는 무수한 죽음의 광탄이 있었다.
「또냐구!?」
조금 전에도 경험한 자신의 약함에 욕설을 내뱉는다.
이것이 인간인 자신의 한계라는 건가.
인외의 힘에 비하면, 규칙을 따른 결투를 위해 갖춘 힘이나 기술 따위는 간단하게 굴복해버리고 마는, 이 가냘픈 지력이 자신의 전부인가.
일순간 회피를 잊고 다가오는 탄막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던 마리사를 구한 것은, 능력을 발동시킨 사쿠야였다.
눈 깜짝할 순간, 과정은 날아가고 결과만이 남는다.
마리사를 지키듯이 펼쳐진 나이프를 본뜬 탄막이, 시간정지의 해제와 동시에 일제히 발사되었다.
출력으로는 훨씬 더 우위를 점한 마스터 스파크로도 없앨 수 없었던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힘을, 복수의 탄막을 한 번에 박아 넣는 방법으로 하나하나 소멸시킨다.
「주의 부족이야, 마리사」
「미안해. 겨우 살았다구」
맞은 상대를 상처나 고통으로 끝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즉사시키는 두려울 정도의 탄막이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가까워져갈수록 밀도가 높아진다.
주의 산만하게 돌진했다가 위험에 빠질 뻔 했던 마리사를, 사쿠야가 상공으로 끌어올렸다.
「저건 맞으면 근성 같은 걸로 버틸 수 있을만한 게 아니야.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해.」
경고하듯이 말하며, 마리사의 눈앞에 손에 쥔 나이프를 들이댔다.
사쿠야의 자랑스러운 수집품 중 하나인 그 나이프의 날 부분이 끔찍한 모습으로 썩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스펠카드・룰을 무시하고 탄막을 베어버리는 것으로 접근 할 수 없을까 해서 시험해 본 결과가 이것이다.
그 광탄은 죽음의 힘을 품고 있다.
현세의 것을 침식해서, 죽여 버린다.
인간인 사쿠야와 마리사로서는 단 한발이라도 치명상이 될 정도로 위험하다.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저기에는 레이무가 있단 말이야.」
그러나, 그것은 지금 그 죽음의 탄막에 삼켜지기 직적인 레이무 또한 같다.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와 가장 가까운 장소에 있는 레이무는 이미 벽이 되어버린 빛의 파도에 둘러싸여 결계 덕분에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이다.
「어쨌든, 한순간 만이라도 좋으니까. 이 탄막을 지우고, 레이무를 움직일 수 있게 해 줘야 돼」
「무리하면, 네가 먼저 죽을지도 모르는데?」
「우리들 뿐이여봤자 궁지에 몰렸다는 사실은 변함없잖아. 그 요괴벚꽃을 봉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레이무가, 지금 제일 가까이 있다고」
감정적으로 외치면서도,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는 뜻이 있다는 것에 사쿠야는 감탄했다.
이런 점이, 키리사메 마리사라는 소녀의 비범한 면이다, 라고 생각한다.
단지 친구를 위해 감정을 우선시할 뿐이 아니라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냉정하게 노력할 줄 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할 생각이야? 스펠카드용 봄으로는 저 탄막을 지울 수 없어.」
「아까 네가 쓴 봄으로도 안 돼? 어떻게 한 거야?」
「파츄리님에게 받은, 이 서포트용 마구로 만든 마력의 나이프를, 시간 정지로 다중 전개해서 일제히 발사한 거야.
전개할 수 있는 나이프의 양, 위력 모두 저게 한계. 탄막 속으로 돌진할 수 있을 정도의 제압력은 낼 수 없어. 평범한 나이프는 말할 필요도 없고.」
「과연, 대충 예상대로라 안심했다구」
사쿠야의 설명에, 마리사는 오히려 미소를 띠으며 수긍했다.
「사쿠야, 네 능력은 아마 자신에게 닿은 것이라면 시간을 멈춘 세계 속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은데…… 어때?」
사쿠야는 무심코 눈을 치켜뜨며 마리사를 바라봤다.
「예를 들면, 나를 능력의 영향에서 비껴나가게 하는 것도 가능하지?」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갑자기, 자신이 가진 능력의 특성을 간파당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발동 자체를 보이지 않는 사쿠야의 능력은, 강력함과 동시에 파악을 할 수 없다는 점에 의해 은닉성 또한 우수하다.
시간을 멈춘다는 막연한 효과만이 인식될 뿐, 그 멈춰버린 세계를 체험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상, 지속 시간이나 범위 같은 구체적인 성능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 능력의 일면을, 마리사는 정확하게 분석한 것이다.
「……맞아. 내게 닿은 것은 임의로 시간 정지를 해제할 수 있어.」
사쿠야는 간신히 평정을 가장하며, 마리사의 질문에 긍정했다.
만약, 질문한 자가 마리사가 아닌 낯선 타인이었다면, 경계치를 최대로 올리거나 입막음을 위해 행동했을지도 모른다.
이 능력은 사쿠야의 생명줄이다.
전투원인 사쿠야에 있어서, 자신의 능력을 폭로당하는 것은 강한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그런 사쿠야의 내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리사는 만족한 듯이 미소를 띄웠다.
「됐어! 좋다구, 이제 일발 역전의 전략을 펼칠 수 있어.」
「근데, 어떻게 내 능력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거야? 네게 보여줬던 건, 전에 했던 탄막놀이에서 몇 번 정도였을 텐데?」
「그야 네 스펠카드를 공략하려고 무지 연구해서 그렇지」
마리사는 어이없다는 듯이 단언했다.
확실히 실전 속에야 말로 많은 힌트가 있다.
정지된 세계의 안에서 사쿠야 만이 움직일 수 있다면, 입고 있는 옷이나 던지고 있는 나이프는 어떤가?
표적이 멈춰 있따면, 왜 그대로 공격하지 않는 걸까?
그러한 요소를, 마리사는 놓치지 않고 기억해, 매일 같이 연구, 분석해온 결과 진실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너무나도 단순하고, 그리고 명확한 대답이었다.
사쿠야는 그 날, 탄막놀이에서 상처를 입었으면서도, 적인 파츄리에게 강의를 받으며 필사적으로 뭔가를 적고 있던 마리사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모습이야말로 마리사의 일상일 것이다.
사쿠야가 품고 있던 얼마 안 되는 경계심이 사라지지고 자연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왜 웃는 거야?」
「아니……그저 네게 존경심이 들어서 말이야.」
「무, 뭐라는 거야 갑자기?」
갑작스레 튀어나온 칭찬에 마리사는 뺨을 붉혔다.
그러나, 궁지에 몰려있는 현재 상황을 곧바로 떠올리고는,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사쿠야에게 다시 시선을 향했다.
「좋아. 그럼 내 작전을 가르쳐줄게. 사쿠야의 협력이 필요한 작전이야. 그러니까──」
「알겠어, 도와줄게.」
끝까지 물을 필요도 없었다.
사쿠야는 당연하다는 듯이 마리사의 제안을 수락했다.
사쿠야는 지금 이 순간 키리사메 마리사가 자신과 대등한 존재라고 인정했던 것이었다.
◆
그리고, 사태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결계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계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 레이무는, 이쪽을 향해 고속으로 다가오는 기척을 감지했다.
대국적(大局的)인 지금의 곤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큰 흐름이 변할 수 있는 기척이다.
이미 신의 영역까지 달한 감에 의한 것이었다.
레이무는 자신의 감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레이무!」
이쪽으로 날아드는 친구의 목소리를 알아채자, 기묘한 안도감이 느껴지며 자연스레 쓴웃음이 지어졌다.
「간다구-!!」
마리사가 한 외침의 의미를 레이무는 곧바로 이해했다.
잠시 후 올 순간에 대비한 결계를 해제할 준비와 그 직후 이 장소에서 움직이기 위해 자세를 가다듬는다.
그리고, 마리사의 목소리가 들린 뒤 몇 초 후. 상황을 말 그대로 타파하기 위한 일격이 쏘아졌다.
아니, 일격이 아니었다.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발해진 두 발 째의 마스터 스파크가, 십자포화가 되어 레이무의 눈앞까지 다가온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탄막을 단번에 삼켜버린 것이다.
그 교차점에서 폭발적으로 위력이 향상된 포격은, 죽음의 탄막을 완전하게 지워버렸다.
이것이 마리사의 전략이었다.
사쿠야의 시간 정지에 의한 일제 공격을, 자신의 마스터 스파크로 재현한 것이다.
한발을 공격한 직후에 시간을 멈추고 다른 방향에서 두발 째를 발사한 뒤, 시간을 움직인다.
그것이 봄 두발의 동시 사용을 가능케 하고 있다.
또, 거기에 더해 사쿠야도 되는 대로 탄막을 쏘아대고 있다.
시야를 메울 정도의 물량을 자랑하던 탄막이 한순간이나마 완전하게 사라져 레이무의 눈앞에 길이 열렸다.
그 순간이 찾아오는 것을, 반쯤 확신하고 있던 레이무는 이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번에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본체까지 접근해, 음양옥을 중심으로 남아있는 모든 부적을 전개, 봉인결계를 생성한다.
다시 힘을 발휘할 틈 따위 주지 않는다.
그 힘의 발생원 째로 봉인한다.
처음부터 있던 봉인에 겹치게끔 만들어진 레이무의 결계가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구속하기 시작하자, 그에 저항하는 힘이 서로 맞부딪쳐 불똥을 튀긴다.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다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나, 지금은 레이무가 공격하는 측이다.
이대로 밀고 나간다면 레이무의 승리였다.
「……칫, 한걸음 부족해.」
그 때 레이무는 처음으로 욕을 내뱉었다.
자신의 힘도 포함해, 가지고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한 공세, 그러나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는 계속 발버둥 친다.
레이무는 냉정했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이상, 힘으로 밀어붙일 수만은 없다.
이대로 대항이 계속 되면, 단 한 명의 인간과 오랜 세월 봉인되어 온 요괴벚꽃의 무한할 정도의 힘 중 어느 쪽이 이길지는 눈에 선하다.
뭔가, 부족한 한걸음을 채우기 위한 것이 필요하다.
이 상황을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한층 더 강한 힘이──.
「레이무!」
고비의 순간, 한 번 더 그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받아라아아!!」
그 순간 시선을 돌린다.
지상으로 향하던 탄막이 사라진 순간, 그곳에 있던 선대 무녀도 또한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 자리에서 레이무를 제외하고 음양옥을 다룰 자격이 있는, 선대 하쿠레이의 무녀다.
펼쳐져있던 결계를 해제하고, 남겨진 영력을 모두 음양옥에 쏟아 붇는다.
그리고, 그것에 「황금의 회전」을 더한다.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하쿠레이 레이무라는 생명 속에 숨겨진「황금 장방형」의 스케일을 찾아내, 그 속에 그려진 무한한 소용돌이의 궤도를 따라 정확하게 음양옥을 회전시킨다.
그러한 지식이 없는 레이무에게 있어서, 그 현상은 인지를 뛰어넘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음양옥의 회전에 맞춰, 담겨진 영력이 점점 더 증폭해가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것을 중심으로 태풍이라도 생길 것만 같은 힘의 흐름이 날뛴다.
그야말로 무한이라고도 생각되는 힘의 덩어리가 된 음양옥을 레이무를 향해서 발로 차 날렸다.
정확하게는 레이무의 눈앞에서 맞부딪치는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와 레이무의 힘의 교차점을 향해, 무한한 힘을 품은 음양옥이 뛰어들었다.
대항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회전하는 음양옥은, 자신에게 담겨진 힘과 서로 겨루던 두 힘 모두를 휩쓸어, 그것들을 나선 모양으로 엮어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중심을 향해 단번에 박혔다.
레이무의 지식이나 뛰어난 감으로도,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판단만은 늦추지 않았다.
회전하는 음양옥과 자신이 가진 음양옥. 그 두 개를 병렬로 늘어놓고, 그것을 기점으로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봉인한다.
이미 저항은 무의미하다.
「이제 그만 지라고, 죽음의 벚꽃!」
힘찬 기합과 함께, 레이무가 펼친 봉인결계가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완전하게 봉인했다.
──지금 이 순간, 환상향의 「봄」을 빼앗은 명계의 이변이 끝났다.
◇
벚꽃의 꽃잎이, 전보다 한층 더 많이 춤추며 져가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눈앞의 요괴벚꽃에게서 핀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이 환상적인 광경만은 솔직하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미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에게서 죽음의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즉, 레이무가 풀려버린 이 나무의 봉인을 다시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꽃은 아직 상당량이 나무에 피어 있지만, 이것들도 얼마 안가 완전히 질 것이다.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는 다시 피지 않는 벚꽃나무로 돌아왔으며, 지상에는 늦어진 봄이 찾아왔다.
이것으로 이변 해결, 이라는 것이다.
조금 전의 격전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조용해졌을 때, 나는 맥이 빠져버려 멍하니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올려보고 있었다.
「──어머니」
그런 내 곁으로 레이무가 천천히 내려온다.
옷이 군데군데 넝마가 되어 버렸지만, 외상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것을 확인하니 무심코 마음이 놓여 버리는 나는, 과보호성향이 강한 부모일지도 모르겠는걸.
레이무를 한 사람 몫의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인정하고 지위를 양보하고 관계되지 않기로 결심했었는데, 이 꼴이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나는 레이무의 엄마인걸.
「훌륭한 솜씨였다」
「에……」
생각해보니 레이무가 이변을 해결하기 위해 싸우는 걸 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의 홍무이변 때는 흐지부지 해결됐고.
예상 이상의 싸움이나 예상외의 트러블. 그런 문제가 연달아 일어나는 중에서도 레이무는 훌륭하게 이번 이변을 해결한 것이다.
나는 그것이 매우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가슴을 피고 말할 수 있다.
이 아이가 내 자랑스러운 딸이라고.
「훌륭해 졌구나, 레이무」
여러 말이 머리에서 떠올랐지만, 그 생각들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서, 결국 나는 제대로 전해지길 빌며 수많은 감정을 담아 한마디 칭찬을 했다.
그리고, 그 후에는 그저 미소 지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걸로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조금이라도 전해졌을까?
레이무는 왠지 멍하게 내 말을 듣고는, 가만히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응, 뭐랄까 회화가 이어지지 않는구나.
좀 침착하게 생각해보니 안건데, 지금 이 상황은 레이무에게는 의문투성이일 것이다.
아마, 레이무는 지상에서 내가 죽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을 테지만, 그 죽은 사람이 망령이 되서 이런 곳에 있는 이유 따위는 알수 업겠지.
안심해다오 레이무.
나도 전혀 모른 단다!
그러니까, 물어봐도 딱히 대답할 방법이 없지만, 아니 그 전에 이 어째서 이렇게 침묵이 이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왜 그러는걸까? 혹시, 걱정하고 있었는데 멀쩡하게 망령하고 있어서 기가 막히기라도 한 걸까?
눈을 뜨고 나서부터 레이무와 만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태가 끝난 다음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생각해두지 않았었다.
으─음, 어떻게 할까?
어느새 유유코도 없어져 버렸고, 이제 나 돌아가도 돼?
아니, 물론 레이무와 함께 지상에 있는 우리 집으로 말이지.
돌아가는 걸로 해결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어쨌든 어수선한 상황+혼란 덕분에 지쳐버렸으니, 한숨 쉬고 싶다.
그렇지 안으면, 적어도 누군가 사정을 아는 녀석이 여기와서 설명좀 해 줘── 라는 나의 절실한 소망이 이루어진 것일까.
서로 바라보고만 있던 나와 레이무의 옆에, 갑작스레 틈새가 생겨났다.
「이번 이변 해결, 매우 훌륭했어. 하쿠레이의 무녀」
나타난 것은 유카리와 잠에 빠진 유유코를 업은 란이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인물의 등장에 나는 시선을 옮겼지만, 그 유카리가 마치 나를 피하듯이 레이무 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이거, 상처받습니다만…….
역시, 내가 뭔가 유카리가 화날만한 일이라도 해버린 건가?
속으로 안색이 새파랗게 변해버린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유카리와 레이무는 변함없이 혐오감을 드러내며 반쯤 노려보듯이 마주하고 있다.
「……다음은, 네 차례야」
「그래, 알고 있어」
「원래대로 되돌려도 상관없다, 라고 알아들어도 돼?」
「그 말대로야. 빨리 선대를 지상으로 데리고 돌아가렴.」
어쩐지 서로 말이 통하는 두 명.
어롸─? 혹시 사정을 모르는 건 나뿐이야?
「유카리……」
「역시, 기억이 남아 있었구나. 정말이지, 너는 나로서도 예측 불가능이네」
무심코 이름을 중얼거린 내게 유카리는 어째선지 쓴웃음으로 답했다.
그러나, 그 미소가 조금 슬퍼 보인 것은 내 기분 탓일까?
여러 가지 듣고 싶은 것들이 있었지만, 지금의 유카리는 왠지 약하게 느껴져서, 말을 걸기가 무안하다.
뭐랄까 무슨 말을 해도 유카리를 꾸짖는 것처럼 되버릴 것 같아서, 나는 입을 다물고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미안해. 모두, 원래대로 되돌릴게.
다음에, 다시 네 집에 방문할게. 그 때에 대가를 치를 테니까.」
유카리는 할 말이 없다는 듯이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것은 즉, 유카리가 내게 손을 댄 것은 제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는 걸까.
역시 나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우선 무엇보다 「대가」라는 단어가 불안하게 들렸다.
적어도, 지금의 내게는 유카리에게 대가 같은 걸 치르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전에, 그 말에 반응해서 등 뒤의 란이 무서운 눈으로 저를 노려보고 있으니까 오히려 이쪽이 무섭다구요.
「그렇지만, 지금은 안 돼…… 정말로 미안해. 너를 뵐 낮이 없네.」
그렇게 말하고는, 마지막으로 깊게 고개를 숙이더니, 유카리는 나의 시선을 뿌리치듯이 등을 돌려 걸어갔다.
유유코를 업은 란이 그 뒤를 따른다.
방향을 보니 우리들과 함께 지상으로 돌아가지 않고 백옥루에 머물 생각인 것 같다.
나는, 그녀들을 쫓아갈 수 없었다.
유카리가 그것을 바라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 떠날 때에 살기를 품고 노려본 란이 무지 무서웠으니까.
옛날부터 희미하게 느끼던 거지만, 나는 란에게 미움 받고 있구나.
결국, 나는 유카리에게 단 한마디도 대답하지 못한 채 남겨져 버렸다.
으─응, 그렇지만 일단 레이무에게 지상으로 데리고 돌아가라고 말하기도 했으니까 이대로 돌아가도 된다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돌아가자, 어머니」
내 의문에 대답하듯이, 레이무가 말했다.
「진료소로 돌아가면, 어머니는 되살아날 수 있어.」
「……무슨 말이니?」
「어머니가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세한 사정은 그 틈새 요괴가 다음에 다시 이야기해줄 거라고 생각해.
어쨌든, 지금 어머니는 망령이지만 아직 죽지 않았어. 생전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거야. 그렇게 들었으니까.」
레이무의 간단명료한 설명을 듣고, 나는 맥이 빠지면서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뭐, 이게 거짓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까.
고민하고 있었던 사태가 나도 모르는 사이 시원하게 해결되어버려서 허탕 쳤다는 느낌도 있지만, 뭣보다 바라던 현세로의 복귀가 가능하게 되었으니, 일단 솔직하게 기뻐해야 하려나.
덕분에 레이무를 혼자 두고 죽어버리는 거 아닐까하는 걱정도 사라졌다.
레이무가 말하는 사정을, 이 다음에 유카리에게서 들을 필요는 있겠지만 우선 나는 끄덕이며, 속마음을 나타내는 미소를 지었다.
「알았다. 그럼, 이만 돌아갈까. 레이무」
「응……」
그렇게 재촉하고 나는 걸으려고 했다.
그러나, 중요한 레이무가 따라오지 않는다.
왜 그런가 싶어서 뒤돌아보니, 레이무는 뭔가 고뇌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발 밑을 보고 있었다.
「레이무, 왜 그러니?」
내 물음에도 레이무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아랫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몇 번 도리질 치더니, 이윽고 답이 나온듯 얼굴을 올린다.
나를 바라보는 그 눈동자에는, 어째선지 비장한 결의가 엿보이고 있었다.
「……저기, 어머니. 나, 지금부터 어머니를 화나게 할 거야」
갑작스레, 그렇게 말한 레이무에게 나는 크게 동요했다.
「그러니까, 제대로 내게 화내줘」
화나게 한다, 라.
이건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법으로서는 딱히 좋은 말이 아니다.
혹시, 나는 지금부터 딸에게 매도당하는 건가? 라고 조금 피해망상이 섞인 예상이 머리를 스쳐지나가자, 당황해서 그 생각을 뿌리친다.
아니아니, 다르다고.
아마, 레이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다……아마도 아닐 거다.
식은땀이 솟아오르기 시작하고, 속으로는 두근거리면서, 이어질 말을 기다린다.
「──나는, 어머니보다 먼저 죽고 싶어」
예상외의 말에, 내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어머니는, 내가 어른이 되면 파문을 멈춘다고 했지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사용해줬으면 해.
내가 어머니가 죽는 걸 보는 건 싫어. 너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 숨을 쉬지 않는 어머니를 봤을 땐, 몸속이 얼어버린 것 같이 차가워졌어.」
피를 토해내듯이 말하는 레이무의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레이무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
그러나, 지금의 내게는 그걸 걱정할만한 여유가 없다.
그저, 지금까지 한번도 듣지 못했던 레이무의 심경고백이 너무나 충격적이라,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사라지고 혼자서 살아가다니……괴로워. 생각할 수 없어.
왠지 나를 지탱하고 있는게 끊어져서, 멀리 날아가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분명 지금까지의 내가 아니게 될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되기 전에 나는 죽고 싶어. 뜻하지 않은 사고라도 요괴 퇴치 중 실패해서라도, 뭐든지 괜찮아. 뭣하면, 어머니에게 살해당해도──!」
찰싹, 하고 높은 소리가, 정적 속에서 크게 울려 퍼졌다.
어느새 레이무는 말하는 것을 멈추고 얼굴을 돌리고 있다.
아니, 다르다.
내가 멈추게 한 것이다.
레이무의 뺨을 쳐서, 그 이상 말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 때 나는,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도 레이무에게 향하는 강한 분노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말았다.
「아……」
다시 정신을 차린 나는, 그저 멍한 목소리 밖에 낼 수 없었다.
손바닥에는, 레이무를 때린 감촉이 확실하게 남아 있다.
그것이 뺨이 붉게 부어버린 레이무의 얼굴에서 눈을 떼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
…무슨…짓, 을.
나는……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미안하……」
솟구치는 후회와 죄악감 때문에 충동적으로 사과하려고한 순간, 그 말을 삼켰다.
이 바보 녀석, 사과해서 어쩔 생각이냐……!?
나는 어째서 레이무를 때린 거냐.
단순히 감정에 휩쓸려서 그런 게 아니다, 전하고 싶은 뜻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아이를 바로잡기 위해 혼낸 걸 사과하는 부모가 어디에 있다는 거냐?
이 아이를 생각해서 화냈다면, 설령 후회에 찌부러진다 해도 끝까지 해라.
하지 못하면, 나는 레이무의 부모로서 실격이다. 이 후, 자칭할 자격 따위는 없다.
나는 자기 자신을 질책하며,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두 번 다시, 절대로……두 번 다시, 그런 바보 같은 말은 하지 마라!」
잘 말하기는커녕, 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려웠다. 목이 죄어들고, 막힘없이 말이 내뱉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서, 나는 레이무를 엄하게 혼냈다.
생각해보니, 그건 나와 레이무에게 있어 첫 경험이었다.
이 아이가 나를 화나게 한 것도, 이 아이를 혼내는 것도.
──이 아이를, 때린 것도.
「…………미안해요」
레이무는 고개를 숙인 채, 힘없이 대답했지만, 곧바로 얼굴을 들어올려 곧게 내 눈동자를 바라봤다.
그 얼굴은, 후회와 고뇌로 가득했다.
그리고 분명, 나도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들이 서로 바라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서로 괴로워하며 혼내고, 혼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보면, 기묘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내게 있어 주변 사람 따위 아무래도 좋다.
단지, 눈앞에 있는 레이무의 존재만이 마음을 차지하고 있었다.
「미안해요, 어머니……」
흘러넘치는 눈물을 견디느라 맹맹한 목소리로── 그럼에도 레이무는 다시 네 얼굴을 바라보며 사과했다.
레이무는 반드시, 조금 전 자신이 한 말 모두를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옛날부터 총명한 아이였다.
내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이해하던 아이다.
그렇지만, 방금 레이무가 말한 것이, 거짓말이나 감정에 휩쓸려서 그런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반드시, 그것 또한 레이무의 본심임이 틀림없다.
나를── 어머니를 잃는 공포를, 이 아이도 보통 아이처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반항할 수 없는 충동에 자극받은 나는 레이무를 강하게 껴안고 있었다.
이 행위에, 대단한 의미나 고귀함 따위는 존재하지 않겠지.
왜냐하면, 나는 레이무의 기분을 아플 정도로 이해하면서도, 그에 응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레이무의 공포나 슬픔을 지워 주고 싶다.
이 아이가 바라지 않는 건,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하지만, 역시 나는 어머니니까.
이 아이를 위해, 언젠가 죽어야 할 인간이니까──.
「어머니의 마음, 제대로 알고 있어……」
「그래. 나도, 네 마음은 알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네. 알고 있는데, 잘못된 걸 바래버린다니」
「잘못되지 않았다. 나도,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주고 싶으니까.」
「안 돼, 어머니」
「그래, 그렇구나. 안 된다.」
나도, 레이무도, 뭐라 말할 수 없었다.
단지, 이렇게 마음도 몸도 하나가 되기를 바라듯이 강하게 얼싸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야 말로 이룰 수 없는 바람이겠지만.
「장래 같은 건, 이제까지 생각한 적도 없고……지금도 상상할 수 없어.
언젠가 누군가와 결혼해서, 아이를 만들지도 모른다니,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아.」
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레이무는 독백하듯이 말한다.
「그렇지만, 나…… 언젠가, 어머니 같은 부모가 되고 싶어.」
──그래. 분명 될 수 있을 거야. 나보다도, 훨씬 좋은 어머니가 말이지.
그리고 그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나도 레이무도 뭐라 말하지 못하고, 그저 시간과 마음이 허락하는 한 얼싸안고 있었다.
벚꽃의 꽃잎이 주위에서 떠돌며 서글프게 져간다.
그것은 생명의 마지막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나는 그에 붙잡힐 생각은 없다.
나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다.
머지않아 이별의 때는 오겠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아직 이 아이와 함께 살기 위한 시간이 남아 있다.
안겨있는 레이무의 존재를 두 팔로 느끼며, 나는 망령이 되고 처음으로 마음속깊이 소생하는 것을 바랬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자신의 죽음을 포기한 채 받아들이고 있었을 때와는 다르다.
──레이무를, 빨리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 껴안아 주고 싶다.
단지, 그런 바람만이 있었다.
◆
아름다운 광경이네, 라고 사쿠야는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속 어딘가에서 저 모녀를 솔직하게 축복할 수 없는 기분이 드는 건, 아마 얼마 안 되는 「질투」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신으로선, 저 광경을 만들어 내는 건 불가능하니까.
「내버려두면, 저대로 계속 얼싸안고 있을 것 같네. 슬슬 멈추게 해야 하려나」
「멋없는 짓은 그만두라구.」
레이무와 선대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중얼거린 사쿠야에게, 배후의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아 있던 마리사가 말했다.
저 나무는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와는 다른, 백옥루의 광대한 뜰에 심어진 평범한 벚꽃이다.
사쿠야는 아직도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마리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제 좀 괜찮아?」
「의식은 제대로 돌아왔어. 그렇지만, 왠지 몸이 나른한걸……」
「터무니없는 짓을 해서 그런 거야.」
마리사가 피로한 원인은 단순한 마력 고갈 탓이다.
팔괘로는 그 자체에 힘이 있는 것이 아니고, 마리사의 마력을 연소시켜 화력을 발휘하는 마도구다.
레이무를 원호할 때 최대 출력의 마스터 스파크를 연발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마력량의 한계를 넘어 소모한 탓이었다.
몽롱해지는 의식 속에서, 마리사는 모든 것을 맡긴 레이무가 훌륭하게 이변을 해결하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큰 만족감과 함께, 아주 조금이지만 불만도 남았다.
이번 이변의 자신은 왠지 여러 의미로 조역취급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거야? 네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마리사의 활약을 아는 증인으로서 사쿠야는 걱정하고 있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말에, 고마운 마음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끼며, 마리사는 옆에 놓여져 있던 모자를 다시 썼다.
「괜찮아. 다음에 신사에 갔을 때, 잔뜩 생색내줄 테니까」
「……마리사는 기특하네」
「뭣!? 뭐야, 아까 전부터 이상하다구!」
「소리 지르면 안 돼. 현기증이 날지도 몰라.」
「그럼, 부끄러운 말을 하지 말라고 바보!」
뺨을 붉히며, 도망치듯이 사쿠야에게서 얼굴을 돌린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시야에 레이무와 선대 무녀의 모습이 보였다.
어머니와 딸.
저 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매우 안타까운 기분이 들고 만다.
아무리 바래도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것을 보고 있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
사쿠야에게 시선을 돌릴 수도 없던 마리사는 모자의 챙으로 눈을 가리듯 깊게 눌러썼다.
그 광경은, 자신에게는 조금 많이 눈부시다.
「……레이무는 말이지」
옆에서 듣는 사람은 사쿠야 밖에 없다.
그것을 알면서, 마치 혼잣말을 하듯이, 마리사는 말했다.
「물건이라든가 인간관계라든가, 어쨌든 다양하게 집착이 없는 성격이야.
생각해보라구? 저런 구석지에 있는데다가 인기 없는 신사에 혼자서 살고 있어. 그다지 취미도 없고, 멋내서 꾸민 적도 없지.
그저 만족할 줄 알 뿐이야, 라고 말했던가. 그렇다곤 해도, 너무 욕심이 없다구. 가끔 농담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투로, 새전을 내놓으라고 할 뿐이야.
몸 하나만 달랑 가지고 순수하게 사는 녀석이라 선인이나 요괴인 줄 알았다고」
얼버무리듯이 이야기하다가, 목소리에 점점 선망이 담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저 녀석은 정말로 중요한 걸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어.」
그 한마디에, 마리사의 속마음이 모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있는 레이무가, 부러웠던 것이다.
단지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쿠야는, 마리사가 품은 레이무를 향한 선망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었다.
사쿠야는 마리사가 친가에서 의절당했다는 것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일은 알고 있다. 사쿠야는 부모님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같은 고독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그럼에도 지금은 동료를 가진 자로서 사쿠야는 마리사에게 친근감을 느꼈다.
「……그렇구나」
동의한다는 어조의 대답을 하며,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너 같은 친구도 가지고 있으니까.」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마리사에게 시선을 보내자니, 더 깊게 모자를 눌러 쓰고 시선을 피하는 움직임이 비쳤다.
명백하게 안 보이는 척, 들리지 않는 척을 하고 있었지만, 사쿠야에게는 마리사가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좀 더 놀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면서도, 그것을 뿌리치며 시선을 돌린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멈출 수 없었지만.
「치사한 아이네. 레이무는」
「……아, 정말이지 치사한 녀석이야.」
레이무를 멀리서 바라보는 사쿠야와 마리사.
세 명의 사이에 있던 벽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사쿠야는 처음으로 레이무의 이름을 불렀으며, 그것이 생각 외로 간단하게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기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우리들은, 먼저 돌아갈까.」
마리사의 곁으로 다가가, 손을 내민다.
「……그래. 기분이 내키면, 저 둘도 돌아오겠지」
못된 장난꾸러기 같이 웃으며, 마리사는 그 손을 맞잡아주었다.
사쿠야의 힘을 빌려 일어선 마리사가 그대로 함께 날아오른다.
이변이 종결된 백옥루와 다시 봉인된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뒤로 하며, 마리사와 사쿠야는 조용하게 떠났다.
「저기, 마리사. 가는 길에 홍마관에 들렸다 가지 않을래?」
「뭐야, 대접이라도 해줄 거야?」
「그것도 있지만. 몸이 차가워졌잖아, 따뜻한 홍차와 과자라도 들고 가는게 어때?」
「오, 좋아. 그럼 신세지겠다구. 하는 김에, 파츄리에게 책도 빌리고 싶고」
「그리고 욕실과 갈아입을 옷도 빌려 줄게.」
「……아─, 으─, 저기……」
「물론, 몰래 말이지」
「고, 고맙다구……」
「둘 만의 비밀이라는 거네. 후후, 멋져.」
「멋지다고?」
「그래, 이런 여자아이끼리 비밀을 공유하는 건 처음이니까. 동경해왔는 걸?」
「아니, 상황이 이상하잖냐.」
마리사의 신묘한 한마디에, 사쿠야는 무심코 큰 소리로 폭소하고 말았다.
◆
백옥루에는 이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본래, 명계에 있어서는 안 되는 자들이 모두 떠난 후, 유유코는 눈을 떴다.
하쿠레이의 무녀와의 탄막놀이에서 지고, 사이교우지 아야카시가 빛을 뿜어낸 다음부터 기억이 없다.
자신의 목적은 달성된 건가 하는 의문이 솟아올랐지만, 마당을 보고 모든 것을 깨달았다.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에게서 느껴지던 맥동은 이미 완전하게 정지하고, 잔재 같은 벚꽃의 꽃잎이 춤추며 지고 있었다.
이변은 해결된 것이다.
「어쩐지, 지쳐버렸네」
이번 이변을 일으킬 땐, 반쯤 놀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렇다곤 해도 모든 노력이 헛수고로 끝나버린 결과에는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 많은 사건에 몇번이고 마음이 흔들렸다.
특히, 그 두 무녀──.
망령인 자신에게는, 그야말로 섬광처럼 눈부신 인간들이었다.
그녀들이 남긴 영향은 컸다.
이미 반 이상의 꽃이 져버린 사이교우지 아야카시를 멍하니 보고 있던 유유코는, 뜰의 한쪽 구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부터 계속, 끊이지 않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요우무가 수련하는 소리였다.
조금도 쉬지 않고, 옥구슬 같은 땀을 흘리며 무서운 표정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하쿠레이의 무녀와의 싸움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깨달았을까.
요우무가 단련하는 풍경은, 이 백옥루에서는 일상적인 것이지만, 평상시와 다른 것이 있었다.
그저 강해지기 위한 의지를 품은 얼굴이 아니다.
무언가에 쫒겨 도망치기 위해 몰두하는 굳은 얼굴이다.
유유코가 아는 한, 적어도 지금의 요우무는 자신의 검에게서 도망치고 있다.
그 손에 잡힌 것이 평소 차고 다니는 두 칼이 아니라 단순한 목검이라는 점이 그것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혼자서 극복하는 건 힘드려나……」
너무나도 우직하고 서투른 요우무의 모습을 응시하며 유유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우직한 것 또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우무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기뻐하는 한편,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움도 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응석을 받아주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괴로워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저기, 유카리. 명계 입구의 결계 말인데, 당분간 그대로 놔둬 주지 않을래? 지상에 몇 번 정도 볼 일이 생길 것 같으니까」
개인적인 흥미가 이유지만, 한 번 더 그 무녀들과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한 유유코는 같이 툇마루에 앉아있던 친구에게 부탁했다.
대답은 없다.
유카리 역시 유유코처럼 멍하니 춤추며 져가는 벛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광경에 슬픔을 느낀 유유코와 달리, 유카리의 시야에는 현실의 광경 같은 것은 비치지 않았다.
「마음이 딴 데로 가버렸네.」
「들리고 있어. 결계 이야기지.」
「그거 들리고 있을 뿐이잖아. 귀에 들린 말을 머리로 처리하고 입으로 말하고 있을 뿐.」
「……대화하는 방법으로서 뭔가 잘못된 점이라도 있는 걸까?」
「일이 끝나면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한 건 너잖아?」
유유코는 말투로 드러나는 미묘한 차이를 강조하며, 유카리를 지적했다.
「친구니까, 그렇게 부담 같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그렇구나. 미안해.」
유카리는 솔직하게 사과하며, 간신히 얼버무리는 것을 멈췄다.
허약하게 보이는 옆얼굴을 바라보며 유유코는 만족하고 끄덕였다.
이제 와서 속이지 않아도 괜찮다.
속사정을 전혀 이야기해 주지 않은데다가, 납득하지도 못했지만, 유카리가 매우 침체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하게 알수 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돕고 싶다는 솔직한 감정만이 있었다.
「유카리?」
그녀가 이쪽을 볼 때까지, 유유코는 굳게 참으며 기다렸다.
「네가 제일 신경 쓰고 있는 걸, 이야기해주지 않을래?」
유카리는 그 말에 부끄럽다는 듯이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잠시 후, 뜻을 결정한 듯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녀를 망령으로 만든 건 육체가 치료될 때 까지라고 말했어.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유카리는 그저, 자신의 속마음을 내뱉듯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녀라는 건 아마 선대 무녀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치료라는 부분은 설명 부족이라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유유코는 말을 끊지 않았다.
친구가 바라는 대로, 그저 듣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마 달라. 나는 치료 같은 건 사실 아무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그녀의 다리가 나은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10년, 20년이 지나면 또 걸을 수 없게 될 거야. 그 때, 나는 그녀에게 어떤 「치료」를 해줘야 할까?」
유카리는, 매우 지친 듯이 한숨을 내뱉었다.
「유유코처럼, 인간을 그만두고, 요괴인 내 옆에 계속 있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지도 몰라.」
「……무리야.」
「그래, 무리야. 알고 있어. 알고 있었을, 텐데.
전부 레이무의 말 대로야. 그녀가 살아가는 모습에 매료당해서. 대등해지고 싶다고 생각 했어. 그저 위로받는 상대로서 곁에 둔다는 바보 같은 일을 생각한 게 아냐.」
마지막 말을 내뱉을 때는, 마치 고함치는 것 같았다.
무엇에 대한 분노인지, 유카리 자신도 몰랐다.
이해도, 제어도 불가능한 감정의 파도가 밀려왔다. 아마 평범하게 요괴로서 살았다면, 평생 느낄 수 없을 터인 감정의 파도가.
「인간과 요괴가 공존하는 이 환상향<세계>이 잔혹하다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을 텐데……」
유카리는 자조하는 미소를 지었다.
인간과 요괴가, 뭔가의 실수로 마음이 통했던 이야기.
그 결말은, 항상 비극으로 끝맺어졌다.
뭔가의 실수로 일어난 사건은, 역시 잘못된 것이었다.
요괴를 사랑한 인간. 그 반대. 인간의 아이를 주워, 정을 준 요괴. 부모가 요괴라는 것을 안 인간── 그 시작에 차이는 있어도, 결국「이별」로 끝나버린 많은 사건을, 유카리는 몇 번이고 봐왔다.
때때로 끼어들어서, 그들이나 그녀들을 타이른 적도 있다.
그 모든 것이, 이제는 경솔한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바라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스스로 현실과 대면했던 적은 없었다.
인간이 죽는다는 당연한 현실을, 야쿠모 유카리는 처음으로 두렵다고 느낀 것이다.
「……미안해. 이미 대답은 나와 있어. 단지, 내가 납득하는 걸로 끝날 이야기야. 이제 와서 유유코에게 말해도 방법이 없는 걸.」
「그렇구나. 내게는 이야기의 사정도 잘 모르겠고, 적당하게 해줄 말도 떠오르지 않아. 하지만──」
유유코는 손을 뻗어, 유카리의 손을 잡았다.
「방법이 없다면, 납득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딱히 참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
서로 맞잡은 손을 가만히 응시하던 유카리는, 이윽고 눈 안쪽에서 느껴지는 열기의 정체를 이해했다.
「그렇네」
무의식중에 견디고 있었던 것의 정체를 간신히 알수 있었다.
안 순간에는, 이미 어쩔 수 없어져 버렸다.
유유코에게서 얼굴을 돌리며, 반대로 손에는 힘을 줘서 유유코의 손을 마주 잡는다.
「유유코. 나, 조금 울게.」
그리고, 유카리는 인간이 일생에 한 번은 흘려야만 하는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