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 「문화선대록」
【샤메이마루 아야의 재회】
약 한 달 전만해도 사람의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던 하쿠레이 신사, 그런 신사엔 지금 한 무녀가 거주하고 있었다.
사망한 선대무녀의 뒤를 이어 이 신사에 살게 된 당대의 무녀다.
무녀는 경내의 청소를 하고 있었다.
빗자루로 돌계단 위를 쓸어내리는 모습이 심히 어설퍼 보인다.
쓸어내린 곳엔 먼지가 그대로 남아있다. 모으는 방법도 그렇게 효율적이진 않다.
그런 어설픈 청소를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며, 아야는 쓰게 웃었다.
익숙해지지 못한 것도 당연하다. 저 아이는 제대로 된 부모 밑에서 자란 것도 아니니, 청소는커녕 가사를 배울 기회는 없었고, 그런 것들을 배우기 전에 살기 위한 노력과 결사적인 단련뿐인 나날을 살아왔으니 말이다.
이제와 평범한 생활을 영유하게 되었다 한들, 그렇게 빨리 익숙해지진 못할 것이다.
왜냐면 저 아이는 요괴의 밑에서──.
「──쓸데없는 생각을 했네요」
재미없는 옛날의 기억이 떠오르기 직전, 아야는 가볍게 도리질을 하며 잡념을 털어냈다.
지금 와서 과거를 되새기기 위해 새로운 하쿠레이의 무녀를──일찍이 요괴의 산에서 야쿠모 유카리가 데리고 사라진 아이의 모습을 보러 온 것은 아니다.
아야는 양손에 상자처럼 생긴 물건을 들고 있었다.
캇파에게 만들게 한 「사진기」였다.
바깥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카메라라는 물건의 존재는 훨씬 옛날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것과 같은 기능을 가진 물건이 완성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아야는 그 사진기를 제일 먼저 입수하여 처음으로 사용해보기 위해 온 것이었다.
이 사진기를 입수하기 전에 새로운 하쿠레이의 무녀가 취임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다.
사진기를 이용한 최초의 신문 기사로 하기에 나름 적당하다.
「지금껏 쌓아올린 위대한 포석의 제1탄, 이라는 거군요」
지금까지 텐구 사회에 있어 하쿠레이의 무녀에 대한 취급은 가벼웠다.
해봤자 인간 사회의 움직임을 알기 위한 대리인 정도의 주목은 받고 있지만, 무녀 개인에 대한 정보나 그 활동 내역 같은 것엔 대부분의 텐구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 결과, 하쿠레이의 무녀 개인에 대한 기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자신은 그런 신문계의 선구자가 된다──.
아야는 자신의 행동이 위대한 한 걸음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당신에게 들인 수년간의 노력…… 쓸모없었던 일로 만들 생각은 없어요. 하나도 남김없이 사용해 드리죠」
──자신은, 그 꼬마가 성장해가던 모습을 안다.
일찍이, 어디에나 있을법한 연약한 인간의 아이에 불과했던 그 아이가, 예상을 뛰어 넘은 성장을 이루어내는 모습을 이 두 눈으로 봐왔다.
홀로 산에 내버려져 있던, 어디의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가, 지금은 하쿠레이의 무녀라는 지위를 얻었다.
텐구를 포함한 수많은 요괴들은, 하쿠레이의 무녀를 단순한 인간이라 얕보고 있을 터.
하지만, 그 과거를 아는 자신이기에, 아야는 혹시나 하는 미래에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저 꼬마는, 여기에서 끝날 재목이 아니다.
지금보다 더욱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 자는 자신뿐이다. 저 무녀가 가진 무한의 가능성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미지수인 그 가능성이 펼쳐낼 이야기를, 남김없이 적어내고, 세상에 보인다──.
「너는 내 「특종」이야」
방긋하고 칙칙한 미소를 지으며 아야는 조용히 신사의 마당으로 내려왔다.
무녀는 자신이 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아야는 그녀가 이쪽을 보게 하기 위해 입을 벌렸다가, 잠시 망설였다.
──무슨 말을 하지?
그런, 어찌 되든 상관없는 고민을 한다.
어찌 됐든 간에 말만 걸면 된다. 적당하게 소리를 내기만 해도 된다.
어차피, 첫 만남이니까.
적어도 상대에게 있어선.
그녀가 요괴의 산에서 도움을 주던 인물이 자신이라는 건 모를 테고, 지금 알려줘 봤자 아무 의미도 없다. 그런 생각도 없다.
실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자신도 처음이다.
고민할 필요가 어디 있을까.
아야는 자기 자신에게 기가 막히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는, 마음을 다잡듯이 밝은 미소를 꾸며냈다.
「──잠깐, 거기 가시는 하쿠레이의 무녀님」
몇 년 동안이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계속 지켜보기만 하던 그 둘의 대화는, 그런 평범한 말로 시작됐다.
「누구지?」
무녀가 뒤돌아본다.
그녀의 눈동자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눈과 눈이 마주친다.
처음으로, 서로가 서로를 인식한다.
아야는 자신의 가슴속에서 정체 모를 충동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그것을 속이듯이 재빨리 사진기를 들어 올렸다.
파인더 너머로 보이는 무녀의 모습은, 딱히 별 감흥이 들지 않는 단순한 피사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찰칵하고 셔터를 누른다.
말없이 이쪽을 보는 무녀의 모습을 내심 유쾌하다고 생각하며, 아야는 천천히 사진기를 내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전 요괴의 산의 까마귀 텐구. 깨끗하고 올바른 샤메이마루 아야라고 합니다」
겉치레 섞인 인사가, 그 아이에게 들려주는 두 번째 말이 된다.
그때, 아야는 이미 눈앞의 인간을 「그 아이」가 아닌 「무녀」로서 보고 있었다.
그 차이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그것은 아야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
◇
【과거를 되새기며】
──이렇게 샤메이마루와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가 뭔지도 모르고 하쿠레이의 무녀가 된 뒤 처음으로 이득이라고 느낀 사건이었다.
요괴의 산에서 수행만 파고들던 무렵의 나는, 그녀에겐 있으나 마나 한 취재 대상 정도의 가치밖에 없었을 테니 굳이 만날 이유도 없었겠지.
「지금도 딱히 그 「있으나 마나 한 취재 대상」정도의 취급에서 벗어난 것 같진 않지만요」
역시 인정사정없는 지적에 정평이 난 사토리.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다.
나와 샤메이마루는 이제까지 몇 번이나 만나오며 요괴의 산에서 사건이 났을 때엔 전투까지 치른, 결코 얕지 않은 관계로 엮여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런 사건들이 결코 우호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았다는 걸까. 슬플 따름이다.
오히려, 그 사건이래 서로의 거리가 더 멀어져 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 이후로 취재 빈도도 적어졌고.
생각해보니, 그때 요괴의 산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나뿐만이 아닌 주변에도 큰 전환기가 됐다.
세기말 패자 천마님을 훌륭하게 때려눕힌 내가, 눈을 떴을 때 처음 본 것은 유카링의 분노였다.
뭐, 솔직히 당연한 반응이다.
사정이나 이유가 어찌 됐든 간에, 내 행동을 간결하게 정리하자면, 「인간이 텐구 사회에서 깽판」.
환상향에서 나눠진 세력의 일각을 맡은 종족에게, 인간의 대표가 저지른 만행을 그녀가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 당연한 것이었다.
그 결과, 나는 빈사 상태에서 회복한 직후 죽을 만큼 설교 받았다.
한 걸음 삐끗하면, 내 목숨은 물론이요 환상향 전체에 불필요한 소란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쪽으로 서툰 나로선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마음 깊이 반성하며 머리를 수그릴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이미 일어난 사건을 그냥 없는 일로 만들지 말고, 차라리 이용하자는 것이 유카리의 결론이었다.
그렇게 내게 화를 낸 뒤, 유카리가 지은 표정은 여러 속셈이 숨어들어간 요염한 미소였다.
그야말로 경국지색의 미녀다운 요염함과 아름다움.
그 속에 어떤 간사한 꾀가 숨어있을지, 나는 당연하게도 알지 못하고 그저 「예쁘다아……핫!」이라며 바보같이 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쨌든, 유카리는 이번 사건을 이용하여 환상향에 나눠진 세력의 판도를 움직인 것 같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하쿠레이의 무녀의 지위가 향상된 것 같다.
어쩐지, 그 이후 요괴들 사이에서 내가 유명해진데다, 요괴 퇴치에 나가면 가끔 「네, 네가 그 하쿠레이의! 」같은 반응을 보기도 했다.
「그렇다면 하쿠레이의 무녀의 지위를 높인 것은, 당신이었다는 말이군요」
으음, 사토리의 평가는 기쁘다만, 내가 보기엔 상황을 유리하게 이용한 유카리 덕분이라고 생각해.
그때의 나는 정말로 생각 없이 살았다.
항상 유카리가 자세한 설명을 해줬었지만, 그럴 때마다 아는 척하며 끄덕이기만 했을 뿐, 사실은 모르는 것투성이였다.
상처를 치료하러 마을에 방문했을 때, 어느새 구조되어있던 그 아이와 어머니 두 명에게서 감사 인사를 들으며 간신히 실감했다.
아아,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라고.
반대로 말하자면, 그것 하나 말고는 딱히 느낀바가 없다는 소리도 된다.
정말이지, 이것이 젊음이라고나 할까, 단순한 돌머리였네. 옛날에는.
……지금은 어떤데? 같은 질문을 하면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과연. 당신의 착각 받기 쉬웠던 점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거군요」
사토리가 뭔가 납득한 듯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착각──이라니?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보며 사토리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은 분명, 지금 그대로 있는 쪽이 상황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겠죠」
「……무슨 뜻이지?」
「물, 뿌리겠습니다」
나의 질문을 얼버무리듯이, 사토리는 따뜻한 물로 내 등을 씻겼다.
으음, 전혀 모르겠어.
사토리의 의미심장한 말에 대한 의문도 함께 씻겨나간 것 같은 느낌이다.
목욕탕이 기분 전환에 좋다는 말은 사실이구나.
지령전에 방문하자마자 사토리에게 부탁한 보람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 생각을 능력으로 읽혀서, 이렇게 호의에 잔뜩 기대고 있는 거지만.
이곳은 지령전의 목욕탕.
나는 여기서, 옛 지옥의 특산물인 온천에 들어와 있었다.
「자, 목욕통에 들어가죠. 절 잡으세요」
「미안하다」
아무리 몸이 이렇다지만 목욕탕 안에 지팡이를 가지고 들어올 수도 없는 노릇, 어쩔 수 없이 사토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동방의 요양 간호라는 거다. 미묘하게 의미가 다른 것 같지만.
조금 전에도, 사토리가 씻겨줬고.
평소엔 이렇게까지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독신 생활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뭣보다 이 나이에 목욕 수발이라니, 부끄러워서 부탁할 수 없다고. 귀찮기도 하고.
「어머나, 그럼 저에겐 폐를 끼쳐도 괜찮다는 말인가요?」
심술궂게 묻지 말라고요, 사토링.
……미안.
어리광부리고 있다, 라는 자각 정도는 당연히 하고 있다.
그저, 뭐랄까……사토리에게는 이런 부탁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뭐랄까, 다른 사람보다 꺼려지지 않는다고나 할까.
아니, 물론 나쁜 의미는 아니라고?
「예, 알고 있어요. 영광이라고 생각해두죠」
내 서툰 설명으로 속마음을 알아볼 수 있었던 듯──사토리의 능력을 생각해 보건데, 분명 그렇겠지만──사토리는 얼굴을 풀었다.
이런 점 때문에 꺼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마는 거겠지.
내 속마음은 항상 읽히고 있을 테고, 그를 읽은 사토리 자신도 사양 없이 의견이나 원하는 것을 바란다.
이쪽의 바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거절하고 싶을 때엔 꾸밈없이 나를 대한다.
사토리가 그런 요괴라는 것을 알기에, 나도 일부러 꺼릴 필요가 없다.
그런 면에서 나는 편안함을 느낀다.
친한 친구 같은 관계. 실로 고마운 존재다.
「욕실을 빌려드렸을 뿐이니, 그렇게까지 감사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사토리에게 기대며, 빠지지 않게끔 조심하여 목욕통에 들어간다.
아니─, 그렇지만 정말로 고마워서 그래.
이런 건 딸인 레이무나, 여러모로 날 보살펴주는 케이네에게도 부탁할 수 없어서 말이지.
덧붙여 지금 대화를 듣고 깨달았을지도 모르지만. 물론, 사토리도 함께 목욕을 하고 있다.
아직 아이였던 레이무와 함께 목욕하던 무렵에 이어, 기념해야할 동방캐와의 특수 이벤트 제2탄이다!
하아─, 진짜로 천국이 따로 없구나.
「이 세계에서 수십 년도 넘게 살아왔을 텐데, 그런 생각은 사라지지 않나 보군요」
「……미안하다. 불쾌했나?」
「아니요, 흥미로워요. 당신의 옛날이야기를 듣고 나서 한층 더 말이죠」
사토리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목욕을 하다가 사토리에게 할 이야기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 어쩌다 시작한 이야기일 뿐이었지만, 그 이야기에서 그녀의 흥미를 유발할 점이라도 있었던 걸까.
열심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당신에게는 그리 중요치 않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시점을 바꿔보면 여러모로 걸리는 점이 있어요」
에, 그래?
분명 트러블이 연달아 일어나는 현역 시대긴 했어도 「이것이 젊음인가……」라며 웃어넘길 수 있는 이야기일 텐데 말이지.
아─, 옛날 하니까 다시 그때의 감정이나 결의도 떠올랐다.
특히, 요괴의 산에서 날 살려준 그 은인──나는 아직도 그 사람과 만나지 못했다.
그 사건 이래 산에 들릴 기회는 몇 번 있긴 했지만, 결국 은인으로 보이는 사람이나 요괴는 없었다. 이따금 만나는 텐구에게는 항상 기피당했고.
「……예를 들면, 그런 점이 걸리는 군요」
응, 뭐라고?
「당신의 주관에는 의외로 사각이 많다는 말이에요」
어째서?
일부러 애매하게 대답하는 사토리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
【코메이지 사토리의 고찰】
선대무녀는 이 환상향의 과거나 미래의 사건을 「이야기」로서 알고 있다.
그것은 이 세계에서 단 한 명, 그녀에게만 허락된 시점이 있기 때문이다.
모니터 너머의──혹은 제4의 벽이라 불리는 것을 통해 그려진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시점.
그녀는 이변의 당사자들은 모르는, 많은 진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녀 자신의 주관으로도 알지 못하는 사각이 존재한다.
그녀 또한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이기에.
그 사각에 숨겨진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시점을 가진 자──바로 코메이지 사토리가 그 진실에 관심을 품었다.
──그건 그렇고, 변함없이 그녀의 이야기는 싫증 나지 않네요.
선대와 함께 목욕통에 들어가 몸의 긴장을 푼 사토리는 그대로 사고에 몰두했다.
사토리는 이 느긋하며 편안한 시간이 매우 사치라고 생각한다.
애당초, 목욕탕을 천천히 즐기는 습관 같은 것은 길러두지 못했다.
본디 날 때부터 있던 능력이라는 것은 상당히 귀찮다. 이 독심 능력이 있기에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지만, 반대로 마음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상황은 그것대로 초조하다.
이 독심 능력을 정말로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자기 자신의 손으로 봉인해 버리면 된다.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사토리는 그렇게 자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토리는 혼자서 목욕탕에 오래 있지 않는다.
싫지는 않지만, 여가시간을 돌려 쓸 만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의무적으로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만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말 그대로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선대의 우스운 생각이 섞인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사토리는 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것보다, 뭐라도 생각하고 있는 편을 좋아하니까요.
지령전에서 그런 삶을 살아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능력 탓인지는 모르나, 자신은 그런 성격이다.
사토리는 그렇게 별다른 의도 없이 변덕스레 사고에 빠져들었다.
──생각해보면, 선대에게는 자신도 모르는 수수께끼가 많군요.
자신의 옆에 있는 기묘한 인간이 저절로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그녀의 과거에 대한 것은 이번에 물은 질문으로 어느 정도 파악했다.
주로 하쿠레이의 무녀가 되기 전까지의 아이 시절과 무녀가 되어 최초로 대사건을 일으켰을 때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두 이야기에 대한 감상은 그저「파란만장」이라고밖에는 표현할 방도가 없다.
위쪽의 사정에는 서먹하지만, 이야기대로라면 그녀가 환상향의 역사를 움직였다는 말이 아닌가.
처음 지저를 방문했을 때, 전설로 여겨지던 오니 퇴치를 성공한 것처럼 말이다.
이 인간이 산 수십 년도 안 되는 삶 속에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업적을 자각하지도 못하고 이룩했을지, 흥미 반, 기막힘 반 정도의 감정을 품는다.
이 인간은 그런 별 아래에서 태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말의 그림자에 숨겨져 있는 여러 수수께끼가, 사토리는 묘하게 신경 쓰였다.
──결국, 그녀의 출생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네요.
어느 의미로 많은 의문점을 가진 선대무녀에게 최대의 수수께끼라고도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답이 어느 하나 나오지 않았다.
전생의 자신에 관한 기억이 없다는 것은 들었다.
그것 자체가 희귀한 것은 아니다. 윤회전생을 하여 전생의 기억이 온전히 남아 있는 자는 없다.
그러나 그녀의 전생은 너무나 이질적이다.
적어도, 환상향의 바깥에 있다는 세계는 그녀가 전생하기 전에 살아오던 세계와 같은 곳이 아닐 것이다.
그럼, 어디일까?
이세계?
그렇다면, 이 환상향이 창작물로서 만들어져있다는 세계란 대체──?
명확한 답은 알 수 없다. 근거 없는 추측이나 추리, 혹은 망상 외에는 불가능.
사토리는 의미 없는 사고를 이어갔다.
──전생에 관한 것은 알아낼 수단이 없다. 그러나, 이 세계의 인간으로서 태어났다면, 적어도 「현실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
확실하게 장담 할 수 있는 것은, 선대무녀가 이 세계에서 태어난 피와 살을 지닌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그녀도 갓난아이였던 시기가 당연히 있을 테고, 그 이전에는 어느 여자가 뱃속에 품고 있었을 터.
즉, 아버지와 어머니가 존재한다.
그들이 아직 살아있을지, 아니면 이미 죽었을지는 모른다── 혹시, 환상향이 아니라 바깥 세계에 있을지도 모른다.
또 깊은 수수께끼가 생겼다.
사토리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떠오르는 수많은 의문을 보류하고, 사고를 가속했다.
지금은, 보다 큰 수수께끼에 대해 생각하고 싶다.
──철이 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있으니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부자연스러운 건 어쩔 수 없군요.
이야기에 따르면 선대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요괴의 산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의 일이다.
그 전까지 거친 과정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가 떠올리는 기억을 그 이미지와 함께 읽어낸 사토리는 그 말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어째서 기억에 이렇게나 명확한 경계선이 있는 것일까?
10세도 안된 나이라고는 하나 어느 정도의 기억은 남아있을 터다. 부모님의 존재나 자라온 환경을 조금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로 우연일 뿐일까?
혹은──고의인가?
추측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망상의 영역. 사토리에게는 그 망상이 최선이었다.
누군가가, 무언가의 목적으로, 어떠한 수단을 사용해, 이 선대무녀라는 특수한 인간을 만들어냈다──.
──……정말로 망상의 영역이군요.
근거도 없는데다가, 무엇 하나 구체적인 이유조차 없는 자신의 생각에, 사토리는 자신의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실소했다.
새삼스럽지만, 이 생각의 시작은 단순한 놀이라는 것을 되새긴다.
선대무녀에겐 많은 수수께끼가 있다.
그것들은 아직까지 수수께끼인 채, 해명할 수 없었지만, 단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어느 의미, 최대이며 최후로 떠오를 의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그것은, 이 선대무녀와 관련된 수많은 수수께끼를 모두 해명한 후 어떻게 할까, 라는 의문.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응?」
「아아, 아뇨. 별일 아니랍니다. 그냥 혼잣말이에요」
직접 입으로 중얼거리며, 사토리는 다시 납득했다.
결국, 지금이 전부다.
뜨거운 물의 열이 머리까지 올라와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이 조금 귀찮아진 사토리는 시원스레 지금까지 이어온 사고를 머리에서 떨쳐냈다.
「슬슬 나가지 않겠나요?」
「그러도록 하지」
「다리의 감각은 어떤가요?」
「상반신은 뜨거운데, 허리부터 그 아래쪽에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으니, 뭐라 표현하기 어렵군」
「뜨거운 물의 온도조차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네요」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온천의 효능은 선대의 상처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 것 같다.
선대는 그저 순수하게 목욕 외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것 같지만, 조금이라도 회복의 전망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토리는 낙담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낙관적인 감정도 있다.
선대의 마음을 읽어보니, 그녀도 자신의 다리의 치료를 아직 완전히 포기하진 않은 것 같고, 그를 가능하게 할 방안도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있었다.
사토리는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가능성에 뒷일을 맡기기로 했다.
먼저 목욕통에서 올라선 사토리는 선대의 몸을 부축했다.
「……그런데 당신의 본명 말입니다만」
사토리에게는 탕 속에 들어갔을 때부터 이어온 화제였지만, 선대에게는 갑작스러울 질문을 한다.
「전생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셨죠」
「응? 아아, 그렇다」
「그럼, 유우기 씨에게 말한 「지금의 본명」은, 누가 지어준 건가요?」
선대는 뜸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유카리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아니다.
여기까지 와도, 그녀의 출생과 연결된 조금의 힌트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습니까」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사토리는 그 이상의 질문 없이 그저 끄덕일 따름이었다.
◇
【어느 까마귀 텐구의 만취】
치르노와 우츠호의 스펠카드 대결은 결국 경험이 더 많은 치르노가 우위를 차지, 그대로 치르노의 승리로 끝났다.
그 뒤 둘 사이에서 약간의 말다툼이 일어나기는 했으나, 다른 사람이 보면 서로 장난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험한 말이 오가지도 않았던 데다가, 그 싸움은 둘의 순수한 승부였으니까.
유우기와 아야가 연장자의 모범을 보이며 둘을 달랜 뒤, 그대로 술잔치로 화제가 바뀌었다.
「이겼다고 우쭐대지 말라고, 치르노~!」
「헤헤, 너야말로 좀 더 수행이나 쌓고 덤비시지!」
우츠호와 치르노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아니, 지치기는커녕 서로 즐기고 있다. 그 증거로 저 둘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 있다.
거기에 뺨에는 홍조가 피었으며, 말투는 흐트러져 마치 술에 취한 것 같은 증세를 보이는 이유는 옆에서 한창 대작을 벌이고 있는 유우기와 아야의 술기운에 전염된 탓일지도 모른다.
마치 자기 집에서 그러하듯이 마음대로 유우기가 내온 안주를 먹던 두 명의 움직임도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술, 먹이지 않으셨죠?」
아야가 유우기에게 묻는다.
「한 방울도 먹이지 않았어. 뭐, 요정이나 약한 요괴는 냄새만 맡아도 취할 정도의 술이니」
「얼마 안 가서 알아서 쓰러져버릴 것 같네요」
「딱히 그래도 문제는 없어. 익숙지 않은 결투로 지쳐 있을 테니까」
유우기는 비운 잔에 재차 술을 따르며 웃었다.
수정으로 만들어진 병에 들이찬 호박색 술은 눈에 익숙한 일본의 물건이 아닌 이국의 술이다.
물론 따로 일본주나 여러 종류의 술이 테이블 위에 가득 널려져 있다.
같은 점이 있다면 오니 유우기가 숨겨오던 소중한 비장의 술이라는 것뿐이다.
평범한 인간이 마시면 마시자마자 승천해버릴 것 같은 감동과 함께 그대로 의식은 어둠에 잠길 것이다. 한 입만 마셔도 취해 쓰러진다는 소리다.
고급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도 부족한 명주들이다.
실제로, 아야는 유우기와 같은 술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에 잔뜩 긴장했지만, 의식의 반쯤은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환상의 명주들에 빼앗겨 있었다.
선대무녀의 옛날이야기와 함께 지상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해주며, 그 사이에 조금이라도 이 술들을 맛보기 위해 유우기의 눈치를 보며 탐욕스럽게 병을 비우고 있었다.
어쨌든, 술은 맛있었다.
취기가 슬슬 돌기 시작한 탓일까, 유우기의 앞에 섰다는 긴장감도 약간이지만 사라져 있었다.
그럼에도 취기에 터무니없는 실수나 실언을 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취기를 억제하고 있었다.
「끝이 너무 통쾌해서 웃고 말았다만──」
마시던 술병이 비워지자, 유우기는 마법처럼 품에서 술을 꺼내더니 망설임 없이 마개를 뽑았다.
「요괴의 산에서 일어난 소동은 잘 해결된 건가? 그 사건에 관련됐다는 동료 텐구 둘과 인간의 아이는 어떻게 됐지?」
「아아, 선대무녀 말인가요. 에…… 그, 괜찮았습니다. 공식적인 비난은 없었으니까요」
유우기가 따라주는 술을 당연한 것처럼 받고는 잠시 후, 아야는 제 정신을 차렸다.
……내가 지금 무슨 깡으로 오니랑 대작 중이지?
창백해진 얼굴을 감추며 유우기의 눈치를 살폈지만, 유우기는 신경 안 쓴다는 듯 아야의 대답에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인간의 아이는 무녀를 마중 나온 야쿠모 유카리와 함께 무사히 마을로 돌려보냈습니다. 지금도 무사히 생활 중이랍니다.
무녀가 일으킨 소동은 상황을 파악한 야쿠모 유카리가 얼마 뒤 취락에 방문해서……그, 대화로 해결됐습니다만……」
텐구의 상층부와 야쿠모 유카리 사이에서 오간 대화의 내용에 대해선 말끝을 흐렸다.
아무리 정보에 훤한 아야라지만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상사에게서 받은 지시나 설명, 독자적으로 입수한 정보 등으로 어느 정도 추측은 하고 있다.
물론 이쪽이 나서서 참견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이미 그어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요괴의 산에서 일어난 소동은 바깥으로 새지 않고 끝났다.
인간이 텐구의 장을 이겼다는 사실은 아주 일부의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같은 텐구에게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확실히 무언가가 크게 바뀌었다.
그 사건이래 텐구들은 하쿠레이의 무녀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았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며 무녀의 활약이 늘어날 때마다 그녀의 평가가 올랐다.
지금은 그 무녀 한 명만이 아니라, 그녀 주변의 인간과 요괴──나아가서는 환상향 전체의 상식마저도 바뀌어 버렸다.
옛날에 비해 인간과 요괴의 관계는 약간 변했다.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각 종족의 견해에 따라 다르겠지.
그러나 적어도 평화롭다.
당시 텐구 사회에서 말살되는 것조차 각오한 아야는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가……. 뭐, 결과가 좋으면 좋은 거지. 내가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입장도 아니고 말이야」
유우기는 부드럽게 웃으며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아야는 그 마음 씀씀이에 안도하며 오니는 무신경한 종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같은 뻔뻔스러운 생각을 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오니가 얼굴도 모르는 텐구나 인간의 아이가 무사했다는 결과가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걸렸다.
오니란 그렇게 정이 깊은 요괴였던가.
「텐구는 동족 사이의 유대감이 강한 종족이지」
먼 옛날이었다고는 하나 요괴의 산에서 텐구를 다스려봤던 유우기는 그 종족의 특징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너도 그 사건으로 상당히 얼굴이 팔리지 않았나?」
「그거야 뭐. 그 후부터 얼마간 상사의 찌르는 것 같은 시선이 찜찜하긴 했지만요」
혹시 나를 걱정하고 있는 건가? 등골이 오싹해지는 상상을 하며 아야는 쓴웃음을 지었다.
송구스러울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저 묘하게 찜찜할 뿐이다.
「천마님이 엄명을 내리셔서 위에서의 처벌이나 제재는 전혀 받지 않았답니다. 다른 두 명도 마찬가지고요」
「후후, 그런가. 그건 다행이군. 이누바시리 모미지라는 텐구는 입장상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만」
「음…… 뭐, 그러네요」
의미심장한 유우기의 시선을 받은 아야는 당황하며 애매하게 답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확실히 모미지는 텐구 중에서도 말단이라 그때엔 제일 생명이 위험했다.
다른 텐구 몰래 린치라도 당하고 있는 거 아닐까 하며 하타테가 상당히 걱정하던 것을 떠올린다.
혹시, 자신에게 「모미지가 걱정이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가?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넌 그대로가 좋아. 재미있으니」
생각을 읽고 말한 것 같은 유우기의 지적을 받은 아야는 한순간 얼어붙었다.
그런 자신을 속이듯이 무의식적으로 술에 손을 뻗는다.
목이 말랐다. 좋은 술을 마시고 싶다는 순수한 욕구뿐만이 아닌, 취하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소우타로 녀석도 텐구의 대장이 되기 전까진 제멋대로에 바람 따라 노니는 구름처럼 자유롭게 살아가던 기분이 좋은 녀석이라고.
옛날에는 끓는점이 낮아서 여러 요괴를 상대로 이기거나 지거나 했었지. 아마, 선대에게 진 것도 그다지 신경 쓰고 있진 않을 거다. 오히려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이었을걸」
「그……혹시 「소우타로」라는 건, 천마님 말씀이신가요?」
「아아, 그래. 설마 그 녀석, 부하에게 본명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거냐. 정말이지 재미없는 녀석이 돼버렸는걸.
텐구는 오니를 이상하게 두려워하며 존경하지만, 한 마리의 요괴였을 적의 그 녀석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오니와도 싸울 정도로 경솔했지. 뭐, 그걸 동료에게 용맹함이라고 착각당한 결과가 현재의 모습이려나」
아직도 사서 고생 중이구만, 이라며 웃는 유우기와는 반대로 아야는 더욱 취해버리고 싶었다.
이야기 탓에 술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일개 까마귀 텐구가 들을 만큼 가벼운 내용이 아니다. 정말로 쓸데없이 무겁다.
「하지만, 뭐…… 그런 것도 타인과 관계를 맺기 위한 선택이겠지」
유우기는 싫어하는 기색 없이 그런 마음 씀씀이가 담긴 말을 중얼거렸다.
거짓말을 싫어하며 결백과 단순명쾌함을 미덕으로 삼는 오니치고는 드문 말이었다.
「오니라는 녀석들은 다른 요괴보다 조금 사는 방법이 고집스러울 뿐이야. 나는 그런 사는 방법이 우연히 바뀔 계기가 있었을 뿐이지」
아야의 자그마한 의문을 다시 한 번 정확하게 간파하고 대답하는 유우기.
혹시, 이 오니는 마음을 읽는 능력이라도 있는 건가.
달아오른 취기가 냉정한 판단력을 앗아간다.
「서로 속내를 털어내고 같이 술을 마시면, 왠지 상대의 기분을 알수 있으니까 말이지.
자신이 맛있다고 생각한 술을, 상대도 맛있다고 생각한다. 그로부터 점차 상대의 감정을 알 수 있지. 도리가 아닌, 마음이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오랜 세월동안 경외 받아온 오니가 지닌 이능력, 이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다만?」
표정이 굳어진 아야를 보며 유우기는 심술궂은 웃음을 지었다.
아야는 모기만한 목소리로 우물쭈물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대화를 피하듯 술을 따른다. 이미 유우기가 아낀다는 술을 사양하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거짓말은 싫다. 마음을 속이는 것은 그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옛날에는 그뿐이었지」
유우기의 독백에는 아야를 꾸짖는 말은 없었다.
그저, 그리움이 서린 울림이 목소리 안에 숨겨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은 알 수 있어. 세상은 변하는 거다. 요괴도, 사람도」
「……그건, 당연한 겁니다」
아야는 자신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았다.
취한 탓일까, 애매해지기 시작한 의식은 그것을 실언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유우기도 그 말을 맞는 말이라는 듯 받아들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렇군. 당연해. 그 변화를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 오니의 한계였다는 걸까」
「지금은……지금의 당신은, 다른가요?」
「어떠려나. 아마, 뿌리는 전혀 바뀌지 않았겠지.
그렇지만, 옛날과 다르지 않다고 단언하기엔, 그 싸움은 너무 격렬했고, 너무 즐거웠다」
「선대무녀와의 결투 말이군요」
「그래. 그건…… 정말로 좋은 싸움이었다. 처음으로 전력으로 맞섰고. 감정을 서로 부딪쳤다. 인간과 말이지」
긴 세월을 살아왔음이 분명한 오니는 마치 어린 아이 같은 동경심이 깃든 시선으로 말하고 있었다.
「인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저로 내려온 내 앞에, 또다시 인간이 와줬다」
「……그녀는, 평범한 인간과는 달려요」
설마, 선대무녀와의 만남을 「운명」이라거나 「인도」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하며 아야는 혹시나 하는 상상에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런 의심을 불식시키듯 유우기가 쓰게 웃는다.
「아아, 그래. 이미 알고 있어.
인간은 그때보다 더욱 변했다. 지상은 이미 오니들 멋대로 살아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니겠지」
유우기의 말에는 오랜 세월 지저에서 살아오며 뿌리 내렸던 체념은 이미 존재치 않았다.
「그런 지상에서 자란 인간이,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려 우연히 내 앞에 나타났고, 싸웠으며, 이겼다.
그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왠지 묘한 기분이 돼버려. 지금까지 굳게 고집하고 있던 무언가가 갑자기 어처구니없게 사라진 것 같이 말이지」
오니의 사상이 변했다. 그 과정이나 계기는 어찌됐든 간에 상당한 특종이라는 것은 확실하지 않을까, 라고 아야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만을 했을 뿐 기삿거리로 적자니 귀찮다.
취기 탓도 있으나 유우기의 말은 그저 개인적인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오니는 이렇다니까……라며 아야는 속으로 기막혀하고 있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그 속내가 유우기에게 간파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위기감째로 잊은 지 오래다.
말을 끝맺은 유우기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아야의 눈을 마주본다. 저 쓴웃음의 의미마저 알지 못하겠다.
역시, 너무 취한 것 같다.
「세상에 쓴 것, 단 것이 나눠져 있는 것처럼 마음에 거짓과 진짜가 있는 것 또한 세상의 이치겠지」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니까요」
「확실히 오니로서는 살기 힘든 세상이야. 하지만,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선대 같은 인간이나, 너 같은 요괴가 있으니 말이지」
갑자기 화제로 떠오른 아야는 무심코 멍해질 정도로 깜짝 놀랐다.
「……저 말인가요?」
「그래, 너. 재미있거든」
「……어째서죠?」
「거짓말쟁이니까」
「…………그게, 저, 유우기 씨에게 실언이라도 했나요?」
「아니, 그런 의미의 거짓말이 아니다. 무례하다든가 불쾌하다든가 그런 게 아니야」
맛 좋은 술이 지금 당장이라도 토사물로 변해 입에서 흘러내릴 것만 같은 아야의 표정에 유우기는 쓴웃음을 짓고는 당황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을 속인다, 라는 의미지. 무의식적인 거짓말이다. 안심해라, 조금 전에 말한 대로 그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죄송합니다만,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음, 뭐 지각은 없는 것 같네. 네가 말한 하타테라는 녀석이 제일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만」
「으……」
「나도 그 녀석의 의견에 찬성이다. 너는 근성이 지나치게 비틀려 있어. 자기 자신의 본심조차 모를 정도로 말이지」
너무나도 훌륭한 웃음과 함께 들려온 그 말에 아야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어째선지 불쾌한 기분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옛날부터 종종 들어온 하타테의 말이 이제 와서 떠오른다.
유우기는 지금 자신의 친구가 했던 말을 입에 담은 것이다.
「유우기 씨는 하타테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알 수 있으신 건가요?」
「아마, 같은 생각을 했겠지」
재미있다는 듯 히죽히죽 웃는 유우기를 보며 아야는 소외감과 반발심이 들었다.
그 감정이 표정으로 뻔히 보인다는 것을 숨기며 유우기는 「그런데 물어볼 게 있다만」라는 질문으로 말을 이었다.
「너, 지금은 선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갑작스런 질문에 아야는 한순간 사고가 멈춰버리고 말았다.
「친구는 아니다, 라고 말한 건 너다. 그래, 네 이야기를 들은 나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타인도 아니다. 이것 또한 사실이지.
그럼 실제로 네가 선대를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알고 있나? 자기 자신의 마음에 물어봐라. 싫은 건지 좋은 건지. 미운 건지 사랑스러운 건지……」
대답을 재촉받은 아야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생각했다.
어떻게 대답해야 이 오니의 기분을 해치지 않을까? ──처음 만나 이 질문을 들었을 때엔 그것을 중점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째선지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이 매우 귀찮다.
분명 취기 탓이다.
생각 없이 대답하려하는 자신을, 이성이라는 또 다른 자신이 필사적으로 말리려 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고민하는 것조차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아야는 자기도 모르게 잔에 담긴 술을 전부 마셔버렸다.
「아마, 네가 내게 말해준 옛날이야기엔 생략한 부분도 꽤 있을 거다. 그것까지 합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마음을 다시 살펴보는 게 어떠냐?
한참 어렸던 선대를 봤을 때의 첫인상. 성장해가는 모습. 재회했을 때 느낀 감정. 싸우자고 생각한 동기. 다리가 꺾였을 때의 심정. 모든 것이 끝난 뒤에 남은 기분──」
그만둬, 어지럽다고.
아야는 그대로 오니에게 욕이라도 내뱉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견뎌냈다.
만약, 눈앞의 상대가 하타테였다면 농담으로 말을 돌리고 유야무야하게 끝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상대가 나쁘다.
아야는 영문도 모르고 궁지에 몰린 기분을 느끼며 손에 들린 잔에 시선을 떨어뜨리고 골똘히 생각했다. 아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유우기도 같이 입을 다문 채, 어느새 그 누구의 입에서도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소란스러웠던 치르노와 우츠호는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쓰러져있다.
그러나 얼핏 보이는 두 명에게 쏟을 신경은 지금의 아야에겐 없었다.
그저 묵묵히 대답을 기다리는 유우기의 존재감만이 이상하리만치 무겁게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으니까.
「…………저는」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입이 열린다.
지금 나올 말이 무엇일지는 아야 자신조차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말이 나오기보다 먼저, 문이 열리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어머, 둘 다 잠든 건가요.」
「오, 사토리냐. 미안하게 됐다. 술은 먹이지 않았어」
잠옷 같은 옷으로 갈아입은 사토리와 선대무녀였다.
아야는 한순간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나, 곧바로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고 있습니다. 술은 거기 계신 불쌍한 텐구 씨와 같이 드셨나 보군요」
「하하, 역시 조금 심했으려나」
「혼란스러우신 것 같네요」
사토리와 유우기의 대화는 언뜻 보기엔 의미를 알 수 없었으나 아야는 이해할 수 있었다.
사토리에게는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
물론 그것은 아야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금 그 사실이 자신에게 매우 위험하다며 본능이 경종을 친다.
이야기의 주제였던 선대무녀에게 다시 시선을 보낸다.
선대는 아야를 보고 있었다.
그저 술 냄새를 풍기는 아야가 신경 쓰였을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야는 선대가 자신을 보고 있는 이 상황이 심히 중대한 사태로 느껴졌다.
자기도 모르게 부끄러움과 초조함이 솟아올라와 말없이 시선을 돌린다.
지령전을 방문한 이래 코메이지 사토리와 함께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술을 마시기 전까진 있었음이 분명한 기자로서 물어볼 질문이나 사적인 호기심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있었다.
탁자에 늘여 놓인 술중에서 지금까지 마신 것들 중 제일 독한 것을 손에 들었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자신의 잔에 술을 잔뜩 따른 뒤 그것을 본 유우기가 멈추려 하는 것을 무시하며, 아야는 그 잔을 단번에 들이켰다.
평소라면 마시기도 아까워 할 만큼 좋은 술이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때의 아야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인간과 요괴의 사라지지 않는 인연】
지령전에서의 하룻밤.
이라고 말은 해도지저에서는 태양이 보이지 않으니 지상에서 살던 내 감각으로는 하루가 지나갔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됐다.
어젯밤은 목욕 뒤에 지령전 생활이 익숙해진 것 같은 유우기도 가세해 사토리와 셋이서 저녁식사를 했다. 술도 조금 마셨다.
유우기가 마셔보라고 하길래 나도 흥미가 들끓어 무심코 마시고 말았지만, 사실 나는 평소에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
젊은 무렵에 마셔본 뒤 술에 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탓도 있지만,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도 파문의 호흡법이 흐트러지기에 가능한 한 피하고 있다.
그렇지만 유우기와 술잔을 나눈다는 초특급 이벤트를 피할 수는 없어서 무심코 마셔버렸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하자니 동방 세계관에서 술이 약하다는 건 꽤 치명적인 거 아닐까?
이변을 해결한 뒤의 연회라는 건 동방에서는 이미 기정 사실 레벨이니까 말이지.
그런 연회에 참가할 수 없는 나는 주변 사람들 보다 커뮤 능력이 한 단계 낮은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으응~, 유우기랑은 좀 더 사이가 좋아지고 싶으니, 역시 어느 정도 술에 익숙해져야 하려나.
덤으로 생각난 거지만 레이무는 원작대로 나보다 훨씬 더 술에 강하다.
그렇지만 그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들어서 안 것이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내 앞에서는 한 번도 술을 마신 적이 없으니까.
딱히 음주를 하는 것을 나무랄 생각은 없지만…….
오히려 머지않아 레이무가 성인이 됐다고 인정한 날에는 함께 술을 마시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때엔 파문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테니, 분명 인사불성이 되어 쓰러질 때까지 잔뜩 마실 수 있을 것이다.
취해 쓰러진다고 하니 생각난 건데 모처럼 함께 온 치르노가 우츠호와 함께 잠들어 버릴 줄이야. 예상 밖이었다.
옆에서 먼저 대작을 시작한 유우기와 샤메이마루의 술기운에 전염된 것 같다.
결국 그 둘은 다음날까지 눈을 뜨지 못했다.
그리고 의외라고나 할까, 내가 목욕탕에서 나오자마자 샤메이마루까지 취해 쓰러지더니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
유우기의 말을 듣자하니 「술 한 번 바보 같이 마신다」란다.
확실히 내가 봤을 때 묘하게 굉장한 기세로 잔을 들이키긴 했지만 말이지. 오니의 술이 그렇게 맛있었나.
그렇게 납득하고 있자니 유우기와 사토리가 왠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샤메이마루도 치르노처럼 아침까지 눈을 뜨지 못했고, 나는 유우기, 사토리와 함께 셋이서 잡담을 나누며 술과 식사를 밤늦게까지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아침.
태양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아침. 이번엔 저녁밥을 먹지 않은 치르노와 우츠호, 샤메이마루를 더해 조금 많이 호화로운 아침을 다함께 먹었다.
저혈압 체질인 걸까, 그렇지 않으면 숙취 탓일까, 여태까지 보여주던 그 High한 텐션이 거짓말이었다는 것 마냥 조용해진 샤메이마루의 모습이 조금 신경 쓰였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낸 뒤, 현재.
「슬슬 시간이네요」
나의 속마음을 읽어낸 사토리가 유카리가 마중 올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중얼거렸다.
지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져간다.
우리들은 현관 앞에 모여서서 서로 다른 상대와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치르노는 역시 우츠호와, 샤메이마루는 의외롭게도 유우기와 친근하게 대화하고 있다.
「즐거우셨나요?」
「아, 그렇다」
사토리의 물음에 대한 내 대답은 짧았지만, 마음을 읽으면 물은 쪽이 귀찮아질 정도로 기쁨이 가득 찬 이 감정이 전해질 것이다.
「전해집니다. 정말이지, 애 같은 사람」
미안. 어제는 정말로 잘 시간을 아끼면서까지 잔뜩 수다 떨었네.
또 언젠가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한 번 모이고 싶은걸.
「재회는 약속되어 있으니, 이별이 그렇게 거리껴지지도 않네요」
머지않아 올 「동방지령전」에 관한 말이겠지.
사토리는 언뜻 보기엔 흥미가 없는 듯이 보였으나──나는 알고 있다고, 요 새침데기 아가씨야!
「역시 당신과는 적당하게 거리를 벌려두는 편이 낫네요. 지쳐버려요」
한숨을 내뱉으며 사토리가 어깨를 움츠림과 동시에 셔터 소리와 플래시가 번쩍인다.
무심코 두 명 다 고개를 돌려보자, 아니나 다를까 시선이 닿은 곳엔 카메라를 든 샤메이마루가 서있었다.
「아야야, 두 분이 너무나 화목해 보이시기에 무심코 찍어 버렸네요」
「아마 야쿠모 유카리의 검열에 걸릴 거예요」
몇 번이나 봐서 익숙해진 심술 가득한 웃음을 지은 샤메이마루, 그러나 그런 그녀에게 사토리가 사실을 말해주자 여유로워 보였던 표정은 시원스레 무너져 내렸다.
과연 사토리, 내가 할 수 없는 걸 태연하게 해버려!
뭐, 아마 나와 사토리에 대한 내용을 신문에 실으려고 했겠지.
화술이 어설픈 상대, 예를 들어 나라면 그냥 구슬릴 수 있겠지만, 역시 마음을 읽는 사토리를 상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사토리의 말대로 유카리에게 폐가 되니 지령전에 대한 것을 신문에 싣는 것은 나도 그만둬 줬으면 한다.
「선대도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네요. 그만두지 않으면 이번엔 팔이 부러질지도……?」
「그, 그건 그만둬 주셨으면 하는데요……」
잠깐, 그런 생각 안했어!
그런 웃음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사토리의 말에 샤메이마루가 두려움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아,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옛날이야기 같은 건 하지 말 걸 그랬다.
「농담이에요. 당신은 어떤지 몰라도 선대는 이미 그때의 사건에 악감정은 없답니다」
나만이 아니라 샤메이마루의 마음도 읽은 듯, 사토리가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이건 배려, 인가?
뭐, 내가 그때 일어났던 사건이나 전투에 특별한 감정이 없다는 건 사실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샤메이마루는 지금까지 쭉 그걸 신경 쓰고 있었다는 건가?
……아니, 당연한가. 그때 그런 짓을 해버렸으니……
그렇지만 결국 이 사건은 불문이 돼버려서 훗날 정식으로 사과하러 가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텐구 전부에게 시비 거는 걸로 착각될만한 짓을 해버렸네.
으음…… 이제 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새삼스럽지만 텐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건 당연한 거였구나.
역시 샤메이마루한테도 미움 받고 있으려나.
당연한가…….
그런 사실을 다시 한 번 자각하자니 마음이 가라앉는다.
「……뭐, 어찌됐든 신문은 삼가주세요. 사적으로 찍은 사진이라면 찍으셔도 상관없지만요」
샤메이마루와 나를 순서대로 바라본 뒤 사토리는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쓴웃음을 지으며 끄덕이는 샤메이마루의 앞에 치르노와 우츠호가 모여든다.
「뭐야 이건?」
「이건 「카메라」라고 하는 거야. 저기, 아야. 이 녀석 찍어 주라!」
「아야야, 알겠습니다. 그럼, 모처럼 찍는 거 함께 찍죠」
두 어린 요괴, 요정들의 어리광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샤메이마루는 기쁜 목소리로 답했다.
후우, 다행이다.
왠지 샤메이마루와 얼굴 맞대고 있는 게 좀 힘들었었는데.
그렇게 약간의 안심과 함께 기묘한 허탈감을 느끼고 있던 내게 유우기가 다가왔다.
「후후, 재미있는걸. 그런 기계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는데」
「시대의 변화에 대응했을 뿐입니다. 당신들 오니가 텐구의 위에서 군림하던 시대는, 확실히 끝났다는 거죠」
「어이, 남의 애수어린 마음까지 읽지 말라고. 그런 점이 무신경하다는 거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그렇게 불평하면서도 유우기는 웃었고, 사토리는 가볍게 어깨를 들썩일 뿐이었다.
이 두 명도 의외로 사이가 좋다
「선대, 다음번엔 너보다 네 딸을 만나는 게 먼저일지도 모르겠는걸」
전에 펼쳤던 결투가 끝난 후 했던 나의 말을 떠올린 듯 유우기가 말했다.
사정을 아는 사토리는 그렇다 쳐도, 유우기는 내 말을 무조건적으로 믿고 있다.
「아아, 그럴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나는 너와도 다시 만나고 싶어. 약속해 주지 않겠어?」
「약속하지. 나도 유우기와 다시 술을 마시고 싶다」
「고마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기쁘다, 만──」
쾌활하게 웃으며 입을 연 유우기는 그렇게 말을 끊었다.
왜 그래? 「만」이라니? 그 뒤는?
웃음을 띤 얼굴이 그대로 변하더니, 마치 벌레라도 씹은 것 같은 표정을 짓고는 그대로 하려던 말까지 그대로 삼킨 것처럼, 유우기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무심코 사토리에게 곁눈질을 했으나, 그녀는 내 의문에 대답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여 눈을 피하고 있었다.
「……왜 그러지?」
나는 견디지 못하고 유우기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보여주던 활기찬 태도에서, 말할 수 없다는 듯이 눈을 이리저리 돌리던 유우기가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어 올린 유우기의 얼굴엔, 그녀답지 않은 고뇌에 찬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이봐, 선대」
유우기는 주저하듯 말을 끊어가며 작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너의 다리를 상처 입힌 장본인은, 바로 나다」
죄인이 죄를 자백하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나와 싸운 걸…… 후회하지 않아?」
그렇게 물으며 어렵사리 이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오니의 최고봉에 선 유우기에게서 처음으로 본, 색다른 모습이었다.
그런가
그런 거였나.
즉, 유우기는 내 상처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거구나.
그런 유우기의 심정에 대한 내 감상은── 의외다! 진짜 의외야! 였다.
죄송함다, 상대를 걱정하다니, 유우기의 성격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나쁜 뜻은 없다고! ……나쁜 뜻으로 밖에 안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유우기가 싸우다 생긴 상처에 죄책감을 느낄 거라곤 전혀 생각 못했는걸.
진짜 전사라는 인상이었으니까 말이지.
내 자만이 아니라면, 나와의 사투에 긍지를 갖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어떠냐고 묻는다면야…… 뭐, 한치의 후회도 없다고 단언 할 수도 없고, 한 번 더 그런 싸움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역시 사양하고 싶다.
그러나, 그 싸움이 끝난 뒤에 느낀 상쾌함은, 지금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유우기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렇다고는 한들, 무지 심각해 보이는 유우기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금은 위대한 선인들의 행동을 다시 한 번 모방하자.
예부터 힘껏 싸운 자들이 우정으로 묶이는 전개는 그야말로 왕도지!
「──「강적」이라고 쓰고 「친구」라고 읽는다」
「뭐……?」
「유우기. 너는 그야말로 강적이었다」
그렇게 다짐했을 때의 내 얼굴에는, 분명 아주 훌륭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을 것이다.
이 명대사를 말할 수 있었으니──내 생애에 일말의 후회도 없다!
그렇데 당장이라도 승천 할 것만 같은 내 심정을 정확하게 읽어낸 사토리가 옆에서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친구, 라……」
유우기가 되새기듯 중얼거린다.
어때, 꽤 좋은 대사지? 라며 속으로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는 나다.
「고맙다, 친구여」
그리고 유우기는 그제야 고뇌가 사라진 듯 다시 쾌활한 미소를 지었다.
뭐, 대사는 베낀 거지만, 담은 마음은 내 진심이라고. 받아주라.
「그럼, 슬슬 이별의 시간이네요」
우정 포에버~ 같은 느낌의 분위기를 느끼던 나에게 회중시계를 든 사토리가 말했다.
유카리는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성격이라 상대방을 놀리려 일부로 약속을 어기지 않는 한 약속 시간에 맞춰 올 것이다.
마침 사진을 다 찍은 듯 치르노도 돌아왔다.
샤메이마루가 이쪽으로 다 왔을 쯤, 드디어 지저에서 떠날 시간이 됐다.
사토리나 유우기와는 이미 충분히 작별 인사를 끝마쳤다.
그러나, 여기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지저의 거주자가 아니더라도 지상으로 돌아가면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될 상대가 한 명 더 있다.
샤메이마루다.
그녀는 나와 지저 사이의 관계를 취재하기 위해 우리를 따라왔을 뿐이니, 앞으로 딱히 특별한 일이 없다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서로의 관계는 소원해질 것이다.
그것이── 뭐라고 할까, 매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이렇게 말다툼 없이 서로를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여기서 샤메이마루와의 관계가 끝나고 마는 걸까.
나 자신도 모를 감정이 솟아오른다.
어릴 적 일을 떠올려서 그럴까. 그때 샤메이마루와 싸운 뒤 들은 한 마디 말이 묘하게 선명히 되살아났다. 그때 느꼈던 기분과 함께.
그 후로 나와 그녀 사이의 거리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이대로 이런 관계를 유지한 채 세월을 보낼 것이라 생각하니 씁쓸해진다.
「그런데 샤메이마루 씨. 작별 전에 제안이 있습니다만」
주변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속으로 복잡한 생각을 품고 있던 나는, 갑자기 사토리가 꺼낸 말에 귀를 기울였다.
……라니, 잠깐 기다려봐.
지금 내 고민, 사토리에게 전부 들렸나?
「한 장, 사진을 찍죠. 뭐, 이것도 사적인 용도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사토리는 내게 시선을 돌리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
【텐구들의 과거와 현재】
하타테의 집에 아야가 방문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 반대는 자주 있다.
그것이 오랜 세월동안 계속되어온 둘의 인연이다.「우정」이나 「친애」같은 단어로는 표현 할 수 없다는 것이 이 관계의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하타테는 한 손에 술을 들고 항상 그러듯 아야의 집에 방문했다.
왔음을 알리며 문을 두드리자 알아서 들어오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일하는 중인가.
대답을 들은 것만으로 하타테는 상황을 이해했다.
분명 신문 제작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알아서 들어오라고 했으니, 하며 하타테는 주저 없이 안으로 발을 디뎠다.
아니나 다를까, 아야는 작업용 책상에 앉아 이번 신문을 편집 중이었다.
「평소에 마시던 술 가져왔어」
도대체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 아마, 오늘은 하루 종일 이대로 있으려나, 하는 예상을 하며 하타테는 술병을 적당한 선반 위에 올려놨다.
아야가 한가할 때엔 가져온 술과 적당한 안주로 아침까지 밤을 새우며 대작하는 것이 평소 일이다.
어느 쪽이 중요하냐 묻는다면 심심풀이에 가까운 대작보다야 신문에 대한 열의가 위다.
오늘은 술만 두고 그냥 갈까, 하는 생각을 하던 하타테 였으나 의외롭게도 아야는 작업 중이던 손을 떼고 하타테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그 술, 그 술집에서 받은 거지?」
「어…… 아, 응. 맞아」
하타테는 아야가 보인 뜻밖의 반응에 놀라면서도 질문에 대답했다.
「그때 구해준 아이가 술집을 하고부터 오늘까지. 상당히 오래 됐네」
「아하하, 그러네. 그리운걸」
생각하지 못한 화제를 들먹이는 아야를 의외롭다는 시선으로 보면서도, 어느새 떠올려진 그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하타테는 애수 띤 표정을 지었다.
잊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요 백년간 일어났던 사건 중에서도 최고로 꼽힐만한 사건이었으니까.
하타테 개인에게도, 텐구라는 종족 전체에게도 말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자니 이상한 것이 이 화제를 아야가 언급할 리가 없다.
당시의 하쿠레이의 무녀가 아이를 찾으러 텐구의 취락에 접근했던 것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다.
앞길을 막던 텐구를 쓰러뜨리고, 그 결과 텐구의 장마저 때려눕힌, 알려지지 않은 선대무녀의 무용담의 제1탄.
그리고, 아마 히메카이도 하타테를 일생일대의 대활극에 도전하게 만든 사건.
「아무리 보은을 한다지만, 의리가 너무 깊어. 예전부터 사양은 해왔지만, 그 아이 정말이지 양보가 없다고」
무엇을 숨기랴, 소동의 중심에 있던 무녀를 대신하여 납치당한 아이를 도운 것은 바로 이 하타테였다.
당시의 정세를 생각할 때 텐구가 인간을 돕는다는 것 자체가 믿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무녀가 텐구의 취락에서 일으킨 사건은 공표되지 않았으나, 이 사건은 당시 마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주위의 인간들이 자기 눈을 믿을 수 없다는 것 같은 시선 속에서 재회한 아이의 어머니와 아이가 눈물을 흘리며 하는 사례를 하타테는 매우 당황하면서도 받아 들였다.
그날의 인연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이어지고 있다.
「보은, 이라」
쑥스럽다는 듯 웃는 하타테를 바라보며, 아야는 눈치채이지 않도록 쓴웃음을 지었다.
이 사교 능력이 뒤떨어지는 아가씨에겐 종족의 벽을 넘어 보내져오는 상대의 마음 따윈 요만큼도 모를 것이다.
그 아이는 현재 훌륭한 성인 남성으로 자랐다.
자력으로 술집을 시작해 어려운 초창기를 뛰어넘고 성공을 잡아낸 남자의 원동력──그것이 눈앞의 둔한 텐구라는 것을 당사자는 모르고 있다.
아직도 결혼하지 않은 술집의 점주 이야기는 마을에서도 화제다.
이 상황은 요컨대.
「이런 바보에게 마음을 품다니, 고생스러운 인생이네요」
「응, 뭐라고?」
「아니, 아무것도 아냐」
아야는 딴청을 피우며 눈을 돌렸다.
「아야가 드물게 그 화제를 꺼내서 하는 말인데, 잠깐 들어봐」
술상을 피지 않았는데도 하타테는 그 자리에 눌러 앉아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거 실수했나, 라고 반쯤 후회했지만, 멈춰버린 붓을 다시 움직일 생각도 들지 않는다. 아야는 앉아있던 의자의 등받이에 기댔다.
「그 사건 이후로 모미지가 대텐구에게 혹사당한다는 건 알고 있지?」
「「님」자를 붙여, 「님」자를」
아야는 기막히다는 말투로 하타테의 말에 꼬투리를 잡았다.
말단 텐구에게 무리한 명령을 해서 괴롭히는 것을 말리는, 평소 보이던 둘의 관계와는 정반대였다.
그날, 천마의 저택에서 하타테가 저지른 미친 짓을 본 뒤부터 아야는 친구의 숨겨진 일면을 두려워해왔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잔뜩 쫄았다.
말단 텐구에게 명령하는 것을 망설이며, 인간에게 기묘해보일 정도로 배려를 베푸는 소심한 그녀가, 자기보다 높으신 분들에게 향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불손 그 자체였다.
특히, 그때 당시 직접 마주했던 대텐구에 이르러선 호칭만 봐도 알 수 있듯 명백하다.
언젠가 대텐구를 어떻게 생각 하냐고 하타테에게 물어봤을 때엔 「고집불통 할배」라는 한 마디로 정리해버렸을 정도다.
「하타테. 설령 말단 텐구 앞이라도 대텐구님을 함부로 부르지 마, 하물며 「할배」취급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아야 앞에서나 하는 거야」
자신의 입장과 주제를 알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등골이 오싹해지므로, 자신의 앞에서도 말하지 않았으면 하지만.
아야는 하타테의 저런 태도가 자신에게 부리는 심술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그 할배 말이지. 그때부터 함부로 모미지를 부려먹었잖아. 눈엣가시로 여기는 게 뻔히 보인다고」
「뭐, 지위도 낮은데다가, 그때 진짜로 칼을 뽑아든 건 모미지뿐이니까」
「그렇다지만 방법이 너무 음습해. 감히 내 친구한테 말이지. 진짜 용서 못하겠어!」
하타테는 「내 친구」라는 부분을 무의식적으로 강조하며 말했다.
그 사건이래 하타테는 모미지와 사이가 깊어졌다.
대하는 것이 서투른 말단 텐구 중에서 유일하게 예외라고해도 좋을 만큼 친하다.
──그렇다고는 한들, 제 삼자의 입장에 선 아야의 시선에는 하타테의 일방적인 호의로 밖에 보일 뿐이다. 게다가 외톨이 생활에 연륜이 깃든 하타테답게 항상 대화가 헛돈다.
과묵한 모미지가 초긴장한 하타테의 영문 모를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는 것으로 둘의 관계가 성립된다.
하타테는 그것을 우정이라고 자칭하며, 아야는 일방적인 감정이라고 말한다.
진실은 모미지의 철면피 안에만 있을 것이다.
어쨌든, 하타테는 모미지를 귀여워하고 있었다.
「그 푸념이라면, 저번부터 몇 번이고 들었었는데……」
「달라, 그뿐이 아니라고! 전에 모미지하고 이야기하다가 들은 건데, 이번에 그 고집불통 할배한테 검의 단련을 받게 됐다고 했었다니깐!」
「……그 말 진짜야?」
뜻밖의 정보에 아야는 무심코 몸을 들썩였다.
「대텐구님이 모미지를 제자로 들였다는 소리?」
「그런 것 같아」
그렇다는 것은, 일개 초계 텐구라는 지위를 생각할 때 파격적인 취급이라고 볼 수 있다.
대텐구가 가진 것은 높은 지위와 권력뿐만이 아니다.
그는 일찍이 뛰어난 무예자로써 텐구뿐만이 아닌 강력한 요괴들 사이에서 이름을 널리 떨쳤었다.
그런 그에게 검술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검사에게 있어선 분명 영광일 것이다.
이거 새로운 특종의 등장인가, 라며 아야는 하타테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정말이지, 터무니없다니깐. 그 변태 할배」
하타테는 시원스럽게 이 중대한 안건을 끝맺었다.
「처음엔 그렇게나 화낸 주제에. 뭐, 모미지가 성실하게 임무를 해내는 것을 보고 생각을 고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말이지, 손바닥 뒤집는 데에도 정도가 있다고. 할배의 튕김질이라니 진짜 재수 없지 않아!? 나 원 참─…… 저기, 아야 왜 그러는 거야?」
「아니, 뭐랄까…… 어찌됐든 상관없어졌어. 네 말상대 노릇은 가끔 엄청 지치네」
힘이 쫙 빠진 듯이 힘없게 머리를 감싸 안은 아야를 보며 하타테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이 녀석, 이미 무적 아닐까.
아야는 공포와 감탄을 넘겨, 마음 속 깊이 지긋지긋함을 느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더 심한 이야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의자를 돌리며 반 억지로 무시했다.
다시 책상에 들어앉으며 「빨리 돌아가라」라고 은근히 압박을 가한다.
「그때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기세를 타고 계속해서 옛날이야기를 말하는 하타테를 무시하며 아야는 지저에서 찍은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신문에는 당연히 지저에서 얻은 재료를 실었다.
역시 몇몇 사진은 야쿠모 유카리의 검열에 걸려 제지당했으나, 당초 예정했던 선대무녀와 오니의 싸움은 당사자들에게서 허가를 받았다.
이것만 있더라도 거대한 특종이라는 것은 틀림 없다.
뒤에서 태평하게 옛날이야기를 읊고 있는 하타테의 분한 얼굴을 떠올려 아야는 몰래 썩소를 지었다.
「그 선대무녀도,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아야와 우리들이 길렀었지」
그 말은, 타이밍이 좋았던 것일까 나빴던 것일까.
아야가 손에 쥔 사진을 들어 올린 순간, 하타테의 평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의 장난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타이밍이었다.
「앗」
자신도 모르게 동요해버린 나머지 무심코 손 안에서 그 사진이 떨어져 내렸다.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이, 그것은 하타테의 발밑에 미끄러지며 떨어졌다.
「이건──」
사진을 주워든 하타테를 당황하며 말리려 한순간 아야는 말문이 막혔다.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말릴 생각인 건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걸 보지 마, 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무 말도 하지마, 라고 외치고 싶었던 걸까.
그렇게 주저하는 사이, 사진을 본 하타테의 표정이 점점 웃음으로 변해간다.
아야에게는 심술궂은 미소로 밖엔 보이지 않았지만.
「과연」
고개를 끄덕이는 하타테를 보며 이 녀석은 절대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 라고 아야는 확신했다.
「과연. 그런 거구나」
벌레를 한 줌 가득 입 속에서 씹은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아야를 응시하며 혼자 납득한 듯 끄덕인다.
아야는 꽤 예전에 거의 반쯤 죽은 아이를 데리고 하타테의 집에 뛰어들었을 적의 일을, 어째선지 지금 와서 선명하게 떠올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때가 모든 일의 발단이며 계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때가 아니면 또 언제란 말인가
아마, 선대무녀를── 그 인간 아이를 중심으로 펼쳐질 수많은 사건에 대한 기대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오늘 밤은 오랜만에 옛날이야기를 안주로 마실래?」
사진을 들이대며 웃는 하타테의 말에는 거절할 수 없는 박력이 있었다.
그 사진에 찍혀 있는 인물은 두 명.
지령전에서 돌아올 때, 반 억지로 찍힌 샤메이마루 아야와 선대무녀의 투 샷이었다.
매우 얄밉게도──어째서 얄미운 건지는 아야 자신도 모르겠지만──사진의 선대는, 보기 드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옛날 언젠가. 아야가 단 한 번 밖에 보지 못했던 미소를.
아야는 대작할 때, 반드시 유우기와 같을 하타테의 질문에서 도망칠 대답을 지금부터 필사적으로 고민했다.
설령 취하지 않은 자신이 취했을 때 무어라 대답할지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말은 틀림없이 치명적인 실언이 된다, 그렇게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
──나한테 아무 질문도 하지 마!
아야는 속으로 고집을 부리며 그렇게 외쳤다.
훗날, 「붕붕마루 신문」은 예정대로 발행 되었다.
오니와 인간의 격돌.
그 경악할만한 사실은 인간과 요괴를 흥분시켰으며 선대무녀의 위대한 전설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다.
선대무녀와 호시구마 유우기를 찍은 사진이 지면을 장식하여 그것이 강한 신문에 강한 신빙성을 준 한편, 텐구 사회에서는 한때 문제가 되어 상층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저에서 찍힌 여러 장의 사진들 중, 사적인 것으로서 아야의 수중에 남은 것.
하타테에게는 아야를 놀릴 재료가 될 터인 그 사진을 포함한 사진들은 어떻게 처분 됐을까.
그것은 샤메이마루 아야 당사자 밖에 알 수 없었다.
◆
【나의 좋은 벗이여】
선대들이 지저에서 떠나고, 그 바로 뒤에 일어난 일이다──.
사토리 일행은 이미 지령전의 안으로 돌아갔지만, 유우기는 혼자서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틈새는 닫혀져 선대들이 떠난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단 홀로 서있던 유우기는, 허공을 향해 중얼거렸다.
「──어때? 저 녀석이, 나를 이긴 인간이야」
『아아, 봤어. 들었어. 느꼈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온 것 같은 자부심 섞인 말에, 답하는 자가 있었다.
그러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주위의 공기 그 자체가 말하는 것처럼, 소리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좋은 여자지?」
『좋은 여자네』
유우기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지금 자신과 같은 것을 마음속에서 되새기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강적」이라고 쓰고 「친구」라고 읽는다.
──유우기. 너도 그야말로 강적이었다.
그 말은 유우기의 가슴 속으로 깊게 스며들듯이 빨려 들어갔다.
자신은 이 말과 이 감정을 평생토록 잊지 않고, 긍지로 삼아 살아갈 것이다.
유우기가 띠운 미소는, 매우 상쾌해 보였다.
『오니를 상대로 감히 그런 말을 하는 녀석이 있었을 줄이야』
허공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에는 실체는 없었으나, 매우 부러워하는 것만 같은 기색이 배어있었다.
누구를 부럽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어이, 유우기. 너 치사해. 진짜로 치사해』
「부럽냐. 그렇지만 줄 수는 없지. 이 말은 내 거라고」
『시끄러, 바보. 볶은 콩 들이부어 버린다』
「와하하, 유쾌하구만 유쾌해」
취하면 성격이 나빠진다, 라는 말을 듣는 유우기였으나, 전혀 취하지 않은 지금도 상당한 고집이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초조함이 오히려 기분 좋게 전해질 정도다.
『제길∼, 그때 승부에 이겼으면, 이렇게 모습을 숨길 필요도 없었는데……』
「졌으니까 말이지, 당분간은 내 말대로 얌전히 있어라. 그 녀석의 다리, 봤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말이지,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야』
「머지않아, 그 녀석의 딸이 지저에 올 거다. 길어도 그때까지야」
『길어도, 라는 건, 그 전에 무슨 일이라도 있을 거라는 소리야?』
「응, 뭐 그런 거지. 감이다만」
그렇게 말하는 유우기에게는 기묘한 확신이 있었다.
인간에게 있어 다리를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큰 불편이다.
그러나 그녀라면. 그 선대무녀라면, 그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처음엔 제멋대로 품었을 뿐이었던 기대와, 너무 낙관적이라 느꼈던 생각이, 지금의 유우기에게는 무엇보다도 확신할 수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선대 자신의 말이 믿음을 주었다.
「안심해, 분명 얼마 안가서 너도 날뛸 수 있을 거다」
『으~, 오니 주제에 거짓말 하는 건 아니겠지』
「그래, 거짓말이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말하는 것은, 거짓말 같아서 싫어할 터였다.
지금도 구체적인 나중 일 따위, 단편조차 상상되지 않지만──.
「거짓말이 아니야, 반드시. 뭐 기다리고 있으라고, 스이카」
그러나, 유우기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