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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선대록

東方先代録


원작 |

역자 | DanteSparda

그 19 「영원정」


──처음 300년은 인간에게 미움 받아 몸을 숨기며 살았다.

  그것을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에서 죽음을 잃었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뼈저리게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친해진 인간이 당연하다는 듯이 자기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

  사별하고 만나고, 또 사별하고──.
  애당초 임종을 지킬 때까지 옆에 있을 수 있었던 때가 드물었다.
  보통은 늙을 리 없는 자신의 이상성만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강바닥에 박혀있던 돌같이 천천히 떠오른다.
  그리고 거절당한다.

  당연한 것이다. 자신의 곁에 있는 자들은 모두가 언젠가는 죽을 인간이다.
  죽지 않는 인간과 관련된 인간들은 거의 대부분이 불행한 끝을 맺었다.
  늙어서 죽어가는 자신과 영원히 젊은 채 죽지 않는 상대를 비교하며, 시기하고, 망집에 시달리던 자도 있었다.
  정체도 모를 자들의 동료라며 누명이 씌워져 함께 주거지에서 쫓겨난 적도 있었다.

  그 결과, 자신을 향한 원한을 받고서 죽은 자들도 수두룩하다.
  자신에게는 명복을 빌 자격마저 없을지도 모른다.
  죽지 않고 산다는 것은, 그저 그것만으로도 주위에 폐를 끼친다는 것을 깨닫고 몸을 숨기게 되었다.


  ──그 다음 300년은 세상을 원망하고, 요괴를 퇴치하는 것으로 그것을 해소하고 있었다.


  생명을 가진 자들은 모두 반드시 죽는다. 인간만이 아닌, 동물도, 벌레도.
  그러나 요괴만은 예외였다.
  죽지 않는 자신 같이, 칼로도 화살로도 죽일 수 없는 존재들.

  그렇다면 나도 요괴와 다를 바 없나──.

  그런 생각에 격렬한 분노가 솟아올라, 그것이 원한이 되어 요괴들에게 향해졌다.
  겉으로는 인간을 덮치는 요괴들을 퇴치하며 인간을 위한 선행을 쌓고, 그것이 내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인간과의 유대라고 믿고 있었다.
  믿으려고 했었다.

  그러나 사실은── 갈 곳을 찾지 못하던 자신의 처지에 대한 원망스러움이 요괴에게 향해버렸을 뿐이다.


  ──다음 300년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나날이었다.


  누군가의 복수를 맹세한 인간. 누군가를 질투한 끝에 미쳐버린 인간. 날 때부터 그런 악의를 품고 태어난 인간.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힘이 다해 죽는 자들은, 차라리 나았다.
  그들에게는 「죽음」이라는 끝이 있으니까.

  얼마나 반복했을까. 요괴와의 사투에서 느끼던 생과 죽음의 갈림길에 섰다는 위기감마저 마모되어 없어져가기 시작했다.

  삶?  죽음?

  자신에게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조차 없다.
  요괴를 퇴치하고, 또 퇴치한 끝에 살해당하고, 그 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죽은 횟수마저 알 수 없게 됐을 때, 자신은 이미 완전히 지쳐 버렸다.


  ──그리고 다음 300년을 거쳐, 이 환상향에 겨우 도착했다.


  여기서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났지만, 딱 하나 불가사의한 것이 있다.
  살 의지가 마모되어, 마음속까지 완전히 지쳐 버려 멈춰서있던 자신이, 이곳에 도달하게 한 계기는 도대체 무엇일까?
  희망이나 집착 같은 것은, 지금까지 지내온 세월 속에서 이미 문드러져 없어졌을 터인데──.

  삼계의 광인은 자신이 미쳤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사생의 맹자는 맹인이 되어가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태어나고 태어나고 태어나고 태어나 생명의 시작에 어둡고
  죽고 죽고 죽고 죽어 죽음의 끝에 밝다
  이 세상을 헤매는 자들은 자신들이 헤매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왜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 그리고 죽는지 모른다.

  인간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놀라울 정도로 무지하다는 것──그것은 분명 사실이다.
  윤회전생의 이치에서 떨어져 나와 천년 이상의 시간을 보냈음에도, 무언가를 깨달았던 적이 없다.
  누군가가, 혹은 누구든지 「인간은 잘못을 반복한다」라며 깨달았다는 듯이 말한다.
  정말로 깨달았다면, 그 과정 어딘가에서 브레이크를 밟을 터인데.

  사람은 무지한 채로, 반복한다.
  그렇다면 자신도 아직 인간일지도 모른다, 라고 마음이 약하게 흔들린다.
  그것이 기쁜 것인지, 슬픈 것인지. 너무나 길게 살아온 자신으로선 이제 알 수 없다.
  그저, 이 끝없는 인생 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면 몇 번이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원한도, 슬픔도, 후회도, 싫을 만큼 경험했다.
  기대하면 머지않아 반드시 실망하고, 최후에는 절망했다.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몇 번이고 생각했다.
  괴로움과 이어진 모든 것과 관계를 맺지 않으면 된다고 마음속 싶이 깨달았다.

  그렇지만, 보라고.
  정신을 차려보니, 또.

  ──멈춰 선 채, 시간의 흐름에서조차 남겨지는 것을, 이 세상에서 혼자서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정신이 차려보면, 누군가에게 기대기 위해 필사적으로 다시 발을 움직이고 있다.
  포기는 찾아오지 않고, 미혹이 되살아나며, 다시 같은 나날의 반복.
  그 이유마저, 자신은 모른다.







「현역에서 물러난 하쿠레이의 무녀 「선대」와 평소에는 안개의 호수에서 살고 있는 얼음의 요정 「치르노」라고」
「그러는 너는 모코땅」
「모코우야!  후지와라 모코우!  모코땅이라고 부르지 마!」

  소란스럽게 말싸움을 하는 모코우와 치르노 옆에서 선대가 보자기를 펼치고 있었다.
  모두가 적당히 평평한 돌 위에 앉아 보자기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 있다.

  시각은 점심시간. 선대와 치르노는 이곳에 올 때까지 걸은 수고도 있기에 자기소개나 사정을 설명하는 등의 대화시간을 겸한 휴식시간을 갖게 되었다.
  요괴로 변한 짐승이 서식하며, 대나무에 둘러싸여 사각도 많아 태평하게 쉴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세 명 중 누구도 긴장하고 있지 않았다.

  자신이나 요정은 그렇다 쳐도, 이 녀석은 어쩌지?  라며 모코우는 제일 정체를 알기 힘든 선대에게 저절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하쿠레이의 무녀라는 건 몇 번 들었던 적이 있어. 그렇지만 곧바로 이 죽림에 살게 돼서 바깥의 정보는 별로 듣지 못했지만 말이지」
「스승은 말이지, 최강의 하쿠레이라고 불리고 있다구. 놀랍게도 이 몸에게 이겼을 정도니까」
「……뭐, 평범한 사람이 아니란 건 알겠어」

  딴죽을 걸기도 귀찮다는 듯이, 모코우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눈앞의 인간이 강하다는 것만은 몸으로 경험하여 납득 할 수 있었지만.

「제일 새로운 하쿠레이의 무녀에 관한 정보는 스펠카드 룰에 대한 거야.
  지금은 환상향의 관리자라고 했었나?  그런 지위를 가진 녀석이라면 보통은 손에 들어오지 않을 정보도 손에 넣을 수 있겠네」
「그렇다. 영원정의 정보도 그 연줄에게서 들었지」
「과연. 그 야고코로 에이린이 의사였다는 사실은 나도 금시초문이야」

  모코우는 선대에게서 그녀들이 헤매임의 죽림에 방문한 사정을 간단하게 듣고 있었다.
  두문불출하며 이곳에서 긴 시간동안 정착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바깥의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 대신 안에서도 정보가 새지 않는, 완전히 상황이라고 믿어 버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다른 것 같았다.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영원정은 물론이요. 그곳에 사는 인물들의 정보까지 알고 있었다.
  그중엔 자신조차 모르는 정보도 있었다.
  야고코로 에이린이라는 인물의 배경이 그것이다.

「모코우는 에이린에 대한 건 전혀 모른다는 말인가?」
「아─, 응. 이름하고 실제로 만나서 느낀 인상 정도는 알지만. 무슨 일을 하는 건지는 몰랐어」

  모코우는 말끝을 흐리며 대답했다.
  선대가 영원정의 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곳의 거주자들과 자신의 관계는 가능한 한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정보까지 알려질지도 모르니까.
  확실하지 않은 부분에 서투르게 접할 바에야 그렇지 않기를 바랐다.

  원래 말이 적은 선대는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았고, 이쪽에서 묻지도 않았다.
  남과의 교류를 바라지 않는 모코우에게 그런 선대의 태도는 오히려 고마웠다.

  ──그녀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건 아닐까, 확실하게 밝히기 꺼려져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스승, 도시락은 직접 만든 거야?」
「아니, 원래는 혼자서 먹을 생각이어서 주먹밥을 가져왔다만」
「혹시, 전에 먹었던 그거야?」
「그렇다」
「그렇구나─. 뭐, 상관없지. 그거, 먹으면 힘이 나니까!」

  치르노가 요정이 아니었다면 마치 부모자식간의 대화나 다름없이 들렸을 그 광경에, 모코우는 저절로 입가가 올라갔다.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오랜만이다.
  하물며, 이렇게나 훈훈한 광경을 마지막으로 본 것도 꽤 옛날이었다.
  은둔자니 뭐니 해도, 결국 배는 고픈 법이구나, 라며. 몸에서 급속히 되살아나기 시작한 인간적인 반응에 모코우는 자조하고 있었다.

「──먹지 않겠나?」

  눈앞으로 들이밀어진 주먹밥에 모코우는 제정신을 차렸다.

「에?」
「점심, 안 먹지 않았나?」
「아……응. 그렇지만, 괜찮아?」
「사양하지 마, 모코우도 먹으라고!」
「왜 네가 그렇게 당당한 건데. 게다가 벌써 먹고 있어…….
  난 됐어, 둘이서 먹어. 애당초 일인분으로 보이는데. 보라고, 두 개 밖에 없잖아」

  주먹밥을 포장하고 있던 대나무 잎에는 남은 주먹밥이 없었다.
  그러나, 선대와 치르노는 얼굴을 마주보더니 장난꾸러기 개구쟁이 같이 웃었다.

「헤헤, 그렇게 보이지─?」

  모코우에게 주먹밥을 반 억지로 쥐어준 선대는 품 안의 대나무 잎을 한 번 닫더니, 곧바로 끈을 풀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다시 열은 대나무 잎 속에는 새로운 주먹밥이 두 개 생겨 있었다.
  모코우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치켜뜨며, 자신이 쥔 주먹밥과 대나무 잎 속의 그것을 몇 번이나 살폈다.

  그런 그녀가 이상하다는 듯 웃는 치르노와 모코우의 눈앞에서 새로운 주먹밥을 보란 듯이 먹는 선대.

「굉장하지?  스승의 보물이야」
「이미 눈치챈 것 같다만, 먹어도 줄지 않는 주먹밥이다. 맛있으니 먹어보도록」

  당연하다는 듯 의연한 모습에 기가 막혔지만, 선대에게 재촉받은 모코우도 입에 주먹밥을 얺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쌀의 감촉이 입속에 퍼진다.

  다시 생각해보니, 지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이 쌀에 온기와 부드러움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평범한 주먹밥은 아니다.
  여우에게 홀린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맛​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치르노의 말대로, 정말로 힘이 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니가 신선에게서 받은 것을, 내가 오니에게 받은 것이다」
「……당신, 정체가 뭐야?」

  믿을 수 없는 단어가 하나 둘씩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눈앞의 인간을, 모코우는 다시 의심스런 눈으로 바라봤다.
  그렇게 멍하니 중얼거리기는 했으나, 입은 쌀의 감촉을 느끼고 있다.

  정말로 맛있었다.
  단순한 맛만이 아니라, 따뜻한 쌀은 정말로 오랜만에 먹어보는 것이다.
  아니, 식사 자체가 오랜만일까.
  주먹밥 하나를 방금 먹어치운 참인데, 배가 굶주림을 호소하듯이 울렸다.

「하나 더 먹겠나?」
「아니, 아무래도 그건 좀……」
「부족한 걸로 보인다만. 먹지 않은 것은, 점심만이 아닌 건가?」
「그야……3일 정도, 아무것도」

  모코우는 무심코 자백하고 말았다.
  따로 먹지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점이 없었으니까 먹은 것이다.
  그러나 모코우는 자세한 사정을 설명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허공을 맴돌던 시선을 두 명에게 돌려보자, 거의 노려보는 것 같이 설득력 가득한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먹어라」

  이의는 듣지 않겠다는 것 같은 박력으로, 선대가 주먹밥을 들이민다.

「그래, 먹으라구!  밥은 제대로 먹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이야!」

  누구에게서 배운 것일까, 요정이 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말과 함께, 치르노도 자신의 몫으로 하나 더 집었던 주먹밥을 내밀었다.
  거절할 수 있을 법한 분위기가 아니다.
  그리고, 거절할 마음도 사라져 버렸다.

「아아, 그……알겠어」

  곤란하게 받아들었지만,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기뻤다.
  주먹밥을 받은 모코우는, 사양 없이 그것을 입으로 옮겼다.

  맛있었다.
  허기가 채워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그저 배고픔만이 아닌──.

「서둘러 먹지 마라. 자, 물이다」
「상당히 배가 고팠었구나─」

  물통을 받으면서도, 모코우는 밥을 입으로 넣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배가 오랜만의 영양을 바랐기뿐만이 아니다. 먹는 것에 집중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두 명을 봐 버리고 만다.
  모코우는 그것이 부끄러웠으며, 그리고 왠지 눈물이 나올 것 같이 괴로웠다.







  원래대로라면 알려질 리가 없는 영원정의 정보가 내게 알려졌다.
  이 괴현상은, 야쿠모 유카리의 짓임이 틀림없다!
  네 이놈, 유카링!  용서할 수 없다아아아─!!

  ──미안, 유카리. 너 말고 정보원으로서 날조 가능할만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았어.

  유카리 본인도 모를 사이에 그녀를 흑막으로 만들어버리고만 사실에 속으로 석고대죄를 하는 나.
  모코우나 영원정의 존재는 원래는 영야 이변이 일어났을 때에 드러나야 하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 그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고, 원래는 파악되지 않았어야 할 정보를 내가 알고 있는 이유로서 제일 적절한 하쿠레이의 무녀로서의 지위와 그에 관련된 유카리의 존재를 이용한 것이다.
  깊게 파고들면 간단하게 구멍이 뚫릴 변명이었으나, 말수가 적다는 사실을 어필하며 모코우에게는 대충 둘러댔다.

  결과적으로, 생각보다 자세하게 질문하지 않는 모코우는 영원정의 정보를 알고 있는 이유를 납득해준 것 같다.
  하쿠레이의 무녀라는 지위 덕에 설득력도 있던 것 같아, 유카리에 대한 것까지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는 것이 도움이 됐다.

  ……그렇지만, 똑같이 둘러대야 할 에이린에게는 분명 유카리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게 돼버리겠지.

  뭐, 그렇게 언제 어디서나 일을 꾸미고 있다는 인상이 정착해버린 탓도 있지만, 이번엔 그것을 마음 아프게도 내가 이용하게 되어 버렸다.
  거기다 언젠가 유카리와 에이린이 만나기라도 하는 날엔 간단하게 모순을 눈치채여버릴 위험성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최후의 수단도 준비해 뒀고.

  ……어느 쪽이 됐든, 거짓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말이지.
  설마 게임이나 2차 창작 덕분에 알았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리도 없고.

  우우……,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죄책감과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사토리 뿐이다.
  다음에 지령전에 놀러 갈까. 무리라면 유카리에게 부탁해 대화만이라도 해보자.

  이렇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시도한 영원정 찾기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에이린에게 진찰받을 때까지는 어떻게든 들키지 않았으면 한다.
  유카리까지 말려들게 하면서 강행한 것에 의문이 없지는 않다. 너무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그러나, 나는 춘설이변이 일어났을 때 유카리가 한 행동과 그 동기를 잊지 않았다.

  내 다리가 불편한 건 자업자득이다. 이제 와서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전부 시도해볼 때까지는 치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나는 다시 각오를 굳혔다.

  사정을 모코우에 설명하고 난 후, 우선 점심을 겸해서 휴식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처음엔 혼자서 다닐 것이라 생각해서 반찬은 챙기지 않았지만, 대신 유우기에게서 받은 그 주먹밥을 가져왔다.
  아무리 먹어도 없어지지 않는 매우 편리한 신선의 음식이다.
  덧붙여서 내 보물이기도 하다.

  아니, 이것은 가보로 남기자. 내가 죽은 후에는 유산으로 레이무에게 상속하자.
  꽤 맛있는데다, 「요괴소년 호야」에서 나온 것과 같은 걸 먹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더 정감이 간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먹으면 기력이나 체력이 차오른다.
  혹시 MP회복 같은 효과가 있는 걸지도 모른다.

  전에도 먹어본 적 있는 치르노에 더해 이번에는 모코우도 같이 나눠 먹는다.
  의외롭게도 모코우가 꽤 굶었다는 사실에는 놀랐지만, 마침 딱 알맞게도 내겐 줄지 않는 주먹밥이 있다. 배부를 때까지 먹여주자. 밥 먹어라!

  눈물이 나올 정도로 맛있었던 것 같은 모코우와 식후의 담소를 나눈 뒤, 그대로 흐름을 타 저절로 영원정까지 안내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 말에는 기뻤지만, 모코우와의 사이가 좋아졌다는 사실이 좀 더 기쁘다.
  역시 인간,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한솥밥을 먹으면 이미 동료나 마찬가지.

「이제 슬슬 도착할 거야」

  모코우의 안내를 따라, 이번엔 제대로 진로를 잡고 죽림을 걷고 있던 우리들은, 목적지에 다다랐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일단 말해두겠는데, 나는 영원정 녀석들하고 친한 사이가 아냐. 안까지 안내해줄 생각은 없고, 요구에 대해서 조언도 해줄 수 없어」

  모코우가 알려주는 주의사항을 들으며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뭐, 역시 거기까지 기대할 수는 없다.
  2차 창작에서는 모코우와 영원정의 관계가 의외로 좋다는 패턴도 꽤 있지만, 그렇게 이야기는 잘 진행될 것 같지는 않았다.
  애당초 에이린과의 교섭은 내가 할 생각이었고.

  ……말은 이래도 평범하게 고개를 숙여서 부탁한다는 방법 말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달의 두뇌라고 일컬어지는 최강의 지능파를 상대로 심리전은 불가능하니까 말이지.

  가능한 한 조금 전에 했던 설명의 맹점을 들키지 않게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발을 옮기고 있자니, 갑자기 이쪽으로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다.

「모코우,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
「……알았어. 영원정 근처에는 짐승도 다가가지 않아. 알고 있는 녀석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적일 수도 있는 거지. 스승은 물러서 있어」
「너도 물러서 있으라고」
「뭐야, 약한 주제에!  이 몸 앞으로 나서지 말라고!」
「너보다는 강해!」

  정해진 것 같은 둘의 말다툼이 시작되어 버렸다.

  적이 아니기를 빌며, 나는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을 노려봤다.
  일단, 호신용 수단은 준비되어 있으니까.

「──어라라, 이거 진짜야?」

  죽림 저편에서 나타난 인물은, 왠지 이쪽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나의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는, 치르노 만큼이나 작은 체구. 처진 토끼 귀.
  무언가 작업을 하다 온 듯, 도끼와 톱 같은 도구를 짊어지고 있었다.

  내 지식에 있는 요괴였다.
  무심코 이름을 중얼거리려던 입을 다문다.

「아, 다행이네. 너였냐. 어느 정도 말이 통하는 녀석이야」

  모코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나타난 것은 「이나바 테위」였다.
  영원정에 살고 있지만, 원래는 이 죽림에서 서식하던 요괴토끼다.
  모코우에게는 영원정의 거주자와 관계가 얕은, 비교적 우호적인 상대였다.
  그런데 둘은 아는 사이였구나. 분명 원작에서 명확한 연결점은 보여주지 않았을 텐데, 조금 의외다.

「모코우, 그 녀석들은 뭐야?」
「보면 알겠지만 인간과 요정이야. 영원정에 볼일이 있다던데, 죽림 바깥에서 왔다네」
「……영원정에?  정말로 그 녀석들이 영원정에 대해서 말했어?」
「그래, 인간은 하쿠레이의 무녀의 선대라는 것 같고. 정보는 연줄에게서──」
「아니, 잠깐만. 사정은 어찌됐든…… 좋지 않아. 하필이면 바깥의 인간을 데려오다니」

  거리낌 없는 태도로 이야기하는 모코우였으나, 저쪽은 왠지 점점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어 간다.
  어린 외모만 봤을 땐 상상조차 불가능해 보이는 무거운 분위기가 맴돌고 있다.

  나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예상하고 있던 이나바 테위라는 캐릭터의 반응과 너무 다르다.
  뭐라고 할까, 그녀는 이렇게 심각하게 무언가에 몰두하는 성격이었나?
  그렇지 않으면──그렇게 해야만 할 정도로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가?

「우선, 그 녀석들을 데리고 여기에서 떨어져…… 아니, 무리인가∼. 아무리 레이센이 둔하다지만 긴급사태니……」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투덜투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소녀.
  그 모습에 모코우도 위화감을 느낀 건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이. 왜 그러는 거야?」
「아─……모코우. 그리고 너희」

  테위는 단념한 듯 한숨을 내뱉더니, 우리들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선 대화는 무리니까. 지금은 어떻게든 버텨봐」

  장난스레 웃으려다 실패한 것 같은 씁쓸한 표정을, 테위가 짓는다.

「무슨──」

  이야기를 끝낸 순간, 죽림의 틈새로부터 수발의 광탄이 쏟아져 나왔다.
  기척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완벽한 기습이다.
  그리고, 이것은 분명히 탄막용으로 위력을 억누른 공격이 아니다.

  ──회피는 불가능했다.







「무슨──」

  테위의 말뜻을 이해하는 것보다 빠르게, 모코우는 이쪽을 덮쳐오는 탄환들을 눈치챘다.
  그녀의 기억에 있는 공격이었다.
  그러므로 동요는 다른 두 명보다 적었으나, 그 대신 가슴속에서 울분이 터져 나왔다.

「그만둬, 레이센!」

  허공에 그려지듯이 레이센 우돈게인 이나바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 눈동자는 이미 냉철한 각오로 굳어져 있었다.
  전투에 임할 때 드러나는 그녀의 눈 그대로다.
  발사된 탄환은 당연하게도 멈추지 않는다.

  그 탄환들의 목적이 살상이라는 것을 눈치챈 모코우는 그 순간 사선 위로 몸을 낑겨 넣듯이 끼어들었다.

  망설일 틈은 없었다.
  양손을 벌리며 자신이 방패가 되어 선대와 치르노를 감싼다.
  역시 앞으로 나서 있어서 다행이었다, 라고 엉뚱한 안도감을 느낀다.
  동시에 불안감과 후회 또한 느껴졌다.
  두 명을 지켰다는 것에는 불만이 없다. 하지만 자신이 공격을 받아 아마 죽은 뒤의 일이 걱정이었다.

  ──내가 「죽은 다음」에, 이 녀석들은 나를 어떤 눈으로 볼까?

  그것이 유일하게 마음에 걸렸다.
  한순간의 갈등을 해소하듯이, 날아온 탄환들 중 하나가 모코우의 몸에 착탄했다.
  모코우는 머리와 함께 의식이 날아가, 그대로 죽었다.

「아……」

  선대가 눈을 크게 치켜뜨고, 치르노의 입에서 의미 없는 말이 새어 나온다.
  실체가 없는 빛의 탄환은 관통력은 없었지만, 착탄과 동시에 폭발하는 것으로 살상력을 높인 타입이었다.

  모코우의 신체 여기저기가 폭발하며, 피와 고기토막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누가 봐도 그 순간 목숨이 끊겼을 것이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모습.

  힘없이 쓰러지는 모코우의 몸을, 선대가 자연스레 받아들었다.
  치르노는 그 움직임을 눈으로 쫓고는, 뒤늦게 찾아온 현실감에 이를 악물었다.

「모……코우!」

  신음하듯이 이름을 부른다.
  그것이 의미 없는 행동이라는 것 정도는 저릴 정도로 알고 있다.

  치르노는 알게 된 것이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의 의미를.

「레이센, 경고도 없이 그러는 건 조금 심하지 않아?」
「심하지 않아, 오히려 실패야. 저쪽이 맞아봤자 의미 없잖아」

  범인인 레이센이 테위와 대화를 나누며 땅에 내려섰다.
  그것을 보는 치르노는 서로의 사정이나 상황 따위는 요만큼도 모른다.

  테위라는 토끼도 적인가?
  저 레이센이라는 녀석은 모코우가 아니라 자신들을 노리고 있었던 건가?

  모른다, 그렇지만. 다음에 할 행동은 이미 결정했다.

  저 녀석은, 모코우를 죽였다.

「너……!」

  요정 답지 않은 분노가 담긴 말이 치르노의 입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모코우를, 죽였겠다!」

  순식간에 얼음 덩어리를 만들어 레이센을 향해 발사한다.
  탄막놀이를 위해서가 아닌, 명백한 적의와 살의가 담긴 공격이었다.
  끝부분이 예리하게 다듬어진 얼음 덩어리가 미사일처럼 고속으로 레이센을 덮친다.

「잠깐!  나는 상관 없다고!」    
「너, 배신할 생각!?  그것보다, 뭐야 이 녀석!  정말로 요정?!」

  테위는 재빠르게 공격을 피하고, 레이센은 동요하면서도 회피와 요격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었다.

  권총의 형태를 흉내낸 손가락 끝에서 조금 전에 발사한 것과 같은 빛의 탄환을 연사하여 날아오는 얼음의 미사일을 격추하며, 동시에 치르노를 조준하여 공격한다.
  치르노는 얼음의 방패를 만드는 것으로 그 탄환을 방어했다.
  방패에 닿은 순간, 폭발해야할 탄환이 순식간에 얼어붙더니, 모든 운동을 정지한다.

「거짓말!」
「죽이지 마……!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고!」

  격렬한 적의를 뿜어내며, 그와 함께 치르노는 아픔을 견디듯이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굳게 다문 입에서, 억눌린 고함소리가 울려 퍼진다.

「인간은, 죽는다고!  죽는다는 건, 무지 괴롭고, 괴로워서……참을 수 없는 거란 말야!  이 바보!」

  치르노는 자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없었다.
  뭐라 할 말을 떠올려내지 못하는 나쁜 머리가 정말로 싫어졌다.
  그러나, 한 번 경험해본 적 있는 최악의 기분을, 지금 다시 느끼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원인을 따지자면 애당초 너희들이 여기까지 침입해서……!」
「아, 레이센. 저거 위험할지도」

  테위의 손 끝은 치르노가 아닌 그 옆의 선대를 가르치고 있었다.
  모코우를 안은 채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선대.
  지팡이를 놓고 있었으니 움직일 수 없는 거야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빈 손안에는 지팡이 대산 다른 물건이 쥐여져 있었다.

「……치르노의 말대로다」

  흰색과 흑색이 칠해진 구체.
  손바닥으로 가려질 정도로 작은 소형의 「음양옥」이었다.
  그것이 약간의 영력을 휘감고 고속으로 회전하고 있다.
  지금은 단지 그뿐이었으나, 레이센의 눈에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뭐야, 저거…… 파장이 ​엉​망​진​창​으​로​…​…​!​」​

  회전의 속도가 올라감과 동시에, 휘감겨 있던 영력이 폭발적으로 부풀어 올랐다.

「나도, 참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군」

  평소의 선대를 아는 자라면 의외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분노를 억누른 목소리였다.

  선대는 정확하게 목표를 조준하여, 레이센을 공격했다.

  회전하는 음양옥을 내던진다.
  사람의 손으로 던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속도와 힘을 품고, 음양옥이 탄환이 되어 레이센을 향해 날았다.
  레이센은 치르노의 공격을 요격했을 때처럼 탄환으로 공격해 떨구려고 했다.
  그러나, 발사된 광탄은 음양옥에 접촉한 순간, 그 나선모양의 회전에 말려들어가듯이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다.

「뭐……!」

  기세가 조금도 죽지 않은 음양옥이 레이센의 어깨에 직격한다.
  엄청난 충격이 맞은 부위로부터 전신으로 퍼지고, 몸이 공중으로 날아간다.
  뒤에 뻗어있던 대나무에 부딪쳐 간신히 멈추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며 추락한다.

  레이센은 일어설 수 없었다.
  격돌한 데미지 탓이 아니다. 처음 음양옥에 맞았을 때 받은 충격이, 손가락 끝에 이르기까지 신체기능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건가?
  충격을 받은 부분이 다치는 것이 아니라, 위력이 이상할 정도로 분산되어 몸속에 널리 퍼지고 있다.
  그 결과,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몸의 자유를 완전히 빼앗겨 버렸다.
  필사적이게 고개를 들어보니,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선대가 내면 손안으로 되돌아가는 음양옥이 보였다.

  이것으로 재공격이 가능해졌다.
  치르노의 전의도 사라지지 않았다.

「빌어먹을 ……, 이 앞은, 절대로……!」
「너희들, 조금 기다려 줄 수 없어?  덕분에 대화할 틈은 난 것 같은데」

  긴박한 상황 속에서 혼자만 붕 뜬 듯 가벼운 분위기의 테위가 둘을 말렸다.

「너, 무슨 말이야!」
「그렇게 열내지마, 요정. 저 인간 씨의 냉정함을 본받는 게 어때?」
「……치르노」
「안 돼!  이 몸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으니까……!」

  머리에 피가 오른 치르노에게는 이미 주변의 상황이 눈에 들어가지 않았다.
  자신의 등 뒤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마저.

「──모코우」

  테위는 단념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너도 뭐라고 말해주지 않을래?」
「…………에?」

  테위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치르노는 무심코 멍한 소리를 냈다.
  테위는 그저 말없이 뒤를 보란 듯이 재촉할 뿐이었다.
  치르노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화내줘서 고마워, 치르노」

  그렇게 말하며, 모코우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치르노는 몇 번이나 눈을 깜박이며, 그것이 꿈이나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모코우……?」
「응, 그래. 나야」

  모코우는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끄덕였다.
  놀랍게도, 그녀는 부활한 것이다.

  레이센의 총격을 맞아 뜯겨나간 부위는 현재 진행형으로 재생하고 있다.
  그 재생은 한 눈에 보기에도 기묘했다.

  없어진 육체 대신 상처에서 불길이 타오르더니, 그것이 조금씩 형상을 가다듬으며 실체화하여 새로운 육체가 된다.
  이윽고 모든 불길이 사그라들자, 그곳에는 상처 하나 없는 모코우의 모습이 있었다.

「나는, 죽지 않아」

  기대고 있던 선대의 팔에서 몸을 떼고 일어선다.
  모코우는 옷의 먼지를 없애는 척하며 선대와 치르노에게서 필사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봉래의 약이라는 것을 마셔서, 불로불사가 됐거든」

  마음의 준비를 하듯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둘에게 다시 시선을 향한다.
  의식이 끊긴 것은 한순간뿐이었다. 부활하기 시작했을 때, 선대와 치르노가 자신을 위해 화내는 것이 보였다.
  그것이 정말로 기뻤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되살아난 자신을 본 둘이 어떤 반응을 하든지 상관없다고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다.

「미안. 나는,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야」

  모코우는 곤란하다는 듯이 웃고는, 조용히 둘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뒤, 침묵이 깨졌다.

「……다행이다」

  치르노의 혼잣말이 너무나도 약하여 작게 들렸으므로, 모코우는 한순간 환청인가하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다행이다……. 모코우, 살아 있었구나」
「……에?」
「다행이다……!」

  치르노는 온몸에서 힘이 빠져버린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넘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속 깊이 안심 했기에 흐르는 눈물이었다.
  치르노는 울면서 웃고 있었다.

​「​아​아​…​…​다​행​이​다​」​

  그리고, 선대또한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쪽도 숨기지 못한 안도감이 약간이나마 표정에 나와 있다.

​「​그​…​…​그​게​…​…​에​?​」​

  가장 생각지 못했던 사태에, 모코우는 혼란에 빠졌다.
  나쁜 상황은 아니다.
  자신에게 있어서, 결코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다​행​이​다​…​…​모​코​우​,​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아, 응. 다행……이려나?」
「당연하잖아, 바보!」
「……너, 바보라니 너무하잖아」
「바보가 아니면 뭔데, 이 바보야!」

  우선, 울고 있는 치르노의 옆에 당황하며 다가가 그대로 꼭 껴안았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또 다시 변함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기뻤다.
  시야의 한쪽 구석에 보이는 부드러운 분위기를 감긴 선대의 눈이 낯간지러웠다.

  그런 가지각색의 모습을 즐기듯이 바라보며 히죽히죽하고 웃던 테위가 다가왔다.
  레이센은 아직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우선, 대화라도 해보지 않을래?」

  테위는 자신의 뒤쪽을 가리키며 제안했다.
  그 방향은, 영원정이 있을 것이라 짐작되는 방향이었다.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하지.
  나는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것을 본 적이 있고, 아는 사람이 죽었던 적도 있다.

  그렇지만, 내 눈앞에서 죽은 자들은 요괴 퇴치 중에 만난 피해자뿐이었고, 친한 인간은 모두 수명이나 병으로 죽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서로 이야기하며, 웃고 있던 동료가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순간을 본 경험은 단 한 번도 없다.

  모코우가 눈앞에서 머리가 부서지며 죽었을 때, 솔직히 가슴이 차가워졌다.
  갑작스런 기습이었기에 그런 면도 있었지만,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모코우는 봉래인이다」라는 지식이 싸그리 날아가 버렸다.
  품속에서 쓰러진 모코우의 시체가 주는 무게감이, 버틸 수 없을 만큼 무겁게 다가왔다.

  50년이 넘게 생사의 경계에 선 싸움을 몇 번이고 넘어, 상당한 경험을 쌓았다고 자부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이 대처하지 못할 사태라는 것은 있다.
  미리 알고 있던 지식대로 모코우가 부활한 순간 느낀 안도감을 떠올리며, 나는 가슴속 깊이 실감했다.
  우선, 영원정 근처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한 제일의 감상은 이랬다.

  ──다행이다∼!  모코우가 봉래인이라서, 정말로 다행이다……!

  젠장……너무 안심돼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모코우가 죽었을 땐, 정말로 한순간이나마 이성을 잃을 뻔 했다.
  반드시 부활 할 것이라고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나도 치르노처럼 레이센을 전력으로 공격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충격적인 광경이었으니까.

  실제로, 이성만으로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음양옥으로 공격까지 해버렸다.
  원래는 호신용으로 챙겨놨던 것이지만──.

  덧붙여서 이 소형 음양옥은 린노스케가 만들어 준 복제품이다.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돼서 기동력이 없어진 나를 위해, 원거리 공격용의 무기로 쓰라며 선물 받은 것이다.
  소매에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작으면서, 진짜 음양옥처럼 하쿠레이의 힘을 증폭하는 기능까지 가진데다, 내 생각만 해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물론, 불량 하쿠레이의 무녀인 내게 어울릴만한 물건이 아니다.
  단순히 영력을 담아, 그것을 「황금의 회전」으로 증폭시켜 던지는 것 외에는 활용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즉 「돌린 뒤 던진다」라는 단순한 용도로 밖에 쓸 수 없는 것이다.
  물건을 던진다──라는 원시적인 공격 수단.

  나, 문명인에서 퇴화한 거 아냐?  아니야, 회전은 「기술」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꽤 효과적이다. 레이센에게도 효과 만점이었고.
  회전이라고는 해도, 원본인 쟈이로 씨 같이 여러 가지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증폭한 힘을 집중해서 맞히든가, 분산시켜서 맞히든가 이 둘 중의 하나 밖에 할 수 없다.

  레이센에게 맞춘 것은 분산 타입. 상처를 입히지 않고 무력화 시켰다.
  충격이 퍼지므로, 한순간뿐이라면 광범위로 퍼지는 탄막도 전부 지울 수 있다.
  말은 이래도, 이 회전은 불완전해서 명계에서 레이무를 보고 돌렸을 때처럼 엄청난 힘을 내본 적은 없다.

  이 기술은 아직 더욱 수행해야 된다는 걸까. 정진하자, 정진.

  ──잠시 뒤, 그런 소란을 거친 우리들은 지금 바라 마지않던 영원정에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설명을 바라던 레이센에게 어느 정도 사정을 이야기했다.
  모코우에게도 한 말이므로, 자세한 것은 생략.
  레이센은 시종일관 경계를 풀지 않았지만, 테위가 의외롭게도 에이린과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아무리 그렇다지만, 처음부터 죽일 생각으로 나선 이쪽의 실수야.
  뭐, 이걸로 레이센 일은 용서해 줘. 모코우 말고 다른 녀석이 영원정을 방문하다니, 솔직히 나쁜 상황 이외엔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지」

  테위는 우리들에게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확실히 있을 리가 없는 방문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나 경계해야하는 거야?
  요괴의 산과는 다르게 배타적인 이미지는 없지만.
  원작의 이변에서는 영원정에 대한 것이 알려진 뒤에는 꽤 우호적으로 마을과도 교류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내가 뭔가 까먹은 거라도 있나?

  레이센과는 불온한 감정이 남아 버렸지만, 여하튼 본래 목표였던 에이린과의 대면은 무사히 완수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는 야고코로 에이린이 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가 야고코로 에이린입니다」

  정중한 자기소개였다.
  그러나, 고개는 필요 이상 숙이지 않는다.
  그것이 이쪽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뻔했다.

「당신이 선대 하쿠레이의 무녀시군요. 무용담은 몇 번이고 들어왔습니다」
「죽림 바깥의 사건을 알고 있는 건가?」
「예, 항상 신경 쓰고 있으니까요」

  모코우와는 다르다. 외부의 정보를 수집해서 확실하게 「바깥에서 오는 침입자들에 대비하고 있다」라는 은밀한 경고가 느껴진다.

  으음, 벽이 느껴지는걸.
  에이린이 기다리는 방에 들어간 것은 나 혼자뿐이었다.
  모코우는 영원정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치르노가 자세한 사정을 듣는다는 명목 아래 다른 장소로 데려갔다.

  간단하게 말해 인원이 나눠져 버린 것이다.
  아마,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 레이센은 불가시 상태로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온 목적은 전부 이야기했을 터인데──.

「그렇게 경어를 쓸 필요는 없다만」

  우선, 에이린에게 경어를 그만둬달라고 부탁했다.
  연상이라는 의미로는 나보다 아득하게 높은 존재다.
  경어라니, 이쪽이 송구스러워진다.

「나는 그저 치료를 받기 위해 이곳에 왔다. 내 쪽이 부탁을 하는 입장이다」
「……그런가요. 알겠어요」

  에이린은 납득했다는 듯 끄덕였다.
  물론, 겉으로만.
  겉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지만, 왠지 경계가 더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 어째서야…… 상황이 더 악화된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드는데.
  내 말에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있었나?

「장해를 입고 있는 다리를 진찰하고, 가능하다면 치료해줬으면 한다는 말이었죠?」
「그렇다」
「고칠 수 있다는 보증은 없어요」
「아아, 알고 있다」
​「​그​런​가​요​─​─​그​럼​,​ 우선 진찰을 해보죠」

  이야기 자체는 어떻게든 순조롭게 풀렸다. 고마운 소리다.
  하지만, 예상은 했던 대로. 에이린은 모코우처럼 간단하게 친해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연애 게임이라면 공략 난이도가 높을 것 같다고나 할까.

  그건 그렇고, 진찰을 시작한다고는 했지만…… 진짜로 여기서 하는 건가?
  어딜 봐도 휑하다는 느낌만 있을 뿐, 진찰하기 위한 설비가 전혀 없다.
  나도 진료소를 경영하고 있기에 문외한이긴 해도 어느 정도 필요한 기구 정도는 알고 있다.
  책상 위에 무언가 메모가 흩어져 있고, 방에는 사유물이라 짐작되는 책장까지 있다.
  내가 앉아 있는 의자는 다른 곳에서 일부러 가지고 온 것이다.

  여기 정말로 환자를 진찰하기 위한 방 맞아?

「진찰을 시작하기 전에, 질문을 몇 개 하죠」

  속으로 수많은 의문을 품은 내게서 눈을 돌린 채, 에이린은 조용하게 말했다.

「──어째서 내가 의사일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저는 의사는 아니에요」
「……하지만, 약을」
「확실히, 개인적으로 약물의 조제나 연구를 하고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장사를 한 기억은 없어요. 약사라고 주변에 선전한 기억도 없고, 실제로 누군가를 치료한 적은 한 번도 없죠」
「……」
「 「영원정에 오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그 발상은 어떻게 생긴 거죠?」

  속으로 절망했다.
  겉으로는 포커페이스를 꾸몄지만, 마음속에선 무서운 기세로 식은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설마, 내 동요가 눈치채인 건 아니겠지?

  나는 간신히 나의 큰 실수를 깨달았다.
  애당초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다.
  영원정이 의료에 관계된 곳이라 무의식적으로 믿어 버리고 말았다.

  ──영원정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이변이 끝나고 난 뒤. 그리고, 마을에서 약을 팔기 시작한 것도, 이변이 끝나고 나서부터였다!
  즉, 이변이 일어나기 전의 영원정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하나도 모른다.
  아니, 애당초 영원정은 장사 따윈 하지 않았다.

  위, 위험해……이래서야 「환자로서 왔다」라고 말한 나는 에이린 입장에서 보면 의심스러운 인물 그 자체잖아!

「……네가 약에 관련되어 있다는 정보를」
「거기서, 왜 지금까지 고칠 수 없었던 다리가 여기서는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근거를 모르겠군요.
  만약 당신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가진 기술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치죠. 그렇다면 그 정보는 도대체 어떻게 얻은 걸까요?  이것도 의문이군요」
「하쿠레이의 무녀였던 내게는 특별한 연줄이──」
「야쿠모 유카리에 대한 것. 환상향의 관리자인 요괴에 대해선 충분히 예비 조사를 해놨어요.
  그녀의 실력을 계측한 다음, 나는 제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은폐를 영원정 전체에 쳐놨었죠.
  야쿠모 유카리는 이 영원정의 존재조차 몰랐을 터. ​…​…​그​럴​「​터​」​인​데​.​ 제 능력과 예상을 훨씬 웃돌 만큼, 야쿠모 유카리라는 요괴가 강력했다는 건가요?」

  …………우, 우에에. 저기, 에이린 씨. 어떻게 해야 용서해주실 수 있는 건가요?

  도망갈 길 따윈 없는, 이로정연한 질문과 해답의 흐름에 나는 이미 마음이 꺾여버리고 말았다.
  완전히 몰려버렸다. 이게 체스나 장기였다면, 방심한 상태로 지릴 정도의 수준이다.
  마지막의 의문형도 그저 말만 올릴 뿐, 자신의 힘을 웃돌 인물 따위는 있을 리가 없다는 자부심이 담겨져 있었다.
  실제로, 동방에서도 최강 캐릭터 중 하나인 에이린을 유카리와 비교했을 때, 그렇게까지 실력차가 없다는 것은 나 자신도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응?  유카리 쪽이 분명 더 강하다고ㅋㅋㅋ 나는 들러리고」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맹목적으로 믿을 수는 없었다.
  달의 두뇌를 속이다니, 처음부터 무리인게 당연했어!

「이것은 제 추측이지만, 당신이 치료를 목적으로 왔다는 점은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동요 하나 보이지 않는 철면피──라 꾸미고 속은 붕괴하기 시작한 내게, 에이린은 쏘아 붙이던 날카로운 시선을 돌리고 약간이나마 힘을 뺐다.

「그렇지만, 이 영원정에는 둘도 없이 소중한 분이 숨어 계세요.
  당신이라면, 이것도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그분의 종이며, 지키기 위해 평소에도 힘을 쏟고 있었죠」

  다시, 에이린이 나를 바라봤다.
  그 눈동자에는, 명확한 적의가 담겨져 있었다.

「그렇게 지켜왔음이 분명한 정보를, 어째선지 당신이 가지고 있다── 당신 자신의 사정은 관계없지만, 그 사실만이 내가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에요.
  ──자,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당신은, 이 영원정에 대해서 누구에게서 안 거죠?」

  그것은 아마, 에이린의 마지막 질문이었다.
  여기서 거짓말을 하면, 혹은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간파된 순간엔 이 장소에서 전투가 일어날 지도 모른다.
  그런 확신이 내게는 있었다.

  이제 변명은 끝이다. 에이린에게 거짓말이나 속임수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 뼈저리게 알았다.
  이제, 자백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나 할까, 이미 정신적 데미지가 한계에 다다라, 전부 털어놓고 싶은 기분이다.
  머리가 좋은 에이린이라면, 내 말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서 이해해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내게는 단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에이린은 사토리와는 다르다.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으면, 경계를 풀어줄 무름이, 분명 그녀에게는 없다.
  에이린이 말한 대로, 이렇게까지 경계하는 것은 자신의 공주──호라이산 카구야──를 지키기 위해서다.
  원작에서는 카구야를 위해 고향인 달에서의 사자를 몰살시켰을 정도의 인물이다.
  최악의 경우, 나를 불온분자로서 처리한다는 명분의 결정타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바보같이 솔직하게 진실은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거짓말도 할 수 없다.
  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내가 낼 수 있는 비장의 카드는──딱 한 장 있다.

「……이 환상향에는, 지상 외에 지저의 세계가 있다. 알고 있나?」

  마지막 수단. 최후의 수단이다.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모두 이야기해주지──.

「……예. 자세하게 알아낼 수는 없었지만, 지상에서 쫓겨난 요괴가 서식하는 곳이라더군요.」
「야쿠모 유카리의 관리 하에는 없는 장소. 그곳을 지배하는 지령전의 주인……그녀는 영원정을 알고 있다」

  원래는 알려지지 않았어야 할 영원정의 정보가 내게 알려져 있다.
  이 괴현상은, 코메이지 사토리의 짓임에 틀림없다!
  네 이놈, 사토리!  용서할 수 없다아아아─!

「뭐라고요?」
「코메이지 사토리라는 사토리 요괴다. 그녀에게는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지」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사토리는 지저의 훌륭한 요괴이며, 마음을 읽는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설마, 그 능력에 의해 내가 숨겨왔던 영원정의 정보가?」
「모른다. 그러나 그녀가 이 장소만이 아닌, 야고코로 에이린이나 호라이산 카구야의 정보까지 자세하게 알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사토리에게는 내가 원작 게임의 내용을 이야기했기에, 등장 캐릭터에 대한 것도 알고 있다.

「그렇군요, 역시 카구야에 대한 것까지……」
「나는 예전에 지령전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사토리와 개인적인 친분을 가졌지」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 나는 거짓말은 요만큼도 하지 않았다!

  ──왜냐면, 묻지 않았는걸.

  왠지 내 자신을 때리고 싶어졌다……추해, 추하다고 나!

「……그 이야기를 실증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어요. 당신의 증언뿐이죠」
「그렇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네요.
  코메이지 사토리, 군요. ……좋아요, 기억해두죠」

  에이린이 생각에 빠져 있던 시간은, 정말로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두뇌는 무서운 속도로 정보를 분석하고, 수많은 결론을 이끌어냈을 것이다.
  결과, 사토리는 에이린 속에서 경계해야할 상대가 된 것 같다.
  그래도 이걸로 어떻게든 이야기를 넘길 수 있었다.

  후우……고마워, 사토리. 역시 마음의 친구다!

  …………사토리를 만나고 싶다. 만나서, 죽을 정도로 사과하고 싶다. 그 뒤엔 어떻게든 말을 맞춰 줬으면 한다.

「우선,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이제 그냥 죽어버리면 되는 거 아닐까?  같은 소리를 하며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던 내게 아까와는 딴판으로 상냥한 분위기의 에이린이 미소 지었다.
  어디까지가 본심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름다운 미소에 치유됩니다.

「그럼, 다시 진찰을 시작하죠」
「……괜찮은 건가?」
「당신이 치료 받기 위해 왔다는 말은 믿는다, 라고 말했죠.
  꽤 옛날 일이긴 해도, 사람을 진찰해본 경험은 있어요. 이제 의사는 아니지만 여기까지 온 환자를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고맙다」
「하지만 기대하기는 아직 일러요. 당신의 다리를 고칠 수 있을지 어떨지는 진찰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진찰을 시작한 에이린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선대무녀와의 대화로부터 대여섯 시간 후.

  기묘한 방문객들이 영원정을 떠난 뒤, 에이린은 자신의 방에서 홀로 생각에 빠져 있었다.
  레이센들에겐 당분간 방에 오지 말라 일러뒀다.
  선대무녀로에게서 얻은 정보가 쉽사리 알려져서는 안 된다. 쓸데없는 경계심을 자초한다.
  그러나, 그런 에이린의 방에 함부로 들어오는 누군가가 있었다.

「꽤 재미있을 법한 이야기네?」
「……공주」

  에이린의 고민의 중심인 카구야였다.

「두 명뿐이잖아. 편하게 말해도 되잖아?」
「……카구야. 이건 위험할지도 모르는 사태야」
「그렇네. 이 집에 손님이 오다니, 두근거리는걸」
「테위가 왔을 때와는 상황이 달라」
「응. 알아. 그러니까 기대되는 거야」

  아이 같이 천진난만한 표정을 한 카구야를 바라보며 에이린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쪽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는다.
  방문자들에게로의 흥미가 더 크다.

  그것은, 일찍이 죽림에서 살아오던 이나바 테위가 달의 추격자들에게서 피하기 위해 몸을 숨기고 있던 자신들 곁에 나타났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 얼음의 요정은 차라리 괜찮아. 그렇지만, 하쿠레이의 선대무녀──그녀에 대해서는 가볍게 볼 수 없어」
「결국, 다리는 치료하지 못한다고 말했어?」
「위치적으로 봐도 환상향의 유력한 세력들과의 연결점이 너무 많아.
  그녀가 알고 있는 내용은, 최악이어도 그 연결점이 있는 요괴들 모두에게 알려져 있다고 봐도 무방해」
「정말로 치료하지 못하는 거야?  다리가 통째로 사라진 환자를 재생시킨 적도 있었잖아」
「……정보가 퍼진 원인이 너무 불명확해. 우리들의 정보가, 얼마나 숨겨진 건지 알 수 없게 됐어.
  이 비경에 달의 감시자가 왔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어. 애당초, 정보원이라 말한 코메이지 사토리라는 요괴도──」
「저기, 어째서 거짓말을 한 거야?」

  끝까지 마이 페이스로 일관하는 카구야의 모습에 에이린은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건 사실이야. 여기는 달과는 다르니까」
「에이린이 나서도 어쩔 수 없는 거야?」
「내가 어째서 약물로 한정된 연구를 하느냐── 그건 환상향에서 가능한 의학의 한계가 그 정도니까야.
  의료와 관련된 기술이나 설비도 포함해서, 문명 레벨이 너무 낮아. 여기엔 X레이조차 없으니. 그녀의 다리는 칼 한 개로는 손 댈 엄두조차 못 낼만큼 복잡해」
​「​그​래​…​…​유​감​이​네​」​

  카구야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몸이 만전이었다면, 분명 재미있는 사건을 일으켜 줄 것 같았는데」
「위험한 상대야」
「역시, 에이린도 「강하다」라고 생각했구나」
「예상되는 신체 능력이 바보 같아. 전에 당했던 레이센이 그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일 정도로 말이지.
  전투 기록을 보아하니 숨겨둔 힘도 상당할 거야. 대화로 끝내지 못했다면, 결국 어떻게 됐을지……」
「호오, 에이린 치고는 의외일 만큼 평가가 좋은걸」
「적으로서 생각한다면, 말이지. 경계하는 이유 중 하나야」
「그래?  그렇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에이린과 카구야는 각각 미래의 일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둘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완전히 달랐다.
  에이린은 영원정에 닥칠 앞으로의 위험을 걱절하며, 은밀히 방안을 가다듬었다.

「그런 인간이 그 모코우의 옆에 있다니. 역시 아주 두근거려」

  그리고 카구야는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던 자신의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할 날을 기대했다.



「덤으로 묻는 건데, 에이린에게 그 선대무녀는 어떤 인상이었어?」
「한 개인으로서 묻는다면, 매우 매력적이야. 육체적인 의미로」
「……그건, 성적인 의미로?」
「아니. 육체적인 의미로」
「……」
「한 번 본격적으로 몸을 조사하게 해주지 않으려나」







「 「황금 장방형의 궤적」으로 회전시킨다. 그곳에 「무한히 이어지는 힘」이 생겨난다. 이것이 「황금의 회전」이다」
「……그거, 누구에게 배운 거야?」

  체페리 일족입니다.

  완전히 도용이나 다름없는 내 설명에 테위는 두렵다는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그런 이론을 생각해낸 거야……게다가, 왠지 엄청 설득력 있어」
「정말이지, 정체가 뭐냐고 넌……」

  테위만이 아니라 그 옆에서 귀를 곤두세우고 있었던 듯한 모코우까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안심하라고. 솔직히 나도 이 이론을 처음 봤을 때는 충격적이었다.

  역시 선구자들은 위대하다.
  그들이 남긴 이론이나 사상, 그것들을 증명하는 명언은 항상 내 마음에 새겨져 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내 자신에게 말하곤 한다── 「경의를 표해라!」라고.

「그렇지만 아쉽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꽤 고명한 무인이라던데, 이제 그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말이니까」

  테위의 작은 혼잣말에 모코우는 표정을 찡그리며 자신의 옆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영원정을 나온 이후부터 쭉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던 치르노가 있었다.
  정확하게는, 내가 에이린의 진찰을 받은 뒤, 그 결과를 들은 뒤부터였다.

  ──내 다리는, 에이린도 고칠 수 없다.

  그 말은 적어도 내게 있어선 이제 절대로 낫지 않는다는 말과 같았다.

  솔직히, 전생의 지식을 총동원해도 에이린보다 실력이 좋은 의사는 떠오르지 않는다.
  에이린이 치료할 수 없다면, 아마 이제 누구도 고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을 들었을 때 실망하지 않았다면 분명 거짓말이겠지만, 사전에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

「잃음으로 시작되는 것 또한 있다」
「호오∼, 굉장한 마음가짐이네」

  그렇기에 이 말은 허풍도 뭣도 아닌, 내 진심이다.
  제정신으로 할 짓이 못될. 수행의 길은 죽음에 이르리니─라고나 할까.
  뭐, 다시 생각해보면 진짜로 미친 짓에 가까운 수행만 하긴 했어도 말이지.

  그때엔 죽음까지 각오하고 있었다. 이제 와 다리가 평생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 선고받은 정도로 좌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영원정에 온 이유는 가능성을 찾아 왔을 뿐이다.
  무리라면 깨끗이 포기하고 목적을 바꾼다.
  그렇게 각오했었다.

  ──딱 하나, 오산이 있었다고 한다면, 치르노가 나 이상으로 내가 낫기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걸까.

「치르노. 본인 앞에서 그렇게 실망하면 안 돼」
「……그치만」

  모코우의 말에도 반응이 적은 치르노.
  으음, 섣불리 「다리를 치료하러 간다」라고 설명하지 않는 편이 좋았던 걸까.
  치르노는 내 다리에 대해 상당히 신경 쓰고 있었고, 치료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기쁨 또한 컸다.

  그런 치르노에게 뭐라고 말해야지 잘 위로했다고 들을까 하며 고민하고 있자니, 모코우가 한숨을 한번 내뱉고는 말없이 치르노를 안아들었다.

「으앗!  무……뭐야, 모코우!」

  놀라는 치르노를 가볍게 들어 올려 목에 태운다.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 제대로 설 수 없게 돼. 살아있는 인간의, 자연의 흐름이야」
「그건……알아. 그렇지만」
「정말로?  요정이라서 실감하지 못하는 거 아니야?」
「아니야!  이 몸은, 제대로 알고 있어!  제대로 배웠으니까!」
「하하, 그렇구나. 치르노는 똑똑하구나. 그럼, 내가 다시 말할 필요도 없겠네」
「……응. 알고 있어」
「너는 상냥해. 기운 내라고. 그러는 편이, 분명 선대도 기뻐할 거야」
「……알았어. 힘내서, 기운 낼게」
「그래, 힘껏 웃으라고」

  그리고 서로 의미 없이 웃음소리를 흘리기 시작한 둘을 나는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훗, 유치한 신파극 같군.
  하지만 그래서 좋다!

  솔직히 말해, 나도 이런 내가 넌더리가 날 것 같다.

「이야, 정말로 재미있게 됐는걸. 그 모코우가 말이지」

  옆에서 장난꾸러기 같은 웃음을 지으며 둘의 대화를 보던 테위였다.

「그런데, 테위. 어째서 네가 이 둘의 안내를 하겠다고 나선 거야?」

  제일 앞에서 걷던 모코우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영원정에서 나온 우리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해매임의 죽림의 출구가 아닌, 모코우의 집이었다.
  거기서 모코우와 헤어진 뒤, 테위가 출구까지 안내해 주기로 한 것이다.

「마침 네 집에 볼일도 있었고, 모코우도 이 둘을 보낸 뒤에 집에 돌아갈 수고를 줄일 수 있잖아?」
「난 네 그 친절함이 수상하다는 말인데」
「어머나 실어라, 나 같이 착한 토끼한테 말이 심하네. 나는 행운의 토끼라고?  인간 무지 좋아!」
「선대, 돌아갈 때 조심해」
「너무해!」

  마치 악우 같은 모습의 테위와 모코우.
  테위도 모코우에게 볼일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고, 이 둘이 사이가 좋다니 정말로 의외다.
  이렇게 모르고 있었던 관계를 알게 된 것도 포함해서, 영원정을 방문해서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다리는 낫지 않았지만, 수확은 지나칠 정도로 많았다.

「아아, 여기야. 내 집」

  기묘한 만족감을 느끼며 걷자니, 얼마 안가 모코우의 집에 도착했다.
  죽림이 끊기고 부자연스럽게 뻥 뚫린 터로 나선다.
  그 주변에만 대나무가 나오지 않도록 땅이 파여 흙이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세워진 외딴집.
  ……아니, 하나의……「집」?

「우와, 낡았어」

  치르노가 사정없는 한마디로 짧게 표현했다.
  정말로 허술한 고물집이다.
  안이 어떻게 되어 있을지, 보고 싶기도 하고 보고 싶지 않기도 한, 불안감을 높여주는 외관이었다.

「괜찮아, 비와 이슬 정도는 피할 수 있으니 문제없어」

  그러나 정작 그 집의 주인인 모코우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치르노를 어깨에서 내리고 있었다.
  허세도 거짓말도 아닌, 정말로 상관 없다는 태도였다.

「자기가 죽지 않는다고 위생 관리를 너무 안 한다고─ 이 녀석」

  나와 치르노에게 테위가 기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모코우는 3일 정도 아무것도 먹지 않았었다고 했지.
  의식주중, 2개가 인간의 기준치에도 다다르지 못하다니, 적당히 사는 데도 정도가 있다고.
  ……저거, 왠지 어릴 적의 나도 이러고 살았던 것 같은데?

「밥도 그래, 그냥 놔두면 진짜로 이슬로 연명할 것 같은걸」
「하지만 주변에는 해봤자 죽순밖에 없으니, 자급자족은 무리라고」
「그러니까 내가 식재료를 주는 거잖아─. 이번 볼일도 그거야」

  그렇게 말한 테위는 짊어지고 있던 큰 보자기를 내세웠다.
  뭔가 했더니, 전부 모코우를 위한 식량이었구나.

「필요 없는 참견이긴 하지만……뭐, 주는 건 주는 거니, 고맙게 받을게」
「이거 보라구. 귀염성 없단 말이지─」
「모코우. 점심에도 말했지만, 밥은 제대로 먹지 않으면 안 되는 거라구!」
「요정한테까지 저런 말을 듣다니」
「시, 시끄러워. ……지금부터는 조심할게」
「오오, 굉장해. 모코우에게 반성을 하게 만들다니, 꽤 하네 요정짱. 괜찮다면 앞으로도 가끔 지도해줘」
「지도오─?  그거, 이 몸이 스승에게 배우고 있는 걸 가르쳐주면 되는 거야?」
「그래, 처음부터 인간으로서 사는 법을 다시 배우는 편이 좋을 거야」
「……그거 비꼬는 거냐?」

  자신을 노려보는 모코우에게서 도망치듯이 테위는 웃으며 내 등 뒤에 숨었다.
  그 둘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들으며, 그녀의 제안이 생각해볼만하지 않을까 했다.

  보면 볼수록 모코우의 생활환경은 너무 심하다.
  모처럼 알게 됐는데. 영원정에 볼일이 끝났다고 이대로 헤어지는 건 아쉽다고 생각했었다.
  앞으로도 모코우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정해졌다면, 나는 재빨리 모코우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코우가 좋다면, 생활의 개선에 협력하고 싶다」
「에……그건 요컨대, 또 온다는 거야?」
「그래. 귀찮나?」
「아니, 그렇지는……않은, 데……」

  반응을 보아하니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망설임도 있는 것 같다.
  밀어야 할지 당겨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쯤에서 생활에 무언가 변화를 주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등을 누르듯이, 테위가 말참견을 했다.

「지금까지 모코우의 목표는 우리 공주님과 승부해서 이기는 거였지?
  그것을 여태까지 완수하지 못한 채 매일매일 반복할 뿐이잖아. 이쯤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게 좋을 거야」

  테위가 말하는 「우리 공주님」이란, 카구야를 말하는 것이겠지.
  역시, 이 두 명은 원작대로 견원지간이라는 거구나.

「다행히도, 네 옆에는 은퇴한 무녀님이 계시니. 무언가 배울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구?」
「……입 한번 잘 놀리네, 너」
「칭찬하지 마, 부끄러우니까」
「칭찬이 아냐. ……고마워」

  작게 중얼거린 마지막 한마디는 내게 들리지 않았지만, 테위는 히죽거리며 웃고 있었다.
  헛기침을 한 번 하며 모코우가 다시 내 얼굴을 올려다본다.
  결심은 굳어진 것 같다.

「그러니까……그, 폐가 되지 않는다면, 또 만나러 와줄래?」
「물론이다」
「이 몸도 놀러 올게!」

  나와 치르노의 주저 없는 대답에 모코우는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하하…… 고, 고마워.
  테위의 말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지만, 선대가 괜찮다면 나를 가르쳐줬으면 해. 나, 자주 승부하는 녀석이 있는데, 지금까지 이겨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
「알겠다. 힘을 빌려 주지」
「오오, 모코우도 스승의 제자가 됐구나!  이 몸 알고 있다고, 이걸로 이 몸은 동문의 선배가 됐다는 거지!」

  벌써부터 선배 텃세를 부리기 시작한 치르노의 모습에 미소지으며,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꽤 즐거움이 늘었다.
  뭐, 제자라는 말도 과장이긴 하지만, 치르노와는 조금 다른, 제대로 된 트레이닝 같은 것도 가르쳐보자.
  물론, 내가 하고 있던 수행을 하게 만들 생각은 없지만.

「그렇구나, 치르노가 동문의 선배라…… 그럼 나는 간단하게 「황금의 회전」이라는 거라도 가르쳐 줄래?」

  모코우는 그렇게 말하고 느긋하게 웃었다.

  ──응?  잠깐 기다려봐.

「모코우……지금, 뭐라고 했지?」
「에?  아니,그러니까 조금 전 설명했던 「황금의 회전」이라는 걸 가르쳐 주면 안 될까 하고」

  진정해라 나.
  이건 약간의 엇갈림이다.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냉정하게 한 귀로 흘리는 거다.

「……모코우, 그건 네게는 조금 어려울 거다」
「에, 그래?  물건을 회전시키는 것만으로 강해지다니. 왠지 거짓말 냄새가 풍기는 걸, 아마 사실은 선대의 능력인가 뭔가 아닌……」

  ──!  무슨 말이야!  용서 못해!

「……모코우!  「경의를 표해라! 」」
「에!?」

  갑자기 소리친 나의 박력에,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전원이 놀랐다.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는다.
  멈출 생각도 없다.
  나는 지금, 확실하게 화가 났다!

「미, 미안……뭔가 말실수라도 한 거야?  나……」
「예정 변경이다, 모코우. 나는 너를 철저하게 단련시키겠다!」

  벌벌 떠는 모코우에게 나는 대답을 무시하며 말했다.
  나는 지금, 화는 났으나 모코우가 싫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내게도 양보할 수 없는 신념이 있다. 모코우의 말은 그 신념을 제대로 침범해버린 것이다.

  나는 내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수행이 터무니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도리가 통하지 않는, 정신론마저 뛰어넘은 바보 같은 발상의 총집합된 수행일 뿐이었으니.
  만화에서도 이렇게 수행했으니 당연하다.
  그렇게 바보 같다는 사실을 자각한 다음 한 수련이니, 그런 자신의 행위가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라고. 항상 각오하고 있었다.

  나를 비웃는 것은 상관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이 수행 자체를, 비웃으며 얕보는 것은 절대로 용서 못해!

  위대한 선구자들이 지식을 짜내서, 결국에는 완성시킨 여러 수행들에 대해 경의를 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금 전의 「황금의 회전」도 그렇다.
  하루아침에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하물며, 이론을 들었을 뿐이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니, 마음가짐이 틀려 먹었다.

  ……좋아, 알겠다고.
  모코우, 네가 이 수행들의 위대함을 이해하려면, 역시 실제로 해보는 것 외의 방법은 없겠지.

  처음 계획했던 미지근한 트레이닝 계획을 변경하자.  
  생각해 보면 「카구야에게 이기고 싶다」라는 모코우의 소원은, 원작과도 연결된 중요한 것이다.
  이것 또한 가볍게 다룰 수는 없는 것!

「안심해라, 모코우. 내 수행을 해낼 수 있다면, 너는 분명 숙적에게 이길 수 있다!」
「그……진짜로 말실수를 했다면 취소할 테니까……」

  응, 그래!  프로테인이네!

「그럼 내일부터 수행 개시다. 내일 아침, 또 여기에 오마. 안내는 괜찮다, 이제 모코우의 기척은 기억해뒀다. 생활환경의 개선도 맡겨라. 동시에 실시하겠다」
​「​실​시​한​다​니​…​…​아​니​,​ 당신 다리가 불편한 거 잊은 거 아냐!?」

  됐으니까, 수련이다!

「아무 문제없다. 그럼, 내일 다시 만나자. 돌아가자, 치르노!」
「으, 응!」

  내 자신도 놀랄 만큼 입을 놀리고는 곤란해하는 모코우를 두고, 나는 뒤꿈치를 돌렸다.
  안내역으로 온 테위도 잊고, 타오르는 결의를 품고 힘차게 걷는다.
  평소라면 내 행동을 반성하고 침착하겠지만, 이번만은 나도 멈추지 않는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모코우와 카구야의 승부는 보통 탄막놀이로 하는 걸 텐데.

  그렇지만, 그런 건 관계없다!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은 탄막전이 아닌 육탄전이지만, 그걸로 좋다.
  건전한 육체에는 건전한 정신이 머문다.
  건강하다면……가 아니라 정신력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다!
  근거를 들자면 나나, 다른 소년 만화의 주인공들이 산 증인이다!

  자, 내일부터 하쿠레이 단기간 훈련소 시작이다!  







「……나, 뭔가 화낼 말이라도 한 걸까?」
「아니, 저건 그냥 텐션이 올랐을 뿐인 것 같은데」

  모코우는 선대들이 걸어간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폭풍이 지나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느꼈던 인물상이 무너져가는 것 같은 선대의 변모에, 완전히 쫄아버렸다.

  한편, 옆의 테위는 변함없이 즐겁다는 듯 웃고 있었다.

「아마, 그 인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을 넘어버린 것 같네. 이렇게 되면 귀찮다고─?」
「어떻게 되는 걸까, 나……」
「재미있게 되는 거 아닐까?
  뭐, 딱 좋잖아. 이 정도로 강제적인 편이 너한테는 더 잘 먹힐 테니, 적당해」
「무책임한 말만 하기는」
「그렇지만 정말로, 이건 좋은 운명이라고 생각해」

  매고 있던 짐을 그 자리에 내려 놓으며, 테위는 드물게도 신기하다는 표정을 띄웠다.

「내가 죽림에 함정을 설치했다는 건 알고 있지?」
「아, 그 장난질 말이냐. 몇 번 정도 심한 꼴을 당했는데」
「뭐, 취미인 부분도 있지만, 반 이상 일 때문에 하는 거야.
  나는 영원정과 계약을 했거든, 저쪽의 바람은 「인간이 다가오지 못하게 해라」라는 거였고」
​「​…​…​금​시​초​문​인​데​」​
「너는 예외니까─.
  어쨌든, 바깥에서 들어오는 인간의 발을 묶으려고 가벼운 함정을 몇 개나 장치했다구」

  덧붙여서, 안쪽으로 갈수록 요수용으로 쓸 만큼 심한 거니까 조심해. 라고 장난이 아닌 말을 덧붙인다.

「당연히 함정은 줄어드니 정기적으로 고치고 있어. 딱 오늘 모코우와 만났을 때에 그 작업을 하고 있었거든」
「그거 참, 수고했네」
「아직도 모르겠어?  그 인간과 요정은, 함정이 제일 적어진 시간에 타이밍 좋게 죽림에 들어와 당신과 만난 거야. 그것도 영원정에 볼일까지 가지고」
「……그건」
「우연일까?  그렇다면, 재미있는 이야기네」

  정말로 유쾌하다는 듯이 웃으며, 짐을 내려둔 테위는 경쾌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앞서간 선대들을 뒤 쫒아가기 위해서다.

「그런 둘이, 영원정에 접근할 수 있는 예외의 인간 모코우와 만났다─라는 운명」

  다음 말이 신경 쓰여 무심코 불러 잡기 직전, 테위가 갑자기 발을 멈췄다.
  얼마 본 적 없는, 낯익은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가 아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 고민을 하고, 초조해하는 것도 알겠지만.
  우선, 지금은 그 둘과 어울려봐. 어려운 건 생각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가져. 넌 아직 나보다 연하니까. 인생은 길다구∼?」
「테위 넌……내 아군이야?」
「그렇게 은둔자 흉내만 내고 있으면 대인 스킬이 녹슨다고 했잖아.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적과 아군만이 아니라고?」

  테위는 히힛 하고 다시 특유의 미소를 짓고, 이번에는 정말로 달려갔다.
  남겨진 모코우는 소란스러운 셋이 떠나간 곳과 발밑의 짐을 바라보고는 자신의 집인 고물집을 뒤돌아 본 뒤, 마지막으로 하늘을 올려봤다.

  별 의미는 없는 행위였다.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하루가 끝나려 하고 있다.
  어젯밤엔, 오늘이 이렇게나 소란스러워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었다.

「……내일, 이랬지?」

  내일, 무엇이 일어날 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오늘과는 다른 하루가 약속되어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역자후기

지, 지쳤다. 그렇지만 아직 한 편이 더 남아있어...! 이렇게 끝나는 건가... 내... 시험 점수...

그렇지만 19일에 뉴건담 버카가 오니 아직 멘탈 회복의 기회는 남았습니다. 좀비처럼 번역해주갔어!


...이렇게 말은 해도 20화 이번 주 안에 안 ​올​라​옵​니​다​(​.​.​.​)​


ps 미래의 모코우의 모습을 예상

모코우 "[후지야마 볼케이노 ACT4]야... 카구야... [최초로 죽은 봉래인]은... [어느 쪽] 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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