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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선대록

東方先代録


원작 |

역자 | DanteSparda

연부 「마스터 스위츠」


【쿠킹 아이돌 무녀】


  ──홀로 해내는 자 

  ​N​H​K​(​일​본​・​방​구​석​폐​인​・​협​회​)​에​서​ 방송되던 어린이용 요리프로.
  선대무녀라 불리는 육체파 무녀가, 도우미인 쿠킹(일명 : 미왕(味王))과 함께 노래와 게임을 섞으며 즐겁게 요리를 한다.

  다만, 환상향의 문명 레벨은 낮기에 현대 요리에 필요한 일부의 설비가 존재하지 않아, 그것들을 선대무녀가 육체로 대신하며 진행했다.
  거의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조리 과정이 존재하지만 프로그램 안에서는 패스된다.

  기념비적인 제1회 때엔 「주먹밥」. 밥솥 대신 양손으로 쌀을 가열, 압축하여 밥을 지었다.
  화이트 데이 스페셜 때엔 「쿠키」. 오븐 대신 양손으로 가열, 압축하여 구웠다.

  이따금 요리하지 않고,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씹으며 턱을 단련했기 때문에 종영.
  촬영 중에 일어난 지진을 선대무녀가 땅을 내리치는 것으로 멈춘(것처럼 보인)화는 신화로 남겨져 전설로.

  뻥입니다.







【화이트 데이 후일담】

「——과연. 그런 일이 있었나요」
「아, 그렇게 받은 녀석이 바로 이 「쿠키」다」
「정확하게는 굽지 않았으니까 「컨츄리 어쩌구」……좀 제대로 기억해주세요」
「하하핫, 미안」

  유우기의 마음을 읽은 사토리는 기막히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 유우기는 말과는 다르게 딱히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이 웃고 있다.
  평소엔 활기찬 인상과는 달리 의외로 느긋한 성격을 가진 유우기지만, 지금은 특히나 기분이 좋은 것 같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을, 자랑스런 보물이라도 된다는 듯 내보이고 있었다.

「이걸, 선대가 직접 만들었단 말이죠……」

  유우기가 받았다는, 선대의 수제 과자를 기묘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의외, 라는 사토리의 솔직한 감상이 흘러나왔다.
  선대가 과자를 만들었다는 것 때문, 은 아니다.
  그 과자 자체의 완성도, 그 때문이다.
  눈앞의 쿠키 비슷한 물건은, 외관도 냄새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

「정말로, 이것이 실패작입니까?」
「선대는 그렇게 말했다구. 뭣하면, 한 개 먹어 볼래?」
「흐음……」

  유우기의 재촉에 호기심이 돈 사토리는 그것을 하나 손에 쥐어 올렸다.
  잡았을 때의 감촉. 그리고 가까이서 맡아 본 냄새──역시, 모두 나쁘지 않다. 과자 특유의 달콤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그러나 사토리는 재빨리 위화감이 도는 특징을 찾아냈다.

「……무거워」

  작은 겉모습과는 달리, 납 같은 중량감이 느껴진다.
  혹시 이 과자 안엔 철이라도 들어가 있는 걸까?  라고 사토리는 자신을 덮쳐오는 나쁜 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잠깐 망설였지만, 역시 진실을 알고 싶다는 호기심과 뭔가 기대된다는 유우기의 시선에 밀려, 사토리는 뜻을 결정했다.

  조심조심 쿠키를 입에 넣는다.
  그리고 그대로 멈췄다.
  아니, 정확하게는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이빨 사이에 쿠키를 문 채, 덜덜 턱이 떨리며, 뺨이 홍조로 물들기 시작해서야, 사토리는 이해했다.

「……너무 딱딱해서 먹을 수 없군요」
「아하하핫!  역시, 사토리에겐 무린가」
「과연, 확실히 이건 실패작이네요」

  폭소하는 유우기를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째려보며, 사토리는 한숨을 내뱉고는 중얼거렸다.
  도대체 요리를 어떻게 했길래 이 정도인 걸까. 정말로 재료가 설탕이나 소맥분이 맞는 건지 의심하고 싶어질 정도의 경도다.
  이건 더 이상 요리가 아닌, 새로운 광물의 연성이나 다름없다.

  유우기가 내민 손을 본 사토리는 자신으로선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그 물체를 건네주었다.

「뭐, 어느 정도 씹는 맛은 있긴 해도, 음식의 맛만 따지면 확실하게 성공작이라고. 달아서 맛있단 말이지」

  부수려면 망치라도 써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물체를, 유우기는 웃으며 씹어 먹고 있었다.
  콰득콰득 하는 돌을 부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아니, 저건 맛이 있는 돌을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라며 사토리는 기가 막히다는 듯 바라봤다.

「거기다, 선대가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 그렇지?」
「네네, 그러네요. 잘 먹었습니다」
「흐흥. 재미없는 녀석 같으니」

  정말로 오니다운 감상이었다.
  마음에 든 상대에게는 일직선. 단순 명쾌하지만, 그러므로 따뜻하고 커다란 정이 느껴지는.
  사토리는 속으로 느낀 부끄러움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무덤덤한 얼굴로 입가심을 위해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선대가 지저에 방문했음에도 자신에게 오지 않았던 이유도 알았고, 유우기가 일부러 이  지령전까지 찾아온 이유도 알았다.
  의문을 해소한 사토리는, 이 대화를 소재로 이번에 선대가 왔을 때부터 하려고 했던 것을 ​떠​올​리​고​─​─​아​무​렇​지​도​ 않게 시선을 돌린 곳에서 보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보고야 말았다.

「……으엑」

  무심코, 작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사토리의 시야 저편에서는, 공간을 찢는 듯이 나타난 「틈새」가 생겨나고 있었다.
  그곳에서 무엇이 나타날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실례할게」
「여전히 짜증날 정도로 기분 나쁜 곳이네」

  야쿠모 유카리. 그리고 뜻밖에도 카자미 유카가 지령전에 발을 디뎠다.
  기이하게도 예전 지령전에 방문한 전적이 있는 지상의 요괴가 둘.
  그리고 이 또한 우연일까, 그녀들을 맞이한 자는 그때와 똑같이 유우기와 사토리다.

  유우기의 활기찬 미소가 사나워지는 것을 보며, 사토리는 홀로 불안함과 초조함 속에 낙오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지만 간단하게 상상이 간다.

「지상과의 결정은 대체……」
「미안해, 코메이지 사토리. 볼일을 끝내면 갈 테니」

  유카리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정중한 사죄에도, 유카리의 말투에서 예전 이상의 깊은 골을 사토리는 느끼고 있었다.
  경계를 다루는 능력 탓에 마음을 읽을 수는 없어도,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대체 왜 그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유카리가 자신을 경계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호오, 볼일이란 게 뭐지?」
「뭐냐니, 당신이 가진 그거야. 호시구마 유우기」

  거북한 속내를 숨기며, 유카리가 방문한 목적이 자신이 아닌 유우기에게 있다는 것을 안 사토리는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손을 들이밀 생각 따윈 없다.
  유카리는 유우기가 가진 선대의 쿠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걸 되찾으러 왔어」
「「되찾으러」?  그건 말이 안 되는걸, 이 녀석은 내가 선대에게서 받은 물건이다만」
「약간의 착오가 있었던 거야. 애당초 그건 내가 받았어야 하는 거니까」
「어이어이, 트집을 잡는다고 쳐도 꽤 한심한 소리를 하는걸.
  제멋대로 가진 믿음으로 큰소리를 치다니, 실로 비참하구만. 갖고 싶으면 갖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없냐?」
「오니인 당신이라면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말만으로 알 수 있다는 소리야?
  선대는, 화이트 데이의 선물로 그걸 준비했을 터. 그러나 실패작이라는 이유로 당신 말고는 먹을 수 없다고 착각한 거야」

  말에 짓눌릴 것만 같은 무게를 담아, 유카리와 유우기는 마치 서로 죽이기라도 할 기세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사토리로선 위가 아파지는 상황이었다.

「내 능력을 사용해서 선대의 작품을 완성품으로 만들겠어. 그리고 다시 선대에게 받으면 돼」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듯이, 유카리는 내보인 손바닥 위로 작은 틈새를 만들어냈다.
  확실히 이 능력을 사용하면, 딱딱함 말고는 딱히 결점이 없는 선대의 「압축 쿠키」를 폄범한 먹거리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묘하게 유우기에게 질투나 초조함 같은 복잡한 감정이 엿보이는 이유는, 별다른 가공을 하지 않아도 선대가 손수 만든 것을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서로의 능력차 때문일까──.

  마음을 읽지 않더라도, 이미 몇 번이나 아수라장을 경험하여 분위기를 읽는 법을 익힌 사토리는, 그렇게 냉정히 분석했다.
  그리고 냉정하기에 단 한마디의 참견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 말다툼의 원인인 선대를 저주했다. 매번 그래왔듯이.

「——흥, 두 명 다 자기 물건이라고 우겨대니 꼴불견이네」

  또 다른 송곳니가, 마주선 둘을 덮쳤다.
  유카리와는 달리, 이쪽은 죄송스러울 것도 없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지령전에 들린, 카자미 유카다.

「……당신도 먹고 싶은 건가요?」
「착각하지 마. 그 녀석이 나를 소홀히 대했으니, 걸맞은 대응을 해주려는 것뿐이야.
  발렌타인 데이 때는 맨땅에 절까지 올려가며 내 양갱을 갖고 싶어했던 주제에, 그 보답을 해야할 화이트 데이에 실패한 뒤, 대신할 방안조차 없다, 라.
  이건 나를 모욕하는 도전장이나 다름없어. 그 쓰레기를 그 녀석의 눈앞에서 밟아 부순 다음, 사죄를 받아내지 않으면 마음이 풀리지 않아」

  참지 못해 결국 딴지를 건 사토리에게, 유카는 가학심으로 가득 찬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이쪽은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은 안다.
  그러나 딱히 묻지도 않은 이유나 뒷사정을 그렇게나 자세히 설명하는 유카의 태도에, 사토리는 역시 속으로 딴지를 걸었다.
  부끄러움을 감추는 건지, 정말로 진심인지 판단이 가지 않지만, 어쨌든 귀찮은 요괴라는 건 확실하다.

  요점은, 무슨 이유를 붙이든 선대를 걸고 넘어지고 싶은 것이다.
  선대도 힘들겠네, 라고. 그것만은 불쌍히 여겼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을 휘말리게 하지 말고 죽을 때엔 혼자서 죽어달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환상향에서 위험 요괴 상위 셋의 대립에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묘하게 기막히다는 감정을 담아 바라보던 사토리는 나중 일에 신경을 쏟았다.
  ──요컨대, 지령전의 수리 요금과 기간이 어느 정도일까 하는 것이다.

「……부탁이니, 싸움은 나가서 해주세요」

  사토리의 「부탁」에도 아랑곳없이, 그날 지령전의 일부가 날아갔다.







【쿠킹 영야초】

  ──사토리의 ​영​압​이​…​…​사​라​졌​어​…​…​?​

「왜 그러십니까, 선대님?」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후, 그냥 기분 탓인가.
  그럴 리 없다. 그 지령전의 지배자가 그렇게 간단하게 당할 리는 없으니까.
  그 녀석과, 다음에 만나면 술을 한턱 쏜다고 약속했는걸!
  에에, 이 요리가 끝나면, 나는 사토리와 함께 먹겠어──.

  그런 느낌으로 사망플래그 위에 다시 플래그를 쌓는 것으로 생존플래그로 바꾸는 계략을 세우며, 나는 한순간 느껴진 나쁜 예감을 부정했다.
  ……응, 진짜 기분 탓 맞겠지?  나는 레이무처럼 감이 좋지는 않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우선, 정말로 이 요리가 완성되면 다시 지령전으로 가보자.
  실패작을 줘버린 유우기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기도 하니.

「화력은 이 정도면 괜찮아?」
「그래, 이제 구워질 거다」
「대단해!  좋은 냄새가 난다!」
「오오, 좋은걸. 처음 맡아보는 냄새야」

  케이네와 모코우, 거기에 치르노와 테위.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은, 현재 모코우의 집 앞에서 쿠키를 굽고 있었다.
  설명할 필요도 없이 내가 실패한 「압축 쿠키」의 복수전이다.
  레이무와 마리사에게 돌을 먹인 거나 다름없는 실패를 저질러버린 나는, 잠시 좌절감에 빠져있었으나, 거기서 더욱 불타올라 쿠키의 완성에 도전한 것이었다.

  이 선대무녀, 패자로서 남지 않는다!
  기왕 사과하는 김에 선물까지 함께 있으면 좋으니까.
  이미 화이트 데이는 저 멀리 떠나버렸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중요하지 않다.

  ──그건 그렇다 쳐도 실패의 원인인 조리를 위한 설비가 없어서야 어쩔 수 없다.
  마을 사정에 박식한 케이네나 바깥 세계의 물건을 팔 가능성이 있는 향림당의 린노스케에게 물어보기도 했으나, 역시 「오븐」같은 문명의 이기는 없었다.
  뭐, 전기가 없으니, 그걸 사용할 기계도 없을 테고.
  그러나 여기서 린노스케가 생각도 못한 조언을 해줬다.

「——오븐이라면 양과자를 파는 가게를 가면 있을 텐데, 직접 만들 생각인가?」

  이 말에 나는 겨우 나와 타인이 가진 인식의 차이를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오븐은, 버튼을 누르면 띵 하고 구워지는 전자제품.
  하지만 오븐이란 원래 점토나 벽돌 같은 것으로 밀폐된 공간을 만든 뒤, 그 안을 열로 조리하는 설비를 가리킨다. 구체적으로 따지자면 「마녀 매달부」에서 나왔던 녀석.
  그거라면 이 환상향에도 있다!

  문제는, 기계와는 달리 그런 타입의 오븐── 「화덕」을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의 기술이나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타이머 같은 것도 없고.
  그리고 그 문제 또한 케이네의 제안 덕분에 단번에 해결됐다.

「그건 그렇고, 이 화덕도 즉석에서 만든 것 치곤 잘 되는데」
「뭐, 구조 자체가 단순하기도 하고, 모코우가 불을 다룰 수 있으니 기능 자체는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야」

  최대의 공로자인 모코우와 테위가 서로의 역량을 인정하고 있다.
  오븐 대신 화덕을 테위가 만들고, 사용 시 가장 중요한 열을 모코우가 다뤄줬기 때문이다.
  두 명이 없었다면, 완벽한 쿠키를 만드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감사인사는 했지만, 몇 번이라도 고개를 숙이고 싶어질 정도다. 정말로, 수고하셨슴다!  테위씨, 모코우씨, 레알 대단했슴다!
  나 또한 쿠키 반죽을 만들며 고생하기도 했지만, 케이네, 치르노와 함께 화기애애하게 했으므로 전혀 고생했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즐기고 있던 건 나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흙투성이가 되어가면서 화덕을 만든 테위나, 지금도 불 조절에 신경을 쏟고 있는 모코우에게는 미안한 기분이다.
  그렇지만 저 둘에게 사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쿠키가 완성되면 제일 먼저 먹을 권리를 주자!
  분명 맛있을 것이다.
  왜냐면, 우리 다섯이 함께 힘을 합해 완성한 과자니까.

「이제 차를 준비해야겠군」
「아, 내가 가져온 홍차 잎을 써다오」
「이런 비싼 ​홍​차​를​…​…​죄​송​합​니​다​,​ 선대님」
「아니, 힘을 보태준 답례다」

  참고로 티세트는 홍마관에서 빌렸다.
  물론 등가교환이다.
  내일 간단한 선물을 가지고 가기로 했다. 플랑과 메이링이, 쿠키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색은 꽤 좋아진 것 같은데. 어때, 선대?」
「……그래. 이제 불을 꺼도 괜찮겠군」
「나는 제일 큰 걸로!  이 몸이 만든 거!」
「그 방석 전병 같은 거 말이야?  쿠키는 저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흐흥, 테위한테는 안 줄 거지롱!」
「필요 없어」
「하지만 정말로 갖고 싶으면 반 나눠 줄게!」
「……에—, 정말로—?  치르노는 정말로 엄청 착하구나—」
「히히, 같이 먹자!」
「예이예이, 기뻐서 눈물이 다나오네 그려」
「……저 녀석들 사이 좋네. 의외야」
「좋은 일 아닌가」

  테위와 치르노의 훈훈한 대화를 모코우와 케이네가 따뜻한 눈길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런 네 명을 더욱 음흉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나.
  ……정말 멋진 티타임이구나.
  3시 간식은 필요 없다앗!  이미 이곳에 있는 걸로 배부르다고.

  발렌타인 때의 보답을 하는 게 목적이었을 텐데, 어째서일까 나까지 보답 받고 있다.
  하지만 뭐……그걸 거부할 이유는 없다.
  지금은 그냥 모두 다 함께 만든 쿠키를 먹는 걸로, 함께하는 시간 그 자체를 즐기자.
  그리고 다시 다른 아이들에게도 발렌타인의 답례를 하면 된다.
  홍마관에다가 지령전, 물론 하쿠레이 신사에 가서 레이무와 마리사에게 진짜 쿠키를 먹여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유카리와 유카도 찾지 않으면……둘 다 한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니. 뭐, 어떻게든 되려나?

「─자, 쿠키를 꺼내자」

  화덕의 뚜껑을 연 모코우의 말을 들은 나는 제정신을 차렸다.
  향기롭게 주변을 맴도는 달콤한 냄새에, 우리들의 가슴이 자연스레 두근거렸다.







【때로는 옛 이야기를】

「——그래서, 그 완성작이 이 쿠키라는 건가?」
「그렇다. 괜찮다면 먹어다오」

  그렇게 말하며 드물게도 미소를 지은 선대를 린노스케는 가만히 바라봤다.
  꽤 긴 인연이다. 평소에는 변하지 않는 철면피 대신 분위기나 행동으로 그때의 감정을 대충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그녀가 일부러 손수 만든 과자를 가져와준 것은, 순수한 호의 말고는 의심할 여지조차 없다.

「고맙게 받지」

  그렇게 말한 린노스케는 자연스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쪽 또한 드물게도 단골 손님에게도 잘 보이지 않는 표정이었다.

「홍차도 좋다만, 나는 커피로 부탁하지」

  마을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음료를 만들 준비를 하며, 린노스케는 자신의 몫과 선대의 몫, 컵 두 잔을 카운터 위에 올렸다.

「남이 일하는 곳에서 티타임을 가지시겠다?」
「함께 해줄 텐가?」

  서로 꽤 깊이 아는 사이다.
  불쾌하지 않은 농담을 나누며, 둘은 서로 작게 웃었다.
  선대가 가져온 쿠키 봉투를 찢은 뒤 그 옆에 어디선가 꺼내 온 작은 상자를 가져다 댄다.
  커피의 뜨거운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린노스케는 그 상자에 쿠키를 몇 개를 적당히 옮겼다.

「……왜 그러지?」
「아니, 키리사메 점장님에겐 이걸 드리지 않을 셈이냐?  나눠야 할 텐데」
「린. 네가 가져갈 건가?」
「물론, 네가 가져가야지」
「그럴 줄 알았다」

  무표정하면서도, 묘하게 기막히다는 분위기의 선대에게서 시선을 돌린 린노스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선대의 지적이 거북해서 지은 것이 아니었다.
  쿠키를 넣은 상자를 정중하게 포장까지 해가며, 린노스케는 머릿속에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네가 내게 이걸 가져온 이유는, 오븐의 조언을 해줬기 때문이려나?」
「그렇다만」

  그것 말고 이유가 있나?  라고. 선대는 의아하다는 듯 목을 작게 갸웃거렸다.

「아니, 잊었다면 됐다만. 인상의 크고 작음은 사람에 따라 다른 법이지. 잠깐 옛일이 생각났을 뿐이다──」

  린노스케는 선대가 선대로 불리지 않았을 적의 사건을 떠올렸다.
  자신과 그녀, 그리고 또 한 사람. 젊은 키리사메가 셋이서 함께하던 것이 당연했던 시절이였다.



​「​—​—​「​발​렌​타​인​」​입​니​까​?​」​
「그, 그래. 바깥 세계의 축제 중 하나라고 하더군」

  린노스케가 되묻자, 카운터 건너편에 있던 키리사메가 소란스럽게 끄덕였다.
  그 웃음이 자랑스럽게 보이는 건, 평소에 박학다식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던 린노스케에 대한 복수가 성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키리사메라는 청년이 가진, 젊음이며 미숙함이기도 했다.

「뭐라든가, 다른 나라의 풍습을 도입한 거라던데, 자세한 건 모르지만 거래에 큰 영향이 오는 날이란다」
「장사에 관련된 축제라……축제날의 노상 포장마차와 같은 걸까요」
「그렇다. 단 물건의 거래가 활발해진다더군」
「어째서, 죠?」
「몰라. 여자가 남자에게 그런 물건을 주는 품습이라던데」
「어째서?」
「그러니까, 몰라」

  키리사메는 말의 서두를 끊으며 답했다.
  그 부분은, 자신에게 있어서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벌이가 될법한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나?
  생각해 보라고. 이국의 풍습이면서 나라의 경제에 영향이 끼칠 정도로 파고들었을 정도다. 잘만 이용하면, 마을에서 한밑천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만」
「즉, 이 「발렌타인」이라는 것을 전파해, 관련된 물건을 팔 생각입니까?」
「그래, 이 녀석은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최근 바깥쪽 물건이나 풍습이 마을에서 「붐」이니까」

  나쁜 심보로 가득 찬 기분 나쁜 미소를 짓는 키리사메에게 시선을 돌리며, 린노스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쓸데없이 나쁜 사람인척 꾸미는 것은 이미 익숙해진 지 오래다.
  그쪽으로는 일부러 딴죽을 걸지 않은 린노스케는 화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래서, 말인다만──네 가게에서 「초콜릿」은 팔고 있냐?」
「없습니다」

  린노스케는 싹뚝 하는 소리가 날 것만 같이 단번에 말을 끊었다.

「……없는 거냐」
「바깥 세계의 음식을 말하는 거라면. 공교롭게도 팔 수 있는 건 없습니다……이 가게의 상품이 어디서 구해오는 건지, 알고는 계십니까?」

  린노스케는 자신의 가게──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향림당──의 점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키리사메 고물상에서 독립하여 지은 가게이긴 하나, 실익보다는 취미로 세운 것이나 다름 없다.
  점내의 상품은 잡다한데다 통일성도 없고, 희귀한 것은 있으나 가치가 있는 건지는 모른다.
  모두 무연총이라 불리는 바깥 세계의 물건이 흘러들어오는 곳에서 손에 넣은 것이다.

「바깥 세계의 물건이니까 말이지, 그……정말 없는 거냐?  아니면 발렌타인이랑 관계있는 거라든가. 뭐든지 좋다고, 마을에서 유행하기만 하면」
「무연총이라는 곳을 착각하시는 것 같군요. 그곳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쓰레기 산이나 다름없는 곳이란 말입니다」

  린노스케는 키리사메가 가진 잘못된 인식을 정정했다.
  직접 무연총에 가보면, 자신이 가진 이미지와의 갭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 인간은 그런 곳에 다니지 않는다.
  그곳은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인연이 없는 자가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곳​─​─​무​연​(​無​縁​)​한​ 자들의 마지막 묘지다.
  그런 린노스케의 말을 이해한 건지, 아니면 사실만을 받아들인 건지, 키리사메는 고개를 떨구며 좌절했다.

「제기랄, 좋은 벌이가 될 것 같았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바깥 세계 이야기로 거래라니, 처음부터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습니다」

  린노스케는 귀찮다고 생각하면서도, 친구인 키리사메를 위로했다.
  유복한 태생에 의지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손으로 부를 쌓으려고 하는 야심과도 닮은 키리사메의 의욕이 자신에게는 없기에 부럽다고 생각하기도 하니까.
  그런 두 남자의 옆에서, 이제까지 묵묵히 듣고만 있던 무녀가 갑자기 참견해왔다.

​「​—​—​발​렌​타​인​이​라​는​ 것은, 여성이 호의를 물건으로서 남성에게 건네주는 날이다」

  평소에도 과묵하여 셋이 한자리에 모여도 대화를 함께하기는커녕 입을 여는 일조차 드문 그녀가 말한 내용에, 린노스케와 키리사메는 무심코 눈을 치켜뜨며 놀라고 있었다.

「……그게 정말이냐, 하쿠레이?」

  의심 가득한 키리사메의 질문에 주저 없이 끄덕이며 답한다.
  키리사메와 린노스케는, 묵묵히 얼굴을 마주봤다.
  이럴 때마다 묘하게 어색한 분위기가 된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하쿠레이 신사에서 은둔자 같은 생활을 하는 주제에, 이 무녀는 이런 바깥 세계의 지식에 묘하게 박식했다.
  그럴 때마다 품어온 의문은 지금까지 이어온 오랜 세월 속에서 이미 희미해졌다.
  그런 녀석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여자다.

  그런 그녀가 말한 「발렌타인」의 충격적인 진실── 「여성이 남성에게 호의를 전하는 날」이라는 내용이, 어째선지 두 남자의 마음에 걸린 것이다.

「흠. 여자가, 남자에게 말이지……」

  키리사메가 묘하게 과장된 말투로 납득했다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나 시선은 힐끔힐끔 무녀를 훔쳐보고 있었다. 알기 쉬운 남자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며 기가 막혔지만, 자신 또한 약간 동요하고 있다, 린노스케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마 본인은 그저 키리사메에게 조언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갑작스럽게 참견한 뒤에, 별일도 아니라는 듯이 차를 마시고 있는 하쿠레이의 무녀를 바라보며, 린노스케는 가볍게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여기서 이걸 의식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이것」을 오늘 준비해두었던 것은 정말로 우연이다. 망설일 필요는 없을 터.

  그렇게 자신을 납득시킨 린노스케는 카운터 뒤쪽에 넣어둔 보자기를 꺼내 들었다.
  오늘, 키리사메가 발렌타인의 화제를 꺼낸 것은 우연이었지만, 이 물건을 하쿠레이의 무녀에게 건네주는 것은 훨씬 옛날부터 생각해두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딱히 발렌타인 이야기가 나와서는 아니다만」

  린노스케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런 말머리를 붙였다.
  최대한──그 시점에서 자신이 무언가를 의식하며 말한 것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자각했다.
  애당초 발렌타인 이야기는 관계없다며 갑자기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는 건 부자연스럽지 않을까?
  그렇게 속에서 떠오른 의문을, 린노스케는 철저히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이걸 네게 주려고 했었다만. 예전부터 준비해뒀던 물건이다」

  카운터 위에서, 그 보자기를 펼쳤다.

​「​이​건​…​…​무​녀​복​이​냐​?​」​

  신경이 쓰여 옆에서 들여다본 키리사메가 중얼거렸다.
  홍백으로 나누어진 옷이 깔끔하게 개어져 있다.
  디자인이 변했다.
  무녀가 홍색의 바지를 집어 바라볼 때, 키리사메가 소매 「만」을 살펴보며 눈썹을 찡그렸다.

「어이 뭐야 이게?  소매가 잘려 있다만」
「끈으로 매어 팔에 고정하는 겁니다. 옷과 떼어내서 소매만을 새로운 걸로 바로 바꿀 수 있도록 만든 거죠」
「아……그렇군. 이 녀석의 옷은 소매만 이상할 정도로 빨리 헤지니까」

  키리사메는 옆에 앉은 무녀의 양손에 시선을 돌리고는, 납득했다는 듯 끄덕였다.
  그녀의 무녀복은, 지금도 그렇듯이 소매만이 넝마 같이 닳아있었다.
  그 원인은, 하쿠레이의 무녀로서의 직무와 수행 때문이었다.

  결계 같은 기술에는 서투르면서, 무술가처럼 주먹으로 무력을 행사하는 역대 하쿠레이의 무녀 중에서도 이단인 그녀는 날마다 자신의 팔을 혹사시키고 있었다.
  양손의 상처는 매일 같이 새겨져 항상 피가 배인 붕대가 매여 있어 피부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 탓에 양팔의 소매도 항상 닳아 빠져 있는 것이다.

「옷이 망가질 때마다 새로 만드는 것 같으니. 이러면 어느 정도 비용도 절감하고, 손쉽게 수선할 수도 있을 거야. 어때?」

  묘하게 장사치 같은 설명을 하며, 린노스케는 여성임에도 초라하게 보이는 모습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녀를 불쌍히 여겼다.
  물론, 그녀가 그런 외관을 신경 쓰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상처투성이인 두 손을 그녀가 부끄럽게 여길 일은 결코 없다.
  단련을 쌓아올리며 새긴, 자부심 높은 힘의 증거다.
  그러니 이것은 필요 없는 도움일지도 모른다──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린노스케는 그렇게라도 돕지 않고선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복잡한 심경이 공감된다는 듯, 키리사메 또한 복잡한 표정으로 무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손에 든 옷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무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입어 봐도 괜찮나?」
「뭐……?」
「이 옷, 지금 당장 입어 봐도 괜찮나?」

  그녀는 몸을 일으켜, 강요하는 것만 같은 말투로 린노스케에게 물었다.
  생각지도 못한 기세등등한 반응에, 린노스케는 약간 우물거리면서도 끄덕였다.

「그, 그래. 그럼 가게 안쪽을 써라」
「고맙다」

  옷을 안아들고 카운터를 넘어 안쪽 방으로 들어간다.
  그 빠른 걸음이 그녀가 안달이 났다는 것을 드러내어 그것을 눈치 챈 린노스케와 키리사메는 또 한 번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새로운 옷을 당장이라도 입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의외──라기보다 처음으로 보는, 그녀의 여성다운 면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님도 없는 조용한 점내에서, 그 소리는 생각보다 크게 울려 퍼졌다.
  남겨진 남자 둘은 자기도 모르게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갑자기 마주친 시선에, 거북함을 숨기지 못했다.

「……어이 뭐냐 이건?」

  의미 없는 헛기침을 한 번 내뱉은 키리사메는 린노스케를 다시 바라봤다.
  그 눈매가 마치 칼처럼 날카로워져있다.
  꽤 박력 있는 생김새인 그가 그런 표정과 함께 불량한 말투까지 구사하니, 심히 압박감이 느껴졌다.

「왜 그러시죠?」

  그러나 린노스케는 책꽂이를 꽂아뒀던 책을 열며 시치미 떼듯 평탄한 얼굴로 되물었다.

「오리발 내밀지 말라고!  저 녀석에게 옷을 준비해준 것도 그렇다만, 대체 저 옷에 무슨 짓을 한 거냐?」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소매에서 조금 고민했을 뿐, 나머지는 싸고 튼튼한 옷감을 선택한 것 말고는……」
「거짓말 마!  그럼, 저 안달난 반응은 뭔데!?  저 녀석이 물건에 저런 반응을 보이다니,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저도 모릅니다, 그녀가 그 옷의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든 건지」
「뭐야?  뭐가 좋았던 건데?  ……비싸보여서 그런 건 아닐 테고. 전에 내가 선물해줬던 머리장식이 훨씬 비싼 거였는데. 뭐가 다르단 거냐고……」
「그 머리장식도,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았지만 말이죠」
「그 녀석, 한 번도 쓴 적 없잖나!  평생 소중히 상자에 보관할 속셈이 분명하다고. 확실하게 네가 준 옷에 더 흥미 있어 보이지 않았나, 젠장」

  욕설까지 나오는 상황이었으나, 지금까지 나눈 대화는 모두 목소리를 죽이고 있었다.
  키리사메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판을 뒤집어 업을 것만 같았지만, 그가 주변에──특히 하쿠레이의 무녀에게──이런 대화를 보이지 않도록 항상 자숙하고 있다는 것을 린노스케는 알고 있었다.
  눈앞의 서투른 남자를 대하는 것은 이미 익숙하다.

「애당초 그 겨드랑이 부분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건 뭐냐, 불쾌하단 말이다. 그 「흥미 없습니다」라는 얼굴 아래에 호색가의 얼굴이 깔려 있다는 것 정도는, 나는 알고 있다고」
「터무니없는 오해입니다」

  키리사메의 도발을, 린노스케는 동요하지 않고 흘려 넘겼다.
  역시, 평소와 다름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키리사메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전혀, 납득할 수 없다만. 어이 너 설마 내가 발렌타인 이야기를 꺼내는 걸 일부러 기다리다가 저걸 준 거냐?」
「우연입니다. 트집 잡기는 그만두셨으면 합니다만」
「뭐가 트집이야, 이 자식아!  우쭐거리는 것도 지금 뿐이라고!」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지만 말이죠」
「핫, 넌 지금 분명히 속으로 비웃고 있겠──」

  키리사메의 지적은 엇나갔음에도 상당히 린노스케에게 동요를 준 것 같기에, 드물게도 둘 사이에서 말다툼이 벌어나려던 순간──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려 말을 막았다.

「왜 이렇게 호들갑이지?」

  옷을 갈아입은 무녀의 목소리.
  두 명은 당황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 아니……」
「아무것도……」

  시선 저편. 새로운 무녀복으로 갈아입은 하쿠레이의 무녀를 본 두 사람은 무심코 입을 다물었다.
  완성된 무녀가 그곳에 있었다.
  홍백의 옷이 처음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어울린다.
  청초하다기보다도 딱딱하다고 느껴지는 아름다움과 힘이, 그 모습에 담겨 있었다.
  소매 부분은, 노출된 겨드랑이나 피부의 매력보다도, 단련에 의해 새겨진 상처자국이 눈에 띄었다.

「어울리나?」

  그렇게 말하며, 그 자리에서 한 바퀴 제자리 돌음을 하는 그녀.
  처음 느껴졌던 딱딱한 인상이 그 행동 덕에 사라진 그녀는 여성스러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잠시 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린노스케와 키리사메는, 무녀의 모습과 물음을 되새긴 뒤, 간신히 제정신을 차렸다.

「어울려」

  기이하게도, 두 명의 말이 겹친다.
  린노스케와 키리사메가 무심코 얼굴을 마주보고, 그것을 본 무녀가 작게 쓴웃음을 지었다.

「고맙다. 그러고 보면, 둘에게는 받기만 했군.
  발렌타인 대신 「화이트 데이」때엔, 뭔가 보답을 하도록 하지」

  묘한 부끄러움을 느끼던 둘은, 그것을 감추기 위해 무녀가 입에 담은 「화이트 데이」라는 것으로 억지로 화제를 옮겨, 그것을 그녀가 설명하기 시작했다──그날, 세 명이 일으킨 약간의 소란은 서로의 기억에 각자만의 형태로 남았다.
  유감스럽게도, 이날 그녀가 말한 「화이트 데이」는, 그때까지 일어난 여러 사건, 사고 덕분에 애매하게 ​지​나​쳐​버​렸​지​만​─​─​.​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건, 조금 이상하려나」

  회상을 끝낸 뒤, 현실로 돌아온 린노스케는 쓴웃음과 함께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수십 년 전의 사건을, 이제 와서 이렇게나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린노스케의 혼잣말의 의미를 알지 못한 듯, 선대는 변함없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숨기는 것은 간단하다. 그녀는 굳이 물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래선 재미가 없다. 뭣보다 불공평하다. 그녀도, 조금은 생각나게 해주지 않아서야.

  기억에 남은 과거의 사건을, 추억으로서 얼마나 꺼내 볼까 하며 즐거운 고민을 하는 린노스케의 귀에 물이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시절의 선대】

  ──떴다!  드디어 전설의 장비 떴다!!

  눈앞에 놓인 홍백의 무녀복을 보며, 나의 텐션은 대폭 상승 중이었다.
  평소의 무뚝뚝한 얼굴이 이럴 때만은 고맙다.
  아마, 이 가면이 없었다면 나는 남의 시선도 아랑곳없이 환성──아니 기성을 내지르며 소란을 피웠을 것이다.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취임한 지 수년. 마침내 나는, 진정한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인정받은 것이다.
  아니, 누구에게?  라고 물어도 곤란하지만, 어쨌든 내게 있어서 정당한 하쿠레이의 무녀로서의 자각을 얻게 된 계기다.

  내 눈앞에는, 그 전설의 「겨드랑이가 드러난 무녀복」이 있었다.
  디자인은 당연히 약간 ​달​랐​지​만​…​…​틀​림​없​다​,​ 이건 하쿠레이 레이무가 입고 있던 것과 같은 계열의 무녀복이다.
  하물며 제작자가 같은 린노스케다.
  그렇다면 이것은 말하자면 하쿠레이의 무녀옷의 ​「​프​로​토​타​입​」​인​가​!​
  위험해, 이 ​「​프​로​토​타​입​」​이​라​는​ 말의 울림까지 불타오른다.

  어쨌든 진정해라 나.
  날뛸 것만 같은 기분을 억누르며, 입어본다는 이유로 향림당의 안방을 빌렸다.
  진정하고는 싶지만, 이 텐션을 완전히 진정시키는 건 어렵다. 어쨌든 이 녀석을 빨리 입어보고 싶어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안방에 있던 전신 거울 앞에서, 나는 당장 갈아입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흐르는 BGM는 성투사 크로스 장착 씬이라거나, 특촬의 변신 씬 같은 느낌이었다.

  ──전송!  전송!  컴뱃 무녀복~♪

  영문 모를 노래를 속으로 흥얼거리며, 소매를 넣을 때 「철컥」같은 효과음(모두 입으로) 집어넣는다.
  기분은 이미 하늘을 뚫을 것만 같았다.
  혹시라도 이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있다면 확실히 부끄러워서 죽을 정도로 하이 텐션이다.
  그만큼 이 무녀복의 옷을 착용하는 것은 내게 있어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갈아입는 것을 끝낸 나는, 다시 한 번 전신거울 앞에서 차분히 자신의 모습을 살펴봤다.
  자화자찬일지도 ​모​르​겠​지​만​…​…​상​당​히​ 어울리지 않아?

  뭐랄까, 마음이 조이는 것 같다.
  이 녀석을 입은 이상,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더 더욱 부끄러움 없는 활약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우선 수행이다!
  결국, 평소와 다름없는 결론에 이른 나는, 심기일전하여 문을 열었다.
  후후후, 두 명에게는 새로 태어난 이 몸을 최초로 볼 권리를 제공하지!

「어울리나?」

  나는 드물게도 자신으로 가득 찬 마음을 담아, 그렇게 물었다.
역자후기

...내가 일일 연재라니... 이게 대체 얼마만일까요? 어쨌든 이번 편은 귀여운 선대무녀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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