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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선대록

東方先代録


원작 |

역자 | DanteSparda

그 33 「췌귀」


──너는 『하쿠레이 레이무』다.

그래 기억난다.
내가 처음으로 레이무에게 말을 걸었을 때 했던 말이, 바로 이거였다.
정말로 처음의 처음.
아기였던 그 아이를 들어올린 때 말했다.
어디였더라?
분명히 작은 부락에서 요괴퇴치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생각한다.
흡혈귀이변 이후, 병상을 박차고 일어난 몸으로 처음 한 일이었다.
딱히 힘든일도 아니었다.
요괴는 딱 잘라 말해 피라미였다.
거기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길 한 켠의 지장보살님 옆에 아기였던 레이무는 버려져 있었다.
부락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나는 그 아기와 걸어온 길을 몇번이고 번갈아보면서 고민했다.
버려진 아기와, 매우 가까운 부락──그 관계성을 어느정도 관측하려고 했다.
그렇게 있던 도중 아기는 내 팔 안에서 조용히 있었다.
자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부모도 아닌 정체모를 여자의 상처입은 팔뚝에 안겨 그 아이는 그저 뚱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의미없는 유추를 그만뒀다.
이 아이를 버린 부모에게 그 심경이나 행동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도 그만두었다.
그리고 나는 그 아기에게 그렇게 이름 지었다.

그리고 용케도 그 아이는 『하쿠레이 레이무』였다.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궁금해하고 있다..
어째서, 그 때. 나는 그 아기를 『하쿠레이 레이무』라고 생각했던 걸까?
아니, 아니다.
레이무라고 알고 있어서 그 아이를 데려온 것이 아니었다.
그 아이를 레이무로 키우려고 그렇게 이름 붙인 것이다.

아마도.
잘 알 수 없다.
지금 되돌아보니 자신이 없다.
어느 쪽이 먼저일까.
어쩌면, 그 때 무슨 운명의 힘이 어떤 작용을 해서, 레이무는 『하쿠레이의 무녀』라는 입장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운명.
멋진 말이다.
이미 지난 일이다, 지금 이니까 가능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 아니의 어머니로서 해낸 경험이 있으니까, 말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성장한 레이무를 지금 보고 있으니까 옛 일을 말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절대로 잊지 않고 있는 것이 있다.

──나는 원래, 어머니도 뭣도 아니었다.
──나는 원래, 레이무를 내 아이로 키울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니었다.

내가 어머니가 되고 레이무가 딸이 된 것은 결과다.
지금의 나라면 확신에 가득찬 대답을 할 수 있겠지만, 분명히 그 당시의 나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겠지.
레이무는 정말로 손이 가지 않는 아이였다.
아기였는데도 우는 소리 를 낸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연약한 아기였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당시의 나는 알지 못했었다.
자 봐라.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과거의 추태가 비치고 있다.
열이 나는 아기를 안고 어떻게 해야하느지 몰라서 허둥거릴 뿐인 바보가 있다.
작은 아기를 키운다는 사실을 가볍게 본 바보놈이다.
육성 게임이랑은 다르다, 하나의 생명이 자신에게 맡겨졌다는 책임과 현실의 무거움을 이해하지 못했던 얼간이다.
자신이 『어머니』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던 무지한 죄인이다.

「유카리, 도와다오」

결국, 당시의 나는 남에게 우는 소리를 냈었다.
갑작스럼 번뜩임 조차 아닌, 아무렇게나 신사에서 외친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를 우연히 유카리가 눈치챈 것이다.
레이무는 살았다.
부모라 자칭하는 녀석의 애매한 애정이 아니라, 유카리가 가지고 있는 의학적 지식 덕분에 살았다.
용태가 잠잠해진 레이무의 자는 모습을 보고선, 나는 울었다.
아마도 처음 있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나는 울었다.
철처럼 굳어버린 표정을 움직여서 겨우 한방울, 그래도 나는 눈물을 흘렸다.
안심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분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꼴사나워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것 때문에 울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때.
나는 깨달았다.

──지금까지의 나로 있어선 안된다는 사실을.

철들었을 무렵에 요괴의 산에서 보낸 생활이 나에게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실감을 느끼게 해준 첫번째 고비였다면, 레이무와 함께 살아가는 나날은 두번째 고비였다.
이때껏 자신을 위해서 살아왔다.
언제 죽어도 상관 없었고 내키는대로 살아도 좋았다.
하지만 남을 위해서 사는 길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레이무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아이를 사랑하고 있다.
이 아이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
이 아이를 위해서 살고 싶다.
그것이 어머니로서, 정말로 올바른 자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나도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어머니』라는 존재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 존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것을 아이에게 해주는지──나는 모르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찾아가는 동안은 , 꼴사나웠고 악전고투만이 이어졌다.
식사를 주고, 교의를 주고, 기술을 주고, 그리고 애정을 주고──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레이무에게 주는 것만 생각했다.

『네가 유카리 님과 함께 살아가는 길을 선택했다면, 적어도 나는──』

아, 그래.
무리다.
무리라구.
레이무와 만나기 전의 나라면, 그게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이미 그건 불가능하다.

『영원한 시간을 사는 것이, 인간 이외의 무언가가 되는 것이 무서운 것 뿐이잖아?』

무섭다.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나보다도 먼저 레이무가 늙어 죽는다니.
쇠약해진 할머니가 된 딸을 어머니가 간호해야하다니.

『주변 사람이나 요괴 그리고 무엇보다도 딸을 배신하고 모든 굴레를 벗어던진다면──』

불가능하다.
알고 있다.
알면서 그렇게 말하는거로군.
그러니, 나를 계속해 싫어하겠구나.
그래, 그게 틀림없다.
한가지 삶을 선택한다는 것을 다른 삶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 길에 얽힌 사람들의 기대에 응하면서, 반대로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과 관계를 끊는 것이기도 하다.
누구든 상관없이 좋아하게 된다니, 그런게 가능할 리 없다.
게임이 아니다.
하렘 엔드 같이 형편좋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괜찮다.
싫어해도 좋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상관없겠지.
내가 모두를 좋아하는 것은 문제없을 것이다.
불평하지 말라고.
이봐, 란. 카구야.
둘 만이 아니야.
사랑하고 있어, 이 세계를.
단지 그 뿐. 이 세계의 중심에서 우유부단하게 붕 뜬 채 있을 수 없을 뿐이다.
굴레나, 입장이 있으니까, 인간이니까.
그리고 나는 레이무의 엄마니까.
그러고 싶으니까.
그렇게 정했으니까.
그러니, 분명 이렇게 사는 것이 옳다.
……옳겠지?
알려줘.

「──엄마」
「부홧!?」

눈을 뜨고 가장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심하게 놀라 뿜는 아야의 얼굴이었다.




하쿠레이 신사에서 움직이는 오니는 이미 한마리만이 남아있었다.
그 오니도 무릎을 꿇은 채, 이미 다 죽어가고 있었다.
눈 앞에 선 레밀리아를 때릴 양 팔이 없다.
노려볼 눈마저, 오른쪽 말고는 남아있지 않았다.

「무서운 녀석이다……!」

그야말로 아무렇게나 뿌려진 것 처럼 흩어진  동료의 시체를 둘러보곤 피를 토하며 신음했다.
배에 맞은 레밀리아의 일격이 치명적인 상처가 되었다.
마무리를 할 필요도 없다.
오니는 자신의 죽음을 깨달았다.

「나도, 여기까진가」
「흐응, 바란다면 마지막을 장식해줄 수도 있는데? 네놈들의 가치관으로 봤을 땐 미덕이잖아, 이런건.」

미련없는 오니의 말에 비해서 레밀리아가 지은 표정은 두말할 것 없는 비웃음이었다.
오니는 분노로 끓어오르며 레밀리아를 노려보았다.

「……패배자인 내가 뭐라고 하든 꼴사나울 뿐. 하지만! 잊지마라, 우리들 오니는──」

말을 이으려는 오니의 입을 막듯이 레밀리아가 입을 벌려 한 층 더 크게 웃었다.
역겹고 천박한 악마의 웃음소리였다.

「아니 잊겠어」
「뭐라!?」
「패배자의 이름도 필요없어. 너를 포함해 내가 쓰러트린 녀석들도 모두 길가의 시든 잡초처럼 죽어가라고」
「너, 너이놈……윽!」
「불만이라. 그러면, 뭔데? 너희들 오니는 나에게 친찬 한마디라도 기대하고 죽어간다는 거야? 그런 말로 자기를 칭송하면서 편히 죽는게 소원이야?」

레밀리아가 짓는 실선 같은 미소를 노려보면서 오니는 큭하고 말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자신의 말을 부끄러워 하듯이,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되었다.
가슴을 쥐어뜯고 싶은 증오와 분노로 이를 악물고 참고 참아, 오니는 겨우 끌어올린 입꼬리를 약간 들어올렸다.
참고 있던 도중, 자연스럽게 미소를 띄게 된 것이다.

「……확실히 네 말대로다」
「그럼, 나에게 뭘 바라지?」
「아니, 패배자가 승자에게 요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그래. 그럼 그대로 죽어」
「그래. 죽겠다」
「너 개인 따위는 잊어버리겠지만 이 레밀리아 스칼렛의 영광을 빛낼 역사에 한줄 정도는 적어줄께.『한때』 최강이라 칭해지던 오니들을 쓸어버렸다, 내 위대한 전투의 역사 속에말야」
「크큭, 너무도 ​거​만​하​군​…​…​하​지​만​,​ 기분 좋을 정도로 호방한 녀석이로고」

오니는 최후의 힘을 짜내어 일어섰다.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입에서도 대량의 피를 토했다.
피의 바다가 된 발치를 확실히 발으며 오니는 레밀리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레밀리아 스칼렛! 아무리 네가 잊는다고 해도 우리들은 지옥에 떨어진다한들 너를 잊지 않겠다──!」

피투성이가 된 처참한 웃음을 띄우면서 오니는 단말마 처럼 소리쳤다.
그리고 그대로 절명해버렸다.
그 선언은 신기하게도 증오심보다는 자랑스럽다는 듯한 느낌이 났다.
선채로 죽은 오니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레밀리아는 발걸음을 돌려 똑같이 전투를 끝낸 유카리 일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 얼굴에는 이미 비웃음은 없었다.
오히려 언짢은 표정이었다.

「무사해서 다행이네. 지쳤어?」

유카리가 웃으면서 물었고, 짜증난다는 듯 쳐다보았다.

「지쳤어 너희들이 전혀 일을 하지 않아서 말야」
「그치만, 모두 네 쪽으로 갔잖아」
「역시 젊어서 인기가 좋은걸까? 부럽네∼」

표표한 유카리와 유유코의 태도에 레밀리아는 표정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쿠레이 신사를 습격한 오니의 대부분을 셋이서 맞섰지만, 그 전황은 매우 처참했다.
많은 오니들이 어째선지 레밀리아 쪽을 향해 싸움을 건 것이다.
물론, 유카리도 유유코도 공격을 쉬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레밀리아가 오니의 강대한 힘을 몇번이고 정면에서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흡혈귀의 불사성 덕분에 지금도 완전히 상처는없는 상태였지만, 소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레밀리아가 불평을 늘어놓는 것도 당연했다.
거기다, 그런 오니들의 행동이유를 알 수 업는 것도 기분 나쁜 이유였다.
뭔가 전략적인 의도가 있어, 공격을 집중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유유코가 입에 담은 『인기 좋다』는 헛소리도 가능성의 하나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기에, 레밀리아는 더욱 더 기분나빠 진 것이다.
결국 오니들은 단순히 좋아서 레밀리아 쪽으로 싸움을 걸었다는 것이 된다.
거기다, 둘은 그걸 알면서 놀리고 있다는 것이 된다.
레밀리아는 마음 속에서 화가 치미는 것을 표정으론 전혀 알 수 없도록 눌러담은 후, 유카리를 향해 뻔뻔스럽게 웃었다.

「이봐, 얼굴에 뭐가 붙어있잖아. 요괴의 현자님」

레밀리아는 유카리의 볼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른 쪽 볼에 붉은 선이 그려져있었다.
피가 흐르진 않을 정도로 얕았지만, 그건 오니가 입힌 상처였다.
오니라고는 해도, 격이 아래인 요괴를 상대로 이건 확실히 불찰이었다.
하지만, 유카리는 그 지적에 약간의 동요도 보이지 않은 채 웃었다.

「어머? 흙탕물이라도 튄 걸까」
「싸우는 도중에 딴데 신경쓰니까 흙탕물이 튀는거야」

레밀리아는 조금 전의 전투 중, 유카리가 잠시 틈을 보인 것을 눈치챘다.
그 이유 까지는 알 수 없다.
유카리 만이 알 수 있는 어떠한 사태를 알아채고, 아주 잠시 동요한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물론, 유카리는 그 이유도, 어째서 동요했는지도 말하지 않았다.

「황송하지만 닦아주시겠어요?」

도발적으로 웃으며, 유카리는 허리를 숙여서 레밀리아의 얼굴을 가까이 했다.
레밀리아 또한, 웃음을 잃지 않은 채, 그 도발에 응했다.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듯한 금발을 붙잡고, 그것을 잡아당기며 난폭하게 유카리의 얼굴을 다시 앞으로 당겼다.
상처가 난 볼을 입에 대어, 살짝 맺힌 피를 혀로 핥았다.
혀가 지나간 자리에는 상처가 사라지고 없었다.
레밀리아가 낫게 만든 것이 아니다. 유카리 자신의 치유능력이다.
약간의 장난을 끝낸 두 사람은 천천히 마주한 얼굴을 떼었다.

「되게 맛없는 피네」

레밀리아는 여봐란듯이 입에 넣은 유카리의 피를 땅에 뱉었다.
유카리는 그래도 태도를 바꾸지 않은 채, 유유자적한 웃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쩜 심하기도하지」
「너무 숙성시킨 와인처럼 셨어」

하지만 덧붙인 한마디를 듣고 유카리의 웃음이 조금 경련을 일으켰다.
등 뒤의 유유코가 『푸웁!?』하고 허를 찔린 듯이 웃음을 참지 못하거 터트렸다.
그걸 듣고서, 유카리의 이마에는 핏줄까지 일어섰다.
자신의 반격이 성공했다는 것에 약간의 만족감을 느낀 에밀리아는 이번에야 말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원망하는 듯이 째려보는 유카리의 시선을 못본체 하면서 유유코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화제를 돌렸다.

「어쨌든 레밀리아의 활약으로 이 주변의 오니는 퇴치되었네」
「나는 꽝 카드라도 뽑은 듯한 기분이었지만」
「당신에게 쓰러진 오니들은 당신에게 시선이 갔던거야. 당신의 마음가짐이 그들을 마지막 싸움에 도전하게 만든거지」
「알고 있어」
「역시, 젊어서 그런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입에 붙은 듯이 놀리는 유유코를 레밀리아는 짜증난다는 듯이 떨쳐버렸다.
말만 듣는다면 연장자가 어린 사람에게 미숙함을 탓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순수하게 서로가 서로에게 치는 장난이었다.
적어도, 연회 때까지 유카리 일행이 레밀리아에게 품고 있던 한 수 아래를 보는 듯한 멸시하는 의도는 이미 편린도 없다.
지금은, 유카리는 레밀리아를 대하며 일정한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이번 건을 통해서 그러기에 충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기분전환을 한 유카리를 포함해서, 세 사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남은 자들에게 옮겨졌다.
적인 오니는 이미 전멸했다.
그 시체들 속에 이부키 스이카는 없었다.
도망쳤나, 혹은 쓰러진 후 모습을 감췄나──.
적어도 레밀리아는 스이카와 싸운 기억은 없었고, 또한 좀 전의 싸움에서 그녀가 죽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확실했다.
적이 사라진 신사의 경내에 레밀리아 일행 세 사람을 제외하고 남아있는 것은 떨어진 곳에 있는 또 다른 세 사람이었다.
앨리스와 유우기, 그리고 사토리였다.
그 면면에 상처다윈 없었다.

「세분 다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유카리는 앨리스와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유우기와 사토리를 보며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은 형태뿐이었다.
레밀리아에게도 같은 말을 했지만, 그 속내는 전혀 달라보이는 목소리였다.
특히, 사토리에게 보내는 시선은 너무나도 속이 뻔해보였다.
옆에서 보고 있는 레밀리아와 유유코에게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유카리는 사토리에게 의식을 집중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거의 신경도 쓰지 않았다.
거의 경계에 가까운 깊은 관찰의 시선이 사토리에게 향하고 있었다.

「──이건!?」

주의 깊게 사토리의 반응을 살펴보던 유카리는 곧바로 위화감을 눈치챘다.
그것은 유카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상사태였다.
이번에 오니가 일으킨 이변에 코메이지 사토리가 관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유카리가 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품고 있던 것이었다.
더욱이 자신이 막연히 사토리에게 가졌던 불신감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일을 통해서 더 커졌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토리가 유카리의 언동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우선 의심하는 방향에 무의식적으로 기울었지만, 그런 마음가짐을 비웃듯이 사태는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어버렸다.
눈에 비치는 모습은 코메이지 사토리의 모습.
그것이 『진짜 사토리가 아니다』라는 것을, 유카리는 알아챘다.

「어머, 싫은걸. 이 두사람 진짜로 살아있어?」
「……아니 잠깐! 이건 인형이잖아!?」

유유코와 레밀리아도 바로 알아챘다.
소동이 일어난 이 일대를 보는 저 사토리와 ​유​우​기​는​─​─​정​확​히​는​ 두 사람의 형상을 한 것은──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시선조차 이쪽을 보지 않았다.
보이는 모습은 사토리와 유우기 본인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정교한 모습이었지만, 거기에 혼이나 의지라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을 유카리 일행은 간파했다.
세 사람은 그럴만한 실력이 있다.
바로 조금 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은 오니와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오니와 싸우기 전까지는 있었던  진짜 사토리와 유우기를 가짜로 바꿔칠 수 있었던 것은, 그 싸움 속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위치와 그럴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자는, 한 사람 밖에 없었다.

「인형을 이용한 마법인가」

레밀리아가 앨리스를 날카롭게 노려보면서 판정했다.
마법사 친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방면의 기술에 다소 견식이 있다.
대답하듯이, 앨리스는 아무 말 없이 한 손을 움직였다.
손 끝의 움직임이 합쳐져, 사토리와 유우기의 모습이 무너져내렸다.
게속 이어져 있던 보이지 않는 실이 끊어진 듯이, 사지가 떨어져나가고 말 그대로 지면에 무너지며 떨어진 것이다.
신기하게도, 지면에 쌓인 그 잔해는 아무리 봐도 인공적으로 만든 인형 그 자체였다.
머리 부분에는 정교한 표정은 물론, 머리카락이나 눈알까지 갖춰져 있었다.
그것들을 사토리와 유우기의 외견으로 만들어, 유카리 일행을 속인 앨리스의 마법 기술은 두려운 수준이었다.
세 사람이 각자 크든 작든 속으로 전율을 느끼는 동안, 앨리스는 주목을 받으면서 담담히 인형의 잔해를 정리했다.

「……훌륭한, 재주네」
「고마워요」

유카리의 신음하는 듯한 칭찬에 앨리스는 솔직히 응했다.
한 손에 인형을 집어넣은 트렁크를 가지곤 완벽히 일을 끝낸 듯한 모습이었다.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인형같은 표정에서는, 유카리 마저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전혀 읽을 수가 없었다.

「코메이지 사토리와 호시구마 유우기. 두 사람을 인형이랑 바꿔서 이 자리에서 도망치게 한 거로군」

유카리는 질문하지 않았다.
그저 단언했다.

「맞아요」

앨리스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사토리의 명령으로?」
「아뇨. 제가 제안했어요」
「당신에게 사토리를 도망치게 할 이유가 있었던가?」
「당신이 사토리를 의심하고 있으니까. 여기 남아있으면 이래저래 귀찮은 이야기를 하게 되겠죠」
「나는 만사를 확실히 해두고 싶을 뿐인데 말이죠」
「당신이 『진실이니 선하다』라고 판단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요. 사토리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지금 상태가 유리한가 불리한가 뿐이예요. 그녀에게는 안전을 위해서 먼저 지저로 돌아가달라고 했죠」
「흐음, 꽤나 사토리 편을 들고 있네요. 당신은 그녀 편인가요?」
「네, 지금은」
「이전부터 그녀와 은밀한 교류가 있었던건 아니고?」
「전혀」
「당신은 코메이지 사토리의 부하, 혹은 동료인가요?」
「아뇨」

서로가 담담하게 응답했다.
어느샌가 유카리는 하ㅗ제 속에서 유우기의 존재를 생략하고, 사토리만을 대상으로 삼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것을 앨리스도 알고 있으면서 전혀 막히는 부분 없이 대답해나갔다.
유카리는 눈 앞의 앨리스 마가트로이드라는 마법사와의 대화 속에서, 그녀가 예상 이상으로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회화 속에 거짓과 진실을 섞어서 말하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앨리스의 속마음을 알아내기 힘들었다.
앨리스라는 마법사의 존재도, 그것을 어느샌가 동료로 삼은 사토리의 행동도, 어느 것이나 주변에 속이는 것들 뿐이었다.

──이건 너무나도 예상 외의 일들 뿐이네.

코메이지 사토리에게 관련된 일은, 겨우 이것 뿐이다.
너무나도 방해된다.
유카리는 속으로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사토리의 편을 들기로 한 거지?」
「그녀와는 아직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많으니까. 그러기 위한 장소로 이 곳은 좀 시끄럽거든요」

혼잣말을 하는 듯한 유카리의 투덜거림에, 앨리스는 성실히도 대답했다.
이것은 거짓인가 진실인가.
의심하는 것도 귀찮았기에, 유카리는 추궁을 그만뒀다.
현실적으로 화제의 당사자인 사토리는 감쪽같이 이 자리에서 빠져나가버리고 만 것이다.
그것도 그것이 본인이 뒤가 구려서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앨리스의 판단과 제안을 빌미로 재촉받는 듯한 형태였기에 그리 나쁘다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토리의 의도를 알아보고 있던 도중에, 앨리스의 의도가 포함되어 사태가 복잡하게 변해버렸다.
사토리에 대한 불신감과 의심이 남은 상태에서 아무것도 결정적인 결론은 내지 못한 채, 의심은 의심 그대로 남아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오랫동안 생각할 수도 추궁할 수도 없는 상태에 지금 빠지게 된 것이다.
오니 이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쪽이 지금은 우선해야할 상황이다.

──혹은, 그것도 계산에 집어넣었던 걸까. 코메이지 사토리는. 아, 정말이지.

유카리 정도로 사토리를 깊히 추궁하지 않았던 레밀리아와 유유코가 입을 다물고 있는 유카리를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유카리는 사토리에 대한 모든 문제를 일시적으로 접어두기로 했다.

「이부키 스이카를 쫓죠」

유카리는 앨리스에게서 시선을 때고 레밀리아와 유유코에게 말했다.
오래 알고 지낸 유유코는 그렇다치고, 레밀리아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말이 갑작스럽게 끝났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의도를 알 수 없어 어쩐지 불만스런 표정이었다.
하지만, 유카리의 제안에 응하려는 듯한 앨리스를 보고,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것으로 앨리스가 도망치듯이 이 장소에서 떠난다면 몇가지 반응을 떠볼 수 있겠지만, 마치 좀 전에 한 대화 같은 건 없다고 말하는 듯이 새초롬한 얼굴로 남아있었다..
좀 전의 의미 있는 듯한 회화는 뭐였는가, 하고. 레밀리아는 기간을 좁히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앨리스에게 다시 무엇인지를 묻는 것도 귀찮다 생각했다.
애초에, 그 『무언가』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레밀리아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진짜 이부키 스이카가 어디에 있는지, 당신은 알고 있어?」

결국, 레밀리아는 유카리에게 그렇게 물을 수 밖에 없었다.

「네. 그녀는 아마도 인간 마을에서 기다리고 있겠죠」
「기다려?」
「네」

유카리는 매우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녀는, 우리들이 모이기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마리사와 요우무.
대치하는 두 사람의 경직이 풀린 것은 금방이었다.
정확히는 요우무 쪽이 먼저 움직였다.
마리사는 움직이지도 않고 시선도 고정한 채로 요우무를 노려보고 있었다.
요우무는 큰 칼과 그것에 비해서 조금 작은 칼을 양 손에 들고 있었다.
오니의 머리를 꼬치처럼 찔러넣었던 것은 긴 쪽 칼이었다.
요우무는 그 도신을 타넘듯이 단도를 옆으로 미끄러트렸다.
첨단에 꽂혀있던 오니의 머리가 칼에 닿으며, 그대로 도신에서 그것을 뽑아냈다.
그저 뽑아낸 것만은 아니었다. 날카로운 횡베기로 인해 오니의 머리가 일자로 양단된 것이다.
도신에서 떨어져 공중을 날던 두개의 덩어리를, 더욱 못쓰게 만들겠다는 듯이 종으로도 양단시킨다.
사등분된 덩어리로 나뉜 오니의 머리는 그대로 몸을 따라가듯이 밤의 어둠으로 가득한 땅으로 떨여졌다.
그 모든 행동을 마리사는 크게 뜬 눈으로 보고 있었다.
이를 갈면서, 무심결에 주먹에 힘을 집어넣으며 말아쥐었다.
요우무가 한 짓에 마리사는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

오니는 적이다.
바로 조금전, 마리사도 목숨을 걸고 싸운 상대이다.
어디에 화낼 필요가 있는것인가.
마리사는 그것을 알지 못한 채 화를 내고 있었다.

​「​…​…​어​째​서​냐​고​?​」​

마리사는 억누르는 듯이 소리를 냈다.

「어째서, 그 영감을 벤거야?」
「영감? 좀 전의 오니를 말하는 건가요」

요우무가 칼을 칼집에 넣으면서 되물었다.

「그래. 왜 벤거야!?」
「빈틈 투성이였기 때문입니다」
「당연하잖아! 그 때, 벌써 결판이 났었다고!」
「결판이란, 당신과 그 오니와의 승부 말인가요」
「그래!」
「확실히 승부는 났었지요. 그렇다면, 그건 뒷처리입니다」
「뭐라고!?」
「딱히 그걸 제 공로로 삼을 생각은 없으니까 부디 안심하시길」

요우무의 엉뚱한 배려따윈 필요없다는 듯이, 마리사는 더욱 크게 소리쳤다.

「죽일 필요는 없잖아!」
「오니를 살려둘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죽이지 말라고 하는 거라고!!」

뱃속에서부터 짜내는 듯이 소리쳤다.
이론은 없다.
이유또한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저 오니의 죽음 자체를 그렇게 깊히 슬퍼하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요우무의 행동과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녀의 태도에, 마음 한 켠에서 분노와 짜증을 느끼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통곡과도 같은 마리사의 외침을 들은 요우무는 잠시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이윽고 표정을 지웠다.
마리사를 보는 눈이 확실히 변해있었다.
완전히 멸시하는 시선이었다.

「……그렇습니까」

돌아온 요우무의 대답은 단순히 맥빠진 맞장구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눈 앞의 인간을 이미 짖어대는 들개 같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베기도 아까운 것을 본다는 눈을 하고 있었다.

「이거 실례했군요. 그럼, 저는 이만」
「기다려」

재빠르게 그 자리를 떠나려고 하는 요우무를 마리사가 물러세웠다.

「……나는 당신과는 달리 바쁩니다만」

그 태도와 말투로, 요우무가 지금 자신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 마리사는 알아챘다.
하지만, 차가운 시선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자신의 요구와 스펠 카드를 동시에 들이밀었다.

「나와 승부하자」
「저는 『바쁘다』고 말했습니다」
「오니 퇴치 일 말야?」
「그렇습니다」
「그건, 정말로 네가 하고 싶은 일이냐?」
「하고 싶다, 하고싶지 않다 그런 것관 관련 없습니다. 유유코 님에게 받은 중요한 일입니다」
「들은대로 하고 있다는 소리잖아? 너 자신이 누군가를 돕고 싶다던가 지키고 싶다던가, 그러기 위해서 좀 전의 오니를 벤 건 아닐텐데」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전에 명게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레이무 하고만 승부를 내고 나와는 안 했잖아. 여기서 계속 해보자고」
「……적당히 해」

요우무의 말투와 표정이 변했다.
짜증을, 살기와 함께 표현하기 시작했다.
살기는 마리사에게 보내는 위압과 경고였다.

「네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그래서 도발할 생각이냐? 너 같은 아무래도 좋은 상대와 시간을 쓸데없이 보낼 여유는 없다고 말하고 있잖아」

말하면서 칼집에 한 손을 가져갔다.
확실한 위협이다.
다가오는 들개에게 쿵하고 지면을 울려 쫓아내는 것과 같은 행동이었다.
적어도, 요우무에게 있어서 눈 앞의 마리사는 그것과 동등한 존재였다.
그런 요우무의 반응에 마리사는 조금 땀을 흘리면서도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진심으로 칼을 뽑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나?」
「……아니」
「나는 너를 정말로 짜증난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죽이면 그 후가 짜증나지. 팔 하나, 다리 하나 자르는 것이 가장 편하고,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요우무는 자신의 가슴 속에 생각한 것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듯이 천천히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마리사는 깨달았다.
웃고 있는 것은 센 척이 아니다.
눈 앞의 아직 칼을 뽑지 않은 채 자세조차 잡지 않은 요우무가 무서웠다.
공포가 몸에도 전달되어, 약간 떨리고 있었다.
요우무의 검술은 조금 전에 본 살아있는 것을 베는 장면을 눈 앞에서 보았을 뿐이다.
자신의 탄막으로 상처하나 입힐 수 없었던 오니의 육체를 절단했던 것이다.
틈이 있었다던가, 상대가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던가, 그런 정신적인 요인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강철과 같은 오니의 머리를 일격에 베어넘긴 실력은 진짜였다.
무엇보다도 요우무에게는 주저함이 없다.
지금 단계에서도, 싸움을 걸었지만 서로 죽고죽이는 것이 아닌 순수한 탄막놀이를 통한 승부를 상정하고 있는 마리사에 비해서, 요우무 쪽은 스스로 그것을 입에 담았다.행동을 실행할 각오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몇 마디──회화를 잘못 진행시킨다면, 그 순간 요우무는 칼을 뽑을 결단과 함께 베어버리겠지.
마리사의 손과 발을 베어내는 것을 주저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 그것을 피할 수 있다는 절대적인 자신감이 마리사에게는 없었다.

──서로 죽고 죽이게 될 경우, 나는 요우무에게 이길 수 있는 건가?

이길 수 있을리가 없다.
그래서 무섭다.
그건 잘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마리사는 웃고 있었다.

「자, 거기서 비켜라. 들개놈, 깨물 상대를 잘못 알았다」
「싫은걸」

마리사가 혀를 내밀었다.

「틀리지 않았어. 나는 지금 너와 무슨 일이 있어도 승부를 하고 싶어」
「지금이 어떤 상태인지 이해는 하고 있는건가?」
「오니 이변 말야? 그렇다면 나와는 관계 없어. 환상향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날뛰든 상관 없는 일이라고」
「치사한 녀석이군」
「안타깝게도 나는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서 싸워주는 좋은 녀석이 못되서. 너는 어때? 네가 환상향의 평화나 인간마을의 평온을 위협하는 녀석들을 용서할 수 없다는 정의감으로 움직이고 있다는거냐? 아니잖아」
「적어도, 너보다는 정당한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옳코 그르고는 상관없어. 나는 그저 날 납득시킬 승부가 하고 싶을 뿐이야!」
「──잡종같으니. 말을 해도 듣질 못하나」

요우무가 또 다른 한 손을 칼에 가져갔다.
마리사는 승부를 내기로 했다.
탄막 승부가 아니다.
말을 통한 승부였다.

「너도 똑같잖아? 콘파쿠 요우무」
「뭐라고!?」
「똑같이 레이무에게 진 패배자끼리, 어느 쪽이 위인지 정해보고 싶다고. 나는」

요우무의 눈빛이 변했다.
마리사는 그녀의 굳게 닫힌 입술 안에서 빠드득 거리며 이를 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이미 요우무가 마리사에 대해 품은 감정은 명백했다.
요우무의 살의는 분노와 짜증으로 더욱 커졌다.
신기하게도, 정신적인 면만 놓고 보자면 요우무는 마리사와 같은 위치까지 오게 되었다.
이제, 눈 앞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네놈……!」

마리사의 말은 그냥 주변의 잡음으로 무시되지지 않고, 치명적인 의미를 지닌채로 요우무의 트라우마를 직접 자극했다.
이미 처음과 같이 내려다보던 시선도, 여유를 가진 태도도 없다.
냉정한 가면은 무참하게 무너져내렸다.
타오르는 듯한 무언가가 눈동자에 머물며, 그 눈으로 마리사를 노려보면서 다시금 그 너머에 어른거리는 레이무를 노려보았다.

「이봐 요우무. 네가 레이무에게 완전히 당했을 때, 내게 그건 딴 사람 일이었어. 난 그 녀석의 옆에 서서 너를 내려다 봤지.
  하지만 아니었어. 나는 그녀석과 나란히 있는게 아니었어. 남의 일이 아니었어.──지금 깨달았다고」

요우무의 살기가 닿지 않았다는 듯이 마리사는 계속 말했다.
자신에게도 들려주는 듯이 독백에 가깝게 말하고 있었다.

「정상은 이미 정해져있어. 그 아래로는 큰 차이가 없어, 하지만 소똥과 말똥, 어느 쪽이 잘났는지 정도는 정해두자고 요우무」
「……돌이킬 수 없어」

요우무는 잡아떼듯이 칼에서 손을 놓고, 대신 그 손에 품에서 꺼내든 스펠카드를 들었다.

「더이상 돌이킬 수 없을거다. 너를 비참한 패배자로 만들어주마! 키리사메 마리사!!」

자신이 마리사의 도발에 완전히 넘어가버렸다는 사실을 요우무는 자각했다.
마리사를 이대로 칼로 베어버리는 것은 쉽다.
팔 한짝이라도 잃어버리면 눈 앞의 인간은 애처롭게 용서룰 구걸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래선 의미가 없어.
──내게 의미가 없어.
──『승부』에서 이기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어!

요우무는 그런 자신의 행동이 마리사에게 유도된 것이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그러면서, 일부러 마리사와의 승부──그녀가 원하는 『탄막놀이』──에 임할 것을 결의했다.
과거 치명적인 패배를 불렀던 레이무와의 승부가, 그 탄막놀이였던 것도 그 이유였다.
하지만, 요우무는 중요한 부분이 불명확한 상태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어째서, 의미가 없는 것인가?
──어째서, 내가 납득을 못 하는 것인가?

자신이 파악하지 못한 마음의 한 켠 속에서, 요우무 자신의 승부는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
한편 마리사도, 스스로의 행동을 파악하지 못한 채였다.
요우무에게 승부를 걸겠다고 생각한 것은 그녀가 그 오니를 베었기 때문이 아니다.
적어도 그것만은 단언할 수 있다.
그 때 분노나 짜증 만으로 저지를 정도로 단락적인 성격도 아니다.
그러면, 어째선가?
알 수 없다.
단지, 어째선지 그 때는──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것만은 강하게 느꼈다.
감정이었다.
요우무와 싸울 필요는 없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마리사는 사고를 그만두었다.
필요나 의무같은 부분을 통한 생각이 끝나기 전에 감정을 우선해 움직였다.
그것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걸로 됐다고는 생각했다.
요우무를 도발하기 위해서 말한, 레이무에 관한 자신의 심경이 이유의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좀 더 다른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채로, 승부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고민 만은 없었다.
저 오니와 대치했을 때처럼, 공포나 승산의 유무 같은 주저하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한번, 목숨을 건 승부를 경험한 것에 더해, 거기서 승리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승리. 『그 오니』에게 승리

여기에 이르기면서, 마리사는 순간 알아챘다.
그 오니의 이름을 자신은 알지 못한다.
그것을 자각하고는, 갑자기 다른 것을 알아챘다.
조금 전부터 이전 일을 생각할 때마다 그 오니의 얼굴이 막연해져서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늙은 얼굴, 이라는 이미지만이 먼저 떠오르고 상세한 것은 떠오르지 않았다.
바로 조금 전 일임에도, 더이상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이 딱히 쇼크도 뭣도 아니었던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그것은 당연했다.
상대는 적이었다.
자신을 먹으려고 했었다.
요우무에게 죽지 않았다고 해서, 분노를 품을 이유조차 없는 상대였다.
슬프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납득이 안가.

마리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영감. 왜 죽기 전에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거야.
──당신 이름, 못 들었다고.
──이래서야, 내가 잊어버릴 거 아냐.
──당신 보다도 굉장한 녀석들이 주위에 굴러다닌다고. 특히 같은 인간인 주제에 엄청난 친구도 있어서 말야.
──내 기억 속에서, 이름도 모르는 오니 같은 거, 그런 이름있는 녀석들에게 지워져버린다고.

슬프지는 않은데도, 마리사는 눈물이 나오는 것을 꾹 참았다.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마음에 뿌리를 내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지금의 자신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눈 앞의 스펠카드를 발동하는 요우무와의 승부에 도전해, 거기서 승리하는 것만을 강하게 바랐다.

「나는 지지 않는다고」

요우무의 말에 응하듯이, 마리사가 중얼거렸다.
다만 한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있었다.
무엇, 인지는 알 수 없다.
누구에게、인지는 알 수 없다

「승부다, 요우무──!」

단지 자신은 지금, 증명하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다.
그것은 요우무도 같았다.




──지하도서관에 잔존하고 있는 오니들은, 사쿠야가 파츄리의 원호를 시작한 순간, 일거에 소탕되었다.

사쿠야가 스며들 듯이 도서관에 나타나 가까운 오니를 발견해 나이프를 두자루 던졌다.
노린 것은 두 개의 안구였다.
전혀 거리낌도 손대중도 없는 저격이었다.
그리고, 그 공격은 그렇게 정밀히 노릴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깔끔하게 닿았다.
그리고 그 뿐이었다.
무섭게도, 찔렸어야할 안구에 닿은 나이프의 날마저, 오니를 상처입히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눈에 모래라도 들어간 정도의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 오니는 사쿠야를 향해 반격했다.
입에서 토해낸 불덩이를 사쿠야는 춤추는 듯한 움직임으로 회피하고, 재빠르게 파츄리의 옆으로 피했다.
오니들은 그 인간이 적의 원군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그것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게 판단했다.
그 다음 순간이었다.
오니들의 눈 앞에 마력으로 형성된 거대한 불덩어리가 날아들었다.
조금 전 토해낸 불덩이의 몇 배나 되는 열량덩어리였다.

──일부『로열 플레어』

파츄리가 발동한 스펠카드가 오니들을 삼키기 직전이었다.

「뭐, 뭐라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소리치는 것 말고는, 오니들에겐 어떠한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런 엄청난 마법을 쓰는 동안, 아무런 전조도 잠깐의 틈도 없었던 것이다.
사쿠야에게 한순간 의식을 돌렸다고는 해도, 눈이 부실 정도로 열을 발하는 불덩어리를, 피부로 느낄 정도의 거리까지 알아챌 수 없을리가 없었다.
오니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마법의 겁화에 집어삼켜졌다.
그러나 작열한 화염은 오니들 만을 집어삼킨 채 일전 범위에서 밖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사전에 표적을 가두도록 설정된 결계 속에서 불덩어리가 쏘아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사전의 결계』를 언제 만들었는지, 오니들은 알 수가 없었다.
알 수 없는 채로, 밀폐공간에서 작렬하는 것으로 위력이 배가된 로열 플레어에게 타죽고 말았다.
문자 그대로 『일소』시킨 것이다.

「……스펠 카드 선언 정도는 들려줬어야 했으려나」
「그렇게까지 따를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합니다만」
「그건 그렇네」

마법으로 발생한 불이지만, 급하게 진화시키는 것을 내려다보면서, 파츄리가 중얼거렸다. 거기에 사쿠야가 냉정하게 맞장구를 쳐줬다.
파츄리 자신도 좀 전의 반칙에 가까운 공격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신경쓰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파츄리는 사쿠야가 정지 시킨 시간 속에서 모든 준비를 끝내고 기습과도 같이 스펠카드를 발동시킨 것이었다.
사쿠야의 능력의 영향 하에 있던 오니들은,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필살의 마법만이 눈에 들어왔겠지.
결계로 가둬둔 것은 마법의 피해를 더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지만, 동시에 표적과 공격의 위력을 하나의 공간으로 한정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도망치는 것도 막는 것도 불가능 했다.
파츄리의 화력과 사쿠야의 특수능력을 조합한 결과가 낳은, 싱겁고 봐주는 것도 없는 승리였다.

「상처는 없으십니까?」
「멀쩡해. 목 쪽도, 아직 상태가 좋아. 도서관에도 아마 피해는 없을거야」

지면에 내려온 파츄리를 맞이하며 어디선가 테이블과 의자와 티세트가 날아들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까지 사용하고 있던 세트들이었다.
그 엄청난 전투가 있었음에도, 먼지하나 안 묻었다.

「더러워진 곳은 저기 뿐이네」

의자에 걸터앉으면서 좀 전에 오니들이 있던 자리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이제 타는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 검은 덩어리들이 남아있었다.

「나중에 정리하겠습니다」
「아니, 소악마에게 시킬께. 그 전에──」
「예. 여동생님이 먼저 도착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 엄청난 스피드로 도서관에 들어오는 걸 봤어. 잠시나마 시야에 들어왔었지. 근데 대체 어디있는 걸까……」

도서관 내부에 있는 것 만큼은 틀림 없었다.
그래서 찾기 위해 파츄리가 잠시 탐색마법을 발동시키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폭음과 진동이 도서관 전체에 울려퍼졌다.
가깝다.
두 사람은 재빠르게 폭발이 일어난 곳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폭발이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폭발에 가까운 기세로 도서관의 벽이 파괴된 것이었다.
도서관의 일부인 방의 안 쪽에서 벽을 박살내고 두개의 그림자가 파츄리 일행의 앞에 굴러들어왔다.
찾을 필요도 없었다. 그 그림자 중 하나는 플랑도르였다.
다른 하나는, 스이카였다.
서로 붙잡고 늘어진 채, 두 사람은 지면을 굴러 이동했다.

「힘은 그럭저럭──」

흡혈귀의 완력에 멱살을 잡혔음에도, 스이카는 웃고 있었다.
그 올라간 입꼬리를 노리고 플랑도르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인간이라면 턱이 통째로 날아갈 정도의 위력이지만, 스이카의 입에는 한방울의 피도 흐르지 않았다.

「주먹은,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하는군!」

스이카는 웃으면서 되받아쳤다.
두 사람 모두 밀착상태였지만, 서로 체격은 작았다.
약간 접힌 팔이 좁은 공간 속에서 날카로운 선을 그리며, 상당한 위력을 실은 채 플랑도르의 볼을 날려버렸다.
두개골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태세가 무너지고 스이카가 플랑도르의 마운트를 빼앗았다.
플랑도르에게 격투의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상태가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으​와​아​아​아​앗​!​!​」​

플랑도르가 소리치면서 뛰쳐올랐다.
스이카의 몸을 붙잡은 채로 지면을 쓸어내듯이 날아갔다.
그 사이 억지로 태세를 다시 바꿨다.
스이카는 그 발버둥을 오히려 재밌다는 듯이 받아주었다.
두 사람이 엄청난 기세로 책장에 부딪혔다.
깔아두었던 방호마법이 파괴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사쿠야와 파츄리는 소녀의 모습을 한 두 사람의 괴물의 육탄전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파츄리 님, 여동생님의 원호는?」
「무리야. 너무 가까운데다, 빨라」

신음하듯 대답했다.
밀착한 두 사람 사이에 한 쪽에만 정확히 공격을 가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굳이 말하자면, 그런 정밀조작은 사쿠야 쪽이 더 특기였다.
하지만, 사쿠야의 힘으로는 스이카를 상대로 유효한 공격을 할 수 없었다.
거기다 플랑도르 본인이 전투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주변에 자신의 동료가 있다는 것 자체를 눈치채지 못했다.

「죽일거야!」
「기세만은 일품이군」

격해진 플랑도르와는 달리, 스이카는 재미를 느낄 여유마저 있었다.
태세가 바뀌어 위에서 내려보는 형태가 된 플랑도르의 공격을 흘려 넘기고, 막아내고, 때로는 그대로 맞으면서 피를 토해내면서도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스이카는 적어도 전투력만 본다면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아끼는 것 따윈 전혀 없었다.
하지만, 정신적인 면은 여유가 있었다.
단순히 요괴로서 보내온 세월의 격차였다.
폭격과도 같은 플랑도르의 주먹을 견뎌내면서, 드디어 내지른 오른팔을 되돌리는 단 한순간의 틈을 노리고 손목을 잡아챘다.

「잡았커흑!?」

성공을 자랑할 틈도 없이 왼 주먹이 코와 격돌했다.
지면이 겹쳐져 엄청난 소리가 두개골을 관통해 바깥까지 들려왔다.
하지만, 거기서 왼팔의 움직임이 멈췄다.
데미지따윈 무시한 채, 스이카가 왼손 손목도 잡아챈 것이다.
양팔을 붙잡힌 채 플랑도르는 잠시 동요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저항했다.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천천히 움직여지고 있었다.
스이카의 완력이 플랑도르의 완력을 약간이나마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니를 상대로 힘겨루기를 한다는 건──」

안면에 때려넣은 왼손주먹이 천천히 떨어지며, 코피투성이가 된 스이카의 처참한 웃음이 눈에 비췄다.

「멍청한 짓이라고!」

다음 순간, 스이카는 입에서 불을 토해냈다.
평범한 불이 아니었다. 이부키 스이카의 귀화였다.
굉음과 함께 공기를 일그러트리는 화염이, 무방비 상태의 플랑도르의 상반신을 덮쳤다.
비명이 울려퍼졌다.
소녀가 산 채로 불에 태워지면서 생겨난 귀를 막고 싶어질 정도로 높은 비명이었다.
플랑도르가 생에 처음으로 느끼는 고통스러운 소리였다.
이미 저항이고 뭐고도 없었다.
붙잡았던 양 팔을 풀어냈지만, 반격할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한 채 타버린 얼굴을 감쌌다.
싸우는 도중임에도 너무나 무방비했다.
그 틈을 놓칠 정도로 스이카는 어설프지 않았다.

「이 애송아!」

양 손째로 플랑도르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날아가 정반대에 있는 책장과 격돌했다.
책장에 등을 기댄 채로, 스르륵하고 허리부터 무너져내리는 플랑도르와는 대조적으로, 스이카는 천천히 일어섰다.
이쪽의 얼굴도 피투성이였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표정은 일절 없는데다, 전혀 참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마치 이 정도의 아픔이나 상처 따위는 그녀에게 일상다반사인 것 같았다.

「……레밀리아 스칼렛이 엄청난 녀석이라서, 같은 흡혈귀라고 기대했는데 말야」

스이카는 이마의 피를 손바닥으로 훑으며 말했다.

「역시, 그 녀석이 특별한 거 였나?」

화상 흔적이 곧바로 회복되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다시금 일어서려고 하는 플랑도르를 보고 말했다.
육체의 데미지는 없지만, 『고통』이라는 정신의 데미지에서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한 그녀를 야유하며 하는 말이었다.

「너, 아픔이란 걸 제대로 느낀 경험이 없는거냐?」
​「​으​…​…​아​아​…​…​앗​」​
「아니면, 그럴 필요도 없을 정도로 과보호 받고 자란거냐?」

스이카는 의미를 담아서 시선을 옮겼다.
자신에게 분노와 살의를 담아 노려보는 사쿠야와 파츄리에게 씨익하고 웃어주었다.

「다음은 너희들이냐?」
「파츄리 님, 녀석에게 스펠카드는 필요 없습니다」
「그래. 두말 할 것 없이 날려버리자구」
「좋네, 부하들의 두터운 호위라는 거냐」

적의를 드러내는 두 사람을 일부러 무시하듯, 스이카는 또다시 플랑도르에게 시선을 가져갔다.
흡혈귀의 재생력으로 상처를 수복한 플랑도르는 다시 일어섰다.
일어섰다는 것은 정신적인 데미지에서 회복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또 다시, 스이카와 싸울 기력을 되찾았다는 것이기도 했다.
어째서, 이렇게 갑자기──?
플랑도르의 눈을 본 스이카는 그 이유를 알아챘다.

「……그렇군. 그게 네 진짜 힘이냐」

플랑도르의 눈동자는 좀 전까지는 없었던 『광기』가 실려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조금 전까지 숨 죽이고 있던 것이, 고통 덕분에 밖으로 드러난 것이었다.
흡혈귀 소녀는 과거 휘둘렀던 진정한 힘을 끌어내기 위해서 미쳐버리려 하고 있었다.

「너는, 미쳐버리는 걸로 지금까지의 아픔을 느끼지 않는가보구나」
「──야」
「응, 그러면 됐다. 그런 강함도 있지」
「──죽일거야!」
「응, 와라」

스이카는 씨익하고 웃으며, 플랑도르의 광기를 부추겼다.
공포도, 두려움도 없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플랑도르가 양 손을 내밀었다.
그 손 안에서 파츄리가 마법으로 만들어낸 것 보다도 더욱 높은 열이 압축되어 있는 불이 나타나, 검의 형태를 취하며 일직선으로 뻗어나갔다.
불의 ​검​─​─​『​레​바​테​인​』​이​었​다​.​
그 검이 나타난 것 만으로도 도서관 안의 실온이 급격히 상승했다.
인간인 사쿠야가 고통스러워하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파츄리가 마법방벽을 만들어냈다.
금기에 가까운, 무서운 악마의 불이었다.
검끝을 향한 상대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되는 그것을, 스이카는 맞상대하겠다는 듯이 노려보았다.
그리고 ​플​랑​도​르​는​─​─​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갑자기 광기를 잃은 눈으로 바라본 것은, 적인 스이카가 아니라 고통스러워하는 사쿠야의 모습이었다.
플랑도르는 떠올렸다.
과거 그와 같이 이 칼에 그녀를 상처입혔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 완전히 똑같은 일을 반복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미쳐서 이 힘을 휘두른다면 적 뿐만이 아니라, 주위를 파괴해 누군가를 상처입히게 된다.

플랑도르는 무언가에 저항하는 듯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에서 불의 검을 지웠다.

「……어떻게 된거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 스이카를 다시금 노려보았다.
입을 다문 채, 빈 손이 된 양 손을 말아쥐었다.
스이카에게 한번 당하기 전처럼, 격투를 통한 싸움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뭐냐 그건? 그건 네 진짜 힘이 아니잖아?」
「──」
「뭐냐고, 싸울 맘이 없는거냐?」
「아냐. 하지만 그 힘은 안 쓸거야」
「힘을 쓰는게 무서운거냐?」
「……무서워」
「쫄아서 맘껏 힘도 쓸 수 없다고?」
「쓸 수 없는게 아냐. 쓰지 않는거야」
「같은 거야」
「같지 않아. 나는, 더이상……미치지 않을거야!」
「미치지 않는다면, 나에게는 이길 수 없어. 지금의 너는 미숙해. 싸움의 고통을 견딜 수 없다고」
​「​그​래​도​…​…​그​래​도​!​」​

플랑도르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주먹을 들어올렸다.
형태만을 취한 자세였다.
격투전의 유용함을 무엇하나 취하지 못한 자세였다.
지금 그녀에게 있는 것은, 싸워나가겠다는 의지보다도 자신의 힘을 억누르겠다는 결의가 더 강했다.
그런 필사적인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고 스이카는 힘빠진다는 듯이 웃었다.

「글렀어. 『자신의 힘이 무섭다』──그런 마음가짐으론 글렀다구. 내 앞에서기엔 백년은 빨라」
「시끄럽다구요. 그러면 백년 후에 다시 오시죠」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사쿠야도 파츄리도 아닌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스이카가 반응 할 틈도 없이 그 사지가 갑자기 발생한 마법진에 고정되었다.
그것도, 몇 겹이나 겹쳐진 구속마법이었다.
전조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뭣!?」
「그 때는, 분명 성장한 여동생님이 너 따위는 조각내버릴테니까」

스이카는 상태의 파악을 하는 것과 동시에 그곳에서 탈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두가지 모두 무의미했다.
혼신의 힘을 넣어도 구속은 풀리지 않았고, 스이카가 본 것은 갑작스런 사태에 멍해진 플랑도르의 모습 뿐이었다.
사쿠야와 파츄리는 이미 그 자리에서 이동해 있었다.

「──상혼『소울 스컬프쳐』!」
​「​─​─​화​금​부​『​세​인​트​ 엘모 필러』!」

사쿠야의 비장의 한수가 강력한 참격을 날리고, 눈 깜빡할 정도의 속도로 파츄리의 불덩이가 날아들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스이카는 그 두 개의 공격을 그대로 맞을 수 밖에 없는 형국이 되었다.
눈이나 입, 귀, 혹은 각 관절과 같은 급소를 몇 번이나 베어낸 그 자리에 작열하는 겁화가 덮쳐들었다.
평범한 오니라도 재하나 남길 수 없을 그 공격을 받고도 스이카는 너덜너덜해진 불투성이가 되어 지면에 쓰러졌다.
그 때는 이미 구속마법도 해제되어 있었다.
파츄리는 그 마법을 재빠르게 해석하고 대답을 이끌어냈다.

「……설치해둔 함정 마법. 소악마, 당신이지!?」
「응후후──」

나지막하게 웃는 목소리를 내면서, 소악마는 여봐란 듯이 천천히 등장했다.
플랑도르의 바로 뒤에 있는 책장 뒤에서.

「함정 설정을 조금 건드렸습니다. 나이스 ​타​이​밍&​도​움​ 이었죠?」
「얼굴, 어떻게 된거야?」
「그리 예쁘진 않으니 너무 보지 말아주세요」

소악마는 돌돌만 티슈를 꽂은 채 코를 슬그머니 가렸다.

「소악마……」
「네, 소악마예요. 괜찮아요, 상처라면 대단한 게 아니니까요」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잘 말할 수 없는 플랑도르를 칭찬하듯이 소악마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대로, 상냥하게 껴안아주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여동생님 덕분에 제가 살 수 있었어요」
「나……느……은」
「예, 정말 수고하셨어요. 정말이예요. 여동생님은 조금 성장하신거예요」
「그치만……!」
「그걸로 된거예요. 적어도 저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참는 것도 강함이예요. 레밀리아 님 같이 싸우기 위한 강함은, 거기서 출발하는 거라구요」
​「​그​…​…​흑​、​허​으​…​…​윽​!​」​

마지막은 이미 말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흘러 넘치는 눈물이 왜 나는지, 안도인지 분함인지는 잘 알수 없었다.
플랑도르는 소악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열을 필사적으로 숨긴 채 계속해 울었다.
사쿠야와 파츄리는 복잡한 표정을 띄우고 있었지만, 적어도 소악마가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며 그것이 적절하다는 사실은 납득했다.
──눈물범벅이 되어 우는 플랑도르를 껴안으면서, 상냥함이나 모성애 이외의 뭔가 기분나쁜 유열이 섞인 소악마의 웃음을 보는 것은 불안함 이상의 두려움을 느끼게 했지만.
두 사람은 그곳에서 눈을 돌리듯 시선을 옮겼다.
간신히 일어선 스이카였다.

「이, 이새끼……또 안전한 장소에서 뒷치기냐」
「남의 가정 문제에 멋대로 참견하니까 그렇죠. 용서 못해요오」
「이새끼, 언젠가 진짜로 ​날​러​버​릴​테​다​…​…​!​」​
「내일까지라면 기억해둘께요. 히힛」
「젠장……」

악다구니를 토하면서도 스이카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허를 찌른 소악마를 노려보며 둘이 함께 공격했던 사쿠야나 파츄리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엔 불공평하다는 마음이나, 비난의 의사는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그치만, 뭐 ……오니가 이렇다저렇다 말하긴 그런가」

그렇게 말하곤, 스이카는 이번에야 말로 힘이 다해 쓰러졌다.
큰 대자로 드러누운 스이카의 몸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처럼 가루가되어 사라져갔다.

「저건 분신인가보네」
「역시」

저것이 스이카의 죽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사쿠야도 알고 있었다.
스이카는 살아있다.
단지, 이 자리에서 사라진 것이다.
파츄리가 손 끝으로 허공을 건드리자 정체 모를 주문이 몇가지 떠올랐다가 빛을 내곤 사라졌다.
어떤 마법을 사용한 것 처럼 보이지만, 문외한인 사쿠야에게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파츄리의 무언가 찾는 듯한 시선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에서 무언가를 알아보고 있다는 것만은 어떻게 알 수 있었다.
당분간 지켜보고 있자, 갑자기 파츄리는 사쿠야를 포함한 세 사람에게 눈을 돌렸다.

「갈거야」
「가다니 어디를 말씀 하시는 겁니까?」
「그 오니가 간 곳」
「녀석을 쫓을 필요가 있을까요?」
「사쿠야는 필요없다고 생각해?」
「……아뇨. 저는 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저 혼자서 가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게, 저 오니의 능력이라고 한다면?」
「──」
「확실히 알 순 없지만 그런 작용이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어. 그녀석은 우리들을 어디론가 불러들일 생각이야. 아니 모으고 있는걸까」

자신의 고찰을 접어두면서, 파츄리는 세 사람에게 시선을 보냈다.
사쿠야는 물론, 플랑도르와 소악마에게도 의사를 묻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갈 곳은──인간 마을이야. 나와 함께 갈래?」
​「​함​께​하​겠​습​니​다​.​」​
「……나도 갈래. 분명히 아주머님께서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사쿠야와 플랑도르는 그렇게 대답했다.

「저는 싫지만요」

소악마의 대답은 물론 무시되었다.







──메이링은 그 인물을 길 모퉁이에서 만났다.

여자, 라고 하기 보다도 소녀라 부를 정도의 나이대였다.
우연 같은 타이밍에 두 사람은 눈이 맞았다.
메이링은 그 순간까지 주위의 기척을 느끼고 눈으로 움직이는 그림자를 보면서 달려나가고 있었다.
우연히 상대도 그런 상태였던 것 같다.
놓쳤던 시선이 길 모퉁이를 통해 상대를 발견한 순간, 마주친 것이었다.

──적인가!?

메이링이 그때 느낀 것은 자신의 어리석음 이었다.
아무리 길 모퉁이라 모습을 못 보았다고 할 지라도, 기척이나 발 소리로 충분히 접근 하기 전에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주위의 기척에 의식을 너무 빼앗겨 있었다.
정확히는 아직 이 인간마을을 배회하고 있는 오니의 명확한 『적의』를 찾는데 너무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눈 앞의 소녀가 내뿜는 『적의 없는 기척』을 눈치채는 게 늦었다.

──아니, 적의가 없다면 적은 아니다.

그렇게 결론 내리기 전에, 소녀 쪽에서 먼저 공격했다.
메이링의 시선으론 작은 소녀의 체격이 갑작스럽게 배는 부풀어 오른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부풀어 오른 위력을 오른팔에 모은 채, 소녀는 지르기를 내질렀다.

「으윽!?」

메이링은 동시에 옆으로 피했다.
결과적으로 소녀의 지르기를 흘려넘길 수 있었다.
길 모퉁이에 조우한 후부터 거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달려온 스피드를 죽이고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인물을 판단하고 거기에 더해 공격을 피했다. 이 일련의 동작을 멋진 몸놀림으로 해낸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메이링 또한 소녀의 공격에 전율했다.
어쩜 이리도 날카롭고 무거운 지르기란 말인가.
몸의 어디라도 좋으니, 만약에 닿는다면 그 자리의 뼈까지 박살내버릴 듯한 타격력을 싣고 있었다.
그것을 깨닫고 순간 반사적으로 메이링의 몸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 적의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도 알기 쉬운 위협을 알아챈 것 만으로 메이링은 반격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이녀석, 『무술』을 사용하잖아!?

회피와 동시에 옆으로 돌아선 메이링은 후두부를 노리고 연속으로 걷어찼다.
축이 되는 발이 드릴처럼 지면을 파낼 정도로 강렬한 발차기였다.
혹시 이 소녀의 정체가 오니라면 이것도 견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곧바로 방어반응을 보인다면 대단하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녀는 더 놀랍게도, 똑같이 발차기를 날려 맞받아친 것이다.
서로의 위력을 상쇄시키려는 듯, 발차기의 궤도 속에 두 다리가 부딪혔다.
허나, 격돌한 발차기는 한쪽이 빌려 형세가 무너지고 말았다.
무너진 건 소녀 쪽이었다.
그녀의 발차기 기술은 미숙했다.
무너진 태세를 오히려 움직임의 일부에 섞어넣은 채, 소녀는 메이링에게 타이밍을 빼앗듯이 이동했다.
메이링은 그에 응하지 않았다.

「──멈춰! 나는 적이 아냐!」

메이링은 허둥거리며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적이 아니라고?」
「그래. 당신은 오니가 아니지?」
「아니야. 하지만, 당신은 요괴지.」
「그렇지만, 오니는 아니야」
「……정말로?」

메이링은 아무말 없이 쓰고 있던 차이나 모자를 들어올렸다.
선명한 색을 띈 붉은 머리카락이, 그곳에 있을 뿐이었다.

「과연, 뿔은 없나보네」
「홍마관의 문지기, 홍 메이링이야」
「모코우 후지와라 모코우──」

메이링과 모코우.
두 사람은 서로 이름을 말하고 그곳에서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오해는 풀렸지만 한때 적대시 했던 사이다.
이 직후에 화기애애한 교류를 시작하는 건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오니의 습격이 한창인 인간마을을 배회하는 상대의 사정도 알고 싶다──그렇게 서로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기묘한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흐르고, 그리고 다음 순간 그것이 끊겼다.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두 사람의 목소리였다.

「최강인 이 내가 등장!! 케이네 도와주러 왔다고!」
「──이 바보!」

정숙한 밤 속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들은 순간, 모코우는 혀를 차면서 달려나갔다.
하는 수 없이, 메이링도 그 뒤를 따랐다.

「제안이 있는데」
「뭔데!?」
「날지 않을래?」
「……아」

메이링의 말에 정신을 되찾은 모코우는, 허둥대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저, 저기……달리는 치르노를 같이 쫓다가 도중에 놓쳐버려서 초조해서 말야」
「저기야!」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변명을 늘어놓는 모코우를 무시한 채, 메이링은 인간마을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탄막의 빛이 격렬히 빛나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곳에서 교전을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이 상태라면 적은 오니 이외엔 있을 수 없었다.
메이링과 모코우는 그 자리로 급히 이동했다.

「케이네!」
「모코우냐!」
「……그런 그렇고, 케이네!?」
「어이, 왜 갑자기 의문형이야!?」

웨어백택으로 변신한 케이네를 보고 모코우가 눈을 크게 떴다.
케이네가 반인반수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두개의 뿔과 꼬리가 나온 또 하나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반『수』였다.
요수로서의 정체가 대체 무엇이었는지, 평소부터 모토우는 의문과 흥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예상되는 것 중 하난데……역시, 소야?」
「모코우웃! 들린다구, 누가 평소에도 소같은 가슴이라는거얏!」
「아니, 그렇게까진 말하지 않았어!」

케이네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모코우는 순간 혼란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목소리의 떨림 속에는 분노만이 담긴 것은 아니였다.
모코우가 나타났을 때, 케이네는 오니 한마리와 겨루고있었다.
놀랍게도 그 힘은 막상막하로 보였지만 케이네에게는 전신의 부상과 피로가 한눈에 보였다. 격전을 계속해온 것이 명백했다. 한계에 가까웠다.
그리고 주위를 다수의 오니가 둘러싸고 있었다.
그 포위망 속에 치르노와 첸도 있었다.
케이네 일행에게 보자면 갑작스러운 원군, 모코우와 메이링에게 있어선 위기상황 속의 조우, 그리고 오니들에게 있어선 적의 습격이었다.
순간적인 교차 중,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메이링이었다.
지상을 향해 급강하해 케이네를 둘러싼 오니의 뒤로 착지했다.
급강하의 기세를 죽이기 위해서 양 손발을 사용해 기는 듯한 착지자세로 떨어진 메이링은 그 자세를 이용해 오니의 발목을 걷어찼다.
지면을 날카롭게 쓸고 지나가는 수면차기.
오니의 발을 꺾어버릴 정도는 아니지만, 발목을 걷어올려 넘어트릴 순 있었다.
그 무방비한 자세를 향해 마치 표적을 향해 날아들 듯이 공중에서 모코우의 추격이 이어졌다.

「하아앗!!」

이어지는 공격이 날아드는 동안에 벌어진, 불이 붙은 듯한 불주먹 ​지​르​기​─​─​『​봉​익​천​상​』​이​었​다​.​
맞닿은 순간, 폭염에 휘감기며 충격과 불이 오니의 두부를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다.
그 위력에 메이링은 무심결에 감탄사를 터트렸다.
자신이 맞을 뻔 했던 지르기의 완성형은 바로 저것이겠지.
멋진 일격이다. 정권지르기의 형태로도 실로 이상적이었다.

「훌륭합니다」
「원호, 고마워」

메이링과 모코우는 짧은 말로 서로를 인정했다.

「모코우, 고마워. 메이링 너도 온건가」
「케이네가 아는 사람이었어?」
「나라기 보다는 선대가 아는 사람이야. 그렇다보니 나도 얼굴만은 본 적 있어」
「뭐야, 사부님 지인이었나. 어쩐지 실력이 좋더라」
「……사, 사부!? 지금 사부라고 했나요!?」
「어, 그래. 나는 선대무녀에게 사사받았어」
「──그렇군요! 그럼 모코우 씨는 제 사형이 되는거군요!」
「……뭐?」
「저, 오늘 부로 선대님을 사부로 모시게 된 홍 메이링이라고 합니다! 저 선대무녀님의 기예를 전수받은 위대한 선배를 만나 영광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음, 멋진 찬사다」
「와앗, 일단 머리를 들라고! 그런 짓 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모코우 늦어! 이 내가 케네의 핀치에 가장 먼저 왔다구!」
「멋대로 날뛰었을 뿐이겠지! 아, 어째서 이런 녀석들에게 얽히게 된걸까 나는!?」
「첸도 참, 불평만 늘어놓고 도움이 안된다니깐」
「니가 할말이냥ー!」
「──아. 덧붙이자면 사부님의 일번제자는 이녀석이야. 치르노」
「그거 정말인가요!?」

그 자리는 혼란이 극에 달해있었다.
전장인 것을 잊을 정도로 좋다며 떠들썩 거리는 반수, 요괴, 요정, 불사자──그것을 둘러싸는 남은 오니들도, 대체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모를 정도였다.
유리불리로 판단하자면, 지금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메이링과 모코우라는 전력이 늘었지만, 케이네는 힘을 소모했고 걸림돌들도 생겨버렸다.
오니들도 아직 숫자가 남아있었다.
싸움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런 위기감을 과연 정확히 느끼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치르노를 중심으로 걱정따윈 던져버린 대화가 전개되고 있었다.
오니들은 당황해 하고 있었다.
그 당황함이 틈이 되었다.

「──쏴라!」

밤하늘의 어둠 속에서 갑자기 화살들이 날아들었다.
한 발이나 두 발 정도가 아니다. 탄막처럼 압도적인 양이었다.
화살촉에는 어떤 주술이 걸려있는지, 날아드는 속도도 빨랐다.
그 강력한 파파의 화살이 주위의 오니를 표적으로 날아들었던 것이다.

「으윽!?」
「이번엔 뭐지!?」

대부분은 강철과 같은 육체로 받아쳤지만, 그 중에는 운나쁘게도 눈을 꿰뚫리고 귀와 머리에 꿰뚫리는 자들도 있었다.
오니들은 일제히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어둠에 섞여들 듯이, 검은 날개를 가진 그림자가 다수, 인간 마을 상공에 떠 있었다.

​「​저​건​─​─​텐​구​인​가​!​」​

같이 고개를 들어올린 케이네가, 그 정체를 외쳤다.

「칼을 뽑아라! 적은 오니, 상대로 부족함이 없다!」

번뜩이는 칼날을 손에 들고, 선두를 자청해 내려오는 것은 노련한 ​텐​구​─​─​다​이​텐​구​였​다​.​
바로 옆에는 똑같이 발도한 모미지도 있었다.
다른 텐구들도 약간 망설이다가도, 그 두 사람의 뒤를 따르듯이 오니를 습격했다.
백랑텐구를 중심으로 한 젊은 텐구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이나 그녀들은 미숙한 젊은이들이지만, 그렇기에 오니에 대한 공포를 없앨 수 있는 의지를 가지고 달려들 수 있었다.

「텐구, 오니에게 덤빌 셈이냐!?」
「문답무용! 네 목숨 받아가겠다!!」

내리휘두른 다이텐구의 일검이 오니를 머리 위에서부터 세로로 쪼갰다.
돌연 놀람과 비명이 주변에서 울려퍼졌고, 오니와 텐구가 뒤섞여 싸움을 시작했다.

「……어떻게 된거지?」

갑작스런 사태에 모코우도 혼란스러웠다.
텐구라는 요괴와 그 조직의 성질을 잘 알고 잇는 케이네의 당혹감은 그 이상이었다.

「설마, 텐구가 인간 마을을 도우러 온건가……?」

중얼거리는 듯한 질문에 대답할 여유가 있는 텐구는 안타깝게도 없었다.
그저 주위의 전투만이 격화되어 갔다.
숫자로는 텐구의 승리지만, 질로는 오니가 압도적이었다.
오니의 팔에 몇 사람의 텐구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치르노가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소리쳤다.

「텐구다! 텐구 쪽을 도와야 한다구!!」
「잠깐 기다려! 어쩌면 내분일지도 모르고……」

말리는 듯이 첸이 손을 흔들었다.

「동료야! 왜냐면 텐구인 아야도 이 내 친구니까!」
「──치르노, 정다ー압」

태평한 목소리로 치르노의 뒤에서 테위가 뿅하고 얼굴을 드러냈다.

「테위! 당신 어디 갔었어!? 도망쳤다고 생각했다구!」
「그 한마디가 쓸데없는걸」

모코우의 말에 상처받은 모습없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번 건에선, 텐구는 인간마을의 동료야」
「정말이야?」
「직접 정보를 가져왔으니까」

수상쩍어하는 케이네에게 테위가 대답했다.

「여기 뿐만이 아니야. 인간 마을 전체에 걸쳐서 텐구가 오니를 퇴치하고 다니고 있어. 상당한 대규모로 조직적 움직임이던걸」
「너, 그런 정보 어디에서……」
「알고 지내는 리더 같은 녀석에게 직접 물어봤어. 뭐라더라, 저쪽도 오니에게 습격받았다는 것 같던데. 적의 적은 동료라는 거지」

덧붙여서, 그『리더 같은 녀석』이 텐구의 두령인 텐마라는 것은 입에 담지 않았다.
쓸데없는 말을 줄인 채, 테위는 케이네와 모코우, 그리고 메이링과 그 자리에 전력이 될 만한 면면을 둘러보았다.

「──근데, 어쩌지?」

모코우가 케이네에게 반응을 물어보고, 서로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메이링과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리고 시선을 옆으로 옮기자, 저 앞에 있었을 치르노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다.

「우오오옷! 기다려, 지금 이 내가 간다ー!」
「너는 반성이란 단어를 ​모​르​는​거​냐​아​아​아​ー​앗​!​?​」​
「이 바보ー!」

달려나가는 치르노에게 이끌려 가듯이 모쿠우가 서둘러 뒤를 쫓았고, 거기에 낚인 듯이 첸도 달려나갔다.
향하는 곳은 오니와 텐구의 전장이었다.
어느 쪽을 도와야 할지는 조금씩 확실해졌다.
메이링은 머리를 감싸쥐면서, 케이네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서로 달려나갔다.
마지막에 남은 테위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반대방향으로 발을──돌리려다, 잠시 주저하더니 크게 한숨을 쉬고는 결국 치르노가 있는 곳으로 달려나갔다.

인간 마을 각 장소에서 오니를 상대로 한 마지막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하늘 위를 새로운 원군으로서 요괴의 산에서 온 텐구들이 날아들었다.
하쿠레이 신사에서.
홍마관에서.
환상향의 모든 곳에서.
인간과 요괴가 뒤섞인 자들이, 인간 마을의, 또 그 일부를 향해서 모여들고 있었다.

──환상향 전체에 퍼진 오니 이변은, 지금 그야말로 『수렴』의 때를 맞이하려했다.
감사함다 달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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