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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선대록

東方先代録


Original |

Translator | DanteSparda

오랫동안 못 올려서 죄송합니다. 잉여력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 32 「혜성」


── 화부 「아그니 샤인」

「크윽!?」

 마치 소용돌이 같은 궤도를 그리며 휘몰아치는 불꽃의 탄막에 몇몇의 오니들이 나동그라진다.
 세차게 타오르는 마력의 불길에 휘감겨 비명을 지르는 오니들.

 그 어떤 요괴보다도 강건한 육체를 가진 오니라 해도, 오니란 종족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다.
 가진 힘에 차이가 있듯이, 몸의 강도에도 차이가 있다.
 탄막에 맞은 오니 몇 마리의 비명에 고통이 섞여 있는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큭, 네놈! 고작 이 정도로……!」

 ──수부 「프린세스 운디네」

「이번엔 물이냐!?」

 다음 스펠카드가 잇달아 발동된다.
 불의 탄막이 가신 뒤 덮쳐오는 물의 탄막.
 오니에게 치명상을 입힐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날아오는 온갖 속성의 공격의 압도적인 물량공세는 오니들을 차근차근 확실하게 소모시켰다.
 무엇보다 오니들은 이런 탄막을 생각만큼 잘 피하지 못했다.

 오니들은 자잘하게 밀려드는 공격에 짜증을 내며 자신들의 적을 노려봤다.
 수많은 오니를 상대로 일방적인 싸움을 펼쳐나가고 있던 것은 단 한 명의 마법사였다.

「──물도 나름 효과가 있나보네. 그럼 이번엔 쇠로 해볼까」

 한 손에 마도서를 들고 허공을 부유하고 있던 파츄리가 주변에 떠있던 수십 장의 스펠카드 중 한 장을 뽑아내며 말한다.
 다수의 적과 맞서고 있음에도 여유가 가득한 느긋한 손놀림.
 오니들은 그런 파츄리의 행동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파츄리와 자신들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마법으로 하늘을 날며 이동 포대처럼 저편의 적들에게 마음껏 공격을 퍼붓는 파츄리와는 달리 오니들은 마음먹은 대로 공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들 중엔 원거리 공격이 특기인 자들 또한 있었다.
 그러나 탄막놀이에 익숙한 파츄리는 살상력이나 파괴력만이 장점인 단순한 공격 따윈 간단히 피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파츄리가 지리적 이점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것 또한 이 일방적인 전황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었다.

 지금 이곳은 홍마관의 안. 파츄리의 기지인 지하 도서관이었다.
 적이 여기까지 쳐들어온 것은 아니다.
 이쪽에서 그들을 유인한 것이다.
 처음 오니들은 그냥 흥미가 돋아 홍마관을 공격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날뛰어온 일본의 요괴들.
 마치 서양문화를 잔뜩 싸들고 환상향에 들어선 것 같은──과거를 돌아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홍마관은 그들에게 있어서 딴 세계나 다름없었다.
 강한 흥미와 적의가 들끓었다.
 익숙치 못한 건물이 위풍당당한 풍채를 자랑하듯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마음에 안 들어.
 ──평평해질 때까지 부서주마.

 오니들은 홍마관의 위용을 자신들을 향한 도전장이라고 멋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대로 기세를 타서 지킴이가 사라진 문까지 도착해 손을 댔더니──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엔, 이미 그들은 이곳에 와있던 것이다.

「……이건 대체 무슨?」

 당황한 오니 한 마리가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가 비슷한 심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지금 이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그러나 빨리 평정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오니들의 눈에 너무나 낯선 광경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끝없이 늘어선 책장.
 세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양의 책이 꽂힌 책장이 무수히 늘어서 있었다.
 벽을 책장으로 대체한 방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들에겐 「도서관」이라는 지식 자체가 없었다.
 자신들이 서있는 이 광대한 공간이 불가사의한 장소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분명 바깥에 있었을 텐데, 언제 이런데 온 거지?」
「뭐야, 이 요상한 곳은……」

 처음의 기세 따윈 한참 옛적에 사라진 오니들.
 싸움을 걸러 왔다가 뭔지 알 수 없는 곳에서 헤매이게 된 것도 모자라 싸울 상대도 없는──그런 하릴없는 상황에 놓인 오니들 앞에 불쑥 튀어나온 것이 바로 저 파츄리였던 것이다.

「어쩌다 길을 잃은 어중이떠중이 요괴였다면 적당히 ​처​분​했​겠​는​데​…​…​너​희​는​ 「오니」구나. 책에서 본 적이 있어」

 파츄리는 마치 투명한 의자에 앉은 듯이 허공에 앉아 오니들을 내려다보곤, 한쪽 손에 들고 있던 찻잔 속에 담긴 액체를 전무 삼켰다.
 메이링이 직접 만든, 눈물이 나올 정도로 쓴 약차였으나, 파츄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했다.
 마치 한참 전부터 그렇게 느긋한 휴식을 즐기고 있던 것처럼──그리고 지금도 마음만은 편히 쉬고 있다는 듯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행동이었다.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야. 왠지 듣던 것보다 더 약해 보이긴 하지만──」

 빈 찻잔에서 손을 뗐으나, 그 찻잔은 떨어지지 않고 그 자리에 고정됐다.
 파츄리의 가벼운 손짓에 맞춰 찻잔은 그대로 제자리를 찾아 날아갔다.
 반대쪽 손을 내밀자, 이번에도 옆에 떠있던 책이 알아서 그녀의 손으로 날아들었다.

「너는……웬 놈이냐!?」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과 그 대담한 태도에 짜증을 참지 못한 한 마리 오니가 큰 목소리로 묻는다.

「뭐, 숫자도 꽤 있으니 내가 직접 퇴치해줄게. 일단 메이링 대신 집을 보고 있는 몸이니」

 파츄리는 상대와의 문답을 무시했다.
 적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바.
 그렇기에 그녀는 어디까지나 마이 페이스를 가지고 적들을 배제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지금의 나는 컨디션이 아주 좋아. 티타임 뒤엔 상태가 가장 좋아지거든. 타이밍이 안 좋았네」

 각박한 미소를 지은 파츄리의 손안에서 마력의 빛과 함께 마도서가 멋대로 움직여 스스로의 페이지를 펼쳐보였다.
 그렇게 전투라는 이름의 일방적인 사격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파츄리의 말은 전부 사실이었다.
 평소에 그녀를 괴롭히던 천식은 멎어들고, 그 대신 무진장할 정도의 마력의 힘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주문의 영창이 그야말로 내리치는 폭포수처럼 공격마법을 쏟아낸다.
 병약한 파츄리와 오니 사이엔 확실한 신체능력의 차이가 있다.
 그러니 오니들이 이 탄막을 헤쳐 나아가는데 성공한다면 승기는 오니들에게 기운다.

 그러나, 불가능했다.
 압도적인 밀도의 공격에 밀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지만, 나아가려는 타이밍을 미리 재고 있었다는 듯이 날아드는 또 다른 공격이 그들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네년을 길동무로 만들어주마!」

 각오를 끝낸 오니 한 마리가 탄막이 발사됨과 동시에 발을 내디딘다.
 죽음 속에서 살길을 찾아내겠단 마음가짐을 그대로 드러내보이는 행동.
 그러나, 그 과감한 결단은 다음 발걸음을 내딛자마자 좌절되고 말았다.
 내디딘 다리를 둘러싸고 마법진이 생겨나더니, 그 마법진에 감싸인 다리가 못 박힌 듯이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이다.

 당황하며 아래를 내려다본 오니는 최후의 단말마를 남기는 것조차 용납 받지 못했다.
 움직일 수 없게 된 오니를 향해 가차없이 탄막이 쏟아져 내린다.
 이미 몇 번 피탄 되어 부상을 입은 몸에 또 다른 속성의 마력탄이 박혀든다.

 ──금부 「메탈 퍼티그」

 금속으로 구성된 탄막.
 그 탄막들은 마치 금이 간 바위에 철 말뚝을 박듯이 오니의 몸에 새겨진 무수한 상처를 파고들었다.
 오니의 몸을 파고들어간 마력탄은 그대로 내부에서 작렬하여 그 몸을 내부에서 완벽하게 파괴했다.
 온몸으로 피분수를 뿜어내며 쓰러지는 오니.

 벌써 몇 마리의 동료가 저렇게 쓰러졌다.
 남은 오니들은 분통을 터트리며 이를 갈았다.
 완전히 저쪽 페이스에 말리고 있다.
 미지의 기술과 미지의 전법에 오니의 장점이 봉쇄된 불리한 상황.
 그들에게 있어 파츄리 널리지라는 이름의 적은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타입의 강자였다.
 자신에게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상대를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약삭빠른 수단을 사용하는 적.
 결과적으로 강하기도 하다.

 욕이 태산만큼 쌓여갔다.
 비겁하다고 대놓고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순 없었다.
 그들은 파츄리의 말대로 오니 중에서 결코 강한 측에 끼지 못한다.
 그렇기에 홍마관을 단순한 이유로 덮치곤, 이렇게 손 한 번 못 써보고 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그 가슴 속에 품은 긍지만큼은, 어느 무엇도 아닌 「오니」.

 그들은 어떤 타개책도 찾아내지 못한 채, 그저 눈앞에 놓인 「승부」에 열심히 도전했다.





「꺄하하하핫, 아무 생각도 없이 달려들다니. 저 녀석들 죄다 꼴통이네요」

 안전한 곳에서 도서관의 상황을 살피던 소악마는 오니들을 비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쯤이면 적이 파츄리 한 명만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을 텐데, 타개책도 없고, 발을 빼지도 않는다.
 사람에 따라선 「용감하다」고 칭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니라는 종족을 모르는 소악마의 눈엔 정체불명의 종족인 그들이 「단세포 고릴라 요괴」라고 일괄하여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적의 전투력은 확실히 높다.
 파츄리가 가진 마법사로서의 역량은 소악마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그 맹공을 단순한 방어력만으로 견뎌내는 적의 모습은 확실히 대단했다.

「하지만 머리가 저래서야」

 소악마가 손가락을 약간 움직이자, 그 움직임에 반응하듯이 발밑의 마법진이 어슴푸레하게 빛난다.
 탄막을 피하려던 오니의 뒤에 있던 책장에서 수발의 마법화살이 발사된다.
 빈틈을 찔렸다고는 하나 그 정도로 오니의 가죽을 뚫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오니를 동요시키고, 움직임을 멈추는 것은 가능했다.
 오니가 의식을 빼앗긴 순간, 사방에서 날아든 탄막이 그의 몸을 감싸듯 덮쳤다.
 그 장면을 본 소악마가 웃는다.

 이 광경을 그녀가 직접 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소악마는 현재, 지하 도서관의 한구석에 있는 숨겨진 방에서 도서실의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방대한 도서관이라지만 그곳 전부가 단 하나의 방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열람해선 안 될 위험한 마도서를 봉인하기 위한 서고나 파츄리의 마법 실험에 사용되는 다목적실도 몇몇 존재한다.

 소악마가 지금 있는 곳은 그런 방들 중 하나였다.
 말하자면 「관리실」이라고 할까
 그 방에 책은 없었다
 그저 천장과 마루 전체에 걸쳐 정체 모를 글자와 기호로 보이는 기괴한 문양으로 구성된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을 뿐이었다.
 이 마법진은 도서관 안에 만들어진 「대침입자용 함정」의 조작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수십 년 전, 이 도서관을 본격적으로 자신의 근거지로 삼은 파츄리가 취미와 실익을 겸하여 여기저기 만들어둔 함정들.
 당시 홍마관의 상황이나 문지기 메이링의 존재에 잊혀 단순한 장식품이 된 그것들이 지금 이 순간 그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여기 들어왔을 때 도망칠 방법을 전혀 생각해두지 않다니, 이해할 수가 없네요」

 홍마관의 문에 손을 댄 오니들을 강제적으로 도서관 안으로 순간이동 시킨 것은 파츄리의 책략이었다.
 딱히 오늘 밤에 오니가 공격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어떤 상대가 됐든 홍마관에 침입한 적을 가장 요격하기 쉬운 곳이 도서관이었을 뿐이다.

 ──이렇게 함정을 포함한 지리적 이점을 차지하고, 뭣보다 굳이 바깥으로 나갈 필요도 없어진다.

 사실 파츄리는 후자를 더 주목하고 문에 그런 장치를 설치해둔 것이다.
 도서관엔 귀중한 책이 많기에 함정과 함께 방호마법이 걸려있다. 그것 또한 도서관을 전장으로 선택한 이유였다.
 짓궂게도 홍마관에서 가장 물건이 부서지기 어려운 곳이야말로 바로 이 도서관인 것이다.
 그리고 현재 그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아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함정은 효과적으로 적들을 방해하고 있으며, 책장은 이미 견고한 장해물로 변했다.
 적의 습격을 눈치챈 파츄리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눈 깜짝할 새에 이 방으로 도망친 소악마는 처음의 긴장감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이건 이미 놀이에 불과하다.
 파츄리가 패배할 요인 따윈 눈곱만큼도 없다.
 자신은 필사적으로 돌격하는 적들을 여기서 안전하게 살짝 방해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기만 해도 적들의 꼴불견인 모습을 즐길 수 있다.
 솔직히 이렇게 도와줄 필요도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뭐, 괜찮다. 즐거우니까.

 자신보다도 강한 적들이 일방적으로 죽어가는 광경.
 그럼에도 기죽지 않는 오니들의 용맹함이 소악마에겐 더욱 우습고 재밌었다.

「정말이지, 이건 최고의 희극이네요」

 소악마는 오니들을 비웃었다.

「──즐겨줘서 고마운걸. 이번엔 네가 직접 무대에 올라가보는 게 어때」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깝다.
 너무 가깝다.
 바로 뒤다.
 만약 체술에 일가견이 있는 자나 싸움에 능통한 자라면 함부로 뒤를 돌아보진 않았을 것이다.
 우선 그 자리를 벗어나기를 우선했을 터.
 그러나 소악마는 여유를 보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얼굴이 뒤로 향한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주먹이 얼굴에 때려 박혔다.
 소악마의 몸은 저항하지 못하고 땅에 처박혀 굴렀다.
 구르는 힘을 죽이지 못하고 벽에 후두부를 박고 만다.

「하! 자기 혼자 안전한 곳에 박혀 있는 게 이해될 만큼 빈약하네. 이쪽도 최대한 살살 쳐준 건데 죽어버리는 줄 알았어」

 습격자는 입가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기절한 소악마를 비웃었다.
 그 정체는 오니였다.
 어느새 방에 침입하여 소악마를 덮친 자의 정체는 바로, 이부키 스이카였다.

「너……너무해, 이빨이 ​부​러​졌​잖​아​요​…​…​!​」​

 소악마는 입가를 손으로 억누르며 스이카를 노려봤다.
 그런 눈빛에도 아랑곳없이 스이카가 점점 가까이 다가간다.
 스이카의 얼굴엔 오히려 더욱 짜증난다는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그거 잘됐네. 싸움에 임하는 자세를 충고해줄 마음은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넌 마음에 안 들어」
「자……잠깐만요, 전 싸우는 게 정말 싫단 말이에요. 약하니까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세게 때리다니……」

 고개를 수그리고 어깨를 부들부들 떠는 소악마를 바로 위쪽에서 내려다볼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스이카가 묵묵히 주먹을 쥐었다.
 그 순간, 소악마가 얼굴을 치켜들었다.
 스이카의 시야가 새빨갛게 물들어간다.
 소악마가 입속에 머금은 피를 스이카의 얼굴에 대고 뿜어낸 것이다.
 전형적인 꼼수였다.
 부러진 이빨도 그 속에 같이 들어가 있었다.
 맞는 순간 눈을 감든, 제대로 맞아 들어가든 시야가 일시적으로 차단될 터.
 그 틈에 도망친다.
 반격은 하지 않는다.

 ──적어도, 소악마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
「……하하」

 소악마는 죄여든 웃음소리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스이카는 얼굴은 물론, 눈까지 피로 새빨갛게 물들여졌음에도 눈 한 번 깜빡이지도 않고 소악마를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얼굴은, 이제 손대지 말아 주실래요?」
「그럼, 차주마」

 잇몸이 보일 정도로 입가를 말아 올린 스이카가 오른다리를 높게 치켜들었다.
 아랫배를 발로 차인 소악마의 몸이 ㄱ자로 굽혀져 튕겨나가 다시 벽과 충돌한다.
 이번엔 정말로 꼼짝도 하지 않는 소악마.

「어이, 너 아직 기절하지 않았지?」

 스이카의 질문에 소악마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나, 스이카는 상관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난 알 수 있어. 왜냐면 넌 거짓말쟁이거든. 오니는 알 수 있어. 넌 비겁한 녀석이야」

 스이카가 그녀를 향해 다가간다.

「그러니까, 싫어」

 한 발짝 한 발짝. 느리지만 망설임이 없는 걸음.
 소악마의 앞까지 다가가, 아까 전처럼 주먹을 치켜들어 주저 없이 그대로 찍어 내린다.
 이미 그러자고 결정한 지 오래였다.
 결코 망설이지 않는다.
 점점 발소리가 다가옴에도 소악마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피라미답게 죽어버려」

 발걸음을 옮긴 스이카가 주먹을 치켜든다.
 지금 이 때 정말로 기절하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도 모르겠는 소악마가 과연 반응을 보일 것인가──.
 그 갈림길 앞에서 방해꾼이 나타났다.
 새로운 침입자가 방 안에 발을 디딘 것이다.
 스이카처럼 문을 열지 않고 몰래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입구 자체를 날려버리며 재빠르게 날아드는 그림자.
 평범한 속도가 아니었다.
 빈틈을 찔린 스이는 그림자밖에 보지 못한 상대의 돌진에 밀려 그대로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속도도 굉장했으나, 오니인 스이카를 날려버릴 정도의 힘은 더욱 대단했다.

「새로운 놈이냐!?」

 그 그림자의 정체가 도서관에서 오니들과 전투를 계속하고 있는 파츄리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난입한 자를 향한 미소를 지으며 스이카가 태세를 정돈한다.
 소악마를 향한 분노나 짜증은 이미 전부 잊은 지 오래였다.

「──너는, 신사에 있던 또 다른 흡혈귀인가」

 스이카는 대치한 상대가 누구인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하쿠레이 신사에서 뛰쳐나와 방금 홍마관에 도착한 플랑도르 스칼렛이 그림자의 정체였던 것이다.
 쓰러진 소악마를 감싸는 위치에 서서 스이카를 노려보는 플랑도르.
 입은 굳게 다물어져 있었으나, 온몸에서 스이카를 향한 적의와 살기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메이드도 왔겠군」
「……너는, 신사에 있던 녀석이잖아」
「아아, 아니야. 하지만 같은 「나」이기도 하지. 요컨대 저쪽에서 본 건 이쪽도 알 수 있다는 거다」
「……그렇구나」

 플랑도르는 감정이 담기지 않은 말로 대답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플랑도르는 뒤에 있는 소악마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쓰러진 채 꿈쩍도 않는 그녀.
 플랑도르의 눈이 위험한 색채로 반짝인다.

「감히, 소악마를……」
「후후, 재미있는걸」
「뭐가!?」
「너처럼 똑바로 날 노려볼 수 있는 녀석이 그런 거짓말밖에 모르는 소인배를 소중히 여긴다니……그 어색한 관계가 재미있어」
「주……!」
「주?」

 플랑도르는 입을 열어 목청에서 맴돌던 말을 과감히 뱉어내듯이 외쳤다.

「죽여 버릴 거야!!」
「좋지, 덤벼봐!」

 스이카와 플랑도르 사이에 끼인 공간이 비명을 지르며 일그러진다.
 스이카가 뿜어내는 것은 투기라고 불리는 뜨거우면서도 묵중한 기운.
 플랑도르가 뿜어내는 것은 살기나 광기 같은 냉랭하면서도 예리한 기운.

 서로 종류는 달랐으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기백이 두 요괴 사이에서 맹렬하게 부딪히고 있는 것이었다.
 이 대항이 무너졌을 때, 아니면 스스로 무너트리기 위해 둘은 싸움을 시작할 것이다.
 처참한 사투가 예상케 하는 엄청난 기세가 그 둘을 휘감는다.

 그런 격돌이 벌어지는 방의 한 구석에 뉘인 소악마는 적막 속에서 식음땀을 흘리고 있었다.
 스이카의 말 대로, 그녀는 기절한 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으으, 안 되겠네요. 제 실수예요. 작은 아가씨를 화나게 하려고 계속 당한 척 했었는데, 적어도 의식을 되찾은 연기 정도는 해둘걸 그랬네요. 작은 아가씨, 정말로 폭발해버리고 말았어요. 요즘엔 멎어 있던 광기가 완전히 부활했다는 느낌이에요.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소극적으로 나서시는 건 곤란하지만, 너무 적극적으로 나서시는 건 더 곤란해요. 자기 능력을 사용하는 건 꽤 자중하기도 하시고, 만약 사용한다면 상대는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겠지만, 능력을 쓸 정도로 몰렸을 때의 정신상태로는 폭주할 위험성이 커요. 지켜야할 걸 자기 손으로 부수고 마는 소녀의 비극은 재밌을 것 같지만, 제가 당사자가 돼서야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라고요. 아무리 그게 정석이라지만 그건 좀. 아니 그것보다 이대로 기절한 척을 계속하고 있다간 분명 휘말릴 테니 적당히 타이밍을 봐서 「으윽……자, 작은 아가씨!?」 같은 대사랑 같이 눈을 뜨는 연기라도 하지 않았다간 정말 위험하단 말이에요. 그나저나 작은 아가씨가 그렇게 화내다니, 전 예상보다 더 존경받고 있는 것 같네요. 그리고 저 뿔 달린 꼬맹이 년은 어떻게든 비참하게 죽여주고 싶은걸요. 그럼, 어쩔까요──?)

 이 모든 생각이 불과 1초도 안 되어 이루어진 것이었다.






 달빛으로 밝혀진 밤하늘 아래에서 마주선 마리사와 오니.
 두 인요 사이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으나, 그것은 서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황은 일방적인 추세로 전개되어가고 있었다.

「딱히 이론이 없는 걸 보니 먹어도 좋다는 게냐?」

 늙은 오니는 말문이 막힌 마리사를 향해 말했다.
 마치 보란 듯이 혀를 날름거리며 「지금 당장 달려들」 자세를 잡는 오니.

 ──저 녀석, 나를 시험하고 있어!

 마리사는 상대의 진심을 단번에 알아챘다.
 눈앞에 있는 저 오니는 스펠카드 룰 따윈 관심에도 없다.
 이 시점에서 마리사에겐 적을 쓰러트리는 것은 고사하고 살아남을 희망마저 없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나 아직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 마리사가 지금 이 싸움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가능성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싸움조차 할 수 없을 터.
 이대로라면 허무하게 먹잇감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것은 마리사 스스로가, 그리고 저 오니 또한 아는 사실.
 그럼에도 오니는 일부러 마리사를 향해 쓸데없는 서론을 들먹였다.
 그렇기에 마리사는 그 행동의 속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쩔 셈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대로 가다간 그냥 먹혀버리겠는걸」

 ──이건, 기회다!

「하지만 말이지, 그렇게 당연한 일을 저질러도 괜찮은 거야?」
「호오?」

 대담한 미소를 되찾고, 도전하듯 기세를 띈 마리사의 질문에 오니가 재미있다는 듯 귀를 기울였다.

「그건 또 무슨 말인고?」
「오니라는 건 강한 요괴잖아」
「물론이지. 너도 잘 알지 않느냐」
「그래, 눈으로 직접 보니 나 같이 한 사람 몫도 못하는 마법사가 상대할만한 적이 아니라는 건 잘 알겠어」
「맞는 말이로구나」
「그런데, 그걸로 만족해?」
「뭬야?」
「그 「당연한 일」을 , 당연하게 달성해서 만족할 수 있냐고 묻는 거야」
「──」
「내 도전을 거절하고 그대로 날 죽인 뒤엔 어쩔 건데? 「어때, 봤느냐」라고 우쭐거리기라도 할 거야? 아니면 「인간 계집애를 이겼다」라고 동료들한테 자랑이라도 할 거야?」
「──」
「이봐, 한 번 더 말하겠어. 아까는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으니 좀 덧붙여서 말해주지──」

 마리사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어깨들 들썩였다.
 다시금 스펠카드를 들어 올리며 오니에게 외친다.
 한 번은 거절당한 승부.
 그럼에도 마리사는 자신이 처한 상황 따윈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당당히 선언했다.

「나랑 승부하자고. 네가 인간한테 지는 걸 무서워하는 겁쟁이 오니가 아니란 걸 증명하고 싶다면 말이지!」

 그것은 확연한 도발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어설픈.
 마리사는 자신이 한 말임에도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더 멋들어진 말을 할 순 없었을까 후회했지만, 지금 자신의 한계는 여기까지란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최후의 도박.
 이 도발에 걸리지 않는다면, 자신의 발버둥은 여기서 끝.
 남는 건 죽음뿐이다.
 상대가 다시 여유를 부릴 때 재빨리 도망칠 수밖에 없다.
 아니, 혹시라도 이 도발에 걸려들었다면 바로 날 공격할지도 모른다.
 젠장. 어쩌지?
 이쪽은 당장이라도 지릴 것만 같다고.
 뜸들이지 말란 말이야.
 빨리 대답해──!

「……크큭」

오랜 기다림 끝에 입을 연 오니에게 나온 것은, 말이 아니라 눌러참는 듯한 웃음소리였다. 
분노로 눌러참은 듯한 소리는 아니었다.
참아왔던 유쾌함이 넘쳐 흘러나오는 듯한 웃음 쪽이었다.

「꼬마 계집, 조건은?」

오니는 그 주름투성이 얼굴에 떠오른 날카로운 안광을 마리사에게 돌렸다.
늙은 외견과는 다른, 젊고 싱싱한 눈빛이 마리사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머, 뭐?」
「승부 조건 말이다. 나는 『스펠카드』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은데다, 내용도 모른다. 특별히 이번 승부를 결정지을 조건을 만들 수밖에 없지않느냐」
「……나와, 승부해주는거지?」
「오냐. 받아주마, 그 승부」

냉큼 대답하는 모습에 마리사가 반대로 당황했다.
자신이 도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판단은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상대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마음이 변했나.
혹은, 자신을 먹기 전의 여흥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마리사에게 있어서 선택지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이게 오니의 장난기에서 나온 결과라고 해도 우선은 지금 이 승부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이 앞이 없다.
그 승리의 길도, 결국 같은 결말로 이어질지도 모르지만──아니, 생각하지 말자
마리사는 눈앞에 놓인 승부에 집중했다.

「스펠카드 룰의 설명은 생략할게. 어차피 당신은 탄막을 사용 못할 테니까.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당신의 탄막이라면 한 발만 맞아도 죽을 테고 말이지」
「음. 멀리 탄을 쏘아내는 정도의 기술은 사용할 수 있다만, 인간이라면 어디에 맞더라도 죽고 말겠지」
「그렇다면, 그걸 사용해도 좋아. 직접 때려도 좋아」
「호오?」
「다만, 이쪽의 승리조건을 정해두겠어. 내 탄막에 당신이 한발이라도 맞는다면 그걸로 내 승리라고」
「흠. 그 말인 즉, 나는 평소처럼 죽일 각오로 싸우면 된다. 너는 나에게 한발이라도 맞출 생각으로 맞서면 된다──라는 것이렸다」
「내가 유리해서 불만이야?」
「그런 도발 따윈 하지 않아도 불만은 없다. 그걸로 좋다」

마지막 한마디는 그냥 흘려들었다.
실제로 , 마리사는 그 조건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눈앞의 오니와 필사적으로 싸워야 한단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거기에 『탄막을 맞힌다』라는 승리조건을 더하는 것만으로 내용은 완전히 변한다.
실전에서는 마리사의 탄막은 어떠한 위협도 되지 않지만 맞힌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면, 그 압도적인 수단에는 큰 어드밴티지가 있는 것이다.
거기에『피하는 것』이 중점인 탄막놀이에 익숙하다는 것도 유리한 점이다.
아무리 오니가 강력한 요괴라고는 해도, 이 조건 하에서는 그 힘의 대부분이 별 의미가 없어진다.
또한 단순한 체격차라는 유리한 면도 역전된다.
눈 앞의 노련한 오니도, 여기까지는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이해하고 있으면서 승부를 받았다는 것은, 오니라는 종족이 가진 자신감과 자부심인가, 아니면──.

「내가 진다면 깔끔히 이 목을 주도록 하지」
「좋아. 그 말, 잊지말라고」

마리사는 웃으며 말하면서도, 내심 강한 불신감을 없앨 수 없었다.
원래는 대등한 입장이 아닌 것이다.
승부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에, 그 전제를 눈 앞의 상대는 간단히 엎어버릴 수 있다.
방심할 수 없었다.
그런 마리사의 불안을 간파한 듯이, 오니는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쓴웃음을 지었다.

「안 믿는게로군? 오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보다도 한가지 맘에 안 든다만──」

웃음을 지우고, 그 얼굴이 문자 그대로 귀신의 형상으로 변했다.

「오니를 상대로 승부을 걸어, 설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겐가. 여자 꼬맹이」

오니가 내뿜은 엄청난 목소리와 안광에 마리사가 순간 겁을 먹었다.
거기서 갑자기 승부가 시작됐다.
오니가 갑자기 요력으로 만든 탄환을 쏘아댄 것이다.
아무런 시전 동작도 없었다. 공격을 하기 위한 아주 약간의 『멈칫거림』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세련된 기술이었다.
사전에 『멀리까지 탄을 쏠 수 있는 정도의 기술은 사용할 수 있다』란 말을 들었지만, 그 표현이 악의가 있는 겸양이었다는 것을 마리사는 깨달았다.
발사된 탄은 고작 몇 발 정도. 탄막이라고 부를 정도의 탄수는 아니지만, 무섭도록 빨랐으며, 그리고 강력한 탄환은 정확히 마리사를 노리고 있었다.
그것을 황급히 피했다.
비행속도가 우월한 마리사가 아니었다면, 이 기습에 가까운 공격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오니와 넓게 거리를 둔 채 선회하면서 마리사는 항의를 하듯이 노려보았다.

「설마, 시작 신호까지 해달라는 얼빠진 소리는 하지 않겠지?」

오니는 비웃으며 그것을 받았다.

「당연하지!」

도발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리사는 마음이 흥분되었다.
이런 공방에서, 마리사는 아직 압도적인 애송이다.
목숨을 건 싸움을 대하는 긴장감도, 정신을 고양을 돕고 있었다.
마리사는 오니의 움직임을 경계하면서 탄막을 준비했다.
상대의 원거리 공격은 위협이었다.
빠르고, 강력했다.
하지만, 탄막의 진가는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다.
총구에서 곧바로 쭉 뻗어나가는──그런 것은 탄막으로서 초보 이하의 것이다.

「이게, 탄막이다!」

마리사는 스펠카드를 한장 꺼내들었다.
발사된 탄막은 마리사를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것만이 아니었다.
어느샌가 오니의 배후나 옆, 그리고 위와 아래, 가두기라도 하는 듯이 무수히 많은 탄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탄의 궤도를 무시하는 듯한 발생 위치였다.

──탄막이란, 환상향 고유의 현상.
──탄막놀이를 통한 강함이란, 환상향이란 세계를 떠도는 수많은 요소를 얼마나 솜씨좋게 운용하는가에 달려있다.

마리사는 과거 파츄리에게 받은 가르침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다.
환상향에 싸움을 걸러 온 오니에겐, 이 환상향에 넘치는 힘을 이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없는 것이다.
오니는 탄막에 둘러싸이고 있었지만, 이것이 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과연 피할 수 있을까──?
마리사는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오니를 계속해 바라보고 있었다.
​「​─​─​『​흩​트​리​기​』​」​

오니가 살짝 중얼거렸다.
마리사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지만, 입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탄막이 맞기 직전에 한 행동은 고작 그게 다였다.
그것 만으로 오니의 주변에 있던 탄막들은 소멸했다.
마리사는 눈을 크게 떴다.
오니에게 밀려들던 탄막이, 점점 닿기 전에 소멸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탄을 구성하는 마력이 무수히 많은 가루가 될 정도로 분해되어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쏘아진 탄막 모두가 오니를 노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오니의 주위에 가깝게 간 탄막이 한발도 남김없이 사라져 버렸다.
마치 오니 주위만 탄이 닿지 않는 안전지대라도 되는 것 처럼, 탄막이 닿지를 않는 것이다.
그리고, 스펠카드에 표시된 탄막이 모두 날아든 후, 벙쪄있는 마리사에게 오니가 씨익하고 웃어보였다.

「나는 『흩어짐』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머리카락을 느긋하게 쓸어넘기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흩어짐』이란 즉 힘이나 물체를 『떨어지게 만드는』것을 말한다. 물체의 밀도를 떨어트리면 안개가 되고, 힘을 흩어버리면 무력해지지」
​「​치​…​…​치​사​하​잖​아​!​」​
「그래, 짖어라 짖어. 듣기 좋구만」

이 상황에오기까지 있었던, 오니의 태도나 발언에 숨겨진 진의를 이해하고, 마리사는 이를 갈았다.
자신의 정체는 이런 것이었다.
이 능력이 있다면, 탄막은 닿기 전에 전부 분해 되어버린다.
승리조건은 『한발이라도 탄막을 맞힌다』였다.
닿는 것 자체가 안 된다면, 그 수단이 회피든, 능력을 사용한 탄막의 무효화든 바뀌지 않는다.
자신이 탄막놀이에서 봄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선 조건을 정하지 않았다.
방심한 마리사가 놓친 부분이었다.

「일단 시작한 승부다. 조건을 바꾸지 말라고. 나도 바꾸지 않을테니」

오니가 이번에는 스스로 접근하면서 공격을 걸었다.
마리사는 황급히 이동을 시작했다.
비행속도는 아무래도 마리사 쪽이 더 나은 것 같았다.
하지만──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 것인가?
마리사는 초조했다.





──셋。

시계의 초침과 같은 정밀함으로 세는 것을 끝낸 란은 살며시 손을 떼었다.
선대의 숨결을 느낄 정도로 얼굴을 가져다 댄 후, 그 호흡 상태를 정확하게 쟀다.
이전의 건강한 상태일 때와는 전혀 다르게, 무서울 정도로 얕고 느린 호흡이었다.
다 죽어 간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겠지.
선대의 체력 소모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지금이라도 끊어질 듯한 이 호흡이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을, 고의적으로 삼초간 멈췄다.
다시 시작된 호흡은 가빠져야 했었다.
하지만, 그런 당연한 반응마저도, 선대의 육체에는 일어나지 않았다.
전혀 변함 없는 상태로 호흡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표정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시체가 호흡을 한다고 하면, 이런 식이 되지 않을까 싶은──생기를 느낄 수 없는 호흡법이었다.

「……그 기묘한 호흡의 효과인가」

그리고 란은 얼굴을 떼고 자신의 분석결과를 중얼거렸다.
힘이 다해 기절한 선대를 보고서 『이대로 자는 듯 죽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한 란은, 자신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진 않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엄청난 체력소모, 육체의 쇠약화──평범한 인간이라면 확실히 이대로 편히 숨을 거두었을 것이다.
내버려 둔다면, 그대로 멈춰버릴 호흡을 계속 이어두는 것은 , 선대가 습득한 『파문』이라는 호흡법의 힘이라고 란은 이해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술이다.
적어도, 란에게 있어선 그랬다.
어떤 원리인지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기묘한 호흡이라는 것 만은 알 수 있었다.
그저, 산소를 들이키는 것만이 아니다.
무서울 정도로 얕은 호흡인데도, 그것을 반복하는 것 만으로 조금씩 체력을 회복해, 지금이라도 끊어질 듯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보통 인간이 하고 있는 호흡은 체력이 한계에 이를 정도의 폐해가 육체에 일어날 경우,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게된다.
지금의 선대는 그런 상태일 터였다.
하지만 호흡을 하고 있다.
평범한 호흡보다도, 저 기묘한 호흡 쪽이 우수히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육체가 본디 갖추고 있는 기능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붙은 기능을 우선해 움직이고 있다.
마치, 저 『파문』이라는 기술이 혼자서 선대를 살리려고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란이 가지고 있는 상식의 범주를 뛰어넘은 인간이었다.

「끈질긴 녀석이군」

란은 마음 속의 경악을 한마디로 끝냈다.
내려다보는 눈초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말 자체는 그저 내뱉은 말이 아닌, 오히려 납득한 듯한 말이었다.

「하지만, 아직 유카리 님을 위해서 일할 수 있다는 거겠지」

란은 옆으로 누운 선대의 모습을, 숨쉬기 편하게 바꿔주었다.
무엇보다도, 이 정도론 안심 할 수가 없다.
선대는 빈사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지친상태였다.
조금 전, 자신의 목숨이 위험에 처한 상태였는데도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었을 정도다.
적에게 습격받는다면 상대가 누구라한들 아무런 반항도 못한 채 죽고 말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눈을 뜰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회복을 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상태였다.

「부상은 그렇다치고, 문제는 체력이──」
「느긋하게 푹 쉬는게 가장 좋은데말야」

갑자기, 아무도 없던 공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란의 바로 뒤였다.
그 어떤 과장도 없다. 갑자기, 그곳에 사람의 기척이 나타난 것이다.
혹시, 이것이 적의 습격이었다면, 완전히 허를 찔려 등 뒤까지 빼앗긴 란에겐 이길 방도 따윈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란은 등 뒤의 존재가 무심하다 생각할 정도로 느긋하게 일어섰다.

「그렇게 편히 있을 시간은 없습니다만」

동요 하나 보이지 않은 채 미소를 띄우며, 란은 뒤로 돌았다.

「평안하셨나이까. 카쿠야 님」
「억지미소, 능숙하네」

란이 자신에게 보내는 빈틈없는 경의의 태도를 비꼬면서, 카구야는 미소로 답했다.
둘은 얼굴만은 아는 사이였지만, 그 이상의 관계는 아니었다.
란에게 있어서, 카구야는 자신의 주인과 대등한 입장에 있는 자.
카구야에게 있어서 자신의 종자와 같은 배분에 있는자.
서로 고작 그정도의 인식이 있을 뿐이었이다.

「혼자 계십니까?」
「응. 그건 왜?」
「야고코로 에이린 씨가, 카구야 님의 보신과 수호를 위해서 하쿠레이 신사에서 출발했습니다. 영원정으로 돌아간 듯 했습니다만, 도중에 만나시지 못한 것 같으시니 드리는 말이지요」
「그렇구나. 그럼, 괜찮아. 에이린이 내가 어딨는지 착각할 리가 없어. 곧바로 합류할 수 있을거야」

단언하는 카구야에게 란은 그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남의 주종관계와 그 신뢰의 정도따위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자신이 카구야의 호위를 할 필요가 없다는 부분에서 란은 안도했다.

「그러고보니, 좀 전까지는 당신의 식신과 함께했는데. 첸이라는 귀여운 요괴말야」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미숙한지라, 당신의 호위도 만족스레 하지 못하였군요.」
「괜찮아, 내가 떨어트리고 왔으니까. ……당신, 떨어져도 그 아이의 행동을 파악하고 있나보네」
「저의 식신인지라. 그것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으며, 또한 장악하고 있습니다」

흐응, 하고. 카구야는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당신이, 야쿠모 유카리의 식신인 것처럼?」

카구야는 어딘가 신랄한 어투로 말했다.
말 이외의 이미가 더해져있었다.
란의 식신인 첸의 모든 것을 란이 파악하고 있다면──유카리의 식신인 란의 모든 것을 유카리 자신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 아닌가.
예를 들면, 좀 전의 행동을 포함해서──.
란이 결과나 의도가 어쨌든, 빈사상태의 선대무녀에게 손을 대려고 했던 사실을, 카구야는 넌지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 광경을 보고 있었던건가?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것인가?
──어째서, 막지 않았던 것인가?

란은 어떤 의문도 입에 담지 않았다.
다만, 자랑스럽다는 듯 미소를 띄우면서, 카구야를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 말씀대로입니다. 저의 모든 것을 그분은 파악하고 있으며 장악하고 계시지요」
「──」
「유카리 님의 혜안과 사고에서 저 같은 자가 도망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
「──」
「그 분께서 저를 처벌하는데는, 힘도 말도 필요없습니다」

란이 띄우고 있는 것은 너무도 투명해보일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아름답지만, 시커먼 무언가가 숨은 듯한 미소였다.
반대로, 카구야는 보기좋은 미소를 이그러트리며, 토라진 듯이 입을 내밀었다.

「재미없네. 겉으로만 그러는 소리도 아닌 것 같고, 이거고저거고 다 알고계십니다 란 거야?」
「제 행동이 정말로 금기시 되고 있다면, 지금쯤 저는 죽어있겠지요」
「그렇지 않다, 라는 이야기는. 야쿠모 유카리가 당신의 행동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거네」
「예. 적어도 그분에게 있어 저의 가치는 그 허용범위 내에 있다는 이야깁니다」
「기쁘다는 듯한 말투네」
「네. 기쁩니다」
「그치만, 야쿠모 란──」

카구야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당신 스스로의 의지를, 지금까지도 입에 담고있지 않은걸」
「──무슨 말씀이신지?」

몸에 붙은 듯한 미소를 유지한 채, 란은 되물었다.

「당신은 좀 전에, 진심으로 선대를 죽이려고 했었던거야? 아니면, 처음부터 죽일 마음은 전혀 없었던거야?」
「언제가 되든, 결과는 변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의사를 묻고 있는 거야」
「그러면」

지금까지 카구야에게 보내던 성실한 태도와는 전혀 다른, 비난하는 듯한 어투로 얼버무린다.
카구야 쪽도 그것을 무례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대답하기 전에, 제가 카구야 님에게 질문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제 진의가 언제건 간에 『그것』을 행하려고 한 그 순간, 어째서 당신께선 막지지 않으셨던 겁니까?」
「어머, 나는 당신이 『그것』을 그만 둔 순간에 왔잖아? 그 이전의 상태같은 건 알 수도 없는데다, 멈출 방도도 없었는걸」
「그건 거짓말이시군요」
「과연 거짓말일까?」
「실제로는 제가 선대의 목에 손을 가져간 시점에서 이미 상황을 깨닫고 계시진 않으셨는지?」
「그러면」

카구야는 란의 말투를 흉내내며 내답했다.
그 후, 참을 수 없다는 듯 큭큭거리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와 황급히 소매로 입을 가렸다.
하지만, 가리지 않은 눈가는 웃는 모습 그대로였다.

「란, 당신은 진심으로 선대를 죽이려고 했지?」
「카구야님, 당신은 그것을 막으려고 하지 않으셨지요?」
「그러면」
「그러면」

말을 주고받은 후, 둘은 동시에 서로에게 맥이 풀린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까지 쓰고 있던 표면을 벗겨낸 듯한, 솔직한 표정을 지으며 란과 카구야는 서로를 바라봤다.
자연스럽게, 카구야가 란에게 걸어왔다.

「서로 선대무녀에게 품은 감정은 복잡한 모양이네」
「저는 단순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그런걸로 해둘까」

더 이상 란의 말을 깊히 파고들지 않은 채, 카구야는 옆으로 누운 선대의 옆에 몸을 웅크렸다.
옷자락이 지면에 닿아 더러워졌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의 희듸 힌 손이 더러워지는 것도 신경쓰지 않은 채, 피투성이인 선대의 얼굴을 쓰다듬듯 손을 가져갔다.

「……나참, 에이린 흉내를 내봤지만 전혀 모르겠는걸」

신기하다는 듯 그 모습을 보고있던 란을 놀리듯이 카구야는 웃었다.
결국, 선대에게 구체적인 처치를 취하지도 않은 채, 그저 피추성이의 얼굴을 소매로 깔끔히 닦고 일어섰다.

「의복이……」
「괜찮아. 그것보다도 선대를 깨우기 위해선 체력을 회복시켜야 하는거지?」
「예. 외상 쪽은 보기보단 심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딱 좋네. 상처 쪽은 손 쓸 방법이 없지만, 체력에 관해서는 짚히는 게 있거든」

카구야는 소매 아래에서 작은 보따리를 꺼내들었다.
보자기를 풀고 안에 든 것을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몇 개의 작은 구슬이었다.
여러가지 약품을 조합해 만든 환약이었다.

「에이린이 조합한 물건이야. 만의 하나의 경우를 위해서, 언제나 이걸 가지고 다니고 있어」
「어떤 효과인지요?」
「비상식량 같은 것, 이라고 에이린은 말했어. 한 알을 먹으면 열흘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 같아」
「체력회복 작용을 지닌 영약인 것 같군요」
「아마도, 지금 선대의 상태에도 통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나는 죽지 않으니까 상처약 종류는 가지고 다니지 않아서」
「아뇨, 충분하겠지요. 체력만 돌아온다면 부상 쪽은 어느정도 자기가 치료할 겁니다」
「그래? 굉장하네, 선대무녀. 그러면──」

카구야가 아무렇지 않게 약을 올려둔 손을 내밀었고, 란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당신에게 맡길게」

란의 손바닥에 환약을 떨어트리고 카구야는 시험하듯이 말했다.

「나는, 선대를 이대로 자게 내버려두는 쪽이 좋다고 생각해」
「──」
「하지만, 당신 쪽은 일이었지?」

카구야는 유열을 느끼며 웃었다.
란에게 부여된 『선대무녀를 보조한다』라는 사명을 그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듯한 말투였다.
란은 잠시 손 안의 환약에 시선을 두고는,

「예」

살며시 힘을 주며 손을 감싸쥐었다.

「선대 무녀의 『보조』를 명받았습니다. 『쉬게 해라』라는 분부는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녀는 아직 더 일해줘야 하니까요」

란은 카구야에게서 등을 돌리고, 다시 선대의 옆에 몸을 웅크렸다.
어떻게 할 것인가, 카구야는 깊은 흥미를 느끼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건네받은 약을 선대에게 준다면 그저 그 뿐일 이야기다.
하지만, 제대로 된 호흡도 불가능할 정도로 병폐해진 선대는, 작다고는 해도 고형물인 약을 삼키기 힘들 것이다.
란이, 어떻게 할 것인가──.
카구야는 어느정도 예상을 하면서, 그것을 시험하는 듯이 웃으며 관찰했다.
란은 선대의 입을 살짝 벌리고 그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입 안이 약간 말라있다. 충분한 침이 나오지 않았다.
이래서는 평범하에 약을 마시게 하려고 해도 목을 쓸 수 없을 것이다.
형편좋게 가지고 있는 물 같은 것도 없다.
란은 『작업』을 주저하지 않았다.
손 안의 환약을 자신의 입에 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입술을 선대의 입술과 겹쳤다.
혀를 선대의 입 안에 넣고서 거기서 침과 함께 환약을 흘려넣었다.
들이마실 힘도 없는 상태라, 란이 허로 보조하는 식으로, 천천히 입으로 옵기며 약을 들이키게 했다.
긴 입맞춤 동안, 카구야는 망설임 없이 깔끔히 처리한 란의 행동을 보고 감탄이 반, 유열이 반 섞인 미소를 띄웠다.
드디어 선대의 목이 작게 움직이며, 겨우 약을 넘겼다.
란이 입술을 뗐다.
은색의 다리가 두 사람의 입에서 이어졌다, 이윽고 끊어졌다.

「수고했어」

카구야는 란의 솜씨좋은 처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조금은 주저할 거라 생각했어」
「입술을 겹치는 정도는, 마음에 담아둘 필요도 없습니다. 명령이라면, 흙탕물이라도 입에 담을 수 있습니다」
「어머나, 심한 말을 하네. 선대와의 입맞춤이 진흙탕에 입을 담군 것과 같다는 이야기야?」
「아니오」
「그래?」
「그 이상입니다」

진지한 얼굴로 단언하는 란을 보고, 카구야는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웃고 있는 동안, 빨리도 약효가 돌았는지 선대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괴로운 표정이었지만, 죽은 듯이 움직이지 ㅇ낳았던 좀 전과 비교한다면 힘찬 기침이었다.
호흡도 소리가 들릴 정도로 충분히 숨을 들이키고 내쉬었다.
갑자기 회복된 심폐기능에, 몸이 놀란 듯 했다.

「괜찮으려나?」

말과는 다르게 그다지 걱정하는 듯한 모습없이 카구야가 중얼거렸다.

「회복한 것은 체력 뿐입니다. 육체의 부상은 치유되지 않았으니 아직 깨어나지 못한 것이겠죠」
「외상은 별 것 아니다, 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외측』은 그렇습니다. 전신의 근육이나 관절에 과도한 부담이 걸려 염증이나 단열이 보입니다. 당분간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겠지요」

란은 씹어도 씹히지 않을 듯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기침을 계속하던 선대가, 겨우 호흡을 되찾고 눈을 떴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아직도 확실히 초첨이 맞지 않았다.
늘어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란과 카구야 두 사람 중 어느 쪽을 보고 있는지, 어쩌면 둘 다 보고 있지 않는지 모를, 멍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입만 뻐끔거리며 움직였다.
란은, 그런 선대의 상태를 무시하고 껴안아 올리듯 몸을 일으켜 벽에 등을 기대고 앉게 했다.
그대로 마음껏 얼굴이나 몸을 건드리곤, 상태를 재빨리 점검했다.

「의식은 확실히 돌아온건가? 뭐, 상관없지. 어찌됐든, 당분간 움직이지마. 회복한 체력과 소모한 육체의 밸런스가 아직 어긋났을테니까. 지금은 잠시동안 쉬어두도록」

란은 사무적으로 말하고는 일어섰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않다. 아직 인간 마을은 상당한 숫자의 오니와 그 수괴가 잔존해있다. 나는 인간마을 이외에 존재하는 오니를 쫓아내러 가야한다」
「그 장소는, 알고 있는거야?」
「예. 이미 모두 파악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묻는 카구야에게 란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곳에 오는 동안, 란이 자력으로 찾아낸 것이다.
거기에 쓴 노력을 란은 전혀 티도 내지 않았다.

「당신 혼자서 갈 생각이야?」
「그럴 생각입니다」
「인간 마을 이외에 가도 환상향은 넓다구. 전부 수습하기엔 숫자가 많아」
「예」
「혼자서, 그 오니를 전부 쫓아낼 생각이야?」
「예」

란은 시원스레 말했다.

「그럴 생각입니다」

무리하고 있는 것도, 자신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당연한 것을 입에 담았다.
그런 허세조차 없는 대답이었다.
카구야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아주 잠깐 쓴웃음을 지었다.
아직도 멍한 상태의 선대의 얼굴을 보곤,

「그럼, 나는 가겠다」

란은 말했다.

「너도, 빨리 일어나도록. 스스로 이뤄야 할 것을 이루도록. 그러기 위한 곳으로 어서가라」

격려이기도 했다.
질타이기도 했다.
하지만 매도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거기서 죽는게 좋아」

란은, 어깨넘어로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처음으로 선대에게 보내는 미소였다.

「네가 사람으로서 죽는다고 한다면, 어차피 십년 정도의 오차다. 죽은 후에 남은 자들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그 오차마저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완전히 등을 돌린 채, 살며시 떠올랐다.

「네가 유카리 님과 함께 살아가는 길을 선택했다면, 적어도 나는──」

란은 밤하늘의 어둠 속으로 녹아들 듯이 사라졌다.
멀어져가는 등을 바라보는 선대의 눈동자는 , 역시 의식이 돌아왔는지 어떤지 애매했다.
가기전에 남긴 말도 다 듣기나 한 것인지 알 수 없었고, 거기에 숨겨진 진의가 전해진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단지 한 사람, 카구야는 란과 선대 사이에 말 이외의 무언가를 주고받은 것을 보고는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란이 가고 선대와 둘이 되고, 카구야도 이 자리를 떠나기 위해서 발길을 되돌렸다.
그리고 란과 마찬가지로 어깨너머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나도, 당신이 싫어」

말과는 달리 카구야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신의 인간으로서 살겠다는 결심에는 신념이나 굴레나 책임이 있었겠지.
  하지만, 당신은 실제론 영원한 시간을 사는 것이, 인간 이외의 무언가가 되는 것이 무서운 것 뿐이잖아?」

카구야가 말했다.

「……라는 건 참 심술맞은 질문이지. 속은 시원하네」

미모 탓에 밉살맞음 보다도 귀여움이 더 드러나는 말투였다.

「그 시비를 증명하기 위해서 『봉래인이 되어줘』라고는 하지 않겠어.
  가벼운 마음으로──아니, 비록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다한들 결단을 내렸다한들, 그럼에도 『영원』이란 건 너무도 무거운거야 되돌아가는 게 불가능한 길이야.
  나 자신이 아플 정도로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증명해봐』라고 말할 수 없다는 건 잘 알아. 그러니까 나는 계속 당신을 싫어할거야. 분명, 앞으로도 좋아할 리는 없겠지. 당신이 살아있을 때는 물론이고, 수명을 다한 이후에도」

선대에게선 대답은 물론이고 반응 또한 없었다.
카구야 자신도 그것을 기대하지 않은 듯이, 기세를 몰아 계속해 말했다.

「혹시, 당신이 지금까지의 인생 속에서 내걸었던 신념을, 억지로라도 꺾을 결의를 했다면.
  그 결과 주변 사람이나 요괴 그리고 무엇보다도 딸을 배신하고 모든 굴레를 ​벗​어​던​진​다​면​─​─​나​는​ 당신이 좋을 것같아. 영원히, 당신을 좋아해줄께」

마지막 말은, 의미없는 가정이었다.
선대가 『인간』이기 때문에 카구야 자신이나 모코우, 그리고 그 이외의 자들이 지금 있어야할 곳에 있는 것이다.
그것은 좋다.
벌써 결과는 나와있다.
그 결과 덕분에, 자신들의 관계가 정해지고, 그에 걸맞는 심정도 지금처럼 굳어진 것이다.
하지만 카구야는 장난삼아 그런 가정을 입에 담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선대에게 지금 말한 것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진심이 아니라면, 농담삼아선 바라고 있다는 이야긴가──.
잘 알 수 없었다.
카구야 자신도, 그런 것을 입에 담은 자신의 진의를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음에도, 말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그녀를 비난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일까?
무엇을?

──아마도, 여기서 서두르듯 떠나버린 야쿠모 란에게 당한 거겠지, 라고 카구야는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이 결점을 드러내기 전에 떠났다.
그리고, 자신은 결점을 드러내버리고 말았다.

「……역시, 복잡하네」

자각한 순간,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카구야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곤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손틈으로 미처 가리지 못한 빈정거리는 웃음이 비쳐보였다.
의식이 몽롱한 선대가, 지금까지의 말을 확실히 알아듣지 못했기를 카구야는 바랐다.

「갈께. 영원정에 있는 오니는, 이쪽이 책임지고 정리할테니까, 걱정하지말아」

말하고 도망치는 듯이 걸어가다, 갑자기 다시 한번 카구야는 멈춰섰다.

「──거기 숨어있는 텐구 씨. 좀 전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앞으로 조금만 선대를 지켜줄래?」

아무도 없는 건물 그림자를 향해 그렇게 말하곤, 카구야는 이번에야말로 그 자리를 떠났다.
그 등 뒤가 작아지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동안, 밤 하늘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떨어져내려와, 카구야와 합류했다.
에이린과 레이센이었다.

「저……정말로 공주님이 계셔」
「어머, 거기 두 사람. 연회는 즐거웠어?」
「중지됐어. 무사해서 다행이야」

놀라워하는 레이센을 흘겨보면서, 카구야와 에이린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나눴다.

「영원정도 오니에게 습격당했어. 괜찮아 한번도 안 죽었으니까. 모코우 일행에게 지켜달라고 했어」
「합류하는 쪽이 좋을까요?」
「으응, 왠지 지쳤어. 돌아가서 느긋하게 있자구」
​「​느​긋​하​게​라​니​…​…​영​원​정​에​ 아직 오니 남아있지 않았던가……」
「그걸 처리한 다음에, 말야. 내버려두면 야쿠모 쪽 사람이 정리해버릴 것 같지만」
「……알았어. 『이번 이변을 해결에 공적을 올렸다』라고, 야쿠모 유카리에게 의리를 다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겠지」
「하, 하는 거군요……」
「분투를 기대할게, 레이센 군」

두 사람은 카구야의 옆에 달라붙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또 다시, 선대만이 홀로 정숙함과 함께 남아버렸다.
카구야 일행이 완전히 떠난 것을 보고는, 조금 전 카구야의 말을 들은 자──샤메이마루 아야──는, 건물 그림자에서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
그럼에도 주의깊게 주변을 휙휙 둘러보고는, 조심스럽게 선대의 옆에 다가갔다.
어느정도 호흡이 진정된 선대의 눈 앞에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반응을 살펴보았다.
시선은 손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지만, 의식은 전혀 없는 듯 했다.
일단, 여러가지 각도에서 사진을 찍고는, 그래도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아야는 형용하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
마치 골탕을 먹은 듯한 표정이었다.
카구야가 말한 것을 무의식 적으로 반추했다.
이 자리를 떠나는 것도, 반대로 선대를 건드리는 것도 할 수 없는 어정쩡한 상태로, 아야는 그곳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오른 쪽 귀에 열을 느끼며 마리사는 소리를 질렀다.
이것이 비명인지 노호성인지 마리사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알 수는 없지만, 소리를 질렀다.
이것은 속이기 위해서다.
의식이 현실을 인식하기 전에 속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속일 수 없었다. 뒤이은 아픔이, 흩날리는 선혈이, 휘날리는 살점이 현실이라 못박았다.

──머리 반은 날아간 거 아냐!?

마리사는 순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머리가 반이나 날아가면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있을리가 없다.
오니가 쏜 탄이 스치고, 날아간 것은 고작 오른쪽 귀 반 정도였다.
청각을 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아, 이게 대체 뭔 꼴이람.
마리사는 출혈을 억누르기 위해서 오른 쪽 귀에 손을 가져가 그 촉감에 공포를 각인시켰다.

──진짜다. 진짜로 귀가 날아갔어!

울고 싶어졌다.
그것을 꾹 참았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릴.
아직 꺾이지 않은 정신의 저 밑부분이 자기 자신을 질타했다.
이런 건 부상 축에도 못 낀다.
팔이 떨어져 나가지 않은 것만도 신경이 끊어진 것도 아니었다.
굳이 말하면, 파츄리에게 부탁해서 나중에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을 정도의 상처다.
하지만 귀가 잘렸다. 자신의 일부가, 아주 조금 뿐이라고는 해도 사라진 것이다.
알고 있냐, 나.
알고 있는거냐, 나.
동요하는 마리사를 당연히도 적은 내버려두지 않았다.
연발되는 화살과 같이 강력한 탄환이 날아든다.
탄막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엷은 사격이지만, 어쨌든 탄의 속도와 위력은 상당하다.
그래도, 마리사는 회피했다.
회피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째서 좀 전에는 스친 것인가.
마리사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든 것이 있었다.
그것은 체력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였다.
그리고, 그 문제는 지금도 마리사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 젠장. 귀가. 귀가.

마리사는 슬쩍슬쩍 별 것 아닌 부상에 신경쓰는 자신에 짜증이났다.
자신의 마음 문제인데도, 자신이 막을 수 없었다.

「크큭, 겁먹었느냐. ​움​츠​러​들​었​느​냐​─​─​!​」​

오니가 모든 것을 꿰뚫어본 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말이, 다시 마리사의 마음을 심하게 흔들었다.
마리사는 무서워하고 있었다.
불안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감정이, 생각해도 도리가 없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대로, 자신은 죽고 마는 것이 아닐까.
혹시, 이 승부에서 이긴다고해도 상대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습격해, 당초 예정대로 자신을 먹어치우지 않을까.
아무리 처음에 조건을 정해두었다고 해도 상대는 일방적으로 그것을 깨버리지 않을까.
거기다, 자신은 그것을 지키게 할 힘이 없지않은가.
그렇다면, 이 승부에 도전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거기다……아, 젠장. 봐라 귀에서 피가 멈추질 않는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이성과는 반대로 본능이란 또 하나의 자신이 그것을 계속해서 상기시킨다.
마리사는 울 것 같은 마음을 억누르며 필사적으로 반격했다.
젠장, 뭘 느긋하게 스펠카드 선언 같은 걸 하고 있는 거야.
이건 실전이라고? 놀이가 아니란 말야.
봐라, 보라고. 또 탄막을 흩어버렸어.
맞기는 커녕, 몸에 닿을 기색도 없다고.
아니, 맞는다고 해도 어차피 상대는 상처하나 없을거라고
이런 싸움방식에 무슨 의미가 있어.
이대로는.
​이​대​로​는​─​─​죽​는​다​구​.​

──아니.

아니.
아니다.
그건 아니다.
이 승부에 이기지 못한면, 죽는 것 보다도 먼저 맛볼 수 있는 게 있다.
승부 후에 우선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하는 게 있다.
그것은 『진다』는 것이다.
죽기 전에 먼저, 나는 질 것이다.
그래서, 그게 뭐?
지더라도, 그 시점에는 아직 살아있잖아.
그 후에, 죽어버리잖아.
무서워.
싫어.

──어느 쪽이냐?

어느 쪽이 무서운거냐.
어느 쪽이 싫은거냐.
지는 것이 무서운 건가?
죽는 쪽이 싫은건가?
알 수 없어.
알 수 없어──라.
우선, 순서는 알고 있다.
이것은 『승부』다.
제일 먼저, 나 자신이 승부를 걸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에 정해야 할 것은 승패다.
다음에 정해야 할 것이 생사다.
이것은 중요하다고.
알고 있냐 나?
넌 지금,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러니까 그런 탄도 피하지 못한거야.
귀의 상처따위, 아무래도 좋아.
이 부상의 연장이 될 내 죽음도,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건 쓸데없는 잡생각이야.
언제부터 네가, 이 앞의 일을 내다보고 승부를 걸 정도로 강했었냐.
이봐, 정말로 알고 있긴 한거냐, 나?
이 승부에 이기지 못한다면──우선, 넌 진다고.

「……장난이 아니란 말야」

마리사의 표정이 변했다.
입에서 터져나온 것은 비명이나 우는 소리가 아니라 기합이었다.
회피에 전념했던 움직임이 완전히 변해, 진로를 오니의 정면으로 바꿨다.
오니는 연륜있는 웃음을 지으며, 마리사의 생각을 꿰뚫어보았다.
돌격해올 셈이었다.

「아무 생각이 없군. 만용이냐──?」
「아니, 승부다!」
「그렇다면 좋다! 와라!!」

오니는 웃으면서 마리사를 멈추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다가오기 전에 공격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의식을 모두 자신의 능력에 집중히켰다.
방심도 아니었고, 봐주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능력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그리 판단한 것이다.
한편 마리사도 단지 덮어놓고 돌진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 머리 속에서는 회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냉정하게가 아니라, 불꽃이 튈 정도로 뜨거운 사고가 계속되고 있었다.
──『흩어짐』을 조종하는 정도의 능력.
모든 탄막을 무효화시키는 절대방어술로 보이지만, 오니 자신이 설명한 능력의 작용과, 지금까지 확인한 실제 효과에서 마리사는 상세한 내용을 고찰하고 있었다.
오니가 스스로 설명한 대로, 그 능력은 간섭한 탄막을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분해하여 무효화 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탄막의 파워가 『10』이라고 치고, 그것을 『0』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열개의 『1』로 분해하는 것으로 가루가 되는 것이다.
마리사는 그 차이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이해했다.
저 능력에는 효과 범위와 용량의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탄막을 무효화 하는데, 시간의 지체가 발생한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면 『10』이 아니라『100』의 파워는 어떨까?

이것은 도박이었다.
지금까지의 탄막도 전력으로 쏜 것이었다.
이 이상의 힘을 집어넣는 것은 온 힘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된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마리사는 입가를 끌어올렸다.
목숨 걱정?
좀 전에 그딴건 머리 속에서 내다버린지 오래 아닌가.

「선언하겠어, 이게 최후의 한장이다!」

힘이 팍 들어가 손 안에서 찌그러진 스펠카드가 과도한 마력 방출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믿고 있던 미니 팔괘로를, 올라탄 빗자루의 뒤에 세팅했다.
오니를 향해 쏘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 스펠카드를 사용하기 위한 추진력으로 쏘는 것이다.
팔괘로에서 발사된 마스터 스파크를 제트분사처럼 이용해 마리사는 폭발적으로 가속했다.

──혜성『블레이징 스타』

눈이 부실듯 한 빛을 두른 채, 마리사는 문자 그대로 혜성으로 변해 오니에게 돌격했다.
마법의 장벽을 앞에 전개해두었다고는 해도, 지금까지 피해왔던 오니에게 스스로 달려들게 될 줄이야, 마치 특공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각오가 만들어낸 파워는 오니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크어어어어억!」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지금까지 침착히 여유를 가지던 오니의 연륜있는 표정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오니의 능력과 마리사의 스펠이 격돌했다.
오니는 무의식적으로 양 손을 앞으로 내밀곤 달려드는 마리사를 멈추려고 했다.
이 정면대결은 부딪히려는 힘을 능력을 사용해 얼마나 흩어버리는 가에 달려있다.
건드린 시점에서 닿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뻗은 손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오니는 그정도로 필사적이었다.
능력 효과범위 내에 들어간 스펠카드의 마력이, 처음부터 분해되어 흩어져간다.
하지만, 혜성의 광채는 넘처흐르는 빛을 계속 내뿜고 있었다.
오니도 마리사도, 서로 이를 악물고 자신의 힘을 쏟아냈다.
길항상태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탄막은──」

오니와 인간의 내구력의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던 마리사가 자기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단번에 연소시켰다.
태워버릴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마력이나, 정신력만이 아니다.
마음도 불태운다.
삶의 집착.
승리의 갈망.
맛보았던 좌절감.
고통 속의 반골심.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자신이 삼켜온 모든 것을──!

「파워라구!!」

그 순간, 마리사가 발한 힘이 오니 능력의 허용범위를 뛰어넘었다.
다 흩어버리지 못한 힘과 기세가, 보이지 않는 벽을 돌파한다.
오니는 급하게 몸을 숙였다.
포탄처럼 지나치는 마리사의 모습을 바라보며, 위험할 수도 있었던 회피에 성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슬아슬하게 스친 것이다.
하지만 오니는 얼이 빠졌다.
필사적인 모습은 사라지고, 멍한 표정만이 드러나 있었다.
멀어지는 마리사의 무방비한 등에 공격을 가할 수도 있었지만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블레이징 스타』의 여파를 이용한 별 모양의 탄막이 닿았다.
마리사가 지나친 후에, 장난처럼 남는 겉모습을 중시한 탄막이었다.
아무런 위력도 없는 그것에 오니는 무방비하게 맞았다.

「……해냈어?」

돌진이 비켜나간 순간, 절망한 마리사는 뒤로 돌아 눈 앞의 광경을 보고 자기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확실히 탄막은 닿았다.
본래 예정과는 다르지만, 마지막 스펠카드에 오니는 확실히 피탄되었다.
승부는 마리사의 승리었다.

「해냈어! 내 승리다!」

땀투성이에 숨을 거칠게 쉬면서도, 마리사는 환성을 질렀다.
문자 그대로 양 손을 들고 기뻐했다.
하지만, 탄막을 맞은 오니의 몸에 피어오르는 약간의 연기가 사라지는 동안, 점점 냉정해졌다.
잊고 있던 불안이, 다시금 되살아났다.
오니는 아무런 변화 없이 그곳에 떠 있었다.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무언가를 참는 듯이 어깨를 들썩이며 신음했다.
화를 참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했다.
굴욕에 떨며, 다음 순간 화풀이 삼아 공격해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마리사는 흐르는 땀을 식은 땀으로 바꾼 채, 조용히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오니가 손을 떼고는 숨기고 있던 표정을 드러냈다.

「……져, 졌다」

눈가와 입가를 ㅅ자 모양으로 떨군 채, 꼴사나운 표정으로 오니는 쥐어짜듯이 말했다.

「뭐……뭐라고?」
「에이잇, 졌다고 하잖느냐! 젠장! 아, 그래! 내가 졌다, 졌단말이다!!」

조심스레 물어본 마리사에게 오니는 자포자기 한 듯이 대답했다.
한번 말한 뒤로는 쉬운 것인지, 크게 한 숨을 쉬고는 괴로운 웃음을 짓었다.

「……내가, 이긴 걸로 해도 되는거야?」
「되고말고가 어딨나. 보는대로, 나는 너의  탄막에 닿았다. 처음에 정한 일이니 내 패배잖느냐」
「──」
「뭐냐 그 얼굴은. 자기가 자기의 승리를 믿지 않는게냐?」

나도 인정하고 싶지 않단 말이다──라며, 오니는 정말로 분한 듯 말했다.
그것을 들으면서, 더욱 마리사는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응?」
「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그렇게 하면 되잖아. 당신은 아직 상처가 없어. 지금 싸운다면 내가 이길 수 있을리 없다고」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소모한 체력을 깨달으면서,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오니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 처음에 정한 조건을, 바꿀 수는 없다. 나 자신이 꺼내든 말이다」
「……그건, 당신이 멋대로 정한거잖아」
「내가 높은 곳에서 우위에 선 입장으로 너를 배려했다고 말하고 싶은게냐?」
「아니야?」
「아니다」

대답은 망설임 없이 돌아왔다.

「비록 상처가 없을지라도, 내가 승부에 졌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너의 돌진을 피한 순간, 난 꺾였던 게다. 도무지 받아낼 수 없다 생각하고 어이쿠나 싶어 도망쳤단 말이다.
  그 순간, 싫어도 졌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한번 그렇게 된 이상 이미 그걸로 끝이다. 패배자일 뿐이다. 오니도 아니지. 오니도 아닌 내가 사람을 습격할 리 없지」
「가능하다고. 말로는 무슨 말이든 못해」
「말 만이 아니다. 이미 마음이 패배를 인정하고 있다」
「거짓말이야」
「오니가 거짓말따윌 할까보냐. 어이, 언제까지 내게 자기 상처를 인정 시킬 셈이냐? 이래뵈도 지금 꽤나 비참한 기분이다만」

그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의 마리사를 보곤, 오니는 난감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할 수 없이 말을 계속했다.

「얼마든지 변명하고 싶기야 하지」

삐진 손녀를 달래는 할아버지처럼,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한번 졌다는 사실을 부정한다면,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진 이유가 되는거다. 『조건이 공평하지 않았다』라던가 『진심이 ​아​니​었​다​』​라​던​가​─​─​끝​이​ 없지. 비굴함과 비참함을 속이기 위해서 뭐든 하게 되는거다」

무엇이든──그 속에는 이긴 상대를 죽인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마리사는 깨달았다.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주변을 속일 수 있더라도, 역시 자신을 속이지는 못해.
  강한 녀석일 수록 자기가 정해버리고 마는거다. 그리고 오니는 특히나 그런 요괴다. 평생 힘과 자기 위치에 자부심을 가지는 대신, 자신을 속이지 않아.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승부에 진다면, 거기서 인정하고 끝이지」
「끝……이라고?」
「네가 걸렸던 부분은 그 부분이겠지.
  인간은 다르다. 진 것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동시에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 거기에 모순이 생겨나, 고통스러워하지. 하지만, 그 고통스러움이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나는 그것을 이 눈으로 몇백년이나 보아왔다.」

오니의 눈이, 순간 먼 과거를 보는 듯이 추억에 잠겼다.
하지만 바로 마리사를 돌아보았다.
조금 전까지 공포를 느끼고 있던 상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온화한 시선이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오니가 잃어버린 전의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 오니는, 이제 정말로 싸우지 않을 ​생​각​이​다​─​─​마​리​사​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지 마라. 네가 승패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 승패는 상대가 승자를 정하는 게다. 그럼 이름을──」
「뭐?」
「이름 말이다. 『여자 꼬맹이』론 폼이 안 나잖느냐」
「……마리사. 키리사메 마리사야」
「그럼, 마리사여」

오니에게 이름이 불린 마리사는 그것을 순진하게 받아들였다.

「이 승부, 너의 승리다」

오니가 말했다.
조용하지만, 확실히 말했다.

「……그래」

그건 역시 같은 『말』에 지나지 않지만, 마리사는 드디어 실감했다.

「내가, 이긴건가」

실감을 말에 담아, 드디어 마리사는 지금까지의 긴장감에서 해방되었다.
눈 앞의 아직 오니가 있음에도, 더이상 불안도 공포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니 또한, 안도하는 마리사를 웃으며 바라보았다.

「음. 실로 대단했다!」
​「​고​마​워​…​…​당​신​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이래저래 복잡한 기분이야」
「복잡한 기분이 될 건 무언가. 단순히 생각해라, 이 승부를 결정지은 순간처럼 말이다」
「……알고 있었어?」
「알고말고. 그 모든 굴레를 벗어던지고 발휘한 힘이 진정한 너의 힘이다. 얽메이지 마라. 얽메이지 않는다는 사고에도 얽메이지마라. 그저 단순히 승부에 집중해 그 순간을 즐겨라. 그런다면 너는 분명히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게다」
「즐겨라, 라고……」

마리사는 쓴 웃음을 지으며, 오니다운 무모한 조언을 받아들였다.
신기하게도 편해진 마음에 침투하는 듯한 말이었다.
필사적인 마음으로 가득했던 자신의 마음 어딘가에, 이런 것이 들어올 여유가 있었던가 싶어 놀라고 말았다.
승부는 결정되었고, 회화도 일단락되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까──.
그런 나중 일을 생각하기 시작한 마리사에게 오니가 말했다.

「좋다! 그럼 마지막 뒷처리다! 내 목을 가져가라!」
「……아니, 필요없어! 그딴 거!」
「무어라!? 그딴 거라고 하지 마라! 오니의 목이잖느냐? 인간에게는 최고의 영예일텐데!」
「어느 시대 이야기를 하는거야!? 영감 목을 가져가봤지 마법약에도 못 쓴다고!」
「뭐, 뭣이라……이것도 시대의 변화인가……윽」

오니가 한탄하듯이 말했다.
어쩐지, 몸도 줄어든 듯이 작아보인다.
하지만 마리사에게는 정말로 대응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목을 얻는다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이 오니를 죽일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승부는 결정되었고, 오니는 패배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걸로 끝난 것 아닌가.
그보다 더한 것을 바랄 필요는 없다.
오니의 말을 빌리자면, 그건 ​『​즐​겁​지​』​않​다​─​─​.​
적어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어쩔수 없구먼……」

그런 마리사의 속마음을 뒤로한 채, 어깨를 떨어트린 채로 오니는 담담히 말했다.

「마리사가 필요없다고 한다면, 딱히 옆에서 채가는 것도 아니로군. 납득이 가진 않지만 내 목은『네놈』좋을 대로 해라」
「……영감?」

의아하단 표정을 지은 마리사에게 오니는 밝게 웃음 지었다.

「그러면 잘있어라. 키리사메 마리사──」

마리사는 눈을 크게 떴다.
눈 앞에 비치는 오니의 함박웃음.
그 머리 위에 나타난 검은 그림자.
그림자 속에서 빛나는 한줄기 광채.

「마지막, 좋은 승부였다!」

그렇게, 말을 마쳤다.
그 다음 순간, 오니의 목이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바로 위에서 떨어진 고속으로 번뜩인 칼날에 웃음지은 오니의 목이 잘려 나갔다.
마리사는 비명을 질렀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눈 앞의 광경을 대면하고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목소리만이라도 절규하는 것으로, 그 광경을 부정하고 싶기라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크게 눈을 뜬 마리사의 눈 앞에서 목을 잃은 오니의 몸이 슬며시 넘어졌다.
어두운 밤 탓에 보이지 않는 지상으로, 사라져갔다.
목은 공중에 멈춰선 그대로였다.
그 목을 절단한 칼이 귀에서 머리를 관통해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미라사는 그 칼의 주인을 노려보았다.

「요우무──!」

그 시선과 목소리에는 무의식적인 적의가 섞여 있었다.
콘파쿠 요우무는, 그것을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채 흘려넘겼다.

32, 33화는 타입문넷의 운영자 레존드달묘 님이 번역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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