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35 「환상지월」
그 아이가 죽어갈 때, 난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그저 옆에 있었을 뿐.
그 아이를 도와준 건, 내가 아니다.
나는 그저, 홀로 있던 그 아이를 가장 먼저 찾아냈을 뿐이다.
나는 그저, 홀로 있던 그 아이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을 뿐이다.
피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이름을 처음 말해준 것도 내가 아니다.
이런 내가, 어머니 역할을 맡아도 괜찮은 걸까──.
◆
잠에 든 채 일어나지 않는 선대를 두고 아야는 망설이고 있었다.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
란과 카구야가 이곳에서 떠난 뒤 벌써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 오랜 시간동안 아야는 이 두 선택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던 것이다.
그 결과 이곳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아야는 깨닫지 못했다.
선대 앞에서 별다른 행동 없이 끝없는 신음소리만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은 빨리 이곳을 떠야만 하는 처지다.
지금 마을이 오니들의 습격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오니 떼가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선대무녀가 그들이 노리는 목표 중 하나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
실제로 선대무녀는 오니의 습격을 받아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어쩌다──그래, 어쩌다 펼쳐진 결계에 말려들어가고 만 아야는 그 속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을 인간과 오니의 사투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것이다.
오금이 저려올 정도의 사투였다.
아무리 메이링이 싸우는 와중에 끼어들었다지만, 인간인 선대무녀가 압도적인 힘으로 오니 무리를 처참히 때려눕힌 것이다.
특히 싸움의 후반부 때 보인 모습은 그야말로 「오니」.
역시, 이 인간은 터무니없는 괴물이다.
지금 이렇게 무방비하게 잠에 빠져든 선대의 모습이, 사람이 아니라 다친 사자처럼 보였다.
여기 남아 있다가 또 그런 싸움에 말려드는 건 사양이다.
게다가 아까부터 하늘이 어수선하다.
텐구가 오니를 토벌하기 위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야에게 있어선 동족이며 아군이라곤 하지만, 그들에게 발견되는 것 또한 사양하고 싶었다.
오니 토벌에 자기까지 끌려갈 가능성이 다분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도 있으니 최대한 빨리 이곳을 뜨는 것이 상책이다.
뜻밖에 좋은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이걸 가져가서 현상한 다음 신문에 싣는 작업을 시작하자. 완성될 쯤엔 아침이 되어 있을 것이다. 생각하지 못한 특종이다,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순 없다.
자신이 이 자리에 있어봤자 다친 선대에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다.
실제로 잠에 빠진 그녀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이런 수많은 판단을 재료 삼아, 자신은 이곳에서 떠나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야는 그런 대답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곳에 남아있는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야는 머리를 움켜쥐며 다시금 신음소리를 흘렸다.
「으…읏…」
「에?」
갑자기, 자신의 목소리와 겹치듯이 선대의 입에서 작은 소리가 새어나왔다.
눈을 뜬 건가!? 하고 당황하며 얼굴을 살피니, 아직 깨어나진 못한 듯하다.
그 대신, 괴로워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호흡이 멀쩡한 것을 보아하니 상태가 악화된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입을 굳게 다물고 떨고 있었다.
악몽이라도 꾸는 것일까.
아야는 조심조심 선대에게 다가갔다.
그럼에도 선대는 눈을 뜨지 않았다.
아직 잠에 빠져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아야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낀 듯, 그녀의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떨리는 손이, 천천히 아야의 눈앞가지 다가왔다.
아야는 그 손을 바라봤다.
상처투성이 손.
몇 번이나 부러진 탓에 비뚤어지고, 바위처럼 굳은 울퉁불퉁 일그러진, 도저히 여자의 손으로 보이지 않는 흉측한 손.
선천적으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다.
자신이 바라고, 노력하여, 온갖 노고를 쌓아올려 얻어낸 손이다.
아야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 손이, 지금까지 무엇을 이루어왔는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저」
부족한 것을 갈구하듯이 내밀어진 그 손을, 아야는 무심코 맞잡았다.
아주 옛날, 아직 어리던 그녀의 손을, 이렇게 잡아 줬던 적이 있다.
그때 주변엔 자기 말고도 하타테와 모미지가 있었다.
괴로워하는 소녀를 돕기 위해 그 둘이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뿐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밖에 없다.
「정신 차려──」
스러질 것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 대신, 꽉 쥐어진 손에는 힘을 준다.
선대의 표정이 갑자기 누그러지더니, 입이 작게 달싹였다.
「──어머니」
「푸훕!?」
그 한마디에 제정신을 차린 아야가 성대하게 뿜었다.
◇
──꿈을.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아주 거칠고, 힘찬 꿈을.
……라니, 느낌 타서 대충 꺼낸 말이긴 하지만, 사실 내가 어떤 꿈을 꿨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꿈을 꿨던 것은 확실한데다, 왠지 모르게 안타깝고 서글픈 느낌은 남아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눈을 뜬 순간, 지금까지 봐온 것이 단번에 안개가 되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뭐, 꿈이라는 건 그런 거겠지만.
어슴푸레하게나마, 레이무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응, 안 되겠네. 제대로 생각나질 않아.
제대로 생각나지 않는다 하니, 기억도 약간 혼란스러웠다.
오니들과의 사투에서 어떻게든 승리하고, 메이링을 배웅한 다음, 난 아마 기절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눈을 떴다.
하지만, 그런 내 기억 속에 란과 카구야가 자리잡고 있었다……왜, 이 두 명이지?
어라라─? 오니랑 싸우고 있을 때 이 둘이 있었던가?
결계를 쳐놨었으니 메이링 말곤 아무도 없었을 텐데.
하지만 그 둘이랑 뭔가 대화를 나눈 것 같은, 아니, 일방적으로 듣기만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뭣보다 냉정하게 지금의 내 상태를 확인해보니, 이상한 사실을 깨달았다.
오니들과의 싸움이 막 끝났을 때와 비교해 컨디션이 꽤나 나아졌다.
몸의 마디마디가 꽤 아프지만, 그런 고통도 바로 완화시킬 수 있을 만큼 파문의 호흡은 순조로운데다, 체력적으로는 여유조차 느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 회복이 아니다.
내가 기절한 뒤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다.
단지, 역시 그 「무슨 일」이 뭔지 떠올릴 수가 없었다.
으음─, 유감인걸.
구체적으로는 란과 카구야의 대화라는 귀중한 체험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게 꽤나 아깝다.
나는 입지나 이제까지의 사건들 탓에, 이 둘과는 꽤나 소원한 관계니까.
모처럼 우호도를 벌 귀중한 이벤트가 패스되다니, 한탄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어.
상황을 볼 때, 둘 중 한 쪽이 도와 줬을 가능성이 높지만── 나, 그 둘에겐 꽤나 미움 받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정말 어떻게 된 거지?
엄청 신경 쓰여!
──그리고, 또 하나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면, 눈앞에서 성대하게 헐떡이고 있는 아야의 모습이었다.
「……괜찮나?」
「누, 누구 탓에 이러는……!」
「나 때문인가?」
「에……!? 아, 아니……그게!」
아야는 마치 이제야 나와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듯 놀라고 있었다.
「……아니에요」
어째서일까, 스러질 것만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하는 아야.
내게서 눈을 돌리고 고개를 푹 수그린 것이, 답지 않게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어라, 아야가 이런 성격이었나?
아니 그것보다 애당초 아야가 왜 여기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녀는 마을까지 옮겨주기만 하고 헤어졌을 터.
언제 합류한 거야?
혹시, 아야는 내 기억 속의 애매한 부분을 알고 있지 않을까.
「내가 자고 있는 동안 사태에 무슨 변화는 없었나?」
「……그렇게 오래 자고 있진 않았어요. 아직 밤도 채 새지 않았다고요.
호라이산 카구야와 야쿠모 란이 약을 써서 당신을 회복시켰어요. 회복이라곤 해도 상처는 놔두고 체력만 회복시켰을 뿐이지만요」
역시, 카구야와 란이 있던 건 확실한 듯하다.
과연. 몸의 상태가 이상하던 건 그래서였나.
근육통에 관절통에 몸이 안 쑤신 곳이 없는데 피로만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당장 일어서고 싶은데, 사지가 생각대로 움직여주질 않는 것이다.
당분간 파문 호흡에만 집중해서 빨리 회복하지 않으면, 제대로 걸을 수도 없을 것이다.
「오니는 지금 어떻게 됐지?」
「적어도, 마을에서의 사태는 끝나가고 있어요.
텐구가 움직이기 시작했거든요. 천마 님을 필두로 오니를 제거하는 중이죠」
「그건……대단하군」
「말해두겠는데, 이건 예외적인 일이라고요」
「알고 있다」
「어떨런지……또, 마을 바깥의 오니들은 야쿠모 란이 대처한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어떻게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흠. 오니의 힘도 위협적이지만, 란 니임 또한 어지간한 수준의 요괴가 아니다.
낙관할 순 없어도, 충분히 잘 대처해줄 것이라 신뢰할 수 있었다.
──결국, 내가 기절해있는 동안, 이번 이변은 제대로 해결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한때는 이 상태에서 전투를 이어나갈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일단 안심이다.
그러나 아직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이변의 주모자는?」
나는, 스이카를 찾았다.
이변의 중심인 그녀를 향해 레이무가 가고 있을 터.
아야는 어째선지 한순간 말을 끊더니, 잠시 뒤 대답했다.
「아직, 몰라요」
「아직 쓰러지지 않은 건가?」
「글쎄, 모른다니까요. 전 아까까지 당신을 돌보고 있었으니까요」
아야가 풍자하듯 웃는다.
으으……미안. 나 때문에 힘들었겠네.
하지만 이젠 괜찮아.
일단 어떻게든 걸을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됐다고 생각하니까.
아니, 회복이라기보다 몸의 밸런스가 잡혔다고 말하는 게 맞으려나.
완쾌된 체력과 떨어진 신체 능력의 괴리감이 얼추 사라졌다는 느낌이다.
아직 조금 삐걱이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일단 움직이는 데엔 문제없다.
그리고 움직일 수 있다면, 할 것은 이미 정해져있다.
「잠깐, 어쩌려는 거죠?」
일어서려는 나를 보고, 어째선지 아야가 당황했다.
아니, 어쩐다니……아야한테 도움 받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빨리 행동하려고 했습니다만.
그렇게 대답하려다, 문득 깨달았다.
──어라? 이 손에 느껴지는 감촉은 뭐지?
일어서려고 땅에 손을 얹으려고 하니, 다른 한 쪽 손이 움직이질 않았다.
무심코 시선을 그곳으로 돌려보니, 마침 타이밍에 맞춰 아야도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아야의 손이, 내 손을 굳게 쥐고 있었다.
……에, 에─그러니까.
「──우왓!?」
꺄악!?
미…미안해, 내가 무슨!
서로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당황하며 손을 뗐다.
이 무슨 소녀스러운 반응. 아니 그것보다 재수 없어 나.
「미안하다」
무심코 사과하고 말았다.
「에? 무, 뭐가 말이죠……?」
「손을──」
「아, 예. 네」
「아마, 기절하고 있을 때 나도 모르게 잡아버린 것 같군」
「아……」
「그래서 여기서 떠날 수 없었던 거겠지?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고마워」
나는 힘껏 말을 끝낸 뒤, 아야에게 감사했다.
왜 아야가 일부러 기절한 내 옆에 있었던 건지 이걸로 판명됐구나.
무슨 일이고 뭐고, 내가 폐를 끼치고 있는 거였잖아.
그냥 손을 뿌리치고 여기서 떠나면 될 텐데 남아 준 아야 레알 천사.
평소의 악당 같은 말투 뒤에 숨겨진 따스한 인정미에 눈물이 나오는구먼!
「……그, 그래요. 그 말대로에요! 저, 정말이지, 엄청 귀찮았다고요!」
아야는 몇 번이나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는데, 그러면 목 아프지 않아?
「그렇군. 미안하다」
「뭐, 어쨌든─상관없긴 하지만요! 아무쪼록 고마워하시라고요!」
「그래, 빚을 졌다. 머지않아 갚으마」
「……빚. 빚이, 군요. 그렇네요……」
아야는 왠지 딱딱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에, 왜? 빚 하나로는 부족해? 두 개 쯤 있는 편이 좋았으려나.
일단 이번 일에 대한 감사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양손이 자유로워진 나는 그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크윽……이, 이게 대체 무슨 꼴이야.
그냥 일어설 뿐인데 비정상적일 정도로 어려워.
힘들다, 는 건 아니지만, 움직일 곳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불편이 온몸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건 익숙해질 때까지 제대로 걷는 것도 어렵겠는걸.
간신히 일어선 나는 불안불안한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마치 갓 태어난 톰슨가젤 같이 불안정한 모습이나. 아니, 톰슨가젤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몇 발짝 앞으로 걸은 뒤, 균형이 무너진다.
평평한 땅바닥 위에서 발이 걸린다는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른 내 몸은, 채 넘어지지 않고 허공에서 붙들렸다.
당황하며 나를 잡아준 것은, 아야였다.
「무, 뭐하는 거예요!?」
「제대로 걸어지질 않는군」
「당연하잖아요! 당신, 자기가 어떻게 싸웠는지 기억나지 않나요!?」
「체력은 회복됐다만」
「온몸에 피를 내뿜으면서 설쳐댔잖아요! 그것도 1호흡도 안 쉬고, 오랫동안! 그 둘이 오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죽을 수도 있었다고요!」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
「걱정따윈 하지 않았어요!」
그, 그렇구나……착각해서 미안.
왠지 이상하게 화를 내는 아야의 모습에 난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대체 어떻게 된 거냐니깐요?
마치 엄마에게 야단맞는 것 같은 거북함이 느껴졌지만, 그런 아야의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에─그러니까, 일단 안고 있는 손을 놔주지 않을래?
나에겐, 아직 가야할 곳이 있어.
「──이부키 스이카에게 갈 셈인가요?」
내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곤, 속내를 파헤치듯 아야가 말했다.
나는 작게 끄덕이며 답했다.
「설마, 그 몸으로 스이카 씨랑 싸울 생각은 아니겠죠?」
「그건 레이무가 할 일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얌전하게 있는 편이 좋지 않나요?」
「지켜보고 싶다」
「그건 당신의 의무인가요?」
「아니, 그러고 싶을 뿐이다」
아야는 다시금 화났다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뭔가 내 의견에 반대하는 것만 같은 모습이다.
이건 역시 걱정해주는 것이 아닌가.
내 멋대로 해석했을 뿐이긴 하지만, 만약 그런 것이라 생각하니 조금 기뻐졌다.
하지만, 아픈 몸을 이고서라도 레이무에게 가고 싶었다.
나는 이런 때에도 제대로 몸을 잡아주고 있는 아야에게 한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힘을 빌려줄 수 있겠나?」
뻔뻔스러운 짓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부탁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현장에 도착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도움이 필요하다.
아야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는 것으로 답했다.
……으, 으응. 역시 개인적인 부탁만 가지고 받아주길 기대하는 건 힘드려나?
다시 생각해보니 옛날에 요괴의 산에서도 똑같이 도와달라고 했었지.
당연히 거절당했지만, 역시 이번도 사정이 같으려나.
타인의 부탁을 들어줄 의무도, 의리도 없다.
조금 망설이는 것처럼 보이는 건, 분명 아야 자신의 선량함 때문일 것이다.
내 심부름도 속으론 귀찮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고.
일단 지금은 아야에게도 메리트가 있을 법한 말을 꺼내볼까.
「분명 쓸만한 취재거리가 될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말한 순간, 아야의 표정이 단번에 험악해졌다.
왜죠…….
「──좋아요. 데려가주죠」
「고맙──」
「그리고 멋대로 죽어버려요」
내 말을 끊은 아야는 힘차게 하늘 위로 뛰어올랐다.
몸이 튕겨나갈 것 같은 급가속에 무심코 혀를 씹을 뻔 했다.
토해내듯 마지막 한마디 말을 내뱉곤, 나를 안은 채 날아올라 단 한 번도 이쪽을 보려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기분을 크게 상하게 해버린 듯하다.
왜지?
아니, 정말로 모르겠는데.
아야도 참, 까다로운 나이로구나.
◆
「오니 사천왕, 이부키 스이카. 지저에서 일생일대의 대승부를 치르러 왔다──이번 이변을 해결하고 싶다면, 이 나를 퇴치해보이거라 「하쿠레이의 무녀」!!」
이변의 종결.
백귀야행의 종착점인 마을 중심부에, 스이카의 낭랑한 선전포고가 크게 울려퍼졌다.
용신의 석상이 놓인 광장 주변에, 마치 이변의 원흉인 스이카를 포위하듯이 멈춰선 수많은 인요들이 그 말을 듣는다.
오니와 싸울 수 있는 자도, 싸울 수 없는 자도, 한결같이 숨을 삼켰다.
그런 자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스이카는 레이무와 딱 그 뒤에 선 선대무녀를 바라봤다.
선대를 부축하고 있던 아야가 선대와 함께 오니의 시선을 받아 안색이 창백해진다.
스이카의 말에, 잠시 동안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레이무는 말없이 노려보는 것으로 답하고, 선대는 예상외라는 듯 작게나마 눈이 커졌다.
그때, 처음으로 움직이는 자가 있었다.
「──너, 바보야?」
레밀리아 스칼렛.
「그건, 바보같이 솔직하단 뜻이냐?」
「경박하고 어리석다는 뜻이야」
「네놈……」
비웃음을 짓는 레밀리아를 스이카가 얄밉다는 듯 노려봤다.
「조금이라도 생각해보면 알 텐데──너, 이제 와서 자기 형편대로 일이 풀릴 거라 생각해?」
「흐응. 넌 내가 하쿠레이의 무녀와 결투하는 걸 방해할 생각인 건가」
「환상향의 규칙을 무시하고 좋을대로 날뛴 주제에 결투니 뭐니 말하는 건 그만두지 그래」
「무법에는 무법으로 대응한다는 건가. 당연한 일이야」
「아니, 당연하지 않아. 그냥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야」
「과연, 알기 쉬운걸」
「네가 하쿠레이의 무녀와 결투하고 싶다면 멋대로 해. 스펠카드든, 살인이든, 마음대로 해봐. 나는 네 뒤통수를 때려줄 테니까」
그렇게 말한 레밀리아는 한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대화로 서로의 의중을 살핀다거나, 쌍방 양보의 가망 따윈 옛날 옛적에 사라졌다,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은 행동이었다.
살의를 가득 담은 레밀리아가 곧장 스이카를 향해 묵묵히 걸어간다.
단조로운 발걸음.
그러나, 이 작은 흡혈귀의 위대한 전진을 멈추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스이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직 지지 않고 밤하늘에 떠오른 만월은, 압도적인 불사의 힘을 눈앞의 흡혈귀에게 선사해주고 있다.
서로의 손이 닿는 거리에 다다르는 순간, 전투가 시작된다.
그리고 스이카에게 있어선 그 전투의 시작 자체가, 바람이 꺾이는 패배와도 같았다.
정면대결로 레밀리아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란 절대적인 자신감은 없다.
하물며, 그 싸움을 피하고 하쿠레이의 무녀와 승부를 펼칠 여유 따윈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오는 레밀리아의 모습을 스이카가 걱정스럽다는 듯 바라봤다.
「곤란한걸」
그러나, 그렇게 말한 스이카의 얼굴엔 한가득 미소가 번져 있었다.
「너랑 싸우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단 생각이 들어」
「그래. 널 즐겁게 해주는 것도 마음에 안 들어」
「괜찮아. 「대수로운 승부」는 시켜 주지 않을 테니까」
제3자의 목소리가 스이카의 뒤에서 들려왔다.
스이카가 어깨너머로 고개를 돌리고, 레밀리아가 작게 시선을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본다.
「호오, 이거야 곤란한 게 하나 더 늘었는걸」
스이카는 웃으며 뺨을 긁었다.
카자미 유카.
어느새 마을에 내려선 그녀가, 외팔이가 된 몸을 이끌고 스이카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당대 무녀한테 흥미는 없지만, 선대 쪽엔 선약이 있어. 너 따위한테 새치기 당하는 건 참을 수 없거든. 멸망해가는 녀석은, 얌전히 여기서 멸망해」
유카는, 스이카에게서 시선을 돌려 처음 만나는 레밀리아를 마주봤다.
「저리 비키렴, 꼬마야. 이 녀석을 쳐죽이는 건 나야」
「너야말로 비켜, 할망구. 부상자 주제에 무리하지 말지 그래」
「알겠어, 2대 1이라 그거네」
「내가 너희 둘을 한꺼번에 죽이면 돼」
「정정하지. 이건 꽤 즐거워질 것 같은걸」
유카와 레밀리아, 그리고 스이카가 서로 동질의 미소를 짓는다.
주변에 모여든 방관자들 중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두려움에 떨 정도의 미소.
그야말로 요괴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였다.
처참한 삼파전이 지금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유카와 레밀리아의 다리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한 걸음 나아갈때마다, 몸에 휘감긴 중압감이 늘어가듯이, 발에 밟힌 땅이 쩍쩍 갈라졌다.
스이카를 중심으로, 서로의 거리가 점점 좁혀져간다.
세 마리의 괴물의 거리가 맞닿는다.
서로가 휘감은 전기라도 튀어오를 듯 달아오른 공기가 그녀들 사이에 낑겨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만 같은 환상을 선보였다.
그 불꽃이 신호가 됐다.
동시에, 움직인다.
레밀리아가 오른팔을.
유카가 남아있는 한쪽 팔을.
전력으로 휘두른다.
사이에 낀 스이카를 꿰뚫고, 그 앞에 있는 상대까지 함께 때려 날릴 기세였다.
두 요괴의 권압에 끼인 스이카의 미소가, 이가 드러날 만큼 짙어진다.
예리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신음과도 같은 소리가, 세 명 중 누군가, 혹은 세 명 모두에게서 새어나왔다.
주먹이 육체에 틀어박히는 소리는 아니었다.
유카와 레밀리아의 주먹이, 눈앞에 펼쳐진 결계에 의해 막혀 있었던 것이다.
「여긴 마을이야」
결계를 펼친 장본인, 레이무가 입을 열었다.
「요괴가 죽고 죽일 장소가 아니라」
단순한 주먹질이라곤 하나, 강대한 요괴의 전력이 담긴 공격을 막아낼 정도의 결계.
이 정도의 술식을 펼친 레이무의 실력을, 그 셋은 물론이오, 주변의 인요 모두가 이해할 수 있었다.
레이무와 한 번 싸워본 경험이 있는 레밀리아를 제외한 유카와 스이카가 인간을 향한 최대한의 경계를 갖춘다.
그 날카로운 시선과 그 속에 담긴 압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레이무는 태연함을 잃지 않았다.
「요괴가 요괴한테 잡혀봤자, 그건 이변이 해결된 게 아니야. 인간이 요괴를 퇴치해야만 비로소 끝나는 거지」
「그건, 네 지론?」
유카가 어리석단 뜻을 내비치며 신랄하게 물었다.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말하는, 환상향의 이치지」
레이무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런 건 알 바 아니다──라고 한다면?」
「너를 퇴치할 거야」
유카의 살기 섞인 시선을 묵묵히 맞받아치고,
「그리고 너도 퇴치해서, 이 이변을 해결하면 돼」
스이카에게 시선을 옮기며 고했다.
스이카는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 다음 시선을 받은 레밀리아는 어깨를 움츠리며 기운 빠진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이미 한 번 퇴치 당했어. 두 번은 사양이야」
「그럼 얼른 비켜」
「예예. 여긴 너한테 맡길게. 레이무」
레밀리아는 털털하게 물러났다.
그녀에게선 이미 전의가 빠진 지 오래였다.
혼자 남겨진 이변의 주모자, 스이카는 만족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한편 유카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레이무를 노려봤다.
자신의 위협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유카는 레이무에게서 시선을 돌려, 선대를 바라봤다.
「넌, 어쩔 건데?」
갑작스레 말을 건네받은 선대가, 유카를 마주봤다.
「할 셈이야?」
──스이카의 도전을 받아들일 거야?
그렇게 묻는 것이다.
결국 스이카의 생각대로 되어가는 건 물론 유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레이무가 만만치 않다는 것쯤은 알 수 있지만,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전력을 다해 방해하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선대의 대답에 따라선──.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유카는 작게 혀를 찼다.
증오해야 할 상대인 선대의 대답을 예상하고, 타협해버리는 자신에게 초조해진 것이다.
「……그래」
그리고, 선대는 역시 예상했던 대답을 돌려줬다.
「선대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나는 이변을 해결한다」
「아, 그래. 그럼 마음대로 하던가」
크게 한숨을 토함과 동시에, 유카의 몸에 들어찼던 의욕이 빠져나갔다.
포기했다고 봐도 좋았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선대의 싸움을 말릴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나랑 싸우는 건 철저하게 피하는 주제에, 왜 다른 녀석들이랑은 싸우는 건데.
선대의 취향 때문이 아니란 것을 알고는 있지만, 유카는 속으로 투덜대지 않을 수 없었다.
「지면 죽일 거야」
유카는 그렇게 말한 뒤, 스이카에게서 떨어졌다.
◇
약간이나마 예상하고 있긴 했지만──어느새 너덜너덜한 상태로 이부키 스이카와 맞짱을 뜨게 된 건에 대해.
이거, 데자뷰?
지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지 않았나?
아니 그것보다─그렇네, 그거구나. 오니(鬼)는, 내게 있어 말 그대로의 귀문(鬼門)이군요.
「사부!」
「사부, 정말로 싸울 거야?」
오오! 둘 다 무사했구나!
내가 유카의 물음에 답하고 스이카와의 싸움이 정해졌을 때, 끼어들 타이밍을 재고 있던 듯, 치르노와 모코우가 다가왔다.
이야, 이번 이변은 규모가 커서 피해도 엄청났으니, 무지 걱정했어.
안 그래도 지인들의 안부가 걱정됐는데, 이걸로 조금은 덜을 수 있겠다.
보아하니, 두 명 말고도 테위와 케이네, 그리고 어째선지 메이링과 첸이 함께 있었다.
……이쪽 넷은 그렇다 쳐도, 거기에 메이링이 있다니 별일일세. 첸에 이르러선 나도 현역 시절 때 안면을 튼 것이 다다.
뭐, 우호관계가 널리 퍼졌다는 점만 보면 좋은 일이려나.
다시금 주위를 둘러보니, 그녀들 말고도 유카리나 모미지 등, 낯익은 얼굴들이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었다.
사토리가 보이지 않는 게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딱히 여기 없어도 문제될 건 없으려나.
오히려 여긴 지금부터 전투가 시작될 테니, 안전한 곳이라고 볼 순 없다.
그 사토리니만큼 귀찮은 일에 말려 들어가기 전에 알아서 지저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분명 하쿠레이 신사에 있었을 마리사가 레밀리아 일행과 함께 있지 않은 것 또한 약간 신경 쓰였다.
하지만 마리사는 다른 오니를 퇴치하러 나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앨리스도 없는 걸 보아하니, 의외로 둘이 함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은 나 자신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우선이다.
그럼──드디어, 이 이변의 최종보스와 싸울 때인가.
「사부. 몸은 좀 어떠세요?」
메이링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와 함께 오니와 싸웠던 그녀는, 그 뒤 내 상태가 어땠는지 잘 알고 있다.
만약, 그때와 다를 바가 없는 상태라면, 스이카를 상대론 만의 하나라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나라도 그런 무모한 행동은 용납하지 않을 생각일 테고, 나도 그럴 생각은 없다.
메이링은 흔들림 없는 올곧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괜찮다. 체력은 회복됐다」
자세한 경위를 생략한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사실만을 대답했다.
아직도 아야한테 부축 받는 중이라 그다지 설득력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레이무에게 맡길 수는 없는 겁니까?」
「레이무의 실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다」
이번엔 케이네의 질문에 대답한다.
「그게 스이카의 바람이기 때문이지」
「저 흡혈귀 아가씨 말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이쪽이 따라줄 이유는 없어. 무시하면 되잖아」
「그래! 이 몸이 대신 박살내줄 테니까!」
「치르노, 부탁이니까 조용히 있어봐!」
테위의 말에 나는 지당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치르노 정말, 레알 천사.
지저에서 싸웠을 때도 그렇지만, 그 배려만으로도 힘이 솟아나는 느낌이다.
……그렇다 쳐도, 첸이랑 언제 그렇게 사이가 좋아진 거니.
바늘과 실 같은 사일세.
「아직 내겐 하쿠레이의 무녀로서의 책무가 있다」
「하지만, 당신은 벌써 은퇴한 몸이잖아」
「그뿐만이 아니다. 스이카가 이변을 일으키면서까지 이루고 싶어한 바람에, 되도록 응해주고 싶다」
「상대는 첫 대면에, 이변을 일으킨 원흉인데다가, 무서운 오니인데도?」
테위는, 어디까지도 이성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확실히, 그 말대로다.
나는 이번 이변에서 이부키 스이카라는 오니와 처음 만났다.
남들은 그렇게 알고 있고, 사실 내가 「게임에 대한 지식 덕분에 스이카를 알고 있다」라는 전제가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만나보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이부키 스이카라는 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눈앞의 이부키 스이카라는 오니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것쯤은, 오랫동안 이 세계에서 살아온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이 이변을 일으켰는가.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나와 레이무를 마지막 상대로 지명했는가.
모른다.
알 리가 없다.
그런 상대의 바람에 답하고 싶다니, 너무나 애매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가진 이 마음은 내가 아는 환상 속의 스이카를 향한 것이 아닐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만약, 내가 아무 예비지식 없이 이 상황에 놓였다면, 일부러 스이카와 싸우는 것을 피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 환상향에서 살아가는 인간과 요괴를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분명, 환상향의 누구도 지금 내 마음을 모를 것이다.
사토리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 세계에 전생하여, 사고가 가능했을 때부터 있던 전생의 지식과, 그로부터 얻어진 선입관.
그렇기에 처음 만나는 사람이나 요괴에게 매력이나 호의를 느껴왔다.
실제로 교제하며 그런 감각은 점차 변질되어 깊어질 때는 있어도, 사라지는 일만은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와서 「만약, 그 선입관이 없었다면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 이렇게나 우호적이게 나설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해봤자 별달리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그리고 지금부터 만날 사람들에게, 나는 게임 속에서 봤던 모습을 투영하며 사귀어나갈 것이다.
기억을 지우지 않는 이상 이 현상을 바꿀 방법은 없다.
그럴 필요까진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더 이상 따졌다간 더욱 까다로워질 뿐이다.
그렇기에, 난 항상 단순한 결론만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녀 또한 환상향에서 살아가고 있다」
스이카와 레이무가 기다리고 있다.
나를 부축해주던 아야의 손에서 벗어나, 내 다리로 직접 발을 옮긴다.
「그렇다면, 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마. 이 환상향이 그랬듯이──」
유카리가 말한 환상향의 전부나 다름 없는 말을 흉내 내어 뒤에 늘어선 모두에게 말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다니 폼을 잡긴 했지만, 어색한걸.
덕분에 생애 두 번째로 오니와 싸워야한다는 거잖아.
유카리의 말대로──이건 정말이지 잔혹한 일이다, 나 참.
……아, 덤으로 나도 인간이라, 미워하거나 미움 받아도 괜찮다는 건 아니니까 말이지.
그러니까 유카와의 살인은 전력으로 피한다. 신념을 가지고 피한다.
좀 더 헤벌레 수치가 높아지면 생각해보지 못할 것도 없지만!
◆
「그렇다면, 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마. 이 환상향이 그랬듯이──」
그렇게 말하며, 선대의 몸이 손에서 떨어졌다.
점점 멀어져가는 선대의 등을, 아야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고백이,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그 말이 그녀의 진심이라는 것이 마음에 전해져왔다.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의심조차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한마디가 아야에게 크나큰 충격으로 와 닿았다.
선대의 말은 위대했다.
아니,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감싸 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환상향에서 살아가는, 인간, 요괴, 강자, 약자, 우호적인 자, 적대적인 자. 수없이 많은 그 모든 존재를 전부 받아들이겠다는 말인 것이다.
무엇이 그녀의 품을 그렇게나 크게 만들었을까, 아야는 알 수 없었다.
무엇이 그녀의 그릇을 이렇게나 길렀을까, 그 또한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그녀에게 정중한 척 무례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것은 알고 있다.
아부 같은 호의적인 모습을 보인 적은 없으니까.
그것만큼은 기묘할 정도로 자신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어째선지 자신에게 가까이 접해왔으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아야는 항상 짜증과도 같은 초조한 마음을 없앨 수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충격을 이겨내고 제정신을 차린 아야는, 자신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
스이카에게 가려는 선대의 등을 향해, 그녀를 말리려고 손을──.
「그만둬」
그 손을, 옆에서 뻗어온 손이 잡아챘다.
어느새 옆에 다가와 있던, 야쿠모 유카리였다.
「마음에 안 들어도, 그럼 안 돼」
아야는 자신을 말린 유카리를 보는 눈이 무심코 날카로워진 것을 깨달았다.
「선대를 말리겠다니, 이제 와서 부모 흉내라도 낼 셈이야?」
「하아~? 무슨 말씀──」
「지각하지 못하나보네. 그 어중간한 천성, 항상 마음에 안 들었어. 선대는 무의식적으로 네 존재를 여태껏 느껴왔는데」
「……놔주실 수 있나요」
아야는 당초, 유카리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기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그러나 확실치가 않았다.
확실치는 않았지만, 유카리를 향한 짜증만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아야는 잡힌 팔에 힘을 주었으나, 유카리는 그 손을 놓지 않았다.
「왜 그러는데요!?」
「아이는 머지않아,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거야」
유카리는 싸늘하게 고했다.
눈을 치켜뜨고, 다시금 유카리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 한마디를 계기로, 아야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기억에 남은 감각의 정체 또한 알 수 있었다.
유카리의 말은, 하타테가 평소 자신에게 누누이 말하는 것과 같은 뜻을 담고 있었다.
그녀는, 하타테의 말에 담긴 것의 몇 배나 되는 악의를 담아 아야를 질타했다.
그 악의를 겉으로 드러내는 대신, 자신이 품은 감정을 철저하게 배제한 얼음덩어리 같은 눈동자가, 아야를 꿰뚫을 기세로 응시한다.
「……그때」
아야의 머릿속에서, 수 십 년 전의 광경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갑작스레 찾아온 이별의 광경을.
「 「그 아이」를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맞으러 왔던 그때──당신은,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거군요」
유카리는 「뭐가?」라는 되물음조차 없이, 긍정도, 부정도,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싸늘한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아야는 그걸로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이 녀석은, 알고 있던 것이다.
그때, 모든 걸 알면서, 내 눈앞에서 「그 아이」를 데려갔던 거야──!
「너──」
아야의 눈과 목소리에, 무심코 살기가 배어나왔다.
만약 유카리와 자신, 단 둘뿐이었다면, 정말 그대로 죽이려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야의 속에서 뿜어져 나오던 살의는, 주변의 소리가 들려온 순간 사라졌다.
당황하며, 시선을 돌린다.
레이무의 옆에 간신히 도착하여, 스이카와 마주선 선대의 모습이 보였다.
손을 뻗어 잡으려던 선대의 등은, 이젠 닿지 않는 곳에 도달한 지 오래였다.
──아아, 어떻게.
선대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그녀가 수많은 사건을 해결해온 것을 신문 기사로 써왔다.
그 사건에 대해서 낱낱이 알고 있는 것이 바로 그녀다.
하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면 딱 하나, 알아내지 못한 것이 있었다.
자신은,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요괴를 퇴치하고, 사람을 구하는 것인지──그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작던 애가, 어찌 이리 위대한 인물이 되었을까.
──어느새, 저런 큰 등을 가지게 된 걸까.
일찍이, 요괴의 산에서 찾아낸 기묘한 아이는, 지금 전설 속의 오니와 맞설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말로만 전해 들었던 유우기 때와는 다르다.
눈앞에 펼쳐진 그 뒷모습을 눈에 새긴 아야는, 말을 잃고 말았다.
「난 네가 싫어, 하지만 이거 하난 감사할게. 샤메이마루 아야」
힘이 빠진 아야의 손을 놓은 유카리가 중얼거렸다.
「시작이 어땠는지, 거기에 애정이 있었는지는 몰라. 하지만, 넌 분명 그녀를 길러줬어」
김이 빠진 듯 그저 멈춰선 아야와 어깨를 나란히 한 유카리가, 이번 이변의 마지막 싸움을 지켜본다.
「그리고, 그녀 또한 부모가 되어, 레이무를 길렀어. 무녀로서의 역할은 끝났고, 부모로서의 역할도 앞으로 조금밖에 남지 않았지──」
「──」
「오늘 밤, 거기에 또 하나의 단락이 맺어질 거야. 끝까지 지켜봐」
유카리의 말에 답하지 않고, 아야는 그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지켜볼 뿐이었다.
◆
마을에서 소란을 벌인 나쁜 오니가, 두 무녀와 마주서 있다.
동화의 한 장면에서나 나올 법한 광경이다.
레이무는 자연스레 옆으로 나란히 선, 어머니를──지금은 자신의 선배인 선대 하쿠레이의 무녀에게 시선을 보냈다.
「선대」
「그래, 조심해라. 스이카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
레이무는 감으로. 그리고 선대는 보다 정확한 기척을 잡아내는 능력으로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스이카의 변화를 눈치챘다.
스이카가 몇 체의 분신을 만들어 환상향 여기저기에서 행동하고 있던 것은 알고 있다.
그런 분신 중 몇몇 개체는 싸움이 끝나고 그 자리에서 떠나거나, 상처를 입고, 혹은 흔적 하나 남지 않을 정도로 말살 당했다.
지금 스이카는 그런 분신의 본체임과 동시에, 말 그대로 자신의 몸을 여럿으로 나누어 약해진 상태였던 것이다.
그렇게 환상향 곳곳으로 퍼져있던 힘이 지금,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
「말했잖아, 이미 「모이고 있다」고 」
대담하게 내뱉은 스이카의 말에 응하듯, 더욱 커다란 힘의 파도가 밀려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돌풍으로 변하여, 굉음과 함께 스이카의 주변을 소용돌이치며 한 곳에 모여든다.
주변의 방관자들 중 몇 명이 비명을 내질렀다.
전부 마을의 거주민들이었다.
오니가 풀어놓은 본디 가진 힘──그것은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한 박력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무와 선대는 성나 날뛰는 오니의 힘 앞에서도, 눈썹 하나 까딱이지 않았다.
모여든 힘이 스이카의 육체에 흡수되어 가는 모습을, 그 어떤 반응도 없이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힘의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각각의 분신체에 나뉘어져 있던 힘이, 스이카 한 명의 몸으로 돌아온 것이다.
날뛰던 광풍이 그친 뒤 남겨진 스이카의 모습을 바라본 레이무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너, 대체 꼴이 그게 뭐야?」
의아한 시선으로 스이카의 모습을 살핀다.
힘을 되찾은 스이카의 겉모습이 변해 있었다.
아까와 비교해보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오니로서의 힘이 넘쳐흐르고 있는 것은 감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스이카의 모습은 몸 여기저기 상처를 입고 더럽혀져 있던 것이다.
스이카는 코피를 흘리며 멍투성이가 된 얼굴로 생긋 미소 지었다.
「이 코피는, 저기 저 텐구한테 당했을 때 맞은 거다. 이야, 훌륭한 발차기였어」
스이카는 하타테를 가리키며 말했다.
「얼굴의 멍은 저 흡혈귀한테 맞아서 생긴 거고. 언젠가 뒷일을 계속하고 싶을 정도야」
이번엔 플랑도르를 가리키며 말한다.
「손발의 베인 상처는 거기 그 메이드. 나 참, 인간 주제에 꽤 한단 말이지. 그쪽에 있는 마법사한텐 온몸이 불태워졌고, 게다가 꽃밭에 있던 그쪽 요괴랑 싸웠던 분신은 숯덩이가 돼서 꽤나 아퍼. 그리고──」
사쿠야, 파츄리, 유카──각각의 인물을 가리키며, 스이카가 즐겁다는 듯 설명해나간다.
그 말을 듣고 전원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나눠졌던 힘을 되찾았지만, 그와 동시에 분신이 입은 대미지 또한 하나의 육체에 뭉퉁그리 입어버린 것이다.
그것이 일부러인지, 그렇지 않으면 능력의 성질이나 한계인지──그것까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스이카는 자신이 입은 상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태연자약했다.
오히려 설명하는 그녀의 목소리엔 자랑스럽다는 낌새마저 느껴졌다.
하쿠레이의 무녀 두 명을 상대로 여유를 부리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것도, 이미 말했을 텐데. 「내 분신을 흡혈귀의 얼빵한 사역마 따위랑 똑같이 보지 마」라고」
수많은 사람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와중에, 스이카는 레밀리아를 보고 말했다.
「백의 오니가 환상향을 덮쳤지, 그 녀석들에겐 각각의 목적이 있었고, 나의 분신은 그 녀석들 모두와 동행했다. 녀석들과 함께 이 땅을 덮쳐서, 이 땅의 모든 녀석들에게 싸움을 걸었단 말씀이지! 한 번 더 말해주마! 이 이부키 스이카야말로, 이 이변의 진정한 원흉이다!!」
스이카는, 하쿠레이 신사에서 입에 올린 말을, 이곳에서도 똑같이 낭랑하게 퍼트렸다.
마을의 구석까지 울려 퍼질 정도의 음성.
목소리 자체에 힘이 깃들어, 대지를 흔들고, 칠흑의 밤하늘에 천둥소리처럼 내리꽂힌다.
설령 요괴여도 압도 당할 정도의 박력이었다.
소녀나 다름없는 작은 체구에 수많은 상처를 입은 고통스러워 보이는 모습임에도, 스이카는 마치 거대한 바윗덩이가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만 같은 위용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래서, 넌 결국 뭘 하고 싶은 건데?」
아무 말도 없이 곁에 서 있는 선대를 대신하듯이, 레이무가 짧게 물었다.
「그 잘난 오니 동료도 이제 거의 다 퇴치됐어. 이변은 끝나가고 있지. 네가 마지막으로 바라는 건 하쿠레이의 무녀 두 명한테 퇴치돼서, 그걸로 잘 됐네, 잘 됐어 하고 끝내고 싶기라도 한 거야?」
「좋네, 그거. 알아먹기 쉬운 질문이야」
스이카를 포함한 수많은 오니가 각각의 결으를 갖고 일으킨 이번 이변에 대한 레이무의 반응은 너무나도 담백하게 보였다.
그러나 스이카는 오히려 그런 레이무의 태도를 즐기듯 웃었다.
「하지만, 내 대답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그렇게 중얼거린 스이카의 얼굴에서 사시사철 떠나지 않던 미소가 사라졌다.
「나도, 잘 모르겠거든」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대답을 찾아내려는 듯, 스이카는 말을 덧붙였다.
그것은, 이제껏 숨겨져 있다가 이제야 겨우 엿보인 스이카의 진심이었다.
「아마 모르기 때문에, 여기에 서 있는 거겠지」
「그렇게 애매한 걸 찾을 바에야 그냥 그만두면 되잖아」
「애매한 게 아니야. 대답은 이미 나왔거든, 단지 그 답이 두 개라서 말이지. 그 어느 쪽도 납득이 가질 않아」
「그거, 대답이라고 봐도 좋은 거려나」
「나로선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겠는걸」
「그래서야 나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그래, 그렇겠군. 나도 이해가 안가」
곤란하다는 듯 미소 짓는 스이카의 모습에 레이무는 기가 막힌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아마, 말만으론──도리만으론 아무리 설명해도 알 수 없을 거야」
설명할 말을 손으로 더듬어 찾아내려는 듯, 계속 말을 이어나가는 스이카의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스이카의 온몸에서, 마치 안개 같은 무언가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레이무. 네가 말한 건, 그 대답들 중 하나다.
나는 인간에게 퇴치 당하러 지상으로 올라왔을지도 몰라. 이제 오니의 시대는 끝났다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만 거야. 마지막으로 성대하게 축제나 벌여볼까──그렇게 생각했지」
그 안개는, 주변으로 흩어지지 않고, 스이카의 몸에서 벗어나 바로 옆에서 뭉치기 시작했다.
안개가 모여 덩어리가 되더니, 그 덩어리가 다시금 변하며 사람의 모습을 취한다.
「하지만 머리 한 구석에선 또 다른 생각이 들지 뭐야.
말도 안 되는 소리, 웃기지 마라. 긍지 높은 오니의 말로가 인간 따위에게 잊혀져, 비참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니──네놈들, 오니를 얕보지 말란 말이다, 쓰레기 놈들이! ──라고 내 안의 오치가 외치더라고」
이미, 그것은 안개가 아니었다.
모습을 갖추고, 색을 얻어서, 힘이 깃든 그것은 또 다른 이부키 스이카였다.
스이카는, 자신의 육체와 힘을 두 개로 나눈 것이다.
같은 체격에, 같은 상처를 입고, 똑같이 강대한 힘을 품은 두 명의 스이카.
원래 있던 힘을 반으로 나누었다고는 하나, 원래 갖추고 있던 그 압도적인 힘이 나란히 늘어선 그 모습에선 전혀 쇠약해지지 않은 박력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두 명의 스이카에게 차이가 있다면, 원래는 양손에 따로 붙이고 있던 장식 중, 한쪽이 삼각뿔 모양 족쇄를, 다른 한쪽이 왼손에 황색 공 모양 족쇄를 달고 있는 것 뿐이었다.
「하쿠레이의 무녀──유우기를 쓰러뜨린 위대한 인간과 그 인간의 지위를 계승한 딸에게라면, 퇴치 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 만큼, 지상의 수호자인 너희 둘을 이겨서, 찢어발기고, 먹어치워, 인간들에게 다시 한 번 오니의 공포를 떠올리게 해주고 싶단 마음도 들었지」
두 쪽으로 나뉜 스이카 중 어느 쪽이 이야기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입의 움직임이 똑같은데다, 목소리까지 동시에 들려왔다.
하지만, 적어도 그 말에 담긴 의지는 틀림없이 하나.
모두가 스이카의 말을 경청했다.
「어느 쪽이 내 진심인지, 나도 몰라. 분명 머릿속에서 생각하기만 해선 영원히 대답이 나오지 않을 거란 걸 깨달았어」
「지금은, 대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
「그래, 나오고말고. 지금까지와는 달라. 분명, 이 승부의 결과가 그 대답이 될 거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지금까지 보내온 시간은 그저 가늘고 길 뿐이었으니까. 미지근한 물만도 못한 시간이었지.
지저로 내려간 오니들은 살아 있는 게 아니었어. 시체나 마찬가지였다고. 술 마시고, 놀고, 조금씩 썩어가는 시체에 지나지 않았단 말이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너희 둘과의 싸움은 분명 힘든 승부가 되겠지. 오니의 전력을 다해, 내 모든 것을 내보여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몰라!
그건, 분명 지금까지 보내온 시간을 전부 합해도 대신하지 못할 만큼 농밀한 시간이 될 거다. 수백 년간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내놓지 못한 대답을, 단 몇 분의 시간으로 알 수 있어! 너희들과 싸울 한순간에 비하면, 지저에서 보낸 시간은 쓰레기나 마찬가지야!!」
아우성치듯이 이어진 말을 끝맺을 쯤엔, 스이카의 말은 이미 절규로 변해 있었다.
감정을 드러낸 두 명의 스이카가, 각각 레이무와 선대를 불타오르는 것만 같은 눈으로 노려봤다.
그 눈 속에 깃든 빛은 증오나 살의 같은 탁한 감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될 싸움이 어떻든, 생명을 걸어야 할 것임을 예감케 하는, 강렬한 의지가 담긴 눈동자였다.
「자, 최후의 승부다! 하쿠레이의 무녀!」
싸움의 시작을 고하는 선전포고가 울려 퍼졌다.
두 명의 스이카 중, 노란 공 모양 장식을 단 스이카가 밤하늘로 날아오른다.
그 뒤를 쫓듯이 레이무가 음양옥과 함께 날아오른다.
「이 나를 퇴치해보이거라!」
「말할 필요도 없어」
지상에 남은 붉은 삼각뿔 장식을 붙인 스이카가 선대를 향해 자세를 잡는다.
「널 쳐죽이고 딸과 함께 뼈까지 씹어 먹어주마!」
「그 말, 선전포고라고 판단! 이쪽 또한 요격태세에 나선다!」
선대 또한, 열백이 담긴 기합과 함께 주먹을 쥐어 올린다.
하늘과 땅. 두 개의 전장에서 오니와 하쿠레이의 무녀들의 마지막 결전이 시작됐다.
◆
「레이무와 선대를 상대로 힘의 반만 가지고 도전하다니, 상당히 여유롭나본걸」
상공에서 펼쳐지는 탄막놀이를 바라보며 레밀리아가 불쾌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두 무녀의 실력은 충분하다 못해 분에 넘칠 만큼 잘 알고 있다.
이 눈에, 이 몸에 새긴 힘이기에.
확실히 오니란 강력한 요괴이다.
그 수괴인 이부키 스이카 또한 특별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밀리아는 불만이었다.
「저 녀석과 동급의 오니인 호시구마 유우기는 선대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졌다고 들었는데. 지금의 저 녀석이 레이무나 선대를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드네」
「그건 어떠려나?」
레밀리아의 혼잣말에 파츄리가 답했다.
모코우와 함께 있는 메이링을 제외한 홍마관 일행이 주변에 모여 있다.
플랑도르와 소악마를 뺀 나머지 일행은 상공에서 펼쳐지는 탄막놀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오니는 단순히 힘을 둘로 나눈 게 아닌 것 같아」
파츄리의 시선은 태평하게 위를 향해 있었으나, 그런 그녀의 눈엔 레밀리아가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것이 분석되고 있는 듯했다.
의아하단 레밀리아의 시선에, 주인을 대신하여 옆에 서 있던 사쿠야가 물었다.
「무슨 말씀이시죠?」
「측정해봤는데, 단순한 요력의 양은 하늘에서 싸우고 있는 이부키 스이카 쪽이 압도적으로 많아. 그렇다기보다 대부분의 요력은 저쪽에서 가져갔나본걸.
땅에 남은 이부키 스이카 쪽엔 요력이 거의 남지 않앟고. 아마 이쪽의 이부키 스이카는 하늘을 날지 않는 게 아니라, 날지 못하는 상태일 거야」
「그러면 아래 있는 녀석이 꽤 약해졌다는 말이잖아」
레밀리아는 무심코 지상의 스이카를 바라봤다.
그녀는 파츄리만큼 힘을 분석해낼 수 있는 재주를 가지고 있진 않다.
하지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적어도 레밀리아가 강자로서의 감으로 느끼기에 지상의 스이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상당한 압박감이 피부를 짓누르고 있었다.
「저 이부키 스이카가 그렇게나 약해진 것 같아 보이진 않는데」
레밀리아가 솔직한 감상을 내놓았다.
「아마 그 감은 옳아. 내가 분석한 건 요력 뿐이니까」
「그럼, 아래에 있는 녀석한테 무슨 힘이 남아있다는 건데?」
「오니라는 종족은 완강한 육체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힘을 가진 요괴야. 그런 오니의 특성 또한 힘의 일부인 건 아닐까?」
「……즉, 선대가 상대하고 있는 녀석은, 그런 오니로서의 순수한 힘만 남은 상태란 거야?」
「맞아. 그리고 아마 탄막과 연관된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힘을 가져간 게 하늘에서 싸우는 이부키 스이카겠지」
파츄리의 고찰에 대답하듯이, 상공에서 더욱이 커다란 섬광이 일었다.
그 섬광은 마치 빛의 폭발과도 같았다.
이부키 스이카를 중심으로, 방대한 양의 탄막이 흘러넘친다.
그것은 그녀가 가진 「밀과 소를 다루는 정도의 능력」 중, 확산을 뜻하는 「소」의 힘을 그대로 탄막으로 발현한 듯 보였다.
「──과연. 각각의 분야에서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라는 거로구나」
「게다가 아무래도 선대는 이미 힘을 소모한 것 같군요」
레밀리아의 말에 사쿠야가 보충을 더했다.
탄막의 빛에 의해 드러난 온몸에 새겨진 새로운 부상의 흔적과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을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확실히, 이건 「승부」군요. 선대가 이길 거라고 확신할 순 없겠어요」
「그것도 각오하고 있는 거겠지. 선대도 저 오니의 힘을 알고 있을 테니까」
「이미 결사의 각오를 끝마쳤다 그건가──」
언니의 그런 불온한 중얼거림에 플랑도르는 어깨를 떨었다.
「아주머님……」
「이야, 손에 땀이 쥐어지네요. 이런 구경거리,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음료수라도 사올까요?」
똑같이 선대를 지켜보면서도, 플랑도르와 소악마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레밀리아는 일단 즐거워 보이는 소악마를 무시하고, 플랑도르를 바라봣다.
「플랑. 신경 쓰이는 건 이해하지만, 넌 위의 싸움을 보렴」
「그, 그래도──!」
「앞으로 네게 필요한 건 레이무 같은 힘의 사용법이야」
레밀리아는 일부러 딱딱하고, 강경한 말투로 단언했다.
그 말에, 플랑도르 또한 생각한 점이 있었던 듯, 약간 망설인 뒤, 진지한 표정으로 상공에서 펼쳐지고 있는 싸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괜찮아. 선대는 이길 거야」
레밀리아는 확신했다.
무책임한 말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것은 레밀리아의 진심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플랑도르는 한 번 크게 끄덕이고는 상공에서의 싸움에 집중했다.
「레밀리아 님, 스포일러는 하면 안 돼요」
──혹시 선대가 져서 죽어버리는 배드 엔딩일지도 모르잖아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영혼을 몰래 회수할 수 있을까요?
소악마는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뒷말은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우선, 그녀의 취향인 처참한 전개가 펼쳐질 터인 지상의 싸움을 즐기기로 했다.
◆
──이 상황은, 어디까지가 우연이고, 어디까지가 의도된 것일까?
──누군가가 뒤에서 조종한 걸까, 아니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태일 뿐인 것일까?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광경은, 적어도 유카리에게 있어선 완전히 자신의 손에서 벗어난 사건이었다.
두 전장에서, 두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밤하늘 위로 높이 떠오른 스이카와 레이무가, 그 광대한 전장을 가득 메울 정도의 탄막을 전개하고 있다.
성대한 불꽃놀이 같은 수많은 색채를 뽐내는 빛이, 지상의 구경꾼들의 시선을 앗아갔다.
마치 달이 하나 더 생겨난 것만 같은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그 빛 아래에서, 또 다른 스이카와 선대가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격렬하면서도 아름다운 하늘의 싸움이 「동」이라면, 지상은 「정」의 싸움이 펼쳐지는 중이었다.
서로의 간격에 들어갈지, 들어가지 않을지, 그런 미묘한 균형을 유지한 채, 두 인요는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그곳만 혼자 세계에서 어긋나버린 것 같았다.
오니와 하쿠레이의 무녀의 싸움을 보는 방관자들은 사람과 요괴, 그 대부분이 상공의 싸움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오니에게 붙잡혀있던 아이들까지, 무서운 악당과 맞서며 환한 빛을 뿜어내는 레이무의 모습에 눈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 어린 눈동자엔 동경심이 깃들어 있었다.
저 아이들은 지금부터 하쿠레이의 무녀를 향한 존경심을 품은 채, 어른으로 자라날 것이다.
선대의 싸움을 보는 자들은 매우 적었다.
일부 관계자들과 그녀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마을이 늙은 거주민들만이 기도하듯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유카리는 그 결과에 만족했다.
어쩌면, 스이카는 이 결과마저 예상하고 둘로 나눠져 싸운 건 아닐까 하는, 믿기지 않는 마음마저 품고 있었다.
──지금부터 시작될 새로운 시대. 환상향은 레이무와 같은 힘을 가진 자들이 중심이 될 터.
──선대의 싸움은 그저 전설로만 남아야 해, 훗날까지 계승되어선 안 돼. 그렇기에 유카리는 선대에게 그 음양옥을 건네준 것이다.
스이카가 선대와의 싸움을 바랐을 때, 그 마음을 받아들이면서, 그와 동시에 의구심을 품었다.
선대가 그 손으로 스이카를 퇴치해버린다는 결말이 났다간 곤란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마을을 무대로, 이목에 노출됐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그래서야 결국, 옛날과 같은 이치로 지배된 세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쿠레이의 무녀에게 부과되는 기대와 책임을, 선대인 그녀가 다시 짊어지게 되고 만다.
새로운 시대를 맡은 레이무가, 새로운 방법으로 이변을 해결한다──그것이 유카리의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를 위해 유카리가 꾀를 낼 필요는 없어졌다.
눈앞에서 펼쳐지고 잇는 두 싸움은, 마치 새로운 시대와 낡은 시대의 축도를 보는 듯했다.
레이무의 싸움은 지금부터 환상향에 퍼져 발전해나갈 것이며, 반대로 선대의 싸움은 점차 사라져갈 것이다.
마을의 거주민들이, 수많은 텐구와 다른 요괴들이, 상공에서 전개되는 최고 수준의 탄막놀이를 눈에 새겨넣고 있다.
레이무와 스이카의 싸움을 지켜본 사람들은, 한때 일어난 홍무이변에서 충분히 침투되지 못했던 스펠카드 룰을 이번에야말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싸움은, 환상향의 운명이 이끌어낸 결과란 걸까.
유카리는 그런 자신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 밤 일어난 대이변.
그 이변이 이렇게 종착될 줄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스이카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행동했을 것이라 생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다.
오니는 위대한 종족이다.
아니면 그녀의 본능이 이 틈새요괴의 기대를 상쾌하게 초월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누군가가 모략을 꾸민 결과일지도.
사토리일까.
그렇지 않으면, 선대인가──.
어찌 된 일일까.
이미 이 사태는 자신이 추측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다.
아니, 내 스스로 그런 생각 자체가 어리석단 느낌조차 들었다.
어쨌든, 이것이 마지막 싸움이다.
이번 이변 해결을 위한.
그리고──.
──환상향은 바뀌었다. 하나의 시대가 끝나고, 우리들의 전쟁은 끝났다.
──세상에는 이야기로 전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전해선 안 되는 것이 있다.
──잃어선 안 되는 생명이 있다.
「선대. 당신의 싸움은, 일찍이 당신 자신이 말한 대로 끝을 맺을 거야」
모두의 눈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빛으로 가득 찬 환상의 싸움. 그 그림자에서 말없이 행해지는 선대무녀의 싸움을, 유카리는 끝까지 지켜보리라 결의했다.
◇
모든 것은 내 시나리오 대로. 남은 건 이변의 막을 여는 것뿐이다…….
──가 아니야!!
「시나리오 대로」라니 쌩구라야, 쌩구라.
애당초 시나리오 따윈 한 줄도 안 써놓은 주제에.
이 사태에 이르기까지, 난 정말로 되는대로 해왔을 뿐입니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그나저나, 무심코 이런 드립까지 칠 정도로, 지금 상황은 내게 좋은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물론 오니와 사투를 펼치기 직전의 상황이 좋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의 내게 있어서 「스이카한테 어떻게 이길까」하는 것 말곤 고민할 것이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나는 큰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아무리 연합전선이라지만 또다시 레이무의 일을 빼앗아서 이변 해결에 개입해버리면 어쩌냐는 점이었다.
스이카의 리퀘스트에 무심코 따르고 말았지만, 싸우러 나온 순간 실수임을 깨달았다.
선대무녀인 내가, 레이무의 공적을 빼앗으면 어쩌냔 말이다.
애당초 뭐하러 남의 눈을 피해서 오니들과 사투를 펼친 건지 완전히 까먹고 말았다.
이래서야 모처럼 유카리가 해준 배려가 헛수고가 되어버릴 것이다.
게다가 사전에 아야한테서도 레이무에 대해 충고를 들었으면서 이런 꼴이라니.
──혹시 나, 레이무한테 방해되는 일만 하고 있는 건가?
그런 불안감이 뇌리를 스쳐지나간 순간.
스이카가 둘로 나뉘어져 자연스레 하늘로 날아간 쪽과 레이무가, 지상에 남은 쪽과 내가 싸우게 됐다.
하늘 위에서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규모의 탄막놀이가 시작된 순간, 주변에 모여든 관중들의 주의 대부분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때, 나는 내 자신의 행운을 자각한 것이다.
됐다! 이제 이쪽의 수수한 싸움은 아무도 보지 않게 됐어!
밝은 탄막을 쏟아내는 것도 아니고, 종횡무진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도 아니다.
아직 전투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아마 끈질긴 육탄전이 메인이 될 것이다. 항상 그랬으니까.
그런 내 싸움은 레이무의 탄막놀이에 가려져 주목 받을 리가 없다.
내게 있어선 이상적인 전개였다.
이제 레이무의 화려한 싸움이 끝나기 전에 조용히 결판을 내기만 하면 된다.
시간이 남는다면 레이무가 훌륭히 싸우는 모습을 다함께 관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 속에 뭉쳐 있던 염려가 해소된 순간이었다.
뭐, 아무리 상대가 스이카라도 우리 레이무가 이기는 건 이미 확정된 거잖아?
난 내 자신의 싸움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야, 아무리 될 대로 되란 느낌이긴 하지만 이렇게 일이 잘 풀릴 줄이야.
유카리가 몰래 암약한 덕분일지도 모른다.
그 유카리이니 만큼 유유코랑 「이것도 시나리오 대로야?」 「문제없어」라고 냉소를 짓고 있을지도.
진짜 쩌네요! 요괴의 현자!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눈앞에 있는 스이카에 대한 것뿐이었다.
스이카가 두 명으로 나뉘어졌을 때엔 『좋아, 파워가 반감됐다! 이럼 승산 있을지도!?』라며 속으로 승리의 포즈를 취했지만──뭣이, 전혀 약해지지 않았잖아?
느껴지는 위압감이 거의 전혀 약해지지 않았습니다만.
오니의 압도적인 힘이 여전히 강대한 「기」를 통해 팍팍 느껴져왔다.
아니, 이상하잖아.
천진반 씨의 「사신권」도 전투력이 4분의1이 된다는 사양이라고. 기술의 법칙이란 걸 지키란 말이야!
아니, 그것보다──……나, 이길 수 있을까?
갑자기 불안감에 잠긴 나.
컨디션도 아직도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는데, 이거 꽤 위험할지도 몰라.
뭐 주변의 시선이 레이무 쪽으로 몰려 있는 이 상황 덕을 톡톡히 보고 있지만.
──보는 눈이 없으니, 정말로 만약의 사태가 온다면 도망치든가 항복한다는 선택지도 있으니까 말이지!
……아니, 정말로. 진짜 위험해지면 어쩔지 모른단 의미야.
스이카의 바람을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면 깔끔하게 목숨을 버려줄 생각까진 없다.
나라도 목숨은 아깝다.
것보다, 유우기 때도 그랬지만 필사적으로 싸우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니까 말이지.
지저 때처럼 패배=죽음이 아닌 이상 항복 또한 계획에 들어가 있었다.
아, 그래도 유카가 지면 죽인다고 하기도 했고, 치르노랑 다른 애들도 보고 있을 테니 되도록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다.
승자로서의, 사부로서의 책임이 있는 법이다.
결국, 이길 수 있다고는 확신할 순 없지만 어떻게든 이겨야만 한다.
처음 오니들이랑 싸웠을 때 나온 각성 이벤트 같은 게 또 일어나진 않으려나.
왠지 이렇게……하고. 「자, 네게 힘의 진정한 사용법을 가르쳐주마」같은 목소리가 들린 다음 불가사의한 힘이 발휘되는 전개를 바랍니다만.
안 될까?
안 되겠지…….
에잇, 젠장!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잡생각 할 시간이 있을까보냐!
이쪽은 언제든 되는대로 알아서 하는 게 대처법이란 말이지!
어쨌든 스이카한테 이기면 만사OK란 거잖아!
덤벼라, 스이카.
이 몸은 이미──각오 완료!
역자후기
메리 크리스마스 문넷러! 문넷러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왔어요! 사실 이브엔 겸혀견실을 하려 했는데 오후 3시에 잤다가 일어나니 오늘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