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45「모리야」
사토리가 사나에의 손에 끌려 방문하게 된 그녀의 집은, 아무런 특징도 개성도 없는 단독주택이었다.
현대 건축에는 문외한에 가까운 사토리였으나, 지금까지 봐 온 집들과 그다지 다르단 인상을 받진 못했다. 그게 살짝 의외였던 것이다.
사토리가 알고 있는 『코치야 사나에』의 정보는, 전부 선대의 기억 속에 있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두고 있다.
머지않아 두 주의 신과 함께 환상향을 찾아오는 그녀는, 강자들이 판을 치는 그 땅에서도 특히나 뛰어난 존재라 인정받을 정도의 힘을 갖게 된다.
특별한 인간──아니, 신이자 사람이기도 한 『현인신』이기에.
선대의 시점으로 표현하자면 「스토리의 주인공」역할을 맡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토리가 보기에 사나에는 약간 특이한 점이 눈에 띄긴 해도 바깥 세계에 적응하여 생활해나가는 현대인으로 보일 뿐이었다.
선인의 몸으로 사회에 적응하던 청아와는 또 다른 생활상이다.
청아는 어디까지나 환상의 존재. 현실과 자기 자신을 나누는 일은 있어도, 결코 서로를 짜 맞추려 하지 않는다.
그녀가 이 세계에서 생을 마감할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굳이 신들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녀는 머지않아 이 세계를 떠날 테고, 그 기회가 올 때까지 인간으로서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그런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소녀는──.
「어머어머, 어서오렴」
집에 돌아온 사나에를 맞이한 그녀의 어머니가 사토리를 보곤 방긋 웃었다.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인 사토리의 모습에 그녀의 어머니는 호감을 느낀 듯했다.
현관에서 얼굴을 마주한 그녀와 사토리의 거리는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정도이긴 했지만, 마음을 읽어볼 것도 없이 이 여성이 평범한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연령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전반, 외모도 그에 맞게 나이 먹어 보였다. 머리카락은 더 볼 것도 없는 검은색. 일본인이니 당연한 일이다.
앞치마를 걸친 그 모습은, 어디서나 볼법한 가정적인 전업주부의 전형이었다.
특별한 힘이나 분위기는 역시 느껴지지 않았고, 첫인상만 따지자면 모레야 신의 혈통을 이은 인간이란 생각도 들지 않는다.
눈앞에서 오가는 모녀의 대화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사토리는 정말로 이 두 사람이 혈연이란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헤에, 사토리라고 하는구나」
우선 사나에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초등학생 또래로밖에 보이지 않는 사토리를 간단히 소개했다.
그에 따른 당연한 의문을 사토리는 이미 읽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시간에 집에 데려온 거니?」
그녀는 사토리의 방문을 귀찮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걱정하는 마음이 전부임을 알 수 있었다.
평일 날 고등학교가 끝나고 학생들이 귀가하는 시간.
이미 저녁노을이 지고 있다.
아이가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로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집까지 돌아갈 시간을 생각하면 다른 집에 찾아갈 시간으로선 충분히 늦은 시간이다.
그 부자연스러움을 그제야 깨달은 사나에.
「아, 그게……그러니까」
「사나에 씨와는 자원봉사를 하며 친구가 됐습니다」
말문이 막힌 사나에를 돕기 위해 사토리가 끼어들었다.
눈앞의 여성이 자신에게 가진 『귀염성 있는 아이』라는 이미지에 알맞도록, 힘내서 웃음을 지었다.
「어머, 그랬니?」
「오늘은 돌아가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이야기하는 게 즐거워서 무심코 집까지 찾아오고 말았네요. 다음에 놀러올 때 집까지 오는 길을 알려주신다고 해서요」
「아아, 그렇게 된 거로구나」
「네. 더 늦기 전에 돌아갈 생각입니다. 폐를 끼쳐서 죄송해요」
「폐를 끼치다니, 그렇지 않단다. 야무진 아이로구나, 이럼 안심할 수 있겠어」
어안이 벙벙해진 사나에를 무시하고, 사토리는 마음을 읽으며 더할나위 없는 정확한 대답으로 상대의 의심과 불안을 해소하고, 믿음을 따냈다.
어머니는 아무리 봐도 초등학생인 소녀와 고등학생인 딸과의 관계를 납득한 듯, 1시간 정도라면 해가 지기 전에 돌려보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경우에 따라선, 소녀의 부모에게 연락을 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 생각을 읽어낸 사토리는, 뭐 그 정도면 충분하겠죠, 라며 타협했다.
사나에와의 대화는 한 시간 정도면 끝날 테고, 만약 부모님에게 연락하겠다고 하면 미리 배워놓은 청아의 휴대폰 번호로 연락하면 될 것이다. 그녀라면 적당히 말을 맞추어주겠지.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사토리는 집안으로 들어서게 됐다.
「사, 사토리 씨는 굉장하네요」
사나에는 당황스러움이 가시지 않는다는 듯 말을 떨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 당신의 어머니께 가보세요. 다과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으니」
2층에 있는 사나에의 방 앞에 도착했을 쯔음, 사토리가 말했다.
「방까지 가져올 생각인 것 같군요. 지금부터 할 이야긴 평범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내용이니까요」
「어! 아아……, 역시나. 알겠어요, 제가 가져올게요!」
사토리의 말뜻을 이해한 사나에가 당황하며 계단을 내려간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사토리는 이윽고 눈앞의 방문을 열고 사나에의 방으로 들어섰다.
어린애니까 『동물 비스킷』 같은 과자를 준비하겠다는 어머니와의 몇 분에 걸친 격투 끝에, 고급스런 일본식 다과와 맛이 진하고 떨떠름한 차를 쟁반에 담은 사나에가 방에 들어 왔을 때, 사토리는 마침 선반 위에 장식되어 있던 것을 손에 들고 있었다.
「아, 그건……!」
「미안해요, 만지면 안 되는 물건인가요?」
「아니요. 그렇지는……않지만」
방 가운데에 자리잡은 작은 탁자에 쟁반을 올려놓으며, 사나에가 우물거리는 발음으로 말했다.
사토리를 초대한 것에 대해 흥분하여 자신의 방에 대한 걸 완전히 잊고 있었다.
딱히 어질러져 있던 것은 아니다. 평소에도 정리정돈을 생활화했던 것은 정답이었다고, 절실히 느꼈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이 이 년경의 여고생들에게선 볼 수 없는 약간 특이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로봇, 이라고 하던가요. 이런 걸」
사토리는 조심스런 손놀림으로 선반에 로봇 장난감을 올려두었다.
그런 것이 몇 개고 늘어서 있는 선반.
여자아이다운 장식이 잔뜩 가미된 방안에서 그것은 꽤나 붕 뜬 장식품이었다.
「죄, 죄송해요. 이상하죠, 여고생이 애들 장난감이나 가지고……」
사나에는 홍조를 띄우곤 고개를 수그렸다.
「딱히 나쁜 일은 아니지 않나요?」
「예!?」
「나쁜 건가요?」
「글쎄요, 어떨가 싶긴 하지만……」
「좋아하는 걸 장식해놓고 바라보는 건,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당신답다고 생각하는걸요」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하며, 사토리는 사나에를 마주보듯 제자리에 앉았다.
사토리의 입장에서 보자면, 사나에의 취미 같은 건 그다지 신경 쓰이지도,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사나에가 『로봇을 좋아한다』는 정보는 선대의 지식으로 이미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환상향에서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로봇에 대해 사토리 본인이 생각할 필요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장난감의 구조를 보고,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이 애들 장난감으로 쉽게 살 수 있는 거구나 하고 감탄하는 정도가 다다.
반대로, 사나에는 자신의 취미를 이해해준 사토리에게 더욱 깊은 호감을 품게 되었다.
아까 느낀 부끄러움과는 다른 감정으로 뺨을 붉힌 채, 조심스레 다과를 권한다.
「바, 받으세요. 변변치 못한 차입니다만」
「배려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저로선, 그 동물 비스킷이라는 것도 흥미가 가긴 했지만요──」
「어, 그쪽이 더 좋으셨나요?」
「먹어보지 못한 거니까요, 호기심이 앞서네요. 그리고 저, 동물을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이쪽도 감사히 받도록 하죠」
사토리는 일본식 다과를 한 입씩 입에 넣었다.
어느 것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그걸 즐길 생각은 없다. 어디까지나 예의를 차리기 위해 먹었을 뿐이다.
사나에가 진심을 담아 대접하는 것임은 알고 있지만, 수다나 떨기 위해 그녀의 권유를 받아들인 게 아니다.
「그런데」
긴장한 표정으로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사나에에게, 사토리가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유감입니다만, 여기서 느긋이 쉬면서 이야기만 하고 있을 순 없습니다. 저는 당신과 교섭을 하기 위해, 당신을 따라온 거예요」
「──네」
「그렇다고 한들, 저만 일방적으로 이야기해선 납득이 가지 않을 테죠. 저는 코치야 사나에라는 인간을 일방적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당신은 저를 전혀 모르고 있을 테니까요」
「──」
「당신이 뭘 궁금해 하는지는, 압니다」
「안다는 건, 역시……」
「맞아요. 전,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죠」
「그럼……!」
흥분한 사나에가, 무심코 몸을 내밀었다.
「역시, 당신은 신님이시군요!!」
「……아니, 아닙니다만」
침묵이 흘렀다.
서로 다른 의미로 허탕을 먹은 두 인요는, 잠시 동안 어색한 공기에 눌려 입을 다물고 있었다.
「에, 그─그게……그렇다면 당신은 대체 누구죠? 인간이 아니라는 건,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지만요」
마음을 다잡고, 사나에가 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아직도 사토리의 몸에 들러붙은 『제3눈』이 비추고 있다.
사나에의 어머니가, 사토리의 존재에 놀라긴 했어도 기이하단 눈빛을 내비치진 않았음을 보아, 저 부위는 사람들의 눈엔 보이지 않는 비실체적인 것임은 이해할 수 있었다.
가까이에서 그런 존재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또한, 사토리는 그렇게 생각한 사나에의 머릿속에 떠오른 두 주의 신의 모습을 읽어내고 있었다.
──우선, 신들이 실재하고 있는 건 확인했군요. 여기까진 순조롭네요.
속으로 납득하며, 사나에의 질문에 대답한다.
「저는 요괴에요.『사토리』라는 마음을 읽는 요괴죠」
현재진행형으로 사나에의 마음을 읽으며 대화를 끌고 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전혀 내색하지 않는다.
이미 책략은 펼쳐지고 있다.
「요괴!」
「맞습니다. 처음 보신 건가요?」
「네. 신이라면 알고 있지만요」
「그렇습니까」
「……믿어주시는 건가요? 신과 아는 사이라는 말을」
「전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아, 그……그랬었죠」
「거기다, 당신이 알고 있다는 두 주의 신 또한 알고 있습니다. 야사카 카나코와 모리야 스와코겠죠」
「!? 어째서, 그걸 알고 계시는 거죠!?」
「글쎄요, 왤까요. 머지않아 알게 되겠죠. 머지않아, 말이죠──」
「……과연. 지금은 알 때가 아니라는 거로군요」
꿀꺽 하고 침을 삼킨 사나에는 신묘한 표정을 짓고 끄덕였다.
아, 이 애 다루기 쉬워──라고 사토리가 생각했다.
사실, 선대처럼 적당히 있어보이는 대사로 속였을 뿐이다.
그걸 사나에가 멋대로 착각해준 것이다.
「더 말하자면, 요괴라고는 해도 전 현대사회 속에 숨어서 살아온 존재는 아닙니다. 전 환상향에서 온 요괴에요」
「환상향……이라고요?」
사나에는 낯선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행동에 부자연스러운 점은 없었다.
애당초, 사나에가 이미 알고도 모른 척을 했다면 능력으로 알 수 있다.
「예, 환상향입니다. 들어보지 못했나요?」
「네. 그곳은, 어떤 곳인가요?」
사나에가 꺼낸 질문에, 사토리는 잠시간 침묵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모른 체도 아니다.
사나에는 정말로 환상향을 모르는 것이다.
이것은, 사토리에게 있어서 조금 예상치 못한 사태였다.
「……거대한 결계 속에 숨겨진 비경입니다. 그 결계 속에는 인간과 요괴, 끝으로는 신까지 옛날 옛적에 그랬듯 공존하고 있죠. 현대인들에게 부정당한 환상이 살아 숨쉬는 곳입니다」
「그, 그런 곳이 있었나요!?」
「예. 저는 어떤 사고로 인해 환상향에서, 이 결계 바깥의 세계로 나오게 되어버린 겁니다」
사나에가 진심으로 놀라는 것을 보며, 사토리는 속을 떠봤다.
「당신은, 두 주의 신에게서 환상향에 대해 듣지 못했나요?」
사토리의 질문에, 사나에는 고개를 저었다.
「애당초 말씀을 올리기도 송구스러운 분들이라.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많지 않아서요」
그렇게 대답하는 사나에의 표정에는 그늘이 져있었다.
──어릴 적엔 자주 이야기했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부터, 카나코 님과, 특히 스와코 님은 내 말에 답해주시지 않게 됐다.
말하지 않은 사나에의 속내를, 사토리는 대답과 함께 읽어냈다.
사나에가 환상향에 대해 모르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두 신과의 의사소통 자체가 막혀있었기 때문인 듯했다.
관계가 소원해졌다.
이것 또한 사토리의 예정을 뒤집는 이야기였다.
우선 사정을 아는 사나에를 통하여, 두 주의 신과 교섭한다──그 전제가 무너진 것이다.
더더욱 많아진 근심에 골머리를 싸매며, 사토리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정말로 볼일이 있는 건 사나에 씨 당신 본인이 아닌, 당신과 관계 있는 두 주의 신입니다」
「카나코 님과 스와코 님께, 말인가요? 그건, 어째서죠?」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당신은 모를 테지만, 지금 두 주의 신은 환상향으로의 이주를 예정하고 있을 겁니다. 저는, 환상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두 주의 신에게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네?」
시간을 초월한 경악은, 사람에게서 반응할 여력조차 앗아간다.
어떤 표정도 짓지 못한 채, 사나에는 그저 멍하니 소리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환상향에 대한 것.
두 주의 신의 이주에 대한 것.
모든 것이, 사나에에게 있어선 금시초문이었다.
◆
사토리 일행이 묵고 있는 곳은 스와 호수의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오는 한 호텔의 꼭대기 층이었다.
꽤나 커다란 방에, 서비스와 설비도 충실. 방 안에 있는 욕실엔 온천까지 있을 정도였다.
당연히 숙박비도 그에 걸맞은 가격이었지만, 청아는 세 사람 몫의 요금을 시원스런 미소를 지으며 지불했다.
「기왕 묵는 거 좋은 호텔을 고르죠」라며 이곳을 선택한 것 또한 청아 본인이었다.
그 청아가, 나갔던 사토리를 마중하여 함께 돌아왔을 때엔, 이미 해가 진 시각이었다.
「다녀왔습니다─잠깐, 뭐하는 건가요?」
「단련이다」
매우 넓은 방을 둘러보던 사토리는 선대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한숨을 내쉬었다.
나란히 배치된 두 침대 사이에서, 선대는 두 다리를 펼치곤 다리 찢기를 한 채 공중에 떠 있었다. 양 옆의 침대 끝에 뒤꿈치만을 얹고 골반의 관절과 그 부분의 근육만으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어지간한 유연함과 근력이 없는 사람은 하지 못할 짓.
단련이라 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옆에 있던 청아는 선대의 유연한 몸을 보고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사토리는 선대의 진심을 잘 알고 있었다.
──한마 유지로 놀이, 무지 재밌어.
능력이 닿는 범위까지 다가간 사토리는, 예상했던 것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선대의 속내를 읽고는 탈진했다.
뭐, 이런 야무지지 못한 점이 원래는 엄청난 인내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고통스럽고도 가혹한 수행을 이겨내게 만든 원동력일 테니, 그냥 바보 같다고만 할 수도 없다. 그것만은 존경심이 든다. 바보지만.
사토리는 지쳤다는 듯이 창가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았다.
커다란 창 너머로 스와 호수의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져 있다.
「뭔가 문제라도 있었나?」
사토리의 모습이 이상함을 깨달은 선대가 단련을 그만두고 물었다.
청아가 그런 선대에게 부지런하게 수건을 건네준다.
「아니요. 문제는 없었어요. 무사히 코치야 사나에와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약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긴 했지만요」
「예상하지 못한 일?」
「아무래도, 그녀는 최근 모리야의 두 신과의 사이가 소원해진 듯합니다. 환상향도, 이주한다는 계획도 모르고 있더군요」
「……정말인가?」
「예. 그녀를 통해 두 주의 신과 교섭하는 건 약간 무리일 것 같다고 판단했으므로, 이쪽의 사정만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녀가 지금부터 어떻게 나설지는, 저로서도 모르겠군요. 돌아올 때 마음을 읽은 바로는, 본인도 상당히 혼란스러운 것 같았어요」
「그런가」
「의외로, 이 세상의 일은 당신의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지도 몰라요」
사토리는 선대만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을 꺼냈다.
두 명이 상정한『이 세상의 일』이란, 두 신의 힘을 빌려 환상향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원작대로 사나에를 포함한 모리야 신사 전체가 환상향으로 오는 일을 뜻하는 것이었다.
선대가 가진 지식은 어디까지나 게임의 시나리오일 뿐 이 세계의 정해진 미래가 아니다.
어딘가 깨닫지 못한 부분에서 오차가 생겨 원작과는 다른 결말에 이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사토리의 말은 그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같은 자리에 있는 청아가 알 수 없도록 의미를 숨긴 것이다.
하지만, 청아는 그 둘의 사이에서 밀통이 오고갔음을 눈치챈 듯 했으나, 굳이 그 사이에 끼어들 생각이 없음을 사토리는 알고 있었다.
모리야의 두 신이나, 환상향으로 귀환하는 방법──출처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정보에 대해서, 청아는 깊이 추궁할 생각조차 보이지 않은 채, 그저 아낌없이 힘을 더해준다.
그리고 그것은 따로 속셈을 갖고 하는 행동이 아니라, 그저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것이다.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토리가 보기에, 청아의 봉사는 고마움보단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었다.
지금도 싱글벙글 웃으며 자기들의 대화를 힐끔힐끔 살피는 청아에게서 시선을 돌리곤, 사토리는 한숨을 내뱉었다.
정말로 피곤했다.
「뭐, 다시 말하자면 이쪽은 실패에 가깝다는 것이로군요. 그쪽은 어땠죠?」
사토리는, 일부러 선대가 아닌 청아에게 말을 돌렸다.
교섭이라는 점에 대해서 선대만큼 기대를 걸 수 없는 인간도 없다.
어디에 가든 싸움한테는 확실하게 사랑받는 인간이니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을 억지로라도 꼽으라면, 그녀 자신이 교섭의 덤이 되는 정도일까.
반대로 청아는 더없이 수상하단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그렇기에 교섭에 대한 일 만큼은 신뢰할 수 있었다.
「무사히, 두 신의 협력을 얻어낼 수 있었답니다」
역시나라고 할까, 청아는 어이가 상실될 정도로 가벼운 말투로 최고의 답변을 내놓았다.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던 신과의 교섭 도중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토리는 선대에게 시선을 돌렸다.
일부러 물을 필요도 없다. 설명은, 그녀가 멋대로 해줄 테니까.
──이야기를 하지. 그건 지금으로부터 36만……아니, 1만4천 년 전이었다.
예상대로, 선대는 쓸데없이 선명하게 자신이 겪은 사건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
──정말로 이런 곳에서, 이런 때에, 그 야사카 카나코와 싸워야만 하는 건가!?
싸우고 싶지 않다.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애당초 장소와 시간부터가 문제다.
이곳은 스와대사에서 대외적으로 공개한 부지인데다 인적이 드문 시간대도 아니다.
즉 언제 누가 올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 카나코와 싸워야 한다는 건가.
하지만 내 머릿속 이성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동안 사투로 길러진 전투의 본능이 몸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눈앞에 있는 상대가 대체 어떻게 싸울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서로 마주선 나와 그녀 사이의 거리는 꽤나 멀다. 주먹질이나 발차기가 닿을만한 간격이 아니다.
카나코 본인의 자세는 처음 등장한 그대로 허공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모양새였다.
적어도, 격투만이라면 내 쪽이 유리한 상황.
하지만, 상대는 신이다.
지금까지 싸워온 그 누구와도 타입이 다른 상대.
인간도, 요괴도 아니다.
유카와도, 유우기와도 다르다
그 카나코가 주먹을 쥐고 내게 달려드는 모습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덤벼들 것인가.
무기? 탄막?
……젠장, 안 되겠어. 아무런 예상도 안 돼.
그저 막연한 강대함만이 피부를 찔러온다.
상대는 신이다.
그 야사카 카나코다.
그저 인간에 불과한 나 따윈 도저히 미치지 못할 위대한 존재이다.
애당초 난 방금 『적』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건 정확히 하자면 실수다.
만약 싸우게 되더라도 나는 적의나 분노 같은 감정은 분명 품지 않을 것이다.
그저 날 덮쳐오는 강대한 힘에 저항하려는 의지만이 있을 뿐이다.
인간인 내가, 신인 그녀와 싸울 때 가질 감정이 있다면, 오직 그것뿐이다.
이상한 이야기긴 하나, 나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야사카 카나코라는 존재를 향한 외경과 신앙심을 버릴 수 없었다.
얌전히 당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감히 형용키 어려운 존재다.
내 자신조차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긴장감만이 불어난다.
온다.
카나코는 싸울 작정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덤벼들 것이다.
어떻게 올 거지?
어떻게──!?
「어떻게 싸울 셈인데, 이 바보야」
당장이라도 치고받을 기세를 뿜어내던 우리들 사이에, 어떤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약간이지만 코맹맹이 소리가 섞인, 어린 아이의 목소리였다.
「스와코!?」
에, 스와코 님!?
목소리를 내느냐 안 내느냐의 차이는 있었지만, 나와 카나코는 똑같이 경악했다.
우리들의 옆에서 모리야 스와코와 모리야 자료관에 갔을 터인 청아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나는 스와코와 만나는 건 처음이었으나, 그 특징적인 모자나 외모가 기억에 있는 그대로였기에 알 수 있었다.
틀림없다. 두 신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왜 온 거야?」
카나코 님이, 곧장 시선을 내게 되돌리곤 스와코 님을 외면한 채 물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이미 뒤로 멀찍이 떨어져 더욱 간격을 벌려놓고 있었다.
생각하지 못한 난입이긴 했으나, 덕분에 머리가 식었다.
카나코 님과 싸운다니, 온힘을 다해서 피해야만 하는 사태가 아닌가.
봐주지 않는다면 석고대죄라도 하는 수밖에.
뭘, 신이 상대라면 석고대죄 같은 건 걸맞은 작법에 불과하다. 부끄러워 할 필요는 전혀 없지!
아까와는 전혀 다른 각오를 굳힌 나는, 무의식적으로 준비되어 있던 자세를 풀었다.
「왜 그러지, 어째서 경계를 푸는 거냐!?」
「그러니까, 넌 왜 그렇게 한판 할 생각으로 가득한 거야」
스와코 님이 내 할 말을 대신 해주셨다.
헤헤헤, 그렇습죠. 신을 거스른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고말고요.
마음속으로 아부 떨 듯 손을 비비며, 카나코 님의 행색을 살피곤 조용히 두 신을 향해 발을 옮겼따.
우우……, 그러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마세요.
나 정말로 그렇게 카나코 님 비위를 상하게 만드는 거야?
「선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스와코의 바로 옆에 서있던 청아가 말했다.
저 위치. 적어도 청아는 스와코 님과 대화로 풀어나간 듯하다.
여러 가지 의미로 다행이다.
「그래, 덕분이다」
「하지만, 아쉽네요」
「뭐가 말이지?」
「선대가 『신살』이라는 업적을 달성하는 걸 방해하고 말았어요」
……뭐야 그게. 몰라 무서워.
아니, 나는 그런 생각 조금도 안 했다고.
미소를 짓고 있는 청아가 하는 말이 진심인지, 난 알 수 없었다.
「네가 선대무녀라고 불리는 인간이야?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난 모리야 스와코야」
「예」
「네 동료인 선인에게 어느 정도 이야긴 들었어. 들은 대로, 과묵한 인간이네」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그건 아무래도 좋은데, 신으로서 하나 충고를 해줄게」
「네」
「사귈 상대는 가려가면서 사귀는 게 좋아」
스와코 님이 청아를 노려보며 그리 말했다.
응, 이 둘의 관계가 어떤지 대충 알았어.
「……어쩔 셈이냐, 스와코?」
나란히 줄선 우리 셋을 노려보며, 카나코 님이 말했다.
나를 향해 있던 적의가, 청아와 스와코까지 압박해온다.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대체 어쩔 생각이었어?」
「자기 이름도 대지 않는 무례한 인간을 처벌하려고 했다만」
「처벌? 어떻게? 번개라도 떨어뜨려서 숮검댕이로 만들든가, 바람으로 산 너머로 날리기라도 할 거야?」
싸늘한 말투가 스와코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지금의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거래 봐야, 이젠 그런 애매한 방법 말곤 세계에 간섭할 수 없어. 자기 손으로, 직접 인간을 처벌하는 거라곤 볼 수 없지」
「나는, 아직 힘을 전부 잃진 않았다」
「있을까 말까한 신앙까지 써가면서 고작 인간 한 명한테 뭐가 그리 하고 싶은 건데. 엉뚱한 화풀이? 머리 좀 식혀, 바보」
「……그 녀석들, 대체 뭐하는 녀석들이지?」
「중요한 손님이야. 환상향에 가기 위해서, 우리와 교섭하고 싶다는데」
카나코 님의 행색이 점차 변해간다.
여전히 사나운 표정이긴 했지만, 분위기가 약간이나마 누그러진 것이다.
나 또한 지금껏 팽팽하게 세우고 있던 긴장감을 살짝 풀 여유가 돌아왔다.
어떻게든 대화를 할 단계까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보였다.
거기다 이쪽의 목적까지 알고 있다면, 이야기는 더욱 빨라진다.
대화를 수월하게 이끌어나가기 위한 사전 준비는 완벽하다는 것인가. 역시나 청아 아가씨, 진짜 냥냥.
「그럼, 이 녀석들……」
「응. 우리 계획을 알고 있는 것 같아」
「너희들, 정말로 뭐하는 놈들이지?」
「그건──」
대답하려던 날 청아가 막아섰다. 표정은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다.
우호적이라 생각하면 그리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미소는 상대가 자신의 생각을 알 수 없게끔 꾸며낸 가면이란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으윽……, 역시 사토리한테 미리 지시받은 대로 하는 게 좋으려나.
──우리들이, 원래 알고 있을 리 없는 이유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혀두지 않는 게 좋아요.
서로 나뉘어 행동에 들어가기 전, 사토리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이런 비밀을 지키는 것이, 교섭에 있어서 하나의 어드밴티지가 된다나.
그런 책략에 대해선 난 아예 무지하다. 내 입장에서 보자면 협력을 받을 상대니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말하는 것이 성의를 보이는 법이라 생각한다. 비밀을 철통같이 지킨다며 숨기기만 하면 상대한테 나쁜 인상을 주고 마니까.
하지만, 사토리는 그런 내 생각을 『무르다』며 경고했다.
그저 솔직함만을 내세워서 상대의 선의에 기대기만 하는 것을 교섭이라 부르진 않아요──라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다가 실패했던 영원정 때의 일을 생각하니 나로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실제로 그로인해 사토리에게 피해를 입히고 말았으니까.
우리들이 가진 정보는 결코 출처를 알 수 없다. 추궁 당한다고 솔직히 대답할 수 없는 이 떳떳치 못한 사실이, 관점을 바꾸어 보면 이점이 된다고 사토리는 생각하는 듯했다.
아무리 찾아 헤매어도 상대는 우리의 정체를 알아낼 수 없다. 그 정보의 출처 자체가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교섭에 있어서 아주 유용한 어드밴티지이자, 무기다.
그 무기를, 상대에게 들이대고 교섭해라, 라고 말한 사토리.
솔직히, 마음이 내키진 않는다.
이런 방법으론 우호적인 분위기로 대화를 풀어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잘 해결해봤자, 상당한 경계를 받고 그 뒤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대에게 미움 받지 않는 방법만을 고를 여유는 없다.
우리들은, 되도록 빨리 환상향으로 돌아가야만 하니까.
사토리의 말대로, 나는 생각이 안이하다.
이래선 안 된다. 마음을 단단히 먹자.
「청아, 맡기마」
「예. 맡겨주세요」
나는 일부러 다 들리게끔 과장된 느낌으로 옆에 서있던 청아에게 이야기를 맡겼다.
이걸로 내가 이쪽에서 지시를 내리는 흑막이라고 생각해준다면 횡재다.
교섭은 그에 익숙한 청아에게 맡기면 된다. 내 역할은 어디까지나 상대방의 주의를 끌고 견제하는 것.
생각을 다시하곤, 올곧게 카나코 님의 눈을 마주봤다.
……무서워라. 이 무슨 신의 눈빛.
「──자 그럼, 이봐 선인. 카나코와 합류도 했으니, 슬슬 교섭을 재개하도록 할까?」
우리들에게서 떨어져 카나코 님의 옆으로 자리를 옮긴 스와코 님이 말했다.
「카나코, 설명 필요해?」
「……간단히 정리해 봐」
「저 선인이 갑자기 내가 있는 곳에 나타나선 환상향에 가고 싶다. 우리들이 환상향으로 이주하는 데에 껴달라고 말했어.
물론, 그때 난 우리의 사정이나 정보는 하나도 알려주지 않았어. 그런데 저 녀석은 갑자기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 그래서 왠지 이젠 아무래도 소용없겠지, 해서 여기 데려온 거야」
「아, 과연. 소용없겠군」
「그래, 소용없어」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알았어」
왠지 상당히 무책임하게 느껴지는 두 분의 대화.
으음─, 대화의 내용을 듣건대, 교섭의 여지가 전혀 없는 건 아닌 듯하다.
오히려 우리 이야기를 들어보잔 흐름이 되어 있었다.
왜 이렇게 대화가 쉽게 진행되는 거지?
설마, 정말로 사토리 말을 따라서 그런 건가?
「그래서, 교섭이란 말을 꺼낸 이상 그쪽도 거래할 무언가가 있겠지?」
스와코 님의 질문에, 청아가 대답한다.
「이쪽의 선대무녀님과, 지금은 함께하지 않았지만 사토리 님이라는 요괴는 환상향에서도 높은 지위에 올라 있사옵니다」
「뭐야, 원래 환상향의 거주자였나. 대체 어쩌다 이런 데 오게 된 거야」
「그건, 이 일과 상관없는 것 아니온지」
「아, 됐어됐어. 흥미 없으니까. 그래서, 너희를 도우면 환상향과 연줄이 생긴다 그 소리지?」
「여러분의 목적이 『이주』인 이상, 이주할 땅의 유력자들과 관계를 맺으면 결코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하옵니다만──」
「흥, 그런 가소로운 책략은 그만두지 그래. 상대가 제시하는 조건에만 눈이 팔리는 걸 교섭이라고 하진 않아. 너희에게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우리가 마음대로 찾을 테니까」
「어머나, 그렇사옵니까」
코웃음 치는 신님에 반해, 언제나 싱글벙글 기어오는 사선.
그 둘 사이에서, 어두컴컴한 무언가가 소용돌이치는 것 같은 느낌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었다.
위험해, 배 아파.
왠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적의를 쏘아대는 카나코 님이, 오히려 위안이 될 정도야…….
「──좋아」
스와코 님이 생각에 빠져 있는 시간은 고작 1분도 되지 않았다.
「나는, 괜찮아. 우리들의 배에 편승하고 싶다면, 너희 마음대로 해」
「그 쪽에 계신 신님은, 괜찮으실런지요?」
카나코 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숙였을 뿐이다.
「좋다」
「알겠사옵니다. 협력해 주시어 황송할 따름이옵니다」
나는 복잡한 기분으로 대화가 끝나는 것을 지켜봤다.
어이가 가출하는 느낌이다.
이걸로, 정말로 끝난 건가?
저 둘은, 이래도 괜찮은 건가?
알 수 없다.
환상향으로의 이주라는 것은, 자신들과 사나에의 미래를 건, 더 중요한 계획이 아니던가.
이렇게 간단히 위험분자를 끌어안고 실행해도 괜찮은 것인가.
중대한 결단이, 너무 시원스레 해결된 느낌이다.
카나코 님과 스와코 님은, 대체 무슨 생각이실까.
나 같은, 자그마한 인간은 도저히 하지 못할 생각들이 머리에 차 있는 걸까.
그 거대한 의지가,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인가.
알 수 없다──.
「어이」
갑자기 카나코 님의 부르는 목소리에 난 시선을 돌렸다.
「날 보지 마라」
마치 토해내듯 그렇게 말한 카나코 님은, 말 그대로 자취를 감추었다.
갑자기 부르곤 『보지 마라』니, 좀 너무 불합리하지 않나.
하지만 완전히 카나코 님의 눈 밖에 났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이유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생각보다 진심으로 죽고 싶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나코는 네가 꽤 신경 쓰이나 보네」
스와코 님, 그거 심술인가요.
「혹시, 저 선인보다 네가 더 귀찮은 녀석일지도. 너 싫어」
그리고 스와코 님까지 날 싫어하는 건에 대해서.
어쩌지. 당장이라도 사토리한테 울고 불며 매달리고 싶어.
「그럼, 자세한 이야기를 해볼까.
──라고 말은 해도, 환상향에 갈 수단이 뭔지 설명해봤자, 흥미 없지?」
「시간이 있으시다면, 부디 자세하게 듣고 싶사옵니다만」
「그 시간이 없어. 내일 밤이 바로, 환상향으로 가는 날이니까」
「……빠르군」
나는 무심코 소리를 흘렸다.
아니, 리액션은 없었지만, 속으로는 꽤 예상치 못한 일이라 놀라고 있었다.
그야 뭐, 날짜도 포함해서 스와코 님들이 환상향으로 어떻게 이주할 계획인가 하는 것까진 몰랐으니까.
솔직히 교섭이 잘 풀려도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었고. 거기에 따라서 또 다른 수단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 그런데 설마 내일일 줄이야, 이렇게 갑작스럽게 사태가 나아갈 줄은 몰랐다.
즉, 우리가 하루만 늦게 행동했어도 우리들은 환상향으로 돌아갈 귀중한 수단을 하나 잃었을 것이란 사실이다.
위험해─……이게 바로 간발의 차이라는 건가. 위험했어.
하지만 놀라긴 했어도 이건 이것대로 좋다.
환상향에서 바깥 세계로 온 지 오늘로 이틀 째.
저쪽에서도 이미 큰 소동이 났을지도 모른다.
현장에 함께 있던 레이무나 유카리가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해줄 것이라 믿고 있긴 하지만 한계라는 게 있는 법.
게다가 애당초 사토리는 하쿠레이 신사에서 일박이틀 동안 있을 예정이었다. 즉, 이런 사고가 없었다면 이미 지령전에 돌아가 있어야 맞다.
그런데 만약 그런 사토리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이상 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이 지령전의 관계자들에게 널리 퍼질 것이다.
환상향에 귀환하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내일 밤, 이 일대에 꽤 큰 폭풍우가 일어나」
스와코 님이 확실하단 투로 말했다.
「일기예보에선, 요 며칠간 맑은 날씨가 계속 된다고 했습니다만」
「그 예보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비바람이 거세게 날뛰는 거야. 그리고 아침이 되면 거짓말처럼 잠잠해지지.
이따금, 그런 일이 일어나. 과학이라든가, 그런 인간의 기술과 인식으론 예상하지 못하는 일을 자연이 일으켜. 우리들은, 바로 그거에 올라타는 거야」
「폭풍우에 올라탄다, 는 겁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올라타는 거지. 이치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태를 앞에 두었을 때, 인간은 요괴나 신의 짓이라고 의심해. 요즘은 그런 생각도 상당히 적어지긴 했지만, 여차할 때 의심할 정도는 되지. 상식으로서 측정할 수 없는 사태에 『설마』의 가능성을 부여하는 거야. 그 순간에, 우린 올라타는 거고」
「『환상을 부정하는 힘』이 약해지는 때를 노린다, 고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그 말대로야. 뭐, 인간보단 선인이 더 잘 알려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스와코 님이 웃었다.
「어쨌든, 내일이야. 내일 밤, 그 폭풍우 속에서 우리들은 계획을 결행해. 그 계획에 편승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라고. 딱히 머릿수가 늘어난대봤자 부담이 느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장소는, 똑같이 이곳이야」
마지막으로 확인하듯 말한 뒤, 스와코 님은 우리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몸이 완전히 돌아간 그 순간, 그 모습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게 되었다.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 두 신 모두, 이곳에서 떠난 것이다.
나는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교섭은 깜짝 놀랄 정도로 잘 풀렸지만, 여러모로 의문과 불안감이 남은 채 끝났다.
카나코 님이, 내게 무엇을 느꼈는지 아직도 알 수 없었다.
어째서, 갑자기 나를 적이라고 보았는가.
그리고 묘하게 진지함이 결여된 것처럼 느껴졌던 교섭 도중, 뒤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
나는, 문득 머리 위를 올려다봤다.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았던 하늘은, 어느새 구름 한 점 없는 저녁노을이 펼쳐진 풍경으로 변해 있었다.
강수 확률 0%. 확실히 일기 예보대로였다.
◆
「카나코 님!」
그 날 밤, 사나에는 집에서 부모님의 눈을 피해 몰래 빠져나왔다.
「스와코 님!」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최근엔 거의 하지 않았지만, 어릴 적엔 몇 번이나 이렇게 창문을 통해 바깥으로 뛰쳐나왔던 경험이 있으니까.
집의 2층에 다다르는 높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창문에서 집의 담벼락 바깥까지 이르는 짧은 거리를 비행하는 정도는, 초등학생일 무렵부터 가능했다.
사나에는 자전거에 올라타 사람 하나 없는 밤거리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년경의 소녀가 야간 외출이라니, 부모님이 알았다간 틀림없이 졸도할 정도의 일이지만, 사나에에게 불안함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까먹고 있었다.
자신의 격정에 떠밀리듯, 사나에는 스와 대사를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제 말에 답해주세요! 부탁드려요!!」
어릴 적.
아직, 두 주의 신이 자신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시절, 스와코와 카나코에게 물은 적이 있다.
──신님은, 항상 어디에 계세요? 이야기 하고 싶을 땐 어디로 찾아가면 되나요?
카나코와 스와코는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신사야. 아무 걱정 마렴. 우리는, 언제든 네 부름에 답할 테니까.
──우리 같은 신들이 있을 곳이라곤, 해봐야 신사나 이 근처 막과자 가게 정도야. 한가한 할머니랑 별 다를 것도 없지.
그런 신들이, 부름에 답해주지 않고, 우연히 보더라도 날 발견하자마자 자취를 감춰버리게 된 것은,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귀찮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설마, 미움을 산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까지 쌓여 스스로 발길을 끊은 것은,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사나에는, 스와 대사의 상사에 발을 들였다.
이쪽이 집에서 가까웠단 것도 있지만, 아무 근거도 없이, 그저 오늘 밤은 이곳에 두 신이 머물고 있을 것이라 느꼈다.
심야.
이미 인기척이 깔끔하게 사라져버린 신사에, 사나에의 목소리만이 허무히 메아리친다.
그럼에도 사나에는 포기하지 않고 연달아 부르짖었다.
목소리는 전해지고 있을 것이다.
그저, 답해주지 않을 뿐.
사나에는, 일찍이 자신이 들었던 신의 대답을 지금도 믿고 있었다.
「스와코 님!!」
「──경찰 부르기 전에 그쯤 하고 돌아가」
사나에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을 쯤, 신의 목소리가 사나에에게 답했다.
어느새 신사의 본궁 앞까지 다다른 사나에.
자기가 지나온 토리이의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쫓자, 그곳엔 스와코가 주저앉은 모습으로 사나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스와코 님!」
「경찰한테 잡혀가서, 부모님 호출에……그 다음날, 학교에서 『심야에 신사를 배회하는 오컬트 여고생』같은 소문이라도 났단 봐. 중학생 무렵에 했던 기행이 까발려질걸」
「드릴 말씀이 있어요」
「얼른 집에 돌아가서 잠이나 자. 내일도 학교 가야 되잖아」
「카나코 님과 함께, 환상향이라는 곳으로 이주한다는 게 정말인가요!?」
빈정거리듯 말려 올라가 있던 스와코의 입매가 기울었다.
사나에의 눈빛이 더없이 진지하단 것을 확인한 스와코는, 이내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맞아. 꽤 옛날부터, 카나코랑 같이 생각해봤어. 내일 밤, 우린 환상향에 갈 거야」
「어째서, 가르쳐주시지 않은 건가요!?」
「왜냐니, 그렇게 말해봤자」
「만약, 상담해주셨다면──」
사나에는 자신의 결의를 끝까지 전할 수 없었다.
토리이 위에 있던 스와코가, 소리 없이 눈앞에 내려섰다.
외모는 자그마한 여자아이 그 자체인 스와코가, 얼굴을 들이대고 사나에의 눈을 들여다본다.
스와코의 눈동자는, 인간의 그것과는 달리 탁하게 흐려져 있었다.
「상담해줬으면──어쩔 건데?」
사나에는 덜컥 숨을 집어삼켰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함께, 환상향에 가겠어요」
사나에의 각오에, 스와코는 싸늘한 미소로 답했다.
「사나에여. 네가 어릴 적엔, 나도 카나코도 주제 없이 이런저런 쓸데도 없는 걸 가르쳐줬지. 풍축의 기술이나, 지식, 힘에 대한 걸. 장래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 게 뻔한 것을, 그토록 길게」
「……네. 감사한 가르침을 수없이 받았어요」
「그냥 장난이었어. 지금은 후회하고 있지. 어쨌든, 그런 너라면 어느 정도 알 거야.
환상향으로 이주한다──이 말은, 그런 단어로만 설명되는 게 아니야. 저쪽으로 가면, 당연히 돌아올 수 없어. 애당초 우리는 돌아올 생각이 없지만」
「각오하고 있어요」
「바깥세계에서 안주할 장소도 사라져버려. 실종이라든가 행방불명 취급을 받는 정도가 아니야.
내 말 알겠어? 우리는 『환상』이 되는 거야.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세계에서 살아왔던 흔적 같은 것들이 전부 사라지지. 기록도, 기억도, 전부」
「알고 있어요, 각오는 하고 있다고요!」
「모르잖아, 바보야! 좀 더 상상해보란 말이야!」
어린 겉모습과 전혀 매치되지 않는, 불덩이 같은 분노를 담아 스와코가 외쳤다.
사나에에게 있어서, 스와코가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난 각오했어요, 같은 표정 짓지 마. 네 부모는 어떡할 건데?」
「에……」
「부모 말이야. 널 낳고, 오늘날까지 키워주신 부모님.
사나에, 네가 환상향에 가면 네 부모님들은 너에 대한 기억을 잃게 돼. 사나에의 부모님은 지금 몇 살이야? 40대 정도겠지. 그런 나이에, 자기도 모른 채 아이를 잃어버린 고독한 부부가 현대에 남게 되는 거라고」
「──」
「네가, 지금의 생활 속에서 고립되어 있는 건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자기가 사라져봤자 슬퍼할 사람이 없다든가 하는 소린, 애송이가 응석부리는 거에 불과해! 그런데도 사나에 넌, 신 같은 애매모호한 존재를 따라, 이 세상에서 사라질려 드는 거냐!?」
사나에는,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각오를 다진 건 아니다.
하지만, 스와코의 질책으로 이곳에 오도록 자신을 떠밀던 격정이 사라진 것은 분명했다.
부모님이라니, 스와코의 말을 듣기 전까진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사랑하고 있다.
자신을 키워주신 그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또한, 아침에 일어나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아침밥을 먹는 것이나, 아버지가 출근하는 모습을 당연하단 듯 여겼다.
오늘 밤, 집에서 빠져나올 때도, 한 지붕아래서 사는 부모님이 주무시고 계셨기에, 깨우지 않도록 조심해서 행동했다.
스와코와 함께 환상향으로 가면, 그런 당연한 일상이 그날부로 사라진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다.
「사나에. 만약, 네가 무녀로서 자기가 모시는 신을 돕겠단 생각에 환상향으로 가려는 거라면──그만두는 게 좋아. 아니, 그만둬」
「……왜죠? 저는, 스와코 님과 카나코 님을 모시는 풍축이에요.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어요」
「신한테 자기 인생을 바치려 들지 마. 이제, 그런 시대가 아니니까」
「──」
「만약 나나 카나코가 사라졌을 때, 그런 때에도 환상향에서 살아갈 의미를 잃지 않을 의지가 없다면, 너는 우리와 함께 해선 안 돼」
「저는……저는, 스와코 님들에게 있어 쓸모없는 존재인가요?」
「아무도 네가 필요하다곤 하지 않았어」
그 말이, 결정타가 되었다.
사나에는 오열을 삼키며, 눈물을 흘리며 달려갔다.
몇 번이나 다리가 꼬였다.
몇 번이나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한 번도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사나에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스와코는 가만히 제자리에 우뚝 서 있을 뿐이었다.
◆
「그래도 괜찮나요? 선대에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심야.
창가의 의자에 앉아 야경을 바라보던 사토리는, 갑작스레 청아가 말을 건넸음에도 놀라지 않았다.
저번 밤과 똑같은 이유다.
사토리는 마음을 읽는 능력으로 청아가 있음을 알았고, 청아도 자신이 들켰다는 것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
청아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일이 잘 풀렸다고 한들, 환상향으로 돌아가는 건 내일 밤. 당신의 시간제한은 내일. 일이 어떻게 될지, 확정지을 순 없다고요?」
사토리가 소멸할 때까지 앞으로 3일──청아가 한 예측이, 내일로 끝난다.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환상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봐야 이미 심야, 세세히 따지자면 주어진 기한을 넘기게 되고 만다.
과연 늦지 않을 것인가, 늦을 것인가──.
「말 그대로, 신만이 알 일이로군요」
사토리는 자신을 덮쳐온 위기에도 불안함이나 공포 같은 감정은 느끼지 못한다는 듯, 농담 섞인 말투로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말하지 않은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역시 선대에게 알려야 하는 게……?」
「만약 이미 늦어서 가망이 없었다면, 포기하고 그랬을 거예요」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야말로, 이 사실을 전해두어야만 하지 않을까요. 사정을 알고 있다면, 선대 또한 행동을 달리할지도 모르지 않나요」
「턱밑에 칼이 들어와 있는 사태를 알고, 진심을 보일 거란 말인가요? 뭘 위한 진심이죠?」
사토리는 쓰게 웃음 지었다.
「가능한 만큼은 전부 했습니다. 이 뒤는, 신의 힘을 믿고 기다리는 길밖에 없어요. 거기다, 선대는 지금까지 충분히 진심을 다했으니까요」
청아에게서 자신에게 남은 시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던 때를 떠올렸다.
존재를 유지하는 것이 고작 이틀이 한계인 위험한 상태임에도, 그 능력은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또, 환상향과 바깥세계의 환경의 차이가 몸에 끼치는 영향 또한, 처음보다 훨씬 안정된 것이다.
무언가가 사토리가 받을 부담을 완화해주고 있다──라고 청아는 분석했다.
바깥세계에 와서, 어떠한 조취를 취하진 않았는가.
그런 청아의 의문. 사토리는 그 의문에 대한 대답에 짐작가는 것이 있었다
──그때 먹었던 주먹밥이로군요.
그것 말곤, 생각할 수 없다.
환상의 힘을 품은 음식을 먹은 것으로, 아주 조금 뿐이긴 하나 자신에게 시간을 만들어준 것이다.
그런 결론에 이르렀을 때, 사토리는 무심코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물론, 우연이다.
그 주먹밥이 그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곤 생각도 못하고 있었고, 선대 또한 그걸 알고 자신에게 주먹밥을 먹인 것이 아니다.
모두 결과론일 뿐이다.
하지만, 그때 선대는 틀림없이 자신을 염려하며 주먹밥을 권했다.
만약의 결과를 예상할 순 없더라도, 그 행동에 이르는 동기는 전부 같았을 것이다.
자신을 걱정해주었다.
그리고, 그 뒤로도 줄곧 날 위해주었다.
되도록 빨리, 환상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해주었다.
확실히, 생명이 걸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녀는 더욱 필사적으로 도와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이 필사적이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결코 그렇지 않은 것이다.
「더 이상 걱정해봤자, 마냥 초조해질 뿐이에요」
그리고, 그녀를 의미 없이 몰아세울 뿐이다.
「제가 살 수 있을지 어떨지는, 싫어도 내일이면 알게 되겠죠」
──만약 늦는다고 해도.
사토리는 그런 생각을 뿌리치듯,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낙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 준비를 갖춰두는 것 또한, 속으로는 포기를 용납하는 것 같아 싫었다.
그런 갈등 사이를 오가던 사토리는, 이윽고 『뭐, 아무래도 괜찮겠죠』라며 무책임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만 하고 있어봤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건, 아까 본인 스스로가 말한 것이다.
타개책은 준비가 끝났다. 이 뒤는, 신과 운만이 알겠지.
모든 것은, 내일.
만사형통하여 최고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실패하여 최악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사태가 벌어질 것인가.
뜬금없이 제3의 선택지가 나와 버리는 점 또한, 선대무녀와 엮이게 된 이래 항상 자신을 괴롭혀온 것이다.
사토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모든 것은,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