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들은 사냥감, 우리들은 사냥꾼
――우선 자기소개를 할까
내 이름은 「클라리스 한니발」. 보잘것없는 일개 병사다.
나는, 내 자신이 「이세계에서의 전생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내가 그 감각을 위화감이라 깨닫는 것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주변 사람들의 복장, 생활 풍경, 환경 등을 보고 있자면, 나는 항상 「낡았다」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어떤 것이 「새롭다」고 느껴지는지, 그 기준을 알 수 없었다.
――우물에서 물을 길을 때에 나는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벽돌로 만들어진 집들을 구식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요리를 먹어도, 맛이 있나 없나를 따지기 전에 「이건 먹어본 적 없는 맛이다」라는 신선함이 있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미 어떤 경험이 기준인지도 알 수 없는, 이 세계에서 「익숙한 것이 없다」는 감각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머리가 굵어감과 함께, 자연스레 익힌 「상식」과 내 속에 있는 「상식」 사이에는 큰 오차가 있었다.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우리들 인류가 거대한 벽 안에서 보호 받으며 살고 있다」는, 이 세계관 그 자체였다.
인류는 거대한 벽에 의해서 지켜지고 있다.
광대한 대지와의 연결을 가로막은, 인지를 뛰어넘은 거벽의 안에서, 외적을 막으며 생활하고 있다.
이 영역을 제외하면, 인간이 살아가는 장소는 없다.
인류는 대지의 지배자 따위가 아니다.
인간의 세계는 바다를 사이에 둔 수많은 대륙이 아닌, 이 거대한 벽의 안쪽뿐이다.
세계는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 저 벽의 뒤편에 같은 인류는 살지 않는다.
하늘을 나는 것은 새 뿐이다. 사람은 하늘은커녕, 바다조차 건널 수 없다.
하물며 「우주」라는 말은, 그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 안다,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 모른다――이 일반적인 상식을 받아들였을 때, 나는 내 속에서 싹튼 위화감을 이해했다.
내 안에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상식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이인 내가,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지식과 개념. 그것들은 몸이 성장할 때마다, 세상을 알 때 마다 확실하게 형상을 「되찾았다」.
그리고 지금은 확실히 알고 있다.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의 「전생」이라는 것은, 이 세계와는 다른 어딘가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성장하며, 말과 사상을 배워갈수록, 애매하던 전생의 지식도 자세하게 알고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우물이 불편한 것은, 내가 수도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조차 사용되지 않은 건축 소재를 구식이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발달되지 않은 조리법이나 기구에 더해, 주된 조미료라고 해봤자 소금 정도다.
다행스럽게도, 성장해감과 함께 그런 차이를 보다 명백하게 이해하는 것과 함께, 그런 위화감에도 익숙해져갔다.
이러쿵 저러쿵 해도 나는 이 세계에 사는 한 명의 인간.
정들면 고향――이런 속담조차 없긴 하지만, 어쨌든 사람은 적응하는 생물이다.
당연한 일을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여 살아갈 수 있었다.
전생의 지식에 의해서 생기는 이 세계에서의 폐혜는, 나이를 먹음으로서 해소되어갔다.
미숙아라든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떠벌이는 미치광이라든가 하며 어른에게 욕먹으며 같은 나이대의 아이들에게 왕따 당하는 일도 없어졌다.
나는, 이 세계에서 이 세계의 인간으로서 살아간다.
……그건, 좋지만.
단 하나. 상식을 깨우치고, 이 세계를 알면 알수록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 있다.
이것 역시, 당연한 것으로서 이 세계의 상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세계는, 거인에게 지배되고 있다.
앞서 말한 「인류는 벽에 보호받으며 살고 있다」라는 말은, 즉 이 거인이라는 외적에게서 보호받고 있다는 것이다.
거인은 강력하며, 인간을 먹는다.
녀석들은 약 100년 전 인류의 대부분을 포식했다.
현재, 인류가 벽의 안쪽에서 사는 이유는, 거인에게 내쫓겼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전생의 지식에는, 거인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 이것이 내 전생에서의 세계와 이 세계가 가진 가장 큰 차이점일 것이다.
내가 단순한 전생자가 아니라, 「이세계에서의 전생자」라고 자각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여기는 이세계다.
틀림없다.
……그렇다기보다, 서론이 길었지만, 즉 여긴 「진격의 거인」의 세계였던 거냐아―――!!!
전생의 지식에 있던, 그 세계의 만화――픽션――의 세계라는 것을 이해했을 때, 나는 무심코 절규하고 말았다.
만화의 세계에 전생했다, 라는 것에 대해선 지금은 넘기자.
이렇게 될 때까지의 과정은 요만큼도 기억나지 않는데다가, 이해도 할 수 없지만, 애당초 전생을 했다는 시점에 이미 인지를 벗어난 것이다.
내가 이 세계에서 정말로 살아 있으며 그리고 머지않아 죽을 것이라는 현실을 나날의 생활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그저,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어째서 이렇게 위험한 세계에 전생한 걸까.
아니, 이유나 원인이 있대도 납득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 2차 창작에서 흔히 보이는 의미 없이 성격만 가벼운 자칭 「신」인지 뭔지가 이래놓은 거라면, 그 녀석이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팬다. 아니, 졸라 죽이겠어.
왜냐면, 그 만화라고?
인기 좋은 만화긴 하지만, 어째서 그렇게 인기가 좋았던 건지 알아?
캐치 프레이즈 중 하나를 읊어볼까. 「사지가 잘려나가, 먹이가 될지언정, 인류는 거인과 맞선다!!』라고!
말 그대로, 사지가 잘려나가는 전개도 그리 드물지 않은 만화였다.
등장 캐릭터가 나오는 족족 죽어나가며, 마구 돌진하는 급전개. 그 긴장감이 인기의 요인 중 하나니까.
지금 사람들은 평온한 나날이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모두가 「벽에게 보호받고 있다」라는 안심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인이라는 외적을 향한 위기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이 평화가, 머지않아 부서질 것이라는 사실을.
거인이 벽을 파괴하고, 인류를 다시금 유린한다는 것을.
절망 밖에 없는 미래. 이것이 내 기우이며 빗나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하지만 결단코 낙관할 수 없다.
――유일한 희망은, 만화의 전개라고는 하지만, 거인을 향한 반격의 단서가 존재한다는 것일까.
절망적인 세계이긴 하나, 아직 발버둥 칠만한 여지는 있다.
나는, 나날의 평화가 이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 있기에, 행동한다.
미래에 절망이 있기에 두려움에 떨고 희망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가만히 기다릴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게 가능한 선택은 한정되어 있었다.
원작 지식으로 무쌍을 찍어, 내가 이 세계의 구세주가 되겠어! ——같은 무모한 생각은, 주제를 알기 전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아는 「진격의 거인」에 대한 지식의 한계 때문이었다.
이 만화가 인기 있는 이유는 여러 요소를 꼽을 수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많은 수수께끼」다.
내가 아는 한, 만화속의 설정이나 삽입된 복선은 어느 정도 해명되었긴 하나, 그 이상으로 늘어가는 수수께끼 탓에 예상할 수 없는 전개를 보이고 있었다.
예를 들어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전생해서, 전생의 지식으로 그 세계의 위기를 사전에 읽어, 회피한다」라는 클리셰는, 생각보다 흔한 것이었다.
만화의 전개를 미리 알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유리한 어드밴티지가 된다.
그러나 착각해선 안 된다.
2차 창작에서 자주 보이는 이런 흐름은 결코 주인공의 능력에 의존한 것이 아니다.
원작의 캐릭터들이 몸을 바쳐 얻은 정보를, 모니터 너머로 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해석할 수 있었기에 얻은 어드밴티지다.
그러나 이 「진격의 거인」의 세계에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만화는 내가 아는 한 절찬 연재중이며, 많은 수수께끼가 남았고 새로운 복선도 차례차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의 전개란 의표를 찌르는 것이다.
그 수수께끼나 복선을, 과연 예비지식이 전혀 없는 내가 현실로서 직면했을 때 간단히 예측할 수 있을까?
……무리다! 적어도, 나는 무리야!
이 세계가 뭐가 그리 무섭다고, 그런 알지도 못하고 하는 말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
정말로, 더할나위 없는 긴장감이 몸을 덮친다. 원작 지식을 가지고 있어봤자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이라도 벽이 파괴되고, 거인이 눈사태처럼 쳐들어오는 건 아닐까, 한때는 벌벌 떨었었다. 그렇다고나 할까, 지금도 그렇다. 계속 긴장감이 빠지지 않는다.
고로, 내가 할 수 있는 것 따윈 정말로 한정되어 있다.
반격의 실마리가 될 거인의 수수께끼나 본격적인 대처 방법은 머지않아 드러날 것이다. 만화의 주인공이나 메인 캐릭터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예상되는 궁지에 될 수 있는 대로 대응하는 것뿐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거인을 죽인다.
죽지 않기 위해 죽인다.
조금이라도 미래의 전개가 유리하게 될 수 있도록 죽인다.
절대 상위의 적으로서 등장하는 다른 거인에게 대항하기 위해 마구 죽여서, 익숙해진다.
아마, 앞으로 도움이 될 테니까, 그걸 되풀이해서, 경험을 거듭하여 쌓는다.
그런 바보 같은 대답을 이끌어낸 결과, 나는 병사가 되는 길을 선택한 것이었다.
다시 한 번, 자기소개를 하지.
내 이름은 「클라리스 한니발」보잘것없는 일개 병사다.
철이 들기도 전에 부모님을 병으로 잃고, 빈곤한 소년기를 살아남아, 당돌하게도 훈련 군단에 들어오는 것을 결의했다.
그 뒤로, 나는 거인을 죽이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끝까지 들어 줘서, 고맙다.
현재 이 지위에 이른 경위와 그 발단이 된 원인은 이상이다――.
◇
《현재 공개할 수 있는 정보》——주인공의 「현재」성별은 여자. 전생은 불명.
◆
――인류의 쌍벽.
인류의 활동 영역을 지키는 벽과 연관지어, 그렇게 불리는 두 명의 병사가 있었다.
「왔어! 조사 군단의 주력 부대다!」
길거리에 사람들의 소리가 메아리친다.
그것은 거인의 내습에 두려움에 떠는 인류에게 있어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힘이 담긴 목소리――환성이었다.
사람들의 시선 앞에서, 그 희망의 상징이 지나쳐간다.
「앨빈 단장!! 거인들을 전부 없애주세요!」
특히나 환성을 많이 받는 것은, 역시 군단 중에서도 특별한 영웅성을 가진 자들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모두가 겉으로 들어난 외모나 분위기, 지위를 주목한다.
전력, 외모, 카리스마, 그리고 전투력――.
「어이……봐봐!」
「인류 최강의 병사 「리바이 병장」이다! 혼자서 일개 여단 수준의 전투력을 자랑한대!!」
어딘가에서 그런 분석 자료를 꺼내들은 같은 군단 훈련생인 소년이 크게 외치니, 그에 호응하듯이 환성이 강해졌다.
모두가 동경과 기대를 담아 소리를 내지른다.
절망적인 전력차이가 있어도, 공포의 대상인 거인을 반대로 구축하는 절대적인 검――사람들에게 있어서, 희망의 형태란 확실히 그것이었다.
정작 그 본인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어도 귀찮은 것 같아 보였으나, 그 낙담한 표정조차 주변 사람들은 호의적으로 해석했다.
인류의 쌍벽――그 중 하나는, 확실히 그, 리바이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 굉장해……진짜다」
리바이를 부르짖던 훈련병 소년이, 흥분을 억누르며 새어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병사가 시야에 들어온 순간, 환성이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그곳에 깔린 것은 존경이 아닌 공포.
강력한 검엔, 믿음과 동시에 우려라는 중압감도 함께한다.
「저것이 한니발 분대장. 인류 「최흉」인가!」
누군가의 말을 시작으로, 억눌려있던 흥분이 한계를 넘어 잦아들었던 환성이 더더욱 소리 높여 폭발했다.
시선 저편에 있는, 단 한 명의 병사를 향한 존경, 공포, 신봉, 기대――모든 것을 담아 사람들은 열광한다.
인류의 쌍벽이라고 불리는, 리바이와 대등한 또 다른 하나의 전설.
그 이름, 「클라리스 한니발」이라고 한다.
「……여자였구나」
「어이 아르민! 무슨 실례스런 말이야!?」
「아니, 그게……한니발 분대장이라면, 거인 토벌 수가 100을 넘어간다는 「광전사」잖아. 소문만 들으니, 엄청 힘이 센 남자를 상상하고 있었거든」
「저런 예쁜 사람을 「광전사」라고 부르지 마!!」
「에……엘렌, 목소리가 커……!」
길 한가운데로 나아가는 군단에게, 훈련병 소년 두 명의 대화는 훤하게 들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환성과 잡다하게 섞인 목소리에 일일이 반응하는 병사는 베테랑만이 모인 조사 군단엔 없다.
그러나 엘렌이라 불린 소년의 목소리에 반응한, 클라리스 본인이 갑작스레 시선을 돌렸다.
「아……」
둘이 동시에 숨을 삼킨다.
역전을 거듭한 전설의 병사가, 이쪽을 본다.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고는 해도, 정면에서 마주보게 된 훈련병 두 명이 그때 받은 인상은, 서로 달랐다.
말에 승마한 클라리스는, 당연히 이쪽이 고개를 들어서 봐야할 위치에 있다.
그러나 그것을 제외해도 여성으로서 장신의 부류에 들어갈 정도의 체격과 옷 위로도 확연히 알 수 있는 단련된 몸.
첫인상만을 따지자면 「여성」이라기보다는 「병사」라는 느낌이 먼저 풍기는 인물이었다.
풍성한 흑발을, 세 가닥으로 땋아 한 쪽으로 내린 머리 모양만이 희미한 여성스러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허리나 가슴 등등, 여성의 특징적인 라인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처음 그녀를 보면, 무엇보다도 먼저 눈에 띄기 것이 있기 때문이다.
――클라리스의 얼굴에는, 입가에서 시작해 왼뺨에 걸쳐 찢어진 흉터가 새겨져 있었다.
(심각한 상처다……)
아르민은, 그저 참혹함만을 느꼈다.
흉터라기보다, 결손 됐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흉한 흉터에, 가장 먼저 혐오감이 아니라 슬픔과 동정심을 품은 그의 감성에는 상냥함이 있었다.
그러나 그 옆에 있던 엘렌은 완전히 다른 감상을 갖고 있었다.
「……예쁘다」
「에!?」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냐!」
아르민의 입에서 샌 경악에, 엘렌은 얼굴을 붉히며 말을 돌렸다.
친구의 여러모로 예상하지 못한 감상에, 눈을 치켜뜨면서도, 아르민은 깨달았다.
그 옆에 선 또 하나의 친구이며, 같은 훈련병 소녀인 미카사의 눈매가 무섭게 변해 있다는 것을.
「아, 저기, 엘렌……」
「아!」
당황한 아르민을 무시하며, 엘렌이 무심코 소리를 내지른다.
그의 혼잣말이 들린 듯, 걸음은 멈추지 않았으나, 시선을 떼기 직전에 클라리스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준 것이다.
그리고 엘렌은 확실히 보았다.
그녀가 자신에게 작게 웃어준 것을.
「……어이 봤어? 아르민, 봤냐고!? 그 사람, 지금 웃었지!? 나를 보고 웃어준 것 같은데!!」
「아니, 잘 모르겠지만……일단」
「나 따위를 눈에 들여 주다니! 위험해, 엄청 감동했어! 나, 그 한니발 분대장의 미소를 봐버렸다니까!」
「일단, 엘렌!」
「아, 왜 그래?」
「……미카사가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침착해」
「어? 진짜네. 왜 그래, 미카사. 그런 살인이라도 저지를 것 같은 얼굴을 하고」
「……」
엘렌 예거 훈련병.
그는 정규 병사로 채용되어 다시 클라리스 한니발 본인과 대면할 때까지, 동료들에게 이때의 체험을 항상 자랑하게 됐다――.
◆
《현재 공개할 수 있는 정보》——주인공은 특수한 능력을 가지지 않았으나, 신체 능력은 이 세계의 인간의 규격을 뛰어넘었다.
◇
「——팬 서비스라니 답지 않은걸, 클라리스」
어느새 리바이가 내 옆에서 나란히 말을 굴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원작의 주인공인 엘렌을 찾아내, 무심코 손을 흔들어준 것을 봐버린 것 같다.
결벽증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 눈치가 빠르지 않아도 될 텐데.
아니, 그래도. 이 세계에 익숙해진 뒤부터, 최대의 위협인 거인과의 사투를 몇 번이나 겪어 완전히 풍화됐다고 생각한 내게 이런 감정이 남아 있었다니, 놀라울 정도다.
엘렌 말고도 미카사와 아르민이라는 「진격의 거인」의 메인 캐릭터라고도 말할 수 있는 세 명을 우연히 찾아냈을 때 내가 느낀 것은, 순수한 기쁨과 흥미였다.
나는 부끄러워하는 속내를 눈치 채이지 않도록, 겉으로는 평정을 연기하며, 리바이에게 자리로 돌아가도록 재촉했다.
「대열이 흐트러진다」
「……흥」
리바이는 불만 가득하다는 듯 콧바람을 내면서도, 묵묵히 원래의 위치로 돌아갔다.
뭐, 그런 히스테릭 가득한 무뚝뚝함은 잔뜩 봤으니 익숙하지만, 이번엔 정말로 기분이 안 좋았던 것 같은걸.
이거고 저거고 전부 내가 말이 적어서 그런 것일 것이다.
내 얼굴에는, 거인과의 싸움에서 입체 기동 중에 뺨을 스쳐 부상당한 자국이 있다.
이 녀석 탓에, 나는 평소에 별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겉에만 난 상처이므로, 발성에 문제는 없지만, 입을 움직이면 당연히 상처 자국도 움직여 보기 흉해지고 만다.
이것이 동료들에게 매우 평판이 나쁘다.
눈에 띈다―라고나 할까, 요컨대 움직이는 상처가 기분 나쁘단다. 내가 여자인 탓일까, 이성에게는 더욱 애처롭게 보이는 건지 신경쓰이고 만다.
개인적으로는 생활에 지장도 없고, 외관을 따지자면 토리코의 제브라 같아서 오히려 멋지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상처 탓에 표정이 무섭게 보이는 나는 「냉철하며 과묵한 광전사」 같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불필요한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거인을 마구 죽인다――이 행동 지침에 의해, 조사 군단에 들어온 뒤로 계속 행동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렇게 원작에서도 최강 캐릭터인 리바이 병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 정도다.
솔직히, 기가 죽는다.
아니, 인류에게 더 이상 물러설 장소가 없는 이상, 이 입지에서 벗어날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다른 전생계 주인공처럼, 무사 안일주의로 메인 캐릭터에게서 멀어지거나 눈에 띄지 않기위해 노력할 여유는 없으니까.
그런데도, 뭐랄까―……과분하지 않을까, 지금의 지위는. 내 그릇을 생각하면.
어느새 「인류의 쌍벽」이라든가 리바이 병장과 동급으로 취급 받고 있는데다가, 좋든 싫든 지금부터 시작될 「진격의 거인」의 메인 스토리를 힘차게 달려나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단순한 하나의 전력으로서.
――이미, 모든 「시작」은 끝났다. 5년 전에, 세 장의 벽 중, 한 장이 돌파당했다.
우리들이 지금부터 향하는 곳은, 단 5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의 영역이었던, 그리고 지금은 거인의 영토가 된 곳이다.
목적은 거리의 탈환. 즉, 거인의 구축이다.
치사율이 높은 임무에, 주변 병사들 대부분은 긴장과 공포로 얼굴이 굳어져 있었다.
모두 두려운 것이다.
그것은, 나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임무만이 아니라, 거인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조사 군단에 들어온 이래, 나는 셀 수도 없을 만큼 싸웠다.
그렇게 싸우고 또 싸워서 살아남은 결과가 수많은 거인 토벌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싸움에 익숙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자만심이나 방심 따윈 조금이라도 품어서는 안 된다.
나는, 머지않아 벽을 부순 초대형 거인이나 갑옷 거인 같이 더욱 강한 적과도 싸워야 할 때가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평범한 거인 몇 백을 죽여봤자, 어떤 안심도 가질 수 없다.
항상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들은 대로. 이것이 세상에서 「두려움을 모르는 용맹 무쌍의 병사」라고 불리는 여자의 실태다.
응, 역시 내 그릇이 아니야. 리바이와 평가가 동급이라는 것도 그렇고.
임무 전에 매번 그래왔듯이 자신을 돌아보며, 우울함에 빠지면서도, 우리들 조사 군단은 문을 통과했다.
하프타임은 종료다.
여기서부터는, 말 그대로 지옥이다.
어디에서 거인이 습격할지 모른다. 그리고 그 사지를 향해 직접 발을 옮기지 않으면 안 된다.
「각 분대 산개」
목표 지점인 최초의 시가지를 시야에 넣은 리바이가 지시를 내린다.
시선이 나를 향한다.
「파고들어라 한니발」
「라져」
――가능한 한 거인과의 전투는 피한다.
조사 군단이 벽 바깥의 조사를 실시하는데 있어서 지켜야할 행동 방침을 알고 있는 자라면, 리바이의 지시가 얼마나 잔혹한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무모한 명령이 아니라, 나와 내 부대를 믿고 있기에 내린 명령이라는 것 또한 이해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맡은 부대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각 대원, 준비 완료했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분대장」
내 보좌를 하는 부하 중 한 명이 묻는다.
뒤를 돌아 얼굴을 봤으나, 머릿속에서 잡다하게 남아 있는 이름과 얼굴이 일치하지 않는다. 새로이 편입된 병사로 보인다.
소모율이 너무 격렬해서, 부하의 교체 또한 빈번하다.
가혹하다고 말할 수도 있으나, 그걸 일일이 처음부터 기억하며 고생할 만큼, 내 정신 위생 상태는 좋지 않다.
눈앞의 부하도, 이번 임무가 끝난 뒤에도 살아남아 있다면 다시 이름을 기억해두자.
나는 여느 때처럼, 실전의 공포와 긴장감을 지우기 위해, 기억 속에 있는 인물상을 끌어내어, 그것을 얼굴 위로 덧씌웠다.
「알겠나?」
나는, 머릿속으로 떠올린 인물을 모방하여 일부러 신랄한 독설을 내뱉었다.
「알지 못하겠는 것이라도 있나? 명령은 내려졌다. 우리는 병사다. 공격만이 있을 뿐이다. 분쇄해라」
위협할 상대를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나는 거의 만화에서 그대로 베껴온 대사를 부하들에게 외쳤다.
그러나 거인이라는 상궤를 벗어난 적과의 싸움에 대비하여, 이쪽 또한 전투의 광기로 몸을 자극시켜주는 것 또한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것은, 오랜 세월 이 방법으로 싸움을 거쳐온 내가 가장 실감하는 것이다.
평소의 과묵한 캐릭터와의 갭이 너무 크면 주위 녀석들이 의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나는 자중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뇌리에 떠오른 인물상을 「연기」하는 것에 몰두한 나는, 숨을 삼키는 부하들의 모습을 무시하며, 이미 인격을 교체한 뒤였다.
「총원, 돌격으로, 이행하라!」
선두를 달리는 나를 따라, 분대가 함성을 외치며 돌격을 시작했다.
거인과 싸울 때에 가장 방해가 되는 공포를, 내가 선동하는 광기로 꺾어 누른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내 지위가 그릇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개 병사로서 단순히 거인을 죽이는 쪽이 마음이 편해서 좋다. 그러나 현실에서 높으신 분이 되어버린 나는 부하를 인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구체적인 지시 외에도, 공포에 몰린 그들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 필요한 화술이나 카리스마를 가지지 못한 나는, 이 방법을 선택했다.
즉, 전생의 지식에 있는 실재하거나 픽션 안에 있는 우수한 지휘관들을 따라하는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방법은 성과를 올렸다.
그 결과 얻은 것이, 나 자신의 평가와 그런 분대장을 따르는 「조사 군단 제일의 전투력과 용맹함을 가진 돌격 분대」라는 주위의 인식이었다.
나의 분대의 전과를 주위에게 칭찬받을 때, 그 칭찬을 줄 상대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려는 것을 참으며, 나는 절실히 생각하곤 한다.
픽션 속의 영웅은, 다른 픽션 속에서도 영웅으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
《현재 공개할 수 있는 정보》——주인공이 따라하고 있는 지휘관은 「신죠우 나오에」. 소설 및 그것을 원작으로 한 만화 「황국의 수호자」가 출처다.
◆
리바이는 클라리스 한니발을 임무 중이 아닐 때엔 「클라리스」라고 부른다.
그러나 임무 중에는 반드시 「한니발」이라고 밖에 부르지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본인 이외는 알지 못했다.
「총원, 돌격으로, 이행하라!」
거인에게 정면으로 돌진하는 클라리스의 부대를 떠나보내며, 리바이는 우회하며 전진을 계속했다.
복잡한 생각할 필요 없이, 이것은 클라리스 분대를 미끼로 한 작전 행동이다.
단순명쾌하며, 냉철하고 무자비한 전법――그러나 그 속엔 병사들 전원의 「신뢰」라는 뼈대가 있다.
(평소대로군――)
사지를 향해 돌진하는 클라리스의 등을 보며, 리바이는 침착함을 내보이고 있었다.
병장이라는 입장이기에, 많은 부하에게 수많은 명령을 내려왔지만, 그 뒤에 이렇게나 가슴이 떨리지 않는 것은 그녀뿐이다.
(절대로 죽지 않는 병사 따윈 존재할 수 없다. 어떤 베테랑이라도 죽을 때는 죽지, 거인과의 싸움이란 그런 거니까)
제일 앞장선 클라리스가 최초의 표적과 접촉했다.
생사를 나누는 한순간. 긴박의 정점.
그러나 리바이는 그 결과를 지켜볼 생각도 갖지 않았다.
(하지만――)
땅울림이 일어난다.
볼 것도 없이, 클라리스에게 순살 당한 거인이 땅에 쓰러지며 난 소리다.
(너는 그런 귀염성 있는 존재가 아냐)
건물의 그림자에 가려 클라리스 분대가 싸우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소리는 끊이지 않고 들리고 있었다.
병사들의 외침이다.
용맹하며, 광기조차 담긴 흉포한 전투음이 울려 퍼지고 있다.
전력의 차이가 절망적인 거인과의 싸움은, 공포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병사들의 절규는 전장에서 항상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싸움에 익숙해진 자들의 귀에는, 이 전투음에 위화감을 품을 것이다.
비명이 들리지 않는다.
단말마의 절규는 들리지만, 도움을 바라는 자, 절망에 빠져 아우성치는 자, 욕설을 외치는 자――전의를 상실한 병사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모두가 최후의 순간까지 싸움에 임하여, 적을 죽이고, 살해당한다.
――조사 군단 제일의 전투력과 용맹함을 갖춘 돌격 분대.
그 실태는, 공포를 광기로 꺾어 누른 광기에 물든 광전사의 집단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이끌어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 바로 클라리스 한니발이었다.
(무서운 녀석이다, 클라리스. 너는――)
리바이에게 있어, 경의를 표할 가치가 있는 병사는 몇 사람이 있으나, 그중에서도 특히 큰 존재감을 가진 것이 바로 그녀였다.
단순한 동료로서의 신뢰와는 다른, 공포가 있었다.
클라리스 한니발. 이전에는 조사 군단의 단장이었던 여자다.
자신보다도 전과가 높은 병사다. 순조롭게 출세했다면, 지금 쯤 이런 전선에서 구르고 있지는 않았을 터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도 이렇게 조사 군단에 재적하고 있다.
전과가 없는 것도, 실패를 거듭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녀 자신은 이상적이라고 일컬어질 정도의 공적을 남겨왔다.
단체 거인 토벌 수는 물론이고, 정체 모를 선동력에 의해 부하를 교묘하게 광기에 몰아넣어, 최대한의 전력을 발휘시킨다.
여태까지 높은 사망률을 보이던 조사 군단이, 그녀가 단장이 되는 것으로 다소 생존률이 올라갔으며 그 이상으로 다대한 전과를 선보였다.
단점을 꼽자면, 그 지휘의 성질상, 병사의 소모율을 일정 수치 이하로 내릴 수 없었다는 것이지만, 그것마저도 그 효율을 생각해볼 때 너무나도 충분할 만큼 플러스가 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녀는 병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에 능숙하다――그렇게 험담을 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리바이를 포함한 일부의 사람들은 그런 평가를 결단코 하지 않는다.
거인과 싸운 적이 있는 자들만이 알 수 있다.
희생을 피할 수 없는 싸움에서, 가장 꺼려야 할 것은 전과 없는 희생이다.
그녀의 지휘 아래에 들어간 자들은 모두, 「이 단장이라면, 필시 살아남을 수 있다」라는 희망이 아닌, 「이 단장이라면, 자신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들지 않는다」라는 신뢰를 품고 있다.
그녀가 싸우는 모습에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건지 알 수 없는, 기묘한 구심력이 있다.
(그 정도의 전투력을 가졌으면서도, 자만하지 않는다. 방심도 하지 않는다. 충분히 위협적인 거인을 앞에 두고도, 그 이상의 위협을 상상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클라리스의 말에는, 의도를 읽을 수 없는 깊은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앨빈 단장과는 또 다른, 정체불명의 감각이다.
거인을 죽이기 위해 최대의 효율을 내는 말투.
아직 신병에 지나지 않았던 자신이 올라서기 시작한 시기에, 시원스레 단장의 자리에서 내려와, 당연하다는 듯 군단의 지휘를 양보한 판단.
경험면에서 우수하면서도, 모든 지휘에 대해 기묘할 정도로 느껴지는 자신이나 앨빈을 향한 절대적인 신뢰.
그리고 그것들 모두가 결과적으로 옳았다는 것을 지금까지 증명해오고 있다는 것까지도――.
(너는 뭘 보고 있는 거냐? 어디까지 앞을 읽고 있는 거냐, 클라리스……)
리바이가 클라리스에 품은 감정은, 그저 신뢰만이 아니다.
의심, 공포, 그리고 기대.
단 하나 확실한 것은, 그녀를 어깨를 나란히 할 동료로서 인정하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뭐 아무래도 좋아)
그리고 리바이는 항상 같은 결론에 이른다.
(네가 가진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우리들 인간의 「무기」인 이상, 그만큼 믿음직한 것은 없지――)
더더욱 큰 소리가 울려 퍼진다.
급소를 도려내진 거인이 절명하여, 건물에 쓰러진 소리다.
거기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두 마리가 동시에, 그리고 머지않아 세 마리째가 뒤를 이어, 네 마리째까지――.
전장을 우회하던 리바이의 부대는, 거인의 옆을 사람의 그림자가 고속으로 지나쳐가며 그 둘이 엇갈린 순간 거인이 절명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에, 병장……!」
「그래, 한니발이다. 좋은 위치를 잡은 것 같군」
마치 단순한 나무토막을 쓰러트리듯이, 순식간에 거인을 죽여나가는 클라리스의 모습을 본 신병이 전율감이 섞인 신음성을 내뱉었다.
체격차이가 있는 거인을 상대하려면, 최대한 빠르고 적절한 루트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의일까 우연일까, 클라리스는 그 판단과 행동을 절묘한 타이밍으로 맞추어, 최대의 전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단 한 마리의 토벌에도 반드시 희생자가 나온다고 전해지는 거인을, 단 한 명의 병사가 차례차례로 살해해간다.
그것은, 에이스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거칠고, 두려운 광경이었다.
「두렵나?」
클라리스의 전투를 처음 보며 넋을 잃은 신병에게, 굳이 묻는다.
「나는 두렵다」
리바이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분명 제일 겁을 먹은 건 맞서 싸우고 있는 거인들이겠지」
「아……예」
리바이의 말을 농담이라고 생각한 듯, 신병은 잔뜩 긴장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는 이윽고 사나운 맹수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첫 실전에 두려움에 떨던 마음은, 클라리스의 모습에 의해 강렬하게 고무되어 싸움의 광기로 몰아내어진다.
그 모습을 확인한 리바이는 다시 자신이 이루어야 할 임무에 의식을 집중했다.
「측면에서 기습한다. 각자, 입체 기동으로 이행하라!」
흉포한 송곳니를 떠올리게 만드는 클라리스와 반대되듯이, 냉혹한 검으로 변모한 리바이는 거인의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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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개할 수 있는 정보》——주인공의 분대는 그 특성상 가장 대원수가 많으며, 가장 소모가 격렬하다. 그러나 가장 전과가 큰 분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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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다! 너무 빨라……!)
그 병사는, 필사적으로 클라리스의 뒤를 쫓았다.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이 분대에 편입된 병사였지만, 자신들의 분대장에 관해서는, 기존의 대원들에게서 이미 들은 뒤였다.
――가라사대, 그녀에 대한 소문은 모두 사실이다.
한니발 분대장은 광전사. 거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제거한다.
그리고 전장의 그녀는, 평소의 그녀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를 보인다, 라고.
「분대장, 멈춰주세요! 분대장!!」
진로상의 거인은, 한 마리도 빠짐없이 클라리스가 죽이고 있었다.
방해하는 것도 없으니, 그저 뒤를 쫓고 있을 뿐이다. 사용하는 입체 기동 장치에도 성능의 차이 따윈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쫓을 수 없다.
멈춰달라는 목소리조차 전해지지 않은 것인지, 결국 가스가 떨어진 클라리스가 지붕 위에 멈춰 서서야, 그는 간신히 따라잡을 수 있었다.
「분대장, 제 말을 좀 들어주세요!」
「가스가 떨어졌다. 예비는 어디있나?」
「지금,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전투는 끝입니다」
「아직 거인이 남아 있다만」
「퇴각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죽인다! 아직 죽일 수 있다!!」
항의하는 클라리스의 어깨를 붙잡은 순간, 뒤돌아본 그녀의 시선이 병사를 쏘아 맞춘다.
공포와 함께, 기묘한 납득이 그의 속에서 생겼다.
――과연, 이건 확실히 변화다.
평소의 조용한 말투의 소유자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녀의 이명의 유래인 광기가 넘쳐흐르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마치 딴사람 같았다.
거인과의 싸움에서, 공포를 갖기는커녕, 이 정도의 전의와 살의가 대체 어디서 솟아나오는 것일까.
그녀는 당연한 듯 거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마치 다른 세계의 사람 같았다.
그녀가 자신들처럼 평범한 인간과 같은 시선으로 사물을 분별하고 있을 것이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를 향한 공포가 새겨진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거인이 거리를 목표로 일제히 북상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클라리스의 광기에 꺾이지 않도록, 그는 배의 밑바닥부터 힘을 모아 목소리를 높였다.
「……벽이 파괴 되었나」
「에!? 아, 아니요……그건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앨빈 단장에게서, 전 부대의 퇴각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갑작스럽게 광기가 사라지고, 이성적인 반응으로 답한 그녀의 모습에 병사는 동요를 감출 수 없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날뛰고 있던 광전사의 모습이 사라지고 평소의 냉정한 말투로 돌아왔다.
지나친 갭에, 한순간이나마 따라갈 수 없었다.
「저……분대장?」
「지금 당장 퇴각한다」
그렇게 그가 당황하는 동안, 입체 기동 장치의 가스 보충을 끝낸다.
그렇게 퇴각용 루트를 나아가기 시작한 클라리스의 행동에서는 일말의 망설임조차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넘쳐흐르던 전의나, 거인을 향한 집착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냉정한 판단력이라고 말하면, 그걸로 좋지만――.
멀어져 가는 클라리스의 등을 당황하여 쫓으며, 그는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거인과 함께 싸우는 아군으로서 믿음직함을 느끼면서도, 그 광기는 힘을 합치는데 있어 우려를 끼치기도 한다.
어떻게 판단해야 되는 건지, 인물상을 제대로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이 사람은, 애가 탈 정도로 강해. 강렬한 존재감이 있어)
차례차례 동료가 먹히는 거인과의 싸움 속에서. 병사로서의 의무감과 인간으로서의 공포. 양 쪽에 끼어서 영문을 모르게 된 상황 속에서, 홀로 눈부시게 빛나며, 흐려진 눈동자에 그 모습을 새긴다.
그것은 희망의 빛 같은 간단한 것이 아니라, 재난을 흩뿌리는 지옥의 겁화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 열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거인마저 삼켜 재로 만들어버릴 것 같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공포마저 잊고, 그 불길에 몸을 태워버리고 싶어지는 충동에 사로잡히고 만다.
아마 그것이, 그녀가 인솔하는 병사들이 보이는 「광기에 몰아넣어진 모습」일 것이다.
(제정신이 아냐. 이 사람에게 이끌리면, 누구든지 그렇게 죽어갈 게 틀림없어)
――그러나 그것은 다른 병사들처럼, 그저 거인에게 먹혀 죽는 것보다도, 훨씬 훌륭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 사람이 가진 것은 광기만이 아냐. 평범한 일면도 가졌어)
마치 인격이 바뀐 것은 아닐까 의심될 정도의 이면성.
광기의 불길이 사라진 뒤에는, 놀라울 정도로 온화한 인성이 엿보인다.
도대체, 어느 쪽이 진짜 그녀일까?
의문은 끝이 없다.
또, 이상하게 걱정도 된다.
(이 사람이 거인에게 살해당하는 모습 따윈, 상상하는 것조차 우스워. 그러나 뭔가 묘하게 내버려 둘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이, 두 얼굴의 갭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불가사의함이, 그에게 자연스레 미소를 짓게 만들고 있었다.
(생각해봤자 쓸데없지. 우선, 이 사람을 보좌하자. 이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그 병사는, 이렇게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그 결의대로, 최후의 순간까지 클라리스 한니발의 보좌에 힘쓰게 된다.
그녀의 부하들이, 그렇게 죽어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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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개할 수 있는 정보》——주인공의 분대에는, 조사 군단 내에서 희망자를 모집해 편입된다. 희망자는 어째서일까 많다.
◇
……또, 해버렸다.
싸울 때에 따라하는 인물상에 너무 빠져버려, 무심코 폭주해버리는 것이 나의 단점이다.
이번도 원작의 신죠우 나오에처럼, 투쟁의 광기에 빠져 어쩐지 굉장한 대사를 하고 말았다.
죽인다며 마구 부르짖어, 데리러 온 병사가 무섭게 보지 않을까 걱정이다.
뭐, 지휘관으로서 두려움의 대상으로서 옹립하는 것을 실수라고 볼 수는 없지만. 바로 그 신죠우 씨도 그랬고.
첫 실전 때, 거인에게의 공포를 속이기 위해 만화의 캐릭터를 따라해 봤을 때, 이게 의외로 제대로 먹혀들어가 실전을 할 때마다 반복하는 동안에 완전히 뿌리를 잡고 만 것이다.
익숙해진 지금은 따라하는 건 완벽하지만, 대신 그 캐릭터에 너무 빠져버리는 폐해도 증가했다.
그렇다고 해서 착실한 마음가짐만 가지고 거인도 싸울 수 없는 노릇이니.
나도 산 채로 먹히기는 싫다.
그런 끔찍한 미래를 상상하는 것보다, 다른 일을 떠올리며 싸우는 것이 정신 위생상에 좋다.
――예를 들자면, 거인 이외에 더 무서운 적을 떠올리는 것.
다른 만화에 나오는 「BETA」라든가 「바이도」라든가 하는, 잔혹함으로는 지지 않을 녀석들은 그 외에도 많다.
그런 녀석들이랑 싸우는 것보다는 좋지 않나――같은 느낌으로 자신을 타이르며 싸우고 있다.
어느 쪽이건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지만, 거인만이 무서운 적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여유도 생긴다.
그런 느낌으로 온갖 방법을 써가며 거인을 죽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으나, 보고를 받은 나는 제정신을 차렸다.
갑작스런 퇴각 명령.
평소라면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이미 하나의 사태를 예상할 수 있었다.
이 시기적으로 생각하건데, 초대형 거인의 재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태의 큰 전환기가 될 것이다.
엘렌 예거를 중심으로서 인류를 둘러싼 상황은 크게 변화한다.
「——! 한니발, 왔나」
「미안하다, 늦었군」
「아니, 충분히 빨라. 다른 분대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거리로 향하는 도중에 리바이 일행과 합류한다.
「우리만이라도 먼저 거리로 향해야 할 것 같다만」
「……네 주장은 오랜만이군. 뭐, 괜찮겠지. 그 판단에 따르지」
리바이 자신도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은 판단을, 내 말에 지지받아 거리로 향하기로 결정되었다.
응, 말해봐서 손해는 없구나.
내가 보자면, 원작의 공적을 알고 있으니 만큼, 나보다 리바이나 앨빈의 판단이 우선이지만.
듣자하니, 우리 분대가 너무 날뛴 탓에, 예상보다 훨씬 많이 이 장소의 거인의 수가 줄은 것 같다.
갈라져도 퇴각은 가능할 것이라 판단되었다.
그렇다면, 전투력이 높은 나나 리바이가 한시라도 빨리 현장으로 향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는 것이다.
지휘관의 보증 문서도 받은 우리는, 사태가 전개되고 있을 시가지를 향해서 말을 몰았다.
――이 앞에서, 인류의 희망일지 절망일지 모르는 사건이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나만이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