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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도 그라치아


-딱!

“읏!”

  그건 옛날 일. 아직 그들이 자기 주변에 있던 그 시절의 이야기다.
  어렴풋이 느끼는 그 시절의 그들은 ​정​말​인​지​.​.​.​.​.​.​.​ 참으로 못되고, 참으로 좋았던 사람들이었다.

“내가 말했지. 그렇게 움직이다간 제대로 못한다이.”
“선배야 말로 너무 난잡한 거 아닌가요. 그런 방식은 예상치도 못한다고요.”

  그날 선배와 선배의 형이 자신과 함께 가벼운 스트레칭 겸 체력 단련과 대련을 할 때 생긴 일. 너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선배의 공격에 자신은 별다른 손도 쓰지 못하고 흙투성이가 되고 만 기억. 그런 기억 안에서 선배가 대답한다.

“그러니까. 넌 똑똑하지만, 동시에 멍청해.
​“​.​.​.​.​.​.​.​.​”​
“나는 형이나 너보다 그렇게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상황 판단은 너보다 나아.”

  그렇게 나나에 대해 판단한 선배는 곧장 무릎을 굽히며 나나를 향해 쳐다보며 말을 잇는다.

“다만, 넌 생각한 다음에 움직이는 경향이 많아. 머리는 똑똑한데, 그 머리를 재빠르게 돌린 속도가 느린 거지. 덕분에 생각하기도 전에 몸으로 먼저 움직이지. 조금만 더 빠르게 판단하는 게 느려.”
“인정하지요.”

  그건 사실이다.
  뭔가를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그걸 빠르게 돌릴 수 없었다. 그러니 말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오해하는 것도 많고, 오해받는 일도 있다. 그렇게 말한 선배는 다시 일어나서 여유롭게 팔을 흔들어 댄다.

“나 역시 남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인과관계를 빠르게 안 다음에 움직이는 거라 피해는 적어. 하지만 넌 나보다 똑똑하고 나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

  확실하게 선을 긋는 선배의 말.

“넌 나하고 형한테 호신술을 가르쳐달라고 했어. 그러니 확실히 해야 해. 그러려면 네 습관을 먼저 바꿔. 몸이 먼저가 아닌 말이 먼저. 다시 말해 머리로 약간만 먼저 돌리고 움직이라고.”
“부정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내 몸을 일으킨 나나는 다시 한 번 주먹을 쥐며 선배를 향해 달려 나갈 준비를 한다.

“이번은 아까하고 달라요!”

  더 빠르게 주먹을 내지르는 나나.

-부웅~ 쿵!!

“으윽.”
“아서라. 이번에 너무 빠르게 판단했다.”

  공격을 그대로 카운터 시킨 선배는 엎어진 나나의 얼굴을 보며 시익하고 웃는다. 그 모습에 나나 역시 제풀에 지쳤는지 쓴 표정을 짓는다. 이래라, 저래라. 결국 이 선배에게는 역시 안 되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그렇게 나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 선배를 노려본다.

“더 하려고?”
“당연해요. 적어도 하나는 제대로 배워야 하잖아요.”

  그 말에 선배는 능청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다시 한 번 달려드는 나나를 매다 꽂아버렸다.

“아직 멀었어, 이것아.”

2화 몸을 지키는 건 당연하다.


-쿠오오오!!

  카사이 렉스가 다시 일어선다.
  거대한 포효는 증오와 적의를, 거대한 다리와 꼬리는 상대를 압도하듯이 움직인다. 거대한 진동과 함께 달려드는 거대 괴수의 공격에 은빛의 거인, 나나는 바로 몸을 돌려 회피한다.

-스팍!

  물론 얕은 절상도 같이 났지만 말이다.
  피하기는 했으나, 단분자 절삭기로 된 앞발톱이 다리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데미지는 심하지 않는지, 피는 나지 않고 그저 얕은 상처만 생겨났다.

‘위험한데.’

  그럼에도 나나는 방심하지 않듯이 괴수를 보며 긴장한다.
  저 놈은 공룡이다. 그것도 육식 공룡. 상대를 잡아먹도록 몸이 진화한 존재다. 물론 거대한 앞발톱은 누가 인위적으로 만든 느낌이 든다. 그래도 그걸 제외해도 저건 존재 자체가 위험한 생물이다.

‘일단 머리를 살짝 굴리자.’

  주변 상황부터 알아야 한다. 몸이 이렇게 된 원인을 찾는 것보다 먼저 저 괴수부터 없애기로 마음먹는 나나. 곧장 몸 안쪽 감각으로 주변 경치가 다 보이는 듯이 느껴진다. 아니, 몸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미약한 ​고​동​소​리​.​.​.​.​.​.​.​.​ 이건 사람인가. 그럼, 저 악의에 찬 고동은 당연히.’

-쿠오오오!!!

  순간 거대한 입이 자신을 물려고 한다. 나나는 모르지만, 카사이 렉스의 이빨은 상어 이빨과 같은 것. 살점을 자르거나 찢는데 적합한 구조다. 인간에게 적용할 시 급소라도 물리면 그대로 죽음으로 간다. 그런 위험을 몸으로 느끼는지 곧바로 뒤로 넌지시 피한다.

‘위험했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괜히 공룡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나는 얼른 방법을 강구해본다. 생명 반응을 느끼는 건 알았으니 이제 다음은 힘겨루기다.

‘녀석의 몸은 나보다 작은 편. 아니, 키만 작은가.’

  빌딩에 보인 모습으로 추정해 키를 따지면 226피트 정도. 약 68m의 높이다. 괴수는 거기에 못 미치지만, 적어도 팔 하나는 가볍게 무는 높이를 자랑한다.

-쾅!!

  괴수의 거대한 꼬리가 거인을 향해 휘둘러진다.
  나나는 피하려 했으나, 건물을 부수고 오는 꼬리를 보고 생각을 달리 먹었다.

‘윽!!’

  강한 충격이 옆구리를 때린다. 너무 늦게 반응해서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것. 이내 몸이 흔들거리자, 괴수가 나나를 향해 돌진한다. 우왁스럽게 입을 벌리며 오는 모습에 나나는 경악하지만, 이내 공격 방향이 직선적인 것을 깨달았다.

-알겠지. 조금만 머리를 굴리고 행동해.

  어련 듯이 떠오르는 기억과 함께 나나는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괴수는 옛날에 호신술 교습을 해달라는 자신처럼 무작정 돌진하고 있었다. 덕분에 공격하는 목표가 쉽게 정해져 있었다. 그럼, 오히려 상대가 그것을 맞받아칠 가능성도 많다는 것이다. 선배가 자신에게 그렇게 했듯이, 자신도 괴수를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해야만 한다.

‘하앗!’

  돌진하는 속도는 빠르지만, 인지하고 대응하는 건 나나 쪽이 빨랐다. 상대의 돌진 속도를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 상대가 입을 벌리는 그 순간, 빠르고 여유롭게 옆으로 빠진다. 그리고 상대가 입을 다무는 그 순간!

‘으라챠!!’

  괴수의 목을 잡고는 그대로 들어올렸다.

“저걸 봐!”
“대, 대단하다!”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괴수와 거인의 싸움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괴수는 공포를 주었지만, 거인은 위험한 그들을 돕고 있었다. 마치, 영웅과 악당의 싸움 마냥, 그들의 눈은 위험도 모른 채 거기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나의 생각은 그들의 사치스러운 생각과 아주 동떨어져 있었다.

‘너, 너무 무겁잖아!’

  역시 공룡은 공룡이다.
  높이가 커진 만큼, 몸무게도 많이 나갔다. 이걸 들어올린 자신도 정말인지 대단하다고 느끼지만, 역시 힘들기는 힘들다.

‘좋아, 이걸 이대로 땅에 떨어뜨려서 ​박​살​을​.​.​.​.​.​.​.​.​!​!​’​

  순간 나나는 뭔가 깨달았다.
  그리고 겨우 들어올린 괴수를 그대로 다시 그대로 내려놓았다. 조금 성급했는지 그대로 큰 진동이 도심지를 울렸다.

“대체 왜 저러지!”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는 스크린 너머로 보이는 거인의 행동에 의아함을 품는다. 그는 거인이 졌으면 하는 입장이지만, 어째서 빠르게 승부를 볼 수 있는데도 저런 행동을 했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의구심은 빠르게 풀렸다.

“그래! 그런 건가!! 크하하하하!!”

  손님으로 보이는 이들도 있는 상황에서도 검은 양복의 남자는 크게 웃는다. 그래, 거인은 카사이 렉스를 힘으로 내동댕이칠 수 없었다. 아니, 못한다! 카사이 렉스의 원래 몸무게는 4톤. 원래 크기로 보면 가벼운 편이지만, 그걸 개조 수술로 더 거대화 시켰으니 그 무게는 상당히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무게로 몸이 박살나지 않도록 신비학 처리까지 한 상태!

“녀석은 오클라시움의 망할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서 카사이 렉스를 죽이지 못한다!”

  저 거대한 몸무게를 인정사정없이 내려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그거야 당연히 도시 전체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안 그대로 걸을 때마다 땅이 울리는 무게! 그런 무게를 지닌 생물을 전력을 다해 들어매치면 주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 분명한다. 거기다 적어도 인근 사람들은 피하지 못하고 죽을 가능성도 있다!

“저 거인은 양심이 있어. 그것도 필요 없는 올바른 양심을!”

  그 말대로 현장에서 직접 대치하는 나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나나는 속으로 깊은 한숨과 고민거리를 안은 채 카사이 렉스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하마터면 위험했어!’

  생각을 조금 더 한 게 정답이었다. 저 괴수를 그대로 내려치면 이 도시는 위험해진다. 그리고 사람들도 한꺼번에 위험하다. 아직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상황에서 힘으로 부수는 전략을 못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 거대한 육식 공룡인 약점인 다리를 부러뜨린다 해도 넘어지는 충격에 입을 피해는 오게 되니까!

‘제길!’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다.
  카사이 렉스가 있는 곳은 사람들이 죽거나 대피했지만, 그 앞에 있는 나나 뒤로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대피 중이거나 구조 중에 있었다. 즉, 나나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상태로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떡해든 빨리 녀석을 없애지 않으면!’

  바로 그 순간. 그 찰나에 딴 생각을 한 결과가 나오고 만다.

-와그득!!

‘으으윽!!!’

  괴수의 거대한 입이 나나의 왼팔을 물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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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으그윽!”
“이걸로 3일 동안 교습은 끝이다, 사회 초년생아.”

  여전히 흙투성이가 된 채로 바닥에 놔뒹군 나나. 그리고 그런 나나를 보며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붉은 츄리닝의 선배. 선배는 손을 내밀며 말을 이어갔다.

“어떠냐, 이제 기본은 알겠지?”
“네, 잘 알겠어요. ​하​지​만​.​.​.​.​.​.​.​”​
“하지만?”

  나나를 침을 꿀꺽 삼킨다.
  목구멍 안으로 넘어가는 끈적끈적한 액체와 함께, 몸에 흐르는 땀방울이 순간적으로 멈출 때, 그녀가 말한다.

“아직도 모르겠어요.”
“뭐가?”
“전 선배한테 계속 졌어요. 그래서 호신술로 제대로 배웠다는 감정을 모르겠어요.”

  그랬다. 3일간 그녀는 끊임없이 선배하고 호신술 대련을 했지만, 끊임없이 져버렸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호신술을 제대로 배운 느낌이 나지 않았다. 제대로 배웠으면 한 번이라도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이 들고, 그렇게 되는 것이 정상. 그래서인지 그녀는 너무 침울해졌다.

“여태껏 선배가 절 매다 꽂은 건 150번, 거기에 손목 제압만 45번이예요. 그런데 그런 것을 여러 번 해도 전 선배 패턴을 파악하지도 못하고, 여전히 졌다고요.”
“아, ​이​런​.​.​.​.​.​.​.​.​”​

  그쯤 되니 선배 역시 자신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말았다. 나나에게 대련 및 교습했지만, 정작 나나에게 이긴다는 자신감을 넣지 못한 거였다. 그것도 자신이 계속해서 이기다보니 말이다.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고, 저렇게 침울한 나나의 얼굴을 보니 자신 또한 기운이 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럼, 내가 가르쳐주지.”
“형?!”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곁에서 묵묵히 운동만 하던 녹색 츄리닝의 사내가 다가온다. 3일 동안 동생과 나나의 호신술 연습을 그저 지켜만 보던 그가 나나를 향해 다가갔다.

“선배?!”
“여태껏 봐도 동생 녀석이 하는 행동은 반 맞고, 반은 틀렸으니 내가 직접 교정할 수밖에.”

  미녀라고 볼법한 미모를 가진 선배의 형. 나나는 그런 그가 나온 것이 너무 불안했다. 빨간 츄리닝의 선배는 말 그대로 인간답다고 하면, 저 선배는 인간에서 벗어난 무언가라고 느꼈다. 그리고 그건 ​여​지​없​이​.​.​.​.​.​.​.​.​

“일단 패배다.”

-퍼억!!

  아주 깔끔하게 들어간 주먹.
  그것도 여자라도 봐주지 않듯이 그대로 배 안으로 깊이 꽂아놓았다. 처음에 뭔가 뭔지 모른 나나. 그러다 갑자기 치는 주먹이 꽂히는 소리와 곧바로 자기 배에 뭔가 일어났는지 아는 순간.

“아....... 우........ 우웨에에엑!!”

  주먹을 뽑자마자 나나를 몸부림치며 속에 있는 걸 토해냈다.
  그런 모습에 빨간 츄리닝의 선배가 형을 노려본다.

“무슨 짓이야, 형! 이렇게 할 필요는!”
“동생아. 넌 정말 좋아. 하지만 제대로 가르치려면 일단 이렇게 패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단다.”

  있는 것, 없는 것. 그 모든 걸 다 개어내면서 마구 몸부림치며 고통을 토해내는 나나를 향해 녹색 츄리닝의 선배가 다시금 말한다.

“넌 교습이라고 했지만, 결국 상대가 살의를 지닌 것이 아니라고 인식하게 만들었어. 그렇기에 저 애가 침울해진 거다.”
​“​.​.​.​.​.​.​.​.​.​.​”​
“하지만 처음부터 호신술을 배울 명목이었다면 이런 것도 예상하게 만들게 해야 하는 것이 선생이다. ​그​리​고​.​.​.​.​.​.​.​.​”​

  말을 끝기도 무섭게 우악스러운 주먹이 녹색 츄리닝의 선배에게 들어왔다. 그것도 확실하게 말이다. 주먹은 단 번에 그의 얼굴을 뭉개고 완전히 밀어냈다. 동시에 양손으로 그 머리를 잡아 치명적인 무릎차기로 쳐올린다. 선배의 몸은 뒤로 날아갔고, 동시에 잘했다는 듯, 엄지를 세우며 땅에 떨어진다.

“나, 나나야.”
“쿨럭, 콜록, ​우​욱​.​.​.​.​.​.​.​.​.​ 그래, 알겠어요. 알았다고요!”

  그녀가 둘에게 호신술을 가르쳐 달라는 건 자신이 혼자서 살기 위해서, 동시에 혼자서 편안하게 살기 위해서다. 그래서 호신술이 필요한 거다. 어느 누구라도 혼자가 되면 외로운 것 이상으로 주변에 위험한 것이 많으니까. 특히, 여자는 더더욱 말이다.

​“​제​길​.​.​.​.​.​.​.​.​ 콜록. ​그​렇​다​고​.​.​.​.​.​.​.​ 이렇게 세게 쳐요!”
“그 정도로 해야 네가 제대로 살 수 있잖아.”

  이미 상처는 무시한 채 일어난 녹색 츄리닝의 선배.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나나에게 던진다. 손수건을 받은 나나는 입가를 닦으며 선배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넌 여자야. 다시 말해 밤거리에서 위험한 녀석들을 만날 수 있지. 하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위험해.”
​“​.​.​.​.​.​.​.​.​.​”​
“내가 가르쳐 주고 싶은 건, 상대가 위해를 가하고, 네가 잘못이 없을 경우, 이렇게 하라는 거다. 아무리 상대가 거짓을 말한들 넌 여자.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곧 소리가 죽이고 나나는 입을 연다.

“알았어요. 결국 호신이란 건 자기 목숨이 소중하니까 배우는 거죠.”
“그래.”
“그러기 위해서는 확실히 상대를 제압해야 되는 거고요.”
“맞아. 상대를 어떻게든 제압하는 거지. 이제야 숙지했구나, 나나야.”

  그래,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렇게 나나는 이해했다. 호신이란 건 말 그대로 자기 목숨이 소중하기에 쓰는 것. 그러니 어떠한 수단을 써도 좋다. 중요한 건 자기 목숨은 자기가 지켜야 하는 것. 몸도 마음도, 그걸 전부 지켜야 하니 말이다.

-으드득!!

‘크읏!’

  시간은 현재로 돌아온다.
  나나의 팔을 문 괴수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어떻게든 팔을 찢어버리고 먹으려고 한다. 이미 이 거인에게 당해서 그 분노가 머리까지 미쳐버린 것. 그리고 피를 갈구하는 흉악함이 더럽게 드러났다.

‘제길! 아픈 건 둘째쳐도 이건 너무 위험해!’

  녀석은 억지로 팔을 뜯으려고 계속해서 뒷걸음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멀리 떨어지는 것은 좋지만, 이러다가 같이 끌려가듯이 움직이는 자신은 더 위험해졌다. 지금 속도를 맞추어 움직이고 있기 망정이지, 안 그러면 이미 왼팔은 없어진지 오래다. 그 정도로 이 녀석의 깨물기는 너무나 위험한 거다.

‘젠장! 놔라고! 이 망할!’

  움직이면서도 오른팔로 머리를 치지만 녀석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무는 것을 지속하듯이 이미 분노할 대로 분노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팔 자체가 날아갈 가능성도 거쳐 버린다.

‘젠장! 웃기지 마!’

  이를 빠득 갈면서 속을 욕한다.
  이런 녀석에게 아직 죽을 수 없다. 그래, 절대 죽지 않을 거다. 어쩌다가 거인이 된 지 모른다. 어쩌다가 이렇게 싸우는지 모른다. 그래도 그녀에게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혼자서 고생한 경험도 했다. 그렇기에!

-상대를 어떻게든 제압하는 거지.

‘암요. 그러니까!’

  반드시 이기고 싶다. 살고 싶다. 그리고 부수고 싶다. 누구든 자기 몸에 위해를 가하려 하면 그대로 대응해서 박살내고 싶다. 지금 나나의 팔을 문 녀석도 마찬가지. 이 녀석만큼은 부수고 있다. 없애버리고 싶다.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고, 그런 생각까지 미치는 그 한 순간.

-번쩍! 펑!

‘어라!?’

  예상외의 일이 발생했다.
  반드시 없애버리겠다고, 그리고 날려버리겠다고 마음속으로 터지듯이 바라는 그 때에 생긴 일. 알 수 없는 곳에서 카사이 렉스가 이기길 바라던 양복남도, 거인이 이기길 바라던 시민들도 모조리 갑자기 생겨난 일에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키에에에!!

  괴수는 거인의 팔을 놓아버렸다.
  다만, 자의가 아닌 타의로. 그것도 놓은 것이 아닌 저절로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 정확했다. 머리의 절반이 완전히 소거된 채로 말이다.

‘서, ​설​마​.​.​.​.​.​.​.​’​

  아까 전에 발생한 일을 떠올렸다. 왼팔이 찢겨나가지 않도록 계속 힘을 냈고, 마음속으로 얼른 팔을 놓게 해야 한다는 것과 죽여 버리고 싶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 물었던 왼쪽 팔에서 밝은 빛이 뿜어 나와 문 부분만 깔끔하게 소거시킨 것도 봤다. 그리고 녀석은 미치듯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설​마​.​.​.​.​.​.​.​.​ ​이​건​.​.​.​.​.​.​.​.​.​’​

  왼팔에서 무의식적으로 나온 강렬한 빛. 그건 자신이 연구했던 그 빛에서 나온 작은 빛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나는 뭔가를 확신했다. 무의식적으로 이기고 싶다는 의미로 나온 빛. 과학자가 아닌 그저 평범한 일반인 같은 마음으로 분석해본다.

​‘​어​쩌​면​.​.​.​.​.​.​.​’​

  소설이나 만화에서 볼법한 의지의 힘. 대부분이 그런 건 없다고 하지만, 의지로 구현되는 사례는 존재하기는 했다. 다만, 그런 힘을 쓰고 나면 전부 하나같이 많은 불상사를 몰고 온다는 거지만 말이다.

-가아아아!!

  머리가 반 이상 날아간 괴수가 돌격한다. 시간이 없는 것을 안 나나는 그대로 두 팔을 든다. 물린 왼팔은 아직 상처가 남았고, 쓰라린 고통도 느끼지만, 그래도 들어올렸다. 그리고 양손을 펼쳐 삼각형 모양의 구멍이 생기도록 했다. 엄지와 남은 4개의 손가락이 따로 떨어진 상태로 맺은 삼각형 모양의 손 모양. 그리고 그 구멍 저편으로 보이는 괴수의 모습.

‘부탁이다. ​제​발​.​.​.​.​.​.​.​.​’​

  의지를 모은다. 저 녀석을 날려버리고 싶다고.
  힘을 모은다. 자기 안에 든 그 작은 빛을 한 점에 모은다고.
  그리고 그 두 개의 염원은 이내 구멍 중심에 만들어진다. 아주 작은 빛. 금빛과 은빛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서로를 보조하는 빛. 그 빛이 나오자 나나는 그걸 쏜다는 느낌으로 생각했다.

-콰아앙!!

  그건 현실이 되었다.
  무자비하게, 그리고 미쳐버린 괴수는 거인이 쏜 강렬한 빛을 정통으로 맞아버린다. 그리고 점점 괴수가 그 자리에서 발광하더니 이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다만, 일반적인 폭발과 다르게 주변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괴수 자체가 폭발해버렸다. 그것도 살점도 없이 완전히 사라졌다.

-쿵.

‘하아, ​하​아​.​.​.​.​.​.​.​.​’​

  나나는 이겼다.
  그러나 일어날 힘은 없었다. 아까 전의 그 공격을 가하고 나니 몸 안에서 힘이 쭈욱 빠져나가버렸으니 말이다. 일어서려고 하지만, 무릎을 꿇고 앉은 채 그대로다. 정말인지 힘든 싸움이라고 느꼈다.

‘얼른 돌아가고 싶군. 이런 악몽도 ​지​긋​지​긋​.​.​.​.​.​.​.​.​ 어, 자, 잠깐!’

  돌아가자고 생각하는 그 때, 나나는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체크하지 못했다. 자신의 몸에서 눈부실 정도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는 걸. 그리고 그 빛이 순식간에 자신을 가리고 시야마저 가려버린다. 그리고 이내 나나는, 사람들이 보는 거인의 모습은 빛이 꺼지면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슈​우​웅​.​.​.​.​.​.​

​‘​으​아​아​아​.​.​.​.​.​.​.​.​’​

  몸이 어디로 딸려간다.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힘. 그리고 주변에 보이는 여러 풍경들. 휙휙 지나치는 느낌이 단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어느새 시야가 정상적으로 보인다.

​“​여​긴​.​.​.​.​.​.​.​.​.​”​

  거긴 분명 자신이 깔렸다고 생각한 장소. 나나는 무너진 연구소 안에 도착한 다음이었다. 문득 나나는 자신의 머리를 만져봤다. 피는 나오지 않았다. 아니, 상처도 사라졌다. 몸 상태도 좋았다. 이전보다 더.

‘대체 ​어​떻​게​.​.​.​.​.​.​.​ 윽!’

  순간 가슴에 통증이 찾아왔다.
  나나는 옷을 살짝 들쳐 안을 보았다. 고통이 난 곳은 분명 어제 생긴 그 상처. ​그​리​고​.​.​.​.​.​.​.​.​.​

‘이게 ​뭐​냐​.​.​.​.​.​.​.​.​’​

  거기에는 상처 대신 은빛 테두리가 달린 밝은 보석이 있었다. 보석의 빛은 약간 검붉은 색. 대체 이게 뭐냐는 생각이 나오기도 전에 귓가로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잠깐 ​이​건​.​.​.​.​.​.​.​.​!​’​

  그건 대피경보가 해제된 소리.
  이제 곧 대피소에 있던 연구원들이 나올 것이다. 나나는 다급해졌다. 그 안에는 생존자 셋도 있을 것이다. 그들을 구해준 자가 멀쩡히 서 있다면 어떤 느낌이 들겠는가? 그런 상상이 머리에 그려진 나나는 발을 동동 굴렀다. 곧 사람들이 나올 것이고, 지금 자신을 볼 것이다. ​그​러​면​.​.​.​.​.​.​.​

​“​.​.​.​.​.​.​.​.​”​

  나나는 발치에 놓인 파편을 보았다. 딱 적당한 크기인 콘크리트 조각. 나나는 한숨을 내시면 쓴 소리를 낸다.

“호신인데, 이건 자해 급이군.”

-퍽!!

  나나의 예상대로 연구원들 및 비정규직들이 하나둘 나온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나나가 구해준 셋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두려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펴보다가 뭔가를 보더리 소리친다.

“저기요! 저 사람!”

  그것은 나나.
  머리에 피가 흘린 채로 누운 나나였다. 사람들은 얼른 나나에게 달려간다. 아직 살아있을까 하는 생각이었을까. 다행히 그들이 본 그녀의 모습은 아직 숨이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고, 구급대가 올 것이다. 하지만 정작 기절한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겨우 살아서 돌아왔는데, 마지막은 자해로 인한 부상이니 말이다.
현재 전적. 괴수에게서 1승. 그러나 마무리는 자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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