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이뤄질 수 있다면
방과후, 장미관.
오늘은 모일 예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실내에는 요코 한 명밖에 없었다. 요코는 자기 스스로도 이런 날에 혼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대해 고민했지만, 그런 성격이니까 어쩔 수 없다.
스스로 우려낸 홍차를 한모금 홀짝이며 잠시 숨을 돌리고 있자, 갑자기 계단을 삐걱거리며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요코 혼자니?”
그런 얼빠진 소리를 말하며 실내에 들어온 건 백장미님.
“오늘은 모이는 날이 아니야.”
“에, 그랬었나. 앗차―.”
머리를 긁으며 세이는 요코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한 칸 떨어진 의자에 가방을 내려뒀다. 요코는 펜을 놓고, 그런 세이를 보고 미소짓는다.
“모처럼 왔으니까, 도와주지 않을래?”
“에―, 싫어. 그게 오늘, 쉬는 날이잖아.”
의자에 아무렇게나 걸터앉고, 머리 뒤로 팔짱을 낀다. 그 모습에서는 정말로 의욕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요코, 홍차 이제 없어?”
“있을 리 없잖아. 마시고 싶으면 스스로 우려.”
“음―.”
귀찮은 건지, 세이는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요코는 다시 한 모금 홍차를 마셨다. 그 모습을 보고 역시나 마시고 싶어 졌는지, 세이는 자리서 일어났다. 그리고 싱크대 쪽을 향하려는 듯이 요코의 뒤를 돌았지만, 거기서 발길을 멈추곤.
“그럼, 이걸로 됐어.”
“에?”
말하자마자 세이는 컵을 든 요코의 손을 잡아, 요코의 얼굴 바로 옆에 자신의 얼굴을 대는 듯한 자세로, 그대로 자기 입가로 가져가서 입술을 댔다.
그리고 굳어있는 요코를 곁눈질로, 남아있던 홍차를 단숨에 마셨다.
“후―, 잘먹었습니다.”
“뭐, 뭐, 뭐뭐뭐뭐뭐뭣……세, 세이?!”
“응? 아, 화났어? 전부 마셨으니까.”
“그, 그게 아니라. 그, 그치만 지금 거…….”
요코가 입에 댔던 부분에 그대로 세이가 입을 대고 마신 거다.
“아아, 별로 상관 없잖아. 초등학생도 아니고.”
한편 세이 쪽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
“요코도 참, 귀엽다니까.”
그런 소리를 말하면서 요코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놀린다. 한편 요코쪽은 말대답도 하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고 있다.
요코는 생각한다.
세이는 요코의 마음을 모르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거다. 그리고 분명 요코를 친구로밖에 보고 있지 않으니까, 부끄러워 하지도 않으면서 저럴 수 있는 거다.
물론, 그 거리감은 요코 자신이 조심하면서 유지하고 있는 거다. 너무 가까워진 결과, 세이를 잃고 싶지 않으니까.
시오리 양과 있었던 일 뒤에, 언제 사라져 버릴지를 알 수 없는 듯한 상태였던 세이. 그런 세이를 어떻게든 붙들려고 자신 나름대로 여러모로 노력해 봤지만, 헛스윙 뿐이었고, 세이에게는 귀찮다는 취급을 받아, 때때로는 소리를 높여 싸우거나 했다. 분명 세이는 그런 요코를 시끄러운 시누이 같이 느끼고 있었겠지.
결국, 세이를 붙잡은 건 세이의 언니인, 전 백장미님이었다.
해가 바뀌어, 정식으로 장미님으로서 활동을 시작해 세이는 밝아졌지만, 어딘가 공허해 보여서.
경박한 행동이 많아 졌지만 그 모습은 애처로워 보여서.
그래도, 요코는 그런 세이를 어떻게 할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지금까지랑 마찬가지로 약간 시끄럽게 따라다닐 뿐.
세이가 요코를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마음은 역시나 변하지 않아서.
그래서 그런 사소한 일로도 이렇게나 두근두근거리는데.
세이, 당신은 언제나 나를 괴롭게 만들어.
세이는 생각한다.
요코는 분명 세이의 마음을 모른다. 그것도 그럴게, 자신의 마음 같은 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으니까. 요코의 앞에선 특히.
시오리와의 일이 있어서 자포자기가 되려 한 세이를 벼랑 끝에서 막아준 건 요코였다.
요코는 세이가 어떤 불평을 해도, 지독한 소리를 해도, 싫은 태도를 취해도, 바뀌지 않고 세이를 걱정해 주었다.
굉장히 크게 상처를 입혔으리라 생각한다.
이제와서 뭘 말할 자격이 있다는 걸까.
그래도, 이미 요코는 세이에게 있어서 없어선 안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응석부릴 수 있는 것도, 상대가 요코기 때문에.
그래도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는 없다. 동성간의 연애는, 세간에서는 아직 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는 하기 힘들어서, 역시 요코에게는 말할 수 없다. 그렇게까지 요코를 상처입힌데다가 자신의 마음까지 받아들여 달라니, 염치없는 생각이겠지.
시오리가 떠나가, 요코까지 잃었다간, 자신은 어떻게 되어 버리는 걸까.
저기 요코, 알고 있니?
분명 많은 애들에게 말을 걸거나, 경박한 행동을 취하거나 하는 것 처럼 보이겠지만. 정말로 바라는 건 요코의 마음 뿐이야.
그래도 그런 말은 할 수 없으니까 깊게 발을 디디지 못하고, 언제나 단순히 장난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는 하지만.
“……저기, 요코도 마셔.”
“에? 그래도, 이미 남은 건…….”
볼 것도 없이, 세이가 전부 마셔버린 지금에 와선, 컵 안에는 약간의 물방울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다.
“그렇지 않다니까, 봐.”
세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디서 꺼냈는지, 종이팩으로 된 커피우유를 손에 들곤 흔들어 보였다.
어디에서 꺼낸 거냐는 요코의 말을 무시하고, 세이는 종이팩 입구를 열어 컵에 내용물을 따랐다.
밀크브라운빛 액체가 컵을 반쯤 채웠다.
“카페 사토, 특제 커피입니다.”
“정말 어이없네.”
요코는 웃는다.
세이는 요코의 손을 잡은 채로, 그 컵을 요코의 입가로 옮긴다.
뺨을 약간 붉게 물들인 채로, 요코는 컵을 입에 댄다. 아까 전, 세이가 입을 댔던 곳과 같은 부분에.
둘은 동시에 생각했다.
혹시나 이뤄질 수 있다면, 이런 시간이 언제까지나 계속되도록, 하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