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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이뤄질 수 있다면 外

叶うことならば 外


원작 |

역자 | 淸風

너랑 춤출테니까


 여러가지 있었던 문화제도 무사히 끝났다.
 특히, 산백합회 주최 연극에 대해선 사치코의 보이콧 소동에서 여동생 문제로 발전해, 유미 쨩이라는 재밌는 애도 나타났다. 연습 도중에는 하나데라의 은행왕자와 사치코 사이의 건도 있어서, 따분하지 않은 나날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후야제를 진행 중.
 사치코와 유미 쨩, 그 두 사람은 과연 자매가 되는 걸까. 승부같은 거랑은 관계없이, 유미 쨩은 사치코의 여동생이, 산백합회의 동료가 되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포크 댄스 고리를 곁눈질로, 나는 인기척 없는 곳을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시끌벅적한 건 사실 껄끄럽다. 정말 친한 사이라면 소란도 즐겁게 느낄 수 있게 된 건 최근의 일이었다.
 조금씩 작아져 가는 음악. 거기에 비례하듯 어두워져가는 주위 풍경.
“세이, 어디 간 거니?”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요코였다.
 한 손을 허리에 대고, 다른 한 손으로 따분한 듯이 머리칼을 만지면서 멈춰선 내 모습을 보고 있다.
“그냥 산책하고 있었던 것뿐이야.”
“그래. 그럼, 나랑 함께 해도 괜찮겠지?”
 그 말만을 하곤, 요코는 내 옆까지 찾아왔다. 약간의 피로는 보이지만, 평소의 늠름한 아름다움에 손색은 없었다.
 그 뒤로 한동안 우리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오직 천천히 릴리안의 부지 안을 걸었다. 후야제의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멀리 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사람의 고리에 다가간 것도 아니다.
“아까, 사치코랑 유미 쨩이 같이 걷고 있는 걸 봤어.”
“그렇구나.”
“분명, 자매가 될거야. 유미 쨩이라면 사치코에게 정말 좋은 여동생이 돼 줄 것 같아.”
“그건 기대되네. 그 애는 재밌으니까.”
 손을 깍지껴서 머리 뒤를 받치며, 밤하늘을 올려본다. 제법 아름다운 별하늘이 하늘을 뒤덮고 있지만, 그리 별자리를 잘 알지 못하다 보니 어느게 어떤 별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옆을 걷는 요코의 모습은 그리 밝지 않은 곳에서도 충분히 빛나 보였다. 내가 사랑하기 마지않는 그 모습.
 줄곧 줄곧, 나를 바라봐 주었고, 상처 입으면서도 상냥하게 포용해 주었고, 구할 도리가 없던 내 손을 잡아 주고 있었다. 시마코에게 내민 손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요코는 내 손을 잡고 있어 주었다.
 이제 와선, 요코가 없는 인생 같은 건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내 마음도 더해져 갔다.
“―――요코.”
“응.”
 부르는 말에 돌아본 요코의 허리에 손을 둘러, 끌어안는다.
 급작스런 일에 놀라, 몸을 떼어 놓으려고 저항하며 내 팔을 잡고 밀려 한다.
“잠깐, 세이.”
 항의하는 소리도 무시하고, 나는 더더욱 힘을 넣어 요코를 껴안으려 했다.
“안돼, 세이. 이런 곳에서.”
 저항하려고 하는 요코의 팔을 잡고, 바로 앞에서 바라본다. 요코의 얼굴은 약간 붉어져 있었지만,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눈동자로 이쪽을 바라보듯 눈길을 향해왔다.
“어째서.”
 어째서 안 된다고 하는 걸까. 나는 요코를 좋아하고, 요코도 나를 좋아한다. 서로가 좋아하는데 뭐가 안된다는 걸까.
“떼 쓰지 말아줘.”
 약간 힘이 빠진 틈에, 미끄러지듯 내 팔에서 빠져나가는 요코.
 미움받아 버린 걸까. 아니면 질려 버린 걸까. 나는 두려워진다.
 나는 조금 겁쟁이가 되었던 걸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사람을 잃는 괴로움을, 몸을 찢는듯한 슬픔을, 더는 다시 맛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마음이 표정에 드러나 버렸던 걸까.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요코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슬퍼보이는 표정 짓지 말아줘.”
“………….”
“정말, 어쩔 수 없네…….”
 말이 없는 나에게 한숨을 내쉬는 요코.
 그리고 딱 그 때, 포크 댄스의 음악이 바뀌었다.
“―――자.”
 말과 함께 내게 내미는 손.
 손을 내민 사람을 바라보자, 우아하게 미소 지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춤춰줄 수 있겠니?”
 약간 놀랐지만, 나는 바로 웃음을 돌려준다.
​“​기​꺼​이​―​―​―​아​가​씨​.​”​
 손을 잡고, 무릎을 꿇듯이 손등에 입술을 접한다. 요코의 손은 갸냘프고 부드럽다. 이런 작은 손이 나라는 존재를 지켜와 주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상처입혀 왔던 걸까.
“바보구나, 그게 아니겠지.”
“이게 맞아.”
 일어나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멜로디에 맞춰서 춤추기 시작한다.
“……요코는.”
“뭘?”
 가볍게 스탭을 밟는다.
“요코는, 어디에도 가지 않는 거지?”
“어떨까? 나는 세이 쪽이 어디론가 가 버릴 것 같아서 무서워.”
“설령 어디에 가더라도, 요코의 손은 놓치지 않아.”
“바보……부끄러운 소리, 말하지 말아줘.”
 뺨을 붉게 물들인 요코가 눈을 치뜨며 올려본다. 별빛을 받아서 빛나는 투명한 눈동자와 아스라이 상기되기 시작한 건강한 피부에 나는 눈길을 빼앗긴다.
“저기, 요코. 어른의 왈츠를 춤출까.”
“뭐야, 어른의 왈츠라니.”
 눈썹을 찌푸리는 요코에 대해, 나는 빠르게 템포를 바꾼다. 급격한 변화에 따라오지 못하고 요코의 발밑이 흔들린다.
 균형을 무너뜨리려 한 요코의 허리에 두른 손에 힘을 넣는다.
“잠깐, 뭐야, 갑자기 템포를……응?!”
 뒤쪽으로 몸을 젖힌 자세가 된 요코를 손으로 지탱하며, 그대로 위에서 덮이듯 요코의 입술에 다가갔다.
“자, 잠깐 세이?!”
 얼굴이 새빨개진 요코는 턱을 당겨 필사적으로 내 입술이 닿는 걸 막으려고 한다. 대신에 서로의 턱이 톡 부딪쳤다.
“정말, 세이도 참…….”
 요코는 내 어깨에 손을 대고 나를 밀쳐내려 하고 있다. 정말로 싫어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으니, 이대로 강행하면 키스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거기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언젠가, 좀더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게 될 때까지, 마음이 급해도 서두르진 않으려 한다.
“정말……세이, 바보.”
“사과 안 할거야.”
“뭐가 어른의 왈츠야……제대로 춤추라고.”
 수줍어 하며, 삐친 듯이 입을 빼쭉인다.
 그 모습이 터무니없이 사랑스러워서.
“알았어, 그래도, 이 정도라면 괜찮겠지?”
“꺽?!”
 고개를 기울여, 요코의 뺨에 입술을 슬쩍 붙인다.
“정말……세이도 참.”
 부끄러운 듯하면서도, 이번에는 요코도 거절하지 않았다.
 나는 요코를 아까보다 더더욱 세게 안고, 요코는 내 목에 팔을 두르곤 사랑스러운 듯이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쓰다듬듯이 머리카락을 빗어내리는 요코의 손가락이 기분 좋아서, 무심코 눈을 감는다.
“세이, 아기 같아.”
“그럼, 전혀 어른이 아닌데.”
“괜찮지 않아? 어른도, 아이도 아니고 어중간하더라도.”
“그렇네, 요코와 함께라면.”
“나는―――.”
 말은 사라져 간다.
 들려오는 건 스탭을 밟는 발소리와 자그마한 숨소리. 오직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요코만 곁에 있어 준다면, 나는 언제까지라도 춤출 수 있으니까.


 
~추신~
 12월이라고 하면 세이 님. 세이 님이라고 하면 세이요코.
 하지만, 자연스레 세이요코를 쓰는 건 어려워요. 좀더 정진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역자의 말:
 사실 세이x시오리의 무거운 관계를 좋아하는 저한텐, 세이x기타 는 전체적으로 사도로 보이지만요. 그나마 시마코 정도가 아슬아슬하게 스트라이크?
 그런데 어느 커플링이 취향이냐와 어느 이야기가 좋냐는 서로 다른 이야기니까요.

 이전 화에서 이야기했듯이, 백합 SS는 역시 사람들의 반응이 있으면 다음 편 들어갑니다. ……아니면 그냥 제가 많이 고파질 때 별 기분 없이 달릴 수도 있고요.


 그럼, 언젠가 올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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